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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VX에 독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VX와 사린가스 등 신경작용제를 비롯해 수포작용제(질소겨자 등), 혈액작용제, 최루·질식작용제 등 16종의 화학무기를 2500∼5000t가량 국가급 저장시설과 군단급 부대에 비축해놓고 있다. 특히 VX와 사린은 장사정포와 미사일용 화학탄두로 제작돼 최전방 부대에 다량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탄두의 내부에는 두 종류의 화학물질이 분리돼 들어 있다가 포탄과 미사일에 실려 발사되면 열과 관성 에너지로 섞이면서 맹독성 신경작용제로 바뀐다. 김정남을 살해한 두 여성도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손에 묻힌 뒤 김정남의 얼굴에 문질러 섞이도록 했을 개연성이 제기된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독성학 박사)은 “VX의 독성을 감안할 때 손에 묻혀서 공격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극미량의 VX가 든 특수 캡슐로 김정남을 공격해 피부와 점막에 노출시켜 자연사처럼 꾸미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피습 뒤 30분이 지나 사망한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증거로 보인다. 북한은 유사시 화학탄두를 실은 장사정포와 미사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 지휘부, 서울, 수도권을 공격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650t의 화학무기로 공격하면 서울 인구의 30∼40%가 사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화학무기는 도발 주체를 파악하기 힘들어 기습 효과가 높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도 등 서북 도서를 겨냥해 화학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3명(24세)이 성매수를 하거나 이를 방조한 혐의가 적발돼 졸업을 하루 앞두고 형사 입건과 함께 퇴교 조치됐다. 23일 육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이달 4일 정기 외박을 나갔다가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씨는 B 씨가 성매수를 할 수 있도록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등 성매수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다. 육사 조사에서 A 씨는 성매수 사실을 시인했지만 B 씨는 인정하지 않았다. B 씨는 성매매 여성에게 15만 원을 준 것은 인정하면서도 “1시간가량 성매매 여성과 이야기만 나눴을 뿐 실제로 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관계자는 “이들이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등을 통해 성매수가 이뤄진 증거와 C 씨가 빌려준 돈이 성매수에 쓰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성매수 혐의는 17일 육군본부 인트라넷의 ‘생도대장과 대화’ 게시판에 실명과 구체적인 혐의 사실 등을 적시한 게시물이 익명으로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육사는 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을 품위 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퇴교 조치했다. 이들은 24일 열리는 제73기 생도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또 병역법시행령 및 군인사법시행규칙 등에 의거해 14개월간 병장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육사에 4년간 재학하며 받은 군사훈련 기간 7개월을 복무기간에서 빼고, 육사 재학 기간을 병사 계급으로 산정한 결과다. 군 검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거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부사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일각에선 졸업 하루 전 퇴교 조치는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자체 징계와 별개로 성매매 사건 특성상 형사 입건돼도 자백 외에 증거가 없을 경우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 메신저 대화도 결국 자백의 일종이어서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이들이 형사 판결을 가지고 육사를 상대로 퇴교 조치 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육사 관계자는 “졸업을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처분 수위를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규정에 의거해 강력하게 처리한다는 원칙을 따랐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사진)이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나흘간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흐엉의 행적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21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흐엉은 지난해 11월 2일 중국 난팡(南方)항공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흐엉은 입국 심사에서 “한국인 남자 친구 S 씨(25)를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 흐엉이 거주 예정지로 적은 제주시의 한 오피스텔 원룸은 S 씨 어머니의 지인이 빌린 곳이다. S 씨는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고, 2014년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말레이시아 일부 언론은 흐엉이 한국 입국 당시 북한 측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동행했다고 보도했지만 동행자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흐엉은 5일 제주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중국 광저우(廣州)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 돌아갔다. 당초 9일에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매했지만 입국 심사에서는 7일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고, 일정을 더 앞당겨 귀국한 셈이다. 수사 당국은 흐엉이 제주에 머무른 3박 4일간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S 씨가 김정남이 피살된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출국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 씨는 과거 베트남에 머무르며 한국인 관광객 대상 가이드로 일할 당시 현지에서 같은 일을 하던 흐엉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면서 “나는 어차피 (이 사건 직접 관계자가) 아니다”라며 흐엉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S 씨가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대공 용의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주소 등을 제공하는 역할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흐엉이 베트남의 전문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흐엉의 아버지는 “딸이 하노이의 약학 전문학교에 다녔으며 2, 3개월에 한 번밖에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배중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21일 오후 제주 제주시 신시가지에 있는 한 오피스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이 체류 예정지로 밝힌 원룸이 있는 곳이다. 10층이 넘는 오피스텔은 큰길 옆에 있다. 오피스텔에는 주거용 외에도 병원과 보험대리점 등 다양한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흐엉이 밝힌 주소지의 원룸은 49.5m²(약 15평) 크기로 세탁기와 TV 냉장고 침대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곳이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찾았을 때 원룸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편함도 텅 비어 있었다.○ 흐엉 ‘교습소’에서 묵었나 흐엉은 제주공항 입국 심사 때 오피스텔 주소를 밝히며 “남자 친구 S 씨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과 원룸 소유주 강모 씨(51)에 따르면 흐엉이 체류 예정지로 적은 원룸은 실제로 A 씨가 임차해 과외 교습소로 사용 중이다. A 씨는 같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살면서 이곳을 교실처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에게 임대해준 곳이다. 여행사 등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 씨(25)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흐엉이 주소를 전달받아 입국 때 사용했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흐엉은 베트남에서 현지 가이드로 일했다. S 씨도 베트남에서 수개월간 가이드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인 베트남인 B 씨는 “두 사람이 베트남에서 함께 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 씨는 또 해당 원룸을 빌려 쓰고 있는 A 씨와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흐엉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주소지가 없어 입국이 어려워지자 S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S 씨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흐엉이 실제로 해당 원룸에 묵었는지 여부인데 현재까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S 씨, “억울하다” S 씨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에서 흐엉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당초 S 씨는 김정남 암살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해 의문이 제기됐다. S 씨 프로필 사진에는 파리 밤거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등만 새로 올라왔다. 평범한 관광객의 모습이다. ‘의문의 출국’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점이 별로 없어 보였다. S 씨는 취재진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제가 억울한 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게 말했다”며 “정보 당국 관계자들도 ‘억울한 걸 이해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흐엉과 일면식도 없느냐”고 질문하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어 “더 이상의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귀국 후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S 씨의 SNS에는 그가 베트남에 머물렀거나 활동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남아 있다. 그가 올린 사진에 스스로 ‘베트남 출신’이라고 밝힌 인물들이 ‘좋아요’를 누른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S 씨가 올린 글에 “이제 베트남에는 안 오느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S 씨의 출국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S 씨의 SNS에는 ‘(내년) 2월에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S 씨가 이번 사건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알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흐엉이 베트남 귀국 항공편을 11월 9일 자로 예약해 놓고 입국 심사 때는 7일이라고 한 뒤 실제로는 5일에 귀국한 의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제주=임재영 / 손효주 기자}

○ 건빵 전성시대 “건빵 좋아하셨어요?” 1970년대 초반 강원 양구군 육군 2사단에서 복무했던 손갑섭 씨(65)에게 기자가 물었다. “건빵 보급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 먹어치웠어요. 늘 배가 고팠으니까요. 관물대(병사들의 개인 보관함)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먹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1970년대, 물론 당시 최고의 간식은 PX(국방마트)에서 파는 라면이었다. 여유가 있는 병사들은 생라면 조각을 전투복 주머니에 넣고 조금씩 부숴 가며 먹었다. 군에서 나오는 간식 중에선 건빵이 단연 최고였다. 건빵이 사실상 군이 보급하는 유일한 간식이었던 탓도 있었다. 손 씨는 “급식이라 해봐야 콩나물국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까 건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과거 건빵은 평범한 음식이었지만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나갔다. 1970년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인근 기차역에 도착한 입영열차에서 입영자 수백 명이 내려 훈련소를 향해 열을 맞춰 걸어가면 동네 주민들이 몰려들곤 했다. 이들은 일제히 “건빵! 건빵”이라고 외치며 입영자들을 에워쌌다. 입영열차 안에서 저녁 겸 간식으로 보급받은 군용 건빵을 달라는 얘기였다. 군대에 이제 막 들어가는 입영자들은 군용 건빵 맛을 몰랐던 데다 많이 긴장한 탓에 얼떨결에 건빵을 던져주고 훈련소로 향했다. 이들이 건빵을 애타게 찾은 배경에는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태려는 목적도 있었다. 과거 군용 건빵은 물물교환이 가능한 물품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군 대위 시절 형편이 어려워 단칸방 생활을 하면서 군용 건빵을 간장으로 바꿔 생활한 일화가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87년 12월에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엘리트 군인이었던 노 전 대통령에게도 건빵이 요긴하게 쓰인 것이다. 건빵의 이런 무시하지 못할 가치 때문에 과거 건빵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1961년 군용품 수송 열차에 괴한이 침입해 건빵 30여 상자를 들고 도주한 이른바 ‘열차깽’ 사건이 대표적이다. 1960년엔 육군 중사가 부대창고에서 건빵을 훔쳐 민간업자에게 팔아넘기다 붙잡힌 일도 있었다. 병사들과 군 간부들이 먹을 군용 건빵을 아껴 수재민에게 기부한 일은 수시로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건빵은 가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특별 선물로 지급되는 등 ‘다목적 만능 간식’으로 인기를 누렸다. ○ 건빵 쇠락기 “건빵 좋아하세요?” 기자는 최근 서울역에 나가 휴가 나온 병사들에게 물었다. ‘별걸 다 물어본다’는 표정과 함께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건빵을 즐겨 먹는다고 답한 병사는 100일 휴가를 나왔다는 이등병이 유일했다. “이병 때부터 건빵 싫어했어요. 아침에 밥맛이 없을 때 우유에 건빵을 넣어 먹는데(일명 건플레이크) 그것도 가끔이고 거의 다 후임한테 줘버려요.”(김모 상병) “PX 가면 다른 과자가 많으니까 건빵에 손이 안 가죠.”(손모 병장) “다들 안 좋아해요. 받으면 안 먹고 그냥 놔둬요. 생활관에 건빵 많이 남아돌죠.”(이모 상병) “생활관에 9명 있는데 3명은 아예 안 먹더라고요. 저는 옆에 건빵이 있으면 먹긴 해요.”(이모 이병) 천덕꾸러기가 된 건빵 신세를 증명하듯 남는 건빵을 처리하는 노하우까지 등장했다. 정모 병장은 “식당에 밥 먹으러 갈 때 남은 건빵을 가져가서 봉지를 찢어 내용물만 ‘짬통’(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고 전했다. 전역이 10여 일 남았다는 주모 병장은 “쓰레기통에 봉지째 버린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논산훈련소를 찾아 건빵 맛을 보며 “건빵 맛 여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맛과는 별개로 건빵 인기는 과거만 못하다. 한때 절도범이 노릴 정도로 인기를 누린 건빵은 이제 “그런 시절이 있기는 했나” 싶을 정도로 추억의 먹거리가 돼 가고 있다. 건빵의 위상 추락은 군이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간식 제공량 추이를 보면 잘 드러난다. 국방부는 지난달 올해 군 급식 및 간식 등에 관한 개선안을 발표하며 건빵 보급량 조정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병사 1인당 연간 36봉지를 지급한 건빵을 올해는 30봉지로 줄이는 내용이다. 2005∼2016년 군은 연간 36∼48봉지(월 3∼4봉지)의 건빵을 꾸준히 지급해왔다. 2013년 연간 24봉지로 줄인 적이 있었지만 이는 ‘특수 상황’이었다. 2010∼2011년 군용 건빵 납품업체들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비리가 불거져 방위사업청이 2012년 해당 업체들에 입찰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일시적인 공급 차질이 빚어진 까닭이었다. 건빵 보급 감축 결정에는 병사들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병사 1583명을 대상으로 급식 및 간식 품목별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빵 제공 횟수를 줄여달라는 의견이 30.3%로 나타났다. 건빵은 지난해 지급된 간식(컵라면·즉석 쌀국수·떡) 중 ‘감소 희망’ 1위에 오르는 굴욕을 당했다. 컵라면, 떡, 즉석 쌀국수를 줄여달라는 의견은 각각 10.9%(김치맛 컵라면 기준), 17.8%, 22.5%였다. 군 관계자는 “매년 말 전군 급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다음해 제공 품목 및 제공량을 조정하는데 건빵에 대한 병사들의 선호도가 낮고 ‘생활관에 남아 돌아 처치가 어렵다’는 민원이 많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빵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새로운 간식이다. 올해 군은 신규 간식으로 쌀국수 비빔면을 도입하고, 병사 1인당 연간 12개를 지급하기로 했다. 20대 병사들이 열광할 피자빵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군 당국의 급식 품목 채택·퇴출 심의 절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재도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구마타르트, 쌀눈 누룽지, 춘천닭갈비볶음밥 등 각종 용기밥도 군납 간식 시장으로의 진입을 엿보고 있다. 신규 간식 메뉴가 도입돼 간식 종류가 늘어날수록 인기 없는 건빵의 자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군용 건빵의 ‘주적’은 PX다. PX를 점령한 현란한 ‘사회 과자’들은 병사들이 건빵에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PX 수는 2010년 1978개에서 올해 1월 기준 2194개로 7년 만에 216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0억 원에서 86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병 복지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PX가 창군 이후 계속 보급돼 군과 역사를 함께한 건빵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 알고 보면 세계 최고 건빵 PX의 영토 확장으로 존재감이 줄었지만 알고 보면 군용 건빵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군에 납품되는 건빵에는 국내산 쌀이 30% 들어간다. 군은 1993년 쌀 소비 촉진 차원에서 군용 건빵에 쌀을 넣기로 결정한 이후 쌀 함량을 계속 높여왔다. 쌀 함유량은 점점 늘어 13.5%를 유지해오다 2009년 12월부터 30%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시중 건빵에 비해 단가가 훨씬 비싸다. “건빵 맛 여전하다”는 황 권한대행의 말은 국내산 쌀 사용량을 늘린 건빵 원료 배합비율 변천사만 놓고 보면 틀린 셈이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건빵도 빵이어서 쌀을 너무 많이 넣으면 빵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며 “넣을 수 있는 쌀 함유량은 최대치가 30%다”고 말했다. 이어 “쌀이 들어가지 않는 시중 밀가루 건빵이 ‘푸석’한 맛이라면 군용 건빵은 쌀 덕분에 ‘바삭’하다”며 식감의 차이를 설명했다. 쌀 함량이 늘면서 건빵에 5g가량 들어가는 별사탕의 역할은 줄었다. 별사탕은 밀가루 건빵이 입안에서 떡이 돼 목이 막힐 때 침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쌀 비율 30% 건빵은 먹어도 목이 잘 막히지 않는다. 별사탕의 할 일이 적어진 것이다. 군용 건빵에 31.5% 들어가는 밀가루는 고급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계란은 축산물 등급판정기준 품질 2등급 이상을 쓴다. 영양성분은 413Cal(별사탕 20Cal)에 탄수화물 7%, 단백질 5%, 지방이 6%로 구성돼 있다. 품질이나 원료 비율, 영양분 등을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중 건빵과 군용 건빵을 동시에 생산하는 A식품 관계자는 “군용 건빵은 원료 입고 단계부터 매달 납품 직전까지 국방기술품질원 직원들의 품질 검사를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품질 검증 시스템이 시중 건빵보다 훨씬 엄격하다”며 “시중 건빵과 비교하면 품질이 비교가 안 될 만큼 좋다”고 말했다. 시중 과자보다 덜 자극적이지만 까다롭게 생산되는 건강식이라는 얘기였다. 알고 보면 참 괜찮은 군용 건빵. 건빵의 품질은 창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건빵을 대하는 병사들의 관심은 창군 이래 가장 시들하다. 병사들의 선호도가 계속 떨어지면 건빵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건빵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건빵은 전투식량으로서 입지가 나름대로 확고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군 당국은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건빵은 유사시 휴대가 편하고 잘 부식되지 않는 대표적인 전투식량이자 비상식량이어서 다른 품목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식품”이라며 “병사들이 우유에 넣어 먹거나 튀겨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의 상징인 건빵을 계속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남 독살 관련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2명 중 1명이 15일 체포됐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밝혔다. 김정남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독살된 경위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를 풀어낼 핵심 인물이 일단 확보된 셈이다. AP통신과 교도통신은 현지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독액 스프레이’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여권 확인 결과 베트남 국적으로 이름은 조안 티 흐엉, 나이는 29세로 나와 있다. 이 여성은 이날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정남이 독살된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터미널에 나왔다가 사건 발생 48시간 만인 오전 8시 20분(현지 시간)쯤 체포됐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 수사팀장은 “우리는 이 여성이 월요일 사건(김정남 독살)에 개입된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실제 베트남 여성인지, 위조 여권을 가진 북한 공작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다른 여성 용의자 1명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적이 어디인지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여성 용의자 1명은 북한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범죄수사국(CID) 관계자는 “한국 여권을 가진 여성도 조사 중”이라며 “이 여성의 외모는 한국인으로 보이지만 경찰에서 줄곧 영어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여성 용의자 외에 20∼50대 남성 4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하고있다.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도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알라룸푸르병원 안팎엔 긴장감이 돌았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집권 전이자 아버지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평양과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다”며 “그해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며 권력에 뜻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암살된 것에 대해 이 원장은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김정남 세력’을 구축한 뒤 정권 교체를 도모했거나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

북한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김정은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였던 ‘눈엣가시’ 김정남을 제거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당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에게 피살됐다. 이 여성들은 독침을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했으며, 이들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들의 모습은 공항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현지 온라인 매체 등은 말레이시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누군가로부터 스프레이 공격을 받고 고통을 느끼며 안내 데스크에 도움을 청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으며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시신인도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피살자가 46세 남자로 김 철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피살자 사진을 확인한 결과 북한 김정남이 맞다”며 김정남 피살 사실을 밝혔다. 김정남의 시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관리 중이다 김정남 피살 사실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정보·치안 당국과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에 전달됐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이 같은 사실이 즉시 보고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사실상 첫 번째 부인이었던 영화배우 성혜림(2002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김정일은 생전 김정남과 재일교포 출신인 셋째 부인 고용희(고영희로 알려졌던 인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을 두고 ‘후계자 저울질’을 해왔다. 김정남은 ‘개혁개방’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한때 김정은을 뛰어넘는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권력 다툼에 밀려 김정은이 집권에 성공한 뒤로는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탄압을 받으며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를 전전했다. 이에 김정남은 2012년 1월 일본 도쿄(東京)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등 언론을 통해 김정은을 수차례 비판했다. 2013년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한 이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복형까지 제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정남이 피살되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이혜경과 아들 김한솔(22)의 신변 위협설도 제기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으로부터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13일 오전 8∼9시경이다. 14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이 피살된 장소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에서도 저가항공사 출국 수속 카운터가 몰려 있는 2청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은 “김정남은 이날 비행기를 타고 마카오로 떠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김정남이 공항 쇼핑구역에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마카오는 김정남이 최근 몇 년간 이복동생 김정은의 암살 위협을 피해 전전해 온 국가 중 하나다. 피살 당시 김정남을 향해 여성 두 명이 다가갔고 이들은 독침을 이용해 김정남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범죄수사국(CID) 관계자는 “바늘에 찔려 독살 당한 시신이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는 김정남이 누군지 잘 알지 못해 독살당한 시신이 김정남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트라자야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한 북한 남성은 1970년생이며 성은 Kim(김)”이라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지금까지 1971년생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독침이 아닌 독극물에 적신 헝겊을 피살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말레이시아키니’는 14일 현지 경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비행기 탑승 수속 중이던 김정남에게 한 여성이 접근해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묻은 헝겊을 머리에 뒤집어씌웠다고 보도했다. ‘독극물 헝겊’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눈이 따갑다며 항공사 직원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이후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당국이 확인한 사진에 따르면 김정남은 공항에서 완전히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현지 수사 당국이 촬영한 현장 사진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시 쓰러진 김정남 상태를 보면 이송 중에 사망했다기보다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사망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남의 시신 상태로 볼 때 독침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요인을 암살할 때 주로 독침을 사용하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재 김정남 시신을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을 공격한 직후 달아난 여성 두 명을 추적 중이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과 수사 상황 등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북한 정권 후계자가 김정은으로 굳어진 2010년 이후 마카오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떠돌며 생활해 왔다. 최근에는 주로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내연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근 국가인 싱가포르를 자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2014년에도 쿠알라룸푸르의 한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정안 채널A 기자·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북한이 12일 쏴 올린 미사일은 지난해 8월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을 지대지(地對地)용으로 개량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확인됐다. 신형 고체연료 엔진이 장착된 새 미사일이 등장한 것이다.○ 신형 고체엔진으로 핵 기습 타격력 극대화 지금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고체엔진이 장착된 기종은 KN-02와 SLBM밖에 없었다. 고체엔진 미사일은 연료차량이나 산화제가 필요 없어 이동이 수월하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액체연료 엔진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 주입 과정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액체엔진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가 낡아 성능을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해 무수단 미사일을 8차례 발사해 7차례나 실패한 게 그 증거다. 이런 전력으론 유사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격 기지인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와 괌 기지를 타격한다는 엄포도 ‘공갈’임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형 고체엔진 개발에 주력했고, 그 결과가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8월에 신형 고체엔진을 SLBM(북극성)에 달아 고각(高角)으로 쏴 500km를 날려 보낸 게 첫 성공작이었다. 이후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늘린 신형 IRBM(북극성-2형)까지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극성-2형’은 ‘북극성’(약 9m)보다 길이가 좀 긴 것 외에는 외형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과 8월 각각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과 SLBM에 사용된 ‘격자형 보조날개(그리드 핀)’가 북극성-2형에서도 발견됐다. 이번에 처음 포착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은 차륜형 TEL보다 산악지역 등 야지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또 SLBM 발사에 주로 사용되는 ‘콜드론치(냉발사체계)’를 지상 발사에 적용하면 발사체 손상을 줄이고, 발사 위치 은폐에 유리하다. 군 당국자는 “이번 발사가 신형 IRBM의 은밀성과 기습 능력을 최대한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형 이동식 ICBM도 완성에 근접 북한은 앞으로 신형 IRBM을 추가 시험 발사한 뒤 양산 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무수단을 신형 고체엔진으로 개량하는 작업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수분 안에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오키나와와 괌 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춰 킬체인(Kill Chain) 등 대북 선제타격을 무력화하겠다는 게 ‘김정은의 계산’으로 보인다. 신형 이동식 ICBM도 ‘완성 단계’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IRBM을 여러 개 묶어서 신형 ICBM을 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추진체 결합 기술(클러스터링)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신형 ICBM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EL에서 발사되는 이동식 ICBM은 고정식 발사대보다 기습 효과가 탁월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이동식 ICBM으로 미 본토에 대한 핵 기습력을 극대화하면, 미국을 핵군축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말 바꾼 군 하루 새 북한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잇달아 바뀌면서 대북 정보 판단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군은 12일 오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노동급’이라고 평가했다가 오후에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바꿨다. 13일 오전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이 공개된 뒤에는 ‘신형 IRBM’으로 재수정했다. 군은 정확한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관련 정보 제약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우리 군은 그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안보 이슈가 올해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안보 이슈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앞으로 필요한 단계에 추가 도발을 하겠다는 신호탄, 예고편으로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군 당국도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안보 불안을 조성할 목적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광명절이라고 부르는 김정일 생일(16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가 표준화·규격화됐다고 주장한 만큼 이번에는 핵탄두 양산을 위한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하루에 여러 번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는 큰 선거 변수로 작용했다. 안보 이슈는 보수 표심을 결집시켜 보수 진영에 호재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오히려 보수 진영이 역풍을 맞는 등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의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견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미사일 관련 입장을 말씀드렸고 사드에 대한 입장도 변동이 없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을 막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를 막으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파문으로 타격을 입은 문 전 대표 측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개성공단 재개 여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수용 문제 등 과거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의 외교 참모인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동맹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안보 불안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보 이슈가 확산되면 야권 내에서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사드 배치와 한미 동맹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중국을 방문했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길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는 온통 정치,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며 “안보는 여야가 마음을 모아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길진균·손효주 기자}
북한은 전날(12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 발사 과정에서 ‘요격 회피 기동 특성’을 검증하고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요격미사일 회피 능력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대응 기술을 개발 중일 개연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요격 회피 방식으로는 미사일의 탄두부에 작은 날개 형태의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이 자주 거론된다. 하강 단계에서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급격히 바꾸기 위해서다. 노동신문이 13일 공개한 북극성-2형에서는 이런 장치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국내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중거리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후 하강속도가 너무 빨라 외부에 날개를 달아 요격을 피하는 기술은 적용하기 힘들다”며 “추진체 내부에 장치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핵물질과 기폭장치 등이 들어있는 탄두 안에 방향 전환용 소형 추진기를 달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사일의 하강 단계에서 소형 추진기를 작동해 방향을 약간만 틀어도 전체 비행궤적이 크게 달라져 요격 대응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 발사된 ‘북극성-2형’은 하강 단계에서 정상적인 비행궤적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다른 방식의 기술이 적용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사일에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기만체)를 함께 실은 뒤 동시에 분리시켜 탐지와 요격을 교란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의 현 기술로는 개발이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 내 ‘사드 무용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허위 선전을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북한이 발사한 신형 IRBM은 하강 단계(약 100km 상공)에서 음속의 10배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사드는 가장 빠르게는 음속의 14, 15배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신형 IRBM도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북한이 사드를 비롯한 한미의 요격체계를 피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에 요격 회피 기술까지 확보하면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2일 발사한 무수단급 개량형 미사일에는 새 기술이 적용됐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기존의 액체연료 로켓엔진이 아닌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발사 전 추진체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엔진과 달리 고체엔진은 언제든지 쏴 올릴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 고체엔진의 시험 장면을 공개했고, 8월 고체엔진이 장착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이 SLBM은 일본 등 주변국 반발을 고려해 사거리를 줄이려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500여 km를 비행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동종 엔진을 무수단에 장착해 고각으로 쏴 올려 성능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약 550km 고도까지 치솟은 뒤 500km를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예행연습’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ICBM의 1, 2단 추진체는 무수단 미사일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발사를 성공으로 판단할 경우 조만간 신형 ICBM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우리 정부는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한 것을 강력 규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행위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라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2321호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무모한 도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도발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 정권은 머지않아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앞으로 순직한 장교와 사병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경우 계급에 따른 묘역 구분 없이 통합 안장된다. 국립대전현충원은 1979년 최초로 국립묘지를 조성한 이후 장교와 사병 묘역을 분리해 안장해왔다. 국가보훈처는 이달부터 대전현충원에 조성된 장교 묘역에 더는 안장할 곳이 없어짐에 따라 현충원 내 사병 제3∼4묘역(2011기)에 장교도 안장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대전현충원 내에 조성 중인 1만7000기 규모의 묘역도 장교·사병 통합 묘역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대전현충원 내 봉안당(납골당 형태)에는 지금도 장교·사병 구분 없이 안장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단순히 장교 묘역이 부족해 사병 묘역에 안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다가 순직한 이들을 신분을 구분해 안장하는 건 예우가 아니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라며 “미국도 군인의 계급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안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물론이고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등 군 관련 단체에서도 “계급에 따라 묘역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는 것이 보훈처의 설명이다. 보훈처는 대전현충원 내에 조성된 장군 묘역이 모두 찰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부터는 장군 묘역 규모를 기당 8평(약 26.4m²)에서 장교 및 사병과 같은 규모인 기당 1평(약 3.3m²)으로 줄일 방침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계급 구분 없이 동등하게 안장해야 한다는 방침이 확고한 만큼 대전현충원 내 장군 묘역이 꽉 차고 나면 장군도 장교 및 사병과 통합해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남성이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3개월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성훈 대위(육군 1공병여단 군종실장)는 8일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계간지 ‘국방정책연구’에 ‘대학생의 군복무가 구직기간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김 대위는 2009년 8월과 2010년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현역 군 복무자 7841명과 여성 7841명의 취업 여부 등을 3년간 추적한 한국고용정보원(KERIS)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자료를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현역 복무를 마친 남성이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데 평균 10개월이 걸린 반면 여성은 13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위는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위해 군 복무 여부 외에 비교 대상의 학교 소재지 및 학점, 아버지 학력, 가구 소득, 전공 등 다른 조건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춘 뒤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현역 복무자와 병역 면제자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같은 방식으로 현역 복무자와 병역 면제자 각각 278명을 비교한 결과 현역 복무자는 첫 취업까지 평균 8개월이 걸린 반면 면제자는 평균 13개월이 걸려 5개월의 차이가 있었다. 현역 복무자와 사회복무요원 복무자 각각 677명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현역 복무자는 11개월이, 사회복무요원 복무자는 12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나 현역 복무자의 구직 기간이 1개월 짧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국방안보 분야 조언 및 자문 역할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사진)이 6일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기존 합의는 존중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이날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방·안보 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사드와 관련해 첫째, 우리는 절대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둘째, 기존 합의는 존중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문 전 대표의 입장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 전 사령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 관련 견해차를 조율했는지에 대해 “(문 전 대표가) 동맹국 간 합의는 존중한다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 관련 입장이 애매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전역하고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연락을 받고 일주일 있다가 바로 (문 전 대표를) 뵌 것 같다”고 전했다. 전 전 사령관은 페이스북에 “7만 원짜리 특수작전 칼 (예산)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조용히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캠프 합류의 변을 남겼지만 국방부는 6일 “관련 예산이 반영돼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 전 사령관은 중위 시절인 1983년 10월 북한의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테러 때 중상을 입은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을 긴급 이송해 생명을 구했다. 전 전 사령관의 어머니는 첫 한국인 여성 외교관인 홍숙자 씨이고 부인은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다.박성진 psjin@donga.com·손효주 기자}
“쾅” 하는 포성이 서울 용산 일대를 뒤흔들었다. 3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국방부를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 대해 경의를 표하려고 우리 군이 쏜 19발의 예포 소리였다.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의장행사가 진행된 10분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매티스 장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전날부터 약 20시간에 걸쳐 일정을 함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졌음을 나타내는 몸짓이었다. 오전 9시 40분부터 시작된 회담에서도 양측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매티스 장관은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온화한 표정이었다. 미 국방부 직원이 회담 전 발표할 모두발언록을 건네자 그는 “일급비밀입니까(top secret)?”라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과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냉철한 전략가이면서 강경파로 평가받는 매티스 장관은 ‘미친 개’라는 별명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별칭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매티스는 언제나 테러리스트들을 이겼다. 테러리스트들이 그를 ‘미친 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면서 다시 별칭을 언급했다. 그는 회담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스물한 살 때 이 ‘용감한 나라’를 방문했었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방명록에도 ‘Great to be back in R. O. K(대한민국에 돌아와서 기쁘다)’라고 썼다. 그는 미 해병대 장교로 근무하던 1972∼1974년 매년 3주가량 강원 강릉지역을 찾아 한미 해병대 연합 훈련에 참가했다. 전날 한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서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갖다 줬던 ‘정 하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해병대와 해병대전우회는 ‘정 하사 찾기’에 나섰다. 해병대 관계자는 “당시 훈련에 참가한 정 하사가 너무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장관 회담은 예정 시간을 17분 넘긴 오전 10시 52분에 마무리됐다. 이어 두 장관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하자 ‘굳건한 한미동맹 우리는 영원한 친구’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원 160여 명이 매티스 장관을 환영했다. 매티스 장관은 방명록에 “We will not forget(우리는 잊지 않겠다)”이라고 적었다. 이때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매티스 장관과 5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접힌 A4용지를 던지며 알 수 없는 말을 외쳐 경찰이 제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일 낮 12시 35분경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탄 E-4B 공군기가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예정보다 40분 이상 빨리 도착한 매티스 장관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책을 논의하며 분 단위로 짜인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사드 분위기 읽기 주력 매티스 장관은 곧바로 헬기를 타고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로 이동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북한군 동향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고받았다. 브룩스 사령관은 북한의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징후 관련 주요 첩보를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이 도착 직전 전용기에서 미국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반드시 논의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사드 관련 내용도 중점적으로 보고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예방을 목전에 두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내 분위기 파악에 주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핵 대응 최우선’ 공식화 매티스 장관은 오후 3시 50분경 청와대를 찾아 김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다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이 대북 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포함한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결정인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자”라고 재확인했다. 중국의 대한 경제·문화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 전력으로 계획대로 연내에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황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어느 누구도 한미 양국을 이간할 수 없으며 미국은 언제나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사실상 “중국, 미국 중 한 나라를 택하라”라며 압박하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황 권한대행과도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황 권한대행은 “장관이 한국을 첫 해외 방문지로 선택한 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명백하게 밝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이 취임 직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ICBM 발사 협박과 핵무기 완성 초읽기로 한반도 상황이 전례 없이 엄중하게 돌아가는 만큼 한미동맹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사드 ‘쐐기 박기’ 나서나 사드 배치 문제는 3일 오전 서울 국방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전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가 트럼프 행정부 집권 초기 미중 간 첫 힘겨루기의 승자를 결정할 현안이 된 만큼 미국이 나서 핵심 의제로 내세움으로써 배치 번복 가능성의 싹을 없애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예 조기 대선 예상 시점 전에 배치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는 ‘쐐기 박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선 사드 배치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사드 문제로 한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에 경고하는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전례 없는 수위의 초고강도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높은 수위의 ‘직설 화법’을 동원해 반이민 정책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ICBM 선제공격’, ‘김정은 암살’까지 언급한 만큼 미 행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김정은을 구체적으로 겨냥하는 방식으로 경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내놓는 메시지는 트럼프 집권기 대북 대응책의 수위를 판가름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우경임 기자}

육군은 전쟁과 북한의 국지 도발 등에서 큰 공을 세운 부사관들을 기리기 위한 ‘부사관 영웅실’을 개관했다고 1일 밝혔다.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내에 마련된 영웅실에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7월 28일 영덕지구전투에서 북한군 전차에 수류탄을 투척해 파괴한 고 이명수 일등상사 등 부사관 8명의 사진과 공적, 약력 등을 인쇄한 ‘이미지 벽’이 설치됐다. 1953년 7월 13일 김화 407고지 전투에서 전멸 직전이던 중대를 구출하고 전사한 고 안낙규 일등중사, 1966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적 10여 명을 사살한 김창진 하사와 적 184명을 사살한 작전을 지휘한 이종세 중사의 사진과 공적도 전시됐다. 또 1992년 5월 비무장지대(DMZ)에 침투한 무장공비 2명을 사살한 하경호 상사, 1995년 10월 충남 부여에 침투한 무장간첩 생포 작전에서 크게 활약한 김용기 중사, 2015년 8월 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은 김정원 하재헌 중사도 포함됐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개관식에서 “육군 부사관들이 부사관 영웅들의 군인정신을 본받아 전투부사관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육군은 향후 전투 등에서 큰 공적을 세우거나 전우애를 발휘한 부사관의 사진 등을 영웅실에 추가로 전시하고 영웅실을 안보현장 견학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끈질긴 가격 인하 압박에 록히드마틴이 결국 차세대 주력 전투기 F-35(사진)의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2018년 6대 도입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F-35A 40대를 들여올 예정인 한국군도 구매 비용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F-35 도입 프로그램의 비용을 6억 달러(약 6972억 원) 낮추기로 록히드마틴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6억 달러나 비용을 절약한 것은 굉장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록히드마틴에 감사를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으로 도입되는 90대에 인하된 가격이 우선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을 압박한 것치고는 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2014년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정부 대 정부의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F-35A 40대를 구매하기로 록히드마틴과 계약했다. 이후 생산 단계에 맞춰 분기별로 일정 금액을 내고 있는데, 현재까지 구매 비용(약 7조3000억 원)의 18%가량을 지급했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대량생산으로 접어들면 무기 가격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데, 여기에 록히드마틴의 원가 절감 노력이 더해지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