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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성과 관련한 첫 ‘내부 고발’이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겨AI(Figure AI)가 안전 문제를 지적한 직원을 해고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고 미 경제매체 CNBC 등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겨AI 안전 책임자로 일했던 엔지니어 로버트 그룬델은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회사가 개발한 로봇이 “인간의 두개골을 골절시킬 만큼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룬델 측 변호인에 따르면 올 9월 그룬델은 로봇 안전 문제를 회사에 제기한 직후 해고됐다. 변호인은 그룬델이 피겨AI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애드콕과 수석 엔지니어 카일 에델버그에게 로봇의 치명적 능력에 대해 경고했으며, 한 로봇이 오작동 문제를 겪는 동안 “강철 소재의 냉장고 문에 4분의 1인치(약 0.6㎝) 깊이의 상처를 냈다”는 내용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겨AI 측은 CNBC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그룬델에 대해 “저조한 업무 성과로 해고됐다”며 그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그룬델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 관련 성명에서 “이 사건은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과 관련된 최초의 내부 고발자 사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로봇을 성급하게 출시하려는 접근 방식이 공공에 초래하는 명백한 위험이 이번 사법 절차를 통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겨AI는 지난해 초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390억 달러(약 57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텔레콤이 올해 4월 유심 해킹 사태 관련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3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SK텔레콤 측은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고 이후 회사가 취한 선제적 보상 및 재발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킹 사고로 SK텔레콤은 1조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이달 4일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3998명에게 각각 3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조정을 거부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배상을 받으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재판으로 다퉈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전체 피해자가 동일 조건으로 조정을 신청한다면 배상액이 최대 7조 원으로 불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피해자 약 2300만 명에게 적용할 경우 총 배상액은 약 6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텔레콤이 올 4월 유심 해킹 사태 관련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3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SK텔레콤 측은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고 이후 회사가 취한 선제적 보상 및 재발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 앞으로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킹 사고로 SK텔레콤은 1조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이달 4일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3998명에게 각 3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조정을 거부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배상을 받으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재판으로 다퉈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전체 피해자가 동일 조건으로 조정을 신청한다면 배상액이 최대 7조 원으로 불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피해자 약 2300만 명에 적용할 경우 총 배상액은 약 6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KT가 해킹 사태 후속 조치로 실시 중인 전 가입자 대상 유심(USIM) 무상 교체 서비스를 수도권과 강원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KT는 이달 5일 해킹 피해가 집중된 광명·금천 지역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진행해 온 데 이어 이날 수도권·강원 지역으로 대상을 넓혔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전국으로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유심 교체는 KT닷컴이나 유심 교체 전담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 후 대리점에서 진행할 수 있다. 셀프 교체 신청 고객은 택배 수령 후 KT닷컴에서 직접 교체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날부터는 수도권·강원 지역 매장에 ‘유심 무료 교체 지원 매장’ 안내 포스터를 부착하고 매장 직원 대상 고객 응대 지침도 강화됐다. KT는 “고객 불편 없이 안정적으로 유심 교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을 순차적으로 넓혀 가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불법 팸토셀(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에 이어 KT는 지난해에도 악성코드 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입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총 43대 서버가 감염됐지만 KT가 신고하지 않고 자체 처리한 사실이 정부 조사에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감염 서버에 담긴 개인정보가 최근 무단 소액결제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남아 있어 당국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부터 소셜미디어 X, 음악 감상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주요 서비스가 특정 업체의 장애로 동시다발적으로 먹통이 됐다. 장애는 3시간여 만에 복구됐지만 극소수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에 의존하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니온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접속 장애가 보고된 만큼 최소 수천만 명, 최대 수억 명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인터넷 배달 네트워크 장애로 전 세계 AI 먹통 이번 장애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CDN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 라우팅 오류로 파악됐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매슈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해킹 등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CDN은 쉽게 말해 인터넷 콘텐츠의 ‘배달 네트워크’ 같은 개념이다. 서울에 사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등 콘텐츠를 볼 때 이용자의 요청이 미국 서버를 거쳤다가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로딩 속도도 느리다. 이에 글로벌 IT 회사들은 세계 각 지역에 분산 네트워크 시스템인 CDN을 두고 각국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하게끔 한다. 특히 AI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특성 때문에 CDN이 AI의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하는 주요 관문으로 통한다. 이번 사태로 챗GPT 등 AI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것도 ‘AI 고속도로 톨게이트’ 역할을 하는 CDN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CDN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클라우드플레어의 장애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장애 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와 X,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에서 일제히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무디스 신용평가 서비스 등도 장애가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챗GPT와 X, AWS 접속이 한때 불가능했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시 일부 장애를 겪었다.● “초연결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 노출”전 세계 주요 기업·서비스가 소수의 클라우드·AI 인프라에 의존하면서 이 같은 ‘연결 장애’ 사고는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AWS의 미 버지니아주 ‘미 동부 1리전’에서 일어난 장애로 전 세계 기업·공공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같은 달 MS 애저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하며 세계 주요국 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 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인프라 기업에 대한 과의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CDN 분야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선 클라우드플레어, 아카마이, AWS의 클라우드프런트 등 소수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서리대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이번 사태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소수의 인프라 제공 업체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할 대책으로는 멀티 CDN과 멀티 클라우드로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소수의 인프라 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위험을 분산하는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대형 기업의 서비스가 제일 우수하고 보안 능력도 강하기 때문에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란?멀리 떨어진 곳의 데이터를 최종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통신망 체계.예시: 서울에 있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려 할 때, 미국 서버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버에 ‘캐싱’(임시 저장소에 보관)해 전달.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미국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챗GPT 등 인공지능(AI) 주요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인의 일상에 AI가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AI 서비스가 소수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마비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의 오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반복되며 ‘초연결 사회’의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5분의 1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를 거친다.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여파로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아마존,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등에서 접속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클라우드플레어 내 트래픽 급증으로 촉발된 AI 마비 사태는 18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AI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자 사용자들의 일상도 멈췄다. 약 3시간의 오류였지만 AI를 주로 쓰는 직장인들이 업무를 처리하거나 학생들이 과제 등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은 것이다. 회사원 김보민 씨(27)는 “평소 AI로 1시간이면 마쳤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3시간 걸렸다”며 “퇴근 후에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19일 새벽에 출근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학부모 카페에선 “수행평가를 준비하던 아들이 챗GPT가 먹통이 되자 (당황하며)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 겨우 마무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AI 과의존 세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AI 사용이 개인뿐 아니라 각종 산업, 금융계, 학교, 공공기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AI 인프라의 안정성 확보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규모 먹통 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류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버 분산 등 안전장치를 갖춘 국내 AI 시스템을 육성해 서비스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경력이 끊긴 여성 A 씨(48).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경력 복귀 지원을 받아 근무가 보다 유연한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직했다. 수요가 폭발한다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자녀에게 컴퓨터공학 전공을 권할 마음은 없다. A 씨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 지식과 기술들이 금세 ‘구식’이 되어버리는 데다, 육아 등 개인 사정으로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복귀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했다. #2. 서울의 한 사립대 이과대학 명예교수 B 씨는 딸이 있지만 선뜻 이 길을 권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자녀에게는 추천하지 못한다”며 “전문성이 주는 보람과 가치는 크지만,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사회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확보하는 등 정부가 AI 3대 강국을 향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이 GPU를 활용할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부랴부랴 인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학기술계에선 애써 키운 여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기혼 여성 60% “딸에게 이공계 추천 안 해”WISET에 따르면 이공계에서 육아나 결혼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 인재는 2023년 기준 16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애리 WISET 이사장은 “전 세계 각국이 인재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경력 단절 여성 인재들부터 연구 일선에 복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 커리어가 개발되는 핵심 시기가 20대 후반부터 30대인데 이때가 임신 출산 시기와 겹친다”며 “유연근무제 확대와 연구자를 위한 인건비 보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8일 본보가 입수한 WISET 주관 ‘여성과학기술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성 인재들이 마주한 현실이 엿보였다. 이공계 전공 기혼 여성 응답자의 59.1%가 “자녀 성별이 딸이라면 이공계 진학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혼 여성 중에는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46.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차이는 결혼 또는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 지속이 어려운 현실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우선 개선 영역’을 묻는 질문에서는 경력 단절 예방 및 복귀(일자리, 재교육, 연구과제 등)가 필요하단 응답이 1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여성 연구자를 고려한 공정한 경력·성과 평가 체계(13.8%) △임금·근속기간·연구비의 성별 격차 해소(13.4%) 등이 뒤를 이었다. AI·데이터사이언스를 연구하는 강윤철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업 기회가 생기면 연구 실적이 우수한 제자를 추천할 때가 많은데 그들이 출산·육아로 기회를 포기하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고심 끝에 출산을 포기하는 학생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육아기 여성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긴급돌봄 사업을 꼽는다. 생물학이나 화학 등 전공에선 24시간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육아로 연구 중도 포기 않게 유연근무제 확대를”“경력보유여성, 다시 연구실로”● “여성 인력 활용으로 과학 인재 위기 극복해야”육아 고충으로 연구를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간사인 권순경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연구 현장은 일반 기업과 달라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 집중 근무 형태가 필요하고 유연근무 적용이 유리한 점이 있다”며 “근무시간에 따른 평가 방식이 아니라 논문, 프로젝트 진척 등의 연구성과 기반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STEM 분야의 남성 중심 연구 환경으로 인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성 인재도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진로나 경력 변경을 고려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 과학자의 22.2%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경력단절’ ‘성차별 및 조직문화’ 등을 사유로 꼽았다.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남성 카르텔이 심하고 여성 과학자들은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다” “유리천장이 너무 견고해 승진 기회가 없다고 느꼈다”는 의견을 냈다. 김윤영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는 “STEM 분야는 남성의 학문이라는 잘못된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해외 인재를 영입해 다양성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한국에 있는 여성 인재들부터 과학계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아이가 6개월일 때부터 0세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연구실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확실히 안정감이 있죠.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데 0세 어린이집이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KAIST가 운영 중인 ‘KAIST 직장어린이집’ 0세반 대표 운영위원인 이성빈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가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 이공계 인력들에게 0세반 운영은 너무 필요한 인프라”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0세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관은 KAIST 등 몇 곳 되지 않는다. 주요 대학들은 캠퍼스 내부 또는 근처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만 1세반부터 운영한다. 0세반은 법적으로 교사 1명당 영유아 3명까지만 돌볼 수 있어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강윤철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 과학자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시기가 보통 자녀가 0세일 때”라며 “여성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제도가 0세반 운영 확대”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여성 이공계 인재들의 고충을 고려해 학회나 대학 차원에서 보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신경과학회(SfN)는 돌봄 전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생후 6개월부터 12세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 라이프치히대는 연구 일정이 있을 때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서비스를, 마인츠대는 기존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없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보육 시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도 ‘육아기 청년 과학자 인재’ 대상 긴급돌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KAIST 등 4대 과기원 대상 30명에게 선착순으로 지원했는데, 공고 8일 만에 지원이 마감됐다. 재단은 내년 중 긴급돌봄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시범 사업을 정식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1.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경력이 끊긴 여성 A 씨(48). 최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경력 복귀 지원을 받아 근무가 보다 유연한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직했다. 수요가 폭발한다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자녀에게 컴퓨터공학 전공을 권할 마음은 없다. A 씨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존 지식과 기술들이 금세 ‘구식’이 되어버리는 데다, 육아 등 개인 사정으로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복귀하기가 너무 힘든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했다.#2. 서울의 한 사립대 이과대학 명예교수 B 씨는 딸이 있지만 선뜻 이 길을 권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자녀에게는 추천하지 못한다”며 “전문성이 주는 보람과 가치는 크지만,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사회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확보하는 등 정부가 AI 3대 강국을 향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이 GPU를 활용할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부랴부랴 인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학기술계에선 애써 키운 여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기혼 여성 60% “딸에게 이공계 추천 안 해”WISET에 따르면 이공계에서 육아나 결혼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 인재는 2023년 기준 16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애리 WISET 이사장은 “전 세계 각국이 인재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경력 단절 여성 인재들부터 연구 일선에 복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 커리어가 개발되는 핵심 시기가 20대 후반부터 30대인데 이때가 임신 출산 시기와 겹친다”며 “유연근무제 확대와 연구자를 위한 인건비 보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18일 본보가 입수한 WISET 주관 ‘여성과학기술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성 인재들이 마주한 현실이 엿보였다. 이공계 전공 기혼 여성 응답자의 59.1%가 “자녀 성별이 딸이라면 이공계 진학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혼 여성 중에는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46.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차이는 결혼 또는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 지속이 어려운 현실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우선 개선 영역’을 묻는 질문에서는 경력 단절 예방 및 복귀(일자리, 재교육, 연구과제 등)가 필요하단 응답이 1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여성 연구자를 고려한 공정한 경력·성과 평가 체계(13.8%) △임금·근속기간·연구비의 성별 격차 해소(13.4%) 등이 뒤를 이었다.AI·데이터사이언스를 연구하는 강윤철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업 기회가 생기면 연구 실적이 우수한 제자를 추천할 때가 많은데 그들이 출산·육아로 기회를 포기하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고심 끝에 출산을 포기하는 학생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육아기 여성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긴급돌봄 사업을 꼽는다. 생물학이나 화학 등 전공에선 24시간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 인력 활용으로 과학 인재 위기 극복해야”육아 고충으로 연구를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간사인 권순경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연구 현장은 일반 기업과 달라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 집중 근무 형태가 필요하고 유연근무 적용이 유리한 점이 있다”며 “근무시간에 따른 평가 방식이 아니라 논문, 프로젝트 진척 등의 연구성과 기반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STEM 분야의 남성 중심 연구 환경으로 인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성 인재도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진로나 경력 변경을 고려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 과학자의 22.2%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경력단절’ ‘성차별 및 조직문화’ 등을 사유로 꼽았다.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남성 카르텔이 심하고 여성 과학자들은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다” “유리천장이 너무 견고해 승진 기회가 없다고 느꼈다”는 의견을 냈다. 김윤영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는 “STEM 분야는 남성의 학문이라는 잘못된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해외 인재를 영입해 다양성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한국에 있는 여성 인재들부터 과학계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로봇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 집에서 빨래를 접어주는 로봇, 병원에서 수술을 보조하는 로봇, 위험한 전장을 누비는 정찰·전투 로봇의 등장이 놀랍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이 로봇들은 얼마나 정확한 ‘눈’을 가졌을까. 사람을 100% 대체하려면 자동차 부품들을 정위치에 조립하고, 수술 부위를 오차 없이 조준해야 한다. 이같은 로봇의 ‘눈’이자 ‘시각지능’을 만드는 기업을 찾아봤다.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의 메크마인드로보틱스, 독일의 이스라비전, 노르웨이 지비드를 대표 주자로 꼽는다. 국내에선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연구교수 출신 이진한 대표가 2021년 창업한 ‘클레’가 약진하고 있다. “사람을 소중히, 위험한 일은 로봇에게”로봇의 ‘눈’을 만드는 ‘클레’의 핵심 모토다. 3D머신비전은 로봇이 사람처럼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하게 만드는 ‘눈’ 역할을 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 1.9초만에 대상 장면 내 400만 개 지점에 대해 0.1밀리미터(mm)오차로 촬영하는 것이 클레가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을 공략한 기술력이다. 클레의 핵심 제품인 3차원 머신비전 카메라 코픽3D 시리즈는 최대 0.1mm 오차 수준의 고정밀 3D 측정 성능을 구현한다. 엔비디아의 병렬 처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실시간 연산 능력을 확보해, 기존 2차원 머신비전으로는 불가능했던 정밀 조립 및 검사 공정의 완전 무인 자동화를 가능하게 했다. 별도의 고가 3D 센서 없이도 정밀한 입체 데이터를 추출하는 독자 기술은 산업적 혁신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생산라인과 울산 전기차 신공장, 기아 멕시코ּ·슬로바키아 공장 등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혼다, 도요타, 미쓰비시 자동차 등과는 현재 기술 실증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다음은 이진한 클레 대표와의 일문일답.왜 자동차 등 제조 공장에서 고도화된 3D머신비전 기술이 필요한가기존 2D비전 기술은 평면적 정보에 한정돼 있어 복잡한 형상이나 깊이 인식이 필요한 작업에 한계가 명확했다. 조립 공정, 용접, 치수 검사, 외관 불량 검출 등 고난이도 작업의 자동화에는 3D인식이 필수적이다.예전 공장을 보면 로봇이 비슷한 위치에 부품을 놔주면 사람이 정밀한 작업을 했다. 그런데 로봇으로 완전 자동화를 이루려면 ‘정위치’ 보장이 중요하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듯이 정확한 위치에 차량용 유리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오차가 거의 없어야 한다. 우리의 3차원 머신 비전 기술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사람처럼 정확하게 차체에 유리를 붙이게 한다. 타이어의 경우 0.2 mm만 오차가 발생해도 끼울 수 없는 데, 우리 기술은 오차가 0.1mm라 이 조건을 충족한다.사람의 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사람의 손에는 촉각이 있다. 저항이나 반발력도 느낀다. 이것을 그대로 로봇에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갈 길이 멀다. 이 방법이 어렵다보니 3차원 머신 비전 기술로 정확히 찍어 필요한 위치를 고정밀 측정한 뒤 조립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일본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과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우리 기술은 경쟁 제품보다 압도적으로 정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고객들의 특징은 우리가 제시한 스펙을 하나하나 다 검증하는 데 있다. 일본 고객사가 전문 장비를 통해 직접 자체 검증한 결과 우리 제품은 오차율이 0.04mm, 중국의 한 경쟁사는 0.4mm가 나왔다. 우리 제품이 10배 더 뛰어나다는 성능이 나온 것이다. 일본 시장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인가일본은 기술 대국이지만 공장 자동화에 있어서는 후발대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3배 크지만, 공장 자동화율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6배 높다. 로봇의 ‘눈’을 만드는 우리 입장에선 단순 계산해도 일본이 (한국 대비) 18배 이상의 시장인 것이다. 일본은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문화로 무인 자동화 도입이 지연됐다. 일본은 제조업 문화 자체가 장인의 영역이다. 최고의 전문가가 차를 조립해준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건비를 계속 높게 가져간다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3D머신비전 기술력은 높지 못해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의 클레와 중국 메크마인드를 놓고 테스트 중이다. 우리에겐 엄청난 기회인 셈이다. 또한 고령화 심화로 제조 인력이 부족한 점도 공장 내 로봇 도입을 앞당길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 로봇 강국인 중국의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이길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먼저 ‘공장 자동화’에 진심이었다. 중국보다 먼저 제조공장에서 로봇을 엄청나게 쓰기 시작했다. 그 데이터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자산으로 쌓여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업 등 주요 제조업 생산시설이 축적해온 양질의 제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피지컬AI를 구현할 최전선인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과 부품, 완성차 제조 생태계를 통한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피지컬 AI 개발뿐만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이라고 했다.)앞으로 도전할 분야는가격경쟁력과 고효율, 안전 등을 위해 고위험 분야부터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자동차 다음은 물류 분야를 보고 있다.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다루는건 규격과 틀이 정해진 정형화된 부품들이다. 그런데 물류 분야는 비정형의 세계다. 쿠팡 물류센터를 생각해보자. 쿠팡에서 오는 물건들은 비닐로 포장돼 있다. 로봇은 비정형인 비닐에 쌓인 물건들을 사람이 하듯 차곡차곡 배송 순서대로 계산해 쌓는 작업을 잘 하지 못한다. 이같은 비정형 작업들은 앞으로 도전해야 할 분야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한국 이용자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AI) 활용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노션의 악샤이 코타리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사용자 및 시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20년 첫 비영어권 출시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노션은 우리나라를 글로벌 톱티어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달 ‘AI 에이전트’ 출시 행사도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 단 7개 도시에서만 진행됐는데 그중 한 곳이 서울이었다. 한국 이용자의 적극적인 AI 사용이 그 배경이다. 최근 노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지식 근로자의 61.5%가 업무에서 AI 도구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89%는 AI가 미래 업무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타리 COO는 “한국의 학생과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운영체제(OS)가 다양하지 않은 한국 시장만의 특이점도 짚었다. 코타리 COO는 “한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 업무 환경을 도입한 기업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며 “이에 따라 한국의 기업들은 MS 기반 환경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 도입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션이 도입한 MS의 ‘팀즈’, ‘셰어포인트’ 등과의 연동 기능이 특히 한국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는 기존 MS 중심 업무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노션 AI로 업무 영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X 속도를 높이고 있는 최근 한국 시장 동향에 대해선 “테크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 유통업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한국의 혁신적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AI 에이전트가 민감 데이터를 유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보안 우려에 대해선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며 “AI를 속여서 정보를 탈취하는 ‘프롬프트 인젝션’에 대한 강력한 방어 체계와 위험한 링크 차단 기능, 관리자 단위의 제어 옵션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종일 걸리던 업무 1시간만에… ‘AI 협업툴’세계 ‘인공지능(AI)’과 함께 일하는 시대다. MZ 직장인들은 노션, 두레이, 코다 등 AI 협업툴을 적극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 요약, 업무 공유 기능 등을 통해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협업툴의 세계를 살펴봤다.# 오전 9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컴퓨터 화면을 켜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어젯밤 쌓인 업무를 정리해 놓았다. 긴급도에 따라 우선 순위도 매겨져 있다. ‘오늘 처리할 긴급 이슈 3건’이라는 제목의 요약 페이지를 클릭하니 핵심 내용과 필요한 조치사항, 관련 과거 케이스까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일일이 메일을 체크하며 30분은 걸렸을 일을 5분 만에 파악한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팀 회의 준비도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준비해준다. 어제 마케팅팀, 개발팀, 영업팀이 각자 업데이트한 주간 보고서를 AI 에이전트가 통합해 ‘이번 주 핵심 이슈와 연관사항’으로 요약해 놓았다. 개발 일정 지연이 마케팅 캠페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사이트도 자동으로 표시돼 있다. 미팅 전에 미리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이제 남은 업무는 투자 보고서 초안 작성이다. ‘지난달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서 투자자용 요약 보고서 초안 만들어줘’라고 AI 에이전트에게 요청하자 재무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치를 가져와 차트와 함께 3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생성한다. 물론 최종 검토와 전략적 코멘트는 직접 추가해야 하지만, 데이터 정리와 기본 구조 작업에 들어가던 시간을 아껴 더 중요한 결론 도출에 집중할 수 있다. 점심시간 전에 초안을 완성하고, 여유롭게 팀원들과 커피 한잔할 시간까지 생겼다.》‘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직장인 A 씨의 아침 풍경은 미래가 아닌, 오늘의 현실이다. 누구나 AI 서비스를 개인비서처럼 쓰는 일상이 자리 잡으면서 AI 협업툴도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것. 대학생 프리랜서 스타트업과 대기업 직장인 할 것 없이 노션, 두레이, 코다, 컨플루언스 등 다양한 협업툴로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더는 과거처럼 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회의 녹취 앱, 정보 검색과 번역에 필요한 AI 서비스, 데이터 클라우드 사이를 일일이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 AI 협업툴을 이용하면 업무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이동 없이 한 플랫폼에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업무 현황과 담당자 배치도 조직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매번 담당자가 누구인지 힘들게 찾아 메일이나 메신저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과거라면 하루 종일 걸렸던 업무를 1시간에 끝내는, 누구나 ‘일잘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탑재된 협업툴은 사용자를 대신해 일을 하는 ‘AI 팀원’을 지향한다. 복잡한 문서를 간결하게 요약해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 요약, 문장의 문법 오류를 수정하고 회사나 업무 스타일에 맞게 문체를 바꿔주는 문법 및 스타일 교정 기능은 물론이고 번역·보고서·이메일 초안 작성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업무 흐름들을 한눈에 보고 이를 100명 넘는 이용자에게 공유할 수 있어 추가 메신저나 이메일 연락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루 종일 걸리던 업무 1시간 만에 마무리이처럼 협업툴 사용은 이제 MZ 직장인에게 대세가 됐다. 유튜브에선 ‘미국 실리콘밸리 일잘러들은 무조건 쓴다는 OO이 끝판왕인 이유’ ‘일잘러 완벽 가이드’ 등의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노션’ 같은 협업툴 사용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강사와 노션 템플릿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실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잘러들은 다 몰래 쓰고 있다”며 ‘갓생러 키트’ 등의 이름을 붙여 유료 템플릿을 판매하는 광고도 넘쳐난다. 대학생들도 강의와 팀 과제, 개인 학습 등에 AI 협업툴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들끼리 자신이 만든 협업툴 템플릿을 사고팔 수 있는 ‘노션 마켓플레이스’에는 전국 대학생들이 ‘대학생활 스터디 플래너’ 등 참신한 디자인으로 템플릿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갓생 살기’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며 러너들을 위한 러너 맞춤형 템플릿, 요리 레시피나 다이어트용 템플릿도 단골 아이템이다. 이처럼 협업툴 시장이 커지면서 테크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노션과 유사한 협업 도구 루프(Loop)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AI 비서 코파일럿을 통해 워드·아웃룩 같은 기존 문서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구글 역시 지메일, 드라이브 등 협업 도구에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도입하며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기업은 미국 ‘노션’이다. 오픈AI, 엔비디아가 회사 내부 협업툴로 노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브스가 선정한 클라우드 100대 기업의 90%, AI 50대 기업의 94%가 노션을 쓰고 있다. 노션은 재택근무가 필수였던 팬데믹 기간 급성장해 2021년 10월 10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에선 NHN두레이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공공 협업툴 도입률 1위인 NHN두레이는 누적 15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외교부, 도로교통공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공항공사, 기초과학연구원(IBS), 서울대, KAIST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다.● 협업툴, 대표 IT-AI 기업들 대부분 사용오픈AI는 초창기 직원이 수백 명일 때부터 노션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션 AI 개발에도 직접 파트너로 참여했는데, 오픈AI API를 기반으로 노션 AI가 만들어진 셈이다. 노션 측은 “오픈AI의 AI 전문가들이 매일 사용하면서 피드백을 준 것이 노션의 AI 협업 도구”라고 설명했다. 오픈AI의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픈AI의 엔지니어들이 코드를 개발하고 로드맵을 짜는 모든 과정이 노션에서 이뤄진다”며 “노션은 깃허브, 슬랙 같은 다른 도구들과도 연결돼 있어 정보가 고립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른다”고 평가했다. 100년 전통 기업도 노션을 통해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일본 도요타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도요타 프런티어 리서치 센터는 노션 도입 이후 승인 절차가 3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기존엔 SNS에 연구 결과 1건을 공유하려면 ‘기획팀 메일 발송→법무팀 검토→홍보팀 피드백→보완 작업’ 등을 거치느라 며칠이 걸렸다. 노션 도입 이후에는 초안 작성부터 승인까지 모든 과정이 한 페이지에서 보이고 ‘승인’ 버튼 하나로 완료된다. 이를 통해 승인 시간이 3분의 1로 단축됐다. 변경 사항이 생기면 관련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발송된다. 더 이상 ‘그 자료 어디 있더라’ 하며 헤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노션에 따르면 서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활성 사용자 수를 보유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선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직접 노션 도입을 권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GS그룹 디지털전환(DX)을 총괄하는 조직인 52g는 ‘업무 흐름 대시보드’를 만들어 GS그룹 내 계열사의 DX 담당 230명의 업무 현황을 한 페이지서 관리한다. 허 회장도 이 페이지를 통해 업무 현황을 파악한다고 한다. 계열사 가운데 GS건설은 현장의 여러 고위험 작업을 노션에 사전 등록하고 작업 현황을 관련 부서와 팀이 실시간으로 공유해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심지어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점심 주문도 노션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국내선 한국 시장 최적화한 ‘두레이’ 도입 활발두레이는 국내 공공기관의 경우 아직 한컴오피스 사용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사용자가 두레이에 접속해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한컴오피스웹(Web)을 결합하는 등 한국 시장에 최적화했다. 민간 시장에선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HDC현대산업개발, KB국민은행, 한글과컴퓨터 등이 두레이를 사용 중이다. 업무에 AI 서비스를 전면 도입하고 싶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현실도 두레이 같은 AI 협업툴을 도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금융기관 A사는 두레이가 제공하는 다양한 글로벌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에 나섰다. 기존에 금융기관이 LLM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모델별로 인가, 심의, 시스템통합 개발 절차를 반복해야 했다. 이때 도입할 모델이 많아질수록 비용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두레이가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 등 글로벌 LLM 라인업을 제공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A사 관계자는 “보안이 매우 중요한 금융업 특성상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내부로 도입해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금융 보안 인증을 받은 두레이를 도입하면서 협업 기능은 물론이고 각 영역에 특화된 다양한 LLM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환보직을 채택한 중소기업중앙회는 두레이 도입으로 인사 시즌 때마다 곤혹을 치르는 일이 크게 줄어든 사례다. 업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전 메일과 메신저 대화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며 인수인계서를 마련해야 했는데, 두레이를 사용하며 인수인계로 인한 업무 혼란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전 직원 모두 업무 매뉴얼과 프로젝트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두레이 프로젝트와 위키에 저장하고, 이를 전 사에 공유하며 더는 과거 업무 담당자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게 됐다. 백창열 NHN두레이 대표는 “금융권의 까다로운 보안 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금융 고객사들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며 “AI를 통한 업무 혁신은 국내 전 산업군의 생산성 혁신 속도를 전례 없는 속도로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인공지능(AI) 시대엔 국가 간 장벽이 없다.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선택하는 세계 톱 수준의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동아폴리시랩’ 기조강연에서 AI 정책 방향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배 부총리는 “지난해만 해도 한국이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게 맞느냐는 얘기도 많았고, AI 투자가 과도하다거나 미국에 의존해 협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그러나 미국 등의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형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되겠나. 자체적인 AI 모델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크 투자 몰리는 韓, 아태 AI 수도 도약 가능”배 부총리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방한해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AI 대전환을 이루려는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주목해서라는 설명이다. 배 부총리는 “엔비디아가 중국과 협업할 순 없으니 그 다음 차선으로 적합한 나라가 어디일지 고민했을 것이고, 그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요즘 해외 언론에서 ‘왜 한국에만 테크 기업 투자가 몰리느냐’는 기사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이렇게 선제적 AI 투자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한국은 정부, 기업, 학계가 똘똘 뭉쳐서 AI 대전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한국이 기존에 보유한 강한 제조업과 기술력도 향후 AI 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배 부총리는 “우리가 제조 바이오 방산 쪽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 AI가 접목됐을 때 파괴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오픈AI도 한국이 매력적인 AI 수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협업을 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도 피지컬 AI를 위해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했으며, 현대자동차 외에도 앞으로 다양한 제조 기업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피지컬AI 발전시키려면 양질 데이터 확보 필수”‘동아폴리시랩’에서는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당국과 학계, 국책 연구원 등 전문가와 함께 ‘산업현장의 AI 혁신과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피지컬 AI 실현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단순히 거대언어모델(LLM)이 아니라 거대행동모델(LAM)로 발전시켜 피지컬 AI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결국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으면 피지컬 AI는 불가능하다”고 했다.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인재 확보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홍 연구위원은 “인재 없는 제도 마련은 의미가 없다”며 “좋은 인재들이 순환하는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도 미국 회사 CEO지만 대만계 등 외국 출신”이라며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좋은 회사를 우리나라에 창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 가운데서 ‘기술주권’을 확보해 독보적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 교수는 “(AI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원태 국민대 특임교수는 “AI가 창출하는 혜택을 국민 전체가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AI 헬프스테이션’ 등 AI 활용을 돕는 교육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국가대표 AI)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AI 3대 강국을 향한 국가전략과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동아폴리시랩’ 기조강연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 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톱10 정도가 아닌 전 세계 톱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배 부총리는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독자적 AI 풀스택(반도체-클라우드 모델-서비스) 생태계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의 AI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전했다. 그는 “과학기술 연구에 AI를 잘 접목하면 한국도 이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배 부총리는 “국민들이 소외되지 않게 누구나 AI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며 ‘AI 기본 사회’ 구현 역시 강조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LG유플러스가 구글의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탑재한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 인공지능 비서’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통화 앱에 최신 제미나이 모델을 탑재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차세대 인공지능(AI) 전략을 공개했다. 익시오 AI 비서는 구글의 최신 LLM 모델인 ‘제미나이 2.5 플래시 라이브’를 활용해 개발됐다. 익시오 AI 비서는 통화 중에도 대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익시오 사용자가 통화 중 “헤이, 익시”라고 부르거나 호출 버튼을 누르면 AI가 통화에 참여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 즉시 알려준다. 가령 친구와 통화로 주말 등산 계획을 세우다가 “헤이 익시, 이번 주말에 비가 와?”라고 질문하면 AI가 날씨를 검색해 음성으로 알려준다. 통화 상대방이 LG유플러스 사용자가 아니어도 AI 검색 결과를 음성으로 함께 들을 수 있다. 운전 중이거나 손에 짐을 들고 있을 경우 통화를 끊거나 화면을 이탈해 날씨나 주가, 환율, 지도 등을 찾아봐야 했던 불편을 줄인 것이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의 LLM을 썼을 경우 AI 호출·검색·정보 제공 등의 과정에 8초 이상이 소요됐지만 세계 최초 수준으로 ‘보이스 투 보이스’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3초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익시오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강화했다. 익시오 AI 비서는 온디바이스(On-device) 기반 음성 인식(STT) 기술을 적용해 호출 전 통화 내용은 서버에 전송하지 않고 호출 후 발화 내용만 AI 검색에 활용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베타 서비스를 운영한 뒤 내년 상반기에 공식 출시할 방침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텔레콤이 올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 여파로 임원 규모를 약 30% 감축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SK텔레콤은 13일 고객 신뢰 회복과 인공지능(AI) 사업 성과 창출을 위해 통신(MNO)과 AI 양대 분야의 사내회사(CIC) 체제를 중심으로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신규 임원 승진자는 김석원 MNO CIC 프로덕트·브랜드본부 브랜드 담당 등 11명이다. 지난해 신규 승진 임원 수는 3명이었다. 다만 퇴직 임원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총 임원 규모는 약 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임원의 실질적 책임과 역할 강화를 위해 임원 규모를 강소화(强少化)하고, 향후 수시 인사를 통해 전사적인 조직 유연성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통신 사내회사(MNO CIC)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마케팅을 상품·서비스와 영업 중심으로 재편해 통신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엔터프라이즈(B2B) 사업은 기술 지원 조직을 전진 배치한다. 네트워크는 AI·디지털 전환 실행력을 높이는 조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AI 사내회사(AI CIC)는 정석근·유경상 공동 CIC장을 중심으로 실질적 사업 성과 창출에 집중한다. 앞서 희망퇴직을 단행한 AI CIC 내 팀 단위 조직은 수시로 이합집산이 가능한 프로젝트 형태로 구성한다. AI를 둘러싼 빠른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토록 한다는 취지다. 사업 영역은 △AI 서비스 에이닷 중심 기업대고객(B2C) 분야 △ AI 클라우드, 피지컬 AI 등 기업대기업(B2B) 분야 △메시징 사업과 인증 및 결제 담당 디지털플랫폼사업 △데이터센터 사업을 총괄하는 AI DC 등으로 재편한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CIC 체제는 MNO와 AI 각 사업 특성에 맞춘 최적화된 업무수행 방식과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MNO 사업의 고객 신뢰 회복과 AI 사업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이뤄내겠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오픈AI가 노래 가사로 챗GPT를 훈련시킨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한 빅테크들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유럽을 넘어 관련 저작권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례가 될지 주목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11일(현지 시간) 독일음악저작권협회(GEMA)가 낸 소송에서 오픈AI가 독일어 노래 9곡의 가사를 무단 사용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오픈AI에 문제의 가사를 저장하거나 답변으로 출력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손해배상과 함께 가사를 사용한 내역과 이를 통해 올린 수익도 공개하라고 했다.오픈AI 측은 노래 가사를 이용한 학습 훈련이 “순차적 분석, 반복적 확률의 조합”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픈AI는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협회는 오픈AI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사용료를 내지 않은 채 독일 노래 가사로 챗GPT를 학습시켰다며 라인하르트 메이의 ‘위버 덴 볼켄’(구름 위에서) 등 히트곡 9곡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협회는 선고 직후 “유럽에서 첫 번째 이정표가 되는 AI 판결”이라 환영하면서 이번 판결이 음악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창작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기자협회(DJV)도 이번 판결에 대해 “저작권법의 획기적인 승리”라는 입장을 냈다.AI를 개발한 주요 빅테크들은 전 세계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데이터 학습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나 기사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문제 제기다. 빅테크들은 AI의 데이터 학습은 무단 복제 등과 달리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AI 학습 관련 저작권 소송에서 각국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작가 그룹이 앤스로픽이 저작권이 있는 도서를 AI 학습에 불법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집단 소송에 대해 올 6월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앤스로픽이 저자들의 작품을 ‘공정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앤스로픽이 해적 사이트들에서 최대 700만 권의 책을 불법적으로 내려받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앤스로픽은 저자들에게 약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한편 국내에선 한국신문협회가 올해 4월 네이버가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활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오픈AI가 노래 가사로 챗GPT를 훈련시킨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AI를 개발한 빅테크들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유럽을 넘어 관련 저작권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례가 될지 주목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11일(현지 시간) 독일음악저작권협회(GEMA)가 낸 소송에서 오픈AI가 독일어 노래 9곡의 가사를 무단 사용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오픈AI에 문제의 가사를 저장하거나 답변으로 출력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손해배상과 함께 가사를 사용한 내역과 이를 통해 올린 수익도 공개하라고 했다.오픈AI 측은 노래 가사를 이용한 학습 훈련이 “순차적 분석, 반복적 확률의 조합”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픈AI는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협회는 오픈AI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사용료를 내지 않은 채 독일 노래 가사로 챗GPT를 학습시켰다며 라인하르트 메이의 ‘위버 덴 볼켄’(구름 위에서) 등 히트곡 9곡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협회는 선고 직후 “유럽에서 첫 번째 이정표가 되는 AI 판결”이라 환영하면서 이번 판결이 음악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창작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기자협회(DJV)도 이번 판결에 대해 “저작권법의 획기적인 승리”라는 입장을 냈다. AI를 개발한 주요 빅테크들은 전 세계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데이터 학습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나 기사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문제 제기다. 빅테크들은 AI의 데이터 학습은 무단 복제 등과 달리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AI 학습 관련 저작권 소송에서 각국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작가 그룹이 앤트로픽이 저작권이 있는 도서를 AI 학습에 불법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집단 소송에 대해 올 6월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앤트로픽이 저자들의 작품을 ‘공정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앤트로픽이 해적 사이트들에서 최대 700만 권의 책을 불법적으로 내려받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앤트로픽은 저자들에게 약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한편 국내에선 한국신문협회가 올해 4월 네이버가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활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민관이 함께 전 국민 인공지능(AI) 리터러시(이해·활용 능력)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K-AI 리터러시 미래교육포럼’에서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전 국민 AI 리터러시 교육을 기획·추진할것을 제안드린다”며 “그 과정에서 AI 분야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 정부의 선제적 정보화 정책이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성공적 분기점이었다”며 “AI 격변기는 또 한번의 국가 도약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 AI 리터러시 교육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관련 교육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을 맡고 있는 유재연 한양대 교수도 이날 주제 발표에서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한국의 AI 리터러시 지표는 27%나 낮고, AI 교육 관련 교사 연수 이수율은 12%에 그치는 반면, AI 교육 수도권 집중도는 74%에 달한다”며 “AI 리터러시 관련 국가 표준을 수립하고 교사 연수를 확대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액션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AI를 가르칠 정보·컴퓨터 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AI가 실생활에서 활용되며 AI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국 사범대학의 컴퓨터교육과 정원은 사실상 ‘동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전국 중등학교 정보·컴퓨터 교사 정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교육과를 두고 있는 전국 사범대는 올해 기준 총 9곳, 총 입학정원은 193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8개 사범대 총 182명이었던 정원은 올해 9개 사범대 193명으로 5년간 단 1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AI 인재 양성은 고사하고 컴퓨터 기초 소양을 교육하는 데도 모자란 규모다. 일반대학에서 교원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교직과정 정원 241명(40개 대학)까지 포함해도 올해 총정원은 434명에 불과하다.육하윤 경북교육청 장학관은 “AI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기 사업 중심의 예산 운영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의 투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며 “교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상시 연수 체계와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형 AI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텔레콤이 이른바 ‘골드 번호’로 불리는 이용자가 선호하는 번호 1만 개를 추첨 방식으로 배분한다고 10일 밝혔다. 골드번호는 1111, 0002, 3000처럼 특정 패턴이 있거나 국번과 동일한 번호(ABCD-ABCD, ABAB-ABAB) 또는 특정한 의미(1004, 1472)를 갖는 번호다. 이번에 응모할 수 있는 골드번호는 총 9가지 유형으로, 1인당 최대 3개까지 응모 가능하다. 골드번호는 기억하기 쉽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SK텔레콤은 2023년부터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골드번호의 수를 연간 1만 개로 늘려 고객들에게 골드번호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골드번호는 ABCD-ABCD 형으로 국번과 마지막 4자리 번호가 좌우 대칭을 이루는 유형이다. 이번 골드번호 추첨은 기존 가입 고객과 신규 가입 예정인 고객 모두 응모할 수 있다. 전국의 SK텔레콤 공식 인증 대리점 등에서 신청할 수 있다. 골드번호 추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정부 기관과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선호번호 추첨 위원회 입회하에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청은 이날부터 이달 23일까지 진행되며 당첨자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