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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한국도 “더는 총기 사고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총기 관련 제도를 엄격히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가 없이 몰래 제작하거나 밀수입한 ‘사제 총기’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살상도 가능한 수준의 사제 총기 제작법을 담은 동영상과 글이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유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현재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사제 총기 제작법을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 수십 개가 나온다. 주로 해외 누리꾼들이 제작한 동영상이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다. 플라스틱 통과 호스, 공기 주입기 등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공기총부터 공업용 기계로 만든 엽총까지 다양한 총기 제작법이 등장한다. 총기 제작에 필요한 도면과 준비물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총의 위력을 보여 주겠다”며 탄환 대신 쇠못을 사용하는 사제 총기로 나무판을 쏴 약 1cm 크기의 구멍이 뚫리는 장면을 찍어 올렸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총기 제작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블로거는 체첸 반군이 사용하는 사제 총기의 사진과 함께 리볼버 권총의 조립 도면과 화약총 제작법을 공개했다. 그는 “화약총을 사용하다 ‘눈을 다쳤다’ ‘손가락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아무 일 없이 화약총을 갖고 놀았다”고 자랑했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총기의 성능을 개조한 뒤 총알을 넣어 사용하면 언제든 대인 살상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완제품 상태의 총기 밀수입 시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내로 들여오려다 적발된 총기류(모의 총기 포함)는 750정으로 이 가운데 실제 총기류는 76정에 달했다. 취재팀은 서울 중구와 강서구 일대 총포상에서도 사제 총기 유통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구의 A 총포상 주인은 취재진에게 “살상 가능한 구슬탄환 사제 총을 40만 원에 줄 테니 열흘 정도 기다리라”고 말했다. 강서구 B 총포상 점원은 “러시아산 공기총은 부산을 통해 밀수해 서울에서 유통하는 업자들이 있다”면서 “장난감 포장 속에 실제 총기를 숨겨 밀수입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제 총기를 이용한 범죄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13년 9월 강모 씨(61)는 내연녀가 바람을 피웠다며 사제 총기를 들고 강원 평창군에 사는 민모 씨(41·여) 집을 찾아가 살해하려다 검거됐다. 강 씨는 엽총의 총열을 분리해 불법 사제 총기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4월에는 대구에서 석모 씨(39)가 아내와 이혼한 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 사제 총기를 난사해 경찰을 포함한 3명이 다쳤다. 경찰은 매년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정하고 단속도 벌이지만 사제 총기 근절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는 허가된 총기를 관리하지만 불법 총기는 첩보가 없으면 단속이 어렵고 단속 인력도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1년에 한두 번씩 불법 총기 단속 기간에 수사를 하지만 사제 총기를 만들거나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총기 사고 근절을 위해 총기 제작 및 사용과 관련한 전면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총기뿐 아니라 총알을 모두 수거하고, 총기 제작이 가능한 설비를 갖춘 관련 업소부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황성호·박성민 기자}
성형 시술을 하는 서울 강남의 한 의원에서 지방이식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모 씨(29·여)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A 의원에서 허벅지 지방을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다고 1일 밝혔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A 의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운영하는 병원이다. 법적으론 성형을 시술해도 문제는 없다. 경찰에 따르면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씨는 명치 반대편 등 부위의 고통을 호소했다. A 의원 의료진은 “아프다. 죽을 것 같다”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김 씨의 호흡이 불안정해지자 수술 이틀 뒤인 28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이송 당시만 해도 김 씨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28일 오후 7시경 숨졌다. 대학병원 측은 김 씨가 세균 침투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며 장기가 손상되는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진단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무자비한 일제 강점 치하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거리낌 없이 목숨을 내던진 선열의 숭고한 희생이 있어서였다. 그 어떤 가치보다 존중받아야 했다. 하지만 광복 직후 일어난 6·25전쟁과 급격한 산업화는 독립운동에 나섰다 희생된 열사는 물론이고 그 후손들까지 외면하게 만들었다. 광복 70주년과 ‘3·1 만세운동’ 96주년을 맞이한 올해 독립운동 1, 2, 3세대는 한목소리로 “경제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독립운동 역사와 유공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영광스러운 희생…남겨진 가족의 고통 독립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던 1919년 4월 1일 충북 음성군에서 태극기를 만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 일본군의 총탄에 숨진 독립운동가 안창열 의사(1881∼1919)의 손자 안상문 씨(77). 안 씨는 “증조부께서 정3품 벼슬을 해서 유복했지만 조부께서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다 썼다”고 말했다. 안 의사 순국 후 일제의 감시가 심해져 안 씨의 조모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객지 생활 때문에 안 씨의 부친도 병을 얻어 20대에 사망했다. 안 씨는 “1945년 학교에 들어갔는데 일본인 선생이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이유로 모질게 매질했다”고 회고했다. 안 씨가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인정받은 건 1980년. 그전까지 안 씨는 청소차 운전, 막노동을 하며 힘겹게 생계를 유지했다. 안 씨는 “처음 보상금을 받은 게 월 1만 원 정도였고 지금은 월 150만 원 수준”이라며 “그나마 내가 죽으면 아무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독립유공자 손자·손녀 중 대표 1인만 보상금을 지급받고 수급자가 사망하면 다른 가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안 씨는 “여동생도 힘겹게 살았지만 여동생이 받은 보상은 하나도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늦었고 부족했던 국가의 지원 1928년 5월 14일 대만 타이중에서 일본 히로히토 왕의 장인인 구니노미야 구니히코 일본군 육군 대장 암살을 시도한 조명하 의사(1905∼1928)의 외동아들 조혁래 씨(89)도 독립운동가 후손 대우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 씨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다. 일제는 조 씨 일가를 감시했고 조 씨는 학교에서도 일본인 교장과 교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다 광복을 맞이했고 고향인 황해도 송화군은 북한 정권이 장악했다. 조 씨는 “인민군에 끌려갈 위기를 수차례 넘기고 간신히 남한으로 피란을 와서는 1963년에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생계를 꾸리려고 온갖 일을 해야 했다”고 기억했다. 그나마 조 씨와 안 씨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현재 보훈처의 전체 보훈 대상자 85만7011명 가운데 독립유공자는 1만3930명으로 약 1.6%를 차지한다. 광복회가 추산하는 독립운동 참가자 30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대한민국 순국선열유족회 김시명 회장은 “6·25전쟁을 겪으며 광복 전 순국하신 분들은 자료가 없어지는 등 업적을 증명하기 어려워 보상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생활실태는 지금까지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조명하 의사 기념사업회 조영환 사무국장은 “자수성가 아니면 지인들의 도움으로 삶이 정상화된 경우가 있을 뿐 국가 지원으로 기반을 닦은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 존경받는 사회 돼야 이들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이 대우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0년 대구사범학교에서 비밀 결사조직 ‘다혁당’을 만들었다가 일본 경찰에 발각돼 5년간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 이주호 씨(95·부산 동래구)는 “올바른 행동을 하면 당사자나 그 후손은 고생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점”이라며 “바르게 살면 존경받고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1923년 1월 12일 일제 압제의 상징 서울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 의사(1890∼1923)의 외손자 김세원 씨(68)도 “이 나라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라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들이 독립운동 역사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조 씨는 “유명한 몇몇 의사 외에 수많은 독립유공자를 기억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정윤철 / 부산=황성호 기자}
일가족 엽총 난사 사건으로 사흘 사이에 8명이 숨지자 경찰이 뒤늦게 총기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범행이 현행 총기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발생한 만큼 기존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총기에 위치추적장치를 다는 등 새로운 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력 등 전과 6범인 전모 씨(75)는 27일 오전 8시 25분 경기 화성시 남양파출소에서 엽총 1정을 받아 친형 부부를 살해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았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형 집행 종료 3년이 안 된 사람만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전과 6범이지만 총을 쥐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수렵면허를 가진 사람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포획승인증을 받아 수렵장 운영 기간에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경찰서에 보관하던 총기를 반출할 수 있다. 이번 수렵 기간인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이달 28일까지 101일 동안 국내에 등록된 엽총 3만7424정이 하루 16시간 동안 제지 없이 ‘흉기’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경찰은 전 씨 사건 직후 3월 1일부터 총기 소지자를 전수조사하고 폭력 전과가 있거나 다툼으로 112신고를 받은 사람의 총기 소지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폭력사범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뒷북 대책’에 나선 것이다. 또 현행 5년인 총기 소지 허가 갱신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고 결격 사유도 엄격하게 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는 주거지 주변 경찰관서에서, 실탄은 수렵지 인근 산림청 산하기관 등에서 분산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엽총은 경찰에서 보관하지만 실탄은 개인이 보관한다.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장은 “총을 들고 수렵장 외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지 모니터링할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대책”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약 3개월인 수렵 기간을 더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렵을 허용할 이유가 있느냐”며 근본적으로 수렵용 총기 소유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인터넷 여론도 많았다. 일본은 개인이 총을 집에서 보관하고 실탄을 경찰에 맡기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은 총을 구입하거나 휴대할 때 제한이 없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졌다. 박재명 jmpark@donga.com·정윤철 기자}

50대 남성이 돈과 애정 문제로 갈등을 빚다 옛 동거녀 가족 3명을 엽총으로 무참히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25일 벌어졌다. 피의자 강모 씨(50)는 피해자들과의 갈등으로 생긴 분노를 참지 못해 살인을 저질렀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강 씨가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분노조절장애’ 증상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분노조절장애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해 분노를 병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사소한 자극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며 분풀이 대상을 찾게 된다. 강 씨뿐만 아니라 분노조절장애가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택시운전사 김모 씨(51)가 칼로 동료 택시운전사 이모 씨(39)의 옆구리를 찔렀다. 경찰에 따르면 오른팔에 장애가 있는 김 씨는 나이가 한참 어린 동료가 자신의 장애를 비하하고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과거에도 이 씨와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지만 이날은 화를 억누르지 못해 살인을 시도했다. 13일에는 강남구의 한 떡볶이 가게 주인 신모 씨(53)가 음식 타박 등을 이유로 손님 차모 씨(50)를 식칼로 33회 찔러 살해했다. 신 씨를 자극한 차 씨의 발언은 “어묵 국물이 짜다” “주제 파악을 못한다”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는 만취한 차 씨를 가게에서 재우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순간적으로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살인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신 씨의 가게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가게 문을 닫는 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두 사례 모두 자신의 약점(장애, 영업 부진)을 건드린 자극을 견뎌내지 못했고, 이성이 살인 충동에 압도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다. 대개 우발적으로 범행이 일어나 피해자가 대비할 시간도 없다.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할 위험성도 크다. 자신에게 좌절을 안긴 대상이 학교나 직장 등 단체일 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묻지 마 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고 문제가 전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화 강동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분노가 자신을 향하게 되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으로 32.6%가량 늘어났고 최근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노조절장애 원인으로는 유전자 문제,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 의학적 원인과 생각을 표출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의 팽배, 경쟁을 강요하는 풍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 꼽히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분노 상황을 잠시 잊고 △화를 다스릴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며 △가족 등에게 위로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순간적으로 갈등 상황에 몰입하지 말고 관조적으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울 강남의 30억 원대 자산가 함모 씨(88·여)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을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경찰은 25일 함 씨의 시신이 발견된 도곡동 주택 현장감식에서 채취한 지문 3, 4개 가운데 1개의 신원을 확인해 26일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함 씨의 재산을 노린 면식범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함 씨의 집에 최근 ‘복면 쓴 남성’이 두 차례 침입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함 씨의 유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당초 시신이 발견되기 약 보름 전 함 씨의 자택에 복면을 쓴 남성이 침입했다. 당시 함 씨는 “도둑이야”라고 소리쳐 쫓아냈다. 이어 수일 뒤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남성이 또 복면을 쓴 채 집에 침입했다가 함 씨가 “왜 또 왔느냐. 나가라”며 강하게 막아 되돌아갔다. 함 씨는 두 차례 모두 택배기사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줬다. 함 씨는 이런 내용을 생전에 매일같이 방문했던 자택 인근 식품업체 관계자 A 씨에게 털어놨다. A 씨는 “당시 함 씨는 ‘집 근처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복면을 쓰고 온 것 같다’고 추정했다”고 말했다. 또 함 씨는 발견 당시 내복 차림이었고 목에는 멍이 많이 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함 씨 시신을 목격한 인근 부동산 주인 B 씨는 “평소 깔끔한 성격으로 알려진 함 씨가 내복차림으로 발견됐다는 것은 범인의 침입을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함 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경찰은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목이 졸려 죽은 것”이라고 밝혔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울 강남에서 30억 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80대 할머니가 양손이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식 없이 홀로 살면서 재력가로 소문난 할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돼 범인과 살해 동기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5일 오후 4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주택 2층에 거주하고 있는 건물 소유주 함모 씨(8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주택 1층 세입자 A 씨는 “한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2층으로 올라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고 할머니가 숨진 채 누워 있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함 씨의 두 손은 운동화 끈으로 앞쪽으로 묶여 있었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있었다. 건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함 씨는 1976년부터 이 주택을 소유했다. 함 씨는 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을 짓고 1층은 세를 주고 2층에서 홀로 살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함 씨는 강남 일대가 개발되기 전부터 이곳에 살았으며 미용실과 이불 가게 운영 등을 통해 돈을 모아 주택을 지었다. 이웃 주민들은 “함 씨는 ‘알부자’로 소문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함 씨가 살던 주택은 매매가가 16억∼17억 원에 따른다. 유가족에 따르면 함 씨는 도곡동에 15억 원대 아파트 1채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총 자산이 3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주택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집 안을 뒤진 흔적도 없고 없어진 금품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보름 전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복면을 쓴 남자가 침입해 할머니가 ‘도둑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 안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야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이후 함 씨는 이웃에게 “다시 도둑이 올지 모르니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한다. 소꿉친구와 우정을 맹세하며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 세입자가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모두 약속을 증명하는 행위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약속’은 대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제성이 없고 지키기도 쉽지 않다. 취재팀은 자신과의 약속을 굳건히 지켜낸 사람들을 찾았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나를 변화시켰고, 이는 다른 사람의 삶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오문환 씨(59)는 ‘행복 택시기사’로 불린다. 15년 전부터 근무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택시를 운전하면서 모든 손님에게 ‘행복 주문’을 걸었다. 그는 손님에게 “배우 ○○○보다 멋지다”며 인사를 건넨다. 이어 “2020년까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좋은 일이 ‘뻥뻥뻥’ 터지세요. 롤스로이스 탈 정도로 부자 되시고, 빌 게이츠도 갖지 못한 세상 모든 행복이 손님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라고 주문을 걸어준다. 오 씨에게 행복 주문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1999년 택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일부 손님의 욕설과 폭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때로는 손님과 싸우다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오 씨는 “내가 방식을 바꾸면 손님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모든 손님에게 칭찬과 행운의 말을 하자고 약속했고, 이를 실천하자 손님도 불평 대신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오 씨의 노력은 손님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행복 주문을 들은 손님은 오 씨가 택시 안에 마련한 수첩에 감사 인사를 남긴다. 수첩에는 학업에 자신감을 얻은 학생과 오 씨의 주문 덕분에 자살을 포기한 가장 등의 다양한 사연이 적혀 있다. 오 씨는 “지금까지 500여 권의 수첩에 손님들이 글과 서명을 남겼다. 나는 약속을 지켰고, 손님들은 행복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이민법 서적인 ‘한국 이민법’의 저자인 차용호 법무부 이민통합과장(43)은 법학도 출신이 아닌 정치외교학 전공자다. 2001년부터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그는 국내에 이민법 관련 책이 없다는 것에 낙담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참고할 서적이 없었던 것. 법학교수 등에게 “이민법 관련 책을 써달라”고 숱하게 부탁했지만 주류 분야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2005년에 “내가 이민법을 정리해 책을 내자”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러나 이민법이 모두에게 생소했던 시기인 데다 법학 관련 전문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800개가 넘는 이민법 자료를 읽었고, 틈틈이 외국인 이민법 전공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2009년 인도 파견 근무 때는 뎅기열에 걸려 집필을 할 수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약속은 지킨다’는 의지로 빠른 완쾌를 위해 한국에서 약을 공수해가며 버텼다. 차 과장의 노력은 2015년 1242쪽에 이르는 국내 최초의 이민법 서적이 완성돼 결실을 봤다. 차 과장은 “내가 지킨 약속의 결과물이 외국인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차 과장의 저서를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있다.정윤철 trigger@donga.com·최혜령 기자}
숨이 차고 식은땀이 흐른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신발이 보이지 않도록 좌변기 위로 올라갔다. 인기척이 없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변기에서 내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심은 화근이 됐다. 무전 소리와 함께 경찰이 들이닥쳤고 화장실 안에 숨어있던 나를 발견했다. “당장 나오세요”라는 경고에 체념한 나는 문을 열었고 양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기자는 16일 경찰의 ‘불시 위기대응 훈련’에 참가해 절도범 역할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 구은수 청장 부임 후 매월 16일 민생범죄 발생상황 등을 가정해 사전 통보 없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은 설 연휴에 대비해 지역 새마을금고에 침입한 범인들이 2000만 원을 훔친 ‘날치기 사건’을 가장한 훈련을 했다. 꼼꼼한 용의자 수색 작업은 합격점이었지만, 용의 차량 파악과 초동조치는 아쉬움을 남겼다.●“초동대처는 미흡, 범인 차량 정보 파악도 느려” 오후 3시 55분 범인 역할을 맡은 기자와 경찰은 서울 강북구의 새마을금고를 나와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새마을금고의 신고를 받고 1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했다. 무전을 통해 “흰색 아반떼 차량. 용의자는 40대 남자, 안경 낀 남자 등”이라는 내용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도주 예상 경로에 경찰들이 긴급 배치되고 차량 번호도 전파됐지만 도주 차량을 제지하는 경찰은 없었다. 이 때문에 도주 차량은 40여분 간 자유롭게 범행 현장 인근을 돌아다녔다. 순찰에 나선 경찰들은 무전에 귀를 기울이느라 차량을 확인하지 못했고, 검문검색도 실시하지 않았다. 4대의 순찰차가 도주 차량과 마주쳤지만 앞을 막아서는 순찰차는 없었다. 이 때문에 도주 차량이 지방으로 향했다면 범인 검거는 장기화될 수도 있었다. 상황실의 부정확한 정보 전파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 도주 차량은 은색이었지만 상황실은 ‘흰색’과 ‘은색’을 번갈아 전파했다. 최초 신고자의 정보가 틀려 수사에 혼선이 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이 틀린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 차량을 재차 확인했고 이후 정정된 내용을 전파했다”고 말했다. ●‘그물망’ 수색 작업은 합격점 도주극은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막을 내렸다. 본보 취재진은 오후 4시 30분경 시민을 가장해 “신원불상의 남자 3명이 서울 도봉구 창원초등학교 앞 인도에 차를 세운 채 돈을 나누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차량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신속하게 용의자 검거에 돌입했다. 4시 39분 창원초등학교 앞으로 경찰차 한 대가 도착했고 경찰 한 명이 삼단봉을 들고 달려왔다. 기자는 차량 뒷문을 열고 인근 아파트 단지를 향해 내달렸다. 아파트 상가 건물에 도착한 뒤에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 화장실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경찰의 신속한 추적과 철저한 수색으로 5분 만에 검거 됐다. 경찰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용의자가 포착된 지점 인근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상가건물을 특정해 수색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경찰 검거 과정의 장단점이 모두 드러났다. 구 청장은 “사건 발생 이후 순찰차 배치는 문제가 없었지만 용의차량 특정이 쉽지 않았다. 이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훈련에서 드러났듯이 범인 검거 및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서울 송파구의 한 경로당 인근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2일 오전 11시 50분경 송파구 A 경로당 앞 공터의 수풀 사이에서 여아 시신이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발견 지점은 송파구 천마근린공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700m 떨어진 곳이다. 시신은 수건에 싸인 채 천가방 속에 담겨 있었고 태반과 탯줄도 남아 있었다.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A 경로당을 다니는 정모 씨(78·여)다. 평소 고물을 줍던 정 씨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경로당으로 가다가 수풀 사이에 놓인 50cm 크기의 천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을 열어보니 트레이닝복이 있었고 이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집자 검붉은 피로 물든 수건에 싸인 물체가 떨어졌다. 수건 옆으로 작고 검은 발이 튀어 나와 있었다. 놀란 정 씨는 가방을 제자리에 놓고 황급히 경로당으로 들어갔다. 정 씨가 지인들에게 “원숭이 시체를 본 것 같다”고 말하자 수상히 여긴 사람들이 소방서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수건에 싸인 물체가 영아 시신이라는 것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각했다. 눈, 코, 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한 인물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산모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보호자도 없이 아이를 낳은 것으로 보이는데다 시신 유기 방법도 허술해 미성년자에 의한 유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앞이 안 보이는 장애인이지만 길을 나설 때마다 정말 눈앞이 캄캄해져요. 내가 걸어가는 길로 ‘약속’을 어기면서 돌진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부딪치면 지팡이를 잃어버리거나 넘어지는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나요. 이런 일만 없으면 지팡이나 점자 블록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잘 찾아갈 수 있는데, 조금 아쉽죠.” 시각장애 1급 김민태 군(16)의 얘기다. 김 군은 사람이 많은 길에서도 안전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우측보행 교육을 받았다. 혼잡한 곳에서 사람들이 정해진 곳으로만 걷는다면 부딪칠 걱정이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0년부터 우측보행을 시행 중이다. 인간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로 우측 보행이 편리하고, 보도에서 차와 마주 보고 걸으면 긴급한 순간에 차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퇴근시간에 시민이 몰려드는 곳에서는 여전히 우측보행을 지키지 않는 사람 탓에 보행자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반응속도가 느린 시각장애인에게 좌측보행은 ‘기습 공격’과 같다. 기자는 10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역부터 시청역까지 김 군과 함께 우측보행으로 이동하며 실태를 점검했다. 서울역 앞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 김 군은 자신감이 넘쳤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가 꼭대기 근처에서 휘어지는 것을 느끼고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서울역 내에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출입구에서 첫 난관에 봉착했다. 출입문은 김 군의 보행 방향 기준으로 오른쪽은 지하철역 쪽으로 나가는 문, 왼쪽은 들어오는 문으로 우측보행에 맞춰 설계됐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은 한 시민이 나가는 문으로 불쑥 들어와 김 군과 어깨가 부딪쳤다. 김 군은 “다들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줄 알았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는 더욱 무질서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오후 6∼7시 서울역의 평균 승하차 인원은 1만3000명에 이른다. 김 군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이동하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7분이 지체된 끝에 간신히 전동차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 결과 우측보행을 하면 충돌 횟수가 최대 24% 감소하고 보행 속도는 최대 1.7배 증가한다. 우측보행은 ‘보행 안전과 효율’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시청역에 도착한 김 군은 지하도를 걸었다. 지하도 벽면엔 우측보행 캠페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위험한 상황은 계속됐다. 지하도 좌측으로 한 남성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김 군을 스치듯 지나갔다. 김 군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지팡이를 쥔 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김 군은 “보행자와 부딪쳐 지팡이를 놓치면 혼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악몽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우측보행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측보행은 안전을 지키는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김 군뿐 아니라 거리를 걷는 모든 이에게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시간 동안의 동행이 기자에게도 아찔하기만 했다. 김 군은 “자립해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드리고 싶다. 우측보행이라는 작은 약속만 지켜준다면 소박한 이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해외에서 니코틴 용액을 밀수한 뒤 불법으로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을 제조해 판매한 1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담배사업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모 군(19)과 그의 여자친구 김모 양(18)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 용인시의 전 군 자택에서 미국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니코틴 용액(19.9L)과 국내에서 구매한 식물성 글리세린 등을 배합해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이하 액상)을 만들었다. 현행법상 담배 제조는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며 특히 니코틴은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 제조법만 믿고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액상을 배합했다”고 말했다. 전 군 등은 액상과 니코틴 원액 등을 시중 가격보다 최대 80%나 싼 가격으로 판매했다. 범행 초기 인터넷 중고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이들은 구매자가 늘어나자 직접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액상을 판매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6개월 동안 688차례에 걸쳐 액상과 니코틴 원액을 판매해 총 27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니코틴을 밀수하면서 3500만 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허가를 받은 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통신판매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사업자등록상 취급품목은 기계공구와 주류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자 담배 기기는 기계이기 때문에 기계공구류로, 액상은 액체로 볼 수 있으니 주류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사업등록증을 전송해 안심시키는 한편 직접 액상을 제조할 수 있도록 액상 배합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액상 판매 과정에서 구매자 신분을 확인하지 않아 액상과 니코틴 원액이 미성년자에게도 판매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전자담배 액상이 판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언제 입수한 경찰은 5일 전 군의 자택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또한 이들이 보관 중이던 니코틴 원액 5.3L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졸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오던 전 군은 생활비 및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적인 전자담배 액상 판매 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목사 부부가 암환자 등 죽음의 문턱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허가 의료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가운데 2011년 대장암으로 사망한 고 최동원 선수도 피의자 조모 씨(56) 부부가 실시한 불법 치료 캠프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지는 등 ‘무쇠팔’로 불린 최 선수는 2007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부터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최 선수의 부인 신현주 씨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오랜 병원치료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캠프를 찾았다”고 말했다. 신 씨에 따르면 최 선수는 2011년 초 피의자들이 경기지역에서 개최한 캠프에 참가했다. 신 씨는 “병원 치료로 가망이 보이지 않아 불안감을 느낀 남편이 캠프 홍보서적을 본 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당 서적에는 목사 부부가 지시한 치료법을 따르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 참가한 최 선수는 체식 등 식이요법을 진행했고, 피의자들이 판매하는 간장 등의 식품을 먹었다. 그러나 대장 수술을 받은 터라 ‘소금물 관장(항문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의료행위)’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불치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캠프(9박 10일)를 모두 소화한 최 선수지만 항암 효과는 없었다. 그는 약 8개월 뒤인 2011년 9월 사망했다. 신 씨는 “캠프에서 받은 치료가 병세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했던 피해자들은 “(목사 부부가) 지시한 식품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한 일부 중증환자가 퇴소 후 숨지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목사 부부가 최 씨에게 실시한 불법 행위의 종류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허가 받지 않은 식품을 판매한 것이 드러나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가수 더원(본명 정순원·41·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혼이지만 딸이 있다. 힘든 시절을 헤쳐 나가지 못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고백이다”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존재를 고백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양육비 지급 문제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옛 여자 친구인 이모 씨(35)는 3일 더원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더원은 2013년 4월부터 30만∼100만 원의 양육비를 비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 씨는 최근 건강보험료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이 수상해 세무서를 찾았다가 무직인 자신에게 근로소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더원이 이 씨를 자신의 전 소속사 직원으로 등록한 뒤 회삿돈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이 없다. (더원이) 근로계약서와 서명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 논란이 일자 더원의 소속사는 4일 “상호 합의하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가수 더원(본명 정순원·41·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혼이지만 딸이 있다. 힘든 시절을 헤쳐 나가지 못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고백이다”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존재를 고백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양육비 지급 문제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옛 여자 친구인 이모 씨(35)는 3일 더원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더원은 2013년 4월부터 30만∼100만 원의 양육비를 비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 씨는 최근 건강보험료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이 수상해 세무서를 찾았다가 무직인 자신에게 근로소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더원이 이 씨를 자신의 전 소속사 직원으로 등록한 뒤 회삿돈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이 없다. (더원이) 근로계약서와 서명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 논란이 일자 더원의 소속사는 4일 “상호 합의하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궁에 빠진 경찰 수사를 보다 못해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 사람이 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한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통해 가해차량 추적에 나섰던 김두호 씨(28)다. 김 씨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아예 ‘누리꾼 과학 수사대(누과수)’ 창설에 나섰다. 차량, 사진 전문가 등과 함께 억울한 뺑소니 피해자를 막기 위한 활동이 목적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누리꾼들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누리꾼은 전문성 갖춘 조력자” 김 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생업을 이어가는 틈틈이 차량 사고 피해자들이 의뢰한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를 판독한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는 처음 공개된 CCTV 자료를 분석해 의심차량의 차종(BMW)과 번호를 추정했다. 당시 CCTV 자료가 엉뚱한 차량을 찍은 것(실제 차량은 윈스톰)이라 헛수고가 됐지만 김 씨의 노력 덕분에 많은 국민이 이 사건에 관심을 쏟게 됐다. 김 씨는 “누리꾼이 힘을 모으면 피의자가 자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판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차량이 이동하는 수백 장의 CCTV 화면을 캡처한 뒤 이를 한 곳에 겹치는 방식으로 차량 번호를 파악했다. 그는 “경찰이 불가 판정을 내린 CCTV 화면도 판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뺑소니 피해자 발생을 막고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누과수 창설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누리꾼은 인원과 시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진실 왜곡’ 위험성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본보 취재팀이 일선 수사 경찰 30명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누과수’ 활동을 놓고 찬성 14명, 반대 16명으로 비슷했다. 찬성한 경찰들은 “공개수사 때 누리꾼들은 여론을 환기시켜 제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경찰은 “누리꾼은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사건 때는 인터넷에 폭행 교사 남편으로 잘못 알려진 한 시민이 휴대전화 ‘문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누리꾼들이 범행과 관련 없는 BMW를 가해차량으로 지목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얻은 자료의 오류를 판단할 방법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수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모 씨(20)는 지난해 두 번째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년 전보다 점수는 더 떨어졌고, 삼수를 해야 할지 고민도 깊어졌다. 시험 며칠 뒤 김 씨는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내던 류모 씨(19)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수시모집 합격증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3년 전 싸이월드에서 알게 돼 서로의 사진에 댓글을 달며 친해진 사이였다. 하지만 “목표했던 대학(건국대)에 합격해 감회가 새롭다”는 류 씨의 글에 김 씨의 질투심이 폭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김 씨가 지원했다가 최종전형에서 떨어진 학교였다. 예비번호까지 받았기에 미련은 더 컸다. 김 씨의 시샘은 엉뚱한 데로 빗나갔다. 류 씨의 합격증에는 생년월일과 수험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틀 동안 류 씨의 개인정보를 모은 김 씨는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속여 재발급받았다. 등록 예치 취소에 필요한 보안번호도 알게 됐다. 환불에 필요한 계좌번호도 류 씨의 블로그에서 찾아냈다. 류 씨가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하느라 계좌번호를 올려놓은 게 화근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는 30만 원의 예치금을 환불했고 류 씨의 합격은 취소됐다. 충격에 휩싸인 류 씨는 즐겨 하던 페이스북 계정도 탈퇴했다. 하지만 김 씨의 위험한 장난은 한 달여 만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입시대행 사이트와 대학본부에 입력한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접속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한 끝에 전남 목포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서울 소재 여대와 지방대의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2일 김 씨를 개인정보를 도용해 남의 대학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건국대는 교육부와 협의한 끝에 최근 류 씨를 합격 처리했다.○ ‘SNS 복장’ 교육 필요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생활 노출이 많아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넘어 개인정보를 도용해 타인 행세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정보를 SNS에 올리는 습관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SNS 이용은 외출 시 옷을 입는 것과 같다. 발가벗고 밖에 나가지 않듯이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SNS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의 무분별한 노출은 ‘리플리 증후군(현실을 부정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격 장애)’ 환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타인의 삶을 그대로 복사하는 사례도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3년 전 SNS에서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됐는데 사진부터 사생활까지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NS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국에서는 입사할 때나 온라인 회원가입 때 페이스북 등 SNS 계정 입력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SNS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SNS로 주민번호 파악 가능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한국에선 공개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영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SNS에 공개된 졸업연도, 생일축하 메시지, 출신 지역만으로도 주민번호 뒷자리를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일기처럼 올린 사생활도 범죄를 부를 수 있다. 가령 ‘엄마가 김치를 택배로 보내주셨다’는 글은 혼자 산다는 정보를 노출한 것이다. ‘엄마와 금요일에 설악산에 간다’고 쓰면 집이 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박성민 min@donga.com·정윤철 기자}

탈북자들이 참여한 보수단체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판을 맹비난했다. 탈북어버이연합과 한겨레청년단 회원 100여 명(경찰 추산)은 1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골목길에서 ‘회고록 출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은 외교상 기밀누설죄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고록이 ‘통일대박론’을 ‘통일쪽박론’으로 만들어 탈북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난했다.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회장은 “북한의 정상회담 대가 요구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려 남북 대화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형진 한겨레청년단 단장은 “이 전 대통령이 마치 현 정부의 대통령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면서 “과오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책을 냈다”며 출판 취소를 촉구했다. 두 단체 회원들은 약 1시간 뒤 해산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두 단체는 이 전 대통령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곳에서 지속적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자담배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 전자담배 업체인 A사는 최근 배우 김보성 씨(49·사진)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의리의 사나이’로 알려진 김 씨의 남성미를 이용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A사는 24일 경기 부천시 본사 직영 매장에서 김 씨의 팬 사인회를 열고 홍보활동을 펼쳤다. 사인회는 수많은 시민이 참석해 성황리에 끝났지만 현행법에 어긋난 불법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사는 이날 고객이 김 씨의 사인과 인증샷을 제시하면 14만5000원짜리 전자담배 세트를 9만9000원에 할인 판매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사의 팬 사인회는 담배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9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광고는 소매점(편의점 등) 내 스티커 부착, 게시판 포스터, 잡지광고 연간 10회 등으로 제한된다”며 “규정에 없는 팬 사인회를 통해 담배 홍보가 이뤄졌고, 홍보가 판매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전자담배 광고 규제가 명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은 법적 규제를 받는다. 불법 판촉 활동 논란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불법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명 연예인을 홍보에 이용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술과 담배는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약물로 분류돼 있다.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이 담배를 홍보하게 되면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예인을 담배 모델로 발탁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은 없지만 일반 담배 업계에서는 흡연 권장 및 유도를 막기 위한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일반 담배와의 경계가 모호했던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연예인을 동원한 홍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연예인이 홍보 모델인 전자담배 업체는 A사 외에 두 곳이 더 있었다. 한 일반 담배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도 사실상 담배인데 도의적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는 A사의 불법 판촉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29일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직장인 박모 씨(30)는 24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을 찾았다. 약속 장소인 영화관까지 가려면 골목을 지나야 했다. 골목은 폭이 좁아 마주 오는 사람과 스칠 듯했다. 급히 골목을 지나던 박 씨는 왼쪽 손등에 고통을 느꼈다. 마주 오던 흡연자의 담뱃불이 손등에 닿은 것이다. 불붙은 담배의 온도는 500도, 담배를 피우는 순간에는 최대 800도까지 올라간다. 박 씨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흡연자는 못 본 척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박 씨의 손등에는 빨갛게 부은 상처가 남았다. 데이트를 앞두고 예쁜 원피스로 단장한 채 집을 나선 기모 씨(24·여). 서울 노원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그의 옆으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다가왔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시 후 남자가 손끝으로 담배를 ‘툭’ 하고 털자 담배 불똥이 기 씨의 원피스로 날아와 손톱만 한 구멍을 냈다. 당황한 기 씨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남자는 단칼에 거부했다. “금연 장소도 아닌데 내가 잘못한 게 뭐요?” 배려가 없는 길거리 흡연자는 평소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도 기피 대상이다. 본보 취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신천역과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흡연 실태를 30분씩 관찰한 결과 각각 10명과 8명이 보행 중에 담배를 피웠다. 코를 손으로 막아 담배 연기를 차단하거나 흡연자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거리 흡연자가 외면받는 이유는 시민들의 ‘간접흡연’과 ‘화상’ 공포 때문이다. 강모 씨(23)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악취를 왜 내가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배 끝에 코로 연결되는 호스를 달아 흡연자가 직접 냄새를 맡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제암대학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간접흡연이 반복되면 담배 연기 속 독성물질로 인해 심혈관이 좁아지고, 천식과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녀와 함께 외출한 학부모들은 화상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인 남성이 담배를 쥔 손을 내리면 담뱃불의 위치가 아이의 얼굴 높이와 비슷하기 때문. 김모 씨(36·여)는 “아이 이마에 흡연자의 담뱃불이 닿은 적이 있다. 혼잡한 거리를 갈 때마다 담뱃불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이리저리 이동시키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 것은 경범죄다. 그런데 타인의 건강 침해 등 피해가 심각한 길거리 흡연은 규제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길거리 흡연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흡연자가 자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서는 흡연자 스스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 자신도 언제든 길거리 흡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생과 화상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에게 위협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혼잣말이라도 남에게 거북함을 주기 때문에 욕설을 내뱉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내 입에서 나오는 연기라도 남에게 해롭다면 자제하는 게 최소한의 배려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