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안따져본 한강개발, 서울시 협력없인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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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정부가 서울 한강을 관광지로 바꾸는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가운데 현 정부 실세 장관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경을 중시해온 박 시장이 한강 개발에 반대하거나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최 부총리와 마찰을 빚으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은 물론이고 서울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인 만큼 최 부총리와 박 시장이 협력해 ‘윈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 30년 만의 한강 개발, 둔치 구역별 차별화

기재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한강 개발계획인 ‘한강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영국 런던 템스 강이나 프랑스 파리 센 강을 모델로 삼았다.

특히 정부는 템스 강 프로젝트가 1990년대 영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준 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경제 도약을 위해 템스 강 인근을 관광명소로 조성하기로 하고 강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대관람차인 ‘런던아이’,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재단장한 ‘테이트모던 박물관’ 등을 건설했다. 그 결과 템스 강 일대는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명소가 됐다.

한강 마스터플랜에도 이처럼 둔치 구역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시설을 만들고 공연을 할 때 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정부는 소형 선박으로 여러 개의 유람선을 만들어 유람선 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선착장에 쇼핑시설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한강 주변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놀이시설이나 박물관을 짓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 계획은 박 시장이 폐기한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는 다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변에 대규모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용산역 철도차량기지 일대를 복합단지로 바꾸는 등 대대적 개발이 중심이 됐다. 반면 이번 계획은 환경과 생태 보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박 시장의 한강 관련 구상과 큰 차이가 없다. 기재부는 마스터플랜의 큰 방향을 설명하면서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시켜 생태거점을 복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사업 성패는 최경환-박원순 협력 여부에 달려

한강 마스터플랜의 구체안은 대부분 서울시의 동의가 필요한 계획이다. 계획안이 실현되려면 박원순 시장의 협력이 필요하다.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온 박 시장이 이번 계획이 개발 쪽에 치우쳐 있다며 구상 자체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오 전 시장의 대표적 개발 프로젝트인 세빛둥둥섬 사업을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반대의 뜻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세빛둥둥섬은 2011년 5월 완공되고도 다음 달에야 전면 개장한다.

일단 다행스러운 점은 서울시 측이 한강 마스터플랜에 대해 정부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마스터플랜의 내용들이 서울시가 연초에 발표한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과 크게 차이가 없다”며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가 한강 마스터플랜에 소요되는 예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 기재부는 한강 개발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아직 추정조차 못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1∼6월) 서울시와 협의해 개발 마스터플랜을 완성해 봐야 사업 규모에 따른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 및 기반시설과 관련된 돈은 공적 영역에서 대고 수익사업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 조달한다는 원칙만 세워둔 상태다.

이 원칙에 따라 서울 강남북 지역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 건립비, 육교 건립비, 나들목 확장비, 안전 관련 각종 시설 건축비, 강 주변 조경사업비 등을 정부나 서울시가 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재정에서 많이 지원이 돼야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서비스 대책에 정부 재정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밋빛 계획만 있을 뿐 돈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벌써부터 감지된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황인찬 기자
#최경환#한강#마스터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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