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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사업) 합의 번복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청년수당 시행과 관련해 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한 만큼 예정대로 다음 달부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합의한 적이 없다”며 서울시가 사업을 강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맞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20일 브리핑을 열고 “이달 말 청년수당 대상자 모집을 위한 공고를 내고 다음 달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이미 수차례 협의를 마쳤고 구두로 사업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들어 사업 시행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전효관 시 혁신기획관은 “복지부가 14일 서울시에 ‘수용 동의 형태로 공문이 시행될 것’이라고 통보했고 보도자료를 어떻게 낼지도 합의했다”며 “복지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수용 의사를 밝히며 합의를 번복한 것은 외부 개입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히 청와대를 외부 개입의 배후로 꼽았다. 전 기획관은 ‘외부’가 어디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더 이상 자체 판단을 하지 못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와 실무적 협의를 해왔지만 사업 시행에 합의하거나 동의한 적은 없다”며 “실무적인 검토 과정의 일부를 서울시가 수용 합의로 예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강행하면 시정조치를 하고 지방교부세 감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송충현 balgun@donga.com·유근형 기자}
청년 구직자에게 매월 50만 원씩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이 7월부터 시작된다. 갈등을 빚던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제시한 수정안을 받아들인 결과라 정부와 야당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치(協治)’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급 범위를 ‘취업 및 창업 준비자’로 대폭 제한하고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저소득층일수록 우선권을 주는 수정안을 10일 복지부에 제출했다. 가구소득이 60% 이하 청년이면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주려던 기존 안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17일 이 안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로써 미취업 청년 3000명(만 19∼29세)에게 최대 6개월 동안 활동비를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는 ‘박원순표’ 청년수당 사업은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마감하고 일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본보가 입수한 ‘청년활동지원사업 수정 제안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급 범위를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으로 제한했다. 소그룹 스터디 공간 대여료, 어학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비, 각종 시험 응시료, 구직 활동을 위한 면접학원비, 창업가를 위한 시설 이용료 등 취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입증되는 계획을 밝힌 청년만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청년수당 ‘저소득층 취업-창업 준비자’에 지급 ▼ 개인 취미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취업과 연관성이 없는 영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자 선정 방법도 대폭 수정됐다. 소득이 낮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배우자 직계비속 등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가점을 주기로 했다. 기존 안에는 복지 혜택이 절실한 저소득 청년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를 만들고, 향후 복지부와 함께 공동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후 모니터링 제도는 현금 복지의 효용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서울시가 제시한 청년수당 사업은 현금 살포의 전형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상과 지급 범위가 명료해지면서 취업 및 창업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복지부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특정한 자격과 조건 없이 현금성 특혜를 주고 있는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청년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협치 정신은 누리과정 등 중앙과 지방의 복지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972년부터 45년째 무려 256회나 헌혈을 한 68세 남성이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자신의 피를 얼굴도 모르는 응급환자에게 나눠준 셈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베트남 참전용사 이순우 씨(사진). 그는 헌혈 문화 개척의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세계 헌혈자의 날은 2004년 헌혈운동 관련 4대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제헌혈자조직연맹(IFBDO), 국제수혈학회(ISBT)가 공동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 씨는 1971년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 기갑연대 소총수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했다. 기갑부대가 출동하기 전에 미리 작전지역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했기에 항상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당시 일등병이었던 이 씨는 “주변에서 동료 선후임이 죽어도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전역 후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생각하며 세상을 위해 헌혈과 같은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에는 만 16세부터 만 70세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씨가 헌혈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 씨는 “헌혈을 하면 오히려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든다. 규정에 명시된 70세까지는 문제없다”며 “돈보다 피를 나누는 게 더 값진 봉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헌혈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혈액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헌혈자는 2011년 261만6575명에서 지난해 308만291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방학 기간에는 혈액 재고량이 하루 혈액 필요량의 3일 치 이하인 날도 많다. 이 씨는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해 혈액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신원용(56) 김기선(42) 이영진(36) 김태정 씨(55)도 헌혈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세균 범벅인 쫄면 제품과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활낙지가 시중에 유통돼 식품 당국이 13일 회수에 나섰다. 세균이 다량 발견된 쫄면은 송학식품(경기 파주)이 제조 및 유통한 ‘쫄면s’ 제품이다. 이 제품에서는 세균이 기준치(1g당 100만 개)의 110배인 1g당 1억1000만 개가 검출됐다. 해당 제품은 1㎏짜리 2060개에 이르고, 유통기한은 7월 17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산 공정 라인의 위생이 불량해 곰팡이가 다량 발생한 것이 불량 제품 제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카드뮴이 다량 검출된 중국산 활낙지는 구일수산(인천 중구)가 수입판매하던 것이다. 해당 활낙지에서는 기준치(3.0㎎/㎏)의 1.73배인 5.2㎎/㎏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활낙지는 5월 30일 수입됐고, 총 3591㎏에 이른다. 식약처는 관할 지자체와 함께 해당 제품들을 회수 중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판매업체나 구입처에서 반품을 받을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고가 절실하다. 불법 식품을 발견했을 경우 1399로 신고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현재의 건강 관련 빅데이터 이용료가 적정한지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전 국민의 건강 빅데이터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하반기에 ‘공공 빅데이터 이용료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해 현재의 이용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두 기관의 건강 공공 빅데이터는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고 병원 이용 행태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어 규모와 품질 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료 이용료가 비싸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열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건보 빅데이터 이용료 부과기준도 통일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내용적으로 거의 비슷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은 1기가바이트(GB)당 3만 원, 심평원은 빅데이터 서버에 접속하는 일수당 5만 원 등 다른 기준에 의해 이용료를 부과해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형평성을 고려해 부과기준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이용료가 통일되면 연구자들의 접근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기 전에 향후 이용료 변화 폭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용료가 합리화되면서 소폭 인하돼 연구자들의 데이터 접근성이 확대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많은 사람들이 정답으로 일본뇌염을 지목할 것 같다. 정답은 뎅기열.○ “말라리아 유발 모기는 북한발” 12일 현재 한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걸린 모기 감염병은 뎅기열(207명)이다. 다행히도 올해 아직 국내에서 걸린 사례는 없다. 모두 동남아 등 해외에 체류하다 감염됐다. 국내에서 모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발생한 감염병은 말라리아다. 감염자 총 156명 중 144명이 국내에서 감염됐다.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국내 토착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국내 감염자들은 대부분 휴전선 인근 강원도와 인천 경기 지역 주민이다”라며 “감염병 감시 체계가 허술한 북한에서 건너온 모기들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공포가 커진 지카 바이러스는 5명의 감염자가 나왔지만 모두 해외에서 감염됐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뇌염은 아직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예년에도 주로 7월 말 이후에 감염자가 발생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3500종의 모기가 사는데 그중 200종이 인간을 문다. 모기는 혈액을 흡입하면서 자기 몸속에 있는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해 약 3억 명이 질환에 걸리고 75만 명이 사망한다.○ 해외여행 뎅기열, 국내는 말라리아 주의 해외여행 시 가장 조심해야 할 모기 감염병은 뎅기열이다. 뎅기열은 2006년 환자가 3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55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2일 현재 200명을 돌파했다. 뎅기열은 약 75%는 증상이 없지만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복수가 차고, 출혈이 생겨 사망률이 20%가 넘는다. 발열, 안와 통증, 근육통, 황반 발진 등 초기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로 치사율이 높지 않지만, 열대 지역에서 감염됐을 경우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해 신경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길어 발생국 방문 전후로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고,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다녀왔을 경우 1∼3년간 헌혈을 하면 안 된다. 15일 모기 감염병에 대해 알아볼 채널A 인기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오후 11시)에 출연하는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큰데 정작 그 대처법은 잘 모르거나, 지카보다 더 위험한 감염병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기 전에 보건 당국이 발표하는 예방 수칙을 꼭 살펴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중국도 20년 안에 한국처럼 심각한 저출산에 빠져들 것이다.” 최근 스웨덴 출장 중 만난 중국인 여기자 쉬첸첸 씨(27)는 아주 생경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폭증하는 인구를 주체할 수 없는 나라로만 여겼던 중국의 ‘반전’ 스토리였다. 쉬 씨는 중국의 세태를 자신의 성장 배경과 함께 설명해줬다. 그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사업가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나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대에서 국제언론경영학을 전공했다. 런던에서 한 라디오방송의 보조 프로듀서로 일하다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 기자가 됐고,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였다. 하지만 쉬 씨는 자녀를 5년 후 1명만 낳거나, 아예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 유학을 한 다른 바링허우 세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1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둘째를 갖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중국 육아 시장 확대로 국내 업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뉴스만 접한 한국 기자에게는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쉬 씨의 논리는 그 나름대로 탄탄했다. 중국은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해선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고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단다. 자녀 1명은 괜찮지만 2명 이상은 유학을 보내기 어려우니, 애를 낳지 말자는 인식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쉬 씨는 “아이가 둘 이상이 되면 부모의 재화를 나눠야 한다. 외동은 외동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내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한국도 ‘외동이 대물림되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5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미 1998년(1.45명)부터다. 1998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형제와 함께 자라기보다 외동으로 클 가능성이 더 크다. 현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면, 1998년생 이후는 자신이 체득한 ‘외동의 장점’을 떠올리며 더 쉽게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대가 출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8년 이후에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별 효과가 없는 ‘저출산 만성화 단계’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이래서 제기된다. 저출산의 파국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지금처럼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2035년 중대형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값이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증가로 국내 경제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정부에는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정도로 ‘실패’ 딱지가 붙을 게 자명하다. 정치권과 담당 공무원들이 “2035년은 내가 그만둔 뒤다”라며 참담한 현실에 애써 눈감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혈관질환 연구를 진행하는 A 교수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공공 빅데이터 사용을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전체 국민 중 표본 100만 명의 건강 빅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약 160만 원을 지불하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학술 목적으로 인정돼 50% 할인된 금액이라는 얘기를 듣고 살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해당 데이터는 논문 1편에만 최장 3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다른 논문에 똑같은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1편당 추가 비용을 약 80만 원씩 내야 한다고 했다. A 씨는 “건보공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이 제공한 공공 데이터인데 과도하게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고 병원 이용 행태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어 규모와 품질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정상급 연구진이 공동연구 러브콜을 해오는 것도 양질의 데이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관리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이 연구자들에게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해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열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연구자들 부담 커” 가장 광범위한 건강 빅데이터를 소유한 건보공단은 연구자들에게 120만 원의 기본 사용료와 1GB(기가바이트)당 3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용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면 월 20만 원씩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인구 100만 명 표본의 건강 데이터베이스(DB)는 사용료가 약 320만 원, 건강검진을 받는 51만 명의 검진코호트DB는 약 240만 원, 60세 이상 노인 약 55만 명을 특화한 노인코호트DB는 약 320만 원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심사를 통해 공공 목적에 부합할 경우 이용료를 50% 감면해 주고 있다. 국가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사용료의 20%를 내야 한다. 2014년 7월 빅데이터 공개 이후 사용료 수입만 약 3억4000만 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빅데이터는 연구자가 서버에 직접 접속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하루당 5만 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연구자 1명당 서버를 평균 50.1일 사용했는데, 논문을 1편 쓰려면 약 250만 원의 데이터 비용이 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적 목적으로 수집된 건강 데이터에 과도한 사용료가 부과돼 연구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보공단은 빅데이터실 운영 예산으로 이미 약 75억 원, 심평원은 약 12억 원을 각각 편성하고 있고, 건보 재정도 약 17조 원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 등 빅데이터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전체 건보 가입자의 전수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사용료가 1000만 원을 넘을 수도 있다”라며 “학회나 기관이 수행하는 연구는 괜찮겠지만 개인 연구자들은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래 의료기술 발전에 악영향” 데이터 장사가 장기적으로 미래 의료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기관별로 흩어진 빅데이터를 융합해야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데 각 기관이 통합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창출과 기득권 강화만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의 유전체정보와 건보공단의 질병 빅데이터를 융합할 경우 개인 유전자 타입별 위험 질병을 예상하고 개인 맞춤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사용료 수수가 데이터 증축, 관리, 분석 인력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공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공공연구를 진행할 경우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 주는 등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며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대만보다는 데이터 이용료가 싼 편이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완치가 어려운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열렸다. 김태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과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7명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입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 1상과 2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상(a)에서 각각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8일 밝혔다. 임상시험은 강스템바이오텍이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를 1회 투입하고 경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줄기세포를 5000만 개 이상 고용량 투입한 환자 11명은 2주 후부터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3개월 뒤 10명은 지속적으로 상태가 호전됐다. 특히 6명은 임상적 중증도가 5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좋아졌다. 이들 6명은 가려움증과 불면증도 각각 60%와 65% 줄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줄기세포 분야 학술지인 ‘스템셀(Stem Cells)’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아토피 피부염은 1년에 약 100만 명이 병원을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 아토피로 입원한 환자가 1447명이나 됐다. 중증 환자들은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 면역제제 등을 사용해도 완치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라며 “대조군을 설정하고 유효성을 다시 한 번 측정하는 후기 임상시험(2상b)을 2년 안에 마무리하고,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면서 상용화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으면 빠르면 2년 뒤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약 한 번 타려면 반나절이 날아가요.” 강원 평창군에 사는 당뇨병 환자 손모 씨(58)는 한 달에 한 번씩 약을 처방받기 위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강릉의 대학병원까지 간다. 손 씨는 3분 남짓한 형식적인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을 때마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으로 5만4000원가량을 지불한다. 기름값과 한 끼 식사까지 하면 총 비용이 8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7월부터 손 씨는 약을 타는 데 쓰는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손 씨는 10분 거리인 진부면의 동네의원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고, 필요할 경우 다음 진료 전까지 전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동네의원 의사에게 한 번의 대면 상담에 두 차례의 전화 상담(시범사업 1년간 무료)까지 세밀한 관리를 받지만 비용은 진료비와 약값을 포함해 3만5000원 정도다.○ 전화 상담에 건강보험 회당 2000원 보건복지부는 이같이 경증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동네의원 의사에게 전화 상담을 활용해 ‘만성질환 통합관리’ 서비스를 받을 경우 7월부터 건강보험 지원을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3일 제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만성질환 관리 수가(의료 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돈)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심의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전화 상담에 건강보험 수가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경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동네병원 의사와 1번 대면 진료를 받고 다음 진료 전까지 2회가량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 상담은 필요 시 수차례 받을 수 있지만 수가 지원(회당 약 7000원)은 1번 대면 진료당 2회까지만 지원된다. 환자들은 시범사업 기간에는 전화 상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본사업이 시작되면 환자들은 회당 약 2000원(자기부담률 30% 이하)의 비용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은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만성질환 진료비는 총 19조4000억 원으로 전체 의료비(54조5000억 원)의 35%에 이르렀다.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8명)의 1.4배에 이르고 있다. 당뇨병 환자 중 입원비율도 인구 10만 명당 310.7명으로 OECD 평균(149.8명)의 2배 수준이다.○ 환자와 복지재정에 모두 윈윈 동네의원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증 고혈압 환자 7만1000명, 경증 당뇨환자 15만3000명 등 총 22만4000명이 지난해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경증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이용하면 대형병원 쏠림이 완화되고, 건보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화 상담 활성화와 함께 의료계 반발 속에 19대 국회에 계류됐던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7일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 입법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만성질환 통합관리에 포함된 전화 상담과 원격 모니터링 활성화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만성질환 관리가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실행된 것은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볼 때 잘된 일이다”라며 “하지만 전화 상담이 한 발짝 나아가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원격의료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 의료는 몽골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몽골 국립 제1중앙병원의 바추리 밤브더르치 원장은 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울성모병원과 ‘선진의료시스템 전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몽골 국립 제1중앙병원은 이날 서울성모병원으로부터 신장이식, 선천성심장질환 수술, 심혈관중재술 등 고난도 수술법뿐만 아니라 진료 연구 교육 등 선진 의료시스템을 모두 전수받기로 했다. 밤브더르치 원장은 “형제의 나라 한국이 없었다면 몽골 사람들은 어려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어갔을 것이다”라며 고마워했다. 몽골은 2011년부터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이식받는 프로젝트를 가동해왔다. 서울성모병원은 2011년부터는 혈액암 환자에게 실시하는 고난도 조혈모세포이식(BMT) 기술의 전수를 시작했다. 몽골 현지에 BMT 센터를 개소하고 시설관리, 진료 노하우, 수술법 등 시스템 전반을 전수했다. 2012년부터는 몽골 의사 19명, 간호사 7명 등이 한국을 찾아 연수를 받기도 했고, 2014년 2월부터는 몽골 의료진 스스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기 위해 몽골을 찾은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몽골에서는 한국의 의료가 전 세계 1등으로 통하고 있다”며 “메디컬코리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플랫폼 하나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스위스 국민이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압도적인 표 차로 반대한 것은 선거철마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복지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논쟁과 국민투표까지 거친 스위스 복지 논쟁의 진중함을 배워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국내 복지는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던진 복지 공약에 의해 우발적으로 단기간에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장기적 예산 부담에 대한 고민 없이 복지 키우기를 추구하면서 꼭 필요한 복지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기 성남시는 무상 3대 복지(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를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상 생리대까지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복지 확대는 정치인 주도로 이뤄지기보다 스위스처럼 전 사회적 토론과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민투표까지 실시한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의 성숙함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짜 복지는 없다’라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국민은 정부의 복지 확대 기조에는 세금 인상 등 부담 증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위스인은 ‘복지는 다다익선이다’라고 단순히 인식하기보다는, 결국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민은 복지를 공짜로 인식하고, 정치인들은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의 ‘기본소득 300만 원 도입’ 거부를 단순하게 이해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기본소득 300만 원에는 기존 복지 혜택도 포함되는데 이럴 경우 복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드는 계층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위스 중산층은 현재보다 복지 혜택은 줄어드는 대신 자신들이 낸 세금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투표에서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위스 사람들도 결국 자기 이익에 기반을 두고 기본 소득 도입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우리 사회에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뇌종양이 재발할 경우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암제를 선택하고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 보건복지부의 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교수(사진)팀은 미국 컬럼비아대 라울 라바단 교수팀과 함께 미국, 일본, 한국, 이탈리아의 뇌종양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통해 뇌종양 환자의 종양과 재발된 종양의 진화 및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63%는 암 재발 후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기존 항암제와 치료법에 강한 내성을 보여 효과가 작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이 재발했을 경우 완전히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며 “개인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환자의 11%는 LTBP4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LTBP4 유전자는 세포의 자살 및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시키는데, 이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에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신약 개발 연구가 LTBP4 유전자 변형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 뇌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치료가 어렵지만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 남 교수는 그동안 뇌종양을 포함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왔다. 그는 “한국은 환자 케이스가 잘 축적돼 있어 맞춤형 정밀의료를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공동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추출해 면역성이 낮은 쥐에게 주입한 뒤 여러 가지 치료를 미리 해보는 일명 ‘아바타 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에 구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통해 미리 임상시험을 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오고 있는 것. 남 교수는 아바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뇌종양이 재발할 경우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암제를 선택하고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 보건복지부의 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교수팀은 미국 콜롬비아대 라울 라바단 교수팀과 함께 미국, 일본, 한국, 이탈리아의 뇌종양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통해 뇌종양 환자의 종양과 재발된 종양의 진화 및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63%는 암 재발 후 종양의 유전자 타입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기존 항암제와 치료법에 강한 내성을 보여 효과가 적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이 재발했을 경우 완전히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며 “개인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환자의 11%는 LTBP4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LTBP4 유전자는 세포의 자살 및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시키는데, 이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에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신약 개발 연구가 LTBP4 유전자 변형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 뇌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치료가 어렵지만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 남 교수는 그동안 뇌종양을 포함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왔다. 그는 “한국은 환자 케이스가 잘 축적돼있어 맞춤형 정밀의료를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공동연구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환자의 종양을 추출해 면역성이 낮은 쥐에게 주입한 뒤 여러 가지 치료를 미리 해보는 일명 ‘아바타 시스템’을 삼성서울병원에 구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통해 미리 임상시험을 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난치암 정복을 위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연구해 오고 있는 것. 남 교수는 아바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치료 및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보건 당국이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하기 위한 ‘병원 안내소개소’를 빠르면 올해 안에 질병관리본부 안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에이즈 환자의 요양병원 이용을 권장해왔다. 에이즈가 ‘죽음의 전염병’에서 ‘지속적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12월 24일부터는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해 기존 환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를 받기보다는 차라리 진료를 거부하고 벌금을 물겠다는 병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선 병원의 고충과 환자의 편익 모두를 고려해 ‘에이즈 환자-요양병원’ 연결 서비스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환자가 질병관리본부로 병원을 문의해 오면 현재 에이즈 환자를 받고 있으면서 감염병 관리 수준이 우수한 병원과 연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요양병원들과 긴밀히 협력해 방법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며 “에이즈 환자에 대한 과도한 편견과 국민 불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중재안이 올해 안에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이즈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에이즈 환자 중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인 사람은 약 80명. 이들도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면 바이러스(HIV)의 전파력이 B형 간염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선 병원의 환자 입원 거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에이즈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에이즈 환자도 일반 병실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 스웨덴인 젠스 홉로 씨(40)와 안나카린 홉로 씨(34·여) 부부는 2009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두 자녀를 낳았지만, 육아 부담 때문에 2012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세계적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에 다니는 젠스 씨와 회계사 안나카린 씨는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하며 스웨덴에서 일할 때보다 1.5배가량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딸과 아들을 연이어 출산하면서 자녀 어린이집 비용 약 80만 원, 건강보험료 약 100만 원,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비용 60만 원 등 지출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시아 문화권 특유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 》 스웨덴으로 돌아와 올해 1월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두 자녀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젠스 씨는 “스웨덴에서는 싱가포르에서 하던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아이를 낳기 전에는 높은 소득세(30%)가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그동안 냈던 세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육아휴직 480일 중 남성 최소 90일 의무사용 이 부부의 육아 걱정이 사라진 것은 스웨덴 정부의 전폭적인 출산 양육 지원 정책 덕택이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390일까지는 기존 월급의 80%까지 정부가 보조를 해준다. 이와 별도로 회사 측은 기존 월급의 10%를 더 보전해 주기도 한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480일 중 90일은 남성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소멸되도록 했다. 여성만 육아휴직을 쓸 경우 전체 휴직 가능 일수가 390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의무사용 일수가 정착되면서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480일 중 남성이 사용하는 일수가 약 25%를 돌파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솔나 지역의 맞벌이 부부 타운에 살고 있는 젠스 씨는 “우리 아버지 세대(60대)만 해도 육아휴직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의무사용일이 지정되면서 전체 3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 타운에만 5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아내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젠스 씨의 삶의 패러다임도 바꿨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등과 목 디스크 증상이 심했지만, 육아휴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증이 완화됐다. 또 평소 관심만 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슬로 쿡(한 가지 음식을 8시간 이상 천천히 조리하는 요리법)을 매일 하며 가족 건강도 챙기고 있다. 그는 “육아휴직 전에 아이들에게 나는 아이패드보다도 못한 존재였다”면서 “이제는 엄마보다 나를 더 많이 찾을 정도로 위상이 회복됐다”며 밝게 웃었다.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다음 아이를 갖는 시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스웨덴 정부와 기업들은 젊은 부부들의 의무사용일(90일)에 다른 휴가들을 연계하는 것에 관대한 분위기다. 젠스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육아휴직과 겨울 정기휴가 등을 붙여 4주 동안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안나카린 씨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둘째, 셋째를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육아휴직 제도 40년 논쟁 끝에 완성 한국도 남성 육아휴직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872명으로 전년(3421명)보다 42.4%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의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남성 육아휴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일터로 복귀한 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상한 150만 원, 하한 50만 원)를 급여로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다. 고용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스마트 근로감독’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의 천국 스웨덴을 그저 실현 불가능한 이상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스웨덴도 파격적인 육아 지원 정책들이 단기간에 정착된 것이 아니라 40년에 걸친 논쟁 속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저출산 우려가 높았던 1974년부터 육아휴직을 처음 도입했고,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위한 정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2년에야 처음으로 60일 남성 육아휴직 의무사용일이 지정됐고, 올해 다시 90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대변인은 “타국 사람들은 스웨덴의 복지가 단숨에 이뤄진 것처럼 여기지만, 실상 엄청난 논쟁과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라며 “한국도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10년 뒤, 20년 뒤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스톡홀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서울의 한 대기업에 다녔던 임모 씨(39)는 육아휴직을 받아주지 않는 회사에 지난해 말 사표를 던졌다. 임 씨는 3년 전 미국에 두 자녀와 아내를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았다. 하지만 아내의 사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다. 임 씨는 “상사는 부하에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휴직계를 내지 못하게 했다”며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현재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남성, 여성 모두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통상임금의 40%(평균 60만 원, 상한액 100만 원, 하한액 50만 원)가 지급된다.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 내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으며 법에 보장된 휴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 비정규직일수록 육아휴직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게 하는 제도적 지원과 문화 정착이 필수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거나, 낮은 곳에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의무금을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현재 육아휴직 신청이 거절될 경우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기업문화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즉 현재 남성과 여성 각각 1년으로 설정돼 있는 육아휴직 기간을 남녀 합계 14∼18개월로 재조정하는 대신 남성이 1∼3개월을 의무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1년씩 총 2년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엄마가 육아휴직을 1년 사용해도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자녀가 너무 어려 복직과 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녀가 탄력적으로 육아휴직을 조정할 수 있게 할당제를 도입할 경우 인력 결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독일은 2007년 남성 육아휴직 2개월 할당제를 도입한 뒤 7년 만에 육아휴직 사용률이 30%로 10배가량 급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인후암 판정을 받고 후두를 잘라낸 뒤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금연운동가 션 데이비드 라이트 씨(55·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맞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최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이트 씨는 “암 투병 중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물었는데, 후두 제거 후유증으로 흡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다”라며 “저처럼 후두를 잘라내고 싶지 않다면 한국 흡연자들은 꼭 금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14세 때부터 아버지 몰래 흡연을 시작해 약 30년 동안 매일 한 갑 반 이상씩 피웠다. 40대 중반에 만성 기침과 후두염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인후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3년 동안 38가지 이상의 방사능 치료를 통해 완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후두를 제거해야 했다. 목소리를 되살리기 위해 현재는 인공 후두 첨단 보형물을 삽입하고 있다. 라이트 씨는 코로 숨을 쉴 수도 없고, 코를 풀지도, 침을 뱉지도 못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보형물을 조작해 식도를 닫아야 한다. 이 보형물은 90일마다 교체해야 한다. 라이트 씨는 “아침에 코 푸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 밴드 보컬이었지만 이제 노래도 부를 수 없다. 항상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담배를 끊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라이트 씨는 2012년부터 미국 TV에 나오는 ‘증언형 금연광고(Tips 캠페인)’에 수차례 참여했다. 자신의 투병기와 삶을 여과 없이 드러내 흡연자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 같은 증언형 광고는 미국 흡연자 164만 명의 금연을 이끌어냈고, 금연 시도율도 12% 늘렸다. 보건복지부는 빠르면 연말부터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증언형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칼로리 낮은 제철 생선과 해산물, 올레길에 맑은 하늘까지 갖춘 ‘웰빙의 상징’ 제주도. 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 했던가. 정작 제주도 주민의 비만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센터와 건보공단 건강 빅데이터 1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주민의 허리둘레(중간 값·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값)는 81.8cm로 전국에서 허리가 가장 굵었다. 가장 날씬한 광주 주민(79.9cm)보다 평균 약 2cm나 굵은 셈이다.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도 2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경향은 20대를 제외한 30대 이상 대부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주도의 초고도비만 비율(BMI 35 이상)은 0.68%로 가장 낮은 울산과 대구(0.39%)의 1.7배에 이르렀다. 1000명 중 7명가량은 비행기 일반석 좌석에 앉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도비만 상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제주도 특유의 자녀 양육 교육 문화가 비만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맞벌이 비중이 61.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부모 없이 자녀들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제주도의 한 종합병원 교수는 “제주도는 아직 공동체 문화가 강해 자기 가족만 신경 쓰고 살지 않는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방목형으로 키우다 보니 식습관을 잡아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관련 학회들도 최근 제주지역 청소년 식습관 문제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비만이 건강의 적신호라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제주도에서 기숙형 다이어트 캠프를 운영하는 사공상민 씨는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빡빡한 정규직 직장도 적어 비만을 문제시하는 인식이 낮다”며 “다이어트 캠프에도 제주 현지인은 거의 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수단이 적어 자가용을 주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운동량 감소와 비만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 30대 여성의 비만 증가 속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중 초고도비만의 비율은 2002년 0.11%에서 2013년 0.69%로 6.27배, 고도비만(BMI 30 이상)은 같은 기간 3.03배에 이르렀다. 전 성별 연령대에서 가장 급격한 증가세다. 20대 여성에서도 30대 여성 다음으로 급격하게 비만 인구가 늘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는 통념이 강했는데, 이런 인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 20, 30대 여성들이 1980, 90년대 경제성장기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라는 점에 집중했다. 당시 국내에 패스트푸드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자동차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체득한 서구식 생활습관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졌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신의 비만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 교수는 “뚱뚱한 사람은 자신이 뚱뚱하지 않다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안 뚱뚱한 사람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자기 비만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복지부가 ‘박원순표 청년수당’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정책 설계를 다시 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청년수당이 취업 목적으로만 사용되게 내용을 수정할 경우 7월 시범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하면서도 복지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해 양측 간 청년수당 갈등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는 26일 서울시가 협의를 요청한 청년수당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부동의)’는 의견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의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에 따라 서울시 청년수당을 수용할지 여부를 고심해왔다.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복지사업을 추진할 때 복지부 장관과 기존 제도와의 유사 중복성, 효과성 등을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3000명에게 최대 6개월 동안 활동비를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당초 7월 도입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복지부는 대법원 제소 등으로 맞서 왔다. 복지부는 ‘부동의’ 결정을 내린 이유로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미흡 △순수 개인활동, 비정부단체(NGO) 활동 등 취업 활동을 제외한 부분에 대한 지원 △지원 뒤 모니터링 제도 미비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 마련 △취업 활동 이외의 지원 내용 제외 △저소득층 우선선발 요건 강화 △현금 지원 후 모니터링 방안 마련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민간 위탁기관의 선정 등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서울시가 수정 보완을 진행하면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허용하고, 이후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이는 서울시의 사업이 뜨거운 논란거리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현금성 청년배당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봤기 때문. 서울시는 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청년수당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유감이다”라면서도 “제도를 수정 보완해 7월 시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종원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선발 인원 중 일부는 취업과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형태의 쿼터제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고 정권 말기로 향하면서 복지부가 야당 지자체장의 청년 정책을 반대만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