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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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신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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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미소의 훈남 투박해서 더 좋아”

    2007년 12월.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로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은 에릭 산드린. 의욕은 넘쳤지만 몸이 안 따라 줬다. 구단으로부턴 “부상을 숨기고 한국에 왔다”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결국 그는 이듬해 쫓기듯 한국을 떠났다. 공항을 나서며 이런 말을 남겼다. “아직은 한국이 낯설다. 하지만 꼭 다시 좋은 기회로 오고 싶다.”2010년 12월. 프로농구 삼성의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고, 만점 활약으로 박수를 받았다. 소속팀에서도 에이스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과 체력마저 보완하며 한국 농구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 핸섬 가이? 선한 인상이 더 좋아 무대와 주인공은 같다. 하지만 3년 만에 상황이 180도 변했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은퇴)이 떠난 농구 판에 이승준(미국 이름 에릭 산드린·32·사진) 열풍이 뜨겁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삼성 팬 절반 이상이 승준이의 팬”이라며 “최근 유니폼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터뷰와 화보 촬영 요청 등이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2월 입단한 그가 최근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역시 잘생긴 외모가 먼저 눈에 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그는 현지 중계진이 편파 방송 의혹을 샀을 만큼 화면에 자주 잡혔다. 이를 두고 농구 관계자들은 “중계 관계자도 잘생긴 그의 얼굴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더 강력한 무기는 선한 인상에 해맑은 웃음. 삼성-전자랜드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승준의 여성 팬 신미정 씨(28)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에 빠지고 싶다”고 했다. 다른 여성 팬 김유선 씨(30)는 “특히 올 시즌 머리를 기르고부터 착한 인상이 한결 도드라져 보인다”며 웃었다.○ 투박한 플레이? 인간적이라 더 매력 이승준의 플레이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투박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코트에서 이승준은 다소 뻣뻣하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이승준이기에 그런 모습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훌륭한 체격(키 204cm, 몸무게 100kg)에 상대를 앞에 두고 덩크 슛을 할 만큼 발군의 운동 능력이 있기에 투박해 보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구연맹(KBL)의 한 심판은 “팬들은 ‘예쁜’ 얼굴의 이승준이 코트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용병 못지않은 탄력으로 덩크 슛을 날릴 때 대리 만족을 느낀다.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해도 이승준이기에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으로 포장된다”고 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도 최근 인기 상승의 배경. 한때 멀리했던 리바운드와 궂은일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이승준을 앞세운 삼성은 2위에 올라 전자랜드와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경기를 거치며 이승준이 농구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이승준도 “대표팀에서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 지난해까지 괴롭혔던 잔부상도 이제 완전히 털어내 컨디션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지만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도 대표팀 유니폼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한국 음식도 좋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도 좋고…. 제가 한국을 사랑하니까 사람들도 저를 좋아해주는 것 아닐까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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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배려의 리더십… FC서울 10년만에 정상 이끌어

    세계적인 명장 셰놀 귀네슈 감독도 해내지 못했다.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도 문턱에만 왔다 갔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우승 좌절 스토리다. 그 징크스가 드디어 깨졌다. 2000년대 최고 명문으로 항상 이름을 올렸지만 전신인 안양 LG 시절이던 2000년 이후 우승컵을 들지 못했던 서울이 제주를 꺾고 명문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우승의 주역은 포르투갈 출신의 넬로 빙가다 감독. 사실 그는 올 시즌 부임 당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전임 귀네슈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의문 부호가 달렸다. 하지만 그는 귀네슈 감독과 차별화된 카리스마로 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그 핵심이다. 정조국(서울)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이고 또 인간적인 감독님”이라며 “칭찬과 배려 두 가지로 선수단에 믿음을 심어 줬다”고 했다. 서울의 2% 부족한 부분이 수비에 있다고 진단한 빙가다 감독은 탄탄한 수비진을 구축해 시즌 내내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맞춤형 전략과 귀신같은 용병술도 ‘여우 빙가다’란 별명을 안겨 줬다. 특급 공격수 데얀이 중심이 된 막강 화력도 우승 원동력 가운데 하나. 챔피언결정전 직전 본보 설문조사에서 프로축구 8개 구단 감독 가운데 7명은 서울의 최대 강점으로 공격력을 꼽았다. 서울의 올 시즌 정규리그 58골은 역대 최다 득점.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서울은 올 시즌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평균 3만 관중의 신화를 썼다. 정규리그 18경기에 48만9638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챔피언결정전 2차전까지 홈 18연승 행진도 이어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양팀 감독의 말::“부임 초부터 우승 자신감”▽FC 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오늘은 일단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제주도 잘했지만 1, 2차전을 종합하면 올 시즌엔 서울이 우승하는 게 맞다. 페널티킥 상황은 다시 봐야겠지만 심판 판정에 따라야 하는 게 축구다. 우리 선수들과 1년 전 이곳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얼굴을 보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꿈이 현실이 돼 감격스럽다.“전반 페널티킥 판정 아쉬워”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올 한 해 행복했다. 시즌을 앞두고 바람같이 빠른 축구, 돌과 같은 조직력을 원했는데 선수들이 잘해냈다. 경기 결과엔 승복하지만 전반 페널티킥 판정은 아쉽다. 전반 끝나고 비디오를 봤는데 전혀 페널티킥 상황이 아니었다. 심판도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길 바란다. 골키퍼 김호준은 오늘도 그렇고 시즌 내내 정말 잘해줬다.}

    •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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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조국, PK 동점골… 아디, 헤딩골로 마침표

    대기 심판이 추가 시간 3분이 남았다는 표식을 들자 FC 서울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승리 서울”을 외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함성과 함께 “FC 서울”을 연호하며 K리그 챔피언의 감격을 만끽했다. FC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후반 27분 터진 아디의 결승골을 앞세워 제주 유나이티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1일 열린 1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1승 1무로 정상에 우뚝 섰다. 서울은 안양 LG 시절인 2000년 이후 10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안는 감격을 누렸다. 2004년 연고지를 서울로 옮긴 뒤 첫 우승이다. 이날 관중은 5만6759명으로 포스트시즌 최다를 기록했다. 최다 관중인 6만747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2위에 랭크될 정도로 서울 팬들의 우승에 대한 관심은 컸다. 서울은 K리그 최초로 한 시즌 50만 홈 관중(54만6397명)을 돌파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서울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27분 제파로프가 왼쪽에서 띄워준 코너킥을 골 지역 오른쪽에서 아디가 머리로 받아 넣어 10년 만의 우승을 완성했다. 정규리그 2위 제주는 2분 뒤 교체 투입된 구자철이 찬 공이 서울 골키퍼 김용대의 손을 맞고 흘러나온 것을 산토스가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 아쉬움을 남겼다. 선제골은 제주가 넣었다. 전반 25분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볼을 잡은 산토스가 왼쪽으로 드리블하며 왼발로 슛한 게 골키퍼 김용대의 손을 맞고 골문 안 오른쪽 구석으로 흘러 들어갔다. 서울은 3분 뒤 정조국의 페널티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페널티킥 판정은 애매했다. 정조국이 페널티 지역 내 오른쪽에서 드리블할 때 제주 수비수 마철준과 몸싸움하다 넘어졌는데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파울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에 제주 선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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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 ‘농구코트의 꽃’ 마스코트 1일 도전

    전광판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은 3분. 머릿속은 이미 하얘진 지 오래. 이마에서 흘린 땀은 눈을 찔러 따끔거렸다. 형용할 수 없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타는 목마름은 이미 10분 전부터 바로 옆에 놓인 음료수를 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음료수를 마실 수도 땀을 닦을 수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표정을 지었음에도 나를 본 관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째깍째깍. 1시간처럼 더디게 흐르는 1초.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쿼터까지만 한다고 할 것을….’○ 가볍게 몸이나 푼다고? 2일 오후 2시. 호기롭게 프로농구 동부의 홈구장인 강원 원주 치악체육관 정문에 들어섰다. 구단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으며 한마디씩 건넸다. “오늘 ‘체험, 삶의 현장’ 한다면서요?” 웃으며 받아쳤다.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가볍게 몸이나 풀 생각으로 왔어요.” 하지만 1시간도 되지 않아 이 체험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코트에 들어서자 낯익은 인물이 기자를 맞았다. 마스코트계의 살아있는 전설 길윤호 씨(27). 길 씨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프로축구 FC 서울 등에서 마스코트 탈을 쓰고 경기장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넥센의 마스코트 ‘턱돌이’는 구단을 넘어 전 야구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길 씨는 “여름에 턱돌이가 있다면 겨울엔 동부 마스코트 ‘프로맨’과 ‘그린몬’이 있다”며 “이들도 턱돌이 못지않은 유명 인사로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 “일단 쓰면 벗을 수 없어요” 길 씨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첫 미션은 스트레칭. 길 씨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다리가 풀린다”며 뻣뻣한 기자의 몸을 무자비하게 눌러댔다. 2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니 이미 다리가 풀렸다. 다음은 표정 연기. 어차피 탈을 써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표정 연기가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따끔한 한마디가 돌아왔다. “표정이 살아있어야 몸짓 하나하나가 살거든요. 감정이입이 안 된 마스코트는 코트에 설 자격이 없습니다.” 팬들과 악수하는 각도, 사진 찍는 포즈 하나까지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드디어 의상실에 들어갔다. 다양한 소품으로 가득 채워진 의상실 구석에 놓인 녹색 탈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오늘 기자님이 쓸 가면입니다.” ‘녹색 괴물’ 아마추어 그린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가면을 쓰니 생각보다 시야가 좁아 답답했다. 무게도 무게지만 공기가 잘 안 통해 몇 분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간지러웠다. 답답한 마음에 가면을 벗어 던졌더니 길 씨로부터 따끔한 지적이 날아왔다. “탈과 의상에 익숙해져야 해요.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탈을 벗을 수 없거든요. 탈을 벗는 순간 마스코트의 생명인 신비감도 사라집니다.”○ 팬들의 응원이 보약 오후 7시. 경기가 시작됐다. 분 단위로 빼곡하게 적힌 큐 시트에 따라 10차례 넘게 프로그램을 숙지하고 동작도 연습했지만 막상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탈의 마력 덕분일까. 점차 처음의 어색함을 떨치고 과감해졌다. 늘씬한 치어리더들에게 장난도 걸어보고, 평생 해보지 않을 법한 귀여운 포즈도 취해봤다. 2쿼터 중반 작전타임 땐 구단 배려로 단독 공연 기회까지 가졌다. 댄스곡에 맞춰 학창 시절 장기자랑 때 췄던 춤 실력을 발휘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설픈 공연. 공연이 끝나자 장내 아나운서가 “가면을 벗어달라”고 깜짝 요청을 했다. 그리고선 “동아일보 기자가 원주 팬들을 위해 마스코트 체험을 하러 왔다”고 소개해 줬다. 수천 명 팬으로부터 쏟아진 격려의 박수. 눈물나게 고마웠다. 드디어 종료 버저가 울렸다. 안도의 한숨과 ‘더 잘할 수 있었는데’란 아쉬움이 교차했다. 긴장감으로 뻣뻣하게 뭉쳤던 근육도 이때서야 조금씩 풀렸다. 각종 이벤트에 사진촬영 요청,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초 단위로 돌아가는 농구 코트에서 마스코트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피곤함을 잊게 해주는 보약이 있었다. 바로 승리의 짜릿함과 팬들의 응원이었다.원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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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꽁꽁 묶으니 펑펑 터지네

    “큰 경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죠.” 삼성-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린 3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경기 전 삼성 안준호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개인기에 의존한 화려한 공격은 관중 몫이죠. 승리를 위해선 기본이 우선입니다.” 두 감독이 생각하는 ‘기본’은 다소 달랐다. 안 감독은 수비를 강조했다. 그는 “전자랜드는 올 시즌 최소 실점 2위다. 이런 팀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75점 이상 점수를 내주면 곤란하다”고 했다. 반면 유 감독은 ‘약속된 플레이’를 언급했다. 그는 “선수들이 연습한 대로 조직적인 플레이만 해준다면 경기가 쉽게 풀릴 것”이라며 “그 중심에 문태종이 있다”고 했다. 양 팀은 시작부터 기본에 충실했다. 삼성은 상대 센터 아말 맥카스킬(206cm, 107kg)을 막기 위해 득점 1위 에런 헤인즈가 아닌 나이젤 딕슨(206cm, 160kg)을 선발로 내세웠다. 안 감독은 수비할 때 선수 위치까지 일일이 지적해 줬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질 땐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전자랜드도 마찬가지. 약속된 플레이로 득점을 쌓았다. 혼혈 귀화 선수 문태종은 전반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에 주력했다. 전반은 41-35로 삼성의 근소한 리드. 팽팽하던 경기는 결국 양 팀 사령탑이 강조한 기본에서 갈렸다. 삼성은 강력한 수비로 3쿼터 전자랜드의 득점을 5점에 묶었다. 이정석 강혁 등이 앞 선에서 압박 수비로 상대에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전자랜드는 볼이 돌지 않았다. 개인기에 의존한 단순한 공격이 상대에 막히며 3쿼터 14개의 야투 가운데 1개만을 성공시켰다. 특히 삼성 강혁은 3쿼터에만 8득점, 3어시스트, 4가로채기에 종료 직전 3점 라인 뒤에서 던진 훅 슛까지 성공시키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결국 90-58로 삼성의 완승. 삼성은 아시아경기에서 돌아온 ‘국가대표 3총사(이승준 이정석 이규섭)’의 복귀 후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며 전자랜드와 공동 선두(10승 3패)로 올라섰다. 삼성 안 감독은 개인 통산 200승을 달성하며 1위를 자축했다. 원주 경기에선 동부가 LG를 95-63으로 대파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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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러 많은 서울이냐, 김은중 원톱 제주냐

    “하던 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다.”(넬로 빙가다 FC 서울 감독) “올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두 감독의 표정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하지만 승리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서만큼은 눈빛이 달라졌다. 미디어데이가 열린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양 팀 감독 모두 다음 달 1일 오후 7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를 장담했다.○ 공격 루트 다양한 서울 유리 정규리그 챔피언 서울은 전신인 안양 LG 시절이던 2000년 이후 10년 만의 정상 도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제주는 부천 유공 시절이던 1989년 이후 21년 만의 도전이다. 일단 기록상으론 서울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통산 맞대결 전적에서도 47승 41무 41패로 우위에 서지만 2006년 이후엔 12승 4무 1패로 일방적이다. 그동안 정규리그 2위가 우승컵을 한 번도 들지 못했다는 징크스도 서울에 미소 짓는 상황.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동아일보는 K리그 8개 구단 감독에게 챔피언결정전 전망을 물어봤다. 승리 전망을 묻는 질문에선 서울의 우위(4명)를 점친 감독이 많았다.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서울은 모든 포지션이 탄탄하다. 특히 단기전에선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는데 서울이 공격 루트가 다양해 유리하다”고 예상했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도 “체력적으로 서울이 앞선다. 관중도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아 홈 이점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론 백중세가 3명. 제주 우세는 1명에 그쳤다.○ 데얀의 한 방? 구자철의 킬 패스? 챔피언결정전 키 플레이어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는 서울에선 공격수 데얀(5명)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득점력도 무섭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하는 게 데얀”이라며 “팀 전력의 50% 이상”이라고 했다. 정조국을 꼽은 감독은 2명.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정조국이 공격 시 데얀 뒤에서 잘 받쳐줘야 제주의 그물 수비를 흔들 수 있다”고 했다. 1명은 수문장 김용대를 꼽았다. 제주에선 미드필더 구자철(4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제주의 강점이 중원 압박과 짧은 패스인데 그 핵심에 있는 선수가 구자철이란 게 김호곤 울산 감독의 설명. 공격수 김은중(3명)은 2위. 이강조 광주 상무 감독은 “김은중이 정규리그 때처럼 제공권을 장악하고 스크린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해준다면 서울의 구멍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K리그 감독 8명(허정무 인천, 정해성 전남, 신태용 성남, 윤성효 수원, 최순호 강원, 김호곤 울산, 이강조 광주, 왕선재 대전 감독)이 밝히는 서울-제주 챔피언결정전 전망 결과 전망㉠ 서울 우세(4명) ㉡ 제주 우세(1명) ㉢ 백중세(3명) 서울의 키 플레이어는?㉠ 데얀(5명) ㉡ 정조국(2명) ㉢ 김용대(1명) 제주의 키 플레이어는?㉠ 구자철(4명) ㉡ 김은중(3명) ㉢ 홍정호(1명) 서울의 강점은?공격 루트가 다양. 좋은 골 결정력. 앞선 체력. 심하지 않은 기복. 제주의 강점은?미드필더들의 짧고 세밀한 패스. 탄탄한 수비. 상승세. 좋은 조직력. ▲영상=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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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저우 아시아경기]스포츠 변방국들 “우리도 필살기 있다”

    40억 아시아인의 축제. 45개 참가국. 하지만 현실은 ‘동북아 삼국지’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한국, 일본이 따낸 메달은 전체 메달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금메달로만 따지면 3분의 2가 넘는 메달을 3개국이 휩쓸었다. 이러다 보니 다른 국가들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스포츠 변방이라고 늘 고개만 숙이란 법은 없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종목들을 가진 ‘강소국(强小國)’을 소개한다. 17일 사이클 트랙경기가 끝난 뒤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는 홍콩이었다. 홍콩에 있는 벨로드롬은 단 1곳. 13명의 성인 선수가 모두 대표가 됐을 만큼 선수층도 얇다. 하지만 홍콩은 트랙경기에서 금 1, 은 4, 동메달 1개를 따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사이클 전체로 눈을 돌리면 감탄사는 더 커진다. 금 4, 은 4,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거둬 중국(금 7, 은 4, 동메달 8개)이 안 부럽다. 세팍타크로는 태국의 자존심이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5개 대회에서 1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모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순항 중이다. 부유한 해양 국가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요트 강국이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이번 대회 요트에서 8개의 메달(금 2, 은 2, 동메달 4개)을 차지해 메달 수에서 중국(10개)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드래건보트는 이번 대회에 첫선을 보인 종목. 20명의 선수가 용 문양이 새겨진 배를 노 저어 승부를 겨루는 이 종목에선 인도네시아가 강자로 우뚝 섰다. 6개 종목에서 금 3, 은 3개를 따내며 종주국 중국을 제치고 종합 1위로 우뚝 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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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아시아 챔프’ 성남 울렸다

    “중앙 수비에서 판가름 나지 않겠어요?” 성남과의 경기를 앞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조용한 목소리 너머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성남의 공격력이 무섭지만 막을 비책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최 감독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24일 전주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에서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기세를 올린 아시아 챔피언 성남을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28일 제주와 맞붙는다. 전북은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도 따냈다. 반면 2008년 6강 플레이오프,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전북에 무릎 꿇은 성남은 이번에도 전북의 벽에 막혀 눈물을 삼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성남이 주도했다. 특유의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은 성남은 라돈치치와 고재성의 잇따른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북의 탄탄한 중앙 수비는 이후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톱니바퀴같이 움직이는 전북 수비진에 성남의 공격이 막히면서 전북의 반격이 시작됐다. 결국 전반 22분 전북 조성환은 헤딩으로 성남 골네트를 흔들었다. 성남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결국 1-0으로 전북의 승리. 성남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전북 수비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우리로선 중앙 공격에 의존한 단순한 공격 루트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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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저우 아시아경기]이대훈 “얼짱도 좋지만 ‘바위 같은 몸’ 먼저”

    19일 중국 광저우 광둥체육관. 광저우 아시아경기 태권도 결승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의 아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10cm나 작은 태국 선수를 맞아 충격적인 1회전 패배를 당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결승전 상대는 또 태국 선수. 불안했지만 뛰는 가슴을 꾹 눌렀다.경기 시작 30초 만에 상대에게 불의의 한 방을 허용하며 3점을 뺏겼다. 하지만 이상했다. 극한 상황에 몰리니 오히려 굳었던 몸이 풀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흘러간 2분 3회전. 1점 차 짜릿한 승리의 주인공은 그였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 최연소이자 고교생으론 처음으로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목에 건 이대훈(18·한성고) 얘기다.○ 얼굴?금의환향한 이대훈을 22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한성고 교정에서 만났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높은 콧대, 날렵한 V라인 턱선. 중국 여성 팬들의 사인 공세를 불렀다는 잘생긴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선 인기 탤런트 김범을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다고 말을 건네자 “잘생겼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며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10대는 10대. 인터넷에 뜬 사진이 잘 나오면 절로 웃음이 나온단다.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이 쓰인다. 올해 초 “운동선수들도 스타일 좋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단골 미용실이 생겼다.○ 몸?키 181cm에 몸무게 62kg. 호리호리한 이대훈은 유연성이 탁월하다. 전문희 한성고 감독은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해도 물 흐르듯 다음 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이유도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자기 관리까지 철저해 부상도 잘 안 당한다. 그는 2년 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보완할 부분으로 역시 몸을 꼽았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바위 같은 몸을 만들어야죠.”○ 팔?이번 대회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 호구가 논란이 됐다. 살짝만 건드려도 점수가 인정되는 장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한국 선수들은 애를 먹었다. 이대훈도 마찬가지. 그는 “앞서 경기한 형들 조언 덕분에 최악은 면했지만 전자 호구 적응이 중요하다고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팔 훈련.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만큼 동선에 맞는 팔 동작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리?이대훈의 다리 길이는 109cm. 쭉쭉 뻗은 ‘롱 다리’로 화끈한 머리 공격을 자주 시도한다. “사람들이 제 경기를 보고 재미있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고교생 이대훈은 금메달로 군대 면제란 보너스를 받았다. “크게 실감은 안 나요. 형들이 부럽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죠.” 그럼 잠깐이라도 군대를 가보는 건 어떠냐고 농담을 던졌다. 특유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돌아온 대답, “그래도 군복보단 도복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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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저우 아시아경기]한국 태권도 예견된 추락

    광저우 아시아경기 태권도 종목이 끝났다. 한국이 거둔 수확은 금메달 4개(은 4, 동 2개). 대회 전 목표였던 8개의 딱 절반이다. 예상보다 성적이 저조한 배경과 관련해 현장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전자호구가 있다. 전자호구는 태권도 판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대안으로 도입됐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공인하는 전자호구는 2006년 공인된 한국 라저스트(LaJUST)사의 호구와 올해 공인된 스페인 대도(Daedo)사의 호구 두 가지. 미국과 남미에선 라저스트, 유럽과 아프리카에선 대도 호구가 많이 사용되는 가운데 아시아선수권, 월드컵 대회 등 굵직한 대회도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쓰는 추세다. 문제는 대한태권도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대회에선 KP&P사의 호구를 쓴다는 것. 이번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도 KP&P 호구가 사용됐다.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을 위협한 이란(금 3, 은 2, 동 4개) 중국(금 4, 은 2, 동 4개) 등은 이미 3, 4년 전부터 라저스트 호구를 사용했는데 한국만 KP&P 호구를 고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처음엔 우리도 라저스트 호구를 썼다. 하지만 불완전한 공격에 점수가 올라가는 등 문제가 많아 대안으로 KP&P 호구를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저스트 호구는 발바닥에 부착된 센서가 상대 호구에 접촉하면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간다. 반면 KP&P 호구는 일정 강도 이상 공격이 호구에 전달된 상황에서 부심들이 득점을 인정해야 점수가 인정되는 반자동 방식. WTF 관계자는 “라저스트는 정확성, KP&P는 강도가 생명이다. 어떤 호구를 쓰느냐에 따라 적합한 선수, 훈련 방식 등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KP&P 호구가 공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 엇박자를 내는 이유가 WTF와 대한태권도협회의 해묵은 자존심 싸움 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대한태권도협회와 KP&P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야 어떻든 당면 과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태권도 관계자들은 “런던 올림픽에서 참사를 막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전자호구 관련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광저우=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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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호령 ‘자유형 3총사’

    《#1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 국립수영센터. 베이징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마린 보이’ 박태환(21)이 섰다. 그 옆에 선 중국 선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중국 수영의 간판 장린(23). 그는 “피 나는 훈련으로 반드시 박태환을 넘겠다”며 조용히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2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 1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장린은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800m 우승, 400m 3위를 차지한 반면, 박태환은 출전한 3종목(200, 400, 1500m)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장린이 환하게 웃을 때 박태환은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답답하다”며 고개를 숙였다.#3 14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 박태환이 부활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정상에 섰다. 시상식에서 박태환 옆엔 또 중국 선수가 섰지만 장린은 아니었다. ‘무서운 10대’ 쑨양(19)이었다. 쑨양은 “난 아직 젊다.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만만 박태환 “지존은 나… 金 또 딴다”■ 복수 다짐 장린… 무서운 승부욕 경계 1호■ 겁 없는 10대 쑨양 “어리지만 반드시 승리”○ 아시아 자존심 세운 3인방 수영에선 그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가설이 하나 있다. 신체조건에서 불리한 동양인은 자유형에서 절대 서양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이 가설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선수가 전 세계를 상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박태환과 장린, 그리고 쑨양. 라이벌 관계의 시작은 박태환과 장린이 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이들은 각종 대회에서 정상을 다퉜다. 아시아에선 적수가 없을 것 같던 이들의 대결에 쑨양이 본격적으로 가세한 건 지난해. 무서운 기세로 기록을 끌어올린 그는 올해 9월 중국 롱코스 선수권 자유형 1500m에서 시즌 세계 1위 기록으로 우승하며 박태환, 장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불붙은 자존심 싸움…승자는 누구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세 선수는 “상대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자존심 싸움이 뜨겁다. 박태환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부진 직후 맹훈련을 시작하면서 “장린의 성장이 큰 자극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선 쑨양을 두고 “경쟁심이 무척 강하다. 무서운 선수”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말수가 적고 표정에 변화가 없어 ‘포커페이스’로 불리는 장린의 승부욕은 더하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 박태환 사진을 방에 붙여 놓고 연습했다. 같은 중국 선수지만 쑨양은 밝은 표정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10대. 하지만 박태환, 장린의 이름이 등장하면 표정이 달라진다. 그는 “둘 다 두렵지 않다. 내 수준과 비슷하다. 또래 선수 가운데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이번 아시아경기 첫 맞대결인 자유형 200m에선 박태환이 쑨양(2위)과 장린(4위)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승을 거뒀다. 세 선수의 다음 대결은 16일 자유형 400m. 올 시즌 세계 1∼3위 기록(박태환 1위, 장린 2위, 쑨양 3위)을 휩쓴 세 선수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 최혜라(오산시청)가 15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접영 200m에서 2분8초39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따낸 최혜라는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여자 자유형 400m 서연정(인천시청)은 한국기록(4분14초50)을 세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준모-장상진-이현승-박태환이 나선 계영 800m에선 7분24초14로 중국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추가했다.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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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저우 아시아경기]홍 감독 “우리 예쁜 주영이”

    카드 게임에서 와일드카드는 자기가 편한 대로 쓸 수 있는 만능 패를 의미한다. 축구에도 와일드카드가 있다. 자격에는 해당이 안 되지만 특별히 출전이 허용되는 선수를 말한다. 취약한 포지션을 보완하고 전술상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23세 이하로 제한된 아시아경기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최대 3명.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고심 끝에 김정우(28·광주 상무)와 박주영(25·모나코) 카드를 뽑았다. 13일 중국 광저우 웨슈산 경기장. 아시아경기 축구 조별리그 3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가 끝난 뒤 홍 감독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한 선수를 향해 여러 차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주인공은 박주영. 선발 출전해 득점포까지 가동한 그는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조 2위(2승 1패)가 된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중국과 16강전에서 만난다. 사실 박주영이 대표팀에 합류하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홍 감독으로선 와일드카드를 꺼내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 합류가 결정된 뒤엔 소속팀 모나코에서 갑자기 차출을 꺼려 어려움을 겪었다. 힘들게 합류했지만 박주영 카드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홍 감독은 “경기 내내 스트라이커 임무는 물론 공격 연결고리 역할까지 잘해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그라운드에선 물론 경기장 밖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끈다. 항상 팀플레이를 강조해 조직력도 오히려 좋아졌다”고 흡족해했다. 한편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14일 베트남과의 첫 경기에서 6-1로 대승을 거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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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텔, F1 최연소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레드불)이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사상 최연소 종합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페텔은 1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열린 올 시즌 최종 19라운드(5.554km 서킷 55바퀴·총길이 305.355km)에서 루이스 해밀턴(영국·맥라렌)을 10.1초 차로 앞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8라운드까지 231점을 얻어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246점)에게 15점이나 뒤져 있던 페텔은 이날 시즌 5승째를 거두며 챔피언십 포인트 25점을 보태 256점이 됐다. 반면 알론소는 7위(6점)에 그치며 252점에 머물러 페텔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페텔은 태어난 지 23년 133일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해 F1 60년 역사상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종전 기록은 2008년 해밀턴의 23년 301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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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저우 아시아경기]무술 본고장서 금맥 캔다

    9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허름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숨 막힐 듯 진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1층 체육관으로 발을 옮기자 이번엔 절규에 가까운 기합 소리가 귀를 울렸다. 간단한 보호 장구만 몸에 걸친 채 과거 액션 스타 리샤오룽(이소룡)을 능가하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거친 동작을 반복하는 선수들. 기자가 입을 떡 벌린 채 넋을 잃고 지켜보고 있자 윤지원 대한우슈협회 전무이사가 곁에 와 한마디 했다. “중국에는 등록된 선수만 5000만 명 이상입니다. 그걸 뛰어넘으려면 지옥 훈련이 정답이죠.”○ 중국은 등록선수만 5000만 명 넘어 무술의 중국식 발음인 우슈는 크게 투로(套路)와 산타(散打) 두 종목으로 나뉜다. 투로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느냐로 순위가 결정된다. 태권도로 따지면 품새 경연에 해당하는 종목. 산타는 2분 3회전 경기를 벌여 2회전을 먼저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겨루기다. 이날 찾은 체육관은 산타 선수들의 훈련 현장.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에서 치른 마지막 훈련이었다. 오전에만 3시간가량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선수들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한창 오후 훈련을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남자 56kg급에 나서는 임승창(23)은 “3월부터 합숙하며 지옥 훈련을 했다. 하루하루 경기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산타가 태권도와 다른 점은 주먹, 발 기술은 물론 등타(던지기) 기술도 있다는 것. 한 회전에 2번 이상 상대를 매트 밖으로 내던지면 경기를 끝낼 수 있다. 일반인은 일으키기도 힘든 20kg이 넘는 무거운 모형 인형을 선수들은 하루에도 100번 넘게 들어 메치며 몸을 단련했다. 대표팀 막내 노경미(18·여자 60kg급)는 “타격과 등타 훈련을 번갈아 하면 계속 다른 근육을 쓰게 돼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 이런 훈장을 얻는다”며 돌덩어리같이 단단해진 팔뚝을 보여줬다.○ 만리장성 넘어 금맥 캔다 우슈에서 메달을 따려면 종주국이자 개최국인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유상훈(20·남자 70kg급)은 “중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기계 같다. 그런 기계들 속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선수와 붙는다고 상상해 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10년 전만 해도 중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기술을 연마했다. 어린 아이들이 리샤오룽 영화를 보고 흉내 낸 거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2명의 중국 코치를 영입하며 오랜 기간 준비했고, 엄청난 훈련으로 짧은 기간 많은 성장을 이뤘다. 4월 한국에 건너와 선수들과 함께 지낸 중국인 황이쥔(黃義軍·30) 코치는 “매 순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다 보니 이젠 한 가족 같다”면서 “모두 특유의 성실함과 집중력으로 지옥 훈련을 잘 견딘 만큼 이번에 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표팀 맏형이자 금메달 기대주 김준열(27·남자 60kg급)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을 즐긴다는 얘기요? 저희에겐 사치로 들립니다. 전 항상 우슈 1세대란 사명감을 안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복을 입어요.” 이날 밤늦게까지 뜨거운 훈련으로 조용한 체육관을 달군 대표팀은 10일 광저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슈에 걸린 금메달 수는 15개. 대표팀은 13일부터 무술 본고장에서 조용한 반란을 꿈꾼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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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란의 전설…골 있는 곳에 그가 있다

    #1. 날카로운 턱선에 부리부리한 눈매. 하지만 웃을 땐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어릴 때부터 미키마우스를 좋아한 그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불우한 아이들을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마음이 따뜻하다. “아이들을 보면 이웃집 형처럼 푸근하게 안아 주고 싶어요.” #2. 그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학구파였다. 언론 인터뷰 때도 겸손하면서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유명하다. 취미는 낚시. 비 시즌 기간엔 고향에서 지인들과 낚시를 즐기며 조용한 한때를 보낸다. 가족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가족은 마음의 고향이죠. 가족이 있기에 오늘도 전 그라운드에 섭니다.” #3.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선 다소 마른 체격(180cm, 73kg).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처럼 환상적인 드리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힘이 아주 좋거나 골 그물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도 없다. 슈퍼스타이지만 운동선수 같지 않은 남자.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전설’로 부른다. 축구장 밖에선 따뜻한 남자지만 그라운드 안에선 누구보다 냉정한 킬러. 공간 활용 능력과 순간적인 움직임만큼은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전설적인 공격수 요한 크루이프는 “언제나 득점 장면에 그가 있다”고 했다. 명장 조제 무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가 운동장에서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수비수를 괴롭힌다. 찬스에선 동물적인 감각으로 마무리를 짓는데 또 뭐가 필요한가.” 필리포 인차기(37·AC 밀란) 얘기다. 공격수로서 황혼의 나이를 훌쩍 넘긴 그는 4일 오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23분과 33분 연속 골을 터뜨렸다. 유럽축구연맹 대항전 역대 개인 최다 득점(70골). 2-2로 경기가 끝난 뒤 현지 해설자는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다. 그는 ‘인차기’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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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순위 이승아-이정현 우리은행 품에

    2011년 여자프로농구(WKBL) 신입선수 선발회 전체 1순위의 영광은 이승아(18·인성여고)에게 돌아갔다. 우리은행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선발회에서 올해 고교 대회 16경기에서 평균 11.2득점, 9.4리바운드를 기록한 가드 이승아를 1라운드 1순위로 선택했다. 이승아는 “긴장됐는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며 “체력과 외곽슛 능력을 길러 프로에서도 통하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순위로는 이정현(18·청주여고)의 이름이 불렸다. 우리은행은 비시즌 기간 트레이드 과정에서 신세계로부터 1라운드 지명권을 받기로 함에 따라 이정현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4명을 선발하는 등 21명의 참가자 가운데 15명이 프로 진출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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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아란” 이름만 불려졌다 두 친구 눈빛이 흔들렸다

    ■ 女프로농구 신인 선발… 9년 단짝 홍아란-장혜지 희비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여름 어느 날. 학교 체육관에서 처음 만난 두 아이는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운명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이 친구와는 앞으로 부딪칠 일이 많겠구나.”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홍아란(18)과 장혜지(18). 성격은 달랐다. 아란이는 ‘까불이’로 불릴 만큼 외향적이었지만 혜지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적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잘 통했다. 가족에게 말하기 불편한 얘기도 친구에게 얘기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농구 코트에서도 둘은 찰떡 콤비였다. 함께 코트에 나서면 눈빛만 봐도 통했고 무서울 것이 없었다. 단짝 친구의 우정에 처음 금이 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둘만 붙어 다니는 걸 질투한 다른 아이들이 이들만 만나면 “××가 너 욕을 하고 다닌다더라”고 이간질을 했다. 둘은 크게 싸웠다. 코트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1년 가까이 대화도 하지 않았다. 반쪽을 잃은 느낌. 답답했다.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안해”라며 손을 내밀었다. 서로 오해를 푼 이날 둘은 밤새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앞으론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이들은 고등학교도 같은 곳을 선택했다. 경남 사천에 있는 삼천포여고에서 최강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둘이 3학년이 됐을 때 후배들은 시원시원한 카리스마가 있는 아란이를 ‘아빠’, 다정다감한 세심함이 돋보인 혜지를 ‘엄마’로 불렀다. 삼천포여고는 가족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국 대회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명문 반열에 올랐다. 위기도 있었다. 3학년 때 어느 날 아란이가 골반을 크게 다쳤다. 농구 인생을 위협할 만큼 큰 부상. 다행히 아란이 곁엔 단짝이 있었다. 혜지가 자기 몸처럼 아파하며 항상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아란이는 자기와의 싸움이 외롭지 않았다.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그랜드볼룸. 2011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 참석한 이들은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전날 밤 둘은 긴장된 마음에 한숨도 못 잤다. 서로 “너는 잘될 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밤새 지금까지 함께 농구했던 시절을 추억했다. 희비는 엇갈렸다. ‘홍아란’이란 이름은 2라운드에서 불렸지만 장혜지는 없었다. 실업 팀 입단은 가능하지만 꿈꾸던 프로 팀 지명을 받지 못한 혜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옆에 앉은 아란이는 아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이제 함께 같은 장소에서 농구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뒤섞여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이런 친구의 모습을 본 혜지가 오히려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난 괜찮아. 정말 축하해.” 선수 선발이 끝나고 식사 시간 동안 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잠시 밖에 나가더니 돌아올 땐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친구의 손을 꼭 붙잡은 혜지가 말했다. “아란이랑 약속했어요. 어디를 가든 최선을 다해 웃는 모습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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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구단과 재계약 협의중”

    “함부르크에서 계속 뛰고 싶어요.” 지난달 30일 쾰른전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어 ‘깜짝 스타’로 떠오른 손흥민(18·함부르크·사진)이 구단과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함부르크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웹사이트인 ‘hsv3000’은 2일 메인 화면에 손흥민의 기사를 싣고 “함부르크 구단이 손흥민과 2012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2009년 11월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골(3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함부르크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유소년팀과 계약했다. 이날 손흥민은 ‘hsv3000’과의 인터뷰에서 “구단과 재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함부르크에 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데뷔 골 상황에 대해선 “경기에 나서기 직전 기회가 오면 반드시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볼을 잡으려는 순간 골키퍼가 뛰어나오는 것을 봤다. 그래서 볼을 띄워 골키퍼를 피한 뒤 슛을 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 사이트는 “손흥민이 일주일에 두 차례 독일어 교습을 받는데 모든 질문과 대답을 거의 완벽한 독일어로 진행했다”며 손흥민의 뛰어난 현지 적응력을 칭찬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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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조국 선제골… 서울 “우승 보이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두 팀 모두 열혈 팬을 보유한 전통의 명문이지만 경기에 앞서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홈 팀 FC 서울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는 서울은 이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6승 2무. 스트라이커 정조국은 “어느 팀과 붙어도 상관없다. 우리 플레이만 펼치면 된다”고 자신했다. 넬로 빙가다 서울 감독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좋다. 공격과 수비 모두 부족함이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반면 방문 팀 부산 아이파크 선수단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최근 FA컵 결승에서 수원 삼성에 아쉽게 패한 뒤 이어진 수원과의 정규리그 리턴 매치까지 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또 올해 계약이 끝나는 황선홍 감독이 다음 시즌 포항 스틸러스로 옮길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황 감독은 경기에 앞서 “아직 다음 시즌 계약과 관련돼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일단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점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팀의 상반된 표정은 경기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부산은 전반 초반 한때 서울을 몰아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이내 서울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7분 데얀의 슈팅으로 포문을 연 서울은 1분 뒤 정조국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서울은 전반 31분 데얀의 추가 골에 이어 후반 35분 최태욱이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전반 44분 김응진이 한 골을 만회한 부산에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8승 2무 6패(승점 56)가 된 서울은 이날 대구를 3-0으로 제압한 제주(승점 58)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제주는 정규리그 한 경기만을 남겨둬 두 경기를 남긴 서울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제주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짓는다. 경남 FC는 대전 시티즌을 1-0으로 누르고 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올 시즌 6강 진출을 확정한 팀은 제주, 서울, 성남 일화, 경남, 전북 현대 등 다섯 팀. 6위 울산 현대에 승점 4점을 뒤진 7위 수원은 남은 두 경기에서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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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농구팀, 부산 전지훈련 전격 중단

    여자 농구 대표팀이 부산 전지훈련을 중단했다. 임달식 대표팀 감독은 31일 “선수가 많이 빠진 데다 분위기까지 뒤숭숭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선수들을 돌려보낸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번 전지훈련 중단은 이미 예고됐다는 게 농구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소집된 후 악재에 시달렸다. 일부 선수가 부상을 당해 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이 대표팀 3명의 차출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악화된 것. kdb생명은 “리그 1, 2위 팀인 삼성생명, 신한은행(이상 2명)보다 우리 팀이 대표팀 차출로 인한 출혈이 더 크다. 선수 발탁에 투명한 원칙이 제시돼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다 보니 대표팀 선수 12명 가운데 가동 가능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임 감독이 “어설픈 멤버로 부실한 전지훈련을 하느니 일단 소속팀에서 선수들을 추스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유다. 대표팀이 언제 훈련을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세대교체 실패로 고민이 깊은 대표팀에 훈련 중단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의 아시아경기 금메달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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