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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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문화 일반37%
문학/출판37%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2%
  • “레고로 만든 종묘제례악… 아이들에 문화유산 소중함 알려”

    “런던, 뉴욕, 파리…. 해외 도시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조립하는 레고 시리즈는 많아요. 그런데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된 레고 시리즈는 단 하나 숭례문뿐이에요. 이마저도 단종됐죠.” 한국의 문화유산을 레고로 조립한 작품을 선보인 아트북 ‘아빠가 만들어준 레고’(난다)를 최근 출간한 레고 아티스트 소진호 씨(49·콜린 진)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책엔 ‘광화문’, ‘일월오봉도’, ‘하회탈’ 등 레고 블록으로 조립한 문화유산 시리즈 20여 점이 사진으로 실렸다. 모든 작품은 레고 회사의 설계도면 없이 그가 창작한 것이다. 장난감 회사를 세운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장난감과 친숙했던 그가 레고 블록으로 한국 문화유산 시리즈를 창작한 건 2020년부터다. 이전까진 2007년 태어난 아이를 위해 볼펜과 같은 일상용품을 손수 만들던 그에게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런던 브리지나 에펠탑 같은 레고 시리즈를 손끝으로 만지고 조립하면서 이런 건물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깨쳐요. 그런데 정작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된 추억은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레고 시리즈가 출고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직접 우리 문화유산을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레고 회사에서 상품을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더 빨라서”다. 첫 작품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려들의 춤 ‘승무(僧舞)’였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곡선의 율동을 각지고 네모난 레고 블록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가 찾은 해법은 블록과 블록을 접한 사이의 틈을 살짝 벌려 아코디언처럼 팔 동작을 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덕에 ‘학춤’과 ‘새춤’을 추는 레고 작품의 팔 동작이 물결 치듯 생생하게 묘사됐다. ‘종묘제례악’은 그가 18개월간 수천 개 넘는 레고 블록을 조립해 만든 대표작이다.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공연 사진을 자료 삼아 태평소 등 악기 14가지와 88인의 악사 및 악공 등 연주자들을 레고로 창작했다. 그는 “정조의 화성 행차를 레고 블록으로 창작해보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제 작품을 접한 아이들이 직접 창작한 레고 작품을 사진 찍어 보내줄 때 가장 뿌듯해요. 만들고 싶은 장난감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되는 거예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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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육 은퇴’ ‘정년퇴직’ 시니어, 그림책으로 독서 재입문

    해 저무는 저녁, 등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거실 바닥에 홀로 앉아 어항 속을 들여다본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장을 보고, 밥을 먹고…. 긴 하루를 보낸 노인은 잠들기 전 공책에 이렇게 끄적인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나의 아내에게 하늘나라로 오늘도 안부를 띄워 올립니다.” 올 1월 출간된 그림책 ‘그곳은 따듯한가요’(쥬쥬베북스)의 내용이다. 아내와 사별한 할아버지의 하루를 그린 이 그림책은 ‘노인을 위한 그림책’이다. 최근 출판계에선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그림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할머니의 뜰에서’(책읽는곰), ‘영춘 할머니’(북극곰), ‘옥춘당’(길벗어린이) 등이다. 시니어가 그림책 독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그림책 구매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율은 2013년 4.6%에서 지난해 10.8%로 늘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자녀 양육과 생계 문제로 한동안 독서와 단절됐던 시니어들이 ‘육퇴’(양육 은퇴), ‘정년퇴직’ 후 다시 독서의 세계에 발을 붙이는 입문 도서로 그림책이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각 지역 도서관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강좌가 열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엔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가 설립됐다. 출판사 ‘백화만발(百花晩發)’을 세운 백화현 그림책 작가는 현재까지 총 9권의 ‘시니어 그림책’을 펴냈다. ‘할머니의 정원’ ‘복순의 꿈은 배우였다’ ‘정 씨 할아버지의 작은 박물관’ 등 모든 책의 주인공은 노인이다. ‘살구꽃 필 무렵’(나한기획) 등 실버 동화 시리즈를 기획했던 고희선 경동대 간호학과 교수는 “그림책은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서 “시니어 그림책은 노인에겐 따뜻한 위로를, 젊은 세대에겐 노인에 대한 이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장 평론가는 “그림책이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니어 그림책 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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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에 코미디 극장, 동물 위한 콘서트… “한평생 ‘당연함’에 물음표 붙이고 살아”

    새해 아침 개그맨 전유성 씨(74·사진)에게 후배가 전화해 “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전 씨는 답했다. “지금 먹고 있어.” 그는 실제로 그날 아침 복국을 먹었다. 최근 출간된 전 씨의 산문집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허클베리북스)에 나오는 얘기다.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19일 만난 그는 머릿속 유머를 담은 책처럼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놨다. “언제 추수하는 줄 알아요? ‘쌀쌀’할 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아재 개그’에 기자와의 44세 나이 차가 무색하게 단숨에 분위기가 풀어졌다. “이 책은 ‘쓸데없는 잡담집’이에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달라요. 정작 우리를 위로하는 말들은 그런 말들이거든요. 심심할 때 지루함을 달래주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피식 한 번 웃을 힘을 주잖아요.” 산문집에서는 기발한 발상도 엿볼 수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남원 시내에 나가는데 터널 구멍이 돼지 콧구멍처럼 보이는 거다. 지리산이 흑돼지가 맛있으니 터널을 흑돼지 모양으로 만들어 그 구멍으로 자동차들이 들어가게 하면 어떨까?(‘돼지 코 터널’) 희극인, 작가, MC, 공연 기획자, 교수…. 54년 차 현역 코미디언인 그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그는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 다른 줄기들”이라며 “나의 뿌리는 희극”이라고 했다. “희극이라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50년 넘게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일생을 희극적으로 살기 위해서 살아왔어요.” ‘희극적으로 산다’는 건 뭘까. 전 씨는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사는 것”, “남들이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2009년 경북 청도군으로 이사 간 이유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 그는 그해 7월 청도군과 손잡고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개나소나 콘서트’를 기획했다. 그는 “청도는 소싸움의 고장으로 불리는데 사람들을 위한 축제만 있지, 정작 동물을 위한 공연은 없었다. 관점을 바꿔 동물과 같이 즐기는 공연을 떠올렸다”고 했다. 2011년엔 청도군 풍각면에 ‘코미디 철가방 극장’을 열었다. 그는 “철가방에 짜장면을 넣어 배달해주는 중국집처럼 코미디를 철가방에 실어 지방에 배달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일”이라고 했다. 2018년 그가 청도군을 떠나 전북 남원시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65석 규모 공연은 거의 매회 매진됐다. 7년간 누적 관람객이 20만 명에 달했다. 그가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로 구상한 ‘얌모얌모콘서트’ 역시 2001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는 “폐광 앞에서 펼치는 ‘광물을 위한 음악회’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평생 자기 속을 다 내준 광산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 늘 색다른 공연을 상상하는 이유는 “공연은 누구나 봐야 한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지방 사람도, 개도, 고양이도, 우는 아이도. 누구에게나 웃음이 필요하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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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급변하는 시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책이 건넨 지혜와 위로

    《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10 북극 한파 같은 경기 침체, 삶을 옥죄는 고물가, 최악의 폭염…. 팍팍한 현실 때문일까요. 출판인, 학자 등 30명이 뽑은 ‘2023년 동아일보 올해의 책’엔 현실 문제를 다룬 책이 많았습니다. 집중력, 돈, 비혼처럼 삶에 밀착한 사안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생태, 환경, 기술에 대한 담론도 주목했죠. 소설과 에세이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선정위원마다 3권씩 추천을 받아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추려 소개합니다.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 올해의 책 선정위원 투표1위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김하현 옮김/464쪽·1만8800원·어크로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TV에 집중력을 빼앗긴 세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멀티태스킹에 대한 신화를 부순 인문학서 ‘도둑맞은 집중력’이 각계 전문가들에게 6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학·사회학을 전공하고, 2003년 ‘올해의 젊은 영국 기자상’, 2007년 국제앰네스티 ‘올해의 신문기자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가 썼다. 저자는 현대인의 집중력 부족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50명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은 집중력을 잃는 게 아니며, 거대 테크기업에 의해 도둑맞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출판인들은 집중력을 잃어버린 시대를 저격한 시의성을 높게 평가했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는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에 치밀하고 폭넓은 취재, 전문가의 호쾌한 통찰이 탄탄하게 전개된다. ‘도둑맞은 집중력’도 되찾아놓는 책”이라고 했다. 김효형 눌와 대표는 “소리 없이 겪던 집중력 위기를 시의적절하게 끄집어냈다.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폭넓게 탐구한 것만으로도 빛난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가장 사랑받은 책’,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인문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오르는 등 독자 반응이 좋은 점도 언급됐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독자들의 반응이 증명하듯,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키워드를 정확히 포착해냈고 적중했다”고 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이 시대의 가장 널리 퍼진 전염병, 즉 산만함에 대한 백신을 제공한다”고 했다. 문제의식을 사회구조로 넓힌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안병현 교보문고 대표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경쟁을 요구하는 주변 환경 등 저자가 새롭게 파악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우리 모두가 지금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깨달으면서도 다행히 이 책에는 집중과 몰입이 된다는 사실에는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768쪽·1만9500원·문학동네 “하루키 마니아로서 그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추천한다.”(김기중 더숲 대표) 한국에서도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일본 소설가가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30대 남자 주인공 ‘나’가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린 뒤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청춘, 누군가의 나이 듦을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작가”(양은경 허블 편집주간)라는 추천이 꺼지지 않는 ‘하루키 신드롬’을 뒷받침한다.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노고운 옮김/544쪽·3만5000원·현실문화 “인류학 연구의 모범이 될 만한 책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직장과 공장에 속하지 않고 소나무가 베어진 산을 돌아다니며 일확천금이 될 만한 송이버섯을 찾아다니는 이들을 추적한다.”(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산림 산업, 송이버섯 채집인의 역사와 현재를 담았다. 채집, 임업, 균류학, DNA 연구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송이버섯 나는 소나무 숲과 시골 장터를 다녀보고 싶다”(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말처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624쪽·2만9000원·어크로스 “동물의 세계를 동물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동물이 바라본 세계는 우리가 일상을 경험하는 세계와는 확연히 다르며, 엄청나게 풍부하다.”(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 과학저널리스트가 동물들이 지닌 화려하고 장엄한 ‘감각의 제국’을 펼쳐놓았다. 앞다리에 있는 긴 냄새 센서로 길을 찾는 채찍거미, 열한 쌍의 더듬이가 돋아난 별 모양의 코를 지닌 별코두더지 등을 소개했다. “이 책을 읽으면 지구를 조금은 더 사랑하게 될 것”(표정훈 출판평론가)이란 말처럼 세계를 인식하는 시각을 확장한다. 편집자의 시간 ◇김이구 지음/264쪽·1만5000원·나의시간 “편집자라는 존재에 대해, 편집의 사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책의 본질을 새롭게 각인해줄 것이다.”(김태희 사계절출판사 총괄팀장) 1984년 창비에 입사한 후 30여 년간 수많은 작가의 책을 편집하다 2017년 세상을 떠난 편집자의 유고 에세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일에 묵묵히 복무해온 편집자의 기록이다. 일체의 화려함 없는 글이 책의 세계에 직업을 둔 우리의 본령을 깨닫게 한다”(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평가처럼 직업인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지음·양영란 옮김/364쪽·1만8500원·갈라파고스 “이 책을 읽지 않고서 환경 담론을 제대로 논할 수 있을까?”(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행위가 막대한 양의 전기와 다른 자원을 소모하고 지구 환경은 그만큼 파괴된다고 강조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없이 누르는 ‘좋아요’나 e메일 전송을 위해서는 복잡한 정보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정보가 많아질수록 자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물질로 인한 오염이나 훼손으로부터 결백하다는 상식을 깬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말처럼 신선한 시각이 눈에 띈다.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지음·김승진 옮김/736쪽·3만2000원·생각의 힘 “기술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통렬히 전복한다.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와 관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기술 진보로 인한 풍요가 공동체보다 소수의 엘리트와 권력자들의 주머니를 불렸다는 걸 손꼽히는 경제학자들이 지적한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시대에 대처해야 할 길을 제시한다”(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는 말처럼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지음/736쪽·7200원·데이원 “아들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돈, 성공, 삶의 지혜 등 세상의 거의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거의 모든 이야기가 잘 정리돼 있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세상의 통념에 ‘세이, 노(Say, no)’ 하라는 의미로 세이노란 필명을 쓰는 작가가 삶의 태도에 대해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조언한 자기계발서다. “재야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던 고수의 인생 지침서다. 정가 7200원, 무료 전자책도 놀랍다”(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고백처럼 출판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352쪽·1만6800원·문학동네 “소설가의 맑은 눈이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섬세하게 묘사되는 인물들의 상실감과 어긋나는 관계가 읽는 가슴에 들어찬다.”(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관계의 시작과 부서짐을 섬세하게 그린 단편 7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낮고 작고 연약한 여자들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목소리를 특유의 조곤조곤한 문장으로 들려준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평가처럼 작가만의 따뜻한 문체가 두드러진다.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332쪽·1만6800원·동아시아 “혼자 사는 40, 50대 비혼 여성 19명의 솔직 담담한 삶의 이야기다. 우리의 현실, 시대의 단면이 개인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표정훈 출판평론가) ‘이상한 정상 가족’(2017년·동아시아)을 통해 우리 사회 아동 인권과 가족 정책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파헤쳤던 저자가 중년 비혼 여성에게 돋보기를 들이댔다. “전직 저널리스트답게 다양한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비혼 중년의 삶에 대해 분석했다. 혼자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김기중 더숲 대표)는 말처럼 비혼 여성이란 시의적절한 주제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30명·가나다순)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태희(사계절출판사 총괄팀장)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효형(눌와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성열(사이드웨이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정재(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서현(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병현(교보문고 대표) 안지미(알마 대표) 양은경(허블 편집주간)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치억(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현화(혜화1117 대표) 장은수(출판평론가)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찬(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정지혜(업커밍스토리즈 기획실장)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조재은(양철북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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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투파’ 조각으로 보는 부처님의 가르침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싯다르타(석가모니)가 자른 머리카락을 커다란 그릇에 담는다. 싯다르타를 둘러싼 인파는 이 광경을 축제처럼 즐긴다. 남인도에 세워진 한 스투파(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한 불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를 장식했던 3세기 말 석조 유물에 새겨진 장면이다. 속세의 기쁨을 뜻하는 머리카락을 포기한 채 진리를 좇은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담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의 스투파를 장식했던 불교 미술품 97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를 22일 연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7∼11월 개최한 ‘Tree&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를 들여온 것으로, 4개국(인도 영국 독일 미국) 기관 18곳의 소장품이 출품됐다. 전시는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가르침이 석가모니가 머물렀던 북인도를 넘어 남인도에 전파되는 과정을 다뤘다. 석조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기원전 2세기 후반)는 인도 최초의 통일 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기원전 3세기 중엽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 8곳에 봉안됐던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에 전파하고 8만4000개의 스투파를 세운 과정을 보여준다. 석가모니 없이 그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불교 미술품들도 눈길을 끈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묘사한 석조 ‘빈자리를 향한 경배’(기원전 2세기 후반)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보리수 아래 텅 빈 대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내년 4월 14일까지. 5000∼1만 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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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사, ‘노벨문학상’ 故루이즈 글릭 시집 전권 출간

    올 10월 별세한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1943∼2023)의 시집 전권(13권·시공사·사진)이 번역 출간됐다. 2020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글릭의 시집 전권이 국내에 번역된 건 처음이다. 시공사는 2021년 글릭의 시집 전권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출간을 이어왔다. 1968년 발표한 글릭의 첫 번째 시집 ‘맏이’부터 글릭의 시집 가운데서도 최고작으로 꼽히는 ‘아베르노’, 그의 마지막 시집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등을 만날 수 있다. 번역을 맡은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글릭의 시집 13권을 한꺼번에 나열하고 볼 수 있는 벅찬 시간이 온다면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라며 “젊은 날의 시집이 가장 젊은 것이 아니고 늙은 날의 시집이 가장 노회한 것이 아님을”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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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 발톱 개수’로 왕의 권위 가늠… 비 내려주는 ‘水神’ 상징도

    “전에 내가 사조룡복(四爪龍服)을 입다가 후에 중국의 친왕(親王)들이 오조룡복(五爪龍服)을 입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 역시 그런 옷을 입고 사신을 대했더니 그 후로는 황제께서 오조룡복을 하사했다.”(‘세종실록’에서) 세종은 처음으로 다섯 개 발톱이 수놓아진 곤룡포를 입은 조선의 왕이다. 그가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에게 오조룡복을 요구하기 전까지 명은 조선의 왕에게 네 개 발톱이 수놓아진 사조룡복을 내렸다. 이는 956년 고려 때부터 중국으로부터 백관의 복식을 내려받은 관례에 따른 것으로,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복은 오직 중국 황제만 입을 수 있었다. 용의 발톱 수가 한중 외교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조선 말 중건된 경복궁 근정전 천장엔 일곱 개 발톱을 가진 ‘칠조룡’이 그려졌다. 용의 발톱 수를 통해 조선의 건재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전통 시대 용은 그 발톱까지 당대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영물(靈物)이었다. 2024년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전통문화 속 용을 살펴봤다.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다섯 번째 동물인 용은 열두 띠 동물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시간 진시(辰時)는 오전 7∼9시에 해당하며, 달로는 음력 3월이 진월(辰月)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현실의 다양한 동물들을 결합한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중국 위나라 장읍이 편찬한 자전(字典) ‘광아(廣雅)’엔 용의 모습이 이렇게 묘사돼 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용의 기원에 대해서 특정 설이 정착돼 있진 않지만,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악어가 용의 기원이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중국 허난(河南)성의 한 신석기 무덤에서 출토된 ‘용’ 유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무덤에선 유골 양쪽에 조개껍데기를 땅에 가득 박아 ‘호랑이’와 ‘용’을 형상화한 흔적이 나왔는데, 이때 용의 모습이 다리 달린 악어와 유사하다는 것. 정 학예연구관은 “중생대 한반도에 대형 악어가 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용의 등에 돌기가 나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점 등 실존하는 악어를 바탕으로 상상 속 동물인 용의 형상이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용 문양을 비롯해 고대 용 문양이 뱀보다는 다리 달린 악어를 닮았다는 점 역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리 민속 문화에 뿌리내린 용은 비를 내려주는 ‘수신(水神)’을 뜻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일 출간한 ‘한국민속상징사전―용(龍)’에 따르면 순우리말로 용을 의미하는 ‘미르’는 ‘물’에서 비롯됐다. 옛 선조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내리길 기원했다. ‘삼국유사’엔 “용의 그림을 그려 넣고 비를 빌었다”는 기록이, ‘고려사’엔 “흙으로 용상을 만들어 놓고 무당들에게 비를 빌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반 민가에선 이름에 ‘용’자가 들어간 지형지물에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다양한 주술적인 방법으로 비를 빌었다. 이는 전국에 고시된 지명(약 10만 개)에서 십이지 관련 지명 가운데 ‘용’자가 들어간 지명이 1261개로 가장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갑진년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 문화 속 용에 얽힌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를 내년 3월 3일까지 선보인다.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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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 받아”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임모 군(17)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 군이 현장 인근에 배치된 경찰을 보고 “무섭다”며 거절해 실제로 낙서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인물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 팀장이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영화 공짜’ 등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또 범행에 앞서 10만 원을 송금하면서 “새벽 시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을 테니 식당이라도 가라”고도 했다고 한다. 임 군은 여자친구인 김모 양(16)과 함께 자택이 있는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종로구 경복궁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팀장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했고 임 군은 실제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낙서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 팀장은 범행 후 “수원 모처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도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두 사람은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고 한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 군에 대해 전날(20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모방범행을 감행한 20대 남성 설모 씨에 대해서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토대로 배후자를 추적하고 있고, 임 군에게 10만 원을 건넨 계좌도 추적 중이다. 다만 임 군과 동행했던 김 양은 망만 봐 주고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을 고려해 21일 0시경 석방했다. 임 군과 설 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문화재청은 임 군과 김 양의 경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거액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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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낙서 17세男, “세종대왕상에도 낙서” 지시 받아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임모 군(17)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 군이 현장 인근에 배치된 경찰을 보고 “무섭다”며 거절해 실제로 낙서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21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인물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 팀장이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영화 공짜’ 등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또 범행에 앞서 10만 원을 송금하면서 “새벽 시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을테니 식당이라도 가라”고도 했다고 한다.임 군은 여자친구인 김모 양(16)과 함께 자택이 있는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종로구 경복궁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팀장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했고 임 군은 실제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낙서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서울경찰청 담벼락을 다음 목표로 지목했고 임 군은 마지막으로 해당 장소에서 범행을 했다.이 팀장은 범행 후 “수원 모처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도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두 사람은 망한거 같다. 도망 다녀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고 한다.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 군에 대해 전날(20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모방범행을 감행한 20대 남성 설모 씨에 대해서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토대로 배후자를 추적하고 있고, 임 군에게 10만 원을 건넨 계좌도 추적 중이다. 다만 임 군과 동행했던 김모 양(16)은 망만 봐 주며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 않은 것을 고려해 21일 0시경 석방했다. 임 군과 설 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문화재청은 임 군과 김 양의 경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거액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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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삶 살아갈 힘 얻었어요”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

    “남편은 말없이 내 손을 꼭 잡고 있다가 잠든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를 많이 사랑했다고 말하던 그날에 내가 하지 못했던 대답을 지금이라도 남편에게 하고 싶다. … 나도 당신을 많이 사랑합니다.” 시각장애인 김길자 씨(81)가 생애 처음 쓴 산문 ‘당신 생각’의 일부다. 이 글은 올해 10월 전남 무안군 전남도립도서관이 발행한 책 ‘인생 이야기 쓰기’에 실렸다. 김 씨 등 전남 지역 시각장애인 14명이 공동 저자다. 모두 올해 6∼10월 전남도립도서관이 전남시각장애인점자도서관(전남 목포시)과 함께 11회 진행한 ‘인생 이야기 쓰기’ 수업에 참여한 이들이다. 책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며 겪은 아픔과 어려움, 꿈과 사랑 이야기로 채워졌다. 전남시각장애인점자도서관에서 15일 만난 김 씨 등 저자 10명은 자신의 글이 담긴 책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8명은 “이 수업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글을 써봤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첫 수업 날 막막함이 밀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글쓰기 선생님으로 나선 윤소희 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안에 있는 모든 이야기가 바로 글감입니다.” 김 씨는 “그 말을 듣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니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남편과 53년간 함께 산 추억을 생각하니 글이 줄줄 나오데요. 글을 쓰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내 눈이 이렇게 돼버렸는데도 나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조그마한 자신감도 생기데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박길봉 씨(78)는 생애 처음으로 쓴 산문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자신의 아픈 눈까지 사랑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글에는 처음 아내와 선을 봤을 때의 일화가 담겼다. “나는 보시다시피 한 군데 흉이 있는 사람”이란 박 씨의 말에 아내는 “술 먹소?”라고 되물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박 씨는 단번에 아내의 마음을 얻었다. 박 씨는 “나의 흉을 흉으로 여기지 않는 아내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었음을 글을 쓰며 깨달았다”고 했다. 7년 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전맹 시각장애인이 된 문준서 씨(48)는 “글을 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했다. 문 씨는 ‘생각 하나 바꾼 삶’이란 글에 이렇게 적었다. “바뀌어버린 내 인생이 너무나 힘들어 방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걸 접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안마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며 인생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생각 하나를 바꾸고 보니 내 삶 자체가 달라져 행복하다.” 무엇보다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아픔이 치유됐다고 한다. 매주 과제로 써온 이야기를 낭독하는 시간이면 모든 이들이 함께 울고 웃었다.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록한 후천적 시각장애인 이동재 씨(55)는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어르신들의 인생을 알게 된 뒤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았지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큰 위로를 받았어요. 나도 저 어르신들처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거든요.”(이 씨)목포=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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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여중생들, K팝 뮤지컬 ‘My Mother’ 선보여

    경남 창원시 MBC경남홀에서 19일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 나도 케이팝 스타!’가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동아일보와 경남도교육청, 마산 양덕여중이 공동 주최하고, K공연예술비전연구소가 주관했다. 양덕여중 학생 20명은 이날 무대에서 케이팝 뮤지컬 콘서트 ‘마이 마더(My Mother)’ 공연을 선보였다. ‘마이 마더’는 양덕여중 학생들이 수필 공모전을 통해 출품한 어머니 이야기를 녹여낸 창작 뮤지컬 콘서트다. 학생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해 작품에 엄마의 꿈과 추억을 담았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의 김춘경 교수와 유성준 교수 등이 학생들을 지도했다. 공연에 참여한 임강라 양(15)은 “이번 공연을 통해 엄마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고, 앞으로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진희 양덕여중 교장은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으며 즐겁게 노래와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이 지닌 재능을 확인했다”며 “멋진 무대를 보여준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뮤지컬 교육을 총괄한 김 교수는 “엄마를 떠올리면 누구나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그 따뜻한 감정을 무대에서 관객과 잘 나눴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2007년 시작해 올해로 16년째를 맞는다. 동아일보는 2012년부터 경남도교육청과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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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담장 낙서범, 1시간 넘게 스프레이 뿌리며 활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경복궁 일대를 누비며 53m에 이르는 낙서를 남겼지만 붙잡히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경복궁 관리소 등에 따르면 전날(16일) 오전 2시 20분경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가 돼 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경복궁 서쪽 영추문의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서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이 담긴 낙서를 발견했다. 경찰이 조사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오전 1시 42분경 한 용의자가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추문 좌우측 담장 6.25m 구간에 낙서를 남기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남성은 오전 1시 55분경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 38.1m 구간에도 낙서를 했다. 일부 글자는 높이가 2m가량이나 됐다. 경찰이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인 오전 2시 44분경, 이번에는 대담하게 경복궁 건너편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의 낙서를 남겼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2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복궁 관리소 관계자는 “상황실 직원 2명이 경복궁 내외부에 설치된 429개의 CCTV를 보고 있었지만 낙서하는 모습은 못 잡아냈다”며 “직원 한 명이 CCTV 수백 대의 화면을 보면서 특이사항을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효자로 일대의 경우 지난 정부에선 청와대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경찰 인력과 순찰 빈도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 전문가 20여 명을 동원해 약품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은 또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범인이 체포될 경우 경찰과 협력해 엄벌할 방침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복궁 내에는 CCTV가 많지만 외곽에는 14대만 문을 중심으로 설치돼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며 “외곽 CCTV를 늘리고 감시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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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학대와 폭력의 악순환… 그렇게 부모는 가해자가 된다

    아무도 몰랐다. 2007년 1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쓰기(厚木)시의 한 연립주택에서 여섯 살 사이토 리쿠 군이 굶어 죽은 줄…. 친부 사이토 유키히로(당시 29세)는 3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아이가 머무는 방을 접착 테이프로 밀봉하곤 했다. “일을 나간 사이 아이가 홀로 집 밖으로 나설까 우려해서”였다. 달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동시에 수십 년째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아이가 방치되는 나날이 이어졌다. 2004년 10월부터 전기와 수도, 가스 요금이 미납됐고, 집 안에 오물과 쓰레기가 쌓였다. 그러나 주변 누구도 그 집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리쿠의 죽음이 드러난 건 7년이 흐른 2014년 5월. 중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리쿠가 학교에 입학하지 않자 일본 교육위원회가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면서다. 경찰에 붙잡힌 아버지 유키히로는 일본 언론에서 ‘악마’로 다뤄졌다. 조사 결과 그는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아이에게 음식을 챙겨주지 않았다. 아이의 시신은 7년 동안 집 안에 방치했다. 책은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가 유키히로를 면회하며 시작된다. 평범한 얼굴을 한 유키히로는 저자와의 첫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어요.” 이후 저자는 유키히로의 가족과 지인을 찾아다니며 그의 생애를 추적한다. 평범했던 유키히로의 일상이 무너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기 시작하면서였다. 환청과 환각 증세를 보였던 유키히로의 어머니는 집 안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려고 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했다. “원래 애가 죽는다든가 그런 일은 흔한 일”이라고 했던 유키히로의 법정 진술은 폭력과 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책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거나 유기해 죽게 만든 실제 사건 두 개를 추가로 다룬다. 2013, 2014년 두 차례 영아 유기 범죄를 저지른 다카노 이쓰미(37)는 친모에게 착취를 당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한집에 사는 가족은 이쓰미의 배가 불러 오고, 홀로 아이를 낳는 동안에도 그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원인으로 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이가 학대로 죽어가는 동안 주변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는 무얼 했는지를 묻는다. 또 아이를 학대한 가해자 역시 어린 시절 부모와 사회로부터 방치된 아이였음을 밝힌다. ‘학대와 방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비춘 것이다. 저자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학대 속에서 자라난 부모를 위한 지원 정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정을 ‘밀실’로 만든 사회의 무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리쿠는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가 구할 수 있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7일 리쿠는 부모를 찾으며 집 밖을 떠돌다가 경찰에 신고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세 살 아이가 집 밖을 혼자 돌아다니는 건 방임으로 여길 만한 정황이었지만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는 리쿠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뒤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 일본의 사례를 다뤘지만 한국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올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학대로 아동 50명이 사망했다. 원제 “‘鬼畜’の家 わが子を殺す親たち(‘악마’의 집 우리 아이를 죽이는 부모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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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기부터 가구까지 K-공예품 한자리에

    ‘2023 공예트렌드페어’가 14∼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식탁과 식기, 조명, 가구부터 공예 예술 작품까지 다채로운 공예품을 선보인다. 공예가와 공방, 갤러리 등 276개사가 참여했다. 신진 공예가의 작품들로 구성한 ‘신진공예가관’, 공예기업과 공방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공예공방관’, 국내 대학과 대학원 재학생들의 공예품을 모은 ‘공예아카데미관’ 등을 마련했다. 한국 공예품의 판로 확장을 위한 수출상담회를 비롯해 유통계 종사자와 공예가가 교류하는 행사도 열린다. 유통 플랫폼 SSG닷컴과 협업해 온라인 판매 지원도 추진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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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족발 대신 배달된 돼지 한마리…

    어느 날 아파트 공동현관문 앞으로 살아 있는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족발을 시킨 904호, 감자탕을 주문한 805호, 돈가스를 배달시킨 702호…. 돼지를 잡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는 이들이 돼지를 해치우기 위해 또다시 스마트폰을 든다. 이들은 돼지를 잡을 때 쓰는 ‘우레탄 망치’ ‘전문가용 칼’ ‘바비큐 그릴’ 등을 주문한다.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엔 배송 물품이 산처럼 쌓이고, 사람들이 포장을 뜯느라 분주한 사이 돼지는 홀연히 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신설한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픽션 부문)을 받은 ‘사라진 저녁’(창비·2022년)의 줄거리다. 이 그림책을 지은 권정민 작가(43·사진)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비추고 싶었다”고 했다. ‘사라진 저녁’은 팬데믹 기간 구상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주민보다 배달원이 더 많이 타고 있었다. 그때 권 작가의 머릿속에 돼지 한 마리가 덜컥 아파트 앞에 배달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일도 타인의 노동력을 빌려야만 하는 손쉬운 선택을 합니다. 그 손쉬운 선택들이 쌓여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점점 더 무감각해지는 우리 모습을 들춰보고 싶었어요. 아파트에 배달된 살아 있는 돼지는,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대면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첫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보림)를 출간한 권 작가는 약 10년간 EBS에서 ‘지식채널e’ 등 교양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 작가였다. 권 작가는 “그림책은 겉보기엔 단순한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의미로 짜여 있다”며 “보이는 것과 다른 의미들이 숨겨져 있는 그림책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의 그림책은 야생동물과 식물처럼 말 못 하는 존재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첫 그림책 ‘지혜로운…’은 도심에서 살아남은 멧돼지가 다른 멧돼지들에게 생존 전략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멧돼지의 모습과 함께,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먹어 둘 것’이라고 말하는 멧돼지의 말은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없는 도시 환경을 비춘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문학동네·2019년)에선 식물의 시선으로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 “모두에게 각자 입장이 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는 한쪽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힘이 센 인간의 이야기만 들리는 게 현실이죠. 그럴 때 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를 상상합니다. 결국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에 대해 말할 때 인간의 숨겨진 모습, 이중적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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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 쏟고, 땅 파고, 쇠 가는 소리… “소음을 잘 다듬어 음악에 담았죠”

    ‘끼익 끼익 끼익….’ 제주도에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48)이 사는 제주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담벼락 위에 드리운 돈나무 가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가 휴대용 마이크를 꺼내 나뭇가지에 갖다 대자, 가지가 돌담에 긁혀 나무가 내는 흐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소리는 2021년 발매된 디지털 싱글 ‘Listen To Pain’에 삽입됐다. 한 제약회사 의뢰로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를 위해 만든 이 앨범에 나무의 소리를 담아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돌베개)를 최근 출간한 루시드폴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7일 만났다. 책엔 그가 2019년 반려견 ‘보현’의 소리 등을 담아낸 정규 9집 ‘너와 나’ 이후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흔적이 담겼다. 루시드폴은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보현이를 따라다니면서 귀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세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자기 눈에 딱 맞는 안경을 썼을 때 갑자기 세상이 쨍하게 보이듯 나 역시 그날 이후 다른 세계의 소리를 듣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다르게 들으려 하자 공사장에서 나는 굉음조차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몇 해 전부터 그가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변에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루시드폴은 “처음엔 소음으로부터 나를 위로하고자 공사장의 소음을 채집해 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고 했다. 덤프트럭이 돌을 쏟고, 그라인더가 쇠를 갈고, 중장비가 땅을 부수는 소리를 녹음기에 담았다. 그 다음 그 소음을 잘게 자르고 재조립해 그 위에 멜로디와 화성을 쌓았다. 이 소리는 12일 발매하는 그의 두 번째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앨범 ‘Being-with’의 타이틀곡 ‘Mater Dolorosa(마테르 돌로로사·고통 받는 어머니)’로 다시 태어났다. 공사장의 소음이 그를 거쳐 음악이 된 것. “소음을 내가 잘 다듬고 타일러서, 듣기 좋은 음악으로 세상에 되돌려 보낼 수 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새 앨범엔 수중 마이크로 녹음한 바닷속 소리를 담은 ‘Microcosmo’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루시드폴은 “음악이란, 무의미한 소리가 의미의 세계로 바뀌는 과정 및 결과”라며 “나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아 어떤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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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샛별들 “미래의 꿈에 더 가까이”

    “4번의 도전 끝에 이 상을 받았습니다. 예선에서 탈락해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뿐이었고,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었거든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11일 열린 제7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대학·일반부 금상을 공동 수상한 정이제 씨(25·홍익대 대학원 1학년)의 말이다. 정 씨는 이날 본선 무대에서 뮤지컬 ‘프리다’의 넘버 ‘코르셋’을 불렀다. 정 씨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담은 이 노래처럼 인생이 부서졌다고 느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멤피스’의 ‘Memphis Lives in Me’를 부른 나범수 씨(26·명지대 4학년)가 대학·일반부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고등부 금상은 크리스틴 체노웨스의 곡 ‘The Girl in 14G’를 부른 정보나 양(18·안양예고 3학년)에게 돌아갔다. 중등부 금상은 뮤지컬 ‘퍼니 걸’의 ‘Don’t Rain on My Parade’를 부른 김하랑 양(15·심석중 3학년), 뮤지컬 ‘아이다’의 ‘My Strongest Suit’를 부른 노윤서 양(15·양영중 3학년), 뮤지컬 ‘시카고’의 ‘I Can’t Do It Alone’을 부른 유수민 양(15·국립전통예중 3학년)이 공동 수상했다. 초등부 금상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놀아보세’를 부른 박소후 군(10·경기초 4학년)과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의 ‘풍금을 쳐줘’를 부른 정은서 양(11·서울문래초 5학년)이 함께 받았다. 본선 심사는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 이성준 음악감독, 배우 박민성 이지혜 전수미, 연출가 이재은이 맡았다. 이 단장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본선에 올라 공동 금상 수상자가 대거 나왔다. 특히 초등부와 중등부에선 참가자 대부분이 상향 평준화된 실력을 보여줘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al)에 이번 주중 게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초등부 △금상 박소후(경기초 4학년) 정은서(서울문래초 5학년) △동상 문서인(제주대교육대부설초 5학년) 이유이(서울신석초 5학년) △장려상 구민솔(거제중앙초 5학년) 곽보경(보정초 4학년) 권아린(서울면목초 5학년) 문세연(서울성산초 4학년) 성나윤(진천상신초 5학년) 양규아(한홀초 4학년) 유주헌(안양 부림초 6학년) 이다인(남양주 가곡초 6학년) 이산(서울동교초 6학년) 이해인(안산해양초 4학년) 임수연(서울양진초 6학년) 전서연(가내초 5학년) ▽중등부 △금상 김하랑(심석중 3학년) 노윤서(양영중 3학년) 유수민(국립전통예중 3학년) △장려상 성예슬(안양 부안중 2학년) 손지안(국립전통예중 2학년) 주시진(통영중앙중 2학년) 황지안(서울외국인학교 1학년) 황지율(천왕중 3학년) ▽고등부 △금상 정보나(안양예고 3학년) △은상 최현정(서울공연예고 3학년) △동상 안성훈(인천대중예고 3학년) △장려상 김민서(안산 광덕고 3학년) 김응규(서초고 3학년) 박서은(목동고 3학년) 양수현(계원예고 2학년) 이원익(신갈고 2학년) ▽대학·일반부 △금상 나범수(명지대 4학년) 정이제(홍익대 대학원 1학년) △동상 장여랑(명지대 1학년) △장려상 김다빈(서울예대 3학년) 김솜이(백석예대 1학년) 김수민(인하대 4학년) 박상헌(동서울대 2학년) 박서형(서울예대 2학년) 박정윤(서울예대 1학년) 백승준(명지대 3학년) 이시은(명지대 1학년) 정가영(청강문화산업대 2학년) 조성민(서울예대 1학년) 최소현(국민대 3학년) 한별(홍익대 2학년) △보아스 특별상 곽보경(보정초 4학년) 성예슬(부안중 2학년) 양수현(계원예고 2학년) 박상헌(동서울대 2학년)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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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러브 스토리’ 男 주연 라이언 오닐 별세

    미국 유명 영화 ‘러브 스토리’(1970년)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라이언 오닐이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의 아들 패트릭 오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버지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닐은 백혈병으로 투병했고, 2012년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다. 1964년 TV 드라마 ‘페이턴 플레이스’로 데뷔한 오닐은 영화 ‘러브 스토리’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오닐은 이 영화에서 신분 차이를 넘어 사랑에 빠졌지만 백혈병으로 연인과 사별하는 올리버 역을 맡았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라는 올리버의 명대사도 유명하다. 오닐은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와츠 업 덕’(1972년), ‘페이퍼 문’(1973년), ‘드라이버’(1979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러브 스토리’의 후속작인 ‘올리버 스토리’(1978년)에도 출연했다. 2010년대엔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다.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자녀 넷을 뒀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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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김혜순 ‘날개 환상통’

    김혜순 시인(68·사진)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NYT는 이 시집에 대해 “영적이고, 기괴하고, 미래가 없는 상황 등 다양한 종류의 공포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맞아 201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이 시집은 올 5월 영문판으로 미국 뉴디렉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최돈미 시인 겸 번역가가 영어로 옮겼다. 앞서 김 시인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Death)’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국제 부문)을 한국 시인 최초로 받았다. 한편 NYT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엔 한국계 미국 시인 모니카 윤의 시집 ‘From From(프롬 프롬)’도 포함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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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다음, 지방신문 등 기사 배제 시정하라”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다음이 기사 검색에서 지방 신문사 등 기사를 대거 배제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는 8일 성명을 내고 다음이 이용자가 기본 설정을 유지할 경우 뉴스 제휴 언론사(CP) 150여 곳의 기사만 노출되도록 일방적으로 변경한 데 대해 “언론과 뉴스의 공적 위상을 추락시키고 이용자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다음은 PC와 모바일에서의 뉴스 검색 기본 설정을 뉴스 제휴 언론사로 변경했다. 이용자가 일반적으로 PC 다음 웹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뉴스 제휴를 맺은 언론사 기사만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가 ‘전체 보기’로 설정을 바꾸면 검색 제휴를 맺은 매체의 기사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협의회는 “다음의 조치로 신문협회 소속 지역 신문사 26개사 가운데 22개사가 이용자들에게 노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며 “지역 신문사들이 맡아 온 지역 여론 대변과 지방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크게 위축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이 언론 발전과 이용자의 뉴스 선택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이런 조치를 일방적으로 내린 것은 지역 신문사들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부당한 처사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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