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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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4-03-21~2024-04-20
문학/출판43%
문화 일반10%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7%
음악7%
인사일반7%
연극2%
  • 궁예의 나라 연호 적힌 목간… 경기 양주 대모산성서 첫 출토

    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사적)에서 궁예(869∼918)가 세운 나라 태봉(泰封)의 연호 정개(政開)가 적힌 목간 1점이 출토됐다고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이 15일 밝혔다. 태봉과 관련된 목간 유물이 나온 건 처음이다. 목간은 30cm 길이에 팔각 모양으로, 한 면에 ‘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정개 3년 병자 4월 9일)’이라고 쓰여 있다. 정개는 태봉에서 914년부터 사용했던 연호로 정개 3년은 916년을 뜻한다. 이와 함께 ‘大井(대정)’, ‘大龍(대룡)’이 쓰여 있어 제의(祭儀) 등에 쓰였던 유물로 추정된다. 팔각 면에 총 120자가 쓰여 있고, 한 개 면엔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한국목간학회는 20일부터 이틀간 이 목간의 문자를 판독하는 회의를 연다. 궁예는 901년 고구려를 계승하는 후고구려를 세웠고, 911년 나라 이름을 태봉으로 고쳤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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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현대 미술품 수출 막는 문화재법… 미술계 “규제 완화해야”[인사이드&인사이트]

    《#1. 올해 9월 1일 인천국제공항 내 문화재감정관실. 학고재 갤러리가 올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에 출품해 판매하려던 작품 1점에 대해 ‘반출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작품은 ‘물성 탐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곽인식(1919∼1988)이 1962년 유리로 만든 작품 ‘62―602’였다. 문화재청은 이 작품이 “1960년대 곽 작가의 초기작 중에서도 대표성을 띤다”며 “예술적·학술적 가치는 물론 희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지켜야 하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2. 2020년에는 근대 한국미술의 거장 이중섭(1916∼1956)의 1950년대 초 회화 ‘꽃나무 가지에 앉은 새’의 홍콩 반출이 불허됐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실은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큰 근대기 회화작품”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2019년엔 이인성(1912∼1950)의 1939년 작품 ‘Peach’가 미국으로 출품되려다가 문화재청으로부터 반출 불가를 통보받았다. “근대 한국 회화사에서도 기준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는 이유였다.》문화재청이 국외 반출 불가를 결정한 이 작품들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제작된 지 50년이 지났다. 둘째, 작품의 예술적·학술적·역사적 가치가 인정된다. 셋째, 희소성 시대성 특이성 등이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 문화재보호법(제60조)은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예술작품을 ‘일반동산문화재’로 규정하고, 국외로의 영구적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우리 문화재를 약탈당한 역사적 맥락을 담아 제정됐다. 문화재를 지키지 못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非)지정 문화재에도 엄격한 규제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미술 시장이 K미술에 주목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미술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갤러리 등의 한국 근대 미술품 구입을 문화재보호법이 가로막는 탓에 K미술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문화재보호법, K미술 세계화 걸림돌 돼” 특히 미술계에선 현행법이 생존 작가의 작품까지도 국외 반출을 금지한 점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생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팔려 해도 50년이 넘은 것은 일단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최근 문화재청은 생존 작가의 작품은 일반동산문화재에서 제외하도록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작고한 작가의 경우 시행령이 개정돼도 여전히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난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작품 중 1973년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원칙적으로 국외로 나갈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반출될 수 없는 작품은 점점 늘어난다. 외국 정부가 인증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전시’ 목적으로 구입할 경우엔 예외적으로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반출될 수 있지만, 민간 갤러리나 개인 소장자에겐 판매될 수 없다.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세계 미술시장이 이제 막 한국의 단색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문화재보호법으로 인해 한국 미술의 확장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했다. 한 국내 옥션 관계자는 “K팝, K무비, K문학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 비해 K미술의 조명이 더딘 이유”라고 했다.●“경매 출품 위한 반출도 어려워”현행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 중 하나가 해외 박물관, 미술관의 한국실이다. 미술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국외 경매에는 한국에 있는 일반동산문화재 출품이 안 되는 탓이다. 경매 출품을 위한 반출은 ‘전시’라는 목적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소장처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해외 박물관 등은 국내 옥션이나 개인 소장자와 따로 접촉해 구매해야 전시 목적으로 미술품을 반출해갈 수 있다. 2018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일반동산문화재의 국외 수출이 허가된 것은 5점이 전부다. 반출 불가 결정이 난 것은 196건이다. 이에 따라 해외 미술관의 한국실은 작품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컬렉션 수는 약 400점. 화려한 금동불상부터 불화, 청자를 비롯한 최고급 컬렉션을 3000점 넘게 소장하고 있는 일본 유물 컬렉션과는 규모와 예술성 면에서 차이가 크다. 임수아 클리블랜드미술관 큐레이터는 “한국 기관이 소장한 국보나 보물을 임시로 빌리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격차”라며 “개인 소장자나 옥션과 개별적으로 연락해 구매하는 방식으로는 작품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술계 일각에선 문화재보호법을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문화청은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국외 반출과 국외 거래를 자유롭게 허용한다. 국내외 예술법을 조망한 전문서 ‘예술법’(학고재)을 펴낸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일본처럼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규제가 없어야 외국 시장에서 한국의 예술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비지정문화재 전체 규제 철폐는 시기상조”반면 문화재청은 일본처럼 비지정문화재 전체를 자유롭게 국외에서 반출·거래되도록 법을 바꾸는 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고미술 시장에선 여전히 도굴되거나 도난된 문화재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굴곡진 역사를 거치면서 이미 해외로 밀반출된 문화재도 적지 않다. 비지정문화재 전체에 대해 ‘국외 반출 금지’ 규제를 없앨 경우 도난된 중요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은영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학예연구관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역사가 깊은 우리는 일본처럼 규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겪은 이탈리아의 경우는 규제 폐지 대신 완화를 택했다.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 중 다량의 문화재를 약탈당한 이탈리아는 원래 한국처럼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은 유고 작가의 예술작품을 문화재로 보고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은 작품만 반출을 허용하는 ‘문화유산법’을 뒀다. 하지만 미술계에서 이 법이 갤러리와 소장자의 매매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2017년 법을 손봤다.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화재의 범위를 만들어진 지 70년이 넘은 것으로 좁혔다. 또 금전적 가치가 1만3500유로(약 1915만 원) 이하이면 제작 시기에 무관하게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법도 현행 50년 기준을 100년 정도로 완화한다면 한국의 근대 미술품이 자유롭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 주목받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렇게 될 경우 박서보(1931∼2023), 유영국(1916∼2002), 김환기(1913∼1974)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규제 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다.●“문화재보호법령 개정 방향성 논의”문화재청은 근현대 미술이 수출되는 길을 넓히기 위한 추가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엔 고려대 세종캠퍼스 산학협력단에 관련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다만 민간 문화재 감정기관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한국 현실상 일정 시가 이하 문화재의 반출을 조건 없이 허용하는 방안은 도입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화재위원인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개인 간 해외 거래를 허가하는 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문화재보호법에서 일반동산문화재로 보는 기간의 범위를 좁히거나, 일반동산문화재로 분류되는 조건 규정을 구체화하는 등 여러 방법을 열어두고 전문가들과 문화재보호법 개정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문화부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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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광로 밑에 말뚝 세워 지반 강화”… 칠금동 백제 유적서 독특한 양식

    단위면적당 제철로 유구가 가장 많은 충북 충주 칠금동 유적에서 백제 제철로의 토목공학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지하 목조 구조물이 다수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가 2016년부터 이달 초까지 백제의 철 생산지였던 칠금동 유적을 발굴 조사한 결과, 전체 제련로(製鍊爐·철광석에서 철과 불순물을 분리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제철로) 34기 가운데 85%(29기)의 하부에서 지하 목조 구조물이 나왔다. 이는 현재까지 백제의 제철로에서만 확인된 독특한 구조로, “노체(爐體)의 하중을 견디기 위한 지반 강화 시설”이라는 분석이다. 정락현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학술대회 ‘강철 백제, 철 생산의 중심지 충주’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다. 제련로 하부에서 확인된 ‘이중 구조’는 제련로 하부를 만들 때 땅을 한 번만 판 것이 아니라 파낸 바닥에 목조시설로 바닥을 다지고 그 위에 점토를 채운 뒤 점토 가장자리에 말뚝을 박았다. 칠금동 유적은 전체 2200㎡ 면적에서 제련로 34기와 제철 생산 부속시설 등이 확인돼 단위면적당 유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백제의 철 생산 중심지로 꼽힌다. 어창선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백제인들이 고도화된 토목공학기술과 제철기술을 바탕으로 제철로를 건설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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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맘카페’ 그 다정함의 이면엔

    2015년, 30세 때 아이를 낳은 저자에게 맘카페는 별세계였다. “아이 이마에 피가 나는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요?” 질문을 던지면 1분 안에 동네 병원 목록이 주르륵 댓글로 달렸다. 어린이집, 유치원, 보습학원 .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 초보 엄마에게 맘카페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말해주지 않는 정보를 속속들이 알려줬다. 출산 후 전업주부가 된 저자는 하루 3번 맘카페를 찾는 충성 회원이었다가 5년 전부터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맘카페 보고서다. 저자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요즘 엄마들’의 현실을 비춘다. 저자가 처음 맘카페를 찾은 이유는 “정보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대가족이 한집에 살며 아이를 함께 기르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 시대엔 부모가 오롯이 양육을 책임진다. 육아를 엄마의 몫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선 보통 이 책임을 엄마가 짊어진다. ‘파파카페’는 없고 맘카페만 존재하는 현실은 자녀 양육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을 뚜렷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내부자로서 맘카페를 마냥 변호하기보다 내부의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성찰했다는 점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맘카페 회원들은 둥글둥글한 말투를 지향한다. 존대가 원칙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선해 보이는 맘카페의 언어는 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엄마다움’의 반영이며, 맘카페는 근본적으로 선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언어의 이면(裏面)에 숨겨진 집단린치를 들여다본다. 맘카페의 조직력을 활용해 동네 상권에 ‘별점 테러’를 하는 행위가 그중 하나다. 맘카페를 “힘 있는 공간”이라고 규정한 저자는 맘카페 회원들에게 보다 주체적인 인식을 요구한다. “‘약자는 선량하다’는 함정이 나의 이기심을 강화하고 집단의 힘을 좇는 일로 이어졌던 건 아닌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 이 같은 자성과 함께 “파파카페도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아이 문제를 놓고 같이 머리를 맞댈 동반자가 있다면, 엄마 홀로 맘카페에서 전전긍긍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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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산 조선왕조실록 110년만에 고향 돌아왔다

    국보인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보물인 조선 왕실 의궤(儀軌·왕실이나 국가 중요 행사 내용을 정리한 기록)가 100여 년 만에 원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된 이후 실록은 110년 만이고, 의궤는 101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9일 강원 평창군 오대산에 새로 마련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관된 실록과 의궤를 공개했다.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실록이 전주 사고본만 남고 모두 소실되자 4부를 재간행해 오대산 등 4곳의 사고(史庫)에 나눠 보관했다.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도쿄제국대로 반출됐다가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일부 소실됐고, 남은 27책이 다시 경성제국대(현 서울대)로 옮겨졌다. 뒤늦게 일본 도쿄대가 ‘성종실록’ 9책, ‘중종실록’ 30책, ‘선조실록’ 8책 등 47책을 더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06년 3월 오대산 월정사 등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꾸려 환수 운동을 시작했고, 도쿄대는 석 달 만에 전부를 국내에 기증했다. 2017년 ‘효종실록’ 1책까지 돌아와 모두 75책이 돌아왔다. 의궤는 일제가 1922년 반출한 것으로 82책이 일본 왕실도서관에 있다는 것이 파악되자 2006년 환수위원회가 꾸려져 반환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1년 돌려받았다. 돌려받은 실록과 의궤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 보관돼 왔다. 박물관은 1606년 오대산에 사고를 지어 전쟁이나 화마로부터 실록과 의궤를 지켜왔던 조선 왕실의 뜻을 이어받아 마련됐다. 오대산 사고를 수호하던 월정사가 2017년 건립해 ‘왕조·실록의궤박물관’으로 운영하던 건물을 문화재청에 기부 채납했다. 박물관엔 일단 실록 9책과 의궤 26책 등 35책이 먼저 이관됐고, 수장고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까지 나머지를 옮길 계획이다. 박물관은 상설전시를 통해 실록과 의궤를 선보인다. 전시에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만든 국새(보물) 등 관련 유물 50여 점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엔 실록과 의궤가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펼쳐진다. 박물관은 12일 개관한다.평창=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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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세기 동아시아도 온난기였을 가능성”

    기후 환경이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생태환경사학회와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는 11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13세기 동아시아 기후변동과 자연재해’를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연다. 김문기 부경대 사학과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온난기의 발견: 13세기 동아시아의 기후변동’을 발표하고 동아시아가 13세기 무렵이 온난기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럽 학계는 10∼13세기를 ‘중세 온난기’로 규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동아시아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비교적 적다. 김 교수에 따르면 원나라 농업기술서적 ‘농상집요(農桑輯要)’엔 13세기 초 감귤이 현재의 북방한계(난징 지역)보다 북쪽인 허난(河南)성 탕허(唐河)현과 친양(沁陽)현 등지에서도 재배됐다고 기록됐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 학계에선 13세기를 확연한 ‘온난기’로 규정하고 있다”며 “고려시대 건축물이나 유적 등의 수목에서 기후변화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중세 동아시아 기후변화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기 강원대 교수는 ‘13세기 중국의 이상 기후와 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이현숙 연세대 의학사연구소 교수는 ‘신보살경(新菩薩經)과 권선경(勸善經)으로 본 당 고종대 질병과 인구’를 발표한다. 당대 경전을 통해 7세기 무렵 동아시아에 퍼졌던 질병을 분석하는 한편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한 나당연합군을 통해 이 같은 질병이 한반도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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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에 새긴 백성 향한 군주의 마음…” 조선 궁중-민간 현판 114점 한자리에

    “端硯竹爐詩屋(단연죽로시옥)” 제주 유배 생활을 마친 만년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한강 노량진이 보이는 용산 강마을에 머물던 시절 현판에 새기기 위해 쓴 글씨다. ‘중국 단계(端溪) 지역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벼루와 차를 끓이는 대나무 화로, 시를 지을 수 있는 작은 집’이라는 뜻으로,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여생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다. 주어진 상황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노선비의 마음이 전해진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궁중과 민간 현판을 아울러 조선의 현판 11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을 7일 개막한다. 전시에 나오는 궁중 현판엔 백성을 향한 군주의 마음이 담겼다. 영조(1694∼1776)는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관청인 호조에 내린 현판에 ‘均貢愛民 節用畜力(균공애민 절용축력)’이라고 썼다. ‘조세를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고, 씀씀이를 절약해 힘을 축적하라’는 뜻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힘 있는 나라로 나아가려는 군주의 결단을 표현했다. 정조(1752∼1800)는 ‘萬川明月主人翁(만천명월주인옹, ‘온 시냇물에 비친 밝은 달의 주인’이란 뜻)’이라는 호를 정하게 된 이유를 현판에 적어 창덕궁 존덕정에 내걸었다. 강한 왕권을 바탕으로 이상적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조의 뜻이 담겼다. 고종(1852∼1919)은 자신이 머물던 경운궁(현재의 덕수궁) 즉조당에 1905년 ‘慶運宮(경운궁)’이라고 쓴 현판을 내걸었다. ‘경사스러운 운수가 가득한 궁’이라는 뜻으로, 국운이 위태롭던 때 나라의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민간의 현판에선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등의 인연을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1705∼1777)가 아들 이긍익(1736∼1806)의 서실(書室)에 걸기 위해 손수 쓴 현판 ‘燃藜室(연려실)’이 대표적이다. ‘명아주를 태우는 방’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역사가 유향이 밤늦도록 나무를 태워 가며 역사 연구를 한 끝에 대가가 됐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아들이 훌륭한 역사가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새긴 것. 이긍익은 훗날 조선의 역사를 42책에 걸쳐 기록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을 펴냈다.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정자의 현판도 볼 수 있다. 경북 안동 풍천면에 있는 ‘翠潭亭(취담정)’ 현판은 잔잔한 연못 풍경을 형상화한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져 관람객을 맞는다. 취담정은 ‘맑고 푸른 연못’이란 뜻이다. 현판 아래에 한자의 뜻과 그 유래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풀어 해설했다. 내년 2월 12일까지. 무료.대구=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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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1년 전 美 외교적 오판으로 북핵 억제할 기회 놓쳐”

    “우리가 만든 걸 좀 보시겠습니까?” 2004년 1월, 북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 안. 리홍섭 북한핵과학연구소장이 당시 미국 에너지부 소속 국립 연구기관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방북한 저자에게 이렇게 물으며 구두 상자만 한 적갈색 금속상자를 꺼내 보였다. 상자 속 또 다른 상자를 열자 투명 테이프로 뚜껑을 밀봉한 유리병 두 개가 보였다. 리 소장은 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병에 우리의 생성물, 플루토늄 금속 200g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시도하고 있다는 암시였다. 재처리된 플루토늄은 원래 액체 상태다. 이를 핵무기 제조에 쓸 때 플루토늄을 합금해 금속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2002년 10월, 북한이 미국과 체결했던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를 파기한 지 1년여 만에 가동이 중단됐던 영변의 원자로를 재가동해 이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음을 과시한 것이었다. 2004∼2010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본 미국의 핵물리학자가 펴낸 이 책은 변변한 패 하나 없던 나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핵무기 보유국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 저자는 미 정부엔 “관리 가능한 정도의 위험만 감수하면 평양이 핵무기 폐기로 가는 외교의 길을 나서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본다. 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 실패의 책임을 북한 탓으로 여겼던 미국 측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와는 다른 입장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사전에 막지 못한 미국의 결정적 실수들을 분석한 책이다.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과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센터장을 지낸 저자가 꼽은 가장 치명적인 변곡점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미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2002년이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이 합의는 ‘북한의 핵 개발 동결’을 골자로 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활동을 즉각 중지하고 관련 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원조해주는 외교적 거래였다. 무엇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동결 감시 활동에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이 합의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합의는 2001년 9·11테러가 벌어진 뒤 삐걱댄다. 부시 정부가 “국제적인 테러 세력의 후원자”라며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 미 정보당국이 입수한 첩보는 합의 파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위한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입수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기만행위가 전제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이 합의를 파기한 미국의 선택은 근시안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듬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IAEA 검증단을 북한에서 쫓아냈다. 이전까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합의 파기 후 “(미국은) 북한이 훤히 보이게 폭탄을 제조하는 동안 팔짱을 끼고 서 있기만 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2001년 이후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저자는 이러한 시도를 한 이유에 대해 “미래에 미국이 더 나은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워싱턴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저자는 북한이 경제 개선을 위해 전략적으로라도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거라고 보는 입장이다. 책엔 북한의 핵시설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목격자의 묘사가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원제는 ‘Hinge Points: An Inside Look 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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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 읽고 6·25 이해… 문학, 타인의 삶 상상하게 해”

    “6·25전쟁을 알고만 있던 제가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읽고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문학은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제1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에 의해 파괴된 마을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전쟁은 지나갔지만 일상 곳곳에서 과거가 아닌 현실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은 미래를, 기억은 과거를 향해 있다”며 “시간은 단절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뒤섞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도 출간된 ‘최후의 세계’(1988년)가 대표적이다. 로마제국에서 유배당한 작가 오비디우스가 20세기 유럽에서 사라진 자신의 책 ‘변신’을 찾는 여정을 통해 제국주의와 문명, 인간의 탐욕을 탐구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시간의 부침에 저항하는 문학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과 강원 원주시가 공동주최한다. 상금은 1억 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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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몰라도 독서 재미에 푹… ‘전화 책 친구’에 빠진 할머니들

    “엄마는 딸만 낳은 죄로 해산하고 닷새 뒤부터 밭일을 나가셨다. … 우리 자매들은 번갈아 가면서 아기를 돌봤고, 아기는 방긋방긋 잘 웃어 우리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지난달 17일 경기 여주시에 있는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 김동헌 관장(57)이 여주시 금사면에 사는 홍모 할머니(83)에게 전화로 ‘새벽별은 베롱베롱’(책여우)의 한 구절을 들려주던 때였다. 제주도에 사는 또래 할머니 8명이 지은 책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홍 할머니가 전화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동생들 돌보느라 밖에 나가서 놀지도 못했는데…. 학교 다니는 친구들 앞에 동생 업은 모습을 보이기 부끄러워 늘 동구 밖 비탈로 다녔어. 글 배워 책 읽는 것이 그렇게 부러웠어.” 정식 교육을 받은 적 없어 글을 읽지 못하는 홍 할머니는 이날 책의 청자(聽者)로 생의 첫 번째 책을 만났다. 어린 시절 꿈꿨던 독서의 꿈을 여든 넘어 이룬 것이다. 2016년 문을 연 이 도서관은 2019년부터 마을 어르신에게 전화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관장은 “글을 배우지 못해 책을 읽을 수 없거나 거동이 불편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수 없는 어르신들이 책과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달부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전화로 찾아가는 책 친구’ 프로그램으로 태어났다. 지원 대상도 어르신뿐 아니라 장애인으로 확대됐다. 한 달여 동안 전국 5곳(경기 부천·여주, 세종, 광주, 경북 칠곡)의 어르신과 장애인 3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낭독활동가는 지역당 15명씩 총 75명이며 지원 예산은 1억 원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독서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와 장애인이 책을 즐길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절됐던 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김 관장은 2021년에 만난 이대식 할머니와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당시 할머니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 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독서를 좋아했던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진 뒤로 한동안 책과 연을 끊고 살았다. 전화로 책을 읽어준다는 소식에 신청한 것. 할머니는 “‘토지’는 굉장히 긴데, 괜찮겠냐”고 묻는 김 관장에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매주 하루씩 15분간 1년 동안 이어진 책 읽기 끝에 ‘토지’ 1권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무렵 할머니는 “다음 주에 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 건강이 나빠져 요양원에 입원한 것이다. 김 관장은 “‘한 줄도 건너뛰지 말라’고 했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책으로 ‘토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책을 읽어주는 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화로 찾아가는 책 친구’는 궁극적으로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듣는 일이에요. 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중 하나죠.”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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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후기 ‘부안 내소사 동종’ 국보로 승격된다

    고려 후기 동종(銅鍾·구리로 만든 종) 가운데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보물 전북 ‘부안 내소사 동종’(사진)이 국보로 승격된다고 31일 문화재청이 밝혔다. 높이 103cm인 내소사 동종은 현존하는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크다. 종을 만든 내력이 적힌 주종기(鑄鍾記)에 한중서(韓冲敍)라는 장인이 1222년 700근(약 420kg)의 무게로 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안 청림사에 봉안됐다가 철종 때인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공중을 나는 듯한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한 용뉴(龍鈕·범종 가장 위쪽에 있는 용의 모습을 한 고리)와 연꽃 문양이 입체적으로 장식된 종의 어깨 부분 등 장식성과 조형성이 뛰어나다. 특히 몸체는 균형 잡힌 비례와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통일신라 문화를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대표작”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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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의 부인 묘지, 美서 돌아와

    초대 주미공사로 1887년 미국에 파견됐던 박정양 공사(1841∼1905)의 부인 양주 조씨(1841∼1892)의 묘지(墓誌·고인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은 돌이나 도자기 판·사진)가 미국에서 돌아와 후손 품에 안겼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백자청화정부인양주조씨묘지(白磁靑畵貞夫人楊州趙氏墓誌)’를 소장하고 있던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77)가 박 공사의 증손으로 반남 박씨 죽천공파 종중 회장인 박찬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61)에게 유물을 기증했다고 31일 밝혔다. 기증된 묘지는 가로 14.7cm, 세로 17.5cm, 두께 1.3cm로, 조씨의 생애가 122자로 기록돼 있다. 1892년 세상을 떠난 조씨는 1921년 박 공사 묘소에 합장됐다. 묘지는 합장 이전에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슨 교수는 한국에 머물던 1980년대 한 골동품점에서 해당 묘지를 사들인 뒤 소장해 오다 지난해 7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우물 밖의 개구리’를 통해 기증 의사를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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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응 열사 넋 깃든 옛 공사관 118년만에 표식

    “이 건물은 한국의 자주독립 외교 활동의 역사적 장소이자 한영 친교의 요람이다.” 영국 런던 켄싱턴구 얼스코트 트레보버 4번지에 있는 한 건물 중앙 출입문 위에 이곳이 1901∼1905년 주영국 대한제국공사관이었음을 알리는 동판이 10월 30일(현지 시간) 걸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영국 주재 외교관이던 이한응 열사(1874∼1905·사진)가 1905년 이 건물에서 순국하고 공사관이 폐쇄된 지 118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날 주영 한국대사관과 함께 이 건물 앞에서 ‘옛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동판 제막식’을 열었다. 이 건물이 대한제국공사관으로 쓰이기 시작한 1901년 이후 122년 만에 그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곳은 비극적인 대한제국사와 항일운동사가 깃든 역사적인 장소다. 당시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서리공사였던 이한응 열사는 1905년 을사늑약을 앞두고 그해 5월 12일 이 건물에서 자결했다. 일본 정부가 한 해 전 런던에서 체결한 ‘제1차 한일의정서’ 제5조(대한제국 정부와 대일본제국 정부는 상호 간에 승인을 거치지 않고 뒷날 본 협정 취지에 어긋나는 협약을 제3국과 맺을 수 없다)를 근거로 공사관을 폐쇄하자 목숨을 바쳐 항거한 것. 자결 직전 이 열사가 남긴 유서 전문은 이후 대한매일신보에 보도돼 항일독립운동의 씨앗이 됐다. 당시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가는 주권이 없고 인간은 평등을 상실하여 모든 교섭은 치욕이 망극하니 이 어찌 피 끓는 자가 참을 수 있는 일인가.” 이 열사가 순국한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의 외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1960년대 영구임대주택으로 바뀌면서 내부는 개조됐다. 현재는 36가구가 거주하는 공공 임대아파트로 쓰인다. 문화재청은 2018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옛 대한제국공사관 건물 6곳(일본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의 현황과 매입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이미 실거주자가 있는 이 건물을 매입하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이 건물을 관리하는 영국 피보디사와 협의한 끝에 대한제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영문 동판을 설치했다. 이제 이 거리를 지나는 누구나 이 건물에서 대한제국의 ‘자주 외교 활동’이 펼쳐졌음을 알 수 있게 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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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 50년 넘은 생존작가 작품, 국외 반출 가능해져

    내년부터 제작된 지 50년 넘은 미술작품 중 생존작가의 작품을 자유롭게 해외로 보내 전시 및 매매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제작한 지 50년 이상 지난 생존 작가의 예술 작품을 ‘일반동산문화재’로 규정해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던 현행법에 대한 미술계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그간 미술계는 현행법이 생존 작가들의 국제 아트페어 참가와 작품 매매 권리를 제약한다고 지적해왔다. 전시를 위해 작품을 외국에 보낼 때도 일일이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내년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술품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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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풍자, 中 영웅담, 日선 제의 ‘가면 3색’

    “할미 성깔도 대단하구나/…/티격태격 싸움질 잠깐 새/숨이 막혀 영영 죽고 말았네/무당이 방울을 흔들며/…/우는 듯 너울너울 춤추며” 조선 후기 작가 강이천(1769∼1801)이 남대문 밖에서 가면극을 보고 1789년 지은 시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의 일부다. 세월 풍파에 찌든 ‘할미’ 가면을 쓴 이가 첩을 질투해 영감과 싸우다 죽자, 무당이 진혼굿을 펼치며 할미의 원혼을 달랜다. 이처럼 한국 전통 가면극은 가면을 쓴 이가 일상에서 하지 못한 백성의 말을 대신 쏟아내며, 한(恨)을 풀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 195점을 선보인다. 고려 때부터 전해 내려온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한국 전통 가면의 원형을 보여주는 102점과 중국(45점), 일본(48점)의 전통 가면을 비교하며 닮은 듯 다른 삼국의 가면극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 가면극의 독특한 특징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가면극이 전하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경남 고성 지역에서 전승되는 ‘고성오광대’는 상놈인 말뚝이를 고귀하게, 양반을 미천하게 그린다. ‘양반과 말뚝이’ 서사엔 신분제도를 뒤집고, 신분의 경계를 지워 함께 어우러지려는 이상이 담긴 것. 반면 중국의 가면극 나희(儺戲)는 무대에서 역사 속 영웅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낸다. 당나라의 승려 현장(600∼664)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온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서유기(西遊記)’가 대표적이다. 소설에 나오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가면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가면극 가구라(神樂)에 나오는 귀신 ‘오니’ 등 다채로운 일본 가면도 선보인다. 가면극을 놀이로 여기는 한국과 달리 가구라는 신사에서 엄숙하게 행하는 제의다. 가면을 신처럼 모시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3월 3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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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충서원, ‘노론 사대신’ 초상 4점 기증

    경기 하남시 사충서원에서 28일 열린 ‘사대신 초상 기증식’에서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왼쪽)이 이상혁 사충서원 이사장(가운데)에게 기증서와 감사패를 전했다. 사단법인 사충서원은 ‘노론의 사대신’ 충헌공 김창집, 충문공 이이명, 충익공 조태채, 충민공 이건명의 초상 4점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 하남=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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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충서원, ‘노론의 사대신’ 초상 4건 경기도박물관에 기증…“조선 시대 서원 문화사 담겨”

    “조선 정치사에서 중요한 ‘노론의 사대신’ 초상 4점을 기증해주신 사충서원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귀한 보물을 보물답게 보존해 나가겠습니다.”경기 하남시 사충서원에서 28일 열린 ‘사대신 초상 기증식’에 참석한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이 이상혁 사충서원 이사장(88)에게 감사패를 전하며 말했다. 사단법인 사충서원은 ‘노론의 사대신’ 충헌공 김창집, 충문공 이이명, 충익공 조태채, 충민공 이건명의 초상 4점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들은 조선 경종 때인 1722년 연잉군(영조)을 왕세제로 추대하다 소론이 일으킨 사화(士禍)로 죽음을 맞은 충신들이다.경기도박물관에 따르면 사대신의 초상은 영조(1694~1776)가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인 1726년 이들을 정치적으로 복권하며 사충서원을 건립했을 때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1786년 건립된 ‘사충서원묘정비(四忠書院廟庭碑)’에 나오는 “병오년(1726년) 가을 사충서원이 비로소 이뤄져 사공을 모셨다. (사대신의) 진상(眞像)은 모두 사묘(祠廟)에 봉안했다”는 기록 때문이다. 화가의 이름은 그림에 적혀 있지 않지만, 화풍 등으로 미뤄 숙종의 어진을 제작한 조선 후기 궁중 화가 진재해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족자 형태로, 관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좌상으로 그렸다.조준호 경기도박물관 수석학예사는 “사충서원 창건 이후 약 300년 가까이 원형을 간직해 역사적 의미가 크고 유물로서 가치가 높다. 예술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선 시대 서원 문화사를 보여준다”고 했다. 박물관은 초상의 보존 처리를 마친 뒤 보물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박물관이) 초상 보존과 관리에 힘써 그 가치를 빛내주길 바란다”고 했다.사충서원은 기증식에 앞서 이들의 충절을 기리는 제향을 올렸다. 제향에는 김 관장이 초헌관, 조관호 양주조씨 대종회 회장이 아헌관, 경주이씨 상서공파를 대표해 이원희 앰배서더 호텔그룹 이사가 종헌관으로 참례했다. 초헌관은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관이며 아헌관 종헌관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술잔을 올린다.사충서원은 영조가 1726년 왕명을 내려 종묘를 짓고 남은 재목을 하사해 건립했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명령으로 전국에 있는 서원이 철폐될 때에도 존속된 47개 서원 중 하나다.하남=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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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척 죽서루-밀양 영남루, 국보 된다

    자연과 어우러진 절경을 간직한 보물 강원 ‘삼척 죽서루(竹西樓)’와 경남 ‘밀양 영남루(嶺南樓)’가 국보로 승격된다고 문화재청이 27일 밝혔다. 죽서루는 고려 때 창건돼 조선 전기인 1403년 재건됐다. 죽장사(竹欌寺)라는 절 서쪽에 있어 죽서루라 불렸다. 조선 후기 여러 차례 증축되며 현재와 같은 대형 누각이 됐다. 정철(1536∼1594)의 ‘관동별곡(關東別曲)’과 겸재 정선(1676∼1759)의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 등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시와 그림에 담았을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영남루는 통일신라 때 세워진 영남사(嶺南寺)에 있던 작은 누각이 시초다. 고려 때 절은 폐사되고 누각만 남아 있던 것을 1365년 밀양부사 김주(1339∼1404)가 중창해 영남루라 칭했다. 조형미와 함께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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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미 금관문화훈장… 임윤찬 젊은예술가賞

    소프라노 조수미 씨(61·사진)가 세계 무대에 한국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2023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을 열고 조 씨 등 15명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은관문화훈장은 황을순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국악 작곡가 고 이해식 씨, 전통무용가 정승희 씨가 수훈했다. 보관문화훈장은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무용제를 창설한 최영묵 빛소리친구들 대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설립한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 현대 화가 오수환 서울여대 명예교수, 공예가 강석영 전 이화여대 명예교수, 박광웅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등 5명이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박선자 강릉예총 회장, 윤후명 소설가, 이배 작가,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 등 5명이 받았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시인 유희경 씨 등 7명에게 돌아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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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에도 몰랐다, ‘전세지옥’행 계약서인 줄은[책의 향기]

    “귀하가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경매가 신청되어….” 2021년 7월 5일, 여느 때처럼 취업 면접을 본 뒤 밤늦게 귀가한 취업준비생 앞으로 법원의 안내문 한 통이 날아왔다. 안내문은 그의 집뿐 아니라 빌라 층마다 모든 집의 현관문에 붙어 있었다. 책상 서랍 깊이 넣어둔 전세계약서를 꺼내 문서에 기재된 건물주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는 알고 보니 건물주가 아닌 건물 관리소장이었다. 관리소장으로부터 진짜 건물주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수십 통을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날 이후 청년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생애 첫 대출을 받아 5800만 원짜리 전셋집을 마련했던 한 평범한 청년(32)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뒤 2년 3개월간 기록한 일기를 토대로 쓴 에세이다. 바퀴벌레가 나오는 기숙사에서 벗어나 ‘집 같은 집’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한 청년의 일기 속엔 한국 부동산중개업 제도와 부동산 시장의 허점이 낱낱이 담겨 있다. 책엔 ‘알고 보니’란 말이 자주 나온다. 알고 보니 저자에게 집을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단순 영업인이었다. 알고 보니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어도 부동산에서 일하고 매물을 소개할 수 있게 했다. 2금융권에서 받은 근저당 대출 33억 원을 안고 있던 빌라를 취업준비생인 저자에게 권했던 그 사람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며 계약을 부추겼다.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자신이 건물주의 대리인이라며 집주인과의 만남도 주선하지 않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알고 보니 공인중개업소 사장이 “사고가 터져도 1억 원 내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공제증서는 공인중개사 과실이 인정될 때만 효력이 있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간 건 공인중개사의 과실이 아니었다. 건물주가 소유한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낙찰금으로 은행 근저당을 먼저 갚고 입주일이 빠른 순서대로 배당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입주일이 다른 입주자들보다 늦었던 저자는 전세자금 중 단 한 푼도 끝내 되돌려 받지 못했다. 저자에게 남은 건 전세자금대출로 받은 빚 4640만 원이었다. 빚은 더 큰 빚을 낳았다. 2년간의 대출 기간이 만료된 2022년 7월, 저자는 전세사기 피해 후 헝가리의 한 기업에 취직해 일하며 모아뒀던 돈에 더해 카드론 3300만 원을 받아 전세자금대출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율은 10.6%에 달했다. 급여가 적은데다 환차손까지 나자 다시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300만 원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헝가리에서 만난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상황만큼은 마지막까지 가슴 아팠다. 나는 빚쟁이가 됐고,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포기하기로 했다”고 썼다. 저자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주 6일 매일 12시간씩 아르바이트 두 탕을 뛰며 그 빚을 갚아나갔다. 5개월 새 빠진 체중은 13kg에 달했다. 조종사가 되고픈 저자는 꿈을 이룰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12월 15일부터 원양상선에 오를 거라고 한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조종사 훈련비를 지원해주겠다는 부모의 제안을 거절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소한 나에겐 젊음과 건강이 있다. … 전세사기를 당한 지금도 꿈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사기 피해로 전세자금은 모두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한 청년의 일기에서 생의 의지가 느껴진다. “잠시라도 잊고 싶어 애써 묻어뒀던 기억”을 저자가 애써 기록한 이유는 자신의 글을 읽고 자신과 같은 현실에 놓인 이들이 살아갈 힘을 얻길 바라서였을 것이다. 책 서두에 저자는 이렇게 썼다. “절대 죽지 말자고. 이런 일로 세상을 등지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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