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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후 1년을 맞는 보건 당국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시선에는 온도차가 컸다. 보건 전문가 10명은 △감염병 대비 태세 △감염병 이후의 대처 △신속한 정보 공개 △방역 컨트롤타워 기능 등 4가지 영역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6.1점을 줬다. 메르스 당시(4.2점)보다는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린 것. 특히 감염병 환자의 발생 경유 병원을 신속하게 공개하려는 노력(7.1점)에 많은 점수를 줬다. ○ 전문가는 ‘호평’, 국민은 ‘글쎄’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동아일보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국민 감염병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메르스 이전(3.9점)보다 소폭 상승한 평균 4.2점을 주는 데 그쳤다. 특히 국민이 아직 정부의 감염병 정보 공개(4.1점)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도차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정보 공개 수준이 실질적으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메르스 당시 실망의 수준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신뢰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24시간 감시 시스템 정착 전문가들은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가 1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위상 강화를 위해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메르스 당시 방역 컨트롤타워가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으로 바뀌면서 혼란을 빚었지만 개편 이후엔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됐다. ‘24시간 긴급 상황센터(EOC)’를 가동해 전 세계 감염병 정보 수집 및 분석, 국내 상황에 대한 긴급 대응 등이 강화됐다. 지방에서도 신속하게 감염병 검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메르스 때는 지방자치단체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잘 안 돼 유전자 검사가 늦었고 이로 인해 국민 불안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를 빚었다. 올해 질병관리본부 예산도 6924억 원이 배정돼 지난해(5664억 원)보다 22.2%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산권을 이양받아 실질적 예산 기획 심사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 역학조사관 등 전문성 강화는 숙제 하지만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 이유로 지목됐던 ‘전문성 부족’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메르스 초기에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접촉자에게 감염될 수 있다’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대량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가 우수한 호흡기바이러스 전문가, 정규직 역학조사관 등을 확보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정부는 역학조사관 30명을 목표로 했지만, 두 차례 미달 끝에 25명 채용(의사 출신은 6명)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년 근무 후 재계약 형태라 우수한 의사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들이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들어오게 하려면 자신이 노력만 하면 보건복지부 과장, 센터장, 본부장도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제한된 인사 구조로는 국가 방역을 책임질 유능한 인재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아프리카 가나에 다녀온 남성 A 씨(33)가 고열 때문에 찾아왔다. 의료진은 그를 말라리아 의심 환자로 분류했다. 말라리아는 호흡기 감염이 없고 모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일반병실로 옮겼다. 의료진도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의료진이 상세히 문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메르스 발생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1박 2일 체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응급센터는 황급히 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시키고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7명, 접수 대기실에 함께 머물렀던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메르스가 의심됐기 때문. A 씨는 격리된 상태에서 다행히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격리 조치는 해제됐다. 병원 관계자들은 혹시나 실수에 따른 ‘대형 사태’가 발생할까 봐 긴장 상태에 빠졌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서울의 한 2차병원에서는 바레인과 UAE를 방문한 남성 B 씨(46) 때문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병원 측은 잔기침, 미열(37.5도) 증상을 보인 B 씨를 보건 당국에 곧바로 신고했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이 즉시 출동했다. 흰색 보호구를 착용한 역학조사관은 환자의 증상이 경증이었지만,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라 이 남성을 인근 3차병원 음압병상으로 격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잔기침 몇 번 한 거 가지고 왜 그러느냐. 메르스가 아니다”라며 버텼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48시간 동안 격리돼 2차례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랑이는 역학조사관이 “거부하면 경찰을 불러 강제 구인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끝났고,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식으로 ‘메르스 상황 종료’를 선언했지만 일선 병원은 아직 준전시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 당국에 접수된 메르스 의심 신고는 394건에 이른다. 이 중 환자의 증상이 메르스를 의심하기에 충분해 의심환자로 분류되고, 유전자 검사가 진행된 사례만 93건이다. 이틀에 1.4건의 메르스 검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 대상자가 됐다 해제된 사람은 3182명이나 된다. 12일 현재도 21명이 격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병원 관계자와 역학조사관 등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라며 “경찰, 소방관과 같이 항상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사망자 38명에 학교 2700곳 휴업, 사회경제적 손실 10조 원(정부 추산) 등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시작된 지 이달 20일(첫 확진 환자 발생일)로 1년을 맞는다. 2015년 이날 이후 두 달 동안 대한민국의 일상은 무너졌다. 사람이 모이는 공식 비공식 행사, 여행이 줄줄이 취소됐고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내수는 급격히 위축됐다. 메르스 외에 정부의 다른 정책들은 ‘올 스톱’ 됐을 정도였다. 국가 재난 사태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은 지 1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메르스의 교훈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을까. 동아일보는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PR학회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1주년 국민 감염병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아직 메르스를 가장 두려운 감염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메르스를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감염병(63%·복수응답)으로 꼽았다. ‘정부가 방역망을 짜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감염병’으로도 메르스가 1순위(63%)였다. 하지만 머리로 느끼는 공포가 감염병에 대비한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메르스 대량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 행태와 응급실 과밀화, 부실한 감염 관리 등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직후 반짝 좋아지는 듯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1, 2차 병·의원 의사가 상급병원 진료를 권하지 않는데도 본인 판단에 따라 서울의 대학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사람이 41.6%로 메르스 이전(39.6%)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메르스 후유증도 아직 진행 중이다. 메르스를 겪은 확진자,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아직도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80명이 넘는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돼 ‘슈퍼 전파자’로 불렸던 14번 환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의 병력을 알아볼까 봐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살았다. 지금도 흰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상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정부가 나 같은 사람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혜진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감염병에 취약한 병원 문화를 바꾸려면 장시간의 캠페인과 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방역망을 짜는 데만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차분한 어투 사이로 간간이 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폐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목소리가 변했다. 80명 넘는 환자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긴 ‘슈퍼 전파자’. 당국이 ‘14번 환자’로 관리했던 A 씨(36)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몸에서 빠져나간 지 1년이 흘렀지만 아직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퇴원 당시 30kg가량 빠졌던 몸무게도 거의 회복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손상된 폐를 치료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데 최근 피검사에서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소견을 받고 좀 놀랐다”고 말했다. 메르스를 앓은 환자는 대개 섬유화 현상으로 인해 폐가 딱딱해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이고 증상이 악화됐다가 수차례 에크모(몸속의 피를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 안으로 주입시키는 장치) 시술 끝에 퇴원한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도 비슷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5번 환자는 심장 및 폐 기능을 높이기 위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고 병원에 복귀하기까지 앞으로 1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A 씨는 몸보다 정신적 후유증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14번 환자’라는 사실을 퇴원 직전에 알게 된 충격으로 3개월가량 대인기피와 불안 증세를 겪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도 복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이 심했다”며 “‘메’자만 봐도 신경이 불안하고 예민해져 지난해 임신한 아내와 가족을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원망도 남아 있었다. A 씨는 “정부 당국자가 나에게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화가 많이 났다”며 “메르스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내가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됐다. 나도 피해자인데 가해자처럼 비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재취업하면서 차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A 씨는 “혹시 면접자가 내가 ‘14번 환자’라는 걸 알아볼까 봐 두렵지만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치료 이후에도 고통을 겪고 있을 다른 완치자들도 힘을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아일보의 ‘메르스 1주년 국민 감염병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만큼이나 지카바이러스 공포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카바이러스는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감염병을 3개 꼽아 달라’는 질문에서 메르스(63%·315건)에 이어 2위(61%·305건)에 올랐다. 특히 남성은 메르스(58.8%)보다 지카바이러스(67.8%)를 더 두려워했다. ○ SNS 불확실 정보, 과도한 두려움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신뢰하는 사람일수록 지카바이러스를 크게 두려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SNS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66.5%(중복 응답)는 감염병 중 지카바이러스가 가장 두렵다고 답한 반면에 신문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이같이 답한 비율은 55%에 머물렀다. SNS에 떠돌아다니는 불확실한 감염병 정보가 과도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소두증 우려가 있지만 발생국을 방문하지 않는 한 안전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치명률, 전파력, 국내 유행 가능성, 질환의 중증도 등을 고려할 때 보건당국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감염병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차의과대 대외협력실장)은 “지카에 과도한 공포를 가지면 정부가 정작 대응해야 할 신종 감염병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국내 토착화 우려가 높은 뎅기열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염병을 두려워하면서도 메르스 확산의 실질적 요인으로 분석됐던 응급실 이용과 환자 방문 등 병원 문화와 관련된 행동양식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분별한 의료쇼핑, 병문안은 여전 동아일보는 메르스 사태 이전과 현재의 병원 이용 양식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 결과 ‘고열로는 응급실에 가지 않는다’고 한 응답자는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44.2%였지만, 현재는 38.6%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메르스를 겪은 이후 오히려 상대적으로 응급실을 더 많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쇼핑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권했을 때 3차 병원을 이용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권고가 있을 때만 서울의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는 답변은 메르스 이전 60.4%에서 약간 줄어든 58.4%로 나타났다.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메르스 사태 직후 잠깐 좋아지는 듯했지만 병원으로 환자를 직접 방문하는 관행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입원한 사람이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닌 일주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한 경우에도 병문안을 가겠다고 답한 비율은 44.1%로 역시 메르스 이전(46.4%)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정부가 더 강력하게 의료 시스템 이용 가이드라인을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마스크 쓰기, 기침할 때 입 가리기, 개인물품 사용하기 등 필요한 위생수칙은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5%가 병문안을 갈 때 면회 시간을 미리 체크한다고 밝힌 것도 좋아진 대목이다. 응답자의 53.4%는 호흡기 질환에 심하게 걸리면 전파를 우려해 직장에 가지 않거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아직 신뢰 못 얻어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 방역체계 개편 작업이 강력하게 추진됐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방역 준비태세에 4.2점(10점 만점)을 줬다. 메르스 당시(3.8점)보다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찬석 한국PR학회장(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전문가 관점에서는 방역 태세가 상당히 강화됐고, 정보 공개도 빠르게 이뤄지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변화의 내용이 다소 거시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행동으로는 행하지 않는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식품 당국이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 국민의 당류 섭취량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육박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청년층(3∼29세)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의 양은 2013년에 이미 적정 기준(총 섭취 열량 대비 10% 이내)을 넘어섰다. 지금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식약처 조사 결과 일인당 하루 평균 총 당류 섭취량(약 72.1g)은 총 열량 섭취량의 14.7% 수준으로, 2007년(13.3%)보다 늘었다. 과일 같은 천연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44.7g(총 섭취 열량의 8.9%)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총 섭취 열량의 10% 이내)보다는 낮다. 하지만 연평균 증가율이 5.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가공식품 통한 당 섭취 위험 수준 특히 총 당류 섭취량 가운데 음료수를 통한 섭취량은 2007년 14.6%에서 2010년 18.6%, 2013년에는 19.3%까지 치솟았다. 식약처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안에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양이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류 섭취의 증가는 만성질환의 증가로 이어진다. 가공식품의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39%, 고혈압과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각각 66%, 41% 더 높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8000억 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는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당류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조치와 함께 △단체 급식소 및 보육시설 등의 식단 모니터링 △요리 전문가와 함께 당류를 줄일 수 있는 메뉴 개발 및 보급 △당류 섭취량과 만성질환의 관련성 연구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또 시럽 및 탄산음료 줄이기 같은 당류 줄이기 캠페인과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사카린 등 설탕 대체재 조명 정부의 설탕과의 전쟁을 계기로 사카린 등 설탕 대체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미 단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구호나 캠페인만으로는 당류 섭취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탕에 비해 해악이 적은 감미료들이 재조명을 받는 이유다. 선진국에서는 비만, 당뇨병 환자들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설탕 대체재들이 나오고 있다. 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오사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발견된 이후 100년이 넘도록 사용돼왔다. 1978년 캐나다에서 엄청난 양의 사카린을 실험 쥐에게 투여한 결과 방광암이 발생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카린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각종 연구 끝에 1993년 WHO는 안전성을 확인했다. 1998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카린을 발암 물질 분류에서 제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1년 사카린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 규제를 철폐했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0년 사카린을 유해물질 항목에서 제외했다. 최근에는 사카린의 항암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지난해 3월 미국화학학회에서 플로리다대 의과대학의 로버트 매케너 교수팀은 사카린이 암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자인 탄산탈수효소 9번과 결합하면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고 주장했다.설탕보다 달지만 체내 흡수는 적어 사카린은 감미도(같은 양을 섭취했을 때 느끼는 단맛의 정도)가 설탕의 300배에 이른다. 하지만 설턍과 달리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지수도 0에 가깝다. 설탕은 체내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돼 인체에 흡수되지만 사카린은 미각만 자극하고 그대로 체외로 배출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 대신 사카린을 권하는 이유다. 사카린은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도 잘 어울린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사카린의 첨가가 김치의 발효 및 품질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사카린은 아삭한 식감과 단맛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탕을 넣을 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냈다. 우리 나라도 최근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의 걸쳐 사카린의 사용 기준을 개정하면서 사실상 사카린의 규제를 풀었다. 이젠 사카린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칼로리 제로, 혈당지수 제로인 사카린의 장점을 살려서 당뇨와 비만의 예방 관리에 활용해야 할 때이다. 기업들도 사카린을 이용하여 다이어트 식품이나 음료를 개발하여 당뇨나 비만 환자들이 부담 없이 선택하여 즐길 수 있는 제품 도 검토해 볼 만 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정부의 금연 캠페인 효과에 힘입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 당국은 금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담뱃갑 경고 그림 상단 배치 등 가격 이외의 금연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지난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9.3%로 2014년(43.1%)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흡연율 집계 시작 후 처음이다. 흡연율이 줄면서 담배회사의 판매량 역시 2014년 43억 갑에서 33억 갑으로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 흡연율은 5.5%로 2014년(5.7%)보다 0.2%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남성의 비율은 7.1%로 2014년(4.4%)보다 오히려 2.7%포인트 증가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금연 추세를 이어가기 위한 비가격 금연 종합대책을 10일 발표했다. 먼저 12월 23일부터 시행되는 담뱃갑 경고 그림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단표시 명문화’를 강하게 밀고 나갈 방침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2일 규제개혁위원회가 ‘경고 그림 위치를 담배회사 자율에 맡겨라’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13일 재심 결과와 상관없이 담배 판매대가 경고 그림을 가리지 못하게 관련법을 2017년 하반기까지 개정할 방침이다. 현재 경고 그림이 도입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편의점이 스티커 광고물 부착, 담뱃갑 하단 가리개, 가격표 부착 등을 통해 하단 경고 문구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초중고교 교문에서 50m 이내(학교정화구역)에서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청소년을 유혹하는 ‘20개비 미만 소량 포장’도 올해 안에 금지시키기로 했다. 최근 급격하게 사용량이 늘고 있는 전자담배 대책도 마련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시판 전자담배들은 니코틴 농도가 부정확하고, 농도 표시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일부 전자담배에서는 유해물질까지 검출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전자담배 제조위생 점검, 성분표시 의무화, 니코틴 액상에 영유아 보호포장 도입, 가향제 관리 규제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초여름 같은 더위가 시작됐다. 반팔이나 얇은 옷 등 피부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이른 더위가 달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건선 환자들이다. 발진, 각질, 가려움증 같은 피부 질환이 나타나는 건선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생긴다. 심해지면 피부가 딱딱하게 굳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건선 환자 10명 중 약 7명은 30대 이전의 젊은 나이에 처음 건선을 겪는다. 예민한 10대, 사회 활동이 활발한 20, 30대에 주로 건선이 발병하는 것이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일반인의 1.3배에 이른다. 건선이 생기면 우선 피부에 좁쌀 같은 발진이 나타난다. 그 위에 하얀 비늘 같은 피부껍질이 겹겹이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진은 서로 뭉치거나 커지면서 퍼져 나간다. 무릎과 팔꿈치에 많이 생기고 간혹 손톱이나 발톱이 갈라지기까지 한다. 가려움이 가장 문제다. 건선이 심해지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건선성 관절염, 척추염, 건막염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건선은 피부 손상이나 감염이 1차 원인이다. 차고 건조한 기후도 영향을 끼친다. 완치는 잘 되지 않는다. 나아진 것 같다가도 차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악화된다.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큼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 치료에는 약을 바르는 국소요법, 광선을 쪼이는 광치료법, 약을 먹는 전신요법, 중등도 이상 건선에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 등 4가지가 있다. 특효약은 ‘햇빛’. 햇빛 속 자외선의 특정 파장대가 건선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햇빛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화상, 기미 등 다른 피부병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면 된다. 적정한 노출 정도를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팔, 다리, 무릎처럼 신체 일부분에만 건선 증상이 있으면 부분 자외선 또는 레이저로 투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건선 완치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건선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한 치료법이 중등도 이상 건선 환자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생물학적 제제에는 인터루킨-17A 억제제, 인터루킨-12/23 억제제,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등이 있으며, 그 중 인터루킨-17A 억제제는 최근 국내에서 사용허가를 받았다. 예전 제품들이 75% 이상 호전 효과를 보였다면, 인터루킨-17A 억제제는 치료 효과를 본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이 약으로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효과를 본 경우도 전체 사용자의 44%에 달했다. 송해준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라며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병을 키우지 말고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아 자신의 증상에 맞는 정확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정부의 강력한 금연 캠페인 여파로 성인 남성 흡연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지난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9.3%로 2014년(43.1%)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흡연율 집계 시작 후 처음이다. 국내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 2001년 60.9%, 2005년 51.6%를 기록한 뒤 2008년 40%대로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2013년 42.1%까지 내려갔지만 2014년에는 다시 43.1%로 반등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담뱃값이 평균 2000원 인상됐고,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 구역이 확대되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율은 하락했지만 대신 전자담배 사용률은 크게 늘었다. 남성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7.1%로 2014년(4.4%)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2014년(5.7%)보다 0.2%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친 5.5%로 추정된다. 작년 남녀를 아우르는 전체 성인 흡연율은 22.6%로 전년도 24.2%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담배회사의 판매량 역시 2014년 43억 갑에서 33억 갑으로 23.7% 줄었다. 복지부는 “올해 12월 23일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넣는 등 비가격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흡연율을 2020년까지 20%대로 낮추겠다”라고 밝혔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국내 기형아 출산이 신생아 100명 중 5.5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 사회·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2009∼2010년 국내 7대 도시에서 출생한 40만3250명의 신생아 중 선천성 기형질환으로 분류된 아이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구 1만 명당 548.3명(남아 306.8명, 여아 241.5명)이 선천성 기형질환을 갖고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1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5.5명꼴이다. 1993∼94년에 태어난 기형아가 100명당 3.7명(1만 명당 368.3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임신과 출산’ 최근호에 발표됐다. 선천성 기형 중 심장 이상 질환이 1만 명당 180.8명으로 가장 많았다. 비뇨생식기 질환(130.1명), 근골격계 이상(105.7명), 소화기계 이상(24.7명), 중추신경계 이상(15.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기형은 요도가 일반인보다 위 또는 아래에 위치하는 ‘요도상하열’이었다. 이 질환은 1993∼94년 1만 명당 0.7명만 발생했지만 2009∼2010년에는 9.9명으로 급증했다. 또 심장에 벽이 생기는 심방중격결손(9.7명→117.9명), 고환이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잠복고환(2.6명→29.1명), 신장에 물 혹이 있는 낭성신장(0.7명→6.9명) 등도 크게 늘었다. 임 교수는 “이 같은 기형질환이 늘어난 것은 심장 초음파 등 진단 기술이 발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오염이나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에 임신부가 노출되면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임신 초기 엽산이 부족하면 척추갈림증 발생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주류 섭취량이 주식인 백미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직장인이 많은 30, 40대의 경우 소주와 맥주를 백미보다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9일 발표한 ‘2013년 국민영양통계’에 담긴 내용이다. 직장인이 많은 30, 40대의 1일 맥주 섭취량은 116.18g, 소주는 62.29g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주류 섭취량을 합치면 178.47g인데, 이는 한국인의 주식 재료인 백미(156.03g)보다 많은 양이다. 한국인의 핵심 밑반찬인 배추김치(77.61g)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19∼29세도 소주와 맥주 섭취량이 1일 평균 133.03g으로 백미(132.92g)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자에게 쌀밥과 주류 등을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섭취하는가를 질문해 답변을 평균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영양관리서비스팀장은 “백미 섭취량은 밥을 하기 전의 무게로, 물에 불려 지은 실제 쌀밥은 주류 섭취량보다 많을 수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국내 핵심 노동인력의 주류 섭취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통계다”라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팥소 없는 찐빵.’ 보건의료계 전문가 대부분이 밝힌 ‘상단 배치 명문화 없는 경고 그림 도입’에 대한 의견이다. 담배회사 자율로 경고 그림 위치가 결정되면 담배 판매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담뱃값 앞뒷면 하단에 주로 그림이 배치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 경고 그림 하단 배치, 10% 이상 효과 감소 흡연 욕구를 저해하는 혐오스러운 경고 그림이 담뱃갑 하단에 삽입되면 금연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담뱃갑 경고 그림의 위치에 따른 일반인들의 시선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5초 동안 담뱃갑을 보여주고 △경고 그림 부분(전체 면적의 30%) △경고 문구 부분(20%) △담배 이름 등 기타 부분(50%) 등에 시선이 머문 시간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 61명의 시선은 상단의 경고 그림에 평균 3.26초 머물렀지만, 하단일 때는 2.78초만 머물렀다. 반면 담배 상품 이름에 대한 노출 시간은 경고 그림이 상단에 있을 때보다 0.64초나 늘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1초가 안 되지만, 경고 그림에 의한 시각적 충격 정도와 금연 효과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경고 그림 상단 배치를 막기 위한 담배회사들의 로비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고 그림 노출이 실질적 매출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보이게 진열해 충동구매 욕구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담배회사들이 미국 내 소매업자에게 담배 제품 진열 판촉 활동 명목으로 지불한 돈은 4174억 원에 이른다. 국내 KT&G도 주요 담배 판매처인 편의점에 연 850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상품에 대한 노출은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1∼15세 청소년이 담배 광고가 있는 상점을 주 2회 이상 방문할 경우 흡연을 시작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2배 높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리사 헨릭슨 박사도 청소년이 일주일 한 번 이상 담배 진열에 노출되면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50%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쉽게 가려지는 하단 경고 문제는 규개위 결정이 번복되지 않아 경고 그림이 주로 하단에 삽입되면 담배 판매점들이 가리개를 이용해 경고 그림을 가릴 수 있다는 점. 경고 문구만 도입된 현재도 비슷한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편의점 476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편의점은 스티커 광고물 부착, 담뱃갑 하단 가리개, 가격표 부착 등을 통해 하단 경고 문구를 차단하고 있다. 복지부는 담배 경고 그림 가리개를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 사안인 경고 그림 위치 설정에도 애를 먹는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한 가리개 금지 규정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U도 5월부터 경고 그림 상단 배치 명문화 경고 그림의 상단 배치 명문화는 세계적 경향이다. 담배 규제정책의 전 세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경고 그림을 담뱃갑 앞뒷면 모두 상단에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월부터 담뱃갑 경고 그림 위치를 상단에 배치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성창현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FCTC는 경고 그림 면적을 담뱃갑 전체의 50%로 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30%에 불과하다”라며 “상단 위치마저 지켜내지 못할 경우 흡연율 감소라는 정책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단순한 주사기 재사용의 문제가 아니다. 약품을 제조해 여러 사람에게 주사기로 나눠 주입하는 행위(IV side)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발생의 원인을 요약한 문장이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주사기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 조치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주사기 재사용의 유형을 더 세분하고 의료계에 경각심을 주지 않으면 제2, 제3의 다나의원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 경로에 대한 세부 조사 과정에서 일명 ‘IV side’ 주사법이 집단 감염의 핵심 원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IV side는 수액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주사기를 기존 수액세트의 고무 부분에 꽂고 추가적으로 약품을 주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의 1차 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 약 18명이 IV side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나의원 의료진은 비만 치료, 비타민 보강 등의 목적으로 여러 약품을 섞어 만든 주사액을 한 주사기에 담았다가 여러 환자에게 정맥주사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나의원은 주사기 1개로 평균 3.15명에게 IV side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IV side가 감염에 취약한 건 주사액 주입 과정에서 혈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사액이 오염됐거나 주사기가 재사용됐을 경우 일반 근육주사에 비해 감염 위험이 더 크다. 중재원 관계자는 “다나의원 A 원장은 현재 주사기 재사용은 인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C형간염이 집단 발병한 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사액 나눠 주입하기, IV side 등의 행태가 밝혀진 만큼 A 원장의 과실이 거의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병의원에서 주사액을 IV side 형태로 나눠 주입하는 주사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의료진이 여러 약물을 주사할 때 잘 포장된 일회용 주사기와 연결호스 등을 사용하는지 환자나 보호자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협의회 대표는 “약품을 나눠서 주입하는 행태가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만큼 이를 막아야 혈액을 통한 각종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현금이 최고라는데…. 너무 성의 없어 보이고. 어떤 선물이 좋을까?”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선물 걱정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민이 깊을수록 답은 가까이에 있는 법. 어버이날을 계기로 부모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만큼 좋은 선물도 없다. ○ 산책한 지 10분 만에 쥐가 난다면. 부모님과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산책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건강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걸음걸이가 예전보다 느려졌거나, 계단 등 오르막길을 힘들어하면 퇴행성관절염이나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걷기 시작한 지 10분 안에 양 다리에 쥐가 나거나, 허리를 자꾸 구부리며 걷거나,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내리막길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 척추관협착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장원혁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허리 무릎 등이 아파도 노화 현상으로 보고 병원에 가지 않아 병세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진단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 후 일어설 때 어지럼증 호소한다면 오랜만에 하는 식사 시간도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의자에 앉았을 때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한쪽 엉덩이가 튀어나온 경우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앉아서 목을 움직일 때 어깨나 팔 등에 통증을 호소한다면 경추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검사를 받아볼 필요도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기립성 저혈압 여부를 검사해보면 좋다. 이 증상은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도 생길 수 있다. 어지럼증이 심하면 귓속 달팽이관 이석의 문제로 나타나는 이석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때는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손 떨거나 멍한 표정 자주 보인다면 파킨슨병도 자녀들의 관찰로 조기 발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표정이 자주 멍한 느낌이 들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고 떨린다면 병원 진찰이 필요하다. 허리를 예전보다 곧게 펴지 못하면서 종종걸음을 걷거나, 손을 떨 때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계산을 잘하는지, 예전보다 말수가 줄진 않았는지,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지진 않았는지 등도 점검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경증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을 받은 지 1년이 넘었다면 ‘검진 쿠폰’을 선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영균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은 “부모 혼자 검진받는 걸 부담스러워할 경우에, 가족 모두 함께 받는 가족 검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사진)팀이 3일 진행한 2 대 1 생체간이식 수술 장면이 50개국에서 모인 약 500명의 외과의사에게 생중계돼 화제가 됐다. 3일 서울에서 개막한 ‘2016 세계간이식학회’에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말기 간경화와 간암을 앓고 있는 50대 남성의 간을 잘라내고 가족 2명의 건강한 간을 복강경 기구로 이식하는 2 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연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외과의사들은 3개 수술방에서 동시에 이뤄진 이 수술의 생중계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계간이식학회 조직위원장인 이 교수는 “한국이 개발한 신수술기법이 전 세계로 알려지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최된 이번 학회는 7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자살을 시도했다 응급실에 실려 온 사람에게 전문 상담사가 퇴원 후 지속적으로 상담을 진행했더니 사망 위험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냈다고 3일 발표했다. 사후 상담서비스 사업을 진행한 27개 병원에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말까지 총 1만3643명의 자살 시도자가 내원했다. 이 중 생존한 1만3046명에게 사후 상담서비스를 제안했고 약 47%(6159명)만이 동의해 상담이 진행됐다. 전문상담사는 정신건강 상담 뿐 아니라 복지-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 그 결과 상담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의 향후 사망률은 5.9%로 상담을 받지 않은 사람(14.6%)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사망 위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응급실에서 이어진 생명의 끈이 실제 생명을 살리는 결과를 냈다. 향후 해당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456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이란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 전인 2011년 174억 달러에서 지난해 61억 달러로 3분의 1로 토막 났던 한-이란 교역 규모가 단숨에 회복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란 시장의 빗장이 열린 이후 중국, 일본, 유럽 등의 공세에 뒤처졌던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도 결정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52조 대박…인프라·에너지 수주 기회 열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30건, 최대 456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가계약과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우선 이란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 철도 78억6000만 달러, 도로 15억 달러, 수자원 27억6000만 달러 등 121억2000만 달러의 수주 기회가 열렸다. 대림산업은 이스파한과 아와즈를 잇는 541km의 철도 사업(53억 달러)에 대한 설계·구매·시공(EPC) 일괄 수주 가계약을 맺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15억 달러 규모의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건설 사업 MOU도 성사됐다. 수자원 분야에서도 베헤시트아바드 댐 및 도수로 사업(27억 달러) 등의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인프라 사업의 양국 간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제6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통해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더욱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유(116억 달러) 가스(89억 달러) 석유화학(41억 달러) 조선(12억 달러) 등의 분야에서도 최대 258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기대된다. 반다르자스크 지역에 초중유 생산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1, 2단계 100억 달러)가 대표적이다. 이란이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란∼오만 심해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도 한국이 참여하게 됐다. 발전 부문에서도 대림산업이 19억 달러 규모 바흐티아리 수력발전 공사 가계약을 맺는 등 58억 달러어치의 성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란의 전력 수요는 연평균 5.5%씩 늘고 있고 특히 노후한 발전·송배전 설비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50억 달러 실탄 지원…보건의료 등 수출전선 확대 이란 진출의 최대 난관인 금융 난맥을 해소하기 위해 국책 금융기관이 250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상업은행과 함께 150억 달러를 지원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이란 경제재정부와 약정을 맺고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단일 국가 투자에 대한 금융 지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란이 한국 기업과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이란 정부에 사업비를 빌려주는 것이다. 경제 제재가 해제됐지만 당장 사업비가 없어 대규모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만큼 이란에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해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17억 달러 규모의 6개 병원 건설 사업과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의료생산단지 구축 사업이 추진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 수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병원 건립 등 한-이란 보건의료 협력 강화로 향후 5년간 최대 3조 원의 경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추산했다. 한류 등 문화산업 진출의 물꼬도 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포스코건설은 이란 교원연기금공사와 협력해 한류 문화 복합 공간인 ‘K타워’를 이란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에는 이란을 상징하는 ‘I타워’가 들어선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전면적 협력도 확대된다.○ 본계약 안 되면 ‘일회성 이벤트’ 그칠 수도 하지만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 발표가 자칫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유럽 등 각국 정상이 앞다퉈 이란을 찾고 있는 등 이란을 향한 국제사회의 ‘러브콜’이 치열해 본계약 성사를 무작정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 제재의 여파로 재정이 어려운 이란 정부가 공사 발주를 늦추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금융 지원 불확실성, 달러화 거래 불가능 등 리스크도 많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프로젝트 자금을 상당 부분 부담하기로 하면서 국내 구조조정 등으로 자금 부담이 큰 국책은행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수석은 “이번에 발표한 사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 아니고 거의 확실시되는 것만 보수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금융 지원도 이란 정부의 보증을 받은 사업만 포함하기 때문에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김재영 redfoot@donga.com /세종=신민기 /유근형 기자}

“캐스팅보트는 ‘국민의당’이 아닌 공무원들이 쥐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A 씨를 최근 만났다. 그는 4·13총선에 대한 촌평을 이어가다 ‘공무원 역할론’을 꺼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화합의 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단 얘기였다. 그는 “일본이 안정성이 떨어지는 내각제를 택하고도 중심을 잡는 건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공무원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영혼 있는 공무원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향후 2년은 죽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기우일까. 총선 후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압승이 예상되던 새누리당의 패배에 근무환경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에 출몰할 공무원의 유형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① 자아분열형=가장 멘털 붕괴가 심한 그룹이다. 주로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공무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누리과정 밀어붙이기 선봉대였던 교육부, 노동개혁 추진에 온 힘을 바친 고용노동부, 원격진료 등 보건산업화 정책에 방점을 찍었던 보건복지부의 관료가 대표적이다. 이들에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존재했다. 윗선의 지시만 잘 이행하면 승진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되면서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할 힘든 처지가 됐다. 청와대의 강공에 발을 맞추자니 혹시 모를 정권교체가 두렵다. 한 과장급 복지부 공무원은 “청와대가 공직 기강을 다잡을 텐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걱정하다 자아가 둘로 분리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라며 씁쓸해했다. ② 복지부동형=“어차피 해봤자 국회에서 막힐 테니 애쓸 필요 없다”며 태업을 합리화하는 관료도 늘어날 것이다. 현 정권과 케미(궁합)가 안 맞았거나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면 ‘다음 정권까지 2년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각 부처에서 연구개발(R&D)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은 이런 생각을 할 공산이 크다. 이들은 돈이 되는 사업이 대부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면서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권한을 갖고 고군분투해왔다.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미래부에 연구 과제를 상납하는 데 지친 공무원들이 지금부터 복지부동하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③ 영혼회생형=아직 희망사항이지만…. ‘영혼 없는 공무원’의 모습을 탈피해 소신껏 국민의 삶 개선을 위해 정진하는 공무원도 나올 수 있다. 여야의 절충 지점을 세밀하게 파악해 화합 정치의 불씨가 되는 것 말이다. 예컨대 복지부는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주저해 왔다. 하지만 건보 제도 개선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국회 과반이 된 만큼 재추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여야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혼 있는 공무원’이 더 많아져서 임기 후반을 맞은 대통령과 여소야대 국회의 공존을 위해 헌신해 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20대 여성 최모 씨는 지난해부터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우울함과 불안감을 많이 느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다 중단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최 씨는 ‘정신과 약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에 약국에서 산 수면제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이내 소용이 없어 초조해졌다. 결국 일주일가량 잠을 이루지 못한 올해 초 충동적으로 수면제 수십 알을 먹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경쟁 사회가 심화되면서 수면장애 또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는 연평균 8.7%씩 증가해 지난해 5만59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정확한 수면제 사용에 관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수면장애 증가세만큼 수면제 사용량도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면제로 얻은 잠=억지 잠 수면제의 장점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고, 환자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특히 수면장애를 겪은 시간이 길수록 수면제 복용 첫날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면제가 수면장애의 근본적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촉진제를 복용하면 수면의 절대적 시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피로 해소에 중요한 델타 수면과 같은 깊은 잠은 아니다”라며 “수면제로 얻어진 잠은 ‘억지 잠’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오남용하면 부작용에 시달릴 우려가 높다. 일단 수면제는 의존성과 내성이 강하므로 처음엔 한 알을 먹다가도 나중엔 2, 3알 먹어야 같은 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수면제에 의지하게 돼 약을 끊기가 더 어려워진다.○ 수면제 복용 다음 날 운전 조심해야 수면제 의존이 심할 경우 기억상실, 수면 중 이상행동, 기상 뒤 출근길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졸피뎀 계열의 수면제를 복용하면 음주 뒤 ‘필름이 끊기는’ 것과 같이 전날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12년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진은 수면제를 복용한 성인 8000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수면제 복용자들은 입원할 정도의 신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일반인의 1.7배에 이르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졸피뎀 복용 다음 날 운전기능 저하를 경고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아직 논쟁 중이지만 수면제 사용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2014년 프랑스 보르도대 소피 빌리오티 교수팀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치매 발병률이 최대 1.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최근에 수면제와 치매의 연관성을 낮게 평가하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수면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면 장애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전문가들은 수면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수면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코골이) 탓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면제 복용에 더 주의해야 한다. 수면 중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부정맥,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등 합병증 발병률도 높은데, 수면제 성분이 해당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잠들기 위해 누울 때마다 다리가 아프거나 저릿한 기분이 들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 또는 주기성사지운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철 결핍성 빈혈, 관절염, 당뇨병에 따른 증상일 수 있는데, 수면제 복용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 음주 시 복용하면 안 돼 수면제 복용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 뒤 복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수면제는 가급적 매일 먹지 막고 1주 2회 이하로 먹는 게 좋다. 취기가 있을 정도의 음주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면제 복용 8시간 전후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시차 적응을 위해서 수면제를 먹는 것도 좋지 못한 습관이다. 수면제가 듣지 않을 경우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 치료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평소 생활 속에서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졸릴 때만 자리에 눕는 등 수면 건강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제 복용이 반드시 중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른 질환 때문에 찾아오는 2차성 불면증이 늘고 있는 만큼 불면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수면제를 알맞게 적당기간 동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