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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혼란이 심화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마이 웨이’를 가속화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하야(下野) 요구를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나섰고,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부산) 엘시티 개발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이 사건을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시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어 ‘조사를 최대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뒤 몸을 한껏 낮췄던 친박계도 장기전에 대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이정현 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아무 대안 없이 지도부가 그냥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를 겨냥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시간이 흐르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야권은 본격적인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추미애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민주당은 18일 당 차원의 시국집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열고 19일에는 서울시당이 주도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검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형사소송법상 지위를 피의자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당 차원에서 19일 촛불집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도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열 예정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등은 19일 서울 등 전국 100여 개 시군에서 4차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노동탄압 분쇄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는 12일 촛불집회 때보다 많은 1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권기범 기자}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하야는 없다면서 검찰 조사를 늦추는 ‘반격’에 나서자 야권은 16일 “대통령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결국 특검도 나가야 하니 검찰 조사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도 보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이 순천자(順天者·하늘에 순종하는 자)의 길을 가지 않고 역천자(逆天者·하늘에 거역하는 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당 농성장을 찾아 “(박 대통령이) 정말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을 주장한 문 전 대표는 “(스스로 조사받겠다는) 약속조차 뒤집는다면 100만 촛불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 즉 주범이 박 대통령이란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커녕 탄핵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을 송두리째 유린해 놓고 헌법 뒤에 숨는 꼴”이라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이미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다. 절대 임기를 채우면 안 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은 대통령이 증거인멸 지침까지 짜 맞춘 대응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다 안다”며 “헌정사상 최대 게이트의 몸통 수사 없이 어떻게 정리가 되고, 매일 새로운 의혹이 나오는데 서면조사로 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검찰은 어떻게 하든지 포괄적 뇌물죄만은 피하자고 하지만 전례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그랬다”며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압박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격 양자회담을 제안해 청와대와 합의를 해놓고 당내 반발에 못 이겨 취소하면서 ‘최순실 정국’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반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13시간 50분 만인 오후 8시 20분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8·27 전당대회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발표했다가 당 안팎 반대 여론에 취소한 이래 두 번째 흠집이 난 셈이다.○ “대표 마음대로?” 거센 반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추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민주당은 당초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회담이 예정된 15일 의총을 열기로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날 오후 4시로 의총을 앞당겼다. 추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단독 회담) 제안이 나왔고 이를 두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전날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송영길 의원은 “(14일 연석회의에서) 영수회담은 브레인스토밍 차원으로 이야기했고 분명 야3당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렇게 당 공식 절차 없이 급박하게 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의 양자회담 결정 과정에 비선(秘線)들이 움직였다는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은 “어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아무 결론이 없었는데, 이 중요한 결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면 문제다. 이걸 (당내) 비선 라인이라고 하는 거다”라며 “대표 체면 때문에 영수회담 번복하지 않으면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도 “영수회담은 (당내) 공식 의결기구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잘못된 것이다”라며 “이게 분명해지지 않으면 또 다른 (당내) 최순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는 건 촛불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오제세 의원은 “5000만 모두가 아니라는 대통령을 우리가 왜 만나냐. 우리는 공당인데 (이렇게 대표 마음대로 결정하면) 박 대통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상희 의원은 “영수회담을 해 성과가 없으면 19일 촛불집회에서 민주당은 돌팔매를 맞을 거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7시경 의총을 잠시 정회하고 최고위를 열어 추 대표는 양자회담 철회를 밝혔다. 이날 의총 도중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들이 추 대표를 압박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秋, 정국 주도권 노렸지만… 이에 앞서 추 대표의 14일 회담 제안은 당 지도부나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추 대표는 전날 밤 결정하고 당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알렸다고 한다. 이어 14일 오전 6시 반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양자회담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상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추 대표 측은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계속 있었고 대표가 고심을 해오다 12일의 (촛불) 민심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과거 새천년민주당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추 대표와 한 비서실장의 ‘핫라인’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두 사람과 특수관계인 추 대표의 특보단장 김민석 전 의원이 매개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김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를 부인했다. 그동안 정국 수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공을 들여왔던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회담 철회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언제든지 영수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당장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야당을 논의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추가 대국민 메시지 발표 정도다. 시기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가 유력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위가 완전히 실추됐다며 지도부 사퇴 논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내 리더십이 손상됐다. 당에 피해가 올 수도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장택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0만 민심’을 확인한 12일 촛불집회를 계기로 당 차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에 대통령 퇴진 운동을 당론으로 정리했던 국민의당은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며 퇴진 이후 정국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대통령이 빨리 하야하는 길이 정국 수습이다”라며 “국민의 마음은 ‘대통령 때문에 국정 혼란이 빚어진 것이니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하야 결정을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 등 퇴진론을 구체화하는 것에 신중했던 기존 입장에서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당초 추 대표는 대통령이 2선 후퇴하지 않을 경우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단계적 퇴진론’을 펴며 중도층 공략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춰 왔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전날 촛불집회에서 확인한 민심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조사위원장’인 이석현 의원은 “촛불 민심은 한목소리로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한다”며 “언제까지 ‘2선 후퇴’, ‘거국내각’만 요구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 후퇴하라’고 주장했지만 촛불 민심은 ‘손뿐 아니라 발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퇴진을 요구해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탄핵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거듭 자신이 주장해온 대통령의 탈당과 영수회담을 통한 총리 추천 등 4가지 사안을 거론하며 “여기에서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10일 중앙위원회에서 퇴진운동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퇴진 이후 혼란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얘기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박 대통령의 ‘정치적 퇴진’ 선언을 포함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위원장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퇴진은 하야와 탄핵이다. 하야는 대통령께서 결정하고 탄핵은 국회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이후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와대가 탈당 등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영수회담 카드로 맞설 경우 마땅한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은 야권의 고민거리다. 영수회담을 계속 거부하거나 잇따라 장외 투쟁에 나서면 “야당이 국정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지시한 내용을 담은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TV조선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비망록에 월별 일정과 날짜별로 매일 해야 할 일, 수석회의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고, 이 중엔 김 전 비서실장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김 전 비서실장은 2014년 7월 5일 김 전 수석에게 ‘박지원 항소심 공소 유지 대책 수립’,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을 지시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그해 7월 17일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 ‘만만회 고발’이라고 기록됐다. 실제 나흘 뒤인 7월 21일 새마을포럼 등 시민단체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새마을포럼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단체다. 박 위원장은 그해 6월 라디오 방송과 일간지 등과의 인터뷰에서 “언론과 국민, 정치권에서 지금 인사는 비선 라인이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만만회’를 언급했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윤회 씨 이름에서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또 김 전 비서실장은 “5·16에 대한 평가는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애국심을 가진 군인의 구국의 일념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가난했고, 안보 위기 상황이었다. 역사적 평가에 맡길 일이긴 하지만 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알아둬야 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화 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등의 지시사항도 비망록에 적혀 있다고 TV조선은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논란이 된 홍성담 씨에 대해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 조치 강구’라고 적었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다”라고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만약 비망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겹겹이 차단된 폐쇄적 환경 속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외생 변수가 발생했지만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주장하는 장외 투쟁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리스크(위험)’를 거론하며 국회 추천 총리 논의에 들어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여당의 주장도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2일 오후 시간 차를 두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각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원보고대회와 당 주최 집회를 연다.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민중총궐기대회’ 촛불 시위에는 의원 개별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청와대까지의 행진에는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대통령 하야 투쟁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촛불 민심에 기대 거리로 나서는 야당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본격적인 하야 투쟁에 나서야 한다”라는 강경 주문이 적지 않았다.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민주당도 대통령 하야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조사와 별도 특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국회 추천 총리로의 전권 위임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퇴진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주말 대규모 촛불 집회에서 나올 성난 민심에만 기대며 전략 부재 상태인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트럼프 쇼크로 경제와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국정 공백이 길어진다면 야당에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에게는 야당이 대통령의 제안을 차버린 채 무작정 거절만 하는 걸로 비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전체적인 민심은 몰라도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는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박 대통령이 국정 중심에 복귀하는 명분으로 삼는다면 국민은 더욱 분노할 것”이라며 “너무 급하게 가도, 너무 서서히 가도 안 된다. 민의와 함께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워낙 강해 트럼프 당선이 최순실 정국을 덮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트럼프, 최순실은 최순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당이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거국중립내각 논의를 미루는 야당에 당장은 아니지만 수권 정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탈당 주장으로 여당 균열 꾀하는 野 이 같은 당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일단 박 대통령 탈당 문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탈당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던 민주당 추 대표도 어제 ‘대통령 탈당’ 제의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결국) 탈당하면서 세 번째 사과를 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3당 대표가 만나는데 그 당(새누리당)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퇴보다 박 대통령의 탈당이 먼저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탈당은 ‘2선 후퇴’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고 실제 대통령의 탈당으로 당-청 관계가 끊기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붕괴 확률이 높아진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한편 박 위원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언론에 거론되지 않거나, 거론돼도 중요하게 나오지 않는 핵심 인물 4명이 있다”라며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아주 친했다”라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9일 자신이 주장해온 거국중립내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가진 시민사회 인사들과의 대화에서 “(총리의 권한을) 내치와 외치로 구분하는 것은 제가 제안한 거국내각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군통수권, 계엄권,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권 등 (국정) 전반을 거국내각에 맡기고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가진 대부분의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하라는 주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야권 대선 주자 중 거국내각 구성을 가장 먼저 거론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민주당 안팎의 지적에 언급을 자제하다 최근 다시 거국내각론을 꺼내들었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통령이 내치·외치 모두 손을 떼고 즉각 물러나라’며 연일 하야·퇴진 강경론을 편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이날 “제 제안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민심이 요구하는 하야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정도는 가야 민심에 그나마 부응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2선 후퇴 주장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성곤 전 의원(서울 강남갑 지역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의 권한은 박 대통령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므로 자기 마음대로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줄 수도 없다”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은 국회가 탄핵을 추진하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내각 통할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사태’의 수습 방안을 찾기 위해 야당이 요구해 온 조건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시간 벌기용 국면전환 카드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거듭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의 ‘실질적 권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야당도 12일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국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대만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준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차후 (총리)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 그런 취지를 잘 살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야당은 그동안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박 대통령이 이 가운데 사실상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인선을 수용하고, 새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내각 구성 권한을 왜 (총리에게) 넘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실질적 권한이 바로 장관에 대한 총리의 임명제청권”이라며 “총리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 등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지, 박 대통령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앵무새처럼 ‘통할’이라는 말만 하고 갔다”며 “내각 지명권을 주고 청와대가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어렵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은 하야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 자신은 아무 입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 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박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지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인사 60여 명은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참석해 한목소리를 냈다. 영결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공동대표 등 야 3당 지도부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은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 등이 포진한 백남기 투쟁본부가 주도한 행사였지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영결식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떴지만 박 서울시장과 야당 의원 20여 명은 이어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까지 참석해 촛불을 손에 들었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 사퇴하라” 등 구호가 터진 이날 집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철우 의원이 현장에서 집회를 지켜보는 모습이 목격됐다. 야권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민심의 분노가 예상보다 거셌다며 향후 박 대통령 2선 퇴진을 더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민중총궐기대회와는 별도로 장외 전국당원보고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5일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은 ‘제2의 6·10항쟁’의 전조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총리 지명 철회, 2선 후퇴 등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2일이 정권 퇴진 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 발표가 ‘최순실 정국’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날 발표는 악화된 민심의 파고를 넘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고 진솔한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이날 발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하야(下野) 여론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 “야당 요구 전폭 수용할 수도” 김 후보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국정은 단 하루도 멈춰선 안 된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금도 너무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닿는 대로 그것을 (야권에)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전략적 접근을 할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권이 인사청문회 보이콧, 개각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데 대한 복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자신의 진정성으로 야권을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이어 청와대는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몰아치기 인사 발표로 오히려 ‘불통 논란’만 커지자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국정의 양대 축 인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소통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는 오전 10시 반 생중계된다. 지난달 25일 당시 ‘95초짜리 녹화 사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진솔한 사과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검찰 수사 수용과 총리에게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공식화하면 김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야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야권이 요구해온 현안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파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을 여당이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여야 갈등의 ‘해결사’로 ‘개각 역풍’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여야 대표 회담 등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한 뒤에도 야권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탈당 카드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2인 3각 경주’에 야권이 호응한다면 ‘하야 정국’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야권 문제는 야권의 반응과 국민 여론이다. 야권은 김 후보자의 간절한 호소 이후에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직후 “야 3당은 이미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 자격, 주장과 무관하게 국회 인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며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같은 당 금태섭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국면 전환용 쇼’”라고 논평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자를 두고 “버리는 카드”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해 ‘덜컥 개각’을 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 외에도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과 촛불집회는 야권의 투쟁 강도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회 규모가 지난 주말 수준(약 2만 명)을 뛰어넘으면 당 차원에서 하야 요구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일 민주당 의총에선 ‘단계적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우선 요구한 뒤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하야 요구나 탄핵 등으로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우 원내대표가 “정부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밖에서 국민에게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박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단계적 대응론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민 마음에 다가가느냐가 마지막 관건인 셈이다.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3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수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과거 대통령의 검찰 조사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역 대통령은 전례가 없지만 대통령 당선인과 권한대행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이던 2008년 2월 17일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대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당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른바 ‘BBK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당선인을 3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 당선인은 피내사자 신분이어서 피의자 신문 조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며칠 뒤 이 전 대통령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같은 달 25일 취임했다.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 이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조사를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관련해 그해 12월 3일 밤 계엄사령부 육군보통군법회의 검찰부 검찰관이 최 권한대행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방문해 조사했다. 박 대통령 시해 당일 행적에 대한 참고인 조사였다. 조사는 이튿날 오전 1시 반까지 서너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한다. 최 권한대행은 이틀 뒤인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선출됐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62·사진)는 3일 “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상설적인 협의기구와 협의채널을 만들겠다”며 “그런 과정에서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해 협조를 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동력의 원천”이라며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명 절차를 협의하지 않아 야당의 반대로 거국내각 구성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경제, 사회 정책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 부분은 박 대통령에게 ‘내게 맡겨 달라’고 했다”며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고 내치(內治)는 김 후보자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통령도 공감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 탈당 주장에 대해선 “당적 보유 문제가 지속적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경우 총리로서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했다. 개헌 논의 역시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가 이날 밝힌 국정 운영 방향은 야권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야권은 총리 인준 반대 의사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불통 대통령께서 문자로 내려보낸 ‘불통 총리’ 아니냐. 국회를 무시한 채로 지명을 강행한 총리인데, 나머지는 더 언급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무의미한 얘기”라고 일축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여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년을 기리는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2일 출범했다. 추진위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우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사장 좌승희)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한 추진위 출범식에서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관용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부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추진위는 내년부터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기 위한 동상건립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내외 여건과 정치적 상황이 어렵고 어두운 때일수록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혜안과 열정, 청빈의 정신이 절실해진다”며 “대통령님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측은 동상 건립을 위한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공동 부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이낙연 전남지사는 동상 건립 문제 등이 논란이 되자 이날 행사에 불참했으며 언론 인터뷰에서 “(맡을지 말지)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 3당이 2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하면서 총리 인준 논란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회 일정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야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깜짝 개각 발표를 일제히 비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마치 엿 먹으라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개각을 발표했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을 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됐는데,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도 전혀 모르게 일절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개각을 단행했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크게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촛불을 유발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6·29선언을 내놓아도 부족한데 대통령은 4·13호헌조치를 내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86조와 인사청문회법 6조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가 있어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협조 없이는 임명동의안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국무위원(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가 위법이란 지적도 나왔다. 황교안 현 총리가 그만두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총리 후보자 자격으로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를 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부분을 두고서다.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장관 제청권은 국무총리의 권한인데, 아직 국회 인준을 안 받은 상태면 권한이 없다”며 “(총리) 서리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기 때문에 명백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정국 수습을 위해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31일 책임총리로 거론된다는 얘기에 손사래를 치면서 “일할 수 있는 내각 구성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거국중립내각은 하나의 방안일 뿐 그게 목적일 순 없다”고 말했다. 정국 수습을 위한 ‘맞춤형 해결책’을 고민할 시점이지 여야가 정치적인 손익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전 총리는 책임총리가 현실적이라면서 정치인보다는 행정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실무형·관리형’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함께 일했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추천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원숙한 인품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이 이미 닥쳤다는 사실부터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냉정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국내각을 조속히 구성하면 위기 국면 타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회가 전적으로 추천하는 총리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여야의 통 큰 양보 등을 거국내각 구성 과정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거국내각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총리가 뭘 할 수 있겠나. 거국내각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시민들의 촛불의 힘이 얼마나 세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일단 그동안 의존했던 세력으로부터 독립한 뒤 냉정하게 조언할 새로운 참모들부터 구해야 한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비상시국회의’ 구성도 촉구했다.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가’에 대해선 4명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개헌부터 하고 보자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면 개헌을 통해 구성될 새로운 정부 형태를 시험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기로 하자 야당은 ‘선(先) 검찰 수사, 후(後) 거국내각 논의’를 주장하며 한발 빼는 분위기다. 거국내각 주장은 청와대와 여당이 교감한 결과로, 야당을 끌어들여 현 정국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게 하려는 ‘불순한 속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이 끝난 뒤 야권 주도로 수습책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30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제 와서 오물 같은 그런 데다 집을 짓겠단 말인가”라며 “거국내각을 운운하는 것보다 해야 할 것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한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야당도 국정 실패의 공동책임자가 되면서 여권의 프레임에 말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선출 권한’을 모두 내려놓겠다는 선언이 선행돼야 비로소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거국내각 구성 촉구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의구심을 보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최순실 씨 귀국 전과 귀국 후의 상황은 구분돼야 하고 선 검찰 수사와 대통령 탈당, 후 거국내각 논의를 촉구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의 기류는 엇갈렸다. 거국내각 구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날 “추 대표가 오늘 우리 당의 입장을 잘 정리해 주었다”며 “문 전 대표는 이 엄중한 상황을 국민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속도 조절을 했다. 당 일각에서는 거국내각 구성과 관련해 당이 큰 줄기를 잡지 않고 그때그때 대응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자신의 팬클럽인 ‘국민희망’ 비상시국 간담회에서 “보도에 따르면 외국 정부들은 박 대통령을 더 이상 책임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외교까지도 총리 및 내각으로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촉구하며 내치는 물론이고 외치까지 책임총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날 전남 강진에서 열린 ‘강진일기’ 북콘서트에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총리가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며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에서 후속 대책은 물론이고 개헌 논의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돼 버린 상황”이라며 “스스로 거국내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다음 달 12일 서울 민중총궐기 대회 참석을 예고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마비 우려가 커지자 전직 국회의장 등 여야 정치 원로들이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30일 전격 회동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2선 후퇴하고, 책임 총리에게 국정을 맡겨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주말 동안 정치, 시민사회 원로 등을 잇달아 청와대로 초청해 정국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당 출신인 박관용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야당 출신인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국민의당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등 7인은 이날 조찬 회동을 했다. 회동을 제안한 박 전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라며 “그렇다고 대통령 하야 등 헌정 중단은 나라만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원로 회동에선 사태를 수습하려면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통치하려 해선 안 된다, 국가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 있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했다. 정 고문은 “박 대통령을 치지도외(置之度外·내버려 두고 상대하지 않음)해야 하는 게 해법의 원칙”이라며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은 있되 없는 것처럼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상의해 새 국무총리를 결정하고, 총리에게 국정의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선 여당 출신 원로들이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형오 전 의장은 “국회에서 총리를 뽑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가 “(여소야대 상황인데) 야당에서 선임하게 하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하자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당 지도부에 이 같은 여야 원로들의 뜻을 전달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야당에서도 책임 있게 논의에 참여해야 빨리 수습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박 대통령은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들을 청와대로 긴급 초청해 파문을 수습하고 사실상 마비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상임고문 33명 가운데 김수한 박관용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세기 신영균 김용갑 전 의원 등 6명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을 시작하며 참석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한 시간여 진행된 면담에서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에게 “왜 직언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느냐”라고 지적하며 한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가가 위기 상황인데 국정 중단 없이 문제를 수습하려면 대통령이 모두 버리는 자세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며 “필요하면 대통령 본인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에 박 대통령은 “걱정이 많이 된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안다”,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시급히 수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여러 차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면담을 끝내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30일에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홍구 고건 전 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세중 변호사 등 시민사회 원로 10여 명을 비공개로 만나 조언을 구했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지시에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90분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을 위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번 의원총회 얘기와 야당에서 매일 하는 회의내용 등까지 종합해 가감 없이 여론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검사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당사자(최순실)가 빨리 들어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본인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당내 분위기가 어떤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며 “최 씨의 국내 송환 등 요구에도 대통령이 ‘잘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도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정치 원로들에게 최근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자문을 했다.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한 것도 ‘청와대 오더에만 움직이는 대표’란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전면 인적 쇄신을 안 하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최순실 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다간 악화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수석 일괄 사표 지시를 내린 만큼 늦어도 주말을 기해 인적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된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다수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선거 때는 박 대통령 사진을 걸어놨던 사람들이 탈당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을 중단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최순실 등 부역자(국가 반역에 가담 및 동조한 사람)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4년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도입하자는 새누리당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 대상, 범위,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상설 특검으로 해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고를 수 없다”며 “(2014년) 박지원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 야당의 ‘박(朴) 남매’가 만든 상설 특검을 자신들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어서 특검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낳은 ‘거국중립내각’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거국중립내각은 내각 총사퇴에 이어 현 정부 남은 임기를 이끌 총리와 중립내각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권력의 근원인 ‘국무위원 인사권’을 포기하라는 2선 후퇴 요구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정치적 탄핵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거국내각 구성 요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민평연’은 28일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협의로 책임총리를 임명하도록 하자”며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미래 권력 vs 현재 권력 거국내각은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26일 처음 공론화했다. 여기에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6, 27일 연이틀 긴급성명을 내며 동조하면서 세가 커졌다. 이후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비슷한 주장을 이어가면서 미래 권력(여야 대선 주자) 대 현재 권력(박 대통령)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거국내각이란 크게 현 대통령은 외치를 맡고 총리가 내치를 맡는 통치 구조 형식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가깝다. 총리를 현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총리가 내각 구성의 전권을 쥐는 방법과,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및 내각 구성의 전권을 주고 여야가 합의를 통해 뽑는 방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현재 거국내각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국회에서 총리와 내각을 선출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되 내년 12월 19일 대선 때까지 실험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해보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른바 개헌을 염두에 둔 거국내각이다. 김 교수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가 됐든 원외가 됐든 새 총리를 중심으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대선까지의) 1년 4개월 동안 국정을 운영해 공동 책임을 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이번 사태로 절감했다고 해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무조건 개헌하자고만 하지 말자는 얘기다. 김 교수는 “정말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인지를 이 기회에 한번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면 지금의 국정 동력도 살리면서 개헌을 위한 담론도 끌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야권 대선 주자들이 거국내각을 주장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먼저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요구에 뒤따르는 역풍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국가적, 정치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후폭풍이 뒤따른다. 탄핵을 주도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그해 총선에서 완패했다. 최근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에 ‘탄핵’ ‘하야’가 계속 오르고 있을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정작 야권에서는 탄핵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하야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 혼란보다는 내년 대선까지 안정적이고 중립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내각에 주자들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 6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실제 하야한다면 고작 두 달 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당은 장악했지만 아직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박 대통령이 퇴임할 경우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계 개편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60일간 대통령권한대행이 될 황교안 국무총리가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거국내각 요구에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궐위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피하면서도 ‘정치적 탄핵’인 거국내각을 통해 박 대통령의 권력을 봉쇄하려는 의미도 깔려 있다. ○ 실현 가능성 없는 주도권 싸움? 헌법학자들은 거국내각이 구성된다고 해도 대통령과의 법적인 권한 충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대체적으로 입을 모은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각료제청권에 따라 총리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최종적인 임명권은 명백하게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선 대통령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총리 추천과 내각 구성에 여야가 합의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제대로 된 인사가 집권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 기울어져 가는 현 정부 내각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론도 있다. 거국내각 구성이 정국을 수습하기보다 더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또 “문 전 대표가 거국내각을 촉구하고 나선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이에 동조하거나 국회추진기구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까닭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국내각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이날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거국내각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은 특검 수사를 앞세워 ‘현재’를 장악하고, 문 전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은 수습책으로 ‘거국내각’을 제시하며 ‘미래’의 의제를 선점하려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비박(비박근혜)계 역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보다는 박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와 함께 거국내각론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주장에 대해 “그런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박근혜 대통령께 많이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지만 청와대의 견해를 내놓진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거국내각에 일단 부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중립내각이 1년 넘게 장기간 국정을 이끈 사례도 없다. 그러나 “거국내각의 전례가 없다”는 논거가 방어막이 될지 역시 미지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회복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정상적 국정 운영을 회복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리더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거국중립 내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현 상태로는 경제 위기, 안보 위기가 겹친 대한민국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거국내각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붕괴된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조속히 후속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운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국내각 놓고 전문가들도 제각각 동아일보가 28일 정치 전문가 7명과 인터뷰한 결과 5명은 “거국내각을 구성해 흐트러진 국정운영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명은 “방법론은 맞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이 리더십을 상실해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국회가 주도적으로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도 “현재 상황은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위기 국면”이라며 “대통령과 내각이 이 문제를 풀기는 불가능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거국내각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한국정치학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거국내각은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거국내각으로 가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나 여야 합의 등) 선결 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도 “거국내각을 최선의 대안으로 설정하고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된 경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모진 운용 개선 전문가들은 청와대 비서진 교체를 가능한 한 빨리 단행할 것을 제안했다. 거국내각 논의에 앞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받아들여지는 청와대 비서진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총장은 “지금처럼 청와대 수석들이 대면보고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선 단순히 인물을 교체한다고 국민들이 쇄신 의지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정운영 의사결정 과정에 수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대통령과 수시로 회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시스템 변화만 꾀할 게 아니라 국정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수용할 경우 사실상 행정부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청와대 개편이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병준 교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장관들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로 임명되기 때문에 인사검증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 역시 총리실에서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권력 분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레임덕 인정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거국내각 실현 논의에 앞서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레임덕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선출 권력을 고집할 게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을 확실하게 쇄신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내각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현우 교수도 “조금 더 대통령의 후속 조치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 참모진,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롭게 꾸려진 뒤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내각 쇄신 여부와 그에 따른 여론 추이에 따라 리더십이 다시 설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거국내각 구성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인적 쇄신 이후 구성될 내각은 여야, 시민단체, 학계 등 각 분야에서 동의하는 인사를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울러 협치가 가능한 국정 운영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택 교수는 “여야 협의체 구성을 통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1차적으로 타협을 이뤄내고 협치 시스템을 만들면 국민들의 불안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든, 리더십을 바로 세우든 정치권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의미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여야가 당리당략에만 골몰해 정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는 “당장 최순실 특검 여부를 놓고도 여야가 반목하고 있는데 조금 더 국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여야가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유근형·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