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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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문학/출판25%
역사21%
정치일반14%
사회일반11%
문화 일반7%
칼럼7%
정당4%
검찰-법원판결4%
인사일반4%
산업3%
  • 40대~60대 남녀의 ‘썸 타기’…중장년 로맨스가 뜬다, 왜?

    “내가 내 친구 영국(박상원)이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전거 타고, 걔 힘든 거 같아서 도시락 싸주고 위로해 준 게… 그래 나 영국이 마음속으로 좋아했어. 그런데 그게 죽을죄를 지은 거니?” 24일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주인공 정시내(이미숙)의 대사다. 남편과 사별한 시내는 어릴 적 친구인 영국(박상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영국이 유부남인 것도, 대기업 회장이라는 것도 몰랐지만, 이미 끌리는 마음을 돌이키기는 어렵다. 둘의 관계는 극을 끌어가는 가장 큰 모티브. 이날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21.2%(닐슨 코리아)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로맨스가 지상파 주말극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장미빛 연인들’에서 시내와 영국의 극중 나이는 배우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50대 중반 정도. 연출자인 윤제문 PD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모두가 각자 로맨스의 주인공인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기분 좋은 날’도 50대인 남궁영(손창민)과 한송정(김미숙)의 사랑을 비중 있게 다뤘다. 부모 세대의 사랑이 극을 끌어가면서 갈등 구조도 일부 변했다. 통상 주말극에서 두 연인과 부모 세대의 관계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식들의 사랑과 결혼을 가로막는 장애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반대로 자식 문제가 부모 세대의 사랑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4일 방영분에서 시내는 아들 박차돌(이장우)이 영국의 회사로부터 받은 투자 지원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영국의 아내인 고연화(장미희)에게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중장년 로맨스가 드라마의 주요 모티브는 아니지만 감초처럼 등장해 극의 재미를 살리는 것도 여전하다.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는 40대 중반인 탁월한(이종원)과 손풍금(오현경)이 ‘썸을 타고’ 있다. 삼각관계인 박이문(박인환) 심복녀(고두심) 김영옥(김수미)의 비중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도 문대오(김용건)와 백설희(나영희)의 재혼을 다루며 부모세대의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중장년인 극중 주인공들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경우가 많다. 결혼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불륜과 경계를 오가기도 한다. 결혼 생활의 실제를 겪은 사람들의 로맨스지만 이들의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다. 최근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에서 보이듯 순수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연령과 세대를 따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로맨스의 부각이 시청층의 고령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청자를 따라 로맨스도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2, 3년 사이 지상파 드라마에서 중장년층 이상의 로맨스 비중이 높아졌다”며 “50, 60대 이상 세대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회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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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 국제회의 통역사 최정화 교수 “화투치며 불어 배워”

    “더듬거리는 영어로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던 것이 프랑스어와의 첫 인연을 만들었죠.” 한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60)가 삶의 이야기와 명사와의 만남을 다룬 에세이집 ‘내 삶을 디자인하는 습관 10C’를 냈다. 21일 만난 최 교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말이 들려와 참을 수가 없었다”며 “그 호기심이 내가 원하는 일을 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제회의를 1900회 이상 통역했고 2003년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설립해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미지상을 만들어 매년 한국을 알리는데 공로가 있는 인물에게 상을 주는데 올해엔 중국 여배우 탕웨이 등이 수상했다. 최 교수는 집중(Concentration) 배려(Care) 도전(Challenge) 등 알파벳 ‘C’로 시작하는 10가지 긍정적인 습관을 책에 담았다. 그가 2007년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는 커다란 가방에 거장들의 공연 DVD를 가득 채워 갖고 다니며 연주가 없을 때는 듣고 또 들었다. 최 교수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올인’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작은 배려가 큰 감동으로 오래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2011년 CICI 회원 30여 명과 배병우 사진작가의 경기 파주시 작업실을 방문하던 날 폭우가 왔다. 배 작가는 방문객들이 갈아 신을 새 슬리퍼 30여 켤레를 미리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화투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줬다. 유학 시절 프랑스어 실력을 늘리는데 ‘동양식 카드놀이’, 화투놀이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 최 교수에게 화투놀이를 배운 프랑스 친구들이 가족에게 전파한 덕에 최 교수는 자주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 생생한 프랑스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은 또 작고한 김수환 추기경과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 등 국내외 인사와의 일화를 담았다. 최 교수는 “성공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보다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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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황제 곁에서 농간부린 환관이 제국을 무너뜨렸다

    환관의 발호는 외척과 함께 중국의 강대한 제국들을 붕괴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환관의 힘은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명령을 대신 전달하는 데서 나왔다. 대신이 황제에게 대면 보고를 못하고 황명을 직접 못 받는 틈을 타 환관은 농간을 부렸다. 환관 비서실장의 기원은 뜻밖에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이다. 연회 중에도 자주 명령을 내렸던 한 무제는 궁형(거세형)을 받은 사마천을 비서실장 격인 중서령에 임명했다. 황제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환관이 득세할 소지를 키웠다. 후한 광무제는 정무를 재상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비서실이었던 상서방을 강화한다. 상서는 재상의 명령을 받지 않았고 관료의 임면권과 상벌권까지 가졌는데, 환관이 황제와 상서 사이를 막아버리면서 권력을 장악한다. 권력도, 그만큼 업적도 컸던 한 무제와 후한 광무제 때 환관이 정무에 참여하는 길이 열린 것은 시사적이다. 후한의 마지막 군주 영제는 환관 장양과 조충을 가리켜 입버릇처럼 부모라고 했다. 이른바 ‘십상시’다. 당 현종 때 고력사라는 환관은 태자 책봉에 간여한다. 이때부터 환관은 장군이 될 수 있었고, 근위병의 지휘권을 갖게 된다. 명 태조는 건국공신들을 대부분 처형한 뒤 재상정치를 폐지했다. 이후 황제의 비답을 대필하는 환관들이 ‘그림자 내각’을 형성하고 때로 공식 내각을 제압하기까지 했다. 영락제 때는 환관이 비밀경찰 동창(東廠)의 지휘권과 군대의 감찰권까지 갖는다. 환관과 견줄 만한 존재가 궁 안에서 일하는 여성들인 여관(女官)이다. 명 만력제의 부마는 여관의 허락 없이 아내인 공주를 만났다가 여관과 연인 사이인 환관의 패거리에 몰매를 맞았다. 유모도 자기가 키운 황자가 황제로 즉위하면 환관과 결탁해 권세를 휘둘렀다. 후한의 안제를 구해낸 유모 왕성, 명 천계제의 유모 객 씨 등이 유명하다. 저자는 “비서가 측근 세력이 되면 권세를 앞세우고 위엄으로 내리누르는 것은 어느 시대, 사회나 똑같다”고 말한다. 이 시대 각 분야 권력자들이 정독할 만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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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제국 붕괴시킨 환관의 발호, “비서가 측근 세력이 되면…”

    환관의 발호는 외척과 함께 중국의 강대한 제국들을 붕괴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환관의 힘은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명령을 대신 전달하는데서 나왔다. 대신이 황제에게 대면 보고를 못하고 황명을 직접 못 받는 틈을 타 환관은 농간을 부렸다. 환관 비서실장의 기원은 뜻밖에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이다. 연회 중에도 자주 명령을 내렸던 한 무제는 궁형(거세형)을 받은 사마천을 비서실장 격인 중서령에 임명했다. 황제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환관이 득세할 소지를 키웠다. 후한 광무제는 정무를 재상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비서실이었던 상서방을 강화한다. 상서는 재상의 명령을 받지 않았고 관료의 임면권과 상벌권까지 가졌는데, 환관이 황제와 상서 사이를 막아버리면서 권력을 장악한다. 권력도, 그만큼 업적도 컸던 한 무제와 후한 광무제 때 환관이 정무에 참여하는 길이 열린 것은 시사적이다. 후한의 마지막 군주 영제는 환관 장양과 조충을 가리켜 입버릇처럼 부모라고 했다. 이른바 ‘십상시’다. 당 현종 때 고력사라는 환관은 태자 책봉에 간여한다. 이때부터 환관은 장군이 될 수 있었고, 근위병의 지휘권을 갖게 된다. 명 태조는 건국공신들을 대부분 처형한 뒤 재상정치를 폐지했다. 이후 황제의 비답을 대필하는 환관들이 ‘그림자 내각’을 형성하고 때로 공식 내각을 제압하기까지 했다. 영락제 때는 환관이 비밀경찰 동창(東廠)의 지휘권과 군대의 감찰권까지 갖는다. 환관과 견줄만한 존재가 궁 안에서 일하는 여성들인 여관(女官)이다. 명 만력제의 부마는 여관의 허락 없이 아내인 공주를 만났다가 여관과 연인 사이인 환관의 패거리에 몰매를 맞았다. 유모도 자기가 키운 황자가 황제로 즉위하면 환관과 결탁해 권세를 휘둘렀다. 후한의 안제를 구해낸 유모 왕성, 명 천계제의 유모 객 씨 등이 유명하다. 저자는 “비서가 측근 세력이 되면 권세를 앞세우고 위엄으로 내리누르는 것은 어느 시대, 사회나 똑같다”고 말한다. 이 시대 각 분야 권력자들이 정독할 만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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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하이드 지킬, 나’ 원작자-‘킬미, 힐미’ 제작사 갈등

    남자 주인공의 다중인격을 소재로 같은 시간대(수목 오후 10시)에 방영 중인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SBS)와 ‘킬미, 힐미’(MBC)가 결국 감정싸움을 벌였다.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자인 만화가 이충호 씨는 방영일인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중인격 장애를 겪는 남자의 인격(하이드)과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코미디’는 내가 2011년에 그린 ‘지킬 박사는 하이드 씨’가 시작이다. (킬미, 힐미는) 그저 아이디어 도둑질일 뿐이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킬미, 힐미’ 제작사인 팬 엔터테인먼트 측은 “진수완 작가가 오래전 대본 1, 2부를 탈고했으며 이 작가의 웹툰을 알게 된 건 현빈의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이를 증명할 자료도 있다”고 반박했다. 누리꾼 사이에선 “세계적으로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으니 원조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반응과 “‘하이드 지킬, 나’가 1회밖에 방영되지 않았으니 내용이 얼마나 비슷한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21일 시청률은 ‘킬미, 힐미’ 9.5%(닐슨코리아·전국 가구), ‘하이드 지킬, 나’ 8.6%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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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가입 권유 게시글 차단”… 방심위, 인터넷 모니터링 강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이슬람국가(IS) 가입을 권유하거나 테러를 모의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모니터한 뒤 차단할 방침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위원회가 모니터한 관련 게시글을 국내 누리꾼이 볼 수 없도록 차단하는 안건을 22일 통신심의 소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해 테러 관련 글을 계속 찾아낼 계획”이라고 21일 말했다. 안건에 회부되는 게시글은 “#ISIS Jobs openings”(IS 대원 구함)이라는 해외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글과 이를 복사한 인터넷 게시물이다. 웹사이트 등은 비교적 접속을 막기가 쉽지만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경우엔 사업자가 협조 요청을 거부하면 막을 수 없다. 또 해외 IP 주소로 우회해 접속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막기가 어렵다. 방통심의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5조는 인종차별·집단학살·테러 등 국제 평화 및 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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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본질은 계약관련 분쟁?” “대화내용 과장했나”

    방송인 클라라가 소속사인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L 대표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19일 둘 사이의 문자가 전격 공개됐다. 이날 인터넷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문자에는 “L 회장이 ‘너는 다른 연예인들과 다르게 신선하고 설렌다’는 등의 문자를 보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클라라의 주장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다. L 회장이 보낸 문자는 ‘설렌다’가 아니고 ‘설레이고 그랬었는데’라는 과거형이었다. 또 해당 문자 앞에는 회사 일과 관련된 내용이, 뒤에는 ‘마음이 무겁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 앞뒤를 보면 L 회장의 말은 성적 유혹이라기보다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표현으로 보인다” “클라라가 계약 해지와 관련한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대화 내용을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클라라 측은 “우리는 성적 수치심 발언뿐 아니라 그룹 회장(L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회사의 약속 이행 위반이 종합적으로 문제돼 계약 해지를 하려는 것”이라며 “민형사 소송을 위해 문자 내용 전부를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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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명이 하루새 5000권 심사… 표지만 보고 선정?

    《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 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라 공감을 갖게 하는 우수도서다.”(2013년 6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제의 책이다. 우수도서 목록에서 삭제했다.”(2015년 1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후 종북 논란을 빚은 재미동포 신은미 씨(54)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정부의 심의 결과다. 어떻게 2013년 심사에서는 ‘보수 성향의 저자가 쓴 설득력 있는 우수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책이 1년여 만에 북한 독재를 옹호한 책으로 바뀌었을까? 》   ○ 예산 150억 원 우수도서 어떻게 선정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학술 교양 문학 분야의 우수도서 1500여 종을 선정한다. 1종당 1000만 원씩, 총 150억 원의 예산으로 우수도서를 구입해 전국 공공도서관, 청소년시설 등에 배포한다. 문제는 선정 과정에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우수도서 선정에 참가했던 심사위원 10인을 인터뷰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우수도서는 출판사가 직접 신청하는데 보통 4∼5배가 접수된다. 한 번에 5000여 권이 신청되는 셈인데 심사위원은 150명 안팎이다. 심사위원 한 사람이 심사해야 할 책이 30권이 넘는다는 얘기다. 심사 기간은 단 하루다. 심사에 참여했던 A 씨는 “하루에 수십 권의 책을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심사위원 B 씨는 “심사위원의 상당수가 교수나 작가, 평론가다. 심사위원마다 자기 전공이 있거나 책을 쓰는 사람들인 만큼 자신이 속한 분야나 책을 냈던 출판사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며 암암리에 인맥이 작동된다고 밝혔다. 대학교수 C 씨는 황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도서 심사 청탁 전화를 받았는데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거절했더니 담당자가 ‘책을 다 읽을 필요 없다. 하루 정도 나와 대강 골라 달라’고 하더라.”○ 모호한 심사 기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논란 심사 기준도 문제다. 2013년까지 구체적인 심사 기준 자체가 없었고 지난해 처음 생겼다. 문체부가 밝힌 우수도서 선정 기준은 △창의성과 예술성, 내용의 충실성 △지식정보화 시대, 국가경쟁력 강화 △민족문화, 발전적 세계관 확립 등이다. 명확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전 심사위원 D 씨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다른 심사위원이 고른 책을 ‘우수하지 않다’며 반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수도서’라고 평하기 어려운 책도 종종 우수도서 목록에 들어간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화해를 위해서’는 2006년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박 교수가 위안부 비하 논란에 휩싸인 후 뒤늦게 ‘화해를 위해서’에 일본과 독도를 공유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한젬마 씨의 저서 ‘그 산을 넘고 싶다’는 2006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이후 대필 논란을 겪었지만 ‘사후 처방’이 없어 여전히 우수도서 목록에 올라 있다.○ 편향성 논란도 나와…제대로 관리 못하는 정부 탓 출판계에서는 신은미 씨의 책이 선정된 2013년 우수도서들이 논란이 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무엇이 편향을 부르나’ 토론회에서는 2013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체 게바라와 랄랄라 라틴 아메리카’,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등이 반미, 반기업 정서를 지나치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다른 우수도서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은 대한민국 건국을 평가 절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우수문학도서(문학나눔사업)는 문체부 위탁을 받은 민간단체인 재단법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주관했다. 현재는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맡고 있다. 출판사 대표 E 씨는 “문화 권력이 왼쪽으로 넘어간 것 같다. 심사위원들이 좌편향이다 보니 이념 편향 책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은미 씨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을 당시 수필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평론가 황광수 씨는 “많은 책을 검토해 누가 이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하자고 추천했는지 모른다”면서 “(우수도서를 결정할) 당시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 지금 (종북) 논란이 나오니 ‘그때 나쁜 책을 뽑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지영·조종엽 기자}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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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모두가 한통속, 무법 판치는 세상이 있다

    여덟 살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 뒤 무참히 살해돼 대로변에 버려졌다. 전날 밤 소녀가 갔던 부잣집 마루에서 소녀가 입었던 피 묻은 옷, 핏자국과 온갖 얼룩으로 더렵혀진 매트리스가 발견된다. 이 부잣집 주인 아들이 소녀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본 목격자의 진술도 있다. 하지만 소녀의 시신에서 검출된 정액 샘플을 비롯해 모든 증거는 사라지고 엉뚱한 사람이 감옥에 가게 된다. 변호사, 병원장, 경찰서장, 검사가 모두 범인과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영화 같지만 페루 우아누코 지방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남반구의 상당수 저개발국가에서는 이 소녀가 겪은 끔찍한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인도에는 노예노동이 일반화돼 있다. 마리암마 씨를 비롯해 벵갈루루 인근의 벽돌공장에 갇혀 일하던 노동자들은 탈출해 집으로 도망쳤다가 가족까지 공장주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경찰은 2년 동안 갖가지 이유를 대며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다. 신혼여행지로 익숙한 필리핀의 세부는 아동 인신매매범들이 활개 치는 곳이다.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은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저자 게리 하우겐은 인권단체 인터내셔널저스티스미션(IJM)의 설립자다. 저개발국가의 무법 실태와 함께 1997년부터 폭력 피해자들을 구해 온 IJM의 활동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마다 500만 명이 폭력에 내몰려 집을 빼앗긴다. 3000만 명은 노예다. 1000만 명이 재판을 받지 않고 기약 없는 감옥살이를 한다. 저자는 저개발국가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만연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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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방만경영-고액연봉은 못 본척… “돈 없다” 앓는 소리만

    ‘한류의 위기가 닥쳤지만 한류 콘텐츠의 80% 이상을 만드는 지상파 방송사는 30년 이상 동결된 수신료, 광고 규제 등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KBS 1월 14일 ‘뉴스9’) ‘한류 콘텐츠 수출의 80% 이상을 맡고 있는 지상파 방송이 무너질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타이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SBS 1월 13일 ‘8뉴스’)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는 지상파 시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한류를 견제하는 움직임에 맞서 새로운 활로를 뚫는 것도, 축적된 경험과 제작 능력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MBC 1월 12일 ‘뉴스데스크’) 최근 지상파TV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메인 뉴스에서 지상파 방송과 한류를 결부시킨 리포트를 연일 보도했다. ‘한류를 이끈 지상파 방송을 위해 좋은 제작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한류는 물론이고 방송산업이 무너진다’는 식으로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간접광고 확대 등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지상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한류를 명분으로 삼았으나 논리의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만한 경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KBS MBC SBS는 각각 300억∼5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 판매율은 5년 전 70%대에서 최근엔 50%대로 떨어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방송 3사가 추가 광고 수입을 올린다고 해도 내부의 군살을 빼지 않으면 효과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적자와 위기는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는 2직급 이상 상위 직급이 2008년 47.2%에서 2013년 57.8%로 늘었다. 2013년 MBC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BC 정규직 1425명 중 일반 사원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차장대우 이상 간부에 속한다.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9개월에 평균 연봉이 9547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깝다. KBS는 지난해 고액 임금이 논란이 되자 “KBS 직원의 연봉은 경쟁사의 88% 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들이 경영 압박을 받는 것은 임금과 인력 구조 등 오래된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에서 비롯된 만큼 지상파 방송사는 방만한 경영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가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006년 2500만 달러였던 중계권료는 2010년에 6500만 달러로 껑충 뛰었고 2014년에는 7500만 달러(약 900억 원)까지 치솟았다. SBS는 이렇게 사들인 중계권을 KBS, MBC에 재판매했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KBS는 180억 원을, MBC는 100억 원을 손해 봤다.○ 콘텐츠 투자는 부진, 저작권은 독점 반면 지상파TV의 콘텐츠 제작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4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지상파 방송의 자체 제작비는 5488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1.3% 줄었다. 외주 구매를 포함한 전체 제작비도 1조296억 원으로 13.7%가 줄었다. ‘방송 콘텐츠 수출의 85%를 지상파가 이끈다’는 지상파의 주장에 대해 외주제작사들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방송 콘텐츠 수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상파 드라마는 대부분 외주제작사가 만들지만 해외 판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권을 지상파 방송이 갖기 때문에 지상파가 수출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서정보 suhchoi@donga.com·조종엽 기자}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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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독과점 심화 불보듯… 문체부 뭐 하나”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광고 총량제를 강행하려는 데 대해 조만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신문협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광고총량제는 방송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지상파의 독과점 지위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상파의 경쟁력 하락은 방만 경영의 결과이므로 내부 구조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협회는 광고총량제에 대해 방통위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는 안을 검토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문체부는 미디어정책의 주무부처인데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며 자신들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최근 방통위에 ‘신문 등의 매체의 반대를 감안해서 광고총량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양휘부)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광고 시간이 시간당 9분으로 늘어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8분 12초보다 많아진다”며 “PP의 광고를 지상파에 떼어주는 격이어서 중소 PP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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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삼이사로… 속물로… 최근엔 주변인에 주목

    소설과 영화 속에서 요즘의 ‘모래시계 세대’ 또는 ‘386세대’는 그리 매력적인 주인공이나 대상은 아니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 등으로 상징되는 1980년대의 저항뿐 아니라 그 이후의 지리멸렬함까지, ‘이미 잔치가 끝났기’ 때문이다. 창작자 입장에선 마치 청순하게 데뷔한 걸그룹을 섹시한 이미지로 바꿔 성공시킨 뒤 ‘이젠 어떻게 변신시켜야 하나’를 고민하는 연예기획사 사장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소설에선 1980년대의 기억을 곱씹는 후일담 소설이 이따금 나온다. 이들 소설은 한때 역사의 주체에서 일상의 장삼이사로 전락한 이들의 화려한 추억과 씁쓸한 현재를 담았다. 후일담 소설 계보의 마지막 자락을 차지하는 ‘레가토’(권여선·2012년)는 1980년대 농활과 데모를 거치며 운동권이 돼 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유명 정치인, 출판사 사장,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열정을 빛내던 그들은 “늙은 인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럭저럭 조달하며 사는 데 익숙해진 존재”가 돼 버렸다. 최근 소설에서는 386세대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소외됐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2014년)의 나복만, ‘투명인간’(성석제·2014년)의 김만수 등이다. 이들은 역사의 주체가 아닌 ‘고통과 슬픔의 주인공’이다. 문학평론가 서희원 씨는 “경제개발과 군사정권의 희생양이지만 민주화의 주역들은 아닌 인물들, 당대의 민중이지만 주목받지 못한 채 형벌처럼 가난한 노동을 이어왔던 인물들이 최근 소설에 의해 비로소 이름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도 ‘속물이 돼 버린’ 386세대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매력이 없다. ‘속물 386’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알려진 최근작이 ‘바람난 가족’(2003년)일 정도다. 반면 386세대가 이상을 잃지 않았던, 즉 주인공의 매력을 갖고 있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종종 등장한다. 1000만 관객 영화 ‘변호인’(2013년)을 비롯해 ‘화려한 휴가’(2007년) ‘오래된 정원’(2007년)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가 386세대의 ‘이후 모습’을 다룰 때도 ‘괴물’(2006년) 속 ‘남일’(박해일)처럼 ‘도바리’(도망)를 치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80년대식 모습에서 매력을 얻는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386세대가 자본가, 소시민, 룸펜 등으로 변화한 뒤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변화 이후의 이 세대가 마주한 사회를 제 가치대로 조명하기에는 성찰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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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언론테러 용납못해” 編協-記協 공동성명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송희영)와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12일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는 언론 자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야만적인 폭력 행위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두 협회는 성명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며 언론과 언론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세계적으로 언론인 101명이 피살됐지만 이러한 시도가 결코 ‘무력이 펜을 꺾을 수 없다’는 불변의 진실을 위협할 순 없다”며 “반인륜적인 테러에 맞서 언론 자유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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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발빠른 사과 진심인 듯” “땅콩회항서 교훈 얻었나”

    결국 배우 송일국이 머리를 숙였다. 그의 매니저를 어머니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보좌관으로 등록해 세금으로 월급을 줬다는 의혹을 반박한 아내 정승연 판사의 글이 물의를 빚자 사과한 것. 송일국은 12일 소속사를 통해 “이 일의 모든 발단은 저”라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혹에 대해선 “7년 전 매니저가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바람에 (어머니 김 의원의) 인턴이 겸직도 가능하다고 하고 별도로 급여를 지급하면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공직자로서 사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우를 범했다”고 사과했다. 정 판사는 앞서 8일 페이스북에 의혹 제기를 반박하면서 “인턴에 불과했다” “알바생에 불과했으니 4대 보험 따위 물론 내주지 않았다” 등의 거친 표현을 써 누리꾼의 비판을 받았다. 인터넷에선 송일국의 사과에 대해 “발 빠르게 사과하는 것을 보니 진심이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으나 “‘땅콩 회항’ 사건 뒤 섣부른 변명이 더 큰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얻은 것일 뿐”이라는 글도 올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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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서 울고 VOD로 웃었다

    치정멜로 영화 ‘인간중독’과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의 공통점은? 두 영화는 극장보다 인터넷TV(IPTV)를 비롯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인간중독’은 144만 관객이 들어 연간 박스오피스에서는 41위에 그쳤지만 IPTV 3사(KT 올레TV, SK BTV, LG tvG)의 지난해 이용 횟수 등에서 10위 안팎의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올레TV에 따르면 이 영화의 이용 횟수는 60만 건이 넘는다. 다른 업체와 모바일까지 감안하면 극장 밖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극장 관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초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역시 극장 관객 92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61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올레TV 기준 이용 횟수만 50만 건이 넘었다. VOD 시장에서 영화의 인기는 박스오피스 순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역린’(384만 명)처럼 기대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VOD 이용 횟수로는 변호인(1137만 명)을 앞섰다. 문지형 올레TV 홍보팀 과장은 “VOD 영화 시청은 변수가 많다. 극장 화제작이 선호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못지않게 콘텐츠의 가격이나 장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VOD는 통상 극장 동시상영작은 1만 원, 극장에서 내린 지 1년 이내는 4000원, 이후에는 더 내려간다. ‘역린’처럼 극장에서 뜨진 못했어도 인지도 있는 스타(현빈)가 출연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영화들이 VOD 시장에서 환영받는다는 것. 또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멜로나 에로 영화도 인기 있다. 특히 19금 성인용 콘텐츠의 경우 IPTV뿐 아니라 ‘손안의 극장’ 모바일TV에서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모바일VOD 이용자가 많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 ‘티빙’에서는 지난해 영화 콘텐츠 중 ‘인간중독’과 ‘마담뺑덕’이 매출액 순위로 각각 1위와 6위에 올랐다. ‘올레TV 모바일’에서는 ‘인간중독’(2위) ‘황제를 위하여’(3위) ‘맛 무삭제판’(4위) ‘밀애’(7위) ‘화려한 외출’(9위) 등 19금 영화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4년 개봉한 에로영화 ‘맛 무삭제판’과 ‘밀애’ 등은 극장 개봉 시 관객이 4000∼5000명에 그쳤으나 VOD 이용 횟수는 수십만 건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1300억 원대 규모였던 국내 VOD 시장은 지난해 3500억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VOD 시장의 급성장은 영화 산업의 변화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극장 개봉 없이 IPTV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너브러더스, 소니픽처스 등 해외 직배사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해 하반기 IPTV로 개봉한 ‘22 점프 스트리트’ ‘노 굿 디드’ ‘타미’ 등은 각각 북미 박스오피스 1위작이며,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2’의 경우 북미 개봉 시기와 비슷하게 12월 IPTV로 개봉했다. 또 VOD 시장을 겨냥해 영화 개봉작이 늘고, 인터넷 때문에 퇴출 위기에 놓였던 에로 영화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0년까지 400편 안팎이었던 영화 개봉작은 2013년 907편, 2014년 1117편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 영화 개봉작 232편 중 에로 영화는 40∼50편이나 된다. 한 수입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을 거치지 않은 영화도 VOD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국이 VOD 테스트 마켓으로 여겨지고 있어 앞으로 영화 제작과 유통의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조종엽 기자   }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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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N 1억원 기획안 당선작 발표

    상금 1억 원을 받는 TV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 당선작이 나왔다. 케이블·위성채널 KBSN은 “시청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대학생 함초롱 씨(26)의 기획안 ‘5천만 주주 프로젝트’를 상금 1억 원을 받는 1등으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기획안은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집단 투자하고, 그 진행 과정을 프로그램에 담는다는 내용이다. 2등(상금 3000만 원)에는 서근석 씨(33)의 ‘만원의 기적’이, 3등(1000만 원)에는 안효은 씨(27)의 ‘300줄을 당겨라!’가 뽑혔다.}

    •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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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이 앞뒤로 흔들면 NO, 빙빙 돌리면 OK

    엉덩이를 앞뒤로 흔드는 것은 안 되지만, 빙빙 돌리는 것은 된다? 걸그룹 ‘EXID’의 ‘위아래’가 새해 첫 주(지난해 12월 28일∼올해 1월 3일) 가온차트 4개 부문(디지털종합, 다운로드, 스트리밍, 소셜)에서 1위에 올랐다. ‘위아래’는 지난해 8월 발표된 곡. 인기 순위가 통상 곡 발표 초기에 상승하다가 하락하는 것과 달리 ‘위아래’는 발표 3개월 뒤인 11월부터 뒤늦게 급속도로 상승하는 ‘차트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여러 행사에서 선보인 수위 높은 섹시댄스를 관객들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직캠’ 영상이 호응을 얻은 덕이다. 이들의 섹시댄스는 가사 “위 아래, 위 위 아래”에서 절정을 이룬다. 행사에선 이 대목에서 앞뒤로 엉덩이를 흔든다. 하지만 최근 출연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선 살짝 원형으로 돌리는 정도에 그쳤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동작 등도 순화됐다. EXID는 지상파인 점을 감안해 자발적으로 안무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안무 하나하나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년의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수준인지를 심의한다”며 “EXID의 경우 행사 안무가 그대로 방송됐다면 시청자 민원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고 법정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이 모두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걸스데이’와 ‘AOA’가 바닥에 엎드려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튕기는 동작, 바닥에 누운 채 허벅지와 가슴 등을 훑는 동작, 다른 멤버의 손을 엉덩이에 올린 채 엉덩이를 돌리는 동작 등을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송사도 심의를 피하기 위해 카메라워크를 통해 춤 동작의 수위를 낮춘다. PD들이 일부 춤동작을 멀리서 밋밋하게 잡거나 춤과 관계없는 부위를 보여주면서 ‘덜 섹시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신곡 ‘위글위글’의 안무는 가사 그대로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드는 춤동작을 강조했다. 지상파는 이 동작을 여러 명이 한 화면에 나오는 풀숏(머리부터 발끝까지 인물 전체를 보여줌)으로 보여주거나 허리 이상의 상반신을 보여준다. 물론 소속사가 유튜브에 공개한 ‘오리지널’ 안무 영상은 엉덩이 동작이 매우 강조돼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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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 섹시댄스, 엉덩이 앞뒤 흔들면 NO! 빙빙 돌리면 YES?

    엉덩이를 앞뒤로 흔드는 것은 안 되지만, 빙빙 돌리는 것은 된다? 걸그룹 ‘EXID’의 ‘위아래’가 새해 첫 주(지난해 12월 28일~올 1월 3일) 가온차트 4개 부문(디지털종합, 다운로드, 스트리밍, 소셜)에서 1위에 올랐다. ‘위아래’는 지난해 8월 발표된 곡. 인기순위가 통상 곡 발표 초기 상승하다가 하락하는 것과 달리 ‘위아래’는 발표 3개월 뒤인 11월부터 뒤늦게 급속도로 상승하는 ‘차트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여러 행사에서 선보인 수위 높은 섹시댄스를 관객들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직캠’ 영상이 호응을 얻은 덕이다. 이들의 섹시댄스는 가사 “위 아래, 위 위 아래”에서 절정을 이룬다. 행사에선 이 대목에서 앞뒤로 엉덩이를 흔든다. 하지만 최근 출연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선 살짝 원형으로 돌리는 정도에 그쳤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동작 등도 순화됐다. EXID는 지상파인 점을 감안해 자발적으로 안무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심의원회 관계자는 “안무 하나하나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년의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수준인지를 심의한다”며 “EXID의 경우 행사 안무가 그대로 방송됐다면 시청자 민원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고 법정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이 모두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걸스데이’와 ‘AOA’가 바닥에 엎드려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튕기는 동작, 바닥에 누운 채 허벅지와 가슴 등을 훑는 동작, 다른 멤버의 손을 엉덩이에 올린 채 엉덩이를 돌리는 동작 등을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송사도 심의를 피하기 위해 카메라워크를 통해 춤 동작의 수위를 낮춘다. PD들이 일부 춤동작을 멀리서 밋밋하게 잡거나 춤과 관계없는 부위를 보여주면서 ‘덜 섹시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신곡 ‘위글위글’의 안무는 가사 그대로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드는 춤동작을 강조했다. 지상파는 이 동작을 여러 명이 한 화면에 나오는 풀쇼트(머리부터 발끝까지 인물 전체를 보여줌)로 보여주거나 허리 이상의 상반신을 보여준다. 물론 소속사가 유튜브에 공개한 ‘오리지널’ 안무 영상은 엉덩이 동작이 매우 강조돼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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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국제시장’ 신드롬]“상업영화 놓고 이념대립 우리사회 현주소 보여줘”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이념·세대 간 논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현대사와 관련해 ‘불티가 날아들기를 기다리는 기름 창고’와 같은 상황임을 보여 준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현대사에 대해 합의된 기억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시장’ 흥행 의미를 사회·심리학자들에게 들어 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배경으로 ‘당시 희생으로 지금의 한국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메시지가 현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변호인’ ‘광해’도 그렇지만 영화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정치적 논쟁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영화는 오락으로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중장년 관객의 호응은 현재 세대가 과거를 망각하는 것에 대한 과거 세대의 집단 무의식적 반격으로 보인다. 복합적 과거의 결과로서 현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집단적 기억을 합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거울 효과’가 50대 이상 세대에 심리적 치유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거울효과는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인데 영화를 통해 무의식 속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치유하는 셈이다. 특히 50대 이상은 그동안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던 생애와 가치를 영화가 긍정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오래된 응어리를 풀어 낼 수 있다. 정양환 ray@donga.com·조종엽 기자}

    •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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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생’ 꿈꾸지만… 위로 오를수록 전쟁터

    《 실적 깎이는 것, 승급 못하는 것, 그래서 도태되고 무시당하는 것이 너무 무섭다. 돈만 아니면, 자식만 아니면 여기 있고 싶지 않다. -임원급 직원그 상사가 부르면 몰래 소형 녹음기를 켠다. 끝없이 이어지는 폭언과 애매한 업무 지시를 모두 녹음한다. 나중에 녹음된 내용을 혼자 들으며 ‘내가 왜 이렇게 살지’라고 생각한다. 왜, 언제부터 녹음을 시작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30대 후반 직원야근과 특근만 반복될 뿐 주말이 없다. 월요일 오전까지 보내라던 자료를 주말 내내 밤새워 해놨는데 막상 월요일이 되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가끔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공황장애 증세로 진단돼 약물 치료를 받는다. -30대 후반 직원 》 이들은 모두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를 다닌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이 있다. 정기 건강검진 등 사원 헬스케어를 제공해온 이 회사가 임직원들의 심리적 건강까지 담보하기 위해 2012년 신설한 곳이다. 이곳을 찾은 임직원들의 얼굴은 엘리트 화이트칼라의 모습과는 달랐다. 몇 시간이고 말이 없거나 울거나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었다. ○ 엘리트 화이트칼라의 그림자 14일 기자와 만난 김주영(가명·여) 씨는 사내 정신건강의학과 클리닉의 존재를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본사 안에서야 ‘쉬쉬’ 하는 일이죠. 오히려 지인들이 ‘너희 회사에는 정신상담센터가 있다며? 좀 이상해 보이면 불러서 상담 좀 받아보자고 한다며?’라고 하는데, 제가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쎄’했습니다.” 김 씨는 클리닉을 찾은 직원 중 한 명이다. 블루칼라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이 이 시대의 화이트칼라는 치열한 생존 경쟁 아래 위협받고 있다.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일류 대기업 직장인, 공기업 직원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올해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소속 연구원인 김인아 연세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업무 스트레스 등 ‘산업재해로 인한 자살’로 인정해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156명 중 가장 많은 44명(28%)이 ‘관리자’였다. 화이트칼라들이 말하는 회사는 ‘서로를 밟기 위해 혈안이 된’ 전쟁터였다.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 ‘평판 관리’ ‘내부 영업’ ‘라인 타기’는 경쟁 종목처럼 되어 목을 조여 왔다. 삼성전자 인사 평가에서 단위 팀원 중 10%는 무조건 최하점인 D를 받게 돼 있다. D가 떨어지는 순간 똑같이 입사한 동기들보다 승격은 늦춰지고 ‘출세’는 영영 끝이다. “평가 포인트와 승격은 돈과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평생 경쟁만 하고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상사가 평가하는 것들에 따라 자기 삶의 가치를 매기게 되는 거죠.” 김 씨의 말이다. 그 역시 ‘라인’을 만들려던 상사에게 응하지 않다가 결국 승격이 뒤처졌다. 자신의 험담까지 전해 들은 끝에 상담실을 찾았다. 금융계 증권 투자 엘리트들도 매일이 살얼음판이긴 마찬가지다. ‘장’이 열려 있는 동안 트레이더(주식, 외환, 채권 등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미친 사람처럼’ 욕을 하며 일하거나 점심도 앉은 자리에서 때우며 눈앞의 모니터를 좇는다. 해외 동향 하나를 놓쳐도 하루아침에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29)는 “모 대기업 자산운용은 주식 담당 매니저 한 명이 굴리는 돈이 수천억 원”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을 닫아도 외국 장이 열리니까 자기가 맡고 있는 관련주가 있으면 밤낮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니 사람이 피폐해진다”고 말했다. ○ 아버지들이 위험하다 회사 내에서 어렵사리 관리자 자리까지 올라간 40, 50대 화이트칼라는 이후 커리어가 좌절되거나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스스로 무너지기 쉽다. 공기업 탐사 과장이었던 A 씨(사망 당시 40세)는 2011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 2년 전,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였던 중동탐사팀으로 배정됐다. 열악한 팀에서 밤새워 일하며 버텼지만 팀장마저 팀에서 나가버린 뒤 불면증과 불안, 망상 증상을 보였다. 회사 동료에겐 “사표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아내에겐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A 씨는 자살 한 달 전부터 휴일에도 방에 혼자 앉아 있었고 결국 2011년 6월 2일 중동 출장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진하 연세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던 시기부터 관리자 가운데 자살자가 급증했다. 2007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관리자 자살자 수가 3.7명에 그쳤으나 이듬해인 2008년 20.9명, 2009년 32.4명으로 크게 늘었다. 책임 소관이 넓어지고 그만큼 회사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중견급 이상 관리직은 회사의 감사를 받거나 사생활을 조사당하는 것 자체가 우울증이나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증권업계 대기업에서 마스터 PB(자산관리자)로 일해 온 B 씨(44·여)는 2012년 사생활 문제를 명목으로 본사로 호출돼 감사인에게 조사를 받았다. 업무와 무관한 사생활 문제였음에도 이틀에 걸친 집중 조사는 B 씨에게 자괴감과 수치심, 커리어 단절에 대한 공포를 유발했다. B 씨는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됐다.곽도영 now@donga.com·조종엽 기자}

    •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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