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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자영업자들과 대형마트가 일요 의무휴업 규제가 무의미하다고 21일 한목소리를 낸 것은 유통업 규제 정책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쉬면 오히려 주변 상권 매출이 떨어지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온라인 유통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협력해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이마트 대표인 이갑수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5년간 일요 의무휴무제가 시행됐지만 실질적으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인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소납품 업체와 소상공인, 대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협의해 나가기 위해 오늘 상생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요구해 온 중소자영업자와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는 올해 들어 일요 의무휴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상인들이 먼저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자고 요청하는 곳이 생겨났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쉬되, 휴업일에 대한 세부사항은 지자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한 지자체는 2012년 3곳에서 이달 기준 26개로 늘었다. 전체(228개)의 11% 수준이다. 중소상인 단체들은 “주중 의무휴무제로 전환한 지자체들은 지역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생협력 방안을 함께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행협약 발표에는 개인슈퍼마켓 단체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참여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지역 중형슈퍼마켓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출점 제한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혀 왔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출점해 2010년 2만여 개에서 올해 6만여 개로 늘어난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과정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일요 의무휴업이 오히려 골목상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회원 1200만 명을 보유한 A카드사 사용자 중 2010∼2017년 대형마트 주변 3km 내 거주자의 카드 결제액을 분석했다. 2014년부터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 소비가 줄었고, 2016년부터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마켓 소비가 위축됐다. 같은 기간 편의점 소비액은 4배, 온라인 소비액은 2배 이상 늘었다. 조 교수는 “소비자는 규제 3년 차부터 일요일에 문 닫은 마트 대신 온라인, 편의점 이용으로 소비 패턴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마켓은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지만 작년부터 전체 상권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형 점포 이용 고객이 주변 중소 가게를 이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 롯데마트 청라점 주변 상권을 분석한 결과 청라점 이용 고객의 40.7%는 같은 날 점포 반경 1km 이내 음식점에서 돈을 썼다. 또 9.8%는 편의점, 4.4%는 슈퍼마켓을 이용했다. 대기업과 지역 상인이 상권 살리기에 손을 잡는 움직임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6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전문 매장 노브랜드를 유치한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이 한 사례다. 시장 내 노브랜드 점포를 유치한 상인 김수연 씨(39)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20, 30대 고객이 시장을 찾고 고물 취급을 받던 시장 내 마차형 점포 10곳도 모두 찼다.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상인들이 직접 대형마트 일요 의무휴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 월 2회 확대, 출점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이달 말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골목상권 문제는 소비자들이 약자 보호 측면에서 불편을 감수한 것인데, 효용이 없다고 결론이 나면 소비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확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전통시장을 포함한 중소 상공인들이 대형마트를 일요일에 강제로 쉬게 하는 규제를 완화해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며 5년 전 시행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21일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중소상인을 대표하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300여 개 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은 “5년 전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강력히 촉구했지만 골목상권은 살아나지 않았다. 소비자 불편만 가중되고 있는 만큼 대형유통사업자와 협의해 일요 휴무제를 평일 휴무제로 바꾸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도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의무휴업 규제 이후 5년이 지나고 보니 대형마트뿐 아니라 주변 상권까지도 함께 침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온라인 마켓의 공세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함께 지역 상권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원 1200만 명을 보유한 A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대형마트 반경 3km 전통시장과 개인 슈퍼마켓 카드 결제액은 의무휴업을 시작한 이후 2012∼2015년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대형마트가 월 2회 쉬도록 한 규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돼 있다. 이를 평일에 할지, 주말에 할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결정한다. 세 단체는 협의를 마치는 대로 각 지자체에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패션 위크 기간이 돌아왔다. 이달 6일(현지 시간) 뉴욕(미국)을 시작으로 런던(영국), 밀라노(이탈리아), 파리(프랑스)로 한 달여간 패션계의 연례행사가 이어진다. 이제 막 끝난 따끈따끈한 2018 봄·여름 뉴욕과 런던 패션 위크는 전설적인 디자이너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에도 여전히 화려한 컬러, 쿨(cool)한 스트리트 감성이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영하고 쿨한 K스타일 18일 서울 강남구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이 확 달라져 있었다. 16일(현지 시간) 오후 7시 영국 런던 올드 세션하우스에서 버버리의 패션쇼가 열리자마자 서울의 매장도 새 단장을 한 것이다. 런던에서 컬렉션에 선보이면 바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정책 덕분이다. 다른 패션 하우스는 내년 봄에 판매할 옷을 지금 패션 위크 기간에 선보인다. 버버리는 지난해 9월부터 패션쇼가 끝나면 바로 매장에서 파는 정책을 선보였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를 6개월씩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막 영국에서 공수된 버버리의 9월 컬렉션은 스트리트와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 찼다. 영국 신사가 힙합과 만난 느낌이랄까. 초대 손님도 과거보다 영해진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영화배우들이 초청받았지만 이번에는 K팝 스타가 쿨하게 버버리를 걸치고 쇼에 참석했다. 아이돌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이승훈이 주인공이다. 미국 보그닷컴은 “버버리 컬렉션의 맨 앞줄에는 에디터, 영화배우들이 각자의 옷차림을 자랑한다. 새로운 인물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송민호 이승훈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평했다. 새로운 컬렉션의 복고풍 체크와 밀리터리 재킷을 새로운 감성으로 소화했기 때문이다. 버버리의 9월 컬렉션은 복고적이면서도 젊은 감각이 돋보였다. 특히 어머니의 옷장 속에 있을 법한 옛 버버리 체크가 부활했다. 모든 룩에 포함된 양말도 주목을 받았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최유돈의 런웨이에는 한섬의 패션브랜드 ‘덱케’가 올해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했다. 15일(현지 시간) 열린 패션쇼에서 최유돈과 덱케는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 아일린 그레이에게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섬 관계자는 “현지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꾸준히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노장은 살아 있다 현지 시간으로 6∼14일 진행된 뉴욕 패션 위크.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있어 왔다. 늘 패션 위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최근에는 갖가지 소문과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인 ‘마크 제이콥스’를 떠난다는 소문도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의 모회사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올해 1월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 콜에서 “나는 지금 미국 대통령보다 마크 제이콥스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 때문이다. 이달부터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됐다. 기존 세바스찬 설에서 에릭 마셜로 교체됐다. 마셜 CEO는 침체됐던 ‘겐조’의 부활을 이끈 경영자다. 패션계에서는 제이콥스가 ‘좌절해 있다’, ‘곧 떠날 수 있다’ 등의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제이콥스는 이번 뉴욕 런웨이에서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과거의 컬렉션을 재해석한 완전한 혁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확신에 찬 영역 표시다. 이 디자이너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패션쇼였다”고 평했다. 쇼 형식도 파격적이었다. 운동장처럼 넓은 나무 바닥 위로 아무 음악도 없이 모델의 발자국 소리만 가득했다. 모델이 한 명씩 옷을 선보인 후 마지막에 다함께 나올 때서야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화 ‘디바’의 삽입곡이었다. 하필 그 노래의 가사가 헤어짐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 패션 일간지 ‘WWD’에 따르면 제이콥스는 이에 대해 “영화에 의미 부여를 했지 가사에 집중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브랜드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쇼에선 대체로 강렬한 핑크, 오렌지 등 다채로운 색깔과 오버사이즈 재킷, 화려한 보석 장식이 달린 슬리퍼 등이 주목을 받았다. 또 과거 세계적인 모델 케이트 모스를 위해 디자인한 터번이 재해석됐다. 뉴욕을 지키는 또 다른 대표 디자이너는 마이클 코어스다. 이번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은 미국의 유명 싱어송 라이터인 사라 바렐리스의 라이브 공연으로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유의 도회적인 모던함을 바탕으로 휴양지에서 느낄 수 있는 나른한 여유와 편안한 느낌의 의상으로 가득 찼다. 2015년 프랑스 패션하우스 디오르를 떠나 뉴욕으로 온 라프 시몬스는 두 번째 캘빈클라인 205W39NYC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국 할리우드 특유의 호러(공포)와 드림(꿈)을 다룬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몬스는 “이번 쇼는 미국식 삶에 대한 축전을 뜻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6일 서울 중구 에비뉴엘 본점 글로벌라운지에는 작은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여러 그릇이 있었다. 연필 스케치가 그려진 순백색 그릇, 옅게 채색된 그림 그릇, 나뭇잎이 생생하게 튀어나올 것 같은 그림이 담긴 그릇…. 그리고 그림 위에 연필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녀가 있었다. “고객들에게 작업 순서를 보여주고 싶어 준비했어요.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하고 여러 번 굽죠. 그리고 다른 글씨 장인이 제가 그렸다는 사인을 표기해줍니다.” 그녀는 덴마크 럭셔리 도자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 소속 페인팅 장인 마이켄 루비 로벤크란스 팔름 씨다. 이달 4∼8일 5일 동안 전국 각지의 로얄 코펜하겐 입점 백화점에서 고객들에게 시연해 보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녀가 그림을 그린 그릇에는 ‘MPX’라는 사인이 적혀 있다. 1995년 로얄 코펜하겐 견습생으로 입사한 뒤부터 20여 년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왔다. 팔름 씨는 로얄 코펜하겐에서도 가장 정교한 작업을 요하는 ‘플로라 다니카’ 라인에서 일한다. 플로라 다니카는 덴마크 식물도감 이름이다. 식물도감에 실린 꽃과 양치류 2500여 종의 그림을 그대로 그릇에 옮기는 것이 팔름 씨의 일이다. 수작업이 많아 플로라 다니카 라인은 접시 하나에 수백만 원에 이른다. 1790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가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보낼 선물로 주문하면서 탄생했다. 플로라 다니카 장인은 로얄 코펜하겐에서도 몇 안 된다. 덴마크 본사에 총 15명. 그중에서 2명은 그릇 가장자리에 도금을 입히는 골드 페인터이다. 팔름 씨와 같은 핸드 페인팅 장인은 13명이다. ―도자기 페인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어릴 때부터 드로잉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도자기 공예 전공이 있는 학교에 가기로 했다. 목표는 로얄 코펜하겐의 페인터가 되는 것이었다. 1995년 9월에 얼마 뽑지 않는 로얄 코펜하겐 견습생으로 선발됐을 때 정말 기뻤다. 4년 동안 수련했고, 1999년에는 오버글레이즈드 페인터가 되기 위한 내부 시험에 합격했다. 오버글레이즈드 페인터는 유약을 바른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말한다. 공정이 까다롭지만 유약 위에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훨씬 생생하고 입체적이다.”―어떤 작업을 거쳐서 그릇이 완성되는지 궁금하다. “먼저 자기를 제작하는 모델링 팀이 하얀색 자기를 만든다. 그들은 점토가 부드러우면서도 밀도를 가진 상태에서 톱니 모양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만든다. 미세하게 구멍을 뚫는 일도 그들이 맡는다. 하얗고 반들반들한 오버글레이즈드 그릇이 완성되면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덴마크 식물도감을 보고 직접 특수 연필로 스케치를 한다. 그 위에 색을 넣고 굽고, 그림을 그리고 굽고를 네댓 번 반복한다. 연필 스케치는 굽고 나면 사라지도록 돼 있다. 그림이 완성되면 바닥에 페인터의 사인과 그림의 라틴어 이름이 적힌다. 글자만 담당하는 장인이 따로 있다.” ―직접 그린 작품이 담긴 플로라 다니카 라인은 주로 어떤 고객들이 찾나. “접시 1개를 제작하는 데 적어도 5, 6명의 장인들이 붙어 일주일 정도 걸린다. 가마에서 7번 정도 굽는다. 그러다 보니 비싸서 우리 집에도 이 그릇이 없다(웃음). 덴마크 왕가가 플로라 다니카 라인을 식기로 쓴다. 전 세계 그릇 애호가들도 주로 찾는다.”―굴곡이 있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어떻게 기술을 키웠는지 궁금하다.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플로라 다니카는 최고 수준의 완성도와 섬세함을 요구한다. 생생한 색감과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굴곡이 있는 주전자 위에 생생한 야생 식물을 어디에 놓을지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는 작업을 제일 좋아한다. 특히 주전자 뚜껑 손잡이 장식물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좋다. 너무 아름다우니까.” ―도자기 페인터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처음 오버글레이즈드 시험에 합격하고 플로라 다니카 장인이 됐을 때. 꿈을 이룬 듯 기뻤다. 물론 실수할까 봐 첫 작업 때 굉장히 떨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왕실 최고 훈장인 코끼리 훈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광을 주셨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한국은 지금 결혼 시즌이다. 혼수용품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함께 할 찻잔 세트! 작업할 때 늘 즐거운 차 주전자도 곁들여서 추천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전북 고창군 농어촌 테마공원인 상하농원이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유통 확대에 나선다. 상하농원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농업과 제조, 유통·서비스를 결합한 미래 사업의 비전을 담아 만든 야심작이다. 상하농원은 19일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 식품관에 단독 매장을 열고 농원의 재료로 만든 농식품 및 가공식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18일 본점에 상하농원 매장을 열었다. 커피전문점 폴 바셋을 제외한 매일유업 계열 회사가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하농원은 그간 온라인과 고창 현지에서만 제품을 팔아왔다. 이번 백화점 매장에는 상하농원의 햄공방, 과일공방, 발효공방, 빵공방 제품과 유제품, 동물복지 유정란 등 130개의 품목을 판매한다. 지난해 4월 개장한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농림축산식품부, 고창군과 함께 370억 원을 들여 ‘짓다, 놀다, 먹다’를 콘셉트로 개발한 테마공원이다. 농업(1차산업)과 가공(2차산업), 유통·서비스·관광(3차산업)을 연계한 ‘6차산업’ 공간이기도 하다. 10만 m² 규모에 각종 작물을 재배하면서 치즈와 빵 소시지 등을 만드는 체험 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은 2008년부터 상하농원 사업 모델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농원을 재배지, 관광지를 넘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2년 전에는 12명이었는데, 2년 동안 많이 늘었네요.”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 호텔에 모인 롯데그룹 여성 임원 19명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이 그룹 여성 임원 간담회를 주관한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이번 간담회에는 황각규 경영혁신실장과 인사 담당 임원들도 함께 참석했다. 신 회장은 여성 임원들에게 “롯데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배출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2012년 3명이던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은 9월 현재 21명으로 5년 동안 7배로 늘었다. 신 회장이 여성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여성 임원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신 회장의 조카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는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경영투명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 임원들이 선도적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최고경영진의 격려와 지지에 힘이 난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신 회장의 여성 인재 우대 정책에 따라 2006년부터 여성 채용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2005년 25%였던 여성 신입사원 비율은 2016년 40%로 늘어났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부가 올해 말로 점용허가 기간이 끝나는 서울역 등 민자역사(驛舍) 3곳에 1, 2년간 임시 사용허가를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롯데, 한화 등 이들 역사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건물이 국가에 귀속되더라도 당장 사업을 접지 않게 됐다. 유통업계는 ‘우선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지만 임시 허가가 만료된 뒤 똑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롯데·한화에 최장 2년 임시 사용허가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 등 민자역사 3곳을 사용하는 업체와 상인들에게 1, 2년의 임시 사용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민자역사는 국유 철도부지에 민간 자금으로 상업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며, 사업자는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점용료를 내고 이를 30년 동안 점용할 수 있다. 점용 기간이 끝난 시설은 ‘국유철도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상회복(철거)되거나 국가에 귀속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30년간 사업을 이어온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영업권을 잃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이들 업체로부터 점포를 임차했던 영세상인들의 생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정부가 기존 사업자에 대한 사용 기간을 연장해줄지를 두고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마저 일었다. 이처럼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임시 사용허가를 통해 일정 기간 업체들의 영업권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임시 허가기간이 끝나면 철도공단이 주관하는 일반 경쟁입찰로 새 사용업체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선정되는 업체는 최장 10년간 역사를 쓸 수 있다. 국토부는 영세상인에 대한 영업권 보장책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경쟁입찰 조건에 기존 점포들과의 계약관계를 승계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박일하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된다고 해서 업체나 영세상인들이 곧바로 영업권을 잃는 것은 아니다”며 “철도공단이 이달 말 사업자, 직원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구체적인 정리기간 부여 계획 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대 관련 기준 등 보완 시급” 롯데와 한화역사 등은 국토부가 유예기간을 준 것을 반기면서도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도 빨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을 희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것을 환영한다”며 “영등포점 직원 3000여 명과 입점 소상공인들이 향후 계획과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법체계 정비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고, 입찰 방식과 운영 규정 등이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유재산법상의 재임대 관련 규정이 문제다. 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국유재산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경우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재임대를 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점포의 20% 정도를 임대 매장으로 운영하는 백화점 등의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경쟁입찰이 새로 나오더라도 업체들이 선뜻 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법상 신규 점용 사업자의 사용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점포 계약은 최소 20년이다. 10년을 보고 수천억 원을 투자하긴 어렵다”며 “향후 시행계획 등이 불투명해 아직 입찰에 응할지 등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김현수 기자}
직장인 정효진 씨(36·여)는 지난주 해외여행 항공편을 검색하다 아쉬움만 삼켰다. 프랑스 파리, 미국 하와이,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등 웬만한 여행지로 이달 30일 출발하는 항공편은 모두 마감됐기 때문이다. 국내라고 상황이 낫진 않았다. 서울∼제주 항공구간 티켓은 9월 30일∼10월 4일 모두 동났다. 정 씨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나니 휴가를 맞추기 어려운 가족들과 긴 여행을 떠날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급하게 알아보고 있다. 해외든 국내든 하나라도 취소되는 티켓이 나오면 잡으려고 열심히 검색 중”이라고 했다. 전례가 없는 최장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여행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9월 30일(토요일)부터 10월 9일(한글날)까지 10일간 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각 기업과 금융시장도 장기 휴무 준비에 돌입했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5인 이상 40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들의 평균 추석 연휴 휴무일수는 8.5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4.5일이 길어졌다. 경총이 추석 휴무일수를 처음 조사한 2000년 이래 가장 긴 연휴다. 상여금은 105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2.8% 올랐다. 최장 연휴에 화색이 도는 곳은 단연 여행 및 항공업계다. 여행업계에서는 연휴 기간에 출국자 수가 11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투어 등 주요 여행사 상품 예약 건수는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여행컨설팅업체 휴트래블 마연희 대표는 “비행기 스케줄이 나오는 1년 전부터 이미 이번 연휴 예약이 시작됐다. 다른 연휴 때와 달리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를 많이 찾고 대가족 여행이 늘었다”고 전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추가 증편에 나서며 ‘막차’를 노리는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진에어는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2일 사이 3만여 석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유통업체도 황금연휴 기획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신세계몰은 이달 24일까지 ‘세컨드 베이케이션’ 기획전을 마련했다. 아직 예약 가능한 ‘괌 호텔 패키지’(3박 5일·59만9000원)와 국내 호텔 패키지 등을 모았다. 대형마트는 여행객 급증으로 명절 때 오히려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 롯데마트는 2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자체 HMR 브랜드 ‘요리하다’ 중 깻잎전, 동그랑땡, 떡갈비 등 명절 음식 9개를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차례 준비는 오히려 간소화하는 추세가 도드라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휴무에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주식시장도 열흘간 문을 닫기 때문이다. 32년 만의 최장 휴장이다. 1980년 1월 코스피가 출범한 이후 1983년과 1984년에 거래소의 ‘연말휴장’ 기간과 양력설 연휴가 겹치면서 열흘씩 휴장한 적이 있다. 거래소는 장기간 휴장을 마친 뒤 주식 거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이에 따른 대비에 들어갔다. 평소 일일 주문량의 10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연휴 기간 혹시 모를 이상 발생에 대비해 24시간 전문가가 상주하며 시스템을 감시할 계획이다.김현수 kimhs@donga.com·신민기 기자}

롯데마트가 다음 달 본계약을 목표로 중국 철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달 말 롯데그룹 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모회사인 롯데쇼핑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15일 롯데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태국 CP그룹을 포함한 해외 및 중국 현지 기업 3곳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태국 2위 유통기업인 CP그룹은 이마트의 중국 내 5개 점포 매입을 추진 중인 기업이다. 현재 유력한 롯데마트 인수 후보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넘어야 할 벽이 많긴 하지만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 다음 달 본계약을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롯데는 우선 중국 현지 직원들의 동요를 막는 게 급선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직원들은 일자리가 걸려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고용 승계 여부, 임금 보전 조건 등을 두고 집단 대응에 나설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는 다음 달 1일 분할·합병 후 30일 변경 재상장된다. 롯데는 지주회사 설립 후 주력 회사의 사업 가치를 높여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음 달 2일이 임시공휴일이라 10일이 지주회사 출범일이 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리스크는 모회사인 롯데쇼핑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로 전이된다. 이는 분할·합병을 반대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논리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 내 롯데마트 구조조정은 지주사 출범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증권시장은 롯데의 중국 롯데마트 철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15일 롯데쇼핑 종가는 전일 대비 8.41% 오른 23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롯데쇼핑 주가는 지주사 전환 기대감으로 6월 14일 32만2000원까지 올랐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수그러들지 않자 내리막세로 바뀌었다. 이달 8일부터는 롯데쇼핑 분할·합병 반대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가(23만1404원) 아래로 떨어졌었다. 롯데마트는 동남아시아를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중국 사업을 과감히 포기한 것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업에 거는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의 마트 매출액은 지난해 1조4000억 원으로 중국에서의 실적을 넘어섰다. 현재 롯데마트는 국내 121개(빅마켓 5개 포함), 해외 170개의 점포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출점 제한 등의 규제에 막혀 있어 주로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해 왔다. 2007년 중국,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각각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5개의 롯데마트 매장이 있다. 매장 수는 중국의 절반도 안 되지만 실속이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롯데마트 44개 점포에서 중국(1조1290억 원)과 비슷한 1조11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트남에서의 마트 매출도 안정적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정민지 기자}

14일 오후 베이징(北京) 왕징(望京) 지역의 롯데마트.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사는 지역인데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된서리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매장 전역에서 손님이 10명을 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매일 신선한 제품이 공급돼야 하는 육류와 생선 매장은 아예 불을 꺼놓고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결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 투항했다. 최근 112개 점포의 실사까지 마치고 여러 기업과 매각 협상을 해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0월 초 유력한 매수 기업과 철수 방안 등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4월만 해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을 폈다. 그는 “두 달 정도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중국에서 2만5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했고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도 못 박았다. 당시 롯데 내부에서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신 회장도 “중국 철수라는 단어가 외부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중순 중국 롯데마트 점포 3곳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해제됐다가 4일 만에 번복된 일이 있었다. 롯데는 이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리스크가 높아지는데도 중국 정부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강경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매각 쪽으로 확 돌아섰다. 매각 외에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롯데마트의 2분기(4∼6월)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9% 줄었다. 점포가 문을 닫아도 임차료뿐 아니라 일손을 놓고 있는 1만여 명의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의 70%를 지불하고 있다.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사드 보복으로 50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연말이면 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이번 철수 계획마저 중국 정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협상이 잘돼도 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할지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외 다른 계열사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는 유통(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식품(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관광 및 서비스(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시네마 등), 유화 및 제조(롯데케미칼 등), 금융(롯데캐피탈) 등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특히 3조 원을 투자하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는 롯데그룹이 중국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힌 신 회장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사중지 처분을 받은 이후 작업이 멈춰 있다. 청두(成都)에 1조 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 1400여 채 등 주거시설 부문은 분양이 완료돼 이달 말까지 입주가 끝나지만 옆에 짓기로 한 백화점 등 상업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아 착공을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마트도 중국에서 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롯데도 더 빨리 마트 사업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늦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1997년, 2008년 중국에 진출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上海)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 27개까지 점포수를 확장했지만 만성적자에 결국 2011년부터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았다. 현재 6개 점포가 남아 있고 이 중 5곳은 태국 CP그룹과 매각협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15년 산둥(山東) 지역 점포 5곳 폐점 등 점포 구조조정, 현지인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개선의 기미가 보였던 중국 사업이 사드 보복이라는 외부적 충격으로 진출 9년 만에 멈추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중국 출구전략은 이마트보다 비교적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마트가 매각으로 수익을 내서 현금을 들고 나오는 상황이 아니어서 중국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추진으로 10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분할합병을 앞둔 롯데쇼핑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롯데쇼핑의 14일 종가는 22만 원으로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금액인 주식매수청구가(23만1404원)보다 낮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점진적으로 철수한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많은 점포를 일괄 매각하려는 것이어서 매수자 찾기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롯데마트 영업정지를 대체할 새로운 보복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괘씸죄에 걸리면 매각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롯데마트가 이르면 연내 중국에서 철수한다.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주 중국 현지 골드만삭스를 롯데마트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현재 유력한 매수 기업에 마트 99개와 슈퍼 13개 등 중국 내 112개 점포의 일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다른 주간사회사를 통해 중국 및 해외 기업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안팎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매각 협상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란 말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한 구조조정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롯데는 현재 중국 내 99개 마트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 원을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지원해야 했다. 일괄 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을 일부만 진행하면 남은 점포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한중 관계에 변화가 없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철수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중국의 경제 보복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사드 보복 문제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중국 리스크’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해외 기업이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이익을 그 국가와 나누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중국 생물유전자원으로 상품을 만들면 이익의 최대 10%를 기금으로 내야 한다’는 등의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중국 생물유전자원 의존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 및 바이오·제약업계가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김현수 kimhs@donga.com·유근형 기자}

보유 지분을 팔려는 진짜 이유가 뭘까. 경영권 분쟁의 불길이 다시 치솟는 것일까. 그는 주변 인물과 왜 결별했을까. 다른 주주들이 그를 따르려 할까. 미스터리 영화 얘기가 아니다. 국내 5대 그룹이자 매출 100조 원, 국내외 임직원 18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롯데 창업주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둘러싼 궁금증이다. 12일 오후 신 전 부회장이 세운 SDJ코퍼레이션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등 4개사의 보유 지분 97%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시간부터 롯데 임직원과 협력사는 물론이고 소액주주들까지 롯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까지 누구도 답을 모른다. 신 전 부회장은 4개사 분할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나머지 질문엔 묵묵부답이다. 결국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조각을 하나씩 맞춰 보는 수밖에 없다. 주주들은 신 전 부회장이 진짜 지분을 매각할지, 롯데는 신 전 부회장에게 지불할 자금이 있는지,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계산하기에 바쁘다. 롯데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현금 2조8500억 원을 준비해뒀다. 하지만 중국 롯데마트에 최근까지 7000억 원가량을 긴급 투입하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부담은 불확실성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0월 경영권 분쟁을 위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롯데를 흔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SDJ코퍼레이션에 2015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총 276억4600만 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이 돈은 각종 소송전과 롯데 및 각 계열사 주주총회 비방전 등에 쓰였다. 최근에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전을 썼다더니 돌연 출간을 중단했다. 신 전 부회장의 롯데 흔들기는 거대 기업을 마치 자신의 가족 소유물로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시장에 충격을 주든 말든 자신의 권리만 찾겠다는 책임 없는 태도가 불편하다. 18만 임직원에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더하면 롯데와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롯데는 이들에게 생계의 터전이다.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폐점 위기에 놓였다. 영등포역과 서울역의 30년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 정부가 새 사업자를 찾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영등포역사와 서울역 구역사에 대한 국가 귀속을 결정했다. 같은 시기에 허가기간이 끝나는 동인천역사에 대해서는 원상회복, 즉 철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대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에서 관련 유통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를 통보했다. 전국 15개 민자역사 중 서울역 구역사와 영등포역, 동인천역은 점용 허가기간이 완료되는 첫 사례다. 롯데는 1987년 낡은 영등포역을 새로 단장한 뒤 정부로부터 백화점 영업권을 받았다. 30년 후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1991년 영등포점을 열었다. 서울역사는 한화가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화는 2004년부터 롯데마트에 이곳을 임대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대형 점포로 꼽힌다. 국토부는 이들 역사의 새로운 점용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경쟁 입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기존 사업자의 점용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박일하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기존 건물 전체를 상업시설로 쓸지, 일부를 창업 공간 등 다른 공익적 목적으로 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기존 유통사업자가 점용 연장을 원한다면 경쟁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고 했다. 재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최장 10년까지만 임차를 할 수 있다. 신규 사업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또 국가 시설은 재임대가 불가능하다. 식당가, 미용실, 병원 등에 20%가량을 임대하는 백화점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롯데다. 당장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4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중 롯데 소속은 500여 명이다. 나머지는 입점업체 판매사원 등이어서 점포가 없어지면 사라지는 일자리다. 폐점과 재선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은 ‘제2의 면세점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았을 때도 직원 1000명이 6개월간 순환 휴직 등을 통해 일손을 놓아야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가 결정에 당연히 따를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점용 만료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당황스럽다”고 했다. 백화점 식당가,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임대 상인들도 “생계를 내버리라는 소리냐”며 격앙된 상태다. 롯데와 한화는 이미 2014년부터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요청해왔다. 관련법상 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되면 원상회복, 국가 귀속, 점용 기간 연장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새 사업자를 선정하면 일자리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선로·역사 등을 수익사업보다는 공공시설로서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쓰겠다’고 공약해왔다. 다만 기존 점용 사업자와 계약해 입점한 소규모 점포들을 퇴거시킬지에 대해서는 국토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자역사 처리방안에 대한 공식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김현수 kimhs@donga.com·천호성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다. 명분은 롯데 지주사 설립에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 행사다. 속내는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은 12일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의 9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개 회사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설립을 위해 지난달 29일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분할 합병을 확정했다. SDJ 측은 “단순히 주식을 팔겠다는 게 아니라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J 측은 그러면서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의 7.95%, 롯데칠성음료의 2.83%, 롯데푸드의 2.00%, 롯데제과의 3.96%를 갖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로 계산하면 세금을 제외하고 총 7681억 원어치다. SDJ코퍼레이션이 밝힌 대로 이 중 97%를 처분하면 7451억 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신 전 부회장은 이 4개사의 지분 소량과 롯데상사(8.03%), 코리아세븐(4.10%), 롯데건설(0.37%) 등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쇼핑 실적이 나쁘다면서 주주 제안을 통해 ‘롯데쇼핑을 제외한 분할 합병안’ 추진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제과 등 3개사 주주의 90%가량이 지주사 전환을 지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처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백기를 들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런 해석은 최근 신 전 부회장 주변의 행보와도 연결되고 있다. SDJ는 한 달쯤 전 국내 여론전 및 소송을 맡았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자문 계약을 끝냈다. 형제간 화해 노력이 감지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 편에 섰던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아들 신동우 전무가 최근 언론에 “친인척들이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화해 분위기를 모색하고 있다. 9월 중 독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총괄회장)의 동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실탄을 확보한 뒤 일본으로 화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 전 행장과의 결별도 화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략적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썼다고 알려진 신격호 창업주의 평전 ‘나의 아버지 신격호’의 출간이 중단된 상태다. 책 내용 일부가 일본 롯데 경영권과 관련해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어서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이 책 출간을 주관한 민 전 행장에게 노발대발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평전에는 신 총괄회장이 2013년 고관절 수술을 받고 기억의 커튼이 내려간 것으로 나온다. 이는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으로 얻은 1주 덕분에 ‘50%+1주’로 2015년 동생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쫓아냈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일본 법원에 광윤사 주총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본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재판을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한국에서 뒤집기에 성공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지막 남은 일본 광윤사의 과반 지위를 지키고 일본 주주들을 포섭하기 위해 일본에 자금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 주식매수청구권 및 롯데쇼핑 지분 블록딜 매각을 통한 현금 등 약 1조 원을 확보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회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일 롯데그룹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력 계열사의 흐름으로 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28.1%)를 지배한 신 전 부회장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정상적으로 상장됐다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줄어들어 한국 롯데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기한 연기되면서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수입 화장품 및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로화가 급등한 가운데 북핵 리스크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북핵 리스크가 계속되면 수입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달 1일부터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면세점에서 오른 제품이 더 많았다. 면세점 내 인기 상품인 핸드백 ‘클래식’ ‘2.55’백과 주요 클러치 모델, 지갑, 신발 등이 2∼8% 올랐다. 2.55백이 기존 5100달러(약 577만8300원)에서 5450달러(약 617만4850원)로 약 6% 인상됐다. 내국인이 주로 찾는 백화점 매장에서는 지갑, 구두 일부 품목이 인상 대상이 됐다. 클래식 기본 장지갑이 116만 원에서 124만 원으로 8만 원 비싸졌다. 샤넬의 가격 인상 원인으로는 유로화 급등이 지목되고 있다. 11일 기준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360.25원으로 올해 1월 2일 1266.51원보다 7.4% 올랐다. 럭셔리 업계는 매년 1, 2회씩 본사 방침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인건비, 원재료 값도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지만 최근에는 환율에 더 민감한 편이다. 해외 직접구매 같은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격차가 조금만 나더라도 한 국가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원-유로 환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5년 4월이었다. 당시 1유로당 1152원 선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아시아에서는 유럽으로 쇼핑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정도였다. 당시 샤넬은 ‘가격 조화(하모니제이션)’ 정책 카드를 꺼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가격을 비슷하게 책정한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매년 5월과 9월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최근 유로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일본에서는 이미 유럽 브랜드 가격이 줄줄이 상승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8월부터 샤넬은 6∼9%, 카르티에는 5%, 조지 젠슨도 5%가량 각각 가격이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로화는 급등하고 엔화가 비교적 약세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유럽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달러화는 최근 세계적으로 약세지만 국내의 경우 북핵 리스크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도 크다는 게 수입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에스티로더그룹의 에스티로더, 맥, 아베다 등의 국내 가격은 제품당 1000∼3000원 올랐다. 약 2∼10% 오른 셈이다. 에스티로더는 이달 1일부터 이른바 ‘갈색병’으로 불리는 인기 제품인 ‘어드밴스트 나이트 리페어 에센스’(30mL)의 가격을 9만7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2% 올렸다. 에스티로더의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은 13만9000원에서 14만 원, 맥의 ‘미네랄 리치 립스틱’은 3만4000원에서 3만6000원이 됐다. 맥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제품 가격을 검토해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CJ가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그룹 내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만든다. TV나 온라인에서 보던 상품을 백화점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CJ 계열사의 콘텐츠 기반 브랜드가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롯데와 CJ에 따르면 CJ의 콘텐츠 스토어는 이달 말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1층에 들어선다. CJ오쇼핑, CJ E&M 등 CJ 계열사 4, 5곳이 참여해 점포를 운영한다. 각 계열사의 단독 브랜드나 TV 속 상품들이 판매된다. CJ그룹이 계열사 콘텐츠 상품들을 오프라인 매장에 한 데 모은 첫 사례이기도 하지만 롯데로서도 CJ 계열사들에 처음 본점 1층 명당자리를 내어줬다. 이 콘텐츠 스토어의 이름으로 우선 CJ오쇼핑이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 ‘스타일온에어 플러스’를 쓰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석 달 정도 운영하다 점포 이름을 새롭게 지을 예정이다. 차별화된 브랜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스타일온에어 플러스는 CJ오쇼핑의 자체 브랜드 제품과 홈쇼핑 상품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그릇 브랜드 ‘오덴세’, 화장품 브랜드 ‘셉(SEP)’ 등이 대표적이다.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있다. CJ오쇼핑이 올해 5월 지분 70%를 인수한 아트웍스코리아의 남성 취향 온라인 쇼핑몰 ‘펀샵’ 상품도 함께 팔기로 했다. CJ E&M의 대표 프로그램인 ‘윤식당’ ‘프로듀스 101’ ‘신서유기’ ‘삼시세끼’와 관련된 상품들도 구매할 수 있다. 윤식당의 앞치마, 프로듀스 101의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 티셔츠 등 관련 상품들이 나올 예정이다. 롯데와 CJ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점포를 키우는 까닭은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점포가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백화점은 새로운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온라인 콘텐츠 기반 유통업체는 오프라인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와 CJ는 서로를 부족한 점을 채워줄 파트너로 판단한 셈이다. 해외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합이 활발한 상태다. 아마존은 유기농 오프라인 대형마트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했고, 월마트도 온라인 업체 제트닷컴을 사들였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소비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만지고 체험하고 쇼핑할 수 있는 새로운 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점포에 머물 만한 재미 요소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CJ 콘텐츠 스토어처럼 다른 점포에는 없는 흥미 요소를 더하거나 아예 놀이시설을 쇼핑몰에 설치하는 식이다. 최근 개장한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은 ‘토이킹덤 플레이’ 같은 체험형 놀이 시설을 들였다. 롯데백화점도 체험형 매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BMW는 올해 7월 부산 본점에 가상현실(VR) 기술로 오토바이 가상체험을 하도록 한 BMW 모토라드 점포를 선보였다. 이달 28일에는 부산 본점에 엄마와 아이를 위한 서점 및 휴게 공간 ‘마이 리틀 라이브러리’를 설치한다. 엄마와 아이가 매장에서 책을 보고, 차를 마시고, 색칠놀이 등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서점인 쓰타야에서 착안한 공간이다. 양임 롯데백화점 여성부문 이지캐주얼 칩바이어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소비자 관심을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가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2018년 봄·여름 프레젠테이션(사진)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영국 하비 니콜스, 홍콩 레인 크로퍼드, 온라인 럭셔리 패션몰 네타포르테 등 글로벌 온·오프라인 패션 유통업체의 바이어와 하퍼스 바자 등 패션잡지 기자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구호는 이달 21일까지 삼성물산 패션부문 뉴욕 법인에서 세일즈 쇼룸을 운영한다. 이곳에 바이어 및 프레스를 초청해 여성복 구호를 세계 패션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구호는 지난해 9월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버그도프굿맨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했다. 윤정희 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 사업부장은 “미국 뉴욕에서 세 번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자회사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 매각설을 일축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11번가는 미래의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또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들이 고객의 소비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11번가를 통해 미래의 전자상거래를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유통시장에서는 미국 아마존이 6월 오프라인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는 등 온라인 업체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초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을 상대로 11번가 지분 인수 의향을 타진해 왔다. 신세계는 일찍이 협상을 중단했고, 롯데는 최근까지 SK플래닛과 합작사 설립을 두고 협상을 해왔다. SK와 롯데는 한때 11번가 지분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경영권을 원하면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누가 한 주라도 더 가져갈 것인지, 지분 가치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11번가 인수를 검토했었다”고 밝히는 등 언론에 여러 차례 기사화되자 양측에 부담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와 롯데 간 이견이 커지면서 협상이 사실상 냉각기에 왔다. 사실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으로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커머스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11번가를 지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 기자}

항해, 비행, 카레이싱…. 역동적인 액티비티의 세계는 워치메이커들과 인연이 깊다. 인간이 바다나 하늘 같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때 정확한 시간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디자인과 스위스 기술력이 만난 브랜드 ‘파네라이’는 바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13년째 ‘파네라이 클래식 요트 챌린지’라는 요트 경기를 후원하고 있다. 파네라이는 최근 클래식 요트 세계와 인연을 맺어온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스페셜 컬렉션 ‘루미노르 1950 PCYC’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 컬렉션에는 클래식 요트 세계와 관련된 디테일이 새겨져 있다. 시계 뒷면에 파네라이를 상징하는 버뮤다식 케치 요트인 ‘에일린’에서 영감을 받은 빈티지 클래식 요트 그림이 새겨져 있다. ‘브라이틀링’은 비행과 인연이 깊다. 최근 브라이틀링은 롯데백화점 등 국내 매장에 ‘슈퍼오션 헤리티지Ⅱ’와 ‘콜트 스카이레이서’ 라인을 선보였다. 슈퍼오션 헤리티지Ⅱ는 긁힘과 충격에 강한 초강도 최첨단 세라믹 소재로 만든 링을 탑재했다. 1957년 최초로 출시된 슈퍼오션 시리즈 첫 상품의 디자인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콜트 스카이레이서’는 긁힘, 외부 압력, 부식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자성 방지, 알레르기 방지 기능이 있다. ‘로저드뷔’는 최근 모터스포츠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고성능 슈퍼카의 혁신적인 소재, 디자인, 기술력이 럭셔리 시계와 맞닿아 있어서다. 올해 스위스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세계 모터스포츠 대회에 최고급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세계적 타이어 전문 업체인 피렐리와 협업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에디션’ 2종이다. 로저드뷔는 실제 카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한 피렐리 인증 타이어 조각을 가져와 시계 스트랩을 장식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소비자들이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충제 잔류 계란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연이어 확산하면서 정부, 시민단체, 기업 누구 하나 믿을 대상이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 와중에 생리대 유해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간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불신의 악순환’이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0∼30일 생리대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6.8% 줄었다. 반면 화학제품 처리가 적은 면 생리대 등은 50.4% 이상 더 팔렸다. 직장인 이모 씨(36·여)는 “생리대를 안 살 수는 없고, 면이나 컵 생리대는 써보질 않아 두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이후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높아졌는데도 정부의 위기 대응력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부 문제 제기→정부의 소극적 대응→또 다른 문제 제기→정부의 전면 조사’라는 틀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살충제 잔류 계란과 유해 생리대 논란이 커진 과정도 똑같이 닮아 있다. 불신의 덫에 빠진 소비자들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조차 믿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프랑스에서 유해 논란에 휩싸인 P&G의 팸퍼스 기저귀가 대표적이다. 당시 프랑스의 국립 소비자연구소에서 발행하는 ‘6000만 소비자들’이란 잡지가 이 제품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일단 팸퍼스 기저귀의 판매를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팸퍼스 제품을 조사한 결과 다이옥신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는 해당 제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국내 A 대형마트에 따르면 이 기저귀의 월 매출은 7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50∼70% 줄었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출 감소폭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 이전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계란, 햄버거 등 먹을거리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살충제 잔류 계란의 경우 정부가 전수조사 후 문제가 없는 계란만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계란 포비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7∼23일 계란 매출은 전년 대비 36.0% 감소했다. 8월 24일∼9월 4일 기준으로 비교해도 전년보다 매출이 4.9% 줄었다. 계란은 대체품이 없는데도 회복세가 더디다. 애초 유럽에서 살충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던 정부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사전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정작 큰 문제는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의 대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이어 “정부는 매번 책임을 회피하면서 미봉책을 내놓다가 크게 터지면 근본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며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 측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모양새다. 식약처가 4일 여성환경연대의 3월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뢰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5일에는 여성환경연대가 반박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 실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과학융합학부 교수는 “시험 방법과 결과에 자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의 자질 문제를 꺼냈다. 식약처 검증위에 분석과학 전문가가 1명뿐이고 나머지는 약품 분석만 해 본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들이 분석과학 자료를 검증하는 건 난센스”라고까지 했다. 식약처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학회에서 추천받은 인물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누가 전문가라는 말이냐”며 “자신이 전문가라고 시험 결과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비논리적”이라고 했다. 현재 식약처 검증위원 18명 중 분석과학 전문가는 김 교수 주장대로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뿐이다. 하지만 표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명승운 경기대 화학과 교수도 각각 한국분석과학회와 환경분석학회가 추천한 인사다. 양측은 모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눈총을 샀다. 이날 김 교수의 기자회견에서는 유해성분이 검출된 11종의 생리대 중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먼저 공개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던 사실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깨끗한나라는 5일 김 교수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늑장 대처로 일관했던 정부도 ‘검증 자격’과 관련한 공격에는 어느 때보다 신속한 자기방어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성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오해와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이 과도한 불신과 공포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학물질은 자연과 우리 몸속에도 있다. 공기 중에 다이옥신도 있다. 결국 용량, 용법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두고 논의해야 하는데 무조건 유해물질이라고 해석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호경·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