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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멈췄던 프로야구 한화가 KT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왼손 거포’ 강백호(26)를 영입했다. 강백호는 “내년 팀이 더 높은 곳에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백호는 20일 한화의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최대 100억 원(계약금 50억 원, 연봉 총액 30억 원, 옵션 20억 원)이다. 강백호는 당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강백호는 이미 4월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미국 무대 도전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강력한 구애에 마음을 돌렸다. 한화는 19일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 대형 계약을 제시했고, 강백호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강백호의 미국 진출 의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였던 만큼 영입 노력은 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남은 가졌다”며 “왼손 거포인 강백호가 합류하면 우타 거포 노시환, 타점 능력이 뛰어난 채은성, 성장 중인 문현빈과 함께 위압감 있는 타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데뷔 첫해부터 29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받았다. 이듬해부터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2021년 KT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스물두 살이던 2021년에 이미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강백호는 1년 선배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와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할 타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2년부터 내리막이 시작됐다. 2년 연속 부상과 부진이 겹쳐 경기를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며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수비 포지션도 1루수, 외야수, 포수를 떠돌았고 최근 두 시즌은 거의 지명타자로 나섰다.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정후가 MLB에 진출하는 사이 성장을 멈춘 듯했던 강백호는 지난해 26홈런, 올해 15홈런을 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한화에서도 아직 수비 포지션은 결정되지 않았다. 구단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김경문 감독의 구상에 맞게 강백호의 포지션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백호는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구단 KT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화라는 좋은 팀에서 저를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를 인정해주신 만큼 저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 팬들이 더 좋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근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떠오른 한화는 2년간 KT에서만 벌써 세 번째 FA 선수를 영입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에도 KT에서 FA로 풀린 선발 투수 엄상백(29·4년 78억 원), 유격수 심우준(30·4년 50억 원)을 영입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계약 첫해인 올해는 계약 규모에 걸맞은 활약은 하지 못했다. 강백호를 놓쳤지만 여유자금을 확보한 KT는 남은 FA를 향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 태세다. 타선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KT는 올해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현수(37)와 박해민(35·이상 외야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는 이날 FA 포수 한승택(31·전 KIA)을 4년 최대 10억 원에 영입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추신수 프로야구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43)은 한국 야구 선수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을 보내며 숱한 아시아 최초 기록을 쓴 그는 18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6년 MLB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한국 야구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추신수는 올해 야구장 ‘밖’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최고의 무대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그에게 퓨처스(2군) 선수들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진 않았을까. 최근 인천에서 만난 추신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나보다 많이 아웃당해 본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장된 말은 아니다. 프로가 된 이후 미국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를 합쳐 그는 24시즌 동안 모두 1만2145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중 안타를 친 건 2874번, 4사구로 출루한 건 1502번이다. 실패한 타석이 7769번으로 훨씬 많다. 그중 2526번은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실패가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렸다. 아웃이 늘어날수록 성공을 향한 갈망은 더 커졌다.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서 출발한 그는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결국 빅리거가 됐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910억 원)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절실함이다. 추신수는 “내가 선수였을 때처럼 지금 선수들을 훈련시킨다면 다들 도망갔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에게 정말 보고 싶은 건 하고자 하는 ‘의지’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우리 선수들이 좀 더 절실함과 간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기본기다. 육성총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군 선수들이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게 한 것이었다. 추신수는 “당장 경기를 뛰고 싶은데 체력 훈련을 위주로 했으니 선수들이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명품을 만들고 싶지 짝퉁을 만들고 싶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30년 넘는 야구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해 은퇴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 했다. 아내 하원미 씨도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한테 더 신경 쓰라”고 했다. 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그리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구단으로부터 육성총괄 제의를 받은 그는 고심 끝에 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추신수는 “우리 구단이 2028년부터 청라돔 시대를 연다. 청라돔으로 갔을 때 조금이나마 더 단단한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시즌은 지난달 끝났지만 추신수의 야구는 겨울에도 이어진다. 추신수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채널A 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의 감독을 맡았다. 추신수는 “우리나라에 여자 야구팀이 49개나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저희 ‘블랙퀸즈’가 50번째 팀이다. 방송을 보시고 더 많은 분들이 ‘누구나 야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에너지를 얻어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시즌 중 유망주들을 찾기 위해 고교야구 대회 현장을 누볐던 추신수는 8월부터는 블랙퀸즈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부산 사나이’인 추신수에게 여자 선수 지도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추신수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말할 때도 머릿속에서 최소 두 번은 거르고 한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울기도 하는 등 남자 선수들보다 어렵다”며 웃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추신수에게는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피부색, 언어가 다른 선수들과 어울렸던 그 시간이 다른 이들과 융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다는 걸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여성 야구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건 추신수는 “‘어차피 예능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모든 선수들이 진심으로 운동하고 있다. 언젠가 출연자 중 한국 여자 국가대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4위,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 주길 바란다.” 박정원 프로야구 두산 구단주는 올 초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2025시즌은 실패로 끝났다. 이승엽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6월 자진사퇴했고, 팀은 끝내 반등하지 못한 채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2년 9위에 이어 다시 한 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 구단주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절치부심한 두산은 영광 재현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평가받는 두산은 18일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며 자유계약선수(FA) 시장 1, 2호 계약을 하루 만에 성사시켰다. 두산은 KIA에서 FA 자격을 얻은 유격수 박찬호(30)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 연봉 합계 28억, 인센티브 2억 원)에 계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때 ‘화수분 야구’로 불릴 만큼 좋은 자원이 많았던 두산이 거액을 들여 외부 FA를 영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찬호 이전에 유일한 사례는 2015년 롯데에서 FA가 된 왼손 투수 장원준(은퇴)을 4년 84억 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장원준은 2015∼2017년까지 3시즌 동안 41승 27패,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하며 팀 선발진을 굳건히 지켰다. 장원준 영입 후 두산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박찬호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한다. 한때 든든한 내야 수비가 강점이었던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주전들의 이탈과 노쇠화, 은퇴 등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최우선 보강 포지션이 유격수라고 판단한 두산은 박찬호 영입을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FA 시장이 시작된 8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두산은 ‘박찬호 V7’을 새긴 유니폼 6벌을 가지고 박찬호와 만났다. 아내와 부모님, 자녀들까지 챙기며 구단이 얼마만큼 선수를 원하는지를 보여줬다. 박찬호는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91.4%)에 유격수로 출장한 전문 유격수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유격수 부문 수비상 2차례(2023, 2024년), 골든글러브 1차례(2024년), 도루왕 두 차례(2029, 2022년)를 차지했다. 박찬호는 계약 후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두산 야구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같은 날 내부 FA 조수행(32·외야수)과도 4년 최대 16억 원(계약금 6억, 연봉 합계 8억, 인센티브 2억 원)에 계약하며 집토끼 단속에도 나섰다. 올해 FA 2호 계약자가 된 조수행은 2025시즌 타율 0.244, 9타점, 30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두산의 행보는 모두 내년 시즌 우승에 맞춰져 있다. 2022시즌 SSG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고, 예전 두산 우승 멤버인 홍원기, 손시헌을 코치로 영입했다. 두산은 또 올해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현수(37)의 재영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미국에 진출하기 전인 2015년까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중 세 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하며 ‘두산 왕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쓰는 LG가 3년 사이 두 차례(2023, 2025년) 우승하는 걸 쓸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두산 팬들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팀의 2026시즌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 골프대회 최대 우승 상금이 걸린 2025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20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한 시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 상위 60명만 출전해 컷오프 없이 경쟁한다. 대회 메인 후원사인 CME그룹은 지난해 대회부터 우승자에게 여자 골프 역사상 최대 상금인 400만 달러(약 58억6500만 원)를 주고 있다. 지난해 우승자 지노 티띠군(태국)은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왕(시즌 누적 상금 약 605만 달러)에 등극하며 역대 LPGA투어 선수 중 최초로 한 시즌 상금 6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이 대회 우승자가 상금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우승 상금이 18일 현재 상금 랭킹 선두 이민지(호주)의 시즌 누적 상금(약 382만 달러)보다 많기 때문이다. 김효주와 최혜진, 김세영, 고진영 등 한국 선수 9명도 이번 대회에서 ‘잭폿’에 도전한다. 올 시즌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7번 이름을 올린 김효주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 5위로 출전권을 얻었다. 다음으로 순위가 높았던 선수는 6위 최혜진이다. 올 시즌 준우승만 두 번 기록한 최혜진은 시즌 최종전에서 다시 한번 데뷔 첫 승을 노린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이 대회 최다 우승 공동 1위(2회)인 고진영은 단독 1위 등극에 도전한다. LPGA투어 올해의 선수도 최종전에서 가려진다. 올해의 선수 타이틀은 티띠꾼(169점)과 이미 신인왕을 확정한 야마시타 미유(일본·153점)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대회 우승자에겐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이 주어진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영원할 것 같았던 ‘빙속 여제’ 이상화(36·은퇴)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이 12년 만에 깨졌다. 이상화를 넘어선 선수는 네덜란드의 스프린터 펨케 콕(25)이다. 콕은 1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0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콕은 이상화가 2013년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세운 세계기록 36초36을 0.27초나 앞당겼다. 이상화의 여자 500m 기록은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종목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깨지지 않았던 기록이었다. 그동안 각국 선수들은 새로운 주법을 연마하고, 첨단 기술과 장비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상화의 기록만큼은 난공불락이었다. 이상화 역시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최대한 늦게 깨졌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기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곤 했다. 콕은 16일 1차 레이스에서 36초48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다.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의 기록에 0.12초 차까지 다가섰던 콕은 “이상화가 세계기록을 쓸 때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당시 이상화의 100m 기록이 10초09였다. 초반 스타트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1차 레이스에서 콕의 100m 기록은 10초27이었다. 콕은 2차 레이스에서 100m를 10초19로 앞당겼다. 그리고 남은 400m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려 세계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콕은 “이 순간을 오랜 시간 꿈꿔 왔다. 이상화의 경기 영상을 오늘 아침까지도 봤다”면서 “아직 이상화의 100m 기록에 다가서지 못했으니 (이 부분을 보완하면)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차세대 스타 이나현(20)은 이날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7초03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는 김준호(30)가 33초78로 한국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위치한 유타 올림픽 오벌은 기록의 산실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공기 저항이 덜하고, 건조한 날씨와 뛰어난 빙질 관리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지기 때문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른손 타자가 없다고 하니 키워 주신다는 느낌으로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7월에 만난 안현민(KT·22)은 ‘태극마크’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애원’에 가까운 답을 내놨다. 올 시즌 타율 0.344, 22홈런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안현민은 작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국가대표는커녕 청소년 대표로 뽑힌 적도 없었다. 하지만 15,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안현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거포로 떠올랐다. 생애 첫 한일전이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K-거포’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안현민은 15일 첫 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해 0-0으로 맞선 4회초 모리우라 다이스케(히로시마)를 상대로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선제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해 히로시마의 필승조로 활약한 모리우라는 2승 3패 12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한 수준급 왼손 투수다.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5-7로 패색이 짙던 8회말 오른손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를 상대로 다시 홈런을 작렬하며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의 함성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주니치 에이스인 다카하시는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주 무기로 올해 8승 10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한국은 9회말 2사 후 김주원(23·NC)이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치면서 최근 일본전 연패를 ‘10’에서 막을 수 있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영양가 만점짜리 홈런을 친 안현민은 일본 투수진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대회 전부터 안현민을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1차전이 끝난 후 안현민에 대해 “이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급”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에서도 8회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투수들은 안현민과의 정면 승부를 피했다. 안현민은 이날만 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안현민은 거포이면서 발도 빠르다. 안현민은 고교 3학년 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에서 도루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대회 2차전 때도 3회말 3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1루 주자 송성문(29·키움)과 더블스틸로 홈을 훔치며 일본 배터리의 허를 찔렀다. 일본 언론들도 안현민을 주목하고 있다. 도쿄스포츠는 “두 경기 연속 호쾌한 홈런을 쏘아 올린 안현민이 한국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며 “22세의 젊은 타자는 일본을 상대로 장타력을 각인시켰다. 타석에 서 있을 때 풍기는 ‘거포의 아우라’가 상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와는 달리 인사성 밝은 반전 매력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안현민은 경기장에서 만나는 일본 관계자나 취재진에게 일본어로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밝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안현민은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중심 타선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WBC에는 마이크 트라우트(34·LA 에인절스), 에런 저지(33·뉴욕 양키스) 등 안현민이 동경해 왔던 MLB 선수들도 미국 팀 소속으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안현민은 17일 귀국 인터뷰에서 “(일본전이) 무척 재미있었다. 꿈의 무대인 WBC에 꼭 나가고 싶다. 만약 대표팀에 뽑히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의 두 경기에서 송성문과 김주원 등이 홈런을 치는 등 일본 타선과 대등한 싸움을 했다. 다만 투수들은 이틀간 4사구 23개를 내주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내년 WBC까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그런데 요즘 입버릇처럼 ‘아이들’을 찾는다. 돌봐야 할 ‘딸’이 갑자기 열다섯 명 더 생겨서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 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이 감독은 2011∼2012시즌 정관장 전신인 KGC인삼공사에서 KBL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다. KBL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평생을 남자농구에만 빠져 살았던 이 감독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이 감독은 WKBL 경기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일본프로농구(B리그) 2부 리그 팀 코치와 KBL 구단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여자 팀 사령탑에 어울리는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이 ‘팀을 맡아 달라’고 다시 찾아왔을 때도 사양했다. 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있었는데 한번 도전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그리고 계속해 “주변에서는 남자 팀 단장 자리를 추천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아직은 현장에 마음이 더 끌렸다”면서 “현장이 당연히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이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면서 하나은행에 ‘필요조건’으로 내세운 게 정선민 코치(51) 영입이었다. 2016년까지 하나은행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정 코치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여자 대표팀 감독을 지낸 뒤 현장을 떠나 있었다. 이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나. 감독급 코치가 필요했기에 곧바로 선민이에게 전화했는데 처음엔 ‘오라버니가 무슨 여자농구냐?’며 장난치는 줄 알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 설명했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팀 훈련을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직전 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던 하나은행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꼴찌 후보로 꼽혔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17일 안방 부천체육관에서 우리은행과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상범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은행 감독(56)은 슬하에 딸만 하나 있다. 그런데 요즘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아이들”이다. 돌봐야 할 ‘딸들’이 갑자기 열다섯 명 더 생겨서다. 2001년 SBS(현 정관장) 코치를 시작으로 2023년 DB 감독에서 자진사퇴할 때까지 이 감독은 20년 넘게 남자프로농구(KBL)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 WKBL 무대에서 사령탑을 맡게 됐다.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007년생 고졸 신인만 세 명 뽑았다. 13일 인천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제 딸도 스물일곱 살인데”라고 웃으며 “그래도 아이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재미있다”고 했다.이 감독은 “DB 시절 막바지에 아쉬운 게 그거였다”며 “DB에서 정말 후회 없이 즐겁게 농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3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두 번 하고 3년 재계약한 뒤에는 혼자 ‘되겠지, 알겠지’ 하고 말았던 게 나와 보니 아쉽더라”고 했다. DB는 이 감독이 부임 이후 첫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1-8-1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성적이 그렇게 널을 뛰고 나니 사람이 미치겠더라. 재계약은 했고 부담은 있는데 그 부담이 혼자 쌓였다”며 “그럴 때 오히려 여유를 갖고 선수들과 대화도 더 많이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그래서 더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KBL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이 WKBL에 발을 들인 건 이 감독이 처음이다. 평생을 남자농구에만 빠져 살았던 이 감독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이 감독은 WKBL 경기를 제대로 본 적도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 감독은 일본프로농구(B리그) 2부 리그 팀 코치와 KBL 구단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행선지를 고민 중이었다. 하나은행에서 김창근 단장이 처음에 ‘차 한잔 마시자’며 찾아왔을 때도 이 감독은 하나은행을 맡을 만한 농구 후배들을 추천만 해줬다. 김 단장은 ‘팀을 맡아달라’며 이 감독을 다시 찾아왔지만 그때도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일본에 가느냐, 국내 팀 단장 자리를 맡느냐’의 선택지만이 있었다. 특히 일본 팀과는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을 뿐 사실상 합의까지 마친 단계였다. 여기에 갑자기 선택지 하나가 추가하기는 버거웠다. 이 감독은 김 단장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하지만 김 단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바꿨다. 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이분이 이러실까’ 싶었다. 또 ‘나도 여자 선수를 한번 키울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있었는데 도전을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됐다”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감독 못지않은 명예가 있는 자리인 단장 자리를 추천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가 여자농구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뒤에도 반응은 ‘왜 갑자기?’였다. 이 감독은 아직은 현장에 마음이 더 끌렸다고 했다. “당연히 현장이 더 힘들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다. 내가 지휘하는 선수들이 움직이고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매력이 크다. 한번 느껴보면 끊기가 힘들다.”단, 그가 감독직을 수락한 ‘필요조건’은 정선민 코치(51) 영입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여자농구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나. 감독급 코치가 필요했기에 곧바로 선민이에게 전화했는데 처음엔 ‘오라버니가 무슨 여자농구냐?’며 장난치는 줄 알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 설명했더니 그제야 믿었다”고 했다.이 감독은 “구단에 정 코치가 승낙을 안 하면 저도 못 한다고 말씀드렸다. 구단이 ‘정 코치가 혹시 안 된다고 하면 구단에서 달려가겠다’고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했다. 결국 이틀 뒤 정 코치가 결심을 굳히면서 이상범호가 출범할 수 있었다.이 감독은 “정 코치가 사실상 모든 걸 다 하면 저는 전술만 입힌다”고 했다. 이날도 팀 훈련은 정 코치가 직접 설명, 시범까지 보이며 주도했다. 이 감독은 “(정 코치가) 거의 혼자 다 하면서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직전 시즌 최하위(6위)에 그쳤던 하나은행은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꼴찌 후보로 꼽혔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꼴찌였으니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돌아오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아이들 가르치면서 ‘패배 의식’에 절어 있는 걸 고치려고 했는데 우리 현실을 그때 제대로 처음 느꼈다. 사람들 인식이 우리는 아예 ‘맨날 지는 팀’으로 돼 있더라”며 “가슴에 ‘하나’ 뒤에 ‘이름’이 박힌 유니폼 입고 뛰는 선수들이 창피하지 않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17일 우리은행과 안방 개막전을 치른다. 이 감독은 “내 새끼들이 들어가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LG 투수 임찬규(33)는 2023시즌 종료 후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다. 평소 가장 큰 소리로 응원을 주도하는 ‘더그아웃 응원단장’인 데다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단 MT 때 가수 소찬휘의 ‘티어스(Tears)’를 목이 터져라 열창한 여파였다.임찬규의 최초 기록은 또 있다. 그는 시즌 후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50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뒤 소감을 스케치북에 적어 발표했다. 성대 수술 여파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당시 ‘FA 계약을 마치고 수술하게 되면 시즌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우승 단장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수술 먼저 했다. 어찌 됐든 최초는 좋은 것!’이라고 적었다. 임찬규는 계속해 ‘은퇴하는 날까지 내 모든 육신을 바치겠다’며 ‘+성대’를 함께 적어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LG 팬들을 웃게 했다. 임찬규와 ‘톰과 제리’ 사이로 통하는 차명석 LG 단장은 “계약액 중 20억 원은 벤치에서 분위기 띄우라고 주는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번 시즌 LG는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선발 투수로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다한 임찬규는 비시즌에는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쓴다. 바로 현역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예능 프로그램 주인공을 맡는 것이다. 12일 ‘티빙’에 따르면 이 OTT는 임찬규가 단독 MC 겸 출연자로 나서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야구기인 임찬규’를 내년 1월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프로 무대에서 왕성하게 뛰고 있는 선수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임찬규의 외도가 가능한 건 그가 그럴 만한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LG에서 국내 선수가 3년 연속 10승을 거둔 건 임찬규가 역대 7번째다. 2023년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로 호투했던 임찬규는 올해엔 11승 7패와 함께 리그 전체 국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3.03)까지 올랐다. 투수조 조장인 임찬규의 활약을 앞세워 LG는 올해 교체 외국인 투수로 8월에 합류한 톨허스트(26)를 제외하고 선발진 4명이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LG에서 선발승으로만 10승을 달성한 선수가 네 명 나온 건 창단 두 번째 우승 기록을 남긴 199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다 31년 만에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올해 LG는 1994년과 마찬가지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우승팀 LG가 올해 리그 최강 ‘원투펀치’ 폰세(31)-와이스(29)를 앞세운 한화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비결로 투수진이 체력적 우위를 점한 게 꼽힌다. 정규시즌 선발진의 ‘동반 활약’을 이끈 임찬규의 한국시리즈 우승 지분이 적지 않은 이유다.LG는 2022년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구단 자체 다큐멘터리 ‘아워게임’을 제작한 적이 있다. LG는 그해 구단 최다승(87승)을 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패해 한국시리즈도 밟지 못했다. 당시 임찬규는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LG 선발진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한국프로야구를 통틀어 최고의 ‘예능 캐릭터’인 임찬규도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눈물’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으며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올가을 LG 팬들을 미소 짓게 하는 ‘우승 사냥’에 성공한 임찬규는 내년 초 야구 팬들을 넘어서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웃음 사냥’에 나선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형택테니스재단은 “10일 강원 춘천시 휘슬링락 컨트리클럽에서 ‘주니어 유소년 테니스 선수 및 사회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다”고 12일 알렸다.이번 자선 골프대회에는 프로골퍼 김형성, 가수 윤종신 등 테니스와 골프 두 스포츠 선·후배, 셀럽, 기업인 등 160여 명이 참여했다. 재단은 수익금 1000만 원을 대한테니스협회에 기부했다. 이형택 이사장은 “이번 대회에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과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이 이사장과 재단의 꾸준한 관심과 후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 기부금이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폰세(31·한화)는 201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 때 밀워키로부터 2라운드(전체 55순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MLB 도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TV 중계가 없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폰세에게 어머니 제니퍼 씨는 “TV에 나올 정도로 잘해라. 그래야 내가 집에서 편히 볼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뇌암 4기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끝내 아들을 TV에서 보지 못한 채 그해 12월 눈을 감았다. 2019년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된 폰세는 이듬해 8월 3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MLB 데뷔전을 치렀다. 1-1 동점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오른 폰세는 끝내기 안타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로부터 25일 뒤 세인트루이스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MLB 통산 첫 승을 따냈지만 2021년에는 내리 6연패를 당했다. 이후 해외로 눈을 돌린 폰세는 2022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한국행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폰세는 개막 후 최다인 선발 17연승, 한 경기 최다 탈삼진(18개), 시즌 최다 탈삼진(252개) 등 한국프로야구 기록을 연신 갈아치웠다. 만장일치로 ‘한국의 사이영상’으로 불리는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다. 폰세가 11일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최동원상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최동원상은 2014년 제정 이래 외국인 투수들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2022년 김광현(37·SSG)이 마지막이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수상자들은 시즌 후 자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상식 불참이 일반적이었다. 2020년 알칸타라(33·당시 두산)가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중 한 번 참석했을 뿐이다. 올 시즌 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폰세 부부도 원래 미국으로 돌아가 출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폰세의 활약 속에 한화가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오르며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폰세 부부의 첫딸은 6일 대전에서 태어났다. 폰세가 참석한 이날 시상식은 부산과 울산 그리고 한화의 안방 도시 대전에서도 TV로 볼 수 있었다. 폰세가 어머니를 떠올린 게 당연한 일. 폰세는 시상식에 참석한 최동원(1958∼2011)의 어머니 김정자 씨(91)를 향해 “아드님이 구장 안팎에서 정말 좋은 선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드님을 멋지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폰세는 내년 시즌에는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미국 TV에 나오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은 한국에서 ‘슈퍼스타’로 거듭난 폰세가 최소 2년 2200만 달러 이상의 메이저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후(27)가 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폰세는 “한국에 남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돌직구’ 질문에 “통역을 안 해도 무슨 질문인지 알겠다. 요새 다들 그것만 물어본다”며 “당장은 출산한 아내를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는 게 없어 (계약 진행 상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폰세는 향후 계획을 묻는 ‘변화구’에도 “신생아 부모라 당장은 잠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한화는 폰세 부부의 한국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시즌 중반부터 재계약 희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각 구단은 외국인 3명 계약 총액을 400만 달러 이하로 맞춰야 해 한화가 폰세를 붙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손혁 한화 단장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선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구단 목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외국인 선수 계약을 확정짓는 것”이라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내년부터 개별 투구당 베팅액을 200달러(약 29만 원)로 제한한다. 또 여러 결과를 동시에 맞혀야 하는 ‘팔레이(parlays) 베팅’에도 개별 투구 결과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MLB 사무국은 스포츠 베팅 업체들과 이렇게 합의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클리블랜드 투수 두 명이 도박사들과 공모해 고의로 구속을 낮추거나 일부러 볼을 던지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 스포츠 베팅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18년 스포츠 베팅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이후 ‘마이크로 베트’라 불리는 세부 단위 베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야구에서는 투구 속도나 볼·스트라이크 결과를 맞히는 방식이 대표적인 마이크로 베트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마이크로 베트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합법 스포츠베팅 시장을 유지하려면 리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구 단위 베팅은 승부 조작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컸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가 속한 오하이오주의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는 “MLB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고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다른 리그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와 선발 투수가 불법 스포츠 도박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 10일 미국 브루클린 연방법원이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마무리 투수 에마누엘 클라세(27)와 선발 투수 루이스 오르티스(26·이상 도미니카공화국)는 자국 도박사들에게 자신들이 던질 공의 구속이나 볼, 스트라이크 등 투구 결과를 미리 알렸다. 도박사들은 이런 수법으로 최소 46만 달러(약 6억6800만 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 MLB는 두 선수의 등판 경기에서 스포츠 베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정황을 포착해 사법당국에 신고했다. 두 선수는 7월부터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클라세는 2019년 텍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022∼2024년 올스타전에 3년 연속 선정된 투수다. 4승 2패 4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61을 기록한 2024시즌에는 사이영상 아메리칸리그 최종 투표에서 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23년 5월부터 승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주된 수법은 ‘초구 볼’ 던지기였다. 클라세는 고의로 볼을 던졌으나 타자가 스윙을 해 의도치 않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바람에 도박사들이 돈을 잃었을 때는 이들에게 슬픈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클라세는 또 일부러 공 스피드를 줄여 도박사들을 돕기도 했다. 경기 전 클라세와 통화한 도박사들은 시속 157.6km 이하의 공을 던진다는 데 돈을 걸어 1만1000달러(약 1600만 원)를 따기도 했다. 올 시즌 전 오르티스가 피츠버그에서 트레이드돼 팀에 합류하자 클라세는 승부조작 주선에도 나섰다. 오르티스는 이날 보스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클라세는 현재 미국을 떠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두 선수의 변호사는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MLB에서는 지난해에도 샌디에이고 내야수 투쿠피타 마르카노(26)가 불법 야구 도박에 387회에 걸쳐 15만 달러(약 21억 원)를 베팅해 영구제명되는 등 다섯 명이 관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천시 빌럽스 포틀랜드 감독(49)을 포함해 전현직 선수 30여 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체포되기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이 10번째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와 롯데가 공동 주최하는 슈퍼블루마라톤이 8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슈퍼블루마라톤에는 8000여 명이 참가했다. 대회 코스는 긴 거리를 달리는 게 부담스러운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를 위한 슈퍼블루 걷기(1.6km)와 장애인 참가자들이 쾌적하게 달릴 수 있도록 월드컵로 양방향을 개방한 채 치러진 슈퍼블루 5km, 비장애인과 장애인 참가자들이 함께 달린 5km와 10km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대회 홍보대사로 뇌병변장애가 있는 김지우 미술작가는 휠체어를 타고 시각장애인 인플루언서 허우령 씨와 슈퍼블루 5km 코스를 함께 달렸다. 슈퍼블루마라톤은 2015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국내 최초의 마라톤 대회로 출발한 이후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년간 이 대회 누적 참가자 수는 약 8만 명에 달한다. 대회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파란색 운동화 끈을 묶고 달리도록 권장한다. 파란색 운동화 끈은 장애인의 희망과 자립 의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상징한다. 정양석 SOK 회장은 “슈퍼블루마라톤이 단순한 러닝 이벤트를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통합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상징적인 자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이번 대회의 경험이 참가자들의 삶 속에서 작은 배려와 존중, 열린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11-1 대승을 거뒀다. 하루 전 3-0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하지만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21) 한 명만 웃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때 부진을 거듭했던 김서현은 이날 체코 타선을 상대로 3분의 2이닝 동안 1안타 2볼넷으로 1실점했다. 1, 2차전을 통틀어 마운드를 밟은 한국 투수 14명 중 실점한 건 김서현이 유일했다.2-1로 앞선 5회말 한국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서현은 첫 타자 마르틴 무지크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곧바로 제구 난조에 빠졌다. 보이테흐 멘시크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2사 후 9번 타자 마레크 크레이치르지크에게 볼 3개를 연속 던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1만6100명의 팬들은 체코의 공격임에도 이례적으로 김서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김서현은 다음 타자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교체됐다. 21개 모두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볼이 11개로 스트라이크(10개)보다 많았다. 류 감독은 “체력적으로 지친 영향 같다. 이닝을 끝까지 맡기고 싶었는데 투구수가 많아져 교체했다”고 말했다.5회 2사 주자 1, 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 오른 신인 정우주(19·한화)가 6회까지 1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세 개를 잡아내며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이어갔다. 정우주를 비롯해 7회 배찬승(19·삼성), 9회 김영우(20·LG)까지 신인 투수 3인방은 모두 무실점 피칭으로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마쳤다. 한국 대표팀은 15, 16일에는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염경엽 LG 감독(57)이 역대 한국 프로야구 감독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LG는 9일 “염 감독과 계약 기간 3년 최대 30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21억 원, 옵션 2억 원)에 재계약했다”고 알렸다. LG 구단 역사상 최초로 통합우승을 두 차례 달성한 사령탑인 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감독 몸값 3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염 감독은 김태형 현 롯데 감독(58)이 2020년 두산과 3년 28억 원에 재계약할 때 작성한 종전 최고 기록을 깼다. 2000년대 들어 LG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염 감독이 최초다. 2000년 이전에 LG에서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1995년 고(故) 이광환 전 감독(1948~2025)과 1999년 천보성 전 감독(72)뿐이다.염 감독은 2022년 11월 LG의 제14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2023시즌 팀을 29년 만의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2년 뒤인 올 시즌에 다시 한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정규시즌 1위 LG는 한국시리즈에서 한화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었다.염 감독은 재계약 후 구단을 통해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 덕분에 다시 한번 한국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LG의 감독을 맡을 수 있게 됐다”면서 “두 번의 통합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LG를 계속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베이브 루스, 반자이(만세)!” 1934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팀의 일원으로 일본을 찾았을 때 도쿄 긴자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 행사에는 5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루스는 일본에서 ‘야구의 신’ 대접을 받았다. 당시 MLB 올스타팀은 일본 올스타팀을 상대로 18차례 경기를 했는데 18번 모두 이겼다.“야마모토는 ‘전설’(GOAT·Greatest Of All Time)이다!” 이로부터 91년이 지난 2025년. MLB 월드시리즈 2연패를 확정한 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53)은 그라운드에서 이렇게 외쳤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7)는 토론토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차전 완투승, 6차전 6이닝 1실점 선발승을 거뒀다. 그리고 채 하루도 쉬지 않고 등판한 최종 7차전에서는 연장 11회까지 2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야마모토의 구원승은 문자 그대로 다저스를 구원했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중심서 아마추어리즘을 외치다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이는 MLB, 그중에서도 최고의 두 팀만 나서는 월드시리즈, 그중에서도 최종 7차전. 이미 6차전에 선발 등판해 96개의 공을 던졌던 야마모토는 하루 뒤 4-4 동점인 9회말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빗맞은 안타 하나에도 월드시리즈 2연패는 무산될 수 있었다. 공 하나에 모든 게 걸린 그 순간, 야마모토는 야구 만화의 주인공처럼 처음 마운드에 올랐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미국에 와서 ‘잘해야 한다’,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동안 야구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패하면 모든 걸 잃게 되는 순간에 와서야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시절의 저를 마주했습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마치 그때의 야마모토가 저에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영웅이 되겠다느니 구세주가 되겠다느니 하는 생각은 버려! 그냥 던져!’라고요.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제 공을 던졌으니까’, ‘팔이 아프니까’ 같은 이유로 외면하는 투수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야마모토는 ‘팀에 투수가 없으니까’, ‘내가 아니면 안 되니까’, ‘오늘만 버티자’며 등판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어릴 적 덩치가 작은 축이었던 야마모토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마운드에 서 본 건 중학교 3학년 때가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에도 ‘샐러리맨’이라는 네 글자를 적어 냈다. MLB는커녕 일본에서 프로 선수로 뛰는 것도 언감생심이었다. 고교도 야구 명문과는 거리가 먼 미야코노조고에 진학했다. 여느 일본의 야구 소년과 마찬가지로 야마모토 역시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본선 무대를 꿈꾸는 소년 중 하나였다. 지역예선을 통과한 팀만 모여 토너먼트 승부를 펼치는 고시엔 본선에서 우승 팀 선수들은 국민 영웅이 된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시엔 구장의 검은 흙을 평생의 기념품으로 챙겨 떠난다. 야마모토 역시 고등학교 3학년 때 팔꿈치 부상을 안고 지역 예선에 나섰지만 끝내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하지만 고시엔에 가 보지도 못한 약체 팀 에이스 시절에도, MLB 디펜딩 챔피언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된 지금도 야마모토는 같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공을 던졌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오타니의 ‘메이지 유신’같은 해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투수가 나온 건 2001년 랜디 존슨(62·당시 애리조나) 이후 24년 만이다. MLB 역사를 통틀어도 야마모토와 존슨 이전에 9명만이 달성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100년도 넘는 과거에 달성한 기록이다. MLB에서 100년 전 기록을 소환하는 선수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31)를 빼면 거의 찾기 힘들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또 다른 일본인 선수 야마모토가 해낸 것이다. 두 일본인 빅리거의 성공은 닮은 듯 다르다. 둘 다 ‘아시아 선수는 힘으로 서양인을 이길 수 없다’는 통념을 넘어섰다. 그런데 전략이 정반대다. 오타니는 최대 타구 속도가 시속 190km를 가뿐히 넘긴다. 이는 MLB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치다. 키 193cm, 몸무게 95kg으로 웬만한 서양 선수들보다 ‘더 압도적인 피지컬’로 몸을 개조해 파워를 얻었다. 오타니는 고교 입학 때만 해도 186cm, 65kg의 마른 체형이었지만 고교 졸업 때는 86kg까지 몸을 키웠다. 하루에 일곱 끼 1만 Cal로 철저히 계산된 식단을 유지하며 근육을 늘렸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서 뛸 때는 식품업체의 지원을 받아 영양을 관리했다. 오타니가 빅리그로 떠날 때 해당 업체 담당자는 일본 음식이 필요하면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오타니는 “괜찮다. 영양학을 공부해서 이제 어디서든 알아서 챙겨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2023년 일본과 미국이 맞붙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마운드에 선 오타니가 미국의 4번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34·LA 에인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 지은 장면은 ‘오타니 신화’의 상징이 됐다. 오타니 역시 하나마키히가시고 3학년 시절 마지막 고시엔 출전 기회가 걸린 지역 예선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린 야구 소년이었다. 오타니의 ‘세계 정복’은 19세기 일본이 막부(幕府)를 타도하고 일련의 개혁을 통해 강대국의 기반을 닦은 ‘메이지 유신’을 닮았다.● 야마모토의 ‘에도 막부’이에 비해 야마모토는 키 178cm로 MLB 투수의 평균 신장(189cm)보다 11cm나 작다. 몸무게도 80kg이 안 된다. 그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MVP 트로피도 한 번에 들어올리지 못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틀 연속 등판으로 온 힘을 쏟아낸 탓도 있지만 야마모토의 ‘절대 근육량’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빅리그 선수들 사이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야다 센세’라 부르는 개인 트레이너 야다 오사무(66)와 따로 훈련하며 근력에 의존하지 않는 지금의 투구 메커니즘을 완성했다. 야다 센세는 일본 오사카의 한 접골원 원장 출신이다. 영어로는 ‘바이오메카닉스 전문가’라고 표현한다. 한국프로야구 선수들도 재활 때 자주 방문해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접골원은 일본식 대체 의학 ‘유도정복술’을 활용해 치료를 한다. 기원을 찾자면 일본 전국시대 무술서적까지 올라간다. 골자는 뼈, 관절, 근육, 힘줄, 인대 등에 생기는 골절, 탈구, 염좌, 타박상 등을 수술 없이 자연 치유력을 통해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한 야마모토는 신인 시절부터 근육과 관절에 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만으로 힘을 극대화하는 자신만의 훈련을 고수했다. 처음엔 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야마모토는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야마모토는 ‘쇠질’을 하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물구나무를 서거나 몸을 뒤로 굽히는 ‘후굴 자세’ 등으로 전신 근육을 통제하며 힘을 쓰는 감각을 익히는 데 집중한다. 야마모토는 또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이유로 공 대신 창을 던지는 훈련을 한다. 야마모토의 성공은 자신이 맡은 일에 전념해 완벽을 추구하는 ‘에도 막부’ 시대의 장인 정신을 닮았다.● “제가 이걸 정답으로 만들겠습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오타니와 야마모토 둘 모두 아무도 가지 않은 ‘비주류’의 길을 과감히 선택해 성공했다는 점은 같다. 오타니의 ‘투타겸업’은 일본 야구계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고교 시절부터 16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던 오타니가 MLB에 직행하는 대신 니혼햄 입단을 선택한 것도 니혼햄만이 구체적으로 ‘이도류 육성 계획’을 세워 자신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프로에서는 무리”라는 주류 야구계의 우려 속에서도 구리야마 히데키 당시 니혼햄 감독(64)은 오타니의 투타겸업을 지지해 줬다. 오타니는 결국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2022년 투수로는 15승을 거두고, 타자로는 34홈런을 때려내며 1918년 루스 이후 104년 만에 ‘10승-10홈런’을 동시에 달성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야구의 전설적인 타자 장훈(85)은 “오타니가 타자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타니가 2023년 아메리칸리그, 2024년 내셔널리그에서 연달아 홈런왕에 오르자 “일본인이 미국에서 힘과 힘으로 붙어 상대를 제압하고 홈런왕을 차지했다. (NPB 통산 홈런 1위) 오 사다하루도 깜짝 놀라 ‘우리 시대에는 생각도 못 하던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를 비웃듯 올해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는 선발투수로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 타자로는 3홈런을 날리는 ‘인간계’를 넘어선 기록으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야마모토 역시 일본프로야구 시절부터 ‘주류’가 이해할 수 없는 훈련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야구장에 나와 공 대신 창을 던지고 팀 훈련보다 혼자 훈련하는 시간이 많았던 야마모토를 우려한 구단은 그의 고교 시절 은사 이토 히로시 감독에게 연락해 도움을 구했다. 이토 감독은 “프로에서는 팀의 방식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대답을 들은 뒤에는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이걸 정답으로 만들겠습니다.”● ‘월드시리즈’를 ‘저팬시리즈’로 만든 日 트리오 야마모토의 이번 월드시리즈 활약에 그가 일본무대를 평정하고 2023시즌 후 MLB 무대로 떠날 때 원 소속팀 오릭스가 내보낸 ‘헌정 광고’도 덩달아 회자되고 있다.‘솔직히 너무 아쉽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 미국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가라, 요시노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일본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걸 증명해 줘.’ 올해 월드시리즈는 이를 전 세계에 증명한 무대가 됐다. 다저스에서는 오타니, 야마모토에 이어 사사키 로키(24)까지 ‘일본인 트리오’가 고비마다 팀을 구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올림픽 금메달, WBC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야구 선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이 셋뿐이다.셋 중 유일하게 21세기에 태어난 사사키 역시 고교 시절부터 190cm를 넘긴 큰 키에 16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져 ‘제2의 오타니’로 불렸다. 사사키는 2019년 일본 연호 ‘레이와(令和)’ 시대 출범과 함께 프로 무대에 데뷔하면서 ‘레이와의 괴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시대를 지배할 투수라는 의미다. 사사키는 별명에 걸맞게 NPB 최초 13타자 연속 탈삼진과 최연소 퍼펙트게임(20세 5개월) 기록을 남기고 태평양을 건넜다. 빅리그 데뷔 첫 포스트시즌에 구원투수로 변신한 사사키는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3이닝 퍼펙트’ 괴력투로 팀을 구했다. 이날 던진 공 36개 공 중 절반이 넘는 19개는 일본야구 ‘특산품’으로 꼽히는 포크볼(스플리터)이었다. 스플리터는 특히 올가을 MLB 마운드를 뜨겁게 달군 구종이다.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신인 월드시리즈 최다 탈삼진(12개)을 기록한 토론토 트레이 예새비지(22)의 주무기도 스플리터였다. 올해 MLB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들이 던진 스플리터는 1047개였다. 투구 추적이 시작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들이 던진 스플리터의 수가 2588개였는데 올해만 그 절반을 던진 것이다. MLB의 올가을이 일본풍으로 물든 건 어쩌면 개막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가 맞붙은 올 시즌 공식 개막전 ‘저팬시리즈’에 당시 컵스 소속이던 이마나가 쇼타(32), 스즈키 세이야(31)까지 일본인 선수 5명이 출전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정규시즌에 역대 최다인 1200만 관중을 달성한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때도 ‘직관’과 ‘집관’에서 모두 대박을 쳤다. 이번 포스트시즌 때는 총 33만5080명이 야구장을 찾아 전 경기(16경기)를 매진시켰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TV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닐슨미디어 자료를 토대로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당 평균 시청자는 167만9566명으로 지난해(130만8785명)보다 28.3% 늘었다고 6일 발표했다. 전체 누적 시청자 수는 2687만3049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포스트시즌 최다 시청 기록이다.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는 특성상 평균 시청률은 △와일드카드 결정전(4.24%) △준플레이오프(4.89%) △플레이오프(7.74%) △한국시리즈(8.69%)로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단일 경기 기록만 떼어서 보면 최고 시청 기록은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나왔다. 지난달 24일 한화와 삼성이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맞붙은 이 경기는 254만5807명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며 시청률 10.26%를 기록했다.이 다음으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경기는 LG가 한화에 8회까지 1-4로 뒤지다 9회초에 6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둔 한국시리즈 4차전이었다. 역시 대전에서 열린 이 경기를 244만7295명이 지켜보면서 시청률 10.04%를 기록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때 시청자 수 200만 명을 넘긴 건 총 6경기였다. 다만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시청자 숫자를 다 합쳐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 한 경기를 못 이긴다. MLB 사무국은 토론토와 LA 다저스의 7차전을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 총 5100만 명이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다저스의 우승으로 끝난 이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치러진 명승부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도 인생도 타이밍이다. 두산에서 ‘육성선수 신화’를 썼던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37)가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신화’에 도전한다. 2006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김현수는 올 시즌이 끝난 뒤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김현수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4+2년’ 총액 115억 원(4년 90억 원, 2년 25억 원 옵션)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 자동 연장 옵션을 채우지 못해 FA 자격을 얻게 됐다. 옵션을 채우지 못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LG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끈 1등 공신 자격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LG는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주장 오지환(6년 124억 원), 오른손 선발 투수 임찬규(4년 50억 원), 왼손 불펜 투수 함덕주(4년 38억 원) 등 ‘내부 FA’ 대부분을 잔류시켰다. LG는 이번 우승 후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와 외야수 박해민에 대해서도 ‘(다른 구단이 제시하는) 금액과 구단 제시액이 지나치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둘 다 잡겠다’는 방침이다. 차명석 LG 단장은 “두 선수 모두 (염경엽) 감독님이 꼭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김현수의 경우) 일단 이번에 달성 실패한 옵션(2년 25억 원)은 보장해주고 얘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여전한 실력에 우승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계약액은 더 높아질 수 있다. 2015년 두산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뒤 FA 신분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로 건너갔던 김현수는 2018년 국내로 돌아오면서 두산 대신 LG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4년 총액 115억 원을 김현수에게 안겼던 LG는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하면서 김현수에게 총 205억 원을 투자했다.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한 선수에게 이보다 돈을 많이 쓴 구단은 최정(내야수)과 총액 302억 원에 FA 계약을 세 번 맺은 SSG뿐이다. 연평균 금액에서는 김현수(25억2650만 원)가 최정(21억5700만 원)을 앞선다. 한국프로야구 FA 시장에서 김현수보다 연간 보장액이 높은 계약을 따낸 선수는 양의지(27억7000만 원) 한 명밖에 없다. 2006년 두산에서 데뷔한 포수 양의지는 2019년 NC와 4년 125억 원의 계약을 맺고 이적한 뒤 2023년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6년 152억 원에 사인했다. 양의지는 한국프로야구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갖고 있다. ‘타격 기계’로 통하는 김현수는 올해도 3할에 조금 못 미치는 타율 0.298(483타수 144안타)을 기록했다. 또 팀 내에서 ‘잔소리꾼’으로 통할 만큼 후배를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선배이기도 하다.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G는 김현수 영입 전과 후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올 시즌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1090경기를 소화한 김현수가 앞으로 LG에서 42경기만 더 뛰면 두산 시절 출전 경기 수(1131경기)를 넘게 된다. 우승 반지는 LG(2개)에서 받은 게 두산 시절(2015시즌)보다 이미 더 많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에서 뛰었던 내야수 김하성(30)이 내년 1600만 달러(약 229억 원)의 보장 연봉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다. MLB.com은 “김하성이 FA 자격 행사를 결정했다. 원소속팀 애틀랜타의 독점 협상권은 사라졌다”고 4일 전했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김하성은 202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기대보다 싼값에 계약하면서 1년 후 옵트 아웃(계약 파기) 조항을 넣었다. 2025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로 이적한 김하성은 9월 24경기에 나와 타율 0.253, OPS(출루율+장타율) 0.684로 반등했다. 김하성은 FA 시장에서 기존 계약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겨울 FA 시장에는 김하성 수준의 수비력과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 자원이 거의 없다. 현지 언론은 김하성이 3년에 4800만∼6000만 달러(약 690억∼862억 원) 수준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