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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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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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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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돌 내가 지킨다” 팬심의 진화

    지난달 21일 일본인 이시다 미즈에 씨(36·여)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곧바로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CJ E&M 본사 앞. 아이돌 그룹 JBJ의 해체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JBJ는 지난해 CJ E&M의 음악전문채널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가수들로 구성됐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그룹이라 이달 30일을 끝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팬들은 연이어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가세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시다 씨뿐 아니라 미국과 태국에서 온 팬도 합류했다. 100명 안팎이 모인 집회에서 이시다 씨는 서툰 한국말로 “JBJ 활동 연장 재검토를 추진하라”란 구호를 따라 외쳤다. 국내외 팬이 모인 다국적 집회는 지난달 25일과 30일에도 열렸다. 매번 국적이 다른 해외 팬 2∼5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태국인 부아러드 타낫차 씨(27·여)는 “집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시위에 참석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아이돌을 향한 팬덤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이시다 씨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집회에 참가하고 안티 팬에 대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사실상 ‘제2의 소속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찬열의 팬클럽은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찬열을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팬들은 찬열의 이름으로 직접 고소할 경우 자칫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리 소송전에 나섰다. 팬들은 찬열에 대한 악성 댓글이 심각하자 무려 2년 동안 일일이 댓글을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모았다.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다. 소속사를 대신해 홍보에 나서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JBJ 팬들은 데뷔 전부터 모금 활동을 벌였다. 특히 해외 팬의 호응이 컸다.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전 세계에서 2000만 원이 모였다. 이 돈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JBJ의 데뷔를 기원하는 광고를 냈다. 이시다 씨는 “지금껏 JBJ를 위해 쓴 돈만 수천만 원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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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값 70%이상 폭락… 종이도 못 가져갈 판”

    ‘안 가져가셨어요. 처리 좀 해주세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내걸린 팻말의 내용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쓴 팻말이다. 나흘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은 수거업체를 향해 호소한 것이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이 가득 찬 마대가 2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장 옆 주차장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경비원 임모 씨(72)는 “다음 주도 수거를 안 해 가면 아마 쓰레기가 주차장 전체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과 경비원들의 불편이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어쩔 수없이 가지고 나왔다가 말리는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견디다 못한 경비원끼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할 차례”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및 선별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 업체 A사 사장 최모 씨는 이날 선별장을 찾은 기자에게 직접 플라스틱 더미를 뒤진 뒤 보라색 샴푸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이건 색깔 있는 플라스틱이고 재료도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가 섞여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한쪽 끝에 모아 놓은 투명비닐 더미를 가리켰다. 최 씨는 “이 정도면 그나마 깨끗한 건데도 가공업체로 가면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경로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은 “재료가 섞인 혼합 플라스틱을 받아주던 선별장 10곳 중 7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도산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현장에서 확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는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있는 세제용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생수병 등이 많았다. 한국고물상연합회 관계자는 “단단한 국산 페트병은 말랑말랑한 외국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수거 업체들이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중에는 재활용을 위해 선별 업체로 넘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수도권의 B사 대표 홍모 씨는 “비닐은 한 달 수거량 500t 중 300t을 버린다. 플라스틱도 1200t 중에 30% 정도는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닐의 경우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것도 선별 업체에 넘기려면 오히려 kg당 30∼100원을 내야 한다. 작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체들은 플라스틱에 이어 폐지 수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kg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4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거 업체들은 그동안 폐지 등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팔아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kg당 40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거의 자선사업이다.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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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량 수거’ 놓고 환경부-업체 다른 말… 아파트엔 ‘비닐 산’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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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방촌 노인들 마스크도 없이 버텨

    “마스크? 있기는 한데 겨울에 써야지. 지금 쓰면 아깝잖아….”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송모 씨(86)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말투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송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경로당으로 가고 있었다. 연신 ‘쿨럭’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가래를 뱉기도 했다. 송 씨는 “몇천 원짜리 마스크를 어떻게 사? 어디서 갖다 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살 형편이 돼야지”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쪽방촌’ 중 한 곳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백사마을에서 만난 28명의 노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힘든 저소득층이나 야외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제적 이유로 마스크조차 마련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에 대비한 근본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5층 건물 공사현장.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여 날렸다. 이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모 씨(31)는 “이곳처럼 작은 공사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건 딱 눈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 대신 이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수건 한 장은 초미세먼지는 물론 미세먼지(PM10)도 막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국집 앞에서 만난 박모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배달을 준비 중이었다. 박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로 미세먼지를 막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어제는 머리가 ‘찡’ 하고 조금 아프긴 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30대 A 씨는 최근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10개를 지급받았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지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A 씨가 주 6일 일하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 추가로 지급될지 기약이 없다. 혹시나 하고 마스크를 빨아도 봤지만 아예 쓸 수 없게 돼 버려야 했다. A 씨는 “환경미화원 중에는 퇴직 후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통대책도 좋지만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중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무료로 비치할 계획이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김정훈 기자}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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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마스크? 있기는 한데…” 쪽방촌 노인들 미세먼지 속수무책

    “마스크? 있기는 한데 겨울에 써야지. 지금 쓰면 아깝잖아…”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송모 씨(86)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말투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송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경로당으로 가고 있었다. 연신 ‘쿨럭’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가래를 뱉기도 했다. 송 씨는 “몇 천 원짜리 마스크를 어떻게 사? 어디서 갖다 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살 형편이 돼야지”며 걸음을 재촉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쪽방촌’ 중 한 곳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백사마을에서 만난 28명의 노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힘든 저소득층이나 야외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제적 이유로 마스크조차 마련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에 대비한 근본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5층 건물 공사현장.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여 날렸다. 이 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모 씨(31)는 “이 곳처럼 작은 공사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건 딱 눈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대신 이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수건 한 장은 초미세먼지는 물론 미세먼지(PM10)도 막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국집 앞에서 만난 박모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배달을 준비 중이었다. 박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로 미세먼지를 막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어제는 머리가 ‘찡’하고 조금 아프긴 했다”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30대 A 씨는 최근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10개를 지급받았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지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A 씨가 주 6일 일하는 걸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언제 추가로 지급될지 기약이 없다. 혹시나 마스크를 빨아도 봤지만 아예 쓸 수 없게 돼 버려야 했다. A 씨는 “환경미화원 중에는 퇴직 후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통대책도 좋지만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중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무료로 비치할 계획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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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못믿겠다” 먼지측정기 사고… 뿔난 엄마들 학교에 청정기 기부

    “정부가 해주는 게 뭔가요. 내 아이들 내가 지켜야죠.” 전남 나주시에 사는 주부 권모 씨(40)가 26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실 2곳에 공기청정기 설치가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구입 비용은 학부모들이 나눠 내기로 했다. 사실 권 씨는 개학 전부터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 탓에 불가능했다. 결국 같은 반 학부모들을 설득해 공기청정기를 직접 구입하기로 했다. 최악의 초미세먼지(PM2.5)가 한반도를 덮치자 권 씨처럼 많은 시민이 스스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정부로부터 뾰족한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화가 박종혁 씨(44)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주기적으로 집 안에서 먼지 농도를 측정한다. 박 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 박 씨는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 정보는 측정기 수도 제한적이고 측정주기도 1시간 이상으로 길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자체 측정 후 농도가 높으면 공기청정기로 환기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측정기 가격은 저렴한 게 6만 원 정도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회원 수 7만여 명 규모의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1800여 건이나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는 학부모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시연하거나 체내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적인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기다. 미세먼지 대처법을 소개한 영상은 지난해 11월부터 50개 가까이 등록됐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조회 수가 7만 건에 육박한다. 아예 미세먼지를 피해 이사 가는 사람도 있다. 김은경 씨(38·여)는 올해 초 미세먼지를 피해 서울에서 전남 완도군으로 이사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비염을 앓는 자녀가 “숨쉬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완도는 미세먼지가 별로 없느냐”는 지인의 문의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한다.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 차량 2부제가 이날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서울 시내 구청 등 일부 지자체는 주차장을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초구청을 찾은 장모 씨(40)는 “지난번 2부제 시행 때 모르고 차를 끌고 왔다가 다른 곳에 주차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번에는 발령된다는 걸 보고 미리 대중교통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2부제 적용을 두고 마찰을 빚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서울의 일부 공공의료기관은 방문객 민원에 못 이겨 2부제 적용을 철회하기도 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김단비 기자}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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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도원 소속사 “이윤택 고소인 4명이 돈 요구”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중 일부가 배우 곽도원 씨(45)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 씨는 연극배우 시절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 곽 씨 소속사인 오름엔터테인먼트의 임사라 대표이사는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돈을 내놓으라는 등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임 대표가 올린 글에 따르면 23일 곽 씨는 이 전 감독을 고소한 4명으로부터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튿날 곽 씨는 임 대표와 함께 이들을 만났다. 임 대표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4명은) 변호사인 내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심하게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분들 입에서 나온 말은 참 당혹스러웠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나가지 않냐. 우리가 살려줄게’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대신) 스토리 펀딩을 해보는 건 어떠냐. 그럼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아느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 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배우(곽 씨)에게 ‘피해자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했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고소인단 측은 임 대표가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했다며 반발했다. 고소인단 법률 대리인 A 변호사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임 대표가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갔다. 피해자들은 당시 대화를 녹음했으며 현재 대응 방법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배준우 jjoon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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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택, 툭하면 단원 폭행… 지원금 유용 의혹”

    상습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이 평소 극단 단원들에게 폭행과 폭언 등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전 감독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는 ‘이윤택 피해자 지원 공동변호인단’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공항에 도착한 자신의 딸을 늦게 마중 나갔다는 이유로 한 단원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렸다. 안마 요구를 거부한 또 다른 단원은 동료 수십 명 앞에서 이 전 감독에 의해 가위로 머리카락이 잘렸다. 또 뺨을 맞아 고막이 파열된 단원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 유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경남 밀양시는 축제 지원 명목으로 연희단거리패에 매년 6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지원금이) 이 전 감독의 개인재산 축적에 쓰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공사에 단원들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전 감독은 서울과 부산에 본인 명의의 건물을 최소 2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단원들이 벽돌을 나르고 배관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부당 노동행위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건물이 10여 건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피해 여성들이 이 전 감독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손해배상으로 받는 금액은 전액 공익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 기자}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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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안희정 “내가 이렇게까지… ” 친구에 토로, 부인-아들과 열흘 칩거

    19일 오전 7시경 수도권의 한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 숙소의 문을 열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나왔다. 안 전 지사는 9일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이튿날부터 줄곧 이곳에 머물렀다. 안 전 지사의 대학 동창인 A 씨의 집에 딸린 거처다. 이날 안 전 지사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열흘간 칩거하다 외출에 나섰다.회색빛 컨테이너의 크기는 20m² 남짓.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졌다. 방바닥에는 난방용 전기선이 깔려 있다. 안 전 지사는 이곳에 칩거하는 동안 컨테이너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 이불을 털거나 인근 개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목격됐다. 안 전 지사는 밤에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나마도 새벽에 혼자 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줄곧 컨테이너 숙소에 칩거이날 안 전 지사는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머리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 헝클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서울서부지검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온 모습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어찌 됐든 고소인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아내와 가족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는 K5 승용차에 올라타며 기자에게 “제가 있는 동안 저희 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경계를 지켜주신 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상대로 취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안 전 지사의 부인과 아들 역시 줄곧 이곳에 와 있었다. 가족은 컨테이너 옆에 있는 A 씨 집에 따로 머물렀다. 안 전 지사는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속죄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에서 따로 지내는 안 전 지사는 식사 때 부인과 마주 앉는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 한두 끼 정도 먹었다. 매 끼니 밥을 반 공기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A 씨는 “안 전 지사가 은신처에서 서울을 오가는 두 아들과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퍽’ 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아들이나 친구 등 다녀가는 사람을 배웅할 때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서있는데 그 순간에도 회한이 깊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2차 고소 후 변호인 발길 분주검찰 1차 조사 후 은신처로 왔던 10일 안 전 지사는 말을 거의 못 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 11일 기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A 씨는 취재진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며 극도로 경계했다. 안 전 지사는 13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 소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침통해했다고 한다.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에 이어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의 추가 고소가 이뤄진 14일에는 신형철 전 충남도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를 찾았다. 안 전 지사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감정 기복이 줄어드는 등 심리적으로 담담한 상태가 됐다고 한다.2차 고소 후 검찰 소환이 임박해 오자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17, 18일 연이어 은신처를 방문했다. 본격적인 대응 방안을 상의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두 고소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기억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로 생각해서인지 시기와 장소를 잘 떠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비서였던 김 씨와,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의 여성 연구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측근들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칩거하는 동안 자신에 관한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상태에서 뉴스를 보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가 이곳에 머물렀던 열흘 동안 가끔 한두 명씩 친구들이 찾아왔다. 대학시절이나 그 이후에 만난 친구들이 오갔을 뿐 정치인은 없었다고 한다.A 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을 “친구야”라고 부르는 호칭이 새삼스러웠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사적인 인연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A 씨에게 “아이고 내가 이렇게까지 돼 버렸다, 친구야”라고 말하기도 했다.이지운 easy@donga.com·사공성근·정현우 기자}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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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까지 소문난 코스-풍광… ‘찬란한 봄’을 달렸다

    “오직 동아마라톤을 위해!(Only for Dong-A Marathon!)” 18일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는 대회 참가만을 목표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들도 함께 달렸다. ‘러닝문화’에 익숙한 20, 30대들도 열정적으로 도심을 달렸다. 국내외 러너(runner)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8일 오전 7시를 전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패딩점퍼와 1회용 비닐점퍼를 입은 참가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영상 6∼7도로 쌀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피트니스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풀었다.○ “코스 좋다는 소문, 해외에도 나” 미국 애리조나에서 의사로 일하는 하리 케샤바 씨(36)는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직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에서는 풀코스를 두 번 완주했는데 해외 첫 경험으로 한국을 택했다. 바쁜 와중에 겨우 짬을 냈다”며 웃었다. 일본 도야마(富山)현에서 온 직장인 나오토 다치나미 씨(49)도 전날 낮 12시에 한국에 도착해 대회를 치르고는 바로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을 택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녜화린 씨(32)는 중국에서 온 친구 10여 명과 단체로 참가했다. 녜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코스 경치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매년 친구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슈퍼맨 복장을 한 싱가포르인 모하마드 라시드 씨(37)는 “이 옷을 입기 위해 더운 싱가포르를 떠나 한국으로 날아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10km 구간(서울챌린지10K) 1위는 태국에서 온 와리피툭 샌동 씨(40)가 차지했다. 인천의 알루미늄 도금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샌동 씨는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다 내친김에 참가했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와리피툭 씨는 한국말로 “좋은 날이다. 아내와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 탄 자식들과 함께 골인 국내 참가자들도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봄바람을 갈랐다. 조지연 씨(42·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딸 임희주 양(13)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섰다. 임 양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아버지를 보면서 뛰어다니는 몸짓을 하곤 했다. 조 씨는 전동휠체어에 딸을 태우고 10km를 뛰었다. 기록은 1시간 44분.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조 씨는 “희주가 이렇게 밝은 표정을 짓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2년 전 백제공주마라톤에서 주목받았던 배종훈 씨(52)도 휠체어에 아들 재국 씨(22)를 태우고 또 한 번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 부자는 ‘서브 포(4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하면서 21번째 완주를 기록했다. 배 씨는 “이번 평창 패럴림픽을 보면서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지난겨울 아들이 많이 아팠는데 잘 견뎌줘 고맙다”고 했다. 평소라면 긴장하며 행사장 경비에 나섰을 경찰 등도 가벼운 마음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29명이 제복 대신 단체 티셔츠를 입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박수를 받으며 뛰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공연에서 한국무용을 안무한 김혜림 감독과 함께 일한 조재혁 조감독, 무용수 등 10명도 서울챌린지10K 부문에 참가했다. 대회에 세 번째 참가하는 조 조감독이 제안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동고동락한 동료끼리 달리며 결속을 다질 수 있어 좋았다. 내년 대회에서는 무용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완주를 축하했다. 동호회 회원들에게 직접 만든 월계관을 일일이 씌워주는 사람도 있었다. 코스마다 러너들을 이끈 ‘페이스메이커’와 자원봉사자도 대회를 빛냈다. 시각장애인 페이스메이커 문선희 씨는 “시각장애인들도 스포츠의 희열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마라톤 저변이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러너들에게선 ‘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환희가 엿보였다.권기범 kaki@donga.com·이지운·김자현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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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부로 들이대다가는…” 클럽 남성들이 달라졌다

    “저기요….”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의 한 20대 남성이 또래 여성 2명에게 말을 건넸다. “됐어요.” 한 여성이 잘라 말했다. 남성은 “아, 1분만요. 얘기 좀 들어봐요”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여성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다가 주춤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남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그 대신 술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었던 16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의 한 ‘헌팅주점’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목격됐다. ○ 사라진 ‘부비부비’ 헌팅주점은 종업원 주선 없이 남녀 손님이 알아서 합석해 술을 마시는 곳이다. 강남역과 홍익대 입구 등 젊은층이 모이는 곳에 많다. 이날 오후 11시 반경 찾은 강남역 근처 2층의 한 주점은 테이블 40개가량에 20, 30대 손님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이다. 어두운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보통 이 시간이면 남녀가 함께 이야기하거나 한창 술을 마실 때다. 노골적인 스킨십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남녀가 동석한 테이블을 찾기도 어려웠다. 근처의 한 클럽형 주점도 비슷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조명 아래에서 디제이(DJ)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앙 무대에 나와 춤을 추는 사람은 300여 명. 대부분 일행끼리 춤을 추거나 혼자서 즐기는 모습이었다. 사실 클럽형 주점은 그동안 진한 스킨십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은 남녀가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추는 이른바 ‘부비부비’ 같은 장면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남성 손님은 춤추는 여성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가 고개를 젓는 모습에 곧바로 체념하기도 했다. 거절하는 여성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테이블로 데려가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 박모 씨(30)는 지난달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자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어울려 춤추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분위기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취한 남성 한 명이 춤을 추던 여성의 허리를 감싸 안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남성의 일행 2명이 다급히 달려와 무대 밖으로 끌어냈다. 일행은 피해 여성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 뒤 먼저 자리를 떴다. 이태원의 한 클럽 점원 정모 씨(29)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추근거리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 그래서 ‘술에 취한 외국인만 걱정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 ‘일시적 현상’ vs ‘유흥문화 바뀌어야’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의 이유를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보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의 여파가 젊은층의 유흥 문화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클럽이나 헌팅주점 같은 유흥업소 손님들이 이른바 부킹으로 불리는 남녀 만남을 전제로 찾는다. 한편으로 남성의 일방적인 스킨십이 묵인되는 문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항공사 승무원 김모 씨(27·여)는 “쉬는 날이면 클럽에 와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그때마다 내 몸을 은근슬쩍 만진다거나 몸을 밀착하는 남자들이 있어서 불쾌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경험이 없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먼저 조심하자는 생각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합석에 동의하고도 남녀가 나뉘어 앉는 모습도 목격된다. 마치 대학 때 단체미팅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보통 합석이 이뤄지면 남녀가 짝을 이뤄 앉는 게 일반적이다. 한 남성 손님은 “여성의 동의가 불확실할 때는 오해를 사지 않게끔 일단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클럽형 주점에서 만난 신모 씨(29·여)는 “오랜만에 왔는데 확실히 남성들의 신체 접촉이 줄었다. 지금 미투 때문에 이런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이지운 기자·김정훈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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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아들… 나흘뒤엔 엄마와 딸… 일가족 3명 아파트서 잇달아 몸던져

    아버지를 제외한 일가족 3명이 며칠 새 차례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아버지 행적은 묘연하다. 1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영등포구 문래동 한 아파트에 살던 일가족 4명 가운데 장남인 대학생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일 뒤 어머니와 여동생도 뒤를 따랐다. A 씨는 9일 오전 10시 45분 자신의 아파트 옥상(20층 높이)에서 몸을 던졌다. 그는 이달 초 서울 소재 명문대 경영대에 입학했다. A 씨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그가 평소 생활이나 대학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 씨 장례와 삼우제까지 치른 13일 오후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과 40대 어머니가 차례로 19층 아파트 작은방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여동생은 출동한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봤지만 역시 타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A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이자 그간의 집안 사정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A 씨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아버지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한 결과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모 호텔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혔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버지의 행적을 쫓는 한편 숨진 가족들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김동혁 hack@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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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밴드 공연 뒤풀이때 성추행 만연” 팬들 미투

    인디음악계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퍼지고 있다. 이달에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가 5명이 넘는다. 주로 인디밴드 멤버가 팬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이들이 자주 접촉하는 환경에 ‘팬덤’에 따른 위계 관계에서 성폭력 피해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12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모씨(21·여)는 미성년자 때부터 인디밴드 멤버 및 다른 남성 팬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앞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폭로를 했다. 신 씨는 “인디밴드 멤버와 남성 팬들이 나를 포함한 여러 미성년자에게 수시로 뽀뽀하고 끌어안았다. 잠자리를 하자고 강요한 전 인디밴드 멤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인디씬에서 묻어버리고 공연장에 못 오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인디씬은 영화계와 연극계처럼 인디음악계를 총칭하는 표현이다. 인디밴드계의 성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디음악계 성폭력 실태를 모아놓은 온라인 고발 자료 ‘인디밴드의 공연을 안 가는 이유들’에는 2016년 10월까지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 약 200건이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인디씬에서 발생한 성범죄 피해 등을 제보받아 실태를 알리고 가해자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디밴드 멤버 A 씨는 자신의 팬을 골목으로 끌고 가 특정 신체 부위를 쓰다듬으며 “나는 무정자증이라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모 인디밴드 기획사 관계자는 팬에게 “걸어 다닐 때마다 엉덩이가 커서 ○○하고 싶다”고 한 뒤 음란한 신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전문가들은 인디밴드계의 독특한 문화가 성폭력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인디밴드계는 공연 후 ‘애프터파티(뒤풀이)’가 잦아 밴드 멤버와 팬이 좁은 공간에서 만날 기회가 많다. 멤버 생일에는 이름을 따 ‘△△절’로 정한 뒤 팬과 만난다. 인디밴드 멤버 B 씨(26·여)는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자주 찾는데 이를 악용하는 남성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경하는 밴드 멤버와 팬의 거리가 가깝고 접촉이 잦은 환경에서는 이른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빈번해진다. 가스라이팅은 권력적 우위에 있는 가해자가 심리적으로 피해자를 통제해 본인의 생각에 동조하게끔 만드는 걸 뜻한다. 여성 팬 C 씨는 6일 페이스북에 “연인이던 인디밴드 가수 D 씨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포르노 배우 포즈를 취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원치 않았지만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허락해 주는 가스라이팅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도권 밖에서 자유분방하게 예술 하자고 모인 인디씬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유라면서 개의치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현우·이지운 기자}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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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성폭행 고소 사실관계 묻자 “그 얘기는 하지맙시다”

    “저를 고소한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 아내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후 어떤 일을 당하든 아내와 가족들 곁에 조금 더 있어주고 싶습니다.” 10일 오전 4시 반경 수도권 외곽의 한 휴게소 주차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를 타고 수도권의 모처로 향하던 길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와 대화를 하다 갑자기 헝클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 안희정 “날 내버려둬 달라” 안 전 지사는 “내가 버티는 유일한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겠는가. 잘못의 책임은 나에게 묻고 가족들은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제 갈 수가 없다. 부모님 댁으로 가고 싶어도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칠 테니 나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며 흐느꼈다. 이날 안 전 지사가 탄 차량을 운전한 안 전 지사의 친구는 “(안 전 지사가) 잘못은 했지만 친구의 초상을 치르기 싫어서 도와주고 있다”며 “이 친구의 아내가 지금도 걱정이 돼 집에서 잠을 못 이루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피해자 김지은 씨(33)가 고소한 내용의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다가 불안한 듯 휴게소 주차장을 서성이며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 월요일(5일) 관사를 나온 후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했다”며 “어제까지 아내가 있는 곳에 머물렀는데,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날이 5일이다. 휴게소에서 2시간가량 머문 안 전 지사는 오전 6시 반경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전 8시경 수도권 모처의 목조 조립식 건물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이곳에 머물며 검찰의 소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안 전 지사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족과 함께 머물며 사죄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2시 반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성폭행 피해자 김 씨에 대해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참모였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의 상실감, 배신감 여러 가지 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오후 5시경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취재진 앞에 섰을 때는 국민과 가족에게 사과하면서 김 씨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김 씨가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던 때 일방적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유를 묻자 “소환을 기다렸습니다만 견딜 수 없게 저도…”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행동이 아니다. 매우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자신의 차량을 일부 언론사 차량이 따라붙자 차를 세우고 나와 “제발 나를 좀 내버려둬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강압적 성관계 없었다” 혐의 부인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 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에 동행했던 충남도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도 벌이고 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수행비서로서 안 전 지사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전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력 등 강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주에 안 전 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이번 주초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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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 식당주인-성당신부가 성추행”

    “공부를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고, 보복도 두려웠습니다.”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는 이모 씨(여)는 동아일보와의 페이스북 대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비공개 페이지 ‘독일 유학생들의 네트워크’에 베를린의 한식당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평소 한국인 사장이 ‘옷차림이 섹시하다’는 등 성희롱 하고 “차에서 몇 차례나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한국인이라 독일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신고를 못 했다. 다른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유학생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외 한인 사회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성폭력을 당했어도 대부분 침묵했다.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폐쇄적인 한인 사회에서 따돌림당할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국내 미투 열풍에 힘입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여성 A 씨도 같은 날 이 커뮤니티에 “유학 온 초기,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오빠가 책을 빌려주겠다며 기숙사로 데려가 강제로 안고 목을 빨았다”며 “지금도 생각만 하면 몸이 굳는다”라고 밝혔다. 이달 4일에는 ‘10일 베를린에서 미투 토론회를 열자’는 글이 올라왔다. 토론회를 기획한 정순영 씨는 “미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와 성당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동참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이던 B 씨는 트위터에 “한인 교회 목사가 강제로 끌어안았다. 남자친구와 여행 가서 한 방을 쓴다고 하니 몹시 나무랐다”고 밝혔다. 유명 베트남어 인터넷 강사 최모 씨도 페이스북에 “10년 전 베트남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사는 김모 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외로 오는 신부들은 한국에서 사고를 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학 비자를 받고 불법 취업하거나, 불법 체류자들인 경우 자칫 추방될까 봐 입을 다문다는 얘기다. “캐나다 밴쿠버 한인 교회에서 미투 운동을 하다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글도 올라 왔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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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상 지위 이용한 간음’ 적용될듯… 협박 있었으면 강간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정무비서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를 6일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의 국면이 안 전 지사의 사법처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김 씨의 피해 증언에 대해 안 전 지사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한 상태여서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가닥이 지어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안 전 지사에게 적용이 유력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다. 이 혐의는 회사 상사와 부하, 고용자와 피고용자 등 상하관계가 뚜렷한 관계에서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맺는 경우 적용된다. ‘위력(威力)’은 타인의 의사를 제압하는 유·무형적인 힘을 모두 말하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게 2007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다.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서 안 전 지사가 “뭐하니?” “괘념치 말거라” “거기 있니?”라며 반말을 사용한 것에는 위계질서가 작용한 듯한 분위기가 배어 있다. 안 전 지사에게는 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이외에 강간이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강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김 씨가 이날 고소한 혐의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다. 법률구조공단 신진희 변호사는 “폭행·협박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강간죄가, 없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의 진술 내용으로 볼 때 지시복종 관계가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성폭행 사건에선 수사기관 조사와 재판 진술이 일관돼야 신빙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동서남북 장철우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피해자 진술만 일관성이 있다면 충분한 증거로 인정될 것”이라며 “안 전 지사 본인이 합의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발표를 부인했기 때문에 이후에 혐의를 부인해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다수의 변호사들은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징역 2∼3년, 강간은 3∼5년의 실형이 선고된다. 형법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보다 형이 무겁다. 만약 안 전 지사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선종문 변호사는 “이론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경합범의 경우 최대 징역 7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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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이윤택 긴급출금 요청… 공소시효 떠나 모든 성추행 수사

    경찰이 5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드러난 가해자들의 혐의를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미투 운동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고 다른 법률을 적용할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의혹 해소 차원에서 형사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상습강제추행죄가 신설되기 전에 발생한 강제추행 범죄도 적극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여성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에 대해 긴급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010년 4월 이전 성범죄도 유의미 상습강제추행죄는 강제추행을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저지른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법 조항이다. 2010년 4월 15일부터 시행돼 그 이후에 발생한 상습강제추행은 이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특히 상습강제추행죄가 시행된 2010년 4월 15일 이전에 일어난 범죄라 하더라도 상습강제추행죄 신설 이후에 발생한 성범죄와 묶어 상습성을 확인한다면 상습강제추행으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폭넓게 수사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이 의미가 큰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4월 15일 이전에 여러 건의 성추행이 있었고, 그 이후에 한 건의 성추행이 있는 경우 법 시행 이후 범죄만으로는 한 건밖에 되지 않아 상습강제추행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법 시행 전에 일어난 여러 건의 범행과 하나로 묶인다면 상습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는 게 검경의 판단이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이전에 10여 건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고 2012년 10월 배우 김수경 씨(36·여)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상태다. 2010년 이전에 발생한 범죄는 여러 건 일어났더라도 그 자체로는 처벌을 하지 못하지만 2012년 폭로된 성추행과 연결되면 상습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배우 조민기 씨(53)는 2011년 이후 여러 건의 성폭력 및 성희롱 신고가 나와 상습적일 가능성이 있다. 그 자체로는 죽어 있는 사건인 2010년 4월 15일 이전에 일어난 강제추행 범죄를 그 이후에 일어난 것과 연결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상습강제추행 정황을 법원에 제출해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2010년 4월 15일 이후부터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19일 사이에 일어난 성범죄는 친고죄 조항 때문에 사건 발생 후 1년 안에 고소를 해야 수사를 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다. 단순 강제추행으로는 고소가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벌이 어렵지만 상습적으로 일어난 성범죄라면 상습강제추행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윤택 피해자들 눈물의 기자회견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는 ‘미투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전 감독이 저지른 성범죄의 피해자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도 잠시, 피해자들은 그동안의 고통을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 전 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으로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피해자들을 추적해 비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들로 많이 울고 상처받아 움츠러들 뻔도 했지만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들과 함께한 변호인단은 공소시효를 없애고 소급 적용이 가능한 이른바 ‘이윤택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현재 10년이다. 변호인단의 대표로 나온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변호사는 “위안부 피해로 성범죄에 트라우마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공소시효, 친고를 따지며 성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면 어떻게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 등 101명의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이달 초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피해자 변호에 나섰다. 한편 영화배우 한재영에 대한 성추행 의혹도 나왔다. 연극배우 출신인 박모 씨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단 신화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고민을 털어놨더니 극단 선배였던 한재영이 ‘나도 너랑 자고 싶다. 모텔을 가자’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한 씨는 5일 소속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다. 앞으로 저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며 반성하며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김정은 기자}

    •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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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여성 강간치상 혐의… 경찰, 前의원 영장 신청

    전직 국회의원이 대학원 최고위 과정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4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강간치상 혐의로 이모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29일 경기 안양시의 한 호텔에서 50대 여성 A 씨를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과 A 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과정에서 알게 된 사이다. 이 전 의원을 고소한 A 씨는 경찰에서 “이 전 의원이 샤워하는 사이 호텔에서 도망 나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강제로 A 씨를 호텔로 끌고 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로 끌어안은 정도는 맞지만 성관계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애정 표현 정도였다. 호텔에 간 것도 합의를 해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우자 등 가족에 대해 도덕적인 책임과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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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자원봉사자들 “이젠 3월의 축제 패럴림픽”

    “쉬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좋았어요. 학교요? 잠깐만 왔다 갔다 하면 되는데요, 뭘.” 강원도 원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예지 씨(20·여)는 다음 달 개강을 해도 18일까지는 원주와 평창을 오갈 생각이다. 9일 열리는 평창 겨울패럴림픽 자원봉사를 위해서다. 김 씨는 당초 평창 겨울올림픽에만 참가하려 했다. 마음을 바꾼 데에는 봉사의 짜릿한 경험이 컸다. 올림픽 초반에는 당황했다. 영어 전공자도 아닌데 외신기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버스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어쩔 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을 도와주고 자신감이 생겼다. 나중에는 쉬는 날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찾을 정도였고 결국 패럴림픽까지 학업과 봉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김 씨는 “올림픽이 끝나고 ‘표정이 밝고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패럴림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5일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휴식’에 들어간 강원 평창과 강릉 경기장은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약 50개국, 선수 600여 명이 6개 종목에서 금메달 80개를 놓고 실력을 겨룬다. 패럴림픽으로 한국의 세계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슬램(여름 및 겨울 올림픽·패럴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은 마무리된다. 패럴림픽 열기는 자원봉사자 사이에서 이미 뜨겁다. 패럴림픽 자원봉사자는 약 6000명. 새 학기와 겹치는 바람에 올림픽 때의 1만4202명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 조직위원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올림픽이 호평 속에 끝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바이애슬론센터 VIP라운지에서 의전 자원봉사를 한 신미정 씨(21·여·광주여대)도 패럴림픽 기간 학업과 봉사를 함께 한다. 수업시간표를 조정해 일주일에 사흘 동안 수업을 몰아서 듣기로 했다.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나서야 하는 대학 3학년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가까이서 안내한 일과 바꿀 수는 없었다. 신 씨는 “보람도 보람이지만 인생에 두 번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조직위 인력부에서 봉사한 맹수빈 씨(19)는 며칠 전까지 봉사 중도하차를 고민했다. 패럴림픽 일정과 기숙형 재수학원 입학이 겹쳐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림픽 초반 빙판에서 미끄러져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 고민하던 맹 씨의 마음을 돌린 건 중년 자원봉사자 부부였다. 자원봉사자들의 봉사 사연을 자원봉사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공유하는 일을 하던 맹 씨는 이 부부 사연도 올렸다. 이를 알게 된 부부가 “참 고맙다”며 인사하자 마음이 바뀌었다. 맹 씨는 “보람이 무엇인지 느낀 순간이었다. 패럴림픽 때는 발목도 나아질 테니 현장을 뛰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강태수 조직위 자원봉사부 사무관은 “10, 20대 봉사자들이 축제 같은 올림픽을 맛본 뒤 패럴림픽 봉사까지 긍정적으로 고려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위와 강원도는 패럴림픽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대회 특징과 장애인 응대 에티켓 등을 교육할 방침이다. 패럴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정선도 ‘패럴림픽 체제’에 돌입했다. 평창군은 26일∼다음 달 6일을 최종 준비기간으로 정하고 물자 홍보물 서비스 인력 등 4대 분야를 점검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보고 주요 도로 홍보물도 패럴림픽용으로 바꾼다.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는 올림픽 열기를 패럴림픽으로 이어가기 위해 한류스타인 배우 장근석, 아이돌 그룹 B1A4, 비투비와 함께하는 ‘3월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연다.강릉=이지운 easy@donga.com·권기범 / 평창=이인모 기자}

    •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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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받아 집 수리하고 집기까지 바꿨는데” 희비 엇갈린 평창 숙박업소

    “나라 잔치라고 하니 화를 낼 수는 없고…본전도 못 건지니 답답하지, 뭘.” 강원 평창군의 한 민박집 사장 김모 씨(51)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면 수많은 선수와 가족들,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믿었다. 2000만 원을 대출받아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TV와 냉장고 이불도 싹 바꿨다. 그러나 지금까지 받은 손님은 ‘제로(0)’. 손님이 없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보일러를 켜놓아 유지비만 나가고 있다. 일손 부족에 대비해 임시로 고용했던 아주머니들은 8일 만에 그만뒀다. 김 씨는 답답한 목소리로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그렇게 크다는데 현실적으로 와 닿는게 왜 없느냐”고 되물었다. 이곳에서 불과 500m정도 떨어진 한 펜션은 상황이 다르다. 1박에 25만~45만 원인 객실 21개가 폐막(25일)까지 만실이다. 예약자 10명 중 9명은 대회 구경과 관광을 겸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다. 이곳 매니저 강모 씨(27)는 “올림픽 기간 동안 적어도 1억 원 이상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엇갈린 평창-강릉 숙박업소 ‘희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폭리 논란’이 일었던 경기장 인근 숙박업소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8~20일 강릉시와 평창군의 올림픽 경기장 인근 숙박업소를 살펴봤다.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제휴 등을 앞세운 고급 리조트나 호텔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했다. 반면 모텔 등 저가형 업소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에 한숨만 쉬고 있었다. 모텔이나 민박 중에는 관광객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시설 개선 등에 비용을 투자한 곳이 많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인 곳도 있다. 사실상 휴업 상태였던 건물에 수억 원의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손님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을 정도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도 “손님 수가 평소 겨울철 성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강릉시의 한 모텔을 빌려 영업을 하고 있는 강모 씨(37·여)는 “특수는 커녕 평소 가격(5만 원)을 받고 있는데도 손님이 없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한 달 난방비와 전기세 임금 등을 고려하면 한 달 매출이 1300만 원은 나와야 하는데 매일 2, 3개 객실만 나갈 뿐이다. 업주들은 부랴부랴 가격을 기존 10만~15만 원에서 5만~7만 원대로 내렸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숙박비가 비싸다’는 소문이 퍼져 아예 문의전화조차 오지 않는다. 도심인 강릉보다 평창 일대 업소들의 상황이 더하다. 평창의 한 민박집 사장은 “외국인들은 예약 앱을 이용하고, 내국인들은 경기장 주변 숙소는 비싸다는 편견 때문에 아예 평창으로 오질 않는다. 방 값을 알아보러 오는 사람도, 전화도 없다”고 말했다.● 숙박 앱이 변수…일부 ‘자승자박“ 지적도 반면 1박 가격이 30만~40만 원대인 고가형 숙박업소들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입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글로벌 숙박 중개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했던 것이 주효한 것이다. 강릉의 한 호텔에는 평일 80%가량, 주말에는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숙박 앱에는 객실 가격을 현장(30만 원)보다 높은 최대 49만 원에 올려놨지만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손해 볼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S레지던스 지배인 박모 씨(57·여)는 ”올림픽 기간 중 객실 80% 정도가 차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앱을 통해 미리 후기 등을 살펴본 뒤 예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객실 상태가 좋은 업소에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철도(KTX) 가격이 변수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객실비 10만~15만 원을 주고 모텔에서 숙박하는 대신 KTX 값 2만~4만 원을 내고 서울이나 양평 등 관광이 용이한 곳에서 묵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릉역에서 만난 권모 씨(30)는 ”숙박비 논란이 많아 아예 예약을 포기하고 KTX를 타고 왕복해가며 관람 중이다. KTX라 이동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개막 전 폭리 논란이 제 발목을 잡은 격이라고 말했다. 강릉의 한 모텔 사장 이모 씨(64·여)는 ”인터넷을 할 줄 안다는 사장들이 고가에 방을 내놓은 게 편견만 심어주는 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는 방문객 규모를 과도하게 예측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측을 그대로 믿고 과잉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강릉=권기범 기자 kaki@donga.com강릉=이지운 기자 easy@donga.com평창=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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