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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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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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기준법-노동문제 다룬 만화 ‘미생’의 블루칼라 버전 큰 반향

    ‘떼인 임금 받아주는 웹툰?’ 웹툰의 주인공 구고신은 대낮 길거리 공원에서 잠자고 있던 스물네 살 청년을 만난다. 청년은 공장 밀집 지역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했지만 6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다. 중국집 주인은 청년이 배달 중에 오토바이를 망가뜨린 것을 구실 삼아 임금도 주지 않고 쫓아냈다. 부진노동상담소 소장인 구고신은 중국집을 찾아가 근로기준법 36조와 시행령을 근거로 밀린 임금을 요구한다. 중국집 주인이 줄 수 없다고 버티자 구고신은 중국집 단골인 주변 공장에 연락을 돌려 중국집 보이콧에 나서 달라고 설득한다.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리얼리즘 만화를 그려온 만화가 최규석 씨(36·사진)가 17일부터 매주 화요일 네이버에서 웹툰 ‘송곳’ 연재를 시작했다. 아기공룡 둘리를 손가락 잘린 이주 노동자로 묘사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반지하 방에 모여 사는 비정규직 청춘을 다룬 ‘습지 생태보고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그린 ‘100°C’로 화제를 모았던 그가 그린 첫 웹툰이다. 제목 ‘송곳’은 송곳이 자연스레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부당한 노동현실에 저항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 같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에서 따왔다. 주인공 구고신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대형마트, 공장 노동자를 만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프롤로그와 첫 회만 연재됐지만 젊은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에게 인기를 모은 웹툰 ‘미생’(윤태호 작가)의 블루칼라 버전이라 불리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프롤로그엔 댓글 8100여 개가 달렸고 전체 웹툰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본 웹툰으로 뽑혔다. 최 씨는 직접 노동 현장을 취재하고 노동 관련 법전을 찾아가며 웹툰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 팬은 “아르바이트 학생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웹툰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작가도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함을 알리려는 ‘학습만화’를 그린다는 자세로 창작에 나섰다고 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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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세군 냄비에 3년째 1억 기부 ‘신월동 산타’

    ‘신월동 주민’이라고만 밝힌 중년의 남성이 3년째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원을 기부했다(사진). 한국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22일 오후 50,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서울 중구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에 편지와 함께 수표 1억 원을 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나라의 부흥, 경제발전 고도성장의 주역이셨던 분들이 지금은 나이가 들어 병마에 시달리는 불우 이웃이라면 이분들이야말로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고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분들이 아닌가 싶다”고 썼다 당시 현장에 있던 최수진 구세군 사관학생은 “성금을 건넨 신사가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라며 사랑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신월동 주민이란 이름으로 2011년 12월 4일에 1억1000만 원, 2012년 12월 9일에 1억573만 원을 같은 장소에서 기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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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를 내 몸같이 사랑하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23일 2014년 새해를 앞두고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자는 취지의 신년 법어를 발표했다. 진제 스님은 “물과 같은 덕행으로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 서로 다투는 이웃이 없도록 서로를 내 몸같이 사랑하고 용서하며 통일과 세계평화를 앞당기자”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미래 앞에 누적된 과거의 폐습, 반목과 갈등은 지난해에 잊혀 보내고 국가와 지구촌의 행복한 내일을 우리 모두 염원하자”고 밝혔다.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도 신년법어를 통해 “꿈같은 세월에 속지 말고 명명백백 분명한 이 순간을 영원으로 살려라”며 “걱정 근심 번뇌덩이 본래 있었더냐. 언제나 밝고 깨끗한 본성의 빛을 바로 보아라”고 했다. 원불교 경산 종법사는 “넉넉한 마음을 기르고, 깊은 지혜를 닦고, 남모르게 베푸는 덕행을 쌓자”고 했고,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는 “개벽은 험난한 시련이지만 동시에 위대한 희망이다”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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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슈퍼노트 뺨치는… ‘예술’이 된 지폐 위조

    2000년 여름 미국의 한 대형 쇼핑몰. 한 젊은 여성이 배우 우마 서먼이 영화 ‘펄프 픽션’에서 썼던 검은 생머리 가발과 똑같은 가발을 쓴 채 들어왔다. 그는 20달러보다 싼 물건을 고르더니 조금 어수룩해 보이는 점원에게 100달러짜리 지폐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2시간 동안 여러 쇼핑몰을 돌며 40∼50군데 가게에서 받은 거스름돈은 3000∼4000달러에 달했다. 여성이 산 물건과 받은 거스름돈은 쇼핑몰 밖에서 기다리던 남성이 받았다. 둘은 가까운 구세군 자선함에 가서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을 가득 넣었다. 근처에 구세군이 없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달라’는 메모를 붙여 교회 앞에 놓아뒀다. 아기 옷, 이유식, 학용품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이 커플이 쓴 100달러짜리 지폐는 예술품의 경지에 이른 위조지폐였다. 제조자는 커플 중 남자인 아트 윌리엄스(41). 그가 위조한 달러화는 미국이 1996년 3월부터 야심 차게 발행한 ‘뉴 노트’였다. 미국 조폐청 측이 역사상 유례없는 위조방지 기술을 갖췄다고 자부하던 화폐였다. 수천만 달러 상당의 장비가 필요한 ‘슈퍼노트’(위조지폐)와 달리 그가 만든 것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전화번호부 용지와 풀, 페인트를 활용한 수공예품이었는데 그 정교함에 수사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열일곱 살 때 위조지폐 기술을 배운 뒤 2001년 체포될 때까지 13년간 1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위조지폐를 유통시킨 아트 윌리엄스의 삶을 추적한 흥미로운 논픽션이다. 책 제목은 ‘돈 만드는 예술’이란 뜻과 ‘돈 만드는 아트(위조지폐범 이름)’란 이중의 의미를 함축한다. 이야기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위조지폐범으로 체포되고 3년 만에 출옥한 아트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트는 맥주 4잔을 연거푸 비우고 말문을 여는데, 독자는 그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어린 시절 그는 여동생을 성적으로 학대했던 무책임한 아버지와 양극성 장애를 앓아 가족을 돌볼 형편이 안 됐던 어머니 사이에서 컸다. 어린 아트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늘 친구 사이에선 스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부모의 결별로 가정이 파탄나자 희망은 사라졌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키웠다. 아트는 열일곱 살 때 위조지폐 기술자 다빈치를 만났다. 다빈치는 그에게 고급 인쇄 기술, 화폐 유통 개념, 수사망 피하는 법을 알려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이후 아트의 행보는 완벽한 예술작품을 만들려는 장인과 닮아 있다. 저자는 ‘그는 위조지폐에 미쳐 있었다.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위조지폐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에게 지폐 위조는 예술이었고,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고 썼다. 아트는 마음만 먹으면 수백만 달러의 돈을 찍어낼 수 있었다. 그는 돈의 노예가 된 다른 사람과 달리 돈 쓰는 여행을 하며 영원한 자유를 얻겠다는 오만에 사로잡혔다. 실상은 도피에 가까웠다. 위조지폐는 한 곳에 머물며 쓸 수 없었고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오랜 기간 갈구했던 가족 간의 사랑과 추억은 애초에 돈으로 살 수 없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저 위조지폐 한 장을 얻으려고 발버둥칠 뿐이었다. 그리고 함께 파멸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그를 체포했지만 주로 그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에 유죄 인정을 대가로 그의 형량을 3년으로 줄여줬다. 하지만 출옥 후 2007년엔 그의 기사를 읽은 아들이 지폐 위조에 손을 대는 바람에 그 죄까지 뒤집어쓰고 2015년까지 다시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책에 소개된 위조지폐의 역사도 흥미롭다. 저자는 지폐 위조의 원조로 기원전 3세기경 ‘주화에 불순물을 섞은 죄’로 추방된 이력이 있는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소개한다.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자유는 물질과 사회제도를 거부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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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비싼 카드 대신 값싸고 정성 듬뿍 ‘시집 연하장’ 연말 선물로 어때요

    연말을 맞아 ‘시집 연하장’은 어떨까. 최근 한 중견 출판사의 대표는 시집 20권을 구입했다. 지난해 지인들에게 보냈던 연하장을 대신해 올해는 시집 표지 뒷면에 연말 인사를 쓴 ‘시집 연하장’을 준비한 것이다. 그는 “연하장은 한 번 읽고 덮기 마련인데, 시집은 곁에 두고 내내 읽을 수 있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가 담겨 있으니 인사말만 살짝 덧붙이면 된다”고 했다. 비교적 싼 가격도 시집을 선택한 이유다. 그가 구입한 시집 한 권 값은 8000원. 요즘 괜찮다 싶은 연하장은 한 장에 5000원이 넘고 비싼 것은 1만 원까지 나간다. 시집은 두껍지 않아 지인에게 우편으로 보내도 연하장과 가격 차가 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김소연 시집 ‘수학자의 아침’,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이성복 시집 ‘래여애반다라’ 등 3종을 여러 권씩 구입했다. 올해 나온 시집 중 재밌게 읽은 시다. 그는 “시집 연하장을 보내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어떤 시를 의미 있게 읽었는지 나중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올해 반응이 좋다면 내년엔 더 많은 시집을 구입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시집 연하장이 언뜻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연하장 대신에 책을 보내는 풍속은 과거에도 있었다. 1983년 12월에는 다른 선물보다 싸고 인식이 좋은 책을 선물하는 유행이 퍼져 출판계가 대목을 맞았다. 당시 젊은층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예쁜 책을 선물하고, 선배는 후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책을 선사했다. 1992년 12월엔 책에 간단한 인사말을 담아 전하는 ‘책 카드’가 인기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2013년 연말을 맞아 잊고 있던 풍속을 되살린다는 기분으로 시집 연하장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출판계는 불황에 빠져 있지만 연말에 책을 선물하는 풍속에 대한 과거 기사들을 찾아 읽어보니 관통하는 주제가 하나 있었다. 책 선물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고 욕먹는 경우도 없다는 점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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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양도 훌륭한 기도랍니다”

    “우리 민옥이 만나러 성당 가자.” ‘민옥이’라니, 성당에 트로트 가수라도 온 걸까. 지난달 25일 저녁, 월요일인 데다 겨울비까지 내렸지만 대구 삼덕젊은이성당에는 민옥이를 만나러 온 신자 300여 명이 모였다. 황영삼 신부가 “아이고 비도 오는데 여까정 와줘서 고맙십니더”라고 인사하자 박수가 울려 퍼졌다. 민옥이의 정체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 13명으로 구성된 사제 밴드. 신부들은 인사말이 끝나자 보컬 드럼 건반 베이스를 맡아 성가 ‘내 맘에 주님 오시길 원해’를 들려줬다. 이날 기도회 인도를 맡은 박준용 신부는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을 주제로 신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영정 사진과 유언장을 들고 나와 무거운 주제를 술술 풀어 나갔다. 신자들은 “역시 민옥이!”라며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민옥이 밴드로 활약 중인 천주교 대구대교구 2∼8년차 젊은 신부들을 17일 대구 계산문화관에서 만났다. 원래 이름은 ‘B.O.F’(Band of Father)이지만 이들이 진행하는 ‘미사와 함께하는 노래기도’의 줄임말인 ‘미노기’가 유명해지면서 친근감을 가미한 ‘민옥이’가 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13명 중 황영삼(건반·35) 박준용(보컬·34) 장경식(일렉기타·32) 김병흥(베이스·30) 황은모(보컬·30) 김요한(신시사이저·29) 신부가 참가했다. 신부 수만 따지면 전국 최대 규모 밴드라고 한다. 2005년 신학교 동기 5명이 밴드 활동을 시작한 게 출발점이 됐다. 청년세대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황영삼 신부는 “개신교에선 찬양 문화가 발달돼 있는데 천주교는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찬양도 좋은 기도 방법이라 노래기도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옥이 콘서트는 지난달까지 모두 32차례 열렸다. 기도회 때마다 2, 3개월을 준비해 매번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토크쇼 콩트 뮤지컬이 가미될 때도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에선 트로트와 인기 가요를 신나게 연주하기도 한다. 고정 팬 수십 명은 매번 색다른 민옥이 무대를 만나려고 일정을 챙기기도 한다. 김요한 신부는 “요즘 청년들이 갑갑하고 목말라하는데 여기 오면 샘을 만난 것처럼 즐거워한다. 위로와 용기를 얻어가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 쉬는 날 연습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용 신부는 “성탄절이면 어딜 가나 캐럴이 울려 퍼진다. 그 속에는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사랑을 전하고 나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까운 사람하고만 선물을 주고받지 말고 주변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는 성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대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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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선 작가 “완벽 좇다 슬럼프… 4년만에 잔 채웠어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그 순간 가진 짐을 다 내려놓은 듯 안도감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어요. 커피는 우리를 편안하게 포용해 줍니다.” 기선 작가(본명 권기선)의 커피 전문만화 ‘오늘의 커피’(애니북스·전 3권·사진)가 2009년 1, 2권이 나온 지 4년 만에 완간됐다. ‘오늘의 커피’는 재벌 2세 바리스타 나기태와 절대 미각을 지닌 오난지가 만나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뤘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드립커피나 더치커피의 세계까지 다루며 커피 마니아들에겐 필독서로 꼽혔다. 최근 완간되면서 아시아 최대 커피 산지인 인도네시아와의 판권계약도 앞두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기선 작가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과 만화적 재미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공을 들였더니 긴 슬럼프가 찾아와 완간이 늦었다. 기다려준 독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늘의 커피’는 애니북스 이정헌 편집자가 국내 첫 커피 전문만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기획한 만화. 2001년 데뷔해 ‘플리즈 플리즈 미!’로 2009년 대한민국 만화 우수상을 수상한 기선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작가는 1년간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역사 깊은 카페나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돌며 커피를 배웠다. 이를 토대로 만화엔 다양한 원두와 커피 정보부터 카페 창업 노하우까지 백과사전에 가까운 정보가 충실히 담겨 있다. “스토리를 짤 때마다 전문적인 지식을 녹여내느라 힘이 많이 들었어요. 만화의 질에 매달리다 보니 슬럼프가 왔고 2년간은 아무 만화도 그리지 못했어요.” 작가의 슬럼프가 길어지자 편집자도 애가 탔다. 이 편집자는 2011년 한 잡지에 ‘집 나간 며느리 같은 만화가가 제3권을 그리러 돌아와 주길 바란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작가는 “어딜 가나 ‘오늘의 커피’ 소식을 묻는 팬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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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美로스쿨 교수가 말하는 꽃노년 비결

    ‘나이가 들수록 육신은 점점 추해지고, 정신도 부패할 뿐이라네.’ 책 목차 바로 앞에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온 글귀를 옮겨두었다.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나이 듦인 것 같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은 손쓸 틈도 없지만, 노화는 ‘더디지만 가혹하게 쇠퇴하는 과정’을 그저 견뎌내야 한다.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65세 때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노화에 관한 책을 쓰기에 아직 젊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만류했단다. 하지만 그는 늦어지면 노화에 관한 글뿐 아니라 어떤 글도 쓰지 못할까 걱정돼 서둘렀다. 그는 노화의 과정을 직시하려 노력한다. 나이 듦에 따라 잃는 것과 얻는 것을 화두로 자신의 경험, 문학, 성경, 영화를 넘나들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공포, 지혜, 불평, 은퇴, 복수, 재산, 감정, 구원을 각 장의 주제로 잡았다. 첫 장의 주제는 공포다. 그의 아버지는 88세가 될 때까지 선량하고 기품이 넘쳤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더니 한 달 만에 숨졌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덤덤하게 “뇌의 일반적인 수축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 도파민 수용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두뇌의 크기가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사실을 안 그는 겁을 집어 먹었다. 그도 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다음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잔뜩 겁을 주더니 이렇게 말한다. “난 다행히도 이 사실을 모른 채로 30년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보내는 축복을 누렸다. 이제 젊은 동료들에게 꼭 알려 주어 그들이 나처럼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내가 또 이렇게 사려가 깊은 사람이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노년기의 특권은 모든 것을 겪어 냈다는 온순한 쾌락의 즐거움에 있다고 그는 역설한다. 나이가 들면 행복을 잘 느낀다, 지혜로워진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도리어 노화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갔던 기억상실증 경험도 책에 부록으로 담을 수 있어 좋다는 식이다. 반면 두 번 사는 것은 형벌에 가깝다며 보톡스나 비아그라 주름제거술에 기대려 하기보다 주어진 첫 번째 기회에 만족하고 살기를 권한다. 우리가 나이를 10대, 20대, 30대와 같이 10의 배수로 나눈 것도 절대 진리가 아니라 근래에 만든 것이라니 나이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저자는 충분히 잃어갈 만큼 오래 살게 됐으니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용기와 인내, 관대함,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썼다. 그가 꼽은 최선의 죽음은 이렇다. 죽는다는 걸 충분히 자각할 정도의 정신을 유지한 채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몇 마디 반어적 농담을 던진 후에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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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짱’ 17년 ‘열혈강호’ 19년 ‘RURE’ 10년… 이 만화들 언제 끝날까

    1996년 학원 액션만화 ‘짱’(임재원 작가)이 연재를 시작했을 때 주인공 현상태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 10대 팬들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와 의리로 똘똘 뭉쳐 싸우는 주인공 현상태에게 열광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당시 팬들은 30대 아저씨가 됐지만 현상태는 아직 고3이다. 만화에는 초창기 등장했던 삐삐 대신에 슬그머니 휴대전화가 등장한다. 제목에 ‘∼짱’을 단 숱한 아류작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동안 ‘짱’은 17년간 만화잡지에 연재됐다. 지난해 8월 나온 71권까지 단행본은 모두 350만 부가 팔렸다. 만화의 폭발적 인기 속에 당시 생소했던 짱이란 표현도 얼짱, 몸짱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만화 팬들은 ‘짱’ 신간이 나올 때마다 “난 어느새 고등학생 조카를 둔 30대가 됐는데, 주인공은 여전히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며 즐거워한다. 과연 만화가 끝나긴 할까. 임재원 작가는 “지금 보스인 김철수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내년 4월에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장기 연재의 비결은 작가의 능력보다는 독자들이 만화에 애정을 갖고 계속 기다려준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코믹무협만화 ‘열혈강호’(전극진 글·양재현 그림)는 1994년 연재를 시작해 내년 4월이면 만 20년이 된다. 최근 단행본 62권이 발간됐고 총 500만 부가 팔렸다. 작가들도 남녀 주인공인 한비광과 담화린이 무림을 평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해피 엔딩만 생각할 뿐 정작 언제 끝날지 모른다. 1999년 “반환점을 돌았다”고 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2년 안에 끝내겠다”는 각오만 밝혀왔다. 양재현 작가는 “최종 무대 격인 신지(神地)에 도달했으니 이제 후반부에 진입했다. 만화 속 캐릭터가 작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다 보니 에피소드가 늘어나고 자연히 이야기가 길어졌다”고 했다. 2003년 연재를 시작한 서문다미 작가의 순정 판타지 만화 ‘RURE’도 2000년대 이후 장기연재 작품.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가 차원 이동을 하며 벌이는 모험담과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작가도, 편집자도 그 끝을 알 수 없단다. 단행본 20권이 출간돼 25만 부가 팔렸다. 일본에서는 1960, 70년대에 시작해 아직 연재 중인 작품들이 있다. ‘고르고 13’ ‘유리가면’ 등이 대표적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1990년대 만화 활황기에 나온 작품들이 오랜 기간 독자의 사랑 속에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손에 꼽을 대표작이 없는 점은 한국 만화계의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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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공이 있기에 너와 내가 존재할 수 있죠”

    ‘저 날아가는 새가 허공에 안겨 허공을 드러내듯이, 아, 그대 참사랑이여, 내 이 초라한 삶과 죽음이 그대 품에 안겨 그대를 드러내는 것이기를!’ ‘동양학 하는 목사님’으로 유명한 이현주 목사가 우리 나이로 칠순을 맞아 불가의 스님에게 어울릴 법한 제목의 책을 냈다. 신간 ‘공’(샨티·사진)이다. 부제는 ‘저는 어디에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있게 하는…’이다. 책에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그가 먹을 묻힌 붓으로 선물 포장지나 판지 같은 쓸모없는 종이에 그린 다양한 형태의 ‘空(공)’ 글씨 70점과 공을 화두로 붙잡고 쓴 글 149편이 담겨 있다. 글씨를 보고 있자면 불가의 달마도가 생각날 정도다. 2004년부터 충주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10일 전화를 걸었다. “마침 오늘이 생일이에요. 칠순이 되니 손님들이 종종 찾아와서 자비로 책 200부만 찍어 선물로 나눠 주려고 했다가 정식 출간하게 됐어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라 정직하게 썼고, 그저 자유롭게 읽어주시면 그만입니다.” 이 목사는 몇 년 전부터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 입으로 ‘공공공공…’ 하고 읊조리며 다양한 모양의 ‘공’자를 썼다. 그러곤 마치 표구하듯이 둘레를 다른 종이로 풀칠해 붙였다. 재작년 사별한 아내는 생전에 그 모습을 보고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지 왜 그러고 있느냐”며 한마디씩 했단다. 완성된 작품은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공짜로 드립니다”라며 나눠 줬다. 이 목사는 평생 수십 권의 철학서, 동화, 번역서를 내며 왕성한 저작 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대학중용읽기’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장자산책’처럼 유불선 사상을 넘나드는 책이 많다. “갓난쟁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갔습니다. 남이 알려주는 예수에 대한 이해나 설명보다 직접 배우고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자 공자 부처도 만나게 됐습니다.” 개신교 목사인 그에게 불가의 화두처럼 들리는 공이란 무엇일까? “허공이 없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손을 머리 위로 드는 것도 허공이 있어서 가능한 것처럼 아무 데도 없지만 다른 것을 존재하게 하는 게 허공입니다. 저도 허공처럼 존재하면 좋겠는데 육신이 있어 불가능하죠. 그래서 마음만이라도 허공처럼 살려고 합니다.” 하나님과 허공이 닮았다고 했다. 그는 “‘허공=예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형상이 없는 하나님을 몸으로 경험한다면 가장 근접한 것이 허공 같다”며 “유불선과 기독교의 경계도 그 앞에서 다 허물어진다”고 했다. 그런 그가 ‘고마운, 정말 좋은 친구’였던 아내가 별세한 다음엔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아내가 임종할 무렵에 이 책에 담길 글을 마쳤어요. 책을 낼 땐 마지막이란 생각도 했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제가 할 말은 거의 다 했단 생각은 드네요.” 마지막으로 종교인으로서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가끔 집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고민을 털어놓지만 그저 들어드리기만 한다. 다들 열심히 사니까 그저 하시는 일 거리낌 없이 하시면 좋겠다”며 더는 말을 아꼈다. 통화 내내 그의 목소리는 가벼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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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얼기 전 노숙인 먼저 찾은 산타

    11일 서울역 광장은 간밤에 내린 눈으로 땅이 얼고 피부를 얼얼하게 만드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광장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교회 찬양팀이 부르는 복음성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울려 퍼졌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도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불렀다. 서울역 노숙인 급식센터인 해돋는마을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가 이날 ‘2013 성탄축하 사랑나눔 잔치’를 열었다. 그룹 ‘쿨’의 가수 김성수와 탤런트 김예령, 경기천사소리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찬송 공연을 펼쳤다. 광장에는 역 주변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민 500여 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함께 예배를 올렸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목사들은 노숙인들에게 1인용 침낭과 간식이 든 빨간색 선물꾸러미를 나눠줬다. 자원봉사자 100여 명은 거동이 불편해 행사장을 찾지 못한 쪽방촌 거주민을 위해 역 일대를 돌며 선물을 전달했다. 지난해에는 성탄절 전 주에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온다는 소식에 일정을 앞당겼다. 해돋는마을 대표 김원일 목사는 “매해 연말이면 노숙인들의 마음속에 빈자리는 더 커진다. 작은 선물이 그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돌보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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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장래 직업? 아버지-어머니처럼 살겠습니다

    지난달 8일 인천에서 50대 기러기 아빠가 자살을 택했다. 4년 전 아내와 중고등학생 두 아들을 유학 보내고 외로움을 자주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아빠처럼 살지 말란 당부도 덧붙였단다.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 한국 보통 아버지들이 한 번 이상 내뱉었을 말.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저 말을 검색해 보니 저마다 사연이 쏟아진다. 아버지들은 마치 본능인 양 자식들은 자기와 달리 좋은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에 다니길 소원한다. 가족을 찢어 외국에 보내서라도 성공하길 바란다. 책은 우리에게 다른 삶을 보여 준다. 부제는 ‘닮고 싶은 삶, 부모와 함께 걷기’다. 가업을 이어받은 대장장이, 시계수리공, 장돌림, 농부, 떡장수, 두석장 가족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 ‘엄정 임경옥 족발’ 대표 소성현 씨(31)는 전국 장터를 돌며 족발을 파는 13년 차 장돌림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장돌림이라 ‘학사 노점상’으로 불리는 장터 명물이다. 2000년 그의 어머니 임경옥 씨는 장터 노점을 접고 족발 장사를 시작했다. 어머니를 돕던 아들은 힘든 하루를 마감하며 소주 한 병을 비워야 잠이 드는 어머니의 고된 삶을 보면서 애틋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아들도 어머니를 따라 자신도 장터에서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머니는 저희에게 남들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찮은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장터에서 잡화를 팔던 아버지는 반대했다. “부모가 고생하는 이유는 가난과 멸시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학을 졸업하고 넥타이 매고 펜대 굴리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어서인데, 어릴 때부터 부모 잘못 만나 장터를 떠돌아다닌 것만으로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족발은 잘 팔렸다. 아버지가 하던 일이 망해 쫓기듯 내려온 고향에서 번듯한 가게도 열었다. 몇 해 전 뇌출혈로 숨진 어머니에 이어 소 씨가 대표가 되어 어머니 이름을 건 족발가게를 프랜차이즈로 키울 꿈을 꾸고 있다. 소 씨는 장사 노하우만 물려받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처음 가게를 열면서 지역 학생들에게 매달 장학금을 줬다. 가난한 부모의 아픔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며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 아들도 장학금 사업을 이어 가며 시골에 작은 도서관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권위가 경제력에 좌우되는 가족 해체 시대에 잃어 가는 가족의 가치를 다시 짚어 보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책에서 만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기술 성실 끈기 땀 정직 같은 유산을 아낌없이 물려줬다. 자식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유통 경로를 개척하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 기법을 고안하며 보답했다. 가끔 부모가 생업에서 벗어날 여유도 줬다. 부모님과 함께 떡집을 운영하는 김진희 씨(23)의 말이다. “아직 어린 나이에 부모님 아래서 사업을 한다는 건 커다란 축복입니다. 누구보다 나를 믿어 주고 나의 성장을 지지하는 부모님을 통해 내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용기 있게 시도하고 모험할 수 있으니까요. 설령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비난보다 격려하는 가족들과 함께라면 언제까지나 자신 있게 두려움 없이 나의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처음 시행한 우수출판기획안 지원 사업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평은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를 포착하고 주제에 대한 진정성을 담았기에 선정됐다고 밝힌다. 저자는 백창화 작가,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장혜원 편집자가 함께 썼다. 이들은 2년여 동안 밀착 취재를 통해 10여 가족을 만났고 그중에서 진정 가업을 이을 각오가 선 가족만 추려 책에 담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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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동 토박이 뭉쳐 마을잡지 펴냈다

    서울 성북동 토박이들이 뭉쳐 마을 잡지를 펴냈다. 지난달 20일 출간된 계간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다. 3일 저녁 서울 성북동 카페 티티카카에서 이 잡지를 만든 두 주역을 만났다. 편집을 맡은 최성수(55·시인), 김홍식 씨(47·서울대병원 직원)다. “우리 둘이 성북동에서 산 햇수를 합치면 90년이 넘습니다. 잡지 제작에 참여한 성북동을 사랑하는 주민 모임 ‘성북동천’ 멤버와 성북동에 사는 기고자들까지 합치면 300년을 훌쩍 넘습니다.” 성북동천은 7월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성북동 옛날사진전, 마을학교, 마을 잡지 사업을 시작했다. 잡지를 만든다는 소식에 성북동 주민과 상인, 예술인들이 글과 그림, 사진을 내놨다. 잡지에는 성북동 30년 토박이인 소설가 김선정 씨가 쓴 시 ‘성북동에서’와 김철우 화백이 그린 성북동 풍경이 함께 담겨 있다. 카페 티티카카 김기민 대표는 성북동 1인 가구 독거 생활자의 식사 모임인 ‘성북동 부엌’을 소개한다. 성북동에 살지는 않지만 이경돈 성균관대 연구교수와 신현수 시인은 각각 성북동 문인 이태준의 이야기와 성북동 골목길 기행기를 기고했다. 2000부를 발행한 잡지는 성북동 주민센터, 가게, 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최 씨는 “요즘 동네 잡지, 마을 잡지가 많이 늘었는데 우리는 성북동의 트렌디한 변화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람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 내려 노력했다. 다음엔 성락원 주변 부촌에 사는 주민들도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북동의 장점을 묻자 두 사람 표정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어스름한 저녁 서울성곽의 스카이라인,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토박이들, 성락원 심우장 선잠단지 최순우 옛집 같은 문화재까지 자랑이 끊이질 않았다. 최 씨는 “성북동엔 문화재가 많지만 사람과 따로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곳 주민, 문화인들과 함께 숨결을 같이하기에 더 소중하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성북동에 부는 재개발 바람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김 씨는 “투기 바람이 불면서 토박이가 떠나고 외지인이 들어오며 주민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잡지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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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 주도층은 ‘어른아이 40대’? ‘2030 우먼파워’?

    지난해 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북유럽식 자녀양육법을 추구하는 30대 젊은 엄마 ‘스칸디 맘’을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책 육아’가 인기를 끌었고, 아빠들도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출연진처럼 자상한 부성애를 가진 ‘스칸디 대디’로 변신했다. 또 트렌드 연구가인 김용섭 씨는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을 2013년 트렌드로 전망했다. 1970, 80년대 문화는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지만 1990년대 문화의 인기는 장기간 지속된다고 봤다. 올해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전작 ‘응답하라 1997’을 능가하는 관심을 모으며 1990년대 복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일부 트렌드는 이미 해묵은 유행이거나 제대로 적중하지 못한 것도 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미래에 대한 통찰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존 언론보도를 짜깁기한 한계가 엿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트렌드 적중에 실패한 곳은 독자들의 항의에 시달리거나 슬그머니 트렌드 시리즈 출간을 접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4년 갑오(甲午)년을 앞둔 연말, 어김없이 트렌드 적중을 자신하는 책들이 출간됐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4’(미래의창), 김용섭 씨의 ‘라이프트렌드 2014’(부키), KOTRA의 ‘2014 한국을 사로잡을 12가지 트렌드’(알키)가 제시한 공통 트렌드와 엇갈린 전망을 정리했다. 공통점은 ‘몸’이다. 김난도 교수는 ‘나포츠(night+sport)족’과 ‘노동 세러피’를 내년 트렌드로 뽑았다. 정신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땀을 내는 운동이나 육체노동으로 달래는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될 거란 전망이다. 김용섭 씨는 신조어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를 제안했다.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농사짓는 불편함을 재밌는 놀이로 즐기는 문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 서울에만 70만 명 이상이 도시농업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소비 트렌드를 이끌 세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난도 교수는 ‘어른아이 40대’에 주목했다. 내년이면 1990년대 문화를 이끈 X세대(1966∼1974년생)가 모두 40대가 된다. 수적인 규모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약 50만 명이 더 많다. 1990년대 압구정동 오렌지족으로 활약하던 소비 본능과 함께 수백만 원짜리 장난감도 구매하는 놀이 본능도 갖고 있어 문화 소비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KOTRA에 따르면 영국에도 어린 아기가 스마트폰을 갖고 노느라 장난감을 멀리하지만 ‘키덜트(kid+adult)’ 어른들이 비싼 장난감을 구매해 오히려 완구산업이 증가세에 있다. 반면 ‘라이프 트렌드 2014’는 소비 빙하기를 맞아 2030세대 젊은 여성들의 활약에 주목했다. 젊은 여성들의 소비 여력도 하락세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고급 과자나 프리미엄 생수, 네일 아트에 주저 없이 지갑을 열 것으로 봤다. 2014년에는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6월 브라질 월드컵, 9월 인천 아시아경기와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린다. 김난도 교수는 스포츠 행사가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봤고, 김용섭 씨는 국산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줄어 애국 마케팅이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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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서 내 글을 퇴짜? 그럼 개인출판으로 내지!

    산부인과 의사인 현직의(필명·37·여)는 2011년 봄 의사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닥터스 로맨스’를 썼다. 만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원고를 들고 종이책, 전자책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하다” “소설 작법이 아니다”라며 거절당했다. 그는 ‘개인출판’으로 활로를 뚫었다. 2011년 가을 전자책 오픈마켓인 유페이퍼에서 ‘닥터스 로맨스’를 판매했다. 이후 ‘펜트하우스’ ‘유리파편 위의 사랑’을 속속 발표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독자층이 확보되자 종이책도 냈다. 그는 “외과의사인 남편의 조언과 의학서적을 참고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 이야기를 성의학으로 풀어내 독자에게 의학 정보를 함께 준 것도 경쟁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기존 출판사의 높은 문턱을 피해 개인출판으로 독자를 공략하는 작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 전자책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책을 만들어 오픈마켓에 올린다. 독자의 주문을 받아 책을 찍어내는 주문출판(POD·Publish On Demand) 방식으로 종이책도 내고 있다. 전통적인 조판인쇄 방식이 아닌 프린트 인쇄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POD는 재고 걱정이 없다. 유페이퍼의 경우 작가 1800명이 전자책 8000종을 올리고, 이는 인터넷서점과 이동통신망에서 유통된다. 교보문고 POD 서비스의 판매량도 지난해 7000부에서 올 10월 현재 1만2000부로 늘었다. 이들은 직업이나 취미를 살려 세분된 주제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마니아인 손갑철 씨(53·무역업)는 지난해 ‘FSX로 파일럿 되기’를 썼다. 1994년 ‘컴퓨터 파일럿’(크라운출판사)을 출간했던 손 씨는 이후 20년간 바뀐 비행 시뮬레이션 기술을 반영한 이 책의 출판을 의뢰했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불황이라 초판 1000부도 팔기 어렵다며 퇴짜를 놨다. 손 씨는 지난해 POD로 2만2400원에 책을 내놓았고, 지금까지 500권 이상 팔렸다. 그는 “비행 시뮬레이션 분야에선 유일한 필자라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책을 찍어내기에 망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한국계 미국작가 수전 이의 판타지소설 ‘엔젤폴’(제우미디어)도 개인출판 전자책으로 성공을 거둬 19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개인출판 시장이 커지면 새롭고 다양한 필자를 발굴하는 마이너리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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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는 한국땅… 1947년 中외교문서도 밝혔다”

    ‘울릉도는 원래 신라에 속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점거됐다가 도쿠가와 막부 때 한국이 되찾았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한 후에는 그대로 조선 경상북도 관할로 소속됐다. 죽도(竹島·독도)는 울릉도의 속도(屬島)가 된다. 인구는 1928년 조사에 따르면 1만466명이고 이 가운데 일본인은 겨우 600명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울릉도와 죽도는 일본에 귀속돼서는 안 된다.’ 1947년 작성된 중국 외교문서 ‘일본 영토처리 변법 초안’에 나오는 내용이다. 당시 중국 정부가 독도를 울릉도의 속도로서 조선 영토로 여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을 지낸 유미림 한아문화연구소 대표가 1940년대 중국 외교문서를 수록한 ‘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지식산업사·사진)를 펴냈다. 이 책에는 ‘일본 영토처리 변법 초안’ ‘유관 일본강역문제 자료’ ‘한국강역문제의견-주일대표단’ ‘구 일본 영토’ 등이 수록돼 있다. 유 대표는 이 문서들을 중국 외교부 사료관인 중국 난징의 제2역사당안관에서 찾아냈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국 신탁통치 방안이 논의되던 시기에 작성된 이 외교 문서들에서 한국 영토 처리 방침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료 촬영이나 복사를 금지해 일부를 필사했다. 독도에 대한 당시 중국의 생각을 처음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여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독도 연구가인 유 대표의 독도 관련 논문과 자료도 수록돼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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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스트셀러 따라잡기]고달픈 현실이 인기 비결? 3040여성이 주독자층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휴)이 7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한국출판인회의가 11월 넷째 주(22∼28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의 판매량을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10월 7일 출간된 ‘인생수업’은 10월 둘째 주에 베스트셀러 6위로 진입하고, 같은 달 셋째 주부터 당시 8주째 1위를 지키던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를 따돌리고 1위에 올라섰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제3인류’(열린책들)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지만 ‘인생수업’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인생수업’은 법륜 스님이 대중강연 ‘즉문즉설’에서 청중에게 받은 질문 가운데 ‘인생을 어떻게 살면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한 책. 이에 앞서 스님은 결혼을 앞둔 미혼 남녀에게 주는 조언을 담은 ‘스님의 주례사’(2010년·48만 부 판매), 어머니의 자녀 양육법을 다룬 ‘엄마 수업’(2011년·35만 부)을 낸 바 있다. 책이 팔리는 속도는 전작들보다 빠르다.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만 부 넘게 출고됐다. 책은 주로 30, 40대 여성 독자가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온·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산 독자는 30대 여성(26.9%), 40대 여성(17.4%), 20대 여성(13.9%) 순으로 많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법륜 스님이 예능프로그램 ‘힐링 캠프’에 출연해 대중의 인기를 확보한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영 휴 편집인은 “처음엔 중장년층을 주독자층으로 보고 기획했지만 인생 경험이 풍부한 50, 60대보다 여전히 고민이 많은 30, 40대가 인생의 후반전을 설계하기 위해 책을 구매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0, 40대의 고달픈 삶의 반영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죽음, 늙음, 인생을 다루는 시니어 출판물은 정작 중장년층보다 자녀 세대가 가장 많이 읽는다”며 “힘든 아버지 세대 이야기를 보고 자신을 반추해 보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삶이 고달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속엔 ‘후회를 남기지 말라’ ‘마음을 편하고 가볍게 하라’ ‘사는 데 정답은 없다’는 식의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인터넷서점 후기에는 “스님이 내 속을 들여다보듯 말씀을 하니 불안한 마음이 진정됐다”는 반응도 있지만 “방송에서 하셨던 말씀과 그 전에 나온 책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는 시각도 있다. 자기계발서를 비판한 책 ‘거대한 사기극’의 저자 이원석 씨는 “세련된 심리적 자기계발서이기에 독자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역할은 충실히 한다. 하지만 간편하고 간단한 제안일 뿐 사람의 근본적인 조건을 바꿀 순 없다”고 평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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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걸을 때마다 핏자죽” 한센병 할머니의 恨, 그리고 치유詩

    “아, 내 인생길이/왜 이다지도 가시밭길인가. 찌를 때마다 피 흘러/걸을 때마다 핏자죽이었네.”―이말란 할머니의 자작시 ‘내 인생길’ 중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인생을 몇 줄로 요약하기란 어렵다. 그는 1927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고녀를 다녔다. 아버지는 일찍 여의었지만 집안 형편은 넉넉했다. 오빠와 두 언니는 광복 전 일본으로 이주했다. 부산고녀 재학 시절 한센병과 임신이란 불행이 한꺼번에 닥쳤다. 일본인 대학생 마쓰시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불러오는 배를 고민하는 건 사치였다. 곧 한센병이 몸을 덮쳤다. 동네 주민들은 산기슭 움막으로 내몰았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아들을 낳았다. 돌봐주던 어머니가 이듬해 숨지고 삶의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입양 보내야 했다. 한센병 시인 한하운은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벌이올시다”라고 썼다. 할머니의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평생 차별 속에서 살며 입양 보낸 아들과 첫사랑을 그리워했다. 나중에 가족을 꾸렸지만 상처를 꺼내 보이지 못했다. 그저 “차라리 이 땅 위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며 자신을 벌레처럼 여기며 살았다. 간호사 출신인 저자는 문학과 의학을 융합한 ‘치유 시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2006년 7월 ‘시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으려고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2007년 2월까지 20여 차례 저자를 만나 시를 쓰며 자신의 억누르던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의 아름다운 영혼과 화해한다. 책에는 2009년 6월 사망한 할머니의 구술사와 시 11편이 수록돼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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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참선 잘하그래이 外

    참선 잘하그래이(김형효 한승원 외 지음·김영사)=‘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란 법어로 큰 깨우침을 준 성철 스님이 열반한 지 20년이 됐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 마음을 일군 저명인사 27명이 쓴 추모 에세이를 모았다. 1만5000원.꼬리 치는 당신(권혁웅 지음·마음산책)=시인인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부터 공룡처럼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까지 모두 500여 종에 대해 생물학 철학 문학을 넘나드는 사유를 하고 이를 짧은 글로 옮겼다. 꼭지마다 동물 수채화를 곁들였다. 1만5500원.가와이이 제국 일본(요모타 이누히코 지음·펜타그램)=일본 메이지가쿠인대 예술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본 대중문화 성공의 밑바닥에 깔린 ‘가와이이’(귀엽다) 미학을 분석했다. 가와이이가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적 퇴행을 불러왔다는 주장은 곱씹어 볼 만하다. 1만3000원.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이명옥 지음·시공아트)=사비나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창의성을 ‘키워드’로 삼아 색다른 미술 감상법을 제안한다. 익숙한 그림의 재발견과 독특한 그림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만날 수 있다. 1만7000원.나는, 오늘도(미셸 퓌에슈 지음·이봄)=프랑스 소르본대 철학 교수인 저자가 사랑하다, 설명하다, 걷다, 먹다 같은 9개 일상 키워드에 대한 철학적 단상을 담았다. 전 9권의 그림 작가가 모두 다르다. 각 9000원.생각의 궤적(시오노 나나미 지음·한길사)=‘로마인 이야기’를 쓴 저자가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양한 매체에 쓴 글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소설 창작 과정, 역사와 문명에 대한 생각, 이탈리아 생활까지 작가의 여러 면모를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그때 우린 열세 살 소년이었다(나일성, 사가에 다다시 지음·북치는 마을)=1945년 함북의 한 중학교에서 무심코 조선말을 내뱉은 조선인 소년과 그를 감싸 준 일본인 소년의 운명적 만남이 있었다. 1986년 헤어진 지 41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친구의 우정을 글로 옮겼다. 1만3000원.바비레따(전건숙, 이서원, 김해자 지음·수필세계사)=울산을 무대로 활약하는 시조시인 이서원, 수필가 김해자, 문인화가 전건숙이 힘을 합쳐 시와 수필, 그림이 어우러진 책을 냈다. 책 제목은 러시아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 두 주간 정도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뜻한다. 1만5000원.}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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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명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내년 3월 런던서 영역판 나온다

    “이정명 작가의 ‘The Investigation’(원제 ‘별을 스치는 바람’)이 한국 문학을 영국에 알리는 데 돌파구가 되길 바랍니다. 한 작품만 터지면 다른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2014년 런던도서전 주빈국에 한국이 선정된 것을 기념해 영국 주요 출판사 대표와 편집장 6명이 한국을 찾았다. 28일 오전 서울 신문로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국 최대 출판사인 팬맥밀런 계열사 맨틀의 마리아 레즈트 대표는 내년 3월 윤동주 시인의 형무소 생활을 다룬 ‘별을 스치는 바람’ 영역판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사람에게 이정명 작가의 작품 번역을 맡겼다. 런던도서전에 이 작가를 초대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콤마프레스의 케이티 슬레이드 편집장은 “서울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을 낼 계획이다. 아직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김영하 작가를 만나지 못했지만, 영국은 해피엔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립 침울함 어두움을 다룬 그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매클리호스프레스의 폴 엥글스 편집장은 “한국 작가도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 분야를 공략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만하다. 영국에서 출간 예정인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성인을 위한 동화물도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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