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아인슈타인을 후회하게 만든 이유는 [책의향기 온라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1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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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종호 지음/304쪽·1만7000원·인물과사상사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담은 전기를 읽으면 접하게 되는 좋은 것들이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위대함에 이르는 과정과 요인, 탁월한 생각 업적 인품 등 위대함의 내용, 그가 지내며 겪었던 시대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기억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광전자 이론’으로 생전인 1921년 한 차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2020년(140세)까지 살았다면 ‘상대성 이론’의 입증 등을 통해 다섯 개나 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책은 말한다.

자연과학도라면 뜨고 진 자연과학 이론의 역사를 개괄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만 인문학도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개입한 이야기는 국제정치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독일이 일으킨 1차 세계대전 당시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기초’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중력이 빛을 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끝나고 영국 과학자들이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을 하려 하자 아인슈타인이 독일인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때 영국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이렇게 말했다고 책은 전한다. “진리에는 국경이 없다. 어느 나라 과학자의 이론이든 옳은 이론을 증명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책임이다.”

아인슈타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많은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미국이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해야 한다”는 편지에 서명했고 이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과 종전을 이끌었지만 엄청난 민간인 희생을 본 아인슈타인은 “내 생애에 가장 큰 실수”라며 후회했다고 책은 전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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