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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폴란드가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K방산의 유럽 시장 확장을 지원하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에 참여할 방침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폴란드에 사무소, 지점, 법인 등을 설립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SGI서울보증은 이달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폴란드에 사무소를 열었다. 현지 시장 조사와 폴란드 및 인근 국가 금융회사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지점 전환 등 현지 진출 전략을 모색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바르샤바 법인 영업 인가를 받았다. 국내 은행이 본인가를 받은 건 처음이다. 기업은행이 영업 인가를 받으면 여·수신과 무역금융·외환 업무 등 현지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우리은행은 같은 해 3월 바르샤바에 지점을 열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폴란드에 사무소(데스크)를 두고 있다. 폴란드에 진출한 은행들은 국책 금융기관의 융자와 보증 확장에 호흡을 맞춰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22년 폴란드 정부와 442억 달러(약 65조3000억 원) 규모 방산 총괄 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한 대출 및 보증은 각각 63억 달러, 89억 달러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은 한국 방산 기업에 대출을 내준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돈을 빌린 외국 은행을 대신해 원리금을 받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대출을 지원하는 효과를 낳는 동시에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폴란드 K방산 금융 지원을 계기로 정체됐던 유럽 시장을 성장시킬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 외에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폴란드 거점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종전에 따른 재건 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한국과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폴란드가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K-방산의 유럽 시장 확장을 지원하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에 참여할 방침이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IBK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폴란드에 사무소, 지점, 법인 등을 설립하고 있다.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SGI서울보증은 이달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폴란드에 사무소를 열었다. 현지 시장조사와 폴란드 및 인근 국가 금융회사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지점 전환 등 현지 진출 전략을 모색할 예정이다.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바르샤바 법인 영업인가를 받았다. 국내은행이 본인가를 받은 건 처음이다. 기업은행이 영업 인가를 받으면 여·수신과 무역금융·외환 업무 등 현지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우리은행은 같은 해 3월 바르샤바에 지점을 열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폴란드에 사무소(데스크)를 두고 있다.폴란드에 진출한 은행들은 국책 금융기관의 융자와 보증 확장에 호흡을 맞춰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22년 폴란드 정부와 442억 달러(약 65조3000억 원) 규모 방산 총괄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한 대출 및 보증은 각각 63억 달러, 89억 달러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은 한국 방산 기업에 대출을 내준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돈을 빌린 외국 은행을 대신해 원리금을 받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대출을 지원하는 효과를 낳는 동시에 시중은행의 해외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폴란드 K-방산 금융 지원을 계기로 정체됐던 유럽 시장을 성장시킬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 외에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폴란드 거점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종전에 따른 재건 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43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 잔액 중 주담대 비중은 31%를 넘어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였다. 기업 대출 잔액에서 5분의 1은 부동산 및 임대업에 쏠린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부동산·가계대출에 쏠린 자금을 첨단 산업, 혁신 기업 등 실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에 동참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개 국내 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 등)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2479조78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6조558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이 771조9650억 원으로 31.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중소기업대출(26.6%), 개인사업자대출(18.5%), 대기업대출(12.7%), 신용대출(9.6%) 순으로 많았다. 국내 은행 대출 잔액 중 주담대 비중은 6년 만에 최대였다. 2019년 12월 말 31.4%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2022년 12월 말 29.9%, 2023년 12월 말 29.8%로 줄었지만 2024년 12월 말 30.6%로 30%대를 웃돈 뒤 지난해 말 31.1%까지 올랐다. 작년 주담대 43조 증가… 기업대출도 부동산 치중말로만 “생산적 금융”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신규로 취급된 전체 대출 96조5580억 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45%인 43조47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은 29.6%, 대기업 대출은 19.8%, 개인사업자 대출은 3%로 주담대 비중에 훨씬 못 미쳤다. 기업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신규 취급액을 포함한 전체 기업 대출 잔액(1431조3242억 원) 중 부동산 및 임대업은 309조8029억 원(21.6%)에 달했다. 제조업(469조4951억 원·32.8%)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주담대에 집중한 이유로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집값이 상승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간 담보 대출이 은행의 핵심적인 수익원이었던 만큼 쉽게 줄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정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 기업 대출 비중은 늘고, 주담대 비중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로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한 점도 주담대 상승세를 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 시장금리도 연 7%대로 치솟아 수요가 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기업 대출 실적을 늘려야 하니 가계대출이 대폭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중후장대 산업군이 성장할 때 은행은 설비투자 대출로 생산적 금융에 이바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 등 무형의 자산이어서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출자 등을 지속해 은행들이 영업 관행을 개선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최근 방문한 경기 오산시에 있는 건설 자동화 로봇 기업 ‘로보콘’ 공장. 거대한 로봇 팔이 무거운 철근을 자르고 구부리면서 가공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정교하게 용접하는 등 공정 전반이 완전히 자동화돼 있었다. 로보콘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자동화 솔루션을 국내 건설 현장 곳곳에 공급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 작업은 무거운 자재를 수시로 절단하고 옮겨야 한다. 고층 구조물 위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큰 사고가 잦다. 하지만 로보콘 공장은 노동 집약적인 고위험 공정에 로봇과 AI를 투입해 근로자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공사 기간까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로보콘은 로봇과 AI를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로 건설 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 기술이 있어도 해외 무대까지 넘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 돌파구가 됐던 요인은 대기업의 투자였다. 자본뿐 아니라 기술을 보는 안목을 갖춘 대기업식 ‘혁신 금융’이 날개가 돼준 것이다.● 보수적 건설 현장, 대기업 투자로 뚫었다2020년 대한제강 사내 스타트업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로보콘은 그동안 100% 수작업에 의존하던 철근 가공 및 조립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력난과 안전사고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접촉하는 건설회사마다 “현장에 적용했던 사례가 있느냐”고 물어본 뒤 손사래를 쳤다. 돌파구는 2023년 삼성벤처투자의 ‘시리즈 B’ 투자에서 찾았다. 유망한 기업에 투자해 온 삼성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삼성벤처투자가 로보콘의 기술력을 인정하자 시장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로보콘은 이를 발판 삼아 안전·품질 관리가 깐깐한 국내 주요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반창완 로보콘 대표는 “자금 투자를 넘어 삼성으로부터 현장 노하우를 공유받고, 공동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5년 이상 걸릴 조립 기술 고도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며 쌓인 신뢰가 보수적인 건설 생태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가 업계 생태계도 바꿨다. 철근 조립 시장은 제강사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라 스타트업이 대형사와 기술을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대형 투자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서 로보콘은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직접 계약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공 능력 10위권의 유럽 대형 건설사 경영진이 방문해 도입 협상을 진행하는 등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합류한 ‘시리즈 C’ 투자도 마쳤다. 기업가치는 2년여 만에 500억 원대에서 700억 원대 초중반으로 뛰었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게 목표다. 혁신 기술과 생산적 금융이 만나 보수적인 건설 현장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로 반도체·로봇 시너지도국내 첫 AI 반도체 ‘유니콘’(설립 10년 이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인 리벨리온도 대기업을 만나 날개를 단 사례다. 리벨리온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있어 ‘불모지’와도 같은 팹리스(설계)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다. AI 추론,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2024년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 합병했다. 엔비디아, AMD와 같은 굴지의 빅테크들이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홀로 맞서는 데는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합병을 계기로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들과의 AI 사업 협력이 긴밀해졌고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지난해 9월 진행한 시리즈C 투자에서 3400억 원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2024년 시리즈B 투자 때 인정받은 8800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커진 1조9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시리즈C 투자에는 영국 팹리스 ARM과 삼성벤처투자도 참여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합병 후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 주주로 이름을 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사업을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현재 SK텔레콤과 함께 다양한 국산 AI 서비스에 자체 칩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RM과 데이터센터용 서버 개발에 나섰다.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중심에서 벗어나 ARM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리벨리온의 NPU를 결합해 추론용 AI 서버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LG도 스타트업 투자를 자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티즈’부터 2018년 로봇팔 전문 업체 ‘로보스타’, 2024년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관련 사업 역량을 키웠다. 그 결실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CLOiD)로 나타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클로이드에 대한 현장 적용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CVC의 역할은 최근 국내에서도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스타트업·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재무적 수익을 목표로 삼는 기존 VC와 달리 CVC는 자사와 연관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보다 주목해 시너지를 내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곳이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CVC인 ‘구글벤처스(GV)’를 운용하며 우버와 에어비앤비, 슬랙, 블루보틀 등 미국 대표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GV가 2009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투자한 기업은 400여 개에 이른다. GV 투자를 받은 20여 개의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했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출구전략에 성공했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수행한다. GV는 투자 대상 기업을 돕는 전담팀을 운영하며 인재 채용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벳은 GV 외에도 캐피털G(후기 스타트업 투자 전문), 그래디언트 벤처스(인공지능 관련 투자 전문) 등 분야를 세분화해 CVC를 운영 중이다. 삼정KPMG는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고 유망 사업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자체 개발 음성 비서 ‘알렉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약 1억 달러(약 1500억 원) 규모의 CVC ‘알렉사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알렉사펀드는 온도 조절기 제조 업체부터 원격 감지 시스템, 아동용 장난감, 운동 관리, 가정 보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이들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기술들은 알렉사와 연동돼 아마존이 구상하는 ‘스마트 홈’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세일즈포스의 CVC ‘세일즈포스벤처스’는 스노플레이크와 줌, 데이터브릭스, 도큐사인 등 같은 SaaS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왔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CVC 제도 및 운용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미국의 CVC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미국의 CVC 투자의 38.1%가 AI 기업에 투자됐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VC는 경기 침체기에도 장기적 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금리 상승 등으로 VC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의 유동성을 지탱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특별취재팀▽ 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인공지능(AI) 기반 농업테크 기업 에이오팜은 ‘못난이 농산물’을 골라내는 고도의 기술을 자랑한다.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명 선별기다. 농산물을 한 번에 360도로 촬영해 흠집을 잡아낸다. 기존 선별기는 농산물을 굴려가며 하자를 찾기 때문에 고추나 딸기 등 작은 접촉에도 쉽게 상하는 농산물에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2024년 3월 NH농협은행 등에서 유치한 35억 원이 이 기술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에이오팜은 이 자금으로 2년여간 개발에 전념했고 다음 달 투명 선별기를 내놓는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는 “올해 안에 이 기기를 베트남, 북미 등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가치가 높은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한국 농업 기업에 흘러들며 농업 테크가 한국 수출 강자로 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모험자본 지원을 받은 농업 테크는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농가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간 데이터 기업 다비오도 혁신 금융 산물로 꼽힌다. 다비오는 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를 융합해 농업, 산림 등 공간을 분석하는 회사다. 2012년 설립돼 세계 최초로 30cm급 초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AI 분석 기술을 내놨다. 이 기술로 산림의 개별 나무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건강도를 평가했다. 이 회사는 2017년 미래에셋-네이버 펀드 등으로부터 25억 원, 2019년 신한캐피탈, NH벤처투자 등으로부터 90억 원을 각각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충, 관련 인력 충원과 연구개발 등 AI 고도화에 활용했다. 덕분에 2019년 베트남 법인, 2022년 미국 법인 등을 설립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과 서울 면적보다 더 큰 765㎢의 팜유 농장 모니터링 사업에 나섰다. 혁신 금융은 한국 지역의 특화 상품 수출길도 터줬다. 2014년 설립된 제주 아이스크림 및 치즈 제조기업 미스터밀크는 제주산 원유로 만든 우유, 젤라토 등을 판매한다. 민관 합동으로 조성된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 자금을 수혈받아 대량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2028년까지 기업가치를 550억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은 다른 최첨단 산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하기 좋은 블루오션 산업”이라면서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수혈이 늦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 장기적으로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왼쪽에 있는 도형을 반으로 접으면 몇 번 모양이 될까?”(교사)“모서리 모양을 봤을 때 2번 모양이 될 것 같아요!”(초등학생들) 지난달 26일 오후(현지 시간) 베트남 호찌민 안푸 지역의 한 고급 아파트. 초등학생 민민 양(8)과 뚜언민 군(6)이 베트남인 수학 교사 질문에 큰 소리로 답을 말했다. 아이들 앞에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도형의 대칭 원리를 설명한 수학 학습지가 놓여 있었다. 한국 교육업체 대교의 ‘눈높이교육’ 학습지를 베트남 교과 과정에 맞춰 재구성한 교재다. 교사는 숙제를 점검하고 다음 진도를 설명하는 식으로 30분간 수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보편화된 학습지 교육 방식이지만 베트남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정방문 학습은 통상 1시간 반가량 진행되는 과외 형식이 대부분이다. 한국 학습지 수업은 시간이 짧아 저렴하면서도 비용 대비 학습 효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업을 바라보던 어머니 미하잉 씨(38)는 “아이들은 올 11월에 열릴 경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 눈높이교육이 베트남 가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 교육 스타트업 ‘야호랩’이 있다. 야호랩은 가정방문 교육 소개 플랫폼 ‘투디’를 통해 한국 교육 콘텐츠를 재구성해 판매한다.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한국 학습지의 수출 판로를 터준 이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은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혁신 금융’이었다.● 혁신 금융 받은 스타트업, ‘K에듀’ 물꼬야호랩은 대교 눈높이교육을 비롯해 한국 미술학원 ‘놀작’과 연계한 미술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매달 베트남 가정 약 800곳이 야호랩에서 ‘K에듀’를 경험한다. 소속 교사는 8000명이 넘는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성장한 K사교육이 학구열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서 먹힐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 교육서비스업의 수출 실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육서비스업 수출은 2021년 290만 달러에서 지난해 3배 이상인 930만 달러로 성장했다. 야호랩은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교육 서비스를 베트남에서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내 아이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싶은 베트남 학부모 수요를 포착해 한국에 보편화된 수학 경시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이제 4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커졌다.윤선희 야호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은 교육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콘텐츠를 현지 수준에 맞게 가공하는 야호랩의 전문성으로 수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야호랩은 최근 싱가포르 벤처투자사(VC)로부터 1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야호랩이 한국 교육 콘텐츠 수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 금융의 지원이 있었다. 2020년 야호랩이 처음 베트남 교육 사업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자금이 없었다. 정책 금융기관에도 손을 벌려 봤지만 국내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국내 벤처투자 회사 더인벤션랩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의 눈에 들어 1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국내 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비슷한 모델을 가진 야호랩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 등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로그램에서 1억2000만 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이 총 10억 원가량에 이른다. 우리금융그룹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에선 베트남의 각종 협회와 학원 관계자들 네트워크를 소개받는 등 비금융적인 지원도 받았다.● 해외 진출 금융사 노하우, 스타트업에 전수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 금융사가 현지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사업 기회를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시통역 서비스 ‘두다지’는 한국 금융사의 컨설팅 덕에 현지에서 한국 수출 기업의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7일 낮 12시 반(현지 시간) 호찌민 타오디엔 지역의 한국식 주꾸미 식당 ‘쭉심’에는 두다지의 AI 동시 통역 애플리케이션 ‘미도’가 깔린 태블릿이 식탁마다 설치돼 있었다. 베트남인 손님 프엉린 씨(33)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태블릿 화면 QR코드를 찍자 채팅방이 열렸다. 린 씨는 이 채팅방에 베트남어로 “철판 주꾸미가 얼마나 맵나” “분량이 여자 셋이 먹기 충분한가” 등을 물었다. 한국인 식당 직원이 채팅방에 한국어로 적은 답은 실시간으로 베트남어로 번역돼 손님의 태블릿 화면에 떠올랐다. 두다지는 10년 전 금융권 최초로 호찌민에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퓨처스랩의 도움을 받았다. 두다지 관계자는 “신한퓨처스랩이 현지에서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기술 검증을 진행한 덕분에 활로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미진 씨(45)는 빚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은행 대출을 못 받아 지난해 저신용자 대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인 신용취약 소상공인 자금까지 받았지만, 장사가 안돼 갚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세금을 체납하고 임차료도 못 내는 와중에 주방에서 손가락을 다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손가락이 휘었다. 김 씨는 “장사는 안되고, 받을 만한 대출은 다 받았는데 돌파구가 없다. 폐업하고 싶어도 철거비가 없어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개인사업자 절반가량은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1년 새 10%가량 증가했다. 대출 만기 연장, 금리 부담 완화 등 여러 지원책이 있지만, 빚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4만8279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67만5682명(50%)이었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말 683조6257억 원으로, 전체(1134조7313억 원)의 60.2%에 달했다. 버티기 위해 신용대출을 ‘영끌’ 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집을 담보로 돈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40대 중반 박정현 씨는 2022년 12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듬해부터 적자가 났고, 조금만 버텨 보자는 마음으로 3년을 끌었다. 그 결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빚을 총 5억 원 지게 됐다. 박 씨는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두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집도 경매로 넘어갈 판”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 말 168조5213억 원으로, 1년 새 2조881억 원 늘었다. 집을 사기 위해 받는 근로자 주담대와 달리, 사업자 주담대는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를 융통하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지난해 말 15만2618명으로 1년 새 8.9%(1만2489명) 늘었다. 이들은 신용등급 하락, 신용카드 발급 거절 등 금융 거래 제한 불이익을 받는다.● 재기 벅찬 노년층 신용유의자 증가세문제는 신용유의자 가운데 60세 이상 증가율이 22%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50대(13.2%), 40대(5.8%)는 늘었지만 30대(―3.2%), 20대 미만(―17.5%)은 줄었다. 재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년에 신용유의자가 되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4)는 “장사가 안돼 은행 대출을 연체했다가 신용유의자가 됐다”며 “떡볶이만 팔아선 임차료 내기도 버거워 작년 말부터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며 버티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 시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건호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는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부담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는 대출 만기 연장, 이자 부담 감면 등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실적 등에 따라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 등의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때”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미진 씨(45)는 빚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은행 대출을 못 받아 지난해 저신용자 대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인 신용취약 소상공인 자금까지 받았지만, 장사가 안돼 갚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세금을 체납하고 임차료도 못 내는 마당에 주방에서 손가락을 다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손가락이 휘었다. 김 씨는 “장사는 안되고, 받을만한 대출은 다 받았는데 돌파구가 없다. 폐업하고 싶어도 철거비가 없어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개인사업자 절반가량은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1년 새 10%가량 증가했다. 대출 만기 연장, 금리 부담 완화 등 여러 지원책이 있지만, 빚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4만8279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67만5682명(50%)이었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말 683조6257억 원으로, 전체(1134조7313억 원)의 60.2%에 달했다. 버티기 위해 신용대출을 ‘영끌’ 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집을 담보로 돈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40대 중반 박정현 씨는 2022년 12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듬해부터 적자가 났고, 조금만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3년을 끌었다. 그 결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빚을 총 5억 원 지게 됐다. 박 씨는 “주식, 코인, 유흥 안 하고 두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집도 경매로 넘어갈 판”이라고 말했다. 개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 말 168조5213억 원으로, 1년 새 2조881억 원 늘었다. 집을 사기 위해 받는 근로자 주담대와 달리, 사업자 주담대는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를 융통하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지난해 말 15만2618명으로 1년 새 8.9%(1만2489명) 늘었다. 이들은 신용등급 하락, 신용카드 발급 거절 등 금융거래를 제한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재기 벅찬 노년층 신용유의자 증가세문제는 신용유의자 가운데 60세 이상 증가율이 22%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50대(13.2%), 40대(5.8%)는 늘었지만 30대(ㅡ3.2%), 20대 미만(ㅡ17.5%)은 줄었다. 재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년층에 신용유의자가 되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장사가 안돼 은행 대출을 연체했다가 신용유의자가 됐다”며 “떡볶이만 팔아선 임차료 내기도 버거워 작년 말부터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며 버티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 경제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낮추는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 시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건호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는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부담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대출 만기 연장, 이자 부담 감면 등 적극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실적 등에 따라 저리자금을 지원하는 제도) 등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때”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금융 당국이 중동발 금융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2조4000억 원어치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8일 금융시장반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이후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IBK자산운용 등은 3월 한 달간 회사채와 CP 등을 총 2조4200억 원 매입했다. 이는 2022년 10∼12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월평균 집행 규모(2조7200억 원) 이후 월간 최대 집행 실적이다. 최근(2023∼2025년) 평상시 월평균 집행 규모(8900억 원)와 비교하면 약 2.7배 수준이다. 특히 시장 금리 상승기에 시장지표 안정화 등을 위해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여신전문금융채권 매입을 재개했다. 신용등급이 낮은(BBB 이하) 중소·중견기업 대상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올해 들어 첫 발행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동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시장 금리 절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이달에도 적극적인 시장 안정 프로그램 집행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한국예탁결제원은 이윤수 신임 사장(57·사진)이 8일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맡았다. 임기는 3년.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 당국이 중동발 금융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2조4000억 원 어치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금융위원회는 8일 금융시장반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이후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금융위에 따르면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IBK자산운용 등은 3월 한 달간 회사채와 CP 등을 총 2조4200억 원 매입했다.이는 2022년 10~12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월평균 집행 규모(2조7200억 원) 이후 월간 최대 집행 실적이다. 최근(2023~2025년) 평상시 월평균 집행 규모(8900억 원)와 비교하면 약 2.7배 수준이다.특히 시장 금리 상승기에 시장지표 안정화 등을 위해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여신전문금융채권 매입을 재개했다. 신용등급이 낮은(BBB 이하) 중소·중견기업 대상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올해 들어 첫 발행에 나섰다.금융위 관계자는 “중동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시장 금리 절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이달에도 적극적인 시장 안정 프로그램 집행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전국 전통시장 소상공인 매출액과 방문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컸지만, 지역 축제 활성화와 전통시장 현대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7일 KB국민카드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매출 및 방문객 변화’에 따르면 2025년 전통시장 매출액은 2022년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매출 건수는 18% 증가하는 등 방문객도 증가했다. 이번 분석은 2022∼2025년 4년간 전통시장 관련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약 3억3000만 건과 약 3000만 명의 누적 방문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했다. 전통시장 유효 가맹점 수는 2025년 12월 기준 12만8000개로, 2022년 대비 약 4000개 증가했다. 전통시장 관련 업종별 분석에서는 반찬, 건어물 등 가공식품의 매출 증가 폭이 44%로 가장 컸다. 커피·음료(40%), 분식·간식(35%) 등이 뒤를 이었다. 가공식품과 커피·음료 업종은 가맹점 수 역시 각각 22%, 11% 증가했다. 관광객을 비롯한 외부 방문객이 증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충청권 증가 폭이 28%로 가장 컸고, 호남권(22%), 경상권(20%), 강원권(20%), 수도권(5%) 순이었다. 시장별로는 강릉 중앙시장 증가 폭이 65%로 가장 컸다. 이어 대전 중앙시장(57%), 서울 경동·약령시장과 인천 신포국제시장(각각 54%) 순이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감소했던 매출과 그 후 매출이 많이 회복된 지난해를 비교하고, 사용처가 전통시장 등 일부로 제한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사용된 영향으로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통시장 리모델링과 지역 축제 활성화에 따른 관광 연계 효과도 방문자 증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전국 전통시장 소상공인 매출액과 방문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컸지만, 지역 축제 활성화와 전통시장 현대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7일 KB국민카드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매출 및 방문객 변화’에 따르면 2025년 전통시장 매출액은 2022년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매출 건수는 18% 증가하는 등 방문객도 증가했다. 이번 분석은 2022~2025년 4년간 전통시장 관련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약 3억3000만 건과 약 3000만 명의 누적 방문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했다. 전통시장 유효 가맹점 수는 2025년 12월 기준 12만8000개로, 2022년 대비 약 4000개 증가했다. 전통시장 관련 업종별 분석에서는 반찬, 건어물 등 가공식품의 매출 증가 폭이 44%로 가장 컸다. 커피·음료(40%), 분식·간식(35%) 등이 뒤를 이었다. 가공식품과 커피·음료 업종은 가맹점 수 역시 각각 22%, 11% 증가했다.관광객을 비롯한 외부 방문객이 증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충청권 증가 폭이 28%로 가장 컸고, 호남권(22%), 경상권(20%), 강원권(20%), 수도권(5%) 순이었다. 시장별로는 강릉 중앙시장 증가 폭이 65%로 가장 컸다. 이어 대전 중앙시장(57%), 서울 경동·약령시장과 인천 신포국제시장(각각 54%) 순이었다.국민카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감소했던 매출과 그후 매출이 많이 회복된 지난해를 비교하고, 사용처가 전통시장 등 일부로 제한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사용된 영향으로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통시장 리모델링과 지역 축제 활성화에 따른 관광 연계 효과도 방문자 증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경북 구미뿐 아니라 경남 창원, 경기 파주에 있는 기업까지 태양광 패널 시공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구미1공장에서 만난 이동휘 해줌 에너지사업부문 신사업팀장은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에너지값 상승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지만 이 공장은 전기요금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태양광 에너지를 일부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에너지원별 kWh(킬로와트시)당 구입 단가는 2024년 기준 액화천연가스(LNG)가 175원대이지만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원은 138원대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력 중 태양광 전력 비중은 태양광 패널이 준공된 직후인 올해 1월 1% 수준이었지만 약 3개월 만에 10%가량으로 늘었다. 이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줌’은 금융회사들이 신산업에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투자하는 ‘혁신 금융’의 지원 덕에 컸다.● 카드회사들, 투자의 공식 바꿔창업한 지 15년도 안 된 해줌은 혁신 금융 자금이 성장 단계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든 덕에 여러 힘든 고비를 넘겼다. 사업 초기였던 2013년 8월부터 정책 금융기관들이 약 66억 원을 대출해 줬다. 발전소 준공까지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은 기술보증기금 기술 평가 기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자금 덕에 ‘데스 밸리(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도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업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는 카드사로부터 기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난 색다른 방식의 투자를 받았다. 2015년 4월, 해줌이 태양광 패널을 아파트 등에 7년간 대여해 주는 사업을 추진했을 때다. 태양광 패널을 대량 설치할 자금이 필요했다. 이 즈음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해줌에 약 165억 원을 투입했다. 그 대신 카드사들은 해줌의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는 기업 혹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7년에 걸쳐 받는 방식이었다. 권오현 해줌 대표는 “당시 금융권에서는 7년간 장기로 나눠 받는 방식이 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 도약기에도 혁신 금융이 떠받쳐 줬다. 2022년 9월 NH투자증권 등이 110억 원을 투자했다. 그 덕에 해줌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전략을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해줌의 VPP 사업 경험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태양광 사업 수주를 비롯한 사업 확장에 힘이 되고 있다.● 공장 효율 높이는 AI 스타트업에도 모험 자본 혁신 금융이 키우는 에너지 스타트업들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준다.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 ‘패리티’는 액화수소로 장시간 비행할 수 있는 차세대 정찰·공격용 수소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대비 저장 밀도가 높아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어 장시간 운행에 유리하다. 이 회사는 멀티콥터, 수직이착륙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려 2024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130억 원을 투자받았다. 2021년 설립한 수전해 스타트업 ‘아헤스’는 지난달 은행 투자를 받았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기업 생산비를 아껴주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모험 자본을 수혈받고 있다. 2016년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공장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한다. GS파워 공장 발전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발생했을 때 이 솔루션이 빠른 해결을 도왔다. 통상 숙련된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서 원인을 분석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공장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을 조사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투자금 490억 원을 유치했다. 음성 AI 전문 기업 ‘리턴제로’는 기업의 소통 방식을 바꾼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각종 회의의 발언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은 1500만 시간이 넘는 한국어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신한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이 주로 투입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에도 생산적 금융이 잘 흘러들어야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지난달 25일 오후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1공장 야외 주차장. 7200㎡ 규모의 주차장을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덮고 있다. 1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한 패널들은 태양 빛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차량 위에 그늘막을 만들어줘 여름에는 차를 뜨겁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기차 타이어 등에 쓰이는 슈퍼 섬유 ‘아라미드’ 공정에 투입된다. 주차장뿐 아니라 공장용지 1만4400㎡에 들어선 3405개의 패널은 태양광 신생기업 ‘해줌’이 설치했다. 해줌은 자체 보유한 인공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설비 규모를 산출했다. 공장의 실제 전력 소비 패턴과 땅 경사도, 옥상 면적, 구미 평균 일조량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통해 공장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군더더기 없는 설비 투자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비를 줄이는 기업들이 있다.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기업의 원가 절감과 탈탄소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에너지 비용을 줄여 주는 기업뿐 아니라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 문서 관리 스타트업 등 기업의 생산비를 아껴주는 신생기업들이 모험 자본의 힘으로 크고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혁신 금융 취지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금융사가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에서는 생산적 금융 정책에 기여할 때 정당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야 기존 대출 관행에 길들여진 조직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가 생산적 금융 전문가를 서둘러 영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변리사를 영입해 산업 분석과 대출 심사 등을 맡겼다. NH농협은행은 농식품 및 지역특화 산업을 전담하는 심사역을 배치했다. 이들이 전문가 확충에 나선 건 생산적 금융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우량한 기업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담보 위주 대출의 경우 담보 평가만 잘하면 됐지만, 생산적 금융의 경우 사업 타당성이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력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취지로 대출을 내줬다고 해도 대출이 막대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기업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생산성이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크고, 부도 위험이 낮은 기업에 자금이 지원될 것”이라며 “이 역량이 잘 갖춰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생산적 금융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부동산, 신용점수 등 담보에 기반해 대출하는 업무만 해왔다”며 “기업이 지닌 기술, 특정 산업의 성장 잠재력 등을 엄정히 평가하려면 내부 인력 양성과 함께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력 수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업 현장에선 생산적 금융에 기여한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등 평가 체계도 같이 바뀌어야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이런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핵심 첨단산업 기업에 신규 대출을 늘린 지점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쉽게 성과를 낼 분야도 있는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치러가며 혁신 기업을 자발적으로 발굴할 유인이 없다”며 “생산적 금융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 평가 방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박종민}
혁신 금융의 역할을 할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과 벤처 혁신기업 등을 지원한다. 올해 5월 출시할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일반 개인이 혁신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상품이다. 3년 이상 투자한 사람에게 파격적으로 최대 40%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정부 보증 채권을 기반으로 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과 금융권·연기금 등 민간 자금 75조 원 등 150조 원으로 조성된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매년 6000억 원씩, 향후 5년간 총 3조 원 규모로 마련된다. 특히 국민성장펀드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20%까지는 정부 자금으로 메우는 안전장치가 있다. 국민성장펀드 6000억 원에는 정부가 별도로 투입하는 재정 1200억 원이 지원되는데, 이 예산이 펀드의 손실을 우선 부담한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국민이 공모펀드를 통해 첨단 전략산업 투자에 직접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공모펀드는 민간 투자관리전문가가 운용하면서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막판에 선박 대금으로 쓸 대출을 여러 금융사가 취소해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난달 26일 전남 목포신항만에 정박한 누리바람호에서 만난 김경수 씨지오 대표는 누리바람호를 마련하기까지 험난했던 상황을 설명했다.여러 은행에서 퇴짜를 맞던 김 대표는 거래처에서 소개한 우리투자증권을 만나며 해법을 찾았다. 이 증권사가 선박 매입 대금의 절반인 250억 원을 대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남들이 말하는 위기를 우린 기회로 보고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목포시, 신안군 등 전남 일대는 위험을 감수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혁신 금융’이 들어오면서 한국 풍력발전의 심장이 될 토대를 다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 불안정해지는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쏠린 에너지 수요를 분산해 에너지 안보를 지킬 기지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韓 해상풍력 자생력 키울 첫걸음”누리바람호는 전남 신안군 우이도 일대에 조성되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투입된다. 해상풍력 발전소 하부 구조를 짓는 데 사용되는 지지대 등을 놓는 핵심 플랫폼이다. 신안우이 사업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추진되는 첫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2029년 2월 준공하면 390MW(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갖춘다. 약 36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외국산에 의존하면 국내 산업의 뿌리가 사라질 수 있어 더 늦기 전에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데, 신안우이 사업으로 그 첫발을 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50조 원 규모로 조성한 ‘국민성장펀드’의 첫 투자처로 신안우이 사업을 택한 건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 화순 등에 조성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발전소에서 매년 창출될 250억 원 수준의 추가 수익은 지역 주민과 공유될 예정이다.● 전남해상풍력 단지에 글로벌 자금들 모여이날 전남 신안군 생낌항에서 배로 40분가량 이동해 약 130m 높이의 풍력발전 터빈 10대 근처에 닿았다. 지난해 5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다. 터빈 하나당 10MW를 책임지며 총발전 규모는 96MW 수준이다. 이 단지에서는 9만 가구 정도가 1년간 사용할 약 3억 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전남해상풍력은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국내 최대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 E&S와 덴마크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CIP)는 1단지를 시작으로 2·3단지의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이 사업은 민간 혁신 금융이 대거 투입된 덕에 신속하게 추진됐다. SK그룹은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태동 단계인 점을 고려해, 공사 경험이 풍부한 CIP와 합작해 전남해상풍력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정안제 전남해상풍력 O&M(유지보수)센터장은 “자금 조달에 나섰던 2022년 10월은 유동성 위기가 극심했던 시기라 대출이 성사된 게 더욱 의미가 컸다”고 회고했다.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글로벌 금융사 자금도 대거 유치했다. 1단지 사업 규모의 약 69%인 6000억 원을 마련하는 데 미국(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미쓰이스미토모·미쓰비씨UFJ·미즈호), 프랑스(소시에테제네랄·크레디아그리콜) 등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참여했다. 일본 미쓰비씨UFJ파이낸셜그룹의 MUFG증권 최영우 한국대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큼 앞으로 국내 금융사들도 이런 프로젝트에 관심이 더 생겨 지원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

정부가 혁신금융의 모델로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중심의 금융을 기업과 혁신산업에 투입하는 금융 시스템 전환 정책이다. 유럽연합(EU), 영국 등 선진국도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그간 관행적으로 안전한 부동산 담보에 의존해 안정적으로 대출을 했다. 정부는 이런 관행을 벗어나 기업 성장성과 기술혁신 역량에 주목해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혁신금융을 통한 기업 투자를 확대해 경제 활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해외에서는 은행의 자금이 혁신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재무부와 영국 중앙은행(BOE)은 2020년 11월 ‘생산적금융워킹그룹(PFWG)’을 구성하고 이듬해 생산적 금융 로드맵을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 투자자는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는 장기자산펀드(LTAF)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에게 투자할 기회를 열어주면서도 환매를 월 1회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혁신 자본이 단타성 투기가 아닌 시장에 제대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EU는 10조 유로(약 1경7394조 원) 규모의 저축을 생산성 높은 투자로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다. 저성장에 허덕이던 유럽 경제에 혁신 금융으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저축투자연합(SIU) 전략을 공식화했다. EU가 저축·투자 계좌를 도입해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산적 금융이 혁신기업의 조달 비용을 줄인 효과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아낀 비용을 연구개발(R&D) 등 기업 혁신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 금융 ::부동산 및 담보 중심 투자를 벗어나 미래 가치나 혁신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금융. 정부는 이런 취지를 살린 ‘생산적 금융’ 정책으로 첨단·혁신·벤처기업과 지역경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전남 목포·신안=강우석, 경북 구미=신무경경기 오산=이동훈, 베트남 호찌민=주현우서울=전주영 박현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