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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뇌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수사 단계로 삼성, 롯데, SK, 현대차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비공개 접촉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재계는 특검 수사에서 솔직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시사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검 수사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3차 소환 요청에 맹장 수술 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을 18일 접촉하고 비공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 관계자들이 접촉을 시도해 면담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준비 상황인 점과 수사 기밀 (유지) 등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라며 “정식 수사 개시에 앞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 어떤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접촉했다”라고 밝혔다. 특검은 출국 금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와 방식도 검토할 방침이다. 재계는 이를 “기업 운영에 대가를 바라고 후원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을 유지한 대기업들을 향한 특검의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적용과 관련해 특검의 핵심 수사 타깃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20)에게 거액을 후원한 삼성이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의 칼날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박 특검과 윤석열 부장검사 등 수사라인 상당수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담당해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도 집중 수사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특수본 수사 말미 때부터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집중 검토됐다. 무엇보다 박 특검이나 윤 부장검사 모두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강력한 정공법을 구사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 재원 모금에 직권 남용 혐의보다는 수뢰 혐의를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미 특수본 수사에 얼개가 잡혀 있고, 특검이 추가 증거와 진술을 이끌어 낼 경우 적용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고인인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내놓을 진술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전 수석 수사에 핵심 증거로 파악된 ‘수첩 속 메모’에 대한 수석 자신의 입장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 등은 특검 수사에서도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의 메모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시가 명확한 문장 형태로 돼 있지 않아 변호인과 검찰의 ‘시각 차’가 크다. 20일로 준비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지만, 집행 과정에서 불승인된 만큼 이를 돌파할 법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여부를 결정할 주체에 대해선 “특수본 수사 당시 불승인의 주체였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결정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 측근을 만나 청문회 증언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회 고발장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수사한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이 과학적인 기법까지 동원해 작품의 진위를 가린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만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올해 5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씨가 미인도 위작논란과 관련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씨가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 등 다른 관계자 5명을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했다. 다만 "천 화백이 진품을 보지 않고 (본인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던 정모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 △공개되지 않았던 '차녀 스케치'와 밑그림의 유사성 △전문가 안목 감정 등을 토대로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맨 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미인도의 압인선을 발견했다. 압인선이란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다. 이 압입선의 형태는 천 화백의 다른 작품들과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또 천 화백은 'D 화랑'을 전속 화랑으로 두고 표구를 해왔는데, 미인도의 표구도 D화랑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표구란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액자 등에 작품을 담는 과정을 뜻한다. 검찰은 이번 검증과정에서 미인도의 밑층에 다른 밑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밑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것은 천 화백의 68년도 작품인 '청춘의 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미인도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밀한 스케치들이 있는데, 이 스케치 이미지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 화백의 '차녀 스케치'란 작품과 표현 방식이 유사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분석과정에서 컴퓨터 영상분석기법, DNA감정 등도 병행했지만 해당 분석 방식에서는 유의미한 진위여부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그림 9점을 특수카메라로 비교한 결과 양 작품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감정은 심층적인 단층분석기법이 활용되지 않았고, 비교군으로 사용된 다른 작품들마저도 해당분석방식으로는 진품일 확률이 4%수준에 불과해 최종 판단 근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25년간 이어온 천 화백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싸움에서 미술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다. 천 화백 측은 "'자신의 그림도 못 알아보는 작가'라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고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들에 대한 재판이 19일 시작된다. 아직은 공판준비기일이라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이번 사건의 주범들이 본인의 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재판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9일 오후 2시 1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대법정에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이 피고인들은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본격적인 재판을 위해 공소사실 쟁점 정리와 증거신청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씨는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 출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에게 청문회와는 달리 공판준비기일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 중심의 실체적인 다툼을 벌이기 위해 본인의 주장을 확고하게 밝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여전히 공판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국정 농단 사태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여론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은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것뿐이며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을 제쳐놓고 국정에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최 씨는 최근 주말 촛불집회 상황을 신문으로 접하면서 “공포스럽다. 내가 원인을 제공해서 죽일 사람이 됐다. 내가 죽일 사람인가”라는 언급을 측근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또 “내가 국정을 운영했다면 대통령에게 투표한 1000만 유권자를 우롱하는 꼴”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소 유지를 위해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 등 특별수사본부 소속 부장검사가 재판에 직접 나서도록 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거조사 범위를 논의한 뒤 일정을 조정한다. 이날 재판은 법원의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일반인 80명도 방청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배준우 채널A 기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사진)은 15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고 퇴임 후 박 대통령이 운영할 수도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그에게 두 재단을 내사하게 된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대답이다. 이 전 특별감찰관의 이 발언은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정조준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의 질의 때도 “(두 재단에 문제점이 있다고) 처음 보고받았을 때 이게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해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들로부터 598억 원을 걷어 세운 법인이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두 재단에 대한 첫 첩보 보고를 올 4, 5월에 받아 직원들에게 “재단의 실제 주인을 알아보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첩보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기업 자금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올 10월 특별감찰관실 국정감사 직전에 자신의 사표가 수리된 것과 관련해서는 “두 재단에 대해 특감에서 무슨 조치를 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특별감찰관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조사하는 것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막았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MBC에 보도된 경위를 “감청, 도청, 사찰의 결과로 봐도 되느냐”라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그는 “적어도 MBC가 적법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2일 검찰에서 2차로 검사 10명을 파견받아 특검팀에 합류시켰다. 선발대 격인 10명의 1차 파견검사가 7일 먼저 합류한 지 5일 만에 파견검사 20명이 모두 수사에 투입된 것이다. 특검은 검찰수사관, 경찰관 등 파견공무원 40명의 인선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의 주요 수사 대상을 크게 네 갈래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직무유기 등 비리 의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 씨의 연관성,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 등과 함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벌인 국정 농단의 핵심 사안으로, 국민적 분노가 집중돼 진상규명 요구가 거세다. 의혹은 방대하고 수사 대상도 많은데 특검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특검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그런데 특검 수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방향이나 정치 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수사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언제 끝나고 내려지는지에 따라 정치상황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주요 수사를 가급적 내년 2월 28일 전에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한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2월 28일은 특검법에 규정된 본 수사 기간이다. 특검팀의 요청으로 수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면 시한은 3월 30일까지 수사를 한 달 더 할 수 있지만 연장 여부를 승인할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있어 기간 연장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헌재 쪽 상황도 3월에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의 임기가 끝나는 1월 31일 이전에 9명 재판관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선고가 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형사절차를 따라야 하는 탄핵심판 심리의 특성상 1월 선고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증거조사 등 관련 절차를 충실하게 진행한 후 선고해야 한다면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3월 13일 이전에는 결정 선고가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2월 28일 특검 수사가 종료된 후 3월에 들어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한다면 우선 특검의 수사 결과가 헌재의 판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특검에서 적용된다면 중대한 법률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신병 처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데, 탄핵 결정이 되기 전이기 때문에 특검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혀내도 현직 대통령은 형사 불소추 특권이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을 기소 중지했다가 탄핵심판 결정 이후 기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혐의에 연루된 주변 인물들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으로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헌재가 2월 28일 이전에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면 특검은 뇌물죄 등 중대한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탄핵 이후에는 박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이기 때문에 사법처리를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사라지지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한 2013년 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최순실 씨(구속 기소)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 기소)이 휴대전화로 모두 895회 통화하고, 1197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통화는 하루에 1.3건, 문자는 하루 1.7건꼴로 잦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종 수사 결과를 11일 발표하고 남은 의혹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 10월 4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69일 만이다. 검찰은 그간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 기소)의 업무수첩 17권(510쪽 분량)과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 녹음된 파일 236개를 확보해 집중 분석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력 혐의를 추가해 발표했다. 2013년 7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조원동 전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손경식 CJ 회장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조 전 수석은 이를 수행했다. 박 대통령은 CJ에서 배급한 영화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이 반대 정치세력에 도움이 된다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검찰이 밝혀낸 박 대통령의 혐의는 총 8건으로 늘었다. 검찰에서 적용되지 못한 뇌물죄는 특별검사팀이 강도 높게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조 전 수석을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김준일 jikim@donga.com·배석준 기자}
최순실 씨 국정 농단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의 주인이 최 씨라는 사실을 검찰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현지 연설인 드레스덴 연설문 등이 담겼던 태블릿PC가 최 씨 소유라는 근거로 태블릿PC의 위치와 최 씨 행선지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었다. 최 씨가 독일에 체류했던 2012년 7월 14일부터 29일까지, 2013년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태블릿PC도 독일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기간에 태블릿PC는 이동통신업체에서 보낸 독일 내 로밍 요금 안내 메시지나 외교부가 보낸 영사콜센터 안내 문자메시지 등을 수신했다. 검찰은 또 2012년 7월 15일 누군가가 태블릿PC를 통해 최 씨의 사무실 직원에게 ‘잘 도착했어. 다음 주초에 이 팀이랑 빨리 시작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신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맥락상 최 씨가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가 2012년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조카 장시호 씨(구속 기소)가 보유한 서귀포 빌라 주변에서 태블릿PC가 사용된 흔적도 포착됐다. 이 외에 태블릿PC에 담긴 수십 장의 사진은 소유주가 최 씨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태블릿PC가 자기 소유가 아니고 태블릿PC를 쓸 줄도 모른다고 강변해 온 최 씨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가 “최 씨는 태블릿PC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고영태 씨의 증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수사 증거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자세히 브리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박 대통령 및 최 씨의 재판에서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사전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 씨 변호인이 향후 재판에서 할 주장에 대비해 미리 김을 빼놓으려는 작전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디지털 증거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태블릿PC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 이를 입수한 JTBC가 제공한 증거물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은 태블릿PC가 검찰로 오는 과정에서 각종 파일이 수정됐거나 삭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할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태블릿PC가 유출 과정에서 조작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재판에서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 씨 변호인 측은 태블릿PC가 어떤 과정을 통해 JTBC로 흘러갔는지 논란을 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 씨 측은 독과수(毒果樹) 이론을 내세우며 JTBC가 적법하게 태블릿PC를 얻은 것인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과수 이론이란 불법적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는 수사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법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JTBC 기자가 10월 18일과 20일 최 씨가 떠난 이후 빈 사무실로 남아 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블루케이에 와서 건물관리인의 협조를 받아 더블루케이 이사였던 고영태 씨의 빈 책상에 들어 있던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했고, 검찰은 태블릿PC를 같은 달 24일 JTBC에서 제출받았다고 이날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11일 기소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검찰 수사를 마무리했다. 남은 의혹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조 전 수석은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 조 전 수석의 공소사실에도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이 적시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올해 5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장애인펜신팀을 창단하라고 압박을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순실 씨(구속기소)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박 대통령,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김 전 차관, 최 씨 등이 그랜드레저코리아에 선수 전속계약 체결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 그랜드레저코리아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구소기소)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2억 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이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총괄하는 제일기획에 압력을 가해 삼성전자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는 장 씨 및 최 씨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케이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대한체육회를 대신해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할 수 있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순실 씨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조 전 수석이 2013년 7월 손경식 CJ그룹회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부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진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도 검찰은 박 대통령이 범행에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이제 남은 의혹은 모두 특검팀이 수사를 맡는다. 특검팀은 검찰이 수사하지 못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국정농단 직무유기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입학 사실이 드러난 이화여대도 집중 수사에 나선다. 검찰 특수본에서 수사했던 검사들은 이미 기소한 관련자들의 재판에서 공소유지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에서 건네받은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자료는 1t 트럭 1대 분량이다. 박 특검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 파견이 결정된 현직 검사 10명과 상견례를 했다. 이 회의에 양재식 특검보도 참여했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들에게 향후 수사 방향과 의의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회의를 마치고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또 추가 파견 검사 10명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40명의 특별수사관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로부터 추천받는다. 수사기록을 검토한다는 것은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부장검사급으로 특검팀에 합류한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중요한 일이라는 걸 파견 검사들이 다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특검의 초반 수사는 대기업을 위주로 속전속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파견 받은 검사들은 검찰에서 기업비리 수사를 잘한다고 손꼽히는 검사들이다. 파견 검사들의 선봉 격인 한 부장검사는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의 횡령·배임 수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이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실소유 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혐의가 드러났고, SK그룹은 면세점과 관련해 정부의 두 재단에 돈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파견 직전까지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했다. 양석조 부장검사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서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을 구속하면서 정권 막후 실세를 수사했다. 금융위원회 파견 경험도 있어 최 씨를 둘러싼 각종 부당 금융거래 의혹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일선 특수부의 대표 격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의 부부장검사인 고형곤, 김창진 검사도 특검의 기업 수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의 이런 면면은 특검이 검찰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수사 역량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게 한다. 특검 기간이 한정돼 있는 터라 특검이 언제부터 관련자 소환과 압수수색에 나설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2007년 삼성비자금 특검은 특검보가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첫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 2012년 내곡동 사저터 매입의혹 특검은 특검보를 임명한 지 4일 만에 핵심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하고, 이튿날 주요 장소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다. BBK의혹 특검도 특검보 임명 4일 만에 관련 장소들을 압수수색했다. 박 특검이 속전속결 수사를 강조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수사 범위가 아주 광범위하기 때문에 조만간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구속만기일에 맞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장시호 씨(37)를 기소하며 사실상 검찰의 임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특수본이 마지막까지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과 특검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특검 인계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는 5일 “박충근(사법연수원 17기), 이용복(18기), 양재식(21기), 이규철 변호사(22기)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검보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판사 출신이고, 나머지 3명은 검사 출신이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에 파견된 박 특검보는 1990년대 초반 ‘범죄와의 전쟁’ 당시 조폭 수사에 참여한 정통 강력 검사의 계보를 잇는 막내뻘 검사다. 이용복 특검보는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사건’ 특검에서 특검보로 활약했다. 양 특검보는 박 특검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 중이며, 박 특검과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규철 특검보는 판사 출신답게 법리에 강하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에서 파견될 수사 검사 10명도 확정됐다. 이들은 윤석열 팀장(23기)을 비롯해 한동훈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27기),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28기),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29기),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31기),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31기), 이복현 춘천지검 검사(32기), 박주성 서울서부지검 검사(32기), 김영철 검사(33기·부산지검에서 특별수사본부 파견), 문지석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36기) 등이다.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통인 한 부장검사는 박 특검이 대기업 회장 수사를 지휘할 때 수사팀 검사로 활약한 인연이 있다. 박 특검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일 때 SK 최태원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했고 2006년 대검 중수부장일 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서 박 특검을 보좌하고 한 부장검사를 지휘하며 수사실무를 총괄한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17기)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 특검의 칼날을 방어하는 상반된 처지에 서 있다. 고형곤 김창진 김영철 검사는 최근까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 왔다. 박 특검은 이번 주에 나머지 검사 10명을 추가 파견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위한 법리 검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출연금 전체가 아니라 일부 기업이 추가 출연한 자금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박 특검은 법리 적용의 틀을 확대해 두 재단 출연금 전체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 내부에서도 ‘뇌물의 범위’와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놓고 크고 작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수사 실무 라인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수사만으로는 뇌물죄의 핵심인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견과 함께 피의자인 박 대통령 조사 없이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반론이 맞서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박 대통령과 공동정범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는 직권 남용, 강요 혐의만 받고 있다. 두 재단 출연 과정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이 때문에 박 특검은 새로운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법리 적용을 위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이 기존 특수본 수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검사를 대거 특검팀에 합류시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 최대 20명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기존 수사팀 출신으로 충원키로 했다. 특수본 내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도 최대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은 기존 수사팀의 시각과 새로 합류한 팀원들의 새로운 시각을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결론을 낸다는 복안이다. 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을 준 기업도 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 씨 측을 직접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삼성그룹과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금을 냈다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직전 돌려받은 롯데그룹이 ‘요주의’ 대상이다. 최 씨 소유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준 현대자동차그룹, K스포츠재단 지원 요청을 받고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한 단서가 포착된 부영그룹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기업들이 청와대에 출연을 약속하면서 어떤 청탁을 했는지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이번 특검의 존재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각 대기업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총수 사면, 사업 인허가 등에서 정권과 맞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반대로 정권과 대화만 잘되면 그룹의 명운이 달린 문제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검법에 참고인 강제 소환 조항이 빠진 것이 수사의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특검법에는 있었던 ‘참고인에 대해 강제 소환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이번에는 마련되지 못했다. 박 특검도 “이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계 총수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조사를 피하려 할 가능성에 특검이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국내 정치와 사회지형을 바꾼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했던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과 특별검사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중대 변곡점(變曲點)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정의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상황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힌 권위주의적 정경유착을 완전히 뽑아버릴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만 바라보고 수사하라’는 말로는 부족하며, ‘시대정신’을 더해야 한다는 주문도 여러 번 나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을 구속시킨 김종빈 전 검찰총장(5기)은 “이번 수사는 구(舊)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며 “단순히 과거 청산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선진사회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지켜보다 보니 법 절차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는데 이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을 수사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17기)은 “5년마다 대통령 측근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정치 권력과 기업이 유착하는 부끄러운 역사 때문”이라며 “이를 끊는 역사적인 특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소환을 할 때도 정파적인 시선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 이를 합리적으로 잘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을 이끌었던 조준웅 전 인천지검장(2기)은 “특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선정적인 부분에 눈을 돌릴 수 있는데, 성과와 평가가 아닌 실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수사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역시 한정된 시간(최장 120일)이었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이었던 송두환 전 헌재재판관(12기)은 “대북송금 사건은 수사 항목이 5개였는데, 이번 특검은 수사 대상으로 된 항목만 15개다. 수사 범위가 워낙 넓고 등장인물도 다양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는 논외로 하고 특검법에 따른 특검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던 문영호 전 수원지검장(8기)은 수사할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지검장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때는 공개소환 원칙을 지켰는데 이를 통해 국민들이 수사팀에 신뢰를 갖게 됐고, 이후에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곁가지 의혹들은 과감히 쳐내고 수사의 대상을 확실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호(號)가 최장 120일간의 대(大)항해를 위한 돛을 올렸다. 박 특검호는 ‘비극’이라는 항구에서 출발했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을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운 항해이겠지만, 끝내는 ‘새 희망’이라는 항구에 닿을 것이란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비선(秘線)의 국정 농단, 정경유착 등 현대사의 어두운 고리를 모두 끊어 달라는 국민적 염원이 박 특검을 향하고 있다. 특검 수사를 둘러싼 엄중한 상황은 박 특검도 잘 인식하고 있다. 박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금의 뇌물죄 적용 여부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부재, 청와대 약물 반입, 고 최태민 씨 의혹 등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는 모든 사안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가운데서도 그는 “‘세월호 7시간과 대통령경호실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고 2일 법조기자단에 밝혔다. 박 특검은 “주치의의 허가 없이 약물이 (청와대에) 반입된 것이라면 대통령경호실에 반드시 문제를 삼아야 한다”며 “경호실장도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최근 2년간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를 비롯해 태반주사, 비아그라 등 용도가 석연찮은 약품을 대거 사들였다. 세간에선 ‘대통령의 사라진 세월호 7시간’이 이런 약품들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박 특검은 청와대의 약물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보고 실체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해 서면조사 없이 곧바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강제수사는 “논란이 많아 검토 후 결정할 문제”라며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수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며 집중 수사를 예고했다. 박 특검은 “5공 비리 특별수사부 때 김 전 실장을 모셔 봤는데 그분의 논리가 보통이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이날 검사 출신인 박충근 변호사(60·사법연수원 17기)와 판사 출신인 문강배 변호사(55·16기) 등 8명의 특검보 후보자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8명 전원이 판사 및 검사 출신이다. 박 대통령은 특검보 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안에 4명을 특검보로 임명해야 한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고 2일 밝혔다. 국민들이 큰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을 특검이 성역 없이 파헤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날 "주치의의 허가 없이 약물이 (청와대에) 반입된 것이라면 대통령 경호실도 반드시 문제를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 경호실장도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반드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년간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토미)'를 비롯해 태반주사, 비아그라 등 쓰임새가 석연찮은 약품을 대거 사들여왔다. 세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향정신성의약품과 관련된 처방을 받는 바람에 세월호 사고 직후 7시간 동안 사라졌던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박 특검은 청와대의 약물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보고 실체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면조사가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시험 보기 전에 답안지를 보여주지 않듯, 서면조사 없이 바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 특검이 직접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특검 취임 일성(一聲)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겠으며 수사에 성역은 없다"였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 특검은 "'5공 비리' 특별수사부 때 김 전 실장을 모셔 봤는데 그분의 논리가 보통이 아니더라. 어려운 사람이더라"라며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했다. 박 특검은 "예전에 오대양 사건과 (최태민 씨를 생전에 비판했던) 종교연구가 탁명환 씨 피습사건도 해봤다"며 "종교 관련 수사를 해본 변호사를 수사팀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아버지인 최 씨의 영세교 관련 부분도 수사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특검은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박 특검은 수사가 속도를 내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소환을 위해 독일어를 잘하는 변호사들도 수사팀에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과의 송환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 시절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박 특검은 이번에도 기업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특검은 "매우 촘촘하게, 하나하나 빠짐없이 볼 것"이라고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특별검사에 박영수 변호사(64·사법연수원 10기)가 임명되면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검찰은 특검 준비 기간(20일)에도 특검과 협의를 거쳐 기존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구속 만기일을 연장한 장시호 씨(37·구속)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5·구속)에 대한 수사만 마무리되면 나머지 사건은 특검으로 보낼 가능성이 크다. 30일 법무부, 대검찰청이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제출한 ‘최순실 등 관련 의혹 사건 수사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환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시점에 특검이 가동되면서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에서 이뤄지게 됐다. 검찰이 적시한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의 혐의는 각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한 것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2014년 5월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 자리에 있으면서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알고서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 정도 의혹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국정 농단 사태에 개입한 실체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란 시각이 많아 향후 특검 수사에서는 이들과 최 씨의 관계 등을 밝히기 위한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검찰은 최근까지 이화여대 비리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정유라 씨(20)의 특혜 입학 의혹과 관련해 면접위원 및 교직원들을 줄소환했고, 최경희 전 총장(54), 남궁곤 전 입학처장(55),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1)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 등 이화여대 비리 ‘몸통’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에 특검이 임명돼 수사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검찰은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는 장 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는 매듭지을 방침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장 씨의 혐의는 본인이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를 비롯해 국가보조금 사기, 회삿돈 횡령 등이다. 김 전 차관은 올해 3월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한 것과 문체부 산하기관인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일감을 지인이 재직 중인 학교인 미국 조지아대에 맡기도록 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청와대는 동시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는 보류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던 4일 대국민 담화는 결국 허언(虛言)으로 드러나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법조기자단에 보낸 221자 분량의 문자메시지에서 “(대통령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 수습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내일(29일)까지 추천될 특별검사 후보 중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 변호사는 “어제(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 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서 23일 박 대통령에게 “29일 전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며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다가 시한 하루 전에야 거부를 통보한 것이다. 대통령이 끝까지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한 것은 곧 가동될 특검에서 어차피 조사를 받아야 할 텐데 여러 번 곤욕을 치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가 사실상 특검으로 넘어가게 됐다. 야당은 29일 대통령에게 특검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 달 2일까지는 이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수사 자료를 모두 특검으로 보내야 한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대면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법조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내일(29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어 "어제(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 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조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야당은 29일 대통령에게 특검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 두 명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사실상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되고, 관련 수사 자료를 특검으로 모두 보내야 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지난달 25일 내놓은 첫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허언(虛言)이었음이 최종 확인됐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대면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법조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내일(29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어 "어제(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 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조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야당은 29일 대통령에게 특검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 두 명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사실상 검찰 수사는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되고, 관련 수사 자료를 특검으로 모두 보내야 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지난달 25일 내놓은 첫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허언(虛言)이었음이 최종 확인됐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검찰이 배수진을 쳤다. 소위 정부에서 ‘가장 힘센’ 부처인 기획재정부 압수수색도 불사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수뢰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대가성이 의심되는 모든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참여한 기업들에 ‘기업이 반드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신호도 강하게 보냈다. ○ 면세점 특혜 대가성 수사 검찰이 24일 압수수색한 기재부, 관세청, 롯데그룹, SK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연관된 대상들이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특허권을 쥐고 있고 기재부는 면세점 관련 정책 실무를 담당한다. 롯데와 SK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서울에 있던 면세점 사업권을 한 곳씩 잃었고 신규 면세점 사업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날 기재부 압수수색에서는 검찰이 정책조정국에 중점을 뒀다. 이 점이 의미심장한데 관광·서비스산업 정책 등을 총괄하는 정책조정국은 면세점 정책 수립과 관련이 깊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면세점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새 판’을 짜 주려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정책조정국은 업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면세점 허가 이외의 다른 사업에서도 정부의 특혜 단서가 발견될 수도 있다. 지난해 롯데와 SK의 면세점 특허권을 박탈한 지 불과 5개월 만인 올 4월 정부는 외국인 관광 특수 등을 명목으로 면세점 4곳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의 발표에 조변석개(朝變夕改)가 따로 없다는 비판이 컸다. 검찰은 바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 SK와 롯데로부터 각각 111억 원, 45억 원을 출연 받았다. 그런데 K스포츠재단은 올 3월 SK와 롯데에 다시 80억 원과 75억 원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때는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을 2월에 독대하고 신동빈 롯데 회장을 3월에 독대한 이후였다. 추가 출연은 끝내 무산됐지만 청와대가 개입해 면세점을 고리로 롯데와 SK를 집중 공략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해 롯데 최고위 임원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의 접촉을 시도한 롯데 자료가 수사 당시 발견됐다는 의혹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과정에서 롯데는 물론이고 그 어느 기업과도 접촉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면세점 승인 절차는 엄격하고 공정해 누구도 승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 모든 혐의 수사하겠다는 검찰 현재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및 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곳이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사하겠다는 기세다. 전날 압수수색한 삼성그룹의 합병 건은 당시 여론이 외국계 펀드인 엘리엇이 국내 대표 기업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합병을 지지한 측면이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초반에 검찰이 이들 의혹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며 폄훼하자 검찰도 강경대응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이 연일 대기업들을 강공으로 밀어붙인 데에는 기업 관계자로부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두 재단 출연금을 놓고 대가성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면서 진실을 말하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24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검찰 소환에 크게 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의 진술에 따라 정부든, 삼성이든 윗선의 어디까지 수사가 미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 ‘변호인 외 접견 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는 검찰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원에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최 씨는 딸 정유라 씨(20)가 면회를 와도 만날 수 없다. 법원은 또 이날 검찰이 청구한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구속사유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나온 첫 영장 기각이다. 조 전 수석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김민 기자}

청와대를 겨눈 검찰의 칼날이 매서워졌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명시하지 않은 검찰은 수뢰까지도 밝혀내겠다는 기세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검찰은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이미 검토한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뿐 아니라 롯데면세점의 정부 관계자 접촉, CJ그룹의 K컬처밸리 조성 정황,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계열사 간 합병 찬성건 등을 새로 파헤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 출연금 대가성 주목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에 롯데면세점 수사 자료를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특수4부는 올해 대대적으로 롯데그룹을 수사했던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가(家) 왕자의 난’ 여파로 여론이 곱지 않았던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월드타워점 재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중구 소공동점은 지켰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설마 했던 롯데는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주겠다고 해 롯데는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발표는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28억 원을 출연한 지 약 3개월 뒤에 나온 것으로, 검찰이 대가성을 의심하는 지점이다. 신규 면세점 3곳의 사업자 선정은 원래 다음 달로 예정돼 있지만 일정대로 결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특수본이 건네받은 자료에는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이 지난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접촉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칼끝이 최 전 부총리를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문형표 전 장관도 소환 통보 검찰은 23일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문형표 공단 이사장을 이날 소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정을 조율 중이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전날엔 최광 당시 공단 이사장(69)을 소환 조사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구는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다. 홍완선 당시 본부장은 주도적으로 합병안 찬성을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최 전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전 이사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정부 관계자가 홍 전 본부장을 연임하도록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합병을 이끈 홍 전 본부장을 정부 고위 관계자가 보호하려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CJ그룹의 K컬처밸리에 대한 수사 강도도 높이고 있다. CJ가 경기 고양시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이 사업 역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컬처밸리는 지난 10년 동안 해당 사업을 맡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CJ가 사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검찰은 이 사업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