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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17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197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이날 오전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2일 회생절차 폐지 이후 2주간 항고가 제기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파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남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청산 절차만 남았다. 정부는 한진해운 대신 1위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자본금 1조 원으로 설립된 한국선박해양이 다음 달까지 현대상선의 선박 일부를 매입한 뒤 다시 빌려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영구 전환사채(CB) 매입 등으로 현대상선에 720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선박과 관련된 금융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정부는 또 24억 달러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사들이 연료 효율 등이 좋아 비용 절감이 가능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진해운의 빈자리가 쉽게 메워질지는 불확실하다. 국제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컨테이너 수송력은 51만 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106만 TEU)과 비교하면 50%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지난해 한국의 해상운송수지는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억3060만 달러(약 6000억 원·잠정치)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경쟁력 있는 신규 선박 건조 지원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국적 선사가 100만 TEU 이상의 수송능력을 지닐 수 있게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도형 dodo@donga.com·강유현 기자}

“열심히 회사를 키워놔도 언제 경영권이 다른 곳에 넘어갈지 모른다고 하면 누가 기업 하려 하겠습니까. 기업 하지 말라는 얘기 같아서 요즘엔 본사를 해외로 옮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자부품 관련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의 전화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황금주’(주요한 경영 사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 등으로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해외 흐름과 반대로 국내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 성명서’를 낸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설명 자료에는 상법 개정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위협 실제 사례가 열거됐다. 한 예로 지주회사 A사의 자회사인 B기업의 지분 구성은 지주회사 65.75%, 국민연금 6.78%, 국내 기관투자 1.06%, 외국 기관투자 7.48%, 기타 18.93%이다. 그런데 상법 개정안이 시행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단일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A지주회사(3%), 국민연금(3%), 국내 기관투자(1.06%), 외국 기관투자(7.48%), 기타(18.93%)로 지분이 구성된다. 헤지펀드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합심하면 자신들을 대리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해 기업 기밀을 곶감 빼먹듯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더 큰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경영권을 공격당하면 대응이라도 하고 언론에 보도라도 될 텐데 작은 기업은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며 “경쟁사에서 이사회에 참여하려는 것도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농심의 경우 농심홀딩스(32.72%), 신춘호 회장(7.40%), 율촌재단(4.83%) 등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45.49%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감사위원 선출 때 의결권은 9.54%로 제한된다. 한미약품도 비슷하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41.37%의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단 3%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 경영활동 위축’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경계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중에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성장해온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해외 투기자본의 목소리가 커지면 대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주주를 달래기 위한 배당 확대 등에 치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중견 협력업체의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미래 성장보다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쏟게 되면 국가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중소·중견기업들까지 고스란히 짊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이 대기업의 장기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중대표소송제가 한 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경영진의 투자 결정에 불만을 가진 모회사 주주라면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만약 자회사 경영진이 장기적 사업 육성을 위해 거액의 투자 결정을 할 경우 모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투기 자본이 “모회사 주주 이익을 훼손시켰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회자의 적극적, 장기적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제도를 도입한 일부 국가에서는 소(訴)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조건 속에 이를 인정하고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동일 기자}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국회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중소·중견기업들까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과도한 기업 규제라는 이유다. 상법 개정안은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주로 규제 대상이 되는 상장기업의 86%는 중소·중견기업으로 대기업은 14%에 그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6일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 성명서’를 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들은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을 힘들게 할 우려가 있다”며 “상장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확보, 소액주주 보호 등을 상법 개정의 목표로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과도한 기업 규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도가 결합돼 효력을 발휘하면 별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국내 기업들은 투기자본에 맞서 경영권을 지키기 힘들다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5일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64·사진)은 “최근 미국을 찾아 주요 화주들을 만나본 결과 현대상선을 살리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해외 화주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화주(貨主)들은 현대상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계약을 앞두고 주요 화주들의 입찰 초청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우리 국적선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유 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현재 해당 기업과 올해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또 전반적인 신뢰를 회복하면서 과거 거래 이력이 있는 기업 거의 대부분으로부터 올해 입찰 초청을 받았고 4월까지 서로의 조건에 맞춰 계약을 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3, 4분기를 지나며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 상황이 건전해졌고 정부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 등이 신뢰 회복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이어 “2020년부터 시작될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맞춰 연비가 좋은 친환경(에코타입) 선박 발주를 내년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대(對)중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은 16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 및 국내 중소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중기연구원은 최근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영향으로 미국발 보호무역 확대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대중국 수출 가운데 80% 이상이 산업 원자재와 부분품 등이어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 마찰이 본격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중기연구원은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나 유관기관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쌍용자동차가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9년 시작돼 2015년 마무리된 ‘쌍용차 사태’를 딛고 이뤄 낸 성과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수익 창출에 매진하는 것이 ‘윈-윈’하는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활약’이 눈부셨다. 15일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차량 15만5844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2015년보다 판매량이 7.7% 증가했다. 16만 대 이상을 판매했던 200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판매 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3조6285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80억 원, 당기순이익은 581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007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2007년 영업이익 441억 원 당기순이익 116억 원을 올린 이후 2008∼2015년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암흑기가 시작된 것은 2008년 유가 급등 이후. 중대형 SUV와 고급 세단이 주력인 쌍용차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8년 쌍용차는 22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7097억 원에 이르렀다. 실적이 떨어진 바탕에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누적된 갈등도 깔려 있었다. 2009년 1월 쌍용차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후 4월 직원의 37%에 이르는 2646명을 구조조정 했다. 이에 노조가 전면 파업으로 맞서면서 쌍용차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는 77일간 경기 평택공장을 점거했고 결국 경찰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정치권이 쌍용차 사태를 이슈화하면서 노조와 회사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쌍용차의 ‘체어맨’은 국산 최고급 세단 중 하나였지만 노사 갈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2009년 9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분리된 노조 집행부가 선출됐고 2010년 11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했다. 이후 쌍용차, 쌍용차 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오랜 협상을 거쳐 2015년 12월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했다. 쌍용차가 갈등을 끝내고 부활한 데에는 노사가 ‘회사가 살아야 함께 살 수 있다’는 단순한 원칙에 공감하고 힘을 합친 것이 결정적이다. 2010년부터 정리해고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2010∼2016년 노사는 7년 연속 무분규 임금 협상 타결을 이뤄 냈다. 또한 공장이 있는 평택시는 ‘쌍용차가 살아야 평택이 산다’며 적극적으로 쌍용차를 도왔다. 평택시 공공기관 차를 쌍용차로 교체하고 동네마다 쌍용차를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단결해 회사를 부활시킨 것은 노사 갈등으로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2015년 1월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는 쌍용차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티볼리는 출시 첫해 6만3693대가 팔린 데 이어 2016년에는 34.7% 증가한 8만5821대가 팔렸다. 티볼리의 인기가 계속 높아진 데 힘입어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분기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노사 양측 모두 ‘티볼리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실적 개선을 위해 더욱 힘을 합치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실적 증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티볼리에 이어 올해는 대형 프리미엄 SUV인 Y400(프로젝트명)을 내놓는다. 티볼리-코란도C-Y400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구축해 SUV 시장의 강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는 “티볼리를 통해 적자 고리를 끊은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최대 판매 실적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한우신 hanwshin@donga.com·김도형 기자 ● 9년 만에 흑자 전환 쌍용차 관련 일지▽2009년 1월 9일 쌍용차 기업회생 절차 신청4월 8일 2646명 구조조정안 발표5월 21일 노조 총파업 돌입6월 8일 쌍용차 사측, 976명 정리해고8월 6일 쌍용차 회생을 위한 노사 합의 타결▽2010년 5월 10일 쌍용차 매각 공고 11월 23일 마힌드라 인수 본계약 체결▽2011년 3월 14일 법원, 쌍용차 기업회생 절차 종료 선언▽2012년 1월 13일 서울남부지법, 해직자가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2013년 1월 10일 노사, 무급 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 합의▽2015년 1월 13일 4년 만에 신차 티볼리 출시 1월 14일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쌍용차, 쌍용차 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회동 1월 21일 노-노-사(쌍용차 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교섭 시작 12월 30일 노-노-사, 타협 최종 타결 ▽2016년 1∼12월 티볼리 8만5821대 판매(전년 대비 34.7% 증가) ▽2017년 2월 15일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2016년 실적 발표}
현대자동차의 신형 i30가 독일의 자동차 전문잡지 아우토빌트가 최근 실시한 유럽 준중형 해치백 5개 차종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신형 i30는 이달부터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5개 차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평가에서 신형 i30는 총점 750점 가운데 531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차체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편의성 등 7개 항목 가운데 5개 항목에서 1위에 올랐다. 오펠 아스트라(523점), 마쓰다 3(496점), 르노 메간(490점), 푸조 308(486점)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우토빌트는 “신형 i30는 일상생활 용도로 매우 견고하고 실용적으로 잘 만들어진 차량”이라며 “균형 잡힌 승차감이 강점이며 제동 성능과 엔진 성능 등도 이전 모델에 비해 경쟁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장면 1 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 신항만 3부두. 한쪽에 한진해운 마크를 단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었지만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트럭은 없었다. 1000개가 넘게 쌓여 있는 한진해운 컨테이너는 모두 속이 빈 채였다. 신항만 관계자는 “한진해운 소유이거나 빌린 컨테이너다. 비어 있는 채로 장기 보관 중이고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면 2 1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카페에서 만난 이모 차장은 명함을 주려다 망설였다. 한진해운의 이름과 마크가 선명한 명함. 앞·뒷면에 한글과 영어로 이름과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이다. 해외에서도 당당하게 내밀던 ‘신용장’이다. 하지만 이 차장은 이제 명함에 적힌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7년 청춘을 싣고 떠나가는 회사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을 비롯해 한진해운에 남은 직원들은 회사 자산을 청산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지사의 사옥과 가압류 재산, 계좌 등을 정리하는 일이 포함된다. ‘파산’을 앞둔 한진해운의 현재 모습이다.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부터 법정관리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여의도 시대를 끝내고 염창동으로 이사했다. 20층 건물 절반을 차지했던 회사가 양화교 인근 빌딩 한 층을 빌렸다. 육상·해상 1300명 넘던 직원 중 50여 명이 남았다. 남은 재산을 정리하는 청산 작업이 이들의 주 업무다. 새 사무실 입구엔 대양(大洋)을 누비던 75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모형이 놓여 있다.○ 치킨게임? 냉혹한 시장 개편 중 도태 “불치병 진단을 받은 날이었죠. 직전까지도 직원 대부분이 상상을 못했어요.” 이 차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해 9월 1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 직후 한진해운 내부에는 ‘회생 태스크포스(TF)팀’이 마련됐지만 회사는 살아나지 못했다. 법정관리 시작 직후 부산 신항만에는 화주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 그리고 방문이 이어졌다. 화주 각자에게는 시간 맞춰 보내야 하는 절박한 화물들이었다. 주말에도 자정까지 일하며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화주들이 화물을 찾아가는 일은 지난해 말에야 거의 마무리됐다. 1000개 이상의 빈 컨테이너가 이제 그 흔적으로 남았다. 한진해운의 추락 배경에는 세계 해운업의 거대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대량생산으로 비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가 가장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 바로 해운업이다. 이 차장은 “기본적인 신용을 확보하면 그 다음에는 누가 더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의 운임 경쟁만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부터 극동구주항로운임동맹(FEFC)이 정한 공통 운임률에 의해 운영돼 온 해운업계의 운임 담합 시스템을 폐지했다. 제한 없는 운임 경쟁 속에서 초대형 해운사끼리도 합종연횡하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바닥 수준의 운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을 누군가는 ‘치킨게임’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세계 해운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이고 한진해운은 그 과정에서 패자가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예상 못한 불황에 경영 실패까지 한진해운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세운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다. ‘수송보국’을 내세운 한진해운의 역사는 곧 한국 해운 산업의 역사였다. 거대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로에 매주 배를 띄우려면 한 노선 운영에도 여러 척의 배가 필요하다. 거듭 국내외 선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한진해운은 지난해 선복량(선박 적재 공간) 기준 세계 7위의 해운사였다. 이 차장이 입사한 2000년대 이후 해운은 호황을 누렸다. 중국 경기 활성화 등으로 2000년대 중반 세계 해운 물동량이 급증했다. 그는 “정신없이 바빴지만 회사가 잘나가니 일할 맛이 나던 때”라고 했다. 배 숫자가 늘고, 배 크기가 커지는 것이 한진해운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이 차장의 자부심이었다.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보며 그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꿈을 키웠다.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돌변했다. 해운업이 급격히 침체됐고 한진해운은 위기에 빠졌다. 2006년 조 창업주의 셋째 아들 조수호 회장이 작고하고 경영 경험이 없는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던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배가 없어 화물을 나르지 못하던 호황 때의 전망을 믿고 1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빌렸던 배가 화근이 됐다.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으며 침몰하는 회사 건지기에 나섰다. 대한항공 등 그룹 주력 계열사가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불황 속 항해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4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자금 지원이 중단되자 8월 31일 마침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것이 남겨두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한진해운 회생 절차 폐지 이후 채권단의 이의 제기는 아직 없다. 17일 오전 파산 절차 개시 결정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모항’엔 텅 빈 컨테이너만 13일 한진해운의 빈 컨테이너가 ‘좌초’돼 있는 자리 건너편의 신항만 3부두 선석(船席)은 텅 빈 상태였다. 한진해운은 이 3부두 터미널 물동량의 60%를 차지했다. 한진해운의 모항(母港) 같은 곳이다. 2만 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댈 수 있는 거대한 터미널. 하지만 배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12개의 STS(Ship To Shore) 크레인은 모두 팔을 하늘로 든 채 멈춰 있었다. 컨테이너를 선석으로 옮기는 100대가량의 야드 트랙터는 고스란히 한쪽에 주차돼 있었다. 신항만 관계자는 “4월 이후 부산 신항만을 이용하는 해운사들의 물량이 전체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면이 바다라지만 실제로는 섬과 다름없는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은 99.7%가 바다를 통한다. 한때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았던 이곳에 지금은 코스코(중국), K-Line(일본) 같은 이웃 국적 해운사 배가 눈에 띈다. 이 차장은 “나중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세계 7위 선사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사람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창원=김도형 dodo@donga.com·정민지 기자}

‘카톡 카톡 카톡….’ 오늘도 나를 찾는 분주한 손길이 이어진다. 내 이름은 카카오톡. 뭐 대부분 카톡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모바일 메신저 하면 사람들은 바로 나를 떠올리지. 나를 찾는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만 무려 4208만 명이다. 대한민국 사람 10명 중 8명은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나를 찾는다는 것! 재밌는 건 그중엔 문자는 안 보내고 친구목록에 뜬 프로필 사진(프사)만 엿보는 사람도 수두룩하단 사실. 아닌 척하지 말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 그런 적 있지 않은가. 자, 지금부터 ‘프사 탐색전’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너 소개팅 할래?” 간만에 들어온 소개팅이었다.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든 C 씨(30). 그는 친구로부터 동갑내기 소개팅남 P 씨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곧바로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카톡 친구목록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렸다. 몇 초 후. P 씨의 이름이 ‘새로운 친구’ 목록에 떴다. 이제 이름 왼쪽의 작은 동그라미를 터치하면 P 씨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화면에 터치하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얼굴은 뭐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았다. 문제는 사진들의 배경. 와인이 놓인 테이블, 럭셔리한 브런치 식탁, 화려한 호텔 옥상 바 사진 등. 심기가 불편했다. 다른 건 몰라도 ‘허세남’은 용서할 수 없었다. C 씨는 바로 소개팅을 파투냈다.프사는 ‘이미지 자소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프사는 이제 ‘사진 자소서(자기소개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새로운 만남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상대를 탐색할 수 있는 첫 번째 창이다. 본보와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1월 한 달간 미혼 남녀 481명을 조사한 결과 ‘SNS 프사 설정을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84.4%였다. 선호하는 프사는 △내 모습 위주의 사진(32.2%) △여행지 등 멋진 풍경(23.4%) △친구·연인과 함께한 사진(20.7%) 순이었다. ‘프사를 등록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 젊은 청춘남녀는 만남을 앞두면 ‘셜록 홈스’가 된다. SNS 프사 하나로 수십 가지의 정보를 캐내려 든다. 프사를 통해 외모뿐 아니라 취향과 관심사 인간관계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듀오의 이명길 연애코치는 “그런 점에서 오늘날 SNS 프사는 신언서판(身言書判·사람을 뽑을 때 표준으로 삼던 조건)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듀오에선 지금도 남녀를 서로 소개해줄 때 사진을 먼저 주지 않는다. 전화번호와 e메일만 공개한다. 서로가 ‘만나보겠다’고 최종적으로 ‘OK’ 하면 만나기 직전 사진을 전달한다. 하지만 요즘엔 ‘그래봤자’란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카톡 프사를 확인할 수 있고, e메일 주소만 검색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가 뜨는 세상이다. 온라인상엔 ‘카톡 프사 히스토리 안 보이게 하는 법’ ‘카톡 프사들을 12종류로 구분한 심리 분석’ 같은 게시물이 차고 넘친다. 그만큼 프사가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여자는 ‘분위기’, 남자는 ‘자연스러운 외모’ 그렇다면 어떤 프사가 상대의 호감을 불러올까. 이 코치에게 남녀별 프사 활용법 ‘꿀팁’을 들어봤다. 이 코치는 꿀팁 제공에 앞서 남녀 구별을 명확히 했다. 남녀 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여자는 남성을 ‘줌 인(Zoom in)’ 기법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여성에게 중요한 건 외모보다는 분위기와 인상이란 것. 여성들은 남성들의 외모에 꽤 관대한 편이다. 고작 따져봤자 “키가 크냐 작냐, 배불뚝이냐 아니냐” 정도다. 장동건이나 원빈처럼 꽃미남이 아니라도 유해진처럼 푸근하고 맘씨 좋은 인상이면 일단 합격이다. ‘못잘생겼다’(못생겼는데 동시에 잘생겨 보이는 걸 지칭하는 말)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라면 사진의 배경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좋다. 이 코치는 “여성들은 주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강아지나 조카와 놀아주는 사진은 아주 좋단다. 이런 사진은 ‘아 이 남자가 참 다정다감하구나. 내게도 이렇게 대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 대세인 만큼 서점에서 책을 보는 모습, 서류들이 놓인 책상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 등도 괜찮은 콘셉트다. 반대로 남자는 여자를 볼 때 ‘줌 아웃(Zoom out)’ 기법으로 본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즉 얼굴과 몸매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배경을 나중에 본다는 사실. 주변의 미혼 남성들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소개팅 시켜줄까?”라고 했을 때 열 명 중 아홉 명은 제일 먼저 “예뻐?”라고 묻는다. 그래서 여성은 일단 프사에 얼굴이 잘 부각되는 것이 낫다. 일종의 간접적인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미리 시도하는 셈이다. 여자들은 사진 찍는 기술이 뛰어나다. 본능적으로 얼굴이 잘 나오는 사진 각도와 조명을 잘 안다. 오랜 셀카 활동(?)의 결과랄까. 문제는 남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 이 코치가 평소 상담을 오는 남성 손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렇다. “여성분이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요….” 여성 손님에게 자연스러운 사진을 추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남성들은 사진을 본 순간 보정이 들어간 ‘뽀샵(포토샵)’ 사진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한다. 그래서 셀카보다는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찍어준 스냅사진 프사가 더 반응이 좋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갖는 편견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사진이면 ‘예쁜 척 안 하는 털털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코치는 순댓국도 추천했다. “순댓국 먹는 사진을 올리면 안 예쁠 거라고 생각하죠? 아닙니다. 의외로 남자들은 ‘이 여자랑 같이 순댓국 먹으러 가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대놓고 자랑질 안 돼” 과유불급 명심! 남자건 여자건 주의할 사항은 ‘과하면 안 된다’는 것. 은근한 표현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법이다. 정장을 차려입고 스튜디오에 가서 찍은 사진, 아나운서 같은 원피스 복장과 짙은 화장을 한 모습의 사진은 부담스럽다. 이 코치는 “요샌 결혼사진도 일상복을 입고 스냅사진처럼 찍는 사람이 많다”며 “정색하고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리면 오히려 인위적으로 보여 역효과를 부른다”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딱 붙는 옷을 입고 ‘스쾃(하체운동)’하는 모습이나 웃통을 벗고 가슴 근육을 자랑하는 셀카는 대표적인 ‘비호감’이다. 긴팔 와이셔츠를 소매까지 걷었는데 손목 힘줄이 살짝 보인다든지, 깔끔한 청바지에 면티를 입었는데 자연스레 몸매가 드러난다든지 하는 모습이 낫다. 이러나저러나 모든 건 참고 사항일 뿐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심사는 바뀌게 마련이다. 직장인 주영조 씨(29)는 “미혼이었을 땐 이성이 내 프사를 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올렸는데 결혼 이후엔 사진도 잘 안 바꾸고 의식을 거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자존감이 센 사람이라면 남의 눈 따위 크게 의식하지 않을 것 아닌가. 이렇게 되묻자 이 코치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언제나 명심하세요. 이젠 ‘이미지 관리’도 능력인 시대랍니다.”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 }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71·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정책은 타이밍이고 국회의 지원이 필요한데 식물국회에 불통까지 결합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가 나라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제몫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격에 의한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며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가서야 되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또 최근 반(反)기업 정서가 퍼지는 상황을 지적하며 평등의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기업인 두산중공업도 초내열 소재를 새로 개발해 제품화하고 적용하는 데 16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공공 부문의 역할을 키워야 시간과 비용을 줄이며 ‘팀 코리아’가 돼 경쟁할 수 있습니다.”(유석현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장·부사장) 9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소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정인화(국민의당) 박완수(새누리당) 노회찬 의원(정의당)이 함께 주최한 이 토론회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중요성이 커지는 소재산업과 관련해 공공기관의 역할을 키울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유 부사장이 호소한 것처럼 첨단 소재 영역에서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는 점과 소재산업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선임연구위원은 “금속, 화학, 세라믹 등 제품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바로 소재인데 소재산업이 강한 나라가 결국 제조업의 강국”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도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굳건히 버티는 독일과 일본은 결국 소재산업 강국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모두 첨단 소재를 빼놓고는 구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조소재’와 ‘기능소재’로 구분할 수 있는 소재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드론과 전기차 등을 위해서는 기존 철강 소재보다 가볍고 단단한 구조소재가 필요하고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 피부와 같은 촉감을 가진 기능소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패널로 참석한 최주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은 “그동안 포스코의 가장 큰 먹거리 중 하나가 자동차 강판이었는데 이제 전기차와 자율운행차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강한 강판은 물론이고 비철금속을 포함해 더 가벼운 소재에 대한 요구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등장으로 리튬이온 2차 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포스코는 7일 광양제철소 안에 리튬 생산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소재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과 함께 시간과 비용 역시 많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포스코 역시 독자 기술 개발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탄산리튬 생산을 시작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대한금속재료학회장)는 “정부도 소재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며 공공 부문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계연구원 부설기관인 재료연구소를 재료연구원으로 승격시키는 방안도 주요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은 “소재는 다른 연구 영역과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에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우리와 공동 연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재산업은 인내의 산업이라고 불리는 만큼 더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위상과 능력을 갖춘 정부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 등으로 리튬이온 2차 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리튬 생산 공장의 문을 열었다. 올해 비철강 분야 사업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미래 산업용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스코의 변신을 놓고 ‘미래 산업의 쌀’ 생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7일 전남 광양제철소 안 8500m² 부지에 건설한 리튬 생산공장(PosLX)에서 권오준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연간 2500t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의 실제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탄산리튬 2500t은 노트북 배터리 700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 측은 생산에 12∼18개월이 소요되는 기존의 자연증발식 리튬 추출법과 달리 짧게는 8시간, 길어도 1개월 안에 순도 높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리튬 회수율 역시 기존 30∼40%에서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생산된 탄산리튬은 2차 전지를 만드는 LG화학, 삼성SDI와 2차 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에 공급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2차 전지 생산국이지만 주원료인 탄산리튬은 모두 수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가 탄산리튬 생산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이 원료 수급 걱정을 한결 덜게 됐다. 준공식에 이웅범 LG화학 사장과 조남성 삼성SDI 사장이 참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차 전지 및 전기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최근 2020년에 전 세계 리튬이온 2차 전지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5.5배(용량 기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내놓은 바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 염분 함유량이 높은 호수인 염호를 확보해 탄산리튬의 원료 인산리튬도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국내외 탄산리튬 생산량을 4만 t까지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또 올해 4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에너지 소재와 마그네슘, 티타늄 등 경량 소재 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낸 이래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 제품을 만들어 온 포스코가 이제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 생산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이 크게 늘어날 전기자동차와 로봇, 드론 등이 모두 고성능 배터리와 가벼운 구조소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맞춰 변신 중이라는 것이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은 “포스코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굴 중인 리튬과 마그네슘 등은 모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요가 크게 확대되는 소재”라며 “완제품 조립과 가공 기술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원천 소재 개발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준공식에서 권 회장은 최초로 생산된 탄산리튬을 장갑 낀 두 손 가득 직접 들어올려 보이기도 했다. 권 회장은 “많은 제약과 난관에도 오늘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은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초부터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신차를 출시한 가운데 구형 모델 차량들이 다양한 혜택을 내세우며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신차는 별다른 할인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신차와 경쟁해야 하는 구형 모델은 폭넓은 할인 혜택과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국GM은 지난해 경차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한 스파크의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올 뉴 모닝과 올해 경차 왕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파크 구매 고객은 현금 80만 원 할인이나 애플의 맥북 노트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6월 말까지 입학 졸업 입사 퇴직 결혼 신규사업 신규면허 이사 등을 하는 새 출발 고객에게 최대 30만 원의 현금 할인도 추가로 제공한다. 현대자동차가 베스트셀러 중형 세단 쏘나타의 부분 변경 모델을 3월 안에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한국GM 말리부도 할인을 시작했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노후 경유차 교체 고객과 현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경유차 교체 고객에게는 개별소비세 30%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해 SM6는 최대 211만 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M6는 자동차전문기자협회의 ‘2017 올해의 차’에 선정된 기념으로 5년 보증연장 서비스 또는 30만 원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말리부 역시 스파크 구매 고객과 동일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새 모델을 내놓을 예정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경쟁이 뜨겁다. 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할인 혜택이 커졌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를 일시불이나 정상 할부로 구입하면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의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 가격의 50%(30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티볼리 판매 10만 대 돌파 기념으로 선착순 1만 명에게 계약금 10만 원을 지원하고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 선택 시 20만 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롯데그룹은 중국 선양(瀋陽)에 3조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 쇼핑몰, 호텔, 아파트를 짓는 ‘선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8년 문을 열고, 중국 사업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최근 그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롯데그룹이 보유한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이 정해지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양 프로젝트를 관할하는 중국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공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6일 “앞으로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사드 보복,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및 육성책으로 인해 변수가 많아졌다.○ 롯데 “中 사업 보수적으로 접근” 롯데는 최근 중국 베이징 인근 롯데슈퍼 3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2008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뒤 현재 마트 99개, 슈퍼 16개를 운영 중이다. 매년 해외사업을 통틀어 영업적자가 1000억 원 이상에 달해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2015년에는 산둥(山東) 지역 점포 5개의 폐점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폐점도 구조조정의 일환이지만 사드 보복 등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에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중국 사업이 과거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전보다 엄격하게 (사업성을) 판단해야겠다는 기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는 높아지고 있지만 철수는 아니다. 사업을 안정화하기 위해 소형 점포로의 교체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최근 10년간 10조 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장 중국 사업의 발을 뺄 수는 없다. 다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中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 기조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와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다. 자국 분유 기업을 키우기 위해 ‘신제조분유법’을 만들어 기업당 판매 가능한 브랜드 수를 3개로 제한했다. 브랜드가 많은 유럽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한국 분유업계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은 중국의 생산량 조절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중국 철강 제품과의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바오산(寶山)강철과 우한(武漢)강철을 통합해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출범한 바오우(寶武)강철그룹은 조강생산량이 2015년 기준 6100만 t으로 세계 2위 철강사가 됐다. 중국은 2025년까지 철강산업 재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상위 10개 철강사가 전체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하도록 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은 경쟁력 없는 설비를 정리하고 수익성이 확보되면 연구개발을 강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도형 기자}

30m 길이의 가열로를 5분간 지나온 강판 2개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튀어나왔다. 온도를 색으로 보여주는 열(熱) 영상에서 붉은색과 노란색을 넘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뜨거운 쇠. 섭씨 950도에 이른다. 4개의 로봇 팔이 재빠르게 강판을 집어 들었다. 바로 옆 기계에 올려놓자 육중한 기계가 강판을 내리눌렀다. 1200t의 힘이다. 동시에 기계 내부를 순환하는 냉각수가 달아오른 강판을 식혔다. 불과 20여 초 만에 120도 전후까지 온도가 떨어졌다. 철강 제품을 뜨겁게 눌러 가공한다는 뜻의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정이 진행되는 실제 모습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성형(成形)까지 끝낸 강판은 강도가 2.5배 이상 높아진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마다 사용량을 늘렸다고 내세우는 초고장력(超高張力) 강판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 가장 단단한 쇠 만드는 현대판 담금질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차체에 적용된 핫 스탬핑 강판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3억5000만 개가량의 제품이 소비됐다. 차량 경량화 흐름 속에 2020년에는 소비량이 6억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쓰임새가 늘고 있는 초고장력 강판 생산과 연구 현장에서는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지난달 23일 현대제철 예산공장의 17개 라인에서는 핫 스탬핑 기계가 쉴 새 없이 뜨거운 강판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현대제철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공장과 울산공장 등에서 핫 스탬핑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이 국내 최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30kg/mm²급의 인장강도를 일반 강판으로, 60kg/mm²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분류한다. 60kg/mm²는 사방 두께 1mm의 가느다란 강판 가닥이 6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강도를 뜻한다. 핫 스탬핑 공정은 인장강도 60kg/mm² 수준의 강판을 150∼200kg/mm²까지 높여준다. 초고장력 강판의 최종판 혹은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다른 물질을 첨가한 것도 아닌데 강도가 높아질 수 있는 비밀은 쇠의 고유한 특성에 숨어있다. 이론적으로 쇠를 850도 전후로 가열하면 구조상 가장 무른 상태가 된다. 이를 급속도로 냉각시키면 가장 단단한 상태로 변한다. 강판 조직의 구조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김도형 현대제철 자동차부품기술팀 차장은 “기본적으로 대장간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원리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쇠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얘기했다.○ 고부가가치 車 강판… 새 강종 찾고 다른 소재 연구 단단한 강판은 결국 더 가볍고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강판과 고장력 강판으로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180kg/mm² 수준에 이르는 강판도 차량에 쓰인다. 최대 5배 이상 단단한 쇠로 차체를 만드는 셈이다. 이날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민병열 부품개발지원팀 부장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개념인 고연료소비효율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철강 제품의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했다. 가벼우면서도 더 단단한 차체 소재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높은 연비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44%까지 높여서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올 뉴 모닝은 기존 모델에 비해 30∼40kg 경량화에 성공했다. 차량 중량이 10% 줄면 연비는 3%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강도 강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철강사들은 새로운 강종(鋼種)을 개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AMP(Advanced Multi-Phase)강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100kg/mm² 이상의 인장강도를 가진 철강 제품을 뜻하는 ‘기가스틸’을 앞세운 포스코는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강을 개발해 생산 중이다. 모두 일반강에 망간을 첨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도를 높이면서도 성형성을 확보했다. 민 부장은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같은 소재는 물론이고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에 금속을 붙이는 방법까지 다양한 방향의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예산·당진=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 속에 국제적인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비제조업 중소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2015년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의지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7년 2월 중소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가 78.8점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전국 29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6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한 결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81.7점보다는 2.9점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점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더 부정적, 높을수록 더 긍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제조업 분야의 전망은 80.3점으로 지난달(80.4점)보다 0.1점 하락에 그쳤지만, 비제조업 분야 전망은 지난달(82.7점)보다 5.0점 하락한 77.7점을 기록했다. 2015년 1월 중기중앙회가 비제조업 분야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1월 중소기업 업황실적 건강도지수도 지난해 12월보다 5.2점 내린 74.5점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경영 애로 사항에 복수응답으로 꼽은 항목은 내수 부진(61.1%)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인건비 상승(45.4%), 업체 간 과당 경쟁(4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는 중견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 1000여 곳을 최근 조사한 결과 가장 큰 경영 애로 사항으로 43.6%가 내수 부진을 꼽았다고 이날 밝혔다. 과당 경쟁(22.0%)과 인건비 부담(8.5%), 해외 수요 부진(7.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신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45.2%에 비해 크게 떨어진 2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권오준 회장(67) 연임을 확정지은 포스코가 올해 배터리용 리튬, 니켈 등과 관련된 신소재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을 비철강 분야 사업 강화에서 찾는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30일 비철강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신소재 개발에 4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 양·음극재 등 에너지소재와 경량소재인 티타늄, 마그네슘 등이다. 권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추진한 계열사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고 철강사업 수익이 개선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1조 원가량 늘어난 3조5000억 원이다. 25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권 회장은 철강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비철강 분야 사업의 개혁 방안 마련을 주문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 같은 비철강 부문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도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60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포스코대우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4% 가까이 떨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분야에서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계속하면서 다른 계열사의 성장 잠재력도 끌어내는 것이 올해의 주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권오준 포스코 회장(67·사진)의 연임이 25일 확정됐다. 2014년 8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 회장은 경영 실적 개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 이사회는 25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연임을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7차례의 회의를 거쳐 권 회장이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사회를 앞두고 국정 농단 사태의 주역인 최순실 씨와 권 회장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 측은 “각종 의혹들의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공식 승인 과정을 거쳐 9대 회장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3년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새해 벽두부터 신차 출시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올 뉴 모닝’ 공식 출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새해 ‘경차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로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 경차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켜왔던 모닝이 지난해 한국GM의 ‘스파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6년 만에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1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안전성 높이며 ‘통뼈 경차’ 내세운 ‘모닝’ 사전 계약 기간 2주 만에 4000대 이상의 계약 실적을 올린 신형 모닝이 전면에 내세운 장점은 바로 안전성이다. 초고장력 강판을 경차 최고 수준인 44%까지 적용하며 충돌 안전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28kg/mm²급 일반 강판과 100kg/mm²급 초고장력 강판으로 만든 두 개의 요철 위로 공차 중량만 1.8t이 넘는 쏘렌토가 지나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일반 강판은 앞바퀴만 지나갔음에도 평면이 되다시피 한 데 반해 초고장력 강판 요철은 앞·뒷바퀴가 모두 지나간 뒤에도 모양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초고장력 강판의 강도를 눈으로 보여준 셈이다. 3세대 모델인 신형 모닝은 ‘견고한 차체에 첨단 스마트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콤팩트(SMART COMPACT)’를 목표로 하면서 외관과 내부 등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면서 실내 공간이 넓어졌고 전면 디자인도 스포티하게 바뀌었다. 기아차는 차세대 경차 플랫폼과 카파 1.0 에코 프라임 엔진을 적용해 주행 성능과 실내 공간, 연료소비효율 등 모든 부문에서 개선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모닝의 복합연비는 L당 15.4km 수준이다. 기아차는 올해 국내에서 8만5000대의 신형 모닝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프로모션 펼치며 반격 나선 ‘1위’ 스파크 지난해 7만8035대를 판매하며 모닝(7만5133대)을 눌렀던 스파크의 저력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인 신형 모닝 못지않은 안전성 등이 여전한 가운데 대대적인 할인을 통해 신형 모닝 열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스파크는 이미 38.7%에 이르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또 차량 간격이 너무 좁거나 충돌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경고음을 울리는 전방추돌경고시스템(FCA)과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DWS) 등도 적용돼 있다. 스파크는 또 기존의 승용 밴 모델에 수동 변속기와 자동 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변속 시스템인 이지트로닉(Easytronic)을 적용한 모델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특히 한국GM은 이달 스파크를 구입하면 최대 80만 원의 현금 할인 혜택이나 노트북을 제공하고 60개월 4.9%의 할부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스파크와 모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전략적인 프로모션으로 경차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67·사진)의 연임이 발표된 25일 오후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53조800억 원이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과 전년보다 8.8%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84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8.0% 개선됐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015년 962억 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1조482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사회는 이런 실적을 강조하며 권 회장 연임에 힘을 실었다. 연임과 흑자 전환에 샴페인을 터뜨릴 만하지만 권 회장은 이날 다른 일정 없이 집무실에서 새해 경영 계획을 점검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냈다. 예년 같으면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화려하게 치르던 연초 실적 발표 행사도 이날은 콘퍼런스 콜로 대체했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난제 산적한 ‘권오준호 2기’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 속에 철강 공급은 여전히 넘치고 있다. 특히 철강 수요가 많은 조선과 건설 경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정책은 올해 추가된 새로운 경영 허들이다. 한국에 있어 미국 시장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일 수출 시장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한국산 냉연강판에 최대 65%에 이르는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등 무역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철강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권 회장은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이달 10일 열렸던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권 회장은 “올해도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의 통상 마찰로 험난한 한 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속적인 철강산업 구조 개편과 보호무역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권 회장 취임 이후 진행한 계열사 구조조정 마무리도 남겨진 숙제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월드프리미엄(WP) 제품 비중도 빠른 시간 안에 높여야 한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25일 “지금 철강시장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 업계 1위 포스코를 이끄는 권 회장의 연임을 계기로 철강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순실 관련 의혹 해소 기대” 이날 이사회가 “근거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권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최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다 실패한 과정에 권 회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권 회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한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과거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최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자신이 떳떳하다는 점을 적극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이사회는 “내·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만큼 권 회장이나 포스코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