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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손보다 빠르다.” 미국프로농구의 전설적인 포인트가드 존 스탁턴(은퇴)이 남긴 말이다. 컴퓨터 패스로 유명했던 스탁턴은 “화려한 개인기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조직력이 좋은 팀이 우승 반지를 낀다”고 했다. 통신사 라이벌인 SK와 KT의 경기가 열린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경기 전까지 공동 1위를 달리던 방문 팀 KT와 6위 SK의 승부였지만 KT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긴 어려웠다. SK는 주포 방성윤과 포워드 김민수가 부상에서 복귀했고 KT는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심했다. 전창진 KT 감독도 “1 대 1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포지션이 별로 없다.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까지만 해도 경기는 예상대로 팽팽하게 흘렀다. 37-34로 KT의 근소한 우세. 그러나 3쿼터 시작과 함께 점수 차가 벌어졌다. 스탁턴의 말이 새삼 실감났다. KT는 특유의 기계 같은 조직력이 살아나며 점수를 쌓았고, SK는 개인기에 치중한 공격에 의존하다 실책을 연발했다. SK는 18점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4쿼터 7분 30초를 남기고 7점까지 좁히며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듯했다. 하지만 KT는 차분하게 외곽 패스로 수비를 허문 뒤 조성민이 3점포를 꽂으며 다시 10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SK는 이어진 공격에서 테렌스 레더가 무리한 돌파로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결국 KT의 86-65 승리. 조성민(21득점)과 박상오(15득점, 7리바운드)가 맹위를 떨친 KT는 신선우 감독이 모친상을 당해 이지승 1군 코치와 문경은 2군 코치가 벤치를 지킨 SK를 무너뜨리고 21승 8패로 단독 선두가 됐다. 2위 전자랜드와는 0.5경기 차. 창원에서는 인삼공사가 접전 끝에 홈팀 LG를 83-80으로 꺾고 7연패에서 벗어났다. LG는 문태영이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최다인 43점을 퍼부었지만 팀 패배로 아쉬움을 남겼다. 원주에선 용병 로드 벤슨이 36점을 집중시킨 홈팀 동부가 오리온스를 81-64로 꺾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해부터 한국 스포츠가 약물로 얼룩졌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6일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한 도핑검사 결과 8명(보디빌딩 6명, 근대5종 1명, 사격 1명)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금메달리스트 3명을 포함해 6명의 소변 시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보디빌딩계는 충격에 빠졌다. 보디빌딩은 지난해 9월에도 보디빌딩 미스터&미즈 코리아 선발대회 선수 가운데 7명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 보디빌딩협회로부터 영구제명 당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협회는 규정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6명도 모두 영구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사격 선수는 치료 목적이 인정돼 3개월 자격정지, 근대5종 선수는 병원 처방에 따른 치료라는 점이 감안돼 견책에 머물렀다. 프로농구에서도 처음으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10개 구단 선수 2명을 대상으로 도핑검사를 실시한 결과 SK 선수 가운데 한 명에게서 금지약물인 이뇨제 성분이 검출됐다. 구단은 재심을 청구했고 해당 선수는 “비시즌 기간에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먹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KBL 도핑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금지약물 복용으로 판단을 내리면 해당 선수는 아홉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다. 장애인 체육도 약물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지난해 11월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진행한 도핑검사에서 두 명의 선수가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자격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5일 프로농구 전자랜드-KT의 경기가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1위(전자랜드), 2위 팀 경기답게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선 방문 팀 KT가 2전 2패로 열세. 전창진 KT 감독은 “전자랜드가 동부와 더불어 가장 어렵다. 우리 팀 장점이 스피드와 조직력인데 일단 신장에서 너무 밀리면 장점을 살릴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그래도 오늘은 ‘믿는 구석’ 2가지가 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믿는 것은 첫 번째로 포워드 박상오. 올 시즌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 세 시즌 평균 8.1점에 머문 득점이 올 시즌엔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전 감독은 “원래 돌파가 좋은 선수였는데 최근 외곽 슛까지 살아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번째는 부상에서 돌아온 포워드 송영진. 전 감독은 “영진이가 없을 땐 상대 서장훈을 막을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비가 그쪽으로 몰리다 보면 상대 슈터 문태종에게 아주 쉽게 점수를 허용했다”고 했다. 전 감독의 믿는 구석은 통했다. 박상오의 득점포는 초반부터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불을 뿜었다. 1쿼터에만 11득점. 반면 서장훈은 송영진의 그물 수비에 막혔다. 전반 4득점으로 부진하며 전반 서장훈-후반 문태종으로 이어져 온 전자랜드의 득점 공식이 깨졌다. 후반에도 KT가 계속해서 리드를 지켰다. 3쿼터 중반엔 점수차가 20점까지 벌어졌다. 결국 74-65로 KT의 승리. KT에선 박상오(20득점)와 조성민(14득점)이 공격을 이끌었고, 전자랜드에선 문태종(19득점)이 분전했다. 원주 경기에선 홈 팀 동부가 SK를 83-63으로 대파했다. 14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한 동부의 김주성은 개인 통산 세 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동 2위였던 KT와 동부가 이날 승리를 챙기면서 전자랜드, KT, 동부 등 세 팀이 19승 8패로 동률을 이루며 공동선두가 됐다.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3학년}

“축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지휘자는 감독이다. 지휘자가 없으면 팀도 없다.” 세계적인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의 말이다. 축구에선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감독의 생각에 따라 팀 컬러가 바뀐다. 아시안컵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이 꼽는 강력한 우승 후보 4개국은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4인 4색 감독을 비교해봤다.○ 다른 상황, 같은 꿈 아시안컵을 앞두고 4개국 감독들은 저마다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숙제를 푸는 방법은 같다. 우승컵을 안는 게 정답이다. 조광래 한국대표팀 감독의 숙제는 아시안컵에 서린 한을 푸는 일이다.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51년 만에 우승컵에 도전한다. 조 감독이 “과정은 필요 없다. 아무리 잘해도 우승컵이 없다면 실패”라고 말하는 이유다. AC 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 등 세계적인 클럽을 이끌며 명성을 쌓은 알베르토 차케로니 일본 감독도 우승이 절실하다.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차케로니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승리 등으로 어느 정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의구심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롱런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표가 필수다. 아프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이란의 한 언론은 “국민 영웅으로 기억되느냐, 그저 그런 감독으로 남느냐가 이번 대회에 달려 있다”고 표현했다. 고트비 감독 입장에선 이번 대회가 최근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고 명예회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호주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홀거 오지크 감독 역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감독 선임 당시 “명성보다는 경험과 인간적인 측면을 고려해 뽑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최근 선수 장악 능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 4인 4색 이들 감독은 색깔이 뚜렷하다. ‘컴퓨터’ 조 감독과 ‘백과사전’ 고트비 감독은 별명처럼 잘 짜인 전술을 바탕으로 세밀한 축구를 선호한다. 조 감독은 그가 생각하는 축구철학을 선수들에게 수시로 A4 용지에 직접 써 나눠준다. 짧은 패스와 많이 뛰는 축구, 중원을 장악하는 확률 높은 축구는 그가 강조하는 3대 포인트. 한국 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활약했던 고트비 감독 역시 ‘생각하는 축구’로 명성이 높다. 그도 반 박자 빠른 패스와 체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징이 있다면 측면 공격에 비중을 크게 둔다는 것. 오지크 감독과 차케로니 감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압박’이다. 오지크 감독은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못하면 현대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차케로니 감독은 수비축구로도 이름이 높다. 한 일본 언론은 그의 이름과 ‘카데나치오(이탈리아식 빗장수비)’를 합성해 ‘차크나치오’란 별명을 붙여줬다. 선수와의 의사소통도 차케로니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그가 AC 밀란 감독 시절 선수로 뛰었던 레오나르두 감독(인터 밀란)은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항상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모든 선수가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그를 좋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6강 감독들이 말하는 ‘가장 껄끄러운 팀’“아무리 강팀이라도 천적은 있다. 하지만 그 천적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승반지도 낄 수 없다.” 미국프로농구 통산 11차례 우승에 빛나는 명장 필 잭슨 감독(LA 레이커스)의 얘기다. 팀당 54경기씩 치르는 프로농구가 반환점을 눈앞에 뒀다. 올 시즌엔 상하위권 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공동 5위인 KCC와 SK가 7위 LG에 각각 2패와 1승 2패로 밀릴 뿐 6강팀은 모두 하위권 네 팀(LG 오리온스 한국인삼공사 모비스)에 상대 전적에서 앞섰다. 하지만 6강 사이에선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서로 먹고 먹히는 복잡한 먹이사슬 관계 속에서 사령탑들은 그들의 천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선두 전자랜드(19승 7패)는 한 팀을 제외하고 상대 전적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한 팀은 바로 삼성.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매치업상 삼성 용병 애론 헤인즈를 막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 팀엔 서장훈 문태종 등 노련한 선수가 많지만 삼성에도 경험 많은 선수가 많아 그런 장점마저 상쇄된다”고 덧붙였다. 2위 KT(18승 8패)는 동부와 삼성에 각각 1승 2패, 전자랜드에는 2패로 열세. 전창진 KT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이 스피드인데 동부는 스피드가 좋은 데다 신장까지 월등해 어렵다. 삼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자랜드와 관련해선 “높이가 좋은 서장훈과 허버트 힐을 협력 수비로 막다 보니 문태종에게 찬스를 많이 줬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와 KCC에 1승 2패로 열세인 공동 2위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KCC를 천적으로 꼽았다. 최대 장점인 높이가 하승진(KCC)이란 ‘절대 높이’에 막혀서다. 또 골밑에 비해 다소 취약한 앞선 수비를 헤집는 KCC 전태풍의 존재도 위협요소로 꼽혔다. 4위 삼성(15승 11패)은 유독 SK에 약했다. 3전 전패. 안준호 삼성 감독은 “SK의 뛰는 농구에 말렸다. 또 에이스 이승준이 상대 용병 테렌스 레더 수비를 유독 어려워하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KCC(13승 13패)는 어떨까. 허재 KCC 감독은 “특별히 어려운 팀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3전 전패로 열세인 KT만큼은 껄끄러워했다. 감정 기복이 심한 KCC 선수들이 KT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에 휘말리면 실책이 이어지며 경기가 힘들어진다는 것. KCC와 동률인 SK 신선우 감독은 높이가 좋은 전자랜드(3패)와 동부(2패)를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들었다. 신 감독은 “김민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생긴 높이의 공백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증권시장이 올해 처음 문을 연 3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070.08)를 달성했다. 2007년 10월 31일의 기존 최고치(2,064.85)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코스피가 최고치에 오르면서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새로운 기록은 많은 이를 열광시킨다. 신기록은 인류와 사회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신기록의 짜릿함이 주식시장보다 뜨거운 곳은 스포츠다. 사람들은 한계를 극복하고 또 다른 한계를 세우는 선수들에게 환호한다.2011년은 월드컵,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없다. 대신 0.01초, 0.1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기록 종목 대회들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3월에는 세계피겨선수권(일본 도쿄), 7월에는 세계수영선수권(중국 상하이), 8∼9월에는 세계육상선수권(한국 대구)이 열린다. 주요 대회들이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2011년 세계 스포츠팬의 눈은 동아시아로 모일 것으로 보인다.세계피겨선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다. 세계 신기록 달성이 기대되는 선수 역시 김연아가 첫손에 꼽힌다. 김연아는 지난해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사상 최초로 220점대 점수(228.56점)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생 깨지지 않을 기록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법. 세계 기록이 다시 세워진다면 그 주인공은 다시 김연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국제 대회에서 200점, 210점대를 가장 먼저 깨뜨리며 피겨 역사를 써왔기 때문이다.수영은 지난해부터 첨단 수영복이 금지된 이후 세계 신기록 탄생이 뜸하다. 지난해 나온 세계 신기록은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라이언 록티(미국)가 세운 3분55초50이 유일하다. 올해는 7월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아시아의 쌍별 한국 박태환(22·단국대)과 중국 쑨양(19)이 신기록 경신의 선봉에 선다. 쑨양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자유형 1500m에서 세계 기록에 불과 0.87초 뒤진 14분35초43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은 전담 코치인 마이클 볼(호주)로부터 현재와 같은 성장 속도라면 자유형 400m 세계 기록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들었다.뜨거운 여름을 더욱 타오르게 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인간 탄환들이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9초69)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9초58)에서 잇달아 남자 100m 세계 기록을 갈아 치우며 인간 한계의 역사를 다시 썼다. 볼트는 지난해 8월 허리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올해 세계선수권을 대비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2회 연속 챔피언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지난 2년의 부진을 딛고 자신이 보유한 최고 기록(5.05m)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여기는 미국이다. 스포츠에 살고 스포츠에 죽는 나라. 난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 스포츠 에이전트다.” 영화 도입부. 그의 독백이다. 그의 전화기는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울린다. 때로는 달콤한 말로 고객을 유혹하지만 필요하다면 윽박지르며 협박에 가까운 설득도 잊지 않는다. 하루를 1년같이 사는 남자.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년)의 주인공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얘기다.○ ‘몸값 거품 제조기’와 영웅 사이 줄거리는 간단하다.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였던 맥과이어는 어느 날 회사에 한 장의 제안서를 낸다. 돈 때문에 선수에 대한 인간적인 끈을 놓친 회사의 정책을 따끔하게 질책한 제안서. 이 때문에 괘씸죄에 걸린 그는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보받는다. 한때 모든 걸 가졌던 그의 곁엔 두 사람만 남는다. 마지막 남은 고객인 퇴물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과 여직원 도로시 보이드(러네이 젤위거). 하지만 벼랑 끝에서도 소신을 지킨 그는 결국 일과 인생, 모두에서 성공을 거머쥔다. 제리 맥과이어를 보면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계의 ‘살아 있는 전설’ 스콧 보라스(56). 한 미국 언론은 영화가 나온 뒤 “맥과이어를 보면 보라스가 떠오른다. 세련된 외모와 유창한 말솜씨, 일에 대한 열정이 닮았다”고 했다. 지독한 일벌레란 것도 둘의 공통점. 맥과이어는 항상 고객 주변에 있다. 선수를 지켜보고 관리하고 홍보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 보라스도 마찬가지. 에이전트 초년병 시절 며칠 동안 구단 단장을 기다려 설득해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이야기는 유명하다. 보라스의 별명은 ‘악마의 에이전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로도 불린다. 맥과이어 역시 구단으로부터 “선수 몸값에 거품을 끼게 만들었다”는 질책과 함께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누구보다 따뜻하다. 맥과이어의 따뜻함에 감동한 티드웰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맥과이어는 나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운다.○ 일 그리고 가족 영화 속 맥과이어와 달리 선수와 인간적인 유대를 계속 유지하기엔 보라스는 고객이 너무 많다. 보라스 사단엔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비롯해 유명 메이저리거만 170명이 넘는다. 맥과이어는 티드웰이 “Show me the money(나에게 돈을 벌게 해 달라)”라고 외치자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따라 외쳤지만 보라스는 선수들까지 쥐고 흔들 만큼 막강한 지위를 누린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돈으로 물들였다는 불명예도 짊어지고 있다. 그가 에이전트 초창기 강조했던 인간적인 유대는 퇴색됐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이들을 연결해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바로 가족. ‘최고의 친구지만 최고의 애인’은 될 수 없었던 맥과이어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보이드를 만난 뒤 사랑에 눈을 뜬다. 인간관계의 소중함도 그녀를 통해 다시 배운다. 3명의 자녀를 둔 보라스가 밝힌 인생의 목표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계약을 묻는 질문에 보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의 결혼이죠. 고도의 전략과 오랜 기간 협상 끝에 나온 최고의 계약이었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3일 프랑스 리그 AS모나코와 소쇼의 경기가 열린 루이2세 스타디움. 1-1로 맞선 후반 종료 직전 모나코 박주영(25)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강등권 순위로 떨어질 뻔한 팀을 구한 극적인 결승골. 박주영은 여느 때처럼 무릎을 꿇고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펼쳤다. 문제는 다음 상황. 무릎을 펴고 일어나려던 순간 ‘뚝’ 하는 소리가 났다. 워낙 귀중한 골이다 보니 주변 동료들이 기쁨에 겨워 그를 덮쳤고 그 과정에서 무릎에 과부하가 걸렸다. 박주영은 24일 입국해 축구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유나이티드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 ‘4주 이상 안정 필요’ 진단… 아시안컵 못뛴다 결과는 ‘우측무릎대퇴골 외측 박리성 골연골염’. 뼈를 덮은 연골 일부가 벗겨지면서 생긴 증상으로 최소 4주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송 박사는 “박주영은 원래 오른쪽 무릎에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 최근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몸을 지나치게 혹사했다. 이렇다 보니 부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겨울이라 딱딱하게 언 그라운드도 부상에 한몫했다. 콘크리트 위에서 스파이크를 신고 뛰었다고 생각해 보라”고 덧붙였다. 송 박사는 부상 이후 불거진 “기도 세리머니가 부상을 불렀다”는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는 종교적인 신념이 없더라도 흔히 하는 행위”라며 “최소한 루이스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 등이 하는 텀블링 세리머니보단 안전하다”고 했다. 또 “세리머니 자체엔 문제가 없다. 단지 일어나려는 타이밍에 동료들이 그에게 올라타 운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박주영은 부상으로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그 대신 수비수 홍정호(21·제주 유나이티드)를 명단에 넣었다. 붙박이 공격수가 빠짐에 따라 조 감독은 당장 새로운 공격 조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원톱’(최전방에 공격수를 한 명 두는 형태)을 선호하는 조 감독의 스타일상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지동원(19·전남 드래곤즈). K리그 득점왕 유병수(22·인천 유나이티드)도 대안이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는 이청용(22·볼턴)이 붙박이인 가운데 왼쪽 측면과 중앙은 유동적이다.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원래 포지션인 왼쪽에 설 경우 중앙은 김보경(21·오이타 트리니타)이나 지동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지성이 중앙으로 이동할 경우 염기훈(27·수원 삼성)이나 손흥민(18·함부르크)이 왼쪽 측면 한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대팀에 따라 지동원-유병수로 짜인 ‘투 톱’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죠. 다윗 입장에선 죽을 맛입니다.”(모비스 유재학 감독) “저야 편하죠. 팬 입장에서 지켜보면 되지 않겠어요?(웃음)”(KCC 허재 감독) 프로농구 모비스-KCC의 경기가 펼쳐진 23일 울산 동천체육관. 경기 직전 양 감독이 이렇게 말한 배경엔 KCC의 ‘돌아온 골리앗’ 하승진(25)이 있었다. 방문팀인 KCC는 이날 최하위 모비스를 84-71로 제압하고 5연승을 달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하승진이 KCC 상승세를 이끌었다. 경기 전부터 “몸이 가볍다. 아프지 않으니까 여유도 생기고 슛 감각도 좋아졌다”고 말한 하승진은 초반부터 모비스 골밑을 적극 공략했다. 전반에만 12득점 5리바운드. 하승진은 모비스가 벌떼 수비로 응수하자 외곽의 동료에게 공을 돌리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KCC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4반칙을 한 하승진이 3쿼터 중반 벤치로 나간 것. 하지만 용병 크리스 다니엘스가 3쿼터에만 9득점하며 하승진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날 하승진은 15득점 9리바운드. 약점으로 지적되던 자유투도 10개 가운데 7개(70%)를 성공시켰다. KCC에선 강병현도 13득점 7어시스트로 거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가드 전태풍(KCC)은 “승진이가 골밑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상대 공격이 위축된다. 이제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승리로 11승 12패가 된 KCC는 6위로 올라섰다. 대구경기에선 선두 동부가 오리온스를 80-69로 꺾고 6연승을 달리며 2위 전자랜드와 승차를 한 경기로 벌렸다.울산=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여자프로농구 KDB생명이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신세계를 대파했다. KDB생명은 23일 구리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한채진(18득점 7리바운드), 신정자(12득점 10리바운드) 등의 활약을 앞세워 신세계를 81-50으로 제압했다. 31점 차는 올 시즌 최다 점수 차 기록(종전 20점 차). 신세계는 가드 김지윤과 주득점원 김정은 등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해 최다 점수 차로 패배하는 수모를 안았다. 경기 전까지 4위였던 KDB생명은 이날 승리로 신세계와 공동 3위(7승 8패)에 올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농구 SK와 KT가 맞붙은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통신사 라이벌답게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웠다. 선수들도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주희정(SK)은 “성적과 관계없이 KT와의 대결은 신경이 더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선수보다 더 긴장한 사람도 있었다. 바로 양팀 감독. 역대 최다승(389승) 기록 보유자인 신선우 SK 감독과 승률에서 현역 감독 가운데 최고(330승 205패·61.7%)인 전창진 KT 감독의 자존심 싸움도 팽팽했다. 경기 직전 두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을 했다. “선수들 부상 때문에 죽을 맛이다.” KT는 송영진 최민규 표명일 김도수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SK는 방성윤 김민수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대처 능력에서 KT가 앞섰다. “이 대신 잇몸으로 뛰는 만큼 수비에서 한 발 더 뛰고, 외곽슛 집중력을 높이면 된다”는 전 감독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KT는 1점 앞선 채 시작한 2쿼터에서 끈끈한 수비로 상대 실책을 8개나 유발하며 전반 끝날 무렵 점수를 9점 차까지 벌렸다. 3쿼터엔 외곽슛이 터졌다. 8개의 3점슛 가운데 6개를 성공시키며 SK에 추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89-67로 KT의 대승. 14승 7패가 된 3위 KT는 2위 전자랜드에 1경기 차로 다가섰다. 안양경기에선 홈팀인 한국인삼공사가 삼성을 95-79로 꺾었다. 삼성은 최근 6경기 1승 5패의 부진에 허덕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번 아시안컵에선 투톱을 쓸까 고민 중입니다. 훈련을 통해 집중 테스트해볼 계획입니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안컵에 대비해 제주 서귀포에서 담금질 중인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얘기다. 조 감독이 투톱의 한 축으로 일단 낙점한 선수는 박주영(25·모나코). 관심이 모아지는 건 누가 박주영과 호흡을 맞추느냐다. 일단 아시안컵 예비엔트리(47명)에 속한 선수 가운데 지동원(19·전남), 유병수(22·인천), 손흥민(18·함부르크)이 유력 후보. 프로 감독 8명을 상대로 박주영과 짝을 이룰 최적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전문가들은 지동원(8.8점)에게 가장 후한 점수(감독마다 선수에게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준 뒤 이를 평균)를 줬다. 최근 끝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박주영과 호흡을 잘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정무 인천 감독은 “아시아경기에서 둘이 함께 섰을 때 폭발력이 배가됐다. 두 명 모두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춘 선수라 역할 분담도 잘됐다”고 했다. 스트라이커로서 필수 조건인 위치 선정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 정해성 전남 감독은 “지동원은 나이가 어려도 골 냄새를 맡을 줄 안다”며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순간적인 판단력도 발군”이라고 했다. 지동원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유병수(8.2점). 김호곤 울산 감독은 “해가 지날수록 발끝이 눈에 띄게 예리해지고 있다. 슈팅 타이밍도 빠르고, 몸싸움도 잘해 아시아권에선 그를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무서운 10대’ 손흥민은 7.8점으로 3위. 박경훈 제주 감독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문전에서 침착하다. 슈팅, 돌파력, 위치 선정 모두 A급”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아직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다양한 전술에 녹아들기 힘들어 보인다. 지금보단 2, 3년 뒤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농구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메디슨스퀘어가든. 미국프로농구 뉴욕의 홈구장이기도 한 이곳이 20일 뜨거워졌다. 경기장을 찾은 1만5000여 명의 관중은 일제히 ‘에이티-에이트(88)’를 연호했다. 종료 부저가 울리자 ‘대학 농구 역사상 최다 연승’과 함께 ‘88-코네티컷’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떴다. 모든 선수가 환호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언제나 그랬듯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얘기했다. 미국대학여자농구 코네티컷대의 지노 오리에마 감독(56)이었다. 이날 강호 오하이오주립대를 81-50으로 대파한 코네티컷대는 88연승을 달렸다. 2008년 미국대학스포츠위원회(NCAA) 여자농구 토너먼트 ‘파이널 포(준결승)’ 이후 무패 행진. 미국대학남자농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가 전설적인 명장 존 우든을 앞세워 1971∼1974년 세운 연승 기록과 타이다. 1승만 더 올리면 코네티컷대는 남녀를 통틀어 미국대학농구 디비전1(1부 리그) 최고 연승 기록을 세운다. 코네티컷 신화의 중심엔 역시 이탈리아 출신의 오리에마 감독이 있다. 1985년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훈련장에선 열정적인 카리스마, 경기장에선 냉정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팀을 7차례 NCAA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승률은 85.9%(745승 122패)에 이른다. 선수들이 ‘천재’라 부를 만큼 타고난 전략가에 자신감도 넘친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항상 승리 장면만 생각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패배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펠레(브라질)와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동시대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2007년 말 영국의 한 방송 해설자는 20대 초반의 두 선수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만 해도 이를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축구 황제’ 펠레(70), ‘축구 신동’ 마라도나(50)와 이들을 동급으로 놓기엔 시기상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정확히 3년이 흐른 지금 이제 이 말을 부인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축구 팬들은 이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 특급’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 얘기다. 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세계 축구계를 양분했다. 포문은 호날두가 먼저 열었다. 2007∼2008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메시가 반격에 나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년 만인 2009년 온갖 상을 휩쓸었다. 지난 시즌에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메시가 현재로선 더 우세하다. 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올 시즌부터란 평가다. 스페인 이적 첫해인 지난 시즌 적응기를 마친 호날두가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시즌의 3분의 1가량이 지난 17일 현재 두 선수는 17골(메시 13경기, 호날두 15경기)로 리그 득점 공동 선두. 득점 3위와는 7골 차까지 벌렸다.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메시의 손을 들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메시에겐 ‘패스 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최고의 조연이 있다. 바르셀로나가 득점력이 더 낫고, 공격 패턴 역시 메시를 정점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라고 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메시의 경기력이 더 꾸준하다. 문전 앞 침착함이나 슈팅 대비 득점 비율도 메시가 높아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호날두에게도 기회가 충분하다는 평가.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올 시즌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메수트 외질에 카카까지 조만간 부상을 털고 복귀하면 호날두 역시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만 3골을 폭발시킨 무회전 프리킥도 점차 위력을 더하는 상황. 팀에서 페널티킥 등 득점 기회를 몰아준다는 점도 호날두에게 플러스 요인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 대체로 농구 선수들은 심판에게서 파울을 지적받으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선수에게 했을 때만큼은 다르다. 심판에게 달려가 자신이 잘못했다는 표시로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 말한다. “제가 파울했어요.” ‘핵-어-샥(Hack-a-shaq).’ 미국프로농구(NBA)의 ‘공룡 센터’ 샤킬 오닐(38·보스턴·216cm)을 막는 방법은 파울이 최고다. 2000년대 초부터 유행한 이 전술은 오닐의 약점인 형편없는 자유투 성공률(통산 52.7%)을 노렸다.#2. 한국 농구의 대들보인 센터 하승진(25·KCC·221cm).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압도적인 높이와 힘을 갖췄지만 4쿼터만 가면 위축된다. 그가 찬스를 잡을 때마다 상대 팀은 가차 없이 파울로 끊는다. 그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48.2%. 골밑슛이 포함되긴 했지만 야투 성공률(64.3%)보다 한참 낮다. 덕분에 하승진과 샤킬 오닐의 이름을 합성한 그의 별명 ‘하킬’을 빗대 ‘핵-어-하킬’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근 끝난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승진이 자유투 성공률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도 결승전 등에서 활용 폭이 넓었을 것” 이라며 아쉬워했다.》○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아골대로부터 거리는 고작 4.225m. 방해하는 선수도 없고, 숨 고를 시간도 충분하다. 그래서 ‘자유투(自由投)’, 영어로는 ‘Free throw’로 불린다. 하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게 또 자유투다. 과거 슛 도사로 이름을 날린 이충희 전 오리온스 감독은 “자유투는 넣어야 본전으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더 부담되는 게 자유투”라며 “자유투를 지배하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자유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하위권에 속한 4팀 모두 자유투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와 오리온스, 모비스는 팀의 구심점인 주축 용병들의 자유투 성공률이 뚝 떨어진다. 특히 올 시즌 최고 용병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리온스 글렌 맥거윈의 낮은 자유투 성공률(45.9%)은 팀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됐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정말 답답하다. 에이스의 자유투가 불안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불안감이 전염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오리온스는 현재 팀 평균 자유투 성공 횟수 꼴찌다. KCC는 주축 용병의 자유투가 괜찮지만 용병급 활약이 필요한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이 저조해 허재 감독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승부처 희비? 자유투에 물어봐 “해피 바이러스죠. 자유투가 초반부터 잘 들어가면 다른 것도 잘돼요.” 모비스 가드 양동근(29)은 자유투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기본적인 자유투가 잘 들어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슛 감각이 좋아져 경기가 잘 풀린다는 얘기다. 반대로 자유투가 안 들어가면 경기가 꼬일 가능성이 높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자유투를 못 넣으면 그걸 만회하려고 무리하다 다른 실수까지 하게 된다”고 했다. 자유투는 특히 승부처에서 중요하다. 4쿼터 접전 상황에서 감독들은 가장 먼저 상대 팀의 자유투 성공률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파울 작전 등 전술을 운용할 때 어떤 선수에게, 어느 시점부터 파울을 할지 자유투를 중심으로 손익계산서가 그려진다. 조성원 SBS-ESPN 해설위원은 “올 시즌 전자랜드가 특히 4쿼터에 뒷심을 발휘하며 잘나가는 이유는 노련하고 슛이 좋은 문태종(35)이란 걸출한 슈터가 합류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방법은 달라도 목표는 “자유투를 잡아라” 이렇다 보니 감독들은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오리온스는 자유투 훈련 때 혼자 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실전처럼 동료들이 모여 슛 던지는 선수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준다. 벌칙도 있다. 강을준 LG 감독은 “일정한 자유투 개수를 정한 뒤 성공하지 못할 경우 체력 훈련을 시킨다”고 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자유투만큼은 훈련 때도 쏘는 자세와 성공률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NBA에선 오닐 등 몇몇 선수에게 자유투 전담 코치가 있었다. KCC도 하승진에게 전담 코치를 붙여주는 방법까지 생각했다. 채찍보다 당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창진 KT 감독은 “자유투를 못 넣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지만 한번 주눅 들면 안 들어가는 게 자유투이기에 항상 억지로라도 웃어주는 편”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보통 자유투를 쏘기 직전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 손에 침을 묻히기도 하고, 공을 몇 번 튀기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선수도 있다. 모두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프로농구 통산 자유투 성공 1위 서장훈(전자랜드·2023개)은 이렇게 말했다. “코트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비워야 할 때가 자유투를 쏠 때죠. 무심(無心)해야 어깨에 힘을 뺄 수 있거든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프로농구판에서 먼저 떠오르는 감독은 누굴까. 전창진(KT)과 유재학(모비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두 사령탑은 1963년생 동갑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37년지기다. 농구 철학도 비슷하다. 개성 강한 선수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을 단련시킨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다. 친구지만 코트에서만은 양보가 없다. 둘을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최대 라이벌로 여겨서인지 맞상대할 때 평소보다 승부욕이 더 불타는 것 같다”고 전했다. KT와 모비스가 맞대결을 펼친 14일 부산 사직체육관. 경기 직전 두 감독은 간단하게 인사만 주고받았다. 상기된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전 감독은 “유 감독과 사적으론 친구지만 코트에선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 아니냐. 이기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상위권에 있는 KT와 최하위 모비스의 대결. 경기 전까지만 해도 KT의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라이벌전은 역시 달랐다. 선수들이 투지를 불태운 모비스가 전반에 오히려 40-38로 앞섰다. 하지만 뒷심에서 차이가 났다. 찰스 로드가 2쿼터 17점에 이어 3쿼터에 10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끈 KT가 역전에 성공한 뒤 점수 차를 벌리며 결국 80-63으로 이겼다. 코트에선 치열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두 감독은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유 감독이 악수를 건네며 “축하한다”고 하자 전 감독은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승리로 13승 5패가 된 KT는 전자랜드, 동부와 함께 공동 1위가 됐다. 대구에선 KCC가 오리온스를 89-67로 꺾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수상자들은 누구에게 투표?“형, 빨리 나가요.”(한화 류현진) “아니야. 네가 될지도 몰라.”(롯데 이대호) ‘선수들이 직접 뽑은’ 상이라 더 의미 있는 동아스포츠 대상. 관심은 단연 올해 타격 7관왕 이대호와 2개의 투수 타이틀을 거머쥔 류현진이 맞붙은 야구 수상자에 쏠렸다. 발표 직전 잠시 긴장된 순간. 수상자로 ‘이대호’가 호명되자 가장 먼저 축하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그것 봐”라는 애교 섞인 핀잔을 주며 환한 미소와 함께 이대호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다. 수상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대호와 류현진. 본인이나 소속팀 선수에게는 표를 주지 못하도록 한 투표 방식에서 두 선수는 올해의 선수로 누구를 뽑았을까. 역시 1순위로 서로를 지목했다. 이대호는 “현진이도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공동 수상한다는 생각으로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프로축구 제주 돌풍을 이끌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공격수 김은중(제주 유나이티드)은 1순위로 수비수 현영민(FC 서울)을 적었다. 그는 “현영민이 살림꾼 역할을 하며 서울의 팀 분위기를 바꿨다. 정규리그 서울 우승의 숨은 주역”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 배구 올해의 선수 석진욱(삼성화재)이 꼽은 1순위는 신영석(우리캐피탈). 공수에서 팀 전력의 핵심이란 게 이유였다. 여자 배구 올해의 선수 양효진(현대건설)은 “세터 놀음인 배구에서 최고의 세터 사니 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흥국생명 김사니를 1순위로 지목했다. 여자 농구 수상자로 선정된 정선민(신한은행)은 1순위로 박정은(삼성생명)을, 여자 골프 이보미(하이마트)는 같은 하이마트 소속의 유소연을 꼽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40)은 항상 웃는 낯이다. 젊은 사령탑답게 정장보단 캐주얼한 패션을 선호한다. 편한 인상에 친근한 말투도 장점. 그에게 ‘형님 리더십’이란 타이틀이 붙은 이유다. ‘젊은 형님’ 신태용이 이끄는 성남이 12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경기에서 알 와흐다(아랍에미리트)를 4-1로 대파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 성남은 16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인 세계적인 명문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맞대결을 펼친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전화에서 “형님 리더십이란 별명이 마음에 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평소 팀 미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개인적인 스킨십을 통해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실제로 형이라고 부른다. 프로라면 자율적이고 편한 분위기에서 최대한의 능력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율과 방임은 엄격히 구분한다”고 강조했다. 차별도 없지만 그라운드에서 성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고참이든, 용병이든 특별대우는 없다. 또 “선수들에게 ‘예스, 노’란 말은 잘 안 해도 ‘왜’라는 부분에 대해선 꾸준히 이해시키고 있다”며 “예를 들어 맥주를 마시는 건 좋지만 경기 전날 마시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고 했다. 예의도 그가 강조하는 ‘자율 속 규율’ 가운데 하나. 신 감독은 “국내 선수들에게 용병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형이라고 부르게 한다. 예의는 팀 분위기를 잡아주는 중요한 덕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 밀란과의 경기에 대해선 “세계 최고의 팀이다. 특히 공격수 사뮈엘 에토(카메룬)의 발끝은 위협적”이라며 경계했다. 하지만 “우린 잃을 게 없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 아시아 챔피언의 뜨거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문태종(전자랜드)과 문태영(LG). 귀화 혼혈선수인 이들은 현재 프로농구에서 가장 ‘뜨거운 형제’다.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시즌 한국에 온 동생 문태영이 먼저 받았다. 평균 21.9득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엔 형이 더 주목받고 있다. 평균 득점은 동생이 많지만 순도에서 형이 앞선다. 문태종은 매 경기 승부처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4쿼터의 사나이’란 별명과 함께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 강을준 LG 감독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문태영이 지난 시즌 못지않은 득점력(평균 20.2득점)을 발휘하고 있지만 올 시즌 유독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강 감독은 “우리 팀 해결사는 태영이다. 태영이가 고비에서 분위기를 살려야 동료들까지 힘을 얻는다”고 했다. 강 감독의 기도가 통했을까. 문태영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LG가 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삼성을 103-86으로 꺾고 방문경기 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전반을 52-52 동점으로 마친 양 팀의 승부가 갈린 건 3쿼터. LG는 3쿼터에서만 9점을 집중한 문태영을 앞세워 3쿼터 끝날 무렵 8점차까지 점수를 벌렸다. 문태영은 24득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의 전천후 활약을 펼쳐 홈경기 8연승을 달리던 삼성에 패배를 안겼다. 부산경기에선 홈 팀 KT가 오리온스를 88-72로 제압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7일 경기 직전까지 프로농구 삼성의 성적표는 11승 4패. 지난 시즌 26승 28패와 대조적이다. 이유가 뭘까. 안준호 삼성 감독은 “패밀리”란 말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내가 아빠, 코치들이 엄마, 고참 선수들이 형”이라며 “지난 시즌 직후 선수단을 가족처럼 끈끈하게 묶는 데 비중을 뒀다”고 했다. 호통 대신 칭찬,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항상 겉돌던 포워드 이승준은 팀에 녹아들며 에이스로 거듭났고, 주전과 후보의 경계가 무색할 만큼 선수들이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에 앞장섰다. 아시아경기 기간 대표팀에 차출됐던 이규섭은 “몸은 대표팀에 있었지만 삼성 경기 때마다 항상 밤에 전화를 걸어 동생들과 경기 얘기를 나눴다”며 웃었다. 삼성의 자신감은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앞 선에서부터 강력한 압박 수비로 상대를 몰아붙였고,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결국 73-61로 삼성의 대승. 인삼공사는 이날 약점으로 지적된 높이(리바운드 27 대 39)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은 이승준이 22득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이날 승리로 12승 4패가 된 삼성은 선두 전자랜드와의 승차를 반 게임으로 좁혔다. 대구 경기에서는 KCC가 오리온스를 94-89로 제압하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