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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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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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민의 그때 그곳] 윤동주 유고 시집이 숨겨져 있던 전남 광양 정병욱 생가

    《 매년 봄이 되면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 일대. 남해와 맞닿은 이 아름다운 어촌 마을엔 시인 윤동주(1917∼1945)와 국문학자 정병욱(1922∼1982)의 인연이 깃든 정병욱의 생가가 남아 있다. 윤동주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비밀을 품은 집이다. 시간을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으로 돌려본다. 》1940년 봄. 열여덟의 정병욱이 연희전문(현 연세대) 문과에 입학한 뒤 가장 먼저 친해진 선배가 윤동주였다. 신문 학생란에 실린 정병욱의 글을 보고 윤동주가 먼저 정병욱을 찾았다. 윤동주는 정병욱의 학교 2년 선배였다. 멀리 북간도 용정 땅에서 온 윤동주와 전남 광양에서 온 정병욱, 두 문청(文靑)은 글을 통해 가까워졌다. 정병욱은 연희전문 기숙사 생활부터 학교 공부까지 윤동주의 도움을 받아 낯선 서울 생활에 적응했다. 이듬해 봄 둘은 기숙사를 나와 종로 누상동에 하숙을 정했다. 광복 직후 활동했던 소설가 김송(金松)의 집이었다. 두 사람은 방을 함께 썼다. 윤동주는 늘 자신이 쓴 시의 원고를 정병욱에게 보여주었다.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참회록’ ‘간(肝)’ 같은 시들이 하숙방에서 탄생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문학과 예술이 중심을 이루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동주를 따라 정병욱도 일요일이면 교회당을 찾았다. 충무로 책방거리도 함께 거닐었고, 음악다방에 들렀다가 영화관을 찾기도 했다. 당시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연희전문 졸업 기념으로 자신이 평소에 써두었던 시들을 정리해 시집을 펴낼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제강점기 상황에서의 시국이 허락하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국어 말살정책으로 우리말로 된 책자 발간이 금지됐다. 윤동주는 1941년 모두 열아홉 편의 시를 자필로 정리해 놓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을 붙였다. 원고를 손수 제본해 총 세 권을 만든다. 이 시집의 서문을 시로 적은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서시(序詩)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입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거러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는 그중 한 권에 ‘정병욱 형 앞에’ ‘윤동주 정(呈)’이라고 썼다. 육필로 만든 단 세 권의 시집 가운데 하나를 아끼는 동생에게 준 것. 다른 한 권은 연희전문 문과 교수였던 이양하 선생께 드리면서 시집 출간을 상의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윤동주는 남은 한 권을 지닌 채 1942년 일본으로 떠났다. 윤동주가 일본 유학길에 오른 뒤 정병욱도 모교를 떠나야 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학병에 징발되었기 때문이다.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가기 전에 자신의 책과 노트, 그리고 윤동주의 자필 시집 원고를 어머니에게 맡겼다. “소중한 것이니 잘 간수하셔야 한다”는 간곡한 당부도 곁들였다. 정병욱은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부상으로 후송돼 목숨을 건졌다.일본이 패망하고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았다. 정병욱은 경성대학(현 서울대) 국어국문과에 편입해 학업을 계속하던 중에 끊겼던 윤동주의 소식을 들었다. 북간도 용정에서 광복과 함께 귀국한 윤동주의 가족을 통해서였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린 소식이었다. 윤동주가 1943년 7월 교토의 도시샤대에서 고종사촌 송몽규 등과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가 결국 1945년 2월 후쿠오카 감옥에서 악형(惡刑)으로 세상을 떠났던 것. 정병욱은 윤동주가 생전에 건네주었던 시집 원고를 떠올렸다. 정병욱은 고향 집을 찾았다. 광복 후 어수선한 서울을 떠나 오랜만에 찾은 귀향길이었다. 고향집은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 있는 점포형 주택. 그의 부친은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향리의 청년 교육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정병욱은 집에 들어서자 바로 어머니에게 전에 맡겼던 책과 노트를 어디에 두었느냐고 물었다. “잘 간수했으니 걱정 마라”고 말한 어머니는 명주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 놓은 책과 노트를 꺼내왔다. 보자기를 푼 정병욱은 자신의 책과 노트 사이에 있는 윤동주의 시 원고를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어머니는 혹 남들 눈에 띌까, 이들 자료를 양조장 큰 독 안에 감추었다가 지금껏 장롱 깊숙한 곳에 보관해 왔다고 전했다. 정병욱은 서울로 올라오자 곧바로 시집 원고를 윤동주의 가족에게 보였고, 이 원고와 함께 윤동주의 시 작품들을 조사하여 시집 발간 작업을 서둘렀다. 1948년 1월 윤동주의 3주기를 앞두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가 마침내 나오게 된다. 도시샤대 영문과 선배였던 시인 정지용은 이 시집에 이런 글을 붙였다. ‘청년 윤동주는 뼈가 강하였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던가?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무명(無名)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지난달 말 망덕포구에 있는 정병욱의 생가(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3)를 찾았다. 1925년 건축된 일본식 목조건물인 이 집은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을 기려 200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집은 원래 건평만 264m²(약 80평)였지만 지금은 반파돼 105m²(약 32평·방 5칸)의 한 건물만 남았다. 생가 옆에서 횟집을 하는 정병욱의 외조카 박춘식 씨(57)가 현재 소유주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을까. 날 좋은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적지 않단다. 다만 이들을 맞을 안내자도, 변변한 공중화장실조차 없다는 게 아쉽다고 박 씨는 전했다. 정병욱은 윤동주의 시 정신과 그 맑은 영혼을 가슴 깊이 간직하기 위해, 윤동주의 시 ‘흰 그림자’를 한자로 바꾼 ‘백영(白影)’을 아호로 삼았다. 두 사람의 우정이 아니었다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의 말을 듣고 원고를 고이고이 간직했던 노모(老母)의 자상함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눈을 돌려 바라본 섬진강의 물결은 이날도 말없이 평안하고 푸르렀다. 정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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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뜻을 찾아 사랑을 찾아 팔도를 흐르는 두 남녀

    그가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까까머리 경복고 재학 시절인 1962년 11월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발을 디딘 그는 이제 칠순 나이 반백의 소설가가 됐다. 이 작품은 소설가 황석영이 작가 활동 반세기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자서전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19세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천지도(동학)에 심취했던 이신통이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그러나 작가는 20세기 말미 방북과 해외체류, 투옥으로 이어진 자신의 삶을, 또 다른 이상향을 꿈꿨던 19세기 이신통에게 투영시켰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스스로 소설을 통해 반추한 작가의 일생은 소박하고 겸손해 보인다. 이신통에게서 그 어느 영웅적인 모습이나 결단적 지사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대신 하천의 경사 지역에서 빠르게 흐르는, 여울물 소리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순리’를 말한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루고, 오랜 세월에 걸쳐 하천의 지형을 바꾸는 것처럼 수많은 민중이 역사를 바꿀 수 있음을 잔잔히 노래한다. 작가 자신도 결국 작은 물줄기 중 하나였다는 인식이다. 잔잔한 물줄기처럼 소설은 큰 기복 없이 수평적으로 흐른다. 시골 양반과 기생인 첩 사이에서 태어난 서얼 박연옥은 주막에서 만난 손님 이신통과 하룻밤 정분을 쌓는다. 이신통 역시 서얼이지만 세상을 개벽할 꿈을 품은 천지도(동학)인이다. 그는 집을 떠나 전기수(소설을 낭독하는 사람) 등으로 활동하며 전국을 돌며 세를 규합해 큰 뜻을 도모한다. 임오군란, 동학혁명으로 이어진 19세기 말 혼란기를 민초들의 모습을 통해 복원했다. 소설의 큰 줄기가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만큼 작품의 재미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복원한 당시 시대상을 엿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왁자지껄한 주막과 저잣거리를 중심으로 중인과 양인의 생생한 삶을 드러낸다. 당시 과거시험에 양반 대신 자리를 잡아주거나 시험지를 제출해주는 ‘도우미’들의 활약상을 그린 부분은 무척 흥미롭고, 놀이패들이 모여 한판 판을 벌이는 장면에선 절로 흥이 난다. 질퍽한 말의 향연은 또 어떤가. ‘주모, 나 왔소’라고 손님이 부르자 주모는 ‘속사포 랩’을 펼친다. ‘아이구, 젖 강아지 뒤축 문다구 어린 것이 주모가 뭐냐? 고모, 이모, 숙모 다 빼놓구. 그러구 성이 나씨여? 턱없이 나라구 들이대니, 뭣 모르는 사람은 재작년 그러께 바람나서 집나갔던 서방인 줄 알겠다. 이눔아.’ 이신통과 박연옥 외에도 임오군란의 희생자 김만복, 이신통과 함께 놀이패에서 생활했던 백화를 비롯한 인물들의 삶을 조명한다. 사라진 이신통을 박연옥이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새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그 서사 패턴이 반복돼 갈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별다른 갈등 구조가 없는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점은 ‘박연옥이 이신통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500쪽 가까운 긴 장편의 긴장감을 유지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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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 “내 팬은 지식인부터 택시기사까지 망라”

    소설이 불황이다. 자기계발서나 명상서적에 밀려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서 소설책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뚫고 국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자신의 소설 두 권을 올려놓은 외국 작가가 있다. 미국 소설가 더글러스 케네디(57). 그는 국내에서 장편 ‘빅 픽처’(밝은세상)로 낯익다. 2010년 6월 출간한 ‘빅 픽처’는 지금까지 45만 부 넘게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템테이션’은 두 달도 안 돼 5만 부를 넘겼다. 교보문고 11월 둘째 주 집계에 따르면 ‘빅 픽처’는 6위, ‘템테이션’은 8위로 나란히 상위권을 달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의 소설은 외국 소설 같지 않게 친근하게 읽힌다. 리듬감 있게 주고받는 대화가 한편의 시트콤처럼 경쾌하고, 숨 가쁜 전개와 반전은 미니시리즈처럼 짜릿하다. 무엇보다 영상매체와 견줄 정도로 몰입도가 강해 한번 책을 잡으면 놓기 어렵다. 한참 웃다 보면 무언가 쩌릿하게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1994년 ‘데드 하트’ 이후 20여 년간 10권의 소설책을 펴낸 케네디는 현재 30여 개국에서 널리 읽히는 인기 작가가 됐다. 미국 맨해튼 출신이지만 “기만적인 미국의 모습이 싫다”며 주로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당신 작품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사실을 알고 있나. “잘 알고 있으며 매우 기뻤다. 결국 작가는 읽히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소설은 지식층이든 택시 운전사든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만큼 쉽지만 일상의 모습뿐 아니라 보다 큰 철학적 질문들도 다룬다.” ―‘템테이션’은 한국에서도 인기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 책의 매력은…. “이 작품은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대적인 우화다. 성공은 깨지기 쉬운 것이며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믿으면 쉽게 흩어져 버린다. (성공을 한 뒤) 교만해지면 결국 몰락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템테이션’에서 그려지는 할리우드의 내밀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소설가로 시나리오 작가로 할리우드에서 일했고 그곳에 친구들도 많다. 게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20년이나 살아 그 지역의 분위기를 잘 안다. 나는 작가로서 일할 때 스펀지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케네디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2009년 11월에는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유독 ‘파리지앵’들과 궁합이 잘 맞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선 프랑스 음식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프랑스 현대 소설에는 대개 자국의 각종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사회적) 소설이 많다. 프랑스 독자들은 (미국인인) 내가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미국이 갖고 있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자기기만을 소설 속에서 냉철하게 다루려고 노력해 왔다.” 53개국을 다녀왔을 정도로 여행을 즐긴다는 케네디는 아쉽게도 아직 한국을 찾은 적이 없다. 그의 작품을 소개해온 출판사 밝은세상은 2013년 작가의 방한을 추진 중이다. 작가에게 한국 팬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기 위해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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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동네소설상에 이영훈 작가

    이영훈 작가(사진)의 장편소설 ‘체인지킹의 후예’가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상금은 5000만 원. 시상식은 내달 중순 열린다.}

    •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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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관의 작가, 문단 아웃사이더의 ‘문단 공격’?… 이외수, 이외수문학상 만들다

    국내 문단에는 문학상이 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12 문예연감’에 따르면 공식 집계된 문학상만 376개(2011년 기준)다. 하루 한 명 이상의 작가가 상을 받는 셈이다.여기에 상 하나가 추가됐다. 소설가 이외수(66)가 만든 사단법인 격외문원이 주관하고, 식품 브랜드 청정원으로 익숙한 대상이 후원하는 ‘청정원과 함께하는 이외수문학상’이 제정돼 내년 2월 19일까지 공모에 들어갔다. 공모 부문은 중편소설로, 수상자는 1억 원의 상금과 등단 기회를 얻는다.‘…이외수문학상’은 생존 작가의 이름을 딴 최초의 문학상이라고 문단에서는 말한다. 문단에는 문학상 제정에 관한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유명 문인이라도 주위에서 문학상 제정 제안이 오면 ‘겸손하게’ 이를 거절하고, 사후에 제자들이 고인이 된 작가의 유지를 받들어 상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낮추는 게 미덕인 문단 분위기에다 문학상 제정이 생존 작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은 향후 작가의 작품 활동에 선을 그어버리는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외수문학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작가 이외수는 지난해 8월 문학단체인 격외문원을 설립한 후 문학상 제정을 추진했다. 올 7월 경영자 세미나의 강연자로 대상을 찾은 작가는 명형섭 대상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학상 지원을 요청했다.작가가 대상에 처음 제안했을 때 상의 이름은 ‘이외수와 함께하는 청정원문학상’이었다. 그 후 상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대상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갑작스럽게 후원이 결정됐다. 회사 내에서 ‘청정원문학상’이란 이름을 부담스러워했다. (격외문원에) 이름 변경을 요청해 ‘…이외수문학상’이 됐다.”이외수 작가는 문학상이나 문예지로 대변되는 ‘문단 권력’과 친하지 않다. 춘천교대 출신으로 강원도에 살고 있는 그는 학연과 지연 등에서부터 문단의 주류와 거리가 멀었다. 197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중편 ‘훈장’으로 1975년 잡지 ‘세대’의 신인상을 받으며 재등단했다. 하지만 1979년 잡지가 폐간돼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문단 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독립군’ ‘아웃사이더’라 불리던 문단의 외톨이는 ‘장수하늘소’(1981년) ‘들개’(1981년) ‘칼’(1982년)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름을 알렸고, ‘벽오금학도’(1992년) ‘괴물’(2002년) ‘장외인간’(2005년)으로 확실한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를 보는 평단의 눈은 내내 싸늘했다.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그의 문학을 본격 조명한 평론은 찾기 힘들다.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메이저 문학 출판사들은 그의 책 출판에 선뜻 나선 적이 없다.여태껏 그가 받은 작품상은 1975년 세대에서 받은 신인상이 전부다. 공교롭게도 신인상 하나 받은 작가가 생전 자신의 이름을 단 문학상을 가지는 첫 번째 작가가 됐다. 이외수와 가까운 지인은 이렇게 귀띔했다. “‘평생 문학상을 못 받았으니 내가 한번 문학상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문단을 한번 공격해보자’는 뜻이 아닐까요.”올해 등단 41년째를 맞은 이외수. 정치권마저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지만, 그는 문단 권력과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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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지역 도서보급 사업’ 공들이고 왜 좋은 소리 못듣나

    “우리도 무라카미 하루키나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고 싶어요.” 경상남도의 한 도서관은 분기마다 50종이 넘는 시, 소설, 아동문학 등의 도서를 무료로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 덕분이다. 하지만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인지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 도서관 사서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보내주면 대출이 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은 매 분기 출간된 문학도서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일괄 구입, 사회복지시설 아동청소년센터 작은 사설 도서관 등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시작됐으며 올해에는 매분기 도서 57종을 선정해 3000곳이 넘는 시설에 보내주었다. 복권기금으로 예산 지원을 받는데 올해 예산은 40억 원이다. 그러나 책을 받아보는 소외지역과 출판계에서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우수문학도서의 선정 대상이 국내 도서로 한정돼 소외 계층들이 우수한 해외 문학 작품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것은 출판사엔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혜택으로 꼽히는데 해외 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는 ‘복권을 살’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셈이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한국도서관협회는 “열악한 국내 작가의 창작 환경을 지원한다는 취지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선정 도서 목록을 보면 베스트셀러가 많다. 올해의 경우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 성석제의 ‘위풍당당’,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도 지원 도서로 선정됐다. 중소 출판사들은 한 해 한 번 선정되기도 힘들지만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문학출판사들은 매분기 6∼8권씩 선정돼 분기마다 1억 원 가까운 지원을 받고 있다. 정우영 도서관협회 문학나눔추진반장은 “분기별로 한 출판사의 책이 8권 넘게 선정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웠지만 우수 작가들의 메이저 출판사 쏠림 현상이 심해 지원 대상 출판사 분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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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광 이인화 교수가 들려주는 ‘게임 대학원’ 면접 일화

    최근 장편 ‘지옥설계도’(해냄)를 펴낸 이인화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온라인 게임광이다. 42시간 동안 게임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간 일도 있다.게임과 밀접한 학부 특성상 같은 학부의 교수들도 대부분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특히 ‘와우’(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교수들 사이에선 기본 게임에 속한다. 이 교수는 얼마 전 신작 기자간담회에서 학부 신입생 면접시험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2006년 11월의 입학 면접일. 한 학생이 면접실에 들어왔는데 ‘와우를 즐겨한다’는 자기소개서의 문구가 심사 교수들의 눈에 들어왔다. “직업이 뭡니까.” 교수가 묻자 학생은 당황했다. “학생인데요.” “아니, 와우에서의 직업이 뭡니까.” 학생은 그제야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 “사제입니다.”당시 와우 유저 사이에서는 사제의 기술인 ‘연쇄치유’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연쇄치유는 동료 유저들의 체력을 올려주는 기술이다. 교수는 “‘연치’(연쇄치유)를 찍었습니까”라고 물었고, 학생은 “2포인트를 찍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고(高)레벨에 속한다. 본인들이 즐겨하는 게임 속 고수를 만난 교수들은 존경의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디 서버에 계십니까? 서버 이전되는 거 아시죠? 저희 서버로 옮겨주세요.” 심사위원들은 높임말을 써가며 면접생을 극진히 예우했다. 그동안 ‘게임폐인’이라며 손가락질 받던 학생은 뜻밖의 환대에 감격해 눈물을 쏟았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군요. 제가 여기에 뼈를 묻겠습니다….”이 학생은 약속대로 이 학부 졸업 후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의 근황을 전하며 흐뭇해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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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살아만 있어줘 外

    ○ 살아만 있어줘(조창인 지음·밝은세상)=말기 암 선고를 받은 중년의 베스트셀러 작가 은재는 죽음의 문턱에서 20년 동안 떨어져 지내던 딸 해나와 만난다. 가족의 소중함이 듬뿍 느껴지는 소설.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의 5년 만의 장편. 1만3000원.○ 제20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이승범 외 지음·사회평론)=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전태일문학상이 올해 스무 돌을 맞았다. 이승범 소설 ‘북쪽의 끝’, 이태정의 시 ‘오버로크’를 비롯한 수상작들은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1만4000원.○ 한문서사의 영토 1·2(임형택 지음·태학사)=원로 한문학자가 조선시대 한문 단편소설 115편을 번역하고 평설했다. 조선시대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야사, 인간 군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각 2만5000원. ○ 한국의 5월운동(나간채 지음·한울아카데미)=5·18민주화운동이 계엄군의 재점령으로 패배한 뒤 항쟁이 남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여 년간 지속된 국민적 저항운동 과정을 담았다. 3만9000원. ○ 고전 속 혼인 엿보기(박정혜 지음·성신여대 출판부)=신화, 설화, 역사, 민요 가사, 한시, 소설, 무가, 야담 속에 담겨진 한국의 혼인 이야기들을 발굴해 전한다. 2만 원.○ 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양운덕 지음·휴머니스트)=2001년 처음 출간된 ‘피노키오’ 시리즈 개정판.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피노키오의 특성과 비교해 살펴본다. 1만3000원.○ 소로우의 강(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갈라파고스)=소로우가 처음 출간한 책으로, 국내에서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39년 소로우 형제의 여행기를 중심으로 철학적 단상을 담았다. 1만6000원. ○ 박물관의 나비 트렁크(한나 체카우·한스 치슐러 지음·프로네시스)=2006년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트렁크 하나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1920년대부터 수집된 나비 표본 1만8000여 점이 잠자고 있었다. 한 나비 연구자의 열정적 생애를 조명한다. 2만1000원. ○ 미국 대통령, 그 어둠의 역사(마이클 케리건 지음·북&월드)=200여 년에 걸친 미국 대통령의 역사를 풍부한 도판과 함께 담았다. 2만8000원.}

    • 20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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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이미지… 타이밍… 키워드로 정리한 정치현상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간지 5곳의 정당 출입기자 5명이 머리를 맞대고 쓴 책. 올해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취재하며 느낀 단상들을 정리했다. 일선 정치 현장에서 뛰는 저자들은 정치가 얼마나 우리 삶에 속속들이 영향을 끼치는지 체험한 결과를 토대로 정치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치인 인터뷰나 취재 일기만 나열하지 않고 ‘타이밍 정치’ ‘이미지 정치’ 등 키워드를 잡아 정리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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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강남 한복판에 좀비가 떴다… 탈출할 것인가 먹힐 것인가

    미드(미국 드라마)에도, 좀비 이야기에도 흥미가 없던 기자에게 미국 폭스TV가 만든 ‘워킹데드’는 충격이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케이블방송에서 방영하는 시즌1 재방송을 접한 뒤 연속 방영이라는 ‘덫’에 걸려 졸음을 참아가며 새벽 3시까지 시청했다. 좀비에게 둘러싸인 극한의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모습은 매우 긴박하며 사실적이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애인이 좀비로 변했을 때 눈물을 머금으며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뻔하면서도 매번 애절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은 한국 문단에선 낯선 좀비를 다룬다. 좀비에 관한 설정은 외화와 같다. 좀비에게 공격당한 사람이 좀비로 변한다거나, 좀비의 지능지수가 낮아 우둔하게 행동한다는 점도 같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그 배경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좀비가 창궐하고, 신사역과 논현동 사거리에서 생존자들과 좀비가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좀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강남 한복판의 빌딩 숲에 위치한 고급 호텔의 옥상. 이곳엔 수도권 영공 방어를 하는 대공포 진지가 있다. 소대장과 중사, 그리고 병사 10명이 근무하는 단출한 소대. 휴가를 앞둔 이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원인 모를 ‘좀비균’이 퍼져 호텔 밖이 좀비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애인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다. 용감한 현역 군인들을 그린 미담류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좀비+군대’ 얘기를 버무려 한층 현실적인 좀비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인 일병 제훈이 사실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는 이유는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이기 때문. 오직 그거다. 한걸음 나아가 천신만고 끝에 애인을 찾은 제훈은 재회의 기쁨도 잠시, 바람을 피웠나 안 피웠나를 꼬치꼬치 추궁한다. ‘야 이 덜 떨어진 놈아’라며 제훈을 타박하려다가도 어느새 자신의 군 생활 시절이 떠올라 키득거리게 만드는 게 치명적 재미 요소. “좀비든 뭐든 휴가는 떠나야겠다”며 봉쇄된 문을 열거나, “지구가 멸망해도 (후임병에게) 빠따는 쳐야 한다”는 말들이 착착 감긴다. 이른바 군대에서 좀비 잡은 얘기니 여성 독자들은 멀리하는 게 좋을 듯. 어딘가 어설픈 격투 장면과 치밀하지 못한 동선 처리가 작품의 긴박감을 떨어뜨리지만 배경 설정은 탄탄하다. 좀비로 인한 혼란을 틈타 강도 사건들이 일어나 치안 당국은 좀비에다 강도까지 상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사회와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설정도 설득력 있다. 핫라인으로 북한과 공조해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병력을 후방으로 돌린다는 것도 사실적 판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인 흐름들이 단순한 배경 설명 정도로 간단히 기술되는 점은 아쉽다. 스케일을 키웠으면 더 묵직한 좀비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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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연가’ 박범신 담배 풍년

    소설가 박범신은 애연가다. 술자리에서 만나 두세 시간을 보내면 그의 앞에 놓인 재떨이에는 꽁초가 수북하기 마련이다. 흡연법도 특이하다. 서너 모금 빨고 껐다가 잠시 뒤 다시 그 장초에 불을 붙여 피운다. 그는 6월 한 일간지에 ‘흡연은, 때로 나를 구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금연정책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흡연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상시적 흡연자인데도 그들을 위한 대책은 일방적인 압박뿐이라는 것은 유감이다.(중략) 담배는 비의적인 영혼과 다양한 문화, 팍팍한 삶의 언저리에 두루 놓여 있다. 피우는 자의 권리도 배려해야 한다.’ 박범신은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담배 한 개비의 여유가 있었다면 부엉이바위에서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적기도 했다. 이 칼럼은 흡연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요즘 시대에 흡연자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칼럼이 나간 뒤 뜻하지 않은 ‘선물’이 박범신 앞으로 도착했다. KT&G가 그에게 담배를 보내주기 시작한 것. 그가 즐겨 피우는 2500원짜리 가는 담배였다. 타르 함량은 1mg. 얼마 지난 뒤 그는 전시, 공연 공간인 KT&G 상상마당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KT&G가 담배를 보내주게 된 사연을 얘기하다 말미에 농담처럼 건넸다. “그런데 2500원짜리만 보내줍니까?” 이후 KT&G는 고급형 담배도 함께 보내온다. 3000원, 4000원짜리들이다. 하지만 2500원짜리 담배에 익숙한 소설가는 고급형이 입맛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주변의 담배를 끊지 못한 지인들이 고급 담배를 공짜로 피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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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경영과 예술 콘퍼런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1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2 경영과 예술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문화예술의 산업화, 예술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주제로 경영과 예술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위르겐 파우스트 독일 마크로메디아대 학장, 미국의 문화예술마케팅전문가인 조앤 번스타인 씨, 경영예술 매니지먼트 전문가인 조동성 서울대 교수, 유진용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 등이 연사로 나서 관련 분야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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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장편 ‘지옥설계도’ 펴낸 게임하는 소설가 이인화, 이야기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다

    정보통신 기술이 인간의 복잡한 사고(思考)를 대신해주는 세상. 그렇다면 이야기를 창작해내는 프로그램도 가능하지 않을까. 소설가 이인화(본명 류철균·46)가 8년 만에 새 장편 ‘지옥설계도’(해냄·사진)를 펴냈다. 13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제는 소설이 아니라 ‘스토리헬퍼’라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도구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설을 썼으며, 내년 3월 무료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스토리헬퍼는 머릿속에 든 온갖 분절된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요술 상자처럼 일관된 줄거리를 뚝딱 만들어 낸다. 장르 인물 상황 행동 등에 관한 29가지 객관식 질문에 답을 입력하면, 이것들이 엮여 A4용지 한 장 분량의 줄거리가 나온다. 이용하기는 간단하지만 소프트웨어 제작은 쉽지 않았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인 작가는 2003년부터 2300편이 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분석해 대표 스토리 모티브(상황) 205개를 마련했고 이것의 조합으로 이야기 데이터베이스 3만4000여 개를 정리했다. 특이한 점 하나는 쓰고자 하는 글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기존 작품들과의 유사성을 백분율로 알려준다는 것. 작가는 “영화 ‘광해’의 정보를 입력했더니 (표절 논란을 빚은) 영화 ‘데이브’와 75% 비슷했다. 하지만 영화 ‘아바타’와 ‘늑대와 춤을’의 유사성은 87%였다”며 “서사의 패턴은 한정돼 있다. 결국 독특한 캐릭터 창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통찰이 작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헬퍼를 통해 바로 책을 출간할 수는 없다. 이 프로그램이 뱉어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A4용지 한 장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의 ‘패턴’과 유사성을 점검해가며 대중적 혹은 독창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작가는 ‘지옥설계도’에선 독창성을 선택했다고 했다. 세상의 어떤 이야기와도 유사성이 55% 이하라는 것. 그만큼 신선하고 독자의 예상을 깨는 반전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소설은 첨단과학기술을 통해 뇌지능이 현격히 높아진 ‘강화인간’들이 실업과 자원 고갈이라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력화하고, 헤게모니를 뺏길 것을 우려한 미국, 중국이 강화인간과 충돌한다는 줄거리다. 작가에 따르면 최면과 현실세계가 엇갈리는 ‘스릴러+판타지+공상과학+추리물’이다. 작가는 ‘리니지’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의 고수. 4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간 적도, ‘불마법’을 피하려고 ‘광클’(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을 하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찢어지기도 했다. 요즘엔 바빠서 하루 3시간만 마우스를 잡는다고 한다. 그는 게임을 통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고, 같이 게임하는 ‘동생’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 전략 게임 ‘인페르노 나인’이 23일 알파테스트에 들어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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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문학상에 권여선씨

    소설가 권여선(47)이 제44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장편소설 ‘레가토’. 상금은 2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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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문학상에 최정례 시인… 창비장편소설상 김학찬 씨

    최정례 시인(57·사진)이 제14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소설가 김학찬은 ‘풀full빵’으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상금은 백석문학상 1000만 원, 창비장편소설상 3000만 원. 시상식은 2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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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민의 그때 그곳] 1942년 봄 경주 건천역, 박목월-조지훈의 첫 만남

    《 문학작품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잉태되는 결실이다.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잊을 수 없는 공간과 만남들을 더듬어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는 개인과 시대의 문학세계라는, 강(江)의 발원지를 알려주는 지도와도 같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와 기자가 함께 전국을 돌며 발품을 팔았다. 먼저 청년 목월과 지훈이 처음 만났던 1942년 봄으로 시간을 돌려 경주 건천역을 찾았다. 》 일제강점기 말, 촉망받는 시인 두 명이 문단에 나란히 얼굴을 내밀었다. 1939년 잡지 ‘문장’을 통해 데뷔한 박목월(1916∼1978)과 이듬해 같은 잡지를 통해 시단에 나온 조지훈(1920∼1968)이었다. 당대 명망 높았던 정지용 시인은 목월을 추천하며 “북에는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목월이 날 만하다”고 극찬했다. 지훈은 목월이 어떤 시인인지 궁금했지만 만날 도리가 없었다. 일본의 한국어 말살정책으로 모든 신문과 잡지들이 문을 닫던 때라 ‘문장’도 곧 강제 폐간됐다. 갓 등단한 지훈과 목월은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훈은 혜화전문(동국대의 전신)을 졸업한 뒤 바로 오대산 월정사로 들어갔고, 목월은 고향 경주에 머물며 금융조합 서기 일을 했다. 누구도 이들을 시인으로 알아주지 않던 시기였다. 1941년 겨울 지훈은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다른 문우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듬해 봄 지훈은 옛날 잡지에 실린 주소를 확인해 목월에게 편지를 썼다. ‘근황이 궁금하다,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지훈에게 뜻밖에도 며칠 뒤 목월의 답장이 닿았다. ‘경주박물관에는 지금 노오란 산수유 꽃이 한창입니다. 늘 외롭게 가서 보곤 하던 싸느란 옥적(玉笛)을 마음속 임과 함께 볼 수 있는 감격을 지금부터 기다리겠습니다.’ 지훈은 생전 처음 경주 구경도 하고, 만나고 싶었던 목월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목월도 곤궁한 생활이었지만 벽지에서 귀한 문우를 맞을 생각을 하니 설렜다. 1942년 이른 봄날 해질녘의 건천역. 하늘에서는 봄비가 분분히 흩어져 내렸다. 목월은 한지에 ‘박목월’이라고 자기 이름을 써 들고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차가 역 구내로 들어와 멈추자, 큰 보퉁이를 머리고 이고 있는 시골 아낙네 서넛과 촌로 두엇이 플랫폼에 내렸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내려선 사내. 훤칠한 키에 긴 머리를 밤물결처럼 출렁거리던 신사. 조지훈이었다. 목월은 자기 이름을 적은 한지를 높게 흔들었다. 단박에 서로 알아본 두 청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싸 안았다. 목월은 스물여섯, 지훈은 스물둘이었다. 암흑의 시대를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두 시인은 이렇게 건천역에서 처음 만난 뒤 따뜻한 문학적 동지가 되었다. 둘은 폐허의 고도 경주의 여관에서 거의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문학과 역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훈은 시인이라는 자기 존재를 귀히 여기는 목월이 고마웠고, 무엇보다 그가 발표할 수도 없는 시를 써 두고 있는 점이 믿음직했다. 경주를 처음 찾은 지훈을 위해 목월은 안내자를 자처했다. 석굴암을 찾으니 대숲 사이로 복사꽃이 발갛게 고개를 드러낸다. 진눈깨비가 흩날려 제법 쌀쌀했다. 불국사 나무 그늘에서 찬술에 취하여 떨고 있는 지훈을 목월은 외투로 감싸 주었다. 둘은 경주의 왕릉 사이 오솔길을 걸으며 솔밭 아래 바람 소리를 모으기도 했다. 조지훈은 열흘이 넘게 경주에 머물렀다. 그리고 둘은 헤어졌다. 지훈이 자기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 목월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내왔다. 거기에 목월을 위해 정성스레 쓴 시 한 편이 덧붙여져 있었다. ‘목월에게’란 부제가 붙은 시 ‘완화삼’이었다. ‘차운 산 바위 우에/하늘은 멀어/산새가 구슬피/울음 운다.//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 리//나그네 긴 소매/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저녁 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꽃은 지리라//다정하고 한 많음도/병인 양하여/달빛 아래 고요히/흔들리며 가노니….’ 지훈의 편지를 받아 들고 감격한 목월은 밤새 화답시를 준비한다. 그것이 바로 목월의 시 ‘나그네’다.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 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두 시인의 아름다운 만남은 광복 후 박두진과 함께 엮은 3인 시집 ‘청록집’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한국 현대시의 정신적 좌표가 됐다. 건천역에서 이루어진 두 청년 시인의 만남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바꾸게 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찾은 경주시 외곽의 건천역. 중앙선 지선의 열차가 하루 상행과 하행 각각 네 차례씩 정차한다는 작고 한적한 역이었다. 70여 년 전처럼 보따리 장사를 하는 할머니들은 여전하지만, 그때 시인들은 간 곳이 없었다. 텅 빈 플랫폼 한 자락에서 청년 목월과 지훈의 뜨거운 포옹을 그려 보았다. 건천역에서 차로 10여 분 가면 목월이 살던 집(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471)이 있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목월은 어릴 적 이곳으로 이사와 유년과 청년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집터만 남아 있다. 2014년 말까지 복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집터를 둘러본 뒤 시내로 나오는 길. 농수로 옆 작은 골목길은 굽이굽이 이어졌다. 지훈을 만나기 위해 건천역으로 나왔던 청년 목월의 뒷모습이 모퉁이 끝에서 언뜻 보이는 듯했다.정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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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종말을 앞둔 극한의 상황… 선악의 기준도 바뀌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풍이 거세다. 올해 국내 소개된 ‘신참자’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줄줄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도 동명의 국내 영화가 개봉하며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이번 신간이 휘발유를 끼얹을 수 있을까. 히가시노가 쓴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소개만으로도, 그의 팬이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듯하다. 히가시노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쉽게 새로운 점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하고 세세한 일상들을 기술하다가 그것들을 연결시켜 반전과 결론을 이끌어내는 ‘미괄식’을 선호하는 그가 이번에는 초반부터 강력한 ‘미끼’를 던져준 뒤 내림차순으로 사건을 정리한다. 오밀조밀, 단단하게 얽힌 구성력에 탄복했던 독자라면 싱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 던진 화두부터가 강력하기에 좀처럼 책장을 덮기는 힘들다. 이른바 ‘잃어버린 13초’의 미스터리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위기의 징후를 발견한다. 블랙홀의 영향으로 거대한 에너지파가 지구를 덮친다는 것. 이 ‘P-13’ 현상은 3월 13일 13시 13분 13초부터 13초간 이어지는데, 문제는 이로 인해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각국 수뇌부는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하지만 결국 운명의 시각이 다가온다. 시점은 다른 인물들로 옮겨간다. 범인 체포에 나선 경찰 후유키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다. 잠시 동안 세상은 변했다. 인간은 물론이고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텅 빈 도쿄에서 후유키는 천신만고 끝에 몇몇 생존자를 발견하고, 이들과 함께 생존을 위해, 사건의 비밀을 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총리 관저로 향한다. 치명적 바이러스의 창궐, 좀비나 외계인의 공격으로 인류의 지속이 위협받은 뒤 남겨진 소수 인간들이 펼치는 눈물겨운 생존기는 익숙한 소재다. 이런 내용이 재생산되는 것은 극한 상황에서의 갈등과 사랑이 손쉽게 드러나기 때문.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남을 살리려면 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생존자들을 그리며 ‘절대적인 선은 존재하는가’ ‘집단과 개인의 가치가 충돌하면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나’ 등의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던진다. 또한 ‘생존자 중에 왜 별 역할도 할 수 없는 갓난아기가 끼어야만 했나’라는 의문이 풀리는 지점에 다다르면 이 작가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치밀한지를 깨닫고 탄복하게 된다. 단, 거대한 서사에 밀려 작가의 강점인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드라마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소재와 구성에 있어 작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작품이다. 기발함과 재미, 감동을 뭉뚱그려 평가한다면 공상과학소설의 평균치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히가시노란 이름의 기대치를 감안하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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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출판계 고수가 분석한 한국출판시장의 미래

    필 듯 말 듯한 전자책의 시대. 언제 만개하게 될까, 기존 종이책은 생존할 수 있을까. 출판계에 입문한 지 30년을 맞은 출판평론가인 저자는 “진정한 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전자책은 올드미디어인 종이책의 자양분을 먹고 성장하며, 종이책은 생존을 위해 자신만의 장점을 특화시키는 데 매달리고 있다는 것. 두 미디어가 상호보완하며 ‘책의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다. 급변하는 출판 시장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담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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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금단 증상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만원 버스 안. 후끈한 열기에 덜덜거리는 진동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손잡이를 잡은 팔은 저려오고, 다리는 뻐근하다. 욕지기가 나오려는 찰나. 차가 속도를 낸다. 부응∼ 하고 달린다. 숙변이 내려간 듯, 두통이 씻겨간 듯 개운하다, 상쾌하다. 속도는 달콤한 것, 우리는 속도에 중독된 현대인들. ‘이달에 만나는 시’ 11월 추천작으로 김기택 시인(55)의 ‘금단 증상’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갈라진다 갈라진다’(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가 추천에 참여했다. 평소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는 시인은 길거리에서 시를 건져냈다. 마치 느려터지게 가는 버스 안에 동승한 것처럼 시는 생생하다. “길이 막히면 승객들의 반응이 참 다양하게 나타나죠. 말하자면 일종의 속도에 대한 금단증상이죠. 빨리 달리면 편해하고, 느리거나 중지돼 있으면 불안을 느끼죠.” 한 장면을 묘사한 듯하지만 실은 각기 다른 시점과 장소의 여러 승객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대상을 직접 보고 시를 쓰지 않는다. 본 것들이 내 속에서 되뇌어져 한참 뒤 시가 나온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럼 시인은 느긋한가? 그가 껄껄 웃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찰이면서 사실은 나에 대한 관찰이기도 하죠. 저도 안절부절못해요.” 손택수 시인은 “뭉크의 ‘절규’가 연상되는 시편들 속에 유머가 있다. 시원시원한 리듬과 야무진 풍자의식이 연출하는 블랙코미디!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참혹한 비애와 동시대 삶에 대한 연민이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추천했다. 김요일 시인의 추천사는 이렇다. “무겁고 어두운 삶과 죽음의 풍경을 지독히도 냉철하게 묘사하는 김기택 시인은 본질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은 견자의 눈으로 세상을 투시한다.” 이번 시집 속 죽음을 다룬 시들에 대한 호평도 나왔다. 장석주 시인은 “죽음이 아니라 주검에 초점을 맞춰 문명의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낸다. 읽는 내내 소름이 돋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김기택만의 ‘극사실적 묘사’의 힘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되묻게 하는 시집. 읽는 이가 비정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방법론을 김기택식 기도라 부르고 싶다.” 이원 시인의 추천평이다. 이건청 시인은 김요아킴의 시집 ‘왼손잡이 투수’(황금알)를 추천했다. “야구 경기의 실체 속에서 삶의 근원을 밝혀내려는 정직하고도 열정적인 시편들을 담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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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한국 연극계 대표 원로배우 장민호 씨 별세

    “연극배우라는 건 남는 게 없는 법이지요. 연기라는 게, 커튼콜의 박수갈채가 끝나면 담배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거니까. 60여 년간 연극무대를 지켜오면서 그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연극의 현장이라 할 극장의 이름으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다는 게 감개무량합니다.” 지난해 2월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국립극단이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새로 극장을 열고 ‘백성희장민호극장’이란 이름을 붙였을 때 고 장민호 씨가 했던 말이다. 국립극단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두 원로배우는 개관작인 ‘3월의 눈’ 주역으로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2일 오랜 동료를 떠나보낸 백성희 씨는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말없이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 “먼저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 모든 의식이 정지된 것 같았어요. 죽을 것 같더니 눈물이 나더군요. 나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 백 씨는 “‘3월의 눈’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때 이미 몸이 좋지 않으셨다.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보는데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가슴 저미게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습 때 ‘우리는 연륜 있는 배우답게 연출의 지시가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자, 오래 산 만큼 연극에 보답하자’고 한 말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그의 기억 속 고인은 ‘건실한 남자’였다. “배우로서 맡은 배역은 책임지고 소화했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진심으로 아파하는 사람이에요. 허튼짓 하지 않고 배우를 고집하면서 가족을 부양했죠.” 배우 손숙 씨는 “작품에 대해서는 완벽하고 후배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분이셨다. 연극이 인생의 전부였던 분”이라며 하염없는 눈물과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배우 신구, 강부자 씨도 빈소를 찾았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다가 조선배우학교에 입학한 뒤 이듬해 종교극 ‘모세’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같은 해 KBS의 전신인 서울중앙방송국 라디오 전속배우(성우)가 됐고 1950년 국립극단 전신인 극단 신협에 들어갔다. 60여 년간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는데, 특히 난해한 괴테의 ‘파우스트’ 주연을 네 차례나 맡아 ‘파우스트 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97년 국립극단이 그의 연기 생활 50주년 기념 공연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파우스트를 골랐다. 그는 “파우스트 역을 평생 네 번씩이나 하는 행운의 사내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평생을 학문에 바쳤으나 지식과 삶의 허망함에 전율하며 새롭게 정염을 불태우는 파우스트. 나 또한 생을 송두리째 던져 넣은 연극 무대에서 파우스트의 그 처절한 마음을 되새겨볼 작정입니다.” 배우로서 그의 진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높아졌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제일 먼저 대사를 외웠고, 또렷한 발성과 정확한 타이밍, 깊이 있는 인물 분석으로 모범이 됐다. ‘영원한 현역 배우’라는 수식은 그래서 생겼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자신의 배우 인생을 극화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2001년)의 주연을 맡았고 다시 10년 뒤 역시 자신을 모티브로 삼은 창작극 ‘3월의 눈’에서도 주연을 멋들어지게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햄릿의 대사를 원용한 “배우는 시대의 축도(縮圖)이다”와 “연기는 사라짐의 미학이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고인은 연극뿐만 아니라 라디오 성우, TV 탤런트, 영화배우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30년 가까이 성우협회 이사장(1966∼1995년)을 맡았으며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TV문학관’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출연했다. “화가는 그림을 남깁니다. 소설가는 책을 남기지요. 다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극은 그렇지 못해요. 현장 예술이기 때문에 지나면 그만입니다. 제 배우 인생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지요.”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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