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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채점 오류가 확인돼 합격자 발표가 번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에 이어 정부의 허술한 공무원 채용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4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21일 발표한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1차 필기시험 서울지역 합격자 가운데 남자 지원자 4명, 여자 지원자 2명이 잘못 포함됐다. 불합격자 3명이 이의를 제기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드러났다. 오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중앙소방학교 측은 세 과목 총점을 평균점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나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채점실 전산은 외부 네트워크와 단절돼 있고, 폐쇄회로(CC)TV에도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없었다”며 “무단 침입이나 합격자 조작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은 소방 관련 학과 및 의무소방원 출신을 대상으로 소방사(9급)를 선발하는 전형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음주운전 추방’을 선언한 검찰과 경찰이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동승자나 음주운전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술을 판 사람 등 ‘방조범(幇助犯)’의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냈거나 5년간 5회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면 차량을 몰수한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4일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25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동승자와 주류 판매자 처벌 확대 △사망 사고 구형 기준 강화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몰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음주운전 당사자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방조자까지 책임을 물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운전 방조죄로 기소된 동승자는 96명인데 이 가운데 89명은 벌금, 5명은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쳤다. 주류 판매자 처벌은 한 건도 없었다. 앞으로 경찰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극 수사할 계획이다.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 열쇠를 넘기거나 운전을 권유한 동승자는 음주운전 방조범 또는 음주교통사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받는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기 힘들거나 음주운전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술을 판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살인죄에 준해 처벌한다.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여러 명의 사망자가 나올 때는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할 방침이다.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은 “사망 사고가 아니더라도 전치 4주 이상의 음주상해 사고는 약식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검찰과 경찰이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동승자와 음주운전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술을 판매한 식당업주를 적극 처벌하기로 했다. 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냈거나 5년 간 5차례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경우엔 차량이 몰수된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4일 △동승자와 주류 판매자 처벌 확대 △사망사고 구형 기준 강화 △상습운전자 차량 몰수 등을 포함한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25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의 이번 조치는 음주운전의 방조자까지 책임을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 음주운전 습관을 근절시키겠다는 의도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운전 방조죄로 기소된 동승자는 96명. 이 가운데 89명은 벌금형을, 5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데 그쳤다. 주류 판매자를 처벌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앞으로 경찰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극 수사할 계획이다. 음주사실을 알고도 차량 열쇠를 넘겼거나 운전을 권유한 동승자는 음주운전 방조범 또는 음주교통사고 공동정범으로 처벌을 받는다. 대리운전을 부르기 힘들거나 음주운전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술을 제공한 판매자도 처벌하기로 했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살인죄에 준해 처벌한다.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최소 3년 이상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사망자가 여럿일 경우엔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할 방침이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인 음주운전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는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어 더 중한 처벌이 가능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013년 5월 경북 경주시에서 시골길을 달리던 오토바이 한 대가 농업용 수로에 빠져 운전자가 숨졌다. 운전자는 반대편에서 자기 앞으로 달려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변을 당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술에 취한 채 옆자리에 부인을 태우고 운전 중이었다. 가해 운전자는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이렇게 끔찍한 피해로 이어진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다. 이처럼 관대한 음주운전 사고 처벌을 이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19일 동아일보와 대검찰청이 공동으로 진행한 음주운전 사고 처벌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 200명 중 80.5%(161명)가 현재 처벌 수위가 낮다고 답했다. 처벌 수위가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18.5%에 불과했다. 교통 전문가 및 법조인(검사 변호사), 로스쿨 학생 등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88.8%(71명)가 처벌 수위가 낮다고 봤다. 현재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실형 선고를 받는 경우는 약 30%에 불과하다. 평균 형량도 12.4개월에 그치고 있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전과가 없다면 거의 실형을 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의 생각은 달랐다. 음주운전 사고의 형량을 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34.7%) △사망자 및 부상자 수 등 피해 정도(29.8%)가 꼽혔다. 전문가들도 두 요소가 각각 27.4%, 36.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형량을 정할 때 피해자와의 합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은 일반시민의 경우 1.9%, 전문가는 8.9%에 그쳤다. 실제 음주운전 사례를 제시했을 때 일반시민의 81.9%는 집행유예보다 징역형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전문가 △검사 △로스쿨 학생 △변호사 순으로 무거운 형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른 범죄에 비해 음주운전 사고 재판에서 피해자 합의가 형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형평성 차원에서도 피해자 합의를 고려할 때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도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일반시민과 전문가 각각 68%, 68.8%로 반대 의견의 약 2배였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양형팀장 이용 연구관은 “이번 설문조사를 계기로 국민의 눈높이와 법감정에 맞는 사건 처리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해외에서 잇달아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16회였던 지진(규모 3.0 이상) 발생횟수는 19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 2010년대 56회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내진 보강을 마친 공공시설물은 42.4%(4만4732개)에 그쳤다. 특히 학교는 내진 설계 대상 2만9558곳 가운데 보강을 마친 곳이 6727곳(22.8%)에 불과했다. 방파제 등 어항 시설은 25.2%, 철도 40.1%, 도로 56.1%, 공항 56.3% 등 국가 기간시설 상당수가 지진에 무방비한 상태다. 특히 송유관은 5곳 모두 내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처는 올 1월 지진방재대책 개선추진단을 출범시켜 공공뿐 아니라 민간 건물의 내진 설계 유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안전처는 내진 설계 여부에 따라 지방세 감면과 보험료율 차등 적용을 검토 중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찰이 도심지역 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기로 한 것은 차량 중심의 교통문화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강신명 경찰청장(사진)은 15일 “우리 사회는 도로교통을 차량 소통 위주로 생각하는 의식이 강하다”며 “보행자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제한속도를 낮추면 교통 흐름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이런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강 청장은 “실제 도로의 정체는 제한속도보다 차량이나 횡단보도 같은 도로 환경에 의해 더 좌우된다”며 “어차피 빨리 달릴 수 없는 여건이라면 당연히 보행자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낮춘다고 무조건 교통 흐름이 느려지는 건 아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는 2014년 페리페리크(한국의 순환도로에 해당)의 제한속도를 시속 80km에서 70km로 낮추고 1년간 운행속도와 사고율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주행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오전에는 32.6km에서 38.4km로, 저녁에는 30.3km에서 33.9km로 속도가 증가했다. 사고도 줄었다. 제한속도 하향 구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3년 742건에서 627건으로 15.5% 감소했다. 부상자 역시 908명에서 776명으로 14.5% 줄었다. 강 청장은 “제한속도 하향으로 일부 구간에서 정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보다 사고 감소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며 “앞으로 신호체계를 효율화하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제한속도 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속 카메라를 이용해 속도위반을 적발할 계획이다. 사고 발생 시 처벌도 강화된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에 따르면 교통사고 가해자가 종합보험 등에 가입해 있으면 큰 과실이 없는 한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준다. 다만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과속 등 11개 중과실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찰은 여기에 50km 이하 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를 추가할 방침이다. 강 청장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교특법상의 운전자 보호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보행자 교통사고를 내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벌점을 2배로 높이고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불법 주정차 단속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혈중알코올농도 0.05%→0.03%)를 위해 국민 인식도 조사도 진행 중이다. 강 청장은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등 강력한 음주운전 근절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어, 진짜 안 보이네.” 좁은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려던 운전자 김모 씨(27)가 화들짝 놀라 차에서 내렸다. 김 씨의 카니발 차량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서 있었다. 운전석에서는 키 130cm가량의 여학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폭 15cm의 필러(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틀)가 김 씨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영락없이 여학생을 칠 수밖에 없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등학교 근처 골목에서 진행된 자동차 사각지대 실험의 한 장면이다. 이날 실험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시동을 걸지 않고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량 사각지대는 평소 운전자들의 생각보다 많다. 또 범위도 넓다. 왼쪽 필러 너머 10시 방향(운전자 기준)도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다. 사이드미러로 볼 수 없는 4시, 8시 방향에도 약 20도의 사각이 존재했다. 운전석에서는 차량 전방 2m, 후방 5m의 지면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량 전후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 내부를 꾸미기 위해 운전석 주변에 부착한 액세서리와 내비게이션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쿠션이나 인형을 뒷좌석 위에 올려놓는 것도 사각지대의 범위를 넓히는 위험한 습관이다. 특히 차체가 높고 뒤쪽에 짐을 높게 싣는 화물차에서는 낮은 곳의 보행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고령자나 어린이가 차량 사각지대의 특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고령자나 어린이들은 운전자가 당연히 자신을 발견하고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안주석 국회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운전 경험이 없는 여성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차량의 사각지대와 회전반경 등 기본적인 특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망 사고가 2년 연속 늘어난 것이다. 스쿨존 확대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후 관리와 시설 개선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12세 이하 어린이는 8명으로 2014년 4명의 두 배였다. 2011년 751건에서 2013년 427건으로 줄었던 교통사고도 2014년 523건, 지난해 541건으로 증가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반쪽 스쿨존’도 많다. 28일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갈현초등학교 인근 도로는 2014년 서울에서 어린이 보행자 사고(8건)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지난해 감속 표지를 늘리는 등 일부 시설을 개선했지만 학부모들이 느끼는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하교시간이 되자 학교 앞 도로 가장자리는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수시로 차량을 세웠다. 1m 남짓한 좁은 보도는 상점 테라스와 입간판이 점령했다. 혼자 하교하는 아이들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시설물에 떠밀려 차도 위로 밀려났다. 스쿨존의 범위도 문제다. 학교 후문에서 약 70m 떨어진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는 감속 표지가 없었다. 버스와 화물차가 시속 60km를 넘나들며 무섭게 내달렸다. 4학년, 1학년 두 딸을 데리러 온 학부모 강시현 씨(47·여)는 “도로 양쪽에 학원과 태권도장이 20여 개나 있는데 감속 표지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의 사고 감소 효과를 위해선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 스쿨존 1만6078곳 중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1.5%(238곳).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스쿨존이나 노인, 장애인 보호구역은 일반 도로보다 차로 폭을 좁혀 서행을 유도하고, 사고 방지 기능이 강화된 입체 디자인을 횡단보도나 도로 표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1022명. 2014년 한 해 폭 9m 미만 이면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다. 하루 평균 3명이 ‘집 근처 도로’를 걷던 중 참변을 당했다. 물론 보행자의 부주의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조금만 천천히 달렸다면 피해를 줄였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도 적지 않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별도의 감속구간이 아니면 편도 1차로에서 ‘시속 60km’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폭이 같은 도로인데도 제한속도가 들쭉날쭉해 운전자의 혼란을 부추기는 곳도 많다. 보행자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면도로 속도 정책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하는 이유다. 》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김혜진 씨(35·여)는 출근길마다 ‘민폐족’이 된다. 서행운전 습관 때문이다. 김 씨의 집 앞 왕복 2차로 도로는 등굣길 학생 등 보행자가 많고 곳곳에 급경사 구간이다. 운전경력 3개월의 김 씨에겐 ‘난코스’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씨는 가급적 시속 30km를 넘지 않게 운전한다. 이때마다 성질 급한 버스나 화물차 운전사들은 뒤에서 경적을 울리기 일쑤다. 김 씨는 “뒤 차량 눈치가 보여 조금씩 속도를 높이긴 하는데 등교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2km 구간에서 제한속도 6번 널뛰기 ‘속도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김 씨의 운전 습관이 잘못된 걸까. 29일 김 씨의 출근길을 따라가 봤다. 집 앞 부천여중에서 심곡고가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2km 남짓한 도로가 바로 문제의 구간이었다. 출발점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제한속도를 30km로 낮춘 ‘생활도로구역’. 하지만 200m도 달리지 않아 ‘30km존 해제’ 표지가 나왔다. 별다른 감속 표지가 없으면 시속 60km로 달려도 된다는 의미다. 속도를 올리자마자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불법정차 중인 택배차량을 피해 가던 승용차가 횡단 중인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질주하다 가까스로 멈춘 것이다. 도로 구조는 갈수록 위험해졌다. 운행 스케줄에 쫓긴 버스들이 반대편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횡단보도가 있지만 급커브 구간 바로 뒤에 있어 보행자를 일찍 발견할 수 없었다. 시속 60km로 달릴 때 제동거리(약 35m)를 기준으로 하면 횡단보도 위 보행자를 발견해도 지나친 뒤에 정차가 가능한 셈이다. 주민 이원국 씨(58)는 “주위에 학교도 많아 절대 과속해서는 안 되는 곳인데 왜 60km로 달리게 허용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들어섰지만 구간은 100여 m에 불과했다. 스쿨존이 끝나자 생활도로구역으로 이어졌다. 이곳도 제한속도는 똑같이 30km다. 그러나 ‘스쿨존 해제’ 표지만 있다 보니 대다수 운전자는 감속구간이 끝난 줄 알고 다시 속도를 올렸다. 부천남중학교를 지난 급경사 내리막길에서는 제한속도가 다시 시속 40km로 높아졌다. 이어 좌회전해 진입한 심곡로에선 또 60km까지 올라갔다. 고작 5분 남짓 주행하는 동안 여섯 차례나 제한속도가 바뀐 것이다. 도로를 둘러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책임연구원은 “생활권 이면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된다’는 신호를 운전자에게 주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감속구간의 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가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생활도로와 보호구역이 많은 지역은 제한속도 30km 구간을 도로가 아닌 사각형의 ‘면 단위’로 넓게 지정해 운전자들이 일정 속도를 지키며 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면도로=지름길’ 인식이 원인 정부가 여러 차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 하향을 시도할 때마다 운전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는 ‘보행자 우선’인 생활권 이면도로를 차량 통행을 위한 ‘지름길’로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강남의 도산사거리 주변 이면도로를 관찰한 결과 제한속도(30km)를 지키는 차량을 찾기가 오히려 쉽지 않았다. 교통체증이 심한 대로 근처의 이면도로에서는 판박이처럼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9m 미만 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 327건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30%(98건)가 과속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61.8%(202건)가 횡단 중에 발생했고, 38.2%(125건)는 차도를 보행 중인 보행자를 친 경우다.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점차적으로 낮추고 있지만 진행은 더디다. 서울시는 전체 도로의 약 77%가 이면도로인데 이 중 제한속도를 낮춘 곳은 10% 미만이다. 구간마다 일일이 감속 표지를 설치하는 예산도 만만찮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고병곤 책임연구원은 “사고를 줄이려면 도로 기능에 따라 속도 제한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도심 제한속도를 도로 폭에 따라 시속 ‘3·5·7(30·50·70km)’ 3단계로 단순화하면 예산도 아끼고 감속 문화를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부천=박성민 기자 min@donga.com·정성택 기자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범인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술을 마셨다는 자백에도 불구하고 끝내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모 씨(38)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 씨는 지난해 1월 10일 새벽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강모 씨(당시 29세)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신혼이었던 강 씨는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임신 7개월의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중이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허 씨는 사고 19일 만에 자수했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함께 술을 마신 직장 동료도 이런 사실을 증언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허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정했다. 음주량과 몸무게 등을 고려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위드마크 계산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1심부터 음주운전 혐의가 논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허 씨가 도주 19일 만에 붙잡혀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없었다”며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위드마크의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으로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는 위드마크의 증거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위드마크를 피고인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적용하면 혈중알코올농도를 0.035%로 추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음주운전을 한 뺑소니 운전자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직접적인 증거만을 요구하며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번 같은 사건에서는 범인의 진술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도 “결국 술 마시고 운전하다 단속 경찰을 보면 도망치거나 측정을 끝까지 거부하면 된다는 것 아니냐”며 비판적이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 중 29.7%(1만5741건)가 음주운전에서 비롯됐다. 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들킬까봐 달아났거나 만취해 사고 사실을 몰랐던 경우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경찰은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찰도 음주운전 사망사고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박성민 min@donga.com·배석준 기자}
4.9% 대 56.7%. 한국과 스웨덴의 도시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이다. 23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07년 도시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2544명이 숨졌다. 6년 뒤인 2013년 사망자는 2419명. 감소율이 불과 4.9%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스웨덴은 56.7%나 줄였고 영국 53.1%, 스페인 39.1% 등 주요 선진국들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 보행자 교통사고의 약 76%가 도시에서 일어났다. 2010년 1075명이던 도시지역 보행자 사망은 2014년 1130명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도시지역은 935명에서 713명으로 줄었다. 인구와 차량이 도시에 몰리는데 교통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도시와 비도시를 구분해 교통사고를 관리한다. 핵심은 ‘속도 관리’. 차도 폭을 줄이는 대신에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넓혀 ‘교통 약자’의 통행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이런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4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1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실제로 사망자를 44% 줄이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는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춘 뒤 사망사고를 24% 줄였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차량 흐름만 고려해 정한 도시의 제한속도는 고령 보행자가 많은 현재의 보행 환경에 맞지 않다”며 제한속도 하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10km 낮추면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느림보 운전’이 원활한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제한속도를 10km가량 낮췄을 때 주행 시간과 교통 흐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서울 도심에서 실험해봤다. 》 ‘너를 앞질러야 내가 산다.’ 도심에서 운전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한국의 도로가 ‘레이싱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이유다. 운전자들은 마치 전투하듯 추월과 끼어들기를 반복한다. 과연 이렇게 운전하면 얼마나 빨리 갈 수 있을까.○ 10km 가는 데 고작 2분 차이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서울시청에서 강남역 사거리(약 10km)까지 주행실험을 했다.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대표적인 구간이다. 실험은 낮시간 중 통행량이 가장 적은 때인 오후 2시대에 이뤄졌다. 먼저 서울시청에서 강남역 사거리로 향하는 구간. 1호차는 제한속도 60km를, 2호차는 이보다 낮은 50km를 넘지 않는 것이 실험 원칙이다. 오후 2시 22분 두 차량이 나란히 출발했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집회나 공사 등 특별한 변수가 없었다. 교통 흐름에 여유가 생기자 1호차가 앞서가며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회전 차량이 몰리자 곧 2호차에 따라잡혔다. 남산1호 터널 300∼500m 전부터 정체가 해소됐다. 두 차량의 간격이 벌어졌다. 터널 안에서 2호차 앞으로 차량 4대가 순식간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한남고가차도에 들어서자 상황이 바뀌었다. 한남대교를 곧바로 탈 수 있는 2개 차로에 차량이 몰려 상습적으로 밀리는 곳이다. 터널을 나온 지 5분도 되지 않아 두 차량의 간격은 다시 50m로 짧아졌다. 다리를 건너 지하철 7호선 논현역까지 200m가량은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교통 흐름이 답답했다. 평균 3, 4회 신호를 받아야 지나갈 정도였다. 이 구간의 속도는 평균 시속 40km를 넘지 못했다. 목적지인 강남역 사거리에 1호차가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57분, 2호차는 2시 59분. 각각 35분과 37분 걸렸다. 차이는 고작 2분이었다. 1호차의 평균 주행속도는 17.1km, 2호차는 16.2km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내 도로의 평균속도(2014년 기준)는 25.7km다.○ 과속해도 차이 없다 반대로 서울시청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에 1호차는 작정하고 밟아 보기로 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서초역을 지나 반포대교∼녹사평역∼회현 사거리∼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제한속도를 무시하기로 한 1호차는 정체가 풀릴 때마다 속도를 높였다. 1호차는 추월차로로, 2호차는 2차로나 3차로를 선택해 달렸다. 그러나 1호차는 반포대교 전까지 ‘과속다운 과속’을 하지 못했다. 출발 9분이 지날 무렵엔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2호차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반포대교에 오르자 1호차는 9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후 녹사평역까지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약 10분간 2호차의 시야에서 1호차가 사라졌다. 하지만 남산 3호 터널을 빠져나와 회현 사거리에서 두 차량은 다시 만났다. 신호 6번을 받아야 지나갈 수 있는 회현 사거리 정체가 1호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결국 도착 전 마지막 신호인 을지입구 사거리에서 1, 2호차는 차량 2대를 가운데 놓고 달리는 상황이 됐다. 2호차가 정지신호에 걸린 탓에 도착 시간은 1호차에 비해 2분 늦었다. 결국 신호 하나 차이로 승부가 갈린 셈이다. 2호차에 탑승한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교통량 때문에 제한속도를 10km 낮춰도 차량 흐름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차라리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운전자의 시야각은 좌우 200도이지만 시속 60km에서는 절반인 100도, 100km에서는 40도로 급격히 좁아진다. 이 때문에 미국도시교통전문가협회(NACTO)는 도심에서 달릴 수 있는 최대 속도를 30마일(약 48km)로 규정하고 있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교통량이 줄어드는 야간에 제한속도 50km가 교통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주간에 비해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제한속도 조정의 가장 큰 효과는 운전자에게 과속을 하지 않게 하는 심리적 규범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청은 현행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다음 달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강화에 관한 국민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또 △음주운전자 처벌 수준 △면허 재취득 기준 △상습 음주운전자 교육에 대한 의견도 조사한다. 경찰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개최한 뒤 새로 개원할 20대 국회에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조우현 경찰청 교통기획계장은 “찬성 여론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 의견이 많더라도 국민들에게 기준 강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탓에 아직 반대 여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2년 81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592명으로 매년 100명 안팎씩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9명 감소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5대 실천 방안 중 하나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를 제시했다. 일본은 2002년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한 뒤 사망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대다수 일반인과 누리꾼은 경찰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처벌 강화도 함께 주문했다. 직장인 정모 씨(32)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는데 현행법에는 ‘삼진아웃제’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단속 기준뿐 아니라 처벌도 함께 강화해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음주운전자 양형 기준 강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실형 선고율과 형량이 너무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13∼14개월에 불과한 평균 선고 형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박성민 min@donga.com·정성택 기자}

《 한국의 운전자들은 보행자와 도로를 함께 쓰는 데 인색하다. 심지어 도로 위에선 보행자를 경쟁 상대로 여기는 운전자도 많다. 다른 국가에 비해 ‘도로는 차량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유달리 강한 탓이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차량 흐름에 약간의 여유만 생겨도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운전자의 시야각은 좁아지고 제동거리는 늘어난다.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속도를 낮추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 하지만 현행 도로의 제한속도 기준은 철저히 운전자 편이다. 한국처럼 도심 주요 도로를 시속 80km, 이면도로를 60km로 달릴 수 있는 교통 선진국은 없다. 도심 제한속도를 현행보다 낮춰야 하는 이유다. 》 50, 65, 78…. 속도계 눈금이 거침없이 올라갔다. ‘시속 91km.’ 두 눈을 의심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 오거리. 기자가 탄 택시는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구로고가차도를 지났다. ‘달린다’보다 ‘날아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 도로 곳곳에 ‘사고 다발 지역’ 표지가 있었지만 택시운전사 함모 씨(61)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고가차도 진입 후에는 단속 카메라가 없어서 괜찮다”며 오히려 기자를 안심시켰다. 고가도로 끝부분에 이르자 약 60m 앞에 횡단보도가 보였다. 그때서야 택시는 속도를 줄였다. 횡단보도에 앞바퀴를 걸치고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옆 차로를 달리던 화물차는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고령의 보행자들은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넜다. 도로 옆으로 노인요양병원 두 곳이 보였다.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많아 보행자의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하지만 낡은 중앙분리대 외에 보행자의 생명을 구할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왕복 8차선 도로로는 드물게 시속 60km로 제한속도를 낮춰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며 “운전자의 과속 습관을 고치려면 제한속도를 낮춰 주행속도를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속·신호위반이 만든 ‘악마의 도로’ 취재진은 서울에서 보행자 안전이 가장 취약한 지역을 찾아 그 원인을 분석했다. 대상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등록된 ‘무단횡단 사고 다발 지역’. 무단횡단 사고가 잦은 곳은 보행자 사고 확률이 높은 ‘보행환경 취약 구간’이다. 구로고가차도 주변 도로에서는 2012년부터 3년간 18건의 보행자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3명이 크게 다쳤다. 보행자가 ‘무단횡단’이라는 1차 원인을 제공했지만 운전자의 ‘과속’이라는 2차 원인이 없었다면 피해가 줄어들었거나 아예 사고 발생을 막을 수도 있었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 역시 아수라장이었다.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꼬리를 문 차량들이 도로를 점령했다. 신호는 있으나 마나였다. 관찰 30분 만에 차량 28대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지났다.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던 오토바이는 보행자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좁은 보도 폭도 문제였다. 일부 구간은 폭이 1m도 안 돼 보행자들이 차도로 내려오기 일쑤였다. 그나마 넓은 보도는 상점 입간판이나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지했다. 주민 현모 씨(68·여)는 “이렇게 차도와 보도가 좁은데 차량들은 신경도 안 쓰고 쌩쌩 달린다. 언제 치일지 몰라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버스터미널 주변에서도 보행자 사고 17건이 발생했다. 제한속도 시속 60km를 지키는 차량을 찾기 힘들었다. 아찔한 순간도 자주 연출됐다. 고가차도 아래로 건너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한 덤프트럭들이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렸다. 무단횡단 보행자도 15분 동안 18명이나 됐다. 1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불편한 이성환 씨(80)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매일 이곳을 지나는데 과속 차량 때문에 길을 건너기 두렵다”고 말했다.○ 제한속도 낮추자 인명피해 3분의 1 감소 한국의 보행환경은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4621명 중 1795명(38.8%)이 보행자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은 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명의 3배가 넘는다. 보행자들의 체감도도 비슷했다. 본보가 성인 남녀 2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0.1%가 ‘보행환경이 위험하다’고 답했다. 45.5%는 보행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과속’을 꼽았다. 보행자 사고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는 절반 이상이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좁은 골목길(53.4%)이라고 답했다.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36.1%)와 제한속도 하향 조정(32.5%)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하루빨리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교통 선진국 대부분은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낮췄다. 시속 10km 차이가 보행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주행실험 결과 시속 60km, 70km로 달릴 때 보행자의 사망 확률은 50km로 달릴 때보다 각각 1.8배, 2.1배로 높아졌다. 감속 정책의 효과는 국내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경찰청이 2014년 제한속도를 시속 10∼30km 낮춘 134개 지역의 교통안전도 개선 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고는 18.3%(123건), 사상자는 26.7%(18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가락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40km로 낮춘 뒤 인명피해가 43.9%(25명)나 줄었다. 감속 효과는 사고 감소로만 그치지 않는다. 제한속도를 낮추자 실제 주행속도가 시속 3.5km 줄었다. 제한속도 준수율은 개선 전 76.9%에서 시행 후 97.7%로 높아졌다. 운전자들에게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고 다발 구역의 제한속도를 10km만 낮춰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운전자의 ‘편의’를 보행자의 ‘안전’보다 우선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박성민 min@donga.com / 용인=정성택 기자※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15일 오후 2시 18분 서울 강동구 광진교 남단 사거리 인근. 좁은 2차로에서 소방차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삐뽀∼삐뽀∼’ 사이렌이 울렸지만 도로 위의 차량들은 못 들은 척 소방차 앞으로 끼어들기 일쑤였다. ‘골든타임’ 확보가 시급한 소방차 앞에서 정체된 도로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소방차에 양보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차례 안내방송을 한 뒤에야 차들은 느릿느릿 비켜 주기 시작했다. 민방위의 날이던 이날 서울 강동소방서가 진행한 ‘소방차 길 터 주기’ 국민참여훈련은 당초 2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순찰차와 물탱크차 등 소방차 7대가 천호시장과 암사역 등 복잡하고 좁은 구간 15km를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는 가정 아래 통과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본보 기자가 함께 탄 소방차가 실제로 훈련을 마치는 데는 목표의 두 배에 가까운 38분이 걸렸다. 소방차 행렬은 훈련 시작 3분 만에 유치원 앞에 불법 주차된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에 가로막혔다. “길을 비켜 달라”는 안내방송을 계속했지만 반대편에서 주행하는 차량들도 비켜 줄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30초 뒤에야 마주 오던 차량이 잠시 멈춰 주는 틈을 타 소방차 행렬이 중앙선을 넘어 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겨우 정체 구간을 벗어나자 2분 만에 복병이 나타났다. 직진하던 맨 앞 순찰차 바로 뒤에 파란색 시내버스가 끼어든 것이다. 뒤따르던 소방차 6대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추돌사고까지 날 뻔했다. 훈련대원들은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전통시장인 천호시장 앞에서 한 할머니가 지휘차량 앞을 무단 횡단해 급정거가 반복됐다. 소방차들은 ‘길이 열리면 생명이 열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있었지만 승용차와 시내버스의 끼어들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강동소방서 현장대응팀 이운영 소방관은 “미국에서는 사이렌을 켜면 반대 차로 차량들도 멈춘다”며 안타까워했다. 훈련에 동행했던 시민 이완택 씨(61·여)도 “위험한 상황이 계속돼 가슴이 오그라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 위 얌체 운전 등으로 소방차가 사고 발생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한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약 61%에 불과하다. 김연출 강동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는 시민 의식이 부족할 때가 많다”며 “소방차가 보이면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양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훈련은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화재 진압이 취약한 전국 243개 구간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정부는 차종에 따라 5만∼8만 원인 긴급 차량 진로 방해 과태료를 상반기 중 20만 원으로 올릴 방침이다.홍정수 hong@donga.com·이호재·박성민 기자}

검찰이 앞으로 차량 운전자가 술을 마신 사실을 알고도 운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동승자를 음주운전자와 함께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또 음주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에 대해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로 처벌 범위를 넓히고, 음주 사고로 사람을 죽여도 상당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꿔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는 의도다.○ 음주운전자 동승자 방조범 처벌 김수남 검찰총장은 8일 대검찰청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음주운전 사망 사고 처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총장은 이날 “일본 재판소는 음주운전 사실을 안 동승자나 음주운전을 할 것을 뻔히 알고도 술을 판 식당 주인도 방조범으로 함께 기소해 실형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동승자라도 음주운전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추기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도 함께 차를 탄 사람은 방조 책임을 물어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음주 측정 수치에 의존하던 검경의 현재 수사 관행도 앞으로는 동석자나 술을 판 식당 주인의 진술을 적극 수집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음주운전자와 함께 있게 되는 시민들이 처벌을 피하려면 음주운전자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에 아예 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음주운전자 동승자를 방조범으로 실제 처벌하려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동승자를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하려면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등 구체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만든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막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문제 삼아야 하는데, 동승자에게 음주운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지 법적 판단 기준이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현재 음주운전 동승자들이 음주운전 방조죄를 인정받아 처벌받는 사례가 매년 약 50건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 사례를 위주로 구체적인 기준을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며 “세부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주 사망 사고 법 감정 고려해 엄벌 김 총장은 또 이날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국민의 법 감정에 맞게 처벌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적어도 살인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사고 처리 기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음주운전 사망 사고 선고 현황을 보니 평균 징역 1년∼1년 6개월, 그것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석방됐다”며 “일본 사이타마 재판소가 음주운전으로 9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사범에게 적용하는 혐의와 구형 기준을 강화해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검의 음주운전 엄벌 방침에 따라 법정 최고형이 징역 3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음주운전 사범의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나옴에 따라 2007년 12월엔 법정형이 징역 1∼30년인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가 신설됐다. 하지만 2014년 위험운전치사상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평균 선고형은 13∼14개월에 그쳤고, 가해자의 70%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살인죄의 최저 형량과 비슷하게 처리하고, 영국의 평균 선고 형량이 최소 5년인 것에 비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대검에 따르면 한국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6.5명) 중 최고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부장은 “행위자 위주로 처벌하던 음주운전 범죄의 처벌 범위를 동승자로까지 넓히고, 과태료가 아닌 법원의 형량으로 처벌해야 경각심이 높아지고 음주운전 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정성택·박성민 기자}
경찰이 서울시내 차량 제한속도 시속 30km 구간을 크게 확대한다. 차량 속도를 낮춰 교통사고로 숨지는 보행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18년까지 보행자 사망을 1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서울경찰청은 7일 중구 수표로 등 이면도로 249개 구간(총연장 126km)의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춘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면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60km이지만 보행자 사고 우려가 큰 곳은 경찰의 판단에 따라 시속 30∼50km로 조정할 수 있다.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생활도로구역도 13곳에서 43곳으로 30곳(59.3km) 늘어난다. 이면도로를 포함해 추가로 지정된 곳은 총 185.3km 구간이다. 교통환경이 열악하거나 홀몸노인 거주 비율이 높아 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제한속도 조정은 교통안전 심의를 거쳐 이르면 5월부터 시행된다. 시속 60km까지 허용되던 일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제한속도는 50km로 낮추기로 했다. 스쿨존에서는 시속 30km를 넘을 수 없지만 간선도로상의 43곳은 운전 중 갑자기 속도를 줄일 경우 오히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 60km를 유지해왔다. 서울청 관계자는 “제한속도를 시속 10km만 낮춰도 어린이 보행자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교통캠페인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를 통해 ‘제한속도 10km 하향 조정’을 5대 실천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사고 취약 지점의 보행환경도 개선된다. 한강 다리 진출입 구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거나 도색을 다시 하기로 했다. 우회전할 때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사거리에는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한다. 또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마포대로 등 심야시간 신호연동 구간을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19 신고전화 중 긴급출동이 필요한 경우는 2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시도 119종합상황실 상황관리 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접수된 119 신고전화 999만9169건 중 화재 구급 구조 등 긴급출동이 필요한 전화는 289만2120건으로 조사됐다. 268만3199건(26.8%)은 정보 안내를 원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전화였다. 실수로 긴급통화 버튼을 누른 오접속이 173만2692건(17.3%), 전화 연결 후 대답이 없는 경우가 120만8172건(12.1%)이었다. 장난전화도 2275건 접수됐다. 민원성 전화나 실수, 장난전화 때문에 긴급한 전화에 대응이 늦어질 우려가 큰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긴급출동 신고 접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21개 신고 전화를 하반기부터 3개로 통합한다. 재난신고는 119, 범죄신고는 112로 하면 된다. 민원이나 상담 등 비긴급신고는 110에서 받는다. 7월 일부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0월 전국으로 확대된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3년 전 정남훈(가명·39)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회식 자리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7%. 정 씨의 면허는 취소됐다. 하지만 4개월 뒤 그는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행정심판을 청구해 면허정지 110일로 감면됐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직원인 정 씨는 ‘생계형 운전자’로 분류돼 감면 처분을 받았다. 정 씨처럼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받은 음주운전자가 최근 3년간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허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행정심판을 청구한 음주운전자는 1만8655명. 이 가운데 3467명(18.2%)의 면허취소 처분이 번복되거나 ‘110일 정지’로 감면됐다.○ 남용되는 구제…만취 운전자의 ‘면죄부’ 행정심판은 공공기관의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았을 때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하는 구제 절차다. 음주운전은 경찰 단속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면허취소 처분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운전을 못하면 당장 직장을 잃게 되는 생계형 운전자를 선처한다는 의미도 있다. 단 청구 기회는 1회로 제한된다. 문제는 구제 결정이 남용돼 ‘국민의 권익을 지킨다’는 행정심판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구제 결정을 받으면 ‘한 번쯤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면허취소 등 강한 처분으로 음주운전 버릇을 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번 음주운전 구제 범위가 넓어지면 유사한 사례를 계속 봐줘야 한다. 정부가 ‘권익’을 핑계로 스스로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제받은 사람 중에는 정 씨처럼 생계형 운전자가 아닌 사례도 많다. 대학 강사와 대기업 직원, 자영업자, 전업 주부가 구제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면허가 없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운전자들이다. 이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운전을 한 사람과 생계형 운전자뿐 아니라 운전경력과 교통사고 전력, 음주운전 동기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구제되기도 한다. 이들은 행정심판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대리기사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이동거리가 짧았다”는 등의 사유를 댔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일관된 기준 없이 음주운전자를 구제하는 것은 행정심판위원들의 직권남용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음주운전 구제를 돕는 곳도 성업 중이다. 기자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 확인된 행정사무소 세 곳에 직접 구제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32%로 운전하다 접촉사고를 낸 대기업 과장”이라고 소개했다. 5년 전에도 음주운전에 적발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 곳 모두 “전혀 문제없다. 이 정도 사고면 충분히 면허정지 110일로 감면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들은 “35만 원을 입금하면 행정심판 청구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만들어 주겠다”고 설명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56%의 만취상태였다고 상담한 곳에서는 “딱한 사정이 드러나게 서류만 잘 꾸미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를 넘어도 구제받을 수 있다”며 오히려 기자를 안심시켰다. ○ 재범률 41.7%…솜방망이 처벌의 결과 음주운전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한국의 음주운전 재범률은 41.7%에 이른다. 특별사면, 행정심판 등을 통해 쉽게 구제받은 뒤 면허를 재취득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음주 단속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면허 재취득 절차는 훨씬 까다롭다. 2014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면허취소 4년 내 다시 면허를 취득한 음주운전자가 한국은 83%인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45%에 불과했다. 2년 이상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면허 재취득 자격을 부여하도록 기준을 엄격하게 만든 덕분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음주운전을 단순한 과실로 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여긴다”며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의료적, 심리학적 판단이 내려져야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주려면 운전면허 재취득에 소요되는 기간을 현재보다 2∼3배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save2000@donga.com)로 받습니다.}

《 보호자를 태우지 않은 채 어린이 통학차량을 운행하다 인명사고를 낸 체육시설에는 6개월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만약 같은 이유로 두 번 사고가 나면 영업장이 폐쇄된다. 통학차량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포함해 정부는 자전거 음주운전 등 74개 안전수칙 위반 때 처벌 규정을 새로 마련하거나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는 대형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여덟 살 남자아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사가 차량에서 내린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다. 당시 통학차량에는 승하차를 도와줄 동승자가 없었다. 지난해 1월 통학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보호자 동승이 의무화됐지만 영세 체육시설의 15인승 이하 통학차량은 내년 1월까지 적용이 유예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 적용을 받아도 10일 안팎의 영업정지 처분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태권도장 등 소규모 체육시설이 운영하는 통학차량도 동승자 없이 운행하다 사고를 내면 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두 번째 사고가 나면 영업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등 다른 통학차량 운영 기관과 처벌 수위가 같아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체육시설법이 개정되면 동승자 탑승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26일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재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모두 74개 안전수칙에 대해 위반 시 처벌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신설은 32개, 보완 및 강화된 것은 42개다. 한 해 평균 300명 가까이 숨지는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운전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청은 일단 자동차 음주운전에 맞춰 단속 기준과 방법을 정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자전거 운전자를 일반 운전자와 동일하게 분류해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엔(약 11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리고 있다. 프랑스도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과속 처벌 규정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과속을 단속하려면 운전자 스스로 속도를 인지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 자전거에 속도계가 없어 단속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안전 규정도 이번에 처벌 항목이 추가됐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어선을 타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 같은 인명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사격장 안전 수칙을 위반한 관리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관리 규정도 강화된다. 소방시설을 차단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재해 예방 대책을 이행하지 않는 영화관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황 총리는 처벌 수위 강화로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악의적인 안전수칙 위반 행위로부터 일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