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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탈락, 김승우 탈락, 송지효 탈락…. 최지우 합격, 김완선 합격….’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을 점수로 매긴 결과다. 동아일보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방송된 KBS ‘1박2일’,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의 총 30회 43시간 분량을 분석한 결과 차량 뒷좌석에 앉은 92명 가운데 8.7%(8명)만 안전띠를 맨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公人)’들이 TV에서 교통안전을 위한 기본 수칙을 무시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뒷좌석에 안전띠가 없는 차량에 탔거나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고정 출연자는 매회 출연한 것을 중복해 계산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 안하면 중상·사망률 9배 증가‘1박2일’ ‘무한도전’ ‘런닝맨’은 거의 매회 차량 이동 장면이 등장한다. 출연자들은 차 안에서 대화를 하거나 게임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이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은 장면 중 안전띠를 맨 장면은 가수 하하(하동훈)가 6회 중 2회, 김종민이 8회 중 1회, 배우 송지효는 4회 중 1회, 지석진은 2회 중 1회 등이다. 각 1회씩 출연한 배우 최지우와 가수 김완선 김태원 등 3명도 안전띠를 착용했다. 그 이외의 출연자들은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아예 매지 않았다.이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는 달리는 차 안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서 있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13일 ‘1박2일’에서 배우 김승우 등 출연자 7명은 뒷좌석을 원형으로 개조한 관광버스 안에서 탁자에 오른 채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안전띠를 맨 출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8일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하하도 달리는 버스 뒷좌석에서 일어선 채 주사위를 굴리는 등의 모습이 등장했다. 차량이 급제동했을 때 출연자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교통 전문가들은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건 목숨을 내놓고 방송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9월 시속 48km 충돌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탑승자가 부상할 가능성은 중상이 99.9%, 사망할 확률은 9.2%였다.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보다 9배나 높다. 현행법상 전세버스 및 시외버스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아 적발되면 운수회사가 50만 원, 운전자가 10만 원의 과태료를 각각 내야 한다. 승용차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실제 인명 사고가 날 뻔한 상황도 있었다. ‘1박2일’은 지난해 11월 ‘오픈카 투어’에서 일부 출연진이 적재함에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돌사고가 날 경우 안전장치가 없는 출연자는 차 밖으로 튕겨나갈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사람을 화물차 적재함에 태워 운전하다 적발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5만 원을 내야 한다.지난해 12월 16일 ‘1박2일’에서는 가수 성시경이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운전 중에 통화를 하면 운전 조작에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30배, 사고가 났을 때 중상을 당할 가능성이 6배로 높아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운전 중에 다른 행동을 하면 주의가 분산돼 사고가 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했다.○ 방송부터 안전한 운전 모범돼야남녀노소가 즐겨 보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반칙운전 사례가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도 강한 불만을 보였다. ‘1박2일’ 등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아이들에게 항상 안전띠를 매라고 가르치는데 정작 방송이 이를 지키지 않으니 황당하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출연진의 안전이 최우선 아니냐”는 비판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전문가들은 안전띠 착용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방송 등 미디어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1년 한국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1980년대부터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해 안전띠 착용률이 90%가 넘는 독일(98%) 영국(91%) 등 교통 선진국과 대조적이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교통안전 교육을 10시간 받는 것보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안전띠를 착용한 모습을 한 번 보여주는 게 시청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무한도전’ 연출자인 김태호 PD는 “촬영을 하면서 안전띠를 깜빡 잊을 때가 있다”며 “출연자들이 뒷좌석 안전띠를 철저히 매도록 해 ‘착한 예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런닝맨’의 임영택 PD도 “앞으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출연자들이 안전띠를 매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69) 아들도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퇴직한 뒤 6년 사이에 재산이 8억 원 이상 늘어난 과정과 경남 김해의 토지 매입 동기도 주목된다.○ 아들 군 면제가 핵심 쟁점정 후보자의 외아들인 정모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35)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시절인 1997년 병역 신검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1년 1월 재검사에서 수핵탈출증(일명 디스크)으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당시 정 후보자는 광주지검장으로 재직했다. 정 후보자 본인은 1967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정 검사는 8일 동아일보 채널A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2000년 장시간 운전을 하고 난 뒤 갑자기 허리가 아파 진단을 받아보니 디스크였다”며 “대학원생 시절인 2001년 재검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정 검사에 따르면 병무청은 제출받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사진이 본인의 것인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대조해 확인했으며 2001년 1월 25일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 검사는 “아버지와 상의한 뒤 (진단서 등 자료를) 취재진에게 공개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역 판정을 받은 뒤 4년간 입대를 연기한 정 검사가 디스크에 걸려 병역 면제를 받은 과정이 청문회에서 핵심 검증 대상이다.○ 로펌 고문변호사 된 뒤 예금 두 배로정 후보자가 2004년 법무연수원장에서 퇴직한 이후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검증 대상이다. 정 후보자는 2005년 12월 기준으로 공개된 2006년 재산 명세에서 11억1068만 원을 신고했지만 2011년 8월에는 19억7346만 원을 신고했다.특히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로 재직한 2006∼2008년에 예금 자산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5년 12월 기준으로 4억6018만 원이던 예금액은 2007년 12월 10억3324만 원으로 늘었다. 2008년 12월엔 차량 구입과 가액 변동 탓에 7억9317만 원으로 줄었다가 2011년 8월 다시 9억3909만 원으로 늘었다. 변호사 시절 고액 연봉이 예금 증가의 이유로 보인다.예금은 본인 명의로 8억199만 원, 부인 이름으로 8420만 원을 예치했다. 아들 정 검사의 재산은 2009년 예금액 4486만 원을 신고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택지 개발 지역에 땅 사정 후보자의 재산 중 부동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새서울(엠브이)아파트(130m²·39평·6억3200만 원으로 신고)와 경남 김해시 삼정동의 대지 466m²(약 141평·1억9537만 원으로 신고)이다.1995년 본인 명의로 매입한 뒤 현재까지 나대지로 남아있는 김해시 삼정동 대지에 대해선 취득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이 땅은 현재 공시지가는 2억38만 원이지만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따르면 5억여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에 삼정동 일대가 택지로 개발되면서 농지였던 땅값이 20배 정도로 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삼정동 땅을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정 후보자는 8일 오후 반포동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 김해시 땅에 대해 “부산 땅을 팔아 서울 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 사둔 것”이라며 “현장에 가서 보라. 투기할 지역인지…”라며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택지로 지정돼 개발 중이던 지역에 땅을 매입한 목적은 청문 과정에서 해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정 후보자는 자택인 새서울아파트를 1992년 매입한 뒤 현재까지 줄곧 이곳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8억7000만 원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부인 최 씨가 1985년 상속받아 지분 3.4%를 가지고 있던 김해시 진영읍 설창리의 임야와 밭 21.8m²는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09년 남동생에게 증여했다. 재산 공개 명세에 따르면 최 씨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대지 지분 9.43m²도 같은 해 증여했다. 증여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정 후보자의 예금과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 2억689만 원은 각각 태광컨트리클럽 골프회원권 1억6900만 원, 2009년식 그랜저 차량 3429만 원,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식 360만 원이다.조건희·김준일 기자 becom@donga.com}

1월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당일부터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은 본격적인 검증 취재에 들어갔다. 국무위원은 국정 전반을 이끄는 국가 지도자이면서도 선거 과정을 통해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취재팀은 우선 김 위원장이 대법관 시절인 1993년 첫 공직자 재산공개 때 신고한 관보 내용에서 출발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폐쇄등기부 등본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경기 안성시의 땅에 대해 “직접 매입한 땅이 없고, 모친이 손자들에게 사 준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폐쇄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두 곳의 땅에 김 위원장 어머니의 이름이 없는 점을 발견했다. 전형적인 부동산 편법 증여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안성시의 땅은 법원에서 함께 일했던 법원 서기와 공동으로 매입했으며 김 위원장이 매입 직전 그곳을 찾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취재팀은 김 위원장 두 아들의 병역 면제 과정도 반드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해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 취재했다. 장남의 대학교 동기들은 “면제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의로 체중을 감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등의 증언을 했다. 장남의 키를 확인하기 위해 현중 씨의 집 앞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김 위원장은 후보직을 사퇴한 뒤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언론에 강한 불만을 쏟아 냈다. 그는 발표문에서 “저희 내외는 물론 제 자식들, 심지어 어린 손자녀들까지 미행하면서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에 부정 입학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까지 가서 범죄인을 다루듯 조사했다”라고 썼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은 검증을 시작하며 “국무총리 후보자인 만큼 검증 과정에서 가족이나 관련자를 만났을 때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현장 기자들 모두가 이를 실천하도록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뤄지는 회의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상한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 ‘신상 털기’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써 가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검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고, 일부 언론은 그 주장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인사검증 무력화 시도’에 동조하고 있다. 특히 한 언론사는 낙마한 김 후보자가 언론 검증에 대해 털어놓은 불만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전달하면서 마치 검증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를 했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언론 탓만 하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재발되고 이에 일부 언론이 동조하는 양상이다.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며, 언론 본연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움직임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의해 벌어지는 데 대해 언론학자들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언론의 공직자 검증이 ‘신상 털기’? 언론의 공직자 검증 취재를 고의적으로 특정인을 비방, 중상해서 상처를 줄 목적으로 온갖 사생활 정보를 캐내 유출시키는 일부 누리꾼의 ‘신상 털기’와 동일시하는 일부 정치인의 인식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언론이 의도적으로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만신창이로 만든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관행을 다 문제 삼으면 어떤 성인(聖人)이라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논리로 공직자 검증을 무력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기초적인 사실 자체를 호도하는 주장이다. 대다수 정통 언론의 후보자 검증은 취재윤리를 준수하면서 진행돼 왔다. 기자들이 많은 현장을 직접 가 보고 관련자들을 어렵게 설득해서 만나는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팩트를 모아 가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주도한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가족과 지인을 취재할 때는 취재원의 정신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의를 지키고 취재하려는 바를 명확히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검증 과정에서 언론이 기준으로 삼은 잣대도 ‘성인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도덕성’이 아니었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용준 총리 후보자 검증을 주도하면서 주로 들여다본 것은 병역의무 이행 여부, 투기, 공적 의무와 일반시민에게도 요구되는 법 준수 여부였다. 일부 정치인은 언론의 검증 취재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면서 폄훼하려고 시도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의 검증 관련 단독보도에 대해 일부 정치인은 “동아일보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검증 취재는 정치와는 무관한 사회부의 현장기자들이 팀을 꾸려 스스로 취재 계획을 세우고 결과물을 내는 시스템이라는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모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인사 검증을 비난한 정치권의 반응은 ‘이중적인 말 바꾸기’라고 지적한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언론이 부실한 검증 시스템의 빈 공간을 메워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검증이 과도했다’고 불만을 표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반응”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의 ‘검증 무력화’ 동조 헌재 소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한 언론사는 인사 검증을 문제 삼는 여권의 움직임을 연일 크게 전하면서도 정작 별다른 검증 보도를 하지 않았다. 총리 후보 인선이 발표되자 후보자에 대한 미담성 기사를 많이 내보냈던 이 언론사는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29일 이후 인사 검증 방식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로 비판하는 풍토를”, 朴당선인 “40년 전 일도 요즘 잣대로 재단/ 청문회서 어릴 적 오줌싸개 얘기도 나올라”, “손주 미행당하고 가족 졸도…가정 파탄 직전” 등이었다. 기사의 제목만 보면 인사검증이 마치 사회악처럼 느껴질 정도다. 반면 이 언론사는 지난 대선 기간 안철수 전 대선후보 등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었다.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김 위원장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 언론사의 독자권익보호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이 언론사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요즘은 언론이 너무 미지근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검증을 문제화, 무력화하려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의혹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뭐든 밝혀낼 임무가 있다”며 “언론사가 그 임무를 스스로 비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월 29일 국무총리 후보에서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75·사진)이 1일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부동산 매입 과정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인사검증 보도 등에서 제기된 장남의 고의 감량 의혹을 반박할 핵심 증거는 내놓지 않았으며, 부동산 대량 매입 사실도 사실상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고의 감량을 통한 군 면제 의혹이 제기된 장남 현중 씨(46)에 대해 “원래 마른 체형이었고 고시 공부로 건강이 악화돼 체중이 면제 기준인 44kg으로 줄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교 건강기록부 등 ‘원래 마른 체형’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채널A 취재팀이 확인했을 때 키가 169cm인 그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관절 질환인 ‘통풍’으로 1994년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차남 범중 씨(44)에 대해선 “당시에도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도 약을 처방받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1970, 80년대 가족 명의로 수도권 일대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경기 안성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함께 근무했던 오모 씨가 경매 물건으로 나온 것을 싼 가격에 재매각하니 함께 사자고 권유해 각자 아들 명의로 공동매수했다”라고 밝혔다. 자녀 명의로 투자가치가 높은 땅을 매입하는 것은 당시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었다. 증여세 납부 부분에 대해선 “모친이 장손 명의로 매입하라고 65만 원인 매입 자금을 줬는데 증여 재산 공제액인 150만 원에 미달해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197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법조타운이 들어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이틀 전 서초동 땅을 두 아들 명의로 매입한 사실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 계획을 미리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라고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이어 “증여세는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이라도 (증여세를) 낼 수 있는지 국세청과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안성 땅과 서초동 땅의 현재 시가는 합쳐서 60억 원이 넘는다. 서초동 땅을 매입한 지 16년 만에 주택을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두 아들이 부담해야 할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이 상당해 집을 짓고 임대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건물을 지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도마(뜀틀)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1·한국체대)은 지난달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서 차를 몰던 중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다. 양학선의 앞에서 직진 차로를 달리던 택시가 갑자기 좌회전 전용차로로 끼어들다가 승합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목격한 것.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2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양학선은 “뜀틀이나 운전이나 방심하면 화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이건 나에게 익숙하다’는 자만심이 생길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거였다. 그는 한순간의 작은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져 인생을 망치는 일부 운전자들처럼 체조 역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라도 연습 도중 작은 실수 하나로 국제대회를 포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뜀틀 앞에선 전 세계인을 숨죽이게 만드는 양학선이지만 운전은 면허를 딴 지 갓 1년 된 초보다. 정글 같은 도로로 나설 때는 식은땀이 흐른다. 그는 “해외대회를 다녀온 뒤 한국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전쟁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런던 도쿄 등 해외 도시에선 찾을 수 없는 신호위반, 꼬리 물기, 끼어들기 등 ‘반칙 운전’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대회에서 사귄 외국 선수들이 한국 도로에 나서는 순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양학선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경기를 그르칠 뻔한 경험이 있다. 2011년 11월 스위스컵 대회를 앞두고 마루 종목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무릎을 굽혔다 펴며 손을 짚고 뒤로 한 바퀴 도는 첫 번째 동작은 최하 난도라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러나 그 뒤에 연결되는 공중회전 동작이 골치를 썩였다. 기술을 빨리 완성하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급한 마음에 첫 번째 동작에서 무릎을 충분히 굽히지 않은 채 공중회전을 한 뒤 착지하다 발목이 삐끗한 것이다. 발목에 밴드를 감은 채 가까스로 경기를 마쳤지만 귀국 후 기술 연습을 한 달가량 쉬어야만 했다. 동료 선수들이 물어봐도 차마 ‘최하 난도 동작 중 다쳤다’고 답할 수 없어 “착지할 때 타이밍을 놓쳤다”며 얼버무렸다. 양학선은 “체조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선수도 뜀틀을 우습게보지 않는다”며 “아무리 경험이 많은 운전자라도 법규를 지키고 안전하게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이름을 딴 ‘양1’(뜀틀을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 비틀어 돌며 착지하는 기술)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그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기계체조 규칙 개정으로 평가점수가 낮아졌다. 공중에서 반 바퀴 더 비트는 상위 기술 ‘양2’의 완성이 더 절실해졌다. 하지만 양학선은 “매순간 방심하지 않고 위험을 피하는 게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양학선은 연습을 위해 체조장으로 돌아가며 당부했다. “한국은 스포츠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랐잖아요. 이제는 ‘착한 운전’으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좋겠어요.”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75)의 부인 서채원 여사(73)가 1974년 매입한 서울 송파구 마천동 농지 주변이 2004년 정부의 개발계획에 따라 공공용지로 수용된 사실이 동아일보 채널A 공동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땅은 매입 시점보다 100배가량 오른 상태에서 수용됐다. 1993년 김 후보자가 공개한 재산 명세에 따르면 마천동 일대 농지 1757m²(약 532평)는 서 여사와 장모 씨(여)가 1974년 12월 30일 공동 매입한 것이다. 장 씨는 “남편들이 알아서 산 땅”이라고 밝혔다. 모 기업의 부사장인 장 씨의 남편은 28일 동아일보 채널A 공동취재팀과 만나 “50년 지기인 김 후보자와 함께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여사는 건설부(현 국토해양부)가 1971년 4월 7일 해당 지역에 도로가 들어선다는 내용의 도시계획을 발표한 지 3년 뒤인 74년 마천동 농지를 매입했다. 서울시는 2004년 이 지역에 위례성길과 성내천을 잇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m²당 29만5000원에 땅을 수용했다. 서 여사 지분의 농지 중 679.5m²(약 206평)는 2004∼2005년 수용됐다. 서 여사가 2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199m²는 아직 서 여사가 소유하고 있다. 1993년 재산 공개 당시 이 땅은 9663만 원으로 신고됐으며, 매입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산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100배 가까이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땅은 매입 당시 밭(田)이었다. 당시 농지는 농지법상 농사를 직접 짓겠다고 증명하지 않으면 매매가 제한됐지만 도시 전역이 도시계획 구역으로 지정됐던 서울에선 매매가 가능했다.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현직 판사의 아내가 농사를 지을 목적도 없이 도시계획상 도로가 들어설 곳의 밭을 산 것은 투기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당시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이 밖에도 김 후보자가 1993년 공개한 재산 중 1990년 매입한 은평구 갈현동 단독주택(대지 241.3m²·건물 238.5m²)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충남 부여군 임야(4만7983m²)를 제외한 부동산은 투기 열풍이 불던 1970, 80년대에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실제로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아파트(167.1m²) 외에도 △도봉구 쌍문동 임야(173.3m²) △서초구 단독주택(대지 674m²·건물 329.3m²) △인천 중구 북성동 잡종지(232.7m²) △경기 수원시 금곡동 임야(1만7355m²) △안성시 삼죽면 임야(7만3388m²)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이들 토지는 대부분 수십∼수백 배 가격이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갈현동 주택은 매입 당시 시세인 9300만 원의 7배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임야 중 451m²에는 1996년 한국전력이 철탑과 송전선을 건설하며 29세이던 현중 씨에게 토지 이용료 4400만 원을 지급했다. 수원시 금곡동 임야는 2006년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가족이 그동안 매입한 토지 가운데 2곳이 정부 개발계획에 따라 수용된 것이다. 한편 1998년 군검찰의 병역비리 수사 당시 김 후보자의 두 아들도 내사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강경석·조건희 기자 coolup@donga.com}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이 어린 시절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편법으로 증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취재 결과 과거 김 후보자가 “모친이 두 아들의 명의로 매입해줬다”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제3자 명의에서 두 아들 소유로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 아들들이 증여세를 냈는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1993년 고위공직자 첫 재산신고 때 자신과 부인, 두 아들의 재산을 포함해 대법관 중 가장 많은 29억8883만 원을 신고했다. 당시 관보에 공개된 재산 명세에 따르면 이 중 장남과 차남 명의의 재산이 18억8607만 원이었다. 11억여 원으로 신고한 김 후보자와 부인의 재산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장남 현중 씨는 1974년 6월 경기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일대에 7만3388m²(약 2만2200평·1억6365만 원)의 땅을 취득했다. 또 장남과 차남 범중 씨 공동 명의로 1975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674m²(약 204평·19억8741만 원)의 대지와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1975년 당시 두 사람은 각각 8세와 6세였다. 1993년 공개된 두 아들의 재산 총액에서 채무 2억6500만 원은 제외됐다. 김 후보자는 1993년 재산공개 때 논란이 되자 “재력가인 모친이 매입해준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하지만 25일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해당 부동산의 직전 명의자는 김 후보자의 모친이 아니었다. 본보가 입수한 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은 1975년 8월 제3의 인물인 김모 씨로부터 이 땅을 매입했다. 안성시 토지도 당시 안성엽연초생산조합(담배공사)으로부터 매입했다. 결국 1993년 해명이 사실이라면 김 후보자의 모친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땅을 매매 형식으로 두 손자에게 증여한 것이 된다. 부동산실등기자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1995년 이전의 거래였기 때문에 명의신탁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정상적으로 증여했다면 모친 명의로 이전한 뒤 두 손자에게 증여하고 이에 따른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는 증여가액의 최대 50%다. 한 세대를 뛰어넘어 증여(세대 생략 증여)되면 증여세액의 30%가 할증된다. 반면 매매 형태로 취득하면 양도차익의 최고 35%인 양도소득세를 낸다. 결국 명의신탁됐던 땅을 매매 형태로 증여해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두 아들의 땅 매입자금에 대해 김 후보자가 어떻게 신고했는지도 관심사다. 어린 두 아들이 거액의 매입 자금을 사실상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과세 당국은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에 대한 과세가 이뤄졌는지, 김 후보자가 세금을 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75년에 취득한 서초동 토지에 지은 다가구주택의 건축비를 두 아들이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당시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매입한 땅은 나대지였는데 1990년 토지초과이득세 제도가 시행된 이후 1991년 5월 17일 건물이 착공됐다. 이후 지상 1층, 지하 1층의 다세대 양옥 주택이 지어졌고 4개월 뒤인 9월 8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 건물은 아직도 정식으로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주택 신축 당시 24세였던 두 아들이 신축 경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안 씨에 따르면 서초동 부동산은 지난해 1월 3.3m²당 공시지가가 2200여만 원, 주택 공시지가가 35억 원이다. 김 후보자는 25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 두 아들의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 “할 말 없다. 총리실에 문의하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75)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다음 달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의 장남 현중 씨(46)는 1989년 신장·체중 미달로, 차남 범중 씨(44)는 1994년 ‘통풍’이라는 질병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신장·체중 미달로 군 면제 판정을 받는 게 이례적인 데다 통풍은 병역면탈 사례로 악용된 적이 많아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1993년 첫 공직자 재산공개 때 대법관 중 가장 많은 29억8000만 원을 신고했다. 당시 20대 중후반이던 장남과 차남 명의의 재산은 18억8000만 원이나 됐다. 장남은 1974년 경기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에 7만3000m²의 땅을 매입했고 이듬해에는 장남과 차남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674m²의 대지와 주택을 샀다. 김 후보자는 당시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물려준 재산”이라고 해명했지만 동아일보의 확인 결과 폐쇄등기부등본상에는 김 후보자의 모친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면 편법 증여가 된다. 김 후보자는 생애 세 번째로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만 1988년 대법관, 1994년 헌법재판소장 임명 때는 인사 청문회 제도가 없었다. 노은지 채널A 기자·조건희 기자 roh@donga.com}

‘대한민국 75점.’한국의 교통안전 의식과 교통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성적표다. 23일 본보가 입수한 ‘2012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문화점수는 지난해 75.20점으로 2011년의 74.79점에 비해 0.41점이 올랐다. 하지만 운전의 기본인 정지선 준수율, 안전띠 착용률, 신호 준수율 등 운전 행태 부문 점수는 오히려 나빠졌다. 도로 위 반칙운전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별 순위와 항목별 점수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운전자와 보행자의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전띠 착용률과 정지선 준수율은 전년 대비 각각 4.70%포인트, 5.18%포인트 하락했다. 교통안전공단 호남지역본부 박정관 연구교수는 “시험으로 치면 총점은 올랐지만 국영수는 망친 셈”이라고 말했다.전국 시군 단위 지자체 164곳 중 전남 고흥군은 84.88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최하위는 54.44점을 받은 전북 임실군이다. 시 단위 76곳 중엔 충남 계룡시가 84.26점으로 1위, 전남 나주시가 64.25점을 받아 꼴찌였다.○ 시설 개선과 캠페인이 기적을 낳는다교통문화지수 상위권 지자체는 사고 다발 구간의 시설을 개선하고 안전 캠페인을 벌여 위험 요소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1위인 고흥군은 2010년까지만 해도 130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하지만 군 직원들이 학교 앞에서 안전운전 캠페인을 벌였다. 또 보행자 통행이 잦은 공용터미널 주변에 보행로를 만들고 읍내 혼잡 교차로 5곳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자 사고가 줄기 시작했다. 소록도 북쪽에서 끊이지 않던 불법 U턴 사고는 중앙분리대로 해결했다. 계룡시도 2010년부터 사고 누적 구간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교통안전 사업을 벌여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를 전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42.33건으로 낮췄다.지난 3년간 순위가 91위에서 6위로 급상승한 경남 양산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사고를 억제한 유형이다. 2011년 광역 환승 할인제도가 시행되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고 자가용 통행이 줄었다. 할인제도가 시행된 2011년 이후 양산과 부산을 오가는 차량은 주중 하루 평균 16만8911대로 전년 대비 9.8% 줄었다. 소통이 원활해지자 자연스럽게 사고도 줄었다.○ 교통안전 하위권 실버사고 비중 높아교통문화지수 하위권 지자체는 심각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 교통사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 단위 지자체 164곳 중 전남 나주시, 전북 임실군 등 하위 20곳의 평균 노인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주민의 24.9%였다. 충남 계룡시, 경기 오산시 등 교통문화지수 상위 20곳의 평균 노인 인구가 10.1%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은 잦은 노인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교통문화지수 하위 20곳의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2명은 노인이었다.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무관심 탓에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노인 활동이 많은 곳은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고 횡단보도의 녹색신호를 더 길게 주는 노인보호지역(실버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24.5%인 나주시엔 경로시설이 325곳 있지만 주변이 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은 영산동 노인종합복지관뿐이다. 도심을 벗어난 면 단위 지역엔 보행로도 없어 노인 보행자들이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량 옆에 방치된다. 지난해 나주시의 노인 사망자 19명 중 3명은 갓길을 따라 걷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문제는 교통문화지수 하위권 지역의 심각한 노인 교통사고가 가까운 미래에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한국이 2026년엔 인구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교통안전공단 안전연구실 장경욱 선임연구원은 “노인 인구의 증가 추세에 맞춰 실버존을 확대하고 노인을 위한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서동일·조건희 기자 dong@donga.com}
2일 경남 창원 중부경찰서에 “누군가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긁어놓고 갔다”는 조모 씨(50)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 한 아파트 지하에 주차된 조 씨의 은색 아반떼 승용차엔 운전석에서 뒷문까지 1m가량 날카로운 것에 긁힌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폐쇄회로(CC)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주변을 탐문했다. 담당 조사관이 추적 끝에 밝혀낸 범인의 정체는 뜻밖에도 경남의 또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는 B 경감(53)이었다. 조 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B 경감은 일요일인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방범비상근무를 나가기 위해 자신의 차를 빼내려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출구 쪽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조 씨의 차를 발견했다.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진 차는 B 경감이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연락처를 적은 쪽지도 보이지 않았다. 화가 난 B 경감은 철제 클립으로 조 씨의 차를 긁은 뒤 다른 통로로 차를 빼내 경찰서로 출근했다. 조 씨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현직 수사과장’은 “홧김에 저지른 일이지만 후회한다”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A 경감을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품위 손상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23일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02년 6월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발발한 제2연평해전(6·29 서해교전)을 다룬 영화 ‘N.L.L.-연평해전’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대중 모금)에 모금 사흘 만인 14일 현재 2348만 원이 모였다. 1차 목표 금액인 1억 원의 23%를 넘은 것이다. 후원자들은 펀딩 모금 게시판에 응원 글을 남기며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후원자 이진형 씨는 “전투에서 희생된 여성 장병의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니 반갑고 고맙다”고 했다. 온 가족과 함께 후원했다는 이신해 씨는 “희생자의 넋을 제대로 기리지 못한 게 마음의 짐이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앞뒀거나 막 전역한 시민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 펀딩에 참여한 10명 중 7명은 20, 30대 남성이다. 해군 입대를 앞둔 한 익명의 후원자는 “해전 발발 당시 월드컵 4강 경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내가 부끄럽다”며 “군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용기와 희생을 가르쳐 준 용사들을 영화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침몰한 참수리 357호정과 같은 편대였던 참수리 358호정에서 근무했다는 한 예비역 후원자는 “전우들의 뜻을 조금이나마 기리고 싶다”며 후원할 뜻을 밝혔다. 펀딩 참여자의 이름은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가며 후원 금액에 따라 시사회 초대권 등으로 보상받는다. 김학순 감독은 “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좋은 영화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8월 개봉을 목표로 10일 촬영을 시작했다. 후원 문의는 체인 굿펀딩(goodfunding.net).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기자: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께 ‘반칙남’ 정모 씨(33)와 ‘양보남’ 강모 씨(54)의 레이싱 대결을 중계하기 위해 이곳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두 분은 실제 매일 차량으로 영업하는 운전자입니다. 5일 오후 1시 이곳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흥인지문, 회현 사거리를 찍고 2바퀴 도는 15.8km 코스를 누가 더 빨리 돌아오느냐를 겨루는 경기인데요. 반칙남은 경기 전 “수단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빨리 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양보남은 “교통법규를 지키고 정속 주행하겠다”고 합니다. 해설위원으로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의 김원호 연구위원이 나와 있습니다.해설위원: 먼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선수에겐 한국개발연구원이 산정한 통행시간 가치에 따라 분당 212.8원이 상금으로 주어집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반칙 운전’을 하면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만큼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흐름을 방해하지 말아야겠죠.기자: 네, 말씀드리는 순간 신호가 울리고 두 선수 나란히 출발합니다. 반칙남 지그재그로 차로를 바꾸니 막힌 도로에서도 금방 앞서 나갑니다. 원래 차로를 따라가는 양보남보다 벌써 1분 거리인 220m나 앞섰습니다.해설위원: 아무래도 덜 막히는 차로로 재빨리 끼어들면 빨리 갑니다. 하지만 끼어든 차로의 차량 3대가 반칙남 때문에 속도를 줄이는 상황이네요. 이 차들이 다시 시속 15km를 가속하려면 대당 2.08초와 휘발유 1.9cc를 더 들여야 합니다. 반칙남, 이미 차로 변경 7회로 사회적 비용 252원을 초래했습니다. 1분 앞서 나가지만 번 것보다 잃은 게 많은 셈이군요.기자: 아, 저기는 직진 차로 아닌가요?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직진 차로인데 대놓고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서 있네요. 직진하는 뒤차들이 경적을 울리는데 태연합니다. 정말 강심장이네요. 반칙남 바로 뒤차들이 짜증을 내며 옆 차로로 끼어들면서 연쇄적으로 흐름이 막히네요. 이런 차로 위반은 사회적 비용이 꽤 클 것 같아요.해설위원: 정확한 지적입니다. 요즘 백화점 세일 기간인 데다 주말이잖아요. 통행량도 많은 날인데 지금 보니 반칙남 때문에 30대가량이 신호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3분을 허비하게 됐네요. 이 차들의 통행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1만9152원(30대×3분×212.8원)입니다. 차로를 위반해서 시간을 아꼈지만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엄청 커요. 뒤차 운전자들의 정신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요.기자: 반면 양보남 선수는 느긋합니다. 1바퀴 남겨둔 현재 반칙남에게 5분 거리나 뒤져 있는데요. 경기를 포기한 건가요?해설위원: 빨리 달리려다 보면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해 연료 소모가 심하다는 걸 아는 거죠. 지금까지 양보남은 휘발유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용으로 환산해 보니 반칙남보다 204원 절약하고 있습니다. 페널티도 전혀 없어요. 앗, 그런데 반칙남 지금 뭐 하나요?기자: 말씀드리는 순간 노란불인데 오히려 속도를 높여 교차로에 뛰어들었네요. 다른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난리네요. 위험천만한데요. 반칙남 차량에 같이 탄 채널A 카메라 기자는 “멀미 날 것 같다”고 짜증을 냅니다. 신호 위반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죠?해설위원: 저희가 조사했거든요. 2010년에 신호 위반으로 발생한 전체 사고의 건당 평균 처리 비용을 따져 보니까 1270만7265원이었어요. 사망자 처리 비용과 부상자 치료, 차량 수리, 경찰 행정처리 비용을 합한 거죠. 반칙남, 이런 거 알면 저렇게 못할 텐데요. 주의해야 합니다.기자: 반칙남이 양보남보다 11분 33초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상금은 2458원(212.8원×11.55분)이지만 양보남보다 가감속이 잦아 연료는 170cc 더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는 400g 더 배출했군요. 기름값과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을 빼면 최종 상금은 2049원이네요. 어쨌든 성과는 성과네요.해설위원: 아니죠. 반칙남은 아마 남는 게 없을 거예요. 양보남은 차로 변경을 27번밖에 안했지만 반칙남은 68번이나 했네요. 거기에 아까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한다고 버틴 것처럼 차로 위반도 10번이나 돼요. 게다가 신호 위반도 5회 했어요. 천운으로 단속에 한 번도 안 걸리고 사고도 한 번 안 났다 해도 반칙남이 발생시킨 사회적 낭비 비용이 19만1013원에 달합니다. 반칙남 본인이 받은 상금의 78배나 되는 손해를 남들에게 끼쳤군요. (ㅎㅎ)기자: 이번 실제 도로주행 실험에서는 규칙이 엄격해 자기가 발생시킨 사회적 비용을 반칙남이 물긴 했습니다만 실제 도로에선 그렇지 않죠. 반칙 운전의 피해를 다른 운전자들이 떠안잖아요. 이번 대회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주시면서 이 문제의 해결 방법도 말씀해 주시죠.해설위원: 이거 어려운 문제죠. 반칙 운전이 넘쳐나는 한 반칙남 본인도 결국엔 다른 운전자가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나만 빨리 가면 된다’는 생각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국 모든 운전자가 목적지까지 늦게 도착한다는 뜻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 교통 선진국의 5.9∼47.0% 수준인 교통위반 범칙금을 소득 수준에 맞게 대폭 인상하고 벌점도 과감하게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을 바꿔야 합니다. 반칙남이 스스로 ‘잘못하면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죠.기자: 반칙남이 도로를 헤집고 다니며 입히는 손해를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군요…쩝. 오늘 중계는 여기서 마칩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주부 이명진 씨(42·경기 고양시)는 휴일인 6일 오전 또 한 번 도로 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마트에 가려던 그는 직진과 우회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우측 차로에서 신호에 걸려 정지해 있었다. 그러자 오른쪽 깜빡이를 켠 뒤차가 ‘우회전해야 하니 길을 비켜라’라는 듯 신경질적으로 연이어 경적을 울려댔다. 앞으로 더 나가면 횡단보도를 침범하고, 주행 차량과 부딪칠 것을 우려해 움직일 수 없었다. 뒤차는 더 길게 경적을 울려 댔다. 그는 하소연했다. “막무가내로 울리는 경적, 이럴 땐 도대체 어떡하나요.” 》모든 운전자가 공감하는 이런 ‘경적 스트레스’는 폭력과 범죄로 이어질 정도로 큰 심적 고통을 준다. 지난해 8월 충북 충주시 연수동에선 한 50대 남성이 길을 비키라며 경적을 울린 운전자의 옆구리를 칼로 찔러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달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에선 30대 남성이 경적을 울려 대는 택시 운전사에게 전기충격기를 들이댔다.○ 도로의 융단폭격기 경적경적은 다른 차를 추월할 때나 자신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뛰어드는 보행자와 차량에게 긴급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때처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도로에서 만나는 경적은 ‘융단폭격기’처럼 무차별적이다. 주부 이 씨처럼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운전자에게도 위협하듯 경적을 울려 주변의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만든다. 정상적으로 차로를 바꾸는 차량에 속도를 줄여 주는 대신 경적이나 상향등으로 위협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녹색불로 바뀐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뒤차들의 사정없는 경적 세례를 받는 것은 한국 운전자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땐 항상 출발선에 선 카레이서처럼 긴장한 채 핸들을 잡아야 한다. 경적이 보행자에게 미치는 스트레스도 크다. 본보 취재팀은 4일 20∼50대 도시 근로자 10명에게 하루동안 몇 번이나 경적 소리를 듣는지 기록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이들이 들은 경적 소리는 0∼21회로 1인당 평균 9.7회였다. 버스로 통근하는 회사원 최모 씨(28·여)는 이날 총 11번의 경적소리를 들었다. 오전 11시경엔 서울 중구 무교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을지로에서 우회전해 오는 관광버스가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고 한다. 그는 “승용차 경적에도 놀라지만 버스나 트럭은 몇 배나 커 공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가 들은 버스 경적은 천둥이나 전기톱 소리에 맞먹는 112dB(데시벨) 수준이다.○ 운전자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와이처럼 스트레스를 주는 경적 소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3일 오전 본보 조건희 기자(28)와 채널A 강은아 기자(27·여)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를 찾아 배명진 소장에게 직접 스트레스 지수 측정을 의뢰했다. 이마에 전극을 붙이고 뇌파를 측정했다. 이어 자율신경 균형도 검사기에 집게손가락을 넣고 혈류 속도와 심박 변화를 쟀다. 아무 소리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0.295였던 조 기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5초에 한 번씩 2분간 경적 소리를 듣자 0.495로 치솟았다. 평온한 마음으로 출근하자마자 데스크에게서 30분 이상 쉴 새 없이 욕설에 가까운 말투로 잔소리를 들었을 때에 비견할 만한 스트레스였다. 한 연구 자료는 이 정도 스트레스를 ‘칠판을 손톱으로 긁었을 때 받을 만한 세기’라고 표현했다. 청력 손상을 방지하려고 92dB로 낮춰 실험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강 기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0.427에서 0.458로 약간 상승했다. 스트레스 지수는 초조함을 나타내는 하이베타파를 알파파(안정 상태 때 발생하는 뇌파)로 나눈 수치다.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이다. 자율신경계의 균형도로 측정한 조 기자의 건강지수(만점 100)가 82에서 68로 뚝 떨어졌다. 강 기자는 68에서 58로 낮아졌다. 조 기자의 자율신경 균형 검사기 모니터에 ‘면역 저하 및 질환 위험 가능성이 30% 증가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채정호 강남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자율신경 기능의 부조화 때문에 두통 실신 고혈압이 나타나거나 백혈구의 과립구가 지나치게 많아져 세포조직이 파괴되는 등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적 소리는 인간의 뇌가 싫어하는 단순음을 가장 잘 들리는 3500Hz(헤르츠)의 진폭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는 어떨까.본보와 남궁문 원광대 토목공학과 교수팀이 5일 서울 종로구 일대 7.9km를 운전할 때 경적을 9차례 울린 정모 씨(33)의 뇌파를 측정했다. 정 씨의 스트레스 지수는 경적을 울릴 때마다 치솟았다. 9번 경적을 누르는 순간의 스트레스 지수는 평상시보다 평균 4배로 높아졌다. 노란불에 교차로를 건너거나 차로를 2, 3개씩 한꺼번에 가로지르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을 때보다도 경적을 울렸을 때의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았다.전문가들은 소음뿐 아니라 경적을 유발하는 나쁜 운전 습관 때문에 경적 울렸을 때 스트레스가 급증한다고 지적한다. 실험 대상 운전자가 경적을 울린 상황은 주로 앞차에 바싹 붙어 운행하다가 그 좁은 틈으로 끼어들려는 옆 차에 경고를 보내거나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앞차에 짜증을 풀기 위한 경우였다.○ 이제는 조용한 도로 만들어야경적을 분노 표출 수단으로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선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 운전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본래 용도를 제외하곤 거의 울리지 않는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해 12월 26, 28일 일본 도쿄(東京)와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에서 초보 운전자 2명과 동승해 테스트한 결과 2시간 동안 각 1차례의 경적 소리만 들었다. 수차례 차로를 바꾸고 녹색불에 제때 출발하지 못해도 다른 운전자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도로에서 불필요한 경적 소음을 걷어내려면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경적을 울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단속이 어렵다. 단속돼도 승용차의 범칙금은 최대 4만 원이다.소음 제한 기준인 110dB(대형차 112dB)을 어기고 불법 개조 경적을 단 차량도 스트레스의 주범이지만 이 역시 단속이 어렵다. 경적은 자동차 정기검사의 필수 점검 항목이 아니다. 배기 소음이 크게 들리는 경우에만 한해서 경적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이 탓에 지난해 검사차량 277만 대 중 불법 개조 경적을 장착했다가 단속된 차량은 57대뿐이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공동기획: 경찰청·손해보험협회·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안전공단}

‘그때 그 말들은 지금 다 어디 갔을까?’ 2007년 5월 등장한 뒤 서울 청계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청계천 마차’. 관람객을 태우고 청계천변을 달리는 이 마차는 도심의 관광 명물로 떠올랐지만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찍을 맞으며 500kg짜리 마차에 서너 사람을 태운 채 자동차들 틈을 헤집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말의 고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시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올해 5월 마차 운행을 금지했다. 표면적으론 교통 혼잡을 줄인다는 이유를 댔지만 ‘동물 학대’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을 다니던 말 16필 중 8필은 강원 인제군의 한 목장에서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2필은 전북의 한 야산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천에 묶인 채 지내고 있다. 마사(馬舍)를 지을 돈이 없다는 이유다. 나머지 6필 중 1필은 주인이 건초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건초를 주지 않아 올가을 영양실조로 죽었다. 1필은 도축업자에게 팔렸다. 4필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청계천에서 말 10마리를 가지고 마차를 운행했던 마주 민모 씨(62)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이가 없어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드는 건초와 사료비를 제대로 대지 못한다”며 “이대로라면 남은 말도 굶어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땅히 말을 팔 곳도 없다고 민 씨는 주장한다. 마차용 말은 끈기 있고 성격이 순해 힘쓰기에는 제격이지만 민첩성이 떨어져 경주마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승마용 말로 팔기엔 너무 비싸게 구입했기 때문에 팔기 아깝다고 한다. 마부들은 말은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목장에 묶여만 있으니 오히려 학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계천에서 마차 2대를 운행했던 정모 씨(33)는 “청계천 말은 평일엔 5시간, 주말엔 7시간가량 마차를 끌고 이틀에 한 번꼴로 쉬게 해줬다”며 “운행 도중엔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말처럼) 혹사시켰다는 건 오해”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먹이도 제대로 못 먹으며 매연 속에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면 편자가 심하게 닳고 피로가 빨리 누적되며, 매일 트럭에 실려 목장과 도심을 왕복하는 것도 말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제때 먹거나 쉬지 못하고 분뇨 주머니를 찬 채 오가는 모습이 시민들의 동물보호 감수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청계천 말들은 안타깝지만 관광마차를 없애 마차용 말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쪽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마부의 시각도, 동물보호만 외칠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말을 사실상 쓸모없는 처지가 되게 만든 동물보호단체도 한 부분만 보고 있다는 것. 말이 달리기 좋은 공원 내에 한해 적절한 휴식과 사육환경이 보장된 상태에서 관광마차를 운행하면 마부의 영업권과 동물복지 양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조길재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말이 혹사당하지 않도록 당국이 감독하는 가운데 차량 통행이 적은 공원 등에서 마차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안철수, 정치에 대한 태생적 고민이 없다.” “온통 양아치 흥정이 판을 친다. 50 대 50 가상 양자대결은 양심을 버린 쪽이 이기는 악마의 선택이다. 안철수가 틀렸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과 배재정 의원이 각각 지난달 중순 리트윗(RT·자신이 본 트윗을 타인에게 보라고 추천하는 것)했던 글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오후 8시 20분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자 이들은 트윗을 즉각 지웠다. ‘어제의 적’이 ‘우리 편’이 되자 비판 흔적을 지우고 나선 것.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트위터에선 “안철수에게 다 내놔야 하는 운명인 걸 어쩌겠나”라는 이전의 리트윗 메시지가 지워지고 “안철수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십니다. 제 생각이 모자랐습니다”라는 새 글이 올라왔다. 이들의 트윗은 트위터에선 지워졌지만 ‘폴리트웁스(Politwoops)’ 한국 사이트에는 그대로 남아있다. 폴리트웁스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비방 글을 감시하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넓히기 위해 동아일보와 네덜란드의 비영리재단 ‘오픈스테이트’가 지난달 10일 함께 개설한 사이트다. 폴리트웁스가 문을 연 후 막말을 마구 올린 뒤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와 유언비어 트윗은 눈에 띄게 줄었다. 19대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대선후보 등 291명이 썼다 지운 트윗 건수는 지난달 10일 본보 보도 이후 하루 평균 36건으로 이전(하루 평균 19건)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막말 및 유언비어 트윗의 비율은 폴리트웁스 개설 전 1%에서 개설 후엔 0.3%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논란이 우려되는 트윗을 올렸다가 슬그머니 지우는 행태를 여전히 보였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지난달 16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양아치 후보”라고 지칭한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하루 뒤 지웠다. 이 의원실은 “실수로 리트윗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빅엿’ 트윗을 남겼던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달 3일에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문 후보의 트윗에 ‘좌빨(진보 진영을 얕잡아 부르는 말) ××들아 공부나 해라’라고 남겼다”는 한 이용자의 트윗을 리트윗했다가 6분 만에 지웠다. 이 전 대표를 사칭한 이용자가 남긴 트윗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해명 한 줄 남기지 않았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지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책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며 “시민들도 그들의 트윗을 감시해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12년 12월 ××일 오전 1시. 중견기업 대리 김아차 씨(36)는 송년 회식을 마친 뒤 차를 몰고 귀가하다 서울 용산구 집 근처에서 한 중년 남성이 몰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경찰이 측정한 김 대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면허 취소 수준). 그에게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동아일보는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음주운전자 심리 및 운전행동 특성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음주운전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례를 재구성했다. ‘김 대리’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돼 올해 공단의 안전운전 교육을 받은 417명의 공통 특성을 바탕으로 표준화한 인물이다. 대한민국 음주운전자의 특징을 반영하는 표준이다.○ 음주운전 표준 김 대리의 잘못된 선택“여보, 오늘 송년 회식이지? 차는 놓고 가요.” 사고 전날 아침, 아내의 걱정에 김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량이 소주 1병 반인 김 대리는 반년에 한 번 정도는 ‘반병까진 운전을 해도 된다’며 운전대를 잡는다.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조심해서 운전하면 사고 안 낸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상습 음주운전자의 흔한 사고방식이다. 한 해 두세 번 음주운전을 하지만 적발된 적은 운전 경력 15년 동안 두 차례뿐이라는 경험도 한몫했다.#07:30 저녁 약속을 감안해 차를 집에 두고 가려던 김 대리는 한겨울 맹추위에 놀랐다. 외근 일정도 있어 차가 필요했다. ‘오늘은 음주운전을 자제할 수 있다’며 자신의 행동 통제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그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걸음을 주차장으로 옮겼다.#11:00 서울 강남구 회사 게시판엔 “회식이 끝난 뒤 동료들에게 대리기사나 택시를 불러주는 ‘동료 귀갓길 당번’에 자원하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공지가 떴다. 당번은 책임감에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술을 즐기는 김 대리는 자원하지 않았다.#19:00 회식 장소는 걸어서 20분 거리. 걸어가기도 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김 대리는 갈등했다. 그때 상사가 김 대리를 불러 세웠다. “걸어가기 애매하니 태워 달라”는 것. 운전을 하게 된 경위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다른 음주운전자들처럼 그는 차를 몰았다. #00:30 회식에서 소주 1병을 채 덜 마신 김 대리. 노래방에서 한 곡 부르고 나니 술이 깬 듯한 기분이다.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송년 회식 시즌이라 호출이 밀렸는지 20분째 오지 않는다. 차를 놓고 택시를 타려니 주차도 걱정이고, 내일 차를 찾으러 다시 올 일이 막막하다.‘내가 아닌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운전을 할 거야.’ 음주운전자들의 단골 자기 합리화 논리가 그의 머릿속에도 떠올랐고, 결국 운전대를 잡았다.○ 신호위반-과속 등 위험천만도로교통공단이 20∼40대 운전자 26명에게 음주 전후 시뮬레이터로 8.1km를 운전시켰다. 음주운전자의 평균 이동 거리다. 이들이 시뮬레이터 운전 중 일으킨 위험 행동을 토대로 김 대리의 위험천만한 음주 귀갓길을 재구성했다. 김 대리는 회식 장소에서 집까지 운전하는 15분 동안 네 차례 사고를 낼 뻔했다. 강남대로는 정류장을 출발하며 차로를 바꾸는 광역버스와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들로 혼잡했다. 김 대리는 술을 마셔 거리감이 둔해지고 시야가 좁아진 탓에 강남대로를 빠져나갈 때 보행자가 가깝게 서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몇 차례나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뻥 뚫린 한남대교로 진입하자 긴장감이 풀린 김 대리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주자는 가속 페달은 세게, 브레이크 페달은 약하게 밟는 경향이 있다. 히터의 따뜻한 공기에 살짝 졸음이 온 김 대리는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을 뻔했다.한남대교를 지나 숭례문 방면으로 U턴하다가 김 대리는 맞은편 차량과 부딪칠 뻔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히 운전대를 꺾은 김 대리의 차가 차선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 주변에서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들렸지만 김 대리는 무시했다.남산공원 방면 우측도로로 진입하면 곧 집이다. 꺼질 듯 깜빡이는 노란 신호등을 본 김 대리는 오히려 속도를 높여 직진했다. 오른쪽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출발한 승용차를 미처 보지 못했다. 승용차 운전석을 들이받고 김 대리는 정신을 잃었다.조건희·서동일 기자 becom@donga.com}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2005∼2012년 기업체와 사건관계인에게서 모두 10억367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사진)를 7일 구속 기소했다. 김 검사가 받은 뇌물은 역대 검사 비리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이 추정한 9억7000만 원보다 3300여만 원이 더 많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검사는 2004년 대구지검 포항지청 부장검사로 일할 때 알게 된 이 지역 철강 관련업체 E사 대표 이모 씨에게서 5400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임지를 옮겨 다니며 꾸준히 뇌물을 받아 온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일 때는 부동산업자 김모 씨에게 1억 원을 투자해 1억3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2007년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이 지역 C건설 대표 최모 씨에게서 1억 원을, 경남 양산 H기업 대표 박모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에도 모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 중이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일하던 김 검사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뇌물을 챙겼다. 김 검사는 석탄공사 비리에 유진그룹 임원이 관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유진그룹에서 내사 무마 대가로 5억930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강모 씨에게서 2억7000만 원을 받았고, 옆 부서의 수사를 받고 있던 KTF(현재 KT로 합병) 임원에게서는 667만 원 상당의 중국 마카오 여행 경비 등을 제공받았다. 2009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로 일하던 때는 전 국가정보원 직원 부인 김모 씨에게서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9억9700만 원에 대해선 뇌물수수 혐의가, KTF 임원에게서 받은 667만 원에 대해선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됐다. 김 검사는 받은 돈의 대부분을 주식투자에 썼고 대체로 손해를 봤다. 김 검사가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김 검사와 함께 주식투자를 한 후배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감찰을 의뢰했다. 경찰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대체로 수긍한다. 경찰이 수사했던 큰 줄기는 대부분 담긴 것 같다”며 자체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최창봉·조건희 기자 ceric@donga.com}

이지성 씨(38)는 ‘잘나가는’ 작가다. ‘꿈꾸는 다락방’ 등 자기계발서 세 권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뒤부터 그의 독서법 강연에는 늘 2000명 이상이 몰린다. 팬 카페 회원은 6만5000명이 넘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문고전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올 정도다. ‘잘나가는’ 이 작가가 지난달 9일 ‘덜 나가는’ 책을 냈다. 세계 3대 빈민 도시인 필리핀 마닐라 톤도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다. 260만 권 넘게 나간 ‘꿈꾸는 다락방’과 달리 이 책은 이달 7일까지 1만여 권 팔렸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강연회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안 팔릴 걸 알고 쓴 책”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1년간 톤도 이야기를 알리는 데만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세도 전부 필리핀의 빈민도시 개발에 쓰기로 했다. 그에게 톤도는 어떤 의미일까. 이 작가는 올해 초 동아일보가 연재한 ‘또 다른 울지마 톤즈―빈민촌의 코리안’ 시리즈에서 톤도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지 교육센터에서 12년째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숙향 선교사(53·여)의 이야기를 읽은 뒤 마음에 싹이 텄다. 김 선교사는 가난에 찌들고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면 더 많이 베풀 수 있는지’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이 김 선교사의 가르침을 받은 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는 모습은 이 작가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이 작가는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데에만 몰두해 주변을 돌아보는 ‘나눔의 삶’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올해 3월 팬 카페 ‘폴레폴레’ 회원들과 함께 4750만 원을 모아 톤도 교육센터에 기부한 데 이어 현재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 100채를 짓는 ‘사랑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가 새 책을 알리는 데 열중하는 이유도 인세를 모아 필리핀의 또 다른 빈민촌 파야타스에 빵 공장과 학교를 짓기 위해서다. 빵 공장이 생기면 일자리와 값싼 먹거리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이 작가는 톤도 교육센터에서 한국 교육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 최고의 명문대인 국립 필리핀대를 졸업하고 다국적기업의 억대 연봉 제안을 뿌리친 채 톤도 교육센터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지 봉사자를 만나고 난 뒤의 감회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 작가는 “한국 교육은 ‘승천하는 용’을 만들지 몰라도 자신이 태어난 개천으로 돌아오는 용은 키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지라’고만 강조하는 한국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따뜻한 풍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대선후보들이 자립형사립고를 그대로 둘지 말지를 놓고 다툴 뿐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쓰레기 더미 같은 빈민촌에서도 희망을 찾은 것처럼 한국도 우등생보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Q. 다음은 박-문 대선 후보 2명이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공약입니다.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이 어떤 건지 맞혀 보세요.①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②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재협상※정답은 기사 안에.동아일보와 채널A가 3, 4일 이틀간 서울역과 광화문역 2곳에서 시민 289명에게 설문한 결과 위 문제를 맞힌 유권자가 160명으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공약 6개의 평균 정답률은 55.9%에 그쳤다. 두 후보가 정책 차별화와 홍보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설문은 3단계로 나뉘어 ‘큐 스테이트먼트’(Q Statement·여러 진술 중 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주관적으로 선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분야별 주요 공약 각 3개를 후보 이름 없이 검은 상자 위에 적어 놓은 뒤 △박 후보 지지자는 빨간색 종이를, 문 후보 지지자는 노란색 종이를 들고 △지지 후보의 공약이라고 생각하는 상자에 투표하도록 했다. 주요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후보자별 정책 이슈’와 각 후보의 공약집을 참고한 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와 정치학자들의 검수를 거쳐 후보별로 대표성 있는 실행 공약을 최종 선정했다.박 후보의 공약인 ‘한미 FTA 재협상 어렵지만 농축산업 보완책 마련’을 맞힌 박 후보 지지자는 132명 중 56명(42.4%)뿐이었다. 문 후보의 ‘ISD 조항 재협상’ 공약도 지지자 157명 중 104명(66.2%)만 맞혔다. 나머지 유권자들은 ‘도저히 모르겠다’라며 기권하거나 상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내 후보의 공약’이라고 착각했다.‘4대 중증 질환 치료비 전액 지원’과 ‘연간 환자 부담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로 나뉜 의료복지 분야 공약의 정답률은 평균 50.1%에 그쳤다. 양측이 중도층 지지율을 지나치게 의식해 공약도 비슷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분석한 두 후보의 분야별 정책 공약에 따르면 비교군 10개 중 6개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복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구체적 실행 공약은 차별화되지 못했거나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셋째 아이 대학 등록금 지원’과 ‘임신·출산 필수 의료비 지원’을 들고 나온 두 후보의 출산 장려 공약에서도 정답률은 각각 57.6%와 72.6%였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정당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항에서도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의 공약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정당제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유권자도 공약을 전부 알고 투표하지 않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공약이 뭔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회사원 신윤조 씨(29)는 “선거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공약이 나오지만 당선되면 지켜지지 않아 관심을 끊었다”라고 했다.이번 설문 결과 문 후보 지지자의 평균 정답률이 62.8%로 박 후보 지지자의 47.7%보다 높게 나온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공약보다 정당의 기조나 인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조건희·박희창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