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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조재호(43·NH농협카드)가 한국 선수 최초로 프로당구 왕중왕에 올랐다. 조재호는 11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프로당구(PBA) 2022∼2023시즌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스페인 출신의 다비드 마르티네스(32·크라운해태)를 5-4(12-15, 15-12, 7-15, 15-8, 9-15, 15-12, 15-7, 11-15, 15-8)로 꺾었다. 조재호는 2020∼2021시즌부터 세 차례 열린 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초대 챔피언 다비드 사파타(31·블루원리조트)는 스페인, 두 번째 우승자 프레드릭 쿠드롱(55·웰컴저축은행)은 벨기에 출신이다.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다가 2020∼2021시즌 3차 대회부터 프로로 전향한 조재호는 첫 월드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누적 랭킹포인트 상위 32명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출전권을 따냈지만 대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실격당했다. “그동안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실시간 채팅창에서 ‘한국 선수는 왜 없냐’는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내가 탈락하더라도 한국 선수가 결승전에 가길 바랐는데 그게 내가 됐고 우승까지 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조재호는 우승 상금 2억 원과 랭킹포인트 20만 점을 추가해 시즌 상금(4억2250만 원)과 포인트랭킹(46만1500점)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여자프로당구(LPBA) 결승전에서는 스롱 피아비(33·캄보디아·블루원리조트)가 김가영(40·하나카드)을 4-3(11-6, 8-11, 11-5, 11-3, 9-11, 8-11, 11-10)으로 꺾고 우승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야구가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졸전을 거듭하자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다시 팬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수 전체가 아닌 일부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국가대표팀이 이번 WBC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을 놓고 볼 때 ‘실력에 비해 연봉을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연봉 대박’을 쳐온 자유계약선수(FA)들의 계약 때 보수에 상한을 두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그간의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붙고 있다.》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8년 가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FA 제도 개선 관련 ‘떡밥’ 하나를 던졌다. FA 자격 취득 시점을 고교 졸업 선수는 9년에서 8년, 대학 졸업 선수는 8년에서 7년으로 1년씩 줄여주고 ‘등급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두 가지 모두 선수협회가 KBO에 꾸준히 제안했던 내용이지만 당시 선수협회는 ‘노, 생큐’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KBO가 FA 계약 조건을 4년 최대 80억 원으로 제한하는 ‘FA 계약 보수 상한제’를 동시에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이대호(당시 롯데)가 선수협회 회장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전 2년 동안에는 선수협회장 자리가 비어 있던 상태였다. 선수협회는 올스타전 휴식기였던 그해 7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FA 계약 보수 상한제를 수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 대신 이번에는 선수협회가 ‘FA 보상선수 전면 폐지’를 조건으로 내거는 바람에 KBO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KBO는 2020년 1월 21일 등급제 도입을 포함한 FA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FA 계약 보수 상한제는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게 문제가 된 건 KBO가 FA 등급제와 함께 샐러리캡(구단별 연봉 총액 상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FA 등급제는 ‘보통 선수’의 이적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지만 샐러리캡은 이를 가로막는 제도에 가깝다. 실제로 샐러리캡 제도 도입 첫해인 올 시즌을 앞두고 혼란이 벌어졌다.● 여전히 외면받는 B, C등급 선수협회가 FA 등급제를 도입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한 건 ‘FA 미아 방지 대책’ 차원이었다. 그전에는 FA를 영입한 팀은 그 선수가 원래 뛰던 팀에 △보상선수 1명+이 선수의 전년도 연봉 2배 또는 △그 선수의 전년도 연봉 3배를 보상해야 했기 때문에 ‘준척급’ 선수도 이적이 쉽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준(準)주전으로 뛰던 선수가 FA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은퇴 기로에 몰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등급제를 도입한 2021년과 지난해 스토브리그 때는 FA 선수 30명 전원이 계약을 마쳤다. 등급제 도입으로 B등급 FA를 영입한 팀은 그 선수의 원소속 팀에 △보상선수 1명+영입 선수의 전년도 연봉 또는 △전년도 연봉의 2배만 주면 된다. C등급 FA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배만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올 시즌 분위기가 달라졌다. FA 자격을 얻은 21명 중 권희동(전 NC) 정찬헌(전 키움·이상 B급)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전 롯데) 이명기(전 NC·이상 C급) 등 4명은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모두 해외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까지도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이명기는 지난달 14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연봉은 지난해 1억7500만 원에서 올해 1억 원(옵션 5000만 원 포함)으로 줄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이명기가 원래 소속 구단인 NC와 계약한 뒤 한화로 트레이드되는 방식이라 한화는 NC에 FA 영입 보상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27일 NC와 재계약한 권희동의 연봉도 지난해 1억1000만 원에서 올해 최대 1억2500만 원(옵션 3500만 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FA 계약을 맺고도 올해 프로야구 선수 평균 연봉(1억4648만 원)보다 적은 돈을 받는 것이다. 정찬헌과 강리호는 12일 현재까지도 FA 미아 상태다.각 구단에서 이런 B, C급 선수 영입을 주저하는 건 샐러리캡 제도 도입에 따라 올 시즌부터 3년간 선수단 몸값 총액으로 114억2638만 원 이상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SSG는 지난해 선수단 몸값 총액으로 이 기준의 2.2배인 248억7512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각 구단으로서는 선수단 몸값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체 FA 21명 중 7명(33.3%)이 총액 40억 원 이상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다 보니 B, C급 선수에게 1억, 2억 원 투자하는 돈이 더욱 아까워진 것이다.● NBA는 FA 보수 상한제 등 보완책 둬 프로 스포츠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 리그에 선수단 몸값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다는 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게 자본주의 천국인 미국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많은 미국프로농구(NBA)가 이 제도를 처음(1984년) 도입했다. NBA 샐러리캡 제도는 ‘맥시멈 계약’ 조건까지 명시하고 있다. NBA에서 뛰는 선수는 연차와 각종 자격 요건에 따라 FA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맥시멈 계약은 KBO가 선수협회에 제안했던 FA 보수 상한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멈 계약’ 제도도 있다.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각 구단이 베테랑 선수와 계약하지 않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국에서 연봉을 보조해 주는 제도다. 이렇게 샐러리캡과 함께 이를 보완하는 여러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NBA는 구단과 선수 모두 큰 불만 없이 샐러리캡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NBA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와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등에서도 샐러리캡을 도입하자고 각 리그 선수 노동조합을 설득할 수 있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선수 연봉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지급한 구단으로부터 ‘사치세’를 걷고 있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FA 보수 상한제를 비롯한 각종 보완책 없이 샐러리캡을 도입하면서 오히려 선수들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선수협회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샐러리캡 도입 이후에도 비(非)FA 다년 계약을 포함해 선수 영입에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쓴 건 각 구단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한국의 FA 등급제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FA를 신청했다가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은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FA 신청 건수가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C등급 FA만이라도 샐러리캡 계산에서 빼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FA 보수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그 기준을 KBO 이사회만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BO 이사회는 각 구단 대표로 구성된 모임인 만큼 선수나 팬들의 목소리는 빠진 채 구단 입장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동웅 스포츠부 기자 leper@donga.com}
스포츠 도박사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후보 1순위로 평가한 도미니카공화국이 첫 번째 공식 연습 경기부터 안타 14개를 몰아치며 완승을 거뒀다. 반면 우승 예상 2순위인 미국은 안타를 4개 때리는 데 그치면서 패배로 연습 경기 일정을 시작했다. 두 나라가 속한 D조와 C조는 12일부터 조별리그 일정에 돌입한다. 도미니카공화국은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쿨투데이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와의 연습 경기에서 9-0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애틀랜타에서 방출당한 로빈슨 카노(41)가 3회초에 친정 팀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렸고 단장 겸 선수로 뛰는 넬슨 크루스(43·샌디에이고)도 6회초에 선두 타자 홈런을 쳤다. MLB 선수 28명이 몸담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날 득점권 타율 0.400(10타수 4안타)을 기록하며 ‘클러치 능력’을 자랑했다. 반면 선수 30명 전원이 MLB 소속인 미국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에 1-5로 패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미국은 이날 득점권에서 타율 0.000(7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폴 골드슈밋(36·세인트루이스)이 6회초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치면서 영패는 면했다. MLB 공식 사이트 MLB.com에서 집계한 스포츠 베팅 결과를 보면 도미니카공화국(26.9%)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았고 미국(23.1%)이 그다음이었다. 3위는 일본(21.9%)이었다. 한국(5.9%)은 베네수엘라와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친정 팀을 넘어라.’ 11일 막을 올리는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서는 친정 팀과 맞서는 선수, 지도자들이 승패 못지않은 관전 포인트다.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과 4위 신한은행의 PO 경기에선 김단비(우리은행)와 김소니아(신한은행)가 각각 지난 시즌까지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한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김단비는 지난해까지 15시즌 동안 신한은행에서만 뛰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우리은행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단비는 “플레이오프 상대가 신한은행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없다”며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득점왕인 김소니아 역시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만 뛰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14년까지 두 시즌을 우리은행에서 보냈다. 가족의 건강 문제로 루마니아로 돌아갔던 김소니아는 2018년 우리은행에 복귀해 지난 시즌까지 뛰었다. 김단비 보상 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게 된 김소니아는 “(김)단비 언니가 나보다 힘이 더 세지만 몸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신한은행과 인연이 깊다. 위 감독은 2005년부터 8년간 신한은행 코치를 맡았었다.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도 신한은행에서 선수와 코치를 지냈다. 위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신한은행과 맞붙게 돼 남다른 감정이 든다”고 했다. 정규리그 2위 팀 BNK의 박정은 감독도 이번 PO에서 친정 팀 삼성생명(3위)을 상대한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삼성생명에서만 19년을 뛰었고 지도자 생활도 2013년 삼성생명 코치로 시작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 상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데뷔 당시 나는 슛도 제대로 못 쏘고, 수비가 뭔지도 몰랐던 그냥 탄력만 조금 좋은 선수였다. 그런 나를 한 팀의 에이스로 만들어준 위성우 감독님께 감사하다.”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프로농구(WKBL)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김단비(33·우리은행)가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수구 선수 출신 남편 유병진 씨(35)도, 부모님도 아닌 소속팀 감독이었다. 김단비는 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공개된 기자단 투표 결과 전체 110표 중 107표(97.3%)를 받아 MVP로 뽑혔다. 김단비는 2016∼2017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6시즌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선수였지만 유독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단비는 “학창 시절에도 인천 부일여중에 다니던 2004년에 MVP를 받아본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에도 2009년 퓨처스리그(2군) MVP를 받았지만 1군에서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통틀어 이번이 첫 MVP다. 김단비는 지난 시즌까지 15년 동안 신한은행에서만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우리은행은 신인 시절이던 2007년부터 5년간 코치로 자신을 지도한 위성우 감독(52)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이었다. 위 감독은 선수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을 많이 시키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내가 설마 너한테까지 그렇게 훈련을 시키겠냐”며 김단비를 설득한 위 감독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호랑이 감독’ 모드로 돌변했다. 김단비는 “오랫동안 신한은행에서 ‘절대적’ ‘상징적’ 존재란 얘기를 들으면서 안이했던 게 사실”이라며 “첫 슈팅 연습 때 감독님께서 ‘두 발을 11자로 나란히 놓으라고!’라며 고함을 치시는데 ‘내가 이러려고 팀을 옮긴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나더라”고 말했다. 훈련 효과는 확실했다. 김단비는 평균 득점 2위(17.17점), 도움 2위(6.10개), 리바운드 5위(8.77개), 블록 1위(1.30개), 스틸 2위(1.53개) 등 공수에 걸쳐 고른 활약을 펼치며 우리은행(25승 5패)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김단비는 이날 시상식에서 블록상, 우수수비선수상, 윤덕주상(최고공헌도상), 베스트5(포워드 부문)까지 수상하며 5관왕에 올랐다. “솔직히 상대 팀이었을 때는 ‘김단비 막아’라고 외치는 감독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는 김단비는 위 감독이 이날 개인 통산 9번째로 감독상을 받으러 시상대에 오르자 “성우야, 나 지금 되게 신나!”라고 소리치며 고마움을 농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단비는 “선수 생활 초반에는 ‘이번에 못 받으면 다음에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MVP는 내 것이 아니구나’ 하고 내려놓게 됐다”면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다시 기회가 왔고 은퇴하기 전 내 이력에 MVP라는 글자가 들어가게 돼 너무 기쁘다”며 웃었다. 또 김단비는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웅정 씨가 ‘MVP는 곧 내려간다는 뜻’이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은행으로 옮긴 이유도 내려가는 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면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전성기에서 최대한 늦게 내려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일본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가 시속 165km를 기록했다.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니혼햄 시절인 2016년 기록한 일본프로야구 일본인 투수 최고 구속과 같은 빠르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일정을 소화 중인 사사키는 4일 반테린돔(옛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주니치 외국인 타자 아키노(29·도미니카공화국)를 상대로 시속 165km짜리 속구를 던졌다. 사사키의 종전 최고 구속보다 시속 1km가 빠른 공이었다. 전광판에 시속 165km가 찍히자 구장을 가득 채운 4만6000명이 술렁였고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오타니도 묘한 웃음을 지었다. 볼 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사사키가 던진 이 공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꽂혔지만 일본 대표팀 포수 가이 다쿠야(31·소프트뱅크)가 제대로 잡지 못해 그라운드로 튀어 나왔다. 가이는 경기 후 “공이 정말 너무 대단해서 못 잡았다”고 말했다. 사사키는 이날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일본 대표팀의 4-1 승리를 도왔다. 빠른 공(36개) 평균 시속은 161.1km였고, 포크볼(16개)도 평균 146.3km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속구 평균이 시속 144km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매체 MLB.com은 사사키가 시속 165km를 던진 장면을 소개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10일 맞붙는다. 이정후(25·키움)와 사사키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꿈의 매치업’으로 꼽을 만하다”고 평했다. 일본에서는 사사키가 한국보다는 체코를 상대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헤이, 나이스!”(이봐, 잘했어!) 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쉴 새 없이 영어 감탄사가 터졌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완전체를 이룬 첫 훈련에서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배팅볼을 받아쳐 홈런을 날리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에드먼은 다음 배팅에서도 홈런을 때렸다. 구장 내 좌우 전광판엔 WBC 1라운드 첫 상대인 호주 대표팀 투수들의 투구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WBC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30명이 한곳에 모인 건 이날이 처음이다. 1월 16일 첫 소집 이후 선수단 전원이 모이기까지 45일이 걸렸다. 첫 소집일 당시 이정후(키움) 이의리(KIA) 고영표 소형준(이상 KT) 원태인(삼성) 등은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국내파 선수들은 지난달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모여 전지훈련을 했지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에드먼은 MLB 시범경기를 일부 소화하다 1일에야 한국에 왔다. 대표팀 첫 완전체 훈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가 연달아 땅볼만 치고 들어가자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이 다가와 어깨를 치고 장난을 걸며 긴장을 풀어줬다. MLB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박병호(KT)는 에드먼과 영어로 대화하기도 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KT)은 “비행기 기체 결함으로 귀국 일정이 늦어지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 훈련에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피곤해 보인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모두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훈련에 합류한 키스톤 콤비 김하성(유격수)과 에드먼(2루수)은 비밀 특훈을 받기도 했다. 오후 3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훈련에서 김하성과 에드먼은 수비 사인을 배우고 시프트 연습을 했다. 상대 팀의 번트에 대비한 훈련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규 이닝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연장 10회부터는 무사 2루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가 진행돼 번트 수비가 중요하다. 이 감독은 “우리 방망이가 지금 잘 치니까 승부치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먼은 “오늘 처음 한국 선수들과 만나 훈련해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박병호가 영어로 많이 알려줬다. 좋은 동료들과 코치를 만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을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추니 마음이 편안했다. 에드먼과는 처음 수비를 함께 해봤는데 호흡이 잘 맞아 WB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은 4일 오후 5시부터 SSG 퓨처스팀(2군)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4일 일본으로 출국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신(新) 빙속 여제’ 김민선(24·의정부시청)이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김민선은 4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에서 열리는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500m에 출전한다. 경기 시작 시간은 오전 4시 53분부터다. 김민선은 여자 500m에서 독보적인 선수다.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부터 5차 대회까지 여자 500m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달 18일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치며 전관왕 등극에는 실패했다. 이번 시즌 국내외 여러 대회를 오가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컸지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제로 불리지만 아직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적은 없다. 김민선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2016∼2017시즌 여자 500m의 15위다. 가장 최근에 출전한 2019∼2020시즌에는 여자 500m 18위를 기록했다. ISU는 홈페이지에 대회 출전 선수를 소개하면서 김민선에 대해 “지난 시즌까지 월드컵 시상대에 한 차례(여자 500m 동메달)만 올랐지만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여자 500m 5관왕에 한 차례는 준우승했다”며 “세계선수권 여자 500m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34·은퇴)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선의 이번 대회 최고 경쟁자는 2022∼2023시즌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에서 우승한 바네사 헤어초크(28·오스트리아)다. 2020∼2021시즌 세계선수권 준우승자인 펨케 코크(23·네덜란드)도 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선은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도 출격한다. 여자 1000m 경기는 이날 오후 11시 57분부터 시작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00년 5월 15일 동국산악회 출신의 한 산악인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마칼루(해발 8463m) 등정에 성공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으로 이 소식을 들은 산악회 선배가 후배를 마중 갔고 6200m 높이의 설원에서 마주했다. 검은 암석과 가파른 경사 때문에 ‘검은 귀신’이라 불리는 산이지만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마칼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선배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세상에 난 것도, 동국대에 입학한 것도 10년이나 앞섰지만 세상과 먼저 작별한 건 후배였다. 올해로 일흔이 된 선배가 12년 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남벽에서 실종된 후배의 시신을 찾으러 떠났다. ‘선배’ 정영목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 이사(70·사진)가 ‘후배’ 박영석 대장(1963∼2011)의 시신 수색을 위해 1일 네팔로 출국했다. 박 대장 시신 수색은 9년 만이자 이번이 네 번째다. 실종 당시인 2011년 10월과 2012년, 2014년에도 산악인들이 수색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박 대장 유족들은 2011년 11월 영결식을 치렀다. 이번 수색대 대장을 맡은 정 이사는 출국 하루 전 “박 대장 실종 10년째이던 2020년에 수색에 나서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여파로 이제야 가게 됐다”며 “기후변화 영향으로 안나푸르나의 눈이 많이 녹아 없어진 상황이어서 수색 여건은 이전보다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정 이사는 박 대장과 1997년 가셔브룸 1봉(8068m), 2봉(8035m) 등반과 2000년 마칼루, 브로드피크(8047m) 원정을 함께했다. 이번 수색대에는 정 이사와 대원 3명, 지원팀 6명 등 모두 10명이 함께했다. 산악 장비는 강성규 대원(56), 식량 보급은 강철원 대원(55)이 맡았다. 산악작가인 김헌상 대원(54)은 이번 수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박 대장의 아내 홍경희 씨(60)도 지원팀으로 네팔행 비행기에 함께 올랐다. 정 이사는 “전체 수색 일정은 17일로 잡았는데 박 대장을 찾게 되면 수송 헬기도 불러야 하고 해서 일정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귀국하는 날짜가 예정된 18일보다 더 늦어지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또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했던 박 대장의 정신이 이번 수색을 계기로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8000m 이상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 모두 등정)을 달성한 박 대장은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새 루트를 개척하던 중 실종됐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보라(23·영천시청)는 2020년 1월 17일 경남 양산에서 열린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강미르(21·당시 성주여고)를 꺾고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강보라의 아버지인 강호동 영천시청 코치(49)는 이 경기가 끝나자 패자인 강미르부터 안아줬다. 강미르 역시 자신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강보라, 강미르는 2016년 전국소년체육대회와 2019년 전국체육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태권 자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은 자매가 ‘집안싸움’을 벌인 유일한 경기였다. 둘 다 성주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9년 전국체육대회 때는 언니가 53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고, 둘 다 영천시청 소속이 된 뒤에는 동생이 46kg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두 선수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각자 체급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첫 국가대표 자매가 됐다. 올해도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둘은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대회 역사상 한국인 자매의 첫 동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자매는 지난해 멕시코 세계선수권에 함께 출전했지만 둘 다 8강에서 탈락해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지난달 22일 만난 자매는 “작년엔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하다 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면서 쌓은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강 코치는 자신이 운영하던 도장에서 두 딸에게 처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해 결국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아버지는 지금도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자 ‘멘토’로 두 딸을 돕고 있다. 강미르는 “지난해 4월부터 왼쪽 어깨 탈골, 왼쪽 엄지발가락 부상, 오른쪽 팔꿈치 탈골, 왼쪽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연달아 겪으면서 좌절에 빠져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실력은 충분하니 정신적으로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보라도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는 평소엔 엄하시지만 우리가 힘들어할 때는 누구보다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해주신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배운 택견도 자매의 태권도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됐다. 태권도 8단인 강 코치는 태권도의 뿌리를 찾고 싶어 택견에 입문했고 두 딸에게도 택견을 전수했다. 강보라는 “나(165cm)와 동생(161cm) 모두 태권도 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30cm 거리 내에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택견을 배웠기 때문에 근접전에 강하다. 키가 10cm 이상 큰 유럽 선수를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 이일문 씨(51)도 태권도 4단이고 쌍둥이 남동생 강대한(17), 강민국도 태권도 선수여서 ‘가족회의’를 통해 작전을 짤 수 있다는 것도 자매의 장점이다. 가족의 태권도 단수를 모두 더하면 28단에 이른다. 자매는 인터뷰를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자매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를 반드시 들고 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출국 후 지난달 26일 참가한 캐나다오픈에서 강보라(49kg급) 강미르(46kg급)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달 5일엔 US오픈에 출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타격의 달인’ 장효조(1956∼2011·사진)가 남긴 통산 타율이 0.331에서 0.330으로 1리가 줄어들었다. 선행 주자가 ‘누의 공과(空過)’를 저지른 상황에서도 장효조가 안타를 쳤다고 잘못 기록했던 걸 바로잡은 결과다. 누의 공과는 주자가 각 누를 차례대로 밟지 않는 규칙 위반을 뜻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별 성적 데이터와 기록지를 비교 검토하는 과정에서 1985년 7월 31일 청보-삼성 대구 경기에서 규칙을 잘못 적용한 사례를 발견해 정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경기에 삼성 3번 타자로 출전한 장효조는 0-1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1,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내달렸다. 그 사이 2루 주자였던 홍승규(63)가 홈을 파고들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청보 선수단은 홍승규가 3루를 건너뛰었다고 어필했고 심판진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홍승규는 3루에서 포스아웃을 당한 것으로 기록지에 남았다. 이러면 장효조도 ‘중견수 앞 땅볼’을 친 것으로 기록해야 하지만 2루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KBO는 “당시 야구 규칙에도 ‘타자가 분명히 안타성 타구를 때렸으나 선행주자가 누를 밟지 않아 어필에 의하여 아웃이 됐을 때, 그 아웃이 포스아웃일 경우에는 안타로 기록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안타가 취소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정에 따라 장효조의 통산 안타 수는 1008개로 1개가 줄었지만 통산 타율 순위는 이정후(25·키움·0.342)에 이어 2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1985년 타율이 0.373에서 0.370으로 줄어들면서 단일 시즌 타율 순위는 6위에서 10위로 내려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을 대표해 뛰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내 목표는 뉴욕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내 몫을 다하는 것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캡틴’ 에런 저지(31·사진)는 22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폭스스포츠에 출연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최다(27회) 우승 팀이지만 2009년 이후로는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저지는 지난해 62홈런을 날리면서 61년 만에 아메리칸리그(AL)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AL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양키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저지와 총액 3억6000만 달러(약 4695억 원)에 9년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그를 팀의 제16대 주장으로 선임했다. 양키스는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49)가 은퇴한 뒤에는 8년간 주장 자리를 비워둔 상태였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양키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저지는 “주장으로 처음 맞이하는 스프링캠프의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특히 ‘보고서’로만 접한 젊은 선수에게 우리가 어떤 목표로 여기서 함께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열리는) 다음 대회 때까지 좋은 기량을 유지해 그때는 WBC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키스에서 이번 WBC에 출전하는 선수는 글레이베르 토레스(27·내야수·베네수엘라), 호나탄 로아이시가(29·투수·니카라과), 카일 히가시오카(33·포수·미국) 등 세 명이다. 이 중 팀의 ‘주축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토레스 한 명뿐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제혁(26·서울장애인체육회)은 10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에서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일반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혁은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제75회 전국종별스키선수권대회에서도 세종스키협회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한 상태였다. 장애인 대회와 비장애인 대회에서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서울 대치중 재학 시절 이제혁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렇게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 낯설지 모른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혁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로 통했기 때문이다. 13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만난 이제혁은 “어렸을 때는 어떤 일에든 특별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스노보드를 처음 탔을 때도 보드를 들고 오르내리는 동안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운명은 두 번 바뀌었다. 첫 번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2년 1월이었다. 이제혁은 휘닉스파크배 스키·스노보드 크로스 대회에 참가했지만 스노보드 중등부 최하위에 그쳤다. 이제혁은 “훈련을 열심히 안 해놓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때 처음 ‘스노보드를 잘 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를 잘 타는 데 스케이트보드가 도움이 된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져 강습을 찾아냈다. 그해 10월부터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역 인근의 스케이트보드장을 찾아 훈련을 시작했다. 문제는 착지 과정에서 왼쪽 발을 헛디디면서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는 것. 치료 중 2차 감염으로 근육이 손상되며 이제혁은 지체장애를 갖게 됐다. 이제혁은 “세상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 같은 거짓말이 또 없다고 생각했다. 체육 시간에 벤치에 앉아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청담고를 1년 만에 자퇴했고 스노보드를 향한 꿈도 접었다. 두 번째로 운명이 바뀐 건 평창에서 겨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 3월이었다. ‘아는 형’으로 지내던 홍진수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코치(31)가 대회 입장권을 주면서 “구경이나 한번 해봐”라고 권했다. 이제혁은 “새벽부터 일어나 툴툴거리며 서울에서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으로 향했다. 그러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보는데 ‘정말, 정말 보드가 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홍 코치 도움을 받아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이제혁은 2021∼2022시즌 유로파컵 네덜란드, 핀란드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월드 클래스’로 올라섰다. 한국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건 이제혁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석 달 후 열린 2022 베이징 패럴림픽에서는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신명수 장애인스노보드 국가대표 감독(44)은 “10m 이상을 뛰는 ‘프로 점프’ 기술만큼은 (이)제혁이가 세계 장애인 스노보드 크로스 선수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왼발 장애가 있어 오른쪽 방향 가속에 어려움도 있지만 재능이 뛰어나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혁은 다음 달 11일 스페인 라몰리나에서 열리는 장애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24일 출국한다. 그는 “개인 첫 세계선수권 출전이던 지난해에는 8위를 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메달을 따올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평창=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사격 황제’ 진종오(44)와 ‘빙속 여제’ 이상화(34)가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위원장을 맡는다.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총회를 열고 진종오와 이상화를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종합대회에서 선수 출신이 대회 최고 책임자인 조직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올림픽 사격 첫 3연패를 달성한 진 위원장은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강원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진 위원장은 “나는 여름 종목 선수였지만 청소년을 위한 일에는 종목을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2연패를 기록한 이 위원장은 “청소년 선수들에게 대회를 치르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제이슨 테이텀(보스턴)이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 경기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0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비빈트 아레나에서는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가 이끈 ‘팀 야니스’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이끈 ‘팀 르브론’ 간의 2022∼2023시즌 NBA 올스타 경기가 열렸다. ‘팀 야니스’로 출전한 테이텀은 3점슛 10개를 포함해 55점을 넣으면서 팀의 184-175 승리를 이끌었다. 리바운드 10개와 도움 6개도 기록했다. 55점은 NBA 올스타전 역대 최다 득점으로 종전 기록은 2016∼2017시즌 앤서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가 넣은 52점이다. 테이텀은 이날 3쿼터에만 27점을 몰아치면서 올스타 경기 한 쿼터 최다 득점 기록도 새로 썼다. 올스타전 MVP로 선정된 테이텀은 ‘코비 브라이언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팀 르브론’은 이날 패배로 올스타전 연승 행진이 다섯 시즌에서 멈췄다. ‘팀 르브론’은 올스타전이 동부-서부 콘퍼런스 맞대결에서 주장 드래프트제로 바뀐 2017∼20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연승을 달렸었다. 주장 드래프트제는 양대 콘퍼런스 올스타 팬 투표에서 각각 1위를 한 선수가 양 팀 주장이 돼 직접 팀원을 꾸리는 방식이다. 제임스는 경기에선 패했지만 새 기록 하나를 남겼다. 개인 통산 19번째 올스타전에 출전하면서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까지 제임스는 18회 출전의 카림 압둘자바(은퇴)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였다. 앞서 8일 제임스는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에서 압둘자바의 3만8387점을 넘어서면서 NBA 정규리그 통산 최다 득점 1위로 올라선 바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농구(KBL)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 경쟁은 ‘가드 대전’이 될 전망이다.2일부터 돌입한 KBL리그 5라운드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라운드 MVP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이 기간 도움 부문 선두인 김선형(35·SK)과 국내 득점 1위인 이대성(33·한국가스공사) 등 2명의 가드가 유력한 5라운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선형은 20일 현재 5라운드 8경기 평균 8.4도움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2위인 변준형(6.2개)과 평균 2개 이상 차이가 난다. 김선형의 5라운드 MVP 경쟁 상대인 이대성이 같은 기간 도움 3위(평균 5.0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김선형은 이번 시즌 도움 선두(평균 6.4개)에 올라 있어 데뷔 12년 만의 첫 ‘도움왕’이 될 가능성도 크다. 득점 부문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대성이 5라운드 기간 7경기에 출전해 평균 18.3득점으로 국내 1위(전체 6위)에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득점 국내 3위(전체 9위)는 역시 5라운드 MVP 경쟁 상대인 김선형(평균 16.5득점)이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4라운드에서도 9경기 평균 20.7득점(국내 1위)을 앞세워 MVP에 선정됐다. 이대성이 5라운드 MVP에도 오르면 2015~2016시즌 라운드 MVP 제도 도입 이후 처음 국내 선수 연속 라운드 MVP가 탄생한다. 2015~2016시즌 애런 헤인즈(오리온·1~2라운드), 안드레 에밋(KCC·5~6라운드) 등 2명의 외국인 선수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는 5라운드 남은 기간은 김선형에게 유리하다. SK는 다음달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에 참가해야 해 5라운드에는 이달 23일 KCC전 1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제 대회 일정이 없는 한국가스공사는 5라운드 종료까지 이달 26일 리그 선두 KGC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캐롯전과 4일 DB전 등 3경기가 남아있다. 팀 성적도 김선형이 앞선다. SK는 27승 17패로 리그 3위에 올라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15승 28패로 리그 9위에 머물고 있다. 5라운드 성적도 SK는 7승 1패, 한국가스공사는 2승 5패다. 물론 이대성은 4라운드 당시 2승 7패(해당 기간 9위)로 부진했던 팀 성적의 한계를 극복하고 MVP에 선정됐다. 이대성은 “4라운드에 MVP를 받으면서 ‘패자도 빛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5라운드에는 팀과 함께 빛나는 승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KBL리그에 나 말고도 잘하는 가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5라운드 MVP 수상에 있어서 선수간 1대1 기록을 보기보다는 승리하는 팀의 가드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질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8·미국·사진)이 알파인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최다 보유 기록까지 메달 하나만을 남겨두게 됐다. 시프린은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메리벨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회전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3초72로 1위 로랑 생제르맹(29·캐나다·1분43초15)에게 0.57초 뒤지며 준우승했다. 시프린은 16일 대회전 금메달과 8일 슈퍼대회전 은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총 3개의 메달을 땄다. 이로써 시프린은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처음 오른 2013년(금메달) 이후 10년 만에 메달을 총 14개(금 7개, 은 4개, 동메달 3개) 모았다. FIS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는 1934년부터 1939년까지 금 12개, 은 3개로 총 15개의 메달을 딴 크리스틀 크란츠(독일·1914∼2004)다. 시프린이 새 메달을 따르면 앞으로 2년을 기다려야 한다. 1931년 처음 열린 FIS 세계선수권대회는 크란츠가 활동하던 1939년까지 매년 열리다 이후 격년제로 바뀌었다. 2025년 세계선수권은 오스트리아 잘바흐에서 열린다. 시프린은 FIS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에도 1승만 남겨둔 상태다. 지난달 슈펜틀레류픔린(체코) 대회 회전에서 통산 85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승(86승) 기록 보유자인 남자부의 잉에마르 스텐마르크(67·스웨덴)를 바짝 추격했다. 시프린은 26일 크랑몬타나(스위스) 대회에서 ‘스키 여제’를 넘어 ‘스키 제왕’ 자리에 도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프로야구 NC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37·미국·사진)가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건넸다. 테임즈는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침내 그날이 왔다. 나는 14년간 야구를 내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며 “선수 생활을 하며 부침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나를 응원해줬던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글로 “은퇴를 고려했던 순간부터 NC와 계약하기까지 모든 일이 2013년 며칠 사이 일어났다. 내가 이렇게 빨리 한국이란 나라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해 달라”고 쓴 게시물도 올렸다. 2011년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테임즈는 이후 2년간 통산 타율 0.244에 그친 평범한 타자였다. 2013년 빅리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은퇴를 고민하던 중 NC의 제안을 받아 이듬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밟았다. 테임즈는 국내 리그에서 뛴 2014∼2016년 세 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 64도루를 남겼다. 특히 2015년에는 47홈런, 40도루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국내 프로야구 역대 한 번뿐인 40홈런-40도루 클럽 개설에 성공해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후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MLB로 돌아간 뒤에도 꾸준히 국내 리그 외국인 타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두 번째 기회는 없었다. 그 대신 2021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 입단한 테임즈는 1군 데뷔전에서 아킬레스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엔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었고 올 시즌에는 소속 팀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윤지야, 너 유명해지면 우리한테 사인해줘야 해!” 지난해 10월 25일, 엿새 동안 학교를 비웠던 김윤지(17·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휠체어에 탄 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울 가재울고 1학년 2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이 반에서 유일한 장애인 학생인 김윤지는 전날 막을 내린 전국장애인여름체육대회에서 수영 3관왕을 차지하며 신인상을 탔다. 상금으로 100만 원을 받은 김윤지는 반 친구들을 매점으로 데려가 한턱내면서 ‘정말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김윤지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김윤지는 그해 2월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때도 노르딕스키에서 3관왕에 올라 신인상을 받았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역사상 같은 해 여름과 겨울 대회에서 모두 신인상을 탄 건 김윤지가 처음이었다. 김윤지는 13일 막을 내린 올해 겨울 대회 때는 바이애슬론 4.5km와 7.5km, 크로스컨트리 3km와 4.5km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크로스컨트리 3km 경주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김윤지는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천적인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로 하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윤지는 세 살 때부터 서울 세브란스병원 수(水)치료실에서 재활하며 수영을 접했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윤지는 서울하늘초교 5학년 때 출전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영으로 다진 심폐지구력이 좋아 노르딕스키에도 빠르게 적응해 갔다. 서울 상암중 1학년이던 2019년 스키 캠프에서 노르딕스키를 처음 접하며 매력을 느낀 김윤지는 이듬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김윤지는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와서 그런지 내려가는 속도를 통제해야 하는 알파인스키보다 내가 힘을 준 만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노르딕스키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은 장애인 학생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중에 운동선수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보니 막연함이 앞서기도 했다. 그럴 때면 자기와 멤버들 나이가 비슷한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얻었다. 김윤지는 “데뷔를 앞두고 잘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연습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꿈을 이뤄낸 모습이 멋져 보였다”고 말했다. 김윤지도 여름과 겨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모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채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계획대로 되면 김윤지는 2026년 밀라노 겨울 대회에 먼저 출전한 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여름 대회 무대를 밟게 된다. 패럴림픽 출전 못지않게 김윤지가 바라는 건 나이가 든 후에도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낸 신의현(43·창성건설)이 김윤지의 롤모델이다. 김윤지는 “의현이 삼촌처럼 나도 나중에 팔팔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뛰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평창=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농구단 캐롯이 이번 정규시즌을 6위 이내 성적으로 마쳐도 플레이오프(PO)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리그 가입비 성격의 특별회비 잔여분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캐롯의 PO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캐롯은 16일 현재 21승 19패로 전체 10개 팀 가운데 5위다. 6위 KCC(17승 22패)에 3.5경기 차로 앞서 있다. KBL은 16일 임시총회를 열고 “캐롯이 특별회비 잔여분 10억 원을 3월 31일까지 납부하지 못하면 2022∼2023시즌 6강 PO 출전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캐롯은 데이원스포츠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리온을 인수해 재창단한 팀인데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영 상태가 나빠지면서 캐롯도 자금난을 겪어왔다. 특별회비 총 15억 원 중 1차 납부 금액인 5억 원도 당초 내기로 약속한 날짜보다 5일을 넘긴 지난해 10월 12일에 냈다. 최근에는 선수단 급여가 제 날짜보다 늦게 지급되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KBL은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긴급이사회 자리에서 캐롯이 특별회비를 제때 완납하지 못하면 PO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당시엔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KBL 관계자는 “지금은 캐롯이 PO에 오를 가능성이 생겼고 특별회비도 완납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캐롯이 특별회비 잔여분을 기간 내에 내지 않고 정규시즌을 6위 이내 성적으로 마쳤을 경우엔 아래 순위 팀들이 한 계단씩 오르게 된다. 캐롯이 지금 순위인 5위로 마치면 6위 팀이 5위, 7위 팀이 6위가 되면서 6강 PO에 진출하게 된다. KBL은 “캐롯 측은 16일 임시총회에서 특별회비 잔여분을 기간 내에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