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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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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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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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은 외면했지만 관객의 갈채는 뜨거웠다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작품과 상영관에서 박수를 받는 작품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 22일 끝난 올해 영화제는 유독 이 간극이 더 넓었던 것 같다. 전문가와 관객의 평가가 좋았던 두 작품 ‘토니 에르트만’과 ‘패터슨’은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지 상영관에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두 작품을 소개한다. ‘토니 에르트만’은 독일 출신 신예 마렌 아데 감독의 예측불허 코미디다. 노년으로 접어드는 위니프리드(페터 시모니셰크)는 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말도 안 되는 농담과 장난을 즐기는 실없는 남자다.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반대다. 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커리어 우먼. 여기까진 ‘성공했지만 내면이 공허한 딸, 허술하지만 인생을 즐기며 사는 아버지’라는 상투적인 구도다. 다만, 아버지의 장난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짜 이와 가발을 하고 토니 에르트만이라는 가상 인물로 변장한 채 회사로 들이닥친 아버지 때문에 이네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다. 딸은 아버지를 냉정하게 돌려보내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딸의 주변을 배회하며 딸의 일상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는 수위의 장난과 함께.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 아데 감독은 독특한 호흡의 코미디로 영화를 상투성의 함정에서 건져낸다. 눈썹과 입꼬리의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전하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16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살짝 겁이 날 수도 있다. 사실 초반 20∼30분은 좀 지루하다. 하지만 고비만 넘기면 영화는 낄낄대는 웃음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진한 눈물을 보장한다. ‘토니 에르트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다면 ‘패터슨’은 묵직한 직구처럼 심장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미국 뉴저지 주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의 일주일을 비춘다. 아내(골시프테 파라하니)와 행복하게 살던 그에게는 비밀 직업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시인이다. 열렬히 시를 사랑하지만 정작 작품을 발표할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 읽고 ‘음, 지루한 예술영화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언뜻 지루해 보이는 평범한 일상이 이 예민한 예술청년에게 얼마나 다채로운 색깔로 다가가는지, 그리고 일상이 예술에 의해 어떻게 축복받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스타워즈’에 출연해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오른 애덤 드라이버 등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심지어 패터슨의 애완견 마빈 역을 맡은 불도그 넬리도 2001년부터 칸영화제 기간 중 수여되고 있는 ‘종려견상(Palm Dog Award)’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명연기를 펼친다. 짐 자무시 감독은 시와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 일상의 행간을 읽어내는 연출, 옴니버스식 구성, 동양적 선(禪)에 대한 애호 등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서 선보인 조각들을 모아 반짝이는 모자이크를 완성했다. 시대나 공간이 짐작되지 않는 진공 상태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의 영화는 늘 배경을 초월한 채 존재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폭포 앞에서 작은 노트 안으로 빨려들 듯 등이 굽은 패터슨의 뒷모습과 그가 특유의 저음으로 읊는 시의 운율만큼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토니 에르트만’ ★★★★☆, ‘패터슨’ ★★★★ (별 5개 만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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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박찬욱-김기덕 키워야”

    한국영화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22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한국영화로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반면 이란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이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필리핀 영화 ‘마 로사’에 출연한 재클린 호세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다른 아시아 영화들은 선전했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후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연이어 상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국내 영화 시장은 연평균 관객 2억 명을 넘으며 성장했지만 ‘엘리트 영화’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2년 칸에서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김기덕(베를린 감독상), 2004년 박찬욱 감독(칸 심사위원대상)의 수상으로 절정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수상 소식은 뜸해졌다.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감독도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등 매번 같은 인물이었다. 이에 따라 ‘포스트 박찬욱 김기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주목을 끌었던 한국영화의 신선함이 바랬다고 진단한다.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자극적 이미지와 소재로 눈길을 끌던 한국영화가 이제 유럽인에게 생경하지 않다”며 “수준 높은 한국적 담론을 담은 한국영화로의 진화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한국영화계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업영화에만 매달려 예술영화 육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재형 영화평론가협회장(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은 “예술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살리지 않으면 상업적으로도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게 영화산업의 속성”이라며 “영화제 수상이 국가 브랜드와 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므로 당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영화인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칸영화제에 참석한 김영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나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등 자기 세계를 구축한 젊은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운영이 보수적인 칸영화제의 성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칸영화제는 그들이 발굴한 감독에게 후하다”고 했다. 실제 올해에는 칸영화제를 통해 명성을 얻은 캐나다 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가장 세상의 끝’이 평단의 부정적 평가에도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은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에 돌아갔다. 3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은 영국 여성 감독 앤드리아 아널드의 ‘아메리칸 허니’가 수상했다. 감독상은 ‘퍼스널 쇼퍼’를 연출한 프랑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바칼로레아’를 연출한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칸=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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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혹한 현실, 동화로는 해결 못해”

    “(영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꺼지면 됩니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 없습니다.” 할리우드의 ‘악동’은 혹평에도 굴하지 않았다. 11∼22일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후반부의 화제작은 배우 숀 펜(56)이 연출한 경쟁 부문 진출작 ‘더 라스트 페이스’였다. 단, 호평이 아니라 혹평 때문이었다. 20일(현지 시간) 기자 시사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혹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1일 각국 주요 매체 평론가의 평점을 종합하는 잡지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는 그의 영화에 대해 4점 만점에 평균 0.2점이라는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이날 오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펜은 “(혹평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요즘 예술은 홍보 활동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오히려 평론가와 언론을 비판했다. 영화는 2003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유엔 난민캠프에서 일하는 렌(샬리즈 시어런)과 미겔(하비에르 바르뎀)의 사랑과 갈등을 담았다. 동시에 아프리카의 참상을 보여 주며 관객이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영화는 전투 도중 부상한 민간인들의 끔찍한 상처나 난민캠프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담고 주인공을 백인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난민을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펜은 “관객이 영화 속 장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그들이 그동안 현실에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저 내가 그동안 본 것, 내 경험을 나누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네(칸)를 걸어다니는 인간들은 자기 생각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실은 자기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들의 의견을 그저 따라갈 뿐이죠. 언론은 마치 누가 다른 사람의 작업에 대해 게으르게 평가할 수 있는지 대결하는 것 같고요.” 혹평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던 펜은 그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직후부터 현지에서 전개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 관해 질문하자 열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영화감독을 하는 것과 캠프 운영에 필요한 능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산안에는 없던 비상상황을 갑자기 처리해야 하고, 늘 어제 끝냈어야 했던 일을 오늘 하고 있게 된다”며 웃었다. 거침없이 말하던 펜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아들 호퍼에 관한 질문을 하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정말 열정적인 녀석이에요. 영화 촬영 전 4개월 정도 구호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죠. 아들에 관한 질문은 아들에게 해야겠지만….” “쿠바의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 마약왕 구스만 등 여러 논쟁적인 인물을 인터뷰하고 분쟁 지역에 직접 가기도 하는데 두려울 때는 없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어차피 죽는다. 다만 신이 이제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말할 때까지는 살아 있지 않겠느냐”며 웃어 넘겼다. “영화로 세상을 구하려는 건 아닙니다. 지금 현실은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구하자’는 식의 동화로 해결하기엔 훨씬 더 가혹해요. 우리에겐 더 강력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구호 현장에는 수많은 영웅이 있습니다. 그들은 좀 더 대우받아야 해요.”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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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는 갈채를 먹고 살아… 칸의 10여분 박수에 눈물 핑”

    “배우들은 박수 받는 걸로 먹고 살잖아요. 외국 관객이 박수를 쳐주는데 눈물이 살짝 나더라고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곡성’(15세 이상)이 18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상영이 끝난 뒤 10여 분 동안 이어진 박수 때문인지 상영 다음 날인 19일 오전 곡성에서 주인공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사진)은 연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제 현장에 곡성 포스터가 안 보여 아쉬웠다”는 그에게 기자가 한국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는 장소를 알려주자 “꼭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인 곡성은 국내서 19일 현재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뒤에 관객들 반응이 궁금해 마스크 쓰고 극장 가서 몰래 보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6번 봤는데 볼수록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혼자 한 작품을 끌어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꼈다.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도 ‘다시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울에 물을 뿌려서 꽁꽁 언 땅 위에서 며칠을 뒹굴기도 하고, 바위산에서 구르느라 온 몸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죠. 같은 장면을 워낙 여러 번 다시 찍으니 며칠을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장면도 많아요. 그래도 나홍진 감독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걸 믿었기 때문에 괜찮았죠.”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나 감독의 작품인 데다 러닝타임 156분을 거의 혼자 이끌어가 촬영 현장에서 고생도 많았다. 나 감독은 18일 있었던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곽도원은 “배우들이 육체적으로 고생했다고 감독이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대충대충 찍어 관객한테 보여주는 것이 더 힘든 일이다. 관객 앞에서 창피할 때 제일 수치스럽고 죽을 거 같다. 현장에서 힘든 건 나중에 박수 받으면 다 해소된다”고 말했다. 그는 곡성에서 아내 역을 맡았던 배우 장소연과 촬영 도중 연인으로 맺어지기도 했다. 18일 공식 상영에도 나란히 자리해 포옹하고 손을 잡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상의하고 의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사람이 참 참하더라”며 웃었다.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6번 다시 보며, 앞으로 또 단독 주연을 맡으면 곡성 때보다 시나리오도 훨씬 더 많이 읽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했어요. ”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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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호 “칸영화제 왔더니 올해 부산영화제가 정말 열리냐고…”

    “칸국제영화제에 와서 해외 영화인들을 만나보니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정말 열리냐’는 질문을 꼭 하더군요. 그들에게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잘 열릴 거라는 믿음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내정자(79)는 “영화제에 와서 이렇게 영화를 못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과 미팅이 계속 있다”고 했다. 1996년~2001년 영화제 집행위원장,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명예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부산시와 영화제가 9일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기로 합의하면서 영화제 첫 민간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전까지 조직위원장은 당연직으로 부산시장이 맡아왔으며, 김 위원장은 24일 부산에서 열리는 임시 총회에서 관련 정관이 개정된 뒤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나 역시 영화제 운영이나 최근의 파행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니 조직위원장 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생각해 고사했었다”는 그는 “영화제 창설자 입장에서 칸영화제를 넘기면 올해 영화제 개최가 정말로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며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정관 개정을 해내는 것이 저의 두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강수연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 직전까지 부산시와 조직위원장 인선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아 영화제 비행기 표를 취소하기도 했었다“며 급박했던 협의 과정을 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최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해서는 “불명예스럽게 퇴진을 한 것에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명예회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영화제 내부 쇄신에 대해서는 “위원장으로 정식으로 임명된 뒤 구체적인 계획을 낼 것”이라며 “6년 동안 외부에 있으면 영화제에 무엇이 필요한지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조직이든 끊임없는 쇄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강 집행위원장과 상의해서 쇄신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영화제까지 5개월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합니다. 파행이 거듭되며 영화제 준비가 늦어진 면도 있죠. 초청 영화의 수와 질 만큼은 예년에 준하도록 유지하려고 합니다. 영화제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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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실사영화… 佛관객 환호에 놀랐어요”

    “아내가 집에서 혼자 8개월 갓난아기를 보고 있는데 저만 이렇게 칸에 와서 레드카펫을 해도 되는 건지….” 14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인근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38)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그가 연출한 재난 영화 ‘부산행’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13일의 금요일’ 밤을 장식했다. ‘부산행’은 이혼하고 혼자 딸 수안(김수안)을 키우고 있는 펀드매니저 석우(공유)가 딸을 엄마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부산행 KTX를 타며 시작한다. 같은 시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급기야 사회가 마비된다. 석우가 탄 KTX도 마찬가지,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며 좀비보다 더한 괴물로 변해 간다. 이날 열린 공식 상영에서 관객들은 통쾌한 장면이나 액션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연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외국 관객들이 좀비처럼 창에 붙는 제스처를 취하며 환호하는 걸 봤다. 이전 제 작품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반응이라 그 자체로 재미있었다”고 했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 등 사회 고발 성격이 강한 어두운 분위기의 인디 애니메이션을 연출해 왔다. ‘부산행’은 그의 첫 실사 영화이자 가장 많은 예산(약 70억 원)을 쓴 영화이기도 하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파격적으로 제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반면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결과물을 볼 수 없어 답답한 점이 있다”며 “실사 영화는 그날 찍은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 작업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첫 실사 영화에서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좀비는 일종의 타자화된 군중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물이면서도 사회적인 함의를 지닐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즐길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기작으로 또 다른 실사 영화를 준비 중이다. 7월 ‘부산행’을 개봉한 뒤 ‘부산행’의 전편 격인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잇달아 개봉한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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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가씨의 에로틱 스릴러” vs “때론 놀랍지만 지루”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가씨’가 14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상영에서 첫선을 보였다. ‘아가씨’는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이모부(조진웅) 밑에서 자란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을 돕기 위해 길거리 소매치기 신분을 숨기고 아가씨의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가 벌이는 얽히고설킨 사기극이 중심 얼개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인 원작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옮겨왔다. 공식상영 다음 날인 15일 오전(현지 시간) 뤼미에르극장 인근 호텔에서 만난 박 감독은 “권선징악적 줄거리와 명쾌한 결말 등 상업영화 요소가 강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공식상영이 끝난 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람들의 박수를 봐라. 이게 상업영화에 보내는 박수냐’고 반문했지만 역시 칸영화제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에 수상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 배경을 살린 아름다운 의상과 세트를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배치해 관객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박 감독의 면모가 잘 살아 있다. 외롭고 예민한 아가씨와 그런 아가씨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숙희의 동성애 베드신 묘사도 적나라하다. 데뷔작에서 능수능란하게 역할을 소화하며 전라 노출까지 감행한 김태리, 섬세한 감정 연기로 새로운 면모를 보인 김민희도 인상적이다.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구조이되 남성 대신 여성이 서로를 구원하는 것으로 치환한 점, 일제강점기 조선에 근대가 이식되던 시대상을 담아낸 점 등은 영화를 풍부하게 해석할 여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박 감독의 전매특허였던 피가 난무하는 폭력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줄거리도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통속극에 가깝다. 이미 레즈비언 로맨스 ‘캐롤’(2015년)과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화제를 모으며 2013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나온 상황에서 ‘아가씨’가 얼마나 새롭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박 감독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봤지만 ‘아가씨’의 베드신은 격정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대화에 가까운 베드신”이라며 “스릴러 영화의 기본 구조에 범죄와 음모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현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식 상영에서 약 30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영화 시작 전 박 감독과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 조진웅 등 출연 배우들이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엔딩크레디트가 미처 다 올라가기도 전에 관객 일부가 빠져나갔고, 기립박수도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 기자 시사 뒤에 열린 기자회견 역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빅 프렌들리 자이언트’ 시사와 시간이 겹치면서 빈자리가 여럿 눈에 띄는 등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전 세계 주요 매체 평론가들의 평점을 종합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의 평균 평점은 2.2점으로 현재까지 상영된 경쟁작 중 중위권에 머물렀다. 프랑스 영화 매체 평점을 종합한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균 평점은 1.73점으로 15일 현재까지 최하위에 그쳤다. 외신들은 “아름답고 때론 놀랍지만 그럼에도 점점 지루해진다”(영화 전문 매체 ‘더 랩’) “변태적이고 에로틱한 스릴러이자 사랑 이야기로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다”(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 서로 다른 평을 내놓고 있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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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 “표현의 자유 지킬 것”

    “지난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견지해온, ‘지원은 받지만 절대 간섭은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내정자(79)가 15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오찬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최선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직위원장 직 수락 심경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1996~2010년)과 명예집행위원장(2011년~현재)을 지낸 김 내정자는 이달 말 열리는 영화제 임시총회에서 첫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전까지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왔다. 김 내정자는 크리스토퍼 테레이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바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크리스찬 전 칸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등 국내외 영화인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제가 조직위원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영화제가 계속 파행을 거듭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중책을 다시 맡기로 했다”며 “프로그래밍의 자유,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는 자유를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국내외 영화인 여러분이 참여해주시는 것이 부산시, 또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영화제의 명성과 신뢰를 확인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이날 오찬에서 “며칠 전만 해도 올해 영화제 개최가 불확실했는데 이 자리에 서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미 은퇴한 분(김 내정자)에게 다시 힘든 시기에 손을 내민 것이 죄송하지만 별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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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영화제 김동호 조직위원장 추대… 갈등 봉합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79·사진)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올해 영화제를 우선적으로 치르는 데 9일 합의했다. 이로써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취소 여부를 놓고 충돌한 이후 계속돼 온 시와 영화제 간의 갈등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제 측은 이날 “준비가 시급한 올해 영화제를 우선적으로 치르되,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관 개정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며 “5월 중 임시총회를 열어 부산시장을 조직위원장 당연직으로 규정한 정관을 개정하고 김동호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와 영화제는 올해 영화제를 치른 뒤인 11, 12월경 다른 정관 개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2017년 2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는 그동안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시는 영화제 내부 혁신과 지역 참여 인사 비중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올해 2월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와 관련해 조직위원장을 사퇴하고 민간에 조직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조직위원장 인선과 선출 방식 등을 놓고 양측이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8일에는 영화인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영화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부산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혀 올해 영화제가 자칫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가장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오던 조직위원장 인선에 합의했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영화제 관계자는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한다는 점 외에 정관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올해 영화제를 치른 뒤 김동호 위원장 주도하에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관 개정의 주요 방향으로 영화제의 독립성과 책임성 간의 균형 및 지역참여성 제고, 집행위원장에게 집중된 권한 재조정 등을 들어 영화제와 시의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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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홍진 감독 “죽고 사는 근원의 문제 센 장면에 웃음코드 넣었죠”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나타난 뒤 시골 마을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종구(곽도원)는 딸 효진(김환희)이 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아프기 시작하자 점점 초조해진다. 여기에 의문의 여인 무명(천우희)과 효진을 고치기 위해 데려온 무당 일광(황정민)까지 얽히며 종구는 더욱 혼란 속에 빠진다. 11일 개봉하는 나홍진 감독(42·사진)의 ‘곡성’(15세 이상)은 종잡을 수 없는 영화다. 스릴러의 뼈대 위에 블랙코미디, 오컬트(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장르), 좀비물에 아빠와 딸의 애틋한 드라마까지 얹었다. 나 감독은 자칫 덜컥거릴 수도 있는 영화의 이음매를 단단히 틀어쥔 채 결말까지 숨 쉴 틈 주지 않고 관객을 몰아붙인다. 이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담은 영화를 연출한 그이지만 개봉을 앞둔 긴장감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감독은 “잘 자지를 못한다. 피곤하니 기절하듯 잠들긴 하는데 다시 깬다”고 했다. ―전작 ‘추격자’(2008년)와 ‘황해’(2010년)에서도 살인사건이 소재였지만 ‘곡성’은 초점이 다르다. 사건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종구의 심경이 영화의 중심이다. “이번엔 피해자의 이야기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사건 피해자들은 대체 왜 이런 일을 당하는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설명 이상의 근원을 파고들다 보니 인간의 죽고 사는 문제, 인간과 신의 문제까지 가게 됐다.” ―주제는 철학적이지만 영화의 외양은 공포물에 스릴러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다. “진지한 주제인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홍진 영화라고 하면 일단 관객이 공격적으로 되는 것 같다. 앉아서 ‘한번 해봐’ 하고 팔짱을 끼는 느낌이랄까. 관객의 반응, 그 반응의 비율까지 계산했다. 이전에는 센 장면을 묘사하며 스릴을 만들어 냈다면 이번에는 센 장면을 보여줄 만한 순간에 웃음을 주자, 이완시킨 뒤에 낙차를 주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타일을 바꾼 이유가 있나. “‘황해’ 이후 3년 정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속이 상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황해’는 촬영 기간만 1년여에 제작비 약 100억 원이 들었지만 관객 약 23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수없이 작품을 해체하고 과정을 복기했다. 그런 뒤인 만큼 ‘곡성’은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2년 8개월이 걸렸다. 결말 30분 분량은 뭘 써도 불만족스러워서 7개월 정도 손을 놓고 있기도 했다. 장르영화가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남들이 참고할 만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효진 역의 김환희(14)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장면을 많이 소화했다. “촬영 전에 6개월 정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철저히 준비를 했다. 시나리오도 전체를 보여주기보다는 부모님이 걸러서 보여주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그 친구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쑥스러워하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돌변하는데, 다들 ‘대체 우리가 뭘 본 거지’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배우와 영화를 찍는 것이 영광스럽기까지 했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꿔 말하면 과정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다. 곽도원은 나 감독을 가리켜 ‘독하다’는 말도 했는데…. “평상시에는 보시다시피 좀 허술하고 게으르고 나태하고 실없는 소리만 한다. 그래서 영화를 할 때 바짝 집중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사실 이젠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그만큼 긴장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상태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11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번이 세 번째 초청인데…. “서양 사람들은 완전히 다르게 볼 것 같아서 궁금한데, 사실 지금은 칸이고 뭐고 개봉 전이라 정신이 없다. 영화를 ‘까기’ 전까지의 이 시간이 정말 고통스럽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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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700만 관객 폭발 ‘시빌워’… “스크린 독과점 해도 너무해”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이건 좀 아니다.” vs “이만큼 재미있는 영화가 있나?”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올해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빌워’는 7일 관객 69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관객 약 1050만 명을 기록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비슷한 속도다. ‘시빌워’는 개봉 첫날(지난달 27일) 관객 약 72만9000명을 기록하며 종전 1위인 ‘명량’의 68만3000여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폭발적인 흥행에는 스크린 독과점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봉 첫날 ‘시빌워’의 스크린 수는 1863개로 출발했고, 개봉 4일 차엔 1990개에 달했다. 올해 초 독과점 논란을 겪었던 ‘검사외전’(최고 1812개)보다 많다. 현재도 스크린이 1700개 이상이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독과점에 대해 “재미가 있나, 없나를 떠나 이 정도의 독과점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부터 “‘시빌워’를 피해서 개봉할 생각만 하는 국내 투자배급사들도 문제” “‘시빌워’ 안 튼다고 사람들이 다른 재미없는 영화를 보지는 않을 것”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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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69회 칸 ‘어벤저스급 라인업’에 도전장

    한국 영화가 다시 한번 3대 국제영화제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 11∼22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 후보가 됐다.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이다.○ ‘스토커’ 이후 3년 만에 대작 내놔 박 감독이 2013년 ‘스토커’ 이후 3년 만에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을 들여 내놓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하녀(김태리)의 속고 속이는 사기극이다. 2004년 ‘올드보이’로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 감독이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찍었다”고 말하는 만큼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가씨’ 외에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비경쟁 부문에,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비경쟁 부문 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다. 나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곡성’까지 연출작 세 편이 모두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곡성’은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나타난 뒤 마을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연쇄 살인사건과, 그 범인을 쫓는 경찰 종구(곽도원)의 이야기다. ‘부산행’은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연 감독은 제65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초청된 바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수상작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장 조지 밀러 감독의 스타일이 박 감독과 맞을지가 관건”이라며 “수상과 관계없이 최근 3, 4년 동안 유럽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영화가 주요 부문에 진출했다는 데 의의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어벤저스’급 라인업 ‘아가씨’와 경쟁하는 경쟁 부문 초청작의 면면도 ‘사상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다. 경쟁 부문 초청작 21편 중 다르덴 형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시, 올리비에 아사야스, 켄 로치 감독 등 칸 영화제의 사랑을 받아온 거장들이 대거 포진했다. 황금종려상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만 4명에 달한다. 이 중 자무시 감독은 ‘패터슨’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가운데 로커 이기 팝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 영화 ‘김미 데인저’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두 작품이 한꺼번에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2014년 ‘지미스 홀’로 칸 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은퇴설이 돌았던 노장 로치 감독의 신작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나치게 보수적,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여성 감독의 작품 3편이 올라 예년보다 많다. 영국 출신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이 연출한 ‘아메리칸 허니’는 여행 잡지 판매원으로 일하는 10대 소녀를 중심으로 한 로드무비다. 프랑스의 배우 출신 니콜 가르시아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 ‘프롬 더 랜드 오브 더 문’으로,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은 성인이 된 딸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 ‘토니 에르드만’으로 초청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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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그렇게, 아이돌은 배우가 되었다

    한때 청순의 대명사였다. 까만 단발머리, 우윳빛 피부, 커다랗고 검은 눈동자. 천진한 표정과 귀여운 목소리로 뭇 남성의 심금을 울렸던 그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한국에서도 ‘철도원’ ‘비밀’이나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히로스에 료코(36)다. 료코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최근작을 꼽으라면 아마도 3월 일본 후지TV(국내는 채널J)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오미와 카나코’일 것이다. 그가 맡은 나오미 역은 철저히 여성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절친한 친구 카나코가 남편에게 폭행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카나코를 폭력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함께 남편을 죽이고 완전범죄를 꾸미는 것. 드라마에서 남녀 간의 로맨스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살인을 저지른 뒤 유사 애인 관계나 다름없는 나오미와 카나코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보다는 폭력에서 놓여난 해방감에 젖는다. 남편을 죽이는 순간의 공포와 광기에 찬 표정, 자신보다 연약한 친구를 지탱하는 굳건한 눈빛에서 과거의 아이돌 료코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전체관람가)도 배우 료코의 또 다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료코는 성악과 대학원에 다니던 꽃다운 나이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긴 투병 생활을 하는 치에 역을 맡았다. 딸 하나(아카마쓰 에미나)가 자신과 달리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끓이는 법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따뜻하고 의연한 엄마이자, 평생 자신의 뒷바라지를 한 남편에게 알 듯 말 듯 마음을 표현하는 귀여운 아내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이 영화에서 특유의 귀여운 매력에 배우로서의 연기력을 배합하는 일종의 실험을 한다. 사실 료코는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을 한 뒤 또다시 훨씬 더 연하의 남자 배우와 스캔들을 일으키는 등 사생활에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착하고 순수한 소녀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반면에 연기에서는 화면에서 예뻐 보여야 하는 아이돌 료코와 등장인물 그 자체이고자 하는 배우 료코 사이에 균열이 감지되곤 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두 작품에서 료코는 이 균열을 메우는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귀엽고 맑은 표정 속에 살의를 담고, 생기 가득 넘치는 얼굴로 십수 년 병마와 싸워 온 환자의 지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아이돌은 배우가 되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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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투 비 블루’, 재즈에 대해 잘 몰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재즈 음악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죠. 전주국제영화제의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로버트 뷔드로 감독) 재즈 선율이 전주의 밤하늘을 수놓은 가운데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전주 고사동 야외상영장에서 개막했다. 개막작 ‘본 투 비 블루’는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뮤지션 쳇 베이커(1929~1988)가 약물 중독으로 몰락한 뒤부터 재기하기까지를 다룬 전기영화.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후 영화를 연출한 로버트 뷔드로 감독(42), 영화음악을 담당한 재즈 뮤지션이자 작곡가 데이빗 브래드 음악감독(41), 이충직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개막작 기자회견이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렸다. 뷔드로 감독은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새로운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쳇 베이커나 재즈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베이커의 인생 전체를 담기보다는 1960년대 후반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집중한다. 뷔드로 감독은 “상투적인 천재 음악가의 전기 영화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베이커 역을 맡은 배우 이썬 호크는 외모가 베이커의 40대 때와 흡사할 뿐 아니라 그의 음악적 감수성도 닮아 있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호크는 ‘본 투 비 블루’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한편 트럼펫 연주 장면도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브래드 음악감독은 “호크는 8개월 동안 트럼펫과 보컬 연습을 했는데 트럼펫을 비행기에서도, 호텔에서도 늘 갖고 다니며 연습했다”며 “손가락 움직임은 물론 입 모양이나 호흡법까지 모사했고, 원래는 저음인 자신의 목소리도 베이커의 높고 소년 같은 목소리로 완벽하게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개막식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와 영화 삽입곡인 ‘렛츠 겟 로스트’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본 투 비 블루’는 단순히 한 뮤지션의 삶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사랑과 인종, 약물중독 문제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래서 ‘마이 퍼니 발렌타인’처럼 누구나 좋아하고 익숙한 곡을 많이 넣었죠. 좀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길 바랍니다.” (뷔드로 감독)전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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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 5월 6∼12일 열려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가 다음 달 6∼12일 씨네큐브, 스폰지하우스 등 서울 광화문 일대 영화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초청작은 40개국 영화 85편으로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포커스―세계화의 흐름’ ‘문명의 저편’ 등 7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된다. 영화제 측은 “난민 문제나 복지 등 삶의 환경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영화들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다. 무어 감독은 프랑스, 핀란드 등 해외 여러 나라의 제도를 통해 미국의 사회문제를 진단한다. 먹을거리 문제부터 성차별까지 한국에서도 부각되는 이슈를 다룬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스톱’, 지역 개발 사업에 밀려나는 토착민들의 현실을 다룬 김정인 감독의 ‘내사랑 한옥마을’ 등이 선보인다. 해외 영화로는 칠레의 아름다운 풍광 안에 얽힌 세계화 문제를 담아온 파트리시오 구스만 감독의 ‘자개단추’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미하엘 글라보거 감독의 ‘매춘의 그림자’ ‘대도시’ ‘노동자의 죽음’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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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스키 감독 “北은 거짓과 연출이 만연한 사회”

    “북한은 거짓과 연출이 만연한 사회입니다. 진미를 주인공으로 정한 뒤 진미 부모의 직업도, 사는 집도 바뀌었죠. 새 집 찬장을 열었더니 텅 비어 있었어요. 북한 당국이 저를 통해 세상을 속이려 한다고 느꼈습니다.”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전체 관람가)는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축하 공연 무대에 설 예정인 8세 진미가 주인공이다. 영화 초반 카메라는 깨끗하고 잘 정리된 평양 거리, 화목하고 다정한 진미네 집 안 풍경을 비추지만 카메라 앵글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면의 진실이 정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을 연출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53)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10여 편을 연출한 중견 감독이다. 그는 2014년 북한에서 각각 약 20일 동안 두 차례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 전후에 계속 카메라를 켜두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 정부가 어떻게 주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고 억압하는지 적나라하게 담았다. 영화 개봉에 즈음해 내한한 그를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진미가 등교하는 장면을 찍고 싶다고 하면 막다른 길에 깨끗하게 청소한 버스와 승객들을 데려다 놓고 정류장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매일 촬영 분을 가져가 검열하고 구미에 맞지 않은 장면은 삭제했고, 당초 합의했던 세 번째 촬영도 이유 없이 취소했다. 2015년 영화가 처음 공개되자 러시아 정부에 상영을 막아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저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태어나 옛 소련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 북한 상황은 가장 통제가 심했던 스탈린 시절 이상입니다. 북한 주민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체제의 일원이 되고 죽는 순간까지 그 속에 갇혀 있죠. 그들이 배운 유일한 진리이자 진실은 북한 정부의 거짓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북한 관료들은 진미와 부모의 대화 하나하나까지 지시한다. 만스키 감독은 “더 놀라운 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연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라며 “진미 아빠가 일하는 것으로 연출된 봉제공장에 봉제사 100여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진미 아빠를 본 적도 없는데도 관계자들이 시키는 대로 연기를 해냈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를 중심으로 북한에 호기심을 느끼고 관광을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만스키 감독은 이런 현상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 행동의 의미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달러는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김정은의 고급 승용차를 사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어제 서울 거리를 걷다 노숙인을 봤습니다. 그런 이들을 보다 보면 ‘뭔가 잘못됐다, 북한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이런 재앙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기를, 그리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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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아래’ 감독 “北실상 촬영본 지키려 화장실서 시간 끌기도”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는 북한의 8세 소녀 진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진미는 곧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 축하 무대에 설 예정이다. 영화 초반 카메라는 깨끗하고 잘 정리된 평양 거리, 화목하고 다정한 진미네 집안 풍경, 그리고 똑 소리 나게 학교생활을 하는 진미를 비춘다. 하지만 카메라가 연출된 장면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면의 진실이 드러난다. 영화를 연출한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53)는 촬영 전후에 계속 카메라를 켜두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 정부가 어떻게 촬영에 개입하는지, 또 어떻게 주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고 억압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화 개봉을 맞아 내한한 만스키 감독을 25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언제, 어떻게 촬영을 하게 됐나. “2012년 처음 북한 정부와 접촉하기 시작해 약 2년 동안의 협의 끝에 2013년 말 촬영 허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직접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과 합의서를 체결했는데, 애초의 합의서에는 2014년에 1년 동안 세 차례 방문해 촬영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세 번째 촬영 때 별안간 방문을 허가하지 않았고, 두 차례의 촬영만으로 현재의 영화가 나왔다.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약 20일 동안 촬영했다. 마지막 방문이 허가받지 못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처음에 연출하려던 영화는 어떤 내용이었고, 북한 측이 제안한 영화는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영화로 기획 의도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래는 한 소녀가 어떻게 북한의 조선소년단에 가입하게 되는 과정을 담으려 했다. 진미는 원래 소년단에 가입한 뒤, 북한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아리랑대축제에서 수천 명이 벌이는 매스게임에 참여하도록 돼 있었다. 영화 촬영을 시작한 직후 북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곧 눈치 챌 수 있었다. 또래 소녀 다섯 명을 인터뷰한 뒤 진미를 주인공으로 정했는데, 각각 언론사에서 기자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던 진미 아빠와 엄마의 직업이 봉제공장 직원과 유제품공장 직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집도 훨씬 좋은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 도중 부엌 찬장을 열었는데 찬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봤다. 이렇게 그들이 제 손을 통해서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속이기를 원한다고, 그리고 그들이 그 어떤 북한의 실상도 볼 수 없도록 저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북한의 실상을 고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북한 사회의 모든 곳에 거짓과 연출이 만연해 있다고 느꼈다.” -촬영에 대한 통제는 어느 정도였나. 북한 정부를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를 들키지는 않았나. “촬영을 시작한 뒤 당초 합의한 것보다 훨씬 심한 통제를 받았다. 예를 들어 합의서에서는 ‘촬영한 필름의 통관 문제에 대해 북한 정부와 협력 한다’고만 돼 있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그 조항을 근거로 상상 이상의 요구를 했다. 매일 촬영이 끝난 뒤 촬영 분을 제출하도록 했고 제작진이 머물던 호텔 내에 특별한 방을 설치해서 모든 촬영 분을 매일 검열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 나라 밖으로 반출돼선 안 되는 것들이 촬영된 촬영 본은 압수하거나 파기했다. 촬영 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촬영하되 그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하고, 북한 측에 제출하기 전에 촬영 본을 모두 복사한 뒤에,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촬영 본만을 제출해야 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 중 한 명이 화장실에서 시간을 끈다던가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촬영 본을 반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 과정을 영화로 찍을 수도 있을 정도의 모험이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반출했나. “얼마 전에 미국 학생이 가방 안에 비 오는 장면을 찍은 촬영 본이 있다는 이유로 15년 형을 선고받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반출 과정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다. 10년 쯤 뒤라면 모를까.” (여러 차례 물었지만 만스키 감독은 끝내 답변을 피했다.) -‘태양 아래’를 완성한 뒤 2015년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북한 측이 상영을 중단해달라고 항의했다고 들었다. 반출 과정을 상세히 답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정부의 압박이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나. “현재 북한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북한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촬영과 연관돼 있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가거나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은 여기에 전혀 연관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모두 진미와 진미의 부모님이 무사한 지 궁금해 할 것 같다. “주소나 전화번호는 물론, 부모의 경우에는 이름조차 모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촉할 수 없으니 정보를 알 길도 없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러시아 외무부를 통해 영화 상영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러시아 정부의 거부로 실패했을 때, 북한 정부에서 제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모두 세 통을 받았는데 편지에는 저에게 아주 친절한 말투로 모스크바의 북한대사관에서든, 평양에서든 북한 측 사람들을 만나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말미에는 항상 ‘진미가 감독님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꼭 들어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사하다고 짐작하고 있다.)” -1963년 생으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역이 고향이니 구소련 시대, 과거의 공산국가에서 10, 20대를 보냈다. 북한은 당신이 살았던 소련과도 다른가. “처음 북한을 갈 때는 그냥 구소련 시대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자동차를 타고 과거로 가는 정도가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가는 수준이었다. 스탈린 시대, 소련에서 가장 가혹한 통제가 있었던 시대에도 러시아에서는 위대한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 영화, 학문적 성과들이 나왔다. 외적으로는 북한과 과거의 공산국가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나 역시 구소련 시대에는 북한 주민들처럼 대열에 서서 구호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끝난 뒤에는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었고, 나의 개인적인 삶이 있었다. 사람들과 소박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고 미래의 자유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어느 한 순간도 이 체제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체제의 일원이 되고 죽는 그 순간까지 체제 속에 갇혀 있게 된다. 당연히 이런 부분은 저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 그러니까 그 체제 아래의 주민들에 대한 아픔과 연민을 느꼈다. 특히, 내가 봤던 건 무엇이 진짜 삶인지, 자유가 뭔지 전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세대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배운 유일한 진리이자 진실이 곧 거짓인 것이다.” -주민들의 실제 삶이 그렇게 통제받고 있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며 연출된 장면과 연출되지 않은 장면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제가 묵었던 호텔의 창문을 통해서 촬영한 장면 외에 통제를 받지 않고 촬영된 장면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휴지통을 뒤지는 장면이나 사람들이 버스를 손으로 밀고 가는 장면, 가게 앞에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장면 등이 창문을 통해 찍은 장면이다. 영화 초반 진미가 학교로 등교하는 모습이나 학교에서의 모습 모두 연출된 것이다.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북한 정부와 협의할 때 진미가 등교하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었다. 애초의 의도는 진미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으려는 거였지만, 촬영을 시작했을 때 북한 당국자들이 나를 데려간 곳은 일반 도로가 아니라 막다른 길이었다. 깨끗하게 닦은 버스와, 버스에 탑승하기 위한 데려온 사람들이 모두 서 있었다. 그리고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모든 촬영이 그런 식이었다.” -북한 주민의 삶을 보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 “내가 눈여겨봤던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산다는 점이었다. 학교에 특별한 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거기서 지내고 있었다.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진미 엄마의 직장으로 설정된 유제품 공장과 아빠의 직장으로 설정된 봉제공장 두 군데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여자 봉제사들이 거주하는 장소를 제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다. 게다가 거기서 아직 학교를 가지 않은 미취학 아동과 살고 있는 여자를 보기도 했다. 만약 아이들은 학교에서 살고 있고 일하는 여성은 직장에 살고 있다면 북한에서 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 거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것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 그러니까 엄마와 아빠, 아이가 함께 걸어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영화에서 태양절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 동상에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자들의 무리나 여자들의 무리 뿐 가족이 보이질 않는다. 유일한 가족은 진미 가족 뿐 이었는데, 촬영을 위해 온 것이 확실했다. 물론 알다시피 북한에서는 아무리 질문을 해도 답이 돌아오질 않는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을 얘기할 뿐이다. 이외에도 내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제가 묵은 호텔 근처에 국립극장이 있고 거리에 가로등이 있었는데, 매일 저녁마다 가로등 밑에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읽거나 뭔가를 쓰거나 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전기를 쓸 수 없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한 광경이었다.” -진미는 완전히 일반인인 건가. 그런 어린아이가 카메라 앞에서, 낯선 환경에서 그 정도의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놀라운 일이 맞지만 더 놀라운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연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진미 아빠에게 정부 관계자가 다가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진미 아빠가 그대로 따른다면 그건 (북한 정부에 뽑힌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진미 아빠가 일하는 것으로 연출된 봉제공장에는 100여 명의 봉제사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진미 아빠가 엔지니어가 아니고 어느 한 순간도 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아빠를 엔지니어로 대하고, 축하한다고 박수를 치고, 그런 연기를 해냈다.” -북한을 관광하는 것이 특히 서구권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여행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을 여행한 뒤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하거나 책을 쓴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가. “(북한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이들에게) 북한에 와서 한번 3개월 동안 어떤 나라로 출국하지도 못한 채 살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야 정당하지 않겠나. 그 뒤에 다시 책을 쓴다면 흥미롭게 읽을 용의가 있다. 예전에 쿠바에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한 부자와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쿠바는 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이대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 은행을 국가가 몰수하고, 여권을 빼앗고 치약이나 칫솔마저 배급을 받아가고, 생계를 위해 매춘을 해야 한다면 그 때도 재미있게 여겨지겠냐고. 북한에 관광객으로 가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자면, 물론 인간으로서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기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관광객들은 그들이 지불하는 달러로 북한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달러로 굶주리는 아이들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벤츠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돕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북한으로 관광을 갈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의 의미 역시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나.” -이번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재앙에 대해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고 개인의 삶과 인권,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기 바란다. 우리 인생에는 굉장히 많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모든 것이 이상적일 수는 없다. 어제 서울 거리를 걸으며 종이 박스를 덮고 자는 노숙자들을 봤다. 그런 사람들을 보다보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거나, 북한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보라고 하고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진미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인간적인 감정을 내비친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그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진미가 눈물을 통해 자기의 실재하는 삶에게 안녕을 고하고 국가 시스템의 한 부품이 되기 위해 들어가는 순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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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산골 영화의거리 ‘두근두근’

    예향 전주가 다시 영화로 뜨거워진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28일∼5월 7일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45개국의 211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시내 곳곳에 분산됐던 상영관을 영화의 거리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개막식도 영화의 거리에 설치되는 야외상영관에서 개최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추천작을 선정했다. 올해 영화제의 특징은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이 신설되는 등 다큐 분야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다큐 ‘걸그룹 NMB48’을 추천했다. “‘걸그룹…’은 AKB48의 자매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걸그룹 NMB48이 펼친 4년간의 활동을 담은 다큐로 아이돌 사업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이사를 온 남자 고교생이 마음이 얼어붙은 왕따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눈발’은 김 프로그래머가 한국 영화 중에서 추천한 작품이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이 지난해 문을 연 명필름영화학교의 1기 졸업생인 조재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 2편을 추천했다. 개막작인 ‘본 투 비 블루’는 이선 호크가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를 연기한 전기 영화다. 이 프로그래머는 “베이커가 술과 약물, 절망과 중독으로 가득 차 있던 1960년대에 집중한 영화로 그의 인생과 당시 사회상이 교차되는 순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각각 스토리보드 작가와 자료 조사원으로 일했던 해럴드 미켈슨과 릴리언 미켈슨 부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다큐 ‘해럴드와 릴리언: 그들의 일과 사랑’도 추천작이다. 이 프로그래머는 “숨겨져 있던 부부의 업적을 조명하며 영화와 인생의 의미를 탐구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역시 다큐 ‘올드 데이즈’를 추천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촬영 과정을 담은 영화다. 장 프로그래머는 “감독의 예술적 비전과 배우, 스태프 간의 욕망이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어떻게 걸작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특별전 ‘필립 그랑드리외: 영화 언어의 재발견’에서 상영되는 에로틱 심리 스릴러 ‘밤임에도 불구하고’는 프랑스 출신 그랑드리외 감독의 최신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29일 오후, 그랑드리외 감독은 1일 오후 각각 영화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매가 가능하며 현장 매표소는 28일부터 운영된다. 063-283-4549, 063-288-5433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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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언맨 vs 캡틴 아메리카, 배우와 감독에 누가 이길까 물으니…

    “티셔츠가 터질 것 같은 이 근육이 보이지 않나? 승리는 당연히 캡틴 팀의 것이다!”(앤서니 마키) 22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7일 개봉·12세 이상)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 윈터솔져 역의 세바스찬 스탠, 팔콘 역의 앤서니 마키, 공동 연출을 맡은 조 루소 감독이 참석했다. ‘시빌 워’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가 슈퍼히어로들이 UN의 관리감독을 받기 위한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의견 충돌을 겪다 결국 맞대결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영화 속에서 히어로 10여 명이 각각 아이언맨 편과 캡틴 편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인다. 영화의 콘셉트에 맞춰 홍보행사 역시 아이언맨 팀과 캡틴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아이언맨 팀은 유럽, 캡틴 팀은 아시아에서 시사회와 레드카펫 등 행사를 소화한 뒤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합류한다. 출연 배우와 감독들은 “캡틴 팀과 아이언맨 팀이 끝까지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당연히 캡틴 팀이 이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빌 워’는 슈퍼히어로 영화지만 내면적 갈등이 복잡하게 다뤄진다. 자칫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조 루소 감독=“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결국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슈퍼히어로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형제인 앤서니와 저는 심도 있는,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히어로물을 변화시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슈퍼히어로물은 과장되기 마련인데,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출연 배우가 중요하다.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깊이 있는 감정을 전달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윈터솔져 때문에 아이언맨과 처절할 정도로 싸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크리스 에반스=“이번 영화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캡틴이 싸우는 이유다. 단순한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 간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이 상처 입고 타격을 받게 된다. 동시에 캡틴에게는 이번 싸움이 과거의 삶과 새로운 삶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윈터솔져는 캡틴이 갖고 있는 유년 시절 추억의 마지막 조각 같은 존재다. 아이언맨과 슈퍼히어로 동료들은 새로운 가족이자 전우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평가절하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윈터솔져를 택하지만, 캡틴은 큰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악당이 없다는 점이다.” 루소=“그리고 영화 속에서 아이언맨은 버키를 죽이려 하지 않나. 캡틴은 아이언맨이 버키를 죽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 -영화 속에서 히어로들이 분열을 겪는 계기는 슈퍼히어로 등록제다. 캡틴아메리카는 군인으로 국가에 충성하는 캐릭터인데 의외로 등록제에 반대한다. 아이언맨은 자유분방한 캐릭터인데도 등록제에 찬성한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뭔가. 루소=“예상 가능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처음부터 의도했던 일종의 반전이다.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벌어진 참사 때문에 죄책감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의 자존심과 자아도취에 지친 셈이다. 캡틴의 경우,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영화(‘퍼스트 어벤져’)에서 굉장한 애국자로, 흑백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이었던 그는 ‘윈터 솔져’편에서 정부 기관의 부패를 경험하며 서서히 변화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의를 제도권 밖에서 실현하려 하는 캐릭터가 된다. 이런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두 팀이 대결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 촬영장에서 갈등은 없었나. 앤서니 마키=“스파이더맨 역의 톰 홀랜드는 저희랑 잘 안 맞는 것 같다. 두 시간에 한번씩 꼭 주스를 마시고 물도 특정 브랜드만 마시고 스낵을 골라서 먹질 않나…. (웃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세바스찬 스탠=“‘윈터솔져’ 편에서는 주로 악역의 모습을 연기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악역에서 벗어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연기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윈터솔져는 영화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아간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영화 속에서 블랙팬서(채드윅 보즈만)와 합을 맞춰 싸우는 것이 정말 힘들면서도 다행이었다. 만약 실제 싸움이었다면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거다.” 마키=“(한국어로) 안녕. 슈퍼히어로물 촬영은 정말 어렵다. 집에서 테니스공을 향해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팔콘 역을 연기하던 날 나는 6, 7미터 높이의 단상 위에서 뛰어서 몸을 뒤집으며 비행기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물론 나에게는 총도 없었고 비행기도 없었다. 나중에 촬영 분을 보니 정말 형편없었다. 덕분에 다른 배우로 교체될 뻔 했다! (웃음) 히어로물을 찍기 위해서는 정말 빨리 배워야 한다.” -갈등의 계기가 되는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할지 답해 달라. 에반스=“등록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히어로들이 세상을 많이 구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큰 힘과 권한을 갖고 있는 존재라면 사람이든, 조직이든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고 어떤 한계가 설정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탠=“캡틴과 생각이 같다.” 루소=“영화 속에서는 캡틴 편을 들 것 같다. 등록제를 제안하는 로스 장관은 슈퍼히어로를 반대하고 통제하고 싶어하는,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결국 그들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본다. 특정 국가가 통제한다면 너무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UN 같은 기구라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시빌 워’는 아이언맨 팀과 캡틴 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만약 두 팀이 어느 한쪽이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운다면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마키=“(팔을 들어올리며) 이거 봐라. 이 근육이 보이지 않나? 젊고 탄탄하고, 티셔츠가 터질 거 같지 않나. (뒤쪽 포스터를 가리키며) 나이로 사람 차별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언맨 팀은 아저씨들이다. 지금이면 낮잠 자다 일어났을 시간이다.(웃음) 싸움은 근육으로 하는 거다. 아이언맨 근육 본 기억이 있나? 그에게는 오로지 아이언맨 수트 밖에 없다.” 에반스=“물론 비전(폴 베타니)은 위험하다. 그의 힘을 무시할 수 없지만 스칼렛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있지 않나. 스칼렛위치라면 비전을 약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탠=“앤트맨과 스칼렛위치가 있으니 우리가 충분히 이긴다고 생각한다.” 루소=“비전은 복잡한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그는 스칼렛위치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모든 힘을 싸움에 사용하고 싶지 않아 한다. 여기에 캡틴 팀에는 앤트맨이 있고, 또 캡틴이 워낙 전략적이고 머리가 좋기 때문에 캡틴 팀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빌 워’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27일 개봉한다.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루소=“한국 시장을 존중한다. 마블 영화들이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받지 않았나. 특히 크리스는 ‘설국열차’에 출연해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에반스=“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다. 한국 영화는 전 세계 영화 산업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런 영화들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키=(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싱가포르=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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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행일로 부산국제영화제 “진짜 주인은 국민인데…”

    올해로 21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갈등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축제로 성장한 영화제가 자칫 파행으로 치달으며 좌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세금이 들어간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산시와 집행위·영화계의 대결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2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현재 상황이 부산시가 영화제를 의도를 갖고 탄압하려 한다는 틀 안에서만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할 만큼 쟁점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8일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영화제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김 부시장은 “영화제 내부 혁신을 위해 이용관 위원장을 재위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영화인들의 보이콧에 대해서는 “영화제에 오도록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현재 집행위와 시는 조직위원장 선임과 조직위 구성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는 조직위원장은 총회에서 의결해 임명하고, 지역 문화계 인사와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에 영화인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조직위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부산시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집행위는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시는 영화제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기 세력을 늘리기 위해 밥그릇 다툼을 하는 모양새다. 문화계에서는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성장한 영화제의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영화과 교수는 “관객과 일반 시민을 위한 영화제를 집행위와 부산시가 각자 볼모로 잡고 소유권 다툼을 하는 현재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측 모두 영화제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하에 전향적 태도로 협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영화제에 쇄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영화제 내부의 자정 노력이 아닌 외부의 압박으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영화제라는 행사의 특성에도 맞지 않고 그 순수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파행을 맞을 경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하이·베이징국제영화제가 부산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창구인 영화제가 파행을 겪는다면, 현재 중국과 경쟁관계인 한국 영상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정에서 문화의 역할이 큰 만큼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지적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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