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인 부부 거의 세 쌍 중 한 쌍(31%)이 ‘수면 이혼’((sleep divorce)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미국 수면 의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ASM)가 미국 전역의 성인 2007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5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으로 수행한 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2.0%p.)35~44세 사이의 부부가 수면 이혼 확률이 가장 높았고(39%), 65세 이상은 그럴 확률이 가장 낮았다.(18%). 이밖에 18~24세 33%, 25~34세 34%, 45~54세 33%, 55~64세 25%로 집계됐다.관련 기사: 수면 이혼이란 부부가 같은 침실의 다른 침대나 집안의 다른 공간에서 잠을 따로 자는 것을 가리킨다. 애정관계에 문제가 없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의 수면 습관이나 수면 장애로 인해 배우자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서로가 상대방의 잠을 방해할 때 수면 이혼을 선택한다.예를 들면, 밤에 자주 깨는 습관, 서로 다른 생체리듬(한 명은 저녁 형, 다른 한 명은 아침 형 인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해 시간대의 충돌, 수면무호흡증·심한 코골이·다리 경련·잠꼬대와 같은 수면 중 이상 행동 등이다. 어린 자녀를 둔 경우 둘 다 수면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따로 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한 쪽이 시원한 방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쪽은 따뜻한 방을 선호하는 것처럼 수면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상충도 경우도 있다. AASM 대변인인 시마 코슬라(Seema Khosla) 박사는 “우리는 수면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수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점점 더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진료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며, “침실 온도나 조명, 소음 등 취향에 따라 따로 자는 방법을 택하는 부부들도 많다”고 말했다.코슬라 박사는 또 ”수면을 방해받으면 배우자에 대한 불만과 감정의 골이 깊어 질 수 있고, 충분치 못한 수면은 공감 능력과 인내심, 이해심을 떨어뜨린다”며, “외형적인 이유로 불편한 수면을 감수하기보다는, 배우자와 진지하게 대화해 각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서로의 숙면을 위해 행동을 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응답자의 37%는 배우자를 위해 원하는 시간이 아닌 때(예: 배우자가 먼저 잠든 후) 잠들고, 15%는 무음 알람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이런 배려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음 알람의 경우 남성 응답자의 20%가 사용한 반면, 여성은 10%였다.코슬라 박사는 ”수면 이혼은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수면 공간을 존중하는 선택일 수 있다“며, ”만약 배우자의 코골이가 문제라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같은 심각한 수면 질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수면무호흡증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호흡에 장애를 일으킨다. 수면 중 무호흡 상태가 반복될 경우 뇌와 전신에 산소 공급이 불안정해진다.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혈액 내 산소 농도는 저하 돼 기면증,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우울감 등이 동반된다. 다양한 합병증이 생겨 40대부터 60대 환자의 돌연사 위험도 커진다코슬라 박사는 “배우자가 자주 코를 골거나 숨이 막히는 듯한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어 “수면이 건강한 관계의 핵심”이라며 “각자의 선호 온도, 일과 시간, 백색소음 유무, 반려동물의 동반 여부, 조명까지도 고려해 각자에게 맞는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비영리 연구 기관 글래스톤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병을 늦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암 치료제를 찾아냈다. 퇴행성 신경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키다 점차 언어 기능이나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겨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여겨진다.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이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가 진행됐지만,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미 승인된 약물 1300개와 비교했다. 목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손상된 뇌세포의 유전자 변화를 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약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신경세포(뉴런)와 그 외에 뇌의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교세포(glia cell)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고려했다.컴퓨터를 활용해 찾은 약물들 중 일부는 실제로 암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그 중 ‘레트로졸(유방암 치료제)’과 ‘이리노테칸(대장암·폐암 치료제)’이 가장 유망했다. 연구진은 이 두 약물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타우 단백질 엉킴’이 가장 큰 병리적 특징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투여했는데, 그 결과 생쥐의 뇌 변성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기억력이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유전자 발현이 정상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도 줄었고, 전반적인 퇴행도 완화했다.또한, 연구진은 140만 명 이상의 노인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른 질환의 치료를 위해 이 약들을 이미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일종의 ‘가상 임상시험’처럼 작용해 약물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해준다.연구진은“알츠하이머병은 여러 유전자와 단백질의 수많은 변형이 뇌 건강을 해치는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처럼 한 가지 약으로는 치료가 어렵다”며, “이번처럼 유전자 데이터와 환자 기록을 함께 분석해 찾아낸 조합 치료가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약물 조합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테스트할 예정이다. 동물 실험에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수백만 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한줄기 빛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식품 중 하나인 달걀이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인 저밀도 지질 단백(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 됐다.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UniSA)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심장 건강에 진짜 해로운 것은 달걀에 풍부한 식이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붉은 고기, 가공육,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 생크림 치즈 등에 포함된 포화지방이다. UniSA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식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각각 LDL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독립적으로 분석한 세계 최초의 연구다. 연구 결과 콜레스테롤 함량은 높지만 포화지방 비중이 적은 식단(하루 두 개의 계란을 포함)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오히려 감소시키고, 심장 질환 위험 또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로 매년 18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연구 책임 저자인 조나단 D. 버클리 UniSA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달걀은 오래전부터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부당하게 비난받아 왔다. 달걀은 콜레스테롤은 많지만 포화지방이 적은 독특한 식품이다. 이번 연구에서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의 영향을 분리해 살펴본 결과, 달걀에 포함된 식이 콜레스테롤은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진짜 원인은 포화지방이었다. 깨지기 쉬운 달걀의 결백을 증명하는 단단한(삶은 달걀처럼)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논문에 따르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일반적인 식단과 비교했을 때, 콜레스테롤은 높지만 포화지방이 적은 계란 기반 식단은 혈중 지질 및 지단백 수치를 개선시켰다. 반면 달걀을 제외한 식단(EGG-FREE)은 이러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식이 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버클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달걀을 옹호하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아침 식사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때, 걱정해야 할 대상은 달걀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베이컨이나 소시지다. 이러한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들이 심장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연인과의 관계가 파탄 나 별거 중인 남성은 결혼생활 중인 남성보다 자살할 위험이 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호주 멜버른 대학교와 디킨 대학교 연구자들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1억 600만 명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수행한 75개 연구를 새롭게 종합 분석해 에 발표했다.연구 결과 이혼한 남성은 기혼남성 대비 자살 위험이 2.8배 더 높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별거 중인 남성이었다. 결혼생활 중인 남성에 비해 자살 위험이 4.8배 더 컸다. 특히, 별거 중인 35세 미만 남성은 또래 기혼자 대비 자살 위험이 9배 가까이 더 높았다. 별거 중인 남성의 자살 위험이 이혼한 남성의 거의 2배에 이른다는 것은 이혼에 이르기 전 별거하는 짧은 기간이 남성의 정신건강에서 매우 위험한 시기임을 보여준다.연구자들은 비영리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논문 관련 글에서 “이별이라는 극심한 감정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부 남성의 경우, 자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픔, 수치심, 죄책감, 상실감과 같은 감정이 매우 깊고 오래 지속될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많은 남성이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속에 자라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도록 배운다며 이로 인해 감정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많으며, 이는 감정에 적절히 반응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고 설명했다.이러한 영향은 여성의 자살 경로에서는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남성이 유독 연인과 헤어진 후 정신건강에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뭘까.연구진은 남성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친구 관계보다 연인과의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친구들과의 관계가 약해지고 쉽고, 이성애자 남성 대부분이 배우자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가장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관계가 파탄나면, 외부의 지지가반이 거의 없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짚었다.이번 연구에서도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이별 후 남성의 자살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게 확인 되었다.연구자들은 남성의 이별 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건강하게 관계를 끝내는 방법, 거절을 받아들이는 능력, 이별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을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또한 이별이나 별거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상담소나 지원기관 같은 곳에서 이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방법도 제시했다.아울러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이별 후 도움을 요청하는 남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 대응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 후 도움을 요청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며, 이러한 연결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지난 2016년 원광대 예방관리센터 이영훈 교수 팀의 논문에 따르면, 배우자와 이혼·사별 했거나 별거중인 남성은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남성보다 자살 위험이 2.1배 높았다. 반대로 여성은 이혼, 사별 후에 오히려 자살 위험이 기혼 여성보다 34% 낮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잠자는 왕자’로 잘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칼리드 빈 탈랄 왕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각) 향년 3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사우디 왕실이 공식 발표했다. 알 왈리드 왕자는 지난 20년 동안 혼수상태였다.알왈리드 빈 칼리드 왕자의 아버지 칼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63) 왕자는 소셜 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평안한 영혼이여 네 주님(your Lord)께로 돌아가라. 그분이 기뻐하시고, 너도 기뻐하는 상태로…. 신의 뜻과 운명을 믿는 마음으로, 크나큰 슬픔과 비통 속에 사랑하는 아들 알 왈리드 왕자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신께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길 바랍니다”라며 아들의 죽음을 애도했다.BBC와 걸프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알왈리드 빈 칼리드 왕자는 1990년 태어났다. 그는 사우디 억만장자 알 왈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 왕자와 리마 빈 탈랄 공주의 조카인 칼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 왕자의 장남이었다.2005년 15세 나이로 영국 런던의 사관학교에 다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출혈을 겪고 혼수상태에 빠졌다.이후 20년 넘도록 인공 호흡기를 달고 연명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생명 유지 장치 중단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하며 신의 치유를 믿는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2019년 왕자의 머리와 왼팔이 움직였다는 가족의 주장을 담은 보도가 있었으며, 올해 초 왕자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사우디 왕실은 이를 부인했고 이번에 공식적으로 사망을 발표했다.왕자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사우디와 아랍 세계에서는 아들의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가족, 특히 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이 큰 주목을 받았다. 20년 간 병상을 지킨 아버지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감동했고, 왕자의 병실은 영적인 명소가 되었다. 수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찾아 그의 회복을 기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심장마비’하면 십중팔구 가슴을 움켜쥐며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또 본 클리셰(상투적인 표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심장마비 증상은 이처럼 극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심장마비 증상을 오해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비현실적인 심장마비 이미지로 인해 실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치료를 미루다 나중에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마비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거나 좁아져 혈류가 차단되면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상태다. 피가 안 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 손상은 커진다.영화와 TV의 상투적 표현이 낳은 부작용영화처럼 갑작스럽고 강렬할 통증이 없으며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하지만 실제 심장마비는 극심한 통증보다 미묘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모호한 불편감, 압박감, 조이는 느낌,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느낌 등이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바쁠 때 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을 무시하기 쉽다.과학전문 매체 어스 닷컴(earth.com)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학교 알링턴 캠퍼스 간호학과 교수인 앤 에크하트(Ann Eckhardt) 박사와 그의 연구실 동료들은 이러한 오해가 실제로 사람들의 대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 했다. 이를 통해 대중의 인식과 의학적 현살 사이에 위험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증상에 대한 오해로 갖는 잘못된 기대, 골든타임 놓쳐연구진은 가슴 통증 인식 설문지를 개발해 미국 전역의 597명(평균 나이 54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실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놀라웠다.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TV나 영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 심장마비 정보를 습득했다고 밝혔다.현실이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전형 적인 증상’과 다르면 ‘심장마비일 리 없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미룰 위험이 크다.심장마비는 꼭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약한 신호로 증상을 알리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사람이 날카로운 통증 대신 막연한 불편함이나 조이는 느낌을 경험한다. 증상이 애매하다 보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치료를 미루고,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쳐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 수 있다.심장마비 증상에 대한 대중 인식 바꿔야에크하트 박사는 의료진의 질문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단순히 “가슴 통증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 압박감, 조임, 쥐어짜는 느낌이 있습니까?”처럼 환자들이 자신이 느끼는 증상을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러한 접근 방식이 환자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으며, 환자 스스로 증상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에크하트 박사는 덧붙였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달리기 부상은 서서히 피로가 누적 돼 임계치를 넘으면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전 세계 87개국 5205명의 러너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단 한 번의 운동 중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지난 30일 동안 가장 길게 뛴 거리보다 한 번에 훈련거리를 크게 늘렸을 때 과사용 관련 부상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증가 폭이 클수록 부상 위험도 커졌다.러너들이 겪는 과사용 부상에 대한 기존의 믿음(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피로가 누적된 결과)을 뒤집은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 연구 결과는 에 게재됐다.공동 저자인 라스무스 외스터고르 닐센(Rasmus Østergaard Nielsen) 오르후스 대 공중보건·역학과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부상이 서서시 누적된 결과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상이 러너들이 한 번의 훈련에서 훈련량 실수를 저지를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한 스마트 워치 브랜드를 사용하는 87개국 5205명의 러너를 대상으로 18개월간 코호트(동일집단) 연구를 수행했다. 평균 나이 45.8세, 여성 22%였다. 연구기간 중 총 58만8071회의 달리기 훈련이 이뤄졌다. 참가자 중 1820명(35%)이 달리기 관련 부상을 당했다.단일 달리기 훈련서 운동량 갑자기 늘리면 부상 위험 급증분석결과 한 번의 달리기 훈련에서 최근 30일 동안 달린 가장 긴 거리의 10%를 초과할 때부터 부상위험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달린 거리의 증가폭이 -10% 초과~30% 이하일 때 부상 위험은 64% 높아졌다.-30% 초과~100% 이하일 때 부상 위험은 52% 상승했다.-100% 초과일 땐 부상 위험이 128% 증가했다.1~10% 범위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이 구간 내에서도 1%이상 러닝 거리 증가 시 부상 위험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훈련량 10% 증가 규칙’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닐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스포츠 기술 업계가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달리기 훈련용 알고리즘(ACWR), 근거 거의 없어문제의 알고리즘은 스마트 워치 등에 흔히 사용하는 ‘급성: 만성 작업부하 비율’(ACWR)로 2016년 도입됐다. 전 세계 수많은 스포츠 워치에서 부상 예방과 훈련 최적화를 위해 사용한다. 닐센 교수는 이 알고리즘이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 알고리즘은 원래 팀 스포츠용으로 설계되었으며, 고작 2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데이터 조작 의혹까지 있어 러닝 부상 예방에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ACWR은 최근 1주일간의 훈련량을 지난 3주 평균 훈련량과 비교해 비율을 계산하고, 훈련량을 최대 20%까지만 늘리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해당 알고리즘의 지침을 따를 경우 단일 달리기 훈련에서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부상 예방을 위해 한 번에 거리를 10% 이상 늘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닐센 교수와 동료들은 지난 8년 동안 러너에게 훨씬 효과적인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를 상업적 이익 없이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닐센 교수는 해당 알고리즘을 스포츠 시계에 적용하면 실시간 부상 경고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달리기 훈련 중 스포츠 시계가 교통 신호등처럼 작동해 초록불은 위험 낮음, 노란불은 위험 증가, 빨간불은 매우 위험과 같이 경고를 할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허리둘레와 키의 비율이 나이가 들었을 때 건강 상태와 독립적인 삶의 유지 가능성을 예측 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약 1만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허리-엉덩이’ 비율과 ‘허리-신장’ 비율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인 신체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학술지 에 발표한 이탈리아 학자들의 연구는 복부 지방 분포가 향후 이동성과 근력의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큰 사람들은 건강 전문가들이 노년기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단순한 과제, 즉 의자에서 다섯 번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수행시간이 더 길었다. 이 같은 경향은 연령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일관되게 나타났다.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향후 이동성 문제, 일상 활동의 어려움, 더 심각한 건강 합병증의 위험 신호일 수 있다.허리둘레 ÷ 엉덩이둘레·허리둘레 ÷ 신장, 위험 기준이탈리아 제멜리 대학병원(Gemelli University Hospital) 연구진은 평균 나이 57세인 1만 690명의 신체 정보를 분석하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참가자는 대형마트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모집했으며, 54%가 여성이었다.연구진은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지표에 주목했다.첫 번째는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둘레(분자)를 엉덩이 둘레(분모)로 나눈 값이다.두 번째는 허리-신장 비율. 역시 허리둘레를 키로 나눈 값이다. 계산할 때 단위를 통일해야 한다.(예: 허리 둘레 34인치, 키 1m70인 사람이라면 허리 둘레를 cm로 변환하고 키도 cm로 통일해 ‘86.36 ÷ 170’로 계산하면 0.508을 얻을 수 있다.)위험 기준은 명확하게 파악됐다.-허리-엉덩이 비율은 0.90을 초과하는 남성과 0.85를 초과하는 여성이 위험 군으로 간주됐다. -허리-키 비율의 경우에는 남녀 보두 0.5를 초과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별로는 남성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위험 군에 포함됐다. 남성의 61%가 허리-엉덩이 비율에 문제가 있었고, 건강한 허리-키 기준을 벗어난 이도 71%에 달했다. 여성은 39%가 비정상적인 허리-엉덩이 비율을 보였으며, 53%는 건강한 허리-키 기준을 초과했다.의자 앉았다 일어서기 수행 시간이 보여주는 건강 경고연구진은 신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매우 단순한 테스트를 했다.참가자들은 팔짱을 낀 채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최대한 빠르게 다섯 차례 반복 수행했다. 여성은 평균 7.9초, 남성은 평균 7.6초가 걸렸다. 과제 수행 시간은 허리둘레 수치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허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큰 사람들은 나이, 흡연 여부, 식단, 평소 신체 활동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일관되게 신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결과, -허리-엉덩이 비율이 비정상인 사람은 신체 기능 저하 위험이 28% 더 높았다.-허리-신장 비율이 비정상인 사람은 이 위험이 32% 더 컸다.뱃살이 신체 기능을 저해하는 이유과도한 복부 지방, 특히 장기 주변의 내장 지방은 심각한 생물학적 문제를 유발한다. 내장 지방은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해 근육 기능과 심장 건강을 방해한다. 또한 내장 지방은 근육 조직 자체에 침투하여 근력과 유연성을 감소시킨다. 근육 안에 지방이 끼어 있는 ‘마블링 근육’ 형태가 되면 기능이 저하된다.이 연구는 복부 지방과 근감소증(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근육량과 근력의 점진적인 감소)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을 강조한다. 근감소증은 낙상, 골절, 장애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허리-신장 비율, 강력한 건강 예측 도구두 가지 지표 모두 유용했지만, 허리-신장 비율이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서 더 강력한 예측력을 보였다. 이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서 키로 나누기만 하면 알 수 있다.허리 둘레는 갈비뼈와 엉덩뼈 사이의 가장 가는 부위에서 재면 된다. 이를 키로 나눴을 때 0.5를 초과하면 건강 위험 신호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흑사병(Pestis)이 21세기 주요 선진국 미국에서 발생했다.복수의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 코코니노 카운티 보건 당국은 한 주민이 폐렴형 흑사병(pneumonic plague)에 걸려 사망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해당 주민은 최근 지역 병원에서 초기 처치와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결국 같은 날 숨졌다. 사망자가 어떻게 흑사병균에 감염 됐는지와 사망 일자 등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사람의 폐에 침투해 발생하는 폐렴형 흑사병은 ‘가장 드물지만 가장 위험한 유형의 흑사병’이라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설명했다.흑사병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림프절 흑사병(가래톳형), 폐 흑사병(페렴형), 패혈증 흑사병(패혈증형)이다. 그중 가래톳형이 1340년대 유럽 인구 절반 정도(최대 1억 명 추정)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 높은 전염병이다.일반적으로 흑사병은 감염된 동물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전파한다. 하지만 폐렴형 흑사병은 세 가지 유형 중 유일하게 사람 간에 전파될 수 있다. 흑사병이란 이름은 피부의 혈소 침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을 보여 붙었다항생제 덕에 현대 사회에선 초기 진단 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대응이 빠를수록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흑사병은 역사속의 질병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드물게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00명 안팎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한다. 주로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선 흑사병 발병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흑사병 감염을 피하려면 쥐나 쥐벼룩,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의 사체를 만져서도 안 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성인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신체 활동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은 이후 삶에서 전체 사망 위험이 30~4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에는 못 미치지만 이전보다 활동량을 증가시킨 경우에도 사망 위험이 20~25%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자들은 “성인기의 어느 시점에서든 더 활동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운동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때는 없다’”라고 결론지었다.권장 신체 활동량WHO는 성인에게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신체활동 또는 이 두 가지의 조합을 권장한다. (주당 2회의 근력 운동 결합하면 더욱 효과적)중강도 신체활동은 옆 사람과 가벼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며 빠르게 걷기, 집안 청소, 등산(낮은 경사), 저속으로 자전거 타기, 가볍게 춤추기 등이 해당한다.고강도 신체활동은 호흡과 심박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말을 하기가 힘들 정도의 운동 강도다. 달리기, 계단 빠르게 오르내리기, 격렬한 수영, 자전거 타기(오르막 오르기나 평지 빠르게 타기), 농구 축구 등 구기종목이 이에 해당한다.기존 연구의 문제점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한 시점에서의 활동량만 측정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신체활동을 거의 안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 운동 애호가가 되거나, 반대의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연구개요연구진은 2024년 4월까지 발표된 영어 논문 중 두 번 이상 신체 활동량을 측정한 총 85편을 메타 분석했다. 각 논문의 표본 크기(참여자 수)는 357명에서 657만 명까지 다양했다. 59편은 성인기 동안의 신체 활동 패턴을, 16편은 활동 수준별 평균 건강 효과를, 11편은 누적된 활동량과 사망률의 관계를 다뤘다.연구 주요 결과-꾸준히 활동적(지침 충족)인 사람은 비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30~40% 감소했다. (32편 기준) -성인기 특정 시점부터 활동량을 증가시킨 사람은 사망 위험이 20~25% 줄었다.(21편 기준)-비활동적 생활에서 활동적으로 전환한 사람은 전체 사망 위험이 22% 감소했다.-여가시간 신체 활동을 늘린 경우도 전체 사망 위험이 27% 줄었다.반면 활동적이던 사람이 다시 비활동적으로 바뀌면, 사망 위험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질병별 사망 위험 감소 효과꾸준히 활동한 사람은 비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약 40%,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25% 낮았다. 다만 신체활동과 암 사망과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활동량, 지침보다 적더라도 긍정 효과지침에는 못 미치더라도 신체 활동을 늘리면 건강상 이점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항상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보호 효과는 한계선이 있었다. 활동량이 많아 주간 권장량을 초과하더라도 추가적인 사망 위험 감소는 미미했다.연구진은 “성인기 어느 시점이든 신체 활동을 시작하면 생존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며 “한때 활동적이었던 것보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점은, 신체 활동을 꾸준히 유지해야 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은 비활동적인 사람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적인 사람이 운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다양한 신경통증 치료에 쓰이는 가바펜틴(제품명 뉴론틴)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학술지 국부마취와 통증 의학(Regional Anesthesia & Pain Medicine)에 발표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 따르면, 가바펜틴을 6회 이상 처방 받은 사람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을 확률이 각각 29%와 8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첫 처방 후 10년 이내에 발생한 수치다.연구진은 미국 전역 68개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HR)에 등록된 수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질환에 걸리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다.18~34세 사이의 사용자에게는 위험 증가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35~49세 사이의 사용자에게서는 치매 위험이 2배 이상,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했다. 50~64세 사이 사용자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사용자의 나이에 관계없이 처방 빈도 또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카바펜틴을 12회 이상 처방 받아 복용한 사람은 3~11회 처방받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40%,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이 65% 더 높았다.가바펜틴은 원래 간질(뇌전증) 치료용으로 개발한 약물이다. 이후 신경병성 통증, 요통,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처방한다. 중독성이 낮아 마약성 진통제보다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연구진은 이 연구가 관찰·후항적 연구이기 때문에 인관관계를 입증할 순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가바펜틴의 용량이나 사용기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기저 질환이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그럼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가바펜틴 처방과 10년 이내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바펜틴 처방 빈도가 높을수록 치매 발생률이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있다”라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만 가지고 가바펜틴 복용이 치매 또는 인지장애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의 임상 연구 책임자인 리아 머살린 박사는 “이 연구는 만성 통증을 겪는 사람들의 건강 기록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발작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가바펜틴을 처방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는 가바펜틴과 치매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일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근육통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주로 하던 ‘얼음물 목욕’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행이다. 블랙핑크 제니도 애호가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제니는 지난해 공개된 한 영상에서 “몸의 통증과 긴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투어와 공연을 반복하며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시작했다.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긴장될 때 콜드 플런지(얼음물 목욕)가 이런 긴장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호평했다.얼음물 목욕은 근육 회복, 염증 감소, 혈액순환 개선, 정신적 각성 증진, 스트레스 완화 등을 아우르는 하나의 사업 모델로 급성장 하고 있다. 얼음물 목욕 산업, 급성장 추세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sphericalinsights)에 따르면 냉각 시스템을 갖춘 냉수욕 욕조(Cold plunge tub)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억 3800만 달러(4640억 원)에서 2033년 약 4억 8300만 달러(6631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미로 얼음물 목욕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상업용(헬스장, 스파, 호텔, 병원 등)이 약 8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가정용이다. 얼음물 목욕의 역사는 매우 길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냉수의 진통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얼음물 목욕 효과? 설은 많지만 증거는 부족일부 전문가들은 찬물이 피부에 닿으면 혈관이 수축해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손상된 근육과 인대의 부기와 염증, 통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일부 전문가도 있다. 얼음물 목욕의 물 온도는 보통 섭씨 3도에서 15도 사이다.얼음물 목욕은 정말 이러한 효과가 있을까?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의 인간·응용생리학자인 마이크 팁톤 교수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사무엘 코넬 연구원(박사 학위 취득 마지막 단계에 있는 박사 후보자(PhD candidate))은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며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두 사람이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얼음물 목욕 유행, 하지만 건강 위험 동반’이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얼음물 목욕은 고강도 운동 후 근육통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작고 지속 시간도 짧다.일부 연구에 따르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 한 번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기분이 개선될 수 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정신건강 개선,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분비 증가, 신진대서 증진, 체중 감량에 대한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얼음물 목욕에 따른 위험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강력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한다.섭씨 15도 이하의 찬물에 입수하면 몸은 곧바로 저온 충격(cold shock) 상태에 빠진다. 숨이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는데 통제되지 않으며 심박수와 혈압이 급등한다.수온이 너무 낮거나 찬 물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심부 체온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으로 몸의 떨림, 혼란, 실신 같은 증상이 저체온증의 징후다.심각할 경우 저온 충격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본인이 알지 못하는 심장, 혈관, 뇌 관련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1969년 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많은 수영선수조차도 찬물에서는 몇 분 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실험 참가자들은 옷을 입은 채 섭씨 4.7도의 물에 들어가 탈출을 가정하고 수영을 하도록 했는데, 일부는 90초 이내에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으며 수영을 중단해야 했다. 이는 심부체온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다.물에서 나온 후에도 심부 체온이 계속 떨어지는 잔류저체온(afterdrop)으로 인해 탈진하거나 쓰러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얼음물 목욕을 할 경우 젊고 건강한 사람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차가운 물 속에서 장시간 버티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추위에 노출되면 손과 발의 신경과 혈관에 장기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를 비동결성 한랭 손상이라고 부르며 찬물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무감각, 통증, 추위에 대한 민감성과 같은 증상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얼음물 목욕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팁을 따라 위험을 줄이라고 두 사람은 조언했다.얼음물 목욕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여섯 가지 팁첫째, 병원 검진 통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심장·뇌졸중·호흡기 질환이 있는 지 확인하고, 있다면 하지 않기.둘째, 본인의 한계를 파악하기. 체력이 좋다고 해서 저온 충격의 예외가 될 수 없다.셋째,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처음부터 찬물에 들어가지 말고 미지근한 물에서 점차 차가운 물로 진행.넷째, 절대 혼자하지 않기. 특히 처음 시도하는 경우 위급 시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다섯째, 시간과 온도 조절. 한 회에 3~5분을 넘기지 말고 물의 온도를 주의 깊게 살필 것.6번째, 위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떨림 무감각, 혼란 같은 증상을 ‘극복해야할 과정’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저체온증의 징후일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옛날 왕이나 지체 높은 양반들은 부부가 따로 잤다. 유럽도 마찬가지. 수백 년 전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는 결혼한 후에도 남녀가 각자 다른 침실을 사용하는 일이 흔했다. 따로 자는 것은 왕족이나 귀족,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지위와 부의 상징이었다.오늘날에는 동서를 막론하고 부부나 연인이 한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더 나은 수면을 위해 각자 따로 자는 ‘수면 이혼’을 택한 부부가 꽤 많다는 사실이 작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미국 수면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부부 35%가 수면 이혼을 선택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더 흔해 27~42세의 43%, 43~58세의 33%, 59~76세의 22%가 각방을 쓴다고 답했다. 이런 사정은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부부간 수면 환경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이 각방을 쓰거나, 한방에서 자더라도 침대를 따로 쓴다고 밝혔다.왜 부부는 따로 자는 걸 선택할까?애정 관계에 문제가 없는 부부가 따로 자는 이유는 한 사람의 수면 습관이나 문제로 인해 상대방의 수면이 방해받는 경우, 또는 서로가 상대방의 잠을 방해할 경우다.이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예를 들면, 밤에 자주 깨는 습관, 서로 다른 생체리듬(한 명은 저녁 형, 다른 한 명은 아침 형 인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해 시간대의 충돌, 코골이·다리 경련·잠꼬대와 같은 수면 중 이상 행동 등이다.아기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둘 다 수면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따로 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한 쪽이 시원한 방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쪽은 따뜻한 방을 선호하는 것처럼 수면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상충도 경우도 있다. 따로 자는 것의 장점많은 부부가 배우자 옆에서 자는 것을 선호하며 더 잘 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호주 모나시 대학교에서 수면과 인지 기능 분야를 연구하는 앨릭스 멜러 박사가 최근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뇌파검사(EEG) 등 객관적으로 수면을 측정하면, 함께 자는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해 혼자 자는 것이 실제로는 더 깊고 긴 수면을 취한다는 얘기다.연구에 따르면, 부부 중 한 명에게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증(수면 중 호흡이 자주 중단되는 증상)과 같은 수면 장애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밤에 잠에서 깰 때 배우자를 무심코 깨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 쪽이 수면 장애가 있다면 따로 자는 게 좋다. 특히 수면 장애는 부부관계 만족도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부부라면 따로 자는 것이 더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수면 이혼의 단점혼자 자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심리적 안정감과 보호받는 느낌을 받길 원하는 사람은 따로 잘 경우 외로움을 느낀다고 토로한다.경제적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각방을 쓰려면 하나만 필요하던 방과 침대가 각각 2개로 늘어난다. 주거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 수면 이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각방 취침=사랑 없는 부부관계’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잠자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다. ‘낙인 찍기’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각방을 쓰면 부부관계 횟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친밀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면의 질이 좋을수록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감점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침대에서 숙면을 취한 덕에 친밀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더 커져 전보다 더 왕성한 관계맺음으로 발전할 수 있다.따로 자기, 어떤 부부가 고려해야 할까?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수면 이혼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서로의 수면을 방해하고 있는 경우.- 어린 자녀가 있어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온도, 빛, 소음 등 수면 환경에 대한 선호가 다를 때.수면 이혼이라고 해서 매일, 또는 영구적으로 따로 잘 필요는 없다. 주중에는 따로 자고, 주말에는 함께 자는 방식도 가능하다.만약 공간이 부족해 따로 자기 어렵다면, 수면 안대, 백색소음기, 귀마개 등으로 배우자의 수면 방해 요소를 줄일 수 있다.멜러 박사는 코골이, 불면증, 수면 중 이상행동(잠꼬대, 몽유병 등)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샤워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습도까지 높아 밖을 잠시만 돌아다녀도 온몸에서 땀이 샘솟는다. 끈적끈적한 느낌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 매일 더블 클렌징, 항균 비누, 바디 스크럽이나 때수건 등으로 각질 제거를 권장하는 미용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루틴은 피부와 환경 모두에 해로울 수 있다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전문의들은 지나친 관리로 인해 오히려 ‘피부장벽’이 손상될 수 있다며 몇몇 부위만 신경 써서 씻으면 된다며 주의를 당부한다.AP통신이 피부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해 바람직한 샤워방법을 정리했다.기본적인 샤워 방법샤워는 복잡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미지근한 물로 매일 샤워하고, 향이 없는 저 자극 클렌저를 사용한 뒤 보습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는 정도면 충분하다. 물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샤워 시간이 길어지면 피부장벽 유지에 필요한 천연 유분(피지)이 제거되어 건조함과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비누는 민감성 피부용을 사용하고, 항균 비누는 일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자극적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겨드랑이나 엉덩이에 종기가 지속적으로 생기는 자가 면역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을 앓는 사람에게는 항균 비누가 도움이 될 수 있다.샤워 후 물기가 약간 남은 상태에서 오일을 바르면 보습에 도움이 되지만, 오일은 수분을 공급하는 보습제가 아니라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기지 못하도록 잠그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일과 보습제는 용도가 다르다는 것.전신 더블 클렌징은 불필요얼굴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더블 클렌징’을 몸 전체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더블 클렌징은 오일 기반 클렌저로 화장품과 과도한 피지를 제거한 다음 물 기반 클렌저로 남은 잔여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전신을 더블 클렌징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의과대학의 피부과 교수인 올가 부니모비치(Olga Bunimovich) 박사는 “몸 전체를 두 번 닦을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대개 비누를 과하게 사용한다”며 “몸 전체를 비누로 문질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니모비치 교수는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만 비누를 사용하고 나머지 부위는 그냥 물로 씻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각질 제거는 주의해서각질 제거는 몸에서 죽은 피부 세포를 제거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는 피부에 좋다고 피부 전문의들은 말한다. 하지만 매일 하거나 과도하게 하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건성 피부, 아토피, 여드름이 있는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각질 제거 후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면 각질을 너무 많이 제거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거친 스크럽제나 때수건보다는 젖산이나 글리콜산이 함유된 각질 제거제가 더 적합하며, 이 역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짧은 샤워로 물 절약하기환경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은 305.6리터(2022년 기준)다. 130리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과 덴마크의 2배 이상이다. 아직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는 물 부족 위험성이 높은 ‘물 스트레스 국가’에 속한다. 샤워기의 1분당 물 사용량은 12리터에 달한다. 7월 10일 현재 강원 영동, 제주 지역 등은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물 절약이 필요하다. 미지근한 물로 짧고 효율적인 샤워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아이오와 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전문의 니콜 네그베네보르(Nicole Negbenebor) 박사는 “피부는 여러분이 가진 가장 큰 방어막 중 하나다. 그러니 잘 관리해줘야 하지만 때로는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가공육, 가당 음료, 가공식품의 트랜스 지방산 중 건강에 가장 해로운 식품은 가공육으로 밝혀졌다. 주목할 점은 가공육 섭취의 ‘안전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즉 가공육을 소량이라도 매일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 대장암, 심장 질환의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교 연구진은 60건 이상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하여 이들 식품과 제2형 당뇨병, 허혈성 심장 질환, 대장암라는 세 가지 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허혈성이란 피가 제대로 안 통해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허혈성 심장병은 심장에 피가 잘 안 통해서 가슴 통증(협심증)이나 심근경색(심장마비)이 생기는 질환이다.국제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공육이 가장 나쁜 결과를 보였다. 가공육은 보존기간을 늘리고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화학 성분을 첨가하거나, 염장, 훈제, 발효한 육류를 모두 포함한다. 베이컨, 햄, 핫도그, 소시지, 살라미, 통조림, 육포 등이다. 가공육이 치매, 당뇨병, 암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선 용량-반응 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에 집중했다.주요 발견-핫도그 한 개 정도 분량인 가공육 50g을 매일 섭취하는 경우 가공육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경우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최소 11%, 대장암 위험이 최소 7% 증가했다.-가당 음료의 경우,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를 하루 한 캔 더 섭취하는 경우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전혀 마시지 않는 경우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8%, 허혈성 심장 질환 위험이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트랜스 지방산의 경우, 소량을 매일 섭취하는 경우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경우보다 허혈성 심장 질환 위험이 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섭취하면 위험이 연구는 적은 양이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통계적 연관성 확인했다.이 연구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규모 표본과 철저한 통계 분석을 통해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전문가들은 가끔 먹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습관적인 섭취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구진은 초가공 식품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사이언스 알럿, 뉴스위크 등 참조)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밤에 밝은 인공 조명에 심하게 노출되면 5대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보건의학연구소가 미국·영국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 인공 조명을 많이 쬘수록 관상동맥 질환, 심근경색, 심부전, 심방세동,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야간 조명 노출 90~100 백분위수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은 0~50백분위수에 속한 사람들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23~32%, 심근경색 위험이 42~47%, 심부전 위험이 45~56%, 심방세동 위험이 28~32%, 뇌졸중 위험이 28~30% 증가했다.이러한 연관성은 신체 활동 수준, 흡연, 음주, 식습관, 수면 시간, 사회경제적 요인, 유전적 위험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유지됐다.여성은 심부전과 관상동맥 질환에서, 젊은 참가자는 심부전과 심방세동에서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연구진은 밤 시간 인공조명이 생체 시계(일주기 리듬)를 교란시켜 신진대사와 혈관에 이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야간 조명에 의한 혈액 응고 능력 증가는 혈전 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고, 24시간 혈압 상승이 지속되면 혈관 내피 손상 및 심근 비대를 초래할 수 있다.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밝은 빛을 피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정, 병원, 도시 계획에서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조명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8만 8905명(평균 나이 62.4세, 여성 56.9%)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2013~2016년 사이 손목 착용형 센서를 일주일간 착용해 조도(단위 면적이 단위 시간에 받는 빛의 양) 데이터를 제공했다. 연구자들은 이후 2022년 11월까지 국가보건서비스(NHS) 자료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의 심혈관 질환 진단 기록을 추적해 비교 분석했다.연구 결과는 의학 논문 사전 공개 플랫폼 에 게재됐다. 이곳은 동료 심사를 거쳐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 연구 결과를 미리 공개하는 사이트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2008년에서 2017년 사이에 태어난 전 세계 인구 중 1560만 명이 평생 위암에 걸리고, 그중 76%(1186만 명)가 위에서 발견되는 흔한 박테리아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위암은 지구에서 5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약 7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지만, 발병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만성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항생제와 위산분비 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요인이기도 하다.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박진영 박사팀은 7일(현지시각) 의학저널 에 발표한 연구에서 2022년 기준 세계 185개국 위암 발생률 데이터와 유엔 인구통계 자료를 이용해 2008~2017년 태어난 세대의 미래 위암 부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며,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수년간 생활할 수 있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위벽에 궤양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이 박테리아는 구강(키스)을 통해, 또는 구토물이나 대변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연구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관련 위암 발생 사례의 대부분(800만 명)이 아시아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헬리코박터 감염을 100% 탐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위암 발생률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으며, 80~90%의 효과만 달성해도 전체 위암의 60~68%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논문 제1 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인 박진영 박사는 “위암은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고, 효과적인 예방 정책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보건 당국이 위암 예방을 정책 우선순위로 삼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치료 프로그램 등을 통한 예방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채식주의자의 이미지는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와 조화를 중시하며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온화한 사람이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채식주의자는 육식을 하는 사람보다 권력욕이 강하고, 성취 지향적이며, 개인주의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미국과 폴란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하는 이에 비해 이타성(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에 대한 배려), 안정성(안정과 안전을 추구하는 가치), 순응성(사회 규범을 따르는 성향) 가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개인의 권력, 성취, 그리고 자극과 관련된 가치 평가에서 육식파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논문 교신 저자인 폴란드 SWPS 대학교의 존 네즐렉(John Nezlek) 교수는 “연구 결과는 채식 식단이 독립성과 개별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표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채식주의를 흔히 묘사하는 방식과 다소 상충된다”라고 썼다. 즉, 대중의 상상처럼 이타적인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사고로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는 성향이 채식주의자들에게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학술지 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1건, 폴란드에서 2건, 총 3건의 별도연구에서 3700여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미국 연구에는 채식주의자 514명과 비채식주의자 540명이 참여했다. 폴란드 연구에서는 각각 636명(채식주의자 약 47%)과 2102명(채식주의자 3.4%)이 참여했다.참가자들의 가치 평가는 심리학에서 널리 사용하는 슈바르츠(Schwartz)의 ‘인물 묘사 가치 설문지(Portrait Value Questionnaire)’를 사용해 진행했다. 보편주의, 박애, 순응, 권력 추구, 지배 욕구까지 다양한 가치관을 측정했다.왜 채식주의자들은 권력과 성취를 더 중시할까?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채식주의자들이 권력과 성취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가치 연구에서 널리 활용하는 슈바르츠의 가치 이론에서 권력은 ‘타인과 자원에 대한 지배 추구’, 성취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개인적 성공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이전 연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채식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여성은 양육과 같은 집안일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성 고정 관념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채식주의자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권력, 성공)를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쩌면 비채식주의자보다 더욱 남성화한 가치관 소유자일수 있음을 보여준다.채식주의자들은 또한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순응성을 덜 중시했다.이에 대해 네즐렉 교수는 어느 사회에서나 채식주의자는 소수 집단이기에 사회적 압력과 비판을 견뎌야 하며, 개인 원칙에 대한 강한 확신과 심리적 강인함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번 결과가 아시아, 남미 등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지는 불분명하며 가치(value)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그럼에도 그는 “채식주의자는 동물의 고통이나 환경 문제에 더 민감하고, 이에 대한 인식이 높을 수 있지만, 이 민감성과 인식이 ‘이타성(Benevolence)’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채식주의자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소수 집단 구성원으로서 일관된 가치를 지니는 경향이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라고 결론 내렸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세계 보건기구(WHO)가 오는 2035년까지 담배, 알코올, 가당 음료에 건강세를 부과해 최소 50%의 실질가격 인상을 촉구하는 ‘3 by 35’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 했다.향후 10년 간 담배·술·설탕음료에 특별 소비세를 도입하거나 인상하여 제품 접근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이들 품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고 공중보건에 사용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조치다.WHO에 따르면 담배, 술, 설탕음료 소비는 비전염성 만성 질환 확산의 주된 원인이다. 심장병, 암, 당뇨병과 같은 비전염성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담배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매년 700만 명 이상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제품의 가격을 한 번에 50% 인상하면 향후 50년간 약 500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WHO는 이러한 제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오랫동안 각국에 세금 인상을 촉구해 왔다. 담배의 경우 최소 75%의 세율(담배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 75%란 의미)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개별소비세(594원)와 부가가치세(409원), 담배 소비세(1007원), 지방교육세(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3323원으로 73.8%를 차지한다.WHO의 건강 증진·질병 예방 부문 책임자인 제레미 패러 박사는 “건강세는 우리가 가진 가장 효율적인 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건강세는 유해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정부가 의료, 교육, 사회 보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세수를 창출한다”라고 지난 2일(현지시각) 말했다.연구에 따르면 담배세는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이며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그렇다.설탕 첨가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설탕세도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자 이를 정책에 반영한 영국의 경우, 많은 청량음료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이러한 음료를 통한 어린이들의 첨가당 섭취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WHO의 ‘3 by 35’ 이니셔티브는 향후 10년 간 1조 달러(약 1367조 1000억 원)의 건강세 수입 창출을 목표로 삼는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약 140개국이 담배세를 인상했고, 실질 가격이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 이는 대규모 정책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HO는 밝혔다.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건강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소비 감소와 세수 증가라는 이중 효과를 경험했다.WHO는 각국 정부에 동참을 촉구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손가락 검지와 약지 비율은 운동 능력, 공격성, 위험 감수 성향, 직업 선호도와 같은 여러 특성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검지가 약지에 비해 짧은 사람들은 경쟁 스포츠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거나 이공계 진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비율은 또한 성격, 인지 능력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 이 비율이 쥐의 성적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생물학적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일본 오카야마 대학교의 사카모토 히로타카 교수와 하야시 히메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에서 쥐의 두 번째 발가락(검지)과 4번째 발가락(약지)의 길이 비율인 ‘2D:4D 비율’을 통해 설치류의 성행동과 성적 취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연구진은 이 비율을 성적 행동·선호도와 연결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검지:약지 비율약지(4D)가 검지(2D)보다 길면 낮은 비율, 비슷하거나 검지가 더 길면 높은 비율로 간주한다.이 비율은 태아기 성 호르몬 노출과 관련이 있다.태아가 자궁 내에서 안드로겐(남성 호르몬 통칭)에 더 많이 노출되면 검지보다 약지가 더 길며(낮은 비율)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 통칭) 노출량이 더 높으면 높은 비율이 된다고 과학자들은 본다.평균적으로 남성은 검지에 비해 약지가 더 길고, 여성은 비슷하거나 검지가 약간 더 긴 편이다.검지 짧은 쥐, 강한 성욕 표출검지가 짧은 쥐는 단순히 성적으로 더 활발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이성(암컷) 선호를 보였다.연구진은 검지와 약지의 길이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교미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대로 였다. 첫 번째 성적 접촉에서 사정한 수컷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검지가 더 짧았다.이들은 높은 성욕을 보였다. 사정 횟수가 많고, 더 빨리 사정했으며, 발기 기능도 더 강력한 경향을 보였다.사카모토 교수는 “2D:4D 비율이 쥐의 성적 활동을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임을 확인했다”며 “검지가 짧은 쥐는 성적으로 더 활발했을 뿐 아니라 암컷 냄새에 대한 명확한 선호도 보였다”라고 말했다.성적 선호도, 냄새로 입증성적 행동뿐만 아니라 선호도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쥐들에게 수컷 냄새가 밴 침구와 암컷 냄새가 밴 침구 중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처음에는 모든 수컷 쥐가 수컷 침구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검지가 짧은 쥐들만암컷 침구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보였고, 더 많이 냄새를 맡고, 오랫동안 탐색했다. 이는 명확한 성적 선호를 나타낸 것이라고 연구진은 짚었다.손가락 길이, 뇌 구조 반영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쥐의 성적 행동을 넘어 태아기 호르몬 노출이 뇌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손가락 길이 비율은 뇌 구조의 생물학적 지표일 수 있으며, 태아기 호르몬 노출이 성적 취향이나 정서적 애착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사카모토 교수는 “이번 결과는 신체와 정신의 깊은 연결성을 보여주며, 과학적·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손가락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행동 경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2D:4D 비율은 인지 특성이나 정신 건강 상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폐증, 우울증, 애착 장애 같은 성별 차이를 보이는 질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생물학,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어이 연구는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도 던진다.우선 쥐에서 얻은 결과가 인간에게 얼마나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통제된 실험실 환경의 쥐와 달리, 인간의 성적 행동은 생물학적 요소 외에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 등 복잡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는 수컷 쥐에게 초점을 맞췄기에 암컷 쥐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다른 핵심 의문점은 인과관계다. 약지가 더 긴 쥐는 성적으로 더 활발하고 명확하게 성적 취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과학자들은 손가락 비율이 이러한 행동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 태아기의 공통된 영향에서 비롯되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어스 닷컴, 유레크얼러트 관련 기사 참조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