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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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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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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속 불’부터 ‘발암’까지… 한국인의 恨 담긴 ‘화병’의 진화

    분노가 쌓여 답답한 기운이 누적된 질병을 뜻하는 화병(火病)은 근대소설에서 묘사한 ‘가슴속의 불’에서부터 최근 ‘암 걸릴 것 같다’는 표현까지 시대에 따라 변주됐다. 우리 민족 특유의 한(恨)과 맞닿은 화병이 사회와 함께 진화해온 것이다. 한때 미국의 정신질환 진단 분류체계인 DSM-4에서는 화병이 한국에만 있는 질병이라며 ‘Hwa-byung’으로 표기했다. 경희대 인문학연구원 산하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박성호 최성민 교수는 의료와 문학의 융합연구를 통해 근현대의 화병 변화 양상을 분석한 ‘화병의 인문학’(사진)을 최근 펴냈다. 1900년대 이후 문학작품, 기사, 잡지 등을 분석했다. 근대소설에서는 고된 시집살이를 참는 여성들이 화병에 걸린 것으로 묘사됐다. ‘안의성’(1912년)의 주인공 정애는 시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가 시누이들의 모함을 받고 친정으로 쫓겨나 화병에 걸린다. 일제강점기 우국충정으로 생긴 화병은 남성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최남선은 1909년 잡지 ‘소년’에 “신경쇠약이라는 병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박 교수는 “속 편하게 살면 앓지 않을 병인데, 세상을 근심하는 글을 읽고 쓴 결과로 표현한 것”이라며 “화병이 우국지사의 자부심으로 거듭난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 나도향의 ‘젊은이의 시절’ 주인공이 신경증에 걸리는 설정에도 나타난다.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는 사회와 권력에 대한 분노로 확대됐다. 1920∼1997년의 신문 기사를 분석한 결과 화병이라는 단어는 1988년에 가장 많이 쓰였다. 1987년 1월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씨의 부친 박정기 씨는 동아일보 1988년 1월 13일자 ‘철아, 아부지가 다시 왔대이’라는 기사에서 “정권의 추태를 보다 못해 울홧병까지 생겼다”고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화병에 걸린 듯한 젊은 세대의 묘사도 나타났다. 김영하 소설 ‘퀴즈쇼’(2007년)에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가장 똑똑한 세대’인 젊은 주인공이 “우리는 왜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라며 울분을 토한다. 연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7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며 화병의 진화는 세대별 계층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끝을 맺는다. 최 교수는 “문학을 분석하는 연구로 출발했는데 사회상과 맞물린 일종의 문화연구가 됐다. 화병은 우리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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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경복궁 근정전이 아파트 한채 값?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등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주요 목조 문화재의 재산 가치가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주요 궁·능 문화재 국유재산가액’ 자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국왕 즉위식이나 대례를 거행했던 근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은 32억911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복궁 내 자경전은 12억6904만 원, 사정전은 18억7524만 원, 수정전은 8억7670만 원이었다. 창덕궁의 정문이자 현존하는 궁궐 대문 중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돈화문의 국유재산가액은 14억4670만 원이었다. 국유재산가액은 문화재의 화재보험 가입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문화재청이 자체적으로 책정한다. 가액이 낮게 책정되면 화재가 났을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적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11차)의 평균 거래가격이 44억 원이 넘는다. 문화재 재산 가치가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가치를 반영해 가액을 매길 경우 보험료가 비싸지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최고야 best@donga.com·김민 기자}

    •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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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피해 그린 김금숙 만화 ‘풀’, ‘만화계 오스카상’ 하비상 수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린 김금숙 작가(49)의 만화 ‘풀’(사진)이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했다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12일 밝혔다. 저명한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1924∼1993)을 기려 제정된 하비상은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린다. 수상작은 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만화 콘텐츠 행사 코믹콘에서 발표됐다. ‘풀’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16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됐고 해외에서 영어 프랑스어 등 12개 언어로 출간됐다. 지난해 미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의 ‘최고의 만화’와 ‘최고의 그래픽노블’에 각각 선정됐고 프랑스 일간지 ‘휴머니티’가 만든 ‘휴머니티 만화상’의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김 작가는 “풀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떠나 조각가와 만화가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2011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아버지의 노래’를 비롯해 제주4·3사건을 다룬 ‘지슬’,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를 다룬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를 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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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근정전 재산가치 33억, 압구정 아파트보다 싸다고?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등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주요 목조 문화재의 재산가치가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주요 궁능문화재 국유재산가액’ 자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국왕 즉위식이나 대례를 거행했던 근정전의 국유재산가액은 32억911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복궁 내 자경전은 12억6904만 원, 사정전은 18억7524만 원, 수정전은 8억7670만 원이었다. 국유재산가액은 문화재의 화재보험 가입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문화재청이 자체적으로 책정한다. 가액이 낮게 책정되면 화재가 났을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적다. 창덕궁의 정문이자 현존하는 궁궐 대문 중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돈화문의 국유재산가액은 14억4670만 원이었다. 창덕궁 내 인정문은 23억5319만 원, 부용정은 8815만 원이다.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창경궁 명정전은 12억5510만 원,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은 10억3519만 원이다. 덕수궁 중화전 및 중화문은 23억6382만 원, 함녕전은 10억1699만 원 등이었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11차)의 평균 거래가격이 44억 원이 넘는다. 문화재 재산가치가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는 사실상 값으로 매길 수가 없기 때문에 일반 화재보험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문화재 가치를 반영해 가액을 매길 경우 보험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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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팬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소중하고 예쁜 한글 사랑합니다”

    지난달부터 세종학당 현지 한국어 보조교사가 된 인도네시아 캐서린 이벤절린 씨(22)와 베트남 호앙민녓헌 씨(20)는 학창시절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K팝, K드라마 팬이다. 한국 가수와 배우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 현지인들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74개국에서 한국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은 현지 한국어 교육과정 우수수료자 중에서 보조교사를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이벤절린 씨와 호앙 씨가 수료생 출신 1기 수습 선생님인 셈이다. 최근 이들을 e메일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기본 원리만 알면 배우기 쉬운 글이에요. 어느 글자보다 소중하고 예쁜 한글을 사랑합니다.” e메일 인터뷰로 만난 이벤절린 씨는 유창한 작문 솜씨로 한글 사랑을 드러냈다. 2012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한국어 독학을 결심했고, ‘풀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하며 회화를 공부했다. 세종학당에서는 2018년부터 문법, 작문, 말하기 교육을 받았다. 그는 자카르타에서 부모님을 도와 제빵사로 일하고 있지만, 최종 꿈은 정식으로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 인기가 높지만 한국어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4곳에 불과해 한국어 교수법을 배울 기회가 드물다. 그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가 세계로 나가면서 한국어 학습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어 교육자가 매우 부족하다. 한국어 보급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호앙 씨는 방탄소년단, 아이유, 알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졌다. 2017년부터 세종학당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해 3년 만에 선생님이 됐다. 호앙 씨는 “한국어는 형용사가 풍부해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고, 발음이 듣기에 좋다”며 “아름다운 한국어 가사를 번역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다만 “존댓말을 반말과 구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선생님에게 ‘요’를 붙이지 않고 반말을 하는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호앙 씨는 “한국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희망’”이라고 했다. 현재 호치민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그는 막연히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꿈이 없었다는 것. 호앙 씨는 “한국어 선생님이라는 진짜 꿈을 찾았다”며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한국어 문법을 베트남 학생들에게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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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4회 인촌상 시상식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4회 인촌상 시상식이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매년 진행하고 있으나, 올해는 휴일인 관계로 8일에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수상자는 △한동대학교(교육) △봉준호 영화감독(언론·문화)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인촌상은 총 4개 분야에 대한 수상자를 선정하지만 올해는 인문·사회 분야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수상자 공적은 9월 4일자 참조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904/102786872/1 이용훈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일제 식민지 시기 인촌 선생은 일본을 돌아보고 ‘일본의 발전은 별것 아니다. 우리도 하자’라고 말씀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일본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을 능가하고 있다”며 “이 자리의 주인공들이 인촌상 수상으로 더 큰 성과를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안병영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7월부터 8월 말까지 수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한동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자유학기제’와 ‘국제법률대학원’ 등을 도입해 고등교육계에 혁신을 선도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66)은 수상 소감에서 “한동대는 1995년 개교부터 지금까지 지방 강소대학으로 입지를 다져 왔다”며 “무너지는 이 세대를 다시 일으키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인재 양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한국 영화를 빛낸 봉준호 감독(51)은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대리 수상했다. 봉 감독은 곽 대표가 대독한 수상 소감에서 “평소 존경해 온 예술가인 박경리, 박완서 선생이 과거 수상하셨던 상을 제가 받게 돼 영광”이라며 “영화인 최초의 인촌상 수상인 만큼 모든 창작을 함께한 영화인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곽 대표는 “봉 감독은 차기작 구상에 전념하느라 대리 수상하게 됐다”며 “봉 감독이 상금을 후학 양성을 위해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분자 재료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오른 차국헌 교수(62)는 “동고동락하며 불철주야 노력해 준 훌륭한 제자들이 있어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며 “과학계의 꾸준한 노력이 축적된다면 인촌 선생이 강조했던 국가 부강을 이뤄 나가는 데 바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한국의 새: 동아 백년 파랑새’ 오브제를 수상자들에게 증정했다. 이날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상자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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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 Japan’ 사그라들자… 일본책 출간 기지개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맞대응으로 벌어진 ‘노 저팬(No Japan)’ 운동 영향으로 뜸하던 일본 서적 출간에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나왔어야 하지만 한일 외교관계 악화로 수개월 이상 출고를 미루던 소설들이 풀리고 있다. 민음사는 지난달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 ‘봄눈’을 국내 처음으로 출간했다. 미시마는 소설 ‘금각사’(1957년)로 세계 문단의 인정을 받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지만 천황 통치를 주장하는 등 극우 성향으로 국내 출간된 책은 많지 않다. 그는 1970년 11월 육상자위대 주둔지에 잠입해 건물 옥상에서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해 충격을 줬다. 민음사 관계자는 “봄눈은 번역이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도 있지만 일본산 불매운동까지 겹쳐 2017년 계약 이후 3년 만에 출간했다”며 “작가 성향 때문에 판매를 우려했지만 독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불매운동 1년이 지나면서 ‘문학은 문학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팬 층이 두꺼워 올해도 작품이 꾸준히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이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 작가의 소설이 독자를 만나는 기회도 차츰 늘고 있다. 올 8월만 해도 ‘수의 여왕’(가와조에 아이 지음·청미래) ‘그녀들의 범죄’(요코제키 다이 지음·샘터) ‘멸망의 정원’(쓰네카와 고타로 지음·고요한숨) ‘팅커벨 죽이기’(고바야시 야스미 지음·검은숲) ‘이별의 수법’(와카타케 나나미 지음·내 친구의 서재) 등이 잇달아 출간됐다. 교보문고 입고도서 기준 매월 신간 일본 소설은 지난해 1월 121권에서 꾸준히 줄어 올 3월에는 61권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6월에는 86권으로 소폭 오르는 등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소설의 국내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출판계는 분석한다. 2004년부터 일본 추리소설을 내고 있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는 올 7월과 지난달 각각 미나미 교코의 ‘사일런트 브레스’, 미야베 미유키의 ‘눈물점’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지난해 말 독자와 만나야 했지만 일정이 반년 이상 미뤄진 것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일본 문학 붐이 일던 2008∼2010년에는 판권 경쟁이 붙어 ‘선인세 거품’ 논란도 벌어졌지만 이번 불매운동 사태를 거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며 “반일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독자 특성상 한일 관계에 따라 일본 책 판매는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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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위해 책값 할인폭 확대” vs “창작 위축돼 독자 되레 손해”[인사이드&인사이트]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일몰 시점이 내달 20일로 다가왔다. 전국 어디서나 균일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도록 해 출판생태계를 안정화하고자 한 것이 현행 도서정가제의 취지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변화하는 출판 환경을 반영해 3년에 한 번씩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에는 법 개정 없이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출판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매번 불거지는 할인율 완화를 통한 소비자 권익 문제와 함께 몇 년 새 크게 성장한 웹툰, 웹소설 등 전자 콘텐츠 업계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와 범출판계, 그리고 종이책 업계와 전자 콘텐츠 업계 간 여러 갈등 양상 속에 어떻게 해야 서로 ‘윈윈’하는 도서정가제를 정립해갈 수 있을까. ○ 도서정가제 어떻게 변해왔나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법제화된 이후 두 차례 변화를 겪었다. 2003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은 온라인 서점에서만 신간(발간 1년 이내)을 10% 할인하도록 했다. 발간 1년이 넘은 책에 대해선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할인율을 정하도록 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할인이 불가했다. 2007년 10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으로 개정되면서 신간의 정의를 ‘1년 이내’에서 ‘1년 6개월 이내’로 바꾸고 오프라인 서점에도 할인을 허용했다. 그러자 출판사들이 발간 1년 6개월 이상 책들을 무제한 할인하는 출혈경쟁을 벌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를 도입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모든 책을 최대 15%만 할인(직접할인 10%, 포인트 적립 등 간접할인 5%)하도록 했다. 출간 1년 6개월 이상 구간은 출판사가 정가를 낮출 수 있는 재정가 제도를 뒀다. 도서정가제 일몰 기한이 다가오자 정부는 업계와 지난해부터 약 1년간 16차례에 걸친 협의를 거쳤다. 협의안은 현행 제도를 대부분 유지하되 △구간의 재정가 기한을 기존 출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 △도서관 구매도서 할인율은 10%만 허용 등이었다. ○ “소비자 권익 우선” VS “출판 생태계 지켜야”협상안대로 개정이 이뤄지나 싶었지만, 7월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소비자가 책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하자며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여파가 이어지면서다. 소비자의 권익을 주장하는 ‘완반모(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의 국민권익위원회 청원 활동 등도 여론에 영향을 줬다. 문체부는 9월 3, 18일에 걸쳐 출판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문체부가 인정하는 도서전에서 판매하는 도서는 정가제 적용 제외 △전자책 할인율 기존 15%에서 20%로 완화 △전자 콘텐츠(웹툰, 웹소설 등)는 완결된 것만 도서정가제 적용 △출간 3년이 지나고 최근 1년간 1권도 팔리지 않은 책은 무한 할인 적용 등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번엔 36개 출판 단체가 참여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가 “졸속 개정안에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전자책 할인, 도서전 판매 도서 할인 등은 1년간 협의 과정에서 허용하지 않기로 이미 정리된 얘기들”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1년간 유통되지 않은 책의 할인율을 높이는 것 또한 재정가 제도가 있어 무용하다는 입장이다.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측은 시장논리에 따라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 공급자들의 경쟁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재광 완반모 대표는 “앞서 개정안을 논의한 민관협의체는 사실상 출판 이익단체로만 구성됐다. 소비자 권익을 고려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출판계는 책은 시장논리만 적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공공재의 특수성을 가진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이전에는 구간의 무한 할인율 적용으로 신간이 아닌 구간들이 베스트셀러를 점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이는 신간 출간 위축으로 이어졌고, 결국 출판시장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손해는 독자들에게도 돌아간다”며 “또 길에서 책을 쌓아놓고 1000원, 2000원에 파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효과 있었나?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소비자단체 등은 도서정가제가 책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출판계는 지난 6년간 책값이 우려했던 것만큼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인 2015∼2019년 책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8%였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4.85% 오른 것보다는 적게 올랐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쏠림 현상이 드라마틱하게 완화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 통계(2년마다 조사)에 따르면 지역서점은 2013년 2331곳에서 2019년 1968곳으로 줄었다. 다만 다양성의 상징인 독립서점이 2015년 49개, 2017년 301개, 2019년 344개로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도서정가제 개정 효과는 독서인구 감소세로 인한 전체 도서시장의 침체, 디지털 매체 다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어 성공과 실패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출판사 매출은 3조9122억 원, 오프라인 서점은 1조3090억 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3%, 5.5% 감소했다. 2014년 법 개정 전 일부 서점과 출판사가 할인율 제한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법 개정을 반대하기도 했다. 다만 온라인 서점의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846억 원으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 웹툰·웹소설…복잡한 전자 콘텐츠 업계 속내현행 도서정가제 유지와 완화를 두고 정부와 출판업계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이지만, 출판계 내부 의견이 갈리는 점도 큰 난관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자책 매출은 2018년 2702억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2% 성장했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것에 비해 웹소설, 웹툰 등의 분야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전자 콘텐츠도 현행법상 출판물이어서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는다. 출판물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는데, 회차마다 웹에 업로드 되는 전자콘텐츠 특성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종이책 업계에서는 ISBN 발급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엄중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웹툰 업계는 이참에 산업 특성에 맞춰 도서정가제 대신 웹툰만의 별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웹툰협회 관계자는 “만화진흥법을 개정해 웹툰이라는 창작물의 정의를 세우고, 웹툰만의 고유 식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를 따르면 미리보기,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도 적용 불가능한 만큼 별도 제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웹소설 업계의 경우 중소형 플랫폼 업체와 웹소설 작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형 전자책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웹소설은 분명한 출판물이므로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할인율 폭을 늘리는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업체들의 덩치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또 웹툰업계가 ISBN을 받지 않으려면 출판물에 적용되는 부가세 면세 혜택도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 모임인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웹소설은 종이책과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도서정가제 적용을 반대했다. 이들은 “규제에 밀려 마케팅 할인을 하지 못하면 작가의 수익이 현저히 줄어들고, 신진 작가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주요 전자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몰까지 50일 남짓…“주체 간 협의가 최선”전문가들은 정부, 업계, 소비자가 모두 참여한 협의체 안에서 최소한의 합의부터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책을 상품과 문화적 공공재 중 어느 만큼씩 비중을 둬서 볼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고, 이에 따라 정가제의 적용 방식과 범위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입장이 다른 전자콘텐츠 업계 내 의견 정리도 시급하다. 문체부가 지난해 실시한 출판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전자책 사업자 응답자(308명) 중 63.6%가 ‘모든 전자책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지만, 그러면 어떤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업계 내 추가적 의견수렴은 진행되지 않았다. 해외사례를 참고한 연구와 분석도 필요하다.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전 세계 16개국 중 프랑스와 독일은 종이책 신간(각 2년, 1년 6개월 기준)과 전자책 모두에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구간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 반면 법이 아닌 업계협약에 따라 종이책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은 전자책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전자책은 종이책과는 전혀 다른 웹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 종이책 관점의 규율을 강조해선 안 된다”며 “소비자 권익 문제 역시도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한 만큼 업계에서 최소한의 방향성과 제도 적용범위 등을 먼저 합의하고 대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최고야 문화부 기자 best@donga.com}

    •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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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 가야금에 기러기 다가오네” 한시로 명창을 기리다

    ‘소리 짜서 마음에 맞으니 봄 향기가 대단하였네(構歌會心春香劇·구가회심춘향극).’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무형유산학과 교수(58)가 동편제의 거장 김세종 명창(1825∼1898년 추정)을 소재로 지은 한시의 한 구절이다. 춘향가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김 명창의 소리를 춘향의 이름에서 따온 ‘봄 향기’로 표현한 것. 최 교수는 15일 발간되는 저서 ‘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에서 한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유학 2000년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유학통사’를 펴내고 한국 고대사상을 연구해 온 최 교수가 이번에는 300년 판소리사에 눈을 돌렸다. 18세기부터 활동해 온 명창 64인을 꼽아 관극시(觀劇詩)를 엮은 독특한 책을 낸 것. 최 교수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판소리 본고장인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판소리를 좋아한 할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라디오밖에 없던 1960년대, 국악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라디오를 들고 할아버지를 찾아 논이든 밭이든 달려갔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판소리를 취미로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국악계 지인이 늘었다. 이들에게 한시를 지어주기 시작한 게 책의 발단이 됐다”고 했다. ‘주역’의 육십사괘(六十四卦)에서 착안해 명창 64인을 꼽았다. 활동 시기, 역사적 위상, 시재 등을 적절히 안배했다. 현재 활동하는 명창은 공연을 직접 보고, 세상을 떠난 명창들은 음반을 듣고 시를 지었다. 조선시대 명창들은 ‘조선창극사’(1940년) 등 문헌 자료를 참고했다. 64인에는 가수 수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도리화가’의 실제 주인공인 진채선(1847∼미상), 양반 출신으로 소리판에 뛰어들어 족적을 남긴 권삼득(1771∼1841),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제자를 기른 정응민(1896∼1964) 등이 포함돼 있다. 책은 최 교수가 64개 한시마다 명창의 예술세계 해설, 전공자들의 한시 감상평을 곁들여 한 세트로 묶었다. 대부분의 시는 일곱 글자씩 네 구절이 있는 7언 4구 방식을 택했다. 최 교수는 가야금의 백인영 명인(1945∼2012)을 기린 시를 가장 자신 있는 작품으로 꼽았다. ‘달밤에 가야금 타면 가던 기러기 다가올 듯(月夜彈絃回雁臨·월야탄현회안림) … 소나무 숲의 맑은 바람처럼 시끄러운 속을 확 씻어준다(松間淸風滌煩襟·송간청풍척번금).’ 최 교수는 “인간과 자연에도 울림을 줄 정도의 가야금 소리라는 점을 표현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아예 취소되거나 무관객 녹화 공연으로 겨우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 끝나고 국악의 흥을 찾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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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월 9.7이던 ‘코로나 우울지수’, 거리두기 2단계땐 21.3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쉽게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전반의 우울함은 얼마나 강화됐을까. 연세대 소셜오믹스 연구센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우울경향지수’를 개발해 코로나19와 사회적 우울함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AI로 매일 네이버 블로그, ‘지식인’ ‘하이닥’과 트위터, 온라인 기사 댓글 등에서 우울증 관련 단어나 구절이 들어간 글을 분석해 1일, 1개월 단위로 우울함의 정도를 수치화한 우울경향지수를 개발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될수록 우울경향지수는 높아졌다. 비대면이 늘어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수록 우울한 정서가 사회 전반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직후인 올 1월부터 3월까지의 우울경향지수는 월평균 9.7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 11.2로 상승했다. 정부가 3월 22일∼4월 19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때와 겹친다. 4월 20일∼5월 5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5월은 11.7로 더 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이어 2.5단계까지 강화된 지난달 평균 우울경향지수는 15.9로 급상승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실시를 선포한 지난달 19일에는 21.3까지 치솟았다. 조선미 소셜오믹스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8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 수준이 고조됐다”며 “재택근무 장기화, 교육활동 제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집단 우울경향지수는 AI가 딥러닝을 통해 자동으로 산출한다. 지수 산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온라인에 오른 우울증 관련 게시글 6188건을 분석했다. ‘의욕이 없다’ ‘죽고 싶다’ 같이 우울증으로 추정할 만한 표현을 분류했다. 이어 이 같은 증상이 언급된 횟수와 정도 등을 토대로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절차인 DSM-5 기준에 따라 우울증 정도를 판단했다. 이 과정을 자동처리하도록 딥러닝 훈련된 AI가 매일 온라인 게시글을 수집해 우울경향지수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연구팀에는 빅데이터 분석에 능한 문헌정보학 전공자를 비롯해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전공자들이 참여했다. 의대 교수진에게서 정신의학 자문도 받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송민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의 우울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가 코로나19 시대에 ‘심리적 방역’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다른 나라의 우울지수 산출 모델도 개발해 국가 간 비교연구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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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日 제국주의 선전에 이용된 ‘가짜 중국인’

    일본 이름 야마구치 요시코, 중국 예명은 리샹란(李香蘭). 일제는 일본인인 그녀를 만주국에서 리샹란이라는 중국 여배우로 둔갑시켜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이용했다. 중국을 고국으로, 일본을 조국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평생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야만 했다. 이 책은 중국에서 나고 자란 야마구치가 일제의 이데올로기 선전에 이용되다가 일본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온 직후까지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1920년 중국 동북구 푸순에서 태어난 야마구치는 1933년 선양에서 우연히 가곡 발표회에 출연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노래 실력은 물론 얼굴도 빼어난 데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유창한 야마구치는 곧바로 일본 군부의 눈에 띄었다. 당시는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 이후 1932년 만주국을 설립하고 중국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야마구치는 일본 군부의 의도에 휘말려 의지와 무관하게 만주국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로 전향하게 된다. 부모가 일본 영화제작사와 전속 계약서를 써버리는 바람에 그는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리샹란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인 여배우 행세를 했다. 이후에는 오족협화(五族協和·일본이 중심이 되어 구미 제국주의를 막아냄) 정책에 따라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백란의 노래’에서 그는 일본인 청년을 열렬히 사랑하는 중국인 아가씨 역을 맡았다. 훗날 일본의 한 영화평론가는 이를 “일본인의 달콤한 자부심을 만족시키는 감미로운 환상”이라고 혹평했다. 일본의 선전 영화에 다수 출연한 이력 때문에 1945년 일본이 패전한 후 그는 중국에서 매국노를 뜻하는 ‘한간(漢奸)’으로 몰려 총살 위기에 놓인다. 가까스로 일본에 살아 돌아온 그는 결혼을 계기로 영화계에서 은퇴했지만, 1969년 일본의 쇼 프로그램 사회자로 방송에 복귀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유럽, 중동, 동남아 지역을 다니며 베트남전쟁 취재, 팔레스타인 여성해방 운동가 인터뷰 등 세계 분쟁 지역을 다니는 준(準)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4년 참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환경청 정무차관을 지냈다. 특이한 점은 위안부 문제 일본 측 대표 단체인 ‘아시아여성기금’ 부총재를 지낸 것. 이를 두고 역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일본이 만들어 낸 가짜 중국인 배우로 활동했지만, 은퇴 후 야마구치 요시코는 외교와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사죄에 지속적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야마구치 요시코로 돌아온 저자는 1987년 일본에서 자서전을 발간하며 자신의 부끄러웠던 배우 생활에 대해 고백한다. “너무 늦게 찾아온 자책감에 며칠 동안 잠들지 못했다. …과거에 찍은 ‘죄 많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한 일을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 이렇게 리샹란에 관한 정리를 끝낸 일이 기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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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도 못 막는 ‘인간의 여행 본능’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어딘가 계속 이동하는 본성을 가리켜 인류를 ‘여행하는 자’ ‘길을 가는 자’라고 정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호모 비아토르는 최대한 ‘언택트’를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 지난해 교보문고 여행 베스트셀러 상위 20종은 전부 세계여행을 주제로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월간 여행 베스트셀러 목록에 국내여행을 소재로 한 책이 늘더니 지난달에는 상위 20위 중 14종이 국내여행 소재 책이었다. 같은 달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의 여행 베스트셀러 20위에도 국내여행 관련 책이 각각 10종, 9종 올랐다. 국내여행 콘셉트는 비대면, 비접촉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안 나오는 비인기 여행지를 모아뒀다’가 광고 카피인 책도 있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중앙북스)는 청정 여행지를 강조하며 섬 45곳을 안내한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가 있거나 캠핑하기 안전한 섬도 알려준다. ‘아름다운 사찰여행’(상상출판)은 템플스테이 등을 할 수 있는 산사를 추천한다. 신혼여행지로 다시 떠오른 제주도 탐색, 수도권 근교 당일치기 숨은 여행지 찾기,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여행하기 등을 주제로 한 책들도 인기다. 전국관광지도도 여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에이든 우리나라 전국 여행지도’는 A1 사이즈 지도에 전국 관광지와 특징을 간략히 써놓았다. 이 지도를 펴낸 ‘타블라라사’는 전국지도가 반응이 좋아 지난달 지역별 지도에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추가 출간했다. 타블라라사 관계자는 “여행블로거만 따라가지 말고 나만의 루트를 짜보라는 취지”라며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관광지도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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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샛노란 한국식, 내일은 눅진한 일본식, 모레는 달달한 태국식[덕후의 비밀노트]

    《특정 대상에 푹 빠져 마니아 겸 준(準)전문가가 된 덕후(오타쿠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우리말 조어)들의 비밀 노트를 공개한다. 다년간 세심한 취향으로 축적한 덕후들의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꼭 소개하고 싶은 대상을 추천받았다.》 2016년 8월 19일 점심, 30대 직장인 노래(필명) 씨는 비 오듯 땀을 뻘뻘 흘리며 뚝딱 해치운 토마토치킨 카레의 강렬한 경험 이후 카레에 빠졌다. 그 카레 한 그릇을 먹는 동안은 끝없는 업무 프로젝트, 고객의 거친 피드백, 만성 거북목 통증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17년 회사를 관둔 뒤 프리랜서로 지낸 동안은 3차례에 걸쳐 일본 도쿄로 카레 여행을 다녔다. 현재는 그래픽디자이너라는 본업으로 돌아와 카레와 함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저서로 ‘작고 확실한 행복, 카레’ ‘오늘의 기분은 카레’가 있다. 1년에 300회 정도 카레를 먹는 그에게 코로나블루로 우울한 요즘, 한입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 카레 맛집과 조리법을 추천 받았다. ○ 덕후의 맛집 추천: 소꼬리찜을 토핑으로 ▷집밥 같은 카레=시중에 파는 카레가루를 풀어 당근과 감자 등을 넣고 집에서 끓여 먹는 카레가 익숙하다면, 일단 시작은 한국식 노란 카레로 해보자. 서울 종로구 ‘동경우동’에서는 언제 봐도 익숙한 노란 카레가 주문 3분 만에 밥과 함께 흥건히 담겨 나온다. 재료를 오래 끓여 식감이 부드럽다. 서울 종로구 ‘쉬는시간’과 서울 중구 ‘남산카레집’에서도 집밥이 생각나는 카레를 맛볼 수 있다. ▷밥 대신 면=우동면과 카레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 중구 ‘브라운코트’에서는 굵은 국수면을 내준다. 프랜차이즈 ‘코노야’, 서울 성동구 ‘탐광’, 서울 종로구 ‘고가빈 커리하우스’ 등에서도 면과 카레를 즐길 수 있다. ▷일본식 카레=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시켜 진하게 만든 일본식 카레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여러 토핑을 얹는 재미가 있다. 서울 송파구 ‘카레바시야’에서는 소꼬리찜, 소시지, 콘치즈 교자, 치즈스틱 등을 토핑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작은 컵에 진한 아메리카노가 같이 나오는데, 카레를 먹다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카레를 먹으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부산 중구 ‘겐짱카레’, 서울 중구 ‘카렝’ 등에서도 눅진한 일본식 카레를 즐길 수 있다. ▷향신료 카레=인스턴트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향신료만으로 카레를 만드는 곳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성동구 ‘카린지’에서는 진한 토마토 맛과 블랙커민시드 향이 어우러진 카레를 판다. 서울 광진구 ‘케루악’, 대구 중구 ‘카레탄토’에서도 순수 향신료로 만든 카레를 맛볼 수 있다. ▷버터치킨 카레=서울 종로구의 ‘공기식당’도 순수 향신료로 카레를 만드는데 매일 2, 3가지씩 메뉴를 바꿔가며 손님상에 낸다. 버터치킨 카레는 거의 매일 나오는 고정 메뉴로, 토마토와 견과류 맛이 더해져 풍미가 좋다. 서울 마포구 ‘수카라’, 종로구 ‘도토리브라더스’ 등도 비슷한 느낌의 버터치킨 카레를 판다. ○ 덕후의 요리 팁: 바나나우유로 단맛 내기 1. 물 대신에 우유나 코코넛밀크를 넣는다. 단맛을 내고 싶으면 바나나우유를 넣어도 좋다. 2. 양배추, 당근, 양파, 파를 버터에 볶은 다음 믹서에 갈아 카레에 넣으면 채소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3. 땅콩버터 또는 견과류 버터, 참깨 가루를 넣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해진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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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혁신의 아이콘 우버는 왜 위기를 맞았나

    ‘슈퍼 펌프드(super pumped)’는 우버가 강조하는 인재상이었다.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 찬 상태’라는 의미로, 공유경제의 아이콘 우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호전적 카리스마를 앞세운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캐릭터를 설명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IT전문기자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2008년 창업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2017년 큰 위기를 맞은 우버를 12개월간 취재해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경쟁 지향적 성향이 독단적 리더십과 만났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분석했다. 저자는 “많은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는 우버 이야기를 실리콘밸리의 최고와 최악을 상징하는 경고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우버의 성공과 위기는 다분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자’는 캘러닉의 성향에서 기인했다. 캘러닉은 직원들을 무한 노동으로 내몰았고 편법도 일삼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종종 ‘나쁜 놈’이라 불린 캘러닉은 자신의 적극성을 왜 모두가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캘러닉은 경쟁을 선(善)으로 봤고, 언제나 승자만 곁에 두려고 했다”고 지적한다. 남성 중심적 사고를 지닌 MBA 출신을 우대한 것도 화근이었다. 2017년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여직원의 사내 성 추문 폭로, 구글과의 지식재산권 소송, 캘러닉의 유흥업소 방문 스캔들이 불거졌다. 캘러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맡게 되자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우버 이용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버를 삭제하라(#deleteUber)’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우버는 고객 50만 명을 잃었다. 대주주들의 압박으로 캘러닉이 2017년 회사를 떠나면서 우버의 위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의 창업자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구축하기 위해 원칙을 외면하고 지름길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캘러닉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려놓으며 “…먼저 제가 트래비스2.0을 창조해야 한다” “… 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라…”며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은 곱씹어볼 만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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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시대 출신 가수 제시카, 자전적 소설 ‘샤인’ 출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정수연·31·사진)의 자전적 소설 ‘샤인’이 29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다. ‘샤인’은 한국에서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뛰어든 17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 ‘레이첼 김’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6년 동안 대형 연예기획사인 ‘DB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내지만, 톱스타 ‘제이슨 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삶이 흔들리는 과정을 그렸다. 스타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끝 모를 연습생 생활, 내부의 시기와 질투, 여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부당한 대우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샤인’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1개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국내에서는 영화화도 결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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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서 1억부 팔린 범죄소설 ‘밀레니엄’ 6권 완간

    스웨덴 범죄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사진)가 6권 ‘두 번 사는 소녀’(문학동네)를 끝으로 완결됐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1954∼2004)이 3권까지 집필한 후 숨진 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어받아 4∼6권을 써서 마무리했다. ‘두 번 사는 소녀’는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걸인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걸인의 점퍼 주머니에서는 미카엘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나온다. 피어싱과 문신을 한 깡마른 여성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탐사보도 전문 남성 베테랑 기자 미카엘은 걸인의 죽음에 얽힌 국방부 장관 부정 사건의 단서를 따라간다. 리스베트와 그의 쌍둥이 동생 카밀라의 최종 대결도 펼쳐진다. 사회주의자로서 극우, 신나치즘, 인종차별 등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 전문 계간지 ‘엑스포’의 편집장 겸 기자이던 라르손은 당초 밀레니엄을 10부작으로 기획했다. 그러나 2004년 3권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써놓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2005년 나온 밀레니엄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자 이 시리즈를 출간한 노르스테츠 출판사와 유족은 2013년 라게르크란츠를 후임 작가로 공식 선정했다. ‘나는 즐라탄이다’ ‘앨런 튜링 최후의 방정식’ 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라게르크란츠 역시 기자 출신이다. 밀레니엄은 그동안 52개국에서 1억 부 넘게 팔렸다. 스웨덴에서는 시리즈 1∼3권이 모두 영화화됐고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미카엘 역의 남자배우보다 리스베트 역의 노미 라파스, 루니 마라 등이 주목받았다. 아마존 스튜디오와 소니픽처스가 TV드라마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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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업은 교수, 부업은 동네책방 사장… 10년 버티는게 목표예요 ㅎㅎ”

    서울 은평구 지하철3·6호선 연신내역 사거리를 두 블록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부동산들이 늘어선 거리에 녹색 간판의 ‘니은서점’이 있다. 2018년 가을 문을 열어 올해로 만 2년째. 지난해까지는 하루에 책 한 권도 못 파는 ‘빵 권 데이’가 수두룩했지만 이제는 매출의 약 70%를 단골손님들이 채울 만큼 자리를 잡았다. “독립(동네)서점은 2년 차까지가 위기예요. 임대차계약 2년이 끝날 때쯤이면 적자를 못 이겨 대부분 문을 닫죠. 과도기인 3, 4년 차를 버티고 5년 차쯤 되면 분명 흑자가 날 겁니다.” 니은서점 사장은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54)다. 최근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낸 노 교수는 2년 전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의미 있게 쓰고자 서점을 열었다. 많이 배우지 못하셨던 부모가 항상 교육에 목말라 하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조금씩 매출이 나아지는 현실에 ‘혹해’ 제목에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라는 염원을 담았다. 14일 니은서점에서 만난 노 교수는 “10년을 버텨 독립서점계의 레전드가 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다. 월세 70만 원, 책 구입비, 인건비 등으로 매달 100만 원 정도 나는 손실은 교수 월급으로 메우고 있다. 다만 1년 차 때보다는 단골손님이 늘면서 적자 폭이 줄고 있어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책 팔아주려고 오는 지인들이 전부였다. 이제는 지역 손님과 지인 비율이 6 대 4 정도다. 노 교수는 “대학교수는 내 ‘본캐(본캐릭터)’고, 서점 사장은 내 ‘부캐(부캐릭터)’”라며 “서점 운영은 일종의 ‘취미 병(病)’인데 골프 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쓰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주변에서 ‘비싼 취미’ ‘고상한 취미’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취미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형 서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니은서점에는 노 교수를 비롯한 ‘북텐더’가 5명 있다. 바텐더의 바(bar)를 북(book)으로 바꾼 북텐더는 서점에 놓을 책을 엄선하고 손님 취향을 고려해 좋은 책을 추천한다. 자신들이 추천한 도서에는 그 사유를 손으로 적은 띠지를 두른다. 노 교수가 수업을 하는 낮 시간에는 대학원생, 작가 지망생 등 북텐더 4명이 요일마다 1명씩 일한다. 독립서점에 아르바이트생 4명은 사치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주며 비용을 최소화한다. 서점에는 북텐더들이 선택한 인문, 사회, 예술 서적 등을 주로 진열한다. 베스트셀러는 의식적으로 배제한다. 일부 동네서점처럼 커피 등 음료나 다과를 팔지는 않지만 ‘하이엔드 북토크’라는 저자 초청 강연도 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노 교수가 직접 인스타그램 라이브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서점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어 출혈을 감수하고 온라인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배송으로 5권을 팔면 1권 몫의 이윤은 배송료로 쓰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책이 한 권도 안 팔린다. 노 교수는 “이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서 생태계 안에서 책을 팔아 흐름을 일으켰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니은서점은 ‘지적 역량을 갖춘 서점’ ‘소(小)우주 같은 서점’을 추구한다. 10년여가 지나면 정년을 맞는 노 교수는 “그때부터는 본업으로 서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손님이 손을 뻗어 아무 책이나 골라도 ‘와, 이런 책이 있었네’라며 만족할 만한 서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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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사 현장보다 죽음 앞에 매정한 인간 군상 볼 때 더 힘들어”

    《넘기다 만 신문, 먹다 남긴 편의점 도시락, 활짝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시간이 멈춘 방…. 갑자기 주인을 잃은 고독한 방 안을 쓸고 닦는 이가 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자리를 뒷정리하고, 남겨진 유품 정리가 끝나면 꽃을 놓고 향을 피우며 떠난 이의 마지막을 애도한다.》연간 고독사 발생 건수가 3만 건에 가까운 일본에서 고지마 미유 씨(28)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한다. 고지마 씨는 평범한 직원이 아니라 언론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다. 고독사 현장을 정교한 미니어처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특수청소를 해온 고지마 씨는 뉴스의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만으로는 심각한 현실을 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6년 일본의 장례산업 관련 행사인 ‘엔딩산업전’에 미니어처를 처음 선보였다. 현장을 완벽하게 살려낸 세밀함과 정교함은 NHK,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물론 영국 가디언, 독일 ZDF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저서 ‘시간이 멈춘 방’을 번역 출간한 고지마 씨를 e메일로 만났다. “이 일을 왜 하죠?” 고지마 씨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시신이 있던 마지막 자리를 치우는 일을 꽃 같은 나이의 여성이 한다고 하니 궁금해할 만하다. 그가 죽음이란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학창 시절 54세로 돌연사한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어머니가 마침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시신이 언제 발견됐을지 몰랐다. 고지마 씨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지마 씨는 1년에 370건 정도 고독사 현장을 청소한다. 22세에 일하던 우체국을 그만두고 특수청소를 하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고지마 씨는 “일을 시작하기 전 내성이 생기도록 시신 사진을 찾아보며 단단히 준비했다. 나중에 어설프게 후회하는 것은 유족과 고인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사명감이나 정의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했다. 끔찍한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당연히 트라우마도 생겼다.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서 나오는 바퀴벌레 수천 마리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돌아가신 분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적은 없어요. 한때는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낀 인간이니까요. 고인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방을 청소해요.” 하지만 바퀴벌레보다 더 마주하기 힘든 것은 죽음 앞에서도 매정한 인간 군상을 목격할 때다. 고지마 씨는 “자살한 아들의 집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우는 아버지 앞에 주택 관리회사 직원이 부당한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울면서 ‘낼게요, 낼게요’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같이 울었다”고 했다. 또 “애도의 말 한마디 없이 귀중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이웃도 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고독사는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지마 씨가 만든 미니어처는 지금까지 총 8점이다. 유튜브에서 미니어처 제작 방법을 찾아가며 독학했다. 그는 “미니어처 공개 이후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환기됐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사후 6∼8개월 지난 현장 의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 달 내에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고지마 씨는 1인 가구 증가로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고독사는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 연인, 부부, 자녀 등 소중한 사람의 생존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안부를 자주 주고받고 가능하면 직접 만나세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늦어요.”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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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민아의 ‘디바’… 이정현의 ‘죽지 않는…’, ‘언택트 추석’ 영화팬 선택은?

    추석 연휴를 기대하며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승리호’ ‘모가디슈’ 같은 대작이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한 가운데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정부가 14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영화사와 극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23일 개봉하는 ‘디바’는 다이빙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최고 기량을 갖춘 다이빙 선수인 이영(신민아)은 그를 질투하는 친구 수진(이유영)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기억을 잃는다. 수진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의심에 빠진 이영은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를 보인다. ‘택시운전사’ ‘가려진 시간’의 각본을 맡은 조슬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민아와 이유영은 4개월 동안 별도 트레이닝을 받으며 근육량을 늘리는 등 다이빙 선수 역을 준비했다. 코믹 스릴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29일 개봉한다. ‘시실리 2km’ ‘차우’ 등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신혼살림을 차린 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유성오)이 보통사람 같지 않아 의심한다. 만길이 자신을 죽이고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희 등은 그를 처리하기 위해 한바탕 작전을 펼친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가족애를 그린 영화 ‘담보’는 이달 말(날짜 미정) 개봉 예정이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9세 소녀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서로에게 모두 원치 않는 만남이었지만 마음 둘 곳 없던 이들끼리 의지하다 정이 들어 점차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성인이 된 승이 역은 배우 하지원이 맡았다. 올 상반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 받은 김대명이 첫 주연을 맡은 ‘돌멩이’는 30일 관객을 만난다. 몸은 어른이지만 지능은 8세 정도인 30대 청년 석구(김대명)는 시골에서 정미소를 운영한다. 어느 날 석구는 마을 잔치 중에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은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돕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범죄자로 몰린 석구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점차 외면당하게 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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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 재럿 트리오’ 재즈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별세

    재즈 베이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피콕이 미국 뉴욕주 올리브브리지의 자택에서 4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5년 미 아이다호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전까지 피아노를 연주하다 이후 베이스로 바꿨다. 195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에서 재즈 기타리스트 로린도 알메이다, 바니 케셀 등과 연주하며 재즈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색소포니스트 앨버트 아일러의 ‘고스트’ 등 명반 녹음에 참여했다.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 폴 블레이 등과도 연주했다. 1983년부터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권유로 키스 재럿 트리오에 참여해 20여 장의 앨범을 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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