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신석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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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석호 전무입니다.

kyle@donga.com

취재분야

2024-04-16~2024-05-16
남북한 관계44%
문학/출판30%
사회일반7%
인사일반7%
정치일반3%
문화 일반3%
언론3%
교육3%
  • “장승포에 청년 거리를 만드는 ‘퍼스트 펭귄’이 되겠어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그들의 사무실 로비엔 책이 가득했다. 2014년부터 만 10년 동안 해 온 지방 도시 재생사업의 순간들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이 벌써 15권이 넘는다. 박은진 공유를위한창조 대표는 “2019년 회사를 부산에서 거제로 옮길 당시를 기록한 ‘그냥 살아보자, 조그만 바닷가 동네에서’가 가장 아끼는 기록”이라고 소개했다.박 대표와 박정일 본부장 등은 당시 옥포대우조선소(현 한화오션)의 배후 주거지가 있는 경남 거제 장승포 1구 골목에 지금의 사무실을 냈다. 조선소가 경영 위기를 겪는 사이 마을과 골목 상권이 타격을 받았고 사람들이 떠나 거리에 차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2층짜리 단독주택 건물을 매입해 청년들이 머물며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아웃도어아일랜드’를 열었다. ‘outdoor’의 순우리말을 찾아 ‘밗’이라는 건물 이름도 지었다. 도시의 청년들이 찾아와 쉬고 놀고 일할 수 있는 공간. 지금까지 200여 명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지역살이와 워케이션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사연을 글과 사진으로 받아 또 여러 권의 책을 지었다.“우리는 과정 중심적으로 일합니다. 이 일을 왜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바로바로 기록합니다. 거제를 경험하고 간 청년들에게도 멋진 인생 기록이 되겠죠?” 이렇게 말하는 손유진 프로젝트 팀장을 합해 거제에 상주하는 직원은 모두 7명이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로 지정되면서 해양수산부와 거제시의 사업도 이어나가게 되었다. 인근에 공간 세 곳을 더 임대, 매입하여 ‘여가’와 ‘거가’ 등의 순우리말 이름으로 숙소와 식당, 공방과 회의공간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청년들이 거제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놀고 사색하고 회의하고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골목 자체를 바꿔나가고 있는 셈이다. 밀양에 직원 11명을 따로 두고 폐교된 밀양대학교 재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장승포의 공동화는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생생한 사례다. 한 때 5만에 달했던 인구는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5000명 이하로 줄었다. 젊은 조선인들이 떠나면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됐다. 공동화 현상으로 집과 상가가 남아돌았다. 1년 이상 빈집이 전체의 30%에 육박했다.‘이곳에 청년들을 오게 하자. 캠핑과 낚시를 하고 사색과 힐링을 하며 지역살이를 체험하게 하자. 그렇게 늙고 침체된 항구도시 장승포의 골목을 살리자.’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이 부산 초량에서의 도시재생사업을 뒤로 하고 거제로 오게 된 이유다.“2008년에 대학에 입학해 도시계획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아일랜드에 살면서 커뮤니티 사업을 경험했고 한국에서 실천해보리라 결심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회사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2014년에 같은 생각을 가진 박 본부장님과 회사를 만들었어요.”박 대표는 자신 스스로를 ‘퍼스트 펭귄’이라고 말한다. 다들 주저하는 새로운 일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부딪히고 경험하며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이라는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에 ‘청년의 로컬 라이프’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고 남보다 먼저 뛰어든 셈이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윤을 내는 영리사업은 아직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돈을 버는데 신경을 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속도대로 천천히 생각을 펼쳐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역 재생 사업의 성공적인 전형을 먼저 만들고 싶어요.”75년생인 박 본부장도 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퍼스트 퍼스트 펭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회사로 밀양 주재 사원 세 명이 연휴를 즐기러 내려왔는데 박 본부장은 시장에서 사온 해산물로 손수 훌륭한 저녁 만찬을 준비해 청년 사원들을 대접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외부에서 온 청년과 활동가들이 뜻을 펼 수 있도록 리더로 대우해 주는 게 지역 재생 사업 성공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큰 행정구역이 아니라 마을이나 골목 단위로 한 가지 특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몸은 중장년이지만 마음은 청년인 도시의 시니어들이 은퇴 후 지방에 내려와 청년들과 힘을 합치는 ‘브론즈 타운’도 꿈꾼다. 이들의 꿈이 또 어떤 책으로 엮여 나올지 기대된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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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좋은이웃봉사회, 탈북민 위한 나눔온정 행사 열어

    한국연합회 평신도실업인협회 산하 비영리법인 좋은이웃봉사회(회장 김만장)는 가정의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3일 경기서부하나센터(센터장 김성남) 교육관에서 경로 한마당을 열었다.경기서부하나센터는 과천, 광명, 부천, 시흥, 안양 등 경기서부권 5개 도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2020년 좋은이웃봉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호 발전을 위한 교류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어르신 건강하세효(孝)’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북한이탈주민 독거노인과 탈북민 가족 60여 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좋은이웃봉사회 회원들은 참석자들에게 발마사지를 봉사했다. 김성남 센터장은 “봉사회는 그 이름처럼 탈북민의 ‘좋은 이웃’이 되어 주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봉사회는 매년 겨울 김장김치를 담아주시고, 5월에는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북한이탈주민의 집을 청소하고, 20여 명의 단원이 정착도우미로 봉사하고 있다.김만장 회장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유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 회복은 물론, 남한 땅에서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작으나마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경기서부하나센터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좋은이웃봉사회는 오는 8월 인도네시아 1000명선교사훈련원(원장 정성용)을 방문해 현지 선교사들을 위한 발마사지 교육을 하는 등 해외선교에 나선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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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청년마을’ 대표들이 이상민 장관에 “동생좀 낳아달라”고 한 까닭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전국 39개 지역 ‘청년마을’ 대표들이 25, 26일 충남 아산에서 워크숍을 열고 올해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6월 14일 서울숲공원에서 ‘제2회 청년마을 페스티벌’을 열고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에게 자신들만의 다양한 경험과 콘텐츠, 서비스를 소개하고 초대장을 전한다.‘청년마을’ 사업은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전국 각 지역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시작됐다. 지역살이 탐색, 일거리 실험, 지역사회와 관계 맺기 등의 활동에 지난해 말까지 5105명이 참여해 638명이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뜻있는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수도권 국민들을 불러들여 ‘생활인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상황에 대응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청년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내 ‘청년마을’로 선정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비를 받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자문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협력해 청년 활동 공간조성과 사업 자금으로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마다 새로운 마을이 런칭됐지만 올해는 안전과 디지털 분야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기존 마을에 대한 지원만 이뤄진다.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6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청년마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시대를 이끌어 가는 청년 리더의 열정과 에너지가 지역소멸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에는 기존 마을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새로운 마을이 지원을 받아 탄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대표들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청년마을협의체’ 회장으로 경북 영덕의 ‘뚜벅이’ 마을을 이끌고 있는 설동원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동생 좀 낳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전국 39개 마을간 협업 비즈니스가 늘어나는 등 ‘청년마을’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단일 생태계로 심화 발전되고 있는 형국이다.이날 간담회에서 강원 강릉시 ‘강릉살자’ 마을 최지백 대표와 경북 의성군 ‘나만의-성’ 마을 권기효 대표가 기업과 대학 및 Z세대와의 연계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3년 넘게 자립해 마을을 운영 하고있는 전남 목포시 ‘괜찮아’ 마을 홍동우 대표와 충북 괴산군 ‘뭐하농’ 마을 이지현 대표 등 14개 마을 대표들에 인증현판을 수여했다. 충남 아산시 ‘DOGO온천’ 마을 최낙원 대표, 전남 고흥군 ‘신촌꿈이룸’ 마을 정지영 대표 등 24개 마을 대표들에게는 지정현판이 전달됐다. 6월 14일 페스티벌을 직접 기획 진행하는 설동원 대표는 “꼭 참석해 달라”며 티켓 두 장을 이 장관에게 선물했다. 동아닷컴은 연중 기획으로 ‘청년과 마을’ 코너를 열고 ‘청년마을’ 가족을 포함해 각 지역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청년들의 경험과 고민, 미래 비전 등을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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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유상조 씨 외 ‘2024년 지방세 이렇게 달라진다’ 출간

    유상조 국회 행정안전위윈회 수석전문위원과 윤여문 최한슬 입법조사관이 ‘2024년 지방세 이렇게 달라진다(박영사)’를 펴냈다. 국회 내에서 벌어진 지방세 개정 논의과정과 결과를 꼼꼼하게 전달하면서 지방세 제도에 대해 알린다. 법조문을 비교하고 분석한 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세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니다. 다만, 입법 관료인 저자들이 국회와 정부가 제출한 지방세 개정안을 검토하고 논의한 지난한 직의 기록이기도 하다. 서문에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주요 이슈에 ‘선보생각’이라고 하여 저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점이 이채롭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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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를 바꾼 100책 外[책의향기 온라인]

    ● 역사를 바꾼 100책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EBS BOOKS)‘3000년 인류사의 전환점이 된 고전들-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사조의 전환을 일으킨 위대한 책.’ 거창한 부제에 걸맞게 분야별 대한민국의 대표 지식인들이 힘을 모아 펴낸 책.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등 10명이 참여한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가 철학과 과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예술 역사 심리학 등 8개 분야에서 동서고금을 오가며 100개의 고전과 명작을 가려 뽑았다. 짧지만 함축적인 책 소개를 위해 강상진 서울대 철학과 교수 등 추가로 30명의 공동 집필진이 가세했다. 시대순으로 편집되어 작자 미상의 ‘우파니샤드’ 이후 우리 인류가 어떤 깨달음과 지혜를 축적하며 역사를 빚어 왔는지 알 수 있다. 학생과 성인을 막론하고 아직 읽지 못한 고전과 명작에 도전하기 위한 입문서로 적합하다. 수준 높은 독자라면 ‘그 책은 왜 명단에서 빠졌을까’, ‘이 책을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그 내용은 왜 언급되지 않았을까’하는 지적 의구심도 느낄 수 있게 한다.● 현자들의 죽음-소크라테스에서 붓다까지 (고미숙 지음·EBS BOOKS)고전문학 박사이자 고전평론가인 저자가 소크라테스와 장자, 마하트마 간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사리뿟따, 붓다 등 여덟 명의 동서고금 현자들에게서 죽음의 철학과 지혜를 찾아내 전한다.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 두려움에 피하기보다 적극적인 앎을 통해 삶의 의미도 깨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안병억 지음·페이퍼로드)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로 근무하다 유럽에 빠져 대학교수가 되는 동안 공부한 2000년 독일 역사를 주요한 사건 순서로 풀어놓은 책. 쉬운 글쓰기에 다양한 사진과 표가 돋보인다. 1, 2차 세계대전 도발과 패전, 분단의 참화를 딛고 유럽연합의 핵심으로 떠오른 독일의 진면목을 하루 만에 섭렵할 수 있다.신석호 전무 kyle@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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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의 섭리에서 찾는 인류 생존의 지혜…최재천 교수의 곤충사회[책의 향기 온라인]

    “과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펴낸 ‘최재천의 곤충사회(열림원, 280쪽)’ 1부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생물학자들이 가끔 하는 부질없는 내기 형식을 빌린 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온 25만년만큼을 절대 더 못 살 것이라는데 한 표를 건다. 우리는 “스스로 갈 길을 재촉하는, 스스로 자기 수명을 재촉하는, 스스로 자기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면서 사는” 어리석은 동물이기 때문이다.평생 동물세계를 연구하며 생각을 빚고 나눠온 그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악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벌을 비롯한 곤충이 사라져가는 지구적 위기의 근원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의한 지구적 다양성의 말살’에서 찾는다. DNA의 존재까지 알아버린 유일한 종인 이기적인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면서 산 파국적인 결과라는 것이다.최 교수는 자신이 일생을 바쳐 공부한 곤충, 동물, 자연에서 대안을 찾는다. 2부와 3부에서는 우리 인간이 수천만 년의 자연선택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거친 곤충사회, 자연의 탁월한 아이디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자고 주장한다. ‘생태적인 전환’을 통해 다른 모든 생명과 이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민벌레, 개미, 벌 등 동물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을 설파하며 인간에게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고 가르친다.2013년부터 10년 동안의 강의와 인터뷰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의대를 낙방하고 동물학을 전공한 뒤 유학을 떠나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공부 인생 회고록’으로도 읽힌다. 남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해야 1등이 될 수 있다 등등의 조언은 막 공부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교훈을 던진다.신석호 전무 kyle@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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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그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지난해 말 동아닷컴 디지털뉴스본부로 한 권의 특별한 ‘일대기’가 배달됐다. ‘최초는 두렵지 않다-구지은, 아버지 구자학을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책은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구자학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펴낸 아버지의 인생 기록이다. 막내딸인 구 부회장은 서문에서 “1주기를 맞아 아버지의 기록을 찾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렸다”고 고백했다.책 속에는 LG그룹 창업주 가문에서 태어나 삼성그룹 창업주 가문의 사위가 되고, 두 그룹의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한국 경제의 부흥을 주도한 구 명예회장의 삶이 가업을 이어받은 구 회장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펼쳐진다. 담백한 글과 다량의 사진으로 구성돼 단숨에 술술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자원도, 돈도, 기술도 없던 시절 아이디어와 의지만으로 맨땅을 일군” 한 기업가의 일대기는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일대기의 구성상 이 책에는 특별한 부분이 있다. 주인공의 일생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과 교직해 만든 연표다. 서문 뒤에 붙은 네 쪽짜리 ‘구자학 타임라인 in history’은 구 명예회장이 태어난 1930년부터 별세한 2022년까지를 가로축으로 위쪽에는 개인의 일생이, 아래쪽에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 장면들이 기록됐다. “1980-럭키 대표이사 사장(개인), 1981-수출 200억 달러 돌파(역사), 1986-금성사 대표이사 사장(개인)-서울아시안게임(역사), 1999-아워홈 회장(개인)-반도체 빅딜(역사)’ 등등으로 이어지는 개인과 역사의 장단은 해방과 분단, 전쟁의 폐허 위에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큰 흐름을 묵묵히 걸어나간 한 기업가의 일생을 드러낸다.개인의 일생을 역사와 교직한 일대기의 형태를 강조한 것은 ‘내손자 3회’에서 소개한 미국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언론인이자 지식인인 고 다치바나 다카시 역시 생전인 2013년 펴낸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2018, 바다출판사)’의 부제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달았다. 한 개인의 삶은 그가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 즉 역사와 교직될 때 더 가치가 커진다고 본 점에서 니어링과 같다.그는 언론계를 은퇴한 뒤인 2008년 일본 릿쿄대가 개설한 ‘세컨 스테이지 대학교’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니어 학생들을 상대로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라는 강의를 진행했다. ‘자기 역사를 실제로 쓰는’ 즉, 자서전을 쓰도록 코칭하는 실무 교육이었다. 그는 교수로서의 경험과 결과물을 모아 묶은 이 책의 서문에서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이제부터 써내려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자기 역사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동시대의 구체적인 역사를 실마리로 삼아 돌이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사라고 할 수 있다(9페이지).”개인의 삶을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되짚어 본다는 의미도 크지만 자서전을 쉽게 쓰는 효과적인 하나의 방법론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기억은 연상 기억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마리만 제공해도 바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가장 좋은 실마리는 그때그때 일어났던 커다란 사회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자기 역사를 쓸 때 가장 먼저 요구한 작업이 ‘자기 역사 연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 연표에는 반드시 시대배경을 별도의 틀로 만들어 기입하도록 했다.구 부회장이 이 책을 참고했는지는 모르나, 제대로 정확하게 다치바나의 지도를 따른 셈이다. 다만 구회장도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 좋은 일대기를 쓰기 위한 생전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구 회장은 서문에서 “그간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당신을 보내는 상가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이 책을 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책을 마치는 ‘감사의 글’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살고자 했던 분이라 당신 스스로 남긴 기록은 거의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분들의 증언을 들어야 했다. 어떤 일은 너무 오랜 기억이라 흐릿했고, 기억을 가진 분들이 세상을 떠난 경우도 많았다”고 술회했다. ‘기록될만한 삶을 살라. 그리고 그 삶을 미리미리 기록으로 남기라’는 충고가 새삼 강조되는 사례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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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사랑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40년 전 덴마크에서 온 시아버지의 엽서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인간 실존의 기본 구조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갖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실존적 인간은 고독하지요. 실존적 고독은 어떠한 상호 교제에 의해서도 극복될 수 없습니다. 진리 역시 그러하여 나와의 관계 속에서만이 진리인 것입니다.”1990년 봄학기 고려대 철학과 교양 선택과목인 ‘현대 철학 사상’ 강의실. 표재명 교수가 ‘실존주의’의 핵심인 개인의 고독과 진리의 주체성에 대해 역설했다. ‘유신론적 실존주의’로 불리는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어 권위자인 그는 ‘신 앞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홀로 서 있는 존재’라는 키에르케고어의 인간관을 ‘단독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표 교수 자신도 ‘단독자’로서의 실존적 고독을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이겨냈다. 그 해 8월 약혼자와 혼인을 앞둔 작은 아들 신익 씨를 돌연사로 잃었다. 원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거절한 뒤 오랜 시간 슬픔에 빠졌지만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다. 은퇴 후 명예교수로 지내던 70대 초반 파킨슨씨병을 얻었으나 역시 종교적 믿음으로 극복했다. 그러다 2016년 11월 요양병원에서 갑작스러운 폐렴을 만나 작고했다. 향년 83세였다.1996년 학술 저서 ‘키에르케고어 연구’로 열암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10여 권의 철학서를 펴냈지만 그의 인생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 것은 5주기인 2021년 11월이었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드림디자인)’라는 이름의 책이다. 고인이 생전에 키에그케고어를 공부하기 위해 덴마크에 갔던 경험을 모은 글, 대학신문과 잡지, 교회 등에 기고한 글들, 그를 추모하는 지인들이 쓴 글들 등을 모아 인생 연표와 함께 엮은 책이다.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에는 보통의 추모서적과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표 교수가 45세이던 1978년 7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교수로 단신 부임하는 동안 부인 안준실 씨(2023년 작고)와 큰 아들 신중 씨(2019년 작고), 딸 신희 씨, 작은 아들 신익 씨(1990년 작고)에게 보낸 수백 통의 엽서 편지들이다. 책의 2장에는 모두 83편의 엽서 편지 내용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1978년 12월 발신된 성탄절과 새해 인사의 내용은 이렇다.“첫 사랑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철없었던 때의 꿈이, 그리고 철들면서 품었던 삶에서의 꿈이 어떻게 저렇게 변모하면서 한 사람의 삶을 이끌고 전개시켜 나간다는 생각이. 착하고 꾿꾿하고 아름다운 꿈을 오는 성탄과 새해에 품기를 바란다. 1978.12 아빠가.”40여 년 전 덴마크에서 서울로 날아온 엽서 편지가 본인 사후 5년만에 인생 기록으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며느리인 박정원 이화여대 연구교수의 힘이 컸다. 12일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박 교수는 “결혼해서 남편이 보관하고 있던 엽서 편지를 보고 오래 전 먼 곳에서 가족을 챙기려는 한 인간으로서의 시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엽서들 속에 들어 있던 한 가족의 삶은, 며느리로서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삶의 고단함을 겪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위안이 되어주고, 초연하고 객관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표 교수 작고 후 남편 신중 씨와 박 교수는 5주기에 이 엽서들로 작고 아름다운 책을 내어 기념모임을 마련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중 씨 역시 3년 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박 교수는 시어머니와 올케 신희 씨 부부, 표 교수의 제자와 교회 지인 등의 도움으로 끝내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딸 신희 씨가 쓴 에필로그로 끝맺는 이 책에는 한 개인의 인생 기록이 다룰 수 있는 모든 ‘장르’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전 본인이 쓴 글과 사진, 그와 함께 했던 가족과 지인들이 쓴 글로 서술된 표 교수의 일생은 마지막 5장, ‘표재명의 삶과 저서’라는 제목의 16쪽짜리 연표로 깔끔하게 시각화된다. 남겨진 가족이 쓴 것이므로 표 교수의 삶을 함께 했던 가족의 생각도 은연중에 드러난다. 61세(1994년)를 다룬 연표 문단 중 “아들 표신중 내외의 뒤늦은 학업과 창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이후 부모에게 염려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에는 시부모에 대한 박 교수의 죄송스러움이 묻어있다.태어나서 현재까지 나의 삶을 연표로 정리하는 것은 자서전을 쓰는 작업의 기본이기도 하다. 인생 연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 5회는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부국장 kyle@donga.com}

    •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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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 속 조화로운 삶’ 글로 남긴 니어링 부부의 부창부수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미국의 스콧 니어링(1883∼1983)과 헬렌 니어링(1904∼1995) 부부는 함께 쓴 책 ‘조화로운 삶(1954)’을 통해 번잡한 도시 생활을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전세계인에게 설파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버몬트 주 외딴 오두막집에서 시골살이를 시작한 부부는 6·25전쟁이 벌어지던 1952년 역시 사람이 드문 메인주 바닷가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거기서 각자의 생을 마감했다.부부가 말한 조화로운 삶이란 대략 이렇다. 하루의 3분의 1은 스스로 먹을 채소를 가꾸며 땔감을 장만하고, 3분의 1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3분의 1은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그들보다 한 세기 먼저 메사추세츠 주 월든 호숫가 오두막집에 은거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뒤를 이은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은 2차 대전 이후 반전운동에 열광한 미국 젊은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그들은 각자의 삶을 여러 권의 책으로 남긴 글쓰기 고수들이었다. 함께 쓴 책이 7권, 스콧이 쓴 책이 51권, 헬렌이 쓴 책이 4권이니 모두 합하면 62권이다. 그중 두 권은 각자가 쓴 자신의 전기, 즉 자서전이다. 스콧의 것은 1972년에, 헬렌의 것은 20년 뒤인 1992년에 각각 출판되었다. 스콧에게 자서전을 쓰라고 설득한 것은 헬렌이었고, 헬렌의 자서전은 스콧의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부부가 상대의 인생을 함께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다.경제학자로서 사회개혁가이고 자유주의자였던 스콧은 아동 노동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지지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에 흥분했으나 이어진 전쟁의 광기에 비판적인 된 그는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운동에 앞장서다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 일로 그는 대학에서 쫓겨나고 아내와 아들과도 헤어져 살게 된다.그런 까닭에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진보주의적 관점에서의 시대 고발이자 자기 항변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해 그와 다른 이념과 신념을 가진 독자들은 마음 편하게 읽기 쉽지 않다. 하지만 스콧은 서문에서 ‘자서전 쓰기’에 관한 중요한 한 문단을 남겼다. 한 인생의 기록은 그 시대의 기록이어야 한다는, 좌우 이념과 동서 고금의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일반론을 설파한 것이다.“일반적으로 자서전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자신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이야기에만 국한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서전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고 전체의 일부로서 느끼고,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는 이 세가지 차원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쓸 이야기는 이 셋을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자서전은 한 개인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개인이 살아온 시대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스콧 니어링 자서전, 실천문학사, 2000년, 39-40쪽).”모든 개인은 특정한 한 시대를 살아간다. 예를 들어 만 60세를 기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한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산업화 시대’, 이어진 ‘민주화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데 초석을 닦은 ‘산업화 세대’, ‘넥타이 부대’가 상징하는 것처럼 20세기 신생국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한 ‘민주화 세대’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움직였던 그 시대의 기록을 각자의 자서전으로 남겨 후대에 전해주면 어떨까.정치적인 스콧의 자서전과는 달리 헬렌의 자서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1997년, 보리)’은 훨씬 비정치적이고 개인적이며 묘사적이다. 스콧은 자서전에서 전처 넬리와 아들 존과 로버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헬렌은 그의 자서전에서 남편의 전 식구들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긴다. 스콧은 버몬트와 메인에서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스콧의 디테일한 개인사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헬렌의 몫이었다. 헬렌의 자서전은 후반부로 갈수록 서술보다는 인용이 많아지는데 대부분은 스콧이 헬렌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글이다.“여기는 겨우 일주일만 있었고(숙박료는 7달러), 먹는 것은 날마다 잘 먹었소. 아침은 오렌지와 대추야자 몇 개, 점심은 양상추 1인분 또는 1인분 반, 사워크림과 꿀 약간, 저녁은 강연 뒤의 토마토주스. 이 밖에 하루 중 때때로 당근, 자몽, 사과 같은 과일로 만든 주스를 보통 작은 컵으로 얼마간 들었다오(‘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보리, 2022년 고침판. 143쪽).”1940년대 스콧이 미국 디트로이트에 강연을 하러가 보내온 편지를 인용하면서 헬렌은 “이 모두가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그 사람의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 스콧은 이념이 다른 맏아들 존과 잘 지내지 않았다. 미국의 자본주의와 세계대전 참전에 비판적이었던 스콧과 달리 존은 그것의 홍보에 앞장섰다. 아직 부자지간이 파탄나기 전인 1949년 12월 스콧은 존에게 편지로 이렇게 타일렀다.“어느 날 너는 깨어 일어나 네가 무엇을 해왔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네가 그것을 깨달아 남은 네 인생을 무언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돌리고, 천박하고 거짓되고 파괴적인 사회 환경에서 어린 것들(두 딸)을 구하는 데 쓰기를 간절히 바란다(위의 책, 179쪽).”왜 존의 편지는 소개하지 않는지, 스콧의 편지는 어떻게 남아있는지에 대해 헬렌은 이렇게 말한다. “스콧은 손으로 썼는데 나는 그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편지들은 종종 타자해 사본을 보관해 놓았다. 스콧은 몇십년 동안 자기에게 배달되는 모든 우편물은 없애 버리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손편지는 인간이 서로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그 일에 몰입하게 된다. 멀리 떨어진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지글 만큼이나 공이 들어간 개인사의 기록은 없을 것이다. 향후 자서전 쓰기를 고려한다면 내가 쓴 손편지는 복사해 보관해 놓는 것이 좋다.최근에는 대부분 e메일로 편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보관하기가 더 편해졌다. ‘보낸 편지함’의 글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개인 역사의 기록이 될만한 것들은 컴퓨터의 별도 폴더에 복사해 저장해 놓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메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나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을 때, 술술 몇 장을 추가해 나갈 수 있는 완벽한 사료가 되는 것이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부국장 kyle@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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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창하게 말하고 글 잘 쓰려면 000 키워야” 책 122권 낸 이시형 박사의 조언[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40대 후반에 시작한 책쓰기로 90세 가까운 지금까지 122권을 책을 낸 사람. 이시형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은 9월 8일 오후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자택 근처 호텔 커피숍에 나와 앉아 있었다. 다가서면서 보니 이 원장은 서류판에 꽃힌 흰색 A4용지에 만년필로 뭔가를 빠르게 쓰고 있었다. 몰입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해 인사를 하기가 어색할 정도였다.“선생님 뭘 그리 열심히 쓰고 계셨어요?”인사를 마친 뒤 바로 물었다. 2011년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세로토닌 드럼 클럽’을 시작한 그는 얼마 뒤 세로토닌문화원 교육위원회 관계자들과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만나기로 했다며 무슨 말을 할지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고 말했다.“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남들을 따라가기만 했어요. 따라가기는 쉬워요. 이제는 앞서가야 할 때예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따라가는 인재는 잘 키웠는데 앞서가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는 거에요. 위험도 무릅쓰고 실패도 하고 엉뚱한 가설도 세우고 그런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시스템이 잘 안 되어있어요.”그는 관련된 내용을 책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시절인 1982년 ‘배짱으로 삽시다’를 낸 뒤로 지난해 ‘신인류가 몰려온다’까지 122권의 책을 낸 그는 대한민국의 글쓰기 고수다. 올해에도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니 조만간 125권째 저서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파악한 이 원장의 글쓰기 요술 방망이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몽블랑 만년필 한 자루, 고급 노트 한 권, 서류판에 꽂은 A4용지들, 그리고 모든 것을 넣고 다니는 서류 가방이다. 이 원장은 언제 어디든 ‘문방사우’라할만한 이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혼자 있건 사람을 만나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는다. 그는 2021년 펴낸 ‘어른답게 삽시다’ 226페이지 ‘자전기(自傳記)를 쓰자’ 코너에 이렇게 주장했다.“일단 문방구나 서점에 가서 필기도구부터 사라. 좀 비싼 걸로 사라. 펜으로, 제 손으로 쓰는 게 좋다. 만년필은 몽블랑, 파버카스텔을 권한다. 제법 비싸다. 그러나 당신의 화려한 노년을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책은 몰스킨을 사라. 역시 비싸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야 할 가치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사놓았으니 그냥 놀리기가 아까워서라로 쓰게 되어있기 때문이다.”대화 중 취재한 놀라운 사실은 그가 글을 쓸 때 PC든 노트북이든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 예일대 유학시절 타이핑을 배웠고 한국에 PC가 처음 들어왔을 때 KT의 첫 시험 사용 대상자이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부터 글은 직접 손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나는 컴맹입니다. 타이프는 잘 치지만 글은 내 손으로 써야 내 혼이 담길 것 같았어요. 글이란 나를 떠나 독자와 대화하는 것인데 혼이 발산되려면 내 손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내용이 말라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은 만년필로만 씁니다.”만년필로 글을 쓰는 단계는 이렇다. 우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서류판에 꽂은 A4용지에 휘갈겨 적는다. 우선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적는다. 다음엔 이렇게 적어놓은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고급 노트의 펼친 면 중 오른쪽 페이지에 적는다. 왼쪽은 일부러 비워놓는다. 오른쪽에 적어놓은 문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왼쪽에 적기 위해서다. 이렇게 노트의 오른쪽과 왼쪽이 채워지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새로운 노트에 완전한 문장으로 옮겨 적는다.“이렇게 네 번, 다섯 번 옮겨 적기 작업을 거친 뒤에 비서에게 줍니다. 내가 글씨를 날려서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못 읽는데, 비서는 귀신같이 알아보고 정리해서 출판사에 줍니다. 최근 모든 책을 이렇게 냈습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세 권도 마찬가지구요.”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이 원장은 ‘인풋(In-put)’도 잘 하고 ‘아웃풋(Out-put)’도 잘 하는 사람이다. 남의 생각도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자신의 생각도 말과 글로 잘 풀어놓는다. 그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인풋’은 잘 하는데 ‘아웃풋’은 어려워한다고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를 배운 뇌과학자로서 한국인들이 왜 말하기와 글쓰기, 즉 ‘아웃풋’을 어려워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뇌과학이 밝힌 것에 따르면 ‘인풋’은 뇌의 양 옆 측두엽이, ‘아웃풋’은 앞쪽의 전두엽이 관장합니다. 측두엽은 무언가를 잘 기억해서 쌓아놓아요. 이걸 전두엽이 잘 풀어서 ‘아웃풋’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린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하고 풀어 쓰지를 못해요. 측두엽에 쌓인 생각과 지식 등을 버무려서 ‘아웃풋’을 생산하는 작업 뇌(working memory)가 잘 발달하지 않은 거지요. 작업뇌를 자꾸 써야 전두엽이 발달하거든요.”그 역시 어린 시절엔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땐 일기도 안 썼다. 그런 그가 1982년 첫 저서 ‘배짱있게 삽시다’로 일약 글쓰기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 건 40대 후반에 찾아온 허리 디스크가 결정적이었다. 테니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리에 무리가 오자 누워 책을 읽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떠오르는 생각들 중 당대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낸 것.“한국 사람들이 ‘아웃풋’이 잘 안 되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에게 마음은 가은데 ‘커피 한 잔 하자’고 못하는 것이지요. 거절당해도 믿져야 본전인데 말입니다. 말 한 마디에 죽겠느냐, 뭐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책에 풀어놓았어요.”책은 그를 정신과 의사로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책을 읽고 일테면 ‘한국의 쑥맥’들이 다 와서 저한테 와서 치료를 해 달라는 겁니다. 마음은 있는데 말도 행동도 잘 안되는 그들의 증상을 ‘대인공포증’이라고 이름지었어요. 환자가 하도 많아서 병원 마당에 경찰이 와서 표를 나눠줄 정도였어요. 그래서 여러 명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집단치료를 시작했지요. 세계 정신과 치료사상 처음이었어요.”말도 글도 청산유수인 그의 일생 자체가 스토리였다. 이미 낸 책 123권 중에 반드시 자서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과거 한 잡지사에서 내 이야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다 보니 거의 자전기가 되어 버렸어요. 가져왔는데 보니 뻥이 너무 많았어요. 내가 이야기할 때부터, 그리고 글로 적은 사람들이 초를 친거죠. ‘아하. 자전기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고 ‘없던 일로 하자. 내가 자전기를 쓸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어요. 다행히 흔쾌히 받아주었어요.”그런 그가 일생 첫 자전기를 낸다. 지난해 122권째 책인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를 냈던 출판사 ‘특별한 서재’에서 원고를 받아 제작하고 있다. “나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내기로 했어요. 네 다섯 살 쯤 할머니에게 혼나고 감나무 아래에 묶인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이후 전 일생을 이야기로 풀어서 출판사에 줬는데, 출판사가 그러면 너무 밋밋하니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나의 해결책이 무었인지 풋노트를 달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일기도 쓰기 싫어했던 시골 소년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120여 권의 책쓰기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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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들아 잘 늙어가자’ 책 썼더니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된다[내손자 클럽]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감이 되는 인생의 기록을 잘 모아두는 게 절반입니다. 자서전 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나이 90이 가깝지만 책과 유튜브를 통해 ‘죽을 때까지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노인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한 평생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처방해 온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최근 40여 년 동안 23권의 책을 썼는데 2013년 나온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는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10년 만인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이근후STUDIO’ 등을 통해 구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7일 오후 종로구에 있는 가족아카데미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일까?“내 책이 영국의 권위있는 펭귄출판사를 통해서 1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가 나온 뒤 2019년에 낸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 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메이븐)’이라는 책인데, 올해 4월에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고 지금 독일어판은 표지까지 나온 상태입니다.”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어떻게 잘 늙어갈까’에 대한 한국 정신과 의사의 방법론이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15개 나라 등의 언어로 읽혀진다는 건 뜻밖의 ‘뉴스’였다. 이 교수가 즐거울만 했다. 그는 “내가 늙어서 이런 즐거운 일이 생긴 건 운인데, 그 운이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며 오래 전 맺은 한 환자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미국 보스톤 교민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갔어요. 한 부부가 뉴욕에서 지방도로로 일곱 시간 차를 몰아서 왔다며 강연을 듣고 나한테 식사까지 대접하는 거에요. 그래 ‘나와 인연이 있느냐’고 했더니 오래 전에 부인의 언니가 한국에서 나한테 치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마 치료가 잘 되었던가 봅니다.”부부와 함께 온 딸이 미국에서 출판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인연으로 이 교수의 책이 번역대상으로 검토되었고 최근 결실을 이룬 것이다. 인연이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이 전세계에 독자들에게 이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이다.경북대 의대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공부한 이 교수는 서구식 교육을 받은 정신과 의사지만 인간 정신에 내재된 신성, 모든 일에 원인이 있다는 ‘연기론’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흉흉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머를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유머’라며 이야기를 이었다.“내가 그런 좋은 인연을 맺고 말년에 행복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찾아냈어요. 군의관 시절에 한 시골 동네에서 ‘신기’가 있어 불행하다는 여성을 상담해 준 적이 있어요. 자기가 말만 뱉으면 현실이 된다는 거예요. 그 여성이 상담을 끝낸 뒤 나가면서 ‘내가 한마디만 해 주겠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말년에 잘 되려면 이름을 이근후에서 이근우로 바꾸라’는 거에요. 그땐 웃고 말았죠. 근데 나중에 후배가 나한테 이메일을 지어주면서 이름을 ‘Kun Hu’가 아니라 ‘Kun Woo’로 지어왔어요. 그게 지금의 복이 된 거 같아요. 하하.”이 교수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말을 재미있게 하고 그 말을 풀면 그대로 책이 되는 그런 부류. 그의 책이 이야기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자신의 일과 취미, 가족 등 일상을 소재로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고 있어서 “그 많은 인생의 장면들을 기록하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나에 대한 기록이 없어요. 내가 환자들 상담하면서 엄청난 기록을 만들었지만 정작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당시 처음 나온 노트북을 들고 가서 며칠 기록한 게 있는데 지금은 어디 저장해 놨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 책에는 몇 년 봄 가을 정도라고 쓰지 몇월 며칠 이런 팩트가 몇 개 밖에는 없어요. 적어놓지 않아서 나도 모르니까. 만약 내가 잘 기록했다면 정확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수가 없어요.”젊어서부터 등산이 취미였던 그는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을 찾아 등산도 하고 봉사활동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틈만 나면 앉아서 자신의 등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래서 등반안내서도 외국인들이 쓴 것이 한국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자서전을 쓰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갖춘 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쓴 책은 그것이 없는 그저 ‘신변잡기’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래서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을.그런 이 교수에게 인생 기록 비법이 있다면 바로 사진촬영이다. 등산 못지않게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망원렌즈까지 갖춘 제대로 된 사진기를 메고 등산을 다녔다. 그의 사무실 책장 가장 좋은 곳에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성공한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1982년 4월 네팔에서 만나 찍은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6.25전쟁 당시인 경북고 2학년 재학 때 힐러리 경의 등반 성공 사실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통해 듣고 “여러분도 에드먼드 힐러리처럼 웅지를 가지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힐러리 경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당시의 기억을 지속하도록 해줬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의 한 챕터로 기록되도록 도왔다. 나중에 이 교수는 이 사진을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다시 ‘백살까지 유쾌하게’에 기록했다.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직 찍기는 전문 사진가의 손에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취미가 되었다. 페이스북이 지고 인스타그램이 뜨는 것이 상징하듯 요즘 SNS는 글 위주에서 사진 위주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당장 기록하기 힘들더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남기면 좋다.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정보들은 나중에라도 나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낸다. 한 장의 사진에 짧더라도 설명을 남겨놓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인생의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잘 찍는 것만큼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제대로 저장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분실하거나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과거 네팔 봉사활동에 가면 보통 필름 100통을 찍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파일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었다. 그를 방문했을 때 사무실 서재에는 그렇게 만든 파일들이 나란히 이름을 보이고 있었다.디지털 사진도 보관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주기적으로 PC나 노트북, 외장하드에 다운받아 저장해야 한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기별로 아니면 이벤트별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놓아야 나중에 찾기가 쉽다. 예를 들어 2023년 폴더에 1월, 2월 등으로 나눠 넣거나 ‘가족 추석 행사-2023년 9월’ 등으로 저장해 놓으면 좋다. ※ 을 방문하여 당신의 특별한 오늘을 사진과 글로 동아일보 1면 톱에 기록해보세요. 훗날 멋진 인생기록이 됩니다. myhistory@donga.com으로 본인이나 지인의 자서전과 인생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검토하여 소개해 드립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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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애학회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 학술회의 개최

    서애학회는 13일 오후 2시 반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애 류성룡과 충무공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제1부 학술회의에서는 ‘위대한 만남 그리고 대한민국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음양이론으로 본 임진왜란의 전개과정-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을 중심으로(백권호 서울종합과학대학원대학 석좌교수)’,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박정규, 전 해군대 교수)’ 등 세 편의 논문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제2부 사단법인 서애학회 창립총회에서는 민간단체인 서애학회를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발족시키고 초대회장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후임으로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을 회장으로 선임한다. 서 신임 회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북한사회와 남북관계를 주로 연구했다. ‘또 하나의 북한사회’, ‘주체사상의 이반’ 등 20권의 책을 저술했다. 원장 퇴임 후 리더십 코칭 분야에 투신해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한 코칭 프로그램인 ‘아들러 리더십 코칭’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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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4050세대를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 출간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실이 평생 현역 시대를 살아가야 할 4050세대를 위한 ‘제2직업’ 지침서 ‘Lifetime Job(평생 일자리)’을 펴냈다. 무크지 형식의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 ‘dice@11pm’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정부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부터 다양한 전직 사례, 노후에 추천되는 직종 정보, 창업을 위한 고려사항 등을 담았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일자리 서비스 정보도 담겼다. 트렌드와 가이드, 체험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녹여냈다.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지면에 담지 못한 더 자세한 정보에 닿을 수 있다.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종훈 편집인은 “‘dice@11pm’은 주사위의 여섯 면과 같은 여섯 개 파트에 밤 11시 일과를 마치고 펼쳐보기 쉬운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노후 준비를 위한 금융, 거주 등의 정보를 담은 시리즈 계속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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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김홍중 박사 ‘포스트-진실 시대의 PR’ 출간

    김홍중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외협력부 상무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PR의 윤리를 고민한 ‘포스트-진실 시대의 PR(커뮤니케이션북스)’을 출간했다.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얻은 고민을 발전시킨 것으로 홍보 실용서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초래한 현대 사회 담론 공간의 구조와 문제점, 대안을 다룬 정치커뮤니케이션 서적에 가깝다.기자 출신인 저자는 진실(truth)이 가치를 잃어가는 ‘포스트-진실’ 시대, 디지털 미디어와 매스 미디어가 혼재하는 하이브리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다양한 SNS는 ‘관심 경제’를 확산시키고 기존 매스 미디어의 ‘게이트 키핑’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 조직이 아닌 개인, 공중도 ‘진실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진실보다는 의도적인 선전과 상업적 PR의 활동반경을 키우고 있다는 것.저자는 문제의식을 포퓰리즘과 담론을 통한 헤게모니, 4차 산업혁명이 낳은 감시자본주의 등 정치경제적 검토로 심화시켜 나간다. 결국 PR의 긍정적 이상적 측면을 강조한 ‘조화론적 PR이론’보다 갈등과 경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경합적 PR모델’이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마지막에 “디지털 플랫폼의 설계방식이 인간의 인지적·심리적 취약점을 악용한 설득과 포스트-진실적 커뮤니케이션을 조장한다면, 플랫폼 설계 자체를 변경하려는 사회적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은 최근 가짜뉴스와 저질 연성기사 양산의 환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국 포털 개혁 논의에도 시사점을 준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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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시대의 미래, 인간이 이해하고 활용하기에 달렸다” [책의향기 온라인]

    챗GPT 열풍이 거세다. 그 강도와 심도에 있어서 개인도, 기업도, 사회도 열외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부터 알아 나가야 할까.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초거대 AI가 불러올 비즈니스 변화’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독자들의 처지와 출발점에 따라 관심에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개인과 기업, 사회가 알아야 할 내용들을 기본적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6년째 언론사의 디지털전환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서 AI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이 눈에 쏙 들어왔다. “경영진과 AI를 통한 디테일을 추진하는 부서가 해당 사업을 왜 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문한다. 목적을 정의한 뒤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고 사업을 효율화하여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데 AI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생성형 AI와 챗GPT에 관한 책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저자들은 개인과 기업, 사회의 관심사 중심으로 장을 나누고 각 장마다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을 쉽게 설명해 나간다. 마치 챗GPT가 보통 언어로 던져진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것과 비슷한 설정이다.질문을 던지는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아마존 창업에서 성장까지를 구석구석 분석한 현장 전문가다. 대답을 하는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기술 기반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연구하고 있는 ICT전문가다. 김 부사장은 “인공지능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이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하며 그 한계와 잠재력을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 협력의 토대 위에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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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경남대, 후쿠다 야스오 前 일본 총리에 명예 박사학위 수여

    ◇경남대(총장 박재규)는 26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2007~2008년 제91대 총리를 지냈으며 현재 ‘일본-인도네시아협회’, ‘아시아보아포럼(BFA) 고문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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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아인슈타인을 후회하게 만든 이유는 [책의향기 온라인]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담은 전기를 읽으면 접하게 되는 좋은 것들이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위대함에 이르는 과정과 요인, 탁월한 생각 업적 인품 등 위대함의 내용, 그가 지내며 겪었던 시대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이 책의 주인공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기억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광전자 이론’으로 생전인 1921년 한 차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2020년(140세)까지 살았다면 ‘상대성 이론’의 입증 등을 통해 다섯 개나 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책은 말한다.자연과학도라면 뜨고 진 자연과학 이론의 역사를 개괄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만 인문학도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개입한 이야기는 국제정치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독일이 일으킨 1차 세계대전 당시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중력이 빛을 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끝나고 영국 과학자들이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을 하려 하자 아인슈타인이 독일인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때 영국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이렇게 말했다고 책은 전한다. “진리에는 국경이 없다. 어느 나라 과학자의 이론이든 옳은 이론을 증명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책임이다.”아인슈타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많은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미국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해야 한다”는 편지에 서명했고 이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과 종전을 이끌었지만 엄청난 민간인 희생을 본 아인슈타인은 “내 생애에 가장 큰 실수”라며 후회했다고 책은 전한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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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임명한 부하들이 왜 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가” [책의향기 온라인]

    중국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뒤를 다퉜던 유방과 항우. 항우는 유방을 상대로 거의 모든 전투에서 이긴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패해 결국 전쟁에서 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개국했지만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는 한신,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하다 본의가 아니게 소련 제국의 붕괴를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로 비운의 역사적 인물이다.●저자의 문제의식은?고대 중국과 한반도 삼국시대, 로마제국과 조선왕조와 막부시대 일본, 대혁명 시절 프랑스와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등 동서고금 13개 역사적 사건에 등장하는 비운의 패배자들에겐 어떤 점이 부족했을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출판사 서평 한 문단많은 독자들이 이미 아는 것처럼 항우가 진 가장 큰 원인은 그가 세운 왕들이 경쟁자인 유방을 위해서 싸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이렇다.“저자는 항우의 비극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비협조적 게임이란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분명 항우가 임명해 왕이 된 자들인데, 항우를 돕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서서 싸운 것은 이미 왕이라는 자리로 포상을 받은 터라 더 이상 항우에게서는 받을 것이 없는 반면,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새로 논공행상을 한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부하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승진시켜준 데 대해 감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승진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이 책의 무엇이 특별한가?역사 속 패자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댄 경제학 서적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항우와 유방의 일생을 통한 경쟁은 ‘초한지’로 전수되어 왔다. 이를 근거로 많은 해설서와 리더십 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승자인 유방을 조명해왔다. 항우로 시작해 한신, 로마의 원로원, 당태종 이세민,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 가마쿠라 막부 등 명멸한 일본 사무라이들…, 한 때 세상을 호령하다 졸지에 몰락한 패자들에게서 교훈을 찾으려 했다는 역발상이 돋보인다.이들의 패인을 경제학 특히 게임이론으로 설명하는 시도가 신선하다. 경제학자가 역사를 공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독자들은 저자가 꼽은 13가지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개괄적으로 접하면서 동시에 게임이론이라는 경제학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들도 소개받을 수 있다. 역사에 해박한 독자들은 게임이론의 신박한 해석을, 역사 입문자들에게는 동서고금의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제공하는 책이다. 떴다 진 인물들의 일생 속에서 삶을 전략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직과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이 읽어야 할 처세서로도 손색이 없다.●저자는 누구?저자인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교수와 게임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드루 푸덴버그 교수의 지도를 받았고 이후 게임이론과 법경제학을 전공해 왔다. 저서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경제학 비타민’ ‘인생경제학’ 등이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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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창립 20주년 기념식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이사장 신영호)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실태에 대한 기록분석, 보관을 목적으로 2003년 설립된 이 단체는 현재까지 2만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와 증언을 분석해 8만 5391건의 인권침해 기록과 5만 5065의 인물정보를 보관하고 있다. 북한인권 침해 정보 관련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세계 각국과 단체들의 북한 인권 운동에 밑거름을 제공해 왔다.NKDB 임순희 본부장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앞으로의 20년은 북한인권의 탈정치화와 북한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국민인식의 제고를 위해 북한인권박물관 운영, 북한인권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작업에 그간 쌓은 역량을 쏟을 예정이다. 북한인권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의 이익과 요구를 우선하며 북한이탈주민 스스로 당사자로서 인권 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함께 기록한 20년, 나아갈 내일’이라는 슬로건을 걸은 이번 기념행사에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살몬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워싱턴 D.C.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등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준 전 유엔 대사, 안호영 전 주미 대사 등이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신영호 이사장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실태를 알린 공로로 귀환 국군포로 유영복과 귀환 납북자 이재근에게 대표로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상헌 NKDB 명예 이사장(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김선화 마천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김웅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김일동 한울회계법인 회계사, 박종훈 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 이재화 전 명화실업 회장, 이현일 전 GM대우 마케팅 본부장 등에게도 공로패를 전달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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