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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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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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7~2025-07-27
칼럼100%
  • ‘北 화성-12 시험발사’…국제사회 제재·압박 움직임 가속화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16일 동해로 이동시켰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레이건함은 이날 오후 1시 반 경 약 310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기지를 떠났다. 요미우리신문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경계활동을 위해 동해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현재 동해에서 경계활동 중인 핵항모 칼빈슨함과 교대하거나, 두 척 체제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함은 당초 15일 출항 예정이었으나 경미한 결함이 발견돼 하루 출항을 늦췄다.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레이건함(10만2000t급)은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방일 중이던 지난 달 19일 정박한 레이건함 위에서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기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교도통신은 “레이건함의 움직임에 따라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7함대 소속 레이건함은 지난해 11월 귀항해 정기점검을 받았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도발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미 보수 성향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이 15일(현지시간)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이 신형 중거리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을 연습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권 재진입 실험은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단계(key step)로,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가장 진보한 기술”이라고 평가한 뒤 “북한이 미국 영토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미사일 시험 능력을 향상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 유형을 여전히 감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미사일의 비행(궤적과 거리)은 ICBM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북한은 중국에 자산이 아니라 부채이고, 중국은 우리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만이 홀로 불법 대량파괴무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논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충고하겠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이 시점에서 (한미 두 정상이 나눌) 구체적인 대화에 대해선 미리 앞서 나가진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에 대한 유엔의 비판과 규탄 수위도 어느 때보 다 고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이례적으로 별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행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에 대한 위반이자, 이(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책무를 충실히 준수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실험 도발에 대해선 유엔 사무총장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곤 했지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별도 성명은 드문 일이라고 유엔 소식통들이 전했다. 유엔 안보리도 15일 개별 열람을 통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언론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매우 불안정한 행동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명한다”며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규탄을 표명했다. 이 성명은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무기 운반 기술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지역의 긴장을 매우 높이고 있다. 북한은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비핵화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16일(현지 시간) 오후 회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데, 이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결의안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이 중국에 (언론성명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 관계자들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추진과 관련된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거부권이 있는) 중국의 동의가 확보돼야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군사력 증강의 명분으로 삼고 방위체제 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방위성은 이번처럼 북한이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낙하 속도가 빨라 현재의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외부에 밝히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16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스커드, 노동, 무수단과 탄두의 모양이 달라 신형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달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미사일과) 형태가 유사하다”고 밝혔다. 또 “일정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이나다 방위상은 전날 국회에서도 “일본의 탄도 미사일 요격 능력을 한층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2A’의 조기 배치와 지상 배치형 이지스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언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면 현재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와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 등 2단계인 일본의 요격 시스템이 3단계로 진화하게 된다. 한편 집권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요격이 어려워진 만큼 직접 적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5일 열린 ‘북한 핵실험 미사일 문제 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전했다. 일본 정부는 공격능력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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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피해망상 김정은 계속 조일 것”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의도에 대해 “그(김정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전까지, 우리(미국)는 그와 마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14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도 ‘적절한 상황’이 되면 (북-미가) 서로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상황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이런 상황은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전에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번 발사는 대선 이후의 남한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그(김정은)는 피해망상 상태에 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어떤 것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미국)가 (북한에 대해) 할 것은 나사를 계속 조이는 일뿐”이라며 “그것이 대북 제재이건, (북한을 비판하는) 언론 성명이건, 우리가 해야 하는 무엇이든 (북한을 압박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다. 그(김정은)가 (나사가 조여 오는 듯한 압박을)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유엔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편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미 본토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등 서부 해안에 요격 미사일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에 관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법안은 두 지역에 지상 요격기 28대를 추가로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보유한 지상 요격기 규모를 30% 이상 늘리는 것이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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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섬웨어 대란 막았지만 ‘변종’ 위험

    세계 곳곳에서 피해를 입힌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의 국내 상륙이 예상된 15일, 우려됐던 공공기관 해킹에 따른 업무마비 등 대규모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대란은 막았으나 보안이 취약한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피해가 나왔고, 변종 출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랜섬웨어란 PC에 악성코드를 심고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돈(비트코인)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워너크라이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영국 등에서 보건의료망이 마비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공포감이 커졌다.○ 자영업자, 소형 단말기 등 ‘약한 고리’ 당했다 15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의 50여 개 극장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일부 기능이 마비됐다. 30여 곳은 영화 시작 전 보여주는 광고 송출화면에, 20여 곳은 극장 로비에서 영화 상영시간을 안내하는 광고판에 랜섬웨어 경고창이 뜨면서 먹통이 됐다. 또 국내 한 보안업체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카드결제 단말기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버스정류장의 안내판도 랜섬웨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감염경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오락실 게임기 등이 먹통이 됐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보안업체 안랩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보안 프로그램 V3가 진단한 국내 민간 분야 워너크라이 피해 사례가 209건이라고 밝혔다. 주로 외부 광고판과 카드결제기 등 PC 연결용 외부 단말기가 피해를 봤다. KISA 관계자는 “비교적 보안패치 적용이 쉽고 업데이트 적용도 빠른 개인용 PC와 달리 이들 단말기는 보안패치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세탁기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워너크라이에 감염되기도 했다. 랜섬웨어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KISA에 예방법 등을 묻는 문의가 이날 오후 5시까지 2931건이 몰렸다. 한때 KISA가 랜섬웨어 예방법을 공지한 웹사이트 ‘보호나라’엔 접속자가 몰려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국내 기업의 워너크라이 피해 의심건수는 13건. 이 중 9건은 피해 사례로 정식 접수돼 KISA가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다.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노출하기 꺼리는 국내 기업 특성상 실제 피해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13일부터 15일까지 국내서 시도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시도만 4000여 건이라는 것이 보안업계의 분석이다.○ 대란 막았지만, 변종 우려 커져 대형병원 전산망과 공공기관 업무가 마비된 해외 사례에 비춰 볼 때 비교적 국내서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말 동안 대처할 시간이 충분했고, 정부도 주말에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대국민 소통에 주력했던 점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한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국가안보실이 랜섬웨어 초동 대응 및 피해 방지를 위해 주말 동안 컨트롤타워를 꾸리고 대국민 상황보고에 나섰는데, 이례적으로 발 빠른 조치”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럽을 중심으로 랜섬웨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13일 국내 기업 7000여 곳에 랜섬웨어 확산을 알리는 안내 e메일을 보내는 등 대처했다. 15일에 우려된 병원과 정부기관 업무마비 대란은 피한 것으로 보이나, 유럽과 미국 등에서 새로운 변종 랜섬웨어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보안업계 측 설명이다.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는 12일 확산 이후 280여 종의 변종이 새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랜섬웨어를 이용한 사상 최대 규모의 동시다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톰 보서트 국토안보보좌관에게 긴급 대책회의 개최를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한 직후인 12일 밤 이같이 긴급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에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의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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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측근들에 불만 쌓여… 백악관 핵심참모들 경질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 후폭풍을 돌파하기 위해 백악관 일부 핵심 참모들을 경질하는 인적 쇄신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선 트럼프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코미가 조사했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뉴욕타임스 등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핵심 측근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의 경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다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보직인 만큼, 이들을 경질한다면 다른 부처의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배넌 수석전략가의 경질설은 지난달부터 공공연하게 제기됐고, 스파이서 대변인은 최근 코미 경질 논란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노를 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불만이 많고 모든 사람에게 화가 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대로라면 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만일 배넌과 프리버스가 경질된다면 배넌이 맡고 있던 수석전략가 자리는 없어지고,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교체될 경우 최근 코미 경질 사태 와중에 해군 예비군 훈련으로 자리를 비운 스파이서의 ‘대타’로 나서 트럼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여성 부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가 후임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미 전 국장 논란으로 백악관과 일부 내각이 흔들릴 경우 안 그래도 지연되고 있는 한반도 관련 핵심 보직 인선도 자연스럽게 지연돼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 북핵 공조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현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국방부 동아시아 차관보, 주한 미대사 등 핵심 한반도 라인업이 공석인데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흔들리면 이들 보직에 대한 인선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확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업은 방한 중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도다. 그나마 포틴저도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물러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천거로 임명된 사람으로 ‘트럼프 이너서클’ 멤버는 아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주요 한반도 관련 보직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인 만큼 백악관이 흔들리고 여야 정쟁이 심화되면 이들 인사에 대한 청문회 일정 자체를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주한 미대사의 경우 여름을 지나 가을에야 지명하거나 청문 절차를 거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미 경질 논란으로 트럼프 지지율은 갈수로 하락하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전 국장 해임이 정당하다고 답했다.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38%였다. 나머지 33%는 무응답이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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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北위협 심각… 더 강력한 제재”

    북한이 14일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를 한 것은 대화와 도발이라는 전형적인 ‘냉온탕 이중전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떠보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미 간 트랙 1.5(민관) 회동을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말한 뒤 하루 만에 도발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미 간 북핵 대응 전략이 새로 짜이는 틈을 노려 미사일 기술력을 키우고 향후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상황 보고를 전화로 받았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보다는 러시아 영토에 가까운 곳에 영향을 주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기뻐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등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 압박 동참을 요구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긴급 성명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발사 관련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9개국의 국가 정상과 정부 수반 등 130여 개국 고위 인사를 베이징(北京)에 초청해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막한 잔칫날 도발을 한 북한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담겼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도 이날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항의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확히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 정상 포럼 일정을 마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15, 16일 한국을 방문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미국의 대표단 방문으로, 한미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 대북정책 및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의견 조율이 이뤄질 예정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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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나흘만에… 北, 신형 IRBM 도발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오전 5시 27분경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KN-17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최대 2000km 고도까지 치솟으며 약 70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정상각도로 쐈을 경우 최대 사거리가 약 5000km로 추정됐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IRBM 가운데 최장 거리(예측치)에 해당한다. 평양 인근에서 쏘면 괌 앤더슨 기지(약 3400km)가 사정권에 충분히 들어간다. 군 소식통은 “발사 후 단 분리가 없었고, 초기 비행속도 등을 볼 때 KN-17 신형 IRBM이 유력하다”며 “지난달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기종”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세 차례 발사에 모두 실패한 미사일도 KN-17로 군은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그간 국내외 언론에서 KN-17을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보도했지만 신형 지대지 IRBM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 미사일 도발은)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고,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 안전에 심각한 도전행위로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도발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외교당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지시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오후(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동맹국들의 편에 서겠다는 철통같은(ironclad)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모든 관계국은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의 긴장을 더 높일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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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또… “한미 FTA 끔찍해 韓에 재협상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또다시 ‘끔찍한 협상(horrible deal)’이라고 깎아내리며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만큼 본격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보도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협상(한미 FTA)은 끔찍한 협상”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We’ve informed them that we’ll negotiate)”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이며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일방적인(one-sided) 협상이 아닌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며 “나는 자유무역주의자다. 우리가 공정한 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은 매우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인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인터뷰가 문 대통령 취임 후 보도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만큼, 트럼프가 사실상 한국의 새 정부를 겨냥해 한미 FTA 개정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해 이후 다룰 한미 FTA 등 다른 재협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NAFTA로 인해 멕시코와의 무역수지 적자가 700억 달러, 캐나다와의 무역적자가 15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며 “커다란(big) 재협상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거대한(massive)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NAFTA를 종료하겠다”고 말한 뒤 “(재협상 후) 즉시 무역적자가 0으로 줄어들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0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FTA 재협상을 지휘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미 상원의 인준 투표를 찬성 82표, 반대 14표로 통과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대중(對中) 강경파이자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라이트하이저를 공식 임명하고 NAFTA와 한미 FTA 재협상을 선언한 뒤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치면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NAFTA 재협상을 패스트트랙(fast track·빠른 경로)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느리다”며 “이미 70일 전에 빠른 경로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초안을 제출했는데 USTR 대표 인준이 늦어 승인을 못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곧 본격적인 재협상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 인준안이 의회에서 가결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팀 진용이 구성됐다. 재협상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전면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세종=천호성 기자}

    • 2017-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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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선거와 국정은 달라… 협치부터 성공해야 개혁 동력 생겨”

    “이제 협치(協治)는 선택이 아닌 정치적 생존의 문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협치를 안 하면 거대 야권의 ‘거부 정치(vetocracy)’ 파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냉전 종식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승리를 선언한 ‘역사의 종말’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65·사진)는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국제정치학계의 세계적 석학이자 현대 정치의 쇠퇴와 타락에 경종을 울려 온 그는 “굳이 문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 특히 국회 내 의석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현대 정치는 자기 의견만 주장한 채 서로 양보나 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종말(terminated)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대학 강의는 물론 브라질, 대만 등 세계를 돌며 밀려드는 특강 요청을 소화하고 있는 후쿠야마 교수는 한 달여 전부터 기자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를 점검하는 등 한국 대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통화가 이뤄진 후 스탠퍼드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1시간가량 전화 인터뷰를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과제, 북핵과 한미동맹 등 외교안보 이슈를 특유의 통찰력으로 폭넓게 진단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한국 대선에 관심이 컸는데 정치학자로서 소감이 어떤가. “이번 한국 대선은 일반인은 물론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귀중하고 특별한 이벤트였다. 헌정 사상 첫 탄핵을 거쳐 열린 대선을 명예롭고 평화적으로 치러냈다는 데 한국인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트럼프 대통령 식으로 말하면 ‘굿 잡(good job·잘했다)’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협치와 소통에 나서는 모양새다. 취임식 전에 야당을 찾아가고 국무총리 후보자를 직접 발표하는 등 이전 정권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꽤 좋은 징조(pretty good signal)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마 이전 정권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라 한국인들이 더 새롭게 느낄 수 있겠지만 다른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장면이다. 내가 몇 년 전부터 ‘거부 정치’(veto+cracy)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견제와 균형을 빌미로 서로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 최소한의 정치적 교집합을 찾아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정치권 전체가 자폭해버리는 현대 정치의 특성을 지칭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첨예한 정치 대립 끝에 행정부가 일시적으로 ‘셧다운’(예산 중단으로 정부 기능 정지)하는 자충수를 두면서 시민들의 정치 혐오감이 확산됐고, 그 결과로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더 치열하게 협상하고 먼저 야당을 찾아가야 한다. 안 그러면 거대 야당이 드리우는 ‘거부 정치’의 파고에 휩쓸려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할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의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을 문제 삼으며 ‘거부 정치’를 벌일 태세다. “관성이라는 게 있다. 협치란 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더 어려울 수도 있는 게 협치, 협상이다. 하지만 양당 구도가 무너지고 군소정당까지 5개 당으로 나뉜 상황은 오히려 서로 협상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여건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이 과거 여소야대 구도였던 노태우 정부 시절 오히려 과거사 청산(5공 청산)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이 잘된 게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협치와 소통에 나섰지만,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적폐 청산’을 내걸었다. 자칫 상반되는 개념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선거 때 ‘적폐 청산’을 내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를 국정의 메인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한다면 상대방이 가만히 있겠나. 중장기적으로 치밀하게 해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게 기존 시스템을 바꾸고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을 몰아내는 일이다.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워싱턴의 오물을 치워버리겠다(drain the swamp)’고 주장했는데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 구호와 비슷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트럼프가 치워버리겠다고 한 ‘오물’인 기성 워싱턴 정치권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다. 심지어 상하 양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뒤늦게 정적(政敵)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만찬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케어’(새 건강보험안)는 재수 끝에 하원을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도 진심 어린 협치와 소통이 우선이다. 그렇게 정치적 자산이 쌓이면 자연스레 과거의 잘못된 것을 없애고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지금처럼 갈수록 극단화(polarization)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정치학적 진리는 동서가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워싱턴에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관계 설정에 앞서 지금 한국이 어떤 지정학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단언컨대, 문 대통령은 한국 헌정 사상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외교안보적 구도를 이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어느 한 사람이, 한 국가가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꼬여 있다. 이럴수록 차분하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일을 풀어가야 한다. 자신이 집권했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한 뒤 그 다음 스텝을 밟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못지않게 트럼프 대통령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트럼프는 특유의 불가측성에다 인성적으로도 휘발성이 강한 사람이다.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른다. 트럼프는 71세다. 그 나이 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으로 그런 상대를 만난 것을 엄연한 현실(status quo)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서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만 생각해야 한다.” ―인터뷰 전 있었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통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시기는 적당했다. 외교, 국제정치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로 알아가고 접점을 찾다보면 몰랐던 장점도 서로 발견하게 되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트럼프는 서로 확연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포커페이스’를 써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북 기조도 다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갈등적 이슈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미 양국이 마냥 아름답게 타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사드 10억 달러 청구 발언을 했다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를 사실상 부인하자 격노했다고 한다. 진실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트럼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트럼프에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도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트럼프도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여건 조성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시점에서 북미, 남북 간 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김정은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황이 명쾌해진다. 김정은의 제1목표는 체제 유지다. 이를 위해 아버지 김정일 시절부터 6자회담 등 온갖 대화 채널에 나서는 척하면서 뒤로는 국제사회를 기만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변하지 않았는데 미국이나 한국이 대화를 한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적으론 매력적인 이슈지만,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몇 배로 화(backfire)를 입는 뜨거운 감자 같은 이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서 잠시 숨 쉬고 다른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효과도 낳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현재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복잡한데….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선택은 늘 쉽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초 외교적으로 실수한 것 중 하나가 한국이 미중 간에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다. 균형자를 하더라도 조용히, 은밀하게 수행하는 게 외교인데 이를 마치 선거 유세하듯 했으니 미국과 중국 모두 좋아했을 리가 없다.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한미관계를 공고히 한 뒤 머리를 식히고 베이징과도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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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조속 방문 희망”… 6월 한미정상회담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한 날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일각에서 제기된 안보관 불안을 해소하고 튼튼한 한미동맹 속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걸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여러 안보 사안 중 북한 도발 억제와 핵문제 해결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 해결을 두고 상호 긴밀한 협조를 요청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이날 오후 10시 반부터 30여 분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문 대통령 자택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의 정의용 단장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권혁기 전 수석부대변인이 배석했다. 양 정상은 빠른 시일 내에 특사단을 파견해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겠다”며 “두 사람의 대선 승리를 같이 축하하자”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특사단을 파견하겠다”며 “가급적 빨리 워싱턴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월 말경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해외 정상 중 첫 축하전화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게 돼 기쁘다”며 “트럼프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와 앞으로 양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수 지도자와 한국의 진보 지도자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 구상을 그의 영어 성(Moon)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빗대 ‘달빛정책(Moonshine)’이라고 표현했다. 한국특파원을 지낸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에 접어들다’란 글에서 “햇볕정책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은 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대치 국면을 완화하고 전쟁을 피하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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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국정경험 풍부… 盧정부 초기실수 반복 안할것”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초 외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 국정 경험이 충분하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주한 미국대사(2001년 2월∼2004년 8월)였던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74·사진)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문 대통령 취임 후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관계 갈등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허버드 전 대사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며 한국 진보 정치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워싱턴 지한파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하는 일문일답. ―워싱턴에서도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 탄생을 예상하면서도 새 정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 걱정의 실체는 뭔가. “문 대통령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인식되고 있다. 워싱턴은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한미관계를 급격하게 바꾸려 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문재인 당선이 ‘노무현 시즌 2’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로서 문 대통령을 지켜봤는데 역시 같은 우려를 갖고 있나. “내가 대사이던 시절 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시즌 2’로만 보는 것은 합리적인 평가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시 별 국정 경험이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내 국정 운영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신’은 계승하겠지만, 주요 이슈를 다루는 정치적 기술은 다를 것이다. 임기 초에 한미관계, 북핵 이슈를 성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면 김정은을 가장 먼저 만나겠다고 했고, 지금 같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엔 부정적이다. 전면적 대북 압박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도 그랬지만, 선거 기간 공약과 집권 후 집행은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이전 보수 정권보다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드를 당장 철수하거나 트럼프를 만나기 전 김정은을 만날 수 없다는 점은 문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차분히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주요 한반도 이슈는 미국과 대화해 오히려 한미 간 케미스트리(chemistry·관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어떻게 보나.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사드와는 또 다른 이슈다. 개성공단은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핵개발 재원(財源)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단독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결정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와도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조급하게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신뢰를 구축하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조속한 정상회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각에선 정권 인수 기간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도 하지만, 그럴 경우 한미관계를 놓고 무수한 억측이 쏟아질 것이고 그사이 북한이 추가 도발할 수 있다. 빠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관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할 필요가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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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 튀어나온 트럼프-김정은 회동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잇달아 보도했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보도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도 하지 않을 방침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4가지 노(No)’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공하지 않으며 △남북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안을 받고 미국에 대북 경제원조 등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도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측에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적인 제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에선 북-미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더 많은 만큼 당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8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북-미 간에 실제로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전통적인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도 제대로 모른 채 얼마든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 외교가에선 없지 않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0억 달러 청구서,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 발언 등에서 보듯 트럼프는 최측근 참모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김정은의 속내를 떠보는 기습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 수잰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 연구원 등 미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2’(민관) 회동이 열리고 있다. 과거처럼 국무부는 “트랙 2 회동은 미 행정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최 국장과의 회동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남의 성과에 따라 북-미 대화 모드가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일축하면서도 자칫 우리가 배제된 채 북-미 간 모종의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이날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신나리 기자}

    •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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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햇볕정책 계승자… 트럼프 대북정책과 마찰 빚을 수도”

    외신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한국 대선 승리로 10년 만에 진보 세력이 집권하게 됐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이어 외신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따라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재인 대통령은 떨어지는 경제성장률, 부도덕한 기업, 그리고 북한 중국 미국 등 주변국과의 불확실한 관계 설정 같은 문제에 (취임하자마자) 즉각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순탄치 않은 임기 초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신들은 우선 문 대통령이 사실상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미정책과 대북정책 변화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 대통령은 북한에 전면적인 압박과 제재를 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어 한미 관계에 새롭고도 어려운 장(new and difficult chapter)이 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은 “문 대통령이 한국이 더 힘이 강한 동맹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자기 목소리를 더 내길 원하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로 초래된 긴장 완화를 위해 대화를 선호한다”며 자신의 저서에 미국을 상대로 ‘노’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적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의 당선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CNN도 “(문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다시 짤 것으로 보인다. 평양과 대화의 문을 열고 (사드 같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에 큰 관심을 보였다. CNN은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된 ‘햇볕정책’의 강력한 지지자였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도 거론했다. 영국 BBC 역시 “북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강한 제재 일변도였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접촉을 늘릴 것”이라며 “제재와 고립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문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가디언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은 개성공단과 인도적 물자 지원 등을 다시 열기 위한 북한과의 협상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정책에도 관심이 컸다. WSJ는 문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들의 불투명한 소유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 것을 공언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BBC 역시 “(문 대통령이) 재벌이라고 불리는 가족 경영의 대기업을 개혁하겠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변함없는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주한 미국대사관은 대변인을 통해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양국의 가깝고 협력적인 관계를 쌓기 위해 새 대통령과 언제나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개표가 시작되기 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새 대통령과 긴밀하고 건설적이며 깊은 협력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해 나가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변함없는 동맹이자 친구, 파트너로 계속 남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우리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면서 “특히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는 데 있어 우리의 약속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일 국회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보장 면에서 협력해 나가고 싶다”며 “가능한 한 빠른 단계에서 새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협력을 진전시켜 갈 것”이라면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에 끈질기게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모든 재일 한국인을 대표하여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선출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미국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 문제 해결 및 평화통일 달성에 진력을 다해줄 것을 바란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오후 8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문 대통령의 당선을 거의 확정적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진보 성향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예측된다”고 타전했다. AFP통신도 문 후보가 ‘대승(landslide)’을 거뒀다고 표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5분 만에 긴급 기사를 통해 “문 후보가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큰 차이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NHK, 니혼TV 등 일본 지상파 방송은 “혁신계 문 후보가 2위인 홍준표 후보를 18.1%포인트 차로 이기고 1위를 차지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NHK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유권자들이 새 정권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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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대북 ‘휴민트’ 부대 10월 창설

    주한미군이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전담 부대 창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사람이 직접 취득한 정보’를 더해 보다 완벽한 대북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등에 따르면 미8군 501 정보여단 예하에 휴민트 전담 수집 및 분석을 주 임무로 하는 524 정보대대가 올해 10월 창설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은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 도발 임박 여부, 핵시설 등 군사시설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위성과 정찰기를 활용한 영상정보 수집과 통신 감청 등을 통한 통신·신호 정보 수집 활동을 주로 해왔다. 휴민트는 주로 우리 정보당국이 수집한 정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왔다. 앞으로는 휴민트 전담 부대를 직접 운용함으로써 정보 수집을 효율화하고 대북 정보 공백도 최소화해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미 의회가 북한의 불법 활동에 관한 정보 수집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정보증진법(H.R.2175 North Korea Intelligence Enhancement Act)’을 발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테퍼니 머피 민주당 하원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각종 불법 활동에 대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정부 내에 통합 조직을 구성하는 ‘북한정보증진법’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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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성추적-통신감청에 휴민트 보강… 北감시망 촘촘해진다

    주한미군이 창설하는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전담 부대는 새로운 차원의 대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이 ‘북한정보증진법’을 통해 미 정부 내 북한 불법 활동 정보 수집을 위한 새 통합조직을 만들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에 대해 경제·외교적으로 ‘최고의 압박’을 하면서 촘촘한 정보 수집을 통해 대북 압박의 근거를 확보하고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을 모두 메우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北, 통신·영상 정보 교란 집중 그동안 주한미군은 정찰위성 및 U-2 고공정찰기 등 정찰기를 통해 수집한 영상정보(IMINT·이민트)나 북한군 통신을 감청한 통신(COMINT·코민트)·신호정보(SIGINT·시긴트) 등을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 징후와 내부 동향을 파악해 왔다. 주한미군에선 미 8군 501 정보여단 예하 532 정보대대가 휴민트 관련 업무를 일부 하고 있지만 한미 정보당국에서 휴민트를 제공받아 분석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내 발사대를 은폐시설로 가리거나 거짓정보를 흘리는 등 각종 교란 작전을 펼치면서 안정적인 대북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미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징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도 2015년 말 북한이 신호·통신체계를 전면 교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7일 “영상·통신·인간 정보 중 정보원에 대한 신뢰성만 확보된다면 가장 정확한 것이 인간정보”라며 “미측도 이 때문에 한미 간 휴민트 공유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전했다. 우리 정보 당국의 휴민트 활동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美, 대북 정보 ‘3대 축’ 완성 주한미군이 직접 휴민트 수집 활동에 나서게 되면 ‘영상, 통신·신호, 인적’ 정보로 구성되는 대북 정보의 ‘3대 축’을 미군이 모두 확보하게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관련 정보 등 북핵·미사일 정보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은 “휴민트 전담 실무 조직을 주한미군에 만들어놓고 임무를 숙달해놔야 대량 탈북 등 북한 급변사태나 한반도 전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민트 수집·분석 임무는 국내외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들을 접촉해 북한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공개 활동, 북한에 조선족 등을 잠입시키거나 북한 정권 내부 협조자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비공개 활동으로 나뉜다. 새로 창설되는 524 정보대대가 수행할 임무에 비공개 활동이 포함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 8군 예하에 휴민트 담당 실무 부대가 있고, 이로 인해 대북 정보의 공백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보다 정확한 대북 정보를 기반으로 한층 정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되는 만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휴민트 전담 부대 창설 소식을 미 8군이 발간하는 ‘ROK Steady’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북한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로 풀이된다.○ 정보력 동원 초강력 압박 휴민트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력에 이어 정보력으로도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적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휴민트에 신중했다. 하지만 경제·통상을 내세워 중국의 북한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민감한 압박 수단 하나를 더 들고나온 셈이다. 미 하원이 4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포함시킨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처리하며 초강력 대북 제재의 칼을 빼들기에 앞서 지난달 북한정보증진법을 발의한 것도 전략적 압박의 하나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 정부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증명할 정보 수집에 정부 내 정보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제재는 더 촘촘해지는 만큼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주성하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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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보들 건강해 보이기는 한데… 구체적 건강상태 공개해야

    “김대중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후보도 건강 이상설을 해명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건강 이상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한 20대가 불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에 재갈을 물린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5·9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후보들의 건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선거 기간이 짧았던 데다 후보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어져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후보가 자신의 건강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력 경력 재산 납세 병역 전과기록 등에 한해 후보자로부터 정보를 제출받아 공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선 후보의 건강 정보 공개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후보가 고령이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외부로 드러났을 경우 후보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는 있다. 상대 후보 측의 ‘공세’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은 73세였고 클린턴 후보는 지난해 9·11테러 15주년 추모 행사에서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며 건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5년간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는 만큼 유권자에게 대선 후보들의 정확한 건강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문 후보(64)는 선거 초반 SNS 등을 통해 ‘건강 이상설’이 거론됐지만 각종 유세와 TV토론회 등을 통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스스로 잠재웠다는 평가다. 문 후보 측은 “특전사 출신인 문 후보는 젊었을 때 스킨스쿠버 등을 즐겼고, 지난해에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을 정도로 동년배들에 비해 체력이 좋다”고 했다. 실제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하루에 많게는 5개 안팎의 일정을 소화하며 전국 곳곳을 1만 km 이상 돌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일정 중단 등 ‘이상 징후’는 없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63)는 당 안에서 ‘강골’로 불린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단단하고 다부진 편이다. 5년 전 담배도 끊었다. 다만 니코틴이 든 ‘금연껌’은 가지고 다닌다. 홍 후보는 자타 공인 ‘욱 하는’ 급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고혈압은 없다. ‘되도록 소식(小食)하고 반찬은 짜지 않게 먹는다’는 소소한 건강 원칙을 가지고 있다. 50대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55)는 ‘120시간 뚜벅이 유세’ 도중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남는 게 체력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2012년 안 후보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병원을 다니거나 아파서 며칠 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평소에도 자택 인근 중랑천변에서 5∼6km를 자주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2002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대표 시절 급성간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술을 끊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59)는 최근 수면 시간이 4시간도 안 되지만 선거운동 후반으로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지지자들의 응원을 ‘피로해소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다만 잦은 유세 일정에 목이 쉬어버려 목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담배도 잠시 끊고 매일 도라지즙과 목사탕을 챙겨 먹는다. 유 후보는 ‘야구광’으로도 유명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시절에는 야구팀을 꾸려 ‘부총리배 중앙행정기관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58)는 정면 돌파하는 리더십으로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건강에 관해서도 강철 체력으로 알려져 있다. 심 후보는 매일 아침 국회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길진균 leon@donga.com·신진우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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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생명줄’ 원유 차단… 제재대상 ‘외국’ 명시해 中겨냥

    미국 하원이 4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내용의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을 찬성 419명, 반대 1명으로 처리했다. 상원도 조만간 이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이달 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정식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하원이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여 만에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북핵 위협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법안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요구했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들어가지 못한 조치를 대부분 포함시켰다. 우선 북한에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와 이전을 금지했다.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재원 차단을 넘어 경제 기반을 뒤흔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제정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는 항공유 수출만 금지했다.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 내 자산 거래를 금지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평양으로 보내는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 은행들이 북한 금융기관의 대리 계좌를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 북한 은행들이 글로벌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됐지만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음성적으로 외국 은행과 거래하자 모든 금융 채널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과된 현행 대북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개인’ ‘기관’ 등으로 애매하게 규정했으나, 이번에는 ‘외국(foreign)’으로 명시해 제재의 실질적 대상이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임을 확실히 했다.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금융 거래를 허용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법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이 북한 붕괴를 가져올 원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미국이 중국 국영기업 등을 제재하면 이는 미중 간의 경제적 전면전을 의미한다.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송출로 연간 벌어들이는 금액은 3억 달러 미만이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고 제재에 나서기에는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 하원의 대북 제재 법안 통과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국가든 자국의 법을 근거로 다른 국가를 단독으로 제재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4일 워싱턴에서 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외교적 관계 축소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미 국방부는 이란-북한 간 군사적 커넥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란이 2일 요노급 소형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순항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것을 계기로 이란-북한 간 커넥션이 긴밀해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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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평양 사정권 ‘미니트맨3’ 일주일새 두차례 시험발사…“北에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 발언 등으로 냉온탕의 북핵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미군은 지속적으로 대북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 공군은 3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탄두를 싣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니트맨3는 약 4200마일(약 6759km)을 비행해 태평양 해상의 마셜제도 내 표적을 타격했다. 미군은 지난달 26일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한 뒤 1주일 만에 같은 기종의 ICBM을 시험 발사해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니트맨3는 최대 사거리가 1만3000km로 반덴버그 기지에서 평양까지 30분이면 날아간다. 미 공군국제타격사령부(AFG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미니트맨3 시험 발사는 ICBM 시스템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 안보의 핵심인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핵 억지력을 미국이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레이먼드 토머스 미국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 사령관은 2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시설을 타격해 무력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이 전했다. 토머스 사령관은 “갈수록 난폭해지는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과거에는 국지적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3일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직원 대상 연설에서 북핵 정책과 관련해 “북한을 지속해서 압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현재 북한에 가하는 압박은 (1에서 10단계 중) 5~6단계 정도”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행동이 추가 제재를 하는 데 타당한 것으로 드러나면, 추가 제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신경 쓰지 않거나 북한에 협조하는 기업과 개인을 방치할 경우 미국이 직접 ‘제3국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등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제든지 가동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미 하원은 4일 전체회의를 갖고 석유제품의 북한 수출 금지, 북한 은행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관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담은 대북제재 현대화법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상원 통과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발광하는 미치광이(crazed maniac)라서 비핵화 없는 북-미대화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절대 (그에게) 아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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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민주 이어 공화도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때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같은 북핵 메시지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적 압박을 가하다 돌연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대북 시그널이 자칫 트럼프 북핵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일(현지 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안호영 주미대사가 한국 정부를 대신해 수여한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은 뒤 특파원들과 만나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라 압박을 더욱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원 전체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 법안인 ‘대북제재 현대화법’ 발의자이기도 한 로이스 위원장은 “만약 김정은이 정책을 바꿔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이런 (대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중국, 그리고 다른 국제사회와 공조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날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모순되는 발언 때문에 너무 혼란스럽다”며 “일관성이 국가안보정책 행사의 근본적인 기둥이 돼야 한다. 대통령은 훨씬 더 신중히 발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독재자보다 더 나쁘다. 그는 폭군”이라며 “(그를 만나는 게 영광스럽다는 표현을 쓰는 식의) 칭찬은 전 세계에 우려를 준다. 미국은 어느 때보다 더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정치적으로 칩거해온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침묵을 깨고 트럼프의 오락가락 북핵 구상을 비판했다. 이날 CNN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 정권에 압력을 넣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는 ‘전략적 틀’ 없이 대화 제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뿐만 아니라 아버지(김정일)도 그랬듯 북한은 언제나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협상 기회를 주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이렇게 산과 골이 깊은 얘기들이 나오면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아닌가 싶다”며 “결국 한국이 중심을 잡고 의연하게 방향감각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는 너무 큰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두 정상은 북한의 매우 위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방향을 바꿔 “나는 레드라인(금지선)을 긋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언론 보도문을 통해 “위험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상세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자제와 긴장 수준 완화를 촉구했다. (두 정상은)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타개책을 지향하는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일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추가 대북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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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정은에 “미치광이”→ “햄버거 먹으며 협상”→ “꽤 영리한 녀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은 유지한 채 도무지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갈 지(之) 자’ 스타일의 발언을 쏟아내 왔다. 1일(현지 시간)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도 아마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김정은)가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한다면 우리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위협을 강조했다. 이전에도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지난해 1월)라고 했다가 ‘햄버거를 함께 먹을 수 있다’(지난해 6월)고 하더니 ‘북-미 대화는 너무 늦었다’(2월)고 선회했다. 워싱턴 안팎의 외교 전문가들은 스스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이 북핵 이슈에서 도드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로 인식하게 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따르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차대한 안보 이슈를 중구난방식으로 하나둘 꺼내다 보니 북핵 정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내일은 뭐라고 할지 짐작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지금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인데 미국 대통령이 매일매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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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정은 만나면 영광”… ‘北 흔들기’ 강온 양면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과 한반도 관련 언급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북핵 문제를 임기 초반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는 뚜렷하지만 세부 구상과 언급 등 전술적 수단들이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해 기존 압박 기조에서 양극단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세제 등 주로 경제 이슈에 대해 언급하다 인터뷰 후반부에 갑자기 이 발언을 내놓았다. ―그동안 개인적 인연을 중시해 왔고 각종 협상도 이를 기반으로 해 왔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협상하는…. “오늘 긴급 뉴스 하나 나오겠네. 긴급 뉴스로 보도할 것인가?”(웃음) ―답변에 따라 가능하다. “오케이. 지금 우리는 (북핵과 관련해) 해야 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처해야 할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김정은)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다. 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3일 만난다. 난 중동 평화를 원한다. (중략) 그래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자신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 (북-미 대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인가. “우리는 김정은이 자기가 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도록 방치할 수 없다.” ―당신의 생각은…. “(질문을 자르고) 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적절한 환경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뉴스 나왔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내지 않았을 북-미 대화 카드를 공개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사업가 시절 경험을 부각시킨 재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과의 대화 카드는 트럼프가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일회성 돌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발언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한 축인 ‘최고의 개입’의 첫발을 뗀 셈이 됐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대북 군사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가 전날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지칭한 것도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이날 발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선 “이렇게 나오는데도 핵 도발을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중국엔 북-미 대화 카드도 갖고 있으니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한 것도 북-중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외교부는 2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략적 셈법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시하는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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