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효자’ 예능 프로그램, 덩달아 예능PD의 위상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17시 52분


코멘트
예능 프로그램은 1980년대까지 유교 문화적 시각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인기가 높은 예능 프로에도 ‘저속함’ ‘불건전’ ‘어문 파괴’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민을 탈정치화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인식은 1990년대 들어 권위주의 시대가 해체되면서 옅어지기 시작했다. 예능에서 스타 PD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김영희 전 MBC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 코너와 ‘느낌표’ 등 ‘공익+재미’를 함께 담은 예능 프로를 선보였다. 최근에도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 PD는 10일 MBC에 사표를 냈다. 김 PD는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전 MBC PD)는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중문화가 딴따라들의 하류문화’라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문화 혁명을 주도할 대중문화 수출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건강 정보를 예능화한 KBS ‘비타민’ 등 예능 소재가 계속 넓어졌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박근혜 문재인 등 대권 주자들이 예능 프로를 통해 국민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오지 탐험, 연예인 사생활 관찰, 북한 문화 토크 등의 소재도 예능에 편입됐다. 예능 프로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SBS 최영인 예능2CP는 “시청자가 유익한 정보를 즐겁게 받아들이기를 원하면서 예능에서 소화하지 못할 소재는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예능 PD의 위상도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방송사 경영 측면에서도 예능 프로는 효자 같은 존재다. 한번 궤도에 오른 인기 예능프로는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부침 없이 광고가 판매된다. 지난해 적자를 본 SBS가 최근 주말 드라마를 폐지하고 예능 프로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아빠를 부탁해’를 편성한 것도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