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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일 기준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 올해 79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장 나이가 65세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 숀 바바벨라 미 해군 대령은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탁월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혈관, 폐, 신경 등의 신체 기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국립군사의료센터에서 약 3시간 동안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번 건강검진은 4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백악관이 정기 일정이라고 표현한 가운데, WP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통상 연 1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6개월 만에 건강검진을 받은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빨리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앞서 백악관은 4월 건강검진 후 “국가 원수이자 총사령관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히 적합한 건강상태”라는 진단 결과를 공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7월에 종아리가 붓는 증상으로 검진을 받았을 땐 노년층에서 흔히 발견되는 ‘만성 정맥부전’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가 다리에서 심장까지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정맥에 고이는 질병이다. 올 여름 트럼프 대통령의 손등에 멍 자국이 수차례 포착돼 건강 이상설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은 “잦은 악수와 (심혈관 예방 차원의) 아스피린 복용 탓에 연한 조직이 가볍게 자극받았다”며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훌륭하다”고 했다.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통령의 건강을 강조하는 건 역시 고령이었던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 이상 및 인지 기능 문제 의혹 등으로 인해 재선에 나서지 못한 영향도 있는 걸로 분석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수도 워싱턴에 개선문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후보 지역은 대표적인 관광명소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에 위치한 회전교차로 ‘메모리얼 서클’이다.개선문 건설 아이디어는 지난해 건축 평론가 케이츠비 리가 처음 제안했다. 그는 올해 초 “워싱턴은 주요 서방 국가 수도 중 유일하게 개선문이 없는 도시”라고 주장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건축 자문을 맡은 저스틴 슈보가 백악관에 개선문 건설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개선문은 원래 독립 250주년 기념해 임시로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백악관은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사진을 보면, 책상 위에 개선문 모형이 놓여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개선문 예상도를 캐나다 정부 관계자 측에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개선문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워싱턴 전역의 공원과 거리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연방 건물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양식으로 지어야 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임 후 백악관 리모델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로즈가든을 석조 테라스로 리모델링을 완료했고, 연회장 신축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텃밭이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주 방위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사진)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정계에선 프리츠커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그가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리츠커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민주당 내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전국적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겁쟁이다. 날 잡아가라고 해라”라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라고 말했다. 타코는 협상에서 처음에는 고율 관세로 압박하지만 곧이어 유예와 철회 등 ‘물러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꼬는 표현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표현이기도 하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과 프리츠커 주지사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7일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 방위군을 동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니다. 치매를 앓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대통령에게 뭔가 잘못된 게 있다. 그를 사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중범죄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2008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을 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2017년 일리노이 주지사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해 대선 땐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하이엇 호텔 공동창업자인 도널드 프리츠커의 아들로, 포브스 기준 자산 39억 달러의 억만장자다. 프리츠커 가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악연도 있다. 1990년대 맨해튼 그랜드 하이엇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소송전을 벌였던 것. 그의 누나인 페니 프리츠커 하버드대 이사회 의장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하버드대의 진보 이념과 친팔레스타인 성향 등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재정 지원 축소에 나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텃밭인 시카고에 군을 투입한 가운데,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며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8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리츠커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민주당 내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겁쟁이다. 날 잡아가라고 해라”라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라고 말했다. 관세 협상에서 처음에는 고율 관세로 압박하지만 곧이어 유예와 철회 등 ‘물러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꼬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명분 내세워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프리츠커 주지사가 7일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니다.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달 30일에도 “대통령에게 뭔가 잘못된 게 있다”며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정헌법 25조 4항은 부통령과 각료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이 대신 권한 대행을 맡도록 하고 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하얏트 호텔의 상속인으로, 포브스 기준 자산 39억 달러로 추정된다. 프리츠커 가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악연도 있다. 1990년대 맨해튼 그랜드 하얏트를 놓고 트럼프와 소송전을 벌였던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프리츠커는 항상 먹고 싶어 한다”며 프리츠커 주지사를 비꼬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7일 2년을 맞았다. 2년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만 6만7000명 이상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약 2000명이 사망했다. 특히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중 47명은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다. 이 중 상당수가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6일부터 8일까지 이집트 홍해 해안의 유명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하에 간접회담 방식으로 휴전 협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9일 ‘하마스의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이후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가 골자인 가자지구 평화 구상안을 제시했다. 일단 이스라엘 측은 동의했고 하마스의 수용만 남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굉장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합의가 곧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은 인질 및 수감자 교환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하마스는 자신들에 대한 완전한 무장해제, 이스라엘 중심의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방안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휴전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함을 보여 줬다.● 하마스 무장해제-戰後 통치 이견 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 차이가 이어지면서 7일 오전 회담은 가시적인 결과 없이 끝났다고 BBC는 전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집트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휴전에 합의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일을 막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무력화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며 맞섰다. 그는 같은 날 X에 “납치된 모든 사람들의 귀환, 하마스 제거, 가자지구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등 전쟁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협상 기간에도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상팀이 그곳에 있고, 또 다른 협상팀이 지금 막 떠났다”고 밝혔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로 집권 1기 때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등 일부 아랍 국가 간 외교 정상화 조치)’을 기획한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이 8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장에 도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평화 구상안 설계에 참여한 윗코프와 쿠슈너가 회담에 가세하는 건 진전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전역서 추모 집회이날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 수도 예루살렘 등에서는 희생자 추모와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특히 텔아비브의 야르콘 공원에서는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남아 있는 인질의 귀환, 전쟁 종식 등을 촉구했다. 2년간의 전쟁으로 인명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달 5일까지 가자 주민 최소 6만7139명이 숨졌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영양실조로 숨진 가자 주민만 최소 약 400명이다. 가자 인구의 95%에 달하는 약 210만 명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지구 또는 외국 등으로 피란을 떠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 내 주택 47만 채 중 92%인 43만6000채가 파괴됐다. 하마스는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해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이 중 석방, 이스라엘군의 구출 작전 등으로 총 148명이 생환했다. 56명의 인질은 시신으로 돌아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린 월드컵 대신 병원이 필요하다.”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인 모로코에서 지난달 27일(현지 시간)부터 청년들이 주도해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일까지 계속되며 3명이 숨졌다. 수도 라바트를 비롯해 다른 주요 도시로도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시위대는 더 나은 학교와 병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아지즈 아카누시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공동으로 ‘2030 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경기장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는데,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AP통신은 이번 시위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하며, 참가자 70%가 10대 미성년자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올 7월부터 본격화한 아시아권의 반정부 시위와 닮은꼴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번지는 반정부 시위들의 공통점은 젊은 층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시아에서 시작된 청년 주도 반정부 시위를 ‘젠지(GenZ·Z세대·1995∼2010년 출생자)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또 경제난과 부패, 그리고 권위주의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가 시위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불만을 표현해 확산시키고, 시위를 조직하는 강력한 도구가 됐다. 일각에서 이번 젠지 혁명을 2010년대 초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중동 아랍권 국가들에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에 비견하는 이유다.젠지 반정부 시위 확산2025년 9월 25일~현재 : 모로코, 마다가스카르, 파라과이 등 시위(아프리카, 남미 대륙 등 확산)2025년 9월 15~17일 : 동티모르 시위(의원 차량 지급 계획에 분노, 정부 차량 구매 계획 철회)2025년 9월 12~21일 : 필리핀 시위(홍수예방 사업 부패에 항의, 부패 의혹 조사 약속)2025년 9월 8~13일 : 네팔 시위(소셜미디어 접속 차단 계기, 샤르마 올리 총리 사임)2025년 8월 26일~9월 5일 : 인도네시아 시위(국회의원 특혜 계기로 시위 촉발)2024년 7~8월 : 방글라데시 시위(독립유공자 일자리 할당제에 분노, 셰이크 하시나 총리 사임 후 인도 도피)2022년 3월 말~7월 말 : 스리랑카 시위(연료 및 식량 부족, 라자팍사 가문 장기집권 불만이 원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사임 후 망명)● 경제난과 지도층 특권에 성난 청년층이 시위 주도젠지 혁명이 처음 불붙은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에서 청년층 비율이 높고, 중위연령(모든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나이)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엔이 2023년에 집계한 중위연령은 네팔 24.6세, 방글라데시 25.3세, 인도네시아 29.8세, 스리랑카 32.8세다. 이른바 2030세대가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경제난으로 청년 실업이 급증하는 가운데서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국가 지도층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특권층의 특혜가 시위를 촉발했다. 올 8월 하원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는 자카르타 지역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다. 시위 도중 20대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과 부디 구나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 등 핵심 각료 5명을 경질했다. 네팔에선 젊은 층이 민감해하는 소셜미디어 차단이 시위에 불을 질렀다. 지난달 5일 정부가 잘못된 여론을 조장한다며 유튜브,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를 차단한 것.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51명이 숨지고 1300명이 다쳤다. 분노한 일부 시위대는 의회, 대통령실, 친정부 언론사를 습격하기도 했다.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소셜미디어 차단을 해제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네팔은 청년층 상당수가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 왔는데, 코로나19로 관광수익이 급감하며 민심이 악화된 상태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네팔의 청년실업률은 20.8%에 달한다. 동티모르 역시 사회 지도층의 특혜가 문제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동티모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454달러(약 204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가 약 58억 원을 들여 의원 65명에게 새 차를 지급하려 하자 2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직 의원들도 재직 당시 급여만큼 평생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도 분노를 일으켰다. 시위대는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공공기관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맞섰다. 결국 동티모르 의회는 새 차 지급 계획을 철회하고, 의원 종신연금을 폐지키로 했다. 각각 2022년 9월과 지난해 7월 대규모 소요 사태를 경험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도 심각한 경제난을 경험하고 있는 나라다. 스리랑카는 2022년 당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이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그 결과 라자팍사 대통령이 몰디브로 도피하며 정부가 붕괴됐다. 이후 좌파 인민해방전선(JVP) 소속의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지난해 집권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방글라데시에선 독립유공자 자녀를 위한 정부 일자리 할당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 규모가 더 커졌다. 결국 15년간 집권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세습정치에 부정부패 겹치며 반발 폭발젠지 세대는 세습 등 특권에 대한 반감이 다른 세대보다 큰 편이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확산된 필리핀은 정치 가문 중심의 권력 구조가 공고하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1986년 민중혁명으로 축출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는 전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 소수의 정치 명문가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면서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필리핀에선 지난달 21일 홍수 방지 기반시설 사업에서 불거진 대규모 부패 의혹이 최소 2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수도 마닐라의 루네타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최소 4만9000명이 참여했다. 필리핀학생연맹 등 청년 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시위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계엄령을 선포한 지 53년이 되는 날 열렸다. 세습과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 마닐라 집회에 참석한 학생 운동가 알테아 트리니다드는 AP통신에 “우리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집과 미래를 잃어가는 동안 지배층은 세금으로 호화 차량과 해외여행을 누리며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은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국가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9800건이 넘는 홍수 예방 사업에 6160억 필리핀페소(약 15조 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정부 조사 결과 일부 시설은 부실 시공되거나, 아예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랠프 렉토 재무장관은 이로 인한 경제 손실을 423억∼1185억 필리핀페소(약 1조300억∼2조8800억 원)로 추산했다. 여기에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서 건설사 사주 부부가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이자 실세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은 결국 사임했다. 앞서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도 홍수 예방사업 계약 업체와의 연관설이 제기되면서 교체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리랑카는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2005년 11월∼2015년 1월 재임)과 그의 동생 고타바야 전 대통령(2019년 11월∼2022년 7월 재임) 집권 기간 족벌정치 비판을 받았다. 두 형제 대통령은 국회의원, 농업장관 등을 역임한 D A 라자팍사의 아들이다. 두 사람은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 반군 간 내전을 종식했지만, 정부 요직에 친인척과 측근을 앉히며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갔다. 방글라데시는 하시나 전 총리가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딸이다. 하시나는 5번이나 총리직을 맡아 장기 집권하는 동안 야당 탄압 및 부정부패 비판을 받았다. 폴 스타니런드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경제 침체 속에서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여겨지는 정치 엘리트가 아시아에서 반발을 확산시켰다”며 “각국에서 반발이 정부를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대중문화 상징 통해 공감대 확산아시아 각국에서 청년 세대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된 배경에는 소셜미디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노가 빠르게 확산됐고, 특히 대중문화적 상징을 활용해 청년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젠지 세대의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네팔에선 소셜미디어가 금지되기 몇 주 전부터 정치인 자녀들이 고급 자동차나 명품 가방, 해외 휴가를 즐기는 영상이 확산됐다. 1인당 GDP가 1400달러(약 190만 원)에 불과한 네팔에서 이 같은 영상은 공분을 일으켰다. 네팔 시위에 참가한 법대생 안잘리 샤(24)는 FT에 “정치인 자녀들이 호화 생활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는 동안 우리는 안전한 식수도, 일자리도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젠지 세대가 소셜미디어에서 대중문화 코드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깃발이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원피스는 주인공 루피가 동료들과 함께 폭압적인 지배 권력에 맞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원피스 깃발은 수비안토 대통령이 올 7월 말 독립기념일을 맞아 국기 게양을 촉구한 뒤 더욱 확산됐다. 해적단 깃발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통치자에게 맞선다는 의미가 부여돼 젠지 세대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주민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국가를 싫어해 국기 대신 원피스 깃발을 게양한 게 아니다”라며 “엘리트를 편애하고 서민을 무시하는 공직자들의 행동과 정책에 실망한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등을 차용한 행동은 정치적 탄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고, 젠지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풍자 효과도 크다. 안드레아 호르빈스키 미 버클리대 연구원은 CNN에 “(원피스 주인공) 루피는 좌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주인공이 집념을 보여 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위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앞서 2020년 태국 반정부 시위에선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에 나오는 세 손가락 경례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 경례는 영화에서 억압적 정권에 대한 연대와 저항을 의미한다. 태국 시위자들은 왕실과 군부를 비판하며 이 제스처를 사용했고, 이는 미얀마로도 확산됐다.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같은 경례를 사용하며 군부독재에 저항했다.● 아프리카, 중남미로도 젠지 시위 확산 최근 젠지 시위는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중남미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국의 시위 장면 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대륙으로 영향력이 전파되고 있는 것. 네팔 시위 참가자인 야티시 오자(25)는 “우리는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시위에서 처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동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선 젠지 세대를 중심으로 지난달 25, 26일 정전 및 단수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안타나나리보 등에서 벌어졌다. 이 시위에도 원피스 해적단 깃발이 등장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내각 해산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모로코에서는 ‘Z세대 212’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성된 청년 단체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도 지난달 대학생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공공 서비스 부실 및 일자리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서도 젊은 층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원피스 해적단 깃발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페루에서도 지난달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연금 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는 청년층 주도 시위가 벌어져 경찰관과 기자 등 최소 19명이 다쳤다. 두 나라 모두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와 결핍을 방관하지 말자”는 의견을 교환하며 거리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AP통신은 “젠지 시위가 단순한 항의에서 불공정한 국가 체제를 공격하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 젠지 세대 시위가 구심점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작가 미나 칸다사미는 뉴욕타임스(NYT)에 “2010년에 트위터(현 X)가 아랍의 봄을 촉발했다면, 오늘날 아시아에선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랍권에서 분노를 대안으로 조직할 만한 리더십이 없었던 것처럼 아시아 젠지 시위도 비슷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국방부가 직원들에게 사전 승인 없이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으려는 가운데,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전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기자들에게도 사전에 승인된 내용만 취재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로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 시달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강도 높은 내부 정보 통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WP는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 명의의 문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장관실 및 합동참모본부 소속 직원들은 승인 없이 비공개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군인 및 민간인 직원 5000여 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또 이들을 상대로 무작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사 범위가 적시되진 않았지만 4성 장군부터 하급 행정직원까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색출하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적이 있지만, 국방부에서 이를 적용하려는 건 처음이다. 이미 국방부에 기밀유출 제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미 국방부 당국자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겨냥한 조치가 아닌 것 같다.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이들을 억누르기 위해 최대한의 공포를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올 3월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로 정부 주요 인사들과 예멘 공습 계획을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 유출 논란을 빚으며 자질 미달 시비에 시달렸고, 사임 압력도 받은 바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뒷좌석에서도 안전띠를 해야 하는 거예요?” 지난달 25일 경기 오산시 원동 오산요금소.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아 단속된 50대 승용차 운전자가 당황스럽다는 듯 경찰에게 물었다. 운전자는 안전띠를 하고 있었지만 뒷좌석에 탄 10대 자녀 2명이 모두 착용하지 않은 것. 이날 취재팀은 오산요금소에서 진행된 경찰의 뒷좌석 안전띠 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모든 도로에서 뒷좌석을 포함해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된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착용 의무 여부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은 현실이다.● 의무화 7년, 여전한 착용률 부진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단속된 차량은 11대. 이 가운데 4대가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이었다. 나머지 7대는 운전자 안전띠 미착용이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이었다. 승합차를 몰던 50대 운전자는 작업복을 입은 외국인 5명을 태우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뒷좌석 안전띠를 하지 않아 적발됐다. 운전자는 “나는 매고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뒷좌석 미착용도 운전자 책임이란 사실을 확인한 뒤 떨떠름한 표정으로 교통 단속 단말기에 서명했다. 다만 현장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 여부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달리는 차량을 일일이 멈춰 세우고 창문을 내리게 하는 것은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틴팅(선팅) 차량이 대부분이라 내부 확인이 쉽지 않았다. 실제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사례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거란 게 현장 경찰의 설명이다. 2018년 9월부터 모든 도로에서 뒷좌석을 포함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기존에는 고속도로에서만 의무였지만 확대 적용됐다.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되고, 13세 미만 어린이라면 6만 원까지 올라간다.뒷좌석 착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정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8.1%에 불과했다. 뒷좌석 탑승객 10명 중 7명 이상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 2018년(18.2%)보다는 높아졌지만 지난 5년간 30% 전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좌석 못지않게 치명적인 위험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은 앞좌석 못지않게 위험할 수 있다. 뒷좌석에는 에어백 등 추가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시속 48km 속도에서 차량이 정면충돌했을 경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뒷좌석의 중상 가능성은 최대 16배, 사망 위험은 9배로 각각 커진다. 게다가 뒷좌석 탑승자가 앞좌석을 덮치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착용률이 낮은 건 인식 부족과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8월 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인식을 설문한 결과,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을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운전석(76%), 조수석(64%)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 뒷좌석의 경우 ‘안전띠 미착용 경고장치(SBR)’가 보편화되지 않은 것도 착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에 따르면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SBR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뒷좌석 경고장치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일부 수입 차량이나 최신 차들이 자율적으로 탑재하는 수준이다. 뒷좌석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것이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습관 교육 필요”특히 주로 뒷좌석에 탑승하는 경우가 많은 청소년의 미착용률이 더 높다는 것도 우려할 부분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중고교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률은 44.4%로 집계됐다. 이는 앞좌석 미착용률(12.1%)이나 고속버스 미착용률(25.6%)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임채홍 수석연구원은 “아동의 경우 신체 구조상 골격이 미성숙해 충격에 더 취약한 데다, 머리가 몸에 비해 크고 무거워 목 부상 위험도가 높다”며 “또 평생의 생활 습관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인 만큼 이 시기의 안전 의식이 성인이 돼서까지 굳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발생 시 더 큰 금전적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뒷좌석 안전띠 착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트라이원스 소속 황두남 변호사는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경우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돼 손해배상액에서 일정 부분이 공제될 수 있다”며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받을 때도 본인 과실 부분은 배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해외는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 90%… 벌금-경고장치 효과독일-아일랜드-미국 한국의 3배 수준과태료 최대 95만 원-SBR 의무화해외 선진국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0%를 웃돈다. 강력한 단속과 높은 벌금 등이 높은 착용률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뒷좌석 안전띠 경고 시스템 도입도 착용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일랜드 95%, 오스트리아·아이슬란드 93%, 영국 92%, 프랑스 88% 등 순이었다. 미국도 82%로 한국(28.1%)의 3배에 가깝다. 해외에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단속으로 착용률을 높였다.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1차 단속(Primary Enforcement)’ 제도를 통해 경찰이 안전띠 미착용만으로 차량을 정지시키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 운수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1차 단속 제도가 있는 주에서는 안전띠 착용률이 약 3%포인트 높다. 해외의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과태료는 우리나라(3만 원)보다 훨씬 높다. 프랑스에선 135유로(약 22만 원), 네덜란드는 190유로(약 31만 원)다. 이탈리아에선 최대 326유로(약 54만 원)뿐 아니라 운전자 벌점 5점도 부과한다. 영국은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시 최대 500파운드(약 95만 원)의 벌금을 매긴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도 2023년 뒷자리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벌금 100파운드(약 19만 원)를 물었다. 안전띠 착용을 유도하기 위한 경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나라도 많다. 미국은 2027년 9월부터 모든 신차에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경고장치(SBR) 장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고한다. 운전 중 안전띠를 풀면 최소 30초 동안 경고등이 깜빡인 뒤 경고음이 울리는 식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부터 뒷좌석 SBR을 적용 중이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2020년부터 제조한 승용차에 뒷좌석 SBR 도입을 의무화했다. 인도에서도 올 4월부터 제조 차량 뒷좌석에 의무적으로 SBR을 탑재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미국 국방부가 직원들에게 사전 승인 없이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으려는 가운데,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전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기자들에게도 사전에 승인된 내용만 취재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해 논란이 됐다.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로 군사기밀 유출 논란에 시달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강도 높은 내부 정보 통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날 WP는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 명의의 문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장관실 및 합동참모본부 소속 직원들은 승인 없이 비공개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군인 및 민간인 직원 약 5000여 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또 이들을 상대로 무작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사 범위가 적시되진 않았지만 4성 장군부터 하급 행정직원까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색출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 적이 있지만, 국방부에서 이를 적용하려는 건 처음이다.이미 국방부에 기밀유출 제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같은 방안이 추진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미 국방부 당국자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겨냥한 조치가 아닌 것 같다.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이들을 억누르기 위해 최대한의 공포를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올 3월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로 정부 주요 인사들과 예멘 공습 계획을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 유출 논란을 빚으며 자질 미달 시비에 시달렸고, 사임 압력도 받은 바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군이 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접근하던 국제 구호선단을 나포하고 탑승한 활동가들을 이스라엘로 데려갔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활동가 약 500여 명은 이스라엘에 구금된 뒤 본국으로 추방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약 50척의 선박으로 구성된 구호선단 ‘글로벌수무드함대’(GSF)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8시30분쯤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저지·나포됐다고 밝혔다. 선단은 가자지구로 의약품, 식량 등을 운반하던 중이었다. 선단에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손자 등 500명 가량 국회의원, 변호사, 활동가가 탑승해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나포 작전에 참여한 한 이스라엘군 장병이 툰베리에게 소지품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툰베리와 툰베리의 친구들은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전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나포 작전에 참여한 군 장병들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활동가는 우선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슈도드로 이동해 구금된 후 각자 본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이들이 가자지구에 전달하기 위해 가져온 구호품 역시 보안검사 절차를 거친 후 가자지구 내부로 반입될 전망이다.각국은 이스라엘의 구호선단 저지를 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문제 삼아 콜롬비아 내 이스라엘 외교관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한국인도 많이 찾는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세부에 지난달 30일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다. 1일 기준 최소 69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상당수 주민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고 생존자를 찾는 수색 작업도 지연되고 있어 인명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 또한 최소 1명이 부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측은 추가 피해 여부 또한 계속 확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필리핀은 화산 활동과 지진이 빈번한 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해 강진이 빈번하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9분경 세부섬 북부의 해안도시 보고에서 북동쪽으로 약 19㎞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시간이 야간이었던 터라 상당수 주민들이 집 안에서 피해를 입었다. 보고, 인근 산레히미오 등에는 지진에 취약한 판잣집이 많아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데인 마을에서는 잠을 자던 주민 등 최소 12명이 무너진 집에 깔려서 사망했다. 현지 구조대원 윌슨 라모스 씨는 AFP통신에 “무너진 건물 아래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을 수 있다”면서 “여진 우려 등으로 구조 작업 또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주민 수백 명은 여진에 따른 주택 붕괴를 피하기 위해 소방서 근처 풀밭 등 야외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진도 6.0의 여진도 발생했다. 지진 직후 필리핀 당국은 최대 1m 높이의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했다가 이후 해제했다.정전 및 단수도 문제다. 최근 세부 일대에 비가 많이 내리고 전력 인프라도 취약해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수도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파손돼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세부에는 지난달 말에도 태풍 ‘부알로이’가 강타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채 복구하기도 전에 강력한 지진까지 덮치면서 재건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72시간 안에 휴전안을 받아들이거나 궤멸을 각오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을 지난달 29일 공개하며 하마스 측에 합의를 압박했다. 20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화 구상은 우선 하마스가 인질 48명(이 중 생존 추정자는 20명)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 또한 종신형 선고를 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 전쟁 발발 후 추가로 수감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무장 해제에 동의한 하마스 조직원에게는 사면이 부여되며, 가자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일반 주민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기로 했다. 현재 하마스는 평화 구상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도 강경 보수층이 하마스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화 구상이 최종 수용되고, 이행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블레어 포함 ‘평화이사회’ 수립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 구상 계획을 밝혔다. 이번 안에는 트럼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국제 사회 지도자가 일종의 임시 통치위원회 성격인 ‘가자지구 평화이사회’를 구성해 가자지구의 감독 및 관리를 담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미국이 아랍 주요국과 협력해 가자지구의 치안과 안보를 맡을 국제안정화군(ISF)을 창설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는 하마스에 대한 대안세력 역할을 자임해 왔고 요르단강 서안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팔레스타인 자치기구(PA)를 향후 가자 통치기구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실행되면 전쟁은 즉시 중단되고 이스라엘군은 단계적으로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서명과 서약을 통해 하마스의 무장을 해제하고 군사 인프라를 제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지하 터널, 무기 생산 시설 등을 포함한 하마스의 테러 기반 시설이 완전히 해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안이 이슬람권은 물론이고 유럽 주요국으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자찬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 터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8개국은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이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하마스에 가자지구에서 손을 떼고 사라지라는 ‘최후통첩’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거부하면 (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임무 완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며 하마스 측을 압박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이 계획은 모든 인질을 이스라엘로 귀환시키고,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정치적 지배를 해체하며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목표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과 관련해 30일 텔레그램에 게시한 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대부분에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합의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이 향후 가자지구 내 군대 주둔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직도 제기된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권에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그는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카타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지난달 9일의 공습 작전을 공식 사과했다. 당시 카타르인 1명이 숨지자 카타르 측은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마스-이스라엘 강경파는 반발 한편 이번 평화 구상을 하마스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제안을 성실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마스 내부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무장 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불만도 크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 네타냐후 총리가 카타르에 사과한 것에 모두 불만을 표했다. 하마스 궤멸을 포함한 대(對)팔레스타인 전략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기존보다 온건한 입장을 내비친 것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며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약간 위협을 받았다”며 “그래서 나는 핵잠수함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핵잠수함은) 인류가 만든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며 “우린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보다 25년 앞서 있다”고도 했다.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전 대통령은 옛 소련의 핵 공격 체계인 ‘데드 핸드(dead hand)’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핵잠수함 두 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발언은 이 조치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핵전력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거론한 건,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나는 그가 빨리 (전쟁을) 끝낼 줄 알았다. 일주일 만에 끝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트럼프 대통령은 해군력 재건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년에 해군 함정을 최소 19척 확충할 것”이라며 “잠수함·구축함 등이며, 앞으론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사실 우리는 이제 거의 배를 만들지 않는다. 잠수함은 만들지만 배는 만들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군 개혁에 대한 의지도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자유를 지킬 때 결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싸우고, 이기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의 시스템은 ‘실력’이 아닌 정치적 올바름에 맞춰져 있었다”여 이같이 주장한 것. 이어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위대해질 수 없다”며 “우리는 체력, 능력, 인격, 그리고 강인함에 초점을 다시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날 콴티코 해병대 기지로 가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자신이 집권 1기 때 군 고위직에 있던 “나쁜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군대를 재건했다고 주장하며 “만약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오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그동안 군은 잘못된 방향으로 끌려갔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회피하는 순응형 인물들이 승진했다. 어리석고 무모한 정치 지도자들이 잘못된 나침반을 설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길을 잃었다”며 이같이 주장한 것.그는 또 “우리는 너무 많은 군 리더를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그들의 인종이나 성별 할당, 이른바 역사상 최초를 위해 진급시킨 것”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전투 대형이든 어떤 대형이든 뚱뚱한 군인을 보는 게 지겹다”면서 “펜타곤(미 국방부) 복도에서 뚱뚱한 장군과 제독들을 보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젠 모든 전투 병과에서 (체력검정 기준을) 최고 수준의 남성 기준으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헤그세스 장관은 “나는 앞으로 리더십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는 향후 대규모의 군 장성 감축이나 물갈이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소국이며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몰도바의 28일 총선에서 친(親)유럽 성향의 집권 여당 ‘행동과 연대당(PAS)’이 친러시아 야당을 눌렀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 친서방 정당이 승리하면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2.15%가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PAS가 50.03%의 득표율(개표율 99.5% 기준)을 기록했다. 몰도바 의회 101석 중 최소 51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당, 공산당 등이 결집한 친러 성향 ‘애국블록’의 득표율은 24.26%에 그쳤다.인구 260만 명의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인 루마니아 사이에 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오랫동안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세 불안을 겪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EU 가입을 신청해 그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2030년까지 EU에 가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집권한 PAS는 2021년 총선에서 62석을 얻어 과반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한 지난해 10월 국민투표에선 찬성 50.4%, 반대 49.5%로 근소하게 이겼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선 애국블록의 지지율(36%)이 PAS(34.7%)를 앞서 집권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대러시아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고물가가 겹치며 여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것.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유럽 영공 침범 등으로 유권자들의 반러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광범위한 허위 정보를 유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스타니슬라프 세크리에루 안보보좌관은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국민 투표소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몰도바 외교부는 벨기에,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에 있는 재외국민 투표소가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친러 야당들은 선거 결과에 반발했다.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선거 승리를 주장해온 이고르 도돈 애국블록 대표는 28일 “산두 대통령이 투표를 무효화시키려 한다”며 의회 앞에서 대대적 시위를 예고했다. 친러 야당들의 조직적인 반발의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소국이며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몰도바의 28일 총선에서 친(親) 유럽 성향의 집권여당 ‘행동과 연대당(PAS)’이 친러시아 야당을 눌렀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 친 서방 정당이 승리하면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28일 몰도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52.15%가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PAS가 50.03%의 득표율(개표율 99.5% 기준)을 기록했다. 몰도바 의회 101석 중 최소 51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당·공산당 등이 결집한 친러 성향 ‘애국 블록’의 득표율은 24.26%에 그쳤다.인구 260만 명의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인 루마니아 사이에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오랫동안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정세 불안을 겪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EU 가입을 신청해 그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2030년까지 EU에 가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집권한 PAS는 2021년 총선에서 62석을 얻어 과반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한 지난해 10월 국민투표에선 찬성 50.4%, 반대 49.5%로 근소하게 이겼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선 애국 블록의 지지율(36%)이 PAS(34.7%)를 앞서 집권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대러시아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고물가가 겹치며 여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친 것.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유럽 영공 침범 등으로 유권자들의 반러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광범위한 허위 정보를 유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타니슬라프 세크리에루 안보보좌관은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국민 투표소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몰도바 외무부는 벨기에,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에 있는 재외국민 투표소가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고 발표했다.친러 야당들은 선거 결과에 반발했다.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선거 승리를 주장해온 이고르 도돈 애국 블록 대표는 28일 “산두 대통령이 투표를 무효화시키려 한다”며 의회 앞에서 대대적 시위를 예고했다. 친러 야당들의 조직적인 반발에도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이 의약품에 이어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는 미국 생산량에 비례해 관세를 매기는 방안이 제기됐고, 전자제품은 제품 내에 들어있는 반도체 개수에 맞춰 관세 부과가 유력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이 지연되면 스마트폰과 TV 등 한국 핵심 수출품의 대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 반도체·전자제품도 관세 임박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내에서 제조한 반도체와 수입한 반도체 물량 비율을 1 대 1로 맞추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령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 100개를 생산하면, 이 회사가 미국으로 수입하는 반도체 100개에 무관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다만 이를 넘어설 경우 고관세를 매긴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자제품 안에 들어간 칩 개수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칫솔부터 노트북에 이르는 광범위한 소비재가 타격을 입게 되면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까지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은 대부분 미국발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25일(현지 시간) “미국에 의약품 생산시설을 두지 않는다면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 구리제품 등에 50%,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관세를 내고 있다.● 업종별로 엇갈리는 우려반도체와 전자제품까지 품목별 관세를 낼 것이란 전망에 국내 기업들은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업종별로는 표정이 엇갈렸다. 우선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생산량만큼 수입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반도체는 공급망이 복잡해 자국 생산 물량과 수입 물량을 나누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가 없기 때문에 제도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미국 공장을 짓는 상황이라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면 전자제품은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스마트 TV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과의 기술 차별화를 위해 스마트 TV에 다수의 반도체를 쓰고 있는데 반도체 개수에 따른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전자제품 반도체 개수에 따라 관세를 어떻게 올릴지는 불확실하다. 해당 보도를 한 로이터도 미 상무부가 반도체 포함 수입 가전기기는 25%, 일본·유럽연합(EU)은 15%의 관세율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 수치가 잠정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가전업체들은 “이미 관세를 내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반도체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24일(현지 시간) 총격이 가해져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총격범 조슈아 얀(29)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가했고,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 현장에서는 얀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CE 반대(ANTI-ICE)’ 문구가 적힌 미사용 탄환이 발견됐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체포, 구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10일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지 꼭 2주 만에 또다시 정치적 동기로 의심되는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커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또한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진보 진영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안티 ICE’ 총알 발견AP통신 등에 따르면 댈러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ICE 구금시설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시설에 있던 구금자 3명이 총격범 얀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신원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상자 중 1명은 멕시코 국적자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X에 총격범 얀의 주변에서 ‘안티 ICE’라는 문구가 적힌 총알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얀은 몇 달 전까지 댈러스 북쪽 교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다. 2015년에 마리화나 판매 혐의로 기소당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얀은 특별한 정치적 활동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3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 때 투표했다. 잠시 살았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무소속 유권자’로 자신을 등록했다. 얀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총격 사건을 저지를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얀의 형인 노아는 NBC방송에 “내가 아는 한 그는 ICE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얀을 2주 전 부모와 함께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급진 좌파 테러범 소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신 나간 범인이 탄피에 ‘안티 ICE’라고 썼다. 커크의 암살 후에도 계속되는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주에 좌파 단체 ‘안티파’를 포함한 국내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당장 ICE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수사(修辭)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민주당 일각에서 무리한 단속을 감행한다며 ICE를 ‘나치’에 비유한 것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ICE는 이달 초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조치를 주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총격범은 법 집행기관을 노리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졌다. 이런 공격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이런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놈 국토안보장관도 “이 끔찍한 공격은 ICE에 대한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ICE에 대한 공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ICE가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단속하기 위해 곳곳에 요원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민주당, 자유주의 활동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 속에 늘어나는 ICE에 대한 공격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6월까지 ICE 요원에 대한 폭력 사건은 최소 79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0건의 약 8배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이 접해 있으며 많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통로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올 7월에도 텍사스주 앨버레이도에 있는 ICE 구금시설, 인근 매캘런의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각각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2교 인근. “자전거 안전하게 타세요”라는 경찰의 말에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던 시민이 멈추며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그는 도로교통법상 의무인 헬멧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상범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최근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어폰을 낀 채로는 주변 소리를 듣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사고 4년 새 최고 이날 강남서의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현장을 동행해 보니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공유자전거를 타는 운전자의 헬멧 착용률이 낮았다.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커브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질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계장은 “한강 직선코스에서는 시속 30km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운전자가 흔하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경찰에게 “전기자전거인 ‘자토바이’가 인도에서 달릴 때 특히 위협적”이라고 호소했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가해 교통사고는 5571건으로, 하루 15건꼴로 발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8.3% 늘었다. 2020년 5667건에서 2023년 5146건으로 감소세를 이어 가던 자전거 교통사고가 지난해 증가로 전환해 4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오토바이 사고가 7.7% 줄고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 사고가 6.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도 4년 만에 6000명을 넘어섰다. 자전거 교통사고는 PM 사고보다 사망률도 높다.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치사율)는 1.3%로, PM(1.0%)을 앞섰다. 특히 자전거 운전자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치사율도 함께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60대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의 치사율은 2.0%, 70세 이상은 4.2%였다.● 청소년 사이 번지는 ‘노 브레이크’ 픽시 자전거 눈에 띄는 건 미성년자가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8세 미만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1461건으로 집계됐다. 10건 중 3건꼴로 18세 미만이 일으킨 셈이다. 전년(940건) 대비 1.6배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기어가 고정된 ‘픽시(fixie) 자전거’의 제동장치를 제거해 빠른 속도를 즐기는 주행 방식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며 ‘도로 위의 무법자’로 떠오르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브레이크 대신 페달을 후진하듯 역방향으로 돌려 속도를 줄인다.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면서 멈추는 ‘스키딩’ 같은 묘기를 부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픽시 자전거의 최고 시속은 약 80km로, 자동차와 맞먹는다. 이런 픽시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제거할 경우 급정거가 필요한 상황에서 빠르게 멈추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커진다. 국민안전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 결과 시속 10km일 때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의 제동거리는 브레이크가 있을 때의 5.5배로 늘어났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동거리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올 7월 관악구에서는 픽시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달리던 중학생 한 명이 멈추지 못하고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택시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픽시 자전거를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 경찰은 제동장치 없는 자전거를 타는 경우도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17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18세 미만 아동이 여러 차례 적발돼 부모에게 통보가 이뤄졌음에도 부모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동학대 방임으로 보호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안전수칙 알리고 헬멧 대여도 활성화해야”자전거를 탈 때 가장 지키지 않는 안전 수칙으로는 보행로 주행 금지가 꼽힌다. 지난해 자전거와 사람 간 발생한 사고 중 약 30%는 보행로로 다니던 보행자와의 사고였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보행로로 달릴 수 없다. 자전거도로가 없다면 차로 가장자리로 다니거나 인도에서 자전거를 끌며 걸어야 한다. 건널목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 시 보행로 주행 등 법규 위반이 빈번하지만 인식 자체가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교차로에서 자전거와 차량이 충돌할 경우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주행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도 많다. 자전거로 좌회전을 할 때는 차량 신호에 맞춰 주행해서는 안 된다. 대신 직진 신호에 따라 이동한 뒤 모서리에서 다시 왼쪽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우회전 시에는 차량의 사각지대에 들어가지 않도록 서행하며 차량을 먼저 보내는 것이 좋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조사 결과 자전거 또는 PM 이용 경험이 있는 운전자 702명 중 63%가 교차로 좌회전 방법을 모른다고 답했다. 음주운전도 문제다. 자전거를 술에 취해 타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10만 원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거나, 알아도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적인 변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공유 자전거를 사용할 때 헬멧도 함께 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다면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사고 시 책임 등 도로교통법 내용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日, ‘스마트폰 주행’에 범칙금… 덴마크 ‘자전거 고속도로’ 확충처벌-인프라-교육 삼박자로자전거 사고 예방 나선 선진국자전거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외에서는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해 왔다. 일본 경찰청은 내년 4월부터 자전거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제도를 시행한다. 자전거 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는 1만2000엔(약 11만3000원)을 부과한다. 신호 위반 시엔 6000엔(약 5만6000원)을, 이어폰 착용이나 우산 사용시에 5000엔(약 4만7000원)을 각각 물린다. 일본이 자전거 사고에 칼을 빼 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음주운전, 신호 위반 등 14개 위험 행위로 3년 안에 2차례 이상 적발된 14세 이상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안전 강습을 받게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부턴 자전거 음주운전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50만 엔(약 47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자전거 천국’이라고 불리는 덴마크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안내한다. 밤이면 흰색 전조등과 빨간색 후미등을 켜야 하며, 이를 달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기 전에는 명확한 수신호를 보낼 것” “추월하기 전에는 왼쪽 어깨 너머를 살필 것” 등 명확한 지침도 제공한다. 자전거 통행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덴마크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를 개설했다. 보행자 및 차량 통행과 분리돼 있고, 별도의 표시가 있어 자전거 운전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2012년부터 10여년간 286.6km에 달하는 노선이 개통됐다. 2045년까지 코펜하겐 일대에는 850km가 넘는 60여 개의 노선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유럽은 어린이 대상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도 활발하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체계적인 자전거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과정에는 경찰이 직접 참여해 안전수칙을 지도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시험을 치러 합격한 학생에게는 면허증을 발급한다. 학생들은 실제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며 교통 표지판을 읽는 방법, 손으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표시하는 법 등을 평가받는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 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프랑스 파리 법원이 25일(현지 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2007~2012년 집권)에게 리비아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의혹에 관해 범죄 공모 혐의를 인정,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2005년경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유로(약 700억 원)를 지원하는 대가로 산업·외교적 혜택을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기 집권과 독재로 당시 국제 무대에서 고립됐던 카다피 정권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르코지 후보를 지원하며 국제 무대로의 복귀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6년 리비아에서 프랑스에 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있지만, 법원은 이 자금이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선거 운동에 쓰였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날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당시 정당 대표로 있으면서 자기 측근과 정치적 지지자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하는 걸 방치했다고 보고 ‘범죄 공모 혐의’는 인정했다. 또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행위는) 시민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징역 5년 형과 벌금 10만 유로(약 1억6000만 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등을 선고했다. 형 집행 영장은 추후 집행하도록 했다.검찰은 올 3월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 형과 30만 유로(약 4억7000만 원)의 벌금,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부과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24일(현지 시간) 총격이 가해져,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현지 수사당국은 총격범 조슈아 얀(29)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가했고,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이날 사건 현장에서는 얀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CE 반대(ANTI-ICE)’ 문구가 적힌 미사용 탄환이 발견됐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이민자 단속과 체포, 구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앞서 10일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지 꼭 2주 만에 또다시 정치적 동기로 의심되는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커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또한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진보 진영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티 ICE’ 총알 발견AP통신 등에 따르면 댈러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ICE 구금시설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시설에 있던 구금자 3명이 총격범 얀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신원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상자 중 1명은 멕시코 국적인 것으로 드러났다.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X에 총격범 얀의 주변에서 ‘안티 ICE’라는 문구가 적힌 총알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얀은 몇 달 전까지 댈러스 북쪽 교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다. 2015년에 마리화나 판매 혐의로 기소당한 기록이 남아 있다.얀은 특별한 정치적 활동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3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 때 투표했다. 잠시 살았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무소속 유권자’로 자신을 등록했다.얀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총격 사건을 저지를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얀의 형인 노아는 NBC방송에 “내가 아는 한 그는 ICE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얀을 2주 전 부모와 함께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급진 좌파 테러범 소행”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신 나간 범인이 탄피에 ‘안티 ICE’라고 썼다. 커크의 암살 후에도 계속되는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주에 좌파 단체 ‘안티파’를 포함한 국내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당장 ICE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수사(修辭)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민주당 일각에서 무리한 단속을 감행한다며 ICE를 ‘나치’에 비유한 것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ICE는 이달초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조치를 주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총격범은 법 집행기관을 노리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졌다. 이런 공격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이런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놈 국토안보장관도 “이 끔찍한 공격은 ICE에 대한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오히려 ICE에 대한 공격을 야기하고 있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ICE가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단속하기 위해 곳곳에 요원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민주당, 자유주의 활동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 속에 늘어나는 ICE에 대한 공격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같은 해 6월까지 ICE 요원에 대한 폭력 사건은 최소 79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0건의 약 8배다.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접했으며 많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통로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올 7월에도 텍사스주 앨버레이도에 있는 ICE 구금시설, 인근 매캘런의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각각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