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럭, 고속도로 모든 차로가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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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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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5부 겁나는 휴가철 고속도로]<1>지정차로 준수 ‘착한 운전’해보니

고속도로에는 ‘마이웨이’가 있다. 자동차별로 허용되는 차로만 달려야 하는 ‘지정차로’가 있기 때문이다. 편도 4차로 고속도로인 경우 1차로는 추월차로이고 2차로는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35인승 이하)만 달려야 한다. 3차로는 대형 승합차(36인승 이상)와 적재중량 1.5t 이하의 화물차, 4차로는 1.5t 초과 화물차와 특수차 등이 달려야 하는 ‘도로 위 약속’이다.

이런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아일보 취재팀은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요금소 왕복 약 265km를 달리며 지정차로를 준수하는 ‘착한 운전’에 도전했다. 승용차에 할당된 2차로에서 평균속도 90∼100km로 정속 주행을 하며 지정차로제를 위반하는 차량들을 세어봤다. 잠시 한눈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위반 차량이 속출했다.

10일 오전 10시 18분 서울요금소를 출발한 취재차량은 동탄 분기점까지 시속 50∼60km에 그치며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자 차량들은 앞다퉈 속력을 내며 ‘차로 이탈’을 시작했다.

3차로를 달리던 2.5t 트럭이 2차로를 달리는 취재차량 앞으로 급히 끼어들었다. 규정상 4차로를 달려야 하지만 이 트럭은 약 3분간 2차로를 질주하더니 다시 차량이 한적한 3차로로 변경해 속도를 높여 사라졌다. 북천안 나들목 인근에서는 버스가 1차로에서 라이트를 켜고 질주했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인 오산∼신탄진 구간에 속한 이곳은 토·일요일, 공휴일에만 전용차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평일에는 버스는 3차로를 달려야 한다. 천안 나들목 부근에서는 1차로에 트럭 2대, 2차로 취재팀 승용차 앞에는 대형버스, 3차로에는 5t 트럭, 4차로에는 트레일러 등 모든 차로를 대형차량들이 동시에 점령한 채 나란히 달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취재팀과 동승한 이승윤 한국도로공사 차장은 “완전히 뒤죽박죽이네요”라며 혀를 찼다.

취재팀이 이날 경부고속도로 2차로를 이용해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동안 취재팀 차량을 앞지른 차는 280대였다. 이 중 단 38대(13.6%)만이 추월 뒤 2차로로 돌아왔다. 버스, 화물차 등의 차로 위반까지 합치면 총 3시간 22분 동안 398건의 지정차로제 위반행위를 목격했다.

버스와 1.5t 이하 트럭은 지정차로제 위반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한국도로공사가 경부·영동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3개 구간에서 지정차로 위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정차로를 무시하고 달린 1.5t 이하 소형화물차가 10대 중 2대꼴이었고 버스의 위반율은 17%였다. 전체 평균(3.7%)보다 훨씬 높다.

1t 냉동트럭을 운전하는 50대 운전자는 “3, 4차로는 막히기 때문에 주로 1차로로 달리는 것”이라며 “어차피 교통 흐름만 막지 않으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빈 차로를 놔두고 지정차로로만 운행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편도 2차로 고속도로에서 1차로를 추월차로로 규정한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이 실제 도로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체가 극심한 경우를 제외한 정상적 소통 상황에서는 편도 2차로 고속도로에서도 추월차로를 비워놓아야 전체의 소통 효율 및 안전도가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편도 2차로에서는 교통 흐름에 따라 지정차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3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지정차로 위반 차량이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과실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제재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주애진 기자 hic@donga.com
#고속도로#착한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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