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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참모부가 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미 선포한 대로 초강경 대응조치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는 “우리 영역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날린다면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이 개시될 것”이라며 “우리 혁명무력이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고, 항시적인 격동상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매년 한미 군사 훈련 때마다 대남 위협을 반복해왔다. 오히려 올해는 국방위원회나 최고사령부의 성명이 아닌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로 과거보다 수위를 낮췄다. 아직 준전시 상태나 전투동원준비태세 선포 등 대응 행동에 나선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북한군이 훈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최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석탄 수출 대금의 상당 부분을 갖고 가던 북한의 군부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이 지난해 말에는 북부 지역 수해 복구에, 올해는 4월 평양 여명거리 건설 완공과 북한군 창건 85주년 열병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훈련을 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협박에 대해 “독수리훈련 등 한미 연합 훈련은 방어적인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자행한다면 주저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미군의 압도적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군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도발은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도발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도록 화학무기를 이용한 도심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이 1일 시작됐다. 이번 훈련에서는 미군이 전략자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카드를 빼들거나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독수리훈련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핵우산으로 제공하는 대표적 전략자산인 핵항공모함 전단이 투입되고, 미 본토 및 태평양 지역 등에 배치된 미군 3600여 명이 증원 전력으로 참가한다. 독수리훈련과 13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키리졸브(KR)에 참가하는 증원전력 및 주한미군을 모두 합치면 미군 1만5000∼2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참가 규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30만 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독수리훈련은 야외 기동 훈련인 반면 키리졸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 지휘소훈련(CPX)이다. 독수리훈련은 다음 달 말까지, 키리졸브는 2주가량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니미츠급 핵항공모함 칼빈슨함(9만7000t급)은 이달 중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길이 333m, 너비 40.8m에 달하는 칼빈슨함은 FA-18E/F 슈퍼 호닛 전투기, E-2 호크아이 공중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어지간한 중소 국가 공군력에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1월 주일미군에 전진 배치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10대 중 일부도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에 출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 장착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B-52를 비롯해 B-1B, B-2 등 ‘폭격기 3총사’를 기습 전개해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언제라도 정밀 타격해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언제 어떤 전략자산이 투입될지 철저히 함구하는 전략으로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를 압박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독수리훈련 실시를 비난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 괴뢰패당이 전쟁 연습 소동을 벌이며 침략 야망을 버리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도 평양방어사령부를 찾아 노동당 지도부 보호와 전쟁 준비를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966대연합부대 또는 ‘91훈련소’는 평양방어사령부의 위장 명칭이다. 김정은은 “불의에 공중 강습하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타격 소멸할 수 있는 대책들을 빠짐없이 세워놓을 데 대한 문제” 등 전투 과제를 하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이 공중 강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최근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참수 작전’이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주성하 기자}
육군3사관학교(경북 영천)가 28일 열린 제52기 생도 졸업식에서 1968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생도 졸업생을 배출했다. 경북 영천시 3사 충성연병장에서 열린 이날 졸업식에서는 여생도 18명을 포함한 생도 484명이 신임 장교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2015년 4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3사 최초 여생도들로 각개전투 등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비롯해 2년간 이어진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아버지에 이어 3사 생도가 된 조현정(26), 이지혜(25), 김명은 생도(25) 등 여생도 3인방이 눈길을 끌었다. 조 생도의 아버지는 예비역 중령이며 이 생도와 김 생도의 아버지는 예비역 소령으로 모두 3사 출신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방부와 롯데가 2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이하 성주골프장)에 배치하기 위한 부지 맞교환 계약을 28일 공식 체결했다. 국방부와 롯데가 성주골프장과 군이 소유한 경기 남양주시 국유지를 맞바꾸기로 합의한 지 3개월 여 만이다. 국방부는 이날 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며 “한미 양국은 부지를 미국 측에 공여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며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시설공사 등을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드 체계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주골프장의 총 면적은 골프장과 미개발지를 포함해 148만㎡로, 이날 계약을 통해 군이 소유한 남양주시 국유지(20만3000m²) 중 6만7000㎡ 부지와 맞교환됐다. 국방부와 롯데는 각각 감정평가를 실시할 업체를 선정해 지난해 11월부터 감정평가를 실시해왔다. 각 업체의 감정평가액 평균을 낸 결과 성주골프장 148만㎡ 부지는 890억 원으로 남양주 국유지 전체 면적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부지 교환 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드 실전 배치를 위한 실무 절차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 포대를 배치하는 데에는 성주골프장 148만㎡ 중 약 20만㎡ 면적 안팎만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치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어 군은 최대 12개월이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신 6개월 미만이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선정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5월 안에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측에 부지를 공여하기 위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시설구역분과위원회 협의도 이번 주부터 시작키로 했다. 부지 공여 절차는 이르면 다음달 말까지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동시에 미측이 사드 포대 설계 작업 및 지질조사를 진행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끝내는 대로 시설공사를 시작하면 6월 말까지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사드 반대 시위대의 부지 점거 사태 등에 대비해 이날부터 해당 지역 부대인 50사단 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사드 부지 보호를 위한 경계작전에 돌입했다. 수송기를 이용해 군용지임을 알리는 철조망 등을 설치하는 표식 작업을 하는 한편 부지 경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오전 9시 반경 롯데와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체결 장소를 극도의 보안에 부쳤다. 국방부는 ‘제3의 장소’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 공식 확인했다. 이를 두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이 발생할 것이 대비하는 한편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최대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건가?” 3·1절을 앞두고 ‘태극기 달기 운동’에 애를 쓰고 있는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는 뜻하지 않은 고민에 맞닥뜨렸다.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류스타거리에서 태극기 퍼레이드와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던 신호진 청담동장(56)은 차를 타고 가던 일부 시민의 ‘시선’을 느꼈다. 이날 청담주민센터는 3·1절을 앞두고 2시간에 걸쳐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주민 대표와 학생,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참여해 3·1절 만세운동을 재현했고,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제 항거사를 주제로 ‘태극기 날아오르다’라는 짧은 공연도 펼쳤다. 그런데 공연과 캠페인에서 태극기를 온몸에 두르거나 양손에 쥐고 흔들면서 대로변을 걷다가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 것. 구청이 나서서 태극기 운동을 하는 ‘의미’를 물어보는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이 10%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서울 구청장 중에는 태극기 게양 확산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는 2011년부터 동 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 주고 건축사협회의 지원으로 게양대도 설치해 줬다. 일부 아파트는 시범단지로 정해 적극 홍보에 나선 결과 태극기 게양률이 85%에 이르는 성과도 나왔다. 신용우 강남구태극기사랑추진위원회장(68)은 “3·1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가 꽂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애국지사 묘와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가 곳곳에 있는 강북구는 평소에도 거리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다. 올해 98주년을 맞는 3·1절에는 우이동 봉황각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할 예정이다. 3·1운동 당시의 복장을 한 자원봉사 학생 800여 명이 선두에 서고 시민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봉황각까지 2km가량 거리 행진을 할 계획이다. 이처럼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항상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주민센터에는 “왜 아침 9시에 방송으로 ‘태극기를 걸자’며 시끄럽게 하느냐”는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 탄핵 관련된 집회에서 태극기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복회는 27일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가 동원되고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이 헌법재판소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태극기가 동원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리본을 태극 문양 위에 그려 넣는 것 등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노지현 isityou@donga.com·손효주 기자}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독립운동 단체를 결성했던 여성 독립운동가 등에게 3·1절을 맞아 건국훈장 등이 추서된다. 27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이번에 훈·포장이 추서되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애국장 12명, 건국훈장 애족장 31명, 건국포장 18명, 대통령표창 14명 등 75명이다.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대상자에는 1940년 6월 중국 충칭(重慶)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해 활동한 이헌경 김병인 오건해 김수현 이숙진 윤용자 선생 등 여성 독립운동가 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임시정부 및 한국 광복군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배우자 등 가족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교육 활동을 펼쳤다.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한 황마리아 선생(사진)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황 선생은 1913년 하와이에서 대한인부인회를 조직하는 등 1910∼30년대 한인 여성 독립운동의 지도자였다. 1919년에는 독립운동 지원 단체인 대한인부인구제회 조직을 주도했고, 1936년에는 김구 선생에게 군인양성자금으로 100달러를 보냈다. 경기 포천시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한 전성서 선생에게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다. 1919년 3월 3일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일본 순사 처단에 앞장선 양희언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결성된 비밀결사인 내집당(內集黨) 간부로 활동하다 1924년 체포돼 10개월간의 옥고를 치른 김시홍 선생에게는 건국포장이 수여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유엔이 금지한 대량살상 화학무기인 VX(맹독성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악의 국제 고립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북-미 비공식 대화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미국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2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 주류 언론도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CNN방송은 24일(현지 시간) “VX를 사용한 이번 고위 목표물 제거가 워싱턴 정가에 북한에 대한 최악의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김정은 정권이 이복형제를 사상 최악의 화학무기인 VX 가스로 암살했다. 이게 테러를 지원한 게 아니면 무엇이냐”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1,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트랙 1.5(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미 트랙 1.5 대화의 무산 원인이 북한의 VX 사용 혐의에 있다”고 밝혔다.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하는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도 북한 정권의 김정남 암살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김정남 피살에 북한 정권이 개입한 점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및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화학무기인 VX를 미사일 탄두로 만들어 서울과 후방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이러한 맹독성 신경작용제는 미사일 탄두나 다른 무기에 장착돼 대량살상무기(WMD)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VX 화학탄두를 스커드-B(사거리 300km)나 방사포 등에 실어 대량살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스커드-B나 C(사거리 500km) 미사일의 40% 가까이를 고폭약 탄두 대신 VX 등을 넣은 화학탄두로 만들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탑재 가능한 탄두중량이 1000kg에 달하는 스커드-B 1발에 VX 화학탄두를 넣어 투하할 경우 인명 피해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생화학전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군 차원의 대책에 국한돼 민간인 대상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VX를 수도권 타격용으로 쓰이는 장사정포에 탑재해 서울 도심에 투하하면 액체 VX는 탄두 폭발 당시 300도 이상의 높은 온도 탓에 기화됐다가 온도가 낮은 지상으로 오면 응결돼 다시 액체가 된다. VX는 지용성인 탓에 사람 나무 등 어디에든 쉽게 달라붙어 접촉 수분 만에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 일부 기체로 남아 있는 VX의 경우 어디까지 확산돼 인명을 살상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남택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생물방어연구소 부소장은 “VX는 반응 속도가 워낙 빨라 탐지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려 할 때는 이미 피해가 막대하게 생긴 뒤일 것”이라며 “아트로핀이나 옥심 등 화학무기별로 작용하는 해독제 키트나 방독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피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손효주·조숭호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VX에 독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VX와 사린가스 등 신경작용제를 비롯해 수포작용제(질소겨자 등), 혈액작용제, 최루·질식작용제 등 16종의 화학무기를 2500∼5000t가량 국가급 저장시설과 군단급 부대에 비축해놓고 있다. 특히 VX와 사린은 장사정포와 미사일용 화학탄두로 제작돼 최전방 부대에 다량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탄두의 내부에는 두 종류의 화학물질이 분리돼 들어 있다가 포탄과 미사일에 실려 발사되면 열과 관성 에너지로 섞이면서 맹독성 신경작용제로 바뀐다. 김정남을 살해한 두 여성도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손에 묻힌 뒤 김정남의 얼굴에 문질러 섞이도록 했을 개연성이 제기된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독성학 박사)은 “VX의 독성을 감안할 때 손에 묻혀서 공격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극미량의 VX가 든 특수 캡슐로 김정남을 공격해 피부와 점막에 노출시켜 자연사처럼 꾸미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피습 뒤 30분이 지나 사망한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증거로 보인다. 북한은 유사시 화학탄두를 실은 장사정포와 미사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 지휘부, 서울, 수도권을 공격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650t의 화학무기로 공격하면 서울 인구의 30∼40%가 사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화학무기는 도발 주체를 파악하기 힘들어 기습 효과가 높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도 등 서북 도서를 겨냥해 화학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3명(24세)이 성매수를 하거나 이를 방조한 혐의가 적발돼 졸업을 하루 앞두고 형사 입건과 함께 퇴교 조치됐다. 23일 육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이달 4일 정기 외박을 나갔다가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씨는 B 씨가 성매수를 할 수 있도록 계좌이체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등 성매수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다. 육사 조사에서 A 씨는 성매수 사실을 시인했지만 B 씨는 인정하지 않았다. B 씨는 성매매 여성에게 15만 원을 준 것은 인정하면서도 “1시간가량 성매매 여성과 이야기만 나눴을 뿐 실제로 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관계자는 “이들이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등을 통해 성매수가 이뤄진 증거와 C 씨가 빌려준 돈이 성매수에 쓰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성매수 혐의는 17일 육군본부 인트라넷의 ‘생도대장과 대화’ 게시판에 실명과 구체적인 혐의 사실 등을 적시한 게시물이 익명으로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육사는 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을 품위 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퇴교 조치했다. 이들은 24일 열리는 제73기 생도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또 병역법시행령 및 군인사법시행규칙 등에 의거해 14개월간 병장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육사에 4년간 재학하며 받은 군사훈련 기간 7개월을 복무기간에서 빼고, 육사 재학 기간을 병사 계급으로 산정한 결과다. 군 검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나거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부사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일각에선 졸업 하루 전 퇴교 조치는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자체 징계와 별개로 성매매 사건 특성상 형사 입건돼도 자백 외에 증거가 없을 경우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 메신저 대화도 결국 자백의 일종이어서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이들이 형사 판결을 가지고 육사를 상대로 퇴교 조치 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육사 관계자는 “졸업을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처분 수위를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규정에 의거해 강력하게 처리한다는 원칙을 따랐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사진)이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나흘간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흐엉의 행적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21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흐엉은 지난해 11월 2일 중국 난팡(南方)항공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흐엉은 입국 심사에서 “한국인 남자 친구 S 씨(25)를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 흐엉이 거주 예정지로 적은 제주시의 한 오피스텔 원룸은 S 씨 어머니의 지인이 빌린 곳이다. S 씨는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고, 2014년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말레이시아 일부 언론은 흐엉이 한국 입국 당시 북한 측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동행했다고 보도했지만 동행자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흐엉은 5일 제주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중국 광저우(廣州)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 돌아갔다. 당초 9일에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매했지만 입국 심사에서는 7일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고, 일정을 더 앞당겨 귀국한 셈이다. 수사 당국은 흐엉이 제주에 머무른 3박 4일간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S 씨가 김정남이 피살된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출국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 씨는 과거 베트남에 머무르며 한국인 관광객 대상 가이드로 일할 당시 현지에서 같은 일을 하던 흐엉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면서 “나는 어차피 (이 사건 직접 관계자가) 아니다”라며 흐엉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S 씨가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대공 용의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주소 등을 제공하는 역할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흐엉이 베트남의 전문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흐엉의 아버지는 “딸이 하노이의 약학 전문학교에 다녔으며 2, 3개월에 한 번밖에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배중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21일 오후 제주 제주시 신시가지에 있는 한 오피스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이 체류 예정지로 밝힌 원룸이 있는 곳이다. 10층이 넘는 오피스텔은 큰길 옆에 있다. 오피스텔에는 주거용 외에도 병원과 보험대리점 등 다양한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흐엉이 밝힌 주소지의 원룸은 49.5m²(약 15평) 크기로 세탁기와 TV 냉장고 침대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곳이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찾았을 때 원룸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편함도 텅 비어 있었다.○ 흐엉 ‘교습소’에서 묵었나 흐엉은 제주공항 입국 심사 때 오피스텔 주소를 밝히며 “남자 친구 S 씨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과 원룸 소유주 강모 씨(51)에 따르면 흐엉이 체류 예정지로 적은 원룸은 실제로 A 씨가 임차해 과외 교습소로 사용 중이다. A 씨는 같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살면서 이곳을 교실처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에게 임대해준 곳이다. 여행사 등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 씨(25)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흐엉이 주소를 전달받아 입국 때 사용했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흐엉은 베트남에서 현지 가이드로 일했다. S 씨도 베트남에서 수개월간 가이드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인 베트남인 B 씨는 “두 사람이 베트남에서 함께 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 씨는 또 해당 원룸을 빌려 쓰고 있는 A 씨와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흐엉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주소지가 없어 입국이 어려워지자 S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S 씨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흐엉이 실제로 해당 원룸에 묵었는지 여부인데 현재까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S 씨, “억울하다” S 씨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에서 흐엉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당초 S 씨는 김정남 암살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해 의문이 제기됐다. S 씨 프로필 사진에는 파리 밤거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등만 새로 올라왔다. 평범한 관광객의 모습이다. ‘의문의 출국’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점이 별로 없어 보였다. S 씨는 취재진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제가 억울한 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게 말했다”며 “정보 당국 관계자들도 ‘억울한 걸 이해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흐엉과 일면식도 없느냐”고 질문하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어 “더 이상의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귀국 후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S 씨의 SNS에는 그가 베트남에 머물렀거나 활동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남아 있다. 그가 올린 사진에 스스로 ‘베트남 출신’이라고 밝힌 인물들이 ‘좋아요’를 누른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S 씨가 올린 글에 “이제 베트남에는 안 오느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S 씨의 출국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S 씨의 SNS에는 ‘(내년) 2월에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S 씨가 이번 사건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알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흐엉이 베트남 귀국 항공편을 11월 9일 자로 예약해 놓고 입국 심사 때는 7일이라고 한 뒤 실제로는 5일에 귀국한 의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제주=임재영 / 손효주 기자}

○ 건빵 전성시대 “건빵 좋아하셨어요?” 1970년대 초반 강원 양구군 육군 2사단에서 복무했던 손갑섭 씨(65)에게 기자가 물었다. “건빵 보급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다 먹어치웠어요. 늘 배가 고팠으니까요. 관물대(병사들의 개인 보관함)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먹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1970년대, 물론 당시 최고의 간식은 PX(국방마트)에서 파는 라면이었다. 여유가 있는 병사들은 생라면 조각을 전투복 주머니에 넣고 조금씩 부숴 가며 먹었다. 군에서 나오는 간식 중에선 건빵이 단연 최고였다. 건빵이 사실상 군이 보급하는 유일한 간식이었던 탓도 있었다. 손 씨는 “급식이라 해봐야 콩나물국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까 건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과거 건빵은 평범한 음식이었지만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나갔다. 1970년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인근 기차역에 도착한 입영열차에서 입영자 수백 명이 내려 훈련소를 향해 열을 맞춰 걸어가면 동네 주민들이 몰려들곤 했다. 이들은 일제히 “건빵! 건빵”이라고 외치며 입영자들을 에워쌌다. 입영열차 안에서 저녁 겸 간식으로 보급받은 군용 건빵을 달라는 얘기였다. 군대에 이제 막 들어가는 입영자들은 군용 건빵 맛을 몰랐던 데다 많이 긴장한 탓에 얼떨결에 건빵을 던져주고 훈련소로 향했다. 이들이 건빵을 애타게 찾은 배경에는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태려는 목적도 있었다. 과거 군용 건빵은 물물교환이 가능한 물품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군 대위 시절 형편이 어려워 단칸방 생활을 하면서 군용 건빵을 간장으로 바꿔 생활한 일화가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87년 12월에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엘리트 군인이었던 노 전 대통령에게도 건빵이 요긴하게 쓰인 것이다. 건빵의 이런 무시하지 못할 가치 때문에 과거 건빵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1961년 군용품 수송 열차에 괴한이 침입해 건빵 30여 상자를 들고 도주한 이른바 ‘열차깽’ 사건이 대표적이다. 1960년엔 육군 중사가 부대창고에서 건빵을 훔쳐 민간업자에게 팔아넘기다 붙잡힌 일도 있었다. 병사들과 군 간부들이 먹을 군용 건빵을 아껴 수재민에게 기부한 일은 수시로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건빵은 가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특별 선물로 지급되는 등 ‘다목적 만능 간식’으로 인기를 누렸다. ○ 건빵 쇠락기 “건빵 좋아하세요?” 기자는 최근 서울역에 나가 휴가 나온 병사들에게 물었다. ‘별걸 다 물어본다’는 표정과 함께 시큰둥한 답이 돌아왔다. 건빵을 즐겨 먹는다고 답한 병사는 100일 휴가를 나왔다는 이등병이 유일했다. “이병 때부터 건빵 싫어했어요. 아침에 밥맛이 없을 때 우유에 건빵을 넣어 먹는데(일명 건플레이크) 그것도 가끔이고 거의 다 후임한테 줘버려요.”(김모 상병) “PX 가면 다른 과자가 많으니까 건빵에 손이 안 가죠.”(손모 병장) “다들 안 좋아해요. 받으면 안 먹고 그냥 놔둬요. 생활관에 건빵 많이 남아돌죠.”(이모 상병) “생활관에 9명 있는데 3명은 아예 안 먹더라고요. 저는 옆에 건빵이 있으면 먹긴 해요.”(이모 이병) 천덕꾸러기가 된 건빵 신세를 증명하듯 남는 건빵을 처리하는 노하우까지 등장했다. 정모 병장은 “식당에 밥 먹으러 갈 때 남은 건빵을 가져가서 봉지를 찢어 내용물만 ‘짬통’(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고 전했다. 전역이 10여 일 남았다는 주모 병장은 “쓰레기통에 봉지째 버린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논산훈련소를 찾아 건빵 맛을 보며 “건빵 맛 여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맛과는 별개로 건빵 인기는 과거만 못하다. 한때 절도범이 노릴 정도로 인기를 누린 건빵은 이제 “그런 시절이 있기는 했나” 싶을 정도로 추억의 먹거리가 돼 가고 있다. 건빵의 위상 추락은 군이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간식 제공량 추이를 보면 잘 드러난다. 국방부는 지난달 올해 군 급식 및 간식 등에 관한 개선안을 발표하며 건빵 보급량 조정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병사 1인당 연간 36봉지를 지급한 건빵을 올해는 30봉지로 줄이는 내용이다. 2005∼2016년 군은 연간 36∼48봉지(월 3∼4봉지)의 건빵을 꾸준히 지급해왔다. 2013년 연간 24봉지로 줄인 적이 있었지만 이는 ‘특수 상황’이었다. 2010∼2011년 군용 건빵 납품업체들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비리가 불거져 방위사업청이 2012년 해당 업체들에 입찰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일시적인 공급 차질이 빚어진 까닭이었다. 건빵 보급 감축 결정에는 병사들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병사 1583명을 대상으로 급식 및 간식 품목별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빵 제공 횟수를 줄여달라는 의견이 30.3%로 나타났다. 건빵은 지난해 지급된 간식(컵라면·즉석 쌀국수·떡) 중 ‘감소 희망’ 1위에 오르는 굴욕을 당했다. 컵라면, 떡, 즉석 쌀국수를 줄여달라는 의견은 각각 10.9%(김치맛 컵라면 기준), 17.8%, 22.5%였다. 군 관계자는 “매년 말 전군 급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다음해 제공 품목 및 제공량을 조정하는데 건빵에 대한 병사들의 선호도가 낮고 ‘생활관에 남아 돌아 처치가 어렵다’는 민원이 많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빵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새로운 간식이다. 올해 군은 신규 간식으로 쌀국수 비빔면을 도입하고, 병사 1인당 연간 12개를 지급하기로 했다. 20대 병사들이 열광할 피자빵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군 당국의 급식 품목 채택·퇴출 심의 절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재도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구마타르트, 쌀눈 누룽지, 춘천닭갈비볶음밥 등 각종 용기밥도 군납 간식 시장으로의 진입을 엿보고 있다. 신규 간식 메뉴가 도입돼 간식 종류가 늘어날수록 인기 없는 건빵의 자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군용 건빵의 ‘주적’은 PX다. PX를 점령한 현란한 ‘사회 과자’들은 병사들이 건빵에 눈을 돌리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PX 수는 2010년 1978개에서 올해 1월 기준 2194개로 7년 만에 216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0억 원에서 86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병 복지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PX가 창군 이후 계속 보급돼 군과 역사를 함께한 건빵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 알고 보면 세계 최고 건빵 PX의 영토 확장으로 존재감이 줄었지만 알고 보면 군용 건빵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군에 납품되는 건빵에는 국내산 쌀이 30% 들어간다. 군은 1993년 쌀 소비 촉진 차원에서 군용 건빵에 쌀을 넣기로 결정한 이후 쌀 함량을 계속 높여왔다. 쌀 함유량은 점점 늘어 13.5%를 유지해오다 2009년 12월부터 30%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시중 건빵에 비해 단가가 훨씬 비싸다. “건빵 맛 여전하다”는 황 권한대행의 말은 국내산 쌀 사용량을 늘린 건빵 원료 배합비율 변천사만 놓고 보면 틀린 셈이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건빵도 빵이어서 쌀을 너무 많이 넣으면 빵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며 “넣을 수 있는 쌀 함유량은 최대치가 30%다”고 말했다. 이어 “쌀이 들어가지 않는 시중 밀가루 건빵이 ‘푸석’한 맛이라면 군용 건빵은 쌀 덕분에 ‘바삭’하다”며 식감의 차이를 설명했다. 쌀 함량이 늘면서 건빵에 5g가량 들어가는 별사탕의 역할은 줄었다. 별사탕은 밀가루 건빵이 입안에서 떡이 돼 목이 막힐 때 침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쌀 비율 30% 건빵은 먹어도 목이 잘 막히지 않는다. 별사탕의 할 일이 적어진 것이다. 군용 건빵에 31.5% 들어가는 밀가루는 고급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계란은 축산물 등급판정기준 품질 2등급 이상을 쓴다. 영양성분은 413Cal(별사탕 20Cal)에 탄수화물 7%, 단백질 5%, 지방이 6%로 구성돼 있다. 품질이나 원료 비율, 영양분 등을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중 건빵과 군용 건빵을 동시에 생산하는 A식품 관계자는 “군용 건빵은 원료 입고 단계부터 매달 납품 직전까지 국방기술품질원 직원들의 품질 검사를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품질 검증 시스템이 시중 건빵보다 훨씬 엄격하다”며 “시중 건빵과 비교하면 품질이 비교가 안 될 만큼 좋다”고 말했다. 시중 과자보다 덜 자극적이지만 까다롭게 생산되는 건강식이라는 얘기였다. 알고 보면 참 괜찮은 군용 건빵. 건빵의 품질은 창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건빵을 대하는 병사들의 관심은 창군 이래 가장 시들하다. 병사들의 선호도가 계속 떨어지면 건빵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건빵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건빵은 전투식량으로서 입지가 나름대로 확고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군 당국은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건빵은 유사시 휴대가 편하고 잘 부식되지 않는 대표적인 전투식량이자 비상식량이어서 다른 품목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식품”이라며 “병사들이 우유에 넣어 먹거나 튀겨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의 상징인 건빵을 계속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남 독살 관련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2명 중 1명이 15일 체포됐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밝혔다. 김정남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독살된 경위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를 풀어낼 핵심 인물이 일단 확보된 셈이다. AP통신과 교도통신은 현지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독액 스프레이’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여권 확인 결과 베트남 국적으로 이름은 조안 티 흐엉, 나이는 29세로 나와 있다. 이 여성은 이날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정남이 독살된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터미널에 나왔다가 사건 발생 48시간 만인 오전 8시 20분(현지 시간)쯤 체포됐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 수사팀장은 “우리는 이 여성이 월요일 사건(김정남 독살)에 개입된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실제 베트남 여성인지, 위조 여권을 가진 북한 공작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 다른 여성 용의자 1명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적이 어디인지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여성 용의자 1명은 북한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범죄수사국(CID) 관계자는 “한국 여권을 가진 여성도 조사 중”이라며 “이 여성의 외모는 한국인으로 보이지만 경찰에서 줄곧 영어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여성 용의자 외에 20∼50대 남성 4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하고있다.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도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알라룸푸르병원 안팎엔 긴장감이 돌았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집권 전이자 아버지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평양과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다”며 “그해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며 권력에 뜻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암살된 것에 대해 이 원장은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김정남 세력’을 구축한 뒤 정권 교체를 도모했거나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

북한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김정은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였던 ‘눈엣가시’ 김정남을 제거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당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에게 피살됐다. 이 여성들은 독침을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했으며, 이들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들의 모습은 공항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현지 온라인 매체 등은 말레이시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누군가로부터 스프레이 공격을 받고 고통을 느끼며 안내 데스크에 도움을 청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으며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시신인도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피살자가 46세 남자로 김 철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피살자 사진을 확인한 결과 북한 김정남이 맞다”며 김정남 피살 사실을 밝혔다. 김정남의 시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관리 중이다 김정남 피살 사실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정보·치안 당국과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에 전달됐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이 같은 사실이 즉시 보고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사실상 첫 번째 부인이었던 영화배우 성혜림(2002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김정일은 생전 김정남과 재일교포 출신인 셋째 부인 고용희(고영희로 알려졌던 인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을 두고 ‘후계자 저울질’을 해왔다. 김정남은 ‘개혁개방’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한때 김정은을 뛰어넘는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권력 다툼에 밀려 김정은이 집권에 성공한 뒤로는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탄압을 받으며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를 전전했다. 이에 김정남은 2012년 1월 일본 도쿄(東京)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등 언론을 통해 김정은을 수차례 비판했다. 2013년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한 이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복형까지 제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정남이 피살되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이혜경과 아들 김한솔(22)의 신변 위협설도 제기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으로부터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13일 오전 8∼9시경이다. 14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이 피살된 장소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에서도 저가항공사 출국 수속 카운터가 몰려 있는 2청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은 “김정남은 이날 비행기를 타고 마카오로 떠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김정남이 공항 쇼핑구역에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마카오는 김정남이 최근 몇 년간 이복동생 김정은의 암살 위협을 피해 전전해 온 국가 중 하나다. 피살 당시 김정남을 향해 여성 두 명이 다가갔고 이들은 독침을 이용해 김정남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범죄수사국(CID) 관계자는 “바늘에 찔려 독살 당한 시신이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는 김정남이 누군지 잘 알지 못해 독살당한 시신이 김정남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트라자야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한 북한 남성은 1970년생이며 성은 Kim(김)”이라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지금까지 1971년생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독침이 아닌 독극물에 적신 헝겊을 피살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말레이시아키니’는 14일 현지 경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비행기 탑승 수속 중이던 김정남에게 한 여성이 접근해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묻은 헝겊을 머리에 뒤집어씌웠다고 보도했다. ‘독극물 헝겊’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눈이 따갑다며 항공사 직원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이후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당국이 확인한 사진에 따르면 김정남은 공항에서 완전히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현지 수사 당국이 촬영한 현장 사진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시 쓰러진 김정남 상태를 보면 이송 중에 사망했다기보다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사망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남의 시신 상태로 볼 때 독침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요인을 암살할 때 주로 독침을 사용하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재 김정남 시신을 푸트라자야 병원에 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을 공격한 직후 달아난 여성 두 명을 추적 중이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경찰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과 수사 상황 등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북한 정권 후계자가 김정은으로 굳어진 2010년 이후 마카오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떠돌며 생활해 왔다. 최근에는 주로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내연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근 국가인 싱가포르를 자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2014년에도 쿠알라룸푸르의 한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정안 채널A 기자·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북한이 12일 쏴 올린 미사일은 지난해 8월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을 지대지(地對地)용으로 개량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확인됐다. 신형 고체연료 엔진이 장착된 새 미사일이 등장한 것이다.○ 신형 고체엔진으로 핵 기습 타격력 극대화 지금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고체엔진이 장착된 기종은 KN-02와 SLBM밖에 없었다. 고체엔진 미사일은 연료차량이나 산화제가 필요 없어 이동이 수월하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액체연료 엔진 미사일은 발사 전 연료 주입 과정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액체엔진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가 낡아 성능을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해 무수단 미사일을 8차례 발사해 7차례나 실패한 게 그 증거다. 이런 전력으론 유사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격 기지인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와 괌 기지를 타격한다는 엄포도 ‘공갈’임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형 고체엔진 개발에 주력했고, 그 결과가 지난해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8월에 신형 고체엔진을 SLBM(북극성)에 달아 고각(高角)으로 쏴 500km를 날려 보낸 게 첫 성공작이었다. 이후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늘린 신형 IRBM(북극성-2형)까지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극성-2형’은 ‘북극성’(약 9m)보다 길이가 좀 긴 것 외에는 외형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과 8월 각각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과 SLBM에 사용된 ‘격자형 보조날개(그리드 핀)’가 북극성-2형에서도 발견됐다. 이번에 처음 포착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은 차륜형 TEL보다 산악지역 등 야지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또 SLBM 발사에 주로 사용되는 ‘콜드론치(냉발사체계)’를 지상 발사에 적용하면 발사체 손상을 줄이고, 발사 위치 은폐에 유리하다. 군 당국자는 “이번 발사가 신형 IRBM의 은밀성과 기습 능력을 최대한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형 이동식 ICBM도 완성에 근접 북한은 앞으로 신형 IRBM을 추가 시험 발사한 뒤 양산 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무수단을 신형 고체엔진으로 개량하는 작업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수분 안에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오키나와와 괌 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춰 킬체인(Kill Chain) 등 대북 선제타격을 무력화하겠다는 게 ‘김정은의 계산’으로 보인다. 신형 이동식 ICBM도 ‘완성 단계’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IRBM을 여러 개 묶어서 신형 ICBM을 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추진체 결합 기술(클러스터링)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신형 ICBM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EL에서 발사되는 이동식 ICBM은 고정식 발사대보다 기습 효과가 탁월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이동식 ICBM으로 미 본토에 대한 핵 기습력을 극대화하면, 미국을 핵군축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말 바꾼 군 하루 새 북한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잇달아 바뀌면서 대북 정보 판단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군은 12일 오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노동급’이라고 평가했다가 오후에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바꿨다. 13일 오전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이 공개된 뒤에는 ‘신형 IRBM’으로 재수정했다. 군은 정확한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관련 정보 제약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우리 군은 그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안보 이슈가 올해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안보 이슈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앞으로 필요한 단계에 추가 도발을 하겠다는 신호탄, 예고편으로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군 당국도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안보 불안을 조성할 목적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광명절이라고 부르는 김정일 생일(16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가 표준화·규격화됐다고 주장한 만큼 이번에는 핵탄두 양산을 위한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하루에 여러 번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는 큰 선거 변수로 작용했다. 안보 이슈는 보수 표심을 결집시켜 보수 진영에 호재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오히려 보수 진영이 역풍을 맞는 등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의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견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미사일 관련 입장을 말씀드렸고 사드에 대한 입장도 변동이 없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을 막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를 막으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파문으로 타격을 입은 문 전 대표 측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개성공단 재개 여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수용 문제 등 과거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의 외교 참모인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동맹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안보 불안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보 이슈가 확산되면 야권 내에서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사드 배치와 한미 동맹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중국을 방문했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길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는 온통 정치,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며 “안보는 여야가 마음을 모아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길진균·손효주 기자}
북한은 전날(12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 발사 과정에서 ‘요격 회피 기동 특성’을 검증하고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요격미사일 회피 능력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대응 기술을 개발 중일 개연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요격 회피 방식으로는 미사일의 탄두부에 작은 날개 형태의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이 자주 거론된다. 하강 단계에서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급격히 바꾸기 위해서다. 노동신문이 13일 공개한 북극성-2형에서는 이런 장치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국내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중거리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후 하강속도가 너무 빨라 외부에 날개를 달아 요격을 피하는 기술은 적용하기 힘들다”며 “추진체 내부에 장치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핵물질과 기폭장치 등이 들어있는 탄두 안에 방향 전환용 소형 추진기를 달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사일의 하강 단계에서 소형 추진기를 작동해 방향을 약간만 틀어도 전체 비행궤적이 크게 달라져 요격 대응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 발사된 ‘북극성-2형’은 하강 단계에서 정상적인 비행궤적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다른 방식의 기술이 적용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사일에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기만체)를 함께 실은 뒤 동시에 분리시켜 탐지와 요격을 교란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의 현 기술로는 개발이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 내 ‘사드 무용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허위 선전을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북한이 발사한 신형 IRBM은 하강 단계(약 100km 상공)에서 음속의 10배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사드는 가장 빠르게는 음속의 14, 15배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신형 IRBM도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북한이 사드를 비롯한 한미의 요격체계를 피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에 요격 회피 기술까지 확보하면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2일 발사한 무수단급 개량형 미사일에는 새 기술이 적용됐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기존의 액체연료 로켓엔진이 아닌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발사 전 추진체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엔진과 달리 고체엔진은 언제든지 쏴 올릴 수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 고체엔진의 시험 장면을 공개했고, 8월 고체엔진이 장착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이 SLBM은 일본 등 주변국 반발을 고려해 사거리를 줄이려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500여 km를 비행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동종 엔진을 무수단에 장착해 고각으로 쏴 올려 성능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약 550km 고도까지 치솟은 뒤 500km를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예행연습’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ICBM의 1, 2단 추진체는 무수단 미사일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발사를 성공으로 판단할 경우 조만간 신형 ICBM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우리 정부는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한 것을 강력 규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행위를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라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2321호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무모한 도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도발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북한 정권은 머지않아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