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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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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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묵화 기법으로 동양적 감수성 어필… 이제 그림책도 한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그림책 작가 유주연 씨(30)는 지난달 도서전의 한국문학번역원 독립관에서 ‘코리안 스타일’을 주제로 체험 행사를 진행했는데 외국 출판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했다. “한지에다 붓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외국인들이 ‘외국에서 책을 냈느냐’, ‘도서 계약을 했느냐’며 자꾸 묻더군요.”하지만 유 씨는 이미 ‘입도선매’된 작가다. 2011년 세계적인 권위의 그림책 상인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수상작 ‘어느 날’)을 받아 한 프랑스 출판사에 해외 출판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긴 상태다.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먼저 책을 냈어요. 저처럼 국내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 출판사와 직접 계약하는 한국 작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만국 공통어인 그림을 앞세운 한국 그림책이 해외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동양적인 예술성에 우수한 교육 콘텐츠가 더해져 세계적 권위의 아동도서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출 통로를 넓혀 가고 있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한국 그림책을 읽으며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세계 양대 아동도서전 수상 잇달아2003년부터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참가한 한국은 이듬해부터 거의 해마다 수상작을 내고 있다. 매년 70여 개국이 도서전에 참가하지만 상은 10여 개 작품에만 주어진다. 한국은 2004년 ‘팥죽할멈과 호랑이’,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나란히 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대상 2개, 우수상 8개를 받았다.볼로냐 도서전과 함께 세계 2대 아동 도서전으로 꼽히는 BIB에서는 2005년 ‘새가 되고 싶어’가 황금사과상을 받았고, 이후 2007년 ‘영이의 비닐우산’이 어린이 심사위원상, 2011년 ‘달려, 토토’가 그랑프리, ‘어느 날’이 황금사과상을 차지했다.잇따른 수상으로 한국 그림책의 우수성이 입증되자 해외 출판 계약도 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05년 판권 수출은 단 1건이지만 지난해에는 45종의 판권을 수출했다. 수출 대상 국가도 중국 대만 일본 몽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프랑스 폴란드 브라질 등 9개국으로 늘었다. 선인세 총액은 약 13만9000달러(약 1억5800만 원)로 크지 않지만,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까지 수출 대상 국가가 다양해진 점은 고무적이다. 신혜영 웅진주니어 그림책팀장은 “중국은 교육 관련 그림책을 많이 수입해 간다. 반면 다문화에 관심이 많은 영미권과 유럽은 한국의 전통 관련 그림책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콘텐츠 해외서도 통해문승현 대한출판문화협회 해외사업부장은 “해외에서 한국 그림책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마련된 것이 중요하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한국 그림책 시장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외국 베스트셀러 그림책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림책 수요는 증가하는 데 비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우수 그림책의 수량이 제한되면서 국내 출판사들이 본격적으로 그림책 창작에 나서게 됐다. 김효영 비룡소 그림책팀 과장은 “세계적인 그림책 베스트셀러 판권을 이미 거의 다 수입했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자체 콘텐츠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한국 그림책이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그림책은 언어적 장벽이 없어 외국 그림책들과의 경쟁이 가능하다. 색을 풍부하게 쓰는 영미권과 달리 한국은 붓과 먹을 이용한 수묵화 기법으로 단순미와 여백의 미를 살려 차별화했다. 또 교육열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은 콘텐츠여서 세계 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었다. 국내 경쟁이 치열할수록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다. ‘어린이책 시각’ 탈피 독립 장르화해야그림책이 세계 시장을 의식하게 되면서 작업 과정도 ‘글로벌’하게 변화했다.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눈’은 한국 출판사 창비가 제작했지만 작가는 폴란드인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츠카였다. 반대로 이수지, 염혜원 같은 한국 작가는 외국 출판사를 통해 신작을 내놓는다. 이수지 작가는 2008년 2월 미국 클로니클 출판사에서 ‘웨이브’란 그림책을 선보인 뒤 12개국에 판권을 팔았다. “미국과 유럽의 그림책은 기법이나 내용 면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그 틈을 이용해 새로운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한국 그림책이 세계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어요.”과제도 있다. 영미권에서는 그림책을 세대 구분 없이 읽는 예술 장르로 보지만, 한국은 어린이 교육서라는 시각에 머물러 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해외에는 그림책을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간주해 실험적이고 난해한 그림책들도 팔린다. 하지만 한국은 교육용이라는 시각에 한정돼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을 제한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황인찬·전주영 기자 hic@donga.com}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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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규 前교수 “러 문학 번역 60년 총결산… 1인 작업이라 더 큰 보람”

    국내 번역가 1세대이자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 권위자인 박형규 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82·사진)는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회에 젖은 듯했다. 서울 경동중학교를 다니던 1940년대 후반 처음 접했던 톨스토이 작품을 통해 러시아 문학에 빠진 그가 60여 년 동안의 번역 작업을 결산하는 ‘대장정’의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박 전 교수가 내년 말까지 ‘톨스토이 전집’(뿌쉬낀하우스)을 펴낸다. ‘안나 카레니나’가 첫 번째로 나왔고, ‘전쟁과 평화’를 비롯한 톨스토이 장편과 중단편에 일기와 희곡을 더해 총 18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펴냈던 작품들을 개정해 한데 모았고, 단편 ‘바실리 신부’는 새로 번역해 선보인다. 박 전 교수는 한국러시아문학회장을 지냈으며 톨스토이 작품 30여 편을 번역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노환으로 청력이 떨어져 같은 질문을 두 번, 세 번 확인해 전달받으면서도 전집 출간 의미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정착된 인류 공동의 문화입니다. 톨스토이 전집만 해도 일본에서는 수십 종이 나와 있고 아직도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 번역가로서) 뒤늦게 전집을 펴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국내에서 톨스토이 전집은 인디북이 2003년부터, 작가정신이 2007년부터 펴내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역가의 손에 의해 톨스토이 전집이 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톨스토이가 한평생 자기 문체로 창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역가가 자기 문체로 번역하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문학동네에서 펴낸 작품과 같은 원고지만 ‘전쟁과 평화’(범우사), ‘부활’(민음사) 같은 작품은 거의 개역에 가까운 수준의 수정을 했습니다.” 그의 꿈은 원래 외교관이었다. 중학교 때 서울 종로의 헌책방을 뒤져 찾아낸 책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한 것도 “조국의 분단을 막기 위해서는 러시아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외국어대 노어과를 졸업한 그는 1956년부터 8년간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며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됐다. “제가 톨스토이로부터 배운 사랑의 가르침을 스스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서, 그리고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따라오기를 바라면서 평생 번역을 해왔습니다. 톨스토이가 작품 속에 남긴 사상과 은유를 최대한 정확히 담은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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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휴∼ 우수도서 보급사업… 출판계 우려 씻었다

    “새 정부 들어 문학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만난 한 출판사 대표는 이런 우려를 털어놨다. 설명을 들어 보니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과 관련해 사업 주관이 바뀌었고, 3개월마다 하던 도서 선정이 반년에 한 번으로 변경됐다는 것이었다. 사업을 추진했던 한국도서관협회의 ‘문학나눔’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사업이 상반기와 하반기 2회에 걸쳐 이뤄지며 올해부터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으로 주관단체가 바뀌었다’는 간략한 안내문만 떠 있었다.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은 문학도서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사회복지시설 아동청소년센터 사설도서관 등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에 시작됐으며 지난해에는 3개월마다 55종가량을 선정해 3000곳이 넘는 시설에 보냈다. 작가와 출판사는 일정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고, 소외 시설은 우수 도서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윈윈 사업’이었다. 그럼 사업이 정말 축소되는 것일까. 복권기금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의 지난해 예산은 40억 원. 올해는 39억3000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예산 가운데 도서 구입에 쓰이는 비용은 지난해 32억 원에서 올해 34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예산 대비 도서구입비 비중은 80%에서 88%로 상승했다. 실질적 사업 예산은 인상된 것이다. 선정 기준도 바뀌었다. 국내 문학 단행본에 한정됐던 대상을 번역서와 전집으로 확대했다. 선정 종수도 110여 종에서 160여 종(반년 기준)으로 확대해 더 많은 작가와 출판사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소외지역 도서관에서는 외국 유명 작가의 책을 찾아보기 힘들고, 몇몇 대형 출판사에 수혜가 집중된다’는 동아일보의 지적(2012년 11월 19일자 A23면)을 행정 당국이 반영한 것이다. 아쉬움도 있다. 도서 구입 예산을 늘리기 위해 2005년부터 실시해 왔던 ‘청소년시낭송축제’에 대한 지원을 폐지한 것. 한 해 100여 곳의 중고교에서 학생들이 시 낭송과 연극을 펼쳤던 이 축제의 예산은 한 해 약 1억 원에 불과하다. 급우들과 함께 어울려 시를 읽고, 연극을 하고, 학교를 방문한 시인을 만나는 것은 학창 시절 소중한 경험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측은 “학교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아쉽다는 말이 많이 나와 시낭송축제를 지속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결정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문체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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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스마트시대, 뇌를 괴롭혀야 바보 안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는 인간의 뇌를 편하게 해준다. 기억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질문만 입력하면 답이 나온다. 편리해졌지만 우리는 점차 ‘바보’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급기야 2000년대 중반 들어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뇌 기능이 손상돼 인지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정신병학 박사인 저자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연구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외국어 공부를 비롯한 여러 디지털 치매 예방법을 소개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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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사전에 목숨을 건 사람들… 지난한 삶, 유쾌한 버무림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볼 때면 가끔 질투 날 때가 있다. 특수 직종을 전문적으로 파헤치면서도 어렵지 않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장인 정신을 가슴 찡하게 전할 때다. 신선한 소재와 유머, 그리고 휴머니즘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읽고 나면 기분 좋은 충만감이 드는 작품. 이 장편 소설을 읽고서도 딱 그랬다. 그렇기에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큰 반응을 얻었다. 60만 부가 넘게 나갔고 일본의 전국 서점 직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서점 대상도 차지했다. 2006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는 나오키 상과 서점 대상을 함께 차지한 첫 번째 작가라는 영예도 얻었다. 소설은 일본어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 얘기를 다룬다. 대형 출판사 겐부쇼보의 번듯한 본관 옆, 60년도 넘은 목조 별관에는 사전편집부만 홀로 떨어져 있다. 사전 출간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 출판사가 기피하는 사업. 하지만 사전편집부에는 사전 편찬에 인생을 건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대도해(大渡海)’라는 23만 어휘의 사전을 새로 편찬하는 작업에 착수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다. 경영진이 수익성을 내세워 작업을 중단시키거나 다른 돈 되는 사전의 개정판 작업 지시를 내리는 것. 대도해 작업에서도 ‘혹 빠진 어휘는 없나’, ‘어휘에 대한 설명은 정확한가’ 일일이 따지는 과정도 지난하다. 소설은 향수를 자극한다. ‘종이 사전을 펼친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단상부터 성(性)과 관련된 단어를 남몰래 찾아봤던 까마득한 옛날의 추억까지. 잊고 지냈던 종이 사전에 대한 추억이 반갑게 떠오른다. 또한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의 사용이 왜 중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소설 중 편집자 기시베는 이렇게 정리한다. ‘많은 말을 가능한 한 정확히 모으는 것은 일그러짐이 적은 거울을 손에 넣는 것이다. 일그러짐이 적으면 적을수록 거기에 마음을 비추어 상대에게 내밀 때, 기분이나 생각이 깊고 또렷하게 전해진다.’ 사전을 만드는 이들은 현재인의 대화뿐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대화도 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무려 15년 넘게 걸린 대도해의 편찬 과정, 편찬자들의 일과 사랑, 결혼, 죽음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특별한 언어 감각을 갖고 있지만 엉뚱한 마지메, 틈만 나면 새 어휘를 메모하는 마쓰모토 선생, 경박한 언어와 행동을 일삼는 니시오카 등 캐릭터의 개성이 생생하게 드러나 인물들에게 정감이 생길 정도다. 다만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며 일본어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일본어를 모르는 독자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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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지금 달콤한 연애 중” 그녀의 詩가 다시 뜨거워졌다

    “시인이니까 시 한 편 낭송하고 시작하겠다”며 최영미 시인(52)이 낭송을 시작했다. “…돌담 밑에서 입을 맞추던 첫사랑이 눈을 크게 뜨고/너, 괜찮니? 물어본다//내 옆에 누워 팔팔 끓어오르는 남자에게/시들시들한 나를 들키지 않으려/이불을 끌어당긴다” 시집을 덮은 그가 빙그레 웃었다. “좀 야하죠? 최근에 쓴 시예요. 호호.” 최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실천문학사·사진)을 펴냈다. 3일 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만난 지 5개월째. “다시 연애의 세계에 복귀했다”며 시인은 밝게 웃었다. 그가 연애를 반기는 것은 시작(詩作)과도 연관이 있다. 1994년 ‘서른, 잔치는 끝났다’부터 매번 시집을 낼 때마다 연애 중이었다. 뜨거운 사랑과 애틋함, 그리움은 문학의 주 ‘원료’다. 다만 2009년 네 번째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을 낼 때는 혼자였다. “그래서 네 번째 시집은 드라이해. 호호.” ‘너는 차가웠고,/나는 뜨거웠고,/그리고 너를 잊기 위해 만난/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미지근한 남자들./내 인생의 위험한 태풍은 지나갔다…내일은 전국이 흐리고,/나는 샴푸를 사러/나갈 것이다’(시 ‘일기예보’에서) 남북한 정치현실을 풍자한 시들도 눈에 띈다. ‘할아버지도 돼지./아버지도 돼지./손자도 돼지.//돼지 3대가 지배하는 이상한 외투의 나라.//꽃 속에 파묻힌 아버지를 보며/꼬마 돼지가 눈물을 흘린다’(시 ‘돼지의 죽음’에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시인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북한 관련 뉴스가 이어지던 그때 시인은 노모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시를 썼다고 했다. 그가 서른셋에 펴낸 시집 ‘서른…’은 20년 가까이 그를 따라다니는 영광이자 상처다. 그의 도발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담론은 당시 운동권을 들끓게 만들었다. “제가 갖고 있는 도발적, 냉소적 이미지는 사실 출판사가 마케팅 과정에서 만든 이미지예요. 책은 많이 팔렸지만 제 문학은 끝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죠.” 386세대의 대표적 시인으로 불리지만 정작 최 시인은 386세대란 말을 안 좋아한다고 했다. 1980년대, 자신의 20대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고, 치유하지 못한 상처도 남았단다. 그런 그가 계간 ‘문학의오늘’ 여름호부터 자신의 20대를 담은 자전적 소설 연재를 시작한다. “더 잊기 전에 쓰려고요. 1980년대 후일담 소설들은 대개 집단의 의지나 경험에 초점을 맞췄지만 저는 저 개인의 경험을 얘기하고 싶어요. 어떤 면에선 개인의 기억이 집단의 기억보다 정확하다고 믿거든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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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에 실려 떠다니는 비닐봉지 하나, 우리와 어찌 그리 닮았나

    흰 비닐봉지 하나 바람에 실려 떠다닌다. 스치듯 바닥을 훑고 미끄러지다 훌쩍 날아올라 춤을 추곤 이내 자맥질한다, 아니 다시 떠오른다. 온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을 거는 비닐봉지 하나.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떠다니는 우리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나. ‘이달에 만나는 시’ 4월 추천작으로 장옥관 시인(58·사진)의 ‘춤’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문학동네)에 수록됐다.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시인이 추천에 참여했다. 시는 길가에서 본 비닐봉지에 착안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에서 끄집어낸 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크리스 쿠퍼)의 아들인 리키(웨스 벤틀리)가 촬영한 것으로 영화 속에서 소개되는 ‘비닐봉지 비행’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아 시를 썼다고 시인은 말한다. “비닐봉지가 떠다니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해졌어요. 슬픔이 정화되는 것 같았죠.” 시인은 한걸음 더 그 의미를 확장한다. 팔다리도 없이 몸통만 있는 비닐봉지가 춤을 추는 것은 하나의 환상과도 같다는 것, 우리 머릿속도 그런 부질없는 환상으로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에 ‘사랑’ ‘불안’ ‘헛것’과 같은 시어가 나오는 이유다. 이건청 시인은 “미세한 현실이거나 사물들 속에 깊이 침잠해서 찾아낸 근원적 시적 자아의 모습을 만난다. 사유와 감각이 일체화된 말들이 부드럽게 읽히지만 그 속에 강한 긴장이 내재되어 있다”며 추천했다. “그의 시는 몸의 밀봉을 뚫고 새나오는 말들의 방류 사태다. ‘몸이 말을 벗는 것’ 혹은 ‘비언어적 누설’이다. 결국 숨기고자 했던 진실을 이미지나 징후들로 무심코 세상에 쏟아낸다.” 장석주 시인의 추천평이다. 손택수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말의 건반을 누른다는 것은 건반 위의 허공을 들어올리는 것과 같다. 시의 음역은 거기에서 탄생한다. 장옥관은 생과 우주에 연결된 키보드를 건반처럼 다룰 줄 아는 시인이다. 말과 말 사이의 터치가 그 자체로 눈부시다.” 이원 시인은 황혜경 시인의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문학과지성사)를 추천하며 “오랫동안 시를 지독히도 사랑했던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강약 사이에 만들어진 ‘느낌 씨’의 음계는 두려움을 관통한 활시위를 닮았다”고 평했다. 김요일 시인은 주하림 시인의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을 추천하며 이렇게 평했다. “슬픈 분 냄새를 풍긴다. 거침없는 성적 수사와 싸구려 포르노의 스틸 컷 같은 이미지 사이로 빛나는 ‘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의 파편은 눈멀도록 찬란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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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문인들, 무크지 ‘한국가톨릭문학’ 선보여

    “‘인간시장’으로 벼락출세를 하며 ‘80년대의 전설’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시샘, 질투, 미움을 견디지 못하고 투정을 하면 말없이 등을 토닥거리며 곱게 웃어준 김수환 추기경님은 내 영혼의 대스승이었다.”(소설가 김홍신) “겨울 새벽의 성당 가는 길은 그것으로 축복이었습니다. 하루 전부의 기쁨일 때도 있었어요.”(신달자 시인) 가톨릭 신자 문인들이 문학을 통해 영성과 사랑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잡지를 펴냈다. 한국가톨릭문인회가 창립 50여 년 만에 최근 선보인 무크지 ‘한국가톨릭문학’(사진)이다. 창간호에는 홍윤숙 김남조 허영자 시인을 비롯한 시인 37명이 신작 시를 담았고, 유홍종 노순자 구자명 소설가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오정희 신달자 김원석 이승하 시인이 자신의 신앙 체험을 주제로 좌담을 펼쳤고, 김홍신을 비롯한 문인 5명의 에세이도 실렸다. 김종철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은 “현재 회원은 450여 명으로 매년 한 번씩 무크지를 낼 계획”이라며 “교리나 신앙에 국한한 것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삶에 귀를 기울이는 문학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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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설주문학상에 문덕수 시인

    문덕수 시인(85·사진)이 제3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아라의 목걸이’(시문학사). 상금은 2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0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다. 시인 이설주(1908∼2001)를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며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 후원한다.}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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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애문학상에 소설가 손홍규

    소설가 손홍규 씨(38·사진)가 제6회 백신애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문학과지성사). 제2회 백신애창작기금은 김은령 시인(52)의 시집 ‘차경’(황금알)에 돌아갔다. 시상식은 5월 4일 오후 3시 경북 영천시 완산동 영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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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짱 시인’ 소문난 오주리-주하림-이혜미 씨의 ‘시인으로 사는 법’

    《 오주리 시인(38)은 지난 한 해 오로지 시 창작에만 집중했다. 철마다 문예지에 원고를 보낸 그가 1년 동안 고료로 받은 돈은 50만 원 남짓. “고료 대신 무료 정기구독을 권하는 경우도 있어요. 결국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죠”라며 웃었다. 이혜미 시인(25)은 “저도 등단 이후 2년간 고료 대신 정기구독한 적이 많았다”며 거들었다. 주하림 시인(27)도 끼어들었다. “저는 (돈) 없으면 쌀이라도 보내라고 그랬어요. 원고를 주면 고료를 줘야죠. 시 한 편에 3만 원도 받고, 10만 원도 받는데 저는 딱 금액만큼 좋은 시를 보내요.” 돌발 발언에 시인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 시인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다. 재판 찍는 시집이 드물고, 고료를 안 주는 문예지도 많다. 시만 써서는 1년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든 현실이다. 주 시인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가장 비자본적인 논리로 살아간다”고 했다. 시인들의 삶이 궁금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교동에서 이혜미 주하림 오주리 시인을 만났다. 이 시인은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주 시인은 2009년 창작과비평 신인상, 오 시인은 201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을 냈거나 준비 중인 이들은 계간 ‘문학의 오늘’ 봄호에서 ‘기대되는 젊은 시인’으로 나란히 조명됐다. 작품성뿐 아니라 빼어난 미모로 시단에서 회자되는 시인들이기도 하다. 발언들은 봄볕처럼 밝고 유쾌했다. 이들은 등단도 어렵지만, 첫 시집을 내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한다. 주 시인은 지난달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을 펴냈다. 출판 뒤 처음 든 생각은 “방이 많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시집을 내면 지인들에게 책을 돌리기 위해 보통 100, 200권 사서 쌓아두기 때문.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혼자 보던 시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니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첫 시집은 각별하다. 주 시인은 한 대형 서점에 갔다가 이성복과 기형도 시인의 책 사이에 자신의 시집이 전시돼 있는 것을 봤다. “‘우성복, 좌형도’라니 정말 감동했어요. 제가 동경하는 분들을 거느리다니. 하하.” 2011년 첫 시집 ‘보라의 바깥’(창비)을 펴낸 이 시인은 어땠을까. “왜 엄마가 애 낳고 나서 제일 먼저 손가락, 발가락 확인하잖아요. 저는 시집 나오자마자 오탈자부터 살폈어요. 호호. 문예지에 발표하면 시가 사라져버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시집은 그렇지 않아 좋았죠.” 오 시인은 수험생 같은 처지다. 한 출판사에 60편 정도의 시 원고를 넘기고 첫 시집 출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란 말로 거절 통보를 해와요. 이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과 달리 시집은 보통 여러 작가를 소개하는 시인선(詩人選)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출간된다. 고정된 디자인 틀이 있어 본인만의 개성을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젊은 시인들은 책날개에 들어가는 시인 사진에 신경을 쓴다. 덥수룩한 머리와 꾀죄죄한 얼굴, 심지어 담배나 술잔을 들고 찍던 일부 선배들과 달리 이들의 프로필 사진은 아이돌 그룹이나 모델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아이돌’ ‘여신’이란 호칭도 붙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외형만 보면 불편해요. 시랑, 시인이랑 동일시하는 것도 우매한 일이죠. ‘시도 야하게 쓰는데 옷도 야하게 입네’란 말을 들으면 그냥 ‘바보구나’ 하고 넘겨요.”(주 시인) “조그만 문단에서 예쁘냐, 아니냐 얘기하는 것 자체가 웃긴 것 같아요.”(이 시인) 창작의 고통과 생활의 빈곤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시인의 삶. 이들은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시 때문에) 삶을 망칠까 봐 두려울 때는 있어요. 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인데 이런 개념이 없으니…. 생각이 많아요.”(주 시인)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한길만 걸어왔죠. 저는 시가 저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이 시인)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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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펴낸 석영중 고려대 교수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증오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악역은 대부분 프랑스풍 옷을 입고, 프랑스어를 하며, 프랑스 음식을 먹는다. 프랑스 자체에 대한 증오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식 상류문화에 푹 빠진 러시아 귀족 계층에 대한 혐오의 표현이었다. 최근 국내에 영화가 개봉돼 다시 관심을 끈 그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그렇다. 안나의 부도덕한 오빠 스티바와 그의 양심적 친구인 레빈이 함께한 고급 레스토랑 식사 장면을 보자. 스티바는 온갖 프랑스 고급 요리를 주문하지만 레빈은 웨이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양배춧국과 죽을 제일 좋아하지만 여기에 그런 것은 없을 테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러시아 서민이 먹는 양배춧국을 언급하며 귀족의 허영을 조롱한 것이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54)가 펴낸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사진)에는 러시아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음식에 얽힌 뒷얘기가 가득하다. “음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소통의 통로다. 작가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서도,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석 교수의 설명. 책에선 톨스토이를 비롯한 19세기 러시아 문호 12명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특정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함의를 끄집어낸다. 안톤 체호프(1860∼1904)가 1899년 발표한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 바람둥이 유부남 구로프가 정숙한 유부녀 안나와 호텔방에 들어가 수박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체리나 딸기 같은 달콤한 과일이 아니라 먹으면 과즙이 뚝뚝 떨어지고 씨도 뱉어야 하는 수박이라니. 여기엔 구로프가 안나를 대하는 진의가 숨어 있다. 진정한 사랑보다는 하룻밤 유희의 상대자이니 조심스러운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이다. 음식에 얽힌 작가 얘기도 흥미롭다.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을 저녁까지 미루지 말라”는 말을 남겨 식도락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정작 구운 감자나 잼 같은 평범한 음식을 즐겼다.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은 엄청난 대식가였는데 금식과 폭식을 반복하다 결국 거식증으로 죽었다. 석 교수는 러시아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을 뇌과학으로 분석한 ‘뇌를 훔친 소설가’(예담·2011년)에 이어 음식을 소재로 문학에 접근했다. “문학이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들이 많아요. 대중에게 손쉽게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 나온 책들이죠. 앞으로도 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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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빕니다, 제주도 바람의 신이시여… 바닷속 해녀엄마 꼭 지켜주세요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집하는 해녀. 차갑고 거친 바다에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뛰어드는 그들의 삶은 척박한 제주도민의 삶 그 자체였다.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제주 해녀들은 영등신(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의 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굿을 벌인다. 영등굿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시 건입동에서 열리는 칠머리당 영등굿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칠머리당 영등굿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녀 엄마를 둔 영이는 영등굿을 설레며 기다린다. 엄마와 아줌마들이 제물을 구하려 바다에 뛰어드는 것을 신기하게 관찰하던 영이는 영등굿을 한바탕 잔치로 여겨 들뜬다. 하지만 정작 굿이 열리자 영이는 엄마를 비롯한 해녀 아줌마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진심 가득한 기도를 듣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영이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영등굿의 진행 과정을 영이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해녀와 전통 굿에 대해 얘기하기 좋은 책. 제주의 억센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선 굵은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최미란 씨는 ‘돌로 지은 절 석굴암’으로 201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을 받은 실력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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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부패 척결의 영웅’ 시진핑 신화 30년전에 시작됐다

    요즘 이 사람 안 보고 살기 힘들다. 매일 뉴스에 그의 행동과 발언이 거의 실시간으로 소개된다.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習近平·60) 얘기다. 시진핑은 14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됐다. 당·정·군을 장악해 명실상부 중국 최고의 권력자에 오르며 ‘시진핑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는 ‘후 주석의 황태자’로 불리는 리커창이 유력했다. 하지만 2007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단에 시진핑이 권력서열 6위로 진입하며, 리커창(7위)을 제쳤다. 국내 언론이 시진핑에 본격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시진핑이 얼마나 오래도록 음지에서 ‘대권’을 꿈꿨으며, 중국 인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진핑을 모델로 한 정치소설이다. 아직 중앙 정치에 입문하지 못했던 30여 년 전 젊은 시진핑을 그린다.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한 시진핑은 1982년 허베이 성 정딩 현에서 지방근무를 시작한다. 소설은 30대 초반의 젊은 시진핑이 현 서기로 부임한 뒤 비리와 관료주의에 물든 토착세력을 개혁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시진핑의 정딩 현 서기 시절에 대한 기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1986년 이 책을 발표했고, 제1회 ‘인민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같은 해 중국중앙(CC)TV가 12부작 TV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 놀라지 마시라. 시청률은 무려 92%였다. 중국 인민에게는 이미 약 30년 전에 시진핑이 겸손하고, 개혁적이고, 추진력 있는 차세대 지도자로 각인됐던 것이다. 소설의 구조는 단순하다. 베이징에서 온 젊고 유능한 새 서기 리샹난(시진핑)은 쏟아지는 민원 해결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관리들을 색출해 징계한다. 부패 관리의 수장 격이자 부서기인 구롱은 리샹난에게 불만을 품은 관리들을 모아 반격에 나선다. 리샹난이 기존 관리들의 성과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상부에 상소를 올린 것. 결국 리샹난은 파면될 위기에까지 몰린다. 리샹난이 보여주는 정치는 거의 이상향에 가깝다. 수년 동안 해결이 안 됐던 민원을 단 3일 만에 처리하거나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의 하소연에 일일이 귀를 기울인다. 외압이 있어도 꿋꿋이 소신을 지킨다. 심지어 리샹난은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너무 완벽한 인물이기에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정도. 게다가 비슷비슷한 부패 척결 사례들이 연달아 이어져 나중에는 지루하다. 이 소설은 소설 외적인 것에서 재미를 느껴야 할 듯하다. ‘중국인의 눈에는 지금도 시진핑이 리샹난으로 보일까’ ‘리샹난의 결단력과 개혁적 성향이 지금의 시진핑에게서 나올 수 있는가’ 등의 생각을 떠올리면서. 어쨌든 범람하는 시진핑 관련 서적 중에서 중국 인민들에게 시진핑이 어떤 인물로 각인돼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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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원 “한점 한점 보석을 새기듯… 소설가 이전에 나는 시인”

    소설가 한승원(74)은 사실 시인이기도 하다. 첫 시집 출간 이후로만 따져도 시력(詩歷) 20년을 훌쩍 넘는다. 1991년 첫 시집 ‘열애일기’를 낸 그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시도 놓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서정시학·사진)을 펴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선 굵은 장편들을 선보였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모두 소설로 받은 상들이다. 20년 넘게 시를 썼지만 그는 시단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도, 작은 시문학상도 받지 못했다. 섭섭하지는 않을까. “독자나 평론가들이 저를 소설가로만 얘기하지 시인으로서 얘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작업들이 언젠가는 이뤄지겠죠.” 그는 학창 시절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비록 소설로 등단해 소설가가 됐지만 시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건강이 안 좋아 소설을 쓸 수 없는 시기에 우연히 시를 다시 쓰게 됐다. “시를 쓰는 것은 삶에서 한 점 한 점 ‘보석’을 새기는 것과 같아요.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사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고향의 앞바다와 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의 이치를 읊조린다. ‘소주 몇 잔으로 벌겋게 취한 노을이/사라지고 수묵 색깔의 땅거미가/내리는데 먼 바다에 물새처럼 동그마니 앉은 무인도에 번하게/치자 빛깔의 까치노을이 뜬다, 나도 사라질 때 저 빛깔이고 싶다…언제 어느 때든지 새 문장은 한 개의 마침표에서부터 시작된다//이 세상 다녀가는 것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시 ‘서시(序詩)’에서) “우주를 아름답게 색칠해가는 마음으로 시집을 펴냈다”는 작가. 농밀해진 그의 시편들에서 삶을 관조하는 편안한 연륜이 느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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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김충규 시인 1주기 맞아 유고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출간

    김충규 시인(1965∼2012)은 생전 ‘낙타 시인’으로 불렸다. 그의 시편에 낙타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외로이 사막을 걷는 낙타 같았기 때문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2003년 출판사 문학의전당을 차린 뒤 시집과 계간지를 왕성하게 펴냈다. ‘1인 출판’을 하며 격무에 시달렸던 그는 지난해 3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떴다. 과로가 이유였다. 그가 떠난 지 1년. 고인의 유고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문학동네·사진)이 출간됐다. 유족은 유품을 정리하다 시집 한 편 분량(총 59편)의 원고 뭉치를 발견했다. “시집을 내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고인이 남기고 간 원고였다. 유족과 문우들은 원고를 정리해 1주기에 맞춰 이번에 유고시집을 펴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뚜벅뚜벅 서쪽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지 못하지만/꼭 봐야 할 건 아니지/잠자면서 잠꼬대를 종달새처럼 지저귈 때/바람 매운 날 이파리와 이파리가 서로 입술을 부비듯/한껏 내 입술도 부풀지/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시 ‘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에서) 고인은 영면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문우들은 치열했던 그의 삶을 기억한다. 후배인 이재훈 시인은 시집에 실린 추모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막을 홀로 터덕터덕 걷는 낙타의 상징을 온몸에 분칠한 채 시에 온 생을 밀어 넣는 모습에서 시인의 가장 매력 있는 순간을 언뜻 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행복을,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았다. 아름답게 그려냈지만 종내 남는 것은 아픈 말들이었다.’ 김충규 시인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그대로 유고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이 됐다. ‘허공에 바치는 시를 쓰고 싶은 밤이다. 비어 있는 듯하나 가득한 허공을 위하여. … 소멸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다. 소멸 이후에 대해, 그 이후의 이후에 대해… 구름이란 것, 허공이 내지른 한숨… 그 한숨에 내 한숨을 보태는 밤이다.’(2012년 1월 16일 밤 10시 25분)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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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만 베스트셀러 ‘퇴마록’ 저자 이우혁, 3월 말 ‘퇴마록 외전’ 펴내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48)은 자료를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 한번 읽은 책을 휙 던져놓아도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천재 과 아니냐”며 아이큐(IQ)를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천재들의 모임이라는) 멘사 테스트는 거의 다 푼다”며 웃었다. 소설도 그랬다. 희곡 몇 편을 쓴 적이 있었지만 소설 창작을 배운 적은 없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스물여덟에 쓴 첫 번째 소설 ‘퇴마록’을 1993년 7월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들은 예상 밖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이듬해 책으로 나왔고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나뉘어 2001년 총 19권으로 완간됐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인세만 따져도 100억 원에 이른다. ‘퇴마록’은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 ‘본격 대중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일부 마니아에게만 수용됐던 판타지의 저변을 대중으로 확장시켰다. 총 판매량 1000만 부에 이르는 ‘퇴마록’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 20년을 맞았다. 이우혁은 이를 기념해 이달 말 ‘퇴마록 외전-그들이 살아가는 법’(엘릭시스·사진)을 펴낸다. 12년 만에 재개되는 퇴마록 발간 소식에 팬들은 들썩이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총 3부작으로 퇴마록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공개한 것. 1000만 작가의 집필실은 책장 하나와 책상 2개, 2인용 소파가 가구의 전부였다. 고시생 방처럼 협소했다. “외전 구상을 한 지는 오래됐어요. 본편에선 인물들의 목숨 건 싸움을 그리는데 소소하고 인간적인 것들도 쓰고 싶었죠. 하지만 당시 출판사(들녘)에서 ‘본편 내기도 급한데 왜 그런 걸 쓰느냐’고 해 결국 접었죠. 외전을 쓰며 초창기 순박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어요.” 외전에는 200자 원고지 200장 내외의 에피소드 5개가 실린다. 박 신부와 현암, 준후가 처음 같이 생활하면서 겪는 일, 준후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겪는 일, 현암과 승희의 로맨스 등이다. “팬 서비스 성격”이라며 그는 웃었다. ‘퇴마록’은 성공했지만 작가에게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그에겐 ‘왜란종결자’(약 150만 부) ‘치우천왕기’(약 40만 부)를 비롯한 다른 히트작도 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퇴마록’뿐이라는 것. 그런데 왜 또 영화를? 작가의 설명은 이랬다. ‘퇴마록’은 1998년에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배우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가 출연한 작품이다. 당시 서울 관객 40만 명을 넘기며 선방했지만 이우혁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영화가 잘 나왔으면 책은 2000만 부를 넘겼을 겁니다. 영화에 실망한 사람들은 제 소설을 찾아보려 하지 않아요. 요새는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작의 실패를 덮을 수 있는 새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시나리오는 직접 쓰고 있다. 20여 년 전 작품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등장하는 ‘현대화’ 과정을 거치고 있고, 현재 제작사 몇 곳과 영화화를 타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우혁은 곧 신간 집필에 나선다. “종교, 신화, 인문학, 역사학, 생물학, 지질학을 아우르는 ‘40만 년의 우주사’로서 성경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신작 설명을 듣다 보니 좁은 그의 원룸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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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총독관저, 명당 막아라”… 한 지관의 경복궁 사수작전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서울 한복판에 세운 건물들. “치욕의 역사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개는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철거됐다. 1995년 경복궁 안의 조선총독부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2008년 서울시청도 일부 철거됐다. 이들 건물에 앞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물이 있었으니 1993년 8월에 철거된 조선총독부 총독관저(옛 청와대 관저)다. 20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총독관저는 1939년에 세워졌다. 일제 말기 총독 세 명이 살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6명의 대통령이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했던 곳.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이곳이 오래전부터 ‘흉가’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곳을 거쳐 간 총독이나 대통령의 말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풍수지리학적 지식을 곁들여 관저 건립을 둘러싼 흥미로운 팩션을 완성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관저 터가 과연 명당일까, 흉지일까’ ‘왜 경복궁 밖에 관저가 지어졌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가득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서울 남산 왜성대에 총독관저가 있던 1930년대 중반. 총독은 ‘생명의 집을 지어라’는 모친의 편지를 읽고, 새 총독관저 터를 찾는다. 이름 난 지관들을 모아 경복궁 내에서 터를 찾게 한다. 조선 최고의 실력을 가진 김 지관은 고민한다. 제대로 된 명당을 알려주면 지관의 본분은 다하지만 조선 백성의 본분은 저버리게 되는 것. 그는 역시 지관이었던 부친이 앞을 내다보고 남긴 비밀 메모를 발견한다. ‘비책은 경복궁의 금원(禁苑), 금지된 정원이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주문. 그는 이를 토대로 총독관저를 흉지인 경복궁 밖 정원에 짓게 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명당을 찾으려는 총독과 흉지로 유도하려는 김 지관의 두뇌대결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다채로운 풍수지리학 지식이다. 경성(서울)은 여성의 하복부 모양이고, 경복궁은 자궁의 가장 깊숙한 곳이라는 것. 그 자궁의 가장 핵심인 경복궁 후원 수궁 터가 관저로 적합하다고 김 지관은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지관들은 다른 곳을 추천하고, 총독도 고심한다. 여기에 일본에서 온 풍수사의 이론까지 가세하며 명당에 대한 논리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명당은 결국 지관이나 풍수사의 세 치 혀에서 탄생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싸움이다. 풍수를 둘러싼 숨 가쁜 갑론을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술술 책장을 넘길 정도로 소설은 재미있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많아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무엇보다 이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진 총독관저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집중한 작가의 주제 선택이 탁월하다. 다만 책장을 덮고 나면 몇몇 중요 인물이 단지 작가가 소설적 재미를 위해 넣은 소모품처럼 느껴진다. 통역사인 ‘세린’이나 세린을 연모했던 일본 관리 ‘하루키’가 그렇다. 이들이 총독이나 김 지관과는 달리 너무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탓에 작품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듯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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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性에 눈떠 가는 청소년을 위한 눈높이에 맞춰 쓴 性교육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자녀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모는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어릴 적에야 대충 둘러댈 수 있지만 좀 더 자라 제법 진지하게 질문을 해온다면 피할 수 없다. 이 책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독일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20만 부 넘게 판매된 성교육서. ‘성적 흥분은 선천적이지만 성은 학습해야 된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청소년이 실생활에서 접하기 시작하는 손잡기, 키스, 첫 경험, 피임 등에 관한 얘기를 풍부한 사례와 이론을 접목해 풀어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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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작가’에 백무산 시인

    백무산 시인(58·사진)이 한국작가회의 산하 민족문학연구소가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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