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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략무기인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사진)가 5개월 만에 한반도에 비공개 출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괌 앤더슨기지에서 출발한 B-1B 2대가 15일 강원 영월군의 공군 ‘필승사격장’에서 폭격훈련을 한 뒤 복귀했다. 유사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휘부가 숨을 지하벙커 등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1B의 한반도 출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군은 10월 6, 7일 B-1B를 투입해 모의탄을 이용한 정밀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지난해 세 차례 B-1B를 전개했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FE) 기간에 미군이 B-1B를 투입한 건 대한(對韓) 방위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초강경 조치’를 예고한 북한 정권에 엄중하게 경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5일 핵항공모함 칼빈슨함(10만 t급)을 공개한 데 이어 17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방한을 앞두고 도발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기 위한 ‘몰아치기’에 나선 것이다. B-1B는 핵무장은 할 수 없지만 재래식 무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한다. 930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북한 핵심 시설을 반경 2∼3m 내에서 초정밀 타격하거나 지하시설을 뚫고 들어가 파괴할 수 있는 공대지 순항미사일(AGM-158 JASSM-ER) 24기 등 61t에 달하는 무장 병기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B-1B를 은밀히 끌어들여 선제타격을 위한 핵폭탄 투하 연습을 감행했다. 임의의 시각에 징벌할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순진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15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도발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조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오전 6시부터 20여 분간 통화에서 양국 의장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및 키리졸브 연습과 김일성 생일(4월 1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4월 25일) 등 주요 행사들을 계기로 삼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김일성 생일 105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0이나 5로 끝나는 해)인 만큼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최초로 발사하는 등 초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최초로 시험 발사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남한의 상황이 혼란스러운 만큼 북한 도발 시 한미동맹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던퍼드 의장은 통화에서 “한국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은 강철같이 강하다”며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조했다. 한편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3해병기동군 사령관 로런스 니컬슨 중장은 15일 이상훈 해병대사령관과 함께 백령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 6여단을 찾아 유사시 미 해병대 전력을 서북도서에 신속히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최근 지하 갱도를 점령하고 숨은 적을 수색하는 내용의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훈련 목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사시 지하 갱도에 은신한 북한군 지휘부를 제거하는 목적의 훈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데브그루(DEVGRU·네이비실 6팀) 등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가 한반도로 총출동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육군 1사단 1기갑여단 전투팀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단 예하 제66기갑연대 제3대대가 8일 경기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 훈련장에서 가상의 북한군 갱도(simulated enemy tunnel)를 점령하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여단은 지난해 10월 미국 캔자스 주에서 주한미군으로 순환 배치된 병력으로, 올여름까지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주한미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군 병력은 소총 등 개인화기로 무장한 채 어둠 속에서 갱도를 수색하며 기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 갱도에 숨은 북한군 지휘부나 핵·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수색해 제거하는 기술을 숙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북한군 지하 갱도 점령 훈련을 먼저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며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한미군은 해당 갱도의 성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때문에 훈련 목적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먼저 북한이 5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도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마지막 군사 옵션으로 북한의 지하 갱도까지 병력을 투입해 핵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 등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저장된 지하 시설을 급습하는 훈련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 내에 VX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저장한 시설만 최소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생화학무기 저장·보관 시설 상당수가 지하에 요새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가 지하 시설에 숨더라도 샅샅이 수색해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남침으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바로 반격에 나서 지휘부 제거 등 대량 응징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훈련 목적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생화학무기 저장 시설, 수뇌부 지하 벙커, 핵실험장 갱도 등 유사시 어떤 시설도 빠르게 점거할 수 있다는 ‘포괄적 다목적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수뇌부 참수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경우 북한 지휘부의 공포감을 극대화해 추가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조종사 등 인명피해 없이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와 관련 시설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격형 무인기가 한반도에 처음으로 상시 배치된다. 주한미군은 공격형 무인기 ‘그레이 이글(Gray Eagle·MQ-1C)’과 이를 운용할 중대급 병력을 군산 미 공군기지에 상시 배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13일 밝혔다. 구체적인 배치 대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1개 중대가 운용하는 그레이 이글은 12대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 이글은 북한 지휘부 시설을 1m 오차로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20kg급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4발을 장착할 수 있다. 8km 떨어진 거리에서 8kg의 고폭약 탄두로 적 전차와 장갑차를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 4발도 장착 가능하다. 적외선 카메라 등 감시 장비를 탑재하고 최대 8.8km 상공에서 30시간가량, 최고 시속 280km로 비행할 수 있는 정찰 능력도 갖추고 있어 대북 감시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은 정찰형 무인기인 이스라엘제 ‘헤론’, 국산 ‘송골매’ 등을 운용 중이다. 자폭형 무인기인 이스라엘제 ‘하피’도 운용 중이지만 그레이 이글처럼 무기를 장착하고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공격형 무인기는 없다. 차기 군단급 무인기 개발 사업의 하나로 공격형 무인기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2020년대 중반은 돼야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도 섀도(RQ-7B), 레이븐(RQ-11B) 등 정찰형 무인기만 운영해 왔다. 군 관계자는 “그레이 이글이 실전 운용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해안포 기지를 시찰하는 김정은을 아군 인명피해 없이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북한 지휘부의 공포심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9일(현지 시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최근 포착된 활동을 종합하면 북한이 핵 관련 장치와 관찰 장비를 설치할 경우 당장이라도 6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7일 풍계리 핵실험장 지역을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와 주요 관리 지역, 지휘통제소에서 파악된 활동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사이트에 따르면 대형 선적용 컨테이너로 보이는 물체가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 새로 등장했다. 또 지난달 18, 21일에는 북쪽 갱도에 있는 야적장에 약 5m 길이의 트럭과 물자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이트는 “목적은 분명하지 않지만 북쪽 갱도의 물자 및 장비 교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역에 쌓인 눈이 눌려서 생긴 흔적으로 볼 때 차량들이 장비와 물자를 저장하는 건물과 핵실험을 진행하는 터널 사이를 반복해서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실험장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는 별다른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 풍계리 북쪽 갱도는 북한이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곳이다. 38노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북쪽 갱도 지역에서 물자와 장비가 이동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이 남한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갱도에서 언제라도 핵실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38노스의 분석과 달리 북쪽 갱도에서는 추가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핵실험 수준의 초고강도 도발은 자제하며 관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당분간 도발하더라도 스커드나 노동, 북극성-2형 등을 단거리·준중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1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미 해군의 특수부대 네이비 실(SEAL)이 참가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0일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네이비 실 대원들이 원자력 항공모함 칼빈슨함에 탑승해 한국 주변 해역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네이비 실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 암살과 납치를 포함한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번 훈련에 참여한 것은 도발을 계속하는 김정은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명 내외 규모로 행동하는 네이비 실은 항공기와 잠수함 등을 통해 적지 후방에 침투해 요인 암살과 아군 구출, 적 시설 파괴 공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2011년에는 파키스탄에서 이뤄진 알카에다 창설자 오사마 빈라덴의 암살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손효주 기자}

청와대를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패트리엇 포대가 이르면 2년 내에 청와대 인근에 처음으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청와대 타격 훈련’ 모습을 공개하며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연이어 협박하는 데 대한 대응책이다. 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중부 이남 지역에 배치된 구형 패트리엇(PAC-2)을 신형인 PAC-3으로 개량한 뒤 이를 청와대 인근의 A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고 관계 기관과 행정 절차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2021년 완료를 목표로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PAC-2 발사대 40여 대 중 3분의 1가량을 PAC-3으로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와대 인근에 패트리엇이 배치되면 서울 내 패트리엇 포대는 서울 남쪽에 배치된 포대를 포함해 두 곳이 된다. 수도권까지 확대하면 총 4개 포대가 배치되는 것이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후방(경북 성주군) 배치 결정으로 불거진 수도권 방어 부실 논란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서울청사, 국방부 등 핵심 방호시설에 대한 ‘포인트 방어망’이 보강되는 만큼 수도권 방어망이 한층 더 촘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군 당국은 서울 남쪽 지역 패트리엇 포대에 배치한 PAC-2 발사대 중 일부도 2018년까지 PAC-3으로 교체해 운용할 계획이다. PAC-3은 고도 25∼30km(최대 사거리 30km)에서 탄도미사일과 직접 부딪쳐 파괴하는 직격형(hit-to-kill) 방식의 요격 미사일이다. 미사일 근처에서 폭발하는 방식(파편형)의 PAC-2(요격 가능 고도 25km·최대 사거리 20km)보다 성능이 뛰어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육·해·공군 신임 장교 5000여 명이 가족과 친지 앞에서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정식으로 임관했다. 국방부는 8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신임 장교들과 이들의 가족·친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대한민국 장교 합동임관식’을 열었다. 임관식에는 올해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학생중앙군사학교 등에서 장교 양성 교육을 마친 5291명이 참석해 임관했다. 이날 행사에서 3대가 육사 출신인 강솔 신임 소위(25) 등 ‘특이 이력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강 소위는 할아버지 강경식 예비역 중령과 아버지 강철환 육군 대령에 이어 육사 출신 장교가 됐다. 해군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강우주 소위(24)는 아버지와 누나가 모두 해사 출신으로 ‘3부자녀 해군 장교 가족’이 됐다. 강 소위의 아버지는 예비역 대령, 누나는 현역 소령이다. ‘육·해·공군 3부자’도 있었다. 해사 출신인 김용현 소위(25)는 아버지가 공사 출신인 김경서 대령, 동생이 육사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인 생도다. 동생이 소위로 임관하면 육·해·공군 현역 장교 가족이 탄생하게 된다. 국방부는 2011년부터 해마다 대통령 주관 행사로 합동임관식을 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여서 이날은 황 권한대행이 행사를 주관했다. 황 권한대행은 축사에서 “조국 수호의 결의를 담은 호부(虎符)가 상징하는 바처럼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장군의 우국충정의 정신을 항상 기억해주기 바란다”며 “여러분이 통일 대한민국의 안보 주역이 될 것”이라고 신임 장교들을 격려했다. 호부는 조선시대에 근무지로 떠나는 장수에게 왕이 수여하던 패다. 군은 소위 임관자들에게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遺墨)인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등이 한자로 새겨진 호부를 수여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전개에 전격 착수하면서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대남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해도 유사시 한미 양국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군사적 위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KN-09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와 KN-02 미사일 등 단거리 기습 전력을 동해상으로 일제히 발사하는 무력시위가 예상된다. 두 전력은 최대 사거리가 200km가 넘어 군사분계선(MDL)에서 쏘면 서울과 경기 평택 미군기지는 물론이고 계룡대(각 군 본부)까지 날아간다. 비행 고도가 사드의 최저 요격 범위(약 40km)를 벗어나고 무더기로 발사하면 패트리엇(PAC-3) 요격 미사일로도 대응이 쉽지 않다. 특히 ‘독사(viper)’라는 명칭이 붙은 KN-02는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해 기습 능력이 탁월하고, 정확도도 뛰어나 주한미군이 가장 경계하는 전력 가운데 하나다. KN-09와 KN-02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 신경작용제를 비롯해 생화학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8일 “북한이 KN-09 등으로 서울 도심을 겨냥한 생화학 공격 협박을 하면서 공포심을 부추길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1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시작에 맞서 전군에 전투동원태세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에는 포, 전차를 비롯한 각종 전투 장비를 진지로 이동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對美) 핵 협박 수위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KN-08이나 KN-14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올려 미 본토에 대한 기습 핵 공격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신형 ICBM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열병식 등에서 외형만 공개했을 뿐 실제로 발사한 적이 없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과 뉴욕이 선제 핵 타격 표적이 될 것이라는 협박을 현실화해 미국 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자극하면 배치 작업이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강행하거나 소형 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해 미국의 북핵 공포심을 극대화할 개연성도 있다. 군 정보 당국자는 “지난해 말 이후 풍계리에서 언제든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는 준비를 끝낸 뒤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原電)과 금융권 등 한국의 기간시설을 겨냥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등 전자전 도발로 ‘사드 무용론’을 조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북한이 최근 스커드-ER 미사일(최대 사거리 1000km)을 무더기로 발사해 주일미군 기지 타격 훈련을 한 것은 주일미군 전력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핵심인 주일미군을 저지하지 못하면 어떤 대남 도발도 필패(必敗)하고 김정은 체제도 온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는 미 증원전력의 군수품과 병력의 최대 집결지인 요코타(橫田) 공군기지를 비롯해 미 7함대가 포진한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 대규모 해병대와 F-22 등 최첨단 전투기가 배치된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 등이 포진해 있다. F-22는 이륙 후 20∼30분 내 평양을 타격할 수 있고, 항모전단과 대규모 해병대는 30∼48시간 내 한반도로 이동할 수 있다. 1개 여단급 전쟁 물자를 실은 화물선(4만∼6만 t) 5, 6척으로 구성된 사전배치전단(MPS)도 수시로 주일미군 기지를 드나든다. 또 주일미군 기지는 유엔군사령부(서울 용산)의 후방 기지로서 유사시 유엔 회원국들이 일본에 통보만 하면 항공기와 선박 등 전쟁 물자를 반입해 주한미군 지원에 나설 수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에서 사드 발사대를 싣고 한국 땅까지 1만여 km를 날아온 수송기는 미 공군의 C-17 글로브마스터다. C-17은 미군 수송 작전의 핵심 전력이다. 유사시 병력 및 전차, 각종 화물 등 최대 77t을 적재하고 이륙할 수 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유럽에 주둔하는 보병과 미군 주력 전차 M1A1 등 핵심 전력을 이라크 북부로 긴급 투입할 때 이 수송기를 사용했다. 지난해 2월 포트블리스 기지에 있던 패트리엇(PAC-3) 미사일 1개 포대를 옮겨 와 주한미군에 배치할 때도 미군은 C-17을 이용했다. C-17은 1991년 초도비행을 거쳐 1993년 실전 배치됐다. 날개 폭 51.8m, 길이 53m, 높이 16.8m로 대형 수송기로 분류된다. 미 전투기 F-16(날개 폭 9.4m, 길이 15m, 높이 5.1m)에 비해 폭은 약 5.5배, 길이는 3.5배, 높이는 3.3배 길다. 최고 속도는 시속 907km로 중형 여객기 보잉787-9(시속 954km)와 비슷하다. 화물 적재 공간의 크기는 길이 26.8m, 폭 5.5m, 높이 4.1m다. 병력은 102명까지 수송 가능하다. C-17은 항속 거리가 7630km에 이르는 만큼 장거리 전략 수송 임무에 특화돼 있다. 폭 18m, 길이 910m의 열악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고, 폭이 25m에 불과한 공간에서도 180도로 회전할 수 있다. 다른 수송기에 비해 월등한 기동성과 생존성을 갖춘 것이다. 미국 외에 호주 캐나다 인도 영국 등이 C-17을 운용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에는 C-17 수송기가 배치돼 있지 않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병력과 전략자산 등을 급파하기 위해 C-17 기지 상당수를 미 본토에 둔다”면서도 “주한미군에 배치할 경우 북한이 유사시 미 증원 전력 투입을 막기 위해 장사정포로 C-17을 가장 먼저 집중 타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6일 발사대 2대를 비롯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 장비를 한국에 전개했다고 7일 밝혔다. 사드의 한반도 상륙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사드가 미국 영토(본토와 괌)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 전개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반발과 일부 야권 대선 주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임기 내 사드 배치 완료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미 공군의 C-17 수송기 1대가 사드 발사대 2대 등 장비 일부를 싣고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를 출발해 6일 밤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며 “나머지 발사대와 탐지레이더(AN/TPY-2), 교전통제소 등도 이른 시일 안에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는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고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배치한다는 양국 방침에 따른 조치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말 사드 전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사드의 한국 전개는 주한미군이 최신 증원전력을 요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사드의 조속한 작전 운용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드의 배치 시기가 앞당겨져 이르면 4월까지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의 기지 공사를 끝내고 대북 실전 태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미 육군은 올해 상반기부터 포트블리스 기지에 배치된 사드 4개 포대 가운데 1개 포대를 ‘해외긴급대응전력(GRF·Global Response Force)’으로 재편해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대는 유사시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96시간 내 이동 배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주한미군 소식통은 전했다. 성주골프장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되면 한국 전역의 최대 3분의 2 구역에 대해 북한의 스커드(단거리)와 노동(준중거리), KN-15(북극성-2형)와 무수단미사일(중거리)을 요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사드가 배치되면 현재 한미 양국 군이 운용 중인 신형 패트리엇(PAC-3)과 중첩 방어체계가 구축돼 한국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 최소 두 차례 이상 요격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방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사드 전개 결정은 대한(對韓) 사드 보복 수위를 높이는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한미 양국을 겨냥해 고강도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드와 관련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안보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6일 늦은 밤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 정적을 깨는 ‘쿠웅’ 하는 굉음과 함께 미 공군의 C-17 수송기 1대가 어둠을 뚫고 활주로에 안착했다. 이어 수송기 뒤편의 화물칸이 열리고 미사일 발사대를 적재한 차량 2대가 천천히 지상에 내려섰다. 두 차량의 앞쪽에는 ‘OSAN AB, KOREA(한국 오산기지)’라는 표찰이 붙어 있었다. 차량들 뒤편으로 기지 관제소 벽면에 걸린 ‘WELCOME TO KOREA(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선명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한국에 처음 반입되는 순간이었다. ① 북한 미사일 무더기 발사 당일 배치 작전 이유는? 수송기는 당일 북한이 스커드-ER 미사일의 무더기 발사 도발을 전후해 미 본토 기지에서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드 장비 전개의 외부 노출을 우려해 야간에 이송 작전을 펼쳤다. 정확한 이륙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속도(시속 907km)와 비행 거리(1만여 km), 공중 급유시간 등을 계산할 때 북한이 스커드-ER 미사일 4발을 무더기로 쏴 주일미군기지 타격 훈련을 실시(오전 7시 34분)한 직후일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이 북 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작전 개시 준비를 하다가 ‘최적 타이밍’을 골랐을 개연성도 있다.② 사드 배치 완료 시점은? 이날 한국에 도착한 사드 장비는 이동식 발사대 2대와 관련 장비들이라고 군 당국은 전했다. 나머지 발사대와 탐지레이더(AN/TPY-2), 요격미사일, 교전통제소 등도 속속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사드 1개 포대는 이동식 발사대 3∼6대(발사대당 미사일 8기)로 이뤄진다. 한국에는 미국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에 배치된 사드 4개 포대 가운데 1개 포대를 옮겨 온다. 이르면 이달 안에 모든 장비가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사드 장비를 주한미군 모 기지로 옮겨 장비 점검과 작전 운용성 평가를 한 뒤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의 용지 공사가 끝나면 이동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지 공사를 최대한 서두르면 4, 5월경 사드 포대의 실전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③ 배치 결정은 누가? 한미 군 당국은 사드 장비의 전개가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으며, 국내 정치 일정이나 한미 키리졸브(KR) 연합훈련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한미 군 당국 간에 작전 시기 논의가 이뤄졌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사드 배치를 끝내자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사드 장비의 전개 사실을 중국에 통보하지 않았고, 통보할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어떤 보복 조치를 해도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對中)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야권 대선 주자들이 사드 배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사드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피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④ 트럼프, 대중 압박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은 대중 압박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사드의 한국 배치 카드를 빼들고 ‘이게 싫으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단속하라’고 중국에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을 향해 선공(先攻) 효과를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만지작거리던 무역 보복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경제적 옵션이 아니라 북한 문제를 첫 대중 압박 카드로 선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부터 최근 스커드-ER의 무더기 발사까지 대북 경고 수위를 높이며 사드 배치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한 소식통은 “북-미 대화는 당분간 트럼프 사전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백악관이 사드 포대의 한반도 추가 전개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7일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전개작업이 개시됐다고 밝혔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사드의 방어 범위와 군사적 완결성, 부지의 활용도, 배치 비용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미 육군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되는 포대 외에 추가로 1개 사드 포대를 ‘해외긴급대응전력(GRF)’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수도권 방어능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로는 서울 용산 주한미군사령부 등 핵심 시설을 방어할 수 없고 기존의 패트리엇(PAC-3)으로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지난해 괌 앤더슨 기지에서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로 복귀한 사드 운용 요원들(150여 명)을 GRF 전담부대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GRF 재편이 완료되면 해외 위기 발생 시 급파되는 첫 사드 포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미가 논의하고 있지만 합의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이 골프장 부지는 총 148만 m²(약 44만7700평) 가운데 90만 m²가 골프장이고 나머지는 임야다. 당초 미국은 골프장 전체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군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33만~50만 m²가 사드 용지로 필요하다고 계산한다. 성주군 일각에서는 공여 후 남은 용지를 군 골프장으로 전용해 주변 상인들의 생계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남은 용지를 한국 장병들이 훈련 중 쉬어가는 숙영지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용지를 조성하는 비용이 실제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는지도 점검할 대목이다. 정부는 사드 용지만 제공하고 조성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한미가 서두르는 만큼 한국이 제공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여유분에서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에서 군사건설비는 4250억 원이 계상돼 있다. 주한미군에 전달된 뒤 집행되지 않은 금액도 약 3596억 원에 이른다(지난해 6월 기준). 특히 미 의회가 해외 주둔 미군의 군사건설비 예산을 긴축 편성하는 상황이어서 미군으로서는 방위비 분담금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조숭호 shcho@donga.com·손효주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6일 오전 7시 20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 인근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 4대가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한미 군 당국은 정찰위성과 무인기(UAV) 등 감시전력을 총동원해 초를 다투며 TEL의 이동 경로와 배치 형태 등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했다.○ 신형 IRBM보다는 스커드-ER에 무게 같은 시각 동해에 배치된 세종대왕함(이지스함)과 육상 기지의 장거리레이더(그린파인)도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동창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북한이 지난달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에 이어 이동식 신형 ICBM을 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군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신형 ICBM의 연속 발사가 성공할 경우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루비콘 강’을 건널 것이라는 긴박감이 군을 휘감았다. 10여 분 뒤인 오전 7시 34분경부터 TEL에서 약 10분 동안 4발의 탄도미사일이 순차적으로 발사되자 군 당국의 추적 작전이 시작됐다. 첫 발사 2분 뒤인 오전 7시 36분경 세종대왕함의 탐지 레이더와 그린파인 레이더에 미사일들의 비행 궤도가 최초 포착됐다. 이어 동해와 남해 공해상에서 대기하던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들도 미사일 궤도를 잡아 한국군 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같은 시각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지만 군은 미사일 최종 낙하 때까지 신중을 기했다. 미사일 낙하 뒤 군 당국은 신형 IRBM이거나 개량형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종은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발사 전후 포착된 미사일의 외형이 신형 IRBM과 흡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스커드-ER급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와 비행 궤도, 비행 속도 등 전반적 성능이 신형 IRBM에 조금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스커드-ER일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결론은 좀 더 시간을 들여 관련 정보를 정밀 분석한 뒤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일미군 기지와 사드 기지 집중 타격 위협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사거리는 ICBM이나 IRBM보다 짧지만 유사시 핵으로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번 도발은 한반도 전역의 미 증원 전력 출입 통로(항구, 비행장)는 물론이고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유사시 전략무기 등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4발을 같은 지점에 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력화와 더불어 경북 성주골프장 등 특정 표적에 대한 집중 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도발을 한 것은 한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은 매년 두 훈련 기간에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연이어 발사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에도 9차례에 걸쳐 미사일 20여 발을 쏴 올리면서 대남·대미 협박을 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내부를 결속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에 대한 ‘맞불 시위’이거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는 분석도 있다.○ 태양절이나 대선 기간에 신형 ICBM 도발하나 북한은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수위를 봐 가며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고조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현실화될 경우 KN-08이나 KN-14 등 신형 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시기는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이나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5월경이 유력하게 거론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주성하 기자}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이 지난달 12일 발사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KN-15’로 명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북극성-2형을 시험 발사하기 전에 이미 이를 개발 중인 사실을 포착하고 KN-15로 이름을 붙였다. 북극성-2형은 북한이 보유한 IRBM이나 중단거리·단거리미사일 가운데 유일하게 기습 타격에 유리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할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개발하는 신형 발사체가 확인되면 ‘Korea North’의 약자인 ‘KN’에 순차적으로 숫자를 붙여 왔다. 이에 따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은 KN-11로,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2012년 4월 15일)에서 처음 공개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KN-08로, KN-08 개량형은 KN-14라고 각각 이름을 붙였다. 현재 KN-01∼KN-11, KN-14의 존재가 알려져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2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한지 22일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7시 34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미사일은 각각 1000여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4발 가운데 3발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중단거리 미사일인 노동 또는 스커드-ER, 중거리미사일인 무수단 또는 북극성-2형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미사일 종류에 대해 분석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3일 한미 양국이 1일부터 시작한 연합 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반발해 “북극성-2형만이 아닌 새 형(새로운 형태)의 주체적 전략무기(미사일 지칭)들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것”이라며 또 다른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독수리훈련에 반발하며 인민군 총참모부(합참 격) 대변인 담화를 통해 ‘초강경 조치’를 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이나 KN-14를 사상 최초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합참은 ICBM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이날 “미사일의 비행 최대 고도 260km였다”고 밝혀 최대 고도가 수천km 이상에 달하는 ICBM일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해 비슷한 사거리를 비행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미사일 사거리와 낙하지점을 자유자재로 조정해 남한은 물론 주일미군기지를 언제라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일에도 스커드-ER 3발을 1분 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해 일본 EEZ 내 거의 비슷한 구역에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미사일 기술의 진일보를 과시한 바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다음달 말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 ‘폭주’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독수리훈련 기간인 3월 7일~4월 말 스커드 및 노동, 300mm 방사포, 무수단, 지대공미사일(KN-0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총동원해 9차례에 걸친 ‘릴레이 발사체 도발’을 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외교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안전에 대한 엄중한 위협으로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최근 화학무기(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무모함을 드러냈다”며 “북한은 반복된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고립과 자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우방국과 강력한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이 6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4발의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기습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2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한지 22일 만이다. 군 당국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6분경 동창리 발사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미사일은 약 1000여 km를 날아간 뒤 공해상에 낙하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4발 가운데 3발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합참 관계자는 “발사체 종류에 대해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북한이 쏜 미사일이 신형 ICBM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이동식 ICBM인 KN-08이나 KN-08 개량형인 KN-14일수 있다는 것이다. KN-08의 최대 사거리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1만2000km로 알려졌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그간 여러차례 ICBM급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앞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ICBM 발사 준비가 마감단계”라며 ICBM 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3일에는 한미 양국이 1일부터 시작한 연합 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반발해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북극성-2형만이 아닌 새형(새로운 형태)의 주체적 전략무기(미사일 지칭)들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것”이라며 북극성-2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확보한 신형 엔진을 이용한 또다른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예고했다. 앞서 독수리훈련에 반발하며 인민군 총참모부(합참 격) 대변인 담화를 통해 ‘초강경 조치’를 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북한이 아직까지 꺼내지 않은 초강경 카드인 ICBM을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가능한한 최대한 고각으로 발사하는 방법으로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대폭 줄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보복 공격을 막고자 사거리 1만km 안팎의 ICBM을 의도적으로 10분의 1수준인 1000km 가량만 날려보내는 방법으로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음을 알리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2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한지 22일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7시 34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미사일은 각각 1000여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4발 가운데 3발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중단거리 미사일인 노동 또는 스커드-ER, 중거리미사일인 무수단 또는 북극성-2형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미사일 종류에 대해 분석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3일 한미 양국이 1일부터 시작한 연합 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반발해 “북극성-2형만이 아닌 새 형(새로운 형태)의 주체적 전략무기(미사일 지칭)들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것”이라며 또 다른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독수리훈련에 반발하며 인민군 총참모부(합참 격) 대변인 담화를 통해 ‘초강경 조치’를 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이나 KN-14를 사상 최초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합참은 ICBM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이날 “미사일의 비행 최대 고도 260km였다”고 밝혀 최대 고도가 수천km 이상에 달하는 ICBM일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해 비슷한 사거리를 비행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미사일 사거리와 낙하지점을 자유자재로 조정해 남한은 물론 주일미군기지를 언제라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일에도 스커드-ER 3발을 1분 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해 일본 EEZ 내 거의 비슷한 구역에 낙하시키는 방식으로 미사일 기술의 진일보를 과시한 바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다음달 말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 ‘폭주’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독수리훈련 기간인 3월 7일~4월 말 스커드 및 노동, 300mm 방사포, 무수단, 지대공미사일(KN-0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총동원해 9차례에 걸친 ‘릴레이 발사체 도발’을 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외교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안전에 대한 엄중한 위협으로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최근 화학무기(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무모함을 드러냈다”며 “북한은 반복된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고립과 자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우방국과 강력한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98년째를 맞은 3·1절 오후 한나절 서울 광화문 앞에서부터 숭례문 앞까지 10차로는 갈라진 민심의 바다였다. 독립을 위해 비폭력 정신으로 만세를 외쳤던 이들의 후손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나라를 위한 한마음이 퇴색했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찾고 싶었다. 동아일보가 1971년부터 전국 15곳에 뜻이 통한 여러분과 함께 세웠던 3·1운동 기념비와 항일의병탑을 2일 다시 돌아봤다. 짧게는 22년 전부터 멀게는 46년 전, 3·1정신이 깃든 장소에 세운 기념비들은 대부분 굳건히 서 있었다. 한때 잡초 무성하고 쓰레기 날리던 공간은 민(民)과 관(官)의 한뜻으로 산뜻하고 엄숙하게 보존되고 있었다.호남 항일 의식의 산물 2일 오전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성리 3·1운동 기념비 앞 화단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노란 팬지꽃이 활짝 피었다. 이곳의 8m 높이 기념비는 1976년 5월 9일 건립했다. 41년 세월의 더께에도 훼손되지 않았다. 건립 취지문은 당시 강진 군민의 항일 의식을 보여 준다. 뒷면에는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의사(義士) 2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나자 시인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은 사흘 뒤 기미독립선언문을 구두창에 숨겨 와 강진에서 만세운동을 벌이려 했으나 일본 경찰에 발각됐다. 한 달 뒤인 4월 4일 강진 장날을 맞아 의사 24명과 주민 4000여 명이 전남 지역 최초, 최대 규모로 독립만세를 외쳤다. 강진군은 1977년부터 이곳에서 3·1절 기념비 참배 행사를 열고 있다. 영암군 군청 뒤편 영암공원에도 1984년 건립된 3·1운동 기념비가 있다. 높이 4.8m의 기념비는 위 폭이 좁아지는 일자형 수직 형태로 조형미가 돋보였다. 위쪽 좌우로 용 문양이 조각돼 있고 정면에 ‘만세(萬歲)’, 하단에는 ‘영암 삼일운동기념탑(靈巖三一運動紀念塔)’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새겨졌다. 1984년 건립 당시 영암군 출신 재미교포 민승연 씨가 100달러를 본보에 기탁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전북 익산시 창인동 익산역 광장 한편에 서 있는 기념비는 1971년 8월 15일 동아일보사가 익산 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건립협찬회와 함께 세운 전국 1호 기념비다. 주위는 키 작은 회양목과 철쭉 등으로 단장돼 있다. 다만 3·1운동 기념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45년 보존 한길 횡성군 강원 횡성군 횡성읍 횡성군청 뒤편 3·1공원에 45년 전 세운 ‘횡성 3·1운동 기념비’ 주위는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1972년 당시 횡성 협찬회와 동아일보가 건립 비용 250만 원을 절반씩 부담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세웠다. ‘一九一九년의 三·一만세는 한일합방에 항거하는 통분한 함성이요, 자유와 국가를 되찾으려는 비상한 절규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비문은 아직도 선명했다. 기념비가 잘 보존된 것은 횡성군과 직원들의 남다른 관심 덕분이다. 공원관리사무소가 주변을 매일 청소하고 수시로 기념비를 세척한다. 기단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해 주변의 차량 통행을 자제시킬 만큼 세심하게 관리했다. 한성현 횡성군 문화예술담당은 “색이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있을 때마다 즉시 보수하고 있다”며 “다만 풍화작용 탓에 비문의 글씨가 선명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달리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내에는 횡성을 비롯해 양양, 홍천에 기념비가 있다. 1979년 홍천군 홍천읍 연봉리 무궁화공원에 세워진 홍천 기념비는 지난해 전면 보수를 해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없었다. 다른 기념비와 달리 벽돌을 쌓아 올린 형태다. 원형을 살리는 데 신경을 썼고 기둥과 비문은 그대로 보존했다. 홍천군은 매년 이곳에서 3·1절 기념행사를 연다.탈바꿈한 영동군 기념비 충북 영동군 영동읍 중심가에 위치한 ‘영동 3·1운동 기념비’와 그 주변은 시가지와 자연이 어우러진 소(小)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02년 7월 말 동아일보 기자가 찾았을 때만 해도 비문은 얼룩져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고 주변엔 쓰레기가 널렸었다. 그러나 15년 전 모습은 이제 찾기 어렵다. 2011년 정구복 군수 재임 시절 군(郡)이 국비 5억2500만 원을 확보해 정비한 것이다. 정 전 군수는 2일 “기념비가 잊혀져 간다는 말을 듣고 누구나 찾고 기억할 수 있는 곳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1972년 3월 4일 세워진 기념비 앞면의 건립 취지문은 1919년 3월 4일 군민 수만 명이 영동 아랫장터를 비롯해 곳곳에서 벌인 만세운동을 알려준다. 영동군은 ‘국악의 고장’답게 기념비 주변에 국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진 벽을 세웠다. 비석 주변은 대리석으로 둘러싸 누구나 앉을 수 있도록 했고 잔디를 촘촘히 심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오포대(午砲臺)도 재정비해 주민 휴식 공간으로 바꿨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 신장리 마산초등학교 옆의 ‘3·1운동 기념비’는 1919년 3월 29일 마산 새장터 장날 2000명이 참가한 서천 지역 최대 규모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해 1987년 조성했다. 서천군은 기념비 주변에 무궁화를 심고 누각을 지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2008년부터 매년 3월 28일 만세운동 재연 행사를 연다.관리 떠넘기는 서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이봉창 의사 동상 앞. 홍성희 씨(84)는 동상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1932년 일왕 히로히토(裕仁)를 향해 폭탄을 던지려 팔을 힘껏 뒤로 젖힌 모습을 재현한 동상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3.5m 높이의 동상은 얼굴과 몸통 부분이 심하게 녹슬어 얼룩덜룩했다. 녹슨 코트 자락 안으로는 거미줄이 보였다. 1995년 세운 이 의사 동상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곳은 없다. 관리 주체인 용산구청 관계자는 “동상 자체 문제는 기념사업회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3년 전 보수 작업을 한 게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 인근 ‘항일 의병 13도 창의군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07년 전국 13도 의병들이 이 일대에서 서울로 진격하려던 것을 기리며 1991년 건립했다. 2일 찾아 보니 비석에는 얼룩과 흠집이 가득했고 의병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곳곳에 이끼가 끼었다. 관리 주체인 중랑구청 측은 “망우리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립승화원이 수탁 관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승화원 측은 “탑은 공원 바깥쪽에 있으니 구청이 관리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충시설의 지정·관리 및 건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정된 독립운동 관련 현충시설(비석·탑·동상 등)은 전국 889개다. 관리자별로 구분하면 국가가 3개, 지방자치단체가 408개, 대학 등 각급 학교가 62개, 민간이 416개다. 2005년부터 관리자가 지자체인 현충시설은 지자체 예산으로 유지 및 보수를 하게 됐다. 이후 현충시설에 대한 관리 부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005∼2014년 한시적으로 사실상 편법인 분권교부세를 도입해 지자체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폐지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는 관리자가 지자체인 현충시설까지 모두 국고를 지원해 유지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충시설 관련 법령’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강진·영암=정승호 shjung@donga.com / 홍천·횡성=이인모 / 손효주 기자}

북한은 예년처럼 올해에도 한미 연례 군사연습인 키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맹비난하면서 초강경 대응 조치를 협박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두 훈련을 ‘북침 책동’으로 규정하고, ‘맞불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두 훈련을 그만큼 두려워하는 증거로도 해석된다.미군 참가 전력은 공포의 대상 북한은 그간 대남 협박과 유화 공세를 번갈아 가며 두 훈련의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그 배경에는 막강한 미군 참가 전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매년 3, 4월에 실시하는 두 훈련에는 주한미군(2만8500명)을 비롯해 주일미군과 괌, 미 본토 기지 소속 증원 병력(약 1만 명), 항모 전단과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들이 총출동한다. 이번에 참가하는 핵 추진 항모인 칼빈슨함은 70여 대의 첨단 전투기를 싣고 있으며, 이지스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호위를 받는다. 1개 항모 전단은 유사시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주요 군 지휘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화력을 갖고 있다. 또 일본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7곳에 배치된 주일미군 병력과 해·공군 전력은 유사시 48∼72시간 내 한반도로 전개돼 한미 공동 작전계획(OPLAN 5015)에 따라 대북 응징에 나설 수 있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F-22 스텔스 전투기는 주일미군 기지에서 출격한 지 20분 만에 평양 시내의 주요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핵과 재래식 타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들도 ‘단골 참가 전력’이다. 특히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는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인 ‘핵우산’의 핵심 전력으로 북한 수뇌부에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수십 배의 핵 보복을 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하 수십 m 깊이에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된 지휘시설도 족집게처럼 파괴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과거 두 훈련에 스텔스 전폭기가 참가하면 북한 주요 수뇌부가 일제히 종적을 감추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국지 도발부터 전면전, WMD 제거와 평양 진격까지… 두 훈련은 모든 유형의 북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한 한미 공동의 대북 작전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주요 위기 시 미 증원 전력의 즉시 투입과 배치 절차를 숙달하는 게 주 내용이지만 한미 군 당국은 보안을 이유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군 당국자는 “북한의 국지 도발 응징과 전면전 확전 시 반격 작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작전, 북 핵·미사일 공격 대응 등 4대 과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말했다. 우선 국지 도발의 경우 북한이 서북도서나 최전방 지역에 기습 포격을 가하거나 무력 강점을 시도하는 상황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미 연합군은 F-15K 전투기 등 공군 전력과 서북도서에 배치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를 동원해 도발 원점과 지원, 지휘 세력의 응징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다음은 전면전 확전 단계. 북한이 국지 도발에 이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배치한 장사정포, 스커드, 노동미사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타격하고, 전방 지역의 경보병여단과 기계화군단의 남하 징후가 포착되면 한미연합사는 즉각 전면전 상황에 들어간다. 대북방어태세(데프콘·Defcon)가 단계적으로 격상되면서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해 한미 군 통수권자의 승인을 받고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 절차를 실행에 옮긴다. 같은 시간 한미 연합군은 수도권 사수를 위해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해 ‘우선 타격 목록’으로 분류된 1000여 개의 북한군 포 진지와 미사일 기지, 지휘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정밀 타격에 나서게 된다. 특히 평양 일대와 북-중 접경지역에 배치된 핵과 미사일 기지, 김정은 특각, 북한군 전략지휘소, 군수공장 등은 최단시간에 제거해야 하는 핵심 표적이다. 한미 연합군은 개전 후 72시간 안에 대북 정밀 타격 작전을 완료해 북한군의 지휘 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미 증원 전력과 함께 북진을 통한 반격 작전에 나서게 된다. 쿠데타와 수뇌부 유고 등 북 급변사태 시 WMD 제거 작전도 한미연합군의 핵심 임무다. 한미 특전사 요원들이 영변 핵 단지와 비밀 핵 시설에 침투해 핵탄두를 해체하고 핵물질(고농축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대규모 대북 상륙작전도 주요 훈련 내용이다.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해상 교두보를 확보해 북한 지역에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해 평양을 최단 시간에 함락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LDH·4만 t급)과 한국 해군의 구축함, 상륙함 등 30여 척의 함정과 1만 명 안팎의 병력이 참가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키리졸브 연습에서도 북한의 핵 공격 임박 시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내용이 포함된 ‘4D 작전’이 적용된다. 이 작전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맞춤형 대응 체계로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의 4단계로 진행된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북한의 이동식 발사 차량(TEL)의 움직임을 첩보위성과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탐지한 뒤 전파 방해로 교란하고, 발사 직전 공군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로 파괴해 제거하는 한편 발사된 적 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파괴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군 당국자는 “올해에는 4D 작전 개념을 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북한의 핵 공격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사 이후 한국 영토에 떨어지기 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는 군사 대응책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키리졸브의 유래와 의미 키리졸브 연습의 전신은 1994∼2007년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다. RSOI 연습은 유사시 한국에 전개되는 미 증원 전력을 수용(Reception)하고 대기(Staging)시킨 뒤 전방으로 이동(Onward Movement)해 통합(Integration)한다는 훈련 내용이 함축돼 있다. RSOI 연습은 2008년부터 키리졸브로 이름을 바꿨다. 키리졸브는 ‘중요한, 핵심적 결의’라는 뜻으로 북한의 도발을 반드시 격퇴한다는 의미다. 매년 8월에 실시되는 또 다른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병력과 장비가 참가하지 않고, 한미 군 장병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
북한군 총참모부가 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미 선포한 대로 초강경 대응조치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는 “우리 영역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날린다면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이 개시될 것”이라며 “우리 혁명무력이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고, 항시적인 격동상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매년 한미 군사 훈련 때마다 대남 위협을 반복해왔다. 오히려 올해는 국방위원회나 최고사령부의 성명이 아닌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로 과거보다 수위를 낮췄다. 아직 준전시 상태나 전투동원준비태세 선포 등 대응 행동에 나선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북한군이 훈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최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석탄 수출 대금의 상당 부분을 갖고 가던 북한의 군부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이 지난해 말에는 북부 지역 수해 복구에, 올해는 4월 평양 여명거리 건설 완공과 북한군 창건 85주년 열병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훈련을 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협박에 대해 “독수리훈련 등 한미 연합 훈련은 방어적인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자행한다면 주저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미군의 압도적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군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도발은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도발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도록 화학무기를 이용한 도심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