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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년 가을, 한 청년이 로마에 입성해 ‘900개의 논제’를 제시하며 토론을 제안했다. 논제는 바다가 짠 이유, 부엉이가 해를 보지 못하는 이유, 들창코 교정법 같은 것에서 ‘신이 당나귀나 나무 조각, 저주받은 영혼, 심지어 악마로까지 변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까지 종교, 철학, 자연철학, 마법에 관한 것을 망라했다. 오늘날 관점으로야 ‘괴상한 문제’일 수 있지만 당시는 ‘암흑시대’로도 불렸던 중세의 끝자락. 청년이 이런 논제를 제시한 건 “어떤 신조에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모든 철학자의 사상을 밑바닥까지 파헤치고, 모든 문헌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온갖 사상에 통달”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청년의 정체는 인문주의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르네상스의 신동’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1463∼1494). 바야흐로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삶과 르네상스 지성사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시드니 서식스 칼리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는 인물로, 전작 ‘물의 시대(A History of Water)’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너(인간)에게는 어떤 한계도 없으며…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조각하면 된다”(‘인간의 존엄에 대하여’·1486년)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또한 “알려진 세계의 사상을 종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아래 “각각의 사상은 모두가 공유하는 근본적인 진리를 다양한 버전으로 표현한 것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양한 종교와 철학 전통을 통합하려 했던 것. 특히 피코 델라 미란돌라가 탐구한 언어의 신비로운 힘에 책은 주목한다. 다양한 언어를 섭렵한 그는 자장가나 노래 후렴구, 연설 등으로 나타나는 언어의 힘이 “개인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다”고 봤다. 기독교-유럽 사상의 경계를 넘어서려 했던 그는 젊은 나이에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았다. 지난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창간호에 ‘편벽되지 아니하겠다’고 천명한 130년 전 독립신문의 뜻을 되새겨야 합니다.” 언론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사진)는 독립신문 창간 130주년과 제70회 신문의 날(7일) 및 신문주간을 맞아 8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신문의 날은 독립신문의 창간(1896년 4월 7일) 61주년을 맞아 1957년 제정됐다. 정 교수는 “독립신문 이전 간행된 한성순보, 한성주보는 정부기관이 발행한 반(半)관보였다”며 “근대 민간신문의 효시였던 독립신문의 편벽되지 않겠다는 정신, 국민의 비판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그 창간일을 신문의 날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신문은 창간사에서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 아니하고 … 조선만 위하며 공평이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상하 귀천이 다 보게 함이라”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런 독립신문의 정신은 뒤의 제국신문과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로 이어졌고, 1920년 창간된 동아일보 등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신문의 날 제정 첫해엔 신문윤리강령이 제정됐고, 표어는 제3회 때부터 선정됐다. 정 교수는 “초기엔 ‘언론의 자유’(제3회), ‘악법의 철폐’(제4회) 등 주로 언론의 독립을 외치는 표어가 제정됐다”며 “독립신문의 창간 정신과 함께 오늘날에도 아로새겨야 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0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 국제회의장에서 서재필 박사(1864∼1951)와 독립신문 창간, 신문의 날 제정 취지 등을 소개하는 강연을 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박장희)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이태규),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현)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70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념대회에선 신문협회상 시상식이 함께 열려 전국 54개 신문사 사원 54명이 상을 받았다. 신문협회상은 각 회원사에서 추천한 우수 사원에게 수여한다. ‘2026 한국신문상’은 조선일보와 경인일보, 한국경제, 전북일보 기자들이 받았다. 박장희 한국신문협회장은 대회사에서 “기계는 스스로 의문을 품지 못하고 시대적 가치와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며 “좋은 질문을 던지고 공론장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신문의 책무이자 권리”라고 밝혔다. 이날 기념대회와 기념축하연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석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품질 저널리즘 생태계 구축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업입니다.” 제70회 신문의 날(7일)을 하루 앞둔 6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 세미나 ‘신문 70년: 역사의 기록, 미래의 비전’을 개최했다. 세미나 기조 강연을 맡은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국 언론학자 제임스 캐리의 말을 인용해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문 저널리즘의 본령은 여전히 사실 확인, 맥락 제공, 책임 있는 편집, 공공성의 유지에 있다”며 “현상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으로의 진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선 인공지능(AI) 전환 시대 신문의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위근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신문사가 ‘기술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신문 저널리즘의 청사진: 도전과 과제’ 발표에서 “인터넷 기술이 언론산업에 도입되기 이전 언론사는 명백히 기술기업이었다”며 “데이터로서 뉴스 콘텐츠의 활용 가치에 주목하는 한편,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등 뉴스 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생성 허위 콘텐츠의 진위를 즉각 검증하고 판단을 내려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은 신문사를 비롯한 언론사뿐”이라고 덧붙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여름이 너무 덥고, 비도 몰아서 오고, 하여간 짜증이 나지만 아직은 살 만한 것 같기도 한가. 기후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세계적 의학 저널 ‘랜싯’이 해마다 발표하는 ‘기후 변화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기온 상승이 신장과 심혈관 질환, 그리고 만성적인 전신 염증의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5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빠르게 늙는다. 그것도 점점 더. 의학의 발전으로 오래 살게 된 건 사실이지만 더 일찍 병이 들고 있다. 다른 요소를 제거해 보니, 원인은 ‘기온 상승’이었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인류의 세포가 더 빨리 늙고 있다고 한다. 숭실대 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석탄기 이후 3억 년 동안 저장된 탄소를 마구 탕진했다는 뜻에서 인류를 ‘호모 카르보(Homo Carbo)’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본다. 카르보는 ‘탄소’란 뜻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배가량 증가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로 시작해, 탄소 문명이 촉발한 생물학적 위기와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기차 등 지구를 구하는 것으로 포장된 여러 ‘녹색 기술’ 뒤에도 큰 탄소 발자국이 있다고 비판한다.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남자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대신 추악하게 썩어 들어가는 초상화처럼 지구의 어딘가에서 환경 파괴가 이뤄진다는 것. 가상화폐는 ‘21세기 최대의 에너지 사기’라고 꼬집는다. 비트코인 시스템이 소모하는 총전력을 거래 건수로 나누면 한국의 보통 가정이 약 100일간 쓰는 전력량이 나온다고 한다. 재생 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독일처럼 ‘원전은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다간 석탄을 더 태워야 할 수 있다. 저자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면서 “원자력으로 바탕을 깔고, 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확대하고, 천연가스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 가능한 최선”이라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어떤 존재가 주체로 서는 건 비로소 제 이름을 쓸 때가 아닌가 한다. 지난달 31일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토론회’를 지켜보던 기자의 머릿속엔 ‘황강아지, 김뭉치, 김바회, 손삭담이, 김슈벅이, 노막산…’ 같은 이름이 떠올랐다. 이들은 18세기 경남 진주의 마진마을 재령 이씨 집안 노비 또는 마을 백성들로, 2016년 발견된 한글 계(契) 문서에 등장한다. 노비나 ‘상놈’들도 양반에 예속하거나 억눌린 삶이 전부가 아니었으며 서로 돕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주체로 살았다는 걸, 한글로 쓰인 그들의 이름은 생생히 증명한다.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뜻을 펴길’ 바랐던 세종과 한글문화를 꽃피우려는 뒷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중이 중심이 되고,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가 이만큼 이뤄졌을까.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해선 안 된다”는 한글 현판 설치 반대 측 주장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한글문화는 고작 ‘시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힘줘 말한 것처럼 우리 공동체 정체성의 핵심이다. 한글 창제에 담긴 애민 정신은 오늘날의 민주공화 이념으로 계승됐고,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한다는 걸 빼놓고는 한국인을 정의하기 어렵다. 물론 굳이 광화문에 한글을 표현해야 하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한글 현판 설치를 촉구하는 측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장소이기에 마침맞다지만, 새 현판이 문화유산의 외양을 일부 바꾸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하자는 데 누가 토를 달까. 하지만 한글 현판이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일”이란 주장은 너무 나갔다 싶다. 한자 ‘光化門’ 현판을 아예 내리자는 주장은 이미 철회됐고, 지금은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한자로 이룩한 풍성한 전통문화를 부정하는 취지로 오해될 일이 아닐 것이다. 한글 현판 반대 측이 ‘일제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선의 상징인 궁궐을 드러낸’ 원형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납득이 가는 면이 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청사를 헐어 낸 것도 이제 30년이 지났다. “광화문이여! 너의 생명이 조석(朝夕)에 절박(切迫)하였다”는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절절한 호소(1922년 동아일보 기고 ‘장차 잃게 된 한 조선의 건축을 위하여’)는 역사의 영역이 됐다. 한글 현판을 내건다고 일제의 광화문 훼손 역사가 감춰지지도, 역사가 왜곡되지도 않는다. 문화유산을 민족의 수난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건 지나간 시대의 정신에 가깝지 않나. 기자는 개발 논리가 문화유산의 원형을 훼손하는 일에 반대하지만 ‘문화유산은 자갈 하나 건들 수 없다’는 식의 ‘문화유산 근본주의’에도 회의적인 편이다. 과거의 유산으로서 광화문의 진화는 ‘1910년에 끝났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광화문은 한국인과 함께 살아 숨 쉬며, 미래로 이어질 존재다. 황강아지와 김뭉치, 김바회가 제 이름을 썼던 데서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공화국을 손삭담이와 김슈벅이, 노막산의 후손들이 기념하는 것. 600년에 걸쳐 차츰 현실이 된 대중사회의 이상을,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한글로 현판에 써서 기린다는 건 꽤 멋진 일이 아닌가.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의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토론회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됐다. “한국을 진정 한국답게 만든다”는 찬성 의견과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한다”는 반대 의견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광화문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찬성 측 발제를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걸면 우리가 한자 사용 국가란 국제적 오해를 없애고, 대한민국과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 역시 현대적 재해석 및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1859년 복원 과정에서 새로 설계한 작품이며, 1980년대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한 대형 유리 피라미드도 루브르의 상징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 토론자로 나선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도 “훈민정음 반포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이고, 광화문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정문”이라며 “광화문에 한글 현판 달기는 문화 발전을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한글 현판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발제자로 나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건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했다. 영국 왕실 문장엔 프랑스어가 적혀 있고, 프랑스 소르본대 성당 건축물엔 라틴어가 새겨져 있지만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하기에”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전 소장은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며 “(지금 할 일은) 조선 궁궐을 짓밟았던 일제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선의 상징인 궁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도 “궁궐 복원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진행될 것인데,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원형 복원’이란 기준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장에선 ‘광화문’이란 이름과 현판이라는 형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굳이 한자의 발음기호처럼 한글 ‘광화문’ 현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며 “동시대적 가치를 발신하는 다른 내용을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 기술로 담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앞서 1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광화문에 지금의 한자 현판을 유지하되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체부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최했으며, 양현미 상명대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의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토론회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됐다. “한국을 진정 한국답게 만든다”는 찬성 의견과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한다”는 반대 의견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광화문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이날 토론회에서 찬성 측 발제를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걸면 우리가 한자 사용 국가란 국제적 오해를 없애고, 대한민국과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 대표는 문화유산 역시 현대적 재해석 및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1859년 복원 과정에서 새로 설계한 작품이이며, 1980년대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한 대형 유리 피라미드도 루브르의 상징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도 “훈민정음 반포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이고, 광화문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정문”이라며 “광화문에 한글 현판 달기는 문화 발전을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한글 현판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발제자로 나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건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했다.영국 왕실 문장엔 프랑스어가 적혀 있고, 프랑스 소르본대 성당 건축물엔 라틴어가 새겨져 있지만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하기에”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전 소장은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며 “(지금 할 일은) 조선 궁궐을 짓밟았던 일제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선의 상징인 궁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도 “궁궐 복원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진행될 것인데,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원형 복원’이란 기준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현장에선 ‘광화문’이란 이름과 현판이라는 형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굳이 한자의 발음기호처럼 한글 ‘광화문’ 현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며 “동시대적 가치를 발신하는 다른 내용을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 기술로 담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앞서 1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광화문에 지금의 한자 현판을 유지하되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체부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최했으며, 양현미 상명대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문화일보는 27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병직 사장(61)을 대표이사 사장에 재선임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일보에 입사해 경제산업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광고국장 등을 지냈다. 이병규 대표이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제70회 신문의 날(4월 7일) 표어 대상으로 이수빈 씨(경남 김해시)의 ‘알고리즘 너머, 진짜 세상을 읽다’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알고리즘으로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신문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수상에는 김민준 씨(인천)의 ‘가짜를 거르는 눈, 진실을 담는 창’과 태지훈 씨(전북 완주군)의 ‘신뢰를 쓰다, 내일을 밝히다’가 뽑혔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신문홍보 캐릭터 공모전 대상에는 김혜정 씨(경남 양산시)의 ‘프레스와 포커스’(사진)가, 우수상에는 최우영 씨(서울 강북구)의 ‘펼침이’와 정우준 씨(서울 은평구)의 ‘참소리’ 등 2편이 뽑혔다. 표어 및 캐릭터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상패를,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만 원과 상패를 각각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 달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70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 때 열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갈등이 누적됐던 지방공기업을 변화시킨 리더가 그 과정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출판사 작가의 집은 김주성 노원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동료의 힘―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을 출간했다고 25일 밝혔다.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은 2020년 파업 이후 불신과 침묵이 일상이 된 한 지방공기업에 민간 기업 출신의 리더가 부임하면서 벌어진 일을 다룬 에세이다. ‘먼저 묻고, 오래 기다린다—90건의 개별 면담’, ‘이름을 부른다—510번의 생일 전화, ‘동료’라는 한마디’, ‘동력이 쌓이면 일이 달라진다’ 등 저자의 비결과 함께 조직의 변화와 신뢰의 회복 과정을 담았다.부록으로 취임 초기부터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조직을 파악하는 방법, 임기 마지막 날까지 활력 있는 조직을 유지하며 마무리하는 방안 등을 담은 실천 도구 모음 ‘리더십 변화 관리 툴킷(Leadership Change Management Toolkit)’을 수록했다.저자는 “이 책을 쓸 자격이 있는지 오래 망설였다. 그런데 그 망설임 자체가 이 책이 필요한 이유였다”며 “임기의 첫날과 마지막 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사람의 기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는 19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한수 서울경제 전략기획실 부국장을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임기는 2028년 정기총회까지다. 디지털협의회는 이날 강인석 전북일보 이사 등 부회장 7명도 선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20일 정기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장희 중앙일보 발행인(59·사진)을 제50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199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 부사장 및 신문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신문협회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이사 21명, 감사 2명 등 총 23명의 새 임원을 선출했다.▽이사 임채청(동아일보 발행인) 김경호(국민일보 〃) 장승준(매일경제신문 〃) 김병직 (문화일보 〃) 곽영길(아주경제 〃) 황대일(연합뉴스 〃) 홍준호(조선일보 〃) 조일훈(한국경제신문 〃) 이성철(한국일보 〃) 김중석(강원도민일보 〃) 박진오(강원일보 〃) 한국선(경북일보 〃) 김여송(광주일보 〃) 홍정표(경인일보 〃) 김재철(대전일보 〃) 이동관(매일신문 〃) 손영신(부산일보 〃) 손인락(영남일보 〃) 서창훈(전북일보 〃) 김원식(중도일보 〃) ▽감사 손동영(서울경제신문 발행인) 이후혁(대구일보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과 한인섭 중부매일 사장을 감사로 재선임했다. 이사회에선 손동영 서울경제 발행인과 김병직 문화일보 발행인, 박일근 한국일보 수석 논설위원, 김윤덕 조선일보 선임기자, 장진복 서울신문 차장이 2026, 27년도 윤리위원으로 위촉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당시 태도가 형편없던 소년이 있었다. 학교 급식에 대해 불평하는 소년에게 학교 신문에 칼럼을 써보라고 권하자 이런 글이 나왔다. “피자인가 골판지인가.” “(치킨 핫도그라면서) 갈색 반점들이 박힌, 개들이 씹는 장난감 같은 막대기를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소년의 유머러스한 글은 칭찬을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저자가 무력감과 소외감에서 벗어나게 도왔다고 한다. 미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방송작가인 저자는 유머가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젖힌다고 강조한다. “수치스럽게 여겼던 자신의 일부가 실은 가장 큰 강점이 되는 삶. 더 깊고 정직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즐겁고 편안한 삶. 붐비는 파티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대신 무슨 말을 하든 멋진 대화로 이어지리라 확신하는 삶”으로. 그를 위해선 ‘삶이 부조리로 가득하다는 걸 알아차리기 위해 지금에 깨어 있기’ ‘내 안의 우스꽝스러움과 기이함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기’ ‘사회적 위험 감수하기’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읽다 보면 유머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것과 시작(詩作) 입문이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선물할 땐 상대방이 속 좁은 사람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저자에 따르면 누군가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면 유머 감각이 형편없기로 유명한 것일 수 있다. 부제 ‘냉소와 허무를 뚫고 나가는 유머라는 해독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줌아웃해 역사 속에서 조감한 연구서 ‘제국의 성 관리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사진)를 출간했다고 9일 밝혔다. 편저자인 박정애 재단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제국의 성 관리의 시공간 속에서 반복해 등장한 국가 성폭력 제도의 일부였다. 책은 일본 가라유키상(唐行きさん·과거 해외로 인신매매돼 성 착취를 당한 일본 여성)과 나치 독일 국방군의 매춘업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의 미군 ‘위안부’까지 다루면서 전쟁과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여성 인권이 어떻게 침해됐는지를 조명한다. 하야시 요코(林葉子) 일본 나고야대 교수, 다케모토 니나(嶽本新奈) 오차노미즈여대 강사, 후지메 유키(藤目ゆき) 오사카대 명예교수, 장수희 동아대 강사, 레기나 뮐호이저 독일 함부르크 사회연구소 연구원 등 국내외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영상자료원장에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57·사진)이 9일 임명됐다. 모 신임 원장은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국제환경영화제와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임기는 3년.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줌아웃해 역사 속에서 조감한 연구서 ‘제국의 성 관리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출간했다고 9일 밝혔다.편저자인 박정애 재단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일제의 성 관리의 시공간 속에서 반복해 등장한 국가 성폭력 제도의 일부였다. 책은 일본 가라유키상(唐行きさん·과거 해외로 인신매매돼 성 착취를 당한 일본 여성)과 나치 독일 국방군의 매춘업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의 미군 ‘위안부’까지 다루면서 전쟁과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여성 인권이 어떻게 침해됐는지를 조명한다. 하야시 요코(林葉子) 일본 나고야대 교수, 다케모토 니나(嶽本新奈) 오차노미즈여대 강사, 후지메 유키(藤目ゆき) 오사카대 명예교수, 장수희 동아대 강사, 레기나 뮐호이저 독일 함부르크 사회연구소 연구원 등 국내외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뜻이죠. … 문자와 전화로 은연중 저에게 자살을 종용하던 자들에게는 저 역시 짚으로 만든 개일 뿐이었겠죠.” 신간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신작 ‘우리들의 실패’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은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개입 사건을 폭로했다가 주변인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교각에 서서 밤바다를 내려다보던 그에게 ‘살아서 진실을 말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그는 어떤 삶을 거쳐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가 공통의 주제로 중단편 소설을 쓰고 그 2편을 한 권으로 묶는 기획 시리즈의 첫 권이다. 첫 주제는 ‘윤리적 딜레마’. 함께 실린 소설은 1999년 ‘일식’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저명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이다. 고인이 된 거장 사진작가의 전시를 준비하던 주인공이 상자 속에서 은밀한 사진을 발견하면서 고민에 휩싸이는 이야기다. 김 작가는 ‘결정적 순간’에 관해 “어떤 진실을 발견한 직후에 시작해서 차츰 그 진실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보여 준다”며 “우리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는 나의 옳음, 나의 진실 그 자체에 대한 번민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다. 히라노는 ‘우리들의 실패’를 두고 “커다란 윤리적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과거 경험일 수도 있다는 점을 탁월하게 보여 준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JTBC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이어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의 재판매를 놓고 벌이는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릴 모든 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을 사들였는데, 첫 중계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은 저조한 시청률과 중계 파행으로 논란을 낳았다. JTBC는 6월 시작되는 북중미 월드컵의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위해 최근 지상파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JTBC 측은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를 찾아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일정이 연기됐다. 앞서 4일에는 MBC 측과 접촉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가 요구하는 중계권료와 지상파 측이 제시한 중계료 차이가 커서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상파 내부에서는 “JTBC가 재판매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의 제3노조인 같이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계권 재판매 협상의) 본질은 한 유료 민영방송의 잘못된 경영 판단을 공적 재원, 시청자의 수신료로 메워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수신료로 JTBC의 ‘도박빚’을 갚을 순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JTBC가 사운을 건 도박을 했고, 이제 그 도박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중계권 재판매 협상은 한마디로 비싸게 계약한 중계권을 같이 떠안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우리는 JTBC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사태의 근본 책임은 지상파 3사의 ‘코리아풀(Korea Pool)’ 공동협상 체계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린 JTBC에 있다”고 했다. 노조는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심지어 패럴림픽 (중계권)은 구입조차 하지 않은 JTBC의 졸속 협상에 대해 냉정하고 엄중한 평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월드컵 중계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밀라노 겨울올림픽은 중계 채널이 JTBC와 네이버 두 곳뿐이어서 시청자들이 주요 경기나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 선수 경기의 경우, 최 선수가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진 후 JTBC가 중계를 쇼트트랙 경기로 돌려 정작 시청자들은 최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된 3차 시기 연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