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교수 “한 사물을 들어 올리면 세상 전체가 딸려 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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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생각하는 연필’ 펴낸 권혁웅 교수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는 새로 나온 감성사전 ‘생각하는 연필’의 작가 소개에서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에 혼자 있는 사람의 외로울 권리를 일찍 깨쳤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만화에서 시집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썼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는 새로 나온 감성사전 ‘생각하는 연필’의 작가 소개에서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에 혼자 있는 사람의 외로울 권리를 일찍 깨쳤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만화에서 시집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썼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소지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시인 겸 평론가인 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47)를 만나 당돌하지만 소지품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백과사전파 문인’으로 불리는 그는 최근 사물을 소재로 한 감성사전 ‘생각하는 연필’(난다)을 출간했다. 2008년 인간의 몸을 다룬 ‘두근두근’(개정판 ‘미주알고주알’), 지난해 동물에 대해 엮은 ‘꼬리치는 당신’(마음산책)에 이어 세 번째 감성사전이다. 김소연 시인은 지난해 추천사에서 그를 ‘집대성의 대가’라고 불렀는데, 소지품 검사를 통해 그 비결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보여줄 게 없다”고 싱긋 웃더니 답했다.

“감성사전을 쓰면서 트위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트위터는 (트윗 한 번에) 140자밖에 안 되니까 중언부언하지 않고 요점이나 핵심을 찌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죠. 사람들 반응도 즉시 확인할 수 있었고요.”

권 교수는 감성사전을 “뜻풀이뿐 아니라 다른 사물과 인간의 삶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사전”이라고 정의했다. 책들에는 메모, 산문시, 에세이, 자연과학, 인문학까지 거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내용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그의 트위터에서 반향을 일으킨 내용을 소개한다.

‘∞=8: 무한대 기호∞는 누운 8자 모양이기도 하다. 당신이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면, 이런 말도 하는 것이겠지. 우리의 멀어짐은 어쩌면 팔자라고.’(69쪽)

‘스케치의 힘: 왜 화가가 대상을 스케치할 때 여러 번 선들을 그리잖아요? 대상을 보여주는 명료한 선 하나를 잡아내기 위해서죠. 당신이 그 사람 앞에서 여러 번 말을 더듬을 때에도 그래요. 당신의 마음을 전하는 가장 분명한 고백을 하기 위해서인 거죠.’(192쪽)

정보도 소홀하지 않다. ‘꼬리치는 당신’에서 코끼리에 대해 이렇게 썼다. ‘코끼리는 일생 동안 이를 여섯 번 간다. 마지막으로 난 이가 닳아 없어지면 굶어 죽는다. 보통 50년 넘게 살지만 임플란트 코끼리였다면 수명이 훨씬 길었겠지.’

감성사전에 담은 정보들은 그가 가진 1만354권의 장서에서 왔다. 그는 창문을 빼고 벽을 온통 책으로 가득 채운 집에서 산다. 대학생 시절 장서가 500권이 넘을 때부터 데이터베이스 작업으로 정리해 책 권수도 정확하다. 그는 “감성사전을 쓰면서 인터넷 정보도 살펴봤는데 틀린 게 많다. 주요 정보는 책에서 얻는다”고 했다.

감성사전을 읽으면 모방 욕구가 샘솟는다. 기자도 합체 로봇을 보면서 “합체 로봇은 신혼생활이다”로 시작하는 메모를 쓰기도 했다.

그는 서문에서 “한 사물을 들어올리면 세상 전체가 함께 딸려온다는 것을 행복하게 체험하는 경험이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썼다.

“한 사물을 던져져 있는 사물로만 여기지 말고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서 사람과의 관계, 세상을 보는 관점도 파악했으면 합니다. 짧은 글들이니까 아무 데서나 읽을 수 있어요. 화장실에서 배변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재밌는 책도 될 수 있고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권혁웅#감성사전#생각하는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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