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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이 남녀 임금 차별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구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성차별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성장에만 몰입해 온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이제 성숙한 기업 문화에 신경을 쓸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9일 e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매년 성별 임금 수준에 대한 포괄적이며 활발한 분석을 하고 있으며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관계자가 7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구글이 고용한 인력 전반에 걸쳐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상당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은 노동부가 구글 정기 감사에서 직원 급여 관련 데이터와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이 이에 따르지 않아 열리게 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구글은 연방 정부 여러 기관과 군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임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라야 한다. 구글은 “정부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는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계속 정부에 맞섰다. 이번 성명에서는 “노동부의 주장은 우리가 재판정에서 처음으로 들은 근거 없는 소리다. 노동부는 아무런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조사 방법론도 밝히지 않은 채 우리가 남녀 임금 차별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구글의 임금 차별이 사실로 밝혀지면 ‘꿈의 직장’이란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이 매년 실시하는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최근 11년간 8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연매출이 750억 달러(약 85조7000억 원)에 이르는 IT 기업 구글은 양질의 공짜 간식과 이발 빨래 서비스 같은 복지 혜택은 물론이고 직원의 자기 계발에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최근 우버의 사내 성희롱 문제와 오러클의 백인 남성에 대한 임금 우대 논란에 이어 구글도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미국 IT 공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IT 업계는 창의성과 개방성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만 골몰해 기업 문화는 후진적이란 얘기다. IT 기업 슬랙의 인사 담당 부사장을 지낸 앤 토스 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IT 기업들이 마초적인 문화 탓에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세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이 남녀 임금차별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구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성차별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성장에만 몰입해온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이제 성숙한 기업 문화에 신경을 쓸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9일 e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매년 성별 임금 수준에 대한 포괄적이며 활발한 분석을 하고 있으며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관계자가 7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구글이 고용한 인력 전반에 걸쳐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상당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은 노동부가 구글 정기 감사에서 직원 급여 관련 데이터와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이 이에 따르지 않아 열리게 됐다. 구글은 연방 정부 여러 기관과 군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임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라야 한다. 구글은 “정부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는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계속 정부에 맞섰다. 이번 성명에서는 “노동부의 주장은 우리가 재판정에서 처음으로 들은 근거 없는 소리다. 노동부는 아무런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조사 방법론도 밝히지 않은 채 우리가 남녀 임금 차별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구글의 임금 차별이 사실로 밝혀지면 ‘꿈의 직장’이란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실시하는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최근 11년간 8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연매출이 750억 달러(약 85조7000억 원)에 이르는 IT 기업 구글은 양질의 공짜 간식과 이발 및 빨래 서비스 같은 복지 혜택은 물론 직원의 자기계발에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최근 우버의 사내 성희롱 문제와 오라클의 백인 남성에 대한 임금 우대 논란에 이어 구글도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미국 IT 공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IT 업계는 창의성과 개방성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만 골몰해 기업 문화는 후진적이란 얘기다. IT 기업 슬랙의 인사담당 부사장을 지낸 앤 토스 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IT기업들이 마초적인 문화 탓에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50·사진)가 민주당의 거센 반대를 뚫고 종신직인 대법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진보와 보수가 4 대 4로 팽팽했으나 고서치의 대법원 진입으로 보수가 5 대 4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까지 다수를 점하면서 입법·행정·사법부의 3대 축이 모두 보수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자신의 공약이던 ‘오바마케어 폐기’ 실패 등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뒤 의회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국정 동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원은 7일 본회의를 열어 고서치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의결했다. 당초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화당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데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종전 ‘60석 이상’에서 ‘51석 이상’으로 낮추는 이른바 ‘핵옵션(nuclear option)’ 안건을 가결시켜 민주당의 시도를 무력화했다. 이어 52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찬성표를 던져 필리버스터를 실제 막아 냈고 결국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관철했다. 필리버스터를 막는 이 제도는 ‘핵전쟁’처럼 막판에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핵옵션’이라 불린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사망 이후 1년 2개월간 8명으로 운영되던 미 연방대법원이 9명 체제로 정상화됐다. 연방 항소법원 판사 출신인 고서치 신임 대법관은 보수적 가치를 지지한다. 그는 연방 정부의 권력보다 주(州) 정부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다. 개인의 종교 자유를 중시하며 ‘오바마케어’가 주장한 피임 및 낙태 관련 무료 보장이 시민들의 종교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취임 초부터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제동,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좌초 등으로 휘청거리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리더십에 탄력을 받게 됐다. AP통신은 7일 “고서치 대법관 인준안 통과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내부자들에 대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화당이 성숙한 초당적 협력을 이끄는 데는 실패하고 ‘힘의 정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논평에서 “공화당은 화해를 이끌어 내는 의회 상원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대신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인준하는 데 권력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동화 ‘정글북’에서 늑대들 사이에서 자란 ‘모글리’처럼 원숭이들과 생활하던 어린 소녀가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AP통신은 올해 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흐라이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원숭이 무리와 함께 돌아다니던 소녀가 발견돼 현재 이 지역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과 의료 당국에 따르면 10살에서 12살로 추정되는 소녀는 발견 당시 알몸에 수척한 모습으로 동물같이 두 손과 두 발로 걸어 다녔다.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을 때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입으로 주워 먹고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소녀가 원숭이처럼 ‘끽끽’ 소리도 냈다고 전했다. 소녀는 마침 보호구역을 지나던 나무꾼들에 발견돼 경찰에 구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AP통신에 “소녀가 원숭이들 사이에서 매우 편안해 보였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사람들이 소녀를 구출하려고 다가가면 원숭이들은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을 쫓아버리고 공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소녀가 자칫 동물의 먹잇감이 될 것을 우려한 경찰은 산림 감시원들과 협업해 원숭이들을 따돌리고 소녀를 잡아 경찰차에 태워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병원에서 보호받고 있는 소녀는 아직 말은 못 하지만 사람들의 말길을 알아듣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 미소도 짓기 시작했다. 인도 당국은 소녀의 부모를 수소문하면서 아동보호시설에 보내 돌볼 예정이다. 세계 언론들이 이 소녀를 ‘모글리 걸’이라 부르며 연일 보도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소녀가 원숭이들 사이에서 자란 게 아니라 부모에게 버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구출을 맡은 한 경찰관은 소녀가 말을 못 하는 것은 장애 때문이지 원숭이들 사이에서 유년기를 보내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바라보는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의 시각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3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넘기고 공정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사면 없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 적폐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안타깝지만 박근혜 시대는 이제 끝났다. 국민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둘러싸고 때 이른 논란을 벌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 요구가 있으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가 아직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언급해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영남권 경선이 끝난 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웃음을 머금은 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금은 철저한 수사를 말해야 할 때이지 그것(사면)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사면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 WP “정치적 공주 극적 전환점” 한편 해외 언론은 박 전 대통령 구속 뉴스를 긴급하게 전하면서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1일 호외를 냈으며, 방송사들은 긴급 속보로 소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갔지만, 그녀의 가정(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은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적 공주(political princess)였던 박 전 대통령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조은아 기자}

《 “내가 인생을 살며 느낀 건 일반 대중과 반대로 하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라면 창업할 방법을 찾겠다. 통일된 한국에서 유망한 사업을 찾겠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75)는 23일 ‘당신이 한국에서 막 대학을 졸업했다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당신(기자) 또래 한국인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정부 영역이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안심할 수 있고 수입이 안정적이니까. 하지만 나라면 일반 대중의 흐름을 벗어나겠다. 정부가 날 뽑아 주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왜 안 뽑힐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왜냐면 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와 투자 감각으로 한국의 청년실업, 교육제도, 4차 산업혁명,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한국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아프지만 해법은 명쾌했다. 싱가포르 자택에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화상전화 ‘스카이프’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 ―당신의 자녀는 어떻게 가르치나. “열세 살 된 첫딸에게 ‘이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뭘 하든 신경 안 쓴다. 내 말을 들은 딸이 ‘이렇게 숙제가 많은데?’라고 하더라. 하지만 일찍부터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어떤 게 돈 드는 일인지를 파악하고, 가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필요하다. 한국의 10대들도 매주 몇 시간씩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하도록 교육 과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애들이 ‘진도를 못 따라가니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성적을 받기 위해 일을 해야 하면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에 적당한 직업은 뭔가. “농부가 되어야 한다.(그는 여러 기회에 식량난과 기후변화 때문에 갈수록 식량 생산 산업이 유망해질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농부의 평균 나이는 미국에서 58세, 일본에서 66세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영국에선 자살률이 농업 분야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앞으로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금 삶이 마음에 안 든다면 농부가 되라. 삼각함수를 못 풀어도 농부가 될 수 있다. 트랙터를 운전할 줄 아나?” ―그밖에 다른 유망한 직업군은…. “이혼 담당 변호사다. 한국에서 이혼율이 치솟고 있다. 교육산업도 출산율이 다시 높아지면 괜찮을 것 같다(농담 같지만 그는 매우 진지했다).”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까. “그렇다. 아이들이 음식, 재배 활동 등을 접하도록 교육을 바꾸라고 제안하고 싶다. 우린 모두 컴퓨터 교육을 받고 기술을 쉽게 접하지만 모두가 기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콩 기르는 법을 알면 다른 어떤 일보다도 그 일이 낫겠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기업가정신을 키워줄 수 있을까. “자립심 강한 젊은이들이 포기하거나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창업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은 행동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사나 관료나 언론이나 그런 식으로 청년들을 독려하질 않는다. 규제도 과감하게 없애라.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한국에서보다 편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한국은 모든 규제와 규범을 요구한다.” ―당신처럼 견문이 넓고 통찰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려면…. “젊은 한국인들이 더 많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청년들은 겁이 나서 세계를 더 많이 보려 하지 않는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 보고 오는 식의 여행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크게 배울 게 없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여기(싱가포르)에 있지 않나. 미래를 바라보고 미국을 떠나 아시아로 왔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다. 바다만 건너면 (중국에) 13억 인구가 있지 않나. 중국 북동부를 가 봐라. 한국 사람도 많지만 북한 사람도 많다. 거기선 여러 창업 형태를 접할 수 있다. 우리 애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한다. 애들이 중국어를 하게끔 아시아로 이주했다. 내가 한국인이라면 지도 밖으로 나와 중국어를 꼭 배우겠다.” ―또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나. “모든 한국 사람이 러시아 동부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가 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러시아인들이 21세기의 훌륭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철도와 고속도로가 다시 건설되고 있다. 철로는 북한 항구 도시인 나선까지 뻗어 있다. 가 보면 통일에 (기여할) 완벽한 장소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여전히 북한이 유망한 투자처라고 생각하나(그는 2015년, 통일을 바라보면 북한이 가장 좋은 투자처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과 남한이 합치면 통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통일 한국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구는 7500만 명이나 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데다 저렴한 노동력, 풍부한 자원을 갖게 된다. 당신은 적기에 적소에 있게 되는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에 제조기반을 두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에 투자하겠다.” 이 대목에서 로저스는 갑자기 예민해지며 “당신들 혹시 스파이가 아니냐”고 물으면서 기자들의 명함과 생년월일을 확인했다. 중간에 화상 연결이 끊기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켜보고 있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투자가 관점에서 가까운 미래에 평화로운 통일이 실현될 것이라고 보나. “(남북 관료들이) 서로 소리만 지르지 말고 같이 앉아 대화를 한다면 평화 통일이 가능할 수 있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 북한에 청년들 여럿을 보내고 북한 청년들이 남한으로 와서 같이 춤도 추고 맥주도 마시면 여러 문제를 정말 순식간에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개발하며 국제사회와 대치하고 있지 않나. “6·25전쟁은 64년 전에 끝났다.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당신들 중 누구도 전쟁을 기억하지 않는다. 당신들보다 내가 늙었는데 나조차도 전쟁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른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그래야 한국에도, 아시아에도, 세계에도 좋다.” ―1999년 한국을 2주 넘게 여행했는데 18년간 한국이 더 낙관적인 곳이 되었나. “더 풍요로워진 것은 맞지만 더 낙관적이라고 말은 못하겠다. 북한과의 긴장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들은 빚이 많기 때문이다. 1999년 당시 빚이 없었던 많은 한국인이 지금은 빚을 지고 있다. 사람들이 빚을 지고 있을 땐 그다지 낙관적일 수 없다.” ―한국 조선업과 철강업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철강 같은 산업을 부활시키려 애쓰지 않겠다. 이런 산업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 농업이든 관광업이든 컴퓨터 관련 산업이든 새로운 산업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겠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같은 교통 분야 말이다. 평화만 유지되면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철로가 놓인다.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정직함은 당연히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고를 하는 능력(the ability to think outside the box)’이 필요하다. 매년 예정된 ‘전쟁 게임’은 끝내자. 지난 60여 년간 반복해 온 (대북정책) 방식은 한반도에 별로 도움이 안 됐다. 대선 후보 중 두 사람 정도가 새롭게 사고하는 사람인 것 같다. 좀 다른 질문을 한다. 지난 60여 년간 아무도 못했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후보들을 보고 누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지 봐라.” ―그 두 사람이 누군가. “기자라면 누군지 알 거 아니냐. 내가 말하면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된다(집요하게 물었지만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난 평생 아이를 원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왜 멍청하게 애를 낳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애를 낳고 내가 100% 틀렸다는 걸 알았다. 나의 꿈은 두 딸이다.” 그에게는 여덟 살 난 둘째 딸이 또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늦은 밤인데도 그는 실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린 두 딸을 건강하게 잘 키우고 해외로 비행기 타고 강연을 다니기 위해서”라고 했다. :: 짐 로저스는 ::본인이 밝힌 현직은 모험가이자 작가. 1964년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 스펙으로 22세 때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월가에 첫 직장을 구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을 배우고 뜬금없이 영국으로 떠나 1966년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 학사 학위를 땄다. 월가로 다시 돌아와 1973년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했고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렸다. 1980년 38세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116개국을 여행했다. 현재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강연을 다니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미국 노스웨스턴대 산부인과 전문의 테리사 우드러프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여성의 인공 생식기관인 ‘여성 생식 시스템 온 어 칩(female reproductive system on a chip)’ 발명에 성공했다고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온라인판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브(Eve)’와 ‘아바타(avatar)’의 합성어인 ‘이바타(Evatar)’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직사각형 상자 형태로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다. 이 안에 나팔관, 자궁, 자궁경부, 난소, 간 등 살아있는 조직이 개별적으로 담긴 작은 방들이 있다. 실제 인간의 나팔관, 자궁경부, 간 조직을 썼다. 난소는 건강한 여성에서는 절제되는 경우가 드물어 쥐의 조직을 썼다. 각 방은 가는 튜브로 연결돼 있는데, 튜브를 따라 혈액 역할을 하는 액체가 흐른다. 이 액체에 주사로 호르몬을 주입하면 각 기관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으로 28일간의 여성의 생식 과정을 시험했다. 먼저 난포자극 호르몬을 이바타에 주입하자 난소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만들었다. 14일이 지난 뒤 황체형성 호르몬을 넣자 난자가 난소에서 나와 생식주기에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난소에서 빠져나온 난자들은 첫 번째 방인 난소방(ovary chamber)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나팔관 조직으로 만든 두 번째 방에선 섬모체라는 털 구조가 마치 난자가 방 안에 들어와 있는 듯 난자를 자궁으로 밀어내는 듯이 움직였다. 인간 자궁과 자궁경부 조직으로 이뤄진 세 번째 방과 네 번째 방은 각각 호르몬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용체를 만들었다. 간 조직으로 만든 다섯 번째 방은 이바타와 연결돼 있다. 이바타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불임 등의 질환을 연구하고 치료제와 피임약을 실험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들의 줄기세포로 개인별 인공 생식기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음경과 고환으로 구성된 남성의 인공 생식 시스템 ‘듀드큐브(DudeCube)’도 제작할 계획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전기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고, 민간 우주선을 이용한 인간의 화성 이주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그의 야망이 다 채워지지 않는다. 그는 이제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꿈꾸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46·사진)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뉴럴링크’라는 회사를 창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는 “뉴럴링크는 지난해 7월 의학연구 회사로 캘리포니아 주에 법인 등록을 마쳤고, 머스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럴링크는 일단 인간 뇌 질환 관련 연구를 시작으로, 장차 ‘인간의 뇌에 미세한 전자 칩을 심어 정보와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머스크가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그간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수준을 압도할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는 “인간이 AI에 정복당하지 않는 해결책은 인간의 뇌도 AI만큼의 높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게 되면 인간은 판단 결정권을 AI에 빼앗길 것이고 결국 애완 고양이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15년 벤처투자기업 와이콤비네이터의 샘 올트먼 사장 등과 함께 인류 전체에 이익을 주는 AI 발전을 위해 비영리 AI 연구기관 ‘오픈 AI’도 설립했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머스크처럼 AI가 인간의 머리 위에서 군림할 미래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게이츠는 최근 로봇으로 일자리 파괴가 일어날 것을 경고하며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AI를 배척하지 않고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그동안 허무맹랑해 보이는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이뤄낸 머스크의 또 다른 도전에 세계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처음 전기자동차나 우주선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존 자동차 기업가나 군사 전문가들은 비웃다시피 했다. 미 언론들은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우주선 개발과 화성 탐사 같은 미래 산업에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발휘하기 때문에 젊은 창업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극찬하고 있다. 뉴욕 소재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퍼스트라운드캐피털이 지난해 전국의 창업가 7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전자업계 리더(창업가와 CEO)’를 조사한 결과 머스크가 23%로 1위로 차지했다. 2위인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10%)와 3위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6%)를 크게 앞섰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조은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6일부터 이틀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고 로이터통신이 한 소식통을 인용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 20일) 이후 두 정상의 첫 만남이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13일 “(날짜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4월 초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두 정상의 회동에서는 북한 문제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당시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국인 중국의 수장을 공적 장소인 백악관이 아니라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청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 리조트로 초대해 환담하며 양국의 끈끈한 동맹을 과시한 바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으로 다시 불붙은 예멘 내전에 미국이 끼어들면서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예멘 내전 직접 개입 금지 원칙을 깨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메모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메모에는 후티 반군을 예멘 항구도시인 호데이다에서 쫓아내는 작전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아랍연합군을 일부 지원하는 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처럼 남북으로 분단됐던 예멘은 준비 없이 통일한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 왔다. 미국이 적극 개입하면 희생자 피해가 더욱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전쟁의 해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멘은 터키와 영국의 지배에서 각각 벗어난 북예멘(자본주의)과 남예멘(사회주의) 지도자들이 1990년 통일에 합의해 건국됐다. 하지만 1994년 이후 크고 작은 내전이 이어졌고 외세가 개입했다. 이란 지원을 받은 시아파 후티 반군이 2004년 현 정부에 맞서 자치정부 수립에 나섰다. 이란을 숙적으로 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3월 26일 주변국들과 연합해 예멘의 합법적 정부를 지킨다며 아랍동맹군을 꾸려 개입하면서 지금의 내전이 시작됐다. 유엔에 따르면 2년간 내전으로 아동 1500명을 포함해 7700명이 숨지고 4만2500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구호가 필요한 기근 주민을 70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간 예멘 사회는 분열의 극단으로 치달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객원 연구원 애덤 배런은 예멘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온 나라가 결딴이 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터널 끝에 불빛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대로 올리며 돈 풀기를 종료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양적완화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했다. 주요 2개국(G2)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전환함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릴레이가 예상된다. 저우샤오촨(周小川·사진) 런민은행 총재는 26일 하이난(海南) 성 보아오(博鰲)에서 ‘통화정책의 한계’라는 주제로 열린 보아오포럼 토론회에서 “(세계는) 수년간 양적완화 시기를 지나 이번 주기(양적완화)의 끝 무렵에 다다랐다. 이는 통화정책이 더는 완화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저우 총재는 또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해 여러 곡절이 있었고 유럽 부채위기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교적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고 돈을 풀어도 경기 회복 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니 통화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정책금리를 올리면 최근 둔화된 내수 경제가 더욱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위안화 가치가 올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장기화에 미국 달러의 강세로 상대적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국내 자금이 해외로 대거 유출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저우 총재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도 우려했다. 그는 “이미 일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지만 세계적인 문제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인플레이션 현상을 신중하게 주시해야 한다. 이 문제는 통화정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런민은행은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발표한 다음 날인 16일 “금리가 유연하게 조정되면 자산 버블 억제와 경제 위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자금시장 금리를 올리는 등 양적완화 정책의 변화 조짐을 보였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5개월간 러시아 고위직 인사가 8명이나 사망했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 대선 개입 사건 등에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조용한 암살’을 벌이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온다. 미 CNN방송은 25일 “일부 인사의 사인(死因)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되지 않아 의문을 남기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8일 러시아의 뉴욕 영사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외교관 세르게이 크리보프(63)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러시아 측은 당초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했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말을 바꿨다. 뉴욕 경찰은 “머리에서 알 수 없는 외상이 발견됐다”고 밝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64)도 지난달 20일 뉴욕의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에 출근했다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자택이나 외부 출입이 차단된 대사관 안에서 사망한 점도 수상하다. 안드레이 말라닌 그리스 주재 러시아 수석 외교관(54)은 1월 초 아테네의 자택 내 침대 바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22일 영국 런던 의사당 테러 현장. 마침 의회 일정으로 근처를 지나던 토비아스 엘우드 보수당 하원의원 겸 외교부 차관(51)은 비무장 상태인 경찰관 키스 파머(48)가 테러범이 휘두른 칼에 찔려 쓰러지자 곧바로 뛰어갔다. 현장에 있던 다른 경찰들은 안전을 위해 시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으나 엘우드 차관은 피신하는 시민들과 정반대 방향인 테러 현장 쪽으로 뛰어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는 지체 없이 구강 호흡과 가슴 압박을 이어가며 큰 부상을 입은 파머를 살리기 위해 분투했다. 깔끔한 양복 차림의 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갔고, 얼굴과 손에 피가 묻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응급조치는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고 구급요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한 뒤에야 집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엘우드 차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머는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엘우드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리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고 응급차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였다”며 “나는 그(경찰관)가 죽기 전에 곁에 있던 마지막 목격자 중 한 사람이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테러에 맞서는 영국인의 대범한 자세를 보여준 엘우드 차관은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같은 당인 벤 하울렛 의원은 “오늘 경찰관을 도왔던 그(엘우드 차관)는 완벽한 영웅이었다”고 트윗을 날렸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도 “토비아스가 전체 의원의 명성을 높였다. 그는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완전히 영웅적이었다. 자신의 직무를 넘어서 경찰관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치켜세웠다. 엘우드 차관은 15년 전인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 때 남동생을 잃었다. 교사였던 동생은 학회 참석을 위해 발리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엘우드 차관은 발리로 날아가 동생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며 테러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2012년 BBC 인터뷰에서 당시 영국대사관의 사고 수습 방식에 충격을 받았으며 특히 보안정보국 MI5가 테러 공격 관련 정보를 일찍이 입수하고도 국민에게 경고하지 않은 점에 분노했다. 엘우드 차관은 1991∼1996년 육군 정찰병으로 북아일랜드, 키프로스, 쿠웨이트, 독일 등에서 복무했으며 대위로 예편한 군인 출신 정치가이다.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일하다가 보수당 톰 킹 의원실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01년 총선 때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충격적인 테러에도 런던 시민들은 이에 위축되지 않고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런던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反)테러 이미지나 희생자를 위로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며 전 세계 누리꾼들도 동참하고 있다. 테러 발생 이후 SNS에는 ‘우리는 두렵지 않다(#WeAreNotAfraid)’란 해시태그를 단 테러 반대 게시물이 쏟아졌다. 런던 지하철인 ‘튜브’ 로고 가운데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문구를 넣은 이미지도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런던을 위해 기도해요(#prayforlondon)’ ‘사랑해요 런던(#welovelondon)’ 등의 해시태그를 단 위로와 응원 글도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추모 의미로 이날 밤 12시부터 조명을 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청도 영국 국기 모양의 불빛을 비추며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가장 큰 테러를 당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 공격 현장인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내 하원에 나와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연설을 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어제 우리의 민주주의를 침묵시키려고 테러 행위가 저질러졌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평상시처럼 모였다”고 말하며 수사 상황 등을 전했다. 영국 의회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23일 오전 9시 반경 모여 1분간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한 뒤 의사일정을 시작했다.황인찬 hic@donga.com·조은아 기자}

터키의 독재자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63)이 ‘터키의 마린 르펜’에게 덜덜 떨고 있다. 지난해 7월 군사 쿠데타 진압 후 대대적 숙청을 끝낸 에르도안을 위협하는 이는 극우 여성 정치인 메랄 악셰네르 의원(60·사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악셰네르가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다음 달 16일 실시)를 무산시킬 와일드카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악셰네르는 민족주의 신념을 거칠게 표현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르펜처럼 타협하지 않는 국가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악셰네르는 내무장관 출신으로 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소속이다. 하지만 에르도안에게 굴복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개헌 국민투표를 지지하라”고 명령하자 이를 거부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르도안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악셰네르의 활약상이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터키에선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 FT는 “악셰네르가 최근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도박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고 전했다. 에르도안이 장악한 터키 정치권에서 악셰네르가 이단아를 자처한 이유는 에르도안이 개헌을 통해 26년간 집권하는 ‘술탄’의 꿈을 실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2003년 총리에 당선돼 권력을 잡은 에르도안은 2014년 총리 연임이 힘들어지자 대선에 출마해 다시 권력을 잡았다. 국민투표로 새 헌법이 발효되면 임기는 5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2019년 11월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어 에르도안이 연임에 성공하면 2029년까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 독재자 대통령에게 맞서는 악셰네르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최근 그의 연설이 열릴 예정이던 터키의 한 호텔에선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교통 통제와 도로 폐쇄 탓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정치 모임은 알게 모르게 취소되고 집회도 금지되고 있다. 악셰네르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한 연설에서 “수년간 정계에 몸담았고 이런 핍박은 허다했다”며 “외압을 받으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 런던 중심부 국회의사당에서 22일(이하 현지 시간) 총격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부상자가 수십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고를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반경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큰 굉음과 총성이 3,4회 울렸고 비명 소리가 났다. 국회의사당 내 경찰관 1명은 흉기에 찔렸고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지나던 행인 수십 명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어 다쳤다. 현장을 목격한 의회의 한 관계자는 “용의자는 무장 군인에 의해 총살됐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의사당은 주변은 출입이 제한되고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총격 당시 긴급히 차량으로 대피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무사하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를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개시 선언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테러를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 총리실 측은 20일 EU에 ‘29일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 런던 중심부 국회의사당에서 22일(이하 현지 시간) 총격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부상자가 수십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고를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반경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큰 굉음과 총성이 3,4회 울렸고 비명 소리가 났다. 국회의사당 내 경찰관 1명은 흉기에 찔렸고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지나던 행인 수십 명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어 다쳤다. 현장을 목격한 의회의 한 관계자는 “용의자는 무장 군인에 의해 총살됐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의사당은 주변은 출입이 제한되고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총격 당시 긴급히 차량으로 대피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무사하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를 테러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개시 선언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테러를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 총리실 측은 20일 EU에 ‘29일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36)가 공식 직함도 없이 백악관 안에 사무실을 얻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방카의 사무실은 트럼프 집무실과 백악관 참모 사무실이 있는 ‘웨스트 윙’ 2층에 자리 잡는다. 디나 파월 백악관 경제담당 선임고문 사무실 옆방이다. 이방카는 공식 직함도 없고 월급도 받지 않지만 백악관의 비밀 정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정부가 보안을 위해 참모들에게 제공하는 통신 장비도 쓸 수 있다. 이방카는 정권의 실세란 논란이 불거졌을 때 “아버지의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 백악관 참모가 된 셈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이방카 측은 폴리티코에 “백악관이 이방카의 역할을 승인했고 윤리 당국의 심사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은 이방카에게 적용된 윤리 규정의 기준이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방카의 백악관 입성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의류회사 모던어필링클로딩(MAC)은 지난주 이방카 소유의 회사인 ‘이방카트럼프마크스 유한회사(LLC)’를 부당 이익 수수 혐의로 고소했다고 미 N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방카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및 보석 회사 경영진에서 물러났지만 소유자로 남아 있다. MAC는 “이방카와 회사 임직원들이 백악관의 권력과 명성을 개인적 이익 취득에 이용했을 뿐 아니라 이방카 회사 제품을 정부 관련 행사에 노출시켜 판촉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거대한 로봇에 올라타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다. 베저스 CEO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파커팜스프링스 리조트에서 열린 아마존의 ‘마스(MARS) 콘퍼런스’에서 한국 로봇 개발 기업 한국미래기술이 공개한 탑승형 로봇 ‘메소드-2’를 직접 조종했다. 조종석에서 “한국미래기술 덕분에 굉장히 멋진 로봇 조종사가 됐다”고 기쁨을 전한 것이다. 로봇의 팔다리를 조종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미래기술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메소드-2는 키 4m, 무게 1.6t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두 발 로봇 가운데 가장 크고 두 팔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로봇이다. 사람이 로봇 가슴 부위 조종석에 들어가 움직이면 사람의 동작에 따라 로봇의 팔과 다리가 움직인다. 재난 현장은 물론 아마존과 같은 물류 기업의 배송 및 판매 현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보행 실험에 성공하면서 공개됐다. 휴보FX 개발에 참여했던 김정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보행 기술을, 러시아계 미국인 비탈리 블가로프가 디자인을 맡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처음으로 세계 경제 외교 무대에 선 정부 경제팀이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18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중 양자회담은 무산됐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여기에다 G20 재무장관 회의 공동선언문에 3년 동안 포함됐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빠지면서 국제 공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한국 수출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언급조차 안 된 한미 양자회담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의 양자회담은 중국 측의 거절로 끝내 불발됐다. 기재부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중국 쪽에서 만날 수 없다는 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에 대해선 말조차 꺼내보지 못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드 경제 보복 등 대중 무역은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다시 한 번 중국과의 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이뤄진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의 면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유 부총리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양자회담은 30분 정도 이뤄지는데 이번 회담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미 재무부는 므누신 장관과 유 부총리의 짧은 만남에 대한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반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과 므누신 장관의 회담에 대해선 17일 홈페이지에 공식 보도자료를 올려 성과를 알렸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승리” 더 큰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건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 공조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 배격’ 문구가 공동선언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G20은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린 최근 2년간 열린 이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내용을 매번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G20 공동선언문에는 세계 무역과 관련해 “경제성장에 무역이 많은 공헌을 하도록 힘쓸 것이다. 과도한 세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분투하겠으며 이로써 경제성장을 위해 포괄성과 공정성을 증진하고 불평등은 줄일 것”이라는 언급만 있었다. 공동선언문의 기조가 갑자기 바뀐 것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보호무역 배격 문구에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미국의 태도를 일본 측도 지지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공정한 무역’이라는 틀 아래서 자동차 전자 화학 등 특정 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도 결국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조은아 기자}

“국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폐쇄하면 국민에게 좋지 않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지지하면서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서 나타난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 흐름에 우려를 표시했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에서 좀처럼 대중 연설을 하지 않았던 그는 이날 “세계화는 대체로 세계에 정말 좋은 것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세계화가 나쁘다고 말하거나 세계화를 축소하는 건 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쿡 CEO의 이날 발언을 놓고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이 중국 정부가 마련한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의도적으로 공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개발포럼은 중국 고위 관료가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이 포럼에서 연설을 맡는다는 것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포천은 “쿡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대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및 이민 정책에 대한 애플의 전체적인 태도를 확실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민자 출신 엔지니어를 활발히 채용하고 있는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쿡 CEO는 “중국이 시장을 계속 열고 문호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해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교묘한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해왔다는 점에서 중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최근 애플을 중국의 무역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촉발하면 중국 정부는 보잉부터 애플까지 일일이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은 중국 시장의 반감을 의식한 듯 17일 상하이(上海)와 쑤저우(蘇州)에 새로운 연구개발(R&D)센터 2곳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시설 건립에 35억 위안(약 56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