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조각 지문’ 남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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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서 12명 성폭행 주방장… 지문검색 발달로 신원 밝혀져 구속

2006년 6월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택 앞. 전모 씨(40)가 조용히 1층 창문에 테이프를 붙였다. 창문을 깰 때 나는 소리를 줄이고 유리 파편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 씨는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진입한 뒤 고무장갑부터 꼈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혼자 자고 있던 박모 씨(36·여)를 칼로 위협해 성폭행했다. 전 씨는 2006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신림동 일대에서만 여성 12명을 겁탈했다.

전 씨는 매년 1∼3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도 잡히지 않았다. 증거를 남기지 않은 데다 대부분의 피해 여성이 신고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남긴 유일한 흔적은 2006년 6월 테이프에 묻어 있던 ‘쪽지문’(지문의 일부) 하나뿐이었다. 수사 당국은 쪽지문만 갖고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전 씨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되풀이하는 사이 지문 검색 기술은 나날이 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근 7년이 지난 지난달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이 정기적으로 미제 사건에서 채취한 지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쪽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 씨를 긴급체포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기존 미제 사건과 대조시켜 보니 5건의 성폭행에서 나온 범인의 유전자가 전 씨와 일치했다. 나머지 7건은 전 씨가 자백했지만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전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고깃집 주방장으로 일하는 미혼 남성이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채널A 영상]신림동 발바리, 7년 전 창문에 남긴 지문에 덜미


#지문#성폭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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