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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돌직구’에 예측불허 ‘변화구’까지 시원하게 날리겠습니다.” 아침 신문에 실린 따끈따끈한 뉴스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월∼금 오전 9시)가 3일부터 새롭게 시청자를 찾아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젊어진 패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임윤선 변호사가 새로운 패널로 합류해 MC인 김진 기자와 기존 패널인 신완수 전 SBS PD, 허문명 동아일보 오피니언팀장과 호흡을 맞춘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이준석 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치인이 아닌 평론가로서 돌직구를 날리겠다”고 말했다. tvN ‘더 지니어스:룰브레이커’ 등 예능프로그램으로도 시청자에게 친숙한 임 변호사는 “진정한 돌직구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새로운 코너로는 ‘돌직구 신문’이 신설됐다. 매일 아침 7개 신문에서 꼭 알아야 할 주요 기사만을 뽑아 한 장의 신문으로 담아내 소개하는 코너다. 김군래 PD는 “‘돌직구 신문’만 보면 그날의 주요 기사와 이슈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젊은 패널의 참여로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뉴스를 분석하고 세대간 소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3·1절을 맞아 종교계에서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27일 발표한 공동합의문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왜곡, 독도강탈 행위, ‘평화헌법’ 수정 및 자위대 무력 강화 등 일본 군국주의 부활 조짐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NCCK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번역해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해외 교회와 재외공관에도 발송할 계획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대 종교 지도자들은 28일 독도를 찾아 동북아시아 갈등 종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은 최근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다. 천도교 중앙총부는 3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3·1절 기념식을 개최한다. 박남수 교령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은 단지 100년 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화합정신을 살리는 민족통일 달성의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한 남자가 어두컴컴한 야산에서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있다. 그가 땅에 묻은 것은 포대 자루에 담긴 시신. 인근 공사장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다. 성인 범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EBS 어린이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의 첫 회 오프닝 장면이다. 요즘 어린이 드라마는 추리물이 대세다. 지난해의 경우 동화와 추리를 결합한 KBS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와 초능력 문구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투니버스의 ‘벼락 맞은 문방구’ 같은 추리물이 인기를 모았다. 7일부터는 EBS의 어린이 탐정 수사물 ‘플루토…’가 추리물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70만 부가 팔린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추리소설 마니아, 사이코 메트리(물건에 얽힌 과거를 읽어내는 초능력) 소유자, 관찰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초등학생 등이 모여 어른도 엄두를 못 내는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표현 수위만 다를 뿐 사건의 소재는 성인 범죄물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사이버 범죄와 아동 성범죄도 맡는다. 추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한 덕에 평균 1.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호 PD는 “요즘 어린이들은 눈높이가 높아져 예전처럼 비현실적이거나 유치한 소재는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소재를 택하다 보니 추리물이 됐다”며 “어른이 보고 싶은 어린이 모습이 아니라 요즘 어린이가 공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KBS도 올 하반기 애니메이션 ‘마법 천자문’을 추리물로 각색한 어린이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파 반장의 동화수사대’의 기훈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기 PD는 “시청하는 어린이들도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추리력 논리력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드라마의 트렌드는 시대 흐름에 따라 꾸준히 변해왔다. 1980년대는 MBC ‘호랑이 선생님’(1981∼1987년)과 ‘꾸러기’(1986∼1988년), KBS ‘5학년 3반 청개구리들’(1990년) 같은 계몽적인 학교 드라마가 인기 있었다. 학교 드라마의 시초인 ‘호랑이 선생님’은 일선 교사로 자문단을 꾸려 드라마를 제작했다. 방학숙제 탐구생활을 바탕으로 도시 어린이가 시골에 가서 탐구 활동을 벌이거나, 교사가 연예인에게 깊이 빠진 학생을 설득하는 식의 교훈적인 내용을 주로 다뤘다. 어린이 드라마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당시 최고 스타였던 가수 조용필과 조영남, 야구선수 최동원, 개그맨 서세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1990년대는 일본의 플래시맨, 울트라맨, 바이오맨 같은 전대물(전투부대물)의 시기였고, 어린이 드라마도 특수효과를 강조한 장르가 유행했다. 지구를 침략해오는 거대 괴수와 싸우는 KBS ‘지구 용사 벡터맨’(1998∼1999년)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어린이 드라마도 마법이나 판타지를 다룬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 KBS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4년)는 마법세계에서 온 마법사 가족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뤄 15%가 넘는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인기는 후속작인 ‘마법전사 미르가온’(2005년)으로 이어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화려하고 섹시한 엄마들의 전성시대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나영희는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 엄마 양미연으로 나온다. 양미연의 나이는 54세로 설정돼 있지만, 극 중 핑크 패딩 재킷과 부츠, 붉은빛으로 염색한 커트 머리 등 패션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49세로 설정된 세미(유인나) 엄마 한선영(이일화) 역시 경쟁하듯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해 ‘별그대 엄마 패션’도 여성 시청자들에겐 화제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전통적인 어머니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배우는 더이상 할머니 역에서도 찾기 어렵다. 엄마들은 때론 주인공인 자식들보다도 더 튀는 패션을 과시한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성령(극 중 44세)과 윤손하(43세)는 고교생 자녀의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신상녀’ 뺨치는 의상과 액세서리로 주목받았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는 이런 엄마들 패션을 따라잡으려는 누리꾼들 간 질의응답으로 시끌벅적하다.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멋쟁이 엄마’들의 등장은 소비 주체로 부상한 40대 여성을 겨냥한 설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는 “예전엔 젊은 여배우에게만 명품 협찬이 몰렸는데 요즘은 40대 중년 배우에게 협찬하려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며 “40대 여성의 소비 파워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전원일기’ 속 김혜자 같은 희생적인 캐릭터도 보기 어렵다. ‘상속자들’은 10대 고교생의 사랑과 연애를 다뤘지만 ‘돌싱’인 윤손하의 솔직한 연애담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는 자유연애를 꿈꾸는 싱글맘까지 등장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1990년대부터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중문화 속 어머니도 희생적인 캐릭터에서 권리와 권위를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어머니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썸타다’는 말, 아시나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썸타기’가 유행이다. ‘썸타다’는 영어 ‘something(섬싱·무엇)’의 변형 한글 표기와 우리말 동사 ‘타다’가 합쳐진 신조어. 호감 가는 상대와 정식 교제에 앞서 핑크빛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를 뜻한다. 연인은 아니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상대를 ‘썸남’, ‘썸녀’라고 부른다. 온라인에는 “썸타는 오빠가 절 헷갈리게 해요” “썸타는 걸까요, 절 싫어하는 걸까요” “썸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까요”란 질문이 줄줄이 올라온다. 사연을 읽어 보면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10대와 20대가 다수지만 30대 직장인의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질문엔 ‘썸타는 상대 애태우기’부터 ‘썸 끌어내는 법’까지 구체적인 답글이 달린다. 중학교 교사 박모 씨(30)는 “썸타는 이성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 요즘 10대들의 중요한 관심사”라고 전했다. ‘썸’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기 코드로 떠올랐다. 인기 그룹 ‘씨스타’의 소유와 가수 정기고가 같이 부른 ‘썸’은 지상파 3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휩쓸었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네꺼인 듯 네꺼 아닌 네꺼 같은 나/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란 노랫말에는 ‘썸탄’ 남녀의 미묘한 심리가 나온다. 가수 케이윌도 신곡 ‘썸남썸녀’에서 ‘미뤄 고백이나 뭐 그런 진심은 우리 나중에 다 나누면 돼’라고 노래한다. 래퍼 포이도 ‘그렇구나’에서 ‘우리 관계 지금 썸타는 거잖아’라고 직설적으로 노래한다. ‘썸’을 소재로 한 개그 프로그램도 인기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 코너 ‘썸&쌈’은 사람들이 꿈꾸는 달콤한 ‘썸’과 실제 현실인 ‘쌈’을 대비해 보여준다. ‘코미디 빅리그’의 김석현 PD는 “‘썸’이 연애 전 단계로 자리 잡으면서 시청자들의 썸에 대한 공감과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왜 요즘 젊은이들은 유행처럼 ‘썸타는’ 걸까. 대학생 김영태 씨(25)는 “썸타는 것은 결국 ‘간’ 보는 것”이라며 “사귀자고 말할 자신도 없고 연애 비용을 부담할 능력도 안 되니 썸을 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대생 남영희 씨(25)는 “이별로 상처받기 싫어서 썸이란 단계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썸타기’에는 젊은 세대의 자기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 세대들은 깊게 한 명을 만나기보다 여러 명을 얕게 만나는 데 익숙해 연애와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 ‘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저자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연애에 대한 두려움을 ‘연애가 깨졌다’보다는 얕은 단계인 ‘썸타다 엎어졌다’ 같은 가벼운 표현으로 해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식 교제를 미루고 ‘썸’을 즐기는 데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이별이나 상처로 피해 보지 않으려는 자기방어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며 “쿨하고 영리해도 인생에서 한 번은 물불 가리지 않고 뜨거운 연애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 흔히 웹툰 작가 작업실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컴퓨터가 차지한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색칠이 끝나고, 지우개질 대신에 단축키로 수정하고, 복잡한 건물과 거리 배경도 컴퓨터 프로그램이 뚝딱 그려주는 디지털 시대니까. 하지만 21일 경기 부천시 부천로에 있는 부천만화창작스튜디오의 정철 작가(41) 작업실의 풍경은 달랐다. 넓은 책상은 서예 붓과 먹물, 수채화 붓과 물감, 종이로 가득했다. 정 작가는 손그림으로 웹툰을 그린다. 책상 구석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원화 파일을 웹툰 형식에 맞춰 편집하고 만화 대사를 입력할 때뿐이다. 》그는 2011년 8월부터 네이버 웹툰 ‘본초비담’을 연재 중이다. 본초비담은 한의학에서 쓰는 약초 발견 설화를 바탕으로 고조선 시대 사람들의 모험을 다룬 역사물이다. 그는 “디지털 방식으로도 웹툰을 그려봐서 그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비극적인 장편 사극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성적 정서를 가진 종이의 질감과 붓의 생동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작업 대신 수작업을 고수하는 웹툰 작가는 정 작가뿐이 아니다. 고일권 작가(29)도 1623년 인조반정을 배경으로 한 전통 사극 작품인 웹툰 ‘칼부림’을 그리기 위해 서예 붓을 들었다. 그는 “남성적이고 땀내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끊임없이 미묘하게 변하는 붓 선과 먹의 농도가 그 느낌을 살리는 데 꼭 필요했다”고 했다. 현실적 이유로 손그림을 택한 작가도 있다. 웹툰 ‘길에서 만나다’의 작가인 쥬드 프라이데이(본명 현종욱·36)는 “회사를 다니면서 웹툰 연재를 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할 수 없어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나 회의시간에 틈틈이 스케치북에 그려야 했다”며 “여건상 손그림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빠듯한 마감 일정을 맞출 수 있을까. 세 작가의 말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했다. “손그림은 쉽게 수정할 수 없어서 집중력이 더 높아집니다. 디지털 작업은 컴퓨터 성능에 좌우되지만 수작업은 능숙해지면 컴퓨터보다 빠른 달인 수준도 될 수 있어요. 오히려 손그림의 풍부한 효과를 컴퓨터로 내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손그림을 택한 작가들은 원화에 대한 예찬을 감추지 않았다. 정 작가의 작업실에는 본초비담 원화가 어린이 키만큼 쌓여 있다. 그는 원화 1400여 장 중 42점을 골라 13일부터 4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은 원화가 웹툰이나 인쇄물 복제를 위한 수단이지만 그 속에 원본에서만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다. 독자가 직접 원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도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작가도 “원화는 무한복제가 가능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오직 단 하나뿐인 ‘실제’라는 그 자체만으로 매력이 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찬숙이 박찬숙을 만난다.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55)이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숙 앵커(69)가 진행하는 채널A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토요뒷담(談)’(오후 5시)에 22일 출연한다. 박 부회장은 이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로 불거진 체육계 파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같은 이름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도 소개한다. 고교 1학년 때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박 부회장은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2년 런던 올림픽 훈련캠프단장을 지냈다.}

2006년 3월 2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청 내 바오로 6세 홀. 교황과 신임 추기경이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갓 추기경에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에게 “한국 교회가 나날이 발전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한국 교회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당시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인 황인국 몬시뇰(78·명예 고위성직자)을 소개했다. 이에 황 몬시뇰이 “통일 후 북한 본당과 신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기도해 달라”고 청하자 교황은 “북한 교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1936년 평양 출신인 그는 1950년 월남해 1964년 사제품을 받았고 최근 은퇴했지만 북한 사목에 대한 전문성 때문에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황 몬시뇰은 22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추기경 서임식에도 참석해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출국 전날인 18일 서울 중구 명동길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만난 그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교황을 만날 기대감을 감추진 못했다. ―8년 만에 다시 교황을 만나게 됐다. “당시 교황님께 북한과 북한 교회, 통일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다시 새 교황을 만날 기회를 얻었으니 큰 영광이다.” ―교황과 만날 때 인원은 추기경당 10명으로 제한돼 있다. “염 추기경의 배려가 있었다. 염 추기경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교황께 북한 사목에 대해 말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한반도 통일과 북한 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 달라, 그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 추기경당 10명이지만 19명의 신임 추기경이 인사하면 190명이다. 8년 전에도 한 줄로 서서 교황에게 인사를 했는데 대화가 길어지자 교황청 몬시뇰이 그만 끝내란 의미로 가볍게 옷깃을 잡아 당겼다. 북한 교회를 위해 많이 기도하시겠지만 직접 말하면 더 많이 기도하실 것 같다.” ―교황이 8월 방한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호소하는 특별미사를 집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황께서 남북 분단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자고 할 것 같다. 큰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 통일에 대해 한 말씀 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평양교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많다. 현황은 어떤가. “평양교구 신부들은 통일 전까지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일하지만 통일이 되면 북에서 성당 재건 임무를 맡는다. 소속 신부가 20명 있었는데 이제 고령인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신부 양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2009년부터 평양교구 명의로 신학생 모집을 시작했고, 현재 18명의 신학생이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컬링 경기 끝나 아쉬우면 컬링 만화 보세요.”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컬링 강국 일본, 러시아, 미국을 잇달아 꺾으며 인기를 모았다. 4강 진출 실패로 경기는 끝났지만, 대신 국내 유일의 컬링 만화 ‘반짝반짝 컬링부’가 아쉬움을 달래려는 팬들 덕분에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다. 곽인근 작가의 데뷔작인 ‘반짝반짝…’은 2010년 1월부터 4개월간 인터넷 포털 다음 ‘만화속세상’에 26회 분량으로 연재됐던 웹툰. 최근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짝반짝…’의 하루 평균 조회수도 3000건에서 지난 11일 일본과의 첫 경기 후엔 수십만 건으로 치솟았다. 다음 관계자는 “컬링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이 컬링 규칙을 검색하다가 이 웹툰을 발견하고 입소문을 냈다”고 전했다. ‘반짝반짝…’은 전국동계체전 우승에 도전하는 컬링 초보 고교생들의 성장 스토리에 컬링의 묘미를 녹인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컬링부의 감독을 맡게 된 한 기간제 교사가 화장실 바닥 청소를 잘하는 학생, 동전 던지기를 잘하는 학생을 모아 팀을 꾸린다. 하지만 연습할 공간도 컬링 장비도 없는 학생들은 화장실에서 비질을 하며 체력을 키운다. 컬링 초보들이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컬링의 역사와 규칙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현재 웹툰 ‘아빠는 변태중’을 연재하고 있는 곽 작가는 “2009년 웹툰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소재를 고민하다가 국내의 만화 소설 영화에서 한번도 다루지 않은 컬링을 택하게 됐다”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쯤 컬링이 관심을 모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인기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국의 진짜 어머니고, 최초의 어머니였어요. 지난해 원로 영화인 모임에서 시를 한 수 읊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배우 고은아) “젊을 때부터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해서 동년배들도 촬영장에선 모두 어머니라고 불렀어요. 후배들을 예뻐하고 기를 살려주셨는데….”(배우 문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는 밤늦게까지 영화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 지병으로 별세한 원로배우 황정순 씨(사진)의 빈소를 찾는 행렬이었다.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인고의 모정으로 승화해 스크린에 투영했던 ‘영화계의 영원한 어머니’가 향년 89세로 영원한 안식을 청한 것이다. 절친인 배우 최지희는 빈소에서 “친정어머니처럼 모셨던 분이 돌아가셨다”며 오열했다. 고인은 1925년 경기 시흥에서 태어나 서울 동명여고를 졸업했다. 1940년 서울 서대문구 동양극장에서 15세의 나이로 연극배우로 데뷔했고 1941년 허영 감독의 ‘그대와 나’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1949년 장황연 감독의 ‘청춘행로’에서 며느리 역할로 주목받은 고인은 1960년대부터 며느리와 어머니 역할 전문 조연이었다. 35세 때인 1960년 강대진 감독의 ‘박서방’에서 처음 어머니 역할을 맡아 전쟁과 가난의 풍상을 견딘 한국적 어머니의 표상을 보여줬다. 당시 고인의 남편 역으로 단골 출연한 배우가 김희라의 아버지인 김승호였다. 고인은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1963년), 강대철 감독의 ‘내일의 팔도강산’(1971년), 이두용 감독의 ‘장남’(1984년)을 비롯해 4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한국 여배우로서는 최다 기록이며 남녀 배우를 통틀어 조연상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200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1962년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열린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초연 무대 때는 광기에 사로잡힌 엄마 역으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배우 박정자는 “평소엔 애기같이 맑은 성품이었으나 무대에서는 요만큼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배우였다”고 했다. 1986년 ‘88짝꿍’을 마지막으로 배우생활을 접었는데 2005년 발병한 치매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는 공로상 수상자로 휠체어를 타고 나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해 후배 영화인들을 울렸다. 영화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신상옥 유현목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김종원 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은 “고인은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한 독보적인 배우였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지고지순한 여성의 모습은 근대사를 버텨온 어머니상의 전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빈소에는 배우 문희 고은아 최불암 김민자 박정자 이해룡 김영인, 영화감독 변장호 정진우 심우섭,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장 등이 다녀갔다. 박근혜 대통령,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장, 배우 안성기 이덕화 유지인 이병헌 등이 조화를 보냈다. 신영균 신영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보다 세 살이 많은 고인은 ‘마부’(1961년)에서 나의 어머니로 나왔다. 당시 젊은 나이(36세)에도 따뜻한 모성을 완벽하게 연기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기억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이성규 씨(자영업)와 딸 이일미자 씨, 며느리 박정남 씨가 있다. 발인은 20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02-2258-5940민병선 bluedot@donga.com·박훈상 기자}

40%가 넘는 시청률에도 막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16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어설픈 노인 연기와 ‘닥치고 해피엔딩’으로 “왕가네 막가네”라는 비난을 받았다. 마지막 회 끝 무렵엔 갑자기 ‘30년 후’란 자막이 등장했다. 하지만 자막과는 달리 30년 전과 똑같은 왕봉(장용)네 거실에 셋째 딸 왕광박(이윤지)의 환갑잔치를 맞아 100세를 훌쩍 넘긴 안계심(나문희)을 비롯해 고민중(조성하) 오순정(김희정) 왕수박(오현경) 왕호박(이태란) 허세달(오만석) 등 성인 출연자들이 모두 나왔다. 이윤지는 두꺼운 안경을 끼고 할머니 목소리를 냈지만 실제 나이 서른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배우들도 ‘개그콘서트’ 속 노인 분장처럼 얼굴과 머리를 하얗게 칠하고 팔다리를 두드려대는 어색한 노인 연기를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얼굴에 주름 그리고 머리만 하얗게 만들면 노인이냐”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극중 갈등 상황이 마지막 회에서 모두 해소되고, 30년 후엔 등장인물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억지 설정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단 한 명의 등장인물도 죽지 않다니 시청자를 우롱했다” “막장의 끝을 보여줬다”며 비난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중1까지는 동네에서 매를 제일 많이 맞는 아이였다. 어머니의 사랑과 한(恨), 나의 고집 때문이었다. 중2가 되자 매를 내려놓고 말씀으로 나무라기 시작하셨다. 매보다 열 배는 더 아팠다. 차라리 때려 달라고 했다.’ 천지세무법인 회장인 저자(59)는 어머니에게 드리는 감사 1000가지를 편지로 썼다. 이를 추려 모아낸 책은 시종일관 덤덤하다. 그런데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저 구절을 읽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매를 대시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딱 내려놓으신 내 어머니가 생각났다. 누구나 어머니 이야기 앞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자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그분에 대한 감사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홀어머니는 다섯 살 저자를 데리고 흑산도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아들을 공부시켰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도 200가지 감사함을 쓰고 나서는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자 하나둘 기억나기 시작했다. 저자가 중학교 2학년 때 흑산도 무장공비 사건이 터졌을 때다. ‘조명탄이 터지고 포격소리가 요란했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문에는 이불을 덧씌우고 나에게는 이불을 더 꺼내 덮어 주셨다. 그리고 당신은 이불 밖에서 기도하셨다.’ 저자가 700가지를 썼을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후 300가지를 더 썼다. 감사 일기를 쓰는 5년 동안 가족, 주변 사람과 불편했던 관계가 회복됐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감사를 매일 5개 이상씩 3주일을 쓰면 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3개월을 쓰면 남이 내가 변화하는 것을 알게 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정자 서울대 국악과 명예교수 별세·김임실 씨 모친상·이성수 씨 장모상=12일 충북 제천시 명지병원, 발인 14일 오전 7시 043-651-4440}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사진) 한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 작가(58)가 내놓은 이 신작은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다. 위로와 힐링에 익숙한 나약한 청춘들에게 “얌마, 간보지 말고, 기웃거리지 말고, 흉내 내지도 마”라며 뒤통수를 후려치는 책이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으니 너 자신을 믿고 가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책 제목을 ‘늑대처럼 혼자서 가라’로 짓고 싶었는데 출판사(토네이도)가 반대해서 바꿨습니다.” 이 작가는 12일 열린 출간 기념회에서 “솔직히 힐링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징징대지 말아야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게 근거 없는 확신일지라도 스스로를 믿고 가야 합니다.” 책에는 짧고 강렬한 조언들이 많이 나온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꿈인가 직업인가’ ‘무엇이 너를 몰두하게 하는가’라고 진지하게 묻고, ‘반복하고 계속하면 위대해진다’ ‘1등이 아닌 인기를 얻어라’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천재와 싸워라’처럼 구체적인 전략이 제시된다. ‘빨갱이 집안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태어나 적록색약 한계를 딛고 만화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작가가 건네는 조언이어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그는 야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야성의 DNA를 회복하기 위해서 생각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리스크가 가장 적게 발생할까 따지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가지고 차라리 부딪히며 알아가는 것이 낫지요.” 야성의 회복은 작가의 두 딸과 아들이 매일 듣고 자란 이야기다. 그래서 1997년 ‘천국의 신화’ 음란물 제작 혐의로 기소돼 사람들이 “너희 아버지가 야한 것 그리다 잡혀갔다”고 비난할 때도 남매는 아버지를 독립투사같이 응원했다고 한다. 작가가 위암으로 술을 끊자 “거세당한 호랑이를 보는 것 같다”고 슬퍼했다고. 이 작가는 7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지만 남자의 로망, 야성의 DNA를 담은 40, 50대를 위로하는 만화를 그릴 것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특히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삶의 고달픈 짐을 져야 했던 젊은이들에게 나는 더 각별한 애정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두려워 마세요, 힘을 내세요! 우리의 별빛은 까만 밤일수록 더욱 찬란해집니다.” 16일 선종(善終) 5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 청소년들을 위해 쓴 글의 일부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대와 소통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은 16일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차례 경기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내 김 추기경 묘소에서 추모 미사를 올린다. 재단 측은 이날 하루 묘소를 지키며 방문객들에게 추기경 자화상 배지를 나눠줄 예정이다. 서임식 참석을 위해 16일 출국하는 염수정 추기경은 14일 주교단과 미리 참배한다. 염 추기경은 최근 주변에 “김 추기경님은 마음이 참 따뜻한 선배이자 사제들의 아버지였다”며 “내가 그분의 발끝만큼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은 장기 기증 운동의 활성화에 큰 전환점이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6일 서울 명동에서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와 함께 ‘2014 희망의 씨앗 심기’ 생명나눔 캠페인을 연다. 현장에서 장기 기증 상담을 해주고 기증 희망 접수도 하는 행사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 옹기장학회는 13일 북방선교를 위해 힘쓸 신학생 1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옹기장학회는 생전 자신의 이름을 따 사업을 벌이는 일을 꺼렸던 김 추기경이 직접 사재를 출연하고 자신의 아호로 이름까지 지은 유일한 사업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카톡쇼’를 보고 자동차를 선택했다, 차에 대한 궁금증이 싹 풀렸다는 시청자를 만날 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자동차의 모든 정보는 카톡쇼로 통하게 하고 싶어요.” 채널A ‘카톡쇼’ 공동 진행자인 석동빈 채널A 산업부 차장, 김현규 자동차 전문가, 최서영 김태욱 아나운서가 한목소리를 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시 20분에 방영하는 국내 첫 ‘토종 자동차 버라이어티쇼’인 카톡쇼가 15일 방송 1주년을 맞는다. 냄새만 맡아도 자동차를 구분하는 자동차 전문기자이자 카레이서인 석 차장, 본업인 인테리어보다 자동차 마니아로 더 유명한 김 씨의 탄탄한 전문성, 여기에 젊은 남녀 아나운서의 통통 튀는 진행이 조화를 이루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카톡쇼는 자동차 마니아가 궁금해하는 깊이 있고 시시콜콜한 자동차 정보뿐만 아니라 북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부자의 유별난 벤츠 사랑을 다룬 ‘북한 자동차 세계’ ‘김여사 vs 난폭운전’ ‘자동차의 관상 분석’ 같은 흥미로운 소재까지 다루며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신차 소개 코너에서는 출시 3개월 이내의 따끈따끈한 신차만 골라 보여준다. 지금까지 200여 대를 소개해 국내 출시 신차 중 다루지 않은 자동차가 없을 정도. 지난해 4월에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의 우상인 켄 블락이 카톡쇼에 나와 자동차 묘기를 선보여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씨와 2006년부터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자동차 관련 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유튜브 사이트에서 ‘자동차 X파일’을 방송하며 경험과 내공을 쌓았죠. 앞으로 10년은 더 방송할 자신이 있어요.”(석 차장) “하루 종일 자동차와 카톡쇼만 생각해요. 방송에 전념했더니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의 제 책상이 없어졌어요.”(김 씨) 15일 오전 1시 20분에 방영할 예정인 52회 방송에서는 영화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출연해 영화 속 자동차 장면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성환 유창 대표 장환 현숙 희숙 씨 모친상·강병직 더케이호텔앤리조트 사장 장모상=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반 02-3410-6907}

12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만화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재동 김광성 차성진 김금숙 김정기 작가가 제11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2일 폐막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증언한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 참가자들이었다. 할머니 앞에 선 박재동 작가가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 저희 프랑스 앙굴렘 잘 다녀왔습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도 힘내서 열심히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릴 수 있습니다.” 인사를 받은 김복동(88), 길원옥 할머니(86)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날 만화가들은 피해 할머니와 300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기획전에 출품했던 작품 ‘나비의 노래’ ‘비밀’ ‘그날이 오면’ ‘꼬인 매듭’을 공개하고 프랑스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했다. 박 작가는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공감 속에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고 돌아왔다. 20여 년간 1000번 넘게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할머니들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작가들은 일본의 반성과 사죄도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만화 작품을 찍기 바빴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시선은 작품이 아닌 허공을 맴도는 듯했다. 길 할머니에게 만화를 본 소감을 묻자 “아니 난 몰라. 못 봤어”라고 했다. 옆에 있던 김 할머니도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수요시위 관계자가 귀띔했다. “할머니들 만화 못 보세요. 눈이 침침해서 안 보이세요.” 앙굴렘 현지에서 기획전을 본 세계인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겪은 만행 앞에서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지만 피해의 당사자들은 갈수록 나빠지는 시력 탓에 만화를 앞에 두고도 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의 위안부 기획전 방해공작에 대해서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길 할머니는 단호했다. “온 세상이 이런 진실을 알아야지. 진실은 당연히 밝혀져야지. 진실은 통하게 돼 있어, 난 믿어.” 수요시위를 그린 만화를 들고 나온 차성진 작가는 “할머니 얼굴에 깊이 팬 주름살에 고통과 한이 비쳤다. 오히려 너무 늦게 위안부 만화를 그린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지지 않는 꽃’ 국내 기획전은 18∼27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032-310-301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신(新)대자보세대의 정치 성향은 어떨까. 이들은 부모 세대인 386세대처럼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들이 세대 간 화합을 가로막는 ‘분노의 세대’가 될 우려는 없을까. 먼저 신대자보세대 200명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물었다. 이들은 중도(47.0%)-진보(31.5%)-보수(17.5%) 순으로 답했다. 지난해 10월 본보가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 실시한 ‘한국인 의식조사’의 20대 이념 성향은 중도(41.4%)-진보(30.6%)-보수(28.0%) 순이었다. 20대 전체와 비교하면 진보의 비중은 비슷하고, 보수보다는 중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없다’는 응답자가 72.0%나 됐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11.0%)-민주당(10.5%)-정의당(4.5%) 순으로 나타나 야당 지지율이 여당에 비해 약간 높았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는 ‘극단적 의견 대립’ ‘불통’ ‘언로 단절’ 같은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68명)가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나 현 정부의 소통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신은 엄한 아버지고요. 집회를 하면 그냥 떼쓰는구나, 회초리를 들어서 착하게 해야지 그런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국민과 대통령은 부자 관계가 아니잖아요.”(천모 씨, 서울 K대 3학년) 이들은 소통의 내용 못지않게 타인을 존중하는 소통 방식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녕들’ 대자보의 성공 비결도 20대가 선호하는 화법을 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기존 운동권 대자보는 거부감이 있어요.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온건하게 안부를 물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S대 4학년) “학생회 일을 했지만 운동권이라는 말은 불편해요. 운동권이란 말은 낙인 같아요. 투쟁하고 바꾸겠다고 강하게 의사표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김모 씨, 경기 H대 3학년) 신대자보세대가 부모 세대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의 68세대나 한국의 386세대처럼 사회마다 정치 사회적 변혁을 이끄는 세대가 있다. 신대자보세대는 2000년대 초반 20대에 비하면 사회적 발언의 경험이 풍부해 앞으로 변화를 이끌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인구가 줄고 개인화 경향이 확산되는 만큼 과거처럼 강력한 세대의 출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20∼24세는 약 349만 명으로 부모 세대인 50∼54세(427만 명)보다 78만 명 적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는 “현재 20대는 386세대 같은 강력한 기억의 공유점이 없다”면서 “틈틈이 정치적인 ‘번개’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상설적인 조직이나 제도적인 힘을 갖추기 위한 지구력이나 지속력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또 “사회적으로 불만은 꾸준히 있겠으나 불만 역시 개인화돼 있으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로 불만이 수시로 표출될 순 있어도 응집됐다가 폭발적으로 터지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좌절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빈번하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한국처럼 압축 성장으로 역동적인 사회일수록 새로운 세대의 등장 주기도 짧아져 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안녕들’ 열풍처럼 징후적인 현상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경시해선 안 된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생각해 보면 지금 젊은 세대의 광범위한 분노와 좌절은 극단적인 반응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의 문제제기를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고, 사회학자인 오찬호 박사는 “기업과 일자리를 경제적 효용성으로만 다루기보다 세대 간 화합을 위한 문제로도 바꿔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도 대자보 같은 현상은 주기적으로 나타날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삶이 절대 행복해질 것 같지 않거든요. 경제도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취업도 잘 안 될 거 같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견디기 어려운 시점에서 다시 터질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K대 2학년)신대자보세대 부모세대의 매체인 대자보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20대 초중반(1990∼1995년생) 청년들. ‘386세대’의 자녀인 이들은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해 ‘촛불세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나’의 문제에 빠져 소극적인 ‘88만 원 세대’와 다른 성향을 보인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10일 서울 성균관대에서는 ‘대자보 백일장’이 열렸다. 대자보 운동을 벌여 온 대학생 모임 ‘대학, 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며 마련한 행사였다. 지난해 말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 릴레이를 촉발했던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을 비롯한 이 모임 소속 학생들은 이달 중 대학 벽을 가득 메웠던 ‘안녕들’ 대자보를 책으로 엮어 낼 계획이다. 대학생들의 대자보 운동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감상적이고 선동적으로 공유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대자보 열풍은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이며 무기력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사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릴레이에 대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전조로 본다.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1960년대생들인 ‘386’ 세대의 자녀들이다. 이미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촛불세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나’의 문제에 빠져 소극적인 ‘88만원 세대’(20대 후반∼30대 초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안녕들’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이들을 ‘88만원 세대’와는 구분되는 ‘신(新)대자보세대’라고 명명했다. 1990∼1995년 출생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로 부모 세대의 매체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세대라는 뜻에서다. 이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신대자보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세대에 속하는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주관식 설문조사를 했다. 또 ‘안녕들’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한 8명을 포함해 대학생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386세대의 자식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자주 사회문제 얘길 했어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나 노동 문제 같은 이슈가 많았죠.”(이모 씨, 서울 H대 2학년) 1990년 이후 태어난 신대자보세대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에 따른 기러기 아빠 붐은 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들의 부모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에 속한다. 본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신대자보세대 200명 중 67명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부모를 꼽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부모와 자식이 지지하는 정당이 같은 정당일체감이 있지만, 과거 한국은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높은 편이었다”며 “민주화 이후 한 세대를 집단적으로 정치화할 만한 이슈가 사라진 데다 386세대가 특히 정치화된 세대여서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문항에서도 응답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20명)이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26명) 같은 부모 세대가 관심을 가졌던 이슈를 많이 언급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가장 많은 응답자(60명)가 꼽은 사건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의 주체는 당시 10대였던 386세대의 자녀였고 그들이 이제 20대가 됐다”면서 “10대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치관이나 당시 사회적 발언을 했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태도나 행동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대자보세대는 386세대의 판박이일까.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과 교수는 “(현재의 20대는) 부모로부터 윤리·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부는 부모와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도덕주의적 태도에 대해 ‘X 선비질’이라고 조롱하는 것도 386식 도덕주의에 대한 비난”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계발의 ‘벽’을 보다 “성공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앞으로 훌륭한 뭔가가 되는 것보다는 취업을 위해 인턴으로 뽑히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런데 하나를 이루면 금세 ‘이게 다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게 계속 이어지니까 불안해요.”(정모 씨, 서울 H대 3학년) 신대자보세대를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자기계발’이다. 이들은 유년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꼽았다(72명). ‘절약 포스터 그리기’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단편적인 사건으로 IMF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실직을 해서 이사를 갔다”고 회상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 시기 확산된 ‘적자생존’ 논리는 이들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을 필수조건으로 여기며 자랐고, 대학에 들어온 후에도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국어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는 등 ‘스펙’을 쌓아 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자기계발서의 논리를 내면화해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데 주목한다.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한국사회가 저성장 사회로 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못한 사람을 계속해서 배제해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 자기계발에 대한 강조는 모든 성과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며 이 같은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대자보세대와 인터뷰에서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피로감’이 자주 표출됐다. 이들은 특히 ‘스펙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갈수록 ‘직업학교’가 되고 있는 대학환경을 비롯해 기업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친구가 국토 대장정에 다녀왔어요. 이력서에 써야 한다고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진짜 취미나 특기를 쓰면 안 된대요. 하다못해 ‘찌개 끓이기’ 같은 것, 면접관이 관심 가질 만한 걸 써야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본다고.”(모모 씨, 서울 K대 3학년) “대학생 앰배서더, 서포터스 같은 것 좀 그만 만들면 좋겠어요. 서포트는 기업에서 알아서 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나한테 돈을 내고 사야지. 착취당하는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K대 2학년)○ 내 문제 해결하려 연대를 이들은 인터뷰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많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만큼이 못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67.5%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면서도 68.5%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불안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을 들었다.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라고 하잖아요. 부모님은 하루하루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S대 4학년)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30대 논객 한윤형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문대에 가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갈수록 삶이 내려가는 느낌이 서로의 안녕을 묻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자보 열풍의 근저에는 자기계발의 벽에 부닥친 이 세대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공동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인식 전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광 교수는 “과거에는 ‘성공을 위한 OO가지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가 나중엔 ‘무조건 믿으면 이뤄진다’는 ‘시크릿’ 같은 책이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그조차 안 통하니까 ‘힐링’이 유행한다”면서 “대자보 현상은 자기계발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보이는 자조이자 성찰”이라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도 “계급상승의 실질적인 통로가 막힌 이들은 지금까지 ‘각자도생’을 꾀하는 방식으로 파편화돼 왔다. ‘안녕들’ 현상은 이들이 그와 정반대로 연대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조동주 기자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