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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2주 앞둔 6일(현지 시간) 로버트 매컬로이 추기경(71)을 미국 워싱턴의 차기 대주교로 임명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비판하고 이민자 인권을 옹호해 온 매컬로이 추기경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화된 반(反)이민 정책에 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톨릭 전문매체 CNA는 이날 교황청 발표를 인용하며 매컬로이 추기경은 미국 추기경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매컬로이 추기경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트럼프 반이민 정책의 방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봉헌생활회·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장관에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60·사진)를 임명했다. 교황청 장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수도회성은 교황청의 중앙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중 하나로, 세계 가톨릭교회 안 모든 수녀와 수사의 입회부터 퇴회까지 종교 생활을 책임지는 곳이다. 브람빌라 장관 임명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화하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황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21년 교회법을 개정해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 참여에 성별 구분을 없앴다. 2022년에는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바티칸시국의 여러 부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바티칸 헌법을 승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붙인 ‘그린란드 매입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한 뒤에도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린란드를 통치 중인 덴마크는 6일 돌연 그린란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왕실 문장(紋章)을 공개했다. 덴마크 왕실까지 나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대응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 향후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당선인 측과 덴마크 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덴마크 왕실은 6일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20일 새 왕실 문장을 제정하고 이에 상응해 새 왕실 깃발을 도입했다”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을 공개했다. 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게 그려졌던 북극곰이 크게 표현됐다. 기존 작은 북극곰 옆에 더 작게 묘사됐던 숫양은 자리를 옮겨 더 크게 나타났다. 또 북극곰과 숫양 모두 색상이 추가돼 더 강렬해졌다. 왕실은 “직립 북극곰은 1960년대에 그린란드의 상징이 됐고, 숫양은 페로제도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 연합체인 ‘칼마르 동맹’을 상징한다. 왕실은 이 동맹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이를 지웠다고 밝혔다. 또 이번 변경은 “작년 1월 국왕 프레데리크 10세 즉위 후 임명된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날 “덴마크 왕실이 트럼프가 구매하길 원하는 그린란드와 인근 페로제도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그린란드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북극 요충지다. 최근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 항로 개척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리튬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고, 안보 전략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2일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며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매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며 고위직 인선 등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 팟캐스트용 비디오 콘텐츠 촬영을 위해 그린란드를 하루 동안 방문한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6일 보도했다. 현지 당국자나 정치인은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감한 시기에 그린란드를 찾아 이목이 집중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고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갈수록 더 많이 찾고 있어요.”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퐁뇌프 다리 인근의 사마리텐 백화점. 크리스텔 네메 화장품 판매 담당자는 기자에게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놀랍다”며 이같이 말했다.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마리텐 백화점은 세계적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가 운영하는 고급 백화점이다. 이곳 지하 1층 중앙 홀에 지난해 12월 ‘K뷰티 하우스’란 한국 화장품 팝업 매장이 열렸다. 사마리텐 백화점이 한국 화장품 팝업 매장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아누아, 조선미녀, 스킨1004, 라운드랩, 토코보, 티르티르 등 한국 브랜드 9개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샤넬, 랑콤, 디오르 등 프랑스 명품 화장품들과 같은 층에 나란히 들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네메 담당자는 “개장 초반부터 매출 실적이 만족스럽다”며 “팝업 매장은 3월까지 운영되지만 이후에도 새로운 브랜드들을 입점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화장품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 K뷰티가 주목받고 있다. 입점 브랜드 선정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파리의 명품 백화점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10, 20대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파리 마레지구나 샤틀레 지역엔 한국 화장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편집숍이 생겨난다. 또 K뷰티의 부상을 일찍이 포착한 유럽인들은 한국식 화장품 판매 기업을 창업하기도 한다.● K화장품 편집숍, 파리에만 10여 곳 프랑스는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샤넬, 디오르, 랑콤 등을 탄생시킨 곳이다. 오랜 화장품 산업의 역사만큼이나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프랑스의 화장품 수출액은 218억8955만 달러(약 32조222억 원)로 세계 1위다. 2위인 미국(110억7905만 달러·약 16조2075억 원)의 갑절 수준이다. ‘화장품 강국’ 프랑스의 콧대 높은 소비자들이 최근 한국 화장품을 많이 찾고 있는 건 현지에서도 화제다. 프랑스로 수출된 한국 화장품은 2023년 기준 7128만8000달러(약 1042억8721만 원)어치. 전년에 비해 18.5% 증가했다. 이날 샤틀레 근처에 있는 한국 화장품 편집숍 ‘코리안 코스메틱스’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점심시간인데도 현지인 10여 명이 마스크팩, 스킨, 크림 등을 살펴보며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약 2년 전에 이 매장을 연 베트남인 안 루옹 씨는 “프랑스는 자국 화장품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해 개업 초기엔 한국 화장품이 잘 팔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하지만 개업 당시 파리에 한두 곳뿐이었던 한국 화장품 가게가 이제 열 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 “아이돌처럼 피부 좋아지고 싶어” 프랑스에서 많이 팔리는 한국 화장품 종류는 에센스, 스킨, 크림 등 기초 화장품이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한국 배우나 아이돌이 한국 기초 화장품을 쓴 덕에 ‘우윳빛 피부’ ‘도자기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친구들과 ‘한국 마스크팩’을 쓰고 파자마 파티를 한다는 루 로메프 씨는 “프랑스 화장품은 잡티를 가리는 데 중점을 두지만 한국 화장품은 잡티가 안 생기도록 피부를 가꾸는 데 신경을 쓴다”며 “한국 로션과 크림을 바르면 여드름 방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초 화장품은 성분이 좋아 피부를 잘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코리안 코스메틱스에서 기초 화장품을 여러 개 구입한 마고 코스캥 씨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선 좋은 영양분이 들어간 올바른 제품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은 피부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폭발했다. 사람들이 감염을 피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색조 화장은 줄고 피부 관리가 늘었다. 한국 화장품 라네즈의 프랑스인 직원인 마리옹 응우옌 씨는 현지 매체 뱅미뉘트에 “팬데믹으로 화장 트렌드가 메이크업에서 스킨케어로 옮겨갔다”며 “이 덕에 라네즈의 마스크가 틱톡에서 소문이 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말했다. K뷰티의 강점인 피부 관리에 초점을 맞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들도 생기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에 30여 개 매장을 둔 한국식 화장품 민코스메틱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피부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을 두고 있다. 창업자인 리린 양 씨는 현지 매체에 “프랑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스페인인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피부 관리실을 갖춘 플래그십 매장을 파리에 열면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화장품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고물가 탓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데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더욱 환영 받는다는것이다. 코리안 코스메틱스의 루옹 사장도 “프랑스 화장품은 한 번 쓰고 버리는 품목조차 4∼5유로(약 6000∼7600원) 수준으로 매우 비싸지만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한국적 요소가 경쟁력K뷰티가 호응을 얻다 보니 아예 유럽인이 한국식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하기도 한다. ‘예쁘다(Yepoda)’란 한국식 화장품은 아예 한국어를 브랜드명으로 내걸었다. 겉보기엔 한국 기업이 내놓은 브랜드 같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한국계 네덜란드인인 산더르 준영 판 블라덜 씨와 베로니카 스트로트만 씨가 2020년 독일에서 만든 브랜드다. 이들은 한국을 자주 오가다가 한국 화장품의 우수함을 포착했다. ‘유럽에 한국 화장품을 적극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져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예쁘다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이어 지난해 파리 마레지구 근처에 첫 매장을 열었다. 매장 입구 간판에 예쁘다를 한글로도 표기해 ‘한국식 화장품’임을 강조했다. 매장 내부에서도 ‘포토부스’ ‘김치’ 등 한글을 인테리어로 살렸다. 이 브랜드는 이달 파리의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에 두 번째 매장을 연다. 프랑스 화장품 에르보리앙도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합작 브랜드다. 파리 관광명소 오페라 인근 대로에 들어선 에르보리앙 매장에는 곳곳에 한국어가 적혀 있다. 한국의 한약방을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특징적이다. 매장 중앙엔 각종 약재가 담긴 기둥이 우뚝 서 있다. 내부 벽에는 ‘감초’ ‘홍삼’ 등 약재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다. 실제 화장품 원료가 인삼, 유자 등 한국 전통 재료다. 에르보리앙은 원래 ‘심비오즈’란 한국 한방 화장품 중소기업에서 시작됐다.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합작한 회사다. 에르보리앙이란 이름도 그 정체성을 보여주듯 ‘아시아의 허브(Herbe d‘Orient)’라는 프랑스어를 반영했다. 에르보리앙은 프랑스에선 2007년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인기가 높아지자 2012년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록시땅이 인수했다.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프랑스 기업이 적극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프랑스 로레알그룹 역시 최근 한국 브랜드 ‘닥터지’를 인수했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붙인 ‘그린란드 독립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한 뒤에도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린란드를 통치 중인 덴마크는 6일 돌연 그린란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왕실 문장(紋章)을 공개했다. 덴마크 왕실까지 나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대응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 향후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당선인 측과 덴마크 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덴마크 왕실은 6일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20일 새 왕실 문장을 제정하고 이에 상응해 새 왕실 깃발을 도입했다”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을 공개했다. 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게 그려졌던 북극곰이 크게 표현됐다. 기존 작은 북극곰 옆에 더 작게 묘사됐던 숫양은 자리를 옮겨 더 크게 나타났다. 또 북극곰과 숫양 모두 색상이 추가돼 더 강렬해졌다. 왕실은 “직립 북극곰은 1960년대에 그린란드의 상징이 됐고, 숫양은 페로 제도를 상징한다”고 밝혔다.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 연합체인 ‘칼마르 동맹’을 상징한다. 왕실은 이 동맹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이를 지웠다고 밝혔다. 또 이번 변경은 “작년 1월 국왕 프레데릭 10세 즉위 후 임명된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덴마크 왕실이 트럼프가 구매하길 원하는 그린란드와 인근 페로제도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그린란드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북극 요충지다. 최근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 항로 개척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리튬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고, 안보 전략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2일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며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매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며 고위직 인선 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 팟캐스트용 비디오 콘텐츠 촬영을 위해 그린란드를 하루 동안 방문한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6일 보도했다. 현지 당국자나 정치인은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감한 시기에 그린란드를 찾아 이목이 집중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을 2주 앞둔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이 “트럼프 당선인은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첫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빠르게 종전 협상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5일 RBC우크라이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팟캐스터인 렉스 프리드먼과 3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쟁은 끝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트럼프 당선인의 방문)는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의 민간 공항은 폐쇄된 상태다. 그는 “1월 25일이나 다른 날 우리(우크라이나)는 우선 트럼프와 함께 앉을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을 멈추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막을 방법에 대해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안한다면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자수성가한 사람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의 환심을 얻어 트럼프 당선인 측과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의 피해가 크지만 향후 파병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군은 1만2000명이 도착해 오늘까지 3800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북한은 독재국이라 명령으로 50만 명까지도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파병된 지역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반허위정보센터 소장은 5일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을 여러 루트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20일)을 2주 앞둔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첫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빠르게 종전 협상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5일 RBC우크라이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팟캐스터인 렉스 프리드먼과 3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쟁은 끝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트럼프 당선인의 방문)는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의 민간 공항은 폐쇄된 상태다.그는 “(1월) 25일이나 다른 날 우리(우크라이나)는 우선 트럼프와 함께 앉을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을 멈추고 블라디미르 푸틴을 막을 방법에 대해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보 보장을 제안한다면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자수성가한 사람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의 환심을 얻어 트럼프 당선인 측과 더욱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의 피해가 크지만 향후 파병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는 “북한군은 1만2000명이 도착해 오늘까지 3800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북한은 독재국이라 명령으로 50만 명까지도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파병된 지역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반허위정보센터 소장은 5일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을 여러 루트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이 3∼4일 우크라이나군과 벌인 전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봤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했다. 4일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 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정례 영상 연설에서 “오늘과 어제(3, 4일) 쿠르스크주 마스놉카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북한군 보병과 러시아 낙하산 부대로 구성된 최대 1개 대대를 잃었다”고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1개 대대가 일반적으로 수백 명 단위를 뜻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북한군이 망가진 수류탄 등 구식 장비를 사용하고, 무인기(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는 군 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은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27)이며, 그들이 사용한 칼은 작은 단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북한군 사상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병사 두 명이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렌TV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전투를 벌이는 영상이 돌았다. 우크라이나군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두 군인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의 소총 총구를 손으로 잡았고, 러시아군은 단검으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에게 “당신은 세계 최고의 전사다.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으니 싸움을 멈추자”고 간청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이 군인은 “엄마, 안녕”이란 말을 남기고 수류탄을 터뜨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프랑스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179명이나 숨진 참사에 프랑스인 취재원은 물론 주변 이웃들도 서둘러 애도의 뜻을 전해왔다. 파리에서도 참사를 모르는 이가 없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벌어진 비극에 동맹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국가원수나 사회 지도자들이 잇따라 애도를 표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키어 스타머 총리도 공개적으로 애도의 글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국을 위해 기도했다.佛 마크롱, 이번 참사에 조의 없어 하지만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조의는 물론이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정상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한국의 참사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르몽드, 르피가로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이번 참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렸고, 여러 날에 걸쳐 자세히 보도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사퇴 압박을 받을 만큼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위기 등 국내 현안 역시 다양하고,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우방국의 경조사를 다 챙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이번 참사의 피해가 워낙 컸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도 다른 국가의 현안에 부지런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소셜미디어 ‘X’에선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인도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적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고에도, 이달 1일 미국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테러로 10여 명이 숨졌을 때도 조의를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참사에 대한 태도가 양국 관계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기본이 어떠한지는 충분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개인 관계의 기본인 경조사가 국가 관계라고 크게 다를 순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한국 정부로선 프랑스 정부를 탓할 일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간 프랑스를 상대로 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과 관심은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파리는 2년 전 치열한 한국 외교의 무대 양적인 노력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프랑스 파리는 한국 정부가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재계와 함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외교 무대였다.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파리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6월과 11월, 5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덕수 총리도 그해 10월 당시 프랑스 내각을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와 회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그의 대외적 메시지를 관리하는 외교 관리들과 교류가 잦았던 셈이다. 한 총리는 그해 11월 결국 유치에 실패했지만 이런 유치 노력이 외교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나름대로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현실이 이렇다면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닐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가 전력으로 프랑스를 상대로 한 외교에 공을 들였던 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마크롱 대통령의 ‘무관심’이 나타났으니 우리로선 더욱 짚어 봐야 한다. 나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4강 외교’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한국으로서는 이번 계기를 토대로 ‘대(對)유럽 외교’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통상마찰, 북한에 대한 대응 등 유럽과 긴밀히 협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이 3~4일 우크라이나군과 벌어진 전투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봤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했다.4일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 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정례 영상 연설에서 “오늘과 어제(3, 4일) 쿠르스쿠주 마스놉카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북한군 보병과 러시아 낙하산 부대로 구성된 최대 1개 대대를 잃었다”고 밝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1개 대대가 일반적으로 수백 명 단위를 뜻한다고 전했다.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선 북한군이 망가진 수류탄 등 구식 장비를 사용하고, 무인기(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는 군 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은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27)이며, 그들이 사용한 칼은 작은 단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북한군 사상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병사 두 명이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렌TV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한 마을에서 전투를 벌이는 영상이 돌았다. 우크라이나군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두 군인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의 소총 총구를 손으로 잡았고, 러시아군은 단검으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군인에게 “당신은 세계 최고의 전사다.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으니 싸움을 멈추자”고 간청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이 군인은 “엄마, 안녕”이란 말을 남기고 수류탄을 터뜨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돼 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부터 끊기며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몰도바에선 ‘난방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몰도바 내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나무 땔감을 구하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공급했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기존에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유럽에 공급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했고 공급도 중단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는 경로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튀르크스트림’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영이 중단됐다. 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가스관의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튀르크스트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 세르비아에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미리 대비해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몰도바의 경우 워낙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지만 아직 미가입 상태라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하지만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 중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오전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를 끊고, 병원 등 필수시설에만 가스를 공급했다. 대체연료인 나무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 전화까지 개설됐다. 일각에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몰도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 국가들로 공급돼 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부터 끊기며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몰도바에선 ‘난방 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몰도바 내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나무 땔감을 구하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지내는 등 비상이 걸렸다.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 공급했던 가스가 이날 오전에 끊겼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기존에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가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유럽에 공급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했고 공급도 중단시킨 것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는 경로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야말-유럽’,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로 가는 ‘튀르크스트림’ 등 총 4개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르트스트림과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영이 중단됐다. 또 1일부터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튀르크스트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와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 세르비아에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EU 회원국 대부분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미리 대비해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몰도바의 경우 워낙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EU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지만 아직 미가입 상태라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가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하지만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고,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 중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영국 BBC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오전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를 끊고, 병원 등 필수시설에만 가스를 공급했다. 대체연료인 나무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 전화까지 개설됐다. 일각에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몰도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집권 25년을 맞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동시에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신만만한 그의 신년사처럼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2023년 점령 면적의 7배에 이르는 약 4000㎢를 차지하며 전황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0시 주요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24일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할 때 러시아가 쓰는 ‘특별군사작전’이란 용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명,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생각과 희망이 우리 군인 및 지휘관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의 군인들이 러시아를 방어하고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치켜세웠다. 전쟁을 직접 언급하진 않되 참전 중인 군인들을 우회적으로 격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푸틴의 모호한 연설은 그의 전시 지도력의 가장 큰 모순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논평했다. 전 국민을 사실상 전쟁에 몰아넣은 상황에서도 일상에서의 정상성은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전황이 러시아에 점점 유리해지는 현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이 미국 전쟁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3985㎢를 추가로 점령했다. 2023년 점령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 서울(605.2k㎡) 면적보다 약 6.6배 넓다. 거침없는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받고,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는 “새 미국 대통령이 평화를 이루고, 푸틴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20일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란 점을 의식해 미국의 지속적 지원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집권 25년을 맞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동시에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신만만한 그의 신년사처럼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2023년 점령 면적의 7배에 이르는 4000㎢를 차지하며 전황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1일 오전 0시 주요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달 24일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할 때 러시아가 쓰는 ‘특별군사작전’이란 용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명,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생각과 희망이 우리 군인 및 지휘관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의 군인들이 러시아를 방어하고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추켜세웠다. 전쟁을 직접 언급하진 않되 참전 중인 군인들을 우회적으로 격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푸틴의 모호한 연설은 그의 전시 지도력의 가장 큰 모순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논평했다. 전 국민을 사실상 전쟁에 몰아넣은 상황에서도 일상에서의 정상성은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다.이는 최근 전황이 러시아에 점점 유리해지는 현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이 미국 전쟁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3985㎢를 추가로 점령했다. 2023년 점령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 서울(605.2k㎡) 면적보다 약 6.6배 넓다.거침없는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전쟁터와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받고,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그는 “새 미국 대통령이 평화를 이루고, 푸틴의 침공을 끝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20일 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점이라는 점을 의식해 미국의 지원 지속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줬는데, ‘어떤 말도 밖에 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류에 지장(指章)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전쟁이나 전투 훈련에서 군인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전사증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며 ‘발설 금지 서약’을 요구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RFA는 북한 평안남도에 있는 유가족의 말을 인용해 “유가족들도 자녀들이 러시아로 파병 갔다가 사망한 것을 짐작했지만 당국이 이를 알리지 못하도록 해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18일 개천시 당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평안남도 도청 소재지)에 가서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한 동생의 전사증을 받았다”며 “전사증을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 행사에서 도당 간부가 ‘(동생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은 10명가량이었고, 전사자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걸로 알려진 북한군 특수부대 폭풍군단 소속이었다고 한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27일 덕천시 당위원회에서 군인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알렸다. 그는 “당국은 군인들이 영예롭게 전사했다는 말만 하고 사망 경위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군부대는 유가족에게 사망 원인과 장소를 밝히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점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한미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 쿠르스크주 파병 사실을 지난해 10월 공식 확인한 뒤 북한군 전사 사실이 우크라이나군이나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북한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우크라 군 “북한군 망가진 수류탄으로 전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열악한 여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의 미하일로 마카루크 작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7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한 사실을 전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이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며, 무전기 같은 현대적 장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소지한 수류탄에 대해 “F―1 또는 소련식 수류탄이 아니라, 완전히 망가진 RGO 수류탄(공격용보다 무거운 방어용)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RFA는 마카루크 하사가 이와 관련된 문서나 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아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1만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최근 7∼8일간 1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백악관 발표를 언급하며 “쿠르스크 지역 내에서 북한군이 가하는 공격이 그 정도의 효과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퇴임 앞두고 대규모 추가 군사 지원 러시아의 파상 공격에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에 25억 달러(약 3조6825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20일 앞두고 나온 조치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나의 남은 임기 동안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미국의 누적 군사 지원액은 614억 달러(약 90조4422억 원)에 달한다.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를 앞두고 300명 이상의 전쟁 포로를 교환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자국 군인과 국경 수비대, 민간인 등 189명을 인계받았다. 이번 전쟁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포로 교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내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옹호하는 기고를 현지 언론에 게재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선 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런 머스크를 두고 “고압적이고 주제넘은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현 제1야당이자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9일 현지 신문 ‘벨트암존타크’에 감세, 규제 완화 등 AfD의 경제 정책을 옹호하며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AfD가 독일을 경제적 번영, 기술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AfD는 반(反)난민, 유로화 탈퇴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2021년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조직으로 의심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난, 반이민 정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에 힘입어 최근 기민당에 이은 지지율 2위를 점하고 있다.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 또한 이런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하지만 메르츠 대표, 집권 사회민주당의 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메르츠 대표는 “서방 민주주의 역사상 우호국의 선거 운동에 간섭한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타국 정치에 대한 고압적이고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유명 사업가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고를 한다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에스켄 대표 또한 “외부에서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 같은 반민주주의적이고 인간을 혐오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든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일갈했다. 벨트암존타크의 칼럼 편집자 에바 마리 코겔 또한 머스크의 기고를 허용한 경영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발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퍼스트 프렌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옹호하는 기고를 현지 언론에 게재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총선 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이런 머스크를 두고 “고압적이고 주제넘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현 제1 야당이자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29일 현지 신문 ‘벨트암존탁’에 감세, 규제완화 등 AfD의 경제 정책을 옹호하며 “이 나라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AfD가 독일을 경제적 번영, 기술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AfD는 반(反)난민, 유로화 탈퇴 후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2021년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조직으로 의심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난, 반이민 정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에 힘입어 최근 기민당에 이은 지지율 2위를 점하고 있다. 알리체 바이델 AfD 대표 또한 이런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하지만 메르츠 대표, 집권 사회민주당의 자스키아 에스켄 공동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메르츠 대표는 “서방 민주주의 역사상 우호국의 선거 운동에 간섭한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타국 정치에 대한 고압적이고 주제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유명 사업가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지지하는 기고를 한다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에스켄 대표 또한 “외부에서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 같은 반민주주의적이고 인간을 혐오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든 강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도 일갈했다. 벨트암존탁의 칼럼 편집자 에바 마리에 코겔 또한 머스크의 기고를 허용한 경영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년 가까이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우크라이나와 타협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서방을 향해 ‘미사일 결투’를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미친 사람”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에 자국 편을 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각자 우위와 정당성을 강조하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이 넘는 마라톤 기자회견을 소화하며 러시아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 뒤인) 지난 2~3년간 훨씬 더 강해졌다”며 “러시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타협할지 묻는 미국 NBC 기자의 질문엔 “항상 대화와 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상대방(우크라이나)이 협상을 거부했다”면서도 “트럼프를 만나면 논의할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내년 2월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며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2022년 일을 시작했다.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고 했다.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시험 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의 성능을 의문시하는 지적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맞섰다. 그는 “서방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타격 목표를 정하도록 하자. 서방은 이 목표물에 미사일 방어력을 집중할 것이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로 이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됐다”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푸틴)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정말 위험하고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사일 결투’ 제안에 대해선 “정말로 제정신인 사람 같나”라고 반문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스트롱 맨(strong man)’이고, 나는 정말로 그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 전쟁이 터졌을 때 그는 대통령이 아니었으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그와 더 논의하고 싶다”며 “정치인 혹은 사업가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을 갖고 같은 가치를 지닌 인간이므로 그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유럽이 제공하는 안전보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진짜 안전보장은 현재 혹은 미래의 나토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돼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취지로 풀이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타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취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공약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빠른 종전을 거세게 압박해 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어떤 식으로든 타협할 준비를 마쳤지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절대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또한 “영토 완전 수복”으로 맞서고 있다.● 젤렌스키 “돈바스·크림반도 회복 어려워”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현실적으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되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 헌법도 영토 포기를 금하고 있다”면서도 돈바스와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어 “되찾을 힘이 없다”고 했다. 기존의 영토 포기 불가 입장은 고수하되 영토를 되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서방의 추가 지원, 나토 및 EU 가입 허용 등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해 유럽이 분열되지 말고 공동의 입장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양측의 휴전이 성사된다면 양측이 현재 점령 중인 영토에서 새 국경선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또한 올 8월부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판 모사드 ‘SBU’도 주목한편 러시아군의 화학·생물학·방사선(화생방) 방어 부대를 이끌어 온 이고리 키릴로프 화생방전 방어 사령관(중장)의 폭살 배후를 자처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BU는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당시 KGB의 조직, 인력, 네트워크 상당 부분을 물려받으며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력 열세에 시달려 온 우크라이나는 그간 SBU를 통해 러시아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전략을 썼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키릴로프 암살을 두고 “SBU가 자국에 적대적인 요인에 대한 가차 없는 암살로 유명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모델로 발전해 왔다”고 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SBU가 “러시아 처단자”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전했다. SBU의 인원은 약 3만 명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3만5000명)에 버금간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모사드, 영국 MI5 인원의 각각 4배, 7배 수준. 러시아에서도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반(反)체제 성향 러시아인,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의 주민을 포섭해 암살, 파괴, 도청 작전 등을 폈다. SBU는 전쟁 발발 후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러시아 극우 선동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암살했다. 두기나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열렬히 지지했다. 또 지난달에는 러시아군의 흑해 미사일 함대 업무를 관할하던 발레리 트란콥스키 해군 대령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제거했다. 키릴로프 암살은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과 불과 7km 떨어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스쿠터 폭탄을 이용해 진행됐다. 우크라이나는 키릴로프 암살 하루 전 그가 자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등을 썼다며 기소했다. 바실 말류크 SBU 국장은 FT에 “침략자의 모든 범죄 행위를 응징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암살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69·사진)이 판사 매수 등의 혐의로 1, 2심에 이어 최종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전직 대통령이 퇴임 뒤 중형을 선고 받은 건 제5공화국이 출범한 1958년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최고 법원인 파기법원이 이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패와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1, 2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 집행유예 2년 형도 유지됐다. 교도소 수감 대신 1년간 전자 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가택 연금과 3년간 공직 업무 금지 등의 결정도 유지됐다. 2007∼2012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4년 질베르 아지베르 대법원 판사에게 수사 내부 기밀을 전해 듣는 대가로 ‘재선에 성공하면 모나코의 고위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다른 형사 사건 재판도 받고 있다. 재선 도전 당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선거 비용을 쓰고 허위 영수증을 제출한 혐의로도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공격 드론이 날아다니는데도 북한군이 좀비처럼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꼽히고 있다. 최신식 무기에 익숙하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북한군이 공격용 드론의 살상 위력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다. 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현재 점령지가 새 국경선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영토를 확보하려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좀비처럼 드론에 다가와”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미하일로 마카루크 하사의 증언을 통해 드론에 취약한 북한군의 실상을 공개했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은 드론과 원격 조종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땅에 엎드리거나 나무 뒤에 숨으면 드론이 자신들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며 “진짜 좀비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군은 손쉬운 표적이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같은 날 공개한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의 공격 영상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드론을 발견한 북한 군인이 급하게 나무 사이로 피해 다니지만 집요하게 이들을 쫓아간 드론이 한 명씩 차례로 정조준하며 공격하는 장면이다. ‘1인칭 시점’이란 이름은 조종사가 이 드론의 시점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최대 시속 150km에 달하며 공격 목표를 발견하면 점점 고도를 낮춘 뒤 달라붙어 폭발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집속탄(cluster bomb)에 쓰러지는 모습도 공개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어 살상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해 국제사회가 사용을 규탄하고 있다.● 미 당국자,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 발생”로이터통신, AFP통신 등도 17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으며 사상자의 계급은 말단 병사에서부터 최상위 계급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16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 또한 “북한군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17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인포’는 쿠르스크주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북한군을 찍은 독점 영상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쪽 팔을 주머니에 넣고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린 채 걷기 불편한 듯 신발을 끌며 복도를 지난다. 이 매체는 “최근 북한군 100명 이상이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러시아가 적절한 훈련과 지원 없이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노콘텍스트’ 또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7명이 슬리퍼를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영상, 서너 명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팔목을 다쳐 깁스를 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이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종전’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 전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락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우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