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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배지현 씨와의 열애 인정 후 첫 등판, 12일 만의 선발 복귀전, 포스트시즌 선발 한 자리를 위한 시험대…. 잘 던져야 할 이유가 많았다. 하지만 100% 만족할 수 있는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왼손 투수 류현진(30·사진)이 시즌 22번째 선발 등판에서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지만 채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18일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3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4회까지 무결점 투구를 이어가던 류현진의 발목을 잡은 것은 투구 수였다. 특히 5회에 내준 2개의 볼넷이 결정적이었다. 1-0으로 앞선 5회 첫 타자 마이클 테일러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할 때만 해도 시즌 6승을 바라볼 만했다. 하지만 8번 타자 맷 위터스를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긴 승부를 펼친 게 악영향을 끼쳤다. 삼진으로 위터스를 잡아내며 투 아웃을 시켰지만 피로가 가중되고 말았다. 평소 같으면 쉽게 넘겼어야 할 9번 타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투수)와의 대결에서도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후속 트레이 터너에게마저 볼넷을 허용해 2사 1, 2루가 되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강판시키고 구원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을 등판시켰다. 4회까지 68구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5회에만 30개의 공을 던졌다. 전체적으로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최고 구속 시속 150km의 직구를 기본으로 체인지업과 커터, 커브 등이 날카롭게 들어갔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기본 이닝이라 할 수 있는 5이닝을 버티지 못하면서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진 못했다. 4연승 중이던 다저스는 구원진이 무너지며 1-7로 역전패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59에서 3.46으로 좋아졌다. 승패는 5승 7패 그대로다. 한편 이날 ESPN은 류현진이 트레이드 마감일 전 트레이드 대상이 될 뻔했지만 다저스가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우주의 기운이 클리블랜드로 향하는 것일까. 미국 오하이오 주의 중소도시 클리블랜드는 요즘 미국 스포츠팬들의 눈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고 메이저리그 팀 인디언스의 연승 행진 덕분이다. 인디언스는 14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21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02년 오클랜드의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 기록(20승)을 넘어 1953년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 최다 연승(21연승)과 타이를 이뤘다. 무승부까지 포함한 최다 연승 기록은 1916년 뉴욕 자이언츠의 26연승이다. 팬들은 인디언스를 ‘WINdians(Win과 Indians의 합성어)’라고 부르고 있다. 한 동안 클리블랜드는 소외된 스포츠 도시였다. 인디언스와 미국프로농구(NBA) 캐벌리어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브라운스 등 3개의 프로 팀이 있지만 좀처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돌아온 ‘킹’ 르브론 제임스가 이끈 캐벌리어스가 우승의 한을 풀었다. 1964년 브라운스의 슈퍼볼 우승 이후 52년 만의 경사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인디언스는 올 시즌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권을 넘보고 있다. 1948년이 마지막 우승이었던 인디언스는 6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인디언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제임스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디언스에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나도 NBA에서 27연승까지 해봤다. 인디언스가 더 나아가 40연승까지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머니볼’ 신화로 유명한 메이저리그 오클랜드는 2002년 극적으로 20연승을 기록했다.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11-0으로 앞서다 동점을 허용했으나 9회말 대타 스콧 해티버그의 끝내기 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을 완성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올해 클리블랜드가 오클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클리블랜드는 13일 디트로이트와의 안방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20연승을 질주했다. 오클랜드처럼 극적이진 않았지만 시종 가슴 졸이게 한 경기였다. 클리블랜드는 1회 2사 후 프란시스코 린도르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얻었다. 시즌 30호. 클리블랜드 마운드에는 에이스 코리 클루버가 있었다. 클루버는 상대 타선을 9이닝 5안타 무사사구 8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완봉승을 거뒀다. 클리블랜드는 6회 폭투를 틈타 소중한 추가점을 얻었다. 클리블랜드는 14일 디트로이트전에서 메이저리그 최다 타이인 21연승에 도전한다. 내셔널리그 시카고 컵스는 1935년 21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무승부까지 포함한 최다 연승 기록은 1916년 뉴욕 자이언츠의 26연승이다. 한편 11연패 중이던 LA 다저스는 같은 날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를 5-3으로 꺾고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30)이 동갑내기 방송인 배지현 씨와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인 사실이 13일 알려졌다. 류현진의 소속사 에이스펙코퍼레이션과 배 씨의 소속사 코엔스타즈는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두 사람은 류현진의 시즌이 끝나는 시점 이후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양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2년 전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소개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류현진이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 지루하고 힘든 재활에 매진할 때 배 씨가 곁에서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날짜와 장소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1월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지인들의 얘기다. 류현진은 미국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축하에 감사드린다. 좋게 잘 만나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006년 KBO리그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활약한 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선발 투수로 제 몫을 다했지만 2015년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이어진 팔꿈치 수술로 지난 두 시즌 동안 주춤했던 류현진은 올해 재기에 성공해 다시 선발진에 진입했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한 배지현은 2009년 슈퍼모델 출신으로 SBS스포츠와 MBC스포츠플러스 등에서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재색을 겸비한 그는 야구팬 사이에서 ‘야구 여신’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야구 스타와 스포츠 아나운서의 결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화 간판타자 김태균(35)은 스포츠 아나운서 1세대인 김석류 전 KBSN 아나운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리플A에서 뛰었던 박병호(31) 역시 네 살 연상의 KBSN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 이지윤 씨와 결혼에 골인했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홈구장 PNC파크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꼽힌다. 앨러게니강 북쪽에 자리한 PNC파크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브리지’로 남쪽의 다운타운과 연결된다. 팬들은 다운타운에 차를 세워두고 이 다리를 건너 경기장에 입장한다. 수만 명의 팬들이 걸어서 ‘해적선’에 오르는 것 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구장 한쪽에는 조각상이 하나 있다. 팀의 상징 선수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념하는 조각상이다. 18시즌 동안 3000안타를 쳤으니 야구를 잘하긴 했다. 타격왕을 4차례 차지했고, 15번 올스타에 뽑혔다. 두 차례나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1971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그렇지만 피츠버그가 조각상을 세우고 다리에 이름을 붙여가면서까지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사회공헌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1972년 12월 31일. 그는 구호물품을 가득 실은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니카라과 대지진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비행기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락했고 그는 38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사고 이전에도 그는 봉사와 자선활동에 열심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971년부터 사회공헌에 열심인 선수에게 주는 ‘커미셔너 상’을 1973년부터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으로 바꿨다. 해마다 30개 팀이 팀당 한 명씩 후보를 추천하면, 그의 부인 베라 클레멘테 여사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등이 주축이 된 패널이 수상자를 뽑는다. 수상자는 월드시리즈 기간 중 발표된다.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2009년), ‘괴물 타자’ 앨버트 푸홀스(2008년),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2012년) 등이 상을 받았다. 지난주 발표된 올해 후보에도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호세 알투베(휴스턴),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클레멘테의 반대편에는 ‘나쁜 해적’이 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은 강정호(30)다. 재능이라면 그도 뒤지지 않는다. 피츠버그에 입단한 2015년 15개의 홈런을 치며 일약 주전으로 도약했고, 지난해엔 무릎 부상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21개의 홈런을 때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는 돋보이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굴러온 복을 스스로 차 버렸다. 조사 과정에서 3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났다. 검찰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했지만 법원은 ‘죄가 중하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미국 비자 발급이 거절됐고,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아시아경기 금메달 획득으로 얻은 체육연금 수령 자격도 박탈당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내년 시즌을 대비해 강정호를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뛰게 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비자 발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복귀에 성공한다 해도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만 강정호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신세를 망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높은 위치에는 책임이 따른다. 스타일수록 더 바른 생활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2005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자인 존 스몰츠는 이렇게 말했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해보고, 사이영상(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도 받아봤지만 내게는 이 상이 최고의 상이다. 왜냐하면 이 상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역대 최고의 팀(BEST. TEAM. EVER)?’ 류현진(30·사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8월 말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때만 해도 다저스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는 듯했다. 지난달 26일 현재 다저스는 91승 36패(승률 0.717)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었다. 1953년 세운 팀 역대 최다승(105승)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116승·2001년 시애틀) 경신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제목 뒤에 붙어 있는 물음표다. SI는 다저스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 기사가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다저스는 이전과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지난달 27일 밀워키전 0-3 패배를 시작으로 5연패를 당했다. 9월 2일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호투 덕에 연패를 벗어났지만 이튿날 샌디에이고전부터 11일까지 10번 싸워 10번 모두 졌다. 10연패는 1992년 이후 25년 만이다. 다저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11일 콜로라도전에서 1-8로 완패한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클럽하우스가 좌절과 분노로 가득하다. 최근의 부진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0-2로 뒤지던 8회초 마크 레이놀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해 스코어가 0-6으로 벌어지자 몇몇 다저스 팬들은 일찌감치 구장을 떠났다. 기록 전문 업체 일라이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다저스는 전날까지 15경기에서 14승 1패와 1승 14패를 동시에 기록한 역대 4번째 팀이었다. 하지만 이날 패전으로 한 시즌 16경기에서 15승(1패)과 15패(1승)를 동시에 기록한 유일한 팀이 됐다. 다저스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투타 불균형이다. 8월 중순까지 막강 선발진이 톱니바퀴처럼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최근에는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하는 경우가 많다. 8일 콜로라도전에서는 에이스 커쇼마저 3과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10연패를 하는 동안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5.54에 이른다. 선발 투수가 잘 던지는 날엔 타선이 침묵한다. 류현진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6일 애리조나전이 대표적이다. 다저스는 그날 1-3으로 패했다. 최근 10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경기 당 2.4점밖에 뽑지 못했다. 평균 타율은 0.201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데 선수들의 긴장이 일찍 풀렸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트레이드해 온 투수 다루빗슈 유, 베테랑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 등의 합류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저스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92승 51패·0.643)이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어려워 보인다. ○ 류현진에게도 직격탄 류현진의 상황도 불안해졌다. 하루 전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른다고 발표하면서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올해 21경기나 선발로 뛰었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유력 언론 LA타임스는 11일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는 것은 다루빗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최근 부진에 빠진 다루빗슈를 샌프란시스코나 필라델피아 등 약팀을 상대로 등판시키기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다루빗슈는 최근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51로 부진하다. 하지만 다저스는 여전히 그를 포스트시즌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은 커쇼나 다루빗슈의 일정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가 주춤하는 사이 워싱턴은 이날 필라델피아에 3-2로 승리하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결정지었다. 올 시즌 첫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이다. 같은 날 클리블랜드는 볼티모어를 3-2로 꺾고 1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면 어지간한 대회에선 우승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10일 인천 드림파크CC 드림코스(파72·6938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은 달랐다. 길이가 짧은 데다 난도도 높지 않아 선수들은 코스를 마음껏 공략했다. 20언더파를 친 이동하, 최민철, 서요섭 등은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공동 12위를 차지한 이들 3명을 포함해 20언더파 이상을 친 선수는 14명이나 됐다. 각종 기록들도 쏟아졌다. 이승택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11개, 보기 1개로 12언더파 60타를 치면서 KPGA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중친싱(대만)이 2001년 매경오픈, 마크 리슈먼(호주)이 2006년 지산리조트오픈에서 세운 61타였다. 7번홀(파5)에서 보기를 하지 않았다면 ‘꿈의 59타’가 나올 뻔했다. 이승택은 4라운드에서는 아예 드라이버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는 “우드로만 티샷을 해 12언더파를 친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의 최종 순위는 4위(25언더파 263타)였다. 대회의 주인공은 ‘슈퍼 루키’ 장이근이었다. 전날 3라운드까지 KPGA투어 54홀 최소타 기록인 23언더파 193타를 쳤던 장이근(사진)은 이날도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추가하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를 적어낸 장이근은 공동 2위 현정협과 임성재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4라운드를 모두 1위로 마치는 것)을 차지했다. 6월 한국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올해 신인 장이근은 이번 시즌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올랐다. 직전까지 13차례의 대회에서 우승자는 모두 달랐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더해 시즌 상금을 4억7019만 원으로 늘리며 이 부문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장이근이 이날 기록한 28언더파 260타는 KPGA투어 사상 72홀 최소타, 최다 언더파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이형준이 기록한 26언더파 262타였다. 장이근은 또 2007년 김경태 이후 10년 만에 신인으로 첫해 2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됐다. 그해 김경태는 3번 우승했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티샷을 많이 한 장이근은 “만약 드라이버를 썼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번 대회는 거리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춰서 드라이버를 거의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골프장이 쉬워도 20언더파 이상 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KPGA투어 선수들의 수준이 향상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들은 4일 포틀랜드 클래식까지 올해 열린 24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릴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10일 미국 인디애나주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장(파72)에서 끝난 인디 위민 인 테크(IWIT) 챔피언십 리더보드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12언더파 204타를 친 강혜지가 5위로 유일하게 톱10에 들었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성현, 유소연, 김인경, 전인지 등 톱 랭커들이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4일부터 시작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집중하기 위해 이 대회를 건너뛰었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열린 이 대회의 우승컵은 19언더파 197타의 성적을 낸 렉시 톰프슨(미국·사진)에게 돌아갔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톰프슨에게 4타 뒤진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톰프슨은 평균 타수 부문에서 68.88타를 기록해 박성현(69.0타)을 2위로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톰프슨은 세계 랭킹에서도 박성현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갔다. 준우승 상금 18만여 달러를 더한 리디아 고는 프로 데뷔 후 93번째 대회 만에 통산 상금 800만 달러(약 90억5000만 원)를 넘어섰다. 이는 LPGA투어 역사상 최소 대회 기록이다. 98번째 대회 만에 800만 달러를 넘어선 쩡야니(대만)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쫓아가려 하면 멀어지고, 포기할까 하면 기회가 찾아온다. 선두 KIA를 쫓고 있는 2위 두산 얘기다. 9일 서울 라이벌 LG에 일격을 당한 두산은 KIA와의 승차가 4.5경기로 벌어졌다. 팀당 15경기 내외밖에 남아있지 않은 터라 사실상 선두 탈환은 어려워 보였다. 10일 경기에 앞서 만난 한 두산 관계자는 “KIA를 쫓기보다 2위를 지키는 게 현실적이다. 3위 NC에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때 KIA에 1.5경기 차까지 따라붙었을 때는 역전을 노릴 만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날 KIA가 9위 삼성에 덜미를 잡힌 반면에 두산은 LG에 완승을 거두면서 상황이 다시 달라졌다. 두 팀 간 승차는 다시 3.5경기 차로 좁혀졌다. 두산으로선 5선발 함덕주로 차우찬을 선발 등판시킨 LG를 무너뜨린 게 고무적이었다. 함덕주는 이날 제구 난조를 보이며 3이닝밖에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4회부터 가동된 불펜진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명신을 필두로 김승회, 이현승, 김강률, 이용찬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두산은 0-1로 뒤지던 3회초 1사 만루에서 4번 타자 김재환이 우중간을 꿰뚫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쳐내 역전에 성공했다. 8회에는 양의지의 희생플라이와 박세혁의 적시타로 2점을 더해 결국 5-1로 이겼다. 이에 비해 KIA는 17승 에이스 헥터를 내고도 6-9로 역전패했다. 전반기에 14승 무패를 거뒀던 헥터는 후반기 들어선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기복이 심하다. 이날은 9위 삼성을 상대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포함해 12안타를 맞고 9실점(7자책)했다. 올 시즌 최다 피홈런이자 최다 실점이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도 최근엔 지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위권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최정의 만루 홈런 등으로 넥센을 17-8로 대파한 SK가 이날 5위로 올라섰고, 두산에 진 LG는 6위로 내려앉았다. SK와 LG의 승차는 0.5경기, SK와 7위 넥센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SK와 넥센이 나란히 133경기를 치른 반면에 LG는 12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은 LG는 자력으로 5위를 넘보기에 유리한 입장이다. 최근 5연패의 늪에 빠진 넥센은 토종 에이스 최원태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큰 위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두 KIA가 속절없이 4연패에 빠졌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8위 한화를 상대로 당한 완패라 충격은 더욱 컸다. 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선발 투수 김진우는 채 1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5안타와 1볼넷을 내주며 4실점 했다. 초반 기세가 꺾인 KIA는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채 2-11의 대패를 감수해야 했다. 2위 두산도 최하위 kt에 발목을 잡혔다. 3-3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10회 등판한 마무리 투수 이용찬이 로하스와 유한준에게 연달아 홈런을 내주며 3-7로 졌다. KIA와의 승차는 3.5경기 차를 유지했다. 5, 6일 넥센과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고춧가루 부대의 위력을 과시한 kt는 최근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4위 롯데도 9위 삼성에 덜미를 잡혔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5와 3분의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5-6으로 패했다. 4회 터진 이승엽(삼성)의 역전 결승 2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SK는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신기록(215개)을 세웠지만 NC에 3-4로 역전패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임팩트가 없는 투수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긴 했다. 두산 장원준(32·사진)은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왼손 투수지만 에이스라 불리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는 2014년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며 4년간 84억 원의 특급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류현진(LA 다저스)이나 김광현(SK), 양현종(KIA) 같은 ‘특급’의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투수 부문 개인 타이틀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굳이 1위에 올랐던 기록을 찾자면 2008년 기록한 최다 완투다. 그해 4차례나 완투를 했다. 하지만 최다 완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시상 부문이 아니다. 그랬던 장원준이 2004년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것도 많은 투수들이 가장 탐내는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다. 7일 현재 장원준은 3.10의 평균자책점으로 2위 kt 피어밴드(3.14), 3위 KIA 헥터(3.27)를 앞서고 있다. 팀별로 20경기 내외씩을 남겨두고 있어 등판 기회는 많아야 5번 정도다.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역사적인 첫 타이틀을 따낼 수 있다. 올 시즌 장원준은 12승 7패를 거두며 여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8년 연속 10승, 10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장원준은 자신의 호투 비결로 ‘정면승부’를 꼽았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의 모토가 ‘No fear(두려워 말라)’였다. 항상 ‘도망가지 말라’, ‘결과를 두려워 말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고 했다. 그해 그는 처음 10승 투수가 됐다. 그는 “결국 마음가짐의 차이다. 맞지 않으려 도망갈수록 볼 카운트가 몰리고, 그럴수록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된다. 무조건 달려들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에는 “공격 앞으로”를 더욱 실천하고 있다. 두산이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은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그는 “다른 구장이면 홈런이 될 공이 종종 플라이로 잡히곤 한다”고 했다. 또 두산은 내야진을 국가대표 선수들로 채울 만큼 탄탄한 수비를 자랑한다. “수비수들을 믿고 마음껏 던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로 장원준은 올 시즌 KBO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땅볼(201개)을 유도했다. 장원준은 “타이틀이란 게 갖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지 3년 됐지만 거의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몸 상태를 물어보면 항상 ‘괜찮습니다’라고 답한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감독으로서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투수다. 언제 봐도 준비가 돼 있는 선수를 어느 감독인들 안 좋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손을 뻗었을 것이다. 파울볼은 야구장을 찾은 사람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전리품이니까. 그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10월 14일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시카고 리글리 필드. 그는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스친 파울볼은 스탠드로 떨어졌다. 공은 옆 자리 관중이 주웠다. 스티브 바트만(아래 사진). 이 사소한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컵스는 여전히 8회 1사 후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3승 2패의 우위였다. 월드시리즈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완벽했던 선발 투수 마크 프라이어는 갑자기 난조에 빠졌다. 볼넷과 안타를 연달아 허용했다. 야수들도 얼이 빠진 듯했다.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고, 또 안타를 맞았다. 그렇게 8회말에만 무려 8점을 내줬다. 믿기 힘든 역전패했다. 컵스는 최종 7차전에서도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또 다시 실패했다. 컵스 팬들은 ‘염소의 저주’를 떠올렸다. 1945년 리글리 필드에 애완염소를 데리고 왔다가 쫓겨 난 빌리 시아니스는 “다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날 이후 컵스는 정말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분노는 엉뚱하게도 ‘저주의 화신’이 되어 버린 바트만을 향했다. 분노에 찬 관중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몇몇은 쓰레기를 던졌다. 경찰이 출동해 엄호하지 않았다면 그는 무사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이후 그에게 벌어진 일은 야만적이기까지 하다. 일부 언론과 온라인 등을 통해 그의 신상이 유출됐다.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모욕과 협박은 그칠 줄 몰랐다.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플로리다의 젭 부시 당시 주지사는 “플로리다로 망명하라”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했다. 그는 결국 은둔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컵스와 관련된 사안이 떠오를 때마다 그의 이름 역시 새롭게 떠올랐다.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은 끊이질 않았다. 상업적으로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더더욱 몸을 숨겼다. 그가 복권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클리블랜드를 꺾고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컵스는 얼마 전 바트만을 리글리 필드로 초청했다. 톰 리케츠 구단주가 직접 그에게 우승반지를 선물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긴 우승 가뭄을 겪었던 컵스는 버림받았던 마지막 팬인 바트만을 끌어안았다. 바트만 역시 “그 사건 이후 나와 내 가족의 둘러싼 암흑기가 이제 완전히 끝난 것에 안도한다”고 했다. 컵스는 챔피언다운 품격을 보였고, 바트만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파울볼 역시 그렇다.P.S. 물리적으로도 파울볼은 조심해야 한다. KBO리그에서 2016년 발생한 파울볼 사고는 155건이나 된다. 보험처리를 한 건만 그렇다. 전 메이저리거 제이슨 켄달은 자신에 책에 이렇게 썼다. “야구장에서 당신 옆에 앉은 그 아이를 (파울볼에서)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번엔 슬라이더다. LA 다저스 왼손 투수 류현진(30)이 ‘팔색조’ 투구를 앞세워 애리조나 강타선을 잠재웠다. 류현진은 6일 애리조나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고의사구 포함)은 5개를 내줬지만 삼진도 7개나 잡았다. 투구 수는 100개.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애리조나전에서 4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8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6일 만의 리턴매치에서 180도 달라진 면모를 과시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6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힘 있는 직구가 뒷받침되자 체인지업, 커터,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위력이 배가됐다. 가장 빛을 발한 레퍼토리는 슬라이더였다. 올해 류현진은 커터를 주로 사용하면서 슬라이더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 전날 경기까지 사용률은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은 커터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떨어지는 각도가 큰 슬라이더를 15개나 던지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전날 4연타석 홈런을 친 4번 타자 J D 마르티네스를 1회 뜬공으로 처리할 때 던진 구종이 슬라이더였다. 3회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승부구는 모두 달랐다. 9번 타자 잭 그링키는 커터, 1번 크리스토퍼 니그론은 커브, 2번 크리스 아이어네타는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다. 4회 1사 1, 2루에서 대니얼 데스칼소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게 옥에 티였다. 이로써 류현진은 팀 내 선발 경쟁에서도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에게 한 발 앞서 가게 됐다. 다저스는 1-1 동점이던 연장 10회 1사 2, 3루에서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의 포구 실책으로 2점을 내줘 1-3으로 졌다. 다저스가 5연패에 빠진 반면에 애리조나는 12연승을 질주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건우, 허경민(이상 두산), 안치홍(KIA), 오지환(LG), 김재윤(kt)…. 프로야구 각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KBO리그를 지탱하는 ‘황금 세대’로 불린다. 올해 또 하나의 ‘황금 세대’가 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이성열 감독(유신고)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5일 캐나다 선더베이 포트아서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 예선 A조 4차전 니카라과와의 경기에서 12-4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4전 전승으로 조 1위를 확정지으며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각 조 상위 3개 팀이 진출하는 슈퍼라운드 6개 팀 중 상위 2팀이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이번 대표팀은 호화 멤버로 관심을 모았다. 곽빈(두산 입단 예정)을 비롯해 김영준(선린인터넷고·LG 입단 예정), 김민(유신고·kt 입단 예정) 등 1차 지명 투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내야수 한동희(경남고)와 김정우(동산고) 역시 각각 롯데와 SK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제구력이 좋은 양창섭(덕수고), 투타 겸업을 하는 강백호(서울고) 등도 11일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이 유력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US여자오픈에 이어 지난말 달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까지 제패한 박성현(24·사진)이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5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박성현은 평균 8.02점으로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유소연(27)이 11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면서 한국 선수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2006년 여자골프에 현행 세계랭킹이 도입된 뒤 단일 국가 선수들이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평균타수 부문에서 선두로 뛰어오르면서 다관왕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금 선두(187만8615달러)를 달리고 있던 그는 포틀랜드 클래식에 출전한 렉시 톰프슨(미국)의 평균타수가 올라간 덕에 1위가 됐다. 박성현은 69.00타, 톰프슨은 69.03타를 기록 중이다. 신인왕 타이틀을 사실상 확정지은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130점으로 1위 유소연(150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받은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가 유일하다. 당시 로페즈는 상금왕과 최저타수 상까지 휩쓸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돈보다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사진)의 도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새크라멘토에서 뛰고 있는 황재균은 5일 엘패소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현재로선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본인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귀국 의사를 밝혔다. 이제 관심사는 그가 내년 시즌 KBO리그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을까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미국으로 간 그는 여전히 FA 신분이다. 원소속팀 롯데를 포함해 전 구단과 계약이 가능하다. 미국에선 성공하지 못했지만 황재균은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30세의 나이에 공수주를 두루 갖춘 3루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18경기에 출장해 타율 0.154,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지만 트리플A에서는 타율 0.285에 10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2016년에는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 25도루로 맹활약했다. 4년 기준으로 8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를 품을 팀으로는 롯데와 kt를 꼽을 수 있다. 황재균이 가세하면 롯데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막강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포수 강민호, 외야수 손아섭, 내야수 최준석 등이 시즌 후 FA로 풀리는 게 변수다. 이들을 다 잡으려면 엄청난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올해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t 역시 꾸준히 황재균에 대한 관심을 표해 왔다. 김진욱 kt 감독은 6월 말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자 “우리 팀으로 올 일말의 기대가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LG도 후보 중 하나다. 시즌 중 부상으로 퇴출된 히메네스도 3루수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황재균은 모든 팀이 탐낼 선수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돈을 지출하는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 올림픽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평창이 내년 2월 전 세계를 맞을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구닐라 린드베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사진) 조정위원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차 조정위원회를 마친 뒤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조정위원회는 2012년 3월 처음 개최된 후 이번 9차를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경기장과 마케팅, 레거시(유산) 등 모든 부분을 점검했다. 철도와 도로, 선수촌 등 하드웨어는 완벽하게 준비됐다. 5일 시작되는 입장권 2차 온라인 판매와 11월 시작되는 성화 봉송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최근 남북 관계의 긴장이 올림픽 성공 개최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IOC도 한반도 정세를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안전상의 이슈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 역시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그는 “IOC는 이미 각국 올림픽위원회(NOC)를 올림픽에 초대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이 필요로 한다면 IOC 차원에서 편의를 제공할 의사도 있다. 모든 나라가 평창에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희범 평창 올림픽조직위원장 역시 “북한이 출전권이 걸려 있는 몇몇 국제대회에 참가 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위는 정부와 함께 북한의 참여를 믿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마친 후 이 위원장은 린드베리 위원장에게 그의 한글 이름이 적힌 족자를 선물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역대 올림픽 배지가 담긴 액자로 화답했다. 평창=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과 이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삼성은 10개 팀 중 9위에 머물고 있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는 힘들다. 등번호 36번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이승엽’을 볼 수 있는 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삼성의 마지막 방문경기를 주최하는 상대 팀들은 이승엽과의 이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를 열고 있다. KBO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다. 첫 해당 팀이었던 한화는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다. 이승엽이 홈런으로 대전구장을 둘러싸고 있는 보문산을 넘겼다는 의미를 담았다. kt는 이승엽의 좌우명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현판을 선물했다. 넥센 선수들은 이승엽의 등번호가 새겨진 ‘스페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9월에 은퇴 투어를 치르는 다른 팀들도 색다른 아이디어로 이승엽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야구기자들에게도 이승엽은 특별한 존재다.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600개 넘는 홈런을 치면서 무수한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나온 역전 결승 홈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친 2루타 등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이승엽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지금까지 만나본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인터뷰 상대였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달변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뷰를 할 때면 진심을 다한다. 그래서 어떤 인터뷰이건 울림이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지는 말투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몇 해 전 겨울 일본에서 부진한 시즌을 보낸 그가 훈련 중이던 대구를 찾았다. 인터뷰를 거절해도 이해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한 시즌이었다. 인터뷰를 승낙하는 대신 그는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야외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추운 데서 해야 인터뷰가 빨리 끝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를 오래 취재한 야구기자들끼리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나 이런 미담을 한두 개쯤 갖고 있다. “오빠, 밀어 쳐”란 유행어가 태어난 배경 역시 기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2003년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던 그는 53호 홈런을 친 뒤 한동안 부진에 빠져 있었다. 수십 명의 기자는 그가 홈런을 치건 그렇지 않건 매 경기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경기 전후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54호 홈런을 친 뒤 그는 기자들에게 “오늘 아내가 ‘오빠, 밀어 쳐’라고 응원해 줬다.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야구 문외한이던 아내 이송정 씨가 밀어치기의 중요성을 알고 그런 얘기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밀어 쳐야 공을 끝까지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말일 텐데, 이승엽이 그 말을 일약 유행어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의 홈런을 따라다닌 기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그해 이승엽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당시 신기록이던 56호 홈런을 쳐냈다. 역사적인 56호 홈런도 ‘밀어서’ 친 홈런이었다. 대한민국에 유명한 운동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대스타 가운데 이승엽처럼 언론 관계가 원만했던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의 마지막 경기, “오빠, 밀어 쳐”란 문구가 들어간 ‘스페셜 유니폼’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0-0의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경기의 흐름을 바꾼 것은 롯데 포수 강민호의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7회초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두산 두 번째 투수 김승회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한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왼쪽 스탠드에 꽂히는 1점 홈런을 때렸다. 전날까지 19홈런을 기록 중이던 강민호는 20호 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20홈런이다. 롯데로 기운 승부의 추를 고정시킨 선수는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3-0으로 앞선 8회초 김성배를 상대로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29호. 강민호와 이대호의 홈런을 등에 업은 롯데는 두산을 5-2로 꺾고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후반기 최고 승률 팀들의 대결답게 사이좋게 1승 1패씩을 나눠 가졌다. 선두 KIA는 임시 선발 심동섭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 삼아 삼성을 5-1로 꺾고 2위 두산과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LG는 4점 차 열세를 뒤집고 한화에 6-5로 역전승하며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 전직 심판 최규순 씨(51)와 프로야구 구단들 사이의 금전 거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산, KIA가 최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30일에는 넥센과 삼성 역시 최 씨에게 돈을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야구 10개 팀 중 4개 팀이 야구 규약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심판과의 금전 거래를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넥센 야구단의 고위급 임원이었던 A 씨는 2013년 11월 급전이 필요하다는 최 씨의 연락을 받고 개인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했다. 넥센은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체 조사 때 “최 씨로부터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있으나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넥센을 떠난 후 현재 다른 종목 프로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A 씨가 최 씨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은 최근 검찰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검찰은 29일 이장석 넥센 구단주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KBO 자체 조사 때 “최 씨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던 삼성도 2013년 10월 최 씨에게 400만 원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 씨에게 돈을 송금했던 B 씨는 현재 팀을 떠난 상태다. 삼성은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프로야구 구단들이 최 씨에게 보낸 돈은 모두 12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승영 전 두산 사장이 2013년 10월 최 씨에게 300만 원을, KIA 직원 2명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만 원을 최 씨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구단 관계자 외 지인들까지 포함해 3000만 원가량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최 씨는 빌린 돈 대부분을 도박하는 데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검찰은 구단들과 최 씨 사이의 금전 거래를 승부 조작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를 심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뜯은 사기 가해자로, 그에게 돈을 송금한 구단 관계자들을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최 씨가 도박에 빠져 상습적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정말 급한 일을 당한 줄 알고 돈을 보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날 상습사기 및 상습도박 혐의로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이헌재 uni@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