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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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정치일반81%
인사일반3%
칼럼3%
정당3%
기타10%
  • [단독]‘부장검사에 금품’ 수산업자, 사기혐의 복역중 특사로 출소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한 수산업자 A 씨(43·수감 중)가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사실이 29일 밝혀졌다. 2017년 5월 형이 확정된 A 씨는 약 7개월 뒤 복역 도중 이례적으로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나 또다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올 4월 구속 기소된 A 씨는 2008∼2009년 36명에게서 약 1억6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2016년 6월 기소됐다. A 씨는 자신을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소개하고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을 받아주겠다” “집안에 검찰 관계자가 있어 합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수백만 원씩을 받아 챙겼다. A 씨는 약 7년간 도피 생활도 했다. A 씨는 항소했지만 2017년 5월 18일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고, A 씨가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미결수용 상태에서 규율 위반 행위를 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A 씨는 2017년 12월 말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이었다. A 씨는 출소 뒤 약 6개월 만에 다시 사기 행각을 시작했다. 2018년 6월∼올 1월 서울과 대구 등을 오가며 투자금 명목으로 7명에게 모두 116억 원을 받았다. A 씨는 “선박 사업에 투자하면 선주가 될 수 있고, 수산물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몇 달 만에 3, 4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를 권해 한 번에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을 받아냈다. 약 10개월간 한 사람에게서만 30여 차례에 걸쳐 86억 원을 받은 적도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 씨는 이들에게 자신을 ‘1000억 원가량 상속받은 재력가’로 속였다. 경북 포항의 구룡포 인근에 어선 수십 척과 인근 건물, 고급 수입 차량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다. A 씨는 3억 원 이상의 수입 자동차 벤틀리를 보유하고 있었고, 피해자의 법인 명의로 또 다른 수입 자동차를 할부로 빌려 몰고 다녔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며 차량을 회수해 가자 A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 뒷조사를 하느냐.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전직 기자에게 고급 골프채를 건네고, 방송사 앵커에게도 금품을 줬다고 진술해 경찰은 전직 기자와 방송사 앵커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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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관호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 4명 치안정감 승진

    정부가 최관호 경찰청 기획조정관(55·간부후보생 39기), 이규문 서울경찰청 수사차장(57·경찰대 4기), 이철구 충남경찰청장(56·경찰대 4기), 진교훈 전북경찰청장(54·경찰대 5기)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는 경찰 간부 인사를 28일 발표했다. 이날 치안정감 승진자 4명 중 유일한 비(非)경찰대 출신인 최 기획조정관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광주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최 기획조정관은 송민헌 경찰청 차장, 진 청장 등과 함께 서울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등 모두 6개 자리가 있다. 통상 치안정감 인사는 승진과 전보 인사가 동시에 단행된다. 이번에는 승진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다음 달 초 전보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시도 경찰청장의 경우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데, 현재 경기남부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이 다음 달 초 완료될 예정이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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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수사권 조정후 첫 영장심의위, 檢 손들어주자 警 “제도 개선해야”

    전관(前官) 변호사를 통한 검찰의 제약회사 수사 누설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아 경찰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경찰은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기각했다며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영장심의위는 “검찰의 영장 불청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영장심의위가 사실상 검찰 위주로 운영돼 경찰은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개정 형사소송법이 올 1월 시행된 이후 전국 각 고검에 영장심의위가 설치됐으며, 경찰의 요청으로 영장심의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관 통한 검찰 수사 누설 의심”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A제약회사의 임직원에 대한 수사를 해온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녹취 파일을 발견했다.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녹음됐으며, 대화 중에는 A사에 대한 현직 검사 등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의 이름이나 직책 등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해당 사건을 수사한 이들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보가 전관 변호사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녹취 파일을 파악한 경찰은 누가 수사 내용을 누설했는지 등을 특정하기 위해 지난달 초 검찰에 해당 녹취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별도 영장을 신청한 것은 파일이 발견된 휴대전화가 A사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에 한정돼 압수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녹취 파일을 기반으로 또 다른 수사를 벌이려면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녹취는 ‘위법 수집 증거’가 돼 향후 재판에서 활용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별도의 보완수사 요구 없이 검사는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검찰의 영장 불청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약 일주일 뒤 서울고검 영장심의위 심의를 공식 신청했다. 올 1월 시행된 영장심의위는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거나, 영장 신청 5일 뒤에도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을 때 경찰 등의 신청으로 열리게 된다. 당시 경찰에서는 “검찰의 판단과는 별개로 법원의 최종 판단을 얻기 위해서는 영장 청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장심의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첫 충돌지난달 말 서울고검의 첫 영장심의위는 경찰과 검찰의 의견 등을 들은 뒤 심의위원들이 투표로 영장 청구가 부적정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전관예우를 통한 검찰 수사 기밀 누설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영장심의위는 “녹취가 이미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경찰은 사건 관련자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심의위원 명단이 비공개인 점 등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장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등의 추천을 받아 20명 이상 50명 이하의 후보단을 구성하고, 심의위 요청이 있으면 안건별로 10명의 심의위원을 무작위로 추출해 심의를 한다. 영장심의위 진행 절차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심의위 규칙은 원칙적으로 경찰, 검사 순서로 의견을 듣고, 상대방이 무슨 의견을 개진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심의 결과 통보 서류 양식에 영장 청구가 적정한지 부적정한지만 적도록 되어 있어 경찰 입장에서는 위원들의 정확한 판단 이유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경찰은 영장심의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측과 협조해 개선 방안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영장심의위와 관련한 내용은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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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구 봐주기 의혹’ 서초署 형사과장-팀장 무혐의 처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이 전 차관 사건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담당 과장과 팀장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송치 여부에 대해 심의한 결과 검찰 불송치로 결정됐다”고 22일 밝혔다. 형사과장인 L 경정과 형사팀장인 K 경감은 지난해 11월 6일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이 전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일반 폭행으로 처리해 내사 종결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이번 결정은 경찰이 L 경정 등을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밝힌 지 13일 만에 내려졌다. 경찰은 이달 9일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L 경정과 K 경감의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회부 방침을 밝혔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는 올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각 시도경찰청에 설치된 심사기구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 등이 적절했는지를 심의하는 역할 등을 담당한다. 해당 심의에는 위원장을 포함해 법대 교수 3명 등 11명이 참여했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따르되 이와 별개로 당시 서초서장인 C 총경을 비롯해 L 경정과 K 경감의 보고의무 위반 및 지휘 감독 소홀 등의 책임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기로 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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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경찰서 16명, 신입 여경 2년간 성희롱

    강원 태백경찰서의 남성 경찰관 16명이 신입 여경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으로 조사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경찰청은 최근 태백경찰서 소속 12명에게 징계를, 4명에게 직권 경고를 하도록 강원경찰청에 지시했다. 또 태백경찰서장에게는 지휘 책임을 물어 문책성 인사 발령을 냈다. 경찰청 조사 결과 가해 남성 경찰관들은 신입 여경에게 “얼굴이 음란하게 생겼다”고 하는 등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경찰관은 여경 휴게실에 몰래 들어가 피해 여경의 속옷 위에 꽃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기도 했다. 피해 여경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서의 명예만 중요하고, 10%도 되지 않는 그 여경들의 아픔은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경찰서 직장협의회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경은 올해 초까지 2년 가까이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으며, 2차 가해까지 이어지자 결국 신고했다. 경찰청은 경찰서 내에서 한 여경을 두고 16명이 가해에 가담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태백경찰서에 기관 경고를, 강원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는 부서 경고를 내렸다. 피해 경찰은 다른 경찰서로 전보됐다. 강원경찰청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 경찰관들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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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본, 與 김경협 의원 ‘토지거래 신고위반’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59·경기 부천갑)이 지역구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토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곧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21일 “김 의원이 출장 등 일정이 있어 출석을 연기해달라고 했다. 복귀하는 대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경기 부천시 역곡동의 668m² 크기 토지를 본인 명의로 매입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토지는 2018년 12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를 원할 경우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김 의원은 해당 토지의 소유자인 A 씨로부터 채권최고액 기준 약 3억6000만 원의 채무를 인수하고, 추가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차명 보유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의원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또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해서 지난주 추가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정 의원은 용인시장이었던 2014∼2018년 개발사업 인허가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달 초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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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인사이트]자치경찰 내달 첫발… 인사 - 예산 갈등 조율에 성패 달렸다

    《“예를 들어 ‘휴가철 해수욕장 치안 활동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칩시다. 기존에는 관할지역에 바다가 없는 충북 경찰도 해당 공문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이 되면 이젠 시도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휴가철 범죄 예방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거죠.”자치경찰제가 6개월 동안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다. 이처럼 국가경찰 단일 체계에서 일률적이던 치안 활동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지역 맞춤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경찰 역사 76년 만에 이뤄지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은 경찰 치안 정책에 커다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각 시도 경찰이 자체적으로 운용되면서 다른 시도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몇몇 자치경찰위원회는 이미 지역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행 초기에 경찰청과 각 자치경찰위원회가 혼란과 갈등을 얼마만큼 최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역 맞춤형 경찰 서비스 선보여 자치경찰제는 올해 1월 1일 시행한 ‘개정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다. 경찰 업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누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교통 등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럴 경우 전체 경찰 약 12만 명 가운데 약 6만5000명은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4, 5월에 상대적으로 일찍 출범한 자치경찰위원회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자치경찰 가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월 말 출범한 대전자치경찰위원회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체계 개선’을 첫 안건으로 심의해 의결했다. 체계 개선을 위한 단기 과제로 이달 14일 대전경찰청에 응급입원지원팀이 신설되기도 했다. 자해나 타인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이들의 응급입원을 돕는 전담 팀이다. 신설 하루 뒤인 15일 곧바로 첫 적용 사례가 나왔다. 오후 6시경 대전 대덕경찰서 중리지구대는 정신질환을 앓는 A 씨(26)를 제압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때 기존대로라면 6, 7시간씩 걸렸을 병원 대기 시간이 약 2시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응급입원지원팀이 시와 협조해 실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기 때문이었다. 경찰 측은 “가용 인력이 적은 지구대 입장에서는 서너 시간을 절약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전문가는 “이런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며 경찰에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18개 시도경찰청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보다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일선 경찰은 “자치경찰위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흡한 대목에 대해선 가차 없이 지적할 테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3곳만 아직 출범 안 해 이처럼 자치경찰제에서 가장 핵심은 자치경찰위원회라 할 수 있다. 지역 자치경찰의 활동 목표를 수립할 뿐만 아니라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이뤄지는 자치경찰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역할도 한다. 게다가 예산과 인사, 감찰 요구 권한까지 갖고 있다. 3월 말 충남 자치경찰위원회가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 15개 위원회가 진영을 꾸렸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남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는 여전히 출범을 준비하는 상태다. 경기도는 17일 현재까지 경기도지사의 지명과 추천위원회 추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각 기관 추천을 받아 구성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거주하는 인구가 2300만 명에 이르는 최대 지역이다. 다른 자치경찰위원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한 전문가는 “출범이 늦어지면 제도의 정착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출범 지연으로 인한 치안 공백 등의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4일 “6월 말쯤 공식 출범을 예상하고 있다.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마무리되지 않은 법적·실질적 사안은 없다고 본다. 차질 없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사·예산 논란 해결해야 자치경찰제의 큰 틀은 완성됐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구체적인 부분은 남아있다. 조직의 핵심이자 가장 민감한 인사와 예산 부분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지자체가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기관 사이의 알력이 없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당장 하반기 인사부터 자치경찰과 관련해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치경찰위원회가 경정 이하 자치경찰에 대한 전보 권한을 갖고 있어, 경찰 전체의 인사 기조와 얼마만큼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경찰은 그동안 치안 공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약 2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인사를 발령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하지만 자치경찰위가 따로 인사를 하면 이 기간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 정도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도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인사가 부결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기존보다 47일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자치경찰위원은 “경찰 특성을 고려해 서둘러 달라지만 그건 ‘경찰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 달라’는 뜻”이라며 “번갯불에 콩 볶듯 인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응했다. 예산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의 시각도 다르다. 현재 자치경찰사무 관련 예산은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 하지만 지자체와 자치경찰위원들은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규모나 용도를 정해주기 때문에 자치경찰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정 규모가 작은 지역은 예산 부족으로 ‘치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예정대로 2022년까지 현재의 지원 형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달에야 자치경찰사무 관련 재원 확보 및 편성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당장 정책을 수정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재정 지원 방안이 논의는 되고 있지만 부처 간 입장 차이가 있어 더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 경찰의 호응”이라며 “통일된 인사 기조나 자치경찰에 대한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범 kaki@donga.com / 울산=최창환 / 대전=이기진 기자}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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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광주 건물 붕괴’ 지역 철거 담당한 다원… 재개발 철거 따내려 6억원대 금품 로비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의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 업무를 담당한 다원그룹이 2000년대 학동 일대 재개발사업의 철거업체 선정을 위해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이 15일 밝혀졌다. 경찰은 일명 ‘철거왕’으로 불린 이모 회장이 운영한 다원그룹의 계열사 다원이앤씨 대표 등 임직원 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다원그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원그룹 임원인 A 씨는 2007년 8월 광주의 한 식당에서 B 씨를 만나 “학동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들을 잘 알고 있다. 다원이 철거업체로 선정되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A 씨는 같은 해 9, 11월 자신의 친인척을 통해 B 씨에게 각각 5억 원, 1억5000만 원씩 총 6억5000만 원을 건넸다. 재개발구역 내 철거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수억 원의 금품 로비를 한 것이다. 철거업계에서는 다원그룹이 철거업체 선정 대가로 수억 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하도급 등을 통해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다원그룹 계열사인 다원이앤씨는 2018년 2월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과 20억 원 규모의 석면 철거공사 계약을 했다. 그 뒤 백솔건설에 공사비의 14% 수준으로 단가를 낮춰 재하청을 줬다. 다원그룹 측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B 씨는 2012년 1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7개월 뒤 형이 확정됐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알려진 B 씨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의 고문으로 최근까지 활동했다. 광주경찰청은 B 씨가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일부 확인하고 14일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B 씨가 13일 미국으로 갑자기 출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해 조기 송환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찰은 굴착기 기사인 백솔건설 대표 조모 씨(47), 한솔기업의 현장관리인 강모 씨(2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재개발조합과 광주시 도시경관과, 광주 동구 건축과 사무실 등을 15일 압수수색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권기범 기자}

    •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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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붕괴’ 굴착기 기사 “해체계획서도, 감리자도 본적 없다”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당시 현장 작업을 했던 굴착기 기사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건물 해체계획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감리자를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이어 1차 하청사인 한솔기업, 다원이앤씨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했던 당사자다. A 씨가 운영하는 백솔건설은 시공사가 수주했던 공사 금액의 14%에 불과한 헐값을 받고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이 같은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지면서 안전 관리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굴착기 기사 “해체계획서 본적 없어”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굴착기 기사 A 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건축물 해체계획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해체계획서가 있는지도 몰랐다. 시공사, 하청사가 지시한 대로 작업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사고 당일 ‘성토체를 쌓은 뒤 5층부터 순서대로 철거한다’는 내용으로 구청에 제출된 해체계획서와 달리 건물 중간 부분부터 철거하는 등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초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발주한 철거 공사가 말단 공사업체인 백솔건설에 재하도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공사비 후려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개발조합이 현대산업개발, 다원이앤씨 등과 맺은 철거 공사 계약 규모는 최대 127억 원인데 이 가운데 백솔건설의 몫은 14%인 18억 원에 불과했다. 예컨대 석면 철거 공사의 경우 다원이앤씨는 재개발조합으로부터 3.3m³당 6만 원에 공사를 수주해 놓고, 백솔건설에 재하청을 줄 때는 공사비의 13% 수준인 3.3m³당 8000원으로 단가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업계 관계자는 “통상 철거 현장에서 재하청 업체는 전체 공사비의 40% 안팎을 가져간다”며 “몫이 14%에 불과하다면 아무도 일을 안 맡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몫이 배분되는 문제 때문에 다른 철거 공사 업체들은 이번 공사를 맡으려 하지 않았고 지난해 2월 설립돼 당장 수주가 급했던 A 씨가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고 공사를 하게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찰은 시공사와 1차 하청사 등의 공사비 후려치기로 인해 2, 3차 하도급 업체들이 공기를 줄이려 위험한 공사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감리자, 건물 붕괴 후 “공사 사진 보내 달라” 경찰은 사고 건물의 해체감리자인 B 씨의 부실 감리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B 씨는 사고 당시 현장에 가지 않는 등 감리자로서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B 씨가 뒤늦게 감리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B 씨가 사고 후 시공사를 통해 한솔기업 측에 “구청 허가를 받아 철거했던 건물들의 철거 전후가 담긴 사진들을 전송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솔기업 관계자는 “8차례에 걸쳐 B 씨에게 철거 일정을 알려줬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4월 말부터는 일정 공유도 중단했다”며 “이미 모바일 메신저로 보냈던 사진들을 다시 보내 달라고 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공사 감독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 관계자는 “시방서 등 해체 공사의 표준안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이 감리자들이 쓴 해체계획서를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동구는 이날 한솔기업과 재개발조합을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감리 B 씨도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수현·권기범 기자}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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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왕 업체, 하청사와 이면계약… 철거공법 지시”

    경찰이 5층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의 철거 작업에 ‘철거왕’으로 불렸던 이모 회장의 다원그룹이 참여했다는 단서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원그룹 측은 해당 재개발구역에서 원주민 이주와 건물 철거 작업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다원그룹 측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 작업을 하청받은 한솔기업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철거를 담당하던 백솔건설에도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다원그룹 측이 백솔건설에 건물 철거와 철거 공법을 지시하면 백솔건설 직원들이 그대로 건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당 재개발구역의 철거 작업을 담당했던 한솔기업이 다원그룹 측과 지분을 나눈 것으로 보이는 이면계약서 등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솔기업과 다원그룹 측은 해당 재개발구역에서 나오는 이익을 7 대 3으로 나누는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솔기업과 다원그룹 간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추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다원그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포클레인으로 철거하는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철거업계 관계자는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재개발의 경우 민원 해결이나 각종 횡포를 막기 위해 다원그룹 측에 일정 지분을 주고 재개발에 참여시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원그룹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국의 철거 작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이른바 ‘철거왕’으로 불렸던 이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회삿돈을 포함해 1000억 원대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3년 9월 구속 기소돼 2015년 징역 5년이 확정됐다.광주=권기범 kaki@donga.com·이형주 기자}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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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굴착기 기사 “물 뿌리던중 흙더미 주저앉더니 건물 무너져”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의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굴착기 기사로부터 “물 뿌리기 작업을 하던 중 굴착기가 올라가 있던 흙더미인 성토체(盛土體)가 꺼지듯 내려앉았고, 곧바로 건물이 무너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당시 철거 작업을 했던 굴착기 기사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사장의 비산 먼지를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2배 많은 물을 뿌리다가 성토체가 약해졌는지 갑자기 주저앉았다. 그다음 바로 건물이 무너졌다”고 진술했다. 철거업체들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작업을 빨리 끝내라고 요청했고, 물 뿌리기용 고압 펌프를 당초 3, 4대만 쓰기로 했는데 먼지가 덜 나게 하라며 두 배인 8대로 늘려 살수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철거업체가 작업 중 건물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흙더미인 ‘밥’을 부실하게 설치한 상태에서 살수 작업을 무리하게 해 물을 머금은 흙이 흘러내리면서 건물이 무너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현장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철거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철거작업에 대해 하청을 준 한솔기업이 이른바 ‘철거왕’으로 불리던 이모 회장이 운영하는 다원그룹 측과 이면계약을 하고, 다원그룹 측이 철거 작업을 재하청 업체인 백솔건설에 구체적인 공법까지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철거업체와 현대산업개발 직원 등 총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관련자 4명을 출국금지했다.살수 펌프 평소의 2배 동원… 철거용 흙산 무너진뒤 건물 붕괴 “광주 건물, 물 뿌리던중 붕괴” 진술9일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건물 철거에 투입된 굴착기 기사 A 씨가 흙더미 위에서 해체 작업을 할 때 참사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철거업체는 맨 위층인 5층부터 아래로 철거한다는 당초 계획을 지키지 않고 중간부터 해체 작업을 했다. 철거 도중 건물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흙과 폐건축물 더미인 ‘밥’은 부실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체 작업 때 발생하는 먼지를 줄이기 위해 살수용 고압 펌프에서 물이 뿌려지고 있었다. A 씨의 굴착기가 있던 4층 높이의 거대한 흙더미인 성토체(盛土體)가 물에 젖었다. 물을 머금은 흙은 부실한 ‘밥’의 틈으로 흘러들어 건물을 넘어뜨리는 하중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물 머금은 성토 내려앉으며 건물 압박당시 철거 작업 전 사고 건물 뒤편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성토체는 건물 4층 높이까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작업 시작 후 찍은 사진에는 이 흙더미가 3층 높이까지 내려앉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무게가 약 30t인 굴착기가 성토체 위로 올라가면 약간 가라앉을 수 있지만 이번처럼 수 m나 낮아지는 것은 보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성토 작업은 물을 붓고 흙을 다진 뒤 다시 그 위에 흙을 쌓는 식으로 작업하는데 굴착기가 올라갔다고 성토가 이렇게 가라앉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의 경우 통상 철거공사 중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세우는 ‘잭서포트’ 대신 흙 지지대인 ‘밥’을 건물 하단에 설치했다. 하지만 건물의 중심을 잡아주는 ‘밥’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수차가 많은 물을 뿌렸고, 물을 머금은 성토체가 내려앉으면서 건물을 압박해 결국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공사 지시로 물 2배 뿌려” vs “사실무근”공사 단계마다 안전조치 부실이 누적돼 발생한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청 철거업체인 한솔기업, 재하청을 받은 백솔건설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한솔기업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자와 살수 펌프를 최대 4대까지만 쓰기로 합의해 다른 건물을 철거할 때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 건물을 철거할 때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먼지가 많이 날 수 있으니 물을 많이 뿌리라고 해 살수 펌프를 2배인 8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거 작업에 방해가 되어 펌프 2개를 쓰지 못하게 했는데 그러자 현대산업개발 측이 다시 펌프를 모두 사용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백솔건설 관계자도 “현대산업개발 측이 ‘먼지로 인한 민원 제기가 우려되니 건물을 하루 만에 모두 철거하라’고 했다”며 “철거를 서두르며 물을 평소보다 많이 뿌려 성토체가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5층 건물을 하루 만에 부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두 회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백솔건설 측이 작업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인물로 지목한 현대산업개발 직원은 “백솔건설은 이름도 모르는 회사”라며 “한솔기업과 회의할 때 ‘작업이 늦어져도 좋으니까 일단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찾자’고 했다”고 말했다. 철거가 하청, 재하청의 다단계 하도급으로 진행되면서 공사 단가가 하락해 졸속 공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3.3m²당 약 28만 원에 계약했지만 하청사인 한솔기업은 10만 원, 재하청사인 백솔건설은 4만 원가량에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솔기업과 백솔건설 관계자 3명, 현대산업개발 직원 3명 등 7명을 입건해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공정에 대한 총괄책임은 시공사에 있다”며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권기범 kaki@donga.com·이형주·김수현·이윤태 기자}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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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철거현장도 감리자는 없었다

    건물 해체계획서와 달리 5층 건물은 맨 위층부터 철거되지 않고 ‘나무 밑동을 베듯’ 아래층부터 제거됐다. 철거 상황을 점검해야 할 감리자는 붕괴 현장에 없었다. 철거 공사업체는 재하청을 줘 위법 시비에 휘말렸다.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는 말 그대로 ‘안전불감증의 종합판’이었다. 20대 예비신부를 숨지게 한 2019년 7월 4일 ‘잠원동 붕괴 사고’ 이후 관련 법이 재정비됐지만 ‘잠원동 교훈’은 없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구 학동의 5층 건물에 대한 해체 허가 신청은 지난달 14일 구청에 접수됐다. 구청은 건축사 대표 A 씨를 감리자로 지정했다. 철거업체가 감리자를 ‘셀프 지정’한 잠원동 붕괴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구청이 감리를 지정하도록 법이 바뀐 것이다. 해체계획서에는 잭서포트(철제 지지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지 않았다. 잭서포트 미설치는 2년 전 잠원동 붕괴 사고가 벌어졌을 때도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A 씨는 건물의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적정’ 결론을 내렸고, ‘비상주 감리’라는 이유로 사고 당일 현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해체 공사업체 H사는 B사에 원칙적으로는 법으로 금지된 재하청을 줬다. 현장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굴착기 기사 등 2명에게 재하청을 준 것이 맞다”고 했다. H사의 재하청을 받은 굴착기 기사는 5층부터 3층까지 순서대로 철거한다는 계획과 달리 2∼4층을 동굴처럼 깎아낸 것으로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해체계획서대로 철거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경찰은 굴착기 기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경찰청은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채워 넣었어야 할 밥(폐건축물과 흙)이 매우 부족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찰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광주현장사무소와 철거 공사를 담당했던 업체 2곳 등 총 5곳을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고 직후인 9일과 10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용섭 광주시장으로부터 각각 유선 보고를 받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해체계획서 무시하고 철거… 위층 아닌 아래층부터 파내다 붕괴[광주 건물 붕괴 참사]광주 건물 붕괴 ‘안전불감증 종합판’ ‘이 건물의 경우 최상층에 옥탑 구조물이 있어 그 부분부터 선철거를 진행한 후 철거 공사를 진행한다.’ ‘성토체(盛土體)를 5층 높이까지 올리고, 5층부터 3층까지 외부 벽과 방벽, 바닥 순서로 해체→지상으로 중장비 이동 후 성토체 제거→1, 2층 해체.’ 광주 동구청에 제출된 A4용지 149쪽 분량의 학동 5층 건물 철거에 대한 해체계획서 내용 중 일부다. 하지만 붕괴 직전 사진과 동영상에는 굴착기 기사가 해체계획서와는 딴판으로 2∼4층 아래를 동굴처럼 파내는 듯한 모습이 찍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10일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한 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획서와 다른 철거 작업… “비용 줄이려 한 듯”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당초 계획은 성토 작업을 해 굴착기를 5층까지 닿을 수 있는 높이로 이동시킨 뒤 5층부터 순차적으로 3층까지 해체를 완료하고, 이후 지상으로 장비를 이동시켜 1, 2층을 해체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살펴보면 성토체 위로 올라간 굴착기는 건물 3∼5층의 측면 외벽을 한꺼번에 해체해 건물이 ‘ㄷ’자나 동굴 모양이 된 모습 등이 담겼다. 구청 관계자는 “맨 위층의 외벽부터 시작해 안쪽 벽, 슬래브 순으로 철거 순서가 정해져 있다”며 “작업 순서와는 달리 건물 밑부터 철거를 하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굴착기 작업자 B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실이 중대하다고 판단되고 혐의를 인정해 입건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최대한 빠르게 철거를 끝내고, 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공사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술사는 “도로 쪽에서 철거 공사를 했다면 건물이 균형을 잃더라도 철거가 마무리된 재개발구역 쪽으로 무너지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도로 차선 3∼4개를 점거하고 임시 보행도로도 만들어야 하는 탓에 철거비용과 철거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철거공사는 최저낙찰제로 입찰이 이뤄지고 큰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건물 지을 때처럼 ‘잘 지었네, 못 지었네’ 하고 평가할 것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건물 흔들림 막는 ‘밥’ 제대로 넣지 않아” 9, 10일 철거 현장 인근에서 만난 인부들은 “그 건물에는 ‘밥’을 제대로 넣질 않았다”고 말했다. ‘밥’이란 건물을 철거하기 전 건물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를 비롯해 1∼3층에 폐건축물이나 흙을 채워 넣는 일을 말하는 현장 용어라고 한다. 한 인부는 “밥을 제대로 채우지 않으면 건물이 빈 상자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의 건물을 굴착기가 때리면 위아래가 흔들리는 모양이 돼 위험해진다”고 전했다. 붕괴 현장의 감식에 참여했던 전문가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고가 난 건물은 지반 위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지하 1층이 있는 건물인데, 이곳을 비워 놓고 지상에만 흙을 쌓아 올리면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5층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작업 전에 비어 있는 지하 1층 공간을 흙이나 폐건축물 등을 이용해 메워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구청에 제출된 해당 건물의 해체계획서에는 지하 1층에 대한 사전 작업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철거 현장에서는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지대인 ‘잭서포트’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체계획서에는 이 내용도 없었다. 2년 전 발생했던 잠원동 붕괴 사고에서도 잭서포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또 불거진 부실 감리 의혹…바뀐 법 무용지물 지난해 5월부터 4층 이상의 건물에 대한 해체 공사를 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직접 지정하도록 한 개정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다. 2019년 발생한 ‘잠원동 붕괴 사고’ 당시 건축주가 철거업체의 지인을 감리로 고용해 부실한 감리를 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사 대표 A 씨가 감리자로 지정됐지만 A 씨는 붕괴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구청 관계자는 “A 씨가 사고가 일어난 뒤 사실상 잠적해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철거가 시작됐던 8일에는 현장에 있었는지는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광주=권기범 kaki@donga.com·정승호·김수현 기자 /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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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靑, 이용구 폭행 알고도 법무 차관으로 임명”

    서울경찰청의 진상조사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차관 임명 전에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9일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6일 발생했고,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2일 차관으로 임명됐다. 올 1월부터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진상을 조사한 서울경찰청은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법무부는 같은 달 9일 이전 폭행 사건을 인지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은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같은 달 9일 법무부는 이 전 차관을 추천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 전 차관 사건이 내사 종결된 같은 달 16일 이후 청와대는 이 내용을 파악했지만 지난해 12월 2일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다. 경찰은 9일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9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D 경위는 서울경찰청 생안계 직원 E 씨에게 내부 메신저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같은 날 오전 서초경찰서장 C 총경과 형사과장 L 경정, 형사팀장이었던 K 경감, 담당 수사관 J 경사 등 수사라인과 서초서 정보계 직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등 윗선이나 청와대, 법무부 등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내사 종결한 J 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곧 송치할 예정이다. 이용구, 폭행사건 2~3일 뒤 당시 秋법무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 靑, 폭행 알고도 李차관 임명 정황… “정밀 인사검증 없이 강행” 비판진상조사단, 5개월 조사결과 발표, “담당 경찰이 단순폭행으로 처리”말단 1명만 檢송치 ‘꼬리자르기’… 서초서 간부들, 폭행사건 사흘뒤李 공수처장 후보 거론 알고도… 경찰청 보고 안한 것 의혹 남아“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상자들 또한 모두 외압 또는 청탁 행사를 부인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청탁이나 외압 등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9일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진상조사를 한 경찰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C 총경을 포함한 수사라인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C 총경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 E 씨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을 지난해 11월 9일 인지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중요 사안이 아니다” “보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서장 등 4명 휴대전화 증거인멸, 복원 못 해 진상조사단은 C 총경을 비롯해 형사과장인 L 경정, 형사팀장인 K 경감, 수사 담당자인 J 경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했다. 이 전 차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총경 등 서초서 경찰 4명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삭제 정황이 나타났다. K 경감은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삭제된 내용 중 일부는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총경과 L 경정 등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내용을 차례로 접하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서초서 생안과 D 경위는 서울청 생안계에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이날 오전 택시기사 S 씨를 불러 조사를 한 J 경사는 오후 1시 51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에서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죄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서울청 직원은 오후 2시경 D 경위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한 뒤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되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호사의 범죄 사건이 발생하거나 접수됐을 경우 절차에 따라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 단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선 대책을 내놨다. ○ 청와대 사건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 강행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폭행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이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통화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내부에서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 전 차관은 최종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2월 1일 추 전 장관은 청와대에 이 전 차관을 신임 차관에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수사 담당자 한 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찰 지휘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유원모 기자 / 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

    •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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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본, 與 12명 수사 검토… 6명은 기존 조사대상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에 대한 세부 조사 결과를 보내주는 대로 수사 착수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수사는 최소 2,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권익위는 7일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송부한 뒤 이르면 9일 세부 개별 결과도 보내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달된 공문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의 명단과 간략한 정보만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해당 의원 12명 가운데 6명은 특수본이 기존에 내사 혹은 수사해왔던 국회의원 17명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성 서영석 김주영 김한정 양이원영 윤재갑 의원 등으로 파악된다. 특수본의 내사·수사 대상자 17명 가운데 14명은 부패방지법 위반 등 부동산 투기 관련 혐의이며 3명은 뇌물 수수 등 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검토하면 본인 또는 가족과 겹치는 사건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월부터 수사를 이어온 특수본은 일부 의원의 경우 일차적으로 결론을 내기도 했다. 양향자 의원과 양이 의원은 내사 종결, 김한정 의원의 부인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달 국민의힘 측이 고발 및 수사를 의뢰해 이들 3명도 다시 수사 대상이 됐다. 현재 진척 상황을 보면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체포동의 요구서가 제출될 가능성이 높은 대상은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다. 정 의원은 경기 용인시장 재임 때 기흥구 일대의 주택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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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기 與의원 수사, 2~3개월 걸릴듯”…체포동의서 野에서 먼저 나올수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에 대한 세부 조사 결과를 보내주는 대로 수사 착수를 검토할 전망이다. 관련 수사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권익위는 7일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송부한 뒤 이르면 9일 세부 개별 결과도 보내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달된 공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 명단과 간략한 정보만 담겨있었다고 한다. 해당 의원 12명 가운데 6명은 특수본이 기존에 내사 혹은 수사해왔던 국회의원 17명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성 서영석 김주영 김한정 양이원영 윤재갑 의원이다. 특수본의 내사·수사 대상자 17명 가운데 14명은 부패방지법 위반 등 부동산 투기 관련 혐의이며, 3명은 뇌물 수수 등 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검토하면 본인 또는 가족과 겹치는 사건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어도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월부터 수사를 이어온 특수본은 일부 의원의 경우 일차적으로 결론을 내기도 했다. 양향자 의원과 양이 의원은 내사 종결, 김한정 의원의 부인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지난달 국민의힘 측이 고발 및 수사를 의뢰해와 다시 재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진척 상황을 보면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체포동의 요구서가 제출될 가능성이 높은 대상은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다. 정 의원은 경기 용인시장 재임 때 기흥구 일대에 주택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일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경찰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 추가 확인 뒤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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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부터 학교 200m 밖 ‘리얼돌방’도 단속

    리얼돌(사람의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수도권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합동단속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은 여가부 및 지자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린다. 다른 시도경찰청도 시도경찰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심의해 단속 여부 등을 결정한다. 최근 전국에서 늘고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지역에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업소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에도 생겨나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해당 업소가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건축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다니는 곳에 업소 전화번호나 주소, 약도 등이 담긴 광고물을 내걸거나(청소년보호법 위반), 온라인에 청소년 유해 매체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성인 인증 과정이 없는 경우(정보통신망법 위반), 위락시설에 해당하는 업소가 계단과 출구, 통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건축법 위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측은 “주거 지역의 안정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유채연 기자}

    •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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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서 늘어난 ‘리얼돌 체험방’…경찰, 합동 단속 나선다

    리얼돌(사람의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 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7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수도권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합동 단속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은 여가부 및 지자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린다. 다른 시도경찰청도 시도경찰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심의해 단속 여부 등을 결정한다. 최근 전국에서 늘고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지역에서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업소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영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드는 장소에도 생겨나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해당 업소가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건축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업소나 전화번호나 주소, 약도 등이 담긴 광고물을 내걸거나(청소년보호법 위반), 온라인에 청소년 유해 매체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성인인증 과정이 없는 경우(정보통신망법 위반), 위락시설에 해당하는 업소가 계단과 출구, 통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건축법 위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측은 “주거 지역의 안정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을 벌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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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경찰청 총경, 5000만원 뇌물 받은 의혹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부산경찰청 소속인 현직 총경을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입건하고 강제수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는 한 사업가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약 5000만 원 등을 받은 혐의로 부산경찰청 A 총경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국수본은 앞서 “A 총경에게 수상한 돈이 건네졌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한 뒤 내사를 벌여오다 최근 수사로 전환했다고 한다. 2일 A 총경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A 총경의 휴대전화와 업무용 PC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사업가의 돈이 실제로 A 총경 계좌로 입금된 내역 등을 확인하고 대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등의 수사 부서에서 근무해온 A 총경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 총경은 “해당 사업가와 금전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사이로 잠시 돈을 빌렸을 뿐이며 논란이 되기 전에 이미 모두 갚았다”며 “수사 정보를 건네거나 편의를 봐준 적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조만간 확보한 압수물 등을 분석한 뒤 A 총경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권기범 kaki@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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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카페 앞 건물에 ‘리얼돌방’… 간판 본 아이들 “우리도 가볼까”

    “목사님, ‘리얼돌’이 뭐예요? 진짜 돌 말하는 거예요?” 경기 의정부에 있는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 목사는 최근 예배에 참석한 일곱 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얼굴이 붉어진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5층 교회로 오다가 1층에서 ‘리얼돌 체험방 7층’이란 안내를 마주한 뒤 계속 “저게 뭐냐”고 물어봐 난처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애야 어떻게든 둘러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알 텐데 혹시 매장이라도 기웃거릴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아이도 다니는 태권도장과 한층에리얼돌(여성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 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관’이 유흥가는 물론이고 아동이나 청소년이 드나드는 일반 상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인권 침해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전국에 150곳 이상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나 단속 기관들은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제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 목사가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상가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10대 학생 3명이 “저것 봐”라더니 자기들끼리 키득댔다. 7층 체험관 앞에 비치된 ‘반나체’ 리얼돌 사진을 본 뒤엔 뭔가 작심한 표정으로 “우리도 내일 가볼까”라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2주 전쯤 상가에 입점했다. 해당 상가는 일반주점도 있지만 커피숍이나 식당 등 주변에 사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심지어 리얼돌 체험관과 같은 7층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주로 다니는 태권도장도 들어올 예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당 상가 맞은편 건물 역시 어린이 영어학원과 키즈카페가 있어 어린이들이 수시로 몰려온다”며 “굳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흉측한 장사를 해야 하나. 건물주에게도 제대로 항의할 참”이라고 화를 냈다.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리얼돌 체험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커다란 간판을 달아놓아 어디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약 30m 거리에 1000채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심지어 바로 그 옆엔 어린이집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근방에 사는 한 가정주부는 “정말 애들이 볼까 무섭다”며 혀를 찼다.○ “자극적인 외부 광고 제한해야” 사회적 논란이 거센 리얼돌 체험방이 어떻게 버젓이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걸까.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보통 ‘성인용품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의 주변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식 교육기관만 떨어져 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뜻이다. 게다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다른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규제를 교묘하게 비켜 가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업소는 한 고등학교가 16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관할 교육청이 법 위반을 통지했더니, 기존 체험방 간판을 ‘쇼룸’으로 바꾼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선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리얼돌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의원실 측은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고시에만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법 조항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현실적인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에 담는다고 실효성이 커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구훈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특임교수는 “미성년자 등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거나 규제 장소를 건물 외부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ycy@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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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가에 ‘리얼돌방’… 지나는 10대들 “우리도 가볼까”

    “목사님, ‘리얼돌’이 뭐예요? 진짜 돌 말하는 거예요?” 경기 의정부에서 있는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 목사는 최근 예배를 온 일곱 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얼굴이 붉어진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5층 교회로 오다가 1층에서 ‘리얼돌 체험방 7층’이란 안내를 마주한 뒤 계속 “저게 뭐냐”고 물어봐 난처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애야 어떻게든 둘러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알 텐데 혹시 매장이라도 기웃거릴까봐 우려스럽다”고 답답해했다.● 10대들, 간판 보고 “우리도 가볼까”리얼돌(여성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관’이 유흥가는 물론이고 아동이나 청소년이 드나드는 일반 상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인권 침해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전국에 150여 곳 이상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나 단속기관들은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제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 목사가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상가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10대 학생 3명이 “저것 봐”라더니 자기들끼리 키득댔다. 7층 체험관 앞에 비치된 ‘반나체’ 리얼돌 사진을 본 뒤엔 뭔가 작심한 표정으로 “우리도 내일 가볼까”라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2주 전쯤 상가에 입점했다. 해당 상가는 일반주점도 있지만 커피숍이나 식당 등 주변에 사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심지어 리얼돌 체험관과 같은 7층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주로 다니는 태권도장도 들어올 예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당 상가 맞은 편 건물 역시 어린이 영어학원과 키즈 카페가 있어 애기들이 수시로 몰려온다”며 “굳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흉측한 게 장사를 해야 하나. 건물주에게도 제대로 항의할 참”이라고 화를 냈다.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리얼돌 체험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리얼돌은 커다란 간판을 달아놓아 어디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약 30m 거리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심지어 바로 그 옆엔 어린이집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근방에 사는 한 가정주부는 “정말 애들이 볼까 무섭다”며 혀를 찼다.● “자극적인 외부 광고 제한해야”사회적 논란이 거센 리얼돌 체험방이 어떻게 버젓이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걸까.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보통 ‘성인용품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의 주변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식 교육기관만 떨어져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뜻이다. 게다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다른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규제를 교묘하게 비켜 가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업소는 한 고등학교가 16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관할 교육청이 법 위반을 통지했더니, 기존 체험방 간판을 ‘쇼룸’으로 바꾼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선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리얼돌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의원실 측은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고시에만 포함돼있었으나 실제 법 조항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현실적인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에 담는다고 실효성이 커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구훈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특임교수는 “미성년자 등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거나 규제 장소를 건물 외부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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