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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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일상 이어가는 건 생명을 품는 것[오늘과 내일/손효림]

    “아버지가 주목한 건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식민 지배, 6·25전쟁, 정치적 소용돌이에도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고 행상에 나선 이들이었지요. 역사의 고비마다 상처를 입었지만 묵묵히 일상을 살아간 이들이 생명을 품고 이어지게 한 존재였으니까요.” 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장남 박성남 화백(75)은 아버지의 작품 세계는 ‘상처의 미학’으로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3월 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 대해 최근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자주 봤지만 팬데믹으로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시기에 열린 이번 전시는 더 반가웠다. 절구질하는 아낙, 아기 업은 소녀, 빨래하는 여인들…. 척박한 현실을 견디는 이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은 맑고 따뜻하다.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화강암 표면처럼 울퉁불퉁한 특유의 질감을 지닌 작품들. 박성남 화백은 “그림 표면은 오돌토돌 튀어나왔지만 아버지가 그린 이들은 오목하게 팬 듯한 존재”라고 했다. 아래로 움푹 들어간 곳이어야 흙이 담기고 물이 고이며 빛이 스며들어 비로소 생명이 움틀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일까.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전염병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말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다가온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도 일상 속 풍경을 눈여겨봤다. 어릴 적 골목에서 놀다 보면 “밥 먹으러 와라”고 하던 엄마의 말은 ‘오징어게임’에서 상우(박해수)가 숨을 거두기 전, 기훈(이정재)에게 남긴 말에 애잔하게 녹였다.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산으로 들로 달려 나갈 때면 당부하던 할머니의 말도 영화 ‘남한산성’의 마지막에 활용했다. 고아가 된 소녀 나루를 키우는 대장장이 날쇠(고수)가 놀러 나가는 나루에게 “너무 멀리 가지 마라”고 한 것. 나루가 ‘초경을 흘리는’ 것으로 원작 소설 ‘남한산성’을 마무리했던 김훈 작가(74)는 이 대사를 듣고 무릎을 쳤다. 김 작가는 생명성을 소설 마지막에 어떻게 표현할지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툭 던지는 것 같지만 애정이 담긴 이 말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 후에도 삶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은근하게 보여 준다”고 감탄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발표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오른 윤성희 작가(49)의 단편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는 각각의 방법으로 ‘가슴속 구멍’을 발랄하게 메우는 평범한 이들이 나온다. 욕설이 늘어나고 점점 지질해지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할머니는 밤에 킥보드를 타기 시작한다. 오빠들 이름을 따라 돌림자를 붙여 ‘병자’라는 이름을 가진 데다 아픈 어머니를 홀로 돌봤던 여성은 50대에 퇴직하자마자 이름을 ‘지원’으로 바꾸고 공원 분수대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논다.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은 때로 엉뚱하지만 유쾌하다. 박성남 화백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하얀 셔츠를 입은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아버지는 말씀이 거의 없으셨어요. 하지만 작품을 통해, 또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큰 사랑을 주셨습니다. 비싼 작품이 아니라 사랑을 남겨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박수근 화백이 사랑을 보낸 대상은 가족뿐 아니라 삶을 견디는 필부필부(匹夫匹婦) 모두가 아닐까. 황 감독과 윤 작가가 바라본 이들 역시도. 평범한 우리를 보듬어 주는 예술이 있어 다행이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

    •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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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정글에서 워터파크로 신나는 꿈나라 여행

    아기 돼지 다섯 마리가 잠자리에 든다. 좋아하는 양, 원숭이, 수달 인형을 각각 손에 들고. 어떤 꿈을 꾸면 좋을까? 악어, 코끼리, 나무늘보가 있는 정글을 탐험한다. 달빛 아래 백마를 타고 높다란 성을 향해 달려간다. 하늘에 초록빛 오로라가 일렁이는 가운데 빙하 위에서 수달과 그림책을 보고 낚시도 한다. 물줄기를 시원하게 내뿜는 고래 위에 서면 환호가 절로 나온다. 워터파크에서 노는 건 늘 신난다. 꿈에서 어떤 모험을 할지 설레며 잠자리로 향하는 마음을 아늑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통해 표현했다. 흐뭇하게 미소 짓고 웃으며 때론 놀라는 토실토실한 아기 돼지들의 표정 변화가 귀엽다. 꿈나라에는 양, 원숭이, 수달 인형도 같이 간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애착 인형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꿈에서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문을 열자 도넛, 딸기 케이크에 갖가지 빵이 쏟아진다. 아, 아직 꿈속이다. 진짜 좋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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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기부는 ‘자산’ 아닌 후원자의 ‘삶’을 기부하는 일”

    최근 밀알복지재단에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유산 기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유산 기부자인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진 자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다. 재단의 유산기부센터는 중증장애로 평생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자녀를 둔 유산 기부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장애유형 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장애인 신탁, 후견 등 재산 관리와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십 년간 장애인 복지 사업을 전개하며 장애아동부터 노인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사업을 완성한 밀알복지재단은 재단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 자녀가 있는 유산 기부자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유산기부센터는 상조 전문업체와 함께 1인 가구와 무연고 유산 기부자를 위한 장례 서비스도 시작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1인 가구 확산으로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기부 후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는 기부자들을 위해서다. 또 노년에 안전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임의 후견신탁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유산 기부자들을 위한 1 대 1 맞춤형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부자 예우 서비스뿐 아니라 전담인력을 배치해 회계와 법률, 세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맞춤형 종합 솔루션’도 제공한다. 유산 기부는 소액도 가능하며 유산의 일부만 기부해도 된다. 현금뿐만 아니라 예금, 부동산, 전세금, 보험금도 기부할 수 있다. 기부 시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기부할 유산의 법률적 검토부터 유언장 작성, 공증, 사후 유언 집행까지 돕는다. 기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 중인 복지사업에 사용되며 기부자가 원하는 특정 지원 대상이나 희망 분야에 대한 새로운 나눔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김호경 유산기부센터 팀장은 “수많은 후원자와의 상담을 통해 유산기부란 후원자의 ‘자산’이 아닌 ‘당신 자신’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평생 일궈온 소중한 자산과 후원자의 삶, 철학이 잘 어우러져 후대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기부센터를 운영 중인 밀알복지재단도 유산 기부로 설립된 단체로 ‘밀알학교’, 장애청년들을 위한 일터 ‘굿윌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지금도 삶의 발자취를 더 의미 있게 남기고 싶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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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 치유의 숲’ 등 4곳 한국관광의 별 본상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경기 수원화성 야간관광, 전남 신안 퍼플섬, 강원 춘천시 킹카누 나루터가 21일 열린 ‘2021 한국관광의 별’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국 관광 발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는 야외 치유 공간, 힐링 센터가 있고 휴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수원화성은 미디어아트, 성곽길에 조성된 빛의 산책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야간 관광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신안 퍼플섬은 섬에서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지와 꿀풀을 활용해 ‘사계절 보라색 꽃이 피는 섬’을 콘셉트로 내세워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기존 다리와 건물도 보라색으로 칠했다. 춘천 의암호에 있는 킹카누 나루터는 장애인, 고령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수 제작한 카누를 비치해 휠체어를 타는 이도 카누를 즐길 수 있다. 특별상은 스포츠와 게임을 결합해 레이싱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인 제주 9.81파크가 받았다. 특별상 중 공로상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충남 서산시 오지 어촌계가 각각 수상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의 놀이 문화를 널리 알리고 관련된 체험 관광이 활성화되는 데 기여했다. 서산시 오지 어촌계는 한국관광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의 머드맥스 편에 출연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현장을 역동감 있게 보여줬다. 특별상 중 지속가능상은 경남 하동군의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이 수상했다. 놀루와는 지리산, 섬진강, 차 문화를 활용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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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과거 밝히는 용기, 타인 위한 것일 때 더 빛나 [광화문에서/손효림]

    ‘책을 많이 읽는 듯하나 이해력이 떨어지고, 외모에 무지 신경을 씀.’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성적표에 써 준 글이다. 공부를 못했고 초중고교 시절을 통틀어 글짓기상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락부장을 도맡아 소풍, 수학여행을 가면 먼저 나가 노래하고 춤췄다. 소원을 들어주는 떡 이야기를 그린 동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를 쓴 김리리 작가(47)의 학창 시절 모습이다. 지금까지 총 5권이 나온 이 시리즈의 누적 판매부수는 85만 권이 넘었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만복이네 떡집’은 올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온라인 서점에 게시된 ‘만복이네 떡집’ 작가 소개는 그가 고교 2학년 성적표에 받은 글귀로 시작한다. 이런 작가 소개글은 처음 봤다. 웃음이 터졌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작가가 되려면 공부 잘하고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아이들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공부 못하고 좋은 평가를 못 받아도 미래의 내 모습을 마음껏 꿈꿀 수 있다고요.” 아이들의 고민을 명랑하게 풀어내는 이 시리즈처럼 김 작가는 밝고 쾌활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릴 때부터 각종 돈 버는 일을 하며 자랐으리라고는 짐작되지 않았다. “5남매인데, 식구들이 하루 종일 오락기 조립 등을 해 7000원을 벌었어요. 낚싯바늘을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일은 어깨가 너무 아파 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는 공장에서 두 달 꼬박 일해 10만 원을 벌었고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책을 읽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쓰자’고 결심했죠.” 매일 일기를 쓰고, 이야기도 자주 지어 써서 6학년 때 쓴 일기장이 15권이나 된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일 정도로 삶이 고됐다. 1999년 등단해 작가가 되자 스스로 너무 놀랐단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난 여름날’을 먼저 밝히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 가운데는 부족했던 과거를 털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난이 짙을수록 성공은 눈부시다. 한데 때론 현재의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과거를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김 작가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좌절하거나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모자란 어린 시절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담임선생님의 평가를 앞세웠던 그의 소개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 당시에 나는 책을 읽으며 공상하는 걸 좋아하고, 예쁜 것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지금도 나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기죽지 않고 신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쾌한 그 고백은 아이들을 향해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그의 용기가 더 빛나게 느껴지는 이유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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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빨간 장갑 한 짝 “짝꿍아 어디있니”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은 날, 빨간 장갑 한 짝이 길에 떨어졌다. 점점 더 많이 내리는 눈. 빨간 장갑은 다른 한 짝을 찾아 나선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거리는 다정하게 오가는 장갑들로 북적인다. 어제까지 빨간 장갑도 다른 한 짝과 주인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는데…. 저 멀리 한 짝이 보여 힘껏 달려가지만, 다른 장갑이다. 지친 빨간 장갑은 벤치에서 쉬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벤치의 못에 걸려 올이 조금씩 풀리자 잃어버린 한 짝과의 기억이 떠오른다. 낙엽을 모으고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고, 눈사람을 만들던.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도 추억은 남아 있기에 이를 기억하는 한, 마음으로 만나는 거라고 잔잔하게 들려준다. 하얀 눈과 빨간 장갑의 또렷한 대비는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도드라지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빨간 장갑의 풀어진 올을 한 소녀가 잡고 동그랗게 감기 시작한 것. 빨간 장갑은 소녀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 같다! 그렇게 삶은 이어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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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즈베크, 韓 신북방 진출의 교두보로… 양국 무역협정 추진

    우라늄, 금, 구리, 몰리브덴, 텅스텐….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소금속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매장량 기준으로 텅스텐 세계 7위, 우라늄과 금 10위, 몰리브덴 12위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손잡고 2019년 수도 타슈켄트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 치르치크에 ‘한-우즈베크 희소금속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의료 협력을 통해 ‘우즈베키스탄국립아동병원’이 타슈켄트에 문을 열었다. 양국은 자원, 의료, 보건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문화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양국 수교 30주년(2022년 1월 29일)을 앞두고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 우즈베키스탄, 신북방 진출 교두보 한국은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의 신북방 정책 대상국(14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우즈베키스탄과 무역협정 협상을 하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자동차, 농기계, 섬유 등의 수출 기회가 확대된다. 우즈베키스탄이 신북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앞서 양국 관계는 2019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한국의 190개 수교국 가운데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네 번째다. 6억 달러 규모의 무바레크 발전소 현대화 사업 같은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우즈베크 희소금속센터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희소금속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희소금속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우즈베키스탄은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양국 기업이 4조4735억 원을 들여 2015년 설립한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화학단지(수르길 단지)는 천연가스를 비롯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르길 단지는 한국이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16년 9억4900만 달러(약 1조1200억 원)에서 지난해 17억2200만 달러(약 2조320억 원)로 늘었다.○ “성실한 고려인, 한국에 대한 신뢰 높여” 양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1400여 년간 교류를 이어왔다. 사마르칸트의 7세기 아프라시아브 벽화에는 고구려 사신이 묘사돼 있다. 소련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극동 지역 한인 17만여 명 가운데 7만6000여 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했다. 대기근 직후였지만 현지 주민들은 한인의 정착을 도왔고, 현재 고려인 18만여 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다. 고려인 가운데 신 아그리피나 유아교육부 장관, 박 빅토르 하원의원, 엠마 아슬로노바 하원의원, 편 비탈리 주한대사, 리 드미트리 국가프로젝트관리청장이 활약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올 1월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우호와 신뢰를 확인한 바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당시 “고려인의 성실함을 보며 자랐기에 한국을 특별히 신뢰한다. 한국은 경제 등 다방면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의 신북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포용의 힘으로 18만 고려인을 품어준 고마운 나라”라며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면 두 나라가 함께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공동기획 : 동아일보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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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엔 나눔 의미 담겨… 아이들 마음 다독이고파”

    걸핏하면 친구와 싸워 욕쟁이, 심술쟁이로 불리는 만복이. 마음과 달리 고약한 말과 행동이 튀어나와 고민이다. 어느 날 신비한 떡을 먹은 후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가 된다. ‘만복이네 떡집’(비룡소) 이야기다. 2010년 출간된 후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에 이어 이달 2일 다섯 번째로 ‘달콩이네 떡집’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85만 권 넘게 판매됐고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서울 강남구 비룡소 사무실에서 9일 만난 김리리 작가(47)는 “모든 게 기적 같다”며 “떡이 만복이, 장군이의 소원뿐 아니라 내 소원도 들어줬다”며 웃었다. 출간 일주일 만에 5만 권이 판매된 ‘달콩이네 떡집’은 아무데나 똥을 싸고 사람을 무는 유기견 달콩이 때문에 속상해하던 봉구가 떡을 먹고 달콩이의 마음을 알게 돼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렸다. 새 책에도 ‘달콩이로 빙빙 빙의되는 빙떡’, ‘달콩이와 환상의 찰떡궁합이 되는 찰떡’처럼 다양한 떡이 나온다. “오남매 중 셋째예요. 먹을 걸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커서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웃음)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는데 생일이나 고사를 지낼 때 떡을 나눠 먹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떡에는 좋은 뜻, 특히 나눔의 의미가 담겨 있고요.” 시리즈에는 친구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히는 양순이, 변비가 심해 똥장군이라 불리는 장군이가 나온다. 김 작가는 자신도 고민이 많은 아이였다고 했다. “집이 어려워 어릴 때 오락기 조립, 낚싯바늘 만들기 같은 일을 식구들과 끊임없이 해야 했어요. 깡마르고 얼굴이 까매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요.” ‘소원 떡집’에서 앞니가 작은 쥐로 태어나 슬퍼하다 사람이 되는 소원을 이룬 꼬랑지는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직해 학비를 마련한 뒤 중앙대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했다. 공주교대 대학원에서는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1999년 작가가 된 그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구어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신명나게 쓴다. 묘사도 익살맞다. 그는 “가족들이 입담이 좋아 모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초중고교 시절 글짓기 상을 단 한 번도 못 받았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기를 열심히 썼어요. 동화도 쓰면서 계속 상상했죠. 꿈꾸지 않았으면 고된 그 시기를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당초 그는 시리즈를 쓸 생각이 없었다. ‘만복이네 떡집’ 마지막에 장군이네 떡집을 등장시킨 건 열린 결말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라는 의미로 만든 장치였다. 한데 후속 책을 내 달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가 강연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다음 책을 쓴다고 약속할 때까지 강당에서 못 나가신다”고 귀엽게 협박(?)하는 통에 그러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건 모두 독자들 덕분이에요. 글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작가인 언니(김리라 작가)도 큰 도움을 줬고요.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는 작가로 기억된다면 정말 영광일 거예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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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아기 오리 삼남매 “우리가 백조라면!”

    아기 오리 삼남매만 지내게 된 날 밤. 번개가 번쩍번쩍거리고 천둥이 쾅쾅 친다. 꽉꽉이는 책장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꺼내 꽥꽥이와 꼭꼭이에게 읽어준다. 미운 오리가 알고 보니 어여쁜 백조였다는 이야기. 아기 오리들은 자신이 백조일 거라며 가슴이 부풀고, 백조가 되는 꿈을 꾼다. 해가 쨍쨍한 다음 날, 물가로 간 삼남매는 백조를 만난다. 아기 오리들은 자신이 새끼 백조라고 하지만 진짜 새끼 백조는 코웃음 치며 가버린다. 삼남매는 시무룩해지는데…. 동화에 푹 빠져 자신이 백조일 거라 상상하는 아기 오리들이 천진난만하다. 백조가 아니란 사실에 기운이 쑥 빠지지만, 달려드는 고양이에게 맞서 부리로 쪼아대는 셋은 용감하기 그지없다. 백조들에게 대단하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칭찬받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괜찮다. 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리니까! 이를 깨닫고 힘차게 올망졸망 가는 삼남매. 몽상에 빠진 표정, 놀란 표정 등 시시각각 바뀌는 아기 오리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웃음이 쿡쿡 나온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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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미술협회, 미술인의 날에 ‘만곡 임장수상’ 추가로 제정

    한국미술협회가 한국의 정취를 담아낸 작품으로 유명한 임장수 화백(1941∼2020·사진)을 기려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12월 5일) 시상 부문에 ‘만곡(晩谷) 임장수상’을 추가로 제정했다고 9일 밝혔다. 1회 만곡 임장수상 수상자로는 최근선 작가(47)가 선정됐다. 올해 15회를 맞은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기존 시상 부문에는 대상, 공로상, 원로작가상, 미술문화공로상, 정예작가상이 있었다. 임 화백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라벌고,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1990년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레핀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우리나라 자연과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데생과 크로키로 이를 정교하게 묘사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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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신춘문예 도전하는 이들, 간절함 담은 글쓰기 응원

    “제 원고가 잘 접수됐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나요?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했고 제 이름은 ○○○입니다.” 신춘문예 접수 마감일이 다가오면 문화부에는 이런 전화가 이어진다. 신춘문예 원고는 우편 접수가 원칙이고 마감 당일 우편 소인이 찍힌 응모작까지 유효하다. 마감일이 임박해서 원고를 부친 이들이 원고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의하는 것이다. “글을 계속 고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이 정도로 늦어질 줄은 몰랐는데…. 아, 좀 더 서둘러야 했어요. 제 원고, 받으신 거 맞죠?” 원고가 늦어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간혹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접수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기자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의 전화는 글쓰기의 의미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처럼 다가온다. 기자는 글, 특히 문학 작품을 쓰는 이들을 만나면 그 이유를 물어본다. 작가를 꿈꾸며 소설을 쓰는 30대 남성은 “가슴속에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이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고 말했다. 60대 사업가는 “밤에 홀로 앉아 시를 쓰면 마음이 정화되고 큰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시, 아포리즘 등을 종종 인용하는 박주영 판사(53)는 최근 출간한 에세이 ‘법정의 얼굴들’에서 “마음을 움직여야 피고인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피해자가 위안받고 치유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감성적 언어나 비유가 더 적절하며 이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내면은 물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스스로와 다른 이를 보듬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동아일보가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한 후 수많은 이들이 투고했다. 1995년 중편소설 부문에 ‘이중주’로 당선된 은희경 작가(62)는 신춘문예에 대해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은 작가는 ‘사막의 달’을 쓴 전경린 작가(59)와 공동으로 당선됐다. 1985년 시 ‘안개’로 당선된 기형도 시인(1960∼1989)은 당선 인터뷰에서 “어둡고 길었던 습작 시절이 한꺼번에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기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보인다”고 했다. 시인 특유의 허무주의적 색채가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의 열쇠를 쥐여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2022년도 신춘문예 원고 마감일(12월 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막바지에 원고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용기에, 간절함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노고에 온 힘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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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장기자랑 시간, 숨고만 싶어요

    숲속에서 장기자랑 대회가 열린다. 박쥐는 하늘로 슝 날아올라 뿅 사라지는 마술을, 늑대는 “아우우∼우∼우∼” 노래 연습을 한다. 거북이는 얼굴을 거북등에 쑥 넣으며 귀신 흉내를 낸다. 사자는 꽃밭에서 혼자 오른쪽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는 연습을 한다. 사자가 보이지 않자 친구들은 사자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얼굴이 빨개진 사자가 울음을 터뜨린다. 부끄러워서 장기 자랑을 못 하겠다며. 부끄럽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사자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친구들이 앙증맞다. 얼굴이 빨개진 사자에게 세수를 해보라는 박쥐, 노란 가면을 만들어주는 늑대의 노력도 고맙다. 한데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때 거북이가 말한다. “얼굴이 빨개도 괜찮아. 해가 질 때 세상도 온통 빨갛던데. 우리 같이 해지는 거 볼래?” 맑은 눈으로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자. 힘차게 장기 자랑을 할 수 있게 됐다. 감정을 털어놓는 것도, 친구를 돕는 것도 모두 용기 있고 멋진 일이라고 어깨를 다독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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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서울서 독립운동 이끌던 김가진…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 활동

    대한제국에서 농상공부대신, 외부·법부대신 서리를 지냈고 고종 서거 후 지하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 총재가 됐다.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 및 김좌진이 이끈 북로군정서 고문을 지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 대동단원 80여 명은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서훈은 7차례나 거부됐다. 의병을 탄압하고, 일제가 주는 남작 작위와 돈을 받는 등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동농(東農) 김가진(1846∼1922)의 이야기다.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장인 저자 장명국 내일신문 대표는 동농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땅 1만여 평을 일제에 빼앗기고 대례복을 팔 정도로 가난했던 데다, 대한제국 대신 중 유일하게 망명해 임시정부에 몸담은 행적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그리고 동농은 친일 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통했던 동농은 고종의 최측근이었다. 중국 천진 종사관, 주일 공사를 지낸 그는 세계의 흐름을 폭넓게 읽었고 고종의 ‘대일본 창구’ 역할을 했다.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반대했고, 대한협회 회장으로서 일진회를 규탄했다. 1906년 충청남도 관찰사였던 동농은 의병을 진압하라는 고종의 명령을 받았지만 의병을 돕다 일본군에게 붙잡힌 이남규 부자(父子)를 한 달 뒤 풀어줬다. 이후 일본군에게 다시 체포된 이남규 부자는 1907년 9월 26일 일본군에게 학살당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4개월 전, 동농은 충청남도 관찰사에서 해임돼 이곳을 떠났다. 저자는 “승정원일기에 동농의 부임 및 해임 시기가 기록돼 있다. 이남규 부자의 순국과 동농은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일제가 당시 모든 대신에게 작위를 내렸고, 동농은 고종을 보필하러 조정에 있어야 해 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또 동농이 일제의 ‘은사금’을 받은 증거가 없다고 한다. 일제는 현재 가치로 수억 원에 이르는 은사금을 연간 두 번 지급했고 이를 받을 때마다 당사자는 인장을 찍었다. 저자는 “동농이 은사금을 수령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동농의 집사로 인해 종로구 청운동 1만 평 땅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헐값에 넘어간 건 일제와 가까운 사람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동농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동농은 고종을 퇴위시킨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시를 지었다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저자는 “시를 지은 바로 다음 해 동농이 일본 잡지 ‘신공론’에 일본의 병탄 야욕을 꾸짖는 글을 기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시는 웃음 뒤에 칼을 숨기고 이토 히로부미를 비꼬며 침탈을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동농이 상하이에서 눈을 감자 임시정부는 독립신문 1면에 부고를 싣고 3면 톱기사로 애도했다. 장례식에서는 임시정부 주석 홍진이 개식사를 하고 안창호가 추도사를 올렸다. 김구 부부도 문상을 왔다. 장명국 대표는 “동농의 장례식은 임시정부장, 사실상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는 단칸방에서 살았고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숨졌다. 그의 행적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친일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세밀하게 확인해 동농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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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위 떠다닌 나무로 조명등 만들고 다리 부러진 의자 수리해 무료 나눔

    바다 위를 떠다닌 나무로 조명등을 만들고, 다리가 부러진 채 버려진 의자를 수리한 뒤 중고장터에 무료로 올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7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함께 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중 환경을 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수업이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올해 4월부터 주말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바다’ 수업이 진행됐다. 첫 수업은 광안리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시작했다. 색색의 유리병이 깨진 조각들이 특히 많았다. 김미숙 모이다아트협동조합 강사는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데, 쓰레기를 주우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떠다니는 나무인 유목과 조개껍데기 같은 자연 소재도 작품에 활용한다. 올해는 재사용을 통한 ‘순환’을 주제로 수업을 구성해 유목을 이용한 조명등 만들기를 했다. 유목은 오랜 시간 바다를 건너오기 때문에 나무가 매우 가볍다. 마르고 젖기를 반복하며 아주 바싹 마른 나무가 된다. 김 강사는 “조명등을 만들기 위해 사포질부터 시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가족이 다 같이 만든 조명등을 집에서 사용할 때마다 여러 활동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바다동물을 캐릭터로 노트, 머그잔, 텀블러도 만들었다. 작품들을 모아 이달 6일 전시회를 열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노트, 머그잔, 텀블러를 판매한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이달 매주 주말 버려진 물품을 수리하는 ‘서울아까워캠프’가 열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천근성 피스오브피스 대표는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20대와 30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첫날인 토요일에는 버려진 사물을 수리하기 위한 교육을 한다. 어떤 소재가 사용됐는지 재료를 파악하고, 공구 사용법을 배운다. 톱질, 시트지 붙이기, 실리콘 접착법 등을 익힌다. 일요일에는 각자 사는 동네에서 버려진 사물을 찾은 뒤 함께 이를 고친다. 한 부분이 긁힌 소파나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책상처럼 즉석에서 수리가 가능한 물건을 선정한다. 천 대표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여기기에 ‘유기사물’을 마주하면 함께 묵념하고 ‘아까워송’을 부르며 세리머니를 한 뒤 수리한다. 재사용 스티커를 붙이고 온라인 중고장터의 무료나눔에 올려놓은 후 유기사물을 둔 곳에서 도주한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어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작은 사물을 돌봄의 시선으로 보는 자세를 통해 세상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창의적이고 즐겁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환경과 예술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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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펄펄 눈이 내리자 집이 사라졌어요!

    여름에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려 토끼의 집이 와르르 무너졌다. 새로 머물 곳을 찾아 떠난 토끼는 하얀 눈 위로 비죽 나온 다리 두 개를 발견한다. 장난기 많은 토끼가 발바닥을 간질이자 두꺼운 눈을 헤치고 호랑이가 나타났다! 놀라 달아나는 토끼에게 호랑이는 다정하게 말한다. “네가 날 살렸어.” 눈사태가 나 호랑이는 눈에 깔려 정신을 잃었던 것. 둘은 길동무가 돼 눈에 깔린 곰, 두루미를 차례로 구한다. 눈은 더 많이 내리고 피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호랑이는 ‘이글루’를 떠올렸고, 넷은 힘을 합쳐 얼음집을 짓는다. 이상 기후로 위험에 처한 토끼 호랑이 곰 두루미가 어려움을 유쾌하게 헤쳐 나가는 과정이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어우러졌다. 아늑한 이글루 안에서 비상식량으로 챙겨 온 홍당무를 나눠주는 토끼. 홍당무를 처음 먹는 호랑이를 보며 웃는 동물들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자신이 가진 걸 조금씩 나누고 여럿이 힘을 합치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힘껏 불어넣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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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관’ 송현동 확정… 2027년 개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될 부지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으로 최종 확정됐다. 2027년 개관하는 이건희 기증관은 연면적 3만 m²(약 9075평) 규모로 지어져 ‘이건희 컬렉션’ 2만3181점이 모두 모이게 된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박물관·미술관이 많은 인사동과 인접한 데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것이 강점으로 꼽혀 최종 낙점됐다. 송현동 부지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는 이건희 기증관을 설립하려면 별도 진입로를 만들어야 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국제설계 공모를 진행해 2027년 이건희 기증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관이라는 이름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확장성 있는 이름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건희 기증관이 문을 열면 관람객은 한자리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돼 있다.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이 동서양, 시대, 분야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며 “지역별 순회 전시를 열어 각 지역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송현동 부지 3만7141m² 중 9787m²를 부지 교환 방식으로 제공받는다. 문체부와 서울시는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던 송현동 부지는 1997년 삼성생명, 2008년 대한항공이 각각 매입했지만 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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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컬렉션’ 송현동에서 본다… 부지 최종 확정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될 부지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으로 최종 확정됐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비롯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인사동과 인접해 있는데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송현동 부지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는 이건희 기증관을 설립하려면 별도 진입로를 만들어야 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3만6642m² 규모인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권을 이전 받는 중이다.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해 부지 교환 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한다. 이건희 기증관에는 ‘이건희 컬렉션’ 2만 3181점을 모두 모아 전시하게 된다. 이건희 컬렉션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돼 있다.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된 송현동 부지는 1997년 삼성생명이 매입했지만 적절한 사용처를 찾지 못했다. 2008년 대한항공이 한옥호텔을 짓기 위해 매입됐지만 풍문여고, 덕성여중고가 인접해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고 2019년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거쳐 서울시가 이 부지를 보유하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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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손효림]‘깐부’ 의미 지킨 노장…가치 선택한 이들이 그립다

    “내 손으로 ‘깐부’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는 없잖아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 ‘깐부’라는 추억의 단어를 대유행시킨 오영수 배우(77)는 이 단어가 들어간 치킨 광고를 거절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극 중 오일남은 구슬치기 게임에서 자신을 속인 성기훈(이정재)에게 마지막 구슬을 건네고 죽음을 선택하며 “우린 깐부잖아”라고 말한다.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때 한 팀이나 동지를 뜻하는 깐부는 신뢰와 배신, 인간성 상실과 애정 등 인간관계를 함축한 말이자 ‘오징어게임’의 핵심 주제입니다. 이를 전하려 혼신의 힘을 다해 깐부 연기를 했는데 내가 닭다리를 들고 광고하면 사람들이 깐부에서 뭘 연상하겠어요.” 그의 설명이다. 50년 넘게 연극을 한 그는 형편이 결코 넉넉하지 않다. 무대 위의 그는 때론 능청스러우며 교활하고, 때론 애잔한 연기로 관객을 단숨에 빨아들이지만 연극인의 길은 배고프다. 그는 영화, 드라마에 종종 출연했지만 단역이었다. 가장인 그가 목돈을 쥘 수 있는 광고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광고 출연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광고 내용을 보고 판단한다고 했다. 과거 이동통신 광고를 찍은 적도 있다지만 그에게 광고의 메인 모델 제안이 쏟아져 들어온 건 50여 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일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한몫 야무지게 챙길 수 있지만 그는 스스로 정한 가치를 망가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평생 풍족하게 돈을 가져다주지 못했기에 이런 결정은 더 쉽지 않았으리라. “좀 너무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결국 이해해줬다는 아내는 그가 가치를 지키게 한 일등공신이다. 임권택 감독(87)도 종종 광고 제안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쌓아온 이미지와 맞지 않는 광고는 거절한다. 임 감독은 영화로 큰돈을 벌지 못했다. 그가 사는 경기 용인시 아파트는 딱 중산층 가정의 모습이었다. 며칠만 광고 촬영을 하면 큰돈이 들어오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아내 채령 여사(70)는 “감독님에게 누가 되는 방법으로 돈 버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런 채령 여사를 보며 임 감독이 자신의 결혼에 대해 “로또 맞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 영화의 역사 그 자체인 임 감독의 행보는 후배 영화인은 물론 관객인 일반인에게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물질적 풍요가 아닌 품격을 택한 그를 보며 거장의 몸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돈이 권력이자 명예가 된 세상이다.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박탈감은 물론 큰 상처를 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좇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두 노장의 선택은 반가움을 넘어 경건함까지 느끼게 한다. 세상 곳곳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만의 가치를 묵묵히 지키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라도 유지되는 건, 그런 이들 덕분이라 믿는다.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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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일단 떠나 보는거야, 세상의 끝을 찾아서

    따사로운 오후,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던 지프, 트리크, 플리프.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지프가 묻는다.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멈추겠지.” 플리프의 말에 지프는 그게 어딘지 궁금해진다. 세 친구는 세상 끝을 찾아 나선다. 국경수비대원은 국경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셋은 아랑곳하지 않고 넘어간다. 호수를 건너고 산, 초원, 숲도 지난다. 셋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세상의 끝에 왜 가느냐는 아주머니의 질문에 이들은 “가면 왜 안 되는데요?”라고 묻는다. 세상이 규정한 걸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질문한다. 불가능하다고 말려도 일단 시도하는 셋.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행동하는 모습은 인생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챙겨간 땅콩을 강아지와 물고기에게 나눠주고 연날리기, 눈썰매 타기를 하며 긴 여정을 신나게 채워가는 셋을 묘사한 그림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 과정도 즐겁게 음미하라고 다정하게 속삭인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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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어느날 꼬리가 쑥… 내가 구미호였다니!

    비 오는 날과 공상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녀 손단미. 어떤 운동이든 잘하는 두루미와 단짝이어서 ‘미미 시스터즈’로 불린다. 한데 어느 날부터 몸이 가렵고 불쾌하다. 허리 뒤쪽에서 뜨끈한 기운이 온몸으로 빠르게 퍼지더니 옷을 뚫고 폭발하듯 뭔가가 튀어나왔다. 꼬리였다! 단미의 엄마는 꼬리 아홉 개를 가진 구미호였고 단미에게도 그 증상이 나타난 것. 엄마는 새로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꼬리 때문에 단미는 조마조마하다. 그런 자신이 싫다. 말 못할 비밀이 있다는 게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게 하는지 섬세하게 짚는다. 학교 캠프에서 좋아하는 내 모습과 싫어하는 내 모습을 털어놓으며 차츰 마음을 여는 단미와 친구들.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는지 돌아보게 한다. 모둠별 미션을 하나씩 수행하는 과정은 흥미롭고 짜릿하다. 단미와 개성 강한 친구들이 한 뼘 더 커가는 모습은 따스하다.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은유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빚어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의 첫 어린이책.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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