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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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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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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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F 감독서 영화감독까지…‘뷰티 인사이드’ 백 가지 얼굴 백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CF감독,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문구 브랜드 운영, 서체 디자인,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남들은 하나만 하기도 힘든 일을 한꺼번에,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이 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12세 이상 관람가)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백종열 감독(45)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우진이 여자 이수(한효주)를 사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멜로 영화다. 본명 대신 ‘백 감독’이라는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 그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광고(도시바 노트북의 ‘뷰티 인사이드’ 광고)가 원작이다. 어떻게 연출을 맡게 됐나. “제작사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와 친구 사이다. 어느 날 술 마시면서 ‘이 광고가 정말 기발하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 나보고 감독을 하라는 거다.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반복하기에 진심인 걸 알았다.” -CF감독으로 쌓은 명성이 있는데 고민하지 않았나. “인간과 신의 세계가 나뉘듯 영화 연출은 휘저어도 닿지 않는 곳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워낙 탐이 나는 소재였다.” -광고는 매일 모습이 바뀌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데서 끝난다.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비중이 높은데. “광고에선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마법이 풀리듯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바뀌지 않게 된다. 여느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결말 아닌가. 우진의 모습이 바뀌더라도 둘이 행복해지는 것이 더 완벽한 결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줄거리는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연애의 기승전결을 따라간다.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들은 연애담을 많이 참고했다. 영화에선 편집됐지만 우진이 이수에게 ‘너도 매일 변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구든 기분 좋을 때, 피곤할 때, 얼굴이 매일 바뀌지 않나. 어떤 연애든 누굴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내면까지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진 역에 출연한 배우가 123명, 비중 있게 출연한 배우는 21명에 달한다. 우에노 주리, 천우희 등 여자 배우도 있고 외국인까지 나온다. “한효주 씨가 힘들었을 거다. 매일 다른 배우와 연기를 해야 하니 감정이 누적되지 않고, 좀 외로워했다. 극중 이수의 감정과 효주 씨가 촬영장에서 느낀 감정이 거의 비슷했을 거다. 감독으로서 도와줬어야 했는데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살짝 방치해둔 감이 있다.” -그런데 첫 데이트나 키스 등 중요한 순간에는 꼭 잘 생긴 남자 배우가 우진으로 등장하더라. 그래서 제목과 달리 실은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인정한다. 아무래도 상업영화다 보니…. 다만 영화 속에서 우진이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첫 데이트 때는 멋진 외모가 될 때까지 여러 날을 기다리고, 이수의 직장 동료를 만날 때는 (멋진 얼굴로 변하길 기대하며) 억지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난다.” -CF와 영화는 어떻게 다르던가. “생각을 조립해 그림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런데 호흡이 다르다. 처음에는 원룸에 살다가 100평으로 이사 간 기분이었다. 광고에선 배우에게 대사 중간에 숨을 쉬지 말라고 한다. 영화의 호흡을 익히고 나니 그런 표현 방법이 흥미롭더라.” -예쁜 멜로 영화다보니 ‘광고 같다’ ‘뮤직비디오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나올 텐데. “내가 광고감독이라는 걸 알고 보니 생기는 착시현상 아닐까. 그렇다고 그런 평이 불쾌하다는 건 아니다. 이 영화가 호감인지 비호감인지가 중요하다. 광고든 영화든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느껴지면 되는 것 아닌가.” -CF, 영화 외에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왔다. 이유가 뭔가. “그 중에 하나라도 얻어걸리라고…. 농담이다. 그때그때 틈만 보이면 발을 담근다. 좋아 보이면 일단 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없진 않은데, 재미있다.” -영화 홍보 중에도 계속 CF 촬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또 영화를 할 생각인가. “성격이 급하다. 빠르고 속도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자들이 치고 박는 격렬한 액션이 굉장히 아름답게 찍히는, 그런 것에 흥미가 있다. 광고와 영화의 매력이 둘 다 너무나 크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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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주의자 김원봉, 김구와 대립하다 1940년대 임정 합류

    일제강점기인 1933년 일본의 조선 주둔군 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이 이번 주 안에 관객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다. 12일 현재 관객 수는 약 950만 명.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 속 인물들의 행적이나 사건 중 어떤 것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궁금해하는 관객들이 많다. 영화 ‘암살’의 진실과 허구를 정리했다. ▽영화 속 염석진(이정재)은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기보다는 그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이나 말을 종합해 창조한 캐릭터다. 예를 들어 염석진은 영화 말미 안옥윤(전지현)에게 목숨을 잃기 직전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지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어?”라고 한다. 이는 미당 서정주가 광복 뒤 친일 행적에 대해 “일본이 그렇게 쉽게 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는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백의사’의 수장 염동진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염동진은 1930년대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하다 일본 관동군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했고 광복 이후 ‘백의사’를 조직해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테러 활동을 했다. 염동진이 관동군에 붙잡혔을 때 일제에 협력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후 지하 독립운동 단체인 대동단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 여부는 논란이 많다. ▽김원봉은 백범 김구 선생과 친밀한 관계였다? 영화에는 김원봉(조승우)이 김구 선생과 가족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1920년대 유혈투쟁활동을 이끌었던 실존 인물이다. 다만 영화의 배경인 1933년 당시에는 민족주의자였던 김구와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던 김원봉은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었다. 김원봉은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의 길을 걷다 1940년대 들어 김구와 임시정부가 이끌던 광복군에 합류해 1942년에는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냈다. ▽영화 초반 안옥윤이 가담한 전투는 실제 있었던 전투다? 영화 초반 김구 선생의 부름을 받고 상하이로 가려던 안옥윤은 일본군이 한밤중에 독립군 주둔지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총을 장전해 일본군 4명을 사살한다. 이 전투가 1933년 한국독립군 지청천 부대가 중국군과 함께 일본군을 대파한 대전자령(大甸子嶺) 전투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대전자령 전투가 벌어졌던 7월이 아니라 10월로, 실제 전투를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안옥윤이 실존 인물이었다면 대전자령 전투에 참가해 활약한 뒤 암살 작전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와이피스톨(하정우)이 과거에 가담했던 ‘살부계(殺父契)’는 실존했다? 김구의 ‘백범일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예하면, 이상룡의 자손은 공산주의에 충실한 나머지 살부회까지 조직했다. 그러나 제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이지 않고 회원끼리 서로 아비를 바꾸어 죽이는 것이라 하니 아직도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남은 것이었다.” 영화 속 살부계가 친일파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면 실제 살부회는 젊은 공산주의자들이 봉건 잔재와 구시대의 아버지 세대를 제거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도움말: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 김성민 케이퍼필름 프로듀서)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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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석진은 실존 인물?…900만 돌파 영화 ‘암살’의 진실과 허구

    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 주둔군 일본 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이 이번 주 안에 관객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다. 12일 현재 관객 수는 약 950만 명.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 속 인물들의 행적이나 사건 중 어떤 것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 많다. 영화 ‘암살’의 진실과 허구를 5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영화 속 염석진(이정재)은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기보다는 그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이나 말을 종합해 창조한 캐릭터다. 예를 들어 염석진은 영화 말미 안옥윤(전지현)에게 목숨을 잃기 직전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지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어?”라고 한다. 이는 미당 서정주가 해방 뒤 친일 행적에 대해 “일본이 그렇게 쉽게 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는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백의사’의 수장 염동진에서 착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염동진은 1930년대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하다 일본 관동군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했고 해방 이후 ‘백의사’를 조직해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테러 활동을 전개했다. 관동군에 붙잡혔을 당시 염동진이 일제에 협력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후 지하 독립운동단체인 대동단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김원봉은 백범 김구 선생과 친밀한 관계였다? 영화에는 김원봉(조승우)이 김구 선생과 가족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1920년대 유혈투쟁활동을 이끌었던 실존 인물이다. 다만 영화의 배경인 1933년 당시에는 민족주의자였던 김구 선생과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던 김원봉은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었다. 김원봉은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의 길을 걷다 1940년대 들어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가 이끌던 광복군에 합류, 1942년에는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냈다. △영화 초반 안옥윤이 가담하는 전투는 실제 있었던 전투다? 영화 초반 김구 선생의 부름을 받고 상하이로 가려던 안옥윤은 일본군이 한밤중에 독립군 주둔지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총을 장전해 일본군 4명을 사살한다. 이 전투가 1933년 한국독립군 지청천 부대가 중국군과 함께 일본군을 대파한 대전자령(大甸子嶺) 전투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대전자령 전투가 벌어졌던 7월이 아니라 10월로, 실제 전투를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안옥윤이 실존 인물이었다면 대전자령 전투에 참가해 활약한 뒤 암살 작전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와이피스톨(하정우)이 과거에 가담했던 ‘살부계(殺父契)’는 실존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예하면, 이상룡의 자손은 공산주의에 충실한 나머지 살부회까지 조직했다. 그러나 제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이지 않고 회원끼리 서로 아비를 바꾸어 죽이는 것이라 하니 아직도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남은 것이었다.” 영화 속 살부계가 친일파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면 실제 살부회는 젊은 공산주의자들이 봉건 잔재와 구시대의 아버지 세대를 제거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는 단칸방이었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설정이다. 1920년대 초반부터 임시정부는 자금 부족으로 열악한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에는 중국인들이 먹다 버린 반찬을 가져와 밥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항저우 청사는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성공시킨 이후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마련한 장소였기 때문에 상하이 시절보다도 더 열악했다. 현재 항저우에 남아있는 청사 건물은 작은 2층집으로 복원 과정에서 실제보다 좀더 확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움말: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 김성민 케이퍼필름 프로듀서)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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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4색 女優들이 펼치는 8월의 스크린 쇼

    올해 8월은 영화계에서 특별한 달이다. 13일 개봉하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20일 개봉하는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까지 모두 여자 배우가 주연이다. 장르도 코미디, 무협, 멜로까지 제각각이다. 남자 배우 중심의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정지욱 강유정 윤성은 영화평론가와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둔갑술지수(연기 변신) △자체발광지수(미모) △고생지수 △은신술지수(작품 및 상대 배우와의 조화)로 나눠 각 5점 만점으로 이들을 평가해봤다.○ 어떤 역이든 달인처럼 해낸 이정현 이정현은 변신과 고생 양면에서 5명 평균 각각 4.8점과 4.2점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수남은 손으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달인처럼 해내는 인물이다. 손이 부르트도록 일한 끝에 달동네에 집 한 채를 마련한 그에게 재개발 소식은 인생 역전의 기회. 재개발에서 제외된 옆 동네 주민들이 불공평하다며 반대 시위를 벌이자 손재주를 이용해 주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정현은 영화에서 신문 배달, 판촉 명함 뿌리기, 주방 보조, 청소 등 ‘알바’를 소화해 내고, 감금과 고문 장면에선 직접 대형 공업용 세탁기에 들어가 물을 맞았다. 영화 말미 궁지에 몰린 그가 보여주는 신경질적이면서 애처롭고, 한편으론 천진한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상황은 심각해도 관객은 웃을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잘 조절해냈다. 그동안 보여줬던 것 중 최고의 연기”라고 말했다.○ 이병헌―김고은 든든하게 받쳐준 전도연 고려 말 무신정권 시대, 풍천(배수빈), 유백(이병헌), 월소(전도연)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민란 성공 직전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풍천의 아이를 데리고 월소는 사라진다. 18년 뒤 고려 최고 권력자가 된 유백 앞에 월소의 검술을 빼닮은 소녀 홍이(김고은)가 나타난다. 영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은 전도연의 맹인 검객 연기에 쏠렸다. 그는 “운동복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로” 액션을 연습하고 우아한 동작을 위해 고전무용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4.0점)과 작품과의 조화(4.1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연기 변신에 대한 평가는 평균 3점에 그쳤다. 과도한 클로즈업과 슬로 모션, 허술한 줄거리 등 영화 자체의 허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평론가는 “전도연이 이병헌 김고은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억지스러운 장면이 많았지만 내공 있는 배우들이 감정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스크린속에서 투명하게 빛난 한효주 동명의 광고가 원작인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는 매일 생김새, 성별, 인종까지 바뀌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지는 이수 역을 맡았다.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만 123명. 영화는 만남부터 이별, 재회까지 전형적인 연애의 과정을 밟되 매 순간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그려내 연애에 대한 환상을 자극한다. 화면 속 한효주는 투명하게 빛나지만 그동안 ‘감시자들’ 외에는 늘 맑고 예쁜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미모(평균 4.2점) 외에 연기 변신(1.5점), 노력(2점), 상대와의 조화(2.7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뷰티 인사이드’는 설정의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배우 연기의 난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 주부와 댄싱 퀸 모습이 겹쳐진 엄정화 결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여자 변호사 연우(엄정화)는 뉴욕지사 발령을 앞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저승에 간다. 저승의 이 소장(김상호)은 연우에게 한 달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원래대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제안한다. 팔불출 남편(송승헌)과 두 아이와 부대끼며 온갖 사고를 치던 연우는 아내, 엄마로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한다. 엄정화는 ‘추리닝’을 입은 평범한 엄마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아이와 남편을 위해 가슴 아파하는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부와 댄스 가수를 오갔던 ‘댄싱 퀸’(2012년) 속 그의 모습과 겹쳐진다. 줄거리도 어디서 본 듯하다. 그 탓인지 연기 변신(평균 2.6점), 미모(2.6점) 등 주로 2, 3점대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엄정화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이 올랐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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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배우 기근’? 올 8월 극장가에 주연 범람 여배우들

    올해 8월은 영화계에서 특별한 달이다. 13일 개봉하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20일 개봉하는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까지 모두 여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장르도 코미디, 무협, 멜로까지 제각각이다. ‘여배우 기근’이라는 표현이 상투적으로 들릴 만큼 남자 배우 중심인 한국 영화계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과연 이들은 스크린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정지욱 강유정 윤성은 영화평론가와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둔갑술지수(연기 변신) △자체발광지수(미모) △고생 지수 △은신술지수(작품과 상대 배우와의 조화)로 나눠 배우들을 평가해봤다. ● 고생왕-‘성실한…’의 이정현 이정현은 변신과 고생 양면에서 5명 평균 각각 4.8점과 4.2점을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연기한 영화 속 수남은 손재주가 좋아 손으로 하는 무슨 일이든 달인 수준으로 해내는 인물이다. 손이 부르트도록 일한 끝에 달동네에 집 한 채를 마련한 그에게 재개발 소식은 인생역전의 기회. 재개발에서 제외된 옆 동네 주민들이 불공평하다며 반대 시위를 벌이자 손재주를 이용해 주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정현의 원맨쇼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그는 신문 배달, 판촉 명함 뿌리기, 주방 보조, 청소 등 각종 ‘알바’를 소화해내고, 감금과 고문 장면을 촬영할 때는 직접 대형 공업용 세탁기에 들어가 물을 맞기도 했다. 영화 말미 궁지에 몰린 그가 보여주는 신경질적이면서 애처롭고, 한편으론 천진해 보이는 표정 연기는 영화의 압권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상황은 심각해도 관객은 웃을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잘 조절해냈다. 그 동안 보여줬던 것 중 최고의 연기”라고 말했다. ● 조화왕-‘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고려 말 무신정권 시대가 배경이다. 같은 스승을 모시는 풍천(배수빈), 유백(이병헌), 월소(전도연)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민란이 성공하기 직전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풍천의 아이를 데리고 월소는 사라진다. 18년 뒤 고려 최고 권력자가 된 유백 앞에 월소의 검술을 빼닮은 소녀 홍이(김고은)가 나타난다. 영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은 전도연이 맹인 검객 연기를 했다는데 쏠렸다. 그는 “운동복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로” 액션 기본기를 연습하고 동작을 우아하게 하기 위해 고전무용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4.0점)과 작품과의 조화(4.1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연기 변신에 대한 평가는 평균 3점에 그쳤다.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등 영화 자체의 허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평론가는 “전도연이 이병헌 김고은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영화에 억지스러운 장면이 많았지만 내공 있는 배우들이 연기해서 감정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미모왕-‘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 동명의 광고를 원작으로 한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는 매일 생김새, 성별, 인종까지 모든 것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지는 이수 역을 맡았다.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만 123명에 달한다. 영화는 이 설정을 제외하고는 만남부터 이별, 재회까지 전형적인 연애의 과정을 밟되 매 순간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그려내며 사람들이 연애에 갖는 환상을 조금씩 자극한다. 화면 속의 한효주는 말 그대로 투명하게 빛나지만 그 동안 ‘감시자들’ 외에는 늘 맑고 예쁜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미모(평균 4.2점) 외에 연기변신(1.5점), 노력(2점), 상대와의 조화(2.7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뷰티 인사이드’는 설정의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배우들이 보여줘야 할 연기의 난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 아차상-‘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결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여자 변호사 연우(엄정화)는 뉴욕 지사 발령을 앞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저승에 간다. 그곳에서 만난 이 소장(김상호)은 연우에게 한 달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원래의 삶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팔불출 남편(송승헌)과 두 아이와 부대끼며 온갖 사고를 치던 연우는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해나가기 시작한다.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해낸 엄정화는 ‘츄리닝’ 패션을 한 평범한 엄마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아이와 남편을 위해 가슴 아파하는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와 댄스 가수를 오갔던 ‘댄싱 퀸’(2012년) 속 그의 모습을 떠올리는 관객도 적잖을 듯 하다. 어디서 본 듯한 영화의 줄거리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연기변신(평균 2.6점), 미모(2.6점) 등 전반적으로 2, 3점대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엄정화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물이 올랐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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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타향살이… 인민군 포로 ‘61년만의 귀향길’

    “고향을 떠나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웠지만 팔순이 되다 보니 고향 생각이 납니다. 나는 사상이나 이념, 정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저 농사꾼일 뿐입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복 씨(79)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그는 인민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됐고 1954년 중립국행을 택해 브라질로 떠났다. 그는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리턴 홈(귀향)’에 출연하면서 60여 년 전의 여정을 되짚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5월 브라질을 출발한 뒤 중립국행을 택한 포로들이 약 2년간 머물렀던 인도를 둘러보고 지난달 23일 한국에 도착했다. 이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그가 포로로 붙잡혔던 경기 양평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다녔다. 11일 판문점을 끝으로 남한에서의 일정은 끝난다. 그의 마지막 목적지는 고향이 있는 북한. 현재 북한 주재 브라질대사관과 브라질 주재 북한대사관 등을 통해 방문 신청 서신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는 상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우리말을 많이 잊은 그였지만 고향에 가고 싶다는 열망만은 또렷했다. “고향에 가면 아버지를 제일 만나고 싶지요. 물론 세상을 떠나셨겠지만…. 누나와 남동생도 있었어요. 주일 새벽이면 어머니가 ‘명복아, 일어나 교회 가자’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영화를 연출한 조경덕 감독은 “당시 중립국행을 택했던 인민군 포로 중 생존해 있는 이는 12명 정도이고, 그중 북한에 가겠다고 나선 분은 김명복 어르신 단 한 명”이라고 말했다. “전쟁 때문에 내가 고향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서울로 기차 타고 오며 생각했습니다. ‘전쟁 없이 통일이 돼 신의주까지 이대로 기차를 타고 가고 싶다….’ 내가 자라난 땅을 꼭 밟고 싶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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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인 “요즘 제일 욕심나는 게 한류스타”

    《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개봉 6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있다. 영화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에게 쫓기는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29)은 밑도 끝도 없이 못된, 관객들이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사회 특권층’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영화 말미의 통쾌함을 담보해낸다. 난생처음 악역을 맡아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첫 악역인데 부담은 없었나. “사실 류승완 감독님 영화라고 해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좀 튕기는 척했지만…. 그동안 ‘완득이’(2011년) ‘깡철이’(2013년)에서 ‘착하고 가난한 청년’만 연기했고 외모가 재벌 3세를 할 정도로 세련된 것도 아니라 너무 이질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내가 악역을 연기할 때의 충격이나 강렬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다.” ―처음 치고는 악역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조태오는 어른들 사이에서 정장을 입고 있지만 내면은 완전히 어린아이 같다. 그래서 힘주고 소리 지르기보다는 순진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악역을 연기하려고 했다. 이전에 본 악역 연기를 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역 속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역을 맡는다’고 한 적이 있던데 실제 유아인에게 조태오 같은 면도 있는 건가. “애써 내 안에서 닮은 면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조태오 같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많긴 하다. ‘너 연기 못해, 이상해’ 하는 얘기를 바로 앞에서 들을 일은 거의 없지 않나. 배우라면 일단 예뻐해 주고 배려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칭찬 잘 안 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려 노력한다.”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데뷔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반짝 누리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영향을 미친 건가. “어릴 때는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우연히 캐스팅돼 ‘반올림’에 출연했을 때 직장 출근하듯 촬영장을 다녔었다. ‘반올림’ 뒤엔 가수 데뷔를 위해 노래 연습한 적도 있고, 아예 연기를 그만두려고 고향(대구)에 내려간 적도 있다. 그런 시간이 내겐 자양분이 됐다.” ―그러고 보면 여느 20대 배우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년) ‘좋지 아니한가’(2007년) 같은 저예산영화에도 출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요즘 제일 욕심나는 게 한류 스타다! 난 원래 인기를 좇는 사람인데 예전에는 괜히 튀고 싶어서 그런 티를 안 냈었다. 내 경쟁력은 그냥 연기 열심히 하는 거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청춘의 표상’ 같은 역할만 맡아왔는데 이제 30대가 되니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유아인은 추석 연휴 기대작인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10월 방영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주인공 이방원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대장금’ ‘선덕여왕’ 등을 쓴 김영현 박상연 작가 콤비가 극본을 맡은 작품이다. “지금까지 인기가 없진 않았는데 늘 2등이었다. 배우로서 도장 한번 ‘쾅’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그의 말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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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인 “지금까진 늘 2등…배우로서 도장 ‘쾅’ 찍고픈 욕심”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개봉 닷새 만에 관객 276만여 명을 기록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에게 쫓기는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29)은 밑도 끝도 없이 못된, 관객들이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재벌3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영화 말미의 통쾌함을 담보해낸다. 난생 처음 악역을 맡아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악역인데 부담은 없었나. “사실 류승완 감독님 영화라고 해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좀 튕기는 척 했지만…. 그동안 ‘완득이’(2011년) ‘깡철이’(2013년)에서 ‘착하고 가난한 청년’만 연기했고 외모가 재벌 3세를 할 정도로 세련된 것도 아니라 너무 이질적이지 않을까 생각 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내가 악역을 연기할 때의 충격이나 강렬함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다.” -처음 치고는 악역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조태오는 어른들 사이에서 정장을 입고 있지만 내면은 완전히 어린 아이 같다. 그래서 힘주고 소리 지르기보다는 순진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악역을 연기하려고 했다. 이전에 본 악역 연기를 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역 속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역을 맡는다’고 한 적이 있던데 실제 유아인에게 조태오 같은 면도 있는 건가. “애써 내 안에서 닮은 면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조태오 같은 인간이 될 가능성이 많긴 하다. ‘너 연기 못해, 이상해’하는 얘기를 바로 앞에서 들을 일은 거의 없지 않나. 배우라면 일단 예뻐해 주고 배려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칭찬 잘 안 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려 노력한다.”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데뷔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반짝 누리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영향을 미친 건가. “어릴 때는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우연히 캐스팅돼 ‘반올림’에 출연했을 때 직장 출근하듯 촬영장을 다녔었다. ‘반올림’ 뒤엔 가수 데뷔를 위해 노래 연습한 적도 있고, 아예 연기를 그만두려고 고향(대구)에 내려간 적도 있다. 그런 시간이 내겐 자양분이 됐다.” -그러고 보면 여느 20대 배우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년) ‘좋지 아니한가’(2007년) 같은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을 하기도 하고. “요즘 제일 욕심나는 게 한류 스타다! 난 원래 인기를 쫓는 사람인데 예전에는 괜히 튀고 싶어서 그런 티를 안 냈었다. 내 경쟁력은 그냥 연기 열심히 하는 거 외엔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청춘의 표상’ 같은 역할만 맡아왔는데 이제 30대가 되니 어디도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유아인은 추석 연휴 기대작인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10월 방영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주인공 이방원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대장금’ ‘선덕여왕’ 등을 쓴 김영현 박상연 작가 콤비가 극본을 맡은 작품이다. “지금까지 인기가 없진 않았는데 늘 2등이었다. 배우로서 도장 한번 ‘쾅’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그의 말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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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신명난 춤판 이젠 하늘서 펼치시길

    한국 전통춤의 거목 우봉(宇峰) 이매방(본명 이규태) 명인이 7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24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0회 우봉 이매방 전국무용경연대회에 참석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3일부터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6일 병원 입원 하루 만에 눈을 감았다. 고인은 승무와 살풀이춤 등 두 종목의 인간문화재이다.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생전 고인은 “최고의 명무(名舞)란 ‘오매! 요염한 거!’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춤”이라고 했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7세 때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기생들의 조합)장의 권유로 권번교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창조, 이대조, 박영구에게 승무와 검무, 살풀이 등을 사사했다. 15세 때 목포에서 명창 임방울 공연에 출연해 승무를 춰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80여 년간 춤 인생을 걸었다. ‘매방’이라는 이름은 중국 경극 스타 메이란팡(梅蘭芳·매란방)에서 따왔다. 고인은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해 입춤, 검무, 장검무 등 19종의 춤을 췄다. 고인의 승무는 세찬 장삼놀음, 기교적인 발 디딤새가 특징이며, 살풀이는 전통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을 구현해냈다. 국수호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매방 선생은 기방 예인들의 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전통춤의 부활을 가져다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1978년 프랑스 렌에서 열린 세계민속예술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1986년 일본과 미국에서 순회공연을 펼치는 등 한국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렸다. 2007년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2009, 2010년에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무대에 올라 승무와 살풀이를 선보였다. 2012년 부채춤의 대가 김백봉 선생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게 대중 앞에서 펼친 마지막 공연이었다. 고인의 임종을 지킨 제자이자 한국무용가 백경우 씨는 “지난해 8월 제자들만 모인 개인 발표회에서 직접 입춤을 선보일 정도로 춤에 대한 의지와 힘이 넘치셨다”며 “11월에도 제자들과 함께 모여 선생님의 춤을 모두 선보이는 큰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자신이 오르는 무대의 의상과 소품을 모두 직접 제작하고 제자들의 옷까지 모두 지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이사한 집의 장롱 높이가 맞지 않자 직접 톱으로 썰어 높이를 맞춘 적이 있을 정도로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셨다”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옷을 짓듯 춤에서도 천의무봉(天衣無縫)이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옥관문화훈장,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8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자 씨와 딸 이현주, 사위 이혁열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7시 반, 장지는 경기 광주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02-3410-691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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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선정때 작품성만 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정신 지켜낼 것”

    “제가 계획한 제 인생에서 배우 외의 직업은 없었어요.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중요한 영화제를 위해 제가 보탬이 된다면 영화배우 강수연으로서도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49)의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강 위원장은 “그동안 영화제에 힘든 일이 많았다. 이렇게 힘들 때 영화제 일을 맡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는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 뒤 1월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다. 이날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이 위원장은 “강 위원장 선임에 부산시가 합의한 것은 과거는 뒤로하자는 뜻이다. 올해 20회인 영화제가 성년을 맞으며 겪는 성장통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시와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었고 부산시가 예산 문제 등에서도 힘을 많이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다이빙벨’ 외압 논란과 관련해 영화의 완성도와 예술성만으로 초청 영화를 선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회 때부터 무수히 비슷한 일을 겪어 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20회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힘입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잡음은 있겠지만 영화제의 입장은 그대로일 겁니다.” 강 위원장은 “당장 영화제(10월 1∼10일)가 얼마 남지 않아 정신없이 배우고 있다”며 “올해가 20주년인 만큼 다양한 특별전과 깜짝 놀랄 만한 영화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마켓 분야에 집중해 올해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을 열 계획이다. 또 그는 “한국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배우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왔다”며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좋은 영화인을 발굴해 관객층을 넓혀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의 아시아 영화펀드, 영화아카데미 등이 바로 그런 창구”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이 2명인 것은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집행위원장이 한 명이냐 두 명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화제에서 실질적으로 몸 바쳐 일하고 있는 스태프를 다독이고 같이 결정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두 명, 세 명 있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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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 MOVIE]2015년 여름 액션 블록버스터 大戰 최후의 승자는…

    《 올여름 극장 최대 성수기를 장식할 블록버스터들이 마침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암살’과 30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각각 관객 700만 명과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여기에 5일 류승완 감독 연출, 황정민 유아인 주연의 ‘베테랑’이 가세했다. ‘베테랑’의 예매율은 5일 현재 1위다(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올여름의 진정한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세 영화를 ‘씹고 뜯고 맛봤다’. 》▽이새샘=이건 짚고 넘어가자. 세 영화를 단순 비교하는 건 사실 무리가 있어. ‘베테랑’ 순제작비가 60억 원 정도인데 ‘암살’은 180억 원이니 차이가 너무 크게 나. 그리고 1억 달러가 훨씬 넘는 ‘미션…’이랑 두 한국 영화를 비교하는 건 민망할 정도지. ▽김배중=그래도 ‘암살’이 가장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을까. ‘미션…’은 벌써 다섯 번째여서 기시감도 있고. 전편이 760만 명 정도 들었다지만 톰 크루즈가 나이 들었다는 느낌이어서 아쉽던데. ▽이=난 오히려 1편의 첩보물 느낌으로 돌아간 점이 좋았어. 1편이 제일 재미있고, 그 다음이 이번 편인 듯. 액션도 그 정도면 괜찮은 거 아냐? 이륙하는 비행기에도 매달렸는데. ▽김=머리싸움을 하는 건 좋은데 악역인 레인(숀 해리스)이 너무 쉽게 잡히잖아. 톰 크루즈와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한 번쯤 보여줬어야 하는 거 아닐까. 레인이 몸을 잘 못 쓰는 ‘액션치’가 아닐까 생각했다니까. ▽이=하긴 톰 크루즈의 액션 장면을 여성 스파이 일사 역의 리베카 퍼거슨이 대신 가져갔지. 간만에 보는 멋진 언니였어. ‘암살’도 사실상 전지현 단독 주연일 정도로 비중이 높았어. 거기다 여자가 봐도 아름답더라. 피부 아래 형광등 심은 줄. ▽김=클라이맥스인 결혼식 총격 장면에서 웨딩드레스 입은 전지현이 허벅지를 확 드러내는데 그 순간 ‘와, 관객 몰이에 최선을 다하는구나’ 싶더라니까. 근데 ‘미션…’에서도 일사가 오스트리아 총리 암살 장면에서 허벅지를 드러내잖아. 역시 대세는 허벅지…. 하하. ▽이=‘암살’은 당시 경성 풍경이나 독립군 주둔지 등 미술과 세트에 돈을 쓴 티가 나지. ‘찡했다’ ‘울었다’는 온라인 관객평이 많던데, 애국심 코드가 노골적이지만 역시 지난해 ‘명량’처럼 안티가 나오기 힘든 영화인 것 같아. ▽김=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이렇게 통쾌하면서도 뭔가 여운이 남는 영화로 끌어내준 점은 좋았어. ▽이=‘베테랑’은 어때? ‘도둑들’로 1000만을 넘긴 최동훈 감독이 전작과 다른 스타일로 ‘암살’을 만들었다면, ‘베를린’으로 흥행했던 류승완 감독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로 편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시나리오 초고를 일주일 만에 썼다고 하더라고. ▽김=역시 믿고 보는 류승완 감독-정두홍 무술감독 콤비! 하지만 ‘암살’과는 달리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영화라고 봐. ‘베테랑’을 부모님한테 추천하긴 어렵잖아. ▽이=난 유아인이 악역을 처음 맡았는데 실제 모습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려서 놀랐어. 오히려 열혈 형사 서도철 역의 황정민이 어디선가 봤던 모습 같아서 아쉬웠어. 사실 등장인물들이 다 좀 상투적이긴 하지. 재벌은 나쁜 놈이고, 형사는 정의롭고. ▽김=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영화니 꼭 인물이 입체적이고 줄거리에 반전이 있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날도 더운데 머리까지 써야 하나? ▽이=정리해 보자. 역시 승자는 ‘암살’이 될 가능성이 크지? ‘미션…’, ‘베테랑’은 큰 차이 없을 것 같고. ▽김=전지현, 이정재, 하정우에 오달수, 조진웅까지 나오는 ‘암살’은 당연히 1000만 명 못 넘으면 이상할 듯. 제작비 대비 가장 실속 있는 건 ‘베테랑’ 아닐까? 최소한 500만 명은 넘길 것 같아. ▽이=사실 상반기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외엔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지. ‘메르스 공포’ 여파도 있었고. 지난해 세월호 때문에 상반기 흥행이 저조했다가 여름철 ‘명량’ ‘해적’ 등으로 반전된 것처럼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탈 걸로 보여. 세 영화가 모두 ‘위너’가 되는 아름다운(?) 결말이 될 거 같아.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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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로에 오달수가 없다면… 곧고 강직한 여인, ‘진국’ 진경…

    여름철 극장 성수기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황정민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한 한국 영화의 흥행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어느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든 웃는 배우는 따로 있다. 바로 각 영화마다 ‘겹치기 출연’하며 맹활약하는 감초 조연 배우들. 올해 초 ‘국제시장’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출연 영화 누적 관객 1억 명을 돌파한 오달수는 ‘암살’과 ‘베테랑’에 모두 출연했다. ‘암살’에서는 살인 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을 돕는 ‘영감’ 역으로, ‘베테랑’에선 주인공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상사인 오 팀장으로 나온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는 배역이지만 두 편 모두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이자 ‘웃음 유발자’로 활약한다. 역시 ‘암살’과 ‘베테랑’에 동시 출연한 배우 진경도 숨은 승자다. ‘암살’에서는 독립운동을 물밑에서 지원하다 친일파 남편 강일국(이경영)에게 암살당하는 아내로, ‘베테랑’에서는 서도철의 아내이자 사회복지상담사로 나온다. 두 영화에서 모두 특유의 단단한 목소리로 남편의 잘잘못을 서슴없이 따지는 곧고 강직한 아내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난해부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군도’ ‘패션왕’ ‘제보자’ ‘타짜―신의 손’ ‘허삼관’ ‘은밀한 유혹’ 등 10편이 넘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해 ‘다작왕’으로 불리는 배우 이경영은 어떨까. ‘암살’에서 암살 타깃인 친일파 강일국으로 비중 있는 역을 맡은 그는 다행히(?) ‘베테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협녀, 칼의 기억’ ‘뷰티 인사이드’ ‘치외법권’ 등 그의 출연작이 8월 내내 줄줄이 개봉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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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 깊어지는 일본… ‘평화’ 말만 꺼내도 좌익으로 몰아”

    페도라(챙이 짧은 중절모)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그는 연신 기침을 했다. “감기 걸린 게 아니라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그렇다”고 했다.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소노 시온 감독(54)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폐막한 제19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 (아니)다’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여고생 수십 명이 전철에 뛰어들어 역사가 피바다가 되는 ‘자살클럽’(2002년) 등 그는 잔혹하고 거침없는 연출로 유명하다. 5월 일본에서 개봉한 그의 신작 ‘신주쿠 스완’은 당시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실사판 ‘신데렐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천 영화제 특별전에서 신작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 & 피스’가 공개됐다. 바람이 살인자가 돼 여고생들을 반토막내는 ‘리얼 술래잡기’는 ‘자살클럽’과 닮은 듯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약자가 공격당할 때 공포감이 더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근육질 남자가 죽거나 다친다면 덜 무서울 거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곤경에 빠뜨리는 건 너무 거부감이 클 테니 여고생을 대상으로 삼는 거다.” ―올해 벌써 ‘신주쿠 스완’ 등 영화 3편이 개봉했고 ‘모두 초능력자야’가 개봉 예정이다. 거기에 시도 쓰고 음악 작업에 방송 출연까지 한다.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 “하루를 세 번 산다. 일과가 끝난 뒤 다시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거다. 영화 촬영이 끝나서 집에 오면 집필을 하고, 그 뒤에 또 누굴 만나러 놀러 나간다. 물론 잠은 많이 못 잔다. 늘 수면 부족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공포, 스릴러, 에로 등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개성이 강하다. 비결이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성실해지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촬영 현장에선 팬티 한 장에 잠옷을 입고 있는 듯이 편안해야 한다. 미움받거나 싫다는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붕괴된 가족을 그린 ‘노리코의 식탁’(2005년)이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다룬 ‘두더지’(2013년)를 보면 당신이 그리는 일본은 어딘가 병들어 있다. “병들어 있는 일본 사회를 표현하는 건 그런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이제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더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지난 1년간 일본에 여러 번 실망했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평화를 이야기하기만 해도 좌익이라고 극단적으로 분류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 인근의 무인지대에서 촬영한 신작 ‘소곤소곤 별’처럼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만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신을 ‘천재 변태’라고 하더라. “대단하다! 고맙다.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야한, 색골 정도랄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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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노 시온 감독 “에너지의 원천? 하루를 세 번 산다고 생각”

    페도라(챙이 짧은 중절모)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그는 연신 기침을 했다. “감기가 걸린 게 아니라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그렇다”고 했다.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소노 시온 감독(54)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폐막한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 (아니)다’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여고생 수십 명이 전철에 뛰어들어 역사가 피바다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자살클럽’(2002년)이나 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결국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두더지’(2013년) 등 그는 잔혹하고 거침없는 연출로 유명하다. 5월 일본에서 개봉한 그의 신작 ‘신주쿠 스완’은 당시 6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신데렐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금 피곤해 보인다. “평생을 통틀어 가장 바쁘다. 영화 2편(‘모두 초능력자야’ ‘소곤소곤 별’)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올해 벌써 ‘신주쿠 스완’ ‘리얼 술래잡기’ ‘러브 앤 피스’ 등 3편이 개봉했고 ‘모두 초능력자야’가 개봉 예정이다. 감독만으로도 바쁠 텐데 시집도 내고 음악작업에 방송출연까지 한다.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 “나는 내가 하루를 세 번 산다고 생각한다. 일과가 끝난 뒤 쉬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시작하는 거다. 영화촬영이 끝나서 집에 오면 집필을 하고, 그게 끝나면 누굴 만나러 놀러나간다. 물론 잠은 많이 못 잔다. 늘 수면 부족이다.” -부천 영화제 특별전에서 신작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 앤 피스’가 공개됐다. ‘리얼 술래잡기’는 ‘자살클럽’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바람이 살인자가 돼 여고생을 쫓는다는 내용인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약자가 공격당할 때 공포감이 더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근육질 남자가 죽거나 다친다면 덜 무서울 거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곤경에 빠트리는 건 너무 거부감이 클 테니 여고생을 대상으로 삼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공포, 뮤지컬, 스릴러, 에로 등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개성이 강하다. 비결이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성실해지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촬영현장에선 팬티 한 장에 잠옷을 입고 있는 듯이 편안해야 한다. 미움 받거나 싫다는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작업해야 한다.” -붕괴된 가족을 그린 ‘노리코의 식탁’(2005년)이나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다룬 ‘두더지’를 보면 당신이 그리는 일본은 어딘가 병들어 있다. “병들어 있는 일본 사회를 표현하는 건 그런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이제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과거에는 조금이나마 애정이 있었는데 지난 1년 간 일본에 여러 번 실망했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평화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편파적인 사람, 좌익이라고 극단적인 판단을 내려버린다. 다만 신작인 ‘소곤소곤 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 인근의 무인지대에서 촬영했다. 그렇게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만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당신을 ‘천재 변태’라고 하더라. “대단하다! 고맙다.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야한, 색골 정도랄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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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15년 장수 일드 ‘파트너’ 비결은…

    시즌제 드라마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시즌이 두 자릿수를 넘긴 드라마는 많지 않다. 시즌이 거듭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돼 지루해지며 시청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드라마 ‘파트너’(相棒·아이보)는 한국, 미국, 일본을 통틀어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형사 2명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형사 드라마로 매회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에피소드식 구성이다. 올해 시즌 13까지 방영됐는데 정식 시즌 시작 전 방영된 특별드라마까지 포함하면 15년째 방영 중이다. ‘파트너’가 진짜 독보적인 이유는 그동안 시청률이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0% 초반을 기록했던 시청률은 오히려 점점 올라 최근에도 웬만하면 10% 후반, 높을 때는 20%를 넘기도 한다. 그 사이 일드 전체 시청률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높은 수치다. 장수 비결은 뭘까. 우선 고전을 참고해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스기시타 우쿄(미즈타니 유타카)는 셜록 홈스와 닮은 구석이 많다. 도쿄대 출신의 엘리트인 그는 천재적인 추리 실력과 관찰력을 갖고 있지만 타인과의 친화력은 0에 수렴한다. 당연히 윗선의 눈치를 볼 줄도 몰라 있으나마나 한 부서인 경시청 특명계에 좌천된 상태다. 홍차를 사랑하고 꽃과 식물을 즐기며,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인 등 취미가 다양한 것도 홈스와 닮았다. 다만 사건에만 집중하는 홈스와 달리 경찰을 위한 충언을 아끼지 않으며, 정신 못 차리는 범인에게는 버럭 화를 내며 훈계할 때도 있다. 이성과 논리 중심의 서양형 엘리트에 동양의 지사(志士)형 엘리트를 배합해 ‘현지화’한 셈이다. 추리에서 오는 재미를 극대화하되 시대상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첨가해 15년 세월을 극복하는 것도 비결이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세대갈등으로 인한 범죄나 인터넷을 이용한 신종 범죄가 늘어나 사건 내용이나 수사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작은 범죄에서 시작해 고위 관료가 실각하는 스캔들이 벌어진다거나 ‘가족’의 일이라면 덮어주고 보는 경찰 조직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작가나 감독 1, 2명이 작품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매회 다른 작가와 감독이 붙어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드라마를 쇄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겨뒀다. 형식과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상대역인 파트너 형사를 교체해 드라마에 새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지금까지 파트너로 스기시타와 정반대 매력의 가메야마 가오루(데라와키 야스후미), 닮은 듯 다른 간베 다케루(오이카와 미쓰히로), 부자지간 같았던 가이 도루(나리미야 히로키)까지 3명이 활약했다. 10월부터 방영을 시작할 시즌 14에서는 새 파트너가 나선다. 매 회가 기록인 ‘전설의 레전드’ 드라마 ‘파트너’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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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 조연서 주연으로… 사고뭉치들 출세했네

    ‘만년 조연’도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9일 개봉한 ‘미니언즈’와 8월 13일 개봉하는 ‘숀더쉽’은 이런 인생역전을 이룬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미니언즈’는 이미 앞서 개봉한 해외 각국에서 흥행 수익 7억 달러를 넘기며 돌풍을 일으켰다. ‘숀더쉽’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아직 개봉 전인데도 이미 6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사이트 기준).○ 사고뭉치 vs 사고뭉치 미니언은 2007년 1편이 나온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악당 그루에게 막무가내로 충성을 바치는 부하로 처음 등장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몸통에 커다란 눈, 온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는 미니언들은 귀여운 외모에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활기찬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엔 2012년에 3D 영상 놀이기구 ‘슈퍼배드: 미니언 대소동’이 생겼을 정도다. ‘숀더쉽’의 양떼들은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점토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한 컷씩 촬영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1995년 단편 ‘양털 도둑’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양떼들이 계속 주목 받으면서 2007년에는 10대 소년 양 숀을 주인공으로 영화와 제목이 같은 TV 애니메이션이 먼저 방영됐다. ○ 과거로 간 미니언 vs 도시로 간 양떼 영화 ‘미니언즈’는 미니언이 ‘슈퍼배드’의 그루를 만나기 전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다룬다. 미니언 세 마리(?) 케빈, 스튜어트, 밥의 지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만나 그를 보스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부터 파라오, 드라큘라 등 당대 최고의 강자만을 섬겼던 이들은 여자 악당 스칼렛을 만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관을 훔치는 임무에 가담한다. 영화에선 그루의 어린 시절도 공개되며, 특히 △바나나 기원설 △외계인설 등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던 미니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가 영화 도입부에 밝혀진다. ‘숀더쉽’의 주인공 숀도 미니언 못지않은 사고뭉치다. 시골 농장에 사는 숀은 아빠 농부를 재워서 캠핑카로 옮겨두고 집에서 영화를 보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캠핑카가 사고로 ‘빅 시티’로 굴러가버리면서 양떼들은 아빠를 구출하기 위해 농장을 떠나 도시로 간다. 하루 종일 작업해도 2, 3초 분량이 겨우 완성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꽤 속도감 넘치는 차량 추격 장면까지 표현해낸다. ○ 미니언과 양떼는 무성영화 배우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미니언은 피에르 코팽 감독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참고해 고안한 ‘미니언어’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의 말로 ‘번역’ 가능한 미니언어는 15개 남짓. 이 중 ‘1, 2, 3’을 뜻하는 ‘하나, 둘, 새(Hana, Dul, Sae)’는 한국어를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숀더쉽’에서도 양들은 말을 하는 대신 ‘메에에∼’ 하는 울음소리만 낸다. 심지어는 인간 캐릭터도 음의 높낮이나 어조만 있는 웅얼거리는 소리로 의사표현을 한다. 대신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충분히 알아들을 만한 풍부한 표정연기가 이들의 강점이다. ‘미니언즈’는 미국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숀더쉽’은 영국 아드먼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 때문인지 두 애니메이션은 모두 가족애와 교훈을 강조하는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있다. ‘미니언즈’는 악당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실패하는 미니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너지를 91분 동안 끝까지 밀어붙인다. ‘숀더쉽’은 양떼들의 활극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타에 목매고 겉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태를 특유의 영국식 유머로 풍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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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 조연’ 들의 인생역전? 미니언과 양떼, 주인공 되다

    ‘만년 조연’도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9일 개봉한 ‘미니언즈’와 8월 13일 개봉하는 ‘숀더쉽’은 이런 인생역전을이룬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미니언즈’는 이미 앞서 개봉한 해외 각국에서 흥행 수익 7억 달러를 넘기며 돌풍을 일으켰다. ‘숀더쉽’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아직 개봉 전임에도 이미 6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사이트 기준). ● 사고뭉치 vs 사고뭉치 미니언은 2007년 1편이 나온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악당 그루에게 막무가내 충성을 바치는 부하로 처음 등장했다. 노랗고 동글동글한 몸통에 커다란 눈, 온 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는 미니언들은 귀여운 외모에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활기찬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엔 2012년에 3D 영상 놀이기구 ‘슈퍼배드: 미니언 대소동’이 생겼을 정도다. ‘숀더쉽’의 양떼들은 클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점토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한 컷 씩 촬영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1995년 단편 ‘양털도둑’편에서 처음 등장했다. 양떼들이 계속 주목 받으면서 2007년에는 10대 소년 양 숀을 주인공으로 영화와 제목이 같은 TV 애니메이션이 먼저 방영됐다. ● 과거로 간 미니언 vs 도시로 간 양떼 영화 ‘미니언즈’는 미니언이 ‘슈퍼배드’의 그루를 만나기 전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다룬다. 미니언 세 마리(?) 케빈, 스튜어트, 밥의 지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만나 그를 보스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부터 파라오, 드라큘라 등 당대 최고의 강자만을 섬겼던 이들은 여자 악당 스칼렛을 만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관을 훔치는 임무에 가담한다. 영화에선 그루의 어린 시절도 공개되며, 특히 △바나나 기원설 △외계인설 등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던 미니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가 영화 도입부에 밝혀진다. ‘숀더쉽’의 주인공 숀도 미니언 못지않은 사고뭉치다. 시골 농장에 사는 숀은 아빠 농부를 재워서 캠핑카로 옮겨두고 집에서 영화를 보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캠핑카가 사고로 ‘빅 시티’로 굴러가버리면서 양떼들은 아빠를 구출하기 위해 농장을 떠나 도시로 간다. 하루 종일 작업해도 2, 3초 분량이 겨우 완성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꽤 속도감 넘치는 차량 추격 장면까지 표현해낸다. ● 미니언과 양떼는 무성영화 배우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미니언은 피에르 꼬팽 감독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참고해 고안한 ‘미니언어’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의 말로 ‘번역’ 가능한 미니언어는 15개 남짓. 이중 ‘1, 2, 3’을 뜻하는 ‘하나, 둘, 새(Hana, Dul, Sae)’는 한국어를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숀더쉽’에서도 양들은 말을 하는 대신 ‘메에에~’하는 울음소리만 낸다. 심지어는 인간 캐릭터도 음의 높낮이나 어조만 있는 웅얼거리는 소리로 의사표현을 한다. 대신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충분히 알아들을 만한 풍부한 표정연기가 이들의 강점이다. ‘미니언즈’는 프랑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숀더쉽’은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 때문인지 두 애니메이션은 모두 가족애와 교훈을 강조하는 미국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있다. ‘미니언즈’는 악당이 되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실패하는 미니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너지를 91분 동안 끝까지 밀어붙인다. ‘숀더쉽’은 양떼들의 활극을 그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타에 목을 매고 겉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세태를 특유의 영국식 유머로 풍자한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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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름 깊어진 톰 아저씨, 그에겐 여전히 불가능이란 없다

    ‘톰 형님’이 돌아왔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15세 이상 관람가)이 30일 개봉한다. 맨손으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830m)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외벽을 기어오른 것이 4년 전. 피부는 거칠어지고 주름도 깊어졌지만 특유의 ‘미친 액션’은 여전했다. 여기에 탄탄한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조연까지 추가한 ‘…로그네이션’은 20년 가까이 된 시리즈의 수명을 다시 연장하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불가능한 임무’를 해내고야 만다.○ 첩보 ‘액션’에서 ‘첩보’ 액션으로 애당초 ‘미션 임파서블’ 1편(1996년)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스파이의 운명을 보여주며 기존 첩보물의 문법을 비튼 영화였다. 이후 액션에 방점을 찍었던 2, 3, 4편과 달리 ‘…로그네이션’은 이 시리즈가 첩보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제목의 ‘로그(rogue)’는 사기꾼이라는 뜻으로 ‘로그네이션’은 직역하면 ‘사기꾼 국가’다. 영화 초반 미국 정부는 이선 헌트(톰 크루즈)가 속한 IMF(Impossible Mission Force)가 과거에 수행했던 작전들을 불법 행위로 치부하며 IMF를 해체해 버린다. 졸지에 국가에 사기당한, 국적 잃은 스파이가 된 이선은 홀로 무국적 테러집단 신디케이트를 쫓는다. 이렇게 21세기다운, 더이상 국적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걸맞은 첩보물이 탄생했다.○ 물 속으로 뛰어든 톰 크루즈 이선 헌트가 줄 하나에 의지해 CIA의 심장부를 허공에서 침투하는 명장면을 남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특유의 공중 액션으로 유명하다. 2편에서는 미국 유타주립공원의 암벽을 맨손으로 등반했고 3편에선 홍콩의 56층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이번에도 영화 초반부 이륙하는 비행기에 뛰어올라 1525m 상공에 매달린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다. 공중에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건 이제 식상하다는 듯 이선은 임무 수행을 위해 아무 장비 없이 맨몸으로 26만 L 물 속에 뛰어든다. 약 6분 동안 잠수하며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난 그는 정신도 차리기 전에 자동차를 타고 모로코 카사블랑카 뒷골목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연이어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이름값을 증명한다.○ 전에 없던 ‘센 언니’의 등장 신디케이트에 붙잡힌 이선을 구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여성 캐릭터다. 신디케이트의 조직원이면서 이선을 돕는, 적인지 아군인지 도통 헷갈리는 그는 그저 늘씬한 미녀로 소비되는 데 그치는 대신 잇단 반전을 선사하며 영화의 흐름을 주무른다. 허벅지선 깊숙이 찢어진 실크 드레스를 입은 일사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선율에 맞춰 우아한 동작으로 암살 지령을 수행하는 모습은 남녀 모두 매력적으로 느낄 만하다. 그의 등장으로 손해를 본 건 톰 크루즈다. 영화 중후반까지 맹활약하던 이선은 나이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인지 말미의 맨몸 격투 장면을 일사에게 양보한다. 신디케이트의 수장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을 잡는 순간에도 팀원인 브랜트(제러미 레너), 벤지(사이먼 페그), 루서(빙 레임스)와 협력한다. 톰 크루즈의 원맨쇼에 가깝던 이전 시리즈와 달라진 점이다. 그 대신 4편에서 첫선을 보인 팀원 사이의 호흡은 더욱 쫀쫀해졌고 주고받는 농담도 더 차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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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욕설에 반말은 기본” “방송사 공개방송은 더해”

    ‘아티스트를 폭행하는 안전요원?’ 24∼26일 열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현장 안전요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26일 오후 가수 장기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를 발견한 분들이 반가운 마음에 저를 들어올렸고 이를 본 가드분께서 제 아티스트 팔찌를 끊고 욕설을 한 뒤 제 뒷목을 잡아 끌어냈다”고 글을 올렸다. 약 2시간 뒤 장기하는 SNS에 해당 안전요원의 소속 업체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장기하가 올린 업체의 사과문에는 “저희 담당자의 과민한 대응이었다. 앞으로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에는 안전요원의 과잉 대응을 직접 경험했다며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안전요원이) 욕설은 기본이고 목을 조르고 폭행했다”며 “눈을 맞아 제대로 뜨고 있질 못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콘서트에서도 안전요원들이 욕설에 반말을 일삼는다”며 “무료인 방송사 공개방송에서는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과잉 대응은 문제지만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당연히 제지해야 한다”며 “혹시 사고가 나면 또 안전요원 탓할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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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 공식은 없어… 관객은 늘 새것을 원해”

    영화 ‘암살’이 개봉 닷새 만인 26일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토요일인 25일에만 관객 약 94만9000명이 들며 역대 한국 영화 일일 관객 2위(1위는 ‘명량’의 약 125만7000명)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암살’ 개봉일인 2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제작사 케이퍼필름에서 최동훈 감독(44)을 만났다. 이미 ‘도둑들’(2012년)로 1298만 관객을 기록한 그이지만 순 제작비만 180억 원이 든 대작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다소 긴장돼 보였다. 한 시간 인터뷰 동안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를 두 번이나 더 부탁해 마셨고 대답을 망설일 때도 많았다. 최 감독의 사무실에는 염석진(이정재)이 끼고 나온 손가락 의수부터 안옥윤(전지현)의 안경집 등 각종 영화 소품과 사진, 스케치가 빼곡했다. ―일제강점기를 다뤄 성공한 영화가 별로 없다. 일종의 충무로 징크스인데…. “알면서도 너무 하고 싶었다. ‘타짜’(2006년)를 끝내고 처음 이 시나리오를 썼다. 그땐 성사가 안 됐지만 계속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전우치’(2009년) 속 영화 촬영장 장면에 ‘암살’을 찍는 모습을 넣기도 했다. 그 시대는 아무도 가지 않은 사막처럼 남겨진 시대다. 특히 독립군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드물다. 넓은 사막의 모래 한 줌을 관객들에게 선물처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1911년, 1933년, 1949년 세 시간대가 등장하는 데다 등장인물도 많다. 처음 출발점은 어디였나. “처음 구상 때는 추리극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다시 쓰며 시대와 인물에 좀 더 집중했다. 염석진과 안옥윤,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라는 인물을 먼저 떠올린 뒤 줄거리를 만들어 나갔다. 셋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친일파와 독립군,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방관자.” ―소품이나 세트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차량 추격 신을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옛날 차라 시속 30km밖에 속도를 못 냈다. 전 세계에 몇 대밖에 안 남은 차들이다 보니 차가 상전이었다. 한번은 중국촬영소에서 빌린 차로 찍다가 차 속도를 좀 냈는데 중국 직원이 마구 달려와서 차 키를 확 빼버리더라.”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말미는 교훈적으로 느껴지던데…. “그냥 암살 이야기를 할 거면 굳이 1930년대로 갈 필요가 없다. 그 시대를 관객이 엿보면서, 외롭고 쓸쓸한 정서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끝 부분이 없다면 영화는 그냥 활극이 됐을 것이다. 그 마지막 장면들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속도가 빠르고 ‘쿨’한 범죄물을 주로 만들었는데 ‘암살’은 편집이나 인물을 그리는 방식 등 여러 면이 다르다. 심지어 ‘최동훈 감독의 영화라는 것만 빼면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게 대체 누구냐.(웃음) 영화를 만들다 보면 주변에서 자꾸 감독을 카테고리화한다. 그럼 나는 ‘이 사람들이 우리 부모님도 모르는 나를 알려주는 건가?’ 하고 생각하지. 동시에 그런 평가에 내가 속박되기도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암살’은 이전과 달리 영화가 막 달려가다 잠깐 멈춰 서며 그 장면 속의 인물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연속으로 흥행작을 냈는데도 달라져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전작은 나의 적’이라고 말한 적도 있던데….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충무로 흥행 공식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언제나 새로운 걸 보고 싶어 한다. 편한 길을 가면 안 된다. 이전 영화도 만들 때는 안 될 거라고 욕 많이 먹었었다. ‘범죄의 재구성’(2004년)은 시나리오 써놓고 2년 반을 묵혔고, ‘타짜’도 워낙 원작이 유명해 오만하단 말을 들었다. ‘전우치’는 말할 것도 없고. 남들이 다 안 될 거라고 하는 그 긴장 속에서 영화를 만들다 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혹시 구상해 둔 후속작도 있나. “없다.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다. 3년에 한 편꼴로 찍고 있는데 10편 찍으면 30년 걸리는구나 생각을 하니까 덜컥 겁도 나고 영화를 더 열심히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감독 일이 삼한사온이다. 엄청나게 고생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있다.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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