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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만들거나 이를 이용해 살균제를 제조, 유통한 기업은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롯데마트가 처음으로 18일 공식 사과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적으로 ‘원료 원천 제조사→중간도매상→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판매·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이 경로에 있는 기업들이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지는 않다. 검찰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쓴 제품의 유통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SK케미칼이 만든 PHMG는 주로 수영장 타일이나 정화조를 소독하는 데 쓰인다. 검찰은 이 원료로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했고, 매출이 급증하자 다른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따라갔던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8년 8월 PHMG가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라고 발표했으며, 검찰도 수사를 통해 해당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PHMG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한 업체는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개사다.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정보를 담은 자료)는 ‘제품을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단계별 제조·유통업체에 PHMG의 유해성을 담은 MSDS를 제공했는데도 이들이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검찰이 19일 옥시 직원을 소환하면서 제품 제조를 맡은 연구진이 아니라 행정직원을 첫 대상자로 지목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검찰은 또 이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SK케미칼이 계속 판매했다면 이 업체 역시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PHMG 외에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유해성도 확인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유통시킨 버터플라이이펙트를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해당 업체는 폐업해 사건 종결 뒤에도 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 측이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하는 애경, 이마트 등은 폐 손상 인과관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원료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해 검찰 수사에서 비켜나 있다.손가인 gain@donga.com·김준일 기자}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제조·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피해자 보상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18일 오전 11시 현 경영진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피해 보상기구 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17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최근 사과문을 발표하는 내부 방침을 정한 뒤 사과 문구와 발표 시기 등을 놓고 막판 조율을 해왔다. 롯데마트가 발표할 사과문에는 앞으로 자사 제품 사용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피해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인해 임산부와 영·유아 최소 140여 명이 숨진 지 5년 만에 살균제 제조·유통에 관여한 기업이 소비자인 국민을 상대로 하는 첫 사과이다. 롯데마트 외에 다른 수사 대상 기업의 후속 조치까지 이어진다면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피해자 보상의 길이 처음으로 열릴 수 있다.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는 2014년과 지난해에 걸쳐 이뤄진 정부 조사에서 사망자 22명과 생존 환자 39명으로 나왔다. 2016년 1월까지 접수된 신규 피해 신고자를 포함하면 130명에 이른다. 롯데마트의 대국민 사과는 우선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 등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2월 초 형사부 배당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3개월 동안 수사를 해왔다. 뒤늦게나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피해 회복에 나섰다는 점에서 재평가받을 여지도 있다. 롯데마트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를 벤치마킹해 PB상품 전문 출시 컨설팅업체인 D사로부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뒤에 제품을 출시했다. 2001년 PHMG 성분이 든 제품을 처음 출시할 당시 독성 실험을 생략한 옥시레킷벤키저, D사와 같은 컨설팅업체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홈플러스 등 수사 대상인 다른 기업과는 차이점이 있다. 유통업계에선 가습기 제조·유통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의 주력상품인 ‘타이레놀’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82년 타이레놀에서 독극물이 나왔는데 당시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일반 복용자 7명이 사망하는 일이 생겼다. 시중에 풀린 타이레놀을 수거하는 작업에만 수억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범인은 잡혔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하기 전까지 물건을 팔지 않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존슨앤드존슨은 오히려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한 인상을 주는 옥시레킷벤키저 등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과 달리 롯데마트가 선제적인 피해 회복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다른 기업의 대응과 함께 검찰의 형사처벌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를 이번 주부터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옥시는 2011년 사건 발생 뒤 살균제의 위험성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와 정황이 상당수 발견됐다. 검찰은 PHMG가 피해자 사망의 인과관계를 도출할 수 없다는 독성 실험을 진행한 호서대 Y 교수 개인 계좌로 수천만 원이 입금된 단서를 잡고 자금 성격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박재명 jmpark@donga.com·장관석·김준일 기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위조된 시험 성적서를 제출해 해안복합감시체계 사업 시험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방산업체 D사의 간부 K 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K 씨는 2013년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안복합감시체계 도입 사업에서 D 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될 목적으로 장비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산 규모 418억 원의 이 사업은 해안 감시 취약지역을 주·야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장비를 보강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D 사를 해안복합감시체계 사업의 납품업체 중 한 곳으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해 법인 고의 청산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12월 회사 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이 절차를 통해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해 온 기존 법인을 해산했으며 주주·사원, 재산, 상호를 이어받은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 2011년 12월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직후로 진상 규명 여론이 거세던 때였다. 검찰은 옥시 측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런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으면 공소 기각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앞으로 검찰이 옥시의 혐의를 규명한다고 해도 옥시의 새 법인을 기소하지 못할 수 있다.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존 법인이 사라지면 형사책임이 존속 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 수사팀은 대법원 판례를 검토하며 옥시의 신설 법인이 이전 법인과 사실상 같다는 점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옥시 측이 ‘짜맞추기 실험 결과’를 연구진에 주문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과 보고서를 낸 호서대 실험팀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공기 중 위험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옥시 직원이 사는 아파트를 실험 장소로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옥시 측은 동물 흡입 독성 실험을 서울대팀에 맡기면서 ‘가습기 살균제 최대 노출치를 권장 사용량의 4배로 한정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을 이용하는 통상적인 독성 실험은 권장 사용량의 10배까지 노출하라고 설정한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시민단체가 ‘120억 원대 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진 본부장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 주를 사들여 지난해 126억여 원에 팔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2일 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처벌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센터는 고발장을 통해 “진 본부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근무한 뒤 넥슨 주식을 취득한 것은 포괄적 수뢰에 해당한다”며 “진 본부장이 낸 4억 원으로는 넥슨 주식 2000주만 살 수 있어 나머지 8000주는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센터는 “진 본부장이 주식을 보유한 동안 넥슨의 자산가치 상승이 그대로 주식에 가산됐고, 진 본부장은 최종적으로 120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공소시효는 수뢰의 종결 시점인 2015년부터 15년”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실제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지만 진 본부장이 2005년 주식을 매입할 당시에는 시효가 10년이었다. 또 뇌물수수 종결시점이 2015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뇌물죄는 금품을 받은 시점을 공소시효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 전현직 대표 등 관계자 20여 명의 회사 e메일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220명에 이르는 피해자 유족들을 전수 조사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피해자들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린 검찰은 다음 주부터 옥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별다른 독성실험을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원료 성분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변경한 2001년 당시와 폐 섬유화에 따른 사망 피해자가 속출한 2011년 이후의 회사 경영진을 집중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살균제 성분과 피해자 사망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서울대, 호서대 연구진이 실험 결과를 조작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이들이 옥시와 주고받은 공문과 e메일을 모두 압수했다. 검찰은 옥시가 은폐한 ‘PHMG와 피해자 사망의 원인인 폐 섬유화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국내 유력 기관 K사의 실험 결과가 서울대 및 호서대 교수가 내놓은 것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K사는 엄격한 우수 실험실 운영 규정을 통과한 곳에 부여하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인증이 있지만 서울대와 호서대 실험실은 GLP 인증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K사를 포섭하려 한 정황도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인터넷 게시 글을 삭제한 의혹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001년부터 옥시 홈페이지 고객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사용한 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이 힘들다’는 취지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을 옥시 측이 삭제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는 2013년 ‘철도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등을 이끌며 신고범위를 벗어난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신승철 전 민주노총 위원장(52)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참가인원을 20명으로 신고한 2013년 12월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집회에서 3000명이 모이도록 했으며 왕복 2차로 전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또 같은 달에 열린 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와 이듬해 4월과 8월 각각 열린 파업결의대회에서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2013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120억 원 주식 차익’으로 논란이 된 진 본부장은 이 직전에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이며 본보 보도로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와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인 진 본부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 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본부장은 침묵했고 지난달 31일 A4 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뒤늦은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 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본보는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 여부가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본부장과 김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새 증언을 보도했고 진 본부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 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진 본부장은 지인들에게 “개인의 명예 문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향해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주변에 사퇴 배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위의 재검증 강제성은 없어 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 변동 신고 내용 검증에 착수했다. 진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3개월의 조사 뒤 윤리위가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뒤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본부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 진 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진 검사장은 이 시점을 전후해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 본보 보도로 넥슨 김정주 회장과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지 7일 만이다.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이 된 진 검사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진 검사장은 지인들에게도 “대학 동기로 절친한 김 회장의 권유로 사업 초창기 투자해서 주식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인해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검사장은 침묵했고 지난 달 31일 A4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이게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회장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이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진 검사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여론이 진 검사장을 감싸는 법무·검찰의 지휘부로 향하자 부담감을 느낀 진 검사장이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분석된다. ●공직자윤리위 조사 실효성 의문 진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변동 신고 내역 조사에 착수했다. 진 검사장은 사의표명을 공개하는 자료에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들께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윤리위가 법무부에 추가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자체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만큼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검사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혀질 수도 있다. 진 검사장의 사표를 보류하고 진상규명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미 때를 놓쳐서 개인의 명예도 조직의 위신도 땅에 추락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진 검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2자리가 공석이 된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진경준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이 넥슨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2005년에 서울대 동기생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넥슨 김정주 대표와 넥슨의 일본 상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증언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당시 검찰에서 근무했던 A 씨는 31일 “2005년 당시 김 대표가 진 본부장에게 ‘넥슨을 상장해야 하는데 일본에 할지 한국에 할지 고민된다. 일본에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늘어날 거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진 본부장은 주식매입 시점을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김 대표는 2005년 10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상장사로서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당장은 상장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상장하게 될 경우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 이해해주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언론에 처음 언급했다. 넥슨은 2006년 1월부터 상장 논의가 본격화되다 2011년 12월 일본 주식시장에 최종 상장했다. 만약 진 본부장이 넥슨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이라는 호재성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넥슨의 대주주인 김 대표에게 미리 듣고 주식을 샀다가 상장 이후 팔았다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진 본부장은 1998∼1999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할 당시 보스턴에 머문 김 대표 부부에게 자택을 숙소로 내줄 만큼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고위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뒤 6일간 침묵했던 진 본부장은 이날 A4용지 1장 분량으로 첫 해명을 내놨다. 그는 “2005년 당시 기업분석 전문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대학 친구가 지인으로부터 ‘이민을 가서 보유하고 있던 넥슨 주식을 팔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고, 그 대학 친구가 자신과 친구들에게 주식을 함께 사자고 제안해 구매하게 됐다”고 매입 경위를 해명했다. 넥슨 김 대표와의 친분으로 주식을 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쪽으로 해명을 한 것이다. 진 본부장은 2005년 당시 넥슨 비상장주식 8537주를 수억 원에 구입한 뒤 주식분할로 100배 늘어난 주식 85만3700주를 일본 상장 이후 팔아 12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넥슨 주식을 주당 액면가인 500원보다 비싼 수만 원에 샀고, 구입 당시엔 주식 수가 적었지만 2011년 일본 증시 상장 전에 주식분할로 주식 수가 100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상장 당시 85만3700주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100배 주식분할을 했다면 최초 구입 당시엔 8537주를 샀다는 얘기가 된다. 진 본부장은 최초 주식 구입 가격에 대해선 수만 원이라고만 할 뿐 ‘개인 간의 거래’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1주당 가격을 최대한 높게 잡아 10만 원이라 쳐도 최초 구입 가격은 8억5370만 원(8537주×10만 원)에 불과하다. 진 본부장이 지난해 80만1500주를 126억 원에 팔았으니 재작년에 판 5만2200주를 포함하면 투자수익만 120억 원을 넘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진 본부장은 2000∼2001년 부산지검 평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사무실 컴퓨터에 주식거래 프로그램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고 업무 시간에 주식 거래를 자주 했다가 대검 일제 점검에 적발돼 감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

파란 수의(囚衣) 색깔이 멋진 정장 앞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수의를 입은 이들의 긴장된 표정은 여유롭게 웃음 짓는 성악가들과 대비가 됐다. 어정쩡하게 있던 손은 반주가 시작되자 힘주어 쥔 주먹으로 바뀌었다. 앙다물었던 입술을 떼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입술은 바르르 떨리고 목에 선 힘줄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내 죄를 속죄하며 살리라∼.” 직접 쓴 가사가 공연을 보던 다른 수형자들의 가슴에 닿았던 걸까. 합창이 끝나자 객석에 앉은 수형자들은 앞서 걸그룹과 홍대 인디밴드가 화려한 공연을 했을 때보다 훨씬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29일 오후 3시 경기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소망교도소 대강당에서 열린 ‘도담도담 음악회’의 풍경이다. 이번 행사는 교정복지기관 ‘세진회’가 소망교도소의 도움을 받아 수형자자녀지원센터 건립 활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소망교도소 수형자 17명으로 꾸려진 소망교도소합창단 외에도 성악가들로 구성된 서울바로크합창단, 아이돌그룹 에버브라운, 엘클립, 홍대 인디밴드 ASAP 등도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소망합창단은 최근 3개월간 매일 3시간씩 합창을 연습했다. 소망교도소 측도 합창이 교화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 아래 적극 지원했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실력이 제법 쌓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충북 청주시에서 여주까지 찾아와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는 성악가 김진성 목사(57·전 목원대 교수)는 “지금껏 많은 사람에게 합창을 가르쳐 봤지만 열의 하나만큼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노래 가사를 직접 지어 전문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합창곡을 내놓고 있다. ‘아빠를 향하는 천사의 웃음∼ 어디 갔나 우리 아빠 동생도 이제 산에 갈 수 있는데∼.’ A 씨는 아들(6)과 딸(4)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갚지 못해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네 살이던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산을 오르곤 했었는데, 이제는 딸도 함께 등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며 “내가 아이들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노래 가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최준영 세진회 총무는 “재소자의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합창으로 재소자의 교화를 돕고 그들 자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법무부가 학대받는 자녀들이 스스로 부모의 친권 상실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만들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를 꾸려 전면 개정안을 손보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녀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먼저 학대받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직접 친권 상실(파양)이나 정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개정안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은 미성년자 본인이 아닌 특별대리인이 할 수 있다. 친권 관련 재판에서 자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이들의 진술을 돕는 ‘절차보조인’ 제도가 함께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은 이혼소송에서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친권자를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자녀 의견을 듣도록 법안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5개월된 딸이 보챈다고… 방바닥에 내동댕이뇌손상 한달만에 숨져… 父 “짜증나서”경북지방경찰청은 젖먹이 딸을 고의로 방바닥에 떨어뜨려 딸이 중태에 빠졌는데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A 씨(37)를 긴급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25일 0시경 경북 영주시의 집에서 5개월 된 딸이 자다 깨어 울자 목말을 태우고 달래던 중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방바닥에 내동댕이친 혐의다. A 씨는 심하게 보채던 딸이 의식을 잃은 채 입에서 피를 흘렸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잠시 외출했던 아내 B 씨(19)는 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에 안동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딸은 증세가 나빠져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한 달여 동안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지만 올 1월 27일 심한 뇌 손상으로 숨졌다. 당초 A 씨는 “목말을 태웠다가 안은 뒤 실수로 떨어뜨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의 정황 증거와 외부 충격에 의한 뇌 손상 부검 결과, 거짓말 탐지기 등의 수사 결과에 고의성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날 A 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평상시 딸을 학대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5년전엔 아들, 작년엔 딸을 낳자마자 버려30대 母 “돈 없어 그랬다”… 檢 기소자신이 낳은 아들과 딸을 연달아 버리고 도망간 비정한 엄마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상습영아유기 혐의(아동학대처벌법 위반)로 윤모 씨(38)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지난해 8월 중순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뒤 같은 날 딸을 두고 도망갔다. 검찰 조사에서 윤 씨는 “좋지 않은 경제 사정 때문에 내가 키우지 못할 것 같아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영아 유기는 처음이 아니었다. 2011년 4월 중순 윤 씨는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은 뒤 같은 해 6월 초 아들을 병원에 남겨둔 채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자 6월 중순 병원에 나타난 윤 씨는 아들을 퇴원시킨 뒤 바로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 앞에 다시 유기했다. 윤 씨는 이 범행으로 2014년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아들은 현재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아를 유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윤 씨처럼 상습적으로 영아를 유기하면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1.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간통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재심 청구가 전국 법원에서 잇따랐다.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의 상당수가 무죄로 인정됐지만 이들의 표정은 아직 어둡기만 하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현행 형사소송법 440조에 따라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신상정보가 담긴 판결문이 모두 관보에 공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심 청구인의 신상 노출을 막기 위해 원하지 않으면 관보 공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한구석에 잠들어 있다. #2. 지난해 한국의 법률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는 5억6920만 달러(약 6800억 원)였다. 국내 기업이 외국의 국제중재 기관에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결과다. 법무부는 불필요하게 외화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국내에 국제중재 시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 ‘중재산업진흥법’을 제출했다. 정부는 중재산업을 활성화해 싱가포르 수준(연 260건)의 중재사건을 한국에 유치하면 연간 6000억 원가량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무능 국회’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 회기 마감을 두 달여 앞두고 국회에서 발의된 각종 민생 법안 처리가 4·13총선 탓에 올스톱돼 있다. 법무부 소관 법안을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도 마찬가지여서 형법 민법 관련 개정안 등 국민에게 중요한 법안들이 19대 국회 마감과 함께 무더기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일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총 928건으로 19대 회기 동안 발의된 전체 법사위 소관 법안 건수(1296건)의 71.6%에 이른다.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되는 법사위 소관 법안의 비율이 16대(43.9%), 17대(46.7%), 18대(59.2%) 국회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법사위 소관 발의 법안들은 잇따른 데이트폭력, 관대한 부패범죄 처리 등 국민의 공분을 산 사안과 관련성이 높다. 법사위에는 스토킹을 동반한 데이트폭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스토킹 방지법’ 관련 법안 3개가 계류돼 있다. 스토커에게 최대 5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스토커 관련 처벌 규정은 벌금 10만 원이 전부다. 또 형법상 횡령·배임죄가 부패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데도 더욱 엄중하게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죄는 그렇지 못한 허점을 고치기 위해 제출된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에 대한 계산법을 포함하고 있어 민생에 직접 관련이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계류 법안들이 폐기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하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정부 법안의 경우 다시 관계 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법무심의관실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의결,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국회에 발의해야 한다. 의원발의 법안은 의원들이 총선을 통해 바뀌기 때문에 상당수 법안은 다시 발의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담합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군용 건빵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정부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은 방위사업청이 2010년~2011년 9차례 실시한 군납용 건빵 입찰에서 사전에 가격을 담합해 국고 손실을 안긴 D식품 등 4개 업체에 대해 2억 원의 손해배상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청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방위사업청이 2010년(약 1500만 개)과 2011년(약 1960만 개)에 발주한 건빵의 가격을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환수송무팀이 국고손실을 이유로 소송을 건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환수송무팀은 민중총궐기 대회 때 경찰버스 등을 파손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 지난달 중순 3억8000만 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정부 발주 건설입찰에서 담합한 업체들에 총 4건(43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국가를 상대로 저지른 부패·비리, 불법 시위로 발생한 국고 손실의 환수를 전담하는 환수송무팀을 출범시켰다. 환수송무팀은 향후 업무범위를 우체국 보험,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공공기금 등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자산 관련 금융비리 사건으로 넓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참여연대는 10일 “KT가 내부 고발자에게 지속적으로 보복성 조치를 했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KT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T 직원 이해관 씨(53)는 2010년 12월~2011년 11월 이뤄진 ‘제주 7대 자연경관선정 투표’에서 KT가 투표 참여자들에게 국내통신망을 제공하고도 국제통화 요금을 청구했다며 2012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KT를 신고했다. 이 씨가 내부고발을 하자 KT는 2012년 5월 이 씨를 서울 용산구 원효지사에서 경기 가평지사로 전보조치 했고, 같은 해 12월 무단 조퇴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2012년 8월과 2013년 4월 두 차례 권익위가 이 씨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중단하라는 ‘공익제보자 보호조치’를 내렸지만 KT는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올 1월 대법원은 “권익위의 보호 조치가 정당하며, KT는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이 씨는 올해 1월 KT원효지사에 복직했지만 KT는 이달 초 ‘업무태도가 불량하다’며 또 다시 이 씨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이 씨에 대한 KT의 부당한 전보조치와 해임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KT는 지속적으로 공익제보자를 끝까지 보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 해 3000만 원에 이르는 값비싼 수업료를 받아 이 돈을 대출금을 갚는 데 쓴 유명 사립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이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교비 중 일부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시도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횡령 및 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 입학처장 이모 씨(48·여)와 이 학교법인의 이사이자 이 씨의 남편인 금모 씨(50)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케이맨 제도 소재 영리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Y 씨(46·싱가포르 국적)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 법인의 대표 G 씨(55·스위스 국적)는 입국 거부로 기소중지 처분했다. 2010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문을 연 덜위치칼리지 서울은 영국 런던 동남부의 명문 사립학교인 덜위치칼리지를 본교로 두고 있다. 700명 정원의 이 학교에는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650명가량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수업료는 유아과정이 1900만 원 수준, 유치원생부터는 약 3000만 원이다. 외국인학교는 전국 47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 자녀가 입학할 수 있다. 덜위치칼리지 서울은 재학생의 25%가량이 내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학교 졸업생도 한국 학교 졸업생과 같은 학력을 인정받는다. 비싼 수업료가 질 높은 수업을 위해 온전히 쓰일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달리 학교법인 관계자들은 수업료를 곳곳에서 횡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학교법인이 학교건물 신축공사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100억 원 중 72억4000만 원을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교비로 갚았다. 또 교비 2억5600만 원은 법인 운영자금으로 썼다. 이들은 또 서초구청이 학교 지하 공영주차장 공사에 지원한 51억7000여만 원 중 1억6000여만 원을 학교 건축비용 등으로 전용하기도 했다. 이 씨 등은 36억 원가량의 교비를 프랜차이즈비 명목으로 해외로 빼돌려 그 수익을 나누려 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법상 영리법인은 학교를 세울 수 없는데 이들은 영리법인 아래 비영리법인인 해외 페이퍼컴퍼니까지 세워 수익금을 빼내려 했다”며 “돈이 해외로 나가기 전 수사를 시작해 유출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덜위치칼리지 서울은 이날 자료를 통해 “국내법을 지키기 위해 법무법인 등과 학교 설립 및 운영을 논의해 왔다”며 “관련 이사들의 정당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KT&G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광고홍보업체 J사가 KT&G로부터 받은 총 100억 원대 광고홍보 대금 가운데 30억 원가량을 KT&G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광고업체 A사 권모 대표가 챙긴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KT&G 고위층에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이날 A사 권모 사장에 대해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J사 김모 사장과 박모 전 사장, 전 J사 부사장 김모 씨(L사 사장)에 대해서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뒷돈을 건넨 혐의(횡령 및 배임증재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KT&G 마케팅본부 팀장급 직원 김모 씨는 1억3000만 원대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KT&G와 KGC인삼공사가 J사에 지불한 총 100억 원대 광고홍보비 가운데 30억 원이 수차례 걸쳐 A사 측 위장 계열사로 입금된 뒤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30억 원과 관련해 “거래를 알선한 수수료 명목이었지만 실질은 A사 대표가 KT&G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명목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J사 전 대표 등에게서 확보했다. 검찰은 권 씨가 KT&G 관계자와 여러 차례 접촉한 단서를 확보하고 A사를 압수수색했다. A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KT&G의 브랜드 광고를 맡아 왔다. 광고홍보업체 J사 김 대표 등은 해외 자동차 회사인 F사를 속이고 광고비를 부풀려 청구해 10억여 원을 타 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F사 안에서 뒷돈을 받고 이런 사실을 눈감아준 인사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J사 김 사장과 L사 김 사장이 기업 광고주 4, 5곳에 금품을 건넨 혐의도 추가로 포착했다. J사 김 대표와 L사 김 대표는 온라인 미디어렙 업체로 선정되는 데 힘써 주는 대가로 광고용역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광고홍보업체가 광고주에게는 일감 수주를 위해 뒷돈을 건네면서 동시에 하청업체로부터는 뒷돈을 받아 챙기는 갑을(甲乙) 관계의 전형적 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KT&G 김 씨는 J사로부터 1억 원대 현금을 비롯해 총 3000만 원 상당의 골프와 술자리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사건 비리에 백복인 현 KT&G 사장이 연루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성폭력 관련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에게 피해자 직업을 말한 혐의(성폭력특별법상 비밀유지 위반)로 기소된 경찰관 성모 씨(43)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2013년 5월 성 씨는 성폭행을 저지른 서모 씨를 체포했다. 성 씨는 서 씨를 조사하기 전 예비 신문과정에서 피해자 A 씨의 직업을 누설했다가 기소됐다. 성폭력특별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를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공무원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선 안 된다. 성 씨는 “A 씨의 직업을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업만으로 A 씨의 신원이 특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직업이 다른 직업군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인정해 성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포함해 롯데마트 전·현직 임원 4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9일 신 총괄회장과 노병용 전 롯데마트 사장(65·현 롯데물산 대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마트 전·현직 임원 4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1, 2차 피해조사에서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 제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 사망자가 22명으로 확인됐고 생존환자도 39명이나 된다”며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운데 폐 이식 환자 14명 중 4명이 롯데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라고 밝혔다. 고발인들은 “최근 이뤄진 신규조사까지 포함하면 롯데마트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는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23일 옥시레킷벤키저 전·현직 임원 29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화학물질(PHMG)이 실제 폐질환을 일으키는지 인과관계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