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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감 추대시민회의 등 보수성향 단체들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외의 다른 보수 후보들에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좌파 후보인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지지율(22.7%)이 우파 단일후보인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19.7%)보다 높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패배했던 2010년 교육감선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보수단체들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파 성향 단체들 “단일화 완성하라” 보수단체들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파 성향인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가 선거에 완주하면 결국 이수호 후보 당선만 돕는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후보별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좌파 이수호 후보가 우파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약간 앞서는 걸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정원식 전 국무총리,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 이상주 전 교육부 장관,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1000여 개의 시민·교육단체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문 후보도 작정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말하겠다. 반미·친북 집단인 전교조 후보로부터 서울 학생과 학부모를 보호하자. 보수가 힘을 합쳐 한 표라도 더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 후보의 혁신학교 확대,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교무회의 법정화는 학교 내 민주화로 포장됐지만 학교 장악 전략에 가깝다”며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 후보의 출마는 전교조가 전면적으로 서울 교육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파 분열 재연되나 문 후보는 지난달 2일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 원로 등에 의해 우파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자신감에 넘쳤다. 문 후보의 지명도가 높고 2년 전과 달리 단일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중도 사퇴할 것으로 전망됐던 우파 후보들은 오히려 문 후보의 저격수가 됐다. 6일 TV 토론회에선 우파 성향 후보 3명이 문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이상면 후보는 “주변 20명 정도의 추대로 어떻게 보수 단일후보로 자처하냐”는 등 공세에 앞장섰다. 남승희 후보는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보수단체의 사퇴위협 전화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이 같은 우파 후보의 분열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수호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 특히 추첨으로 1번을 뽑은 이상면 후보의 지지도가 10%를 넘으면서 우파 진영의 표 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파 진영의 관계자는 “추첨으로 뽑은 번호는 투표지에 이름이 적히는 순서인데 유권자들은 이것을 기호로 잘못 안다. 이 때문에 이상면 후보를 새누리당이 지지하는 후보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파인 이수호 후보 측은 이런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까진 예상을 못했다. 보수 후보들끼리 알아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니 우리는 깨끗한 정책만 내세우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젠 전략을 수정하겠다. 전교조와의 차별화를 적극 내세워 보수층을 결집하는 한편 인물과 정책홍보를 강화해 중도층까지 흡수하겠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은 ‘1+3 유학과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두 대학은 지난달 교과부의 폐쇄 명령에 불구하고 이 과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9일 교과부에 따르면 두 대학은 ‘1+3 유학과정’의 폐지 방침을 이번 주에 공식 발표한다. 한국외국어대는 박철 총장의 결정으로, 중앙대는 전임 총장인 박범훈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권유로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3 유학과정은 국내 대학에서 1년간 영어공부 등 유학을 준비하고, 2학년부터는 국제교류 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학년도 기준으로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의 선발 정원이 각각 300명과 240명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교과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대학이 아닌 사설 유학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학생은 대학 간판을 믿고 입학하지만 학교는 명의만 빌려주고, 신입생 모집이나 교육과정 운영은 어학원이 맡는 식이다.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는 둘 다 K사에 운영을 맡겼다. 여기서 나온 연간 수입은 중앙대가 60억 원, 한국외국어대가 47억 원가량으로 이 중 절반을 대학이 가졌다. K사는 외무고시 출신의 전직 외교부 공무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의 폐쇄 명령은 소급해서 적용하지 않으므로 재학생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내년도 신입생을 어떻게 구제하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두 대학은 정원의 3분의 1가량을 지난달 수시모집 기간에 선발했다. 교과부에는 해당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부모 중에 변호사, 법학 교수 등 유력 인사가 많아 소송을 하겠다는 등 항의 수위가 높다. 하지만 선발 학생에 대한 책임은 해당 대학이 져야 한다. 대학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는 구제 방안을 최대한 빨리 내놓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 유학원에서 전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방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중앙대 및 한국외국어대와 교류협력을 맺은 미국 대학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대전 서구 둔산여고 2학년 이해민 양. 중학교 때는 혼자 힘으로 공부했지만 고교에 진학한 뒤에는 힘에 부쳤다. 특히 국어와 수학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고민에 빠져 있는 이 양에게 담임선생님은 심화보충반을 추천했다. 둔산여고가 2010년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생긴 방과 후 프로그램이었다.○ 사교육비 39만 원→25만 원 이 양은 그 뒤 2년 동안 국어심화반, 자연수리반, 고전소설반, 경제논술반에 꾸준히 참여했다. 학교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니 질문하기 편했고 필요한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비용 부담은 거의 없었다. 이 양은 지금까지 국어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다. 수학도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다. 또 하나, 이 양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카이스트 멘토링 수업’이다. 학교가 카이스트와 교육 협약을 체결하고 진행한다. 주말마다 카이스트 학생이 찾아와 수학과 물리를 지도한다. 이 양은 “카이스트 선배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다 보면 주말마다 대학생이 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수준별 이동수업, 독서 인증제, 논술 동아리는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둔산여고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하다. 보충심화반, 특기적성 프로그램(연극반 볼링반 등), 스포츠반이 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에서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재정과 행정 편의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창의경영학교는 교육과정혁신형(660개교), 학력향상형(629개교), 사교육절감형(575개교), 자율형(186개교) 등 4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집중됐던 학교의 교육자원을 모든 학생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취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3년 전 둔산여고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9만 원가량. 올해는 25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학생 만족도는 3년 전 57점에서 올해 71점으로 껑충 뛰었다. ○ 2년 만에 기초학력 미달 ‘제로’ 이런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 또 있다. 대구 서구에 있는, 전교생 232명의 작은 학교인 중리초등학교다. 기초수급대상 학생이 32명이고 한부모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도 49명에 이른다. 열악한 교육여건 탓일까. 중리초는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한 학생 59명 중 5명(과학), 4명(영어 사회), 3명(수학), 1명(국어)이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의 비율도 과목별로 50% 내외에 불과했다. 그랬던 학교가 2011년 평가에서 단 1명(국어)만 기초학력에 미달했다. 2012년 평가에서는 마침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도 국어 92.3%, 수학 88.5%, 영어 98.1%로 껑충 뛰어올랐다. 학교는 “지난해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모든 교사가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전략을 썼다. 이를 위해 학년별로 수학과 영어를 중심으로 ‘아름이반’을 편성해 교사 1명이 3, 4명의 학생을 맡아 방과 후에 따로 지도했다. 아름이반은 1∼4학년은 학년마다 한 반씩, 5, 6학년은 수학과 영어 과목별로 한 반씩 운영했다. 전체 학생의 30% 정도인 50여 명이 아름이반 수업을 들었다. 방학 때도 아름이반 수업은 계속됐다. 학교 교사가 16명에 불과해 이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 문제는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면서 해결됐다. 4명의 보조교사를 쓸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 학교는 나아가 5, 6학년 심화반도 따로 개설했다. 중리초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25일 동안 아름이반을 운영한다. 이번에는 토요일마다 실시하던 비즈공예, 공작,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 등 특기적성 활동을 방학 중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학교 박동규 교장은 “지금까지는 몰락한 이현공단 근처에 있어 대구에서 가장 학력이 낮은 학교로 평가받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신진우·김도형 기자niceshin@donga.com}

교육과학기술부가 29일 발표한 과목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도에서 국어 수학 영어 3과목 가운데 하나라도 향상도 20위 안에 든 학교는 전국적으로 8곳에 불과하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동아일보와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전국 1577개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동아일보 고교평가는 △학력수준 △교육여건 △선호도를 합산해 분석한 내용이다. 청양군 유일의 인문계 고교인 정산고가 대표적이다. 학년마다 4학급씩 12개 학급인 정산고의 전교생은 331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작은 규모에도 정산고는 올해 수학 향상도 18.84%로 전국 1위, 국어향상도 5.68%로 전국 8위를 차지했다. 향상도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본 고교 2학년 학생들 성적을 이들의 입학 당시 성적(중학교 3학년 성적)과 비교해 산출한 수치다. 이같이 눈부신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학교와 교사의 노력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정산고는 2009년부터 수준별 ‘학력향상 중점학교’를 운영해 왔다. 우수학생 위주로만 교과목을 운영하던 학교의 분위기가 바뀐 건 이때부터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학생 수준별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맞춤형 교육도 시작했다. 김미정 정산고 학력증진부장은 “시골이다 보니 학생들이 때 묻지 않고 착하다”며 “학생들이 스펀지처럼 쭉쭉 학습 내용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도 힘이 났다”며 웃었다. 수준별 수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정교해졌다. 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청초반’, 기본학력 미달 학생은 ‘청운반’, 우수학생은 ‘청탑반’으로 나눠 전략적으로 지도했다. 특히 수학 공부에 힘을 줬다. 영상 매체를 활용해 가르치고, 대학생 멘토와 일대일 결연을 맺어 자신감을 심어줬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올해 4년제 국립대에 20명이 진학했다. 학교 설립 이후 최대 진학 실적이다. 2학년 이진서 군은 “학교와 선생님이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공부가 즐거워지면서 학교도 집같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충북 충주중산고는 지난해 16위였던 고교평가 순위가 올해 9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향상도 평가에선 국어 6위. 이 학교는 밤에도 열기가 뜨겁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다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바로 교사에게 간다. 학년별로 영어 수학 담당 교사 각 1명이 ‘야간 질문방’에서 지도한다. 2학년 최모 군은 “일과 시간에 배운 것 중 모르는 게 생기면 바로 그날 확인할 수 있어 능률적”이라고 말했다. 중산고에는 ‘디딤방’도 있다. 기초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특별반이다. 매년 초 성적이 부진한 학생 20명 정도를 뽑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유경 중산고 교장은 “디딤반 학생 80% 이상의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열등반’이 아닌 ‘성적향상반’으로 자리 잡으며 호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엔 ‘심화 특강반’도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학년별로 30명씩 뽑아 매주 1, 2회 영어 수학 논술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반이다. 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사회와 학생 모두 만족하는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 교육, 감동을 주는 대학으로 한걸음 더.’건국대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우수 교수를 초빙하고 교육시설도 확충하면서 앞서나가고 있다. 교육혁신을 통한 연구역량 강화, 우수 학생 유치는 대학가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다. 또 발전 속도가 빠른 대학, 재정이 탄탄한 대학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입학 경쟁률도 매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건국대는 9월 송희영 총장 취임 이후 ‘국내 톱5,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송 총장은 취임사에서 “대학의 3대 중심 기능인 교육·연구·봉사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 교수·학생·동문이 한마음이 돼 감동을 주는 대학, 존경 받는 대학, 사회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대학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학교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4가지. △선도학문 분야 집중 육성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수요자 중심의 교육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대학운영 시스템 구축이다.○ 창의적 인재 양성위해 학과 개편 건국대는 지난달 ‘노벨상 수상 석학과 함께하는 융·복합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각기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20여 개 팀을 만들어 기술융합과 문화·사회 통섭 아이디어를 발굴해 발표했다. 심사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건국대 석학교수인 로저 콘버그 교수(2006년 노벨 화학상)가 했다. 대상을 차지한 팀은 노벨상 수상자가 직접 수여하는 ‘콘버그 대상’을 받았다. ‘융합’을 키워드로 하는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대학원에는 신기술융합학과를, 학부에는 경영학과 공학을 결합한 기술경영학과, 자율전공학부, 문화콘텐츠학과, 중국통상비즈니스전공을 개설했다. 융합학문 교육에서도 다른 대학을 압도한다. 서울캠퍼스에 바이오산업공학과, 생명자원식품공학과, 보건환경과학과, 녹지환경계획학과, 유기나노시스템공학과 등 5개 융합 학과를 신설해 올해 첫 신입생을 뽑는다. 전통적으로 강한 생명공학과 바이오 분야에선 더욱 앞서나가게 됐다. 생명공학분야 학과를 모은 생명특성화대학을 신설했다. 건국대병원과 동물생명과학대·생명환경과학대·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등 관련 연구·교육 시설들을 한 곳에 결합시킨 ‘바이오 클러스터’도 구축했다. 건국대는 국제화 지표에서 언제나 국내 대학 ‘톱10’에 들 만큼 글로벌 프로그램 운용에 적극적이다. 해외 51개국 400여 개 대학 및 연구기관과 교류협정을 맺었다. 복수학위, 교환·파견학생, 어학연수, 국제 인턴십 등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해 700여 명의 학생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박성열 건국대 입학처장은 “건국대는 융합 교육과 문제 해결형 교육을 통해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철학을 구현해냈다. 또 영역의 장벽을 허물어 통합교육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연구 네트워크 구축 건국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취업경쟁력 강화, 전공연계 현장능력 강화, 글로벌 역량 강화 등 46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사업평가에서는 ‘우수대학’으로도 뽑혔다. 또 서울시가 지원하는 창조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캠퍼스 CEO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그 덕분에 다양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이 가능해졌다. 올해 졸업자 취업률은 졸업생 3000명 이상 서울지역 대학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전 학년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체계적인 취업지원을 해준 덕분이다. 엘리트 프로그램을 비롯해 파이어니어 프로그램(4학년 대상), 커리어 점프업 스타트 프로그램(3학년 대상), 커리어 디자인 스쿨(2학년 대상), 비전 얼라인먼트 프로그램(미취업 졸업생 대상) 등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서 건국대는 전국 대학 10위안에 들었다.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도 전국 10위로 역대 최고성적을 거뒀다. 행정고시는 전국대학 6위다. 한 번에 3070명까지 생활 가능한 기숙사도 학교의 자랑이다. 기숙사 수용률은 18.3%로 서울지역 사립대 중 최고 수준이다. 건국대는 2020년까지 노벨상 수상 교수들을 계속 초빙하는 한편, 세계적 기술 연구소와 제휴해 기존 틀을 뛰어넘는 연구 및 학업 환경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건국대가 초빙한 대표적인 외국 석학은 노벨위원회 물리위원장을 역임한 마츠 욘손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와 나노 소재·소자분야의 석학 엘리너 캠벨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로 2009년부터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콘버그 교수를 비롯해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도 건국대 석학교수로 초빙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미래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태양광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유치해 ‘건국대-프라운호퍼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소’도 세웠다.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해외에 공동연구소를 만든 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이어 두번째다. 핀란드의 세계적 연구소인 VTT국립기술연구센터와 ‘건국대-VTT 공동연구소’도 설립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건국대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학교의 자랑이다. 재학생과 교직원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된 ‘컴브렐라(KUmbrella) 재해 복구 봉사단’은 매년 서울 노후지역의 주민들을 방문해 쌀 연탄 라면 등을 기증하고 있다. 연탄 배달 봉사활동도 한다. 2007년부터 벌써 6년째다. ‘성신의 해외봉사단’ 학생 50여 명은 방학 동안 필리핀 몽골 인도 등에서 현지 주민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활동을 벌인다.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터치(Touch)’ 팀은 매년 프로젝트 형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옷을 전달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학교 인근 서울 광진구 지역 홀몸노인들에게 직접 만든 겨울용 외투 30벌을 전달했다. 올해는 ‘사랑의 달팽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각 장애우 클라리넷 연주단을 위해 연주복 50여 벌을 만들어 선물할 계획이다. 장용환 씨(의상디자인학과 4학년)는 “원단을 만지는 작은 손짓과 가진 작은 재능으로 이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건국대 천문 동아리인 ‘우주탐구회’ 학생들은 매년 여름방학 시골 벽지 학교를 찾아 천문학교를 연다. 천체망원경, 별자리, 태양계, 성운·성단·은하, 별의 일생 등을 설명해 주고 천체관측까지 함께 하는 지식봉사활동을 펼치는 것. 학교 차원에서 지역 청소년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봉사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역 중학생들을 대학의 첨단 연구실로 초청하는 이공계 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지역 학생들은 지능제어 로보틱스 연구실, 디스플레이 연구실, 모바일컴퓨팅 연구실, 구조재료 실험실 등 각종 첨단연구실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음악적 재능이 풍부한 초중고교 음악영재를 발굴해 지도하는 ‘음악영재 장학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원 대상 학생을 70명에서 최근 100명으로 늘렸다. 피아노 관현악 작곡 성악 미래영재 등 5개 분야에서 선발된 학생들에게 35명의 교수진이 이론과 실기를 지도한다. ‘원어민과 함께하는 주니어 영어캠프’는 건국대 언어교육원이 지역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시작한 ‘스타시티 사업’ ‘능동로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 등의 사업도 인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호 건국대 학생복지처장은 “대학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게 학교의 방침”이라며 “학문적 자산과 병원 의료 인력을 활용한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활발해졌다. 초중고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심의건수는 올 1학기에 1만7097건으로 작년 전체(1만3680건)보다 많았다. 처벌 수위는 강한 편이었다. 학교폭력에 대해 내린 조치는 올 1학기에 3만7083건. 이 중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20.2%), 사회봉사(11.5%), 출석정지(10.7%), 전학(5.2%), 퇴학(0.3%) 같은 중징계가 절반 정도(47.9%)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및 학교폭력 대응 현황을 30일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공시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1000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전체 학생의 90% 이상이 참여했으면서 피해 사례가 전혀 없는 ‘클린 학교’는 5곳으로 나왔다. 대구 동덕초(응답률 98.4%), 제주 구엄초(90.8%), 대구 일과학고(97.4%), 충북 보은여고(95.7%), 경북 영양여고(97.3%)다. 중학교의 경우 경남 남해군 창선중이 응답률 95.7%, 피해 사례 1건으로 가장 적었다. 본보가 학교알리미를 통해 전국 중학교 3224곳을 분석한 결과 강원 충남 경기 지역에 피해율이 높은 학교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응답자 중에서 피해 사례가 얼마나 나왔는지 비교했더니 강원 팔렬중(58.5%), 대전 체육중(56.3%)이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과 관련해 자살이 잇따랐던 대구는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피해율 20% 이상인 학교가 없는 점이 특이했다. 한편 교과부가 공모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에서는 25개 학교가 우수상을 받았다. 이 중 대구 달서구의 대서중은 2차 조사에서 피해율이 5.1%로 나왔다. 4월에 공시한 1차 조사에서는 피해율이 11.9%, 특히 일진 인식 비율(64.1%)이 대구에서 가장 높았다. 이 학교 학생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이 4분의 1, 맞벌이 가정이 절반가량이다. 방과 후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적지 않고, 그만큼 학교폭력이 번지기 쉽다는 말이다. 학교 측은 ‘e-10·10(everyday-10·10)’이라는 방법을 만들었다. 등교시간에 생활지도 교사가 ‘즐겁게’ 또는 ‘신나게’라고 외치며 손을 들면 학생들도 따라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식.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최소한 하루에 10번은 하도록 했다. 어른에게는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자는 취지였다. 곽상순 교감은 “간단해 보이지만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에 친밀감을 더 느끼게 하면서 학교폭력 근절에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전체 수상 학교는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서울 명신초 중곡초, 인천 계양초 동부초 약산초 조동초, 대전 가장초, 대구 동변초, 경북 영가초, 경남 장유초, 충남 규암초 ▽중학교 △대전 대성여중, 부산 두송중, 광주 영천중, 대구 대서중, 인천 가좌여중, 울산 이화중, 경기 연현중 저동중, 충남 부성중, 경남 성포중 진교중 ▽고등학교 △서울 고척고, 인천 인천여상, 충북 옥천상고▼ 본보, 전국 중학교 3224곳 전수 조사 ▼정부는 지금까지 학교폭력 실태를 두 번 조사했다. 1차(4월 발표)에서는 응답률이 25%였지만 2차에서는 73.7%가 참여했고 응답률이 10% 미만인 학교가 없었다. 본보는 2차 조사가 유의미한 통계라는 판단에 따라 시도별 실태를 분석했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학생 정원 △설문 응답자 △피해 응답자를 활용해 피해율(정원 대비)과 실질 피해율(응답률 대비)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전국 중학교 3224곳의 자료를 확인해 시도별로 가장 심각한 20곳을 공개한다. 안전하고 밝은 학교를 만드는 데 교사 학생 학부모가 더 노력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단, 응답률이 낮은 곳은 피해자가 적게 나오는 한계가 있다. 자료 분석에는 이화여대의 김예지 마지혜 박수지 송보영 주미란 홍지연 씨가 참여했다.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바로잡습니다]본보 1일자 A10면‘학교폭력 피해가 많은 중학교’ 표에서 일부 학교의 수치를 바로잡습니다. △경기 양지중은 피해율(학생정원 대비) 4.2%, 실질피해율(응답률 대비) 6.9% △경남의 양산중앙중은 응답률 84.1%, 피해율 11.9%, 실질피해율 14.2% △충남 삽교중은 응답률 97.6%, 피해율 12.0%로 해당 지역에서 학교폭력 발생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광주북성중도 피해율 11.6%, 실질피해율 16.4%입니다. 해당 학교와 지역에 혼선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28일 오전 10시부터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나눠줬다. 한 명 한 명 교단으로 나와 성적표를 손에 쥘 때마다 환호와 울음소리가 복도까지 흘러나왔다. 이 학교 3학년 김모 양은 “평소에 언어영역은 늘 1등급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3등급이 나왔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 중 한 곳은 최저학력기준에 아예 미달이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외국어 점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와 정시모집에는 유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상일여고 이모 양은 “어젯밤에 너무 긴장이 돼 따듯한 우유를 마시고 새벽 2시쯤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친구들과 수다를 좀 떨어 긴장이 조금 풀렸는데 선생님이 성적표를 주시는 순간 다시 몸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고 얘기했다. 이 양은 “수리와 외국어는 예상대로, 언어는 예상보다 한 등급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이처럼 수험생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시험이 대체로 어려워 가채점을 하면서 걱정했지만, 표준점수와 등급이 높게 나왔다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휘문고의 진학상담 담당인 신종찬 교사는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는 예상보다 등급이 확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70% 정도의 학생은 점수나 등급이 잘 나왔다는 반응”이라며 “상대적으로 자연계 학생의 성적이 들쑥날쑥한 편이어서 상담 요청이 더 많다”고 전했다. 문제가 쉬워 만점자가 많은 언어영역에서는 한두 문제 차로 등급이 확 떨어지는 바람에 수시모집에서 탈락하게 됐다며 울먹이는 수험생도 있었다. 교사들은 본격적인 진학 지도에 돌입했다. 특히 언어와 외국어영역에서 가채점 결과와 실제 등급이 달라진 학생을 상대로 수시모집의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이긍연 서울 용산구 용산고 교감은 “상위권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변별력이 커진 만큼 한 곳 정도는 소신 지원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며 “1, 2등급을 받은 공부 잘하는 학생도 변별력이 생겼다는 데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지난해완 달리 소신 지원하려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입시학원가에서는 올해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재수 기피 현상이 아주 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에 수능이 선택형으로 바뀐다고 해도 공부 방식은 달라질 필요가 없는데 재수를 하기 싫어 하향 지원을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 입시 전문가 A 씨는 “수능 변화를 앞두고 재수를 포기하거나, 일찌감치 수능 사교육을 마구 받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교육에 몸담은 입장에서 손해가 되는 얘기지만, 선택형 수능이라고 해서 사교육에 더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현역(재학생)이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상향 지원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시모집에 지원했다는 용산고 최상위권인 학생 A 군은 “수시 최저기준은 넘겨서 안도했다. 수시에서 떨어져 정시에 원서를 내더라도 재수를 겁내지 않고 소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중국의 대학자인 한영은 말했다. “배움을 그치지 말라. 죽어서 관을 덮을 때까지.” 그런데 바쁜 현대인은 고달프다. 배움의 기회를 가질 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며 배울 건 많아지고 배우고도 싶은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의욕을 꺾기 일쑤다. 사이버대는 이런 장벽을 허물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다. 여기 4명이 있다. 이들은 사이버대를 다니거나 졸업했다. 이들은 말한다. “사이버대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배움에 목마른 사람에겐 우물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영애 씨(52·여)의 이력서는 길다. 취득한 자격증만도 요리, 꽃꽂이, 전통예절에서 성인문해교육, 한국어교육지도사, 부모코칭교육 등 10가지가 넘는다. 배움에 목마른 이유는 간단하다. 봉사활동을 위해서다. 그녀는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 그는 지금 이주여성 교육 자원봉사에 푹 빠져 있다. 처음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시간. 아침, 저녁으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학교에 갈 시간이 없었다. 그때 발견한 곳이 경희사이버대였다. 오전 5시 반. 그는 1교시 수업을 듣는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2, 3교시는 방문지도하러 가면서 듣는다. 4, 5교시 수업 강의실은 집이다. 집중해야 할 과목은 이때 듣는다. 정 씨는 월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단다. 정오쯤 사이버대 강의가 집으로 송출되기 때문이다. 강의를 기다리는 심정은 어떨까.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샀을 때 빨리 집에 가서 입어보고 싶은 기분이죠.” 박용환 평화방송 아나운서(36) 역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 소외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꿈이다. 문제는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그러다 서울사이버대를 알게 됐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박 씨는 지난해 같은 대학 휴먼서비스대학원에 진학했다. 학교에 대한 만족감은 상당히 높다. “일단 온라인으로 학업 스케줄을 관리하고 계획을 실천할 수 있잖아요. 업무에 지장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요.” 사이버대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사이버대는 현대인에게 꼭 맞는 옷이에요.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사이버대는 생수이자 우물이 될 수 있습니다.” ○ 사이버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한 작품 김용봉 씨(45)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자동차 라인 설계를 하는 작은 업체의 대표다. 당연히 기계설계 쪽 공부를 했다. 그의 부모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시작한 공부다. 하지만 퇴근 뒤, 그는 옷을 갈아입는다. 인터텟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을 한 지는 14년쯤 됐다. 지금은 경기 시흥 지역 인터넷방송인 ‘시흥라디오’를 운영한다. 그가 2008년 사이버한국외대 미디어학부에 진학한 건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계기가 됐다. 입학 전엔 고민도 많이 했다. ‘돈 낭비가 아닐까, 수업에 집중은 될까.’ 입학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런 마음이 사라졌다. 원격 상담과 수업은 그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줬다. 말 그대로 생활밀착형 교육이었다. 그는 “사이버대 수업을 들으면서 평생교육 개념을 몸에 적응시켰다”고 했다. 김 씨는 지금 방송 진행은 물론이고 사운드·영상 편집, 라디오 드라마 제작까지 직접 한다. 그는 사이버대를 이렇게 정의했다. “디지털적인 기술과 아날로그적인 학업 욕구가 결합한 작품이다.” 오영일 씨(32)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한국에 왔다. 국내 대학에서도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밤낮으로 어학원 강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때 한 친구가 추천했다. 사이버대가 뜨고 있다고. 사이버대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오 씨는 일단 전화기부터 들었다. 세종사이버대. 첫 느낌부터 인상적이었다. 교직원은 친절하게 학교 소개를 해줬다. 확신을 가지고 입학한 실용영어학과. 만족도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세종대 오프라인 강의와도 연계가 잘돼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동기들과도 교류를 쌓았다. 그는 말했다. “사실 사이버대라 해서 너무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잘못 생각했죠. 관심만 있다면 오프라인 수업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그때 알게 된 분들이 지금까지 제 가장 소중한 인맥이 됐습니다.” 오 씨는 지금 유명 강사이자 영어 콘텐츠 제작 업체 대표다. 또 ‘회화를 삼켜버린 영문법’ 을 집필하는 등 저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세종사이버대를 다닌 시점이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였다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양사이버대는 수준 높은 강의 콘텐츠로 명성이 높다. 교육과정별 과목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는 7단계에 걸친 체계적이고 엄격한 개발관리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다양한 장학 혜택도 장점이다. 장학금 지급액은 국내 사이버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매년 62억 원가량을 지급한다. 2011학년도의 경우 과반이 넘는 학생들이 장학 혜택을 받았다. 장학금의 종류도 △직장인 및 주부장학금 △실업계고교장학금 △장애인장학금 △이웃사랑장학금 등 30여 가지에 이른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자신에게 해당하는 장학금을 신청하면 장학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재학하면 가족장학금을 탈 수 있다. 2002년 한양대가 설립한 한양사이버대는 2개 동의 단독 교사 내에 다양한 시청각 시설을 완비한 강의실을 갖췄다. 총학생회실과 각종 토론실 등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도 있다. 특히 제2 교사에 마련된 ‘iCafe’에는 100여 대의 PC를 갖춘 학습실과 함께 커피숍과 다양한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다. 최대 규모의 제3 교사도 현재 신축 중이다. 학생들이 한양대의 각종 시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도서관은 물론이고 체육관, 운동장 등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한양사이버대는 한국표준협회가 실시하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KD-SQI)에서 국내 최초로 5년(2006∼2010년) 연속 사이버대학 부문 1위 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2007년 정부의 원격대학 평가에서 종합 최우수대학으로도 뽑혔다. 수업(교수학습) 영역, 인적자원 영역, 물적자원 영역, 경영 및 행정 영역, 교육성과 영역 등 6개 영역 전 분야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2010년 고등교육 이러닝 콘텐츠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3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을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한다. 대학원의 2013 전기 석사과정 모집 기간은 11월 12일∼12월 7일이다. 한양사이버대의 학사과정은 18개 학과(부), 14개 전공에 정원이 1만4898명이다. 석사과정은 5개 대학원 10개 전공에 정원이 808명이다. 재학생은 오프라인 강의를 한양대 학생들과 함께 수강할 수 있다. 재학 기간 동안 1학기 6학점씩 총 30학점까지 수강이 가능하다. 이번 신·편입생 모집은 영어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학부, 경영학부, 디자인학부 등 대표학과들을 포함해 올해 처음 개설된 청소년학과와 경제금융학과 등 18개 학과(부)에서 이뤄진다. 1학년 신입 2155명과 편입 2442명 등 4597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청소년학과는 최근 국내에서 청소년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신설됐다. 경제금융학과는 ‘사회과학의 꽃’이라는 경제학에 금융을 융합한 학과.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물론이고 현실 경제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무능력까지 동시에 기를 수 있다. 입학 문의는 홈페이지(www.hycu.ac.kr)와 전화(02-2290-0082)로 하면 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특성화대학인 고려사이버대는 이번 입시부터 전기전자공학과 신·편입생을 처음으로 모집한다. 협력기업인 SK텔레콤과는 공동으로 가상실험실(Virtual Lab)을 만들어 효과적인 실험실습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온라인 공학교육에서 선도적인 교육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사이버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학제정보대학원을 설립했다. 학제정보대학원의 중심에는 인문학이 있다. 인간과 사회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기술(컴퓨터정보통신, 정보보안 등), 문화(미디어디자인, 문화콘텐츠 등), 경영(세무회계, 예술경영 등)과 같은 다른 분야를 통합한다.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한다. 강의를 듣지 않아도 별도 인터뷰나 과제 제출을 통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실시간 세미나의 경우에도 참여시간이 출석 인정에 반영된다. 고려사이버대 실용외국어학과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명의의 2급 한국어교원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전공 과정을 신설했다. 그동안 고려사이버대는 다문화캠페인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콘텐츠를 수년간 무료로 제공해왔다. 이번 교육과정 신설로 ‘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을 하는’ 전문가 양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고루 초청해 다양한 분야의 실용적인 강의를 연중 무상으로 제공하는 ‘고려특강’도 일반인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지 수강할 수 있다. 고려특강의 명사로는 문명 비평가인 기 소르망,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로절린 카터 여사(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부인), 김재영 PD(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제작), 박원순 서울 시장 등이 있다. 고려사이버대는 이번 입시에서 선취업 후진학 특별전형을 신설했다. 선취업 후진학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지원 자격은 최근 3년 이내 고교 졸업자. 고교 성적 50%에 학업계획 및 면접 50%를 반영해 성적순으로 500명을 선발한다. 상위 20명에게는 입학금을 포함해 4년 전액 장학금을 준다. 차상위 30명에게는 2년 전액 장학금을 준다. 성적 구간별로 500위까지 장학금을 차등 지급해 선취업 후진학 지원자가 실질적으로 사이버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끔 문을 활짝 열었다. 지원 대상은 7개 학부 18개 학과다. 전기 신·편입생 모집 기간은 12월 1일∼내년 1월 4일이다. 신입학은 고교 성적(수능 성적 반영하지 않음)과 학업계획서를 본다. 편입학은 전 대학 성적과 학업계획서를 50%씩 반영해 선발한다. 학업계획서는 고려사이버대 입학지원센터에서 입학지원서 제출 시 함께 작성하면 된다. 입학 문의는 학교 입학지원센터 홈페이지(go.cyberkorea.ac.kr)나 전화(02-6361-2000)로 하면 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외대가 만든 정규 4년제 대학인 사이버한국외국어대는 학생들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어려움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학사관리 시스템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튜터 제도’. 개별학습관리자인 튜터가 학생 개개인의 학업을 도와주는 제도로 온라인 강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준다. 교과목별로 관련 분야 석·박사 과정에 있는 재학생 튜터가 배정돼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시로 학습지도, 학업진도 관리, 일대일 외국어 첨삭지도 등 학습 지원을 해준다. 사이버한국외대는 이번에 사이버대학 최초로 스페인어학부를 신설했다. 스페인어는 20여 개국에서 5억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대기업 및 공기업 등에선 스페인어 등 특수 외국어 구사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어학부 신설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단독 교사 신축도 눈에 띈다. 올해 2월 기공식 뒤 첫 삽을 뜬 사이버한국외대 신축 교사는 내년 7월 완공될 예정이다. 연면적 1만6476m²(약 4992평) 규모에 지하 2층, 지상 8층으로 지어진다. △1층에는 400석 규모의 대강당과 라운지 △2층에는 미디어갤러리홀과 화상강의실 △3층에서 7층까진 강의실과 교수연구실 등 △8층에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와 학생자치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늘어나는 편입학 수요에 맞춰 3학년 편입학 정원을 800명에서 870명으로 확대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또 농어촌전형 신설을 통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 사이버한국외대를 졸업하면 고등교육법상 정규 4년제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또 오프라인 4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대학원 진학자격도 얻을 수 있다.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2013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모집학부는 영어학부, 중국어학부, 일본어학부, 한국어학부, 스페인어학부(신설), 글로벌경영학부, 미디어학부 등 7개 학부. 정원내전형으로 신입학 730명, 2학년 편입학 173명, 3학년 편입학 995명 등 모두 1898명을 선발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편입학은 △전문대학 졸업자 △4년제 대학 1년 이상 수료하고 35학점 이상 이수 △4년제 대학 2년 이상 수료하고 70학점 이상 이수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전형평가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자기소개서(70점)와 학업소양검사(30점)로 100점 만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교과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배점상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크다. 따라서 지원동기, 학업계획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게 유리하다. 학업소양검사는 학업을 위한 준비도와 기초 능력을 객관식으로 평가한다. 1회 응시를 원칙으로 제한시간 60분 안에 75문항을 풀어야 한다. 어학성적이나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최고 5점까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입학문의는 입학상담센터(02-2173-2580)로 하면 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은 예상대로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판가름 났다. 두 영역의 만점자가 지난해보다 줄고,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서다. 반면 쉽게 출제된 언어는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와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7일 발표한 201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언어 2.36% △수리‘가’ 0.76% △수리‘나’ 0.98% △외국어 0.66%였다. 만점자 비율을 1%로 한다는 평가원의 출제 방침은 수리‘나’를 제외하고 모두 빗나갔다. 특히 탐구영역의 만점자 비율을 보면 사회는 0.15(경제지리)∼3.15%(윤리), 과학은 0.08(생물Ⅱ)∼7.96%(지구과학Ⅰ)로 나타나 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컸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해보다 상위권의 변별력이 커졌다. 최상위권과 중상위권 모두 언어 수리 외국어의 표준점수 합산 점수가 지난해보다 상승하면서 정시모집 합격선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문계는 언수외 표준점수 최고점의 합계가 410점으로, 지난해보다 5점이나 올랐다. 언수외 만점자는 지난해 171명에서 올해 392명(인문계열 288명, 자연계열 104명)으로 늘어나 최상위권 동점자 간의 경쟁이 지난해보다 더 치열해졌다.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은 탐구영역 성적을 변환표준점수(백분위 활용)로 반영하므로 자신이 유리한 영역과 반영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평가원은 28일 수험생에게 개별 성적표를 보낸다. 한편 정부는 선택형으로 바뀌는 내년 수능도 올해와 비슷하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어려운) B형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쉬운) A형은 현재 수능보다 쉽게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1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1점 높아졌다. 반면 언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27점으로 10점이나 떨어졌다. 또 문과생이 치르는 수리‘나’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4점 올랐고, 이과생이 보는 수리‘가’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와 같았다.○ 상위권 동점자는 줄어들 듯 수능 채점 결과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합산점수는 인문계가 지난해보다 5점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수능 응시자 가운데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올라간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영역별 난이도를 갖춰 상위권 변별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상위권에서는 동점자가 줄었다. 외국어의 경우 1등급 범위가 지난해 2점에서 올해 7점. 2등급도 3점에서 8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등급은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에 근거해 1∼9등급으로 나눈다. 통상 1등급은 표준점수 상위 4%, 2등급은 다음부터 상위 11%까지 자른다. 수리‘나’의 경우 올해 1등급 범위가 6점, 2등급 9점으로 지난해 3, 4점보다 벌어졌다. 수리‘가’는 올해 1등급이 7점, 2등급이 8점으로 지난해 9점, 6점과 비슷한 수준.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수리‘가’가 지난해 상당히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리 영역은 상위권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언어에서만 올해 표준점수 최고점 127점과 1등급 커트라인(125점) 차이가 2점에 불과했다. 2등급도 3점 안에 몰려 있다. 지난해는 1, 2등급 범위가 각각 6점, 7점이었다. 이에 따라 언어에서는 3점짜리 문제 하나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게 됐다. 상위권과 달리 최상위권 학생 간에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만점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풀 만한데 상위권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만한 문제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만점자는 늘었지만 표준점수가 올라간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이도 조절 대실패한 탐구 만점자 비율을 1%대로 맞춘다는 평가원의 방침은 올해도 어긋났다. 특히 언어의 경우 만점자가 1만4625명(지난해 1825명)으로 2.36%나 됐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EBS 연계 출제로 인해 서울과 지방 학생의 성적 차가 얼마 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언어 학습능력이 좋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언어가 수능 첫 과목이라는 점을 고려해 쉽게 출제한 점도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언어가 지난해 상당히 어려워 만점자 1%라는 수치에 급급해 이번엔 너무 쉽게 낸 듯하다. 결국 난이도 조절에 또 실패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올해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만점자는 각각 0.31%, 2.15%. 목표로 하는 1%와 어긋났다. 난이도가 널뛰기를 거듭한 것이다. 난이도 조절 실패는 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 특히 심했다. 사회탐구 11개 과목, 과학탐구 8개 과목의 만점자 비율과 표준점수 최고점은 천차만별이었다.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경제가 77점, 세계지리가 69점으로 8점 차가 났다. 과학탐구는 생물Ⅱ가 77점, 지구과학Ⅰ이 65점으로 무려 12점이나 벌어졌다. 탐구영역은 워낙 과목 수가 많아서 매년 선택과목 간 유불리 논란이 되풀이되긴 했지만 이번처럼 격차가 심한 경우는 드물었다. 난이도를 살펴보면 사회탐구의 경우 윤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 지난해는 모든 과목의 만점자 비율이 1%를 넘었지만, 올해는 윤리만 3.15%나 되고 나머지 과목은 1%에 못 미쳤다.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Ⅰ은 응시자의 7.96%가 만점을 받는 바람에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앉을 정도로 지나치게 쉬웠다.신진우·김희균 기자 niceshin@donga.com}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재판이냐, 이번엔 우파의 승리냐. 다음 달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후보에 우파 진영에서 4명의 후보가 나서자 좌파 진영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 원로 등 우파는 2일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65)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그러나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59)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66), 최명복 서울시 교육의원(64)도 선거에 뛰어들었다. 우파에서만 4명이 경쟁하는 셈. 일찌감치 좌파 단일후보로 선출된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63)은 속도를 내고 있다. 좌파에서는 이 상황이 2010년 교육감선거의 판박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우파 후보들의 표를 모두 합치면 65%가 넘지만 34.3%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패했다. 곽 교육감이 좌파 단일후보로 나온 반면 우파에선 후보 6명이 난립한 결과였다. 우파의 분열 속에서도 곽 전 교육감과 2위 이원희 후보와의 격차는 1.1%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출마한 남승희 후보는 11.8%를 얻었다. 이수호 후보 측은 “어게인 2010이라 부를 만하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후보 측 관계자는 “남 후보가 문 후보의 표를 10% 이상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10년 선거와는 전혀 다를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2년 전의 선거에선 투표 며칠 전까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강남 3구’에서 좌파 진영의 곽 후보가 27∼32%의 득표율을 보인 이유도 우파 후보 간의 차이를 잘 몰랐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이번 선거의 경우 후보 인지도가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평가다. 교육부 장관 출신인 문용린 후보와 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수호 후보는 색채가 뚜렷하다. 그만큼 유권자에게 분명한 인상을 주기 쉽다는 것.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는 점도 교육감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보수층에 형성됐다. 유력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후보등록(25, 26일)을 마치고 진행될 번호 추첨도 변수다. 교육계 관계자는 “앞 번호가 나오지 않으면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우파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 학교, 한때는 잘나갔다. 학생 수가 2000명을 넘을 때가 있었다. 1983년 개교하면서 지역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어느 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역 상권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전교생은 580여 명으로 줄었다. 급식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이 200명이나 됐다. 학생과 학부모의 다툼과 이에 따른 소송도 빈번했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10여 명의 교원이 전출을 희망했다. 전성기가 추억에만 남아 있던 이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2년 만에. 학교 폭력은 10% 수준으로 줄었다. 학생들 눈빛이 살아났다. 인천 중구의 신흥중 얘기다. 벼랑 끝에 선 학교를 살려보자! 몇몇 교사가 움직였다. 이런 생각은 정부가 지원하는 창의경영학교에 지난해 5월 선정되면서 구체화됐다. 창의경영학교는 학생맞춤형 교육과 창의·인성 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곳이다. 교육과정혁신형(660개교), 학력향상형(629개교), 사교육절감형(575개교), 자율형(186개교)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신흥중은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로 뽑혔다.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 숨쉬는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신흥중의 혁신은 지난해 9월 공모제로 김태용 교장이 부임하면서 힘이 붙었다. 김 교장은 취임사로 “졸업생이 중학교 때 참 즐거웠다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일단 교사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줬다. 회의 방식부터 달라졌다. 기자가 20일 찾아갔을 때 교직원들은 ‘ㅁ’자형으로 모여 앉아 있었다. 연차에 상관없이 편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오갔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다들 조용했어요. 이제는 논의할 만한 안건에 대해선 스스로 자료까지 뽑아 준비해 옵니다.” 한성준 국어교사(35) 얘기다. ‘또래 교사회의’도 생겼다. 나이가 비슷한 6, 7명의 교사가 한 팀이다. 교사 중 몇몇이 전체 교직원 회의를 부담스러워하기에 따로 만들었다.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쳐냈다. 행정 업무를 줄이기 위해 전담교사를 3명 채용했다. 지나치게 많은 보충수업도 없앴다. 창의경영학급은 이즈음 시작됐다. 담임교사는 학급마다 80만 원의 예산을 받아 자율적으로 쓴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현장 체험 학습은 물론이고 단체 영화 관람, 학생 생일 파티까지 해준다. 효과는 만점. 자체 설문조사에서 학생 10명 중 8명은 창의경영학급을 계기로 평소 하기 힘든 속말까지 할 만큼 교사를 믿게 됐다고 했다. 교사는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채수연 영어교사(38)는 “업무량이 2배는 더 늘었다”면서도 웃었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기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분위기.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교무실의 전등은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하느라 알아서 남는 교사가 늘어서다. 교사들은 ‘수업팡’이라는 소모임도 만들었다. 여기서 학생 상담, 학급 운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교사-학생의 1대1 사제 결연은 부모-자식 관계처럼 끈끈하다. 얼마 전 학교 정문에 이런 현수막이 붙었다. ‘한 그루의 큰 나무보다는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학교.’ 김 교장은 말했다. “거북선도 사실 이순신 장군 혼자 만드신 건 아니잖아요. 우리 학교 나침반은 소통, 신뢰, 협력, 위로를 바탕으로 모든 학생을 건전한 도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고정돼 있습니다.”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대체 기준이 뭐지. 아이 친구는 아버지가 공대 교수라서 뽑혔나. 입시 전쟁에서 내 아이가 이미 한발 뒤처진 건 아닐까. 전형이 다시 시작됐는데.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내일 선생님부터 찾아봬야지.’(초등학생 학부모 장모 씨·39·여)‘처음엔 의욕이 넘쳤다. 자료를 얻으러 영재교육원도 다녀왔다. 열정? 1년도 되지 않아 사그라졌다. 다른 교사들은 남의 일이라는 눈치. 영재 학습 시키면 학부모들은 왜 이상한 것 하느냐고 눈치. 그냥 학습지 풀라고 시킨다.’(서울 A중 과학영재부장 김모 씨)분야별로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발굴하겠다는 영재교육. 서울시내 초중고교가 이런 교육을 받을 학생을 뽑기 위해 영재학급 선발 요강을 대부분 지난달 발표하고 대상자를 심사하는 중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럴까.○ 선발 기준이 모호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크게 3가지. 2002년부터 영재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일선 학교나 지역이 설치하는 영재학급 △영재학교(서울과학고 등 전국 4곳) △지역교육청이나 대학이 설치하는 영재교육원이 생겼다.대상자는 정부가 2007년 12월 ‘제2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급증했다. 특히 영재학급은 2008년 994개에서 2011년 3521개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로 늘었다.영재학급 학생 선발 기준은 시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학교 자율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시험을 볼지,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줄지를 학교마다 다르게 정한다. 일부 학교는 방학 과제를 전형에 넣는다. 교사의 ‘감’에 의존하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생긴다.기준 없는 시험에 불안한 일부 학부모는 촌지를 건넨다. 중학교 딸을 둔 학부모 김윤미 씨(43)는 “반 학생 절반이 영재교육을 원할 만큼 경쟁률이 높다. ‘영재학급 합격 정찰가’가 얼마라는 소문까지 돈다”라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유모 씨(41·여)는 이렇게 고백했다. “담임교사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휴가라도 다녀오란 말과 함께 흰 봉투를 건넸어요. 30만 원. 큰돈은 아니지만 마음이 놓였죠.”취재팀이 서울 강남구의 3개 초등학교 영재학급에 자녀가 다니는 어머니 30명을 만나 물었더니 선발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응답이 60% 정도였다. 서울 송파구 A고 교사는 “선발이 끝날 때쯤 학부모에게서 민원이 쏟아진다. 한동안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특히 지난해부터 영재교육 선발이 ‘관찰추천제’로 바뀌면서 공정성 논란이 더 커졌다. 이는 교사가 학생을 집중 관찰해 추천하는 방식. 지필고사를 잘 보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부작용이 늘어나자 교육 당국이 마련한 고육책이다.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영재학급을 운영한 학교의 수시 합격률이 높아졌다고 소문나면 다른 학교가 너도나도 영재학급 운영을 신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관찰추천제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줄지도 않았다. 서울 서초구의 A수학전문학원 원장은 “영재성 검사에 경시대회, 내신 등 선발 방식이 다양해지니 수강생이 오히려 늘었다. 사교육 기관은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 했다.○ 운영 방식은 허술운영 과정 역시 고칠 점이 많다. 일단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영재교육원의 경우 지역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한다. 테스트 비용으로 3만 원가량 지불하면 학부모가 교육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영재학급은 다르다. 학부모가 부담한다. 비용은 학교가 알아서 정한다. 1년에 30만 원 이상은 기본이다. 100만 원 넘는 곳도 있다. 취재팀이 물어본 결과, 1년에 150만 원 이상 쓴다는 학부모가 7명(23.3%)이나 됐다. 100만 원 이상∼150만 원 미만은 5명.교사 수준과 교육 커리큘럼도 문제. 방과후에 운영되는 영재학급을 지도해도 교사에게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서울의 A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서로 미루다 결국 투표로 담당 교사를 뽑았다. 서울 B초등학교 교장은 “보통 경험이 부족한 초임 교사에게 떠넘기듯 맡기는 학교가 많다”고 꼬집었다.이러니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 정규 수업보다 약간 심화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교내 우월반을 만든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이어진다.또 영재 영역은 10개가 넘지만 수학, 과학, 수·과학 통합 같은 3개 분야에만 80% 이상이 몰린다. 초등학생 부모 C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영어 신동으로 불렸죠. 지금요? 당연히 과학 영재학급에 가야죠. ‘감’ 떨어지지 않게 과학 공부해야 과학고에 가고,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거든요.”한국교육개발원의 A 연구위원은 “영재교육이 영재학급-영재교육원-영재학교의 순으로 사실상 서열화됐다. 영재학급 경력이 영재교육원에 가거나 고교 또는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으로 활용되니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른 두 차례의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 영어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B형을 선택한 학생이 10명 중 8명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수학은 지금보다 쉬운 A형으로 치른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금의 고등학교 2학년이 응시할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을 A, B형 중에서 골라야 한다. 대학 역시 세 과목의 유형을 자체적으로 골라 전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연합학력평가(전국 1956개 학교, 57만5497명 응시)에서 어려운 영어 B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82.6%였다. B형을 고른 비율은 국어 49.2%, 수학 37.8%였다. 서울시교육청이 6월 실시한 연합학력평가에서도 비슷했다. 영어 B형의 응시율은 77.6%였다. 국어와 수학의 B형 응시율은 각각 48.3%, 38.2%. 영어에서 B형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간단하다. 입학전형에 B형을 반영한다는 대학이 많아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B형은 2개까지만 허용하고,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형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 결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월 발표한 주요 상위권 35개 대학 반영 형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인문계는 국어B, 수학A, 영어B를 △자연계는 국어A, 수학B, 영어B를 반영할 계획이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는 무조건 B형으로 하고, 국어와 수학 가운데 하나는 계열 특성에 맞게 B형을 배치한 결과다. 상위권 대학이 대부분 이런 방식을 택함에 따라 중위권 대학 역시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슷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도 △인문계는 국어B, 수학A, 영어B △자연계는 국어A, 수학B, 영어B로 몰리게 됐다. 수준에 따라 다른 문제로 시험을 보도록 한다는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지는 셈이다. B형 쏠림 현상은 하위권 대학들이 반영 방식을 공개할 경우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신입생 유치에 고전하는 하위권 대학이 차별화를 위해 A형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A형을 고르는 수험생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수능 이원화가 대학 서열화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외국어고 교직원들은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대선 및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외국어고를 겨냥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다. 19일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서울 지역 외고는 당장 지원자가 줄어들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외고 수난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외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나서는 유력 후보들의 공약도 큰 차이가 없다. 좌파 후보인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은 “입시 전문학교로 변질된 외고가 가장 문제다.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우파 후보인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도 “외고를 존속시키되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어느 정도 강제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고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시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논란의 중심인 서울 지역의 외고 관계자들이 특히 그렇다. 서울 A외고 교장은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늘었다. 커리큘럼도 보완해 지금은 전체 수업 시간의 절반가량이 외국어다. 과학 영재만 영재가 아닌데 후보들이 순기능은 빼고 보고 싶은 점만 보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요즘은 신입생 원서접수 기간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더욱 난감해한다. B외고 교무부장은 “가뜩이나 학생 수준이 매년 떨어지는데 이런 일까지 겹쳐 교무실 분위기가 안 좋다. 교사들이 일선 중학교를 돌며 현장 분위기를 주의 깊게 살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녀사냥’이란 말도 나왔다. C외고 교장은 “외고에 대해선 정부와 교육청이 시험지를 걷어 체크할 만큼 서슬이 시퍼렇다. 사회적배려대상자를 늘리라고 해서 올해부턴 정원의 20%를 채웠다. 주변 눈치가 보여 외국어 수업 시간을 꾸역꾸역 채우는데도 결국 외고만 문제란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얘기니까 참고 넘기자고 지적한다. D외고 교감은 “김영삼 정권 전부터 선거철마다 겪었다. 교육 공약에 외고가 빠지면 허전한 모양”이라며 비꼬았다. 하지만 외고를 비판하는 정도가 이전과 비교하면 더 심하다며 대체적으로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고3의 대학진학 지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교장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다음 달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역대 교육감 선거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진영은 2년 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패배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65)을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 좌파진영은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63)을 단일 후보로 정하고 수성을 다짐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선거가 전형적인 이념 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둘러싸고 이미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문 전 장관 측은 ‘곽노현 지우기’에 나섰다. 곽노현표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선을 긋자는 내부 방침을 굳혔다. 문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따라서 곽 전 교육감의 이름도 거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 측은 ‘곽노현 정책 계승’을 내세우며 곽 전 교육감의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곽노현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이유다. 교육계 인사들은 “두 후보는 성향 자체가 양극단에 있다. 또 곽 전 교육감의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인 만큼 그가 추진하던 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이념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갖고 있어 정치권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다. 이 점에선 문 전 장관 측이 좀 더 느긋하다. 새누리당은 문 전 장관을 박근혜 대선후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최적의 인물로 꼽는다. 참신함에서 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90점 이상 줄 만한 후보라는 평가. 이 전 위원장과 정책공조에 나설 민주통합당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 전 위원장은 “야권 지도부에서 저에 대한 지지층이 두껍다”고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단 인지도에서 밀린다. 전교조, 민주노총 출신으로 강성이라는 이미지도 부담스럽다. 선거 운동에서 공조할 경우 많게는 3∼4%까지 표를 까먹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야권에선 여전히 ‘젊은 스타급 제3의 후보를 내세우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중이다. 이력만큼 서로 다른 이미지도 눈길을 끈다. 문 전 장관 측은 안정을 강조한다. 교육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좌파 진보 진영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승패를 가를 중도 유권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장관 출신 관료이자 서울대 출신 엘리트인 문 전 장관의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우리 후보가 교육 현장을 잘 아는 교사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승산이 높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