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신석호 전무

동아닷컴 임원진

구독 49

추천

안녕하세요. 신석호 전무입니다.

ky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사회일반55%
문화 일반13%
문학/출판13%
남북한 관계7%
미담3%
지방뉴스3%
인사일반3%
정치일반3%
  • ‘착한 조례’를 향한 입법 전문가의 강의 노트[책의 향기 온라인]

    ◇착한 조례 만들기/유상조 지음/314쪽·2만5000원·시간의 물레과도한 사교육 시장이 대한민국 사회에 초래하는 문제를 지방분권이라는 헌법상 권력분점 제도로 해결할 수 있을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인 저자는 “그렇다”고 한다. “사교육의 유지 및 폐지 여부를 법률에서 조례로 위임해 주는 것이다. 대학도 학생 선발의 자유를 주는 등 사교육이 없는 지역에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교육 문제 해결에 천착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오랫동안 몸담은 입법 분야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법률적 수단인 조례가 무엇이며 공동체 다수를 위한 좋은 조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강의하듯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7-04
    • 좋아요
    • 코멘트
  • 적성맞는 일 즐기니 마음맞는 사람 만났다…영덕 청년마을이 전국 사업가 된 사연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서울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14일 오후 서울숲 가족마당에서는 제2회 전국 청년마을 패스티벌이 이틀간 일정의 막을 올렸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조성한 전국 39개 청년마을과 경상북도 대표들이 형형색색의 부스를 열고 구경온 시민들을 맞았다. 지역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고 보드타기 체험을 시켜주는 등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가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에게 전국 청년마을을 알리고 ‘한번 찾아와 주세요’라고 홍보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원래 공주와 울산 등에서 성과공유 활동으로 진행되던 이 모임을 서울에서 열자고 주장한 것은 2022년부터 청년마을협의체 회장을 맡고 있는 설동원 경북 영덕 ‘뚜벅이마을’ 대표였다.“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청년들에게 지역을 체험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게 청년마을의 취지인데 우리끼리만 지방에서 모이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제안을 했어요.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우리를 알리자는 것이지요.”그렇게 지난해 10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첫 패스티벌이 열렸다. 이곳에서 청년마을을 알게 된 서울 청년들이 여름과 가을에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올해는 6월로 시기를 앞당긴 것. 두 번의 행사 모두 설 대표와 그의 대학 1년 후배 장명석 대표가 이끌고 있는 ‘메이드인피플’ 사가 기획, 준비, 운영 등을 모두 맡아서 했다. 이 회사는 영덕에서는 자연 트레킹에 특화한 ‘뚜벅이마을’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대학, 기업 등의 행사 및 마케팅을 수행하는 문화기획사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궁리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은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기획 일이 재밌더라구요. 대학생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도 그런 행사들을 많이 기획하고 실행했거든요.”하지만 자신만의 적성을 찾아내 나의 일로 만드는 과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수학보다 국어를 잘했고, 남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문과성향’이 강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문과를 가게 됐을 때 겪게 될 취업난이 걱정됐던 아버지의 권유로, 2011년 대구에 있는 국립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본인의 관심은 ‘인간’과 ‘구체적인 경험’에 있지만 전자공학은 ‘사물’과 ‘추상적인 이론’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군에 다녀오고 졸업을 앞둔 2017년 큰 전자회사 인턴사원이 되어 오리엔테이션까지 갔다가 포기했습니다. 함께 모인 사람들을 보니 다들 진심이더라구요. 저는 그 정도로 진심도 아니고, 실력도 없으니, 코딩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인턴을 취소하고 시간이 남아 산티아고 둘레길에 걸으러 갔습니다. 다시 방황을 하게 된 거죠.”방황과 고민의 결과 ‘자유’와 ‘재미’, ‘성취’와 ‘책임’ 등 추구하고 싶은 가치를 충족하는 일을 찾기 위해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2017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여 2019년 법인을 설립, 2020년부터 경북 의성의 청춘구 행복동 프로그램으로 처음 로컬 사업에 발을 들였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얻은 영감으로 2021년 ‘영덕 뚜벅이마을’이라는 지역 트레킹 프로그램을 착안해 행안부의 청년마을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나의 길을 가게 되니 나와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곧 결혼해 인생의 동반자가 될 여자친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처음 만났다. 한 지역 성당에서 단체로 온 한국인들과 동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길잡이와 통역 등의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일행 중에 여자친구 남매가 있었던 것이다. 사업의 동반자인 장명석 대표와는 학생 캠프 프로그램에서 멘토와 멘티로 알게 되었다. 고민이 많았던 선배로서 후배들의 진로와 인생 상담을 하다 ‘우리 사업해보자’라는 도원결의에 이르렀다.“두 사람 다 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는 사람의 심리 같은 미시적인 걸 좋아하고 동적인 사람인데, 여자친구는 우주와 같은 거시적인 걸 좋아하고 늘 평온한 사람입니다. 또, 저는 즉흥적으로 일을 먼저 벌이는 성격이고 장명석 대표는 먼저 꼼꼼하게 따지고 계획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14일에도 설동원 대표는 이상민 장관 등 외빈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고, 대신 현장 운영을 챙기는 일은 장명석 대표가 도맡았다. 장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영역을 나눠 맡아 역할분담을 한다”고 자랑했다.“둘이 똑같으면 위아래가 생기지만 둘이 다르면 위아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조직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죠.” 이렇게 말하는 설 대표는 지난해 부산의 ‘이바구마을’과 함께 옷을 만드는 청년마을간 연합사업을 시작했다. ‘뚜벅이마을’의 기획력에 ‘이바구마을’의 디자인 및 유통 능력을 접목한 것. ‘뚜벅이마을’의 본업인 트레킹 프로그램은 최대한 시스템화하는 동시에 의류 사업, 행사 기획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하는 과정인 셈이다.설 대표와 장 대표는 후배들을 가르치는데도 관심이 많다. 지금도 모교 앞 회사 건물을 창업동아리에 공짜로 빌려주고 기회가 될 때마다 리더십과 창업 강연에 강사로도 나선다. 기획자와 경영자, 소통인, 리더이자 교육자. 적성을 일로 바꿔 삶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문과생’이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15
    • 좋아요
    • 코멘트
  • 취미를 일로 만들어 고향 살리는 청년 부부들…그들만의 파트너십 비결은?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충북 보은군 주민들에게 ‘라이더’들은 귀찮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보은과 청주를 연결하는 피반령을 비롯해 말티재, 수리티재, 대청호 둘레길 등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동네를 그저 지나가는 익명의 존재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라이더들이 지역에 머물며 주민들과 친분도 쌓고, 소비도 하도록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라이더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5년 전 고향인 회인면에 정착한 이경수 씨가 아이디어를 내자 친구 김한솔 씨가 맞장구를 쳤다. 2017년부터 대전에서 이씨와 함께 문화기획자로 함께 교류해온 김 씨는 열아홉 살 때부터 바이크를 타던 라이더였다.“그래. 라이더들을 위한 축제도 열고 모토캠핑(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캠핑을 즐기는 야외활동)도 열자. 라이더들도 마을을 즐기고, 마을 주민들은 지역특산물도 팔고 ‘불멍’을 위한 장작도 팔면 좋겠다.”보은군 회인면 일대에 조성된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o’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김씨가 가지고 있던 ‘삶은동네’라는 사업자를 가지고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2023년 청년마을 지원사업 에 선정됐다. 라이더들을 위한 카페 ‘라이드&브루’,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수리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라이더유치원’을 열었다. 청년들이 2박 3일 동안 지역살이를 하며 마을과 라이더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금토일캠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학교 운동장과 마을 광장을 임대해 지난해 10월 제1회 휠러스 페스티벌을 열었고, 올해는 6월 1일과 2일 1박 2일간 두 번째 축제를 열었다. 행사 협력기관도 지난해 4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페스티벌 첫 날인 1일 현지에서 만난 두 대표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두 번째 해보는 행사라 자신이 있었다. 아이들 자전거대회와 성인 자전거대회에는 전국에서 각각 130팀, 330팀이 참가신청을 했다. 특히 아이들 자전거대회는 부모님을 포함해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오는 경우가 있어 대회 관련 인원수만 약 1000여 명에 달했다. 회인중학교 운동장에는 일찍 도착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텐트를 치고 바이크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모토캠핑 커뮤니티 ‘개미귀신’의 김동욱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만큼 50팀 이상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주민들도 관심이 많았다. 두 대표와 함께 회인면 중앙리 거리를 오가는 동안 주민들이 “행사 잘 준비했냐” “오늘은 뭐를 하냐”며 관심을 나타냈다. 지역 부녀회, 청년회 등은 행사장 주변에 직접 식음료 부스를 열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회인은 조선시대에 회인현이었을만큼 큰 동네. 지금도 현감이 묵던 숙소인 동헌내아와 객사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방 인구 감소로 한때 1만 명이 넘던 주민이 지금의 1700여명으로 줄어들며 겨우 바닥을 친 상황이다. 사직단과 향교에다 풍림정사에 천주교 공소, 일제강점기 천재시인이라 불리던 오장환시인의 기념관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 공간들이 남아있었다. 골목골목을 돌며 마을 역사를 소개하던 이 대표가 곳곳에 세워진 점판암 돌담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릴 때부터 왠지 저 돌담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내도 이곳을 방문했다가 돌담에 푹 빠져서 ‘여기 와서 살자’고 결심을 하게 됐죠.” 그리고 지금 그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고향을 살리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바로 인근에 회인IC가 있고 2028년에 피반령 터널이 뚫려 청주와 이어지게 되면 교통 환경이 개선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적 유산들이 시너지를 내면 ‘아웃도어타운 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자유롭게 이동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 모터사이클을 탔던 김 대표는 지난해 로얄 엔필드 사가 만든 ‘클래식350’을 사서 회인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어 좋습니다. 아내가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을 반대했는데, 청년마을 사업을 하면서 다시 타는 것을 동의했어요. 이제는 일로서, 취향으로서 존중받고 있습니다.” 남편이 파트너인 아내와 함께 고향에 정착하고 이들이 또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불러들여 파트너가 되었다. 두 부부를 제외한 동료 네 명 중 두 명은 보은 주민이고, 다른 둘 역시 조만간 주민이 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회인을 공유주거 시범단지로도 지정해 청년들이 머물 숙소 건축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숙소가 늘어나면 축제를 보러 온 청년 및 라이더들이 한 달 살이를 넘어 아예 이곳에서 창업도 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것이 두 대표의 기대다. 취미를 일로 만든 행복한 사람 김 대표는 또 다른 청년 파트너들을 불러들일 행복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08
    • 좋아요
    • 코멘트
  • 청년을 부르는 지방 청년 리더십…“고흥에 오시면 정 이장을 찾으세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마음이 아픈 두 청년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장중한 씨. 고향인 부산에서 관련 사업을 하던 중 심장에 이상 신호가 왔다. 10년 전 어머니가 귀촌해 있던 전남 고흥으로 지난해 휴양을 왔다가 포두면 신촌마을 이장이던 정지영 씨를 만났다. “모자와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함께 하면서 그의 성실함과 기획력, 사고의 유연함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마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지원 사업에 응모하려던 정 이장은 장 씨를 기획팀장으로 전격 채용했다. 호남 최남단 고흥에 자리잡은 청년마을 ‘신촌꿈이룸마을’의 기획서가 탄생했고 최종 선정됐다. 정 이장의 선발 능력이 귀한 인연을 이룬 사례다.‘신촌꿈이룸마을’의 눈과 귀, 목소리를 담당하는 홍보팀장 김진우 씨도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방송일을 하던 그는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고 그로 인한 대인기피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전국의 청년마을 일곱 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마을이 바로 정 이장과 장 팀장이 막 런칭한 ‘신촌꿈이룸마을’이었다. 김 씨의 사진촬영감각과 영상편집 능력을 캐치한 정 이장이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던 것.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능력 뒤편이 있는 아픔을 알게 되었고, 활동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5월 18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해 준 장 팀장과 김 팀장은 얼굴에 건강이 넘쳐흘렀다. 표정과 말 속에는 나로호 발사장으로 유명해진 땅끝 고흥의 건강한 자연이 흠씬 묻어났다. 마복산과 비봉산, 고흥 바다에 둘러싸인 조용한 촌마을이 주는 아늑함. 자신의 재능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자기 효능감, 누군가 나의 내면을 알아보고 소통해준다는 안정감 등이 두 청년의 마음을 치유했던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소임을 주는 일. 청년마을을 이끌어가는 정 대표의 ‘인재 채용 리더십’이다. 정 대표 또한 험한 도시와 해외 생활을 뒤로 하고 2015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11년 동안 일본에서 관광 등 서비스업종에서 일했다. 한국와 일본 도시의 빌딩, 자동차, 네온사인…. 반복되는 일상에 번아웃이 찾아왔음을 느낀 그는 조상이 대대로 살아왔고 지금도 일가가 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 농사작업원, 태양광 공사장 일용직, 오이상하차, 농막 수리 등 다양한 일거리를 전전하면서 지방에서도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온 청년들과 마을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고 내 편으로 만드는 것과 동시에 고향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외지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콘텐츠 기획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의 농사, 취미, 공동작업 활동 등을 사진으로 남겨 외지에 사는 가족들이 찾는 명절에 마을 사진전을 열고 사진이 담긴 앨범과 달력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앵무새 체험장, 마굿간, 서핑스쿨 등 동료 정착 주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묶었다.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마을 편백숲 쉼터 조성, 신촌꿈이룸센터 건축 등 유무형의 마을 자산을 창출했다. 신촌마을 주민들은 이런 노력을 인정해 정 대표를 고흥에서 가장 어린 이장님(2022∼2023년) 으로 만들어 주었다.행안부가 2018년부터 조성한 전국 39개 청년마을 대표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동생 조카뻘인 20, 30대 대표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멘토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외부 협력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어떤 마을의 운영진은 어머니가 저보다 어렸어요. 처음엔 이질감도 많이 느꼈지만 젊은 에너지와 사업수완에 감탄하며 한편으론 뒤지지 않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로컬 생활을 미리 경험한 삼촌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상담자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관계자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는지, 나와 사업을 어떻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들어주어서 감사해요’ ‘주위에 선배님 같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고흥 지역의 다른 청년단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찾아 지역적 시너지를 내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그는 고흥군의 청년 공동체 지원사업 심사에 참여한 뒤 저녁 식사 자리에 합류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어 운영하는 ‘관광두레’ PD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고흥 지역사회의 중요 인물이 됐다. “어떤 것이 청년을 부르고 어떤 것이 떠나가게 하느냐”는 질문에 “사람”이라고 답했다.“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힘든 줄 모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아직 경험이 적을 뿐이지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로컬에서 꿈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관계를 통해 전달되는 응원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저녁 식사 자리 내내 정 대표와 장 팀장, 김 팀장 등은 최근 유명한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주제로 청년 체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토론을 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를 외치는 그들은 지역살이를 통한 청년들의 힐링을 넘어 정신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영적인 리더십’을 키워가는 것으로 보였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01
    • 좋아요
    • 코멘트
  • “인생의 ‘북극성’을 찾고 있나요? 강진 ‘어나더랜드’에서 함께 고민해 보아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모진 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20대 초반 내내 자신만의 ‘북극성’을 잃어버린 채 수많은 날들을 헤맨 청년이 있었다. 전남 땅끝 강진에서 청년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전지윤 대표. 부산에서 나고 자라는 내내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을 선망했고 바라던 데로 입학도 했지만, 학부 생활은 시작부터 방황의 연속이었다. 어디에서도 지지 않고 잘해 내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전공 공부부터 동아리 활동, 대외 활동 등 어느 것 빠지지 않고 열심을 다했지만 그럴수록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겉보기엔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활발하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듯했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이 늘 따라다녔다. 낯선 풍경밖에 없는 서울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고 처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온 생활도 생소하고 서툴기만 했다.“학업에서도 인생에서도 내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정말 주체적으로 10대를 보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토록 바라던 서울로, 대학으로 왔는데 오히려 방향을 잃은 것만 같았어요. 쉼 없이 선택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기 어려웠던 때이기도 했어요. 그 시기에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강의 시간에 해외 시장 조사를 하다가 소위 어떤 시장에서든 큰손으로 유명한 중국 상인들의 취향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던 순간은 전 씨의 이후 진로를 확연하게 바꾸어 놓았다. 미술품은 그중 하나였는데 태어나서 예체능 쪽은 전혀 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는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이 분야는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남을 수 있겠구나.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책임이 주어지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전 씨는 청담동 아트센터에서 도슨트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스펙 쌓기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도슨트 활동은 전 씨에게 오히려 경쟁에서 벗어나 새롭게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자유로웠고, 때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 비교적 적었으며, 이전보다 훨씬 삶의 속도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이 공부를 해야겠다!’ 미술사 전공 석사과정을 18학번으로 시작했다. 학사 때와는 달리 석사 과정은 즐거웠다.2020년 2월 졸업 무렵 코로나19가 번졌고, 작가가 가진 트라우마와 작품에 관해 연구하던 전 씨는 자연스럽게 인문학과 예술 작품을 매개로 한 사람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여러 제약에 갇혀버리게 된 환경. 그 안에서 예술이 그가 경험했듯 사람들에게 숨을 틔우는 한구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술치유 워크숍이라는 아이템으로 ‘넥스트 로컬’이라는 서울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남 강진을 처음 방문했고 2021년에는 강진에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치유 지도사 전문가 양성 과정과 예술 주간을 기획, 운영했다. 그렇게 지역에서 기반을 쌓기 시작하여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었고 지금의 ‘어나더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조금은 늦지만 자신의 북극성을 찾아 차근차근 그 빛을 따라 부산에서 서울로, 또 서울에서 강진으로 떠났다. 그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며 스스로 커리어를 개척해 온 케이스다.“자신만의 북극성을 찾고 있는 청년들이 강진에서 지역살이를 하며 스스로 삶의 기준을 정하고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다시금 매핑(mapping) 해보는 작업을 돕습니다. 어나더랜드의 운영진은 모두 인증 자격을 갖춘 코치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과 좌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중간중간에는 강진 고유의 문화, 역사 자원들을 새롭게 풀어낸 지역 경험 콘텐츠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진은 청자의 고장이고 다산 정약용이 유배되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북쪽 ‘개성상인’만큼 유명하고 기세가 대단했던 ‘병영상인’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습니다.”2022년 강진 청년마을 어나더랜드(구 병영창작상단)가 조성된 이후 5,000여 명이 다양한 기회로 방문했고, 100여 명의 청년 창작자들이 강진에서 체류하며 지역을 새롭게 만나고 더불어 교류했다. 참가자들은 따로 또 함께 자신만의 작업을 직접 기획하고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지역과 어우러지는 동안 흐릿하게나마 자신들만의 북극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중 강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친구들이나, 좀 더 이곳에 머물며 삶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 보고 싶었던 친구들은 강진에 남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진짜 프로젝트들에도 도전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강진 읍내에 있는 ‘남상객잔’이라는 숙소에 머물렀는데, 동시 거주 인원이 8명에 불과했다.‘프로그램이 끝나고 강진에서 살아보기에 진심이 된 친구들이 좀 더 이곳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들려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공모사업 소식에 강진군과 함께 도전했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의 응원까지 힘입어 선정되었던 사업이 작년 한 해 내내 부지런히 추진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 마침내 전라병영성 바로 앞에 ‘성하객잔’이 문을 열었다. 은하수 꼬리가 지나가는 전라병영성 앞에 위치해서 ‘별 아래 객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공유 주거 공간은 연고와 상관없이 이 마을과 사랑에 빠져 좀 더 긴 호흡으로 이곳에 머물러보고자 하는 청년들이 마을과 함께 수많은 접점을 경험하고 찾아나갈 터전이기도 하다.2022년 강진과 강원 영월, 경북 영덕 등 3곳에서 시작해 강원 홍천, 충북 보은, 경북 경주, 경남 의령과 함양 등 8곳으로 확대된 공유주거 시범사업 가운데 실제 건물이 준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준공식에 참석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공유주거 공간이 단순한 청년 주거 공간을 넘어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주민과의 상생과 교류의 장이자 젊은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어나더랜드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3년차가 되는 올해로 끝나게 돼 전 대표는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일부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타깃을 바꾸어 제안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 대표는 “어나더랜드는 지지 기반의 연결감으로 청년기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독립된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인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어나더랜드를 꼭 찾아주세요!”라고 말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25
    • 좋아요
    • 코멘트
  • “진정한 휴식(休食)이 있는 먹케이션 ‘고마워, 할매 ’로 초대합니다”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5월 5일 일요일 어린이날 정오 경남 함양군 삼휴마을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의 어버이날 잔치가 열렸다. 전체 25가구의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마을주민 2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엔 특별한 손님이 함께했다. 손녀뻘 되는 ‘숲속언니들’ 농업회사법인 박세원 대표(29) 등 직원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22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함양군 수동면, 병곡면 등 4개의 마을에서 활동했지만 ‘마을의 일원’으로서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을 이장님은 이참에 “어르신들게 사업을 소개해보라”고 기회를 줬다.“저희는 도시 청년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로컬, 음식, 휴식을 경험하도록 돕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로컬푸드와 식문화를 알아가고, 진정한 쉼을 찾아가죠. 앞으로 많은 청년이 마을에 방문해 하루에서 사흘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손녀처럼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박 대표가 이끄는 ‘숲속언니들’은 함양 할머니들의 음식 레시피를 활용한 지역살이로 출범했다. 이후 함양 삼휴마을 단양댁 할머니, 진해댁 할머니, 도천댁 할머니, 대천댁 할머니의 대대로 물려받은 레시피를 전수받아 향토 음식 만들기 교육이나 팝업식당 운영, 밀키트 기획 및 배송 등의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2년 동안 할머니와 청년 여성들이 협업한 결과 향토 음식 사업만으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결국 3년차인 올해 도시 청년들의 지역살이 프로그램으로 사업의 큰 방향을 다시 돌렸다. 군에서 빌려 쓰던 읍내 사무실을 정리하고 삼휴마을 내에 새 사무실과 도시 청년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 손실댁 할머니와 진해댁 할머니가 개인 사정으로 빈집이 된 자신들의 집 한 채씩을 저렴한 세로 내주었다. 사무실과 텃밭을 손보고 숙소를 리모델링해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손님맞이를 시작했다.‘숲속언니들’은 지역살이로 식사를 뜻하는 먹(食)과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인 ‘먹(食)케이션’을 내세웠다. 휴가지에서 로컬, 음식,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시즌별 프로그램 ‘먹케이션 - 봄 이야기’는 5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운영된다. 1인당 하루 8만 원의 숙박비이며 현재 6월까지 총 50여 명이 SNS 등을 보고 예약했다.방문객은 숙소와 함께 함양 할매 레시피로 만든 요리와 직접 키우고 수확한 제철 식재료로 가득 찬 아침 식사를 제공 받았다. 그 외 다양한 유료 프로그램들도 시골살이의 맛을 느끼게 해줬다. 할머니가 가꾸는 텃밭에서 제철 채소 ‘서리’하기, 할머니댁에서 요가 배우기, 시골 마을 풍경 그리기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신청해 즐겼다.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조모 씨는 “숙소도 너무 좋고, 푹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킬포(킬링포인트)가 많아서 뭐가 제일 좋았는지 쓰기도 어렵네요! 고마워, 할매 먹케이션이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함양 지역 향토 음식뿐만 아니라 로컬,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장시켰습니다. 방문하는 분들은 바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마을과 어르신들은 고령화로 비어있는 집들을 활용하면서 도시 청년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게 되는 거지요.” (박 대표)‘숲속언니들’이라는 회사 이름처럼 박 대표가 이끄는 사업의 참여자들은 모두 여성이다. 4명의 회사 직원도, 여기에 참여하는 함양 어르신들도, 지역살이 체험 대상자도 49세 이하 여성들로 제한된다. 박 대표가 이 길로 뛰어든 것도 전통장류기능보유자인 어머니 김청희 씨의 힘이 컸다. 창원에서 태어나 문화콘텐츠학과를 전공한 박 대표는 2020년 함양에 사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전통장류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부터 함께 사업을 키워나갔다.“할머니들과 어머니, 그리고 손녀이자 딸뻘인 청년들이 서로 협업하며 지역을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1인 가구 시대에 3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경험이기도 하구요.”무엇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도시 손녀 손자들이 고마워한다. 홍보담당인 김승현 씨는 “사업을 홍보하는 SNS에 단양댁 할머니와 함께 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더니 타지에 사는 친손녀가 ‘손주들이 해야 할 일인데 대신 함께 해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댓글을 달았을 때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18
    • 좋아요
    • 코멘트
  • “장승포에 청년 거리를 만드는 ‘퍼스트 펭귄’이 되겠어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그들의 사무실 로비엔 책이 가득했다. 2014년부터 만 10년 동안 해 온 지방 도시 재생사업의 순간들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이 벌써 15권이 넘는다. 박은진 공유를위한창조 대표는 “2019년 회사를 부산에서 거제로 옮길 당시를 기록한 ‘그냥 살아보자, 조그만 바닷가 동네에서’가 가장 아끼는 기록”이라고 소개했다.박 대표와 박정일 본부장 등은 당시 옥포대우조선소(현 한화오션)의 배후 주거지가 있는 경남 거제 장승포 1구 골목에 지금의 사무실을 냈다. 조선소가 경영 위기를 겪는 사이 마을과 골목 상권이 타격을 받았고 사람들이 떠나 거리에 차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2층짜리 단독주택 건물을 매입해 청년들이 머물며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아웃도어아일랜드’를 열었다. ‘outdoor’의 순우리말을 찾아 ‘밗’이라는 건물 이름도 지었다. 도시의 청년들이 찾아와 쉬고 놀고 일할 수 있는 공간. 지금까지 200여 명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지역살이와 워케이션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사연을 글과 사진으로 받아 또 여러 권의 책을 지었다.“우리는 과정 중심적으로 일합니다. 이 일을 왜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바로바로 기록합니다. 거제를 경험하고 간 청년들에게도 멋진 인생 기록이 되겠죠?” 이렇게 말하는 손유진 프로젝트 팀장을 합해 거제에 상주하는 직원은 모두 7명이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로 지정되면서 해양수산부와 거제시의 사업도 이어나가게 되었다. 인근에 공간 세 곳을 더 임대, 매입하여 ‘여가’와 ‘거가’ 등의 순우리말 이름으로 숙소와 식당, 공방과 회의공간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청년들이 거제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놀고 사색하고 회의하고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골목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는 셈이다. 밀양에 직원 11명을 따로 두고 폐교된 밀양대학교 재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장승포의 공동화는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생생한 사례다. 한 때 5만에 달했던 인구는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5000명 이하로 줄었다. 젊은 조선인들이 떠나면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됐다. 공동화 현상으로 집과 상가가 남아돌았다. 1년 이상 빈집이 전체의 30%에 육박했다.‘이곳에 청년들을 오게 하자. 캠핑과 낚시를 하고 사색과 힐링을 하며 지역살이를 체험하게 하자. 그렇게 늙고 침체된 항구도시 장승포의 골목을 살리자.’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이 부산 초량에서의 도시재생사업을 뒤로 하고 거제로 오게 된 이유다.“2008년에 대학에 입학해 도시계획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아일랜드에 살면서 커뮤니티 사업을 경험했고 한국에서 실천해보리라 결심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회사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2014년에 같은 생각을 가진 박 본부장님과 회사를 만들었어요.”박 대표는 자신 스스로를 ‘퍼스트 펭귄’이라고 말한다. 다들 주저하는 새로운 일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부딪히고 경험하며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이라는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에 ‘청년의 로컬 라이프’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고 남보다 먼저 뛰어든 셈이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윤을 내는 영리사업은 아직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돈을 버는데 신경을 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속도대로 천천히 생각을 펼쳐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역 재생 사업의 성공적인 전형을 먼저 만들고 싶어요.”75년생인 박 본부장도 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퍼스트 퍼스트 펭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회사로 밀양 주재 사원 세 명이 연휴를 즐기러 내려왔는데 박 본부장은 시장에서 사온 해산물로 손수 훌륭한 저녁 만찬을 준비해 청년 사원들을 대접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외부에서 온 청년과 활동가들이 뜻을 펼 수 있도록 리더로 대우해 주는 게 지역 재생 사업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큰 행정구역이 아니라 마을이나 골목 단위로 한 가지 특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몸은 중장년이지만 마음은 청년인 도시의 시니어들이 은퇴 후 지방에 내려와 청년들과 힘을 합치는 ‘브론즈 타운’도 꿈꾼다. 이들의 꿈이 또 어떤 책으로 엮여 나올지 기대된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11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좋은이웃봉사회, 탈북민 위한 나눔온정 행사 열어

    한국연합회 평신도실업인협회 산하 비영리법인 좋은이웃봉사회(회장 김만장)는 가정의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3일 경기서부하나센터(센터장 김성남) 교육관에서 경로 한마당을 열었다.경기서부하나센터는 과천, 광명, 부천, 시흥, 안양 등 경기서부권 5개 도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2020년 좋은이웃봉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어르신 건강하세효(孝)’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북한이탈주민 독거노인과 탈북민 가족 6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좋은이웃봉사회 회원들은 참석자들에게 발마사지를 봉사했다. 김성남 센터장은 “봉사회는 그 이름처럼 탈북민의 ‘좋은 이웃’이 되어 주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봉사회는 매년 겨울 김장김치를 담아주시고, 5월에는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북한이탈주민의 집을 청소하고, 20여 명의 단원이 정착도우미로 봉사하고 있다.김만장 회장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 회복은 물론, 남한 땅에서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작으나마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경기서부하나센터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좋은이웃봉사회는 오는 8월 인도네시아 1000명선교사훈련원(원장 정성용)을 방문해 현지 선교사들을 위한 발마사지 교육을 하는 등 해외선교에 나선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09
    • 좋아요
    • 코멘트
  • 전국 ‘청년마을’ 대표들이 이상민 장관에 “동생좀 낳아달라”고 한 까닭[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전국 39개 지역 ‘청년마을’ 대표들이 25, 26일 충남 아산에서 워크숍을 열고 올해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6월 14일 서울숲공원에서 ‘제2회 청년마을 페스티벌’을 열고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에게 자신들만의 다양한 경험과 콘텐츠, 서비스를 소개하고 초대장을 전한다.‘청년마을’ 사업은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전국 각 지역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시작됐다. 지역살이 탐색, 일거리 실험, 지역사회와 관계 맺기 등의 활동에 지난해 말까지 5105명이 참여해 638명이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뜻있는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수도권 국민들을 불러들여 ‘생활인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상황에 대응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청년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내 ‘청년마을’로 선정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비를 받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자문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협력해 청년 활동 공간조성과 사업 자금으로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마다 새로운 마을이 런칭됐지만 올해는 안전과 디지털 분야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기존 마을에 대한 지원만 이뤄진다.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6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청년마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시대를 이끌어 가는 청년 리더의 열정과 에너지가 지역소멸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에는 기존 마을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새로운 마을이 지원을 받아 탄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대표들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청년마을협의체’ 회장으로 경북 영덕의 ‘뚜벅이’ 마을을 이끌고 있는 설동원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동생 좀 낳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전국 39개 마을간 협업 비즈니스가 늘어나는 등 ‘청년마을’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단일 생태계로 심화 발전되고 있는 형국이다.이날 간담회에서 강원 강릉시 ‘강릉살자’ 마을 최지백 대표와 경북 의성군 ‘나만의-성’ 마을 권기효 대표가 기업과 대학 및 Z세대와의 연계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3년 넘게 자립해 마을을 운영 하고있는 전남 목포시 ‘괜찮아’ 마을 홍동우 대표와 충북 괴산군 ‘뭐하농’ 마을 이지현 대표 등 14개 마을 대표들에 인증현판을 수여했다. 충남 아산시 ‘DOGO온천’ 마을 최낙원 대표, 전남 고흥군 ‘신촌꿈이룸’ 마을 정지영 대표 등 24개 마을 대표들에게는 지정현판이 전달됐다. 6월 14일 페스티벌을 직접 기획 진행하는 설동원 대표는 “꼭 참석해 달라”며 티켓 두 장을 이 장관에게 선물했다. 동아닷컴은 연중 기획으로 ‘청년과 마을’ 코너를 열고 ‘청년마을’ 가족을 포함해 각 지역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청년들의 경험과 고민, 미래 비전 등을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4-27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유상조 씨 외 ‘2024년 지방세 이렇게 달라진다’ 출간

    유상조 국회 행정안전위윈회 수석전문위원과 윤여문 최한슬 입법조사관이 ‘2024년 지방세 이렇게 달라진다(박영사)’를 펴냈다. 국회 내에서 벌어진 지방세 개정 논의과정과 결과를 꼼꼼하게 전달하면서 지방세 제도에 대해 알린다. 법조문을 비교하고 분석한 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세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니다. 다만, 입법 관료인 저자들이 국회와 정부가 제출한 지방세 개정안을 검토하고 논의한 지난한 직의 기록이기도 하다. 서문에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주요 이슈에 ‘선보생각’이라고 하여 저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점이 이채롭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4-09
    • 좋아요
    • 코멘트
  • 역사를 바꾼 100책 外[책의향기 온라인]

    ● 역사를 바꾼 100책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EBS BOOKS)‘3000년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고전들-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사조의 전환을 일으킨 위대한 책.’ 거창한 부제에 걸맞게 분야별 대한민국의 대표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펴낸 책.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등 10명이 참여한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가 철학과 과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 역사 심리학 등 8개 분야에서 동서고금을 오가며 100개의 고전과 명작을 가려 뽑았다. 짧지만 함축적인 책 소개를 위해 강상진 서울대 철학과 교수 등 추가로 30명의 공동 집필진이 가세했다. 시대순으로 편집되어 작자 미상의 ‘우파니샤드’ 이후 우리 인류가 어떤 깨달음과 지혜를 축적하며 역사를 빚어 왔는지 알 수 있다. 학생과 성인을 막론하고 아직 읽지 못한 고전과 명작에 도전하기 위한 입문서로 적합하다. 수준 높은 독자라면 ‘그 책은 왜 명단에서 빠졌을까’, ‘이 책을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그 내용은 왜 언급되지 않았을까’하는 지적 의구심도 느낄 수 있게 한다.● 현자들의 죽음-소크라테스에서 붓다까지 (고미숙 지음·EBS BOOKS)고전문학 박사이자 고전평론가인 저자가 소크라테스와 장자, 마하트마 간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사리뿟따, 붓다 등 여덟 명의 동서고금 현자들에게서 죽음의 철학과 지혜를 찾아내 전한다.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 두려움에 피하기보다 적극적인 앎을 통해 삶의 의미도 깨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안병억 지음·페이퍼로드)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로 근무하다 유럽에 빠져 대학교수가 되는 동안 공부한 2000년 독일 역사를 주요한 사건 순서로 풀어놓은 책. 쉬운 글쓰기에 다양한 사진과 표가 돋보인다. 1, 2차 세계대전 도발과 패전, 분단의 참화를 딛고 유럽연합의 핵심으로 떠오른 독일의 진면목을 하루 만에 섭렵할 수 있다.신석호 전무 kyle@donga.com}

    • 2024-03-11
    • 좋아요
    • 코멘트
  • 자연의 섭리에서 찾는 인류 생존의 지혜…최재천 교수의 곤충사회[책의 향기 온라인]

    “과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펴낸 ‘최재천의 곤충사회(열림원, 280쪽)’ 1부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생물학자들이 가끔 하는 부질없는 내기 형식을 빌린 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온 25만년만큼을 절대 더 못 살 것이라는데 한 표를 건다. 우리는 “스스로 갈 길을 재촉하는, 스스로 자기 수명을 재촉하는, 스스로 자기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면서 사는” 어리석은 동물이기 때문이다.평생 동물세계를 연구하며 생각을 빚고 나눠온 그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악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벌을 비롯한 곤충이 사라져가는 지구적 위기의 근원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의한 지구적 다양성의 말살’에서 찾는다. DNA의 존재까지 알아버린 유일한 종인 이기적인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면서 산 파국적인 결과라는 것이다.최 교수는 자신이 일생을 바쳐 공부한 곤충, 동물, 자연에서 대안을 찾는다. 2부와 3부에서는 우리 인간이 수천만 년의 자연선택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거친 곤충사회, 자연의 탁월한 아이디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자고 주장한다. ‘생태적인 전환’을 통해 다른 모든 생명과 이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민벌레, 개미, 벌 등 동물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을 설파하며 인간에게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고 가르친다.2013년부터 10년 동안의 강의와 인터뷰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의대를 낙방하고 동물학을 전공한 뒤 유학을 떠나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공부 인생 회고록’으로도 읽힌다. 남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해야 1등이 될 수 있다 등등의 조언은 막 공부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교훈을 던진다.신석호 전무 kyle@donga.com}

    • 2024-02-27
    • 좋아요
    • 코멘트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그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지난해 말 동아닷컴 디지털뉴스본부로 한 권의 특별한 ‘일대기’가 배달됐다. ‘최초는 두렵지 않다-구지은, 아버지 구자학을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책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구자학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펴낸 아버지의 인생 기록이다. 막내딸인 구 부회장은 서문에서 “1주기를 맞아 아버지의 기록을 찾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렸다”고 고백했다.책 속에는 LG그룹 창업주 가문에서 태어나 삼성그룹 창업주 가문의 사위가 되고, 두 그룹의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한국 경제의 부흥을 주도한 구 명예회장의 삶이 가업을 이어받은 구 회장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펼쳐진다. 담백한 글과 다량의 사진으로 구성돼 단숨에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자원도, 돈도, 기술도 없던 시절 아이디어와 의지만으로 맨땅을 일군” 한 기업가의 일대기는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일대기의 구성상 이 책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주인공의 일생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과 교직해 만든 연표다. 서문 뒤에 붙은 네 쪽짜리 ‘구자학 타임라인 in history’은 구 명예회장이 태어난 1930년부터 별세한 2022년까지를 가로축으로 위쪽에는 개인의 일생이, 아래쪽에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 장면들이 기록됐다. “1980-럭키 대표이사 사장(개인), 1981-수출 200억 달러 돌파(역사), 1986-금성사 대표이사 사장(개인)-서울아시안게임(역사), 1999-아워홈 회장(개인)-반도체 빅딜(역사)’ 등등으로 이어지는 개인과 역사의 장단은 해방과 분단, 전쟁의 폐허 위에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큰 흐름을 묵묵히 걸어나간 한 기업가의 일생을 드러낸다.개인의 일생을 역사와 교직한 일대기의 형태를 강조한 것은 ‘내손자 3회’에서 소개한 미국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언론인이자 지식인인 고 다치바나 다카시 역시 생전인 2013년 펴낸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2018, 바다출판사)’의 부제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달았다. 한 개인의 삶은 그가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 즉 역사와 교직될 때 더 가치가 커진다고 본 점에서 니어링과 같다.그는 언론계를 은퇴한 뒤인 2008년 일본 릿쿄대가 개설한 ‘세컨 스테이지 대학교’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니어 학생들을 상대로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라는 강의를 진행했다. ‘자기 역사를 실제로 쓰는’ 즉, 자서전을 쓰도록 코칭하는 실무 교육이었다. 그는 교수로서의 경험과 결과물을 모아 묶은 이 책의 서문에서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이제부터 써내려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자기 역사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동시대의 구체적인 역사를 실마리로 삼아 돌이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사라고 할 수 있다(9페이지).”개인의 삶을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되짚어 본다는 의미도 크지만 자서전을 쉽게 쓰는 효과적인 하나의 방법론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기억은 연상 기억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마리만 제공해도 바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실마리는 그때그때 일어났던 커다란 사회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자기 역사를 쓸 때 가장 먼저 요구한 작업이 ‘자기 역사 연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 연표에는 반드시 시대배경을 별도의 틀로 만들어 기입하도록 했다.구 부회장이 이 책을 참고했는지는 모르나, 제대로 정확하게 다치바나의 지도를 따른 셈이다. 다만 구회장도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 좋은 일대기를 쓰기 위한 생전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구 회장은 서문에서 “그간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당신을 보내는 상가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이 책을 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책을 마치는 ‘감사의 글’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살고자 했던 분이라 당신 스스로 남긴 기록은 거의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분들의 증언을 들어야 했다. 어떤 일은 너무 오랜 기억이라 흐릿했고, 기억을 가진 분들이 세상을 떠난 경우도 많았다”고 술회했다. ‘기록될만한 삶을 살라. 그리고 그 삶을 미리미리 기록으로 남기라’는 충고가 새삼 강조되는 사례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1-21
    • 좋아요
    • 코멘트
  • “첫 사랑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40년 전 덴마크에서 온 시아버지의 엽서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인간 실존의 기본 구조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갖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실존적 인간은 고독하지요. 실존적 고독은 어떠한 상호 교제에 의해서도 극복될 수 없습니다. 진리 역시 그러하여 나와의 관계 속에서만이 진리인 것입니다.”1990년 봄학기 고려대 철학과 교양 선택과목인 ‘현대 철학 사상’ 강의실. 표재명 교수가 ‘실존주의’의 핵심인 개인의 고독과 진리의 주체성에 대해 역설했다. ‘유신론적 실존주의’로 불리는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어 권위자인 그는 ‘신 앞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홀로 서 있는 존재’라는 키에르케고어의 인간관을 ‘단독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표 교수 자신도 ‘단독자’로서의 실존적 고독을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이겨냈다. 그 해 8월 약혼자와 혼인을 앞둔 작은 아들 신익 씨를 돌연사로 잃었다. 원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거절한 뒤 오랜 시간 슬픔에 빠졌지만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다. 은퇴 후 명예교수로 지내던 70대 초반 파킨슨씨병을 얻었으나 역시 종교적 믿음으로 극복했다. 그러다 2016년 11월 요양병원에서 갑작스러운 폐렴을 만나 작고했다. 향년 83세였다.1996년 학술 저서 ‘키에르케고어 연구’로 열암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10여 권의 철학서를 펴냈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 것은 5주기인 2021년 11월이었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드림디자인)’라는 이름의 책이다. 고인이 생전에 키에그케고어를 공부하기 위해 덴마크에 갔던 경험을 모은 글, 대학신문과 잡지, 교회 등에 기고한 글들, 그를 추모하는 지인들이 쓴 글들 등을 모아 인생 연표와 함께 엮은 책이다.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에는 보통의 추모서적과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표 교수가 45세이던 1978년 7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교수로 단신 부임하는 동안 부인 안준실 씨(2023년 작고)와 큰 아들 신중 씨(2019년 작고), 딸 신희 씨, 작은 아들 신익 씨(1990년 작고)에게 보낸 수백 통의 엽서 편지들이다. 책의 2장에는 모두 83편의 엽서 편지 내용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1978년 12월 발신된 성탄절과 새해 인사의 내용은 이렇다.“첫 사랑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철없었던 때의 꿈이, 그리고 철들면서 품었던 삶에서의 꿈이 어떻게 저렇게 변모하면서 한 사람의 삶을 이끌고 전개시켜 나간다는 생각이. 착하고 꾿꾿하고 아름다운 꿈을 오는 성탄과 새해에 품기를 바란다. 1978.12 아빠가.”40여 년 전 덴마크에서 서울로 날아온 엽서 편지가 본인 사후 5년만에 인생 기록으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며느리인 박정원 이화여대 연구교수의 힘이 컸다. 12일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박 교수는 “결혼해서 남편이 보관하고 있던 엽서 편지를 보고 오래 전 먼 곳에서 가족을 챙기려는 한 인간으로서의 시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엽서들 속에 들어 있던 한 가족의 삶은, 며느리로서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삶의 고단함을 겪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위안이 되어주고, 초연하고 객관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표 교수 작고 후 남편 신중 씨와 박 교수는 5주기에 이 엽서들로 작고 아름다운 책을 내어 기념모임을 마련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중 씨 역시 3년 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박 교수는 시어머니와 올케 신희 씨 부부, 표 교수의 제자와 교회 지인 등의 도움으로 끝내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딸 신희 씨가 쓴 에필로그로 끝맺는 이 책에는 한 개인의 인생 기록이 다룰 수 있는 모든 ‘장르’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전 본인이 쓴 글과 사진, 그와 함께 했던 가족과 지인들이 쓴 글로 서술된 표 교수의 일생은 마지막 5장, ‘표재명의 삶과 저서’라는 제목의 16쪽짜리 연표로 깔끔하게 시각화된다. 남겨진 가족이 쓴 것이므로 표 교수의 삶을 함께 했던 가족의 생각도 은연중에 드러난다. 61세(1994년)를 다룬 연표 문단 중 “아들 표신중 내외의 뒤늦은 학업과 창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이후 부모에게 염려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에는 시부모에 대한 박 교수의 죄송스러움이 묻어있다.태어나서 현재까지 나의 삶을 연표로 정리하는 것은 자서전을 쓰는 작업의 기본이기도 하다. 인생 연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 5회는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부국장 kyle@donga.com}

    • 2023-10-15
    • 좋아요
    • 코멘트
  • ‘전원 속 조화로운 삶’ 글로 남긴 니어링 부부의 부창부수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미국의 스콧 니어링(1883∼1983)과 헬렌 니어링(1904∼1995) 부부는 함께 쓴 책 ‘조화로운 삶(1954)’을 통해 번잡한 도시 생활을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전세계인에게 설파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버몬트 주 외딴 오두막집에서 시골살이를 시작한 부부는 6·25전쟁이 벌어지던 1952년 역시 사람이 드문 메인주 바닷가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거기서 각자의 생을 마감했다.부부가 말한 조화로운 삶이란 대략 이렇다. 하루의 3분의 1은 스스로 먹을 채소를 가꾸며 땔감을 장만하고, 3분의 1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3분의 1은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그들보다 한 세기 먼저 메사추세츠 주 월든 호숫가 오두막집에 은거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뒤를 이은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은 2차 대전 이후 반전운동에 열광한 미국 젊은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그들은 각자의 삶을 여러 권의 책으로 남긴 글쓰기 고수들이었다. 함께 쓴 책이 7권, 스콧이 쓴 책이 51권, 헬렌이 쓴 책이 4권이니 모두 합하면 62권이다. 그중 두 권은 각자가 쓴 자신의 전기, 즉 자서전이다. 스콧의 것은 1972년에, 헬렌의 것은 20년 뒤인 1992년에 각각 출판되었다. 스콧에게 자서전을 쓰라고 설득한 것은 헬렌이었고, 헬렌의 자서전은 스콧의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부부가 상대의 인생을 함께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다.경제학자로서 사회개혁가이고 자유주의자였던 스콧은 아동 노동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지지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에 흥분했으나 이어진 전쟁의 광기에 비판적인 된 그는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운동에 앞장서다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 일로 그는 대학에서 쫓겨나고 아내와 아들과도 헤어져 살게 된다.그런 까닭에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진보주의적 관점에서의 시대 고발이자 자기 항변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해 그와 다른 이념과 신념을 가진 독자들은 마음 편하게 읽기 쉽지 않다. 하지만 스콧은 서문에서 ‘자서전 쓰기’에 관한 중요한 한 문단을 남겼다. 한 인생의 기록은 그 시대의 기록이어야 한다는, 좌우 이념과 동서 고금의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일반론을 설파한 것이다.“일반적으로 자서전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자신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이야기에만 국한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서전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고 전체의 일부로서 느끼고,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는 이 세가지 차원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쓸 이야기는 이 셋을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자서전은 한 개인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개인이 살아온 시대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스콧 니어링 자서전, 실천문학사, 2000년, 39-40쪽).”모든 개인은 특정한 한 시대를 살아간다. 예를 들어 만 60세를 기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한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산업화 시대’, 이어진 ‘민주화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데 초석을 닦은 ‘산업화 세대’, ‘넥타이 부대’가 상징하는 것처럼 20세기 신생국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한 ‘민주화 세대’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움직였던 그 시대의 기록을 각자의 자서전으로 남겨 후대에 전해주면 어떨까.정치적인 스콧의 자서전과는 달리 헬렌의 자서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1997년, 보리)’은 훨씬 비정치적이고 개인적이며 묘사적이다. 스콧은 자서전에서 전처 넬리와 아들 존과 로버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헬렌은 그의 자서전에서 남편의 전 식구들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긴다. 스콧은 버몬트와 메인에서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스콧의 디테일한 개인사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헬렌의 몫이었다. 헬렌의 자서전은 후반부로 갈수록 서술보다는 인용이 많아지는데 대부분은 스콧이 헬렌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글이다.“여기는 겨우 일주일만 있었고(숙박료는 7달러), 먹는 것은 날마다 잘 먹었소. 아침은 오렌지와 대추야자 몇 개, 점심은 양상추 1인분 또는 1인분 반, 사워크림과 꿀 약간, 저녁은 강연 뒤의 토마토주스. 이 밖에 하루 중 때때로 당근, 자몽, 사과 같은 과일로 만든 주스를 보통 작은 컵으로 얼마간 들었다오(‘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보리, 2022년 고침판. 143쪽).”1940년대 스콧이 미국 디트로이트에 강연을 하러가 보내온 편지를 인용하면서 헬렌은 “이 모두가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그 사람의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 스콧은 이념이 다른 맏아들 존과 잘 지내지 않았다. 미국의 자본주의와 세계대전 참전에 비판적이었던 스콧과 달리 존은 그것의 홍보에 앞장섰다. 아직 부자지간이 파탄나기 전인 1949년 12월 스콧은 존에게 편지로 이렇게 타일렀다.“어느 날 너는 깨어 일어나 네가 무엇을 해왔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네가 그것을 깨달아 남은 네 인생을 무언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돌리고, 천박하고 거짓되고 파괴적인 사회 환경에서 어린 것들(두 딸)을 구하는 데 쓰기를 간절히 바란다(위의 책, 179쪽).”왜 존의 편지는 소개하지 않는지, 스콧의 편지는 어떻게 남아있는지에 대해 헬렌은 이렇게 말한다. “스콧은 손으로 썼는데 나는 그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편지들은 종종 타자해 사본을 보관해 놓았다. 스콧은 몇십년 동안 자기에게 배달되는 모든 우편물은 없애 버리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손편지는 인간이 서로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그 일에 몰입하게 된다. 멀리 떨어진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지글 만큼이나 공이 들어간 개인사의 기록은 없을 것이다. 향후 자서전 쓰기를 고려한다면 내가 쓴 손편지는 복사해 보관해 놓는 것이 좋다.최근에는 대부분 e메일로 편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관하기가 더 편해졌다. ‘보낸 편지함’의 글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개인 역사의 기록이 될만한 것들은 컴퓨터의 별도 폴더에 복사해 저장해 놓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메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나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을 때, 술술 몇 장을 추가해 나갈 수 있는 완벽한 사료가 되는 것이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부국장 kyle@donga.com}

    • 2023-10-08
    • 좋아요
    • 코멘트
  • “유창하게 말하고 글 잘 쓰려면 000 키워야” 책 122권 낸 이시형 박사의 조언[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40대 후반에 시작한 책쓰기로 90세 가까운 지금까지 122권을 책을 낸 사람. 이시형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은 9월 8일 오후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자택 근처 호텔 커피숍에 나와 앉아 있었다. 다가서면서 보니 이 원장은 서류판에 꽃힌 흰색 A4용지에 만년필로 뭔가를 빠르게 쓰고 있었다. 몰입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해 인사를 하기가 어색할 정도였다.“선생님 뭘 그리 열심히 쓰고 계셨어요?”인사를 마친 뒤 바로 물었다. 2011년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세로토닌 드럼 클럽’을 시작한 그는 얼마 뒤 세로토닌문화원 교육위원회 관계자들과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만나기로 했다며 무슨 말을 할지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고 말했다.“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남들을 따라가기만 했어요. 따라가기는 쉬워요. 이제는 앞서가야 할 때예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따라가는 인재는 잘 키웠는데 앞서가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는 거에요. 위험도 무릅쓰고 실패도 하고 엉뚱한 가설도 세우고 그런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시스템이 잘 안 되어있어요.”그는 관련된 내용을 책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시절인 1982년 ‘배짱으로 삽시다’를 낸 뒤로 지난해 ‘신인류가 몰려온다’까지 122권의 책을 낸 그는 대한민국의 글쓰기 고수다. 올해에도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니 조만간 125권째 저서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파악한 이 원장의 글쓰기 요술 방망이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몽블랑 만년필 한 자루, 고급 노트 한 권, 서류판에 꽂은 A4용지들, 그리고 모든 것을 넣고 다니는 서류 가방이다. 이 원장은 언제 어디든 ‘문방사우’라할만한 이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혼자 있건 사람을 만나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는다. 그는 2021년 펴낸 ‘어른답게 삽시다’ 226페이지 ‘자전기(自傳記)를 쓰자’ 코너에 이렇게 주장했다.“일단 문방구나 서점에 가서 필기도구부터 사라. 좀 비싼 걸로 사라. 펜으로, 제 손으로 쓰는 게 좋다. 만년필은 몽블랑, 파버카스텔을 권한다. 제법 비싸다. 그러나 당신의 화려한 노년을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책은 몰스킨을 사라. 역시 비싸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야 할 가치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사놓았으니 그냥 놀리기가 아까워서라로 쓰게 되어있기 때문이다.”대화 중 취재한 놀라운 사실은 그가 글을 쓸 때 PC든 노트북이든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 예일대 유학시절 타이핑을 배웠고 한국에 PC가 처음 들어왔을 때 KT의 첫 시험 사용 대상자이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부터 글은 직접 손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컴맹입니다. 타이프는 잘 치지만 글은 내 손으로 써야 내 혼이 담길 것 같았어요. 글이란 나를 떠나 독자와 대화하는 것인데 혼이 발산되려면 내 손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내용이 말라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은 만년필로만 씁니다.”만년필로 글을 쓰는 단계는 이렇다. 우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서류판에 꽂은 A4용지에 휘갈겨 적는다. 우선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적는다. 다음엔 이렇게 적어놓은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고급 노트의 펼친 면 중 오른쪽 페이지에 적는다. 왼쪽은 일부러 비워놓는다. 오른쪽에 적어놓은 문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왼쪽에 적기 위해서다. 이렇게 노트의 오른쪽과 왼쪽이 채워지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새로운 노트에 완전한 문장으로 옮겨 적는다.“이렇게 네 번, 다섯 번 옮겨 적기 작업을 거친 뒤에 비서에게 줍니다. 내가 글씨를 날려서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못 읽는데, 비서는 귀신같이 알아보고 정리해서 출판사에 줍니다. 최근 모든 책을 이렇게 냈습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세 권도 마찬가지구요.”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이 원장은 ‘인풋(In-put)’도 잘 하고 ‘아웃풋(Out-put)’도 잘 하는 사람이다. 남의 생각도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자신의 생각도 말과 글로 잘 풀어놓는다. 그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인풋’은 잘 하는데 ‘아웃풋’은 어려워한다고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를 배운 뇌과학자로서 한국인들이 왜 말하기와 글쓰기, 즉 ‘아웃풋’을 어려워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뇌과학이 밝힌 것에 따르면 ‘인풋’은 뇌의 양 옆 측두엽이, ‘아웃풋’은 앞쪽의 전두엽이 관장합니다. 측두엽은 무언가를 잘 기억해서 쌓아놓아요. 이걸 전두엽이 잘 풀어서 ‘아웃풋’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린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하고 풀어 쓰지를 못해요. 측두엽에 쌓인 생각과 지식 등을 버무려서 ‘아웃풋’을 생산하는 작업 뇌(working memory)가 잘 발달하지 않은 거지요. 작업뇌를 자꾸 써야 전두엽이 발달하거든요.”그 역시 어린 시절엔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땐 일기도 안 썼다. 그런 그가 1982년 첫 저서 ‘배짱있게 삽시다’로 일약 글쓰기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 건 40대 후반에 찾아온 허리 디스크가 결정적이었다. 테니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리에 무리가 오자 누워 책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떠오르는 생각들 중 당대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낸 것.“한국 사람들이 ‘아웃풋’이 잘 안 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에게 마음은 가은데 ‘커피 한 잔 하자’고 못하는 것이지요. 거절당해도 믿져야 본전인데 말입니다. 말 한 마디에 죽겠느냐, 뭐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책에 풀어놓았어요.”책은 그를 정신과 의사로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책을 읽고 일테면 ‘한국의 쑥맥’들이 다 와서 저한테 와서 치료를 해 달라는 겁니다. 마음은 있는데 말도 행동도 잘 안되는 그들의 증상을 ‘대인공포증’이라고 이름지었어요. 환자가 하도 많아서 병원 마당에 경찰이 와서 표를 나눠줄 정도였어요. 그래서 여러 명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집단치료를 시작했지요. 세계 정신과 치료사상 처음이었어요.”말도 글도 청산유수인 그의 일생 자체가 스토리였다. 이미 낸 책 123권 중에 반드시 자서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과거 한 잡지사에서 내 이야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다 보니 거의 자전기가 되어 버렸어요. 가져왔는데 보니 뻥이 너무 많았어요. 내가 이야기할 때부터, 그리고 글로 적은 사람들이 초를 친거죠. ‘아하. 자전기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고 ‘없던 일로 하자. 내가 자전기를 쓸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어요. 다행히 흔쾌히 받아주었어요.”그런 그가 일생 첫 자전기를 낸다. 지난해 122권째 책인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냈던 출판사 ‘특별한 서재’에서 원고를 받아 제작하고 있다. “나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내기로 했어요. 네 다섯 살 쯤 할머니에게 혼나고 감나무 아래에 묶인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이후 전 일생을 이야기로 풀어서 출판사에 줬는데, 출판사가 그러면 너무 밋밋하니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나의 해결책이 무었인지 풋노트를 달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일기도 쓰기 싫어했던 시골 소년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120여 권의 책쓰기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10-01
    • 좋아요
    • 코멘트
  •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내손자 클럽]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감이 되는 인생의 기록을 잘 모아두는 게 절반입니다. 자서전 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나이 90이 가깝지만 책과 유튜브를 통해 ‘죽을 때까지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노인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평생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처방해 온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최근 40여 년 동안 23권의 책을 썼는데 2013년 나온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는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10년 만인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이근후STUDIO’ 등을 통해 구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7일 오후 종로구에 있는 가족아카데미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일까?“내 책이 영국의 권위있는 펭귄출판사를 통해서 1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가 나온 뒤 2019년에 낸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 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메이븐)’이라는 책인데, 올해 4월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고 지금 독일어판은 표지까지 나온 상태입니다.”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어떻게 잘 늙어갈까’에 대한 한국 정신과 의사의 방법론이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15개 나라 등의 언어로 읽혀진다는 건 뜻밖의 ‘뉴스’였다. 이 교수가 즐거울만 했다. 그는 “내가 늙어서 이런 즐거운 일이 생긴 건 운인데, 그 운이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며 오래 전 맺은 한 환자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미국 보스톤 교민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갔어요. 한 부부가 뉴욕에서 지방도로로 일곱 시간 차를 몰아서 왔다며 강연을 듣고 나한테 식사까지 대접하는 거에요. 그래 ‘나와 인연이 있느냐’고 했더니 오래 전에 부인의 언니가 한국에서 나한테 치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마 치료가 잘 되었던가 봅니다.”부부와 함께 온 딸이 미국에서 출판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 교수의 책이 번역대상으로 검토되었고 최근 결실을 이룬 것이다. 인연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이 전세계에 독자들에게 이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경북대 의대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공부한 이 교수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정신과 의사지만 인간 정신에 내재된 신성, 모든 일에 원인이 있다는 ‘연기론’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머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유머’라며 이야기를 이었다.“내가 그런 좋은 인연을 맺고 말년에 행복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찾아냈어요. 군의관 시절에 한 시골 동네에서 ‘신기’가 있어 불행하다는 여성을 상담해 준 적이 있어요. 자기가 말만 뱉으면 현실이 된다는 거예요. 그 여성이 상담을 끝낸 뒤 나가면서 ‘내가 한마디만 해 주겠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년에 잘 되려면 이름을 이근후에서 이근우로 바꾸라’는 거에요. 그땐 웃고 말았죠. 근데 나중에 후배가 나한테 이메일을 지어주면서 이름을 ‘Kun Hu’가 아니라 ‘Kun Woo’로 지어왔어요. 그게 지금의 복이 된 거 같아요. 하하.”이 교수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말을 재미있게 하고 그 말을 풀면 그대로 책이 되는 그런 부류. 그의 책이 이야기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자신의 일과 취미, 가족 등 일상을 소재로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고 있어서 “그 많은 인생의 장면들을 기록하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나에 대한 기록이 없어요. 내가 환자들 상담하면서 엄청난 기록을 만들었지만 정작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당시 처음 나온 노트북을 들고 가서 며칠 기록한 게 있는데 지금은 어디 저장해 놨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 책에는 몇 년 봄 가을 정도라고 쓰지 몇월 며칠 이런 팩트가 몇 개 밖에는 없어요. 적어놓지 않아서 나도 모르니까. 만약 내가 잘 기록했다면 정확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수가 없어요.”젊어서부터 등산이 취미였던 그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을 찾아 등산도 하고 봉사활동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틈만 나면 앉아서 자신의 등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등반안내서도 외국인들이 쓴 것이 한국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자서전을 쓰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갖춘 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쓴 책은 그것이 없는 그저 ‘신변잡기’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래서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을.그런 이 교수에게 인생 기록 비법이 있다면 바로 사진촬영이다. 등산 못지않게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망원렌즈까지 갖춘 제대로 된 사진기를 메고 등산을 다녔다. 그의 사무실 책장 가장 좋은 곳에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1982년 4월 네팔에서 만나 찍은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6.25전쟁 당시인 경북고 2학년 재학 때 힐러리 경의 등반 성공 사실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통해 듣고 “여러분도 에드먼드 힐러리처럼 웅지를 가지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힐러리 경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당시의 기억을 지속하도록 해줬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의 한 챕터로 기록되도록 도왔다. 나중에 이 교수는 이 사진을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다시 ‘백살까지 유쾌하게’에 기록했다.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직 찍기는 전문 사진가의 손에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취미가 되었다. 페이스북이 지고 인스타그램이 뜨는 것이 상징하듯 요즘 SNS는 글 위주에서 사진 위주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당장 기록하기 힘들더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남기면 좋다.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정보들은 나중에라도 나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낸다. 한 장의 사진에 짧더라도 설명을 남겨놓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인생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잘 찍는 것만큼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분실하거나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과거 네팔 봉사활동에 가면 보통 필름 100통을 찍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파일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었다. 그를 방문했을 때 사무실 서재에는 그렇게 만든 파일들이 나란히 이름을 보이고 있었다.디지털 사진도 보관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주기적으로 PC나 노트북, 외장하드에 다운받아 저장해야 한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기별로 아니면 이벤트별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놓아야 나중에 찾기가 쉽다. 예를 들어 2023년 폴더에 1월, 2월 등으로 나눠 넣거나 ‘가족 추석 행사-2023년 9월’ 등으로 저장해 놓으면 좋다. ※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 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9-17
    • 좋아요
    • 코멘트
  • 서애학회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 학술회의 개최

    서애학회는 13일 오후 2시 반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애 류성룡과 충무공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제1부 학술회의에서는 ‘위대한 만남 그리고 대한민국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음양이론으로 본 임진왜란의 전개과정-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을 중심으로(백권호 서울종합과학대학원대학 석좌교수)’,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박정규, 전 해군대 교수)’ 등 세 편의 논문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제2부 사단법인 서애학회 창립총회에서는 민간단체인 서애학회를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발족시키고 초대회장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후임으로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을 회장으로 선임한다. 서 신임 회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북한사회와 남북관계를 주로 연구했다. ‘또 하나의 북한사회’, ‘주체사상의 이반’ 등 20권의 책을 저술했다. 원장 퇴임 후 리더십 코칭 분야에 투신해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한 코칭 프로그램인 ‘아들러 리더십 코칭’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9-12
    • 좋아요
    • 코멘트
  • [온라인 라운지]4050세대를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 출간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실이 평생 현역 시대를 살아가야 할 4050세대를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평생 일자리)’을 펴냈다. 무크지 형식의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dice@11pm’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정부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부터 다양한 전직 사례, 노후에 추천되는 직종 정보, 창업을 위한 고려사항 등을 담았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일자리 서비스 정보도 담겼다. 트렌드와 가이드, 체험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녹여냈다.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지면에 담지 못한 더 자세한 정보에 닿을 수 있다.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종훈 편집인은 “‘dice@11pm’은 주사위의 여섯 면과 같은 여섯 개 파트에 밤 11시 일과를 마치고 펼쳐보기 쉬운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 거주 등의 정보를 담은 시리즈 계속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7-18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