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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둘째 아들이 태어난 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 세상에 나온 셋째 딸을 위해 우승하겠다.”(SK 정근우) “홍성흔 선배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면 꼭 졌는데…. 이번엔 안 나왔으니 꼭 이길 거다.”(롯데 황재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진 미디어데이 현장이 그랬다. 지난해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입담을 앞세워 기 싸움을 펼쳤다.○ 이만수 vs 양승호 SK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 신분으로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잡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럼에도 올해 플레이오프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선수들의 달라진 눈빛을 봤다. 하지만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러 SK 야구의 매운맛을 보여 주겠다.” 1999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2위를 한 지난해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올해는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SK가 양보해주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것을 올해 우리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광현 vs 유먼 SK는 시즌 도중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에이스 김광현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이만수 감독은 “성준 코치가 만류했지만 내가 광현이를 밀었다. SK 하면 김광현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을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이용훈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롯데는 ‘SK 킬러’ 유먼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유먼은 올 시즌 SK전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1.27로 강했다. ○ 정대현을 잡아라 vs 정대현이 지킨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총 36억 원을 받고 SK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투수 정대현을 두고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대현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올렸고, 4차전에서는 구원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양 감독은 “정대현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해준 만큼만 던지면 된다”며 각별한 신뢰를 보였다. 정대현을 바라보는 SK 선수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정근우는 “대현이 형의 강한 눈빛을 SK에서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이호준은 “대현이가 잘 흥분하기 때문에 약을 올려 데드볼을 맞고서라도 1루에 나가겠다”고 자극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벌떼와 양떼의 대결.’ 16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시작하는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3선승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SK 불펜은 선발이 무너져도 우르르 나서 승리를 챙겨 ‘벌떼’라고 불린다. 롯데는 올 시즌 SK에서 ‘여왕벌’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하면서 벌떼 따라잡기에 나섰다. 두터워진 롯데 불펜은 양승호 롯데 감독의 성을 따 ‘양떼’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2의 여왕벌’ vs ‘가을남자’ SK와 롯데에는 10승 이상 거둔 선발투수가 각각 1명뿐이다. SK는 윤희상(10승 9패), 롯데는 유먼(13승 7패)이 전부다. 그만큼 불펜의 힘으로 정규시즌을 버텨왔다. 특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선 투수 총력전으로 나서기 때문에 불펜의 힘이 더욱 절실하다. ‘벌떼’에는 박희수 정우람 엄정욱 이재영 최영필이 버티고 있다. 그중 ‘제2의 여왕벌’ 박희수가 가장 믿음직스럽다. 박희수는 올 시즌 역대 최다인 34홀드를 올리며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의 공백을 메웠다. 롯데를 상대로도 강하다(표 참조). 다만 큰 무대 경험이 적다. ‘양떼’는 정대현 김사율 김성배 최대성 이승호로 이루어졌다. 그중 마무리 정대현이 돋보인다. SK의 가을을 책임져왔던 그의 위력은 롯데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 2, 4차전에 등판해 1승 2세이브 평균자책 0.00을 거뒀다. 그러나 SK는 정대현이 2001년 데뷔 이후 11년 동안 뛰었던 팀이다. 그에 대해선 잠버릇까지 알 만큼 훤하다. 그래서인지 정대현은 정규시즌에서 SK에만 유일하게 실점을 허용했다.○ 체력 앞선 SK vs 기세 좋은 롯데 이만수 SK 감독은 13일 문학구장에서 가진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 불펜을 총점검했다. 3회부터 최영필-채병용-이재영-박정배-박희수-엄정욱-정우람이 모두 1이닝씩 던졌다. SK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아 롯데보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1차전을 통과한 롯데의 기세도 무섭다. 양 감독은 “이번 정규시즌에선 SK에 10승 9패로 앞선 만큼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롯데는 2004년(SK전 8승 4무 7패) 이후 8년 만에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SK를 앞섰다. 벌이 독침을 날려 양을 침묵시킬지, 양이 벌을 삼켜버릴지는 양 팀 불펜에 달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험 대신 패기로 승부하겠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렇게 선언했다. 그러면서 ‘초짜’에 힘을 주는 엔트리를 짰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든 두산 선수 26명 중 10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이 중요하지만 김 감독은 과감히 베테랑 김동주 고영민까지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경험’ 없는 ‘패기’는 무기력했다. 대부분 20대인 젊은 선수들은 관심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이 익숙지 않았다. 두산은 3차전을 제외하곤 정규시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7년부터 포스트시즌을 네번 치른 주장 이종욱은 “나도 처음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초심자가 만원 관중의 거센 함성이 울려 퍼지는 큰 무대에 바로 익숙해지는 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종욱과 손시헌까지 부상으로 4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두산 타자 중 30대는 임재철뿐이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두산 니퍼트는 8회 등판했다 승부욕이 앞서 직구 위주의 정면 승부를 하다 3실점했다. 정규시즌엔 든든했던 프록터도 연장 10회 폭투로 무너졌다. 스물다섯의 양의지는 당황한 나머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 줄 고참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2연패 뒤 3연승을 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큰 경험을 쌓았다. 이는 훗날 팀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누가 이런 승리를 예상했을까. 롯데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4차전에서 두산을 4-3으로 누르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게 됐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1999년 플레이오프 승리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사직구장 7연패에서 탈출했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이겼다. 8회초 두산이 1점을 추가해 3-0으로 달아날 때만 해도 롯데의 패배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기력했던 롯데 타자들은 8회말 공격부터 달라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6회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던 세번째 투수 변진수를 내리고 선발 요원이자 에이스인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롯데는 선두로 나선 9번 타자 문규현이 안타로 출루했다. 대역전 드라마의 신호탄이었다. 1번 타자 김주찬은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로 문규현을 불러들였다. 2번 박준서도 안타를 때렸다. 이때 2루 주자 김주찬이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됐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3번 손아섭도 안타를 때렸다. 4타자 연속 안타. 니퍼트는 강판됐고 홍상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평소 배짱 있는 투구를 하는 그였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4번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줬다. 1사 만루. 대타로 나온 5번 황성용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6타자 연속 출루. 롯데는 6번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 팬이라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의 8회’였다. 롯데는 결국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출루한 박준서가 두산 마무리 프록터의 폭투로 3루를 밟은 데 이어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을 틈타 홈을 파고들며 경기를 끝냈다. 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은 1998년 LG와 OB(현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당시에도 OB가 졌다. 8회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면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이번 시리즈에서 1승 2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은 기자단 투표 53표 중 39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감독의 말▼8회 밀어내기때 승리 직감▽양승호 롯데 감독=8회 대타 황성용이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 1점을 낼 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 특유의 자존심이 있어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를 할 거라 예상한 게 주효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나 작전 수행 중 나온 문제점들을 보강해 SK전을 준비하겠다.3-0 앞설때 방심한게 패착 ▽김진욱 두산 감독=3-0으로 앞서갈 때 5차전까지 갈 거라 생각하고 마지막에 방심한 게 패착이다. 5차전에서 노경은을 선발로 쓰려고 8회 니퍼트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8회에 동점까지 허용하면 끝이라 생각해 홍상삼을 투입했는데, 개인적으로 홍상삼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큰 압박감을 준 것 같다. SK ‘가을야구 DNA’ 믿겠다 ▽이만수 SK 감독=준플레이오프 경기를 다 봤다. 롯데는 선발과 불펜이 좋았고 분위기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박준서 용덕한처럼 의외의 선수가 활약하는 걸 보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가을야구 DNA’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잘할 것이다.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어게인 2010년? 두산이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두산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에서 홈팀 롯데를 7-2로 꺾고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2연패로 몰리고도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롯데는 선발 타순이 2차전과 같았다. 바꿀 이유가 없었다. 절박한 두산은 달랐다. 김진욱 감독은 1, 2차전 선발에 포함되지 않았던 최준석과 민병헌을 투입했다. 수비보다 타선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였다. 타순도 바꿨다. 잇달아 2번 타자로 내보냈던 오재원을 6번에 배치했다. 빈타에 허덕이는 하위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두산의 바뀐 타선은 1회부터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1사 3루에서 김현수의 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2사 1루에서 최준석이 2점 홈런을 때려 3-0으로 달아났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던 최준석은 올해 타율 0.250에 6홈런으로 부진했다. 롯데도 이내 반격에 나섰다. 2회 2사 1, 3루에서 두산 선발 이용찬의 보크와 김주찬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 붙었다. 하지만 4회 1사 3루에서 용덕한의 타석 때 주자 전준우가 두산 포수 양의지에게 견제사를 당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바뀐 타선은 7회 다시 빛을 발했다. 선두 타자 민병헌이 롯데의 3번째 투수 최대성에게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게 신호탄이었다. 두산은 무사 1, 3루에서 윤석민의 적시타로 4-2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 결국 두산은 1사 1, 2루에서 하위 타선에 포진한 오재원이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미치면 감당할 수 없다”며 경계 대상으로 꼽았던 오재원은 이날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포함해 7회까지 4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3-2로 간신히 앞선 3회 수비 때는 롯데 박종윤의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글러브에 공을 끼운 채로 송구를 하는 예술 같은 동작으로 병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공수에서 ‘미친 듯한’ 플레이를 보여준 덕에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오재원은 “롯데 양 감독님이 내 캐릭터를 잘 잡아 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롯데는 선발 사도스키가 오른 팔목 통증으로 3분의 2이닝 만에 3실점하며 강판한 데 이어 믿었던 불펜까지 대량 실점하며 완패를 당했다. 4차전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신인 변진수 잘 던졌다▽김진욱 두산 감독=타선이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1회에 3점 내고 바로 1점 차로 쫓겨 불안했는데 7회 오재원이 참 잘해줬다. 최준석은 스윙이 좋았는데 본인이 팀을 너무 생각해 7회에 번트를 댔다. 변진수도 신인답지 않게 잘 던졌다. 오늘 이겨야 내일이 있는 상황이라 김선우와 니퍼트까지 불펜에 대기시키며 총력전을 준비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 4차전도 총력전이다. 김성배 일찍 뺀 게 패인▽양승호 롯데 감독=사도스키가 초반부터 안 좋아서 투수 운영이 어려웠다. 7회에 김성배를 일찍 뺀 게 패인이 됐다. 게다가 두산 우익수 임재철과 2루수 오재원의 수비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만큼 좋았다. 두산이 처음부터 뛰는 야구를 할 거라 예상했지만 대처가 미흡했다. 서울에선 잘 싸웠는데 안방인 부산이다 보니 선수들이 긴장한 듯하다. 내일 부산에서 끝내겠다.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두산 손시헌은 시즌 막판 오른손 검지가 골절돼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뛸 수 없었다. 하지만 2연패를 당한 팀을 격려하기 위해 10일 선수단과 함께 부산으로 왔다.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사직구장에서도 유니폼을 입고 위기에 빠진 팀을 응원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손시헌은 “선수들이 대체로 젊다 보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붕 떠 있는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떠올렸다. 그때도 두산은 롯데에 2연패를 당했다. 당시 주장이었던 손시헌은 2연패 후 선수들을 불러놓고 “1승도 못 하면 부끄럽지 않느냐. 떨어지더라도 1승만 하자”고 질책했다. 그 후 마음을 추스른 두산은 기적같이 3연승을 거뒀다. 2년 후 두산은 같은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고참인 손시헌은 팀 동료들을 따로 불러 모으지 않았다. 그저 “한 경기에 1억 원씩 걸려 있다. 5차전까지 가야 너희에게 돌아오는 게 많아진다”고만 했다. 침체돼 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농담이었다. 손시헌 말대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버는 돈이 많아진다. 포스트시즌을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KBO가 포스트시즌 입장 수입에서 대회 운영비를 뺀 금액의 20%를 정규 시즌 1위에 우선 배당한다. 그 후 남은 돈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끼리 나눈다. 우승팀이 남은 돈의 50%, 준우승팀이 25%,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팀이 15%,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팀이 10%씩 가져간다. 경기 수가 많아야 입장 수입 총액이 늘어나고, 그래야 구단이 받는 금액도 커진다. 구단은 이 금액을 팀 공헌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선수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14경기가 치러져 78억5890만3000원의 입장 수입이 났다. 경기당 5억6135만214원 꼴이다. 게다가 이번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 1∼3차전이 전석 매진일 만큼 인기가 좋아 지난해보다 입장 수입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 선수들에겐 반드시 5차전까지 가야 할 동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부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둬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양 팀 감독의 반응은 상반된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여전히 불안한 반면 김진욱 두산 감독은 희망을 품고 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두산에 2연승한 후 거짓말처럼 3연패를 당했다. 2년 만에 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 팀은 11일 오후 6시 사직구장에서 운명의 3차전을 치른다.○ 사도스키 對 이용찬 두산은 3차전 선발투수로 이용찬을 내세워 대역전극을 노린다. 이용찬은 정규시즌에서 롯데에 1승 1패 평균자책 1.07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은 불펜의 핵인 홍상삼이 1, 2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맞아 불안한 상황이라 선발투수가 최대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롯데를 상대로 3차례 선발 등판해 2번이나 완투를 한 이용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용찬이 7, 8회까지 버텨준다면 두산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롯데 선발인 사도스키도 두산에 강하다. 사도스키는 정규시즌에서 두산에 맞서 3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 2.18을 기록했다. 이 1승이 그가 5월 26일 국내 무대에서 처음 거둔 완투승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아니다. 정규시즌 29경기에 나서 150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도스키의 등 뒤엔 김사율 정대현 등 막강한 필승 계투조가 있다. 사도스키가 5, 6회까지만 잘 막아준다면 임무를 완수하는 셈이다.○ 한 방 터지는 두산? 고참 살아나는 롯데? 두산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방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수를 제외하곤 확실한 믿음을 주는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이 2차전 1-2로 뒤진 9회 무사 1루 찬스에서 4번 타자 윤석민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도 ‘한 방’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9일 2차전에서 패배한 후 “김동주와 고영민의 공백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둘은 엔트리에 들지 못해 준플레이오프에 나올 수 없다. 1, 2차전에서 득점력 부재를 절감한 김 감독이 3차전에서 어떤 타순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다. 롯데는 조성환 전준우 등 고참들의 침체가 고민이다. 둘 다 아직도 안타 하나 못 쳤다. 조성환은 1차전에서 어이없는 수비 실책을 연발하더니 2차전에선 1-1로 맞선 7회 1사 만루 찬스를 병살타로 날렸다. 전준우는 타격 폼이 무너졌다는 양 감독의 판단하에 10일 사직에서 별도로 타격훈련을 했다. 롯데의 주전 포수 강민호가 눈 부상으로 3차전에 결장하는 것도 변수다. 강민호는 10일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8일 1차전에서 7회 전준우의 홈 송구에 왼쪽 눈을 맞아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롯데는 2차전과 같이 용덕한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홍성흔이 백업 포수로 대기한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는 양 팀 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3차전을 앞두고 두산은 ‘어게인 2010’을, 롯데는 ‘끝장’을 노린다. 역사가 반복될지, 새로운 역사가 쓰일지는 하늘만이 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롯데 팬들의 영원한 응원가 ‘부산갈매기’가 처음 울려 퍼진 것은 패색이 짙어 가던 7회였다. 그리고 9회 다시 한 번 부산갈매기가 터져 나왔다. 롯데가 활짝 웃는 데는 두 번의 부산갈매기면 충분했다. 롯데가 9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2차전에서 두산을 2-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두 팀 선발 투수들은 모두 호투했다. 잘 던졌기에 둘 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두산 선발 노경은은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6과 3분의 1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롯데 선발 유먼도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처리했다. 선취점은 두산 몫이었다. 김현수가 1회 1사 2루에서 깔끔한 안타로 주자 이종욱을 불러들였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고 김현수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될 듯 보였다. 하지만 잘 던지던 노경은이 7회에 흔들리면서 롯데에 기회가 왔다. 롯데는 1사 이후 황재균 용덕한(사진) 문규현이 잇달아 안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실책까지 얻어 1사 만루의 기회를 이어갔지만 조성환이 병살타를 때린 탓에 추가점은 내지 못했다. 전날처럼 연장전으로 이어질 것 같던 분위기는 9회초 바뀌었다. 1사에서 타석에 등장한 용덕한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린 것. 용덕한은 1스트라이크 2볼에서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홍상삼의 시속 146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1-1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결승 1점 홈런이었다. 그는 1차전에서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나가 2루타로 출루한 뒤 결승 득점을 올렸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용덕한은 6월 투수 김명성과 트레이드돼 롯데로 옮겼다. 그만큼 두산 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고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둘러 롯데의 2연승을 주도했다.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가 1차전 7회 수비 도중 다치는 바람에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정 팀에 이틀 연속 비수를 꽂았다. 2차전 최우수선수로 뽑힌 용덕한은 “두산은 내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팀이다. 뛰었던 팀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투수 김성배는 7회 마운드에 올라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김성배는 1차전에서도 6회 등판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역전당한 롯데가 분위기를 추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의 네 번째 투수로 8회 등판한 강영식은 2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 9개를 던지고 승리 투수가 됐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소 투구이자 최소 타자 상대 승리다. 이날 역전 홈런을 맞은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와의 악연을 이어갔다. 1차전에서 롯데 박준서에게 통한의 동점 2점 홈런을 얻어맞은 지 하루 만에 결승 홈런을 내줬다. 홍상삼은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4방을 허용해 이 부문 타이 기록의 불명예를 썼다. 홍상삼에겐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준플레이오프였다. 전날은 4시간 14분이 걸린 연장 혈투였지만 이날 경기는 2시간 56분 만에 끝났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2연패 뒤 3연승 또 해낼것▽김진욱 두산 감독=1회에 1점 내고 추가점을 못 낸 게 아쉽다. 이후엔 득점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1점 지키기가 어려웠다. 하위타선 싸움에서 졌다. 우리도 롯데처럼 필요할 때 장타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엔트리에 없는 김동주 고영민의 공백이 아쉽다. 더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하고 3연승했듯 부산 가서 전력을 다하겠다. 용덕한은 원래 가을 사나이 ▽양승호 롯데 감독=용덕한이 강민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말할 수 없이 예쁜 선수다. 용덕한은 원래 가을에 강하다. 두산에 있을 때도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탔다. 이런 분위기라면 3차전에서 끝내야 하는데 야구가 감독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2010년에도 두산에 2승 했다가 3패 했다. 3차전도 긴장 늦추지 않고 1차전 같은 마음으로 하겠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진욱 두산 감독은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하루 앞둔 7일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상대 팀 선수’로 롯데 홍성흔을 꼽았다. 이때의 ‘미친 선수’란 중요한 경기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선수를 뜻한다. 김 감독은 “홍성흔은 팀 분위기를 잘 끌어올린다. 그가 미치면 롯데 선수 전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이 2008년까지 두산에 있었던 홍성흔을 너무 잘 안 걸까. 불행히도 김 감독의 염려는 8일 열린 준PO 1차전부터 현실이 됐다. 홍성흔은 0-0으로 맞선 4회 첫 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니퍼트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니퍼트가 맞은 두 번째 안타였다. 롯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희생번트와 진루타로 홍성흔을 3루까지 보냈다. 홍성흔은 황재균이 터뜨린 좌익수 앞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가 선취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이 득점으로 준PO 최다 득점 기록(12득점)을 세웠다. 홍성흔이 선취점을 올리자 롯데 타선은 김 감독 말대로 무섭게 분위기를 탔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문규현이 적시타로 2루 주자 조성환을 불러들였고 손아섭 역시 적시 2루타로 점수를 보탰다. 롯데는 4회에만 3점을 냈다. 이날 양 팀 대결에서 선취점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였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선취점을 냈을 때의 승률이 70%에 육박했다. 선취점을 낸 경기에서 두산은 42승 2무 18패(승률 70%), 롯데는 49승 2무 23패(승률 68%)를 거뒀다. 게다가 준PO 엔트리에 든 선수 26명 중 10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초짜’인 두산으로선 선수들을 안정시켜 줄 선취점이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선취점은 김 감독이 ‘미치지 않았으면’ 했던 홍성흔의 차지였다. 게다가 김 감독이 ‘미쳐줬으면’ 했던 두산 김현수는 9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쳤다. 김 감독 입장에선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역대 최초로 700만 관객을 돌파한 시즌다웠다. 2012년 ‘가을야구’의 시작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롯데가 8일 잠실에서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을 8-5로 꺾고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잘나가다 어이없는 실책 연발로 낭떠러지에 몰리고도 기적같이 살아난 회생 드라마였다. 7회까지만 해도 롯데는 패색이 짙었다. 4회초 3점을 뽑아 3-0으로 앞섰지만 5회가 문제였다. “실수만 안 하면 이길 수 있다”던 롯데 양승호 감독의 말을 무색하게 한 실책이 문제였다. 5회 두산 선두 타자 임재철은 롯데 2루수 조성환의 실책으로 진루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임재철은 송승준의 보크로 2루까지 갔고 양의지의 안타에 홈을 밟았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두산 김재호는 병살성 타구를 때렸지만 조성환이 다시 송구 실책을 했다. 김재호는 2루까지 나갔고 이종욱의 2루타에 홈을 밟았다. 악몽은 계속됐다. 송승준이 2사 1, 2루에서 1루에 던진 견제구가 다시 뒤로 빠졌다. 2루 주자 이종욱이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 김현수는 3루에 안착했다. 3-3 동점이 됐고 김현수는 윤석민의 중견수 앞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실책 타이(3개). 두산은 7회 1점을 더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박준서였다. 3-5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준서는 두산 홍상삼의 시속 135km짜리 포크볼을 강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준플레이오프 역대 5번째 대타 홈런이자 포스트시즌 역대 17번째 대타 홈런. 박준서는 5-5로 맞선 연장 10회 무사 2루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 옆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번트를 성공해 무사 1, 3루를 만들며 역전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롯데는 황재균의 결승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고 2점을 더 뽑아 승부를 갈랐다. 2001년 SK에 입단한 뒤 이듬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준서는 광주상고(현 동성고) 시절만 해도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타석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준서는 “올해 처음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진 게 약이 됐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절박하게 야구를 했다. 팀이 5회 역전 당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박준서는 상금 1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인터컨티넨탈호텔 숙식권을 받았다. 박준서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차전은 9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천당과 지옥 다녀왔다▽롯데 양승호 감독=천당과 지옥을 다녀왔다. 5회까진 고등학교 야구 수준이었다(웃음). 정규시즌에 그 정도 실책이 나왔으면 금방 무너졌을 텐데 마지막에 잘 극복했다. 두산의 중간 투수진이 약하기 때문에 후반에 비슷한 점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수비에서 생각지 않은 실수들이 나왔지만 선수들이 작전을 잘 따라줬다. 홍상삼 8회 실투 아쉬워▽두산 김진욱 감독=경기 전에 우리 팀에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1회부터 움직임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까지 움직임이 굳지 않았다. 홍상삼도 구위 자체는 좋았는데 (8회 박준서에게 2점 홈런 맞은) 실투 하나가 아쉽다. 선수들이 패기 있게 활발히 움직여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진 적이 없다.”(두산 이용찬) “과거는 추억일 뿐, 이젠 우리가 이길 때다.”(롯데 손아섭)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준PO·3선승제)를 하루 앞둔 7일 잠실구장. 두산 김진욱 감독과 김현수 이용찬, 롯데 양승호 감독과 강민호 손아섭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 롯데 전준우 vs 두산 김현수 롯데 양 감독은 전준우를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그는 “전준우의 출루에 따라 팀 득점이 달라진다. 그가 살아나야 가을야구가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97득점)인 전준우는 올 시즌 63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롯데는 전준우가 득점한 49경기에서 36승 3무 10패로 승률 78.3%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승률(51.2%)보다 무려 27.1%포인트나 더 높다. 두산 김 감독은 팀 타선의 핵인 김현수에게 주목했다. 그는 “김현수가 고군분투하느라 잠시 지쳤지만 회복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하면 병살타만 기억에 남는데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김현수는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3, 5차전에서 각각 9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때려 역전의 기회를 날렸다. 롯데 손아섭은 “두산은 김현수 외에는 딱히 장타자가 없다. 김현수만 막으면 우리가 이긴다”며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두산의 우세? 롯데의 반전? 두산은 2009, 2010년 준PO에서 모두 롯데에 1차전(2009년) 및 1, 2차전(2010년)을 내주고도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10승 1무 8패로 우위다. 하지만 롯데는 최근 박종윤 등 부상 선수가 복귀한 반면 두산은 정수빈 손시헌이 부상으로 준PO에 나설 수 없게 된 점이 변수다. 김 감독은 “우리는 포스트시즌에 ‘미러클 두산’이 된다. 꼭 기적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두산은 2000년 이후 준PO에 4번(2001, 2004, 2009, 2010년) 진출해 모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양 감독은 “우리 팀은 올 시즌 5연승도, 7연패도 해봤다. 주위에서 두산이 유리하다지만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8일 오후 6시 잠실에서 열리는 양 팀의 준PO 1차전에는 두산 니퍼트, 롯데 송승준이 각각 선발투수로 나선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첫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불과 6년 전인 2006년만 해도 300만 관중(304만254명)조차 간신히 넘겼는데 이제 1000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 입장 수익도 처음으로 600억 원(5일 현재 629억4219만2136원)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고공행진이다. 여기엔 소위 ‘비인기 구단’으로 불리는 팀들의 대약진이 숨어 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이후 프로야구의 인기가 폭발한 2008년만 해도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했다. 야구팬의 관심은 온통 기존 인기구단인 롯데 LG 두산에 집중됐다. 신생 구단 히어로즈(현 넥센)는 서울을 연고로 했음에도 입장 수익이 롯데의 15.6%(11억2850만 원)에 불과했을 정도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전과 달리 ‘인기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관중 증가율을 기록한 건 넥센(36%) 한화(12%) SK(10%)뿐이다. 모두 비인기 구단이거나 지방 연고팀이다. 이미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LG(6%) 두산(5%)과 롯데(1%)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넥센은 지난해 대비 관중이 15만7954명 늘어 8개 구단 중 가장 증가폭이 크다. 잠실구장(2만7000석)의 절반도 안 되는 목동구장(1만2500석)을 안방으로 쓰면서 거둔 성과다. 창단 최초로 8연승을 달리며 반짝 1위에 오르는 등 성적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같은 시기 똑같이 서울을 연고로 하면서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LG 두산은 6만여 명 늘어났다. SK는 지난해보다 관중이 9만9562명 늘어 인천 연고팀 최초로 단일 시즌 100만 관중을 돌파해 롯데 LG 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입장 수익 증가폭도 평준화 시대다. 올 시즌 입장 수익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구단은 정규시즌 꼴찌 한화다. 한화의 입장 수익은 지난해보다 44%(13억1457만200원)나 증가했다. 올해 초 안방인 대전구장을 증축하면서 스카이박스, 테이블석 등 고급좌석을 대거 확충한 덕이다. 대구를 연고로 한 삼성 역시 정규시즌 우승에 힘입어 입장 수익이 33% 늘었다. 이처럼 일부 구단에 편중됐던 프로야구의 인기가 풀뿌리 내리듯 각지로 고르게 확산되는 건 ‘700만 관중’보다 값진 성과다. 균형 발전 없이는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는 불가능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은 ‘가을잔치(포스트시즌)’와는 상관이 없다. 올 시즌 6위에 머문 넥센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4번 타자 박병호와 서건창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3일 발표한 MVP 후보에서 박병호는 팀 동료 나이트와 김태균(한화) 장원삼(삼성)과 경쟁하고 있다. 박병호는 2일 현재 유일하게 30홈런(31개)-100타점(105점) 이상을 기록했고 20홈런-20도루까지 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서 올해 국내에 복귀한 김태균은 꿈의 4할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타율(0.365)과 출루율(0.471) 1위에 올라 있다. 다승 공동 1위(16승)인 나이트와 장원삼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나이트는 평균자책(2.20) 1위에 8개 구단 투수 중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208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장원삼은 토종 투수로 선전했지만 평균자책(3.62)이 다소 높은 게 흠. 신인왕 후보로는 서건창이 독보적이다. 그는 도루 2위(39개)로 넥센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타율(0.269)과 타점(40점)도 준수하다. 성적에서 다른 후보인 박지훈(KIA·2승 3패 2세이브 10홀드), 최성훈(LG·5승 6패 2홀드), 이지영(삼성·타율 0.297에 12타점)을 앞선다. 서건창은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해 올해 성공신화를 썼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MVP와 신인왕은 종합지와 전문지, 방송사 야구 담당 기자단의 현장투표와 부재자투표로 결정된다. KBO는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8일 투표를 마감하고 11월 5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 때 수상자를 발표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SK 투수 윤희상(27·사진)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2004년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2차 1순위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그 후 존재감은 미미했다. 2군에 머물거나 병원을 오갔다. 지난해까지 8년간 성적표는 3승 4패. 그런 그가 올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10승(9패)을 거두며 ‘백조’로 거듭났다. 최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윤희상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7명을 소개했다.○ SK 박희수 윤희상의 특급 도우미. 윤희상이 9월에 거둔 4승 중 3승이 박희수(29)와의 합작품이다. 박희수는 8월 15일 롯데전 당시 윤희상에 이어 7회 등판해 역전을 허용했다. 윤희상의 ‘전구단 상대 승리 투수 1호’ 기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SK가 재역전해 승리투수가 된 박희수는 “내가 희상이의 승리를 빼앗았다”며 괴로워했다. 박희수의 부친까지 윤희상에게 사과 전화를 걸어왔을 정도였다. 윤희상은 “희수 형이 6월 말부터 한 달 정도 팔꿈치 통증으로 1군을 비웠을 때가 올 시즌 가장 힘든 때였다. 그만큼 희수 형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털어놓았다.○ SK 정우람 임훈 2004년 SK 입단 동기이자 최고의 자극제. 스물일곱 동갑내기인 정우람과 임훈은 입단 당시에는 윤희상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윤희상이 2군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팀의 핵심 전력이 됐다. 윤희상은 “우람이가 연봉 2억 원을 훌쩍 넘고 훈이가 1군 고정 야수가 된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했다. 이들은 내가 다시 일어서게 만든 자극제”라고 했다.○ SK 이만수 감독 윤희상의 소중한 은인(恩人). 이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유독 윤희상을 자주 불러 ‘면담’을 했다. 이만수 감독은 “너의 재능을 왜 발휘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하는 동시에 “너는 우리 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윤희상은 “감독님과 자주 면담을 하니까 진심이 느껴졌다. 이후 내 자신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윤희상은 올 시즌 팀 내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할 때 홀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효자’로 거듭났다.○ KIA 윤석민 윤희상이 경기 구리에서 공익근무 생활을 하던 2007∼2009년, 그의 아버지가 술을 마실 때마다 자주 언급한 이름. 윤희상의 구리초-인창중 1년 후배인 윤석민(26)은 국내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성장한 반면에 아들은 2군을 전전하는 게 속상했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군에 입대할 때까지만 해도 부진과 부상의 악순환에 빠져 야구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한탄’을 듣고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여자친구 윤희상이 야구선수로서 실패를 거듭해도 7년 동안 그의 옆을 지켜 준 한 살 연상의 간호사. 둘 다 20대 후반이라 결혼할 때인데 여자친구는 요지부동이다. 결혼 얘기만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일단 너 하는 거 봐서!”라고. 윤희상은 내년에 고액 연봉자가 된 뒤 여자친구에게 당당히 청혼하는 게 목표다. 올 시즌 4500만 원을 받은 그는 내년엔 연봉 1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SK 김상진 코치 윤희상이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 시절부터 좋아했던 스타 투수. 윤희상은 김상진 코치를 SK에서 만나 야구를 배웠다. 그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처음 권한 것도 김 코치였다. 윤희상은 “내가 OB 팬 시절 김 코치님이 당시 라이벌인 LG에서 뛰던 이상훈(은퇴)과 맞붙으면 대부분 졌다. 그래도 멋진 투구 폼으로 거침없이 공을 던지는 ‘김상진’이 무조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김 코치를 보며 그랬듯 SK 어린이 팬에게 ‘무조건 좋은 투수’로 기억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4위 롯데는 1일까지 최근 10경기에서 승률 1할(1승 9패)로 부진했다. 롯데의 자랑거리였던 방망이는 평균 1.5득점에 그칠 만큼 무뎌졌다. 롯데 타선은 23이닝 동안 무득점 행진을 이어갈 만큼 무기력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는 데 필요한 1승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런 롯데가 2일 군산에서 최근 7경기에서 완투승만 6번 거둔 5위 KIA를 만났다. 상대 선발은 에이스 윤석민. 누가 봐도 롯데가 불리했다. 롯데 타선은 6일 동안 충분히 쉬고 등판한 윤석민에게 4회 2사까지 퍼펙트로 압도당했다. 롯데의 대반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조성환이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밟으며 윤석민의 퍼펙트를 깼다. 홍성흔은 2사 1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7이닝 만의 득점. 강민호는 계속된 2사 2루에서 왼쪽 2루타로 1점을 보탰다. 롯데 타선은 그동안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4회부터 8회까지 매회 득점을 했다. 5회에는 2점을 더해 끝내 윤석민을 강판시켰다. 황재균은 5-2로 앞선 7회 1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한승혁을 상대로 쐐기 만루포를 날려 팀의 4강 확정을 자축했다. 롯데는 10-2 대승을 거두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롯데 정대현은 6회 2사 1, 3루에 등판해 올 시즌 최다인 3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이적 후 첫 세이브(2승)이자 통산 100세이브째를 올렸다. 선두 삼성은 잠실에서 7위 LG를 2-0으로 꺾었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35세이브째를 거둬 두산 프록터와 롯데 김사율(이상 34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한화는 대전에서 3-4로 뒤진 9회말 터진 김태균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SK에 5-4로 역전승했다. 두산은 목동에서 6위 넥센을 3-1로 꺾고 3위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넥센 박병호는 팀 동료 강정호에 이어 두 번째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1위 삼성, 2위 SK는 확정됐지만 3, 4위는 변수가 남아 있다. 두산이 남은 3경기를 모두 지고 롯데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롯데가 승률 4리 차로 3위에 오른다. 3위 팀은 8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 2, 5차전을 안방경기로 치르는 이점이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지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어라? 올 시즌 최고의 투수가 스스로를 ‘생계형 투수’라 한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꿈을 이루고 싶다” 같은 거창한 말은 없다. 오히려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난 공짜로는 안 한다”고 단언한다. 이 사람, 참 가식 없고 솔직하다.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넥센의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37)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15패 투수에서 15승 투수로 나이트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6일 현재 다승 공동 1위(15승 4패), 평균자책 단독 1위(2.28)다. 지난 시즌 최다 패(7승 15패) 투수의 성적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2010년 말에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이 깨끗이 나은 덕이다. 그는 “지난해 재활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런데 수술한 오른 무릎은 못 쓰다 보니 왼 무릎이 더 커져 투구 폼이 무너졌다. 하지만 올해는 몸의 균형을 찾았고 자연스레 제구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이트는 지난 시즌 98개에 달했던 볼넷이 올 시즌 53개로 줄었다. 넥센은 내년에도 나이트와 재계약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나이트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단 현재 그의 마음 속 1순위는 넥센이다. 그는 “넥센은 내가 2010년 8월 삼성에서 방출됐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팀 동료도 좋고 집도 목동구장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깝다”며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나이트가 아내와 세 아들을 부양하는 가장이란 사실이다. 그는 “내 나이가 되면 경제적 능력이 중요하다. 가족을 부양하려면 연봉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스카우트들이 관심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제의를 받은 건 없다”고 했다. 나이트의 올 시즌 연봉은 27만 달러(약 3억 원)다.○ 더그아웃에서 신문 읽는 투수 나이트가 야구장에 올 때 항상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게 있다. 바로 신문이다. 그는 경기 시작 전에 더그아웃에 느긋하게 앉아 신문을 읽는다. 그게 그가 긴장을 푸는 방식이다. 그는 2003년 일본에서 뛸 때부터 더그아웃에서 신문을 봤다. 읽는 신문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발행된 영자신문과 미국 신문을 고루 본다. 그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5를 예로 들어 여러 신문을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필자가 쓰는 영자신문은 아이폰5에 대해 비판적인 반면 미국 신문엔 아이폰5가 훌륭하다고 나온다. 여러 신문을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참 똑똑한 선수다.○ “강정호 류현진, 미국서 통한다!” 나이트는 한국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를 두루 경험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03∼2005년엔 일본 무대를 밟았다. 한국 생활도 어느덧 4년째다. 그런 그에게 해외에서 통할 만한 한국 선수를 물었다. 그는 바로 팀 동료 강정호를 꼽았다. “강정호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통할 만한 터프가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이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나이여서 발전 가능성도 크다. 특히 그는 4.5툴을 갖췄다(5툴은 정확한 타격과 파워, 수비, 송구, 주루 능력을 의미). 달리기 능력이 조금 부족해 0.5를 뺐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화 류현진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미국에 가면 3, 4선발은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해내는 성격이다.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더 강했다. 미국 무대가 쉽진 않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거포다. 난 류현진이 그걸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올 시즌 나이트의 변신엔 그의 가족도 큰 역할을 했다. 나이트의 아내와 세 아들은 5월 초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 왔다. 그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면 브랜든 주니어(6), 배스티언(4), 벤저민(2)의 가정교사로 변신한다. 자식 이야기를 할 때 그의 얼굴은 한없이 밝아졌다. 그는 가족이 있기에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그런 나이트는 올해 가족과, 동시에 목동을 지키는 ‘기사(Knight)’로 거듭났다. 나이트가 있기에 그의 아내와 세 아들도, 목동 팬도 ‘굿 나이트’(good night)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한화 류현진은 최근 달콤한 유혹을 받았다.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6이닝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된 뒤 한용덕 감독대행이 “휴식일을 5일에서 4일로 줄여 남은 등판 기회를 2번에서 3번으로 늘려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 당시 류현진은 8승(9패)에 그쳐 7년 연속 10승 돌파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정정당당하게 10승에 도전하고 싶다”며 한 감독대행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한민국 에이스’의 자존심이었다. 류현진은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섰다. 10승을 위해선 무조건 이날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 하지만 두산 역시 2위 SK를 잡기 위해 올 시즌 10승을 거둔 영건 이용찬을 내세웠다. 류현진은 역시 ‘괴물’이었다. 그는 경기 초반 맞춰 잡는 투구를 펼쳤다. 최대한 오래 던지기 위해서였다. 3-0으로 앞선 4회 두산의 중심 타선인 김현수-윤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를 허용한 뒤 희생번트와 투수 땅볼로 첫 실점을 하고 류현진은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 이때부터 전력투구를 시작했다. 5회 직구가 최고 시속 151km가 나왔고, 6회는 공 5개, 7회는 공 9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포함해 7안타 1볼넷 1실점. 총 투구수는 93개. 류현진은 시즌 9승(9패)째를 거두며 7년 연속 10승에 1승만 남겨뒀다. 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두산을 3-1로 잡고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현진은 “초반보다 중반에 강하게 던진 게 주효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1일 SK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10승과 200탈삼진(현재 198개)에 도전한다. SK는 문학에서 LG를 7-4로 꺾었다. 18일 만에 선발 등판한 SK 김광현은 6이닝 4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타선의 지원에 힘입어 시즌 8승(4패)째를 올렸다. SK는 3위 롯데를 3경기, 4위 두산을 3.5경기 차로 따돌리며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KIA는 대구에서 선발 김진우의 9이닝 1실점 완투승에 힘입어 삼성을 5-1로 이겼다. 김진우의 완투승은 2005년 9월 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2569일 만이다. 한편 이날 3개 구장에는 2만7504명이 입장해 총관중 681만2530명으로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681만28명) 기록을 경신했다. 4년 연속 최다 관중기록을 갈아 치우며 700만 관중시대를 눈앞에 뒀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SK 조동화는 가을이 되면 펄펄 난다. 별명도 ‘가을동화’다. 그는 2007년 정규시즌에는 홈런 하나 없었지만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 4차전에서는 홈런 1방씩을 날리며 팀의 첫 우승을 도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더이상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조동화는 1년 가까운 재활을 거쳐 1일 1군에 복귀했다. 그런 그가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가을본색’을 발휘했다. 1-1로 맞선 6회 1사 2루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중견수 앞으로 뻗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두산 중견수 이종욱은 몸을 날렸지만 공은 뒤로 빠졌다. 그 사이 2루 주자 박진만은 홈을 밟았다. 2위 싸움의 경쟁자인 두산을 침몰시킨 결승 2루타였다. SK는 두산을 3-1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이날 패배로 공동 3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SK는 이어지는 6연전을 하위팀인 LG 넥센 한화 KIA와 만나 2위를 굳히기 위한 승수 쌓기에 유리한 입장이다. 반면 롯데는 선두 삼성과 3경기, 두산은 상대 전적에서 6승 10패로 뒤지는 서울 라이벌 LG와 2경기를 치러야 한다. KIA는 목동에서 넥센을 7-0으로 이겼다. KIA 선발 서재응은 9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998년 뉴욕 메츠 입단 후 14년 만에 프로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5회까지 안타와 사사구 하나 없이 퍼펙트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완벽했다. 투구 수는 110개. 서재응은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전 이후 36이닝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선동열 KIA 감독이 해태 시절 세운 49와 3분의 1이닝 무실점(1986년 8월 27일 광주 빙그레전∼1987년 4월 12일 사직 롯데전). 롯데는 사직에서 LG를 3-1로 꺾고 7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편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이날까지 총 675만82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 지난해 최다 관중 기록(681만28명)을 넘고 다음 달 2일경 700만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타자 입장에선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까다로운) 투수였죠.” 넥센 김병현은 4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겁 없이 공을 던지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무대를 밟은 김병현의 공은 평범했다.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난타당하는 경기가 많았다. 8월까지 선발 등판한 9경기 성적은 2승 5패에 평균자책 6.64. 결국 지난달 1일 SK 전을 마지막으로 선발 보직을 내려놓고 불펜을 맡았다. 그런 김병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시진 전 감독이 퇴진한 뒤 지휘봉을 잡은 김성갑 감독대행이 남은 경기 동안 김병현을 선발 등판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전 감독이 김병현의 선발 기용을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었기에 의외의 결정이었다. 김병현은 20일 안방인 목동에서 50일 만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마침 상대는 6월 1일 그에게 국내 무대 첫 패를 안긴 롯데였다. 이날 김병현의 얼굴은 비장했다. 최고 시속 147km 직구는 전성기 시절 ‘뱀 직구’처럼 꿈틀거렸다. 그가 잡은 삼진 5개는 모두 상대 타자가 헛스윙했을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2번의 만루 위기에서도 정면 승부를 했다. 3회 2사 만루에선 롯데의 4번 타자 홍성흔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 6회 무사 만루에선 롯데 정보명의 유격수 앞 땅볼로 1점을 내줬지만 후속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병현은 공 87개로 6이닝을 7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6패)를 올렸다. 6월 26일 목동 두산 전 이후 86일 만의 선발승. 스트라이크 비율이 71%(62개)에 이를 만큼 제구가 완벽했다. 볼넷은 한 개도 없었다. 김병현은 “공 120개를 던지기로 했었는데 (6회 황재균의) 번트를 수비하다 발목이 삐끗해 일찍 내려왔다. 내 투구는 10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3-1로 승리한 넥센은 김 전 감독 경질 이후 3연승을 달렸다. 반면 롯데는 장단 13안타를 날렸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만루 기회를 4번이나 얻었지만 1득점에 그치며 올 시즌 최다인 5연패에 빠졌다. 삼성은 광주에서 KIA를 5-0으로 이겼다. 삼성은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매직넘버’를 ‘9’로 줄였다. 한화는 잠실에서 LG를 3-1로 꺾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6일 SK와 KIA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SK 최정은 1회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모두 더그아웃에서 나와 최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 홀로 더그아웃에 남아 있었다. 이만수 감독이었다. 1-2로 뒤진 3회 박진만이 동점포를 쏘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평소 누구보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다. 그런 그가 최근 극도로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발생한 ‘투수 대타’ 사건 때문이다. 당시 김기태 LG 감독은 이 감독의 투수 운용 방식에 항의해 9회 공격에서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그동안 이 감독이 경기 도중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한 것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평소 감정 표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역 시절부터 홈런을 치면 포효하는 ‘헐크’ 세리머니를 했다. 지도자가 됐다고 갑자기 근엄해지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다.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호수비를 하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라고 당부하는데 잘 안 된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무조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끝내기 결승타가 나오면 감독도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앞선 상황에서 홈런이 나올 때도 과한 액션을 보이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프로야구 전문가 민훈기 XTM 해설위원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메이저리그 감독도 이 감독처럼 강한 표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 팀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강한 세리머니를 하는 이유는 선수단 사기를 고양시키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이 감독 같은 ‘스타일리스트’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감독이 주장해 온 ‘새로운 감독 문화 개척’에 성공하려면 세리머니에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지혜를 담아야 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