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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특공대와 군 폭발물 처리반이 여성부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박모 씨(22)가 112상황실에 보낸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와 광주 모 교회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문자메시지는 거짓 신고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집회와 달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시위는 여러 사람이 도로, 광장, 공원 등을 행진하거나 위력(威力)을 보이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까지 시위대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거리 행진을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야간 집회 신청은 받았지만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하겠다는 신고는 아예 접수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지속하면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불응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돼 강제 해산을 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야간 행진이 허용되면 교통 체증과 소음 발생 증가 등 시민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몰 직후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대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민파업대회 당시 행진을 하던 시위대는 오후 5시 4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교 남단 및 롯데호텔 앞 차로를 무단 점거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4차에 이르는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가 오후 6시 50분에야 해산해 퇴근하려는 직장인 등이 교통 체증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 시위대는 당일 서울 지역의 일몰 시각인 오후 6시 21분 이전에 해산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시위대가 신고된 행진 경로를 준수할 경우 해산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야간 행진에 따른 소음 관련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10년 7월 이후 시위(행진)가 아닌 야간 집회는 전면 허용돼 왔다. 이에 따라 야간 집회는 매년 급증해 왔고 소음 관련 민원이 발생한 야간 집회도 2012년 320건에서 지난해 400건으로 증가 추세다. 야간 행진까지 허용되면 집회 장소 근처뿐 아니라 시위대의 행진 경로를 따라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이 늘 것으로 보인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야간 옥외집회가 24시간 허용된 뒤 야간에 대규모 집회가 많이 열렸다”며 “시위까지 밤늦은 시간대에 허용하면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진숙 씨(45)는 “종로구는 집회 시위가 잦아 낮에도 교통이 마비됐는데 퇴근시간이 겹치는 야간 시간대에 대형 집회·시위가 열린다면 교통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형식 씨(43)는 “야간에는 충돌이 생길 경우 주간보다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야간 시위를 시간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민영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헌재가 밤 12시 이전의 시위에 대해서만 한정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입법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위 허용 시간대를 밤 12시로 한정하면 철야 시위를 벌이려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앞으로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력의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야간 시위가 도로 점거나 건물 침입 등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주간보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나 장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jjj@donga.com·권오혁 기자}

경찰이 파고다교육그룹 박경실 회장(59·여)의 살인예비음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박 회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으며 불응 시 이르면 25일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회장을 소환해 자신의 운전기사인 A 씨에게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70)의 측근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A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고 전 회장의 측근 B 씨를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월 18일에 서울 서초구 파고다어학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압수수색을 통해 찾은 물증도 거의 없어 아직까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A 씨는 7차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처음엔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인정을 했다가 이후 폭행이라고 증언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은 살인예비음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회장 측은 경찰의 압수수색 직후인 2월 20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A 씨를 운전기사로 고용한 사실은 있으나 박 회장이 A 씨에게 고 전 회장 측근인 B 씨를 살해하라고 한 사실은 없다”며 “A 씨와 B 씨가 공모해 경찰에 박 회장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제보하였고 경찰은 A 씨 진술에 의존하여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채널A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회장의 운전기사 A 씨는 박 회장 전 비서인 C 씨와의 대화에서 “걔들이 1년에 한 3건인가 처리를 해, 이런 일을” “자금은 조선족들인데 이제 마지막에…특수부대 애들” “나 4억9000(만 원) 받았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녹취록에는 살해 지시를 내린 사람이 박 회장이라든가, 살해 대상이 B 씨라는 내용은 없다. 경찰은 녹취록이 참고자료일 뿐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1979년 결혼한 박 회장과 고 전 회장 부부의 경영권 다툼은 2004년 박 회장이 남편인 고 전 회장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이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재산권 다툼이 심해지면서 2012년 3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 전 회장은 박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은 1월 16일 1심 판결에서 회삿돈 10억 원을 성과급 명목으로 빼돌려 쓴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이 자신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사건을 무마하고자 브로커 서모 씨(46)에게 9억1800만 원을 건네고 경찰에게 로비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찬 채널A 기자}

배우 송윤아 씨(40·사진)가 2009년 배우 설경구 씨(46)와의 결혼 이후 쏟아진 악성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송 씨 측이 송 씨 부부에 대해 노골적인 비방과 욕설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송 씨는 24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인터넷상 허위의 블로그나 악성 댓글로 인하여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이 올린 글에는 송 씨 부부가 결혼 전부터 동거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씨는 2006년 전처와 이혼한 뒤 2009년 송 씨와 재혼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KT114 전화국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모 씨(45)는 3월 5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kt 직원이라고 밝힌 상담원은 박 씨에게 “114 이용자가 해당 지역 부동산 문의를 할 경우 고객님의 업체를 먼저 안내해주는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상담원은 선심 쓰듯이 저렴한 비용에 인터넷 ‘블로그 광고’까지 해준다며 경쟁 업체들이 가입하기 전에 얼른 가입하라고 박 씨를 설득했다. 업체 홍보가 간절했던 박 씨는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에 인터넷 광고까지 해준다는 말을 듣고 2년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박 씨가 카드로 39만6000원을 결제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광고 효과는 전무했다. 고객 방문도 늘지 않고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업체에 대한 어떠한 광고 글도 찾을 수 없었다. 수상하게 생각한 박 씨는 19일 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업체 측은 “우리들은 KT와 관련이 없다”며 지불한 비용을 전액 환불해줬다. KT의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를 사칭해 자영업자들로부터 수십만 원을 챙기는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올해 들어 유사한 사기 피해를 본 자영업자만 수십 명에 이르렀다. 지역, 업종을 불문하고 피해가 확인됐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 건수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는 114 이용자가 업종 또는 불특정 상호로 문의할 때 우선번호안내 가입 고객의 전화번호를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강남역 근처 꽃집 알려주세요” “혜화동 부동산이오” 등의 문의가 접수되면 114 상담원은 우선번호안내서비스에 가입한 업체 중 한 곳을 알려준다. 일부 영업대행사가 우선번호안내서비스의 영업 및 가입자 관리 등 서비스를 대행하지만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KT의 자회사인 ktis(서울·경기·인천·강원권 담당)와 ktcs(충청·경상·전라·제주권 담당) 등 두 군데뿐이다.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를 사칭하는 업체들은 KT△△, 114▲▲ 등의 유사 상호명으로 고객을 혼동하게 해 영업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이런 업체들은 실제 인터넷·모바일 광고업체로 114를 사칭해 서비스를 안내한 뒤 블로그 광고나 포털사이트 검색 광고 등을 함께 제공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고객이 가입 후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인터넷에 올린 블로그 광고를 보여주며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항의가 거세지면 빠르게 환불 처리를 해줘 대부분 환불을 받은 고객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곤 했다.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광주의 한 산부인과 원장 A 씨는 “업체에 직접 전화하기 전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당하고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를 사칭하는 업체들의 사기 상술에 대해 ktcs 측은 사법 처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ktcs 관계자는 “KT나 114라는 이름이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어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고를 받고 (사칭)업체들에 연락을 하면 자신들은 광고 제작 등 정당한 영업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ktcs 측은 우선번호안내서비스 사칭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사칭 주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명주근린공원은 신반포성심24차아파트, 한신13차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붙어있어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부나 노인들의 놀이터 및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약 2주 전부터 이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집회가 열리고 있어서다. 건설노조 수도권 서부건설기계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인천 옹진군 대청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덤프차량 사고 보상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본사가 공원 옆에 있기 때문이다.○ 경고에도 아랑곳 않자 ‘전원 차단’ 19일 오전 10시경 어김없이 집회가 시작됐다. 노조원 100여 명이 현장에 모였다. 확성기를 통해 ‘건설현장 차량사고 무책임한 롯데건설 규탄한다’는 구호와 함께 롯데건설에 대한 성토가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구호와 노랫소리는 커졌고 주위 건물에 부딪혀 울려 퍼졌다. 현장을 지키던 경찰이 소음측정기를 켜고 측정에 나섰다. 소음은 기준치인 65dB(데시벨)을 훌쩍 넘겨 최대 70dB까지 올라갔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거지역과 학교의 경우 주간에는 65dB 이하, 야간에는 60dB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경찰은 오전 10시 35분경 주최 측에 ‘소음유지 명령서’를 전달했다. ‘소음유지 명령’은 경찰이 5분 내 두 차례 소음을 측정한 결과 허용 기준치를 넘을 경우 그 이하로 유지할 것을 주최 측에 명령하는 것. 그러나 노조의 집회 소음은 잦아들 기색이 없었다. 경찰은 오전 11시 15분경 이번에는 ‘소음중지 명령서’를 추가로 전달했다. 허용 기준을 넘는 소음을 내지 말라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음은 65dB을 계속 넘었다. 경찰은 구두로 “소음 기준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구두경고는 세 차례 더 반복됐다. 집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소음은 줄어들지 않았고 급기야 오후 4시 23분경 경찰은 차량에 장착된 확성기의 전원을 10분간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주근린공원 앞은 주거지역으로 주민들의 주거권 보호 차원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대응한 것”이라며 “평소에도 이 지역에 집회가 많아 소음에 대한 민원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 “집회 자유 있지만 소음피해 견딜 수 없어” 명주근린공원 근처 주민들은 집회가 열리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견디기 어려워했다.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이른 아침부터 확성기 소리가 들리니 잠을 못 잔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이 꽤 있다”며 “수시로 집회가 열려서 소음이 그치질 않는다”고 밝혔다. 주민 최모 씨(62)는 “저 사람들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까 저렇게 하고 있겠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들리는 소음 때문에 편히 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서에는 “아들이 밤에 일하고 와서 자려고 하는데 집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 “할머니가 집회 소리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신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주거지역뿐 아니라 도심 집회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도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장 대응을 점차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음 기준을 초과해도 거의 대부분 집회가 끝나고 나서 (입건 등의) 조치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현장에서 경찰이 소음을 낮추라고 경고하고 중단 명령을 내렸는데도 집회의 소음이 기준치를 넘으면 확성기의 전원을 차단하거나 확성기를 경찰이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등 현장에서 바로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8일 부산 남구 동명대 세계선센터에서 요가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요가 동작을 배우고 있다. 동명대는 지난해 10월 이곳을 개원하고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참선, 차문화, 요가힐링, 가족행복 나누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양과목으로 편성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처음엔 이사를 가려고 했어요. 집에 체리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자꾸 생각이 나니까….” 지난달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숨진 고(故) 윤체리 양의 아버지 윤철웅 씨(49)는 딸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윤 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밖을 돌아다닐 때 딸 또래의 아이나 딸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걸 보면 눈길이 머물고 슬픔이 밀려온다. 14일 오후 기자가 경기 광주시의 집을 방문했을 때 윤 씨는 딸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 씨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학교 과제로 부모님께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있을 때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 때’라고 하더라. 이 글을 엄마랑 아빠랑 읽게 된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못하고 쑥스러워 자꾸 뒤로 빼서 미안하고 또 고맙고 사랑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 씨는 편지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붕괴사고 사망자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윤 양의 어머니 이한나 씨(38)는 딸이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준 초콜릿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씨는 베트남어를 전공한 뒤 함께 사업을 하자면서 꿈을 키우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끝내 울먹였다. 사고 당시 중상을 입은 장연우 씨(19)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는 대퇴부와 다리 관절뼈가 완전히 부러진 데다 조직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괴사가 나타나 아홉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장 씨의 어머니 이정연 씨(53)는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다. 이 씨는 “합동영결식이 끝나고 유족 합의가 끝나자마자 연우에게 오는 병문안 발길이 딱 끊겼다”며 “이겨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아이인데 이대로 잊혀지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장 씨를 포함한 부상자 10명은 아직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와 함께 건물에 깔려 3시간여 만에 구조된 이연희 씨(19)도 부산대병원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상자뿐만이 아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S)을 호소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부산외국어대 재난심리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학생은 300여 명으로 이들은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측은 상담을 받은 학생 중 10%는 불안감이 심해 집중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임현석 lhs@donga.com·권오혁 기자}

“봉식이가 죽어서라도 유명해졌네요. 소식 듣고 많이 우울했는데 많은 관심 받는 걸 보고 쓸쓸하게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위안이 됩니다.” 무명 단역 배우 우봉식 씨의 자살 기사(본보 11일자 A12면)가 나간 뒤 우 씨의 지인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우 씨의 죽음이 알려지고 인터넷에는 추모와 애도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우 씨의 형도 우 씨의 블로그를 통해 “형제들이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만 있었다면 동생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가난한 예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곽지균 감독, 2011년 작가 최고은 씨, 2012년 배우 정아율 씨, 2013년 배우 김수진 씨와 가수 김지훈 씨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인들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1년 ‘최고은법’이라고 하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산재 보험료 지원 등 예술인에 대한 복지지원과 교육이 주된 내용으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시킬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의 ‘복지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예술 활동 증명’이 필요하다. 2007년 이후 작품 활동이 없던 우봉식 씨처럼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 ‘예술 활동 증명’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국방송연기인협회 박유승 사무총장은 “경력 단절 예술인 심의 시스템이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아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예술인을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마련됐지만 아직 시행 초기여서 현장에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우 씨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예술인에 한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월 100만 원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알고 신청했다면 긴급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씨의 경우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인해 한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비슷한 처지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예술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주연에 비해 조연, 단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5000명 넘는 조합원 중 연간 수입이 1000만 원 미만인 사람이 70%에 육박한다. 배우를 하며 생계난을 극복하고자 투잡(two-job)을 뛰는 경우도 많다. 오늘도 톱스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청춘들이 많다. 지금도 어디선가 방황하고 있을지 모를 ‘제2의 우봉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은 이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권오혁·사회부 hyuk@donga.com}

우봉식 씨(43·사진)의 꿈은 ‘배우’였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게 좋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1983년 열두 살 때 MBC 드라마 ‘3840유격대’를 통해 데뷔했다. 1990년 안양예고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연극 영화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을 조금씩 알려 나갔다. 그는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연기에 귀천은 없다’는 생각에 스턴트맨까지 하다가 허리 등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정한 배우가 될 날을 기다리며 참고 견뎠다. 그러나 우 씨의 믿음과 현실은 거리가 있었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에서 ‘팔보’ 역으로 출연한 뒤 이렇다 할 배역을 맡지 못했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우 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야만 했다. 그는 꿈이 멀어진다는 생각에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고향 충남 예산에 사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아들 걱정이 많았다. 이를 지켜보는 우 씨는 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극도로 의기소침해졌고 술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우 씨는 몇 해 전부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석 직후에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집 안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벌거벗은 채 집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극도의 좌절감에 빠진 우 씨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우 씨는 9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자신의 월셋집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우 씨의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며 주인집에 문을 열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주인집 딸이 숨진 우 씨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우 씨는 이미 하루 전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 씨와 알고 지냈다는 한 이웃은 “마음씨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잘 안된다’며 괴로워했다. 배우로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정우 채널A 기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60대 남성이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해 90대 노모를 곁에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수서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어머니 A 씨(93)와 함께 살던 김모 씨(61)가 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김 씨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80만 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몇 해 전부터 일자리가 없이 생계 급여에 의존해 살아 온 김 씨는 대장암에 우울증, 고혈압, 위장병까지 앓으면서 괴로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런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평소 복용하던 우울증 약 등을 한꺼번에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의 유족은 김 씨가 사건 이틀 전부터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건 전날 김 씨가 잠자리에 들며 노모의 손을 꼭 잡고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를 두고 가야 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됐으나 유족은 가정 형편상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했다. 강남구청은 대한적십자와 협의 해 김 씨의 장례를 위해 무료영구차를 제공하고 김 씨의 어머니에게는 요양시설 입소를 안내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구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가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복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손녀 교복 찾으러 불길 뛰어든 할머니 구하려다 여고생 숨져▼여고생 손녀의 교복을 챙기기 위해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간 할머니를 구하려고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든 여고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오전 9시 26분경 충남 예산군 오가면 박모 씨(47)의 집에서 불이 나 Y여고 신입생인 박 씨의 딸(17)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양은 할머니 이모 씨(63)와 함께 집에 있다가 불이 나자 집 밖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이 씨가 박 양의 교복을 챙기겠다며 집으로 다시 들어갔고 이를 알게 된 박 양이 잠시 후 뒤따라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할머니는 교복을 갖고 탈출했지만 박 양은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집 거실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박 씨는 이날 아침 농사일을 하러 외출한 상태였다. 이 씨는 “손녀가 새로 구입한 교복이 생각나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갔다 돌아와 보니 손녀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고교생이 됐다며 교복을 애지중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거 예쁘네요. 잘 포장해 주세요.” 이창근 씨는 문구점에 진열된 마론 인형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금발에 날씬한 몸매, 커다란 눈에 화려한 원피스 차림. 2007년 성탄절을 보름 앞두고 이 씨는 리본으로 포장된 마론 인형 선물상자를 들고 동네 문구점을 나섰다. 딸 혜진이(당시 11세)가 며칠 동안 “사줘, 사줘” 노래를 부르던 마론 인형이었다. 이 씨는 집에 가자마자 선물을 건네고 싶었지만 딸에게 ‘깜짝 선물’로 주기 위해 참았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딸 모습을 생각하며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늦둥이로 얻은 딸은 애교가 넘쳤다. 매일 휴대전화에 딸 이름이 적어도 열 번은 떴다. 인쇄소를 다니던 이 씨는 한창 바쁜 중에도 휴대전화에 뜬 딸 이름은 외면하지 못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빠, 뭐해? 아빠, 어디?” 딸이 큰 소리로 물었다. “응! 우리 딸! 아빠 일해요!” 이 씨는 인쇄기 돌아가는 소음에 목소리가 묻힐까 봐 소리치듯 대답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급하고 행복했다. 12월 25일 성탄절. 혜진이는 교회를 다녀오던 길에 납치를 당했다. 실종 77일째인 2008년 3월 11일 혜진이는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딸의 장례를 치른 뒤에도 이 씨는 마론 인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남은 가족들은 이 씨가 품에 마론 인형을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딸을 위해 준비했던 성탄절 선물이 딸의 유품이 됐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론 인형을 품고 다녔다. 집에 있을 때면 마론 인형을 앞에 앉혀 놓고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가족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딸을 잃은 지 약 6년 2개월 뒤인 3일, 이 씨는 자택에서 숨졌다. 주변 사람들은 “이 씨가 혜진이를 잃고 술에 의지해 살았다”고 말했고 경찰은 급성 심근경색을 사인(死因)으로 추정했다. 5일 오후 2시 반. 이 씨의 유골은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안양 청계공원 묘지에 묻혔다. 이 씨가 묻힌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묘. 딸 혜진이가 묻힌 자리다. ‘고 이혜진의 묘, 1997.12.18∼2008.3.11, 부 이창근…, 못다 이룬 꿈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펼치거라.’ 이 씨의 묘비는 이름, 생년, 사망일자 등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청계공원 묘지에는 가족 친척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그중 누구도 마론 인형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안양=여인선 insun@donga.com / 이은택 기자}
“400만 원짜리 자동판매기 1대를 팔면 10%의 수당을 주고 1년 4개월이 지나면 최초 투자금의 2배를 지급합니다.” 모텔용 성기구·음료수 자판기를 판매하는 다단계업체 대표 김모 씨(49)의 설명에 사업설명회장이 술렁거렸다. 그의 설명에 현혹된 주부들은 앞다퉈 투자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2005년 2월부터 회원 1670명을 모집해 투자금 627억 원을 챙겼다. 대부분이 40, 50대 주부인 피해자들은 최소 400만 원에서 최대 4억8000만 원을 투자해 자판기를 구입했다. 김 씨는 사업 초기 약속한 수당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다가 2006년 2월 돌연 모습을 감췄다. 8년여간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숨어 지내던 김 씨는 지난달 25일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 씨와 동거인인 부사장 박모 씨(48·여)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살고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 씨와 박 씨를 구속하고 자판기 제조업체 사장 김모 씨(5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근 일주일 사이 네 가정이 생활고와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버렸다. 이들은 행복했던 서민층 가정이었으나 병마와 실직으로 졸지에 ‘틈새 빈곤층’이 됐다. 그중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정부 지원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신설된 복지제도에 따라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배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긴급지원제도 몰랐던 세 모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의 어머니 박모 씨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했다 해도 식당일을 하는 동안 월 150만 원가량의 소득과 30대 두 딸의 추정 소득을 고려한다면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인 3인 가족 최저생계비 132만9118원을 넘어서 지정될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세 모녀를 구할 수 있었던 ‘동아줄’은 남아 있었다. 보건복지부 긴급지원제도는 최저생계비의 150% 이내 소득자 중 위기에 직면한 이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한다. 팔이 부러져 실직한 박 씨는 지원 요건 중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한 경우’에 해당됐다. 24시간 상담을 지원하는 보건복지콜센터(129)로 전화하거나 주민센터에 요청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 복지정책과 긴급지원 담당자는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이나 ‘실직’을 위기사유로, 3인 기준으로 한 달에 88만900원씩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지원은 3∼6개월간 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의 200% 소득 가구도 같은 방법으로 서울시 복지재단 희망온돌사업의 위기긴급 기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모녀가 남긴 70만 원의 공과금 봉투에서 보듯 틈새 빈곤층엔 당장 내야 할 돈이 큰 부담이 된다. 이 경우 구 단위나 복지재단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긴급 구호사업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는 200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성금을 재원으로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가정 방문을 거쳐 위기 가구 3∼4인 기준 최대 35만 원을 4일 이내에 지급받을 수 있다. 성북구는 올해 초부터 동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긴급구호지원을 실시하고 빈곤층 환자와 지역 병원의 일대일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중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동절기 쪽방 가구에 단열장치를 설치하고 난방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치료비 부담에 빚까지 졌지만 도움 요청 안 해 2일 서울 강서구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된 50대 부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며 생활고를 겪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료비 부담으로 제3금융권에 빚을 지기도 했다. 이들처럼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 부담으로 빚을 지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암, 뇌혈관, 심장질환, 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질환 상태, 가구의 소득 및 재산기준, 의료비 수준을 고려해 본인 부담금의 50∼70%(최대 2000만 원)를 지원한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김민영 사무국장은 “이들 부부가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알고 신청했다면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제도는 암 수술비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비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서도 각종 검사, 치료 등 의료서비스 비용을 최대 2회, 회당 300만 원 이내로 지원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는 이러한 ‘동아줄’을 알려줘야 할 사회복지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이들도 틈새 빈곤층을 찾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 3487곳을 모두 합쳐 사회복지업무만 전담하는 공무원은 7110명에 불과하다. 1인당 맡아야 할 복지 대상자는 814명이나 돼 한 달에 한 번 찾아가기도 어렵다. 또 새 복지제도를 소개할 때 동 소식지나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에 그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복지 대상자가 고령이거나 컴퓨터 이용이 불편한 장애인인 경우 전화나 문서 등으로 직접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곽도영 now@donga.com·권오혁 기자}

김모 씨(57)는 1일 오후 9시 23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 들어와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길이 43cm짜리 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나오더니 매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A 씨(48·여) 바로 옆에 앉아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왼손에 든 칼을 자기 목에 대고 오른손의 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미행해 죽이려 한다” “위협을 느껴 불안하다” “나를 한 방에 죽여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10여 명이 제과점 안에 들어섰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A 씨가 다칠 우려가 컸다.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장(48)은 현장 사진을 찍어 서울지방경찰청 인질협상팀에 보내고 전화로 조언을 청했다. 인질범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이 팀장은 제과점 안에 있던 경찰 일부를 내보내고 여경인 김은지 경장(32)을 불러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김 경장은 김 씨에게 “이마에 피는 왜 나는 건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곧이어 여성 최초의 강력계장인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46)이 합류해 김 씨를 안정시켰다. 처음엔 “너희들도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경계하던 김 씨는 세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 계장이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이 분(A 씨)도 당신처럼 고통을 느껴야겠느냐”고 설득하자 김 씨는 2일 오전 0시 13분 A 씨를 풀어줬다. 이후 김 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이 팀장은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야기하자”며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김 씨는 곧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2일 0시 24분 제 발로 나오는 듯 했던 김 씨는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 이 팀장에게 제압당해 끌려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가 “4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고 지난해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김 씨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식당 일마저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1일 오후 9시 15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은 뒤 제과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2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함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는 발표에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기성정치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출범한 새정치연합이 결국 현실정치와 타협했다는 실망감이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야당의 출현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특히 새정치연합을 지지했던 시민들 사이에서 '잘한 결정'이라는 반응과 '실망했다'는 반응이 엇갈려 향후 지지층 변동을 예고했다. 한상진 씨(28)는 "세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 다가오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반면 정성일 씨(61)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한 사람으로 걱정이 앞선다"며 "기성 정치 안으로 들어가는 현실적인 절충안을 선택한 거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정연우 씨(25)는 "새누리당이 전부 만족스럽지 않아 새정치연합도 지켜보고 있었는데 실망이 크다"며 "야당에 대한 호감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당의 미래에 대한 전망 역시 엇갈렸다.지지 정당이 없다는 김모 씨(31는 "현실정치와 타협한 것 같아 실망스럽지만 시들어가는 민주당 대신에 그나마 제대로 된 제1야당의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권정진 씨(65)는 "지금이야 민주당이 형세가 위태로우니까 세를 합치려고 하지만 노련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주도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새정치연합이 민주당에 흡수당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 지지자 박현수 씨(30)는 "기존 정치세력과의 통합은 새로움이 없는 몸집불리기에 불과해 실패를 답습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 덕분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도 신당 창당에 대한 반응으로 뜨거웠다. 찬반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략적 이해에 따라 정당 이합집산이 벌어졌다며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한 누리꾼(@mindg***)은 트위터에 "오늘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대표의 신당창당 합의를 보면서 DJ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됨"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도(merr****)도 관련 뉴스에 '선거 때마다 급조되는 기획정당들. 이런 게 구태정치지. 이런 이벤트 지겹지도 않나'라고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권오혁 기자hyuk@donga.com 주애진기자 jaj@donga.com}

전북 임실군 임실읍 3·1동산에는 선조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담은 3·1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임실은 독립선언문 작성자이자 민족대표 33명 중 한 명인 자암 박준승 선생과 일제로부터 조국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항일의병 투쟁을 전개하다 순국한 이석용 의병장과 28용사의 고향이다. 이곳에 세워진 3·1운동기념비는 동아일보사가 국사편찬위원회에 자문해 전국 15곳에 세운 기념비 중 하나다. 이 기념비들을 동아일보사가 직접 점검하고 개·보수에 나서면서 새 단장을 앞두고 있다. 동아일보사는 1971년부터 전국 15개 지역에 3·1운동기념비와 항일의병탑을 건립해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증했다. 이렇게 세워진 기념비와 탑은 시민들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관리 소홀로 방치돼 조형물이 녹슬고 곳곳에 얼룩이 생기는 등 훼손이 심했다. 이에 동아일보사는 지난해 4월 전국 15곳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자체의 관리를 통해 예산이 적게 드는 주변 조경 개선 등은 이뤄졌으나 오염되거나 훼손된 기념비나 조형물은 비용 부담으로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현충시설의 개·보수 시 보훈지청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지자체 관리자가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오염 및 훼손 정도가 심한 익산 영동 남원 영암 서천 5곳의 3·1운동기념비와 완도에 있는 신지 항일운동기념탑에 대한 개·보수 작업이 지난해 11월 말 이뤄졌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현충시설의 시설보수비 등은 전액 국비로 지원됐다. 올해 내로 홍천 임실 안동 영동 강진 등 다섯 곳의 시설을 추가로 개·보수하기 위해 현재 사업계획서가 보훈지청에 전달된 상태다. 현충시설 관리에 힘써온 양영두 소충사선문화제전위원회 위원장은 “대중의 관심 부족으로 기념비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던 게 사실인데 3·1절을 맞이하는 시점에 이를 되돌아보고 개·보수에 나서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민관이 협력해 현충시설을 보존 및 관리하는 데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독립운동 관련 현충시설은 모두 823개. 그중 탑이나 비석은 515개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현충시설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시설보수비 등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짧은 일회성 상봉에 대한 안타까움. 그렇게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러움. 종합편성TV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의 탈북미녀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본 뒤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함에도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기어코 북쪽의 가족을 만나겠다는 상봉자들의 절박함. 그리고 60여 년의 생이별이 만들어낸 드라마보다 더 애절한 사연에는 가슴 한 곳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단다. 박예주 씨(21)는 “수십 년간 못 보다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고령이 돼 다시 만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다가 눈물이 그치지 않아 끝까지 방송을 지켜보지 못한 탈북미녀도 있었다. 김진옥 씨(29)는 “수십 년간 헤어져 있던 가족이 상봉해 서로 부둥켜안고 얼굴 비비고 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매 사이인 80대 할머니들이 함께 앉아 있었는데 북한에 사는 동생이 더 나이 들어 보였다”며 “언니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아파 더이상 시청할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탈북미녀들은 이만갑에 출연한 적이 있는 이오환 씨(85·여)가 북측 동생들을 만났던 순간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인천으로 시집가면서 가족과 헤어졌던 이 씨는 지난해 9월 상봉이 갑자기 취소되자 몸져누워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다시 상봉이 확정되자 풀었던 선물을 챙기며 동생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서연주 씨(30)는 “할머니가 북한의 가족에게 주려고 양말이랑 생활용품 같은 것을 엄청나게 챙겼다. 양말만 100켤레를 사셨다”며 “동생한테 그것들을 전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는데 이번에 직접 가족을 만나게 돼 내 일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그래도 북녘에 두고 온 친지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은 숨길 수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중계를 봤다는 유현주 씨(36)는 “탈북자들도 저렇게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통일이 돼 마음껏 북한을 드나들며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탈북자라는 사실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주찬양 씨(24)는 “직계가족은 함께 남한으로 들어왔지만 부모님만 하더라도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며 “탈북자들이야말로 ‘21세기의 이산가족’인데 남북 관계가 더 좋아져 탈북자들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 기회도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실 씨(44)는 “실향민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는데 탈북자들은 통일 전까지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우리 발로 나왔으니깐 북한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통일이 되기 전에는 이산가족의 축에도 못 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달나라도 갈 수 있지만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이 돼 서로가 있는 곳에 가지 못하고 이산가족이 생겨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우리 안의 ‘작은 통일’을 이룬 탈북자 김현정 씨(36)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남북 간의 자유로운 왕래였다.권오혁 hyuk@donga.com·손영일 기자}
서울 광진경찰서는 문화재 수리기술 자격증을 빌려 정부기관과 지자체로부터 총 800억 원 상당의 문화재 보수공사를 낙찰받은 혐의(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건설사 대표 고모 씨(50)·단청기술자 이모 씨(67) 등 6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 등 건설업자들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 씨 등 단청기술자 41명에게 총 10억3000만 원을 주고 단청보수기술자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업체가 단청기술자·보수기술자 각 2명과 기능자 6명을 보유해야 한다는 문화재 수리 공사 자격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적발된 업체 중에는 롯데건설 등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입학 철을 앞두고 전국 각 대학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한 오리엔테이션(OT)을 열고 있다. 매년 음주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형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직후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본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관한 정보를 얻고 학내 인맥을 쌓는 취지로 마련된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이 학교 외부에서 1박 또는 2박을 하며 즐기는 ‘야유회’ 성질로 변질되면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생회가 주도하는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준비나 관리 미흡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고도 총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이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는 학교 측에서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며 “학교가 관여하는 것에 학생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자 일부 대학은 오리엔테이션 계획을 취소하거나 수정하고 있다. 건국대는 아직 오리엔테이션을 하지 않은 단과대학들의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18일 밝혔다. 동덕여대도 강원도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려던 새내기배움터(새터)를 취소키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오리엔테이션 일정 수정과 안전점검 강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딸을 둔 최성희 씨(52·여)는 “딸도 이번 주에 서울 근교로 오리엔테이션을 갈 예정인데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로 교내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온 대학들도 있다. 순천향대는 2012년부터 외부에서 진행하던 오리엔테이션을 교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실시하고 있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교내 프로그램으로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올해 오리엔테이션도 총학생회와 협의해 교내에서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18일 전국 각 대학에 외부 행사를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사고처럼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를 우려해서다. 특히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시설로 의심되면 행사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불가피하게 행사를 해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철저하게 안전조치를 하고 교직원들도 동행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권오혁 hyuk@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